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만 주위를 보면
나보다 더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아픔을 알고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을 내면
그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좋습니다.
남을 도우면 꼭 나중에 돌아오는 보답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을 돕는 그 자체가 내게 기쁨이 됩니다.
- 법륜 스님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다보면 그래도 내 처지는
저 분들보다는 낫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괴로움에만 빠져 있던 상황에서 깨어나게 되기도 합니다.
남에게 눈을 돌리는 것, 남과 세상을 먼저 이롭게 하는 것이
결국 나를 이롭게 합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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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매일 일하러 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거기엔 항상 새로운 도전과 기회와 배울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누구든지 자기 직업을 나처럼 즐긴다면 결코 탈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탁월한 리더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에 대해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최고경영자 연구기관인 스펜서 스튜어트는

미국에서 존경받는 50대 CEO들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타는 열정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CEO 본인들만 열정을 가질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열정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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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정리법

인문 2020. 1. 30. 12:34

- 단순함이란 깔끔한 방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어지럽힐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이다. 또한 경직된 틀에 갇히지 않으며 매일 우리에게 요구되는 무수한 선택을 미리 막는 일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단순함이란 꿈과 상상에 관련된 것들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 잘 꾸민 방에는 가구가 많지 않다. 이런 공간의 조화로움은 우리의 감성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로버트 헨리, 미국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인생의 소박함을 얻는다면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세련된 삶의 시작이다. (윌리엄 모리스, 영국 예술가, 디자이너, 작가)
- 심플함이란 그저 흰색의 회벽에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민 실내 인테리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심플한 삶은 여유를 가지고 낭비하지 않으며 좋은 것들을 골라서 취하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삶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일들은 피하고, 우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무엇이든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해야 함. 하루 일을 끝내고 편히 쉴 수 있는 쾌적한 방과 더 손댈 것 없이 깔끔한 집도 결국 여기에 해당. 또한 단조롭고 경직된 틀에 갇히지 않으며, 매일 우리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선택의 상황들을 줄이는 일도 포함됨.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고 사물에 대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됨. 다시 말해 단순함이란 꿈과 상상에 관련된 것들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줌. 이 모든 것이 실제의 물건, 실재의 이야기, 실재 인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을 살찌운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호텔에서 자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인적이 드문 넓은 해변을 거니는 여행을 하고 싶어하겠는가? 그것은 여행하는 동안 따로 해야 할 일이나 걱정거리가 없고, 여행용 트렁크말고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런데 집에서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치워서 주변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그 방의 중심을 차지한 듯한 인상을 주고 싶다면 그 물건 주위에 빈 공간을 두자.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그 무엇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는, 즉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 아끼는 물건만 가지는 데에서 진정한 단순함이 시작된다.
- 제일 걱정이 없을 때는 내가 가진 것이 가장 적을 때다. 무언가 부족할 때보다 지나칠 때 내 근심이 크다는 사실을 신께서는 아신다.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카톨릭 성인의 하나로 16세기 수도원 개혁에 전념한 인물)
- 인간을 충족시키는 것은 배불리 먹는 음식이 아니다. 모든 갈망이 사라진 때에야 비로소 인간은 충족된다. (게오르게 이바노비치 구르디에프, 그리스계 아르메니아인 철학자. 위대한 인물들과의 만남 중에서)
-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려고만 들지 않는다면 필요 이상을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심지어 사랑조차도 늘 소유하려 든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우리의 삶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침. 요행을 바라며 세상으로부터 헛된 기대를 품다 세상을 원망하거나, 사람이나 물건으로 우리의 욕구를 채우려 애쓰다 정작 우리 스스로를 잃고 상처받게 된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깥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자신 안에 있다. 우리는 수도사가 되거나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인습적인 삶과 지나간 과거, 관습적인 환경을 떨쳐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이 아직 서지 않았다면 먼저 결단력 있게 불필요한 것들,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과잉된 것들을 치워보자. 물건이든 사람이든 상관없다. 오직 자신의 내적 자유를 확고히 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 보자.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진정한 자유와 독립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 요즘 같은 세상에서 단순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단순한 삶을 살려면 더 창의적인 사고와 성찰이 필요한데, 이는 아주 똑똑하다는 사람들조차 지니지 못한 능력이다. 이들 중에 아주 솔직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런 것을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제게는 단순한 생할방식이 너무 고상한 목표거든요. 차라리 더 많은 현자들이 그런 생활방식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중에서)
- 현대사회는 우리가 쟁취하고 소유하려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라며 오히려 그렇게 하도록 부추긴다. 하지만 물건은 우리로 하여금 외부세계로 눈을 돌리게 해서 정작 자기자신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물건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물건을 아름답다고 할 때는 보통 잡지에 나왔다거나, 어느 부잣집에서 봤다거나, 그 물건이 얼마짜리인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가구를 들일 때도 이런 방식으로 결정할 때가 많다. 즉 이들의 삶은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강요에 의해 선택한 물건들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이 우리를 '빚어나간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반대로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자신을 만들어줄 수 있는 선택들을 '빚어나갈' 수도 있을 것임. 불교 사상이 모든 군더더기를 없애고 어떤 장소의 완벽한 청결을 강조하는 것은, 한 사람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공간이 그 사람의 정신에 자연스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기 때문. 자신의 공간을 깨끗이 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치우는 방법을 빨리 터득할수록 그 사람은 더욱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은 집뿐만 아니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일이기도 함. 마룻바닥에 반짝반짝 윤이라도 한번 내본다면 이 말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나이에 신경쓰지 마라. 그러면 나이도 당신을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 행복을 찾는 순간,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함께 찾아오기 마련. 행복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불행을 좇지 않고 진정한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행복과 평화가 서로 별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함. 행복은 대부분 외부의 사물에 의해 좌우됨. 하지만 평화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상태다. 즉 평하는 행복과 달리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도 우리 존재의 심연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의 평화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우선 '포기'를 실천하고, 비저항상태에 들어가 사물에 대한 집착과 갈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말이나 사람 그리고 우리를 제약하는 '자신'의 생각과 행복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아야 함. 불교의 선 사상은 맨 먼저 만물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한다. 즉 모든 만물은 고정되지 않으며 언제든 변화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좋은 상황, 좋은 사람, 좋은 물건에 의존하고 늘 그것을 내 곁에 붙잡아 두려고 한다. 또 그것이 내 곂에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사람, 사물, 상황들은 우리가 그것에 집착한다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님. 행복에 집착하다 보면 그것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변화하는 사람과 사물, 상황들을 떠나보내지 않으려 저항하고 그러다 다시 상처를 입고 불행을 자초한다.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평화를 부른다. 그리고 그 무엇도 비저항과 포기를 실천하는 것보다 우리의 생기를 더 잘 일깨우는 방법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작은 미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리에 맡기라는 비틀즈의 노래 Let it be는 그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인생의 기본법칙이다.
- 일본 에도시대에는 집마다 일정한 소유물을 갖고 있었음. 이 정도만 가져도 그들은 충분히 여유로웠다.
* 부엌 비품 (식량, 조리도구 등)
* 옷장 (식구수에 따라 소유)
* 개인용도의 작은 상자 (안경, 약, 편지 등을 보관하기 위함)
* 쟁반과 보관함 겸용의 상 (뚜껑을 뒤집으면 밥상이 되는 함의 형태로, 그 속에 밥공기, 국대접, 생선접시, 나물 그릇, 찻잔, 젓가락 등 개인별 식기류를 담아둠)
* 솜이불 (식구수에 따라 소유)
- 시간이 갈수록 일상의 평범함을 찾게 된다. 이러한 단순함의 추구는 마음속에 있는 감수성을 불러일으켜 살아 있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표현하고 해석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처럼 고요한 상태에서만 마음의 심연에 닿을 수 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무엇 때문에 돈이 필요한가? 편안한 삶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지 않는가. 즉 돈은 또 다른 형태의 풍요인 자유를 누리는 데 써야 비로소 제 역할을 다했다 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경험이며 소유는 우리를 정체시킬 뿐이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느다면 우리는 평화와 더불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이렇듯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소유가 아니다.
- 음식, 옷, 집에 대한 취향의 단순함은 자율성과 안정감을 주는 원천이다. 단순하게 살수록 미래에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상황이 좋지 않거나 뜻밖의 일이 닥칠 때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샤를 와그너, 심플 라이프 중에서)
- 과거에 대한 미련은 지금의 느낌일 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또한 우리의 생각 속에만 존재할 뿐,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과거와 미래는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재 속에 모두 녹아 있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은 연습으로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청소하면 사물이 수면 위로 떠올라 새롭게 빛을 발하게 되어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고, 우리가 했던 일들의 이유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비움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를 절대자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을 치우는 데 있다. 따라서 과거에 얽매이게 만드는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지금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소유물을 멀리해보자. 그러면 어떤 물건과 그것에 얽혀 있는 정서에 집착해온 자신의 마음을 전부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물건들을 없애면 우리는 현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 요소가 없는 수천 갈래의 길로 흩어버리는 대신 한 곳에 집약시킬 수 있음. 이렇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충만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불필요한 것들을 치움으로써 가능해진다.
- 그 무엇도 죽음보다 더 창조적인 것은 없다. 죽음은 인생의 신비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과거가 묻히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며, 더 이상 나는 지속될 수 없고 그 무엇도 완전히 확정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다. 숨을 참으면 호흡을 잃지만 숨을 내뱉으면 다시 찾을 수 있다. (불안에 대한 찬가, 앨런 와츠)
- 사람들은 소유품이 넘쳐 흐를 지경이 되어도 죽음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긁어모은다. 하지만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남긴 물건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생각해보자. 그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물건이 있다면 지금 나누어 주라. 서로 마음이 상한 관계가 있다면 지체없이 화해하고, 주위에 좋은 추억이 될 만한 물건과 조명기구만 남기자. 우리가 죽은 뒤에 유품이 어떻게 처리되길 바라는지 가까운 식구들에게 정확히 이야기해 두자. 다만 이때 그 물건들을 정성껏 간직해 달라는 부탁은 하지 말라. 그것은 자신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태도다. 적은 것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세네카)
- 문명이란 불필요한 필수품을 무한히 늘려가는 것에 불과하다. (마크 트웨인)
- 책은 우리의 사고를 형성할 뿐 아니라, 생활환경을 이루는 일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실 벽을 차지하는 만큼이나 심리적으로도 장벽이 된다. 그토록 자유를 주장하는 우리가 책에는 말 그대로 매여 있는 것이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늘 한 자리에 머물게 한다. 머릿속의 생각뿐 아니라 몸까지도 안락의자에 꼼짝없이 매이게 만드는 식이다. 어떤 이들은 타고난 책 욕심을 핑계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지식이나 참고대상, 기준 등이 흐릿해져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될까 하는 두령무으로 책을 쌓아둔다. 하지만 이 수많은 책이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책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물을 지적으로 이해하지만 자신의 실제 삶 속에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느껴야만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의 진정한 교훈은 책이 아니라 인생에서 어려운 순간을 겪으며 배우는 것이다.
- 작은 방이나 작은 집은 우리의 정신을 바른길로 가게 만든다. 큰 집은 혼란의 원인일 뿐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지나친 돈과 물건은 악마의 사절단이다. 이 두가지와 어울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얽어매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 두가지에 대한 애착도 버려라. (미라래파)
- 비움을 위한 이유 목록
* 자리를 가장 적게 차지하는 것은 돈이다
* 최상의 것만을 추구하고, 그 부분은 타협하지 말자
* 다양성의 기쁨보다 적게 소유하는 자유를 우선시하자
*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까지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주의하자
* 지나치게 갖고 있으며, 원할 때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은 부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은 능력이다. (조지 맥도널드,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시인, 목사)
- 문명의 본질은 다양한 욕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호하고 자발적인 포기에 있다. (간디)
- 아름다움은 완벽한 절약의 결과다. 벌집은 가장 적은 밀랍을 사용해 가장 튼튼한 견고함을 주는 각도로 지어진다. 새의 뼈난 다리는 가장 가벼운 무게로 가장 튼튼한 힘을 준다. 타고난 구조물에 더 저장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사람은 궁전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식으로 대칭을 이용하여 소박한 초가집을 지을 수 있다. 비용 대신 기하학을 이용하고, 개울에서 물을 긷고, 집을 꾸미는 가장 아름다운 장식품으로 해와 달을 들이자. 이곳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곳이다. (랠프 월도 애머슨)
- 너무 많이 가지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적게 가지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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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워드 마인드셋

경영 2020. 1. 30. 12:33

-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노력해온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변화의 핵심은 개인의 신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자신의 의무에 대한 접근방식에서의 근본적 변화에 있다.
- GE가 13년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디지털 혁신 역시 실패로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이나 전략보다는 내부의 혁신문화가 우선돼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전환은 조직의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데일리, 2018.7)
- 조직문화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뿌리깊게 자리 잡은 믿음, 인식, 감정의 총화인 근본적인 가정, 즉 마인드셋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에드가 쉐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
-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통상 리더들은 비전을 선포하고 자신이 인지하는 비전을 직원에게 실행하라고 지시한다. 리더라면 조식에 미션을 제공하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맞지만, 겸양을 갖춘 리더라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직원들이 스스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조직이든 과제든 현 상황을 직시하고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주도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 그리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리더의 지시사항을 단순히 이행할 때보다 자신들이 스스로 보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질 때 돌발적 상황 속에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성과 대응능력은 당신이 관리하거나, 강요하거나, 지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폴 허바드)
- 성과개선을 위해 전적으로 행동양식에 초점을 두는 접근방법은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1) 아기분유를 타줘야겠다는 필요성을 인식하는 일처럼, 어떤 상황에 개입할 때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는 상황을 보는 방식과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달려 있음. 행동이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행동 그 자체는 마인드셋에 근거하여 형성됨
(2)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그 사람의 마인드셋이 드러나게 되며, 타인은 그 사람의 행동과 마인드셋의 결합에 반응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행동이 나타나는 효과는 상당부분 마인드셋에 따라 달라진다.
- 타인의 필요와 목표에 대한 관심은 인워드 마인드셋으로 점철된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을 구분해주는 특징이다. 마인드셋이 외부지향적이면 타인의 필요와 목표에 관심을 갖게 됨. 그들에 대해 내가 언제든지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시각을 갖게 된다
- 남들ㄹ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내 삶이 더 단순해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음.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대해 무관심하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엄청난 희생이 따름. 나의 무관심을 정당화하고자 하기 때문.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 진짜이든 상사속의 일이든 거기에만 집착함으로써 나의 무관심을 정당화시킨다.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상대방을 비난함으로써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됨. 다른 사람의 실패에 비중을 둠으로써 상대방을 도울 필요가 없었음에 대하 변명거리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크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실패에도 비중을 둔다. 나의 실패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증거가 되는 것이다.
