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는 요령이 있다.
누구를 대하든 자신이 아랫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자세가 겸손해지고 이로써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안겨준다.
그리고 상대는 마음을 연다.
- 괴테

 

‘이해한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understand’에 바로 그 비밀이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려보는 것,
아랫사람일수록 하대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타인을 제대로 보는 법이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얻는 핵심입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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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일 아주 신경을 써 실패 확률을 ‘0’으로 만든다면,
아마 십중팔구 성공 가능성 역시 ‘0’이 될 것이다.
실패, 특히 아주 쓰라린 실패는 도움이 된다.
실패를 통해 겸손함을 유지하는 법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만

 

실패는 옆으로 빠지는 곁길이 아니라, 성공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입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건
대개 거절, 실망, 불발, 의심, 저항과 같은 것들과 부딪힌 뒤의 일입니다.
실패는 곧 배움입니다.
큰 성공을 위해선 가슴을 활짝 열고 실패가 보내는 초대장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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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적 동기는 창의력을 자극하고, 외재적 동기는 창의력을 파괴한다.
외적 보상을 바라고 일을 하면
창의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우울감과 불행감이 높아진다.
- 테레사 애머빌

 

런던 대학 대니얼 케이블 교수는 말합니다.
“외적 보상이 아무리 많이 주어져도 그것만을 위해 지루하고
의미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병들게 만든다.”
그렇습니다. 외적보상만으로는 결코 행복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일의 의미를 찾고, 일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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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하여