- 37년간 보잉에서 일한 멀랠리는 보잉사가 상용 여객기 사업을 흑자로 전환하는데 중요 역할을 함. 아이오와 태생인 그는 낯을 가리는 듯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동시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심으로 팀워크를 꾸려나가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어싿. 그는 06년 9월 포드사 회장이나 CEO로 취임. 이 회사는 1년에 170억불씩 손실을 보는 상황이었고,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앨런 멀랠리에게 맡겼다. 멀랠리는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포드에 있는 어느 누구도 회사의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상황은 일반적 조직에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매기는 점수보다 자신에 대해서는 더 너그럽게 점수를 주는 양상이었다. 포드는 매년 170억불의 손해를 보고 있었지만 회사 직원들은 각자 자신은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멀랠리는 보잉사에서 굉장히 성공적이었던 경영접근법을 실행. 매주 두개의 회의를 진행하는 구조를 통해 이끌었다. 하하는 사업계획검토, 혹은 포드내에서 BPR(BUSINESS PLAN REVIEW)라 불리는 회의. 이 회의는 매주 목요일 아침에 진행됨. BPR 직후에는 리더들이 다시 모여 두번째 회의를 갖는다. 이것은 심층검토 혹은 SAR(SPECIAL ATTENTION REVIEW)다. 이 회의는 BPR에서 파악된 문제에 대해 전략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회의다. 멀랠리는 경영진에게 BPR에 들어올 때 회사의 계획에 대비해 자기가 맡은 사업분야가 어느정도 성과를 냈는지 보여주는 차트를 준비해 오도록 했다. 그 차트에는 진척정도에 따라 색을 구분하도록 했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면 초록색, 계획이행에 리스크가 있으면 노란색, 차질이면 빨간색이다. 지난주와 달라진 점이 있으면 파란색으로 표기. 참석자 본인이 아닌 다른 직원이 대신 발표하는 일은 불가능. 임원들 개개인이 자신이 맡고 있는 사업부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어요." 멀랠리는 BPR회의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설명.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계획의 어디쯤에 와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멀랠리는 회의실 벽에 게시하도록 한 BPR 수칙 10가지를 가리켰다.
* 사람이 가장 우선이다
*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 강력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 명확한 성과목표가 있어야 한다
* 하나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
*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
* 방법을 찾겠다는 태도로 계획을 제안한다
*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고, 도와주며, 감사한다
* 감정 회복탄력성을 가진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믿는다
* 서로 함께 하는 이 여정을 즐기고 재미를 느낀다.
- 멀랠리는 이렇게 강조. "당신이 빨간색이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씨름하고 있는 그 문제가 빨간색인 겁니다." 멀랠리는 경영진들이 서로 상대방이 직면한 어려움을 돕기를 원했다. 이는 그들이 문제를 알려줘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 다음주, 회의실은 온통 빨간색으로 표기된 차트들로 꽉 찼다.
- 진정한 도움은 어떤 공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님. 외부지향적이 된다는 것은 사전에 규정해놓은 행동을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어려움, 바라는 바, 그리고 타인을 인간으로서 바라본다면, 그 순간 어떻게 행동을 조정해나가야 하는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보면, 그들도 사람으로 반응하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반응. 주변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하며 자연스레 그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것이다.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갖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노력을 조정하는 일은 자연스레 뒤따른다.
- 다름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목표에 집중하는 것, 이렇게 성공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굉장한 촉진제임. 문화가 이에 맞춰 돌아간다. 목소리 큰 사람이거나 말없는 사람이거나 유머가 있는 사람이거나, 그런 것은 상관없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동질화된 팀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일한다. 하지만 그들은 공동의 해결책을 위해 일한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결과에 함께 집중하는 것이다.
- 이끄는 자와 이끌어지는 자의 구분이 지나치게 고착화된 조직은 서로 남 탓을 하고 변명하는 일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실행하는 임무가 주어진 사람들은 성과가 좋지 못하면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세웠다고 탓한다. 한편 계획하는 사람들은 실패의 이유로 항상 실행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탓한다. 리더들은 더 책임감 있게 일하기를 부르짖지만 대부분의 조직이 일하는 방식은 책임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 제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여 그로 인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저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아닙니다.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들고 오는 사람들에게 '음, 정말 어려운 문제 같네요. 우리가 어떻게 그 일을 해결해야 할지 당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리더십은 제가 리더로서 무엇을 성취해낼 수 있는가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내가 이끄는 직원들이 무엇을 성취했는지로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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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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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명상은 생산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침. 명상으로 인해 업무처리 속도를 충분히 낮추고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 사람들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할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밀려드는 업무를 계속 습관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실상 일을 습관적으로 하면 한발 물러나 중요한 업무를 가려내고 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함. 단순히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슬기롭게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메일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던져주는 일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주체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힘들어짐.
- 온종일 명상을 하면 내면의 평화를 채울 수 있고, 빛의 속도로 일할 때는 대단한 자극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생산성은 '얼마나 많은 양의 일을 해치우는가'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며, 전적으로 '얼마나 많이 성취하는가'의 문제다. 수도승이나 코카인에 찌든 주식 트레이더나 많은 것을 성취하지는 못한다. 수도승처럼 일하면 업무 처리가 너무 느려 어떤 일도 완수할 수 없고, 주식 트레이더처럼 일했다가는 너무 성급해 한발 물러나 중요한 것을 가려내고 더 지혜롭게 일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함.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은 수도승과 주식 트레이더 사이에서 적정한 속도로 일함.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속도를 갖춘 동시에 일의 경중을 따져 신중하고 의식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느긋함
- '왜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은 무수히 많은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다. 사실은 처음부터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 일에 전념하도록 하는 3의 원칙
(1)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그날이 저무는 시점으로 머릿속의 시간을 빠르게 돌려 자신에게 질문한다. 하루가 다 지나갈 때 성취하고 싶은 세가지 일이 무엇인가, 그러고는 결정한 내용을 적어둔다
(2) 주간단위로도 매주 초에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이렇게 결정한 세가지 일이 그날 하루, 또 한주의 핵심이 된다. 이게 전부다.
- 마이어에 따르면 "세가지 성취가 가장 단순한 이유는 태초부터 인간의 뇌가 세가지를 생각하도록 훈련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는 군인들에게 생존정보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3을 이용한다. 공기없이는 3분을 버틸 수 있고, 물 없이는 3일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는 3주 동안 생존할 수 있다." 주위를 살펴보라. 3이라는 숫자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곰 세마리와 세마리 눈먼 쥐 이야기, 아기돼지 3형제와 삼총사. 피와 땀과 눈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금/은/동메달. 기독교의 세가지 덕인 믿음, 소망, 사랑. 인간의 사고는 세가지를 근간으로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3의 원칙이 실생활에 제대로 통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제아무리 최선의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비상상황이 닥치게 마련이고, 더욱 다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밀려들면 비명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세가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이런 와중에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처리하고 싶었던 10장짜리 업무목록과 씨름하다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좌절감에 빠지는 상황과 정면으로 대조된다. 앞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을 피하고 영향력이 낮은 업무를 줄이는 한편 주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다루겠지만, 먼저 하루 그리고 한 주 동안 집중할 일을 세가지로 압축하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되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어의 말은 매우 적절하다. "단순함으로 인해 복잡함을 보다 쉽게 다루고 쇄신하고 전개할 수 있다."
- 가장 영향력 있는 업무가 가치 있는 이유는 해당 업무가 무척 골치아프기 때문. 이런 일은 영향력이 낮은 업무에 비해 거의 언제나 더 많은 시간과 주의력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대개 더 지루하고 짜증나며 어렵고 비체계적이고 본질적인 보상도 적다. 이들 업무는 어렵기 때문에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이런 일을 할 때 최저임금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이다. 더 가치있는 일을 할수록 더 골치 아플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지극히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 실제 일을 하는 것보다 일하기를 두려워하느라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크다. (엠멋의 법칙)
- 혈류변화를 살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계인 fMRI에 누워 미래의 당신을 생각한 다음 전혀 모르는 사람을 떠올리고, 두 경우의 스캔을 비교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두 가지 스캔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분야를 연구한 UCLA 경영대학원 앤더슨스쿨의 할 허시필드 교수는, 평균적인 실험 참가자들이 현재의 자신과 모르는 사람을 각각 생각하며 직은 뇌 스캔이 상당히 다른 반면, 미래의 자신과 전혀 모르는 사람을 각각 생각하며 찍은 스캔은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밝혀냄. 이 결과는 생산성에 엄청난 의미를 가짐. 미래의 자신을 낯선 사람으로 여길수록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던져줄 일을 미래의 자신에게 떠넘길 여지가 높다. 또 일을 미뤄 현재의 내가 아닌 미래의 자신이 처리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 미래의 자신과 더 크게 단절될수록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 미래의 자신에게 현재의 자신보다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한다
* 아득한 훗날 비생산적이고 의미없는 회의를 하는데 동의한다
* 나중에 결국 보게 될 시시한 다큐멘터를 10편을 개인용 녹화기 옆에 쌓아둔다
* 짜증나는 업무를 계속 다음날 업무목록으로 치워 놓는다
* 은퇴를 위한 저축을 게을리 한다.
- 현재의 자신에게 하고 싶지 않을 일을 미래의 자신에게 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이걸 계획오류라 한다. 우리가 미래의 자신을 위해 뭔가를 헌신할 때 최선의 의도를 갖는다고 하지만 통상 골치아픈 일을 떠맡긴다.
- 진화론적으로 말하면 사자한데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라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시간여행을 떠나 미래의 자신과 접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을 할 때 우리는 기술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지만 생산적이지는 않다. 이런 일을 통해서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없기 때문. 인터넷과의 단덜은 시간 낭비만 방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소셜미디어 확인과 같이 인터넷을 근간으로 한 영향력이 낮은 일에 안주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도 막아준다. 이는 인터넷 단절의 중요성을 두 배로 높인다. 아무 생각없이 허비하는 시간과 주의력을 되찾게 하는 것은 물로 영향력이 높은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간경제로 이행하면서 사람들은 시간을 급여와 교환했지만 지식경제로 이동하면서 인류는 시간 이외에 수많은 것들을 교환하기 시작. 비제조업계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간과 주의력, 에너지, 기술, 지식, 사회적 지능, 궁극적으로 생산성으로 구성된 특징형태의 조합을 급여와 교환하고 있다. 오늘날 시간은 더 이상 돈이 아니다. 이제 생산성이 돈이다.
- 기록상에는 장시간 일했을 때나 단시간 일했을 때 성취도가 거의 같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장시간 일했을 때 생산성이 두 배 높은 것 같았다. 분면 주의력과 에너지를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했는데도 나는 생산적이라 느꼈다. 하루종일 바쁠 때 생산적인 것처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분주함이 성취라는 결실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바쁜 것을 생산적이라 해석할 수 없다.
-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하루와 한 주를 마치는 시점에 얼마나 생산적이었는가를 돌이켜봤을 때 나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얼마나 성취했는가'를 본 것이 아니라 '얼마나 바쁘게 지냈는가'를 살폈던 것. 생산성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매일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하는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얼마나 바쁜가를 보는 것으로 생산성의 정도를 손쉽게 판단하지만 이는 즉흥적이고 교묘하며 대개 부정확하다. 20시간 내내 일했던 주 중반 나는 스스로 바빠야 한다고 여겼던 것만큼 바쁘지 않았다는 자책감을 떨쳐저릴 수 없었다. 근무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고, 해야 할 일에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을 쏟아냈고 장시간 일했을 때와 거의 같은 분량의 일을 성취했는데도 스스로에게 불필요하게 엄격해졌다.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드는 함정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그 일을 위한 시간보다 더 많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 뿐이라고 자신을 속이기 십상이다. 평소처럼 일해 할 일을 다 해내지 못하거나 혹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 모든 일을 해치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과정에서 내가 알아낸 것처럼 세번째의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선택권이 있다. 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임. 더 많은 에너지와 주의력을 투입해 짧은 시간에 같은 양의 일을 해내는 것이다.
- 중요한 일에 사용할 시간을 제한할 때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 별도의 마감시한을 정하게 된다. 이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분출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 일을 해치울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 다급해진다
* 일을 미루게 하는 요인 중 일부를 떨쳐낸다. 업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일을 더욱 체계화하는 한편 덜 지루하고 덜 짜증나고 덜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 벤처캐피탈사 와이콤비네이터의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에 따르면 지식경제시대의 사람들은 두가지 형태의 스케줄을 가짐. 한 가니는 메이커 스케줄이고, 다른 한 가지는 매니저 스케줄이다. 그레이엄이 설명한 것처럼 매니저 스케줄은 조직의 상관들에게 해당되며, 날짜별로 한 시간 단위의 칸을 구성한 전통적 디자인의 수첩과 같은 형태를 보임. 필요한 경우 하루중 몇 시간을 특정업무를 위해 비워둘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 시간마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변경할 수 있다. 매니저의 스케줄은 대부분 회의와 미팅, 전화통화, 이메일로 빼곡하다. 메이커의 스케줄은 정반대로 하루가 훨씬 엉성하게 짜여 있다. 관리할 사람이나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
-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에 가장 중요한 세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달력에 표시하라. 특히 가장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를 이 시간대에 배치하라
- 자신의 생물학적 황금시간대를 방어하라. 이는 미치도록 생산적이기 위해 사용할 당신의 시간이다.
- 생물학적 황금시간대를 달력에 따로 분리해두고 이 시간대에는 누구와도 약속을 잡지 마라. 업무에 몰입할 시간을 상기시키기 위해, 혹은 파급력이 높은 업무나 새롭게 발생하는 일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차원에서 달력에 표시해두는 것이 좋다.
- 융통성을 가져라. 자신의 생물학적 황금시간대가 평균적인 하루의 에너지 등락 추이를 보여주지만 여기서 벗어나는 날이 있게 마련. 에너지가 높은 날도 있고 낮은 날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평소보다 에너지가 더 왕성하거나 부진할때 업무일정을 재편하려는 걸 겁내지 마라
- 메이커의 스케줄에 해당한다면 회의나 미팅을 함께 몰아서 업무 양식을 전환할 때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도록 하라.
- 지식경제시대에 시간 관리는 시간경제시대만큼 중요하지 않다. 지식경제시대에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을 업무의 무대 정도로 여긴다. 다른 사람들의 업무와 시간을 조율하고 일을 단순히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하게 하기 위해 일정부분 조직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높은 사람들은 시간관리를 에너지와 주의력 관리보다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과거에 시간은 우리가 관리해야 할 유일한 자원이었다. 반면에 오늘날 시간과 주의력과 에너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상호 연관을 이루며 가장 생산적인 사라들은 이들 세가지를 모두 관리한다. 시간관리를 불가능한 일이다. 어떤 일을 언제 할 것인가를 관리하는 일이 가능할 뿐이다. 시간자체를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지난 138억년간 시간은 째깍째깍 움직였고, 전혀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일을 단순화하는 한편 영향력이 높은 일을 중심으로 더 많은 시간의 공간을 만들어내면 예기치 않은 긴급상황이 벌어질 때 이에 대응하고 감당할 수 있는 재량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일을 단순화하면 하루 종일 수도승과 같은 명료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느낌이다. 도시계획가들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교통흐름을 관장하는 것은 차량의 수나 주행속도가 아니라 차량들 사이의 간격이다. 하루 동안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많은 일로 하루 일과를 잔뜩 채운다면 생산적이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업무가 불쑥 등장할 때 정신적 체증현상이 발생. 일을 단순화할 때 영향력이 높은 일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고 일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일은 생산성 고속도로의 차량과 같다. 성과가 높은 일을 중심으로 시간과 주의력을 쏟는 것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보다 샤워하는 사이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샤워하는 사이에 사고가 활동할 수 있는 주의력 공간이 더 많이 생기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때문. 마찬가지로 영향력이 낮은 일을 최대한 단순화할 때 더 많은 시간과 주의력을 영향력이 높은 일에 쏟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성과가 높은 일과 추진하기로 결정한 일 사이에 더 많은 시간과 주의력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일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고 일을 보다 슬기롭게 처리할 수 있따. 또 마땅히 쏟아야 하는 시간과 주의력을 해당 업무에 할애할 수 있다.
- 인간의 뇌가 막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신 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뇌가 몇 가지 이상의 의식적인 생각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는 매우 형편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리해야 할 일이든, 보내려고 마음먹은 이메일이든, 아니면 손꼽아 기다리는 결과나 소식이든, 우리의 사고가 한번에 의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안은 기껏해야 몇 가지 밖에 안된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복잡한 신경학 연구결과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간의 뇌는 문제를 해결하고 점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이지 간단하게 표출할 수 있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 핫스폿은 곧 인생 포트폴리오다. 매우 고차원적인 사안부터 모든 업무와 프로젝트, 책무가 일곱가지 핫스폿 중 하나로 분류된다. 핫스폿이라는 용어를 만든 마이어는 우리에게 매일 시간과 주의력과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는 일곱가지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생각, 신체, 감정, 직업, 재정, 관계, 그리고 재미가 그것이다. 사람에 따라 가정이나 영성과 같이 명칭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 중 90%는 이들 일곱가지 영역에 모든 현안들이 들어맞는다. 자신의 핫스폿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는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책임지는 모든 것들을 포괄하면서 보다 고차원적 삶의 영역목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가 아니라 샤워할 때 떠오르는 데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샤워를 하면서 생각이 자유롭게 방랑할 때 더 많은 주의력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생각과 아이디어, 통찰이 무의식에서 수면위로 부상해 당신이 의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당신의 생각에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움직일 수 있게 하면 더 많은 주의력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수많은 연구결과로 밝혀진 것처럼 단순히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ㅇㅁ.
-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온종일 두가지 모드 사이를 번갈아가며 움직임. 샤워하는 동안 경험한 것과 같은 방랑모드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다른 특정 사안에 강하게 집중할 때 경험하는 중앙집행 모드다. 한 번에 두 가지 모드를 동시에 취할 수는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두 가지 모드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권함. 대니얼 레비틴은 자신의 책 '정리하는 뇌'에서 "주의력의 시소에서 서양문화는 중앙집행 모드에 과도하게 가치를 두는 반면에 백일몽 모드를 과소평가한다"고 밝힘. 두가지 모드 사이에는 양측에 투입하는 시간을 모두 가치있게 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대해 레비틴은 "문제해결에 대한 중앙집행식 접근은 대개 진단적이며 분석적이며 성급하다. 반면에 백일몽식 접근은 명랑하고 직관적이며 여유롭다"고 설명.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뇌의 방랑모드가 복잡하거나 더 많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할 때보다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나이들수록 생각이 떠돌 수 있도록 시간을 갖는 일이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생각의 방랑모드를 더욱 빈번하게 취할수록 데스크톱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우리의 변연계를 자극하는 또 다른 장치를 가동시키는 데 매몰돼 버리기 때문. 이들 기기는 우리를 더 연결되게 하는 반면에 우리가 백일몽 모드에 빠져드는 걸 방해함. 이 때문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서 한발 물러나기가 어려워진다.
- 골무를 이용해서 욕조에 물을 채운다고 상상해보라. 이것은 정보를 작동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이전하는 것과 같은 도전이다. ...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정보의 수도꼭지는 수도관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듯 꾸준히 벙보를 한 방울씩 공급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독서의 속도를 통제할 수 있다. (니컬러스 카). 독서하는 사이 우리는 골무 하나를 채울 만한 극소량의 정보를 작동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이전시키는 셈이다. 인터넷에 여결된 기기들을 사용할 때는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우리는 변연계에 기분 좋은 기류의 산만함을 쏟아내고, 이는 우리의 뇌에 과부하를 걸어 작동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의 정보이동을 어렵게 한다.
- 습관은 매우 단순하며, 모든 습관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신호와 규칙성, 보사이 습관을 이루는 세 요소다. "먼저 신호가 자동적인 행동에 발동이 걸리게끔 하죠. 이어 규칙성은 행위 그 자체이고 마지막으로 보상이 따르죠" 예를 들어 당신이 아침에 잠에서 깰 때(신호) 즉각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갖가지 앱들을 배회하고 다니는데(규칙성), 이 같은 행위는 당신이 세상과 연결되고 그 흐름을 따라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보상) 혹은 성가신 업무에 집중하려 할 때(신호)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열고(규칙성) 일을 미루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보상) 습관적인 행위를 많이 할수록 습관은 더욱 강력해진다.
- 연구에 따르면 한 번에 한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면 뇌에서 끊임없이 도파민이 나온다. 신경학적으로 말하면 한 번에 한 가지 업무를 처리할 때보다 여러 일을 할 때 뇌가 더 많은 보상을 준다. 신경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은 이렇게 설명한다. "멀티태스킹은 도파민에 중독된 피드백 회로를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외부자극제를 찾으려다 집중력을 상실한 뇌에 효과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멀티태스킹의 유혹을 욕망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변연계가 아니다. 레비틴에 따르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전두엽 피질이 새로운 것에 대한 편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전두엽 피질은 뭔가 새로운 것에 쉽게 주의를 빼앗길 수 있다. 어린아이나 강아지 그리고 고양이의 주의를 끌기 위해 예로부터 반짝거리는 물체를 사용하는 것은 이 같은 이치다. 당신의 뇌 중 어느 부분도 안전하지 않다. 대청소의 날과 같이 의미없는 일을 하면서 주의력을 아껴두지 않는 한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사실,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두 가지 일 사이를 빛의 속도로 오갈 뿐이다. 이는 한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환상을 일으킨다.
- 시간관리 기법 중에 포모도로 기법이 있다. 부엌용 타이머에서 따온 이름인데, 짧은 시간 집중하고 잠깐 쉬는 것을 반복하는 식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이를테면 2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한다면 25분 동안 선정한 업무에 집중하고, 5분마다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다. 포모도르 기법은 업무의 크기에 따라 싱글태스킹을 시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다.
- 음주가 다음 날 쓸 에너지를 당겨쓰는 것이라면 카페인 섭취는 그날 몇 시간 후의 에너지를 빌려쓰는 행위다. 몇 시간 뒤 에너지를 고갈하지 않고 카페인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생산성에 관한 한 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카페인을 섭취한 뒤 8-14시간이 지나면 신체는 이를 시스템 밖으로 배출하는 대사 작용을 하는데, 이 때문에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인간의 몸에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는 뇌에 피로감을 알리는 기능을 한다. 카페인은 뇌가 아데노신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즉 몸이 피곤하다는 사실을 뇌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쟁점은 이것이다. 카페인이 뇌의 아데노신 흡수를 방지하는 사이 이 화학물질은 카페인이 뇌의 흡수를 용인할 때까지 계속 축적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몸과 뇌는 이 피로감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한꺼번에 통째로 흡수하고 이 때문에 에너지 수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파장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이 현상을 완전히 차단하는 길은 없다. 무엇이든 카페인이 함유된 것을 먹은 뒤에는 예외없이 에너지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생산성 측면에서 카페인은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함. 이는 카페인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마실 때의 이야기다. 매일 아침마다 일상적으로 따뜻한 커피를 준비한다고 해보자. 하루를 시작하는 낭만적인 방법이지만 에너지 수위에는 그다지 훌륭할 것이 없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그날 하루 중 나중에 쓸 에너지를 당겨쓰는 셈이기 때문. 매일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은 그날 오후 같은 시간에 에너지 수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다. 카페인의 대사작용에는 평균 8-14시간이 걸리므로 아침에 일어난 뒤 커피를 마시면 오후 같은 시간대에 에너지가 떨어지고, 밀려드는 나른함을 견딜 것이지 아니면 커피를 또 한 잔 마실 것인지 결정해야 함. 오후에 마시는 두 번째 커피의 대사작용은 잠들기 한두시간 전에야 시작되기 때문에 수면을 양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빠져드는 악순환이다.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실 때 간과하기 쉬운 또 하나의 불이익이 있다. 신체가 카페인의 소모량에 적응하게 된다는 점. 바꿔 말하면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씩 마실 경우 신체가 차츰 익숙해져 그만큼의 카페인이 결국 또 하나의 정상적 행위가 되어 버리다. 사실 뇌는 당신이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에 순응하는 사이 새로운 아데노신 수용체를 양성하기 시작. 처음에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다가 한 잔씩 마시면 에너지와 생산성의 거대한 폭발을 맞게 된다. 이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커피라는 새로운 습관을 더욱 강화함. 하지만 몸이 일단 그만큼의 커피에 적응하고 나면 차이가 느껴지는 카페인 수치에 이르기 위해 매일 아침 두 잔의 커피가 필요. 당신의 몸이 한 잔에만 적응했기 때문이다.
-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하는 데도 효과적임. 운동은 뇌로 유입되는 혈류량을 늘려 정신적 성과와 창의성을 향상시킴. 이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피로감과 싸우고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근육을 확장할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뇌를 더 크게 한다. 우리가 운동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뇌유래신경성장인자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도록 한다. 이 같은 유형의 성장은 상당부분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에서 일어남. 운동은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감으로 인해 손상된 뇌 영역의 세포를 되살린다.
- 아처에 의하면 신경학적 측면에서 하루를 마치고 긍정적 경험을 기록하거나, 글쓰기에 흥미가 없을 경우 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 "뇌는 이를 의미있는 것으로 새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행위는 하루 중 가장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부분을 떠올리게 해서 더 행복학 생각하도록 뇌를 훈련하는 데 효과적임. "뇌는 시각화와 실제 경험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따라서 하루 중 가장 의미있는 경험이 갑절로 불어나게 됨. 이 행위를 반복하면 뇌는 점들을 연결하고 전반적인 삶에 걸쳐 의미의 궤적을 확보한 것을 깨닫게 된다"는 아처의 말은 중요하다. 영속적이고 장기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주 동안 이 기법으로 뇌를 더 행복학 생각하도록 훈련해 이를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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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일종의 허영심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성공시키는데 허영심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허영심 만큼 인간의 상승욕구를 자극하는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감정은 향상심으로 연결된다.
- 필립 체스터 필드, ‘아버지의 말’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칭찬받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면
사람들은 실력이상으로 해보이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합니다.
최고가 되겠다는 허영심은 잠재능력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허영심은 분명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됩니다.
무엇이든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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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목표 달성을 잘한다.
의식적으로 감사연습을 하는 사람들에겐 목표의식과 성취욕이 생긴다.
감사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지 않고 의욕을 느껴 행동을 취한다.
감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각자의 목표 달성에서
20% 정도 더 진전을 보이며 더 열심히 노력한다.
- 로버트 에몬스 박사

 

감사하면 현실에 안주하여 게을러지고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에 감사하면 행복감을 더 느끼고 생산성도 더 높아집니다.
지금 하는 일에 감사하면 미래에 더 비상할 수 있습니다.
자기 일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사실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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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을 기업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과연 누가 다른 사람의 이윤을 위해 죽을 때 까지 분투하겠는가?
더 큰 목표를 찾지 못하거나 목표의 정당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 테오도르 레빗, ‘마케팅 근시안’에서

 

이익극대화는 직원들의 헌신을 불러오지 못합니다.
물론 이익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익극대화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의 결과가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직원과 고객을 더 행복하게하고,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할수록
결과적으로 이익은 더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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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니스가 야프섬 화폐 시스템의 이런 모습에 경탄을 금치 못했을 때 안내인은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가까운 마을에 누구나 엄청난 재산가라고 인정하는 엄청난 집이 있지만, 아무도, 심지어 재산가 본인조차 그 재산을 만진 적도 본 적도 없다. 엄청나게 크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기만 할 뿐 옛날이나 지금이나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상태 그대로 있는 페이가 그 재산의 근원이다."
알고 보니 그 페이는 아주 오래전 바벨투아프섬에서 야프섬으로 옮기던 중 폭풍우를 만나 바다게 가라앉은 것이었다.
"굉장히 큰 페이가 바다로 떨어져 사라진 사건은 시시한 일이라 입에 올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 그것이 해저 수백 미터 아래에 있더라도 시장성에는 아무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 보편적이었다. ... 돌 화폐의 구매력은 바닷속에 있어 보이지 않을 때도 소유주로 추정되는 사람의 집 한구석에 놓여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효했다. 중세시대 수전노가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쌓아놓은 황금 덩어리가 그랬듯이 부를 상징하는 의미만 담긴 듯했다. 어쩌면 워싱턴 재무무 금고를 꽉 채우고 있다는 은덩이와도 비슷했다. 우리는 그것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지만,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증명서의 힘에 기대어 거래한다."
퍼니스의 유별난 여행기는 1910년에 출간되었지만, 경제학계의 눈길을 끌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중 한 권이 어쩌다 영국 왕립경제학회 기관지 이코노믹 저널 편집부로 흘러들어갔다. 편집부는 켐브리지 대학교 출신 젊은 경제학자 케인스에게 이를 읽어보라고 주었다. 20년 뒤 화폐와 금융에 관한 세상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나, 그 당시만 해도 영국 전시 내각의 신출내기 관료에 지나지 않았던 케인스는 퍼니스의 여행기를 읽는 내내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훗날 이렇게 술회했다. "퍼니스의 여행기 덕에 화폐에 관해서라면 세계 어느 나라 국민과 견줘도 철학적으로 훨씬 심오한 생각을 만들어낸 야프섬 원주민을 알게 되었다. 현대의 금 보유 관행은, 논리적으로 더 뛰어난 야프섬 관행에서 배울 점이 많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가 어째서 야프섬의 화폐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고 보편적인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 야프섬의 돌 화폐 이야기는 화폐의 기원에 관한 전통 이론의 설명에 도전장을 내민다. 더 나아가 화폐는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개념에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함 전통이론에 따르면 화폐란 교환의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들 중에서 선정된 물건이며, 화폐교환의 본질은 재화와 서비스를 이 교환수단을 통해 맞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야프섬의 돌 화폐는 이 도식에 들어맞지 않는다.
첫째, 누군가를 지름 30센티미터에서 360센티미터에 이르는 굉장이 크고 단단하며 무거운 돌 바퀴를 교환수단으로 선택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대부분 사례에서 돌 바퀴를 옮기는 것은 거래대상인 재화를 옮기는 것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
둘째, 페이는 다른 모든 것과 교환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에서의 교환수단도 아니었다. 페이가 교환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운반선이 침몰하는 바람에 페이가 바다에 빠진 사례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 문제의 페이를 교환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고사하고 실물을 본 적도 없었다. 야프섬 주민이 이상하게도 페이가 어찌 되건 무관심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들의 화폐 시스템에서 핵심은 교환수단으로 사용되는 돌 화폐가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 교환수단으로 선정된 상품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야프섬 주민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애덤 스미스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장소에서 당야한 상품이 화폐로 선정되었다고 주장했음. 다시 말해 뉴펀들랜드섬에서는 말린 대구, 버지니아에서는 담배, 서인도제도에서는 설탕, 스코틀랜드에서는 못이 화폐로 쓰였음. 그러나 국부론이 나오고 나서 한두 세대 지난 뒤 거기 실린 사례가 과연 타당한지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예컨대 미국인 은행가 토머스 스미스는 1832년 '통화와 은행에 관한 소고'에서 애덤 스미스는 이들 사례를 두고 특정 상품이 교환수단으로 사용된 증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 그 모든 사례는 알고 보면 근대 영국에서 그랬듯 파운드, 실링, 펜스 단위로 계산된 거래와 다르지 않았다. 판매자는 자신의 장부에 화폐단위로 채권을 기재했고, 구매자도 자신의 장부에 화폐단위로 채무를 기재했음. 판매자와 구매자가 누적 채권과 채무를 서로 상계하고 남은 채무의 순 잔액을 그 가치에 해당하는 이런저런 상품을 털어버렸다는 사실은 그 상품이 화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는 신용 시스템 및 신용 시스템 이면의 정산 시스템이 아니라 상품 지불에만 주목한 바람에 상황을 완전히 거꾸로 이해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애덤 스미스가 그랬듯 상품 자체가 화폐라고 하는 것은 처음에는 논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헛소리로 귀결되고 만다 화폐의 본질을 다룬 뛰어난 논문을 두편이나 썼지만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경제학자 앨프리드 미첼 이니스는, 뉴펀들랜드섬에서 말린 대구가 화폐로 사용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에 담긴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직설적인 말로 정확하게 정리했다.