인문 2020. 5. 25. 08:14

- 죽는 날까지 스스로를 지키고 제 권리를 행사하며 자주권을 잃지 않는 노인만이 존경받을 수 있다. (키케로 Cicero)
- 흔히 혼자 엉뚱한 망상에 빠져 있거나 괜히 흥분해서 헛소리하는 사람을 두고 섬망 상태라고들 말한다. 그러 나 의학에서 섬망증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 엄연한 병명이다. 섬망증 치료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지만 열에 아홉은 합병증이 뒤따르고 잘 낫지도 않는다. 게다가 고령의 섬망증 환자는 입원 기 간이 길어질수록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위축된다. 그러면 결 국 내 집이 아닌 요양원으로 보내지거나 그대로 병원에서 생을 마 감하기 일쑤다. 섬망증은 병환 중인 환자라면 나이 불문하고 누구 에게나 발병할 수 있지만 노인들에게 가장 흔하다. 노인인데 치매 가 있다면 더더욱 피해 갈 수 없다.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알레르기나 불면증을 해결하려고 약국 에서 약을 사 먹고 나서부터 그럴 수도 있다. 때로는 크고 작은 감염, 수술, 골절, 특정 약, 환경 변화 등등이 섬망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상 모든 게 섬망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치매라는 병은 예방도 완치도 불가능하다. 다만 흔한 치매 유 형에 한해 위험인자를 최대한 피함으로써 발병을 늦출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지침이라는 게 토씨 몇 개 빼곤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몇몇 암 등에 안 걸리려면 지켜야 한다는 주의사항과 완전히 겹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체중을 관리하고, 금연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가난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거나 생의 의지가 없는 사람일수록 이 주의사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 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치매 유병률의 지역 차를 벌리는 여러 가 지 요인 중 하나다. 대대손손 빈곤하면서도 음식이나 명절 행사 같 은 전통이 뿌리 깊은 사회집단의 일원이라면 고집을 꺾기가 더더 욱 힘들어진다. 건강에 나쁜 시대착오적 풍속이기에 앞서 그들의 혼이 담긴 문화인 까닭이다. 순전히 개개인의 그릇된 선택과 방만 이 불러오는 병이 있는 한편, 환경적으로 위험인자에 더 많이 노출 된 탓에 특정 집단이 유독 잘 걸리는 병도 있다. 치매의 경우는 대 부분의 다른 질환들처럼 후자에 가깝다. 사회 불평등이 건강 악화를 부르고 불필요한 의료 자원 소모를 초래하는 것이다.
- 미국에서는 여전히 의학은 남자의 영역이요, 어린이는 여자의 영역이었다. 1800년대 후반에 미국에도 최초의 소아과 병원이 생 겼지만 여전히 소아과는 비인기 전공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때까지는 말이다. 전쟁은 온 국민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소아 사망률을 낮추면 더 많은 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깨달음 말 이다. 그 이후 소아과학은 역사상 많은 전례가 그랬듯 두 세력의 견인에 힘입어 오늘에 이르렀다. 하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위인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에 적극 나섰던 소수 특권층이다. 한편, 의료계에 진출하는 여성이 점점 늘어나 남성 전문 인력의 수와 맞먹게 되면서는 여성의 건강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여성 질환에 관한 논문이 쏟아져 나왔고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수련의와 개업의가 급증했다. 연구비와 재정 지원이 늘어나 산부인 과 실력이 특출하기로 소문난 병원도 생겨났다. 나보다 1년 선배인 1991년 졸업생들은 하버드 의과 대학 역사 를 통틀어 남녀 성비가 1 대 1이 된 최초의 학번이 되었다. 이게 벌 써 거의 30년 전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냥 건강과 여성 건강을 구분해 얘기한다. 마치 둘이 완전히 별개의 주제이고 건강이라는 영역의 원래 주인은 오로지 남성인 양 말이다. 인종 역시 별반 나아진 건 없다. 지구촌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것은 노란 피부나 까만 피부의 사람들이고 미국 안에서도 백 인이 아닌 사람이 훨씬 많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소수자 취급을 받는다. 21세기에 이르러 상급학교 학생들의 인종 구성이 전체 사회 의 모습과 엇비슷해지자, 보건 영역 내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에 관한 연구와 사회운동에 수많은 후원자가 지갑을 열었다. 오늘날에는 미국 내 대부분의 의대가 다양성 센터를 운영하며 국립보건원 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산하에 소수집단의 건강과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는 국립연구조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절실했기에 그만큼 더 고맙고 유용한 이런 노력들이 모순적으로 더 이상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 소수집단임을 강조하 는 것은 본질을 바로 짚는 게 아니라 차별을 오히려 강화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서조차 말이다. 그가 갖고 있지 않은 성질을가지고 사람을 정의하려 들 때 모든 문제가 생긴다.
- 혁신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인간의 기발한 상상력과 결합한 과학 기술은 인간 수명을 거의 두 배로 연장했지만 그만큼 사회가돌봐야 할 생존자의 수도 몇 갑절로 늘어났다. 옛날 같으면 불치의 유전병으로 혹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으로 혹은 그냥 노환으로 일찌감치 세상을 떴을 이들이 오늘날에는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면 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다. 이 적정 수명이라는 게 참 어렵다. 너무 낮추면 무고하게 희생되는 생명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또 너무 높이면 온 사회가 단체로 끙끙 앓게 된다. 게다가 사람마다도 저마다 생각하는 적정선이 다르니 머리가 복잡하다. 물론 보통은 웬만하면 더 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긴 하지만, 이런 성향은 본능일 수도 있지만 학습된 것일 수도 있다. 현대 의학의 여명기에 항생제와 신식 수술 기법이 민중의 뇌리에 거의 기적으 로 각인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 의학이 행한 이적과 오 늘날의 의학이 노화 억제라는 신기술을 앞세워 가려는 길은 완전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혹 하나 떼려다 다른 혹 여럿을 붙인 채 살아갈 게 불 보듯 뻔한데도 그 사달을 부추긴 장본인인 의료계는 그걸 깨닫지도, 해결하려 나서지도 않는다. 특히, 자칭 국민 건강 에 일조한다는 요즘 최고 인기 분야(즉, 안티에이징 옮긴이)가 실은 과
학적 근거도 희박하고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지향한다며 의료계의 모르쇠는 더욱 뻔뻔해진다.
-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체내에 들어온 약물을 처리하는 해독장기의 기능이 차차 쇠퇴해 간다. 그런 까닭에 고령환자는 약물 부작용에 특히 취약하다. 늙은 몸은, 젊은 몸이 멀쩡히 넘어가는 약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편,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네 가지를 넘는 고령 환자는 낙상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낙상은 이차적 질환, 신체장애, 나아가 사망까지 불러온다는 점에서 고령자에게 경계대상 1순위인 위험인자다.
- 오늘날 어르신들이 일반의약품 때문에 겪는 약물 부작용 사고의 빈도를 염두에 두고 의약품 사용설명서의 경고란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데서도 노인 집단이 차별을 받는구나 싶다. 사람들은노인이 아프면 다들 그럴 나이라서 그러려니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말했다. “환자의 병을 음식으로 낫게 할 수 있다면 약은 그냥 화학자의 시약병에 넣어 두라”고, 이 충고를 새겨들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현대인인 것 같다.
- 우리는 스스로 선한 마음과 실력을 겸비한 의사라 자부하고 그렇게 되 고자 노력하지만, 둘 다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의학 박사 밸퍼드 마운트 Balford Mount)
- 의료와 사회복지 사이의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생물학이 아니라 정치다. 유럽 국가들이 국고를 털어 노인들에게 돋보기안경, 보청기, 지팡이, 틀니를 지급하기 시작할 때 미국은 그런 것들은 의료기기가 아니라며 비용 전액을 당사자 혹은 가족에게 떠넘겼다. 그런 방관이 초래한 결과를 오늘날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최빈층이 공공의료보험이나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필요한 물품 하나 를 간신히 구할 때 부유층은 내키는 대로 지갑을 열어 백 개고 천 개고 사들인다. 양극단 사이의 평범한 국민들은 그저 자신의 불운 을 탓할 뿐이다. 이런 계층 간 격차의 근원은 바로 약물 투여나 수술이 필요한 상태만이 의학적 문제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몸을 쓰는 게 불편해 일상생활이 곤란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데도 당장 약물 치료나 수술을 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안구 질환을 호전시킬지 장담할 수 없는 레이저 치 료에는 보험이 되지만, 시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매일 활동할 수 있도록 안경을 맞춰 쓰려면 내 생돈을 털어야 한다. 또, 달팽이관 이식수술은 정부 도움으로 받을 수 있지만 보청기를 맞추겠다고 하면 정부는 땡전 한 푼 보태 주지 않는다. 미국의 의료 제도는 폼나지만 비싼 시술만 의학이라고 하고 기능 보조에 더 중점을 둔 저렴한 기기들은 의학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탈탈 털린 절대다수 국민들의 쌈짓돈은 이익 창출이 최우선 목표인 제약기업들의 배로 들어가 정치 후원금 따위로 악용된다. 소위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습관처럼 내거는 복지 강화 공약이 전부 재선을 겨냥한 빈말인 데에는 다 근거가 있다.
- 내 주변에 폭력이 일상적이라고 해서 타인의 곤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 마음에도 타키필락시스tachyphylaxis가 일어나는 탓이다. 타키필락시스란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반응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폭력은 냄새나 마약과 흡사하다. 향수 냄새는 처음에는 매우 향기롭지만 조금만 지나도 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마약은 내성이 생기는 탓에 하면 할수록 점점 용량을 높여야 한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도 자꾸 보면 무뎌져 별일 아니라고 생각되기 시작한다. 혹자는 이것이 위험하거나 흉사가 유독 잦은 특수한 근무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적응 기전이라고 주장한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의사들의 공감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 의료 집단이나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의사들이 건 강한 적응이라 믿는 것이 실은 악질 문화변용일 수도 있다는 소리 다. 그런 문화에 완전히 동화된 의사는 환자를 더 이상 인격체로 보지 않고 기껏해야 업무의 연장선 혹은 걸림돌이나 골칫거리로만 인식한다. 한 직업군 안에서 적지 않은 구성원이 일 때문에 타자의 기본 인간성 침해에 무감각해진다면 그 직업 문화는 전체적으로병든 것이다.
- 의학에서 본인이 받을 치료를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있는 환자를 일컫는 용어는 두가지가 있음. 첫째는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법원이 인정한사람이라는 뜻의 법률용어 능력자competence로, 이 법적 신분은 지적 기능이 크게 손상됐다는 증거를 대지 않는 한 유효하다. 둘째는 유능자 capacity 인데, 선택의 기로에서 각 선택지가 불러올 결과를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 용어의 특징은 그 기준이 상황에 따라 다소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종 판 정을 의사가 내리는 탓에 부탁받고 자문하러 온 신경정신과 전문 의가 오히려 환자 주치의의 눈치를 보는 일이 흔하다. 그래도 일단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유능자로 선언되는 환자에게는 모든 결정권이 주어진다. 환자의 선택이 의료진이 권하는 것과 다르거나 심지어 모두가 뜯어말리는 것일지라도 본인이 원하면 상관없다.
-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는 귀가 밝은 노인에 비해 인지장애가 3년쯤 더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요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더불어 노인의 청력 저하 중증도가 경증, 중등증, 중증일 때 나중에 치매가 발병 할 확률은 각각 2배, 3배, 5배로 높아진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수도 있기에 청력 저하가 정말로 치매를 일으킨다고는 단언하지 못하지만, 일단 막힌 귀부터 뚫어 놓는다고 손해 볼 일은 아닐 터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 청력 저하는 인간 기본권의 상실과도 직결된다.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은 기본이요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가족 간 갈등 및 의료진과의 의사불통이 잦아진다. 그런 일들을 반복되면 우울증, 불안, 편집증이 생기기 십상이다. 이런 명백한 과학적 증거에도 미국 의료계와 정부는 노인의 청력 저하를 관리 대상으로 인정하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고 보청기는 아직도 보험급여 목록에서 빠져 있는 것이 오늘의 현주소다.
- 나는 노년기를 잘 보내기 위한 필수품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써먹는 모범답안이 있다. 바로 우월한 유전자, 행운, 두꺼운 지갑, 착한 딸 하나다. 헤이스팅스 센터 생명윤리연구소가 '좋은 삶, 좋은 죽음'이라는 표제를 걸고 주최한 한 토론회 자리에서 노인 의학의 대가 조앤 린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템 아래에서는 ......... 양로원에서 외 로운 말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딸이 셋은 있어야 한다.”
린은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가장 큰 이유 하나를 딱 꼬집어 지 적했다. 즉, 50여 년 전에 병에 들면 보통은 며칠, 길어야 몇 주 안 에 무조건 죽음으로 이어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의료 체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반면 세상은 변해도 너무 변한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평소 잘 관리되던 만성질환이 노년기 막판에 악화돼 2-4년 정도 심하게 앓다가 생을 마감한다. 이 마지막 투병 기간에 그들에게 의지가 될만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 어느 나라든 노년층은 유별나면서 예산만 잡아먹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오늘날 의료 제도는 죄다 청장년과 중년에게 훨씬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융통성 없는 의료 정책은 각 종 질환에 대해 오직 저희가 하는 것들만 치료로 인정하고 혜택을는 수많은 노인 환자들에게 다 그림의 떡이 된다. 그럼에도 그 결 과로 국민 건강의 질이 떨어질 때 비난의 화살은 늘 노인들을 향한다.