"조금만 생각해도 주산물이 화폐로 사용되는 건 불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가설에 따르면 교환수단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똑같이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부가 말린 대구로 물품 대금을 지급했다면, 어부와 버래한 상인은 똑같이 말린 대구를 구입한 대금을 말린 대구로 지급해야 한다. 누가 봐도 터무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야프섬의 페이가 교환수단이 아니었다면, 페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더 중요하게는 야프섬의 화폐가 아니었다면, 무엇이 야프섬의 화폐였을까? 이 두가지 물음에 대한 답은 굉장히 간단하다. 야프섬의 화폐는 페이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근원적 신용거래 및 정산 시스템이었고, 페이는 이 시스템을 추적, 기록하는 보존수단이었다. 페이는 이들 신용거래를 나타내는 증거물에 불과했다. 뉴펀들랜드섬 주민이 그랬듯이 야프섬 주민이 물고기, 코코넛, 돼지, 해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도 채권과 채무가 발생해 쌓였다. 이들 채권과 채무는 사후정산을 통해 서로 상쇄되었다. 즉, 일회성 거래가 끝난 뒤나 하루 단위, 혹은 일주일 단위 거래가 끝난 뒤 거래 당사자는 서로 원한다면 적절한 가치의 통화, 즉 페이를 교환해 이월된 미결제 잔애을 정산했던 것이다. 페이는 야프섬 주민 사이의 매매거래에서 발생한 미결제 신용 잔액이 기록된,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였다. 다시 말해, 주화와 통화는 근원적 신용거래 시스템을 기록하고, 근원적 정산과정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증거물이다. 주화가 바다에 떨어져 밑바닥에 놓여 있어도 그것이 그 소요주의 재산이라는 데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야프섬보다 경제규모가 더 큰 곳에서도 통화와 주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통화 그 자체는 화폐가 아니다. 화폐는 통화의 의미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신용 정산의 체계다.
- 화폐는 하나의 상품이고, 화폐교환은 재화와 교환수단을 맞바꾸는 것이며, 신용은 화폐상품을 빌려주는 것이라는 전통적 관점은 지난 수백 년간 이론가와 철학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그리하여 경제사상과 경제정책을 지배해왔다. 전통적 화폐이론이 분명히 틀렸다면, 그렇게 유명한 경제학자와 철학자가 그것을 믿었던 이유는 뭘까? 왜 오늘날 유명한 경제학자 대부분이 전통적 화폐이론에 담긴 근본적 이념을 현대 경제사상의 주춧돌로 삼기를 고집했을까? 간단히 말해 왜 전통적 화폐이론은 생명력이 강한 걸까? 여기에는 깊이 생각해야 할 이유가 두가지 있다.
첫번째 이유는 화폐에 관한 역사적 증거와 관련 있다. 오래된 화폐가 적잖이 남아 있지만, 문제는 그 모두가 사실상 단 하나의 유형, 즉 주화라는 점이다. 전 세계 박물관은 고대와 현대의 주화를 잔뜩 쌓아두고 있다. 주화 및 주화에 새겨진 명문은 고대문화, 사회, 역사를 이해하려 할 때 꼭 필요한 주요 고고학적 자료다. 재능있는 학자가 해독한 주화 속 이미지와 짧은 문구는 고대 신의 위계서열, 고대 공화국의 이념에 관한 폭넓은 정보를 알려준다. 고대 주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고전학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전학은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해볼만한 우표수집과는 다름. 가장 성과 높은 역사 연구분야의 하나다. 물론 주화가 고대 역사 연구에서 굉장이 중요한 이유, 무엇보다 화폐 역사의 연구를 지배해온 이유는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은 것이 주화밖에 없기 때문이다.
- 12세기에서 18세기까지 600년 이상 영국 재정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독창적인 회계기술, 즉 재무무 엄대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었다. 엄대는 웨스트민스터궁 인근 템스 강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로 만든 막대기. 엄대에는 재무부의 수입과 지출내역이 눈금으로 새겨졌고, 대로는 글씨로도 적혔음. 지주가 국왕에게 납부한 세금의 영수증으로 쓰인 엄대가 있는가 하면, 국왕이 유력한 신하에게 빌린 돈을 만기에 갚았다는 기록이 담긴 엄대도 있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한 엄대를 보면 "풀크 바셋에게서 받은 위컴 농장지대 9파운드 4실링 4페니"라고 적혀 있다. 13세기 런던 주교 풀크 바셋이 헨리 3세에게 진 빚과 관련 있는 듯하다. 뇌물 수수를 기록한 것 같은 엄대도 있음. 민간인이 소장한 한 엄대에는 "국왕의 은전에 대한 대가로 윌리엄 드 툴레위크에게서 13실링 4페니를 받음"이라는 수상쩍은 글이 적혀 있다. 양쪽 거래 당사자는 엄대에 거래 세부내역을 기록한 뒤 엄대를 가로로 쪼개 하나씩 나눠 가졌다 채권자가 보관하는 것은 스톡이라 불렸고, 채무자가 보관하는 것은 포일이라 불렸다. 스톡이라는 말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영국의 국채를 가리킨다. 버드나무는 나뭇결이 독특하기 때문에 사실상 위조하기가 불가능하다. 또 엄대에 새겨두는 것이 웨스트민스터궁의 장부에 기록해두는 것보다 이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엄대 보유자는 거기에 기록된 재무부 채권으로 제삼자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었다. 현대 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엄대는 채권, 주권, 은행권처럼 보유자에게 액면 금액을 수령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무기명 채권증서였던 셈이다.
- 영국의 엄대 시스템이 보여주듯 주화는 거대한 빙산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음. 주화만으로 화폐와 금융의 방대한 역사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함. 한마디로 화폐의 존재와 운용을 알려주는 물리적 증거가 더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 자연재해가 발생해 현대 금융 시스템의 실상이 담긴 디지털 기록이 파괴되었다고 가정할대, 미래의 역사가가 무엇에 의지해 오늘알 화폐의 역사를 복원할 지 생각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의 추론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파괴되지 않고 남은 파운드와 유로 동전덜, 5센트와 10센트 주화만이 오늘날 화폐의 전부라고 가정한다면, 현대 경제 생활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전통적 화폐이론이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두번째 이유는 사회과학 고유의 문제점과 직접 관련 있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연구대상을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굉장히 어려움. 어떤 제도가 우리 일상적 삶의 핵심부와 가까워질수록 한걸음 비켜서서 그 제도를 분석하기란 굉장히 까다로워진다. 한걸음 비켜서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화폐의 보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우며 화폐가 예나 지금이나 논쟁의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 두번째 이유는 화폐가 경제의 불가결한 일부이기 때문. 우리가 화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국 속담의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며 물이 무엇인지 알려고 애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야프섬 사례는 지난 수백년간 경제학자의 골머리를 썩이던 화폐의 본질, 즉 교환수단으로 기능하는 통화, 상품화폐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관한 그릇된 선입견을 벗겨냈다. 야프섬 같은 원시경제에서도 오늘날 경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통화는 잠깐 사용하다 마는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용거래 뒤 정산하는 메커니즘의 기초를 이루는 시스템이 화폐의 본질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통이론이 그리는 것과 전혀 다른 화폐의 기원과 본질에 관한 그림을 마주하게 되었다. 화폐를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의 핵심은 신용이다. 화폐는 상품교환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세가지 기본요소로 이루어진 사회적 기술이다.
첫번째는 화폐의 액면금액으로 표현되는 추상적 가치.
두번째는 개인이나 기관이 서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과 채무의 잔액을 기록하는 신용거래 시스템
세번째는 원래 채권자가 그 채권과 아무 상관없는 채무를 정산하기 위해 제삼자에게 채무자의 채무상환 의무를 양도할 가능성.
이 세번째 기본요소가 매우 중요함. 모든 화폐는 신용이지만, 모든 신용이 화폐인 것은 아님. 양도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서 차이가 남.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금전소비대차계약만 나타나는 한 차용증서는 신용이지만, 화폐는 아니다. 차용증서를 제삼자에게 양도할때 신용이 생겨나고, 이는 화폐로 양도가능한 신용이다. 신용이 생겨나 화폐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화폐는 단순한 신용이 아니라 양도가능한 신용이다. 19세기 경제학자 겸 변호사 헨리 더닝 매클라우드는 이렇게 말했다.
"조금만 생각해도 화폐의 근본적 성격이 들날 것이다. 분명히 말해 화폐의 주요 용도는 채무를 측정하고 기록하는데, 이 사람에서 저 사라으로 채무의 양도를 쉽게 하는 데 있다. 금, 은, 종이 등 그 무엇으로 만들어졌던 이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수단은 화폐인 것이다. 그래서 화폐라는 말과 양도가능한 채무라는 말은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종류가 무엇이든 양도가능한 채무를 나타내는 것은 화폐다. 또 화폐는 그 소재가 무엇이든 다름 아닌 양도가능한 채무를 나타낸다."
채권은 양도가능하다는 혁신적 생각 덕분에 화폐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발전이 일어났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물물교환 대신 화폐를 사용해 거래하면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채권을 양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경제와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 누가 인류의 운명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발견을 했는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곰곰이 생각한 끝에 부채도 판매 가능한 상품이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 아일랜드 은행 폐쇄 사례는 은행과 신용카드, 위조방지 표식이 새겨진 지폐 같은 공식적 장치는 화폐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 이들 장치는 사라질 수 있지만, 화폐는 살아남는다. 신용거래 및 정산 시스템으로서 팽창과 수축을 한없이 반복하며 거래의 원활한 순환을 도움. 화폐가 신용거래 및 정산 시스템으로 기능하려면 신용도가 높은 채무자가 존재하고, 제삼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인수할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어야 함. 경험에 비춰볼 때 정부와 은행이 나서면 이 두가지 기준이 쉽게 충족되지만,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은 그러기가 쉽지 않음. 그러나 아일랜드의 은행 폐쇄사례가 보여주듯이 이 경험칙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님. 공식적 화폐 유통질서가 해체되더라도 사회는 효과적 대안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 우리는 형체와 내구성을 겸비한 주화를 비롯한 모든 통화는 화폐이고, 그 위에 신용과 채무라는 마법과 같은 무형의 장치가 놓여 있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다. 양도가능한 신용이라는 사회적 기술이 자본적 힘이나 화폐의 원초적 실체다. 야프섬의 돌 화폐 페이, 중세 영국의 버드나무 엄대는 물론 은행권, 대용화폐,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벌어진 통화 혼란사태 때마다 작성된 차용증서, 오늘날 선진국 은행이 널리 사용하는 전자 데이터 등은 모두 무수한 채권, 채무관계의 근저에서 수시로 변화하는 잔액을 기록한 증거물이다. 뉴턴 역학이 양자역학으로 바뀌면서 물리 현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달라졌듯이, 화폐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경제현실을 이해하는 방식도 극적으로 달라진다.
- 구소련 사회에서 살았던 사람이 계획이나 계획을 조율하는 계획가가 없어도 경제가 작동할 수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듯이, 시장경제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는 사회가 시장이나 화폐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랄 것이다. 화폐와 시장이 존재하기 전에 무엇이 사회를 조직했을까?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는 이에 대해 풍부하고 자세한 대답을 들려준다.
- 화폐가 없던 암흑시대 그리스사회는 어떻게 작동했을까? 의식주 같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부족원이 자기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근근이 먹고사는 자급자족 경제였기 때문이다.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는 공동체를 조직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세가지 사회제도도 강조한다. 일리아드는 특히 전쟁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전쟁에서 도시를 점령하거나 적을 물리친 뒤 전리품을 나눠 갖는 것은 그중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이는 일종의 소득분배 시스템으로서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분배규칙부터 빈번하게 논란이 된다. 사실 일리아드의 줄거리는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와 그리스 동맹군 사령관 아가멤논이 누가 전리품을 더 많이 차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말다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오딧세이의 시대에 이르러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다. 오딧세이는 트로이에서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과, 아버지를 찾아 에게해를 떠도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오디세이 시대에는 일리아드 시대와 전혀 다른 제도가 장면을 지배함. 다시 말해 부족장 사이에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이 등장한 것. 동료 귀족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선물을 주는 것이 당시 관습이었다. 이 선물은 다음번 찾아가면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원시적 형태의 교환경제는 사회적으로 동등한 사람과의 유대를 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미래에 대비한 사회적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데 목적이 있었다. 전리품 분배규칙이 그랬듯이 교환경제 규칙도 종종 분란을 일으키곤 했다. 트로이 전쟁 자체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규칙을 어기고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신부인 헬레네를 데리고 달아났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나 암흑시대 그리스 세계에서는 전쟁중일 때를 제외하면 교환경제가 가장 중요한 경제적 상호작용 시스템이었다. 사실 교환경제는 그 당시 세게관에 비춰볼 때 핵심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호메로스보다 200년 뒤에 활동한 어떤 시인은 행복한 삶의 본질을 포착해 이렇게 읊었다. "아들, 사냥개, 말 그리고 외국에서 돌아온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리니."
- 거의 모든 면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회는 암흑시대 그리스 사회와 달라도 아주 달랐다.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에는 원시적이고 평등한 부족사회가 있었지만, 메소포타미아에는 수만명의 주민이 반신반인 왕의 지배를 받으면 다층적 위계질서에 따라 조직된 도시가 있었다. 또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에서는 부족장이 무지막지한 권력을 휘두르며 평민을 지배했지만, 고대 메소포타미아에는 신전관료가 운영하는 회계 시스템에 의한 정교한 지배가 뿌리를 내렸다.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 경제는 호혜성 원리와 희생의식이 지배하는 단순한 경제였지만, 고대 메소포타미아 경제는 세련된 경제계획 시스템이 지배하는 복잡한 경제였다. 호혜성 원리와 희생의식이 수천년간 무수한 원시부족에게 낯익은 것이었다면, 경제계획 시스템은 현대 다국적 기업 경영자에게 낯익은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차이가 있었지만, 고대 메소포타미아 경제와 암흑시대 그리스 경제는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똑같았다. 신전 관료의 계획경제건, 암흑시대 그리스의 원시부족 제도건 화폐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대단히 뛰어난 상업문명이 발달했고 당시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경제를 뽐냈으며 문자, 숫자, 회계를 발명한 사회로 꼽힌 고대 메소포타미아가 왜 화폐를 발명하지 못했을까?
- 전통적 도량형 개념은 구체적 상황에서 사용하기 위해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진 것, 눈앞에서 진행되는 활동과 가장 관련깊은 측면을 포착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경작지의 둘레를 재서 그 넓이를 알아낸다. 그러나 중세 촌뜨기 농부에게 밭의 넓이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톨트 쿨라의 설명을 들어보자. "밭의 두가지 질적 측면이 대단히 중요하다. 첫째가 밭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둘째가 밭에서 거둘 수 있는 수확물의 양이다." 그 결과 밭을 측정하는 전통적 단위는 한 사람이 하루에 쟁기질할 수 있는 넓이나 일정한 양의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넓이를 기준으로 정의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넓이의 단위를 정하면, 밭의 질적 수준에 따라 넓이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음. 현대인이 보기에 일반성 없는 단위였지만,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한 장점이 있었다. 이 사례는 모든 도량형 개념의 적절성 정도와 표준화 여부는 그 용도가 무엇인가에 좌우된다는 일반적 사실을 보여준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도량형학은 정적인 학문이 아니다. 측정용도가 바뀌면 측정단위와 측정기준도 바뀐다. 게다가 측정용도가 측정단위, 기준은 서로 기줌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즉, 관습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측정단위가 새로 등장하는가 하면, 범위가 더 넓은 도량형 개념이 발명되고 더 일관된 기준이 적용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기술적, 경제적 협력이 활기를 띠기도 한다. 고립된 자작농 위주의 경제에서는 마을마다 다르고 일관성 없는 여러 측정 시스템과 기준 시스템으로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의 시대, 즉 기계의 시대이자 대량생산의 시대는 표준화를 요구했고, 국제무역과 산업의 급성장은 효율성이라는 명분하에 공통의 단위를 필요로 했다. 오늘날에는 공통의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보편적 단위의 필요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 고도의 기술과 세련된 문화가 반드시 발전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사상의 흡수를 거려했거나 흡수할 능력이 아예 없었던 선진적 문명이, 기존 성취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후진적 민족에게 따라잡힌 사례가 풍부하다. 고대 세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메소포타미아에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사회 시스템, 즉 관료제에 의해 운영되는 대도시와 복잡한 경제가 있었다. 관료제는 문자, 수, 회계 같은 최첨단 사회적 기술을 이용해 최적의 효율과 성과를 발휘했다. 인류 문명의 정점을 찍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서방 미개민족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들 미개민족은 1000여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이미 사라진 투박한 부족제도를 기반으로 소규모 사회를 조직해서 살았다. 그러나 그리스는 달랐다. 그리스인은 문자와 숫자를 받아들이면 편익이 엄청나다는 것을 아주 잘 알았다. 그들은 동방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적절한 관계를 맺자 마자 새로운 기술을 철저하게 받아들여 전 그리스 세계로 퍼뜨렸다.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 사이에서 문명을 전파한 민족은 레반트 지방의 페니키아인이었다. 그리스 인이 암흑시대 말기부터 광범위하게 관계를 맺은 페니키아인은 항해술과 장사수완이 뛰어난 민족이었다. 그리스 문자에 관한 최초의 고고학적 증거로 글귀 세줄이 간명하게 새겨진 유명한 술잔이 꼽힌다. 1954년 이스키아섬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이 술잔의 제작연대는 기원전 750년에서 700년 사이로 거슬러 올라감. 불과 몇 십년 사이 문자와 숫자를 사용하는 능력이 동으로는 흑해 연안에서 서로는 시칠리아섬과 티레니아해 연안 식민지까지, 그리스 세계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문자와 숫자라는 새로운 기술은 그리스 문화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기원전 650년 이후 100년간 전례 없는 지적 혁명이 일어났다. 수량화하는 능력, 기록하는 능력, 반성하는 능력, 비판하는 능력 덕에 사고의 행방이 일어난 것이다.
- 메소포타미아는 화폐의 세가지 요소 중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문자와 숫자의 발견을 기반으로 발전한 회계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정교한 관료경제, 통제경제에는 보편적 경제적 가치라는 개념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제각각 독자적 기준이 있는 제한적 용도의 가치개념만 필요했고, 그들은 이를 완성시켰다. 화폐의 첫번째 구성요소인 추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경제적 가치의 단위를 개발하지 않았다. 반면에 암흑시대 그리스에는 비록 원시적 형태이긴 했지만, 보편적 가치개념과 보편적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있었다. 그리스 암흑시대에는 회계 시스템은 고사하고 문자도 숫자도 없었음. 화폐의 첫번째 구성요소가 발생 초기 형태로 존재했지만, 두번째 구성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방의 최신기술인 문자, 숫자, 회계가 야만적 서방에서 싹튼 보편적 가치의 척도라는 개념과 결합하자 비로소 화폐의 전제조건이 형성될 수 있었다.
- 화폐의 두가지 구성요소, 즉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가치 단위개념과 화폐를 단위로 삼아 장부에 기록하는 관습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세번째 구성요소인 탈중앙적 양도원리도 나타남. 보편적 경제적 가치라는 새로운 개념이 싹트면서 중앙 통제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의무를 상쇄하는 것이 가능해짐. 또 객관적인 경제적 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 즉 시장개념은 그 가능성이 부단히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남. 시장이 있을 때 사람들은 중앙 통제기관에 무엇을 선호하는지 알려 행동지침이 받는 대신, 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고 임금에 합의할 수 있다. 이때 흥정이 성공하려면 공통의 언어가 있어야 함. 흥정하며 주고받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서로 공유해야 함. 그래서 가치개념과 표준화한 가치측정 단위의 공유는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임. 다시 말해 흥정이 일어나려면 어떤 재화와 서비스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경제적 가치의 단위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달러화는 무엇인가에 관한 일반적 합의가 없다면, 시장바닥에서 달러화로 표시된 가격을 놓고 흥정하는 것은 새와 벌에게 말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최초의 혁명적 화폐화 경험은 사회와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 경제 중앙통제기관과, 고착화된 사회계층을 특징으로 하던 전통사회 시대는 끝났다. 대신 화폐사회시대, 시장이 거래를 조직하는 원리로 기능하는 시대, 가격이 인간의 행동지침으로 작동하는 시대, 그리고 야망과 기업가 정신, 혁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새로 열림. 낡은 우주론은 죽어갔고, 그와 더불어 공정한 사회질서는 우주질서의 지상 축소판이라는 낡은 생각도 사라져갔다. 대신 돈 버는 능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경제중심적, 화폐중심적 생각이 발전했음. 낡은 제도 아래서는 사회적 지위가 절대적이었음. 농부로 태어나면 농부로 살다 죽었고 부족장으로 태어나면 부족장으로 살다 죽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었다. 인간의 가치를 측정하는 유일한 척도는 돈이었다. 그리고 돈의 축적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없다. 재산도 잃고 친구도 잃은 아르고스의 귀족 아리스토데모스는 새로 자리잡은 질서에 넌더리를 내며 "아, 돈! 돈 나고 사람 나는 세상이야"라는 유명한 말을 내뱉었다. 이제 돈이 사회적 지위, 가문, 명예를 좌우했고, 전통은 아무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누구든 돈이 없으면 별 볼 일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 아르헨티나 외에도 통화 레지스탕스가 정부의 경제적책에 맞선 게릴라전을 벌인 사례는 더 있음. 90년대 초 구소련이 붕괴할 무렵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음. 러시아 정부는 수십 년간 보조금에 의지해 유지되어온 기업을 겨냥해 예산을 매섭게 줄이는 충격요법을 취했다. 그 바탕에는,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기업을 대거 청산하는 창조적 파괴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기업경영자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경영하던 기업이 공식 금융부문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꽉 막히고 경영자들은 조용히 퇴직하라는 압력에 직면했지만 그들은 묘책을 생각해냄. 독자적 통화 네트워크를 만들어 거래를 정산한 것. 공급사슬로 연결되어 장기간 거래신용을 쌓아온 덕분에 국정통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채권, 애무를 상쇄할 수 있는 기업이 모인 네트워크였다. 97년에 이렇게 통화 네트워크를 통해 정산된 기업간 거래규모는 러시아 전체 거래규모의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됨. 노동자는 대용화폐나 바우처러 급여를 받음. 우크라이나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 발행규모에 관해 다음과 같이 요약. "이들 사적 화폐, 독립회계 화폐의 종류가 우크라이나는 수백가지, 러시아는 수천가지에 이른다."
- 제정 초기 로마 상류층이 농장 경영으로 부를 쌓던 시절은 한참 전에 끝남.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농장을 경영해 부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라고 당시의 로마인을 노래했다. 그는 "전 재산을 국채에 쏟아부었다."는 이유를 대며 청구서에 지불하지 못해도 봐달라고 간청한 금리생활자가 드물지 않았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 살았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시대에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거들떠보지 않고 화폐 형태로만 부를 쌓기로 선택한 부자가 있었다. 로마의 은행가도 예금을 받고 대출을 일으키며 국제거래를 정산. 그때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금융 엘리트는 복잡한 금융기법으로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을 현혹했다. 금융 엘리트의 행태에 신물이 난 키케로는 신랄하게 비꼬는 글을 썼다. "야누스 신전 부근 영업소에서 일하는 어떤 영악한 친구들은 어디서 돈을 벌고 어디에 돈을 맡겨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그 어떤 학파의 철학자보다 말을 잘한다." 이렇듯 화페화가 널리 진행되었으므로, 로마인이 현대 금융의 낯익은 또 하나의 특징인 신용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님. 로마 사회가 현대 사회와 닮은 점이 많아 가끔 기괴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원후 33년 로마 황베 티베리우스의 재무관은 최근 몇 년간의 사적 대출업 붐이 과도하다고 판단. 비정상적 과열양상을 보인 사적 대출업을 진정시키려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결정 내리고 선행법령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수십 년 전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의 시조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부유한 세습귀족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짐. 카이사르는 한마디로 대출업자의 자기자본요건을 엄격하게 정하는 법을 제정했던 것. 이 법이 알려주는 바는 명백했다. 아무리 사적 대출업을 규제해도 부지런한 대출업자는 매번 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용케 알아낸다는 것이었다. 역사가 코르넬리우스 타키투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규제조치를 취하며 사적 대출업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대출업자는 희한한 수법을 개발해 되살아났다."고 썼다.
- 화폐사외에서 전통사회로 전면적으로 후퇴했으나 완전하게 후퇴한 것은 아니었다. 대형 금융거래의 정교한 기법부터 자그마한 주화를 사용할 때의 소박한 편리함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금융기술의 파노라마는 잊혔지만, 로마 화폐사회의 흔적은 남아 있었다. 보편적인 경제적 가치개념이 그것이다. 유동적 사회구조가 다시 딱딱하게 굳어감에 따라 확고한 부족관계와 봉건관계가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화폐사회의 전형적 징표인 보편적인 경제적 가치개념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훗날 유럽 사회의 재화폐사회화를 널리 촉진시키는 지적 고정자본이 되었다. 8세기 말 프랑크 왕국이 서유럽을 제패한 뒤 화폐사회는 부활했다. 샤를마뉴 대체 치하에서 파운드, 실링, 펜스 등의 화폐단위가 되었고, 유럽 전역에서 일관된 기준에 따라 화폐가 발행되었음. 그러나 이 첫번째 화폐 르네상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12세기 전반에 이르러서야 2000년 전 에게해에서 확립된 논리에 따른 재화폐사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됨. 12세기말부터 서유럽 저지대나라(벨, 네, 룩 일대)를 시작으로 전 유럽에 걸쳐 전통적인 현물지대가 화폐지대로 바뀌어감. 농노가 1년 중 일정기간 동안 봉건영주에게 노역을 마치던 부역제도도 임금노동으로 대체됨. 가난한 사람이 보기에 세습귀족과 다르지 않았던 민간 관료는 봉급을 받으며 전문적 일을 하는 집단이 되기 시작. 이거은 민간관료를 부릴만한 경제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로마시대 이후 처음으로 조세의 금납화가 재도입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 12세기말에서 14세기 중반에 거린 이른바 장기 13세기에 벌어진 유럽의 재화폐사회화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현상을 초래. 첫째, 화폐로 거래하며 부를 쌓아가는 개인과 기관이 출현. 그들은 군주 이상으로 화폐에 대해 '정치적으로 강력한 이해관계'가 있었다. 화폐 사용이 늘어날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기적이었다. 경제활동의 화폐화가 더욱 심해지고 화폐경제에 말려드는 사람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시뇨리지를 부과하는 대상도 확대됨. 그러나 군주는 국고를 채워주는 시뇨리지의 마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적 한계까 아니라 정치적 한계였다. 새로 등장한 화폐 이익집단은 때가 되면 군주의 도를 넘는 시뇨리지 추구행위에 반대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 리옹 같은 대도시에서 시장이 서면 유럽의 대상인은 대륙 곳곳의 마을과 도시에서 매주 열리는 장을 크게 키울 기회로 생각해 모여들었다. 이런 시장은 국경을 가로지르는 고가의 사치품 거래가 일어나는 주요 공간으로, 거기서 중세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발휘되었다. 그것은 물론 지역에서 생산되는 변하기 쉬운 다양한 농수산물이 소규모로 거래되는 공간이기도 했음. 그러나 장기 13세기 동안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을 조직하는 방식이 바뀜. 무엇보다 무역업에서 노동의 분화가 일어남. 상인 가문의 수장은 이제 더는 상품을 갖고 돌아다니지 않았다. 본국에 머물면서 대리인을 주요 수출시장에 보내 상주시켰고, 계약에 따라 육지나 행상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전문 운송인을 두었다. 상인은 상품이나 상품거래대금의 명의변경 같은 국제거래의 법적, 재무적 측면이나 전화 한 통화로 받은 수입과 다른 통화로 나간 지출을 조정하는 재무적 계산에 주로 관심을 기울임. 상품을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기는 지루한 작업은 상인보다 더 낮은 계급에게 넘어갔다. 이처럼 무역을 조직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시장의 본질도 서서히 바뀌어감. 본래 리옹 같은 대도시의 시장은 지역 소매상인의 거래가 맨 밑에 위치하고, 도매상인과 국제상인의 거래가 중간에 위치하며, 낮은 수준에서 누적된 신용거래의 상계처리가 맨 꼭대기에 위치하는 피라미드 모양.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 상인계급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페르낭 브로델이 말했듯이, "피라미드 밑바닥이 아닌 꼭대기에 상품이 아닌 신용이 집중되었다." 상품을 물리적으로 교환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 몇 달 동안 국제거래에서 누적된 채권과 채무 잔액을 정산하고 결제할 기회는 날로 늘어갔다. 한 시장이 문을 닫고 다른 시장이 문을 여는 사이 국제거래는 주화가 아니라 환어음에 바탕을 둔 신용으로 결제되었다. 환어음은 범유럽 상인가문이 고객에게 발행한 크레디트노트였다. 그러면 고객은 해외도시의 공급자에게 상품대신 크레디트노트를 건네주었음. 결국 1555년 무렵 리옹 시장은 유럽의 상인가문이 거래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환어음을 발행함에 따라 상호 누적 채권과 채무잔액을 정산하는 정산소 역할을 주로 했다. 상품이 아니라 화폐를 교환하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됨. 온종일 문서작업에 매달리던 이탈리아 상인도 이 시장 시스템의 일부였음
- 유럽의 대상인 가문은 영업활동이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거래 사슬의 중간에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음. 신용을 계층적으로 조직화할 가능성을 재발견 한 것. 지역 소매상인의 지불약속은 고객과 공급자라는 좁은 범위를 벗어나면 별 가치가 없다. 그러나 지역 소매상인보다 거래규모가 훨씬 크고, 보유자금이 아주 많으며, 오랜 성공의 역사를 누려온 국제적 대상인의 지불약속은 달랐다. 대상인이 자신의 지급약속으로 지역 소매상인의 지불약속을 대체하면 그 전에는 고작 지역경제 테두리 안에서만 유통되던 차용증서가 대상인의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면 어디서나 유통되는 차용증서로 바뀔 수 있었다. 결국 지역 소매상인의 신용이 맨 아래에 놓이고, 도매상인의 신용이 중간에 놓이며, 배타적이고 유명하며 결속력이 강한 국제적 대상인 집단의 신용이 맨 꼭대기에 놓이는 신용 피라미드가 세워졌다. 다시 말해 국제적 상인 가문이 지역 상인가 지역상인의 거래상대에 끼어들어, 유동성 없는 쌍방향 지불약속을 이 채권자에게서 저 채권자에게로 쉽게 양도가능한, 그래서 대상인 가문의 신용이 통하는 곳에서는 화폐처럼 유통할 수 있는 유동성 있는 부채로 바꿔 놓았다. 달리 말해 아주 영세한 지역상인조차 국제적 대상인의 이름 아래서, 지역의 테두리를 벗어나 원래 채무자가 누구이고 무슨 사업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유럽 다른 지역의 상인과 거래하고 대금을 결제할 수 있었다. 바로 여기서, 즉 사적 결제 시스템의 창출에서 근대 은행의 발명이 싹틈. 근대 은행의 기원이 보잘것 없어서 의외라 생각할 수도 있다. 흔히 생각하기에 은행 부문의 지급 서비스는 틀에 박힌 지루한 업무이고 대출이나 증권, 채권거래는 역동적인 업무일 것 같다. 그러나 자금조달 및 지급결제 활동은 은행의 기본활동이다. 이 활동 덕분에 은행은 통화 역할을 하며 특별한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은행은 한편으로는 차용증서(은행이 예치한 예금, 은행이 발행한 채권과 어음 등 은행입장에서 부채)를 발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용증서(은행의 대출금과 보유유가증권 포트폴리오 등 은행 입장에서 자산)를 모아둔다. 모든 기업은 공급자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고객에게서는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놓는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이들 재무적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설비자산, 업무용 부지와 시설, 재고자산 등 실물자산의 가치보다 작다. 그러나 은행은 정반대다. 리옹 시장의 수수께끼에 싸인 이탈리아 상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떠올리면 짐작가능함. 은행의 실물자산은 예나 지금이나 무시할 만한 것으로 평가받음. 현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적힌 금액을 보면 어마어마하다. 07년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적힌 자산규모는 영국 전체 GDP보다 더 컸다. 제조업 기업도 그만한 규모의 자산을 쌓아둘 수 없다. 은행이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대차대조표에 적어둘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든 자산이 지불약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 거의 모든 부채도 마찬가지다.