- 나이에 따라 사람에 따라 부위와 진행 속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언젠가는 온몸 구석구석 노화의 증거가 없는 곳이 없게 된다. 그중에서 주름이나 새치는 초반부터 감지가 가능하다. 피부가 얇아지고 탄력을 잃어 가면서 주름이 하나 둘 늘어난 다. 또, 모근에 멜라노사이트라는 색소 세포가 부족해지면 머리가 점점 허옇게 센다. 한편 어떤 노화 현상은 꿈에도 모르고 지내다가 눈에 띄게 심해지고 나서야 알게 되기도 한다. 혈관벽이 두꺼워지 면서 딱딱하게 굳거나 뼈에서 무기질 성분이 빠져나가 구멍이 숭 숭 뚫리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경우, 기능 저하는 크기나 양이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난다. 뇌는 쪼그라들고, 근육량은 줄고, 척추뼈 사이 디스크 공간은 좁아지고, 눈가는 움푹 꺼지고, 콩팥도 작 아진다. 반대로 크기가 커지거나 양이 늘어나는 쇠퇴도 있다. 심장이 비대해지고, 귀가 커지고, 눈의 수정체가 두꺼워지는 것이 그런 예다.
- 건강한 사람은 모든 신체 장기가 필요 이상으로 뛰어난 성능을 장착한 상태로 태어난다. 생물학에서는 이것을 잉여redundancy 라고 하는데, 잉여는 모든 신체 장기에서 목격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눈, 귀, 폐, 콩팥, 난소 그리고 고환은 모두 잉여 장기다. 하나만으 로도 그럭저럭 잘 살 수 있는데도 굳이 한 쌍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짝이 없는 장기들은 또 나름의 방식으로 잉여성을 갖는다. 설정된 최대 출력은 훨씬 높지만 거기까지 달릴 일은 거의 없고 평 상시에 적당한 수준만 맞추는 식이다. 그런데 이 평상시의 적당한 수준'이 핵심이다. 본질적으로 노화란 스스로를 제어해 평정을 유지하는 능력이 감퇴하는 것, 다시 말해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을 잃는 것이니 말이다. 잉여성은 우리를 방만하게 만든다. 넘어져 뼈가 부러졌는데 어릴 때였다면 며칠 만에 다 붙었을 것을 몇 주를 고생 해 봐야만 뼈가 많이 약해졌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심장도 마찬가 지다. 나이 먹을수록 심장이 두꺼워지고 뻣뻣해진 탓에 펌프 성능 이 예전만 못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거나 평지를 느긋하게 걸을 때 는 전혀 모른다. 그러다 계단을 올라야 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해서 심장이 좀 더 부지런히 일해 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제야 비로소 얼마나 나빠졌는지 실감한다.
- 의사들도 일단 요양원에 들어간 노인이 건강하게 살아서 퇴소하는 일은 드물다는 현실을 잘 안다. 큰 병원들은 저희가 보유한 고 급 의료 서비스와 의료 자원 동원 능력이 아까워서 의사들에게 진단명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환자를 적당히 퇴원시키라는 무 언의 압력을 넣는다. 한편 병원 의사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노인 환자의 외래 추적 관리, 노인의학을 고려한 접근, 통원의 어려움, 자택에서 주의할 점 등의 측면에서 현실감이 별로 없다. 그런 까닭에 바로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환 자들에게는 웬만하면 요양원을 권한다. 문제는 의사들도 요양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의 결과가 2017년에 한 의학 잡지에 발표되었 다. 대형 병원에서 요양 시설로 전원院된 환자의 사례들을 살펴본 연구다. 논문에 따르면, 병원 의사들은 전문 간병시설을 일종의 '안 전망'으로 활용해 병상 회전율을 높이라는 압력을 늘 받는다고 한 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요구나 개인적 상황을 반영하고 요양 시설 적격성을 꼼꼼하게 따지는 장치는 미흡하거나 아예 부재한다. 내가 미리 주의를 주었음에도 니타가 자식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형편없는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은 이런 현실을 증명하는 수 많은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 19세기 말 유럽과 20세기 미국에서 연금 제도의 도입과 함께 은퇴의 개념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부양해 줄 자손이 없고 부자도 아닌, 즉 절대다수의 서민들은 평생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병이 라도 들거나 늙어 버리면 바로 빈민 혹은 노숙자로 전락하는 게 흔한 수순이었고 말이다. 한때는 이런 사람들이 그대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뜨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시대 에는 정부가 이런 사람들을 모아 범죄자나 정신질환자와 함께 수 용소 혹은 구빈원에 격리시켰다. 정부는 나이가 적든 많든 일을 못 하는 것을 부족한 성품의 증거로 여겼다. 그래서인지 수용 시설은 찬바람 쌩쌩 부는 돼지우리만치 열악하기 짝이 없었고 배급되는 음식 역시 허기만 간신히 달래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거리의 부랑자들이 제 발로 시설을 찾을 리 만무했다. 한편 또 어떤 시대에는 생계유지 능력이 없는 노년층을 도와야 한다는 동정적 여론이 일어 종교 단체와 정부가 함께 나섰다. 사실 이런 흐름은 근현대사에 서만 목격되는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되풀이되는 패턴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고대 로마제국부터 게로코메이아gerocomeia라는 양로 시설이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터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잘 발달해 있었다. 게로코메이아는 사회적 약자를 격리해 소외시키는 시설이 아니었다. 황제가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마다 잊지 않고 친히 방문할 정도로 이곳의 입주민들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회계층이었다. 기독교 시대에는 수도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노인과 병약자 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하며 자선활동에 평생을 바친 기독교와 가톨릭의 수많은 성인이 오늘날에는 병원 이름으로 더 잘 기억되지만, 원래 수도원 부속 시설들에는 의학적 관리보다는 보호와 쉼터 제공의 목적이 더 강했다. 요양 병원 말고 일반 양로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런 국지적 구호 노력이 발단이 되어 비잔틴 황제들, 교회들, 자선가들에 의해 수많은 요양 시설이 각지에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다. 덕분에 이 시대의 모든 제국 시민은 늙거나 병들거나 크게 다쳐 몸을 못 쓰게 되어도 어디서나 도 움을 받을 수 있었다.
- 특히, 종교의 입김이 센 시대에는 나이가 들면 육신은 스스로 제 한 몸 못 가눌 정도로 약해질지라도 노인의 영혼은 더욱 특별한 힘을 갖는다는 믿음이 보편적이었다. 노인이 신에 가까운 존재로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교회가 힘을 잃으면서 노인은 숭상받는 존재에서 순식간에 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새롭게 부상한 강한 정부는 통제 수단 혹은 일종의 형벌로 쓸모없는 노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켰고 대개는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비슷한 처지의 사회약자들을 한곳에 모아 두니 공공자원을 효율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비록 이 조치가 차별적인 집단 인간성 말살을 초래 했더라도 말이다. 정부는 이들을 교화시켜야만 사회질서가 유지되 고 시민 계급 전체가 안정을 찾는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길거리 에 더럽고 굶주린 거지와 늙은이가 넘쳐나면 그것은 정부가 실패 했다는 증거였다.
-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혹은 어디까지 소망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은 세상에 몇 안 된다. 사람들은 의사의 말이라면 다 객관적 진실이라 믿으며 의사의 권고를 무조건 따른다. 그러나 의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때때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다. 의사도 다른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시대와 사상의 합작품인 까닭이다. 고식적 의료라는 말을 만든 캐나다 의사 밸퍼드 마운트 역시 여러 해 전에 비슷한 맥락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늘날의 의학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 현대 의학이 할 줄 아는 건 아파도 찍 소리 한번 못 내는 환자들의 고통을 모른 체하는 것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말기 환자들에게 특히 공공연한 의학의 오만함은 폭로될 기회가 없다. ... 우리는 스스로 선한 마음과 실력을 겸비한 의사라 자부하고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지만, 둘 다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 그럼에도 환자들은 담당 의사가 모욕을 느끼거나 언짢게 여길까 봐 노심초사한다.」
- 20세기 들어 노화와 임종이 마치 반드시 의학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건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의학은 스스로를 죽음이라는 절대악에 대항하는 무기라 자처해 왔다. 그러나 사실 의학은 인간이 자연스러운 생의 단계를 보다 편안하게 넘기도록 돕는 사회적 수 단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의사들은 어려운 대화를 원만하게 이끌고, 나쁜 소식을 잘 전하고, 환자가 생각하는 삶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말년의 증상들을 적절히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의대에서 이런 내용을 정식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10 년대의 일이다. 그나마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잘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업무들에 상대적으로 능숙한 노인의학 전문의나 고식적 의료 전문 의사에게 협진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지속되는 개혁 노력에도 의료인들의 생각은 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예산은 정작 환자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은 투석, 화학요법, 외과 시술 등에만 집중 지원된다.
- ‘번아웃'이라는 말은 어떻게 유명해졌을까. 1970년대 초, 독일계 미국인 심리학자 헤르베르트 J. 프로이덴베르거 가 유독 의사들이 직장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하고 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한 때 뜨거운 이상주의자였던 의사들이 매사에 부정적인 냉소주의자 로 변해 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자세히 조사 해 보니, 의업에 환멸을 느낀 의사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기본적으로 직업윤리가 투철하고 성취욕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는 직업과 개인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감정의 동요가 심해지고, 어떤 일에도 집중이 안 되어 힘들어한다. 만성적 스트레스가 그들의 숨통을 꽉 쥐고 놓아주질 않아 몸 과 마음 모두 황폐해진 탓이다. 팽팽한 긴장 상태에 끊임없이 쏟아 지는 과중한 업무가 겹치면 자기비하, 가치관 왜곡, 행동 변화, 인 간관계 악화, 은둔, 그리고 내적 공허의 악순환만 반복된다.
- 동네 의원, 즉 1차 의료 기관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전국적으로 각종 질환의 발병률, 사망률, 의료 비용은 낮아지고 환자들의 만족 도는 높아진다는 것은 거듭되는 연구로 익히 증명된 사실이다. 이 에 비해, 현재 미국 사회의 의료 제도는 최첨단 기기를 이용한 시 술 위주의 특정 진료과를 편애하는 까닭에 심각한 자원 낭비를 자 초하고 적지 않은 환자들을 다치게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1차 의료 기관들이 의료 체계의 기반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국가일수록 온 국민이 더욱 건강하고 여유로운 것 을 알 수 있다. 동네 의원들이 여전히 찬밥 신세인 미국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 오늘날은 미국 의료계 역사상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이기도 하다. 첨단기술과 혁신이 화려하게 만개했지만 한편에서는 불평등과 의 료 노동자의 피로도가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신세 대 투사들이 사회연락망에 #blacklivesmatter라는 꼬리표를 퍼뜨 리는 동안 이에 질세라 기업식 의료 기관은 막대한 예산을 마케팅 에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21세기의 의학 기술로는 균 감염을 치료 하는 것부터 상한 관절과 장기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것까지, 못 할 게 없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한 의학이 환자들에게 더 큰 도움 이 되는 것부터 순서대로 차례를 매기라는 간단한 숙제 하나 못하는 바람에 온 사회의 시간과 의료 자원이 줄줄 새고 있다.
- 시인 메리 루플 Mary Ruefle은 말했다.
늙는다는 것은 절대로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늙음이 선사하 는 절대자유가 얼마나 놀랍고 감동적인지 아는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개의치 말라. 투명인간이 되는 순간 - 이때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빨리 찾아온다 - 눈앞에는 무한한 자유의 세상이 펼쳐진다.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만한 인물들은 다 사라진지 오래다.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셨다. 부모의 죽음은 가슴 아픈일이지만 해방의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60대 후반 내지 70대 초반쯤부터는 모든 면에서 젊은 세대들을 능가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 불안, 분노할 일은 거의 없고 즐거움, 행복, 만족감은 배가된다. 이 연구들에 다수의 유사 연구를 더해 종합적으로 내려진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평균 적으로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연령 집단은 65~79세였 고 그다음이 80세 이상 그리고 18~20세 순이었다.
- 원래 인류에게는 제 집에서 숨을 거두는 게 당연한 운명이 었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상황이 달라진다. 노화와 죽음 이 몹쓸 병처럼 취급되면서다. 1980년대에 이르면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고,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죽음을 병원에서 맞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다 1990대에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미국에서 1974년에 최초로 문을 연 호스피스 전문 기관의 수는 2013년이 되어 5,800개로 늘어 났다. 오늘날에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자택에서 최후를 준비한다고 한다.