- 환은행가가 유럽 대도시 간 무역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환어음을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인수함에 따라 채권과 채무잔액이 쌓여갔음. 환은행가 집단의 결속력이 끈끈해, 미결제 잔고가 쌓여도 기꺼이 용인했음. 그렇지만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빚졌는지 분명하게 파악하려면 채권과 채무를 정기적으로 상쇄해야 했다. 누적 채권과 채무는 쌍방이 합의하면 즉석에서 상쇄할 수 있었지만, 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리면서 채권과 채무를 덩어리로 정산할 기회가 점차 자연스레 열렸다. 대상인 가문은 분기마다 리옹시장에서 모임을 갖고 서로의 장부를 맞추며 정산했다. 시장이 열리고 나서 처음 이틀 동안은 열심히 채권과 채무를 사고팔고 새 환어음을 발행하며 오래된 환어음을 취소했다. 일과가 끝날 무렵에는 대상인 가문 대리인이 일제히 분기별 장부를 마감해 대상인 가문 사이의 채권과 채무잔약을 확정지었다. 셋째날은 가장 중요한 환율의 날이었다. 환은행가 집단의 고위 간부는 따로 모여 콘토, 즉 에퀴 드 마르와 유럽의 다양한 법정화폐 사이의 환율 명세서를 작성. 환율명세서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중추였다. 시장 마지막날인 결제의 날에 환율명세서에 적힌 환율로 미결제 잔액을 다음 정산일까지 이월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현금으로 결제할 것인지 합의해야 했다. 리옹의 비밀스러운 이탈리아 상인 같은 신중한 환은행가의 임무는 시장이 열린 첫째 날 채권과 채무의 거래를 성사시켜 결제의 날까지 잔액을 완벽하게 털어내고 이익을 올리는 것이었음. 그러나 환은행가가 경이로운 부와 권력을 누리는 실제 원천은 갓 생겨난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틈을 파고들어 투기할 줄 아는 능력 하나만이 아니었다. 환어음 시스템은 국제무역이나 외환거래는 촉진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지만, 그 수단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이는 훨씬 포괄적이고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시스템이었다. 환은행가는 유럽 곳곳에서 사적 신용이 화폐로서 유통될 수 있게 하는 거대한 기계의 가동부를 차근차근 조립해나갔다. 거기에는 화폐의 세가지 기본적 구성요소가 담겼다. 먼저 아르헨티나의 크레디토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추상적 가치단위, 에퀴 드 마르가 있었다. 또 독자적 회계 시스템도 갖췄다. 파치올리가 산술집성에서 정리한 부기규칙가 대상인 가문이 부기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합의한 표준규약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어음과 주요 시장의 어음교환소를 이용해 채권과 채무잔액을 이전하고 정산하는 시스템도 마련. 환어음은 국가 내부의 공적 화폐와 상호작용하는 초국적 사적 화폐가 되었다. 환은행가는 국제적이고 자율적이며 결속력이 강한 네트워크로 범유럽 신용 위계체계의 최정점에 올라섬으로써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성공. 환어음 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유럽 전역에서 유통될 수 있는 사적 화폐를 만들어냄. 환은행가가 만든 사적 화폐의 경제적 의미는 분명했다. 상업혁명을 촉진했고 환은행가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줌. 뿐만 아니라 이는 획기적 정치변화, 금융의 면모를 영원히 바꿔 놓는 변화의 조짐이기도 했다.
- 잉글랜드 은행설립으로 화폐 이익집단과 군주는 역사적 타협에 도달. 화폐 레지스탕스가 마침내 권력을 잡았고, 그 보답으로 그림자 군대가 비록 부분적이긴하지만 정부를 지지했다. 이 타협은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화폐 시스템의 직계 선조다. 화폐를 창조하고 관리하는 일은 사적 은행에 거의 전적으로 위임되지만, 법정화폐가 최종정산자산으로 남아 있는 시스템 말이다. 여기서 최종정산자산은 피라미드 맨 위에서 두번째 층에 있는 은행간, 혹은 이들 은행과 국가 사이에 얽히고 설킨 채권, 채무 잔액을 정산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신용잔액을 말함. 현금은 군주가 지켜야 할 신용의 징표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유통중인 화폐 대부분은 사적 은행계좌에 기록된 신용잔액이다. 1694년의 정치적 타협을 모태로 탄생한 군주의 화폐와 사적 화폐의 융합은 아직도 현대 화폐 시스템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 맨더빌은 비록 가볍게 툭 던지듯 우화를 발표했지만 그 우화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심오한 생각을 담았다고 생각했다. 탐욕스러운 말버러 공작의 특별한 사례는 일반화될 수 있었다. 언뜻 사악해 보이는 모든 행동이 의도와 달리 실제로는 최상의 결과를 낳음. 맨더빌은 1714년 이 풍자시의 증보판을 새로 펴냈다. 증보판의 제목 '꿀벌의 우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은 사회의 역설적 면을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인간 사회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우호적 자질과 속 깊은 애정이 아니다. 이성과 자기부정에 의해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도덕성도 아니다. 선천적인 악에서 도덕적인 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 세상의 악이라 부르는 모든 것 덕분에 인간사회는 존재할 수 있다." 자칫 악을 장려하는 말로 들리겠지만, "인간의 모든 예술과 과학의 진정한 기원은 악이다. ... 악이 멈추는 순간 사회는 완전히 해체되지는 않더라도 심하게 망가질 것이다." 사회 차원에서 최적의 결과를 낳는 최상의 방법이자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야망, 탐욕, 원초적 이기심을 추구하는 개인차원의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다. 당파성 짙은 풍자시인이 진지한 정치경제학자가 되었다. 맨더빌의 시집은 심한 분노를 샀다. 철학자와 성직자가 앞다퉈 그의 끔찍한 주장을 반박했다. 그가 쓴 시집과 수필집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금융혁명이 잉글랜드 은행의 설립이라는 날개를 달고 탄력을 받았듯이, 맨더빌의 역설적 주장은 분명 시대정신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었음. 화폐는 어디서나 유통되엇다. 해마다 새로운 회사가 세워졌다. 시골 아낙네조차 주식투자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 기업혁명과 금융혁명이 빚어낸 새로운 세상은 설명과 정당화가 필요했다. 바로 이때 물의를 일으키며 등장한 맨더빌의 주장은 그 두가지를 동시에 달성해낸 것처럼 보였다. 계몽시대의 떠오르는 샛별 중 한 명이던 스코틀랜드인 애덤 스미스가 받아들인 맨더빌의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충분히 통할 만한 화폐사회이론의 밑거름이 되었다.
-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조직적 경제활동과 개인의 행동을 연관시키는 체계적 이론을 최초로 정립. 금융혁명이 전통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살핀 초기 사상가들의 생각을 최초로 일관성 있게 종합. 그는 상업이 발달하고 화폐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질서와 좋은 정부가 자리를 잡았고, 개인의 자유와 안전도 향상되었다'고 주장. 애덤스미스는 이 같은 금융혁명의 정치적 배당이 축적되고 지급되는 이전의 역사적 역설도 깨달았다. 전통사회의 최대 수혜자였던 봉건영주는 화폐의 마력에 푹 빠졌다. 그들은 사치품을 무척 좋아했고, 그로 인해 봉건지대의 화폐화가 촉진됨. "봉건영주는 유치하고 천박하며 추잡한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내동댕이쳤다." 맨더빌이 읊은 역설적 과정을 애덤 스미스가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행동이 의도와 달리 사회의 이익을 효율적으로 증진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보이지 않는 손'은 대단히 유명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또한 이 만족스러운 결과가 개인이 내린 자기결정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자체의 특징이라는 점을 강조. 개인은 '사실 사회의 이익을 증진할 의도가 없다. 심지어 자신이 어떻게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는지 알지 못한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가치가 만물의 척도가 되고 화폐사회의 동적 관계가 전통사회의 정적 관계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것은 정치적 균형과 경제적 균형을 지향하는 객관적 시스템으로서의 화폐사회에 대한 전망이기도 했다. 전통사회가 전복되면, '임차농이 독립자영농이 되고 지대가 사라지면, ... 도시는 물론 농촌에도 정상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어느 누구도 그 정부가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화폐사상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업적을 남겼음. 경제적 관점과 정치적 관점 양쪽에서 화폐사회를 철저하게 정당화했던 것이다. 화폐사회는 실천적 차원에서의 화폐 대타협에 어울리는 지적, 도덕적 차원에서의 역사적 타협이었음. 잉글랜드 은행 설립자는 사적 은행과 국정화폐를 결합시키면 역사속에서 경제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를 향한 힘이 용솟음칠 것으로 믿었다. 정치적 자유주의의 아버지 로크는 누구나 화폐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그리고 화폐에 수반되는 자연스럽고 변치 않는 경제적 가치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화폐는 새로운 복음인 입헌정부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선언. 화폐는 절정기에 도달했다
- 화폐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전통사회는 엄두도 내지 못할 방법으로 사회적 안정과 사회적 이동을 결합시킬 수 있다는 독특한 약속을 했다. 화폐가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발명품이 된 것은 이 약속 덕분이었음. 화폐사회가 확산됨에 따라 사회와 경제가 전통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하는 곳에서 야망과 혁신이 굉장치 효과적으로 싹텄다. 화폐는 은행과 더불어 정치혁명의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규모로 사회 구석구석을 활발하게 변화시켰다. 화폐의 장점을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본 유명한 회의주의자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9세기 중반의 고도로 발전한 화폐사회를 두고 다음과 같이 불평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고정된 관계, 빠르게 굳어진 관계는 유서깊은 오랜 편견 및 견해와 함께 사라져갔다. 새로 형성된 모든 관계역시 미처 자리잡기 전에 낡은 것이 되고 만다. 견고한 것은 아무 흔적없이 사라진다. 신성한 모든 것이 모독당한다.
- 늑대 사이에서 살아가려면 늑대처럼 울어야 한다.
- 로의 시스템은 믿기지 않는 성공을 거두었다가 한순간에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탓에 금융사기극의 전형으로 매도당했고, 로는 18세기 버니 메이도프로서 금융사기극의 주연을 맡았다는 비난을 샀음. 영국 작가 대니얼 디표는 로가 한 일을 놓고 일확천금을 좇는 젊은이의 본보기라고 비꼬았다. "로의 사례가 말해주는 바는 간단하다. 할 수만 있다면, 검을 차고 다니다 애인의 남자친구 한두 놈 죽여 교도소에 갇혔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탈옥하라. 낯선 나라로 건너가 주식 투기꾼으로 변신한 다음, 국채를 발행해 나라 전체를 거품경제속으로 몰아넣어라. 그러면 당신은 금방 대단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디포의 평가는 너무 피상적이다. 로의 시스템은 화폐의 힘을 활용하려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실험이었다. 화폐사회의 장점은 살리고 바람직하지 못한 결점은 피하기 위한 제3전략의 원형이었다. 스파르타 전략과 소비에트 전략은 기본적으로 화폐를 믿지 않았고, 화폐의 이용을 억제하거나 제한하려고 시도했음. 반면에 존 로는 야망과 기업가 정신을 촉발시킬 수 있는 힘이 화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믿었다. 로의 회의론은 화폐의 두번째 약속, 즉 고정된 금융적 의무가 제공하는 안전성과 안정성을 사회적 유동성과 결합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약속과 관련이 깊었다. 그래서 로의 전략은 보편적 경제적 가치라는 개념의 사용을 막는 것을 지향하지 않았다. 대신 겨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향했다. 불가능한 일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것이 로의 시스템의 궁극적 목적이었다. 그는 이행 불가능한 군주의 지급약속이라는 베일로 화폐의 모순적 약속에 담긴 위험을 가리는 대신 모든 화폐 사용자가 그 위험을 명시적 전면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새로운 타협을 이뤄내려 했다. 로는 국가 소유 단일회사와 국가소유 단일은행을 합병시킴으로써 불산된 화폐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에 숨어 있던 것을 명확히 드러내 보여주었음. 모든 소득과 부는 따지고 보면 생산적 경제에서 흘러나온다. 화폐가 궁극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이 소득에 대한 청구권이다. 그러나 소득은 불확실하다. 세계는 불확실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소득에 대한 청구권의 가치도 불확실하다. 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화폐로 이용되고, 다른 말로는 부채라고도 하는, 고정적인 금융적 청구권을 가변적인 금융적 청구권, 달리 말하면 주식으로 바꾸는 것임. 그러기 위해서는 네덜란드나 잉글랜드에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후에도 존재한 적 없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조세징수권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자산을 소유하는 기업이다. 이 지분-화폐는 관습적 화폐보다 안정성이 떨어졌다. 1720년 로가 만든 시스템에 투자한 사람들이 깨달았던 대로 주식-화폐의 가치는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이유에서 지분-화폐의 이동성은 더 높았다. 로의 시스템은 이렇게 철저한 투명성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덜 강력한 대안도 내놓았다. 왕립은행이 발행하는 지폐, 즉 은행권이 그것이다. 이 은행권은 화폐본위의 단위를 잣대로 고정된 가치가 매겨졌다. 그러나 화폐본위 그 자체는 국왕평의회가 경제적, 재정적 관점에서 가장 적절할 것 같은 수준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변동이 심했다. 달리 말하자면, 지분-화폐와 은행권의 유일한 차이는 지분-화폐는 시장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지만, 은행권은 군주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로의 시스템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이었으며, 시대를 수백년 앞서갔다. 1973년 국제 금환본위제가 무너지고 명목화폐본위제가 전 세계 규범이 되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250년 앞을 내다본 것이었다. 그러나 로의 시스템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어디에 결함이 있었을까? 당연히 온갖 부수적 문제가 로의 야심만만한 계획을 방해했다. 로는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했지만, 자신의 시스템 때문에 특권을 빼앗긴 기득권 집단의 힘은 과소평가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는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공적 정부부채가 아니라 공적 정부지분을 제공한다는 로의 독특한 생각자체도 시대를 너무 앞선 것이었다. 이후 시대에 로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로의 해법에는 이들 부수적 문제를 압도하는 근본적 오류가 있었다.
- 메소포타미아인은 이렇듯 부채의 문제점을 꿰뚫어보고, 자신의 전통과 종교적 우주론에 바탕을 둔 해법도 마련해 놓았다. 부채의 일부나 전부를 탕감해 사회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하늘의 신을 대리해 지상을 다스리는 국왕의 책임이라 보았음. 메소포타미아에서 부채로 인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면, 부채를 전액 탕감해주는 전통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이자부부채가 존재했다는 증거만큼 역사가 길다. 이 전통은 도시국가 라가슈의 국왕 엔테메나가 통치하던 기원전 24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통은 고대 근동세계로 전해져 성서시대 희년의 관습으로 살아남았다. 성경의 레위기를 보면 히브리인은 50년마다 희년을 선포하고 즐겼다.