- 로봇은 절대로 사람과 대등한 위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첫째, 모든 보호자가 환자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존재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그 반대의 효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때 로는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예상을 빗나가 실패한다. 혹은 파렴치 한이 처음부터 방임과 학대를 작정했을 때도 있다.
둘째, 간병 로봇과 사람 간병인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 다. 우리가 꼭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그 대신 둘 다 적 절히 활용하면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모두 발전시킬 수 있다. 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닌, 보조하는 존재가 되 어야 한다.
셋째, 지금도 이미 수요 초과라 간병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 정이다. 물론, 로봇은 최후의 보루로 두고 더 많은 인재가 이쪽으 로 마음을 돌리도록 변화를 꾀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그러려면 임금을 올리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하고, 보상을 확대하고, 고된 직종이라는 인식을 개선하는 것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적인 타개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 생활반경이 극도로 제한된 사람들, 그러니까 대표적인 예를 들 자면 우리 왕진 의료 서비스의 고객 같은 고령자들이 침통해하는 것은 삶의 무대가 작아져서가 아니라 그 결과로 자신이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상에서 활동하는 공간을 흔히 생활공간 ite-space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생활공간이 지구상의 모든 대륙이지만 방금 말한 어르신들에게는 자기 집 혹은 방 한 칸에 그친다. 심하면 침대 한쪽인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가장 큰 소망 이라고 해야 가끔 바깥 공기 한번 쐬는 게 고작이다. 자유롭게 여 기저기 맘껏 돌아다니던 건강했던 시절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 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 가장 간절하게 갈구하는 것은 참여 기 회, 사람의 온기, 대화, 그리고 유대감이다.
- 노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과연 무엇일까? 인생 제3막의 장점으로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 말고도 여럿을 꼽 을 수 있다. 정신적 내공이 쌓인다는 것, 일상의 기쁨, 자기만족, 세 간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만큼 커진 자유, 또렷 해진 삶의 우선순위 등등. 물론, 누구나 다 늘그막에 이런 무기를 얻는 것은 아니며 말년의 어떤 기쁨도 젊은 시절의 희열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영어권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연구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된 결론을 내놓는다. 고령 인구 급증에 따라 연령차별주의도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노인을 깔보지 않는 사회에서 늙어 감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어느 수준일지는 오직 상상 속에서나 짐작할 뿐이다.
- 명심해야 할 점은, 고령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노인이 되는 것 혹은 노인으로 사는 것의 개인적 감상만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차가운 시선은 노인의 건강을 해치고, 활동 영역을 변 화시키며, 수명까지 단축한다. 평소 부지런히 관리하는 습관은 남 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이의 건강을 증진한다. 그런데 이런 활동 참여율이 가장 낮은 연령 집단이 바로 노인들이다. 나이, 인종, 성별, 학력, 본인이 생각하는 건강 수준, 신체 기능을 비슷하게 맞춘 구성원들을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늙어감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사람일수록 운동, 올바른 식습관, 정확한 복약 같은 예방 차 원의 건강증진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한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연구의 결과도 비슷했다. 61세부터 99세까지 아우른 집단에서 늙어 감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자세가 불러온 신체 기능 개선 효과가 규칙적인 운동의 효과보다 컸다. 노화에 대한 가치관은 자기최면과도 같다. 노년기의 건강과 삶 의 질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각자 상상해 온 그대로의 모 습으로 실현된다. 생물학은 중요한 요소지만 마음가짐, 행동, 인간 관계, 사회, 문화 등 다른 굵직한 변수도 많다. 연령차별주의가 성 차별이나 인종차별보다 흔하고 노소 불문 모든 구성원이 유독 노인에게만 더러운 색안경을 끼고 비딱한 시선을 던지는 사회가 있 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사회통념이 엎어진 역사적 선례가 적지 않고 개개인의 가치 관도 철들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에 대한 편견 이 사라지면, 노년층의 문화와 노년기 삶의 풍경도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병원 안과 밖 모두에서 말이다.
- 일반적으로 늙은이 쉰내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편견이 반, 불 편한 진실이 반 숨어 있다. 깔끔한 노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청 결한 보통 사람들의 냄새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이를 먹을수록 후각은 쇠퇴하는데 씻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노동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체 취는 노년기에 오히려 줄어든다고 한다. 성(性) 호르몬 감소 때문 이다. 그러니 샤워며 빨래며 예전만큼 자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당연하다. 노인의 시력과 후각은 막 세탁한 옷과 며칠 전에 반 옷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게 곧 감은 지 오래된 머리나 계속 돌 려 입는 옷가지에 배는 시큼한 냄새도 못 맡게 된다. 잘 안 씻는 노인의 체취는 땀에 더러운 10대나 청년의 그것과 다르다. 세포, 미생물, 오일 성분, 화학물질의 인체 내 분포는 호르 몬과 식습관의 영향을 받아 연령대별로 조금씩 달라진다. 따라서 특유의 체취가 나이에 따라 다른 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 럼에도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들으면 유독 노인들만 격노하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도 그 입장이면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들은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나는 걸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그걸 꼭 알아야 할까? 노인 특유의 쉰내가 화제로 나오면 대개 사람들은 그게 전부 나이 탓인 양 얘기한다.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그 습관을 유도하는 배경인자가 아니라 말이다. 운동시설마다 샤워실이 없는 곳이 없 고 데오드란트, 발 냄새 미스트, 남성 전용 혹은 여성 전용 탈취 스 프레이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는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 이다. 늙은이 쉰내에 이런 해결책을 궁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결정적인 묘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성인들은 하루 종일 움직이면서 배어나는 체취를 더 강한 향으로 가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고령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저 더 자주 씻기에 편한 환경이다.
- 환자를 위해 옳은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의사나 다른 가족 들과 의견 일치가 안 될 경우, 이런 긴장 상황은 한층 험악해진다. 반려동물의 일이든 사람 가족이 걸린 상황이든 쉬운 치료법이 존재하는 문제는 반드시 고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에 선 의사에게 당사자의 평온을 최우선으로 배려하자고 설득하는 것만큼 어렵고 마음 불편한 일은 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들 대부분은 환자의 종합적 상황을 보는 게 아니라 당장 급한 병명 하나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시각이 다른 것이다.
- 쿤에 따르면, 혁신은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서서히 일어나 는 게 아니라 진화적 환경 조건에 딱 부합하게 된 순간에 폭발적으 로 시작된다고 한다. 패러다임이란 한마디로 어떤 중요한 논제 - 가령 의료 체계 같은 - 를 두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견해를 규정하 는 인식체계라 정의할 수 있다. 이 패러다임은 소란, 불확실성, 불 안이 고조된 시기에 교체되거나 전복되기 쉽다. 위기의 시대에 기 존 체제의 결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때 민중은 현상을 바라보 는 시각을 이리저리 바꿔 가며 타개책을 모색한다. 그러다 충분한 절대다수의 구성원이 현現 패러다임은 틀렸으니 새 패러다임으로 바꾸자는 데 뜻을 모으는 순간, 혁명이 일어난다. 과학 기술이 모든 의학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20세기의 패러다. 임에 찬동하는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렇더라도 우리 모두 심 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너희 나라보다 덜하네, 어쩌네 하는 실랑이는 의미 없다. 이제는 확 달 라질 때다. 과학을 신봉하는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은 개개인에게 도 사회에도 적지 않은 혜택을 안겨 주었다. 문제는 검증된 옛 방 식을 잘 선용하는 것보다는 새 전략과 새 지식을, 사회제도와 인적 자원을 활용한 예방 중심 정책보다는 최첨단 치료 시술을 지나치 게 편애했다는 것이다. 그런 패러다임이 수가제도, 임상 실제, 의학 교육, 학계까지 의료계 구석구석을 점령했으니 현대인이 감당 해야 할 대가는 막대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이 패러다임이 미국 사회에 불러온 손실의 규모는 어느 한 국가가 혼자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현재 미국에서 병원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기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인구의 수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전문의 분포는 사회적 수요 순위와 정반대로 가고 있고, 의료 보조 인력의 근무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모양새다. 설상가 상으로 비틀린 의료 체계가 초래한 의료 및 건강 불평등은 전염병처럼 번져 가고 있다.
- 의사라면 누구나 프랜시스 웰드 피보디Francis Weld Peabody의 에세이 의술이란 무엇인가 The Care of the Patient) 마지막 구절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거의 100년 전에 쓰인 글임에도 의사의 역할 을 규정하는 피보디의 목소리는 현대인을 겨냥한다고 여기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아픈 환자는 질병 조건을 유도한 실험동물과 완전히 다르다. 환자 의 병은 인간 생의 정서적 측면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덧붙이면 사회 환경에도) 영향을 주는 동시에 역으로 받기도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이 특징을 무시한 채 환자를 돌보겠다는 의사는 실험에 영향을 줄 만한 어떤 변수도 단속하지 않고 실험을 강행하는 비(非)과학적 연구자만큼이나 돌팔이라 불려 마땅하다. ....... 의사의 필수 자질 중 하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를 염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 80대가 되면 걷는 게 힘들어진다. 90이 가까우면 셔츠만 갈아입어 도 바로 숨이 찬다. ......... 삶은 감자도 씹어 먹기에 딱딱하다고 느껴지거나 우편물이 안 오는 걸 보고 일요일임을 안다면 당신은 늙은 것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80대에는 낮잠을 하루에 두 번 정도 잔다. 90이 되면 횟수를 세다가 잊을 정 도로 온종일 꾸벅꾸벅 조는 게 일이다. 또, 80대에는 식사량이 확연히 줄어들지만 90에는 생각날 때만 먹는다.
누군가 집배원이 오는지 안 오는지로 요일을 짐작하고 24시간 중 대부분을 자는 데 쓴다면, 십중팔구 그의 일상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고 어느 누구와도 말 섞을 일 없는 고독한 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말하자면 사망예정자 대기실에 머무는 셈이다. 지병을 가진 나이 든 현대인 대다수는 결국 사는 낙 하나 없이 병환과 신체 기능 노화에 끌려 다니는 시점에 이른다. 이것은 의학발전으로 인류가 각종 급성질환으로 병사하지 않고 장수하게 된 이후에 생긴 현상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런 시대는 처음이다. 그리고 유례없는 상황에는 유례없는 해결책이 필요한 법이다.
- 삶에서 무엇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다 다르다. 그런데 성찰 주제가 죽음으로 바뀔 경우, 각자 번호 매긴 가치의 순서가 대충 엇비슷해진다. 주목할 점은 백이면 백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죽는 것을 최상의 죽음으로 꼽는다는 것이다.
- 내게 생과 사를 직시하고 반추할 담대함이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을 다르게 키우고, ... 죽어가는 것도, 죽는 것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할 수 있엇을 텐데. (앨리자베스 퀴블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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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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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에서 교체가 불가능한 유일한 재산은
거기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의 지식과 능력이다.
그 재산의 생산성은 직원들이 각자의 능력을
동료들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 앤드류 카네기, 철강왕

 

회사의 성장은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합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직장생활 내내 교육을 실시하는 회사는
현재를 개선하는 동시에 장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적 교육과 서로의 능력을 공유하는 팀웍 빌딩(Teamwork building)을 통해
잠재능력의 30% 활용에 머무르고 있는 인적자원 활용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첩경입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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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바친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 준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야.
악착스레 모은 돈이나 재산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숨은 적선, 진실한 충고, 따뜻한 격려의 말 같은 것은
언제까지나 남게 되니 말이야.
- 미우라 아야코, 작가

 

흔히들 벌어들인 것으로 성공을 측정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남들에게 베풀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의 크기가
바로 성공의 크기입니다.
세상을 하직할 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살아생전 나눔의 크기가 진정 의미있는 부(富)라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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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활에서 1987 1019일은 잊을 없는 날입니다. 한국경제신문 외신부(지금의 국제부) 기자로 새벽 당직근무(한국시간은 1020) 하던 당시, 외신 텔렉스가 요란한 경고음을 연신 날리며 뉴욕 증권시장 대폭락 소식을 타전했습니다. 다우존스주가지수가 하룻새 22.6% 폭락한 이날을 언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블랙 먼데이(black Monday: 암흑의 월요일)’ 불렀습니다. 다우지수는 이날 직전까지 연초보다 40% 치솟는 수직상승 행진을 하고 있었기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블랙 먼데이원인으로 미국의 재정·무역수지 적자 누적에 대한 위기감 등과 함께 1982 이래 지속됐던 주가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도 꼽혔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은거품은 언젠가, 반드시 꺼진다 혹독한 교훈을 얻었지만, 이후에도 주기적인 대폭락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2008 9월의 뉴욕증시 폭락 때는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즈 월가의 상징과도 같던 대형 금융회사들이 퇴장당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515일자 A22 기사 반복되는폭락의 역사예언보다 대처가 중요>는 투자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새겨야 교훈을 일깨워줍니다. “역사는 폭락과 거품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주기적으로 넘치는 것들을 청산해낸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경험한 세대는 의미를 모른 넘어가고, 새로운 세대는 역사를 쉽게 잊는다.”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이 바닥이다.” “함께하면 두렵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나도는 말입니다. 2000 닷컴거품이 증권시장을 휩쓸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금융경제 해설가 로버트 벡크맨은폭락의 시발점은 항상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치가 절대로 떨어질 없다고 믿는 무엇인가에서 시작된다 말합니다.

벡크맨은주변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특정 대상에 대해 많이 언급하기 시작하고, 대상을 거래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가능한 빨리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좋다 충고합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뛰어들수록 가격 상승과 함께 인간의 탐욕과 광기도 걷잡을 없게 분출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좋은 뉴스에만 주의를 기울이도록 프로그램된 존재다.”

대폭락이 무서운 것은 그로 인한 타격이 개인을 넘어 경제 전체로 확산되면서 이중삼중의 피해를 오래도록 입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재앙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상황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대처할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포커를 치기 시작해서 30분이 지났는데 누가 호구인지 모르면, 당신이 호구다.”

벡크맨은폭락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우려들지 않기 때문이라며그래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미래에도 계속 일어나게 되는 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자본주의 경제의 바이러스와 같은 폭락이 중증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고 가벼운 감기로 끝나도록 방법이 있다 말합니다. “예측보다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과거를 통해 어떻게 대처할지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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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마음을 열어봐. 세상은 그것만으로 잘 돌아갈 수 있다네. 자네가 완벽하니까 주변이 허술해지는거야. 자네가 허술하면 주위가 완벽하게 움직인다구. 결국 상사의 역할이란 '커피를 데스크에 쏟는 것'이 아닐까.
- 허점을 보여주는 것이 상사의 역할일 수도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너무 완벽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 무엇을 보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누가 그것을 보았느냐가 문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바꾸었다 해도 일하는 사람은 똑같다. 먼저 바꾸어야 할 것은 나의 의식이다.
- 회사안에서 서소를 잘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두는 사람이 적어지지. 서로를 잘 모르니까 다들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게 아닐가. 실제로 회의실 형광등이 잘 터지는 회사는 이직률이 높아. 서로를 잘 모르니까 회의가 길어지고 형광등이 잘 터지는 거야
-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니까 회의시간이 길어진다. 회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을 더욱 늘려가자.
- 상대가 먼저 속마음을 열기를 기다리지 말고 자신이 먼저 진심을 이야기해보자
- 헛수고야말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회사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찾아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어보자
- 동기가 뛰어날수록 진심으로 기뻐하라. 시점을 바꾸어 동료를 바라보자. 뛰어난 동료는 사장이 될 그대에게 큰 자산일지도 모른다.
- 일이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야. 일을 즐기는 것이지. 일이 나를 즐겁게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일을 즐길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보람이란 것이며, 즐거움이란 것이다.
- 내가 '그렇게' 바라보면 '그렇게' 보이는 것이 세상이다.
- 망설이는 것은 어느 선택지도 훌륭하기 때문. 설령 세 번 모두 실패한다 해도 회사로서는 처음 가보는 방향으로 모험을 한 것뿐. 다만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해본다
- 취향이 다른 사람들끼리 가장 대화가 잘 되는 거야. 의견을 통일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부딪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회사의 존재의의다.
- 인간님께서 미리 결론을 내려놓으면 뇌라는 놈이 아무리 사소한 증거라도 현실에서 찾아내고 말아. 다른 유명한 뇌 실험인데, 나는 행복하다고 1천번 중얼거린 피실허자가 거리를 걸어가면 뇌가 행복한 이유를 찾아내. 같은 거리를 '나는 불행하다'라고 중얼거리며 걸어가면 불해안 이유를 뇌가 잔뜩 찾아내지. 똑같은 길인데 보이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미리 결론만 내려놓으면 뇌가 그 증거를 찾아내는 거야. 그러므로 먼저 부하를 믿고 보는 거야
- 부하가 저지른 실수야말로 정답일지도 모른다. 상대를 컨트롤하려 하지 말고, 이미 그 상태로 컨트롤되어 있다고 믿을 때 비로소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 끝난 것은 없다. 목숨이 붙어있기만 한다면. 당신이 그 실수를 웃어버릴 수 있는 관계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고, 회사 빌딩 바깥에서는 오늘도 별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 더 잘잘지 않아도 괜찮아.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합격이니까. 어떤 가르침도 정의감도 살아가는 것보다는 2차적이다. 왜냐하면 모드 것은 살아가는 것을 위한 가르침이니까.
-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을 가족에게 알리고, 가족일을 더 많이 회사에 알리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과 물건의 차이는 내 주위에 가족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사원은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이며 누군가의 자식이다.
- 도망치면 되는 거여. 세상 끝까지. 편안한 곳을 찾을 테니. 점심시간은 직책을 벗어던지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유일한 시간. 나름의 비법을 마련하여 느긋하게 오후 변신을 준비하자.
- 경비원은 직함이 아니라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나뉜 후의 파벌을 지지하는 것보다 가장 근본이 되는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모든 것을 나누지 말고 대응할 수 있다면 곤경에 휘말려들지 않는다.
- 회사에서 무엇을 빼앗을까를 생각하지 말고, 회사에서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게 좋아. 우주는 지금도 가속팽창하고 있으므로 그 주위에서 무엇을 빼앗으면 이상해지고 만다. 조금씩이라고 자신의 주변에 주는 기쁨을 연습해보자.
-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결국 마지막에는 정답으로 바뀌니까, 괜찮아. 좋은 결과 만들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결과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되기를, 당신 눈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필시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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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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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2020. 5. 19. 08:25