- 그린스펀이 사용하던 모형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결함이 그린스펀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문제, 말 그대로 수조 달러짜리 문제였다. 경제학은 역사가 짧은 학문이 아니다. 중앙은행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년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회과학의 여왕 경제학은 왜 파멸적 오류를 범했을까?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재무장관을 지낸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는 오바마 정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11년 4월 세번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금융위기로 인해 정통 거시경제학과 금융이론이 경제현실을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놀랍게도 그렇다고 인정. 서머스의 설명에 따르면, 정통 거시경제학이 2차대전 이후 쌓아올린 방대한 이론체계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아무 소용 없었다. 왜 경제가 휘청거리는지, 휘청거리는 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말도 못했던 것이다. 서머스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경제학 전통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시스템이 심하게 흔들리며 혼수상태 일보직전에 이른 08년 말과 09년 초 백악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정책을 수립하는 동안 그는 세명의 경제학자 월터 배젓, 하이먼 민스키, 찰스 킨들버거를 스승으로 지목. 서머스는 스스로 인정했듯이 정통 경제학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오래전 경제사상가를 스승으로 골랐다. 먼저 하이먼민스키는 화폑ㅇ제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파격적 이론을 내놓았지만, 주류 경제학계의 냉대에 시달리다 96년 사망한 경제학자였다. 찰스 킨들버거는 78년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쓴 경제사학자. 대학 강단의 경제학자는 경제사를 별 볼 일 없는 경제학의 방계 학문쯤으로 취급함. 1877년 사망한 영국 금융언론이 월터 배젓은 1873년 명저 '롬바드 스트리트'를 썼다. 그는 당시 근대 경제학계에서 경제학자로 대접받지 못했다. 서머스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때 은행과 금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물 간 경제사상가를 스승으로 삼고 의지. 그리고 금융위기의 가장 심각한 국면이 지나 중기 정책대응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자 케인스에게 눈을 돌림. 서머스는 이런 말을 했다. 현대 강단 거시경제학의 핵심연구 프로그램은 "정책입안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는 기본적인 케인스주의 경제학 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이 대안적 경제사상 전통의 어떤 점이 2차대전 이후 많은 사람이 정성을 쏟았떤 방대한 체계보다 훨씬 쓸모 있고, 훨씬 현실적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최대 규모의 금융붕괴가 한창 진행되던 때 1870년대 초의 런던 금융시장을 설명한 월터 배젓의 롬바드 스트리트가 빼어난 21세기 경제학자의 최신 연구성과가 담긴 학문적 성취도 높은 무수한 책을 제쳐두고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서머스의 말을 빌리자면 "경제학은 아는 것은 많다. 잊은 것도 많다. 그리고 한눈 판 것도 많다."
- 근대 화폐 시스템은 잉글랜드 은행이 세워진 뒤로 확장을 거듭했지만, 그 작동원리는 언제나 똑같았다. 잉글랜드 은행은 특권을 누리는 사적 은행가 집단의 상업적 감각과 화폐에 신용과 보편적 양도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군주의 공적권한을 결합시켰음. 설립 이후 150년 동안 잉글랜드 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적 은행가는 꾸준히 증가. 군주가 자신의 고유권한을 잉그랜드 은행에 빌려주었듯이, 잉글랜드 은행도 자신의 고유 권한을 수많은 은행에 빌려주었다. 오버렌드거니주식회사의 종말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음중개인에게 알리며 정책을 전환할 때까지 줄곧 그랬다. 그 결과 근대 화폐 경제는 영국이 부도나느냐, 마느냐가 일개 합자회사 이사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고, 모든 은행이 잉글랜드 은행에 의지하며, 모든 상인이 은행가에 의지하는 상황에 빠졌다.
- 배젓에 따르면, 롬바드가가 글로벌 경제의 화폐시장인 이유, 세계 역사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은행이 많은 화폐를 발행하는 공간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잉글랜드 은행이 군주와의 대합의를 통해 화폐 유통권을 얻어냈듯이, 롬바드가의 은행과 어음중개인도 잉글랜드 은행으로부터 화폐유통권을 얻어내고, 이어 지방은행도 롬바드가의 은행과 어음중개인으로부터 화폐 유통권을 얻어냈다. 지방과 런던의 은행은 기업가와 지주가 저축한 돈을 예금으로 유치했다. 상인은행과 어음중개인은 기업 발기인으로부터 투자기회를 제공받았다. 피라미드 맨꼭대기의 대어음중개인, 즉 최초의 근대식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은 한 예금자와 기업가에게서 다른 예금자와 기업가에게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음할인과 인수를 가능하게 했고, 그 흐름을 조절했다. 위기 상황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해야 할 핵심역랑은 분명했다. 잉글랜드 은행은 졸지에 최후에 기댈 최종 어음중개인이자 최종 은행가가 되었다. 아무도 어음을 할인해주겠다고 나서지 못할 때 잉글랜드 은행만이 어음을 할인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젓의 설명에 따르면, 이 놀라운 화폐의 기반시설, 즉 잉글랜드 은행은 산업혁명의 운영시스템이었다. 잉글랜드 은행이 있었기에 영국은 세계 다른 나라를 제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잉글랜드 은행의 좋은 면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이유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파국적 결과가 빚어질 수 있었다. 엄청난 유혹, 고전파의 추상적 경제학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이라고 밝혀낸 유혹이 일었다. 군주의 대리인인 중앙은행만이 화폐 시스템의 존립을 좌우하는 신용과 신뢰를 지탱할 수 있으므로, 평상시건 위기시건 경제전반의 건전성은 물론 시티 오프 런던의 건전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싶은 유혹 말이다. "우리는 어려운 과제에 매달리다보면 쉬운 과제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부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러운 상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롬바드가에는 관리해야 할 화폐가 너무 많다." 1866년 위기당시 잉글랜드 은행은 세계 최대 금융중심지 한복판에서 관리능력과 정책 능력면에서의 시대착오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 유동성을 신용의 명백한 한 속성으로 생각하며 중시한 배젓의 통찰이나 배젓보다 앞선 시대의 조플린과 손턴의 통찰도 결정적으로 놓치고 말았다. 이들 세사람은 유동성이란 존재할 때는 신용을 화폐로 만들어 놓지만, 존재하지 않을 때는 신용을 무기력한 쌍방신용으로 바꿔놓는 속성으로 바라보았다. 유동성은 배젓과 케인스가 그토록 강조하고 싶어했던 금융과 실물경제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거시경제정책의 근거였다. 법정화폐는 어떤 사적화폐 발행자도 감히 바라기 힘든 유동성을 어느정도 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대전 후 강단 금융학은 국가가 유동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 필요가 있다면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신학적으로 고민스러운 주제를 거시경제학자에게 흔쾌히 떠넘긴 채, 사적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 청구권을 신용도가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유동성이라는 추가적 수준까지 살피며 상황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 지난 10여년 간 통화안정을 헌신적으로 숭배한 해악은 심했다. 외곩으로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만 추구했기 때문에 08년 글로벌 경제를 무릎꿇게 만든 여타 통화요인과 금융요인에는 관심을 쏟지 못했다. 아니, 이들 요인을 더 악화시키시만 했다. 이단적 예지자 하이먼 민스키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외곬으로 통화안정을 추구할 때의 해악을 다음과 같이 경고했음. 중앙은행이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달성함으로써 한가지 유형의 위험을 완화하는 데 성공할수록, 투자자는 더욱 자신감을 갖고 불확실하고 비유동적인 증권에 투자함으로써 다른 유형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할 것이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른다. 바꿔 말하면, 높고 변동이 심한 인플레이션을 제거하면, 자산시장의 파국적 불안정을 초래함. 통화안정이 금융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정책입안자가 정통 이론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니, 왜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는지 알았다. 01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시경제학자이자 훗날 잉글랜드 은행 총재자리에 오른 머빈 킹은 "많은 사람이 경제학은 화폐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부분 경제학자의 대화에는 화폐라는 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다음, "경제학자가 사용하는 표준모형에 화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 앞으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내 믿음이다. ... 추측하건대 경제학자의 대화에서 다시 화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그의 믿음은 적중했지만, 추측은 빗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화폐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제학을 확립하려고 했던 배젓과 케인스의 꿈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궁극적 대답은 화폐에 관한 로크의 교리가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배젓은 화폐에 관한 로크의 교리를 공격했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화폐가 거울나라로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화폐는 상품교환 수단이라는 마법에 걸린 사람은 정반대되는 증거나 논거를 아무리 많이 접해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1866년의 위기 및 배젓이 이 위기에 보인 반응은 화폐와 경제를 이해하는 두가지 방식이 수렴하는 지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두가지 방식이 갈라지는 지점이었다. 고전파의 화폐 없는 경제학에서 현대의 정통 거시경제학, 즉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중앙은행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화폐사회에 관한 과학이 발전했다. 한편 배젓의 현장 전문가 경제학에서는 금융학, 즉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은행가와 증권거래인이 사용하는 거래방법이 발전했다. 거시경제학은 화폐, 은행, 금융없이 경제를 이해하는 지적 틀이었고, 금융학은 경제없이 화폐, 은행, 금융을 이해하는 지적 틀이었다. 이렇게 경제학과 금융학이 지적으로 갈라진 결과 08년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위기로 거시경제학이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그리고 이후 은행 부문의 파탄 때문에 경제가 회복되지 못했을 때, 현대 겨시경제학과 현대 금융학 둘 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래리 서머스가 지적했듯이 의지할 만한 대안 전통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물음, 즉 왜 경제학자는 위기가 닥치는 것을 몰랐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경제학자가 거시경제를 이해하는 틀에는 화폐가 없었다는 것이다. 똑같은 이유에서 수많은 사람이 은행가와 규제당국에 묻고 싶었던 물음, 즉 왜 당신들은 위험한 짓을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 역시 간단하다. 금융을 이해하는 틀에 거시경제학이 없었다는 것이다.
- 07년에서 12년 사이 25개국의 대규모 은행이 위기를 겪었는데, 그중 3분의 2는 자국 은행에 신용을 지원했다. 몇몇은 위기에 전례 없는 규모로 개입했다. 미국은 GDP의 4.5%를 은행 자본재구조화에 쏟아부었다. 대규모 전쟁이 한창일 때 지출하는 1년치 국방예산과 맞먹는 규모였다. 1816년 토머스 제퍼슨은 "은행 제도는 상비군 제도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 제퍼슨의 경고는 놀라우리만큼 진실에 가까웠다. 영국은 GDP의 8.8%를 은행 자본재구조화에 지출했다. 이는 영국이 해마다 국민건강보험에 지출하는 예산규모보다 더 컸다. 아일랜드는 GDP의 40%를 썼다. 정부 각 부처의 1년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정부는 은행가를 철저히 돌봐주었다.
-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고 대침체가 시작되자 대중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은행과 은행투자자는 일방적 정책만 펴왔다. 언제나 그렇듯 은행이 하는 일은 유동성 위험과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만약 자산가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지 못하면, 중앙은행이 개입해 유동성을 지원했다. 대출이 악성으로 변하고 자기자본이 부족해지면 납세자가 신용손실을 메워주었다. 되돌아보면 그 결과는 얼마든지 예측가능했다. 전 세계 숱한 은행이 규모를 늘렸고 완충자본을 줄였다. 서슴지 않고 위험한 대출을 했고 자산의 유동성을 낮췄다. 덩치가 아주 커져서 쉽게 망하지 않을 은행이 늘어갔다. 그 결과 정부가 암암리에 제공하는 신용보험의 수준은 높이 치솟았다. 위기가 엄습하고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려는 정책입안자의 노력이 실패로 엄습하고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려는 정책입안자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나서야 정부가 은행에 퍼준 보조금의 진짜 규모가 드러났다. 리먼브러더스가 망하고 1년이 지난 09년 11월 전 세계 각국 정부가 은행부문에 지원한 자금 총액은 약 14조 달러로 추정됨. 전 세계 GDP의 25%를 웃돌았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납세자가 줄곧 들은 손실 예상액의 규모였다. 이에 반해 수익 예상액은 오롯이 은행의 주주, 은행 투자자, 직원의 차지였다.
-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소액 채무증권을 묶어서 거액의 새로운 채무증권을 만들어내는 증권화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기업대출, 신용카드 부채 등 온갖 종류의 신용은 하나로 묶인 다음 잘게 나뉘어 새로운 채권으로 발행되었다. 이들 채권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받고 새로운 투자자에게 팔려나갔다. 신용시장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것이 전에는 간단한 거래였다. 은행의 도움을 받아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개인이나 기관이 매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엔 그 과정에 굉장히 복잡해졌다. 회사는 여전히 채권을 발행하지만 최종투자자가 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는다. 채권 매입 목적으로 다른 회사가 취득해 보관하다가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을 특수목적회사 앞으로 발행한다. 특수목적회사의 부채로 잡히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은 제4의 회사가 매입해 보관한다. 이 제4의 회사의 채무증권은 또다른 특수목적회사가 매입해 부채담보부증권을 배서하는 데 사용한다. 헤지펀드는 다시 이 부채담보부증권을 매입해 머니마켓 뮤추얼펀드에서 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로 사용한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최종투자자가 등장해 머니마켓 뮤추을펀드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처음 채권을 발행한 회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슬에 현금을 공급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슬 맨 앞의 회사가 채권을 발행하는 수수료는 옛날보다 덜 든다.
- 20세기를 지나며 미국과 영국 은행의 보호적 완충자본의 규모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포트폴리오 내 현금과 고유동성 증권의 비율 역시 불과 5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바젤위원회는 보호적 완충자본의 유지 및 포트폴리오 내 현금가 고유동성 증권비율 확대는 검증이 끝난 아무 문제 없는 무기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보다 화력이 더 강한 무기라고 진단을 내렸다. 2010년 12월 바젤위원회는 은행에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포트폴리오 내 유동자산의 보유를 늘리라는 요구는 위험한 행동에 큰 부담을 안겨준다. 밑바탕에 깔린 기본 주장은, 그렇게 함으로써 은행이 위험한 행동을 한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판의 크기를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균형이 회복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규제는 틀이 정해져 있고, 이는 사적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그 어떤 산업에도 낯익은 것이다. 예를 들어 화학공장은 주주에게 줄 이윤을 창출하고 직원에게 줄 월급을 벌어들일 뿐 아니라 환경에 해로운 폐기물도 배출한다. 화학공장이 환경오염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즐기려 하면, 폐기물은 경제적으로 정당화되는 수준 이상으로 생산된다. 해법은 오염 유발자가 오염을 생산한 경제적 비용을 전부 지불하도록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기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은 위기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를 이 같은 재래전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들은 금융부문이 일으키는 오염은 화학공장이 일으키는 오염과 두가지 이유에서 다르다고 경고한다. 첫째는 문제의 규모다. 금융 시스템의 현재구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운영할 때 잠재적인 사회적 비용은 너무 커서 조세시스템으로 억제할 수 없다. 은행에 부담금을 부과하면 유동성 지원과 신용지원이라는 직접적 재정비용을 거의 환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이 거둔 이윤 대부분을 빼앗아갈 테지만 말이다. 07년 이후 자업자득인 금융불안정으로 GDP 감소, 대량실업, 생산능력 상실 등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조 달러에 달한다. 엄청난 액수다. 바꿔 말해 재래전 방식을 고집한다면, 지구를 파괴할 정도로 위력이 큰 원자폭탄을 사용해야 겨우 이긴다는 이야기다. 세금부과가 아무 효과 없는 두번째 이유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은행 시스템의 성격상 개별 은행의 활동도 시스템 전체의 비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오염을 일으키는 화학공장 사례와 달리 추가세금을 부과해 위험을 불러오는 활동을 억제해야 함. 그러나 은행 시스템은 국제적이다. 세금을 부과할 정당성을 갖춘 다자가 정치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래전을 고집한다면 좋은 무기로 무장하고 전투력이 뛰어난 유엔군을 투입해야 이길 수 있다.