- 재활용 알루미늄은 이와 달리 화학적 · 물리적 측면에서 신제품과 구분할 수 없는데도 비용 경쟁력이 훨씬 높다. 알루미늄 재활 용은 보크사이트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일보다 92퍼센트나 적은 에너지 를 사용하며, 먼 광산이 아니라 최종 소비 지역에서 이뤄져 운송비용과 거리를 줄여준다. 재활용 알루미늄은 이런 높은 가치 덕분에 플라스틱 이나 유리, 종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 드는 지자체의 비용을 뒷받침 하는 경우가 많다.이는 1880년대 이후 채굴된 알루미늄의 대부분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수십 번, 아니 심지어 수백 번 재활용된 사실로 알 수 있다. 자동차나 냉장고 또는 콜라 캔에 들어간 알루미늄 중에는 1세기 전에 채굴된 것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전생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동원된 폭격기의 몸체로 비행했을 수도 있고, 1960년대 냉장고의 일부로 얼음 조각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9·11 이후 세계무역센터의 잔해에서 수거된 수천 톤의 외장재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당신이 손에 든 캔이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렸을 수도 있다. 현재 냉 장고에서부터 재활용 쓰레기통과 공장을 거쳐 다시 진열장까지 가는 주 기가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케빈 맥나이트는 이런 캔이나 새로운 경량 바퀴 축, 이론적으로 전기 차의 주행거리를 1600킬로미터로 늘리는 실험적인 알루미늄 배터리에서 미래를 본다. 그가 세계 최초이자 최대 알루미늄 기업인 알코아 Alcoa 에서 일하면서 본 미래는 알루미늄으로 덮여 있다. 말쑥한 임원인 그 는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계 리더들이 모이는 브레인스톰 그린Brainstorm Green 연례 콘퍼런스에서 우리가 “변곡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알루미늄의 경제성이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으며, 운송은 그 절호점”이다.- 철은 산화철을 용광로에 넣고 가열해 비교적 간단하게 생산할 수 있다. 반면 복잡한 홀-에루 공정으로 같은 양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사실상 수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전해셀 과 도시급 발전소가 필요하다. 단적인 예를 들면 강철로 만든 자동차가 같은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만든 자동차보다 37퍼센트 저렴하다.17 다만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가 수명주기에 걸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낮은 운용비와 연료비 덕분에 알루미늄을 써서 만든 차량의 전체 에너지와 탄소 족적이 일반적인 철제 차량보다 작다.18 재활용금속을 쓰는 경우 이 수치는 알루미늄에 훨씬 더 유리한 쪽으로 바뀐다.
- 나의 탄산수 캔을 만드는 데 사용될 알루미늄 잉곳은 냉각된 후 화물선을 타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롱비치항으로 이동한 다음, 열차로 테네시주에 있는 알코아의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스 Great Smoky Mountains 가공공장으로 옮겨진다. 재활용 캔으로 만든 잉곳도 같은 공장으로 온다. 캔을 만들 때 내구성과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뿐 아니라 소량의 마그네슘과 망간(각각 약 1퍼센트)도 들어간다. 뚜껑의 경우 고리를 딸 때받는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마그네슘이 더 들어가고, 망간은 덜 들어간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음료 캔은 평균적으로 70퍼센트는 재활용 금속, 30퍼센트는 1차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 소다 업계는 집에 서 쉽게 만들 수 없기에 병이나 캔이 필요한 맥주에서 단서를 얻어 새 로운 혁신을 선보였다. 그것은 바로 마실 수 있는 일회용 유리병이었다. 유리병은 나중에 플라스틱 병과 알루미늄 캔으로 이어졌다. 추가로 들 어가는 물을 포함한 무거운 제품을 운송하는 일은 어려웠지만 업계의 관점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1병의 농축액을 파는 것보다 일회용 용기를 많이 파는 편이 훨씬 수지가 맞았다. 소다 사이펀은 한번 사두면 계속 쓸 수 있고, 농축액도 자주 살 필요가 없었 다. 그러나 일회용 용기는 마실 때마다 계속 사야 했다. 업계의 관점에 서 판매되는 음료의 95퍼센트는 그냥 물이었다(다이어트 음료의 경우 99 퍼센트다). 따라서 용기와 운송이 가장 비싼 요소가 됐다. 효율성과 운송 그리고 낭비 관점에서 이런 변화는 타당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더 적은 것에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럼에도 혁신과 진전, 편리라는 이름으로 홍보됐다. 쓰기 까다로운 소다 사이펀은 구시대 의 물건이 됐다. 금주법으로 술집들이 문을 닫았을 때 인기를 얻은 약국의 소다 판매대도 지나간 유행이 됐다. 시장과 마케팅이 힘을 발휘했다. 1세기가 지난 지금 복고풍 매력을 풍기는 친환경적 모델로 가정용 소다 수 제조기 시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마시고 바 로 버릴 수 있는 일회용 용기에 담긴 탄산음료를 원한다. 그 덕분에 캔 사업이 번성하고 있다. 그러나 캔의 역사는 이런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선택임을 말해준다. 소수의 기업에는 이익을 주지만 소비자뿐 아니라 지구에는 비용을 가져오는 선택 말이다. 우리를 담는, 가장 인기 있고 오래가며 비싼 용기로서 제2차 세계대 전 이후 현재의 형태가 얼마나 불가피하게 보였는지를 고려하면 차도 하나의 커다란 캔이라는 의미에서 도어투도어 세계의 미래를 위해 불가 피한 것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산업혁명은 자동차와 배관 그리고 전기 부문에서 경이로운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망치고 말았다. 이사이스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큰 깡통에 든 커피는 끓이기도 전에, 심지어 진공 포장을 풀 때 나는 인상적인 소리와 함께 미처 열기도 전에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마는데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런 사실을 모른다. 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화학작용에 따른 것이다. 커피는 로스팅 후 하루, 이틀 동안 맛있는 향과 함께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그래서 바로 깡통에 넣으면 가스의 압력 때문에 깡통이 부풀어 오르거나 심한 경우 터지기도 한다. 이때 깡통을 밀봉하기 전에 방출 속도가 느려질 때 까지 기다리면 문제가 사라진다. 그러나 신선함도 함께 사라진다. 이전 에는 신선한 상태로 또는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판매하던 커피를 대량으로 로스팅해 깡통에 넣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미국의 커피는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사이스의 말에 따르면 이는 포장 문제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나 름 스마트폰만큼이나 복잡한 운송과 공급사슬의 문제다. 커피를 사고 마시는 수많은 소비자와 멀리 떨어진 특정한 열대지역의 특정한 고도에 자리 잡은 수백만 개의 작은 가족농장에서 자라는 고가의 일용품을 어 떻게 처리해야 할까? 수확한 후 쉽게 상할 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두 상 태로 부분적인 가공을 하면 몇 달 동안 보관할 수 있지만 로스팅을 거쳐 끓일 준비를 하면 다시 쉽게 상하는 제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소비자가 녹색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 바로 사용하거나, 커피숍에 가 서 로스팅한 지 얼마 안 된 커피를 마시지 않는 한 커피 맛은 편의성, 신 선함, 거리, 시간 사이의 타협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운송이 커피 맛 을 좌우한다.
- 헨리 포드가 자동차산업에 도입한 대량생산기법이 적용되기 전만 해 도 커피는 녹색 생두 상태로 많이 팔렸다. 즉, 껍질과 섬유질 그리고 속 껍질만 벗기고 로스팅하지 않은 상태의 파치먼트parchment로 팔렸다. 이 경우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최대 1년까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소 비자들은 생두를 집으로 가져와 팬이나 오븐으로 로스팅한 후 손으로 돌리는 분쇄기에 넣어 갈았다. 커피는 독립혁명기에 미국에서 어느 정 도 인기를 얻었다. 독립주의자들은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이전에 마시던 차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싶어 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영국식 관습과 통치에 맞서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커피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때는 거의 1세기 후인 남북전쟁 시기였다. 커피는 양쪽 군대가 누릴 수 있는 드문 호사이자 자극제였다. 전쟁 발발 1년이 지나고부터는 북 부군만 충분한 양을 공급받았지만 말이다. 전쟁이 끝난 후 수십만 명의 참전용사가 자바에 맛을 들인 상태로 귀향했다. 북부군은 매일 배급받 는 녹색 생두를 군장에 든 작은 로스팅 도구나 주철 냄비로 볶았다. 그러고 나서 볶은 생두를 정부에서 지급한 카빈의 개머리판에 달린 작은 분쇄기나 그냥 딱딱한 개머리판으로 끓일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잘게 부쉈다. 이사이스는 이런 역사를 흥미롭고 시사적이라고 여긴다. 미국이 당시 에도 좋은 커피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당시 북부군 군인이 1950년대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 던 사람보다 더 나은 커피를 야전에서 마셨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이사이스의 갈 길을 정해주었을 뿐 아니라 현대 커피 산 업을 더 나은 수준으로 밀어 올렸다. 뒤이어 커피 산업은 두 갈래로 갈 라졌다. 한편에는 거의 모든 미국인이 1970년대까지 마셨던 저렴한 상 업용 커피가 있다. 다른 한편에는 1963년에 이사이스가 일하던 회사의 창업자가 촉발했고, 또 다른 주요 업체인 스타벅스가 3만 2000개에 달 하는 매장에서 흔하게 만든 스페셜티커피가 있다. 이제는 스페셜티커피도 분화돼 고급 와인처럼 조달하고, 음미하며, 평가하는 이른바 장인 커피의 새로운 고급 커피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해발 1000미터부터 1700미터 사이의 열대지역, 특히 부분적으로 그늘이 지는 언덕에서 잘 자란다. 생두는 주로 손으로 수확하며, 6주에서 8주 주기로 익기 때문에 연간 여러 번 수확해야 한다. 등급이 낮은 커피의 경우 지형이 허락하는 곳에서 기계로 한 번에 수확한다. 막 딴 커피 열매는 외과육이 금방 상해서 속에 든 생두의 맛과 질을 떨어뜨리므로 즉시 가공해야 한다. 커피 질은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그 래서 이사이스는 해마다 조달 농장으로 가서 제대로 가공하는지 점검 한다. 아라비카커피의 경우 (습식법이라 부르는) 흔한 절차에 따라 생두 를 수영장과 비슷한 개방형 물탱크에 담가 천연 발효를 거쳐 과육이 벗 겨지게 한다. 그다음 건조 과정이 진행되는데 작은 농장에서는 젖은 생두를 마당이나 건조대에 흩뿌린 다음 가끔 손으로 뒤집어 말리고, 대형 농장에서는 회전하는 거대한 상업용 건조기에 넣어 말린다. 끝으로 생두가 마르면 탈곡기로 땅콩의 얇은 속껍질과 비슷한 파치먼트를 제거한 다. 이르가체페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농민들은 지금도 오래된 건식법을 쓴다. 건식법은 커피를 햇볕에 건포도처럼 말린 다음 탈곡 과정을 거 쳐 과육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세심한 손길을 거친 커피는 대단히 복잡하고도 강렬한 풍미로 높은 가치를 얻는다. 이 모든 작업은 대개 산지의 농장 근처에서 이뤄진다. 가족농들이 직 접 또는 소규모 협동조합을 통해 가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현지 기업이 농민들에게 열매를 사들여 대규모로 가공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커피가 그리 먼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멀리 옮기면 시간이 오래걸려 커피의 질과 가격이 떨어진다. 적어도 커피 세계에서는 막 딴 열매에 대한 오랜 규칙이 지금도 유효한 셈이다. 즉 시간과 거리는 적이며, 어떤 기술이나 화물 컨테이너 또는 외주공장도 부패를 멈추고 시간을 이기지는 못한다.가공을 거친 생두는 크기, 균질성, 외관, 품질에 따라 최대 14가지 등 급으로 나뉘며 최고 등급은 이사이스 같은 스페셜티커피 구매자에게 가고, 나머지는 훨씬 싼 가격에 상업용 커피 구매자나 인스턴트커피 공장으로 간다. 최하 등급은 수출할 수 없을 정도로 질이 낮아 현지에서 소비된다.
- 품질 측면에서 반대편에 있는 커피는 흔히 로부스타robusta라고 부르는 종인 코페아 카네포라 Coffea canephora(또는 코페아 로부스타)에서 나온 다. 이 종은 주로 브라질이나, 비교적 최근 커피 게임에 뛰어들었으며 아라비카커피를 많이 생산하지 않는 베트남에서 재배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튼튼해서 고도와 기후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쉽고 저렴하게 기계로 수확할 수 있는 평지에서도 잘 자 라며, 카페인 함량도 50퍼센트나 더 많다. 이처럼 현대에 딱 맞는 종이지만 단 한 가지, 맛이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은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더 씁쓸하고 훨씬 덜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저급 와인처럼 로부스타도 가격이 낮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어 인스턴트커피용으로 적합하다.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절차 자체는 커피 맛을 해치지 않는다. 물론 부가비용이 들지만 로부스타의 낮은 가 격이 그 비용을 벌충해준다. 대형 상업 브랜드들은 종종 통커피를 만들 때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를 섞는다(정확한 혼합비는 비밀이다). 그래야 통커피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이스의 말에 따르면 커피 맛을 해치는 다른 비용 절감 수단이 있다. 바로 가열과 건조 과정에서 최대한 생두의 무게가 줄지 않도록 낮은 온도에서 볶는 것이다. 이렇게 볶으면 제대로 볶은 커피보다 부피가 커진다. 이런 조치는 커피 값을 싸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스페셜티커피가 통커피보다 훨씬 맛이 좋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자동차가 지닌 과도한 족적은 우리가 사는 장소와 방식까지 좌우한 다. 우리는 차를 편하게 몰고 주차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전국의 주차공간을 합치면 델라웨어와 로드아일랜드를 합친 넓이와 같다. 이는 빽빽한 도심지의 경우 공지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차량 1대 당 8배의 주차공간에 해당하는 수치다. 차를 타는 데 따른 감정적인 반응도 그에 못지않게 과도하다. 가령 주 행시간을 몇 분 줄이려고 새 차선과 첨단 교통정보센터에 수십억 달러 (몇 분을 위한 수십억 달러)를 들인다. 식당이나 경기장에서는 기꺼이 기 다릴 수 있는 시간도 차 안에서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거듭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뇌는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보내는 시간보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주차할 자리를 찾거나, 막히는 도로에 갇히는 등 이동이 지체되는 시간을 2, 3배 더 길게 인지. 인간은 이런 식으로 조건화되거나 체질화돼 있다. 이 점은 유권자들 이 본질적으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류장이나 역에서 시간표에 맞춰 힘들게 대기해야 하는 버스나 지하철에 투자하기보다 카마겟돈 같은 사업이나 자동차로 더 빨리 가도록 해준다는 헛된 약속에 돈 쓰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모든 자동차 사고의 50퍼센트는 집에서부터 8킬로미터 이내에서 발생한다. 근래에 이런 사고가 하도 만연해 특히 휴대전화를 쓰는 부주의 운전 은 공적 논쟁과 법규 제정, 단속 그리고 상당한 오해의 초점이 됐다. 문제는 휴대전화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뇌 그리고 전미안전위원회가 말하는 '다중작업 속설' 이다.이 흔하고도 잘못된 속설에 따르면 우리 는 운전을 하든, 요리를 하든, 춤을 추든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데 뛰어 나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렇게 믿는다고 해서 해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을 때는 속설을 따르는 대가가 너무 크다. 운전은 걸으면서 껌을 씹는 것과 달라 생각과 주의가 요구된다. 사실 주관적으로는 어떻게 느끼거나 인식한다고 해도 인간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인지적 작업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컴퓨터는 가능하지만 인간은 안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뇌가 정말로 잘하는 일은 집중력을 기울이는 과제들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즉, 뇌는 초점을 나누는 게 아니라 전환하면서 이전 과제를 다시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나 카 스테레오 또는 바닥에 떨어진 우유병을 만질 때는 운전을 하는 상태가 아니다. 이때 운전자는 한 과제 에서 다른 과제로 초점과 주의를 옮긴다. 이런 전환은 때로 아주 빠르게 이뤄지지만 결코 동시에 과제를 수행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산만성의 핵심이다.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는 경우만 산만한 것이 아니다. 운전자의 뇌를 스캔한 결과를 보면 전 방을 주시하는 상태로 통화할 때도 움직이는 이미지를 처리하는 영역 의 활동이 3분의 1 이상 줄어든다. 이는 뇌가 산만해졌다는 분명한 증거 다. 흔히 '터널 시야'라고 부르는 이 부주의 맹시inattention blindness때문 에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운전 중에 통화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사 람은 거기에 정신이 팔린다. 그래서 뇌가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절반 도 지각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주의를 기울이는 듯 보이지만(심지어 운전자 본인도 주의를 기울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산만해진 상태다. 이는 기술이나 연습 또는 경험과 무관한 생리적인 문제다.
- 대부분의 국제물류를 통제하는 6개의 해운사 가운데 덴마크에 적을 둔 머스크라인스Maersk Lines가 보유 선박수와 재화 용적, 매출, 이익 면 에서 1위를 달린다. 또한 1위 기업답게 세계에서 가장 크고 진전된 화물선을 건조하고 있다. (석유 굴착 플랫폼, 석유 굴착, 육로 운송, 항만 터미 널 운영 부문에 자회사를 둔) 머스크는 자체적으로 전 세계 화물의 거의 16퍼센트를 처리한다. 이는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물건 6개 중 1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메릴랜드주보다 인구수가 약간 적은 나라에 적을 둔 머스크를 해상 상업 부문에서 반박할 여지가 없는 절대 강자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게다가 머스크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듯 세계 2 위 해운사로 제네바에 적을 둔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와 초대형 선박 공유 동맹을 결성했다. 두 회사가 만든 '2M 얼라이언스2M Alliance' 는 전 세계 물동량의 29퍼센트를 실어 나를 수 있는 1119척의 선박을 거느리고 있다. 이 컨테이너 선단에는 단 하나의 미사일이나 대포 또는 총도 없다. 그 래도 이 해운사나 다른 소수의 강력한 해운동맹 중 하나가 요구하면 전 체 물류체계가 엎드려서 받아들인다. 그에 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 로젝트가 시작된다. 항만 터미널이 철거되거나 재건축되고, 고속도로가 확장되며, 철도 노선이 재조정된다. 물류 회사들도 등을 휘게 하는 새로운 운임과 지연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해운사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언제든 유순한 항만이나 협력자로 옮겨갈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 로 국가와 국가, 주정부와 주정부를 맞붙이는 데 아주 능숙하기 때문이다. 만일 로스앤젤레스가 해운사들이 내미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휴스턴이나 서배너savannah, 멕시코, 캐나다가 언제든 기다리고 있다. 지 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이는 과거에는 국내에서 생산됐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조달하는 저렴한 물건들, 의류의 97퍼 센트, 신발의 98퍼센트, 가정용 가구의 3분의 2,5 대부분의 소비자 가 전제품, 장난감과 자전거에 딸려 있는 숨겨진 가격표다. 이 모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며, 해외에서 온다. 1980년에는 1100만 톤이던 전 세계의 컨테이너 선단 재화 용적이 2010년에는 1억 6900톤으로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다. 점점 커지는 소비 주도 경제가 먼저 요구했고, 뒤이어 거기에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장 그리고 미국의 매장과 옷장을 연결하는 대형 해운사들에는 매우 기쁘게도 미국 국내총생산의 70퍼센트가 소비지출의 형태를 지닌다. 대형 해운사들은 수십 년 동안 비유적으로 그리고 문자 그대로 복합운송 체계를 이끄는 큰 힘 또는 가장 큰 힘이었다.
- 전 세계에는 (총 9만 척의 화물선 중) 약 6000척의 컨테이너선이 있다. 이 대형 선박들은 연간 4조 달러어치에 이르는 1억 2000만 개 분량의 컨테이너를 옮긴다.14 또한 그들은 가장 지저분한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소비한다. 해상 운송과 대형 컨테이너선이 증가하면서 국제교역이 유례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환경적 재난도 뒤따랐다. 문제는 흔히 사용하는 벙커유다. 가장 저렴하고 지저분한 연료인 벙커유는 원유에서 유용한 제품을 모두 뽑아낸 후 남은 사실상의 폐기물로서 버스와 대형 트럭에 쓰이는 경유보다 1800배나 더 많은 오염물질을 만든다.또한 아스팔트와 농도가 같아 식히면 사람이 그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다. 대형 화물선은 벙커유를 너무 많이 태우기 때문에 갤런이 아니라 메트릭톤 단위로 소비량을 측정한다. 실로 큰 선박은 하루 에 200톤에서 400톤을 소비한다. 벙커유를 태우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50만 대의 대형 트럭이나 750만 대의 승용차보다 더 많은 황과 산화질소(스모그와 미립자 오염물질을 만들 뿐 아니라 어장과 산호초를 위협하는 해 양 산성화를 가져온다)를 내뿜는다.16 이 말은 현재 운영되는 6000대의 초대형 선박 중 단 160대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차량과 맞먹는 오염물 질을 내뿜는다는 뜻이다. 2015년부터 발효된 새로운 법규에 따라 미국 공해인 322킬로미터 수역을 넘는 배들은 오염물질을 덜 내뿜는 깨끗한 벙커유를 사용해야 한다. 그 결과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선박이 내 뿜는 오염물질이 줄었다. 그러나 깨끗한 벙커유는 더 비싸기 때문에 여 러 해운사가 수역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정박지가 생기면 빨리 달려가는 식으로 지저분한 벙커유를 최대한 많이 쓴다. 화물 선단은 전 세계 배출량의 2~3퍼센트를 차지하는 주요 탄소 배출원이기도 하다.이는 전 세계의 차량들이 내뿜는 온난화 가스의 3분 의 1에서 5분의 1 사이에 불과하다.18 그러나 선박 수가 비교적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거대한 온실가스 족적이다. 전체 해운업계를 하 나의 국가로 치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상위 10대 국가에 들어가며, 해마다 내뿜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와 그 등가물은 세계 4대 경제대 국인 독일보다 많다. 현재의 추세대로 성장할 경우 전 세계 물품의 90 퍼센트를 옮기는 해운산업의 규모는 2050년까지 지금보다 2.5배로 커 진다. 그때까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해운업계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무려 18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을 내뿜 게 될 것이다.
- 매시는 경로 최적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동화가 이런 분류 오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거나 최소한 관리해주리라 믿는다. 그는 로봇 항공기, 다시 말해 제트기 드론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조종사들에게 물어보면 로봇 항공기는 이미 나와 있으며, 단지 이름이 없을 뿐이 라고 말할 것이다. UPS 화물기는 자동으로 공항에 접근하고, 착륙 기어를 내리고, 활주로에 착륙하고, 활주로를 따라 이동한 다음 멈춰서 엔진 을 끌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조종사가 계기를 전혀 건드리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다. 사실 시야가 좋지 않을 때는 이것이 유일한 착륙 방법이 다. 매시의 말에 따르면 다음은 운전사 없는 트럭이다. 배송 트럭이 아 니더라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공급 트럭은 분명 자동화될 것이다. 안전성, 효율성, 저비용 그리고 수면을 취할 필요 없이 계속 달릴 수 있는 장점은 로봇의 부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매시가 편안한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기술은 문제가 아니고 교통량도 문제가 아니다. 정말 문제는 인프라로, 우리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은 단순한 교통정체나 불편 정도로 치부하겠지만 올림픽 빌딩 5층에 있는 매시의 사무실에서 보이는 풍경은 더 많은 현실을 드러 낸다. 과부하로 일반 경로에서 10분만 더 배송이 지연돼도 UPS의 비용은 1억 2500만 달러가 늘어난다. 이는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사람 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 수치에다가 물건을 문에서 문으로 옮겨야 하는 다른 기업, 사실상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1000배 또는 1만 배를 곱해보라. 매시는 빙하처럼 쌓여가는 비용의 압력을 느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미 과부하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 인구는 70억에서 2050년까지 90억으로 늘어날 겁니다. 일주일에 100만 명씩 35년 동안 늘어난다는 말이죠. 이런 인구 증가에 발맞춰 인프라를 늘리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매시는 한숨을 짓는다.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지 않지만 트럭과 배송은 그가 열정을 쏟는 대상이자 밥벌이다. 그는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손쓸 도리가 없는 더 큰 문제로 회사와 나라가 피해를 보는 현실 때문에 좌절한다. 그는 이렇게 말을 마무리한다. “분명하게 말해두자면 우리는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요.”
- 실제로 모든 사람이 무인자동차라는 비전에 사로잡힌 것은 아니다. MIT의 공학 및 기술사 교수인 데이비드 민델은 완전 자동화 구상을 불완전하거나 심지어 허상이라고 말하며 사람과 컴퓨터를 50대 50으로 완벽하게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그는 1969년 에 이뤄진 아폴로호의 달 착륙을 인간의 판단력과 컴퓨터의 능력을 성 공적으로 융합한 대표 사례로 든다. 민델의 주장에 따르면 일상적인 주 행에서 이처럼 원활하고 안전하게 통하는 융합을 이루는 일은 상당한 기술적 난제이지만 인공지능의 적인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인간의 판단력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추구할 가치가 있다. 이는 과학에 토대를 둔 주장이면서도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현실로 드러난 현상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율주행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비상시 로봇에게서 사람으로 통제권을 넘길 때다. 사람이 놀랐을 때 순 간적으로 '얼어붙는 바람에 주의를 집중하기까지 몇 초 동안 발생하는 지연은 부분 자동화 시스템을 두 세계의 최고가 아니라 최악으로 만들 수도 있다. UCSD 디자인랩 소장인 돈 노먼은 이렇게 말한다. “항공 분야에서 그런 일이 거듭 일어났습니다. 사람은 주어진 과제에 계속 집중할 수 없어요. 원래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 사람보다 똑똑한 차로 넘어가는 전환에는 커넥티드 카라는 또 다른 형태가 있다. 이 기술은 교통부에서 주도적으로 권장한다. 커넥티드카 는 무인자동차와 다르며, 보완적인 성격을 지닌다. 요점은 무선 기술을 활용해 차량들을 서로 연결하고(전문가들은 이를 V2V라고 부른다), 차량 과 도로 그리고 인프라와 연결하는(V2I) 것이다. 차량들을 서로 연결하 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오랫동안 모든 항공기에 탑재돼 위치와 방 향 그리고 속도를 알려주는 저렴하고 검증된 응답기를 활용하면 된다. 프라이버시 문제가 보급에 걸림돌이 된다면 응답기를 익명화할 수 있 다. 핵심은 자율주행차의 센서가 감지거리나 장애물 또는 가장 밀접하 게는 악천후로 다른 차량을 감지하지 못할 때 그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량과 일반 차량이 뒤섞이는 전환기에 특히 유용할 것이다. 사람이 모는 차가 교차로에서 멈추기 위해 서행하는지 또는 그 냥 지나치는지 미리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V2I 개념은 적용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인프라에 통신 선을 깔고 신호등, 건물, 주차장, 교통신호에 발신기를 넣으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시스템을 구축하면 악천 후에서 센서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도로가 사실상 차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쁜 조건으로 가려진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현재 V2V나 V2I를 구현하기 위한 일정이나 자금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판을 준비중인 무인자동차는 이런 통신 기능을 배제한 채 자족적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 경우 디지털 보안 측면에서는 도움이 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차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처럼 해킹의 표적이 되 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무인자동차가 커넥티드 카와 인프라 시 스템에 접속할 것이다(그런 시스템이 실현된다면 말이다). 따라서 보안은 계속 걱정거리로 남을 것이다. 트럭, 버스, 택시 운전사를 자율주행장치로 대체하는 과정은 고통 러울 것이다. 택시는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수단이며, 트럭과 버스 운전은 여전히 중산층으로 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오래도록 공급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미운수조합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300만 명의 트럭 운전사가 있으며(트럭 운전사는 대부분의 주에서 가장 흔 한 일자리다), 그중 약 170만 명은 자율주행장치로 대체되기 쉬운 장거 리 트럭 운전사다. 장거리 트럭 운전사는 2022년까지 최소 11퍼센트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럭 운전을 자율주행장치에 맡기는 데 따르는 경제적 혜택은 무시하기에 너무 크다. 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며, 승용차 부문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그 과정은 고통스 울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말을 몰아내고 개인과 상업 교통의 왕좌를 차지한 1920년대까지 모든 도시에서 활발하게 일하던 대장장이, 장제사, 말 중개인, 사료점, 수의사, 조련사, 사육사, 마구간 들이 처한 운명 보다 가혹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들의 전성기'가 이어지던 동안에는 미국인 3명당 1마리의 말이 있었으며, 뉴욕시의 경우 1인당 연간 297번 의 마차 여행을 했다. 이 변화는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가 성장하던 시 기인 근래에 이뤄졌다. 엔진이 말을 대체해 사람과 화물을 옮기고 농장 일을 하는 기본적인 수단이 되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수천 개의 사 업이 사라졌다. 기술적 혁신은 원래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 파괴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힘들고 괴롭다. 그러나 현재 해마다 3만 5000명이 죽는다. 또한 250만 명이 응급실 로 실려 가고, 500만 건의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1세부터 30세 사이의 미국인에게 사망 원인 1위가 교통사고다. 이 역시 파괴적이기는 마찬가 지다.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이런 고통을 끝내는 일, 그뿐 아니라 과부하와 파산, 오염, 온실가스를 없애는 일이 지니는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이런 변화를 불안하게 여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기계보다 사람을 신뢰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환경과 일 상의 일부였던 자동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는 존재로 변화하는 현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는 이동 과정에서 겪는 고생과 차 에 갇혀 보내는 시간을 싫어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궁극적 수단인 자동차를 사랑한다.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감상하고, 편안함을 얻고, 스타일을 드러내는 방 편이다. 그래서 목수가 손에 익은 연장을 사랑하고, 잃어버리면 가슴 아파하듯 차를 대한다. 우리는 차가 발휘하는 연금술을, 손과 바퀴 그리고 도로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휘어진 길을 미끄러지듯 완벽하게 돌아나갈 때 누리는 즐거움을, 밤에 달콤한 음악을 들으며 홀로 운전할 때 온 세 상을 가진 것 같은 느긋한 느낌을 사랑한다. 그리고 돈이 있거나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차를 가지는 즐거 움도 있다. 많은, 어쩌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런 즐거움과 호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자율주행차를 부를 수 있는 교통수단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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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