- 사람들이 특정한 사회제도를 단순한 사회적 고안물이 아니라 자연계의 필연적 사실로 받아들이면, 그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건 불가능해져 제 아무리 그릇된 것이라도 비판적으로 보지 못한다. 역사에는 그런 사례가 즐비함. 19세기에는 신체적 특징으로 흉악범을 식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실증범죄학이 크게 유행. 귀 모양으로 부정부주의자를 알아볼 수 있고 코 모양으로 절도범을 판별할 수 있다고 했음. 기괴하게 들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실증 범죄학을 믿은 사람은 얼굴이 특이하게 생긴 사람을 잡아 가두는 데 별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점. 그들은 단지 범죄행위는 생리적 요인의 산물이라는 자연주의적 설명을 믿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적 인종주의도 19세기 미국에서 받아들여졌다. 신체적 차이로 유색인종이 열등함을 입증할 수 있다는 이론. 이 과학적 인종주의는 보수적 세계관이 아니라 진보적 세계관의 특징이었다. 사회과학에서의 자연주의적 추론, 즉 사회적 현상을 자연의 객관적 진실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자기강화적 특징이 있다. 사회적, 정치적 편견이라는 실을 갖고 가짜 사실이라는 그물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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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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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선택은 다양한 외적, 내적 요인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음. 선거로 대표를 뽑는 대의제 민주주의 에서 정당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 변덕이 심하고 일관성이 없는 개인은 정당이라는 정치조직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할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음. 미국 정치학자 엘머 에릭 샤츠슈나이더는 현대 정당의 역할을 이해하는 고전 가운데 하나인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이 점을 명쾌히 지적함. 그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평범한 사람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고안된 정치체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역을 오가는 군중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당 조직의 본질에 대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군중은 전혀 조직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찰자가 지켜보게 되는 것은 혼란스러운 무질서가 아니다. 왜냐하면 시간표와 개찰구가 그 많은 사람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체제에서 군중을 이루는 각각의 사람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즉 이 체제가 이들을 조직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에게 주어진 대안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 정당은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는 방식을 통해 이들을 조직한다. 이것은 조직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방식이다.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그런데 바로 이 정당의 힘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애초 정당중심의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정당중심의 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정당정치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미국조차도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오랫동안 정당 밖에서 기업인이자 유명인으로 살아온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일 자체가 정당이 약해진 현실을 보여준다.
- 페이스북 민주주의. 정당이 약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유행이다. 오랫동안 정당은 자신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생각이 비슷한 이웃을 정치적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샤츠슈나이더의 지적처럼 사람들은 정당을 매개로 공적문제를 놓고 입장을 정했다. 여러 사회문제 중 특정 이슈를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데 구심점이 된 것이 바로 정당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역할을 페이스북 같은 SNS가 대신하고 있따. 18년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분의 2는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추천한 뉴스를 보며 세상을 해석. 친구 네트워크로 묶인 이들이 끼리기리 추천하는 뉴스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다.
- 시험이란 학생들을 책상앞에, 그리고 현 상태에 묶어 놓는 사슬이고, 앞으로 닥쳐올 무한경쟁에 준비시키는 트레드밀이며, 벗어나려 들면 발사하겠다고 위협하는 머리 옆의 권총이고, 무엇보다 끔찍하게는, 학생들의 생각을 몽롱하게 만들어 이 미친 상황을 정상으로 여기도록 하는 마약이다. (버텔 올먼,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아무리 고상하게 치장하려 해도 시험은 현재 상황을 정당화하고, 또 그것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키우는 효과적인 수단. 세상에 불만이 많은 할아버지 올먼이 시험 잘보는 법에만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진짜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우리에게 강제되는 사회적 게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 원전은 기존 화력발전의 열원을 중유(혹은 석탄)의 연소에서 우라늄 핵분열로 치환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열로 (물을 끓여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발전하는 구조는 기존의 화력발전과 완전히 동일하다. 문제는 인위적으로 핵분열 반응을 일으켜 열을 발생시키는 중심부, 즉 원자로에 있다. (나의 60년대, 야마모토 요시타카)
- 핵발전소가 얼핏 하이테크로 보이는 것은 바로 원자로에서 일어나는 우라늄 핵분열의 부작용을 막고자 설치한 안전장치 때문이다. 야마모토의 지적대로 핵발전소의 본질은 18세기부터 석탄을 태워서 얻은 열로 물을 끓여서 움징니 증기기관과 다르지 않음. 단지 열의 원천이 석탄에서 원자로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과학자아 엔지니어는 입만 열면 혁신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지금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는 핵발전소 이외의 다른 대안에는 관심이 없다. 소비전력의 3분의 1정도를 핵발전소에서 얻는 나라가 프랑스(4분의 3)와 한국을 포함해 12개 국가 정도로, 전 세계에서 극히 예외적이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당장도 아니고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핵발전소 비중을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을 늘리자는 주장에도 쌍심지를 켠다. 그러면서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를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는 절대로 핵에너지만큼의 효율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반대로 앞으로 핵발전소는 더욱더 효율이 높아지고 안전해지리라고 강조한다.
- 미세번지가 중국 탓이라고 하면 당장 속은 시원하지만,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을 가장 즐기는쪽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마다 정부는 중국 탓이라 흘려주고, 언론은 신나게 받아쓰고, 대중은 중국만 욕한다. 공기청정기부터 특수 마스크까지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는 기업은 더러워진 공기 탓에 기대하지 않았던 이윤이 생기니 좋다. 결국 병들어 가는 것은 우리, 특히 다음 세대 뿐이다. 더욱더 기가 막힌 일은 우리가 이렇게 중국 탓을 할 때, 베이징이나 텐진 같은 중국 도시이ㅡ 공기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는 것. 베이징, 텐진을 포함한 74개 주요 도시의 16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입방미터당 50마이크로그램으로, 중국 정부의 대기오염 대응이 시작된 13년 72에 비해 31% 감소. 이제 진실을 직시할 때다. 미세 먼지의 상당수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오염물질이다. 중국보다 국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훨씬 더 많다는 정황증거도 계속 쌓이고 있다. 더 이상 미세 먼지는 중국산이라는 주문을 외면서 욕만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다급하다.
- 귀뚜라미가 쇠고기보다 좋은 이유, 우선 곤충은 적은 자원으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소가 몸무게를 1킬로 늘리려면 10키로의 사료가 필요. 돼지는 5키로, 닭은 2.5키로 필요. 반면 귀뚜라미는 1.7키로의 사료만 있으면 된다. 더구나 식문화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소, 돼지, 닭은 먹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반면 귀뚜라미는 최대 80% 정도를 섭취할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귀뚜라미는 똑같은 사료를 섭취하고서도 닭보다 2배, 돼지보다 4배, 소보다 12배 이상 효율이 높다. (곤충이 변온동물이라 체온유지에 영양분이 필요없기 때문이라 짐작) 게다가 곤충은 소, 돼지, 닭과는 달리 비교적 좁은 환경에서 별다른 부작용 없이 대량사육이 가능.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키우는 데 현재 전체 농지면적의 70%가 든다. 이런 가축 대부분은 좁은 공간에서 밀집사육 방식으로 길러지면서 여러 문제를 낳음. 17년 우리나라와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은 좋은 예이다. 반면 곤충은 일단 크기가 작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사육이 가능함. 사료가 적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물 소비량도 적다.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기는 하지만, 곤충을 이런 좁은 공간에서 키운다고 소, 돼지, 닭 등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런가 하면 소, 돼지와 같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전체 배출량의 18%에 달한다. 특히 가축 사육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이나 이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는 짧은 기간에 지구를 데우는 데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3배(메탄)에서 289배(이산화질소)까지 크다. 반면에 곤충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 돼지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한 곳에 모아놓고 기르는 방식은 조류 인플루엔자, 광우병 등과 같은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 질병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함. 야생의 바이러스가 소, 돼지, 닭 등을 통해 돌연변이를 일으켜 종 간 장벽을 넘어서 결국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다수의 과학자는 곤충은 소, 돼지, 닭보다 인간과 차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렇게 종 간 장벽을 뛰어넘는 바이러스, 세균의 감염을 초래할 위험이 낮으리라 본다.
- GM작물의 위험여부를 따져 묻는 청중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이 인체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름. GM작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하지만 다른 확실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때문. 가장 심각한 문제는 GM작물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다. 예를 들어 GM 콩의 대부분은 몬산토에서 만든 라운드업 레디. 이 GM 콩은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내성을 갖도록 개발된 것. 처음에 몬산토는 이런 GM작물이 결과적으로 제초제 사용량을 줄여서 환경에 도움이 되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제조체를 마음대로 뿌려도 죽지 않는 GM콩이 있다. 그렇다면 농민은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마음놓고 제초제를 뿌릴 것임. 결과적으로 몬산토의 주장과는 반대로 제초제 사용량은 증가했음. 이렇게 제초제 사용이 늘어서 환경이 파괴되는데도 정작 매출이 늘어서 웃는 기업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종자 회사 몬산토다. 왜냐하면 몬산토에서 만든 아주 강력한 제초제 라운드업을 뿌려도 살아남는 콩은 이곳에서 만든 라운드업 레디 뿐이다. (그래서 GM콩 이름이 라운드업 레디이다.) 더구나 이 제초제의 주요 성분 글리포세이트는 인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 GM콩이나 GM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민은 매년 몬산토 같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주고 종자를 구매해야 함. 라운드업 레디 같은 GM콩을 구매한 농민이라면 그것에 사용할 라운드업 같은 제초제까지도 함께 사야한다. 종자에 대한 소유권이 농민에서 기업으로 넘어가게 됨
- 95년까지 97개 드라마 등에 나타난 심폐 소생술을 분석해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드라마 속에서 심폐 소생술을 받은 환자의 75%가 살아남았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크리티컬 케어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각각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심폐 소생술의 성공률은 환자의 나이, 질환, 상태에 따라서 보통 8~18%였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률은 심폐 소생술을 받은 환자들이 살아서 퇴원하는 것을 말함. 드라마 속의 성공률에 비하면 한참 적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는 환자의 나이, 질환, 상태 등을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러면 앞선 사례의 노인처럼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심폐 소생술 성공률은 어떨까? 암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한 의료요법에 관한 연구동향을 제공하는 학술지 SCC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말기 암 환자 가운데 심정지 때문에 심폐 소생술을 받은 61명 가운데 10명만 생존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심폐 소생술로 살아남은 환자 10명의 평균 생존시간은 불과 3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암처럼 중증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일단 심장이 한 번 멎으면 심폐 소생술로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잠깐 살리는 일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무의미한 심폐 소생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공격적인 연명의료가 늘어나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병원이 연명의료를 원한다. 수익을 올려야 하는 병원으로서는 고령의 노인 환자를 비롯한 중증 말기 환자에게 공격적인 연명의료를 처치해서 하루, 한 주, 한 달 이렇게 수명을 연장할수록 돈이 남는다. 또 다른 이유는 환자의 가족. 평소에는 환자를 돌보지 못하고 타지에 있던 아들 딸이 임종직전에 나타나 의사를 잡고서 애원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주세요" 이런 사정 탓에 결국 환자는 의미없는 심폐 소생술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기도로 연결된 인공호흡 장치에 의존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이뿐 아니다.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도 엄청나다. 왜냐하면 죽기 직전의 며칠, 몇 주, 몇 개월의 연명의료에 드는 막대한 비용 대부분이 시민 십시일반 조성한 국민건강보험 기금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 최근 용기 있는 의사 몇몇이 나서 완화의료를 실천하고 있다. 완화의료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만을 위한 공격적인 처치 대신 마약성 진통제 등을 이용한 통증 완화 등을 통해서 마지막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처치를 통칭함. 환자에게 존엄한 혹은 아름다운 죽음을 선물하자는 것이다.
- 홀푸드 마켓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서 똑같은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는데도 기꺼이 매장에서 지갑을 연다. 홀푸드마켓에서 소비하는 일은 단지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나는 미국의 성공한 중산층이야' 이렇게 남에게 티를 낼 수 있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기 때문. 미국의 번화한 쇼핑몰마다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도 마찬가지. 잡스가 01년 애플 스토어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국판 하이마트라 볼 수 있는 베스트바이 같은 할인 매장, 인터넷쇼핑몰 등 값싸게 애플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이 가득한데 사람들이 애플 스토어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애플 스토어는 해마다 1제곱피트(약 0.09제곱미터) 당 거의 5000불을 벌어들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매장이다. 매년 수억 명의 소비자가 애플 스토어를 방문한다. 심지어 애플 스토어가 애플 컴퓨터나 아이폰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파는 것도 아닌데 소비자는 기꺼이 이곳에서 지갑을 연다. 애플 스토어가 독특한 소비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한 과학자 팀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 농도가 적어질수록 뇌에서 다리 근육으로 보내는 신호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는지 여부는 결정적 변수도 아니었다. 또 다른 과학자 팀이 (근육의 산소량에 변화가 없는데도) 뇌속 산소의 양이 적어지자 실험 참가자 다수가 탈진하는 현상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험의 의미는 명백하다. 노턴이나 메스너가 고지대에서 발걸음도 떼지 못할 정도로 극한의 피로와 육체적 한계를 경험한 이유는 산소부족 때문만이 아니었다. 몸의 정상 사태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에 불과한 산소부족 사태를 맞닥뜨린 그들의 뇌가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선제적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제한한 것이다. 그렇다면 메스너가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나서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그의 기록은 산악인들에게 '메스너가 해냈다면 나도 충분히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밟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산소통이 없다면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나 공포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정말로 이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등산가의 뇌를 산소 부족에 좀 더 무디게 반응하도록 만들었을까? 현재로서는 메스너나 다른 산악인의 뇌 속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인간의 마음, 정확히는 뇌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뇌의 역할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예를 하나 더 보면, 우리는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갈증은 생존을 위해서 수분을 섭취하라는 중요한 신호. 마라톤 선수처럼 땀을 비처럼 쏟아내는 운동선수에게 피해갈 수 없는 고통 가운데 하나임. 97년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두 시간의 운동으로 탈수 상태가 된 실험 참가자에게 물을 먹였다. 그런데 그 물은 흡수되지 않고 코에서 위장으로 연결된 튜브를 통해 밖으로 그대로 나왔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실제로 물이 몸속으로 흡수되지 않았는데도 참가자가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감소. 비슷한 연구결과가 또 있다. 스포츠 음료는 인간이 움직일 때 연료로 쓰는 영양소인 탄수화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료수다. 스포츠 음료 덕분에 운동선수는 강렬한 신체 활동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탄수화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과학자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04년 스포츠과학자 애스커 주켄드러프는 사이클 선수에게 포도당 음료를 마시는 대신, 입에 잠깐 머금었다가 즉시 뱉어내라고 지시. 놀랍게도 사이클 선수가 스포츠 음료를 단순히 입에 머금고 있을 때가, 혈관에 음료를 직접 주사할 때보다 운동 효과를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많은 과학자는 스포츠 음료를 입에 머금었다 뱉기만 해도 운동선수의 기록이 나아진다는 이 실험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선수의 기록이 나아진다는 이 실험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09년에 영국 버밍엄대학 연구팀이 비슷한 실험을 하며 아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으로 선수의 뇌 사진을 찍어 봤다. 그랬더니 스포츠 음료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뇌의 특정 부위가 반응했다. 이번에도 뇌가 움직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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