경영 2020. 5. 19. 08:24

- 컴팩은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도록 돕는 ODM 방식으로 1997년 가을 가장 인기 있는 일부 컴퓨터의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몇 달 후인 1998년 2월 컴팩이 데스크로Deskpro 제품군의 전체 가격을 18퍼센트까지 인하하자, IBM과 델을 비롯해 여 타 업체에서도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ODM을 지속적으로 가다듬어 효율성을 높인 덕분에 이제 우리는 데스크프로 플랫폼 전체에 선도적인 기술을 적용하고,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PC 제품 담당 부사장이자 그룹 총괄 본부장 이던 마이클 윙클러 Michael Winker의 말이다. 컴팩은 또한 ODM을 통해 제조 파트너들에 재고 비용을 이전할 수 있었다. 제조 파트너는 주문을 접수한 후에만 완성 제품을 배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컴팩은 팔려나갈 때까지 오랜 시간 제품 을 쌓아둬야 하는 대형 창고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피터 초Peter C. Y. Chow 와 베이츠 길Bates Gil 은 공저 『폭풍우를 헤치며 Weathering the Storm』에서 컴팩이 그렇게 절약한 돈을 보다 나은 용도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ODM을 채택함으로써 컴팩은 연구 개발과 마케팅 같 은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가치사슬의 나머지는 대만의 하청업체와 각지의 판매회사들에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쿡은 나중에 본질적으로 이와 동일한 모델을 애플에 도입한다. 쿡은 컴팩의 ODM 채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그런 그의 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잡스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쿡은 컴팩과 위탁생산업체들 사이에서 중재자로 뛰며 ODM 체계로의 전 환을 성공시켰다. 당시 애플은 자사의 혼란스러운 제조 공정을 정비 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잡스는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후 그 일에 딱 맞는 인물을 발견했다. “팀 쿡은 조달 업무에 빠 삭했지요. 그것이 당시 우리가 필요로 하던 적합한 배경이었어요.” 잡스가 훗날 월터 아이작슨을 만나 회상한 내용이다. “나는 그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상황을 보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지요. 나 역시 전에 일본을 방문해서 JIT 공장을 둘러보고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와 넥스트NeXT에서 일할 때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본 적이 있었거든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았기에 팀을 만났지요. 대화를 해보니 그 친구도 나와 생각이 같더군요.” 성격이 판이한 두 리더가 그렇게 JIT 제조 시스템으로 하나가 된 것이다. 쿡은 컴팩에 있는 동안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IBM 시절 과 마찬가지로 그를 싫어하는 동료는 거의 없었다. 그는 휴스턴 교외지역에 가정을 꾸려 정착하던 대부분의 동료와 달리 시내에서 혼자 살았다. 어쨌든 주변 사람들이 그를 진정으로 알 기회를 갖기도 전에 쿡은 컴팩의 안전하고 보장된 일자리를 떠나 애플에 합류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동안 습득한 모든 기술과 지식을 총동원해 애플의 컴퓨터 제조와 판매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정비한다.
- 1998년 3월 11일 쿡이 합류할 당시 애플은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싶어 하던 직장이 아니었다. 회사는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더불어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기고 있었다. 당시는 스티브 잡스가 임시 CEO, 즉 ICEO'로 애플에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그는 2000년에 직위에서 '임시'를 떼어낸다), 그의 복귀로 인해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이유는 생겼지만 아직 그는 어떤 것도 팔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애플에서 나온 유일하게 훌륭한 것은 그 유명한 광고 캠페인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 뿐이었다. 애플의 고객과 수익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가운데, 잡스는 사내에서 죽은 나무를 제거하고 변화를 꾀하며 바삐 움직였다. 애플의 몰락은 실로 급속히 진행되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컴퓨터 업계에서 2위를 달리며 IBM을 바짝 추격하던 회사였다. 1980년 대 중반에 태동한 데스크톱 출판 혁명을 주도하며 돈을 긁어모았던 것이다. 다채로운 서체와 다양한 편집 기능을 갖추고, 나아가 사용 하기도 쉬운 매킨토시는 출판사와 잡지사, 신문사 등 출판업계 전반 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활자와 사진식자에 의존하던 기존의 출판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면서 말이다. 이 덕분에 애플은 캘리포니아주와 아일랜드, 싱가포르에 있는 3개의 초대형 공장을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시키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시장에 제품을 실어 날랐다. 직원 수는 1만 3000명이 넘었고 연매출은 90억 달러 이상에 달했다.
- 문제는 1995년 8월 2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95를 출시하면 서 시작되었다. IBM과 호환되는 PC를 위한 OS(운영체계)인 윈도 95 는 컴퓨팅 세계에 가히 충격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사실상 맥 OS를 노골적으로 베낀 아류에 불과했지만, 델과 컴팩, 게이트웨이 등의 저렴한 IBM 클론 제품들을 유저 친화적으로 만드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윈도 95는 출시 첫해에만 4000만 카피가 팔려나가며 마이크로소프트에 엄청난 성공을 안겨주었다. 윈도를 탑재한 PC는 애플의 기계만큼 광이 나진 않았지만, 가격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저렴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컴퓨터는 이제 애플 제품이 아니었다. 애플은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1995년 4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기록하던 회사는 1996년 일사분기에 6900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했다. 그리고 이사분기에는 손실이 엄청나게 불어나 7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실리콘밸리 역사상 한 분기에 기록된 최대의 손실이었다. 그 결과 애플은 직원을 정리해고하며 불운한 CEO 마이 클 스핀들러Michae Spindler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CEO로 영 입한 인물은 '회생경영의 귀재'로 명성을 날리던 길버트 아멜리오 Gilbert Amelio 박사였다. 당연히 회사를 살릴 거라는 기대감이 그를 향했 다. 하지만 애플의 내리막길은 계속 이어졌다. 이후 18개월 동안 애 플의 컴퓨팅 시장점유율은 10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축소되며 활기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아멜리오가 재임한 18개월간 애플은 도합 16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과정은 청산 절차를 밟는 것밖에 없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아 멜리오도 한 가지만은 제대로 했으니, 바로 당시 잡스의 회사 넥스트를 4억 달러에 인수하며 그를 다시 애플로 불러들인 일이었다. 애초 에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한 목적은 그 회사의 차세대 OS를 손에 넣 기 위해서였다. 잡스를 불러들인 이유도 처음에는 아멜리오의 자문 역을 맡기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곧 아멜리오를 축출하는 작 업에 들어갔다. 결국 잡스는 오래전 그가 공동창업한 회사에 돌아와 달라는 이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직함을 iCEO로 정하고 애플에 복귀했다.
- 기꺼이 아웃소싱을 단행하고 경영수지를 개선하고자 애쓰는 잡스의 태도는 그를 대차대조표의 흑자보다 ‘우주에 흠집을 남기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충동적인 젊은이로 기억하던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 상을 주었다. “경영자가 된 겁니다. 경영자는 기업가나 선지자와는 다른 것이지요. 그의 그런 변화가 나를 놀라고도 기쁘게 만들었어 요.” 당시 애플 이사회의 의장으로서 잡스의 애플 복귀를 도운 에드 울러드Ed Woolard 의 말이다. 잡스는 넥스트와 픽사의 소유주 및 CEO로 활동해온 10년 사이, 애플에 몸담았던 20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경영자로 변모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했다. 특히 사업 운영 측면의 개혁을 믿고 맡겨 애플을 다시 승자 로 만들어줄 인재가 필요했다. 잡스는 그런 인물을 자신이 넥스트에서 데려온 간부들이나 애플에 남아 있던 간부들로 구성된 기존의 참모진에서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그러한 적임자가 외부에서 쉽게 발견되지도 않았다. 운영의 책임자로 처음 고용된 인물은 마찰을 피하지 않는 잡스의 스타일을 견디지 못하고 두어 달 만에 그만두었다. 하지만 잡스는 곧바로 후임을 앉히지 않고 자신이 직접 운영 업무를 수행했다. 그 자리에 구시대적인 제조 관리자'를 고용하는 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델 컴퓨터의 CEO인 마이클 델Michael Dell과 같은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물을 원했다. 1997년 델은 만약 자신에게 애플의 경영권을 준다면 “회사의 문을 닫고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 라는 재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잡스는 그의 '무례한 촌평을 공개적으로 나무랐지만, JIT 생산 및 공급망을 구축한 그의 능력만큼은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런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는 인력 시장에서 그리 흔치 않았다. 애플이 직접 쿡에게 접근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 잡스는 1998년 3월, 37세의 팀 쿡을 기본 연봉 40만 달러와 특별보너스 50만 달러에 세계 전역의 사업 운영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쿡에게는 제조와 유통을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쿡의 채용은 잡스가 결정한 최상의 영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출근 첫날부터 그가 사업 운영에 탁월하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애 플에서 30년간 근무한 베테랑인 그레그 조스위악은 쿡이 입사 이전 부터 그런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스티브가 팀의 면접을 보 던 시절이 기억나는데요. 스티브는 회사로 돌아와 운영에 관해 놀라 운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어요. 팀을 면접하면서 배운 내용이라는 걸 다들 눈치챘지요.” 조스위악은 애플파크 Apple Park에서 이루어진 인터 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렇게 입사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운영에 관한 기존의 사고방식을 일부 바꿔놓았어요.”
- 조스위악은 당시 애플이 파산 직전'의 위기 상황에 몰려 있던 터라 쿡이 혼돈의 도가니를 물려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사업 운영 부문이 최악이었다고 덧붙였다. “정말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었어요. 비용관리도 안 되고 재고관리도 엉망이고 고객 계정관 리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자신이 인계받은 어처구니없는 시스템 을 되돌아보며 쿡은 이렇게 말했다. “짐작하시겠지만 비용관리 쪽이 별로 좋지 않았고 사이클 관리도 그다지 좋지 않았지요.” 하지만 그 런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다시 조스위악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 친구가 들어오자마자... 전형적인 스티브 스타일로 최고의 팀을 꾸리더군요. 애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도 최상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능력을 보였어요. ... 아주 영리한 친구였지요.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 살림꾼이었을 뿐 아니라 일을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 줄 아는 리더이기도 했어요.” 더욱이 잡스가 애플의 모든 간 부에게 요구한 사업 감각까지 갖춘 인물이었다. 이렇게 시작 단계에 서부터 쿡은 맡은 역할의 완벽한 적임자로 활약했다.
- 애플의 재고가 회사의 대차대조표에 머무르는 시간은 쿡의 지휘 아래 수개월에서 수일로 단축되었다. 쿡이 애플에서 일을 시작하고 7개월 만에 재고 회전주기는 30일에서 6일로 줄어들었고, 판매되지 않은 맥의 재고량도 4억 달러어치에서 7800만 달러어치로 감소했다. 1998년 쿡은 애플이 회생 노력을 기울이기 이전부터 방치된 채 쌓아온 수만 대의 미판매 맥을 매립지로 보내 없애버렸다. 애플은 당 연히 이 일을 은밀히 진행했으며, 그래서 이 에피소드의 전말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쿡이 오늘날 애플에 주입하고 있는 환경 친화적인 원칙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매우 효과적인 조치였다. 1999년 애플의 재고는 단 2일치로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해당 부분에서 델을 앞지르기 시 작했다. 델이 업계의 '황금 표준'으로 통하던 시절에 이룬 실로 놀라운 성과였다. 사업 운영이 크게 개선되면서 쿡은 애플의 흑자 전환에 기여하는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 쿡과 그의 공급관리팀은 애플의 제조를 단지 외부 공급업체에 대량으로 아웃소싱하는 데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하이브리드 아웃소싱 모델을 추구 했다. “전통적인 아웃소싱 모델은 그저 누군가와 계약을 맺고 계획 안을 던져주거나 아니면 계획도 그들이 세우게 하고 그냥 자기네들 이름만 올리는 방식이잖아요. 우리가 취한 방식은 그게 아니었다는 얘기지요.” 애플은 아이맥을 생산하면서 처음에는 일부분만 LG전자에 아웃소싱했다. 컴퓨터의 브라운관 스크린과 몇 개의 부품만 LG전자에 위탁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1999년 애플은 아이맥의 생산공정 전체를 LG전자에 넘겼다. 이어 주문과 수요가 증가하자 당시 애플 의 경쟁사인 델의 파트너 업체로 잘 알려졌던 대만의 기업 홍하이 정밀공업 Hon Hai Precision Industry Co., Ltd. 과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폭스콘Foxconn' 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회사는 이후 팀 쿡 시대의 제조 를 정의하게 된다. 이전에도 애플은 폭스콘에 애플 I의 조립을 위탁 한 적이 있었지만,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두 회사의 공조 관계는 아이맥의 아웃소싱 계약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옳다. 물론 그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팀 쿡이었다.
- iOS 6는 설정 앱에 프라이버시 전용 메뉴를 도입했다. 그럼으로 써 앱에서 접속할 수 있는 콘텐츠와 데이터를 유저가 상당히 간단하 게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이 메뉴는 여섯 개의 섹션을 제공하며, 각 섹션에는 앱의 접속 허용 여부를 보다 손쉽게 제어하는 토글 스위치Toggle Switch 가 포함되었다. 위치 서비스 섹션을 예로 들자면, 유저는 설정 앱의 프라이버시 전용 메뉴에서 위치 서비스 섹션에 들어가 셀룰러 네트워크 검색이나 앱용 지니어스Genius, 아이 애즈Ads 등의 특정 서비스가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다. 또한 iOS 6는 기기에 광고 추적제한 기능'을 담아, 개발자들이 유저의 관심 분야와 검색 활동을 바탕으로 타깃 광고를 제공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이 같은 보호책을 제공한 최초의 모바일 기기로 여타 주요한 플랫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기능의 개선은 2013년 6월 WWDC에서 공개된 iOS 7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 업데이트의 가장 큰 목적은 조너선 아이브가 고안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소프트웨 어를 극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었다. 조너선 아이브는 2012년 10 월 스콧 포스톨이 퇴사한 뒤 소프트웨어의 설계 작업까지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기능은 애플에 제2바이 올린 격의 임무였지만, 또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 5S와 함께 데뷔한 새로운 지문인식 시스템인 '터치 ID'의 지원 도 추가하기로 했다. 당시 터치 ID는 보안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진 일보한 조치로 환영받았다. 암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휴대전화를 잠 금 해제할 수 있게 한 터치 ID는 유저들이 자신의 아이폰과 정보를 보다 쉽고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도왔다. 또한 iOS 7은 기기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때 아이클라우드의 암호를 입력하지 않는 한 다시 활성화할 수 없게 만드는 활성화 잠금 기능'도 도입했다. 이 기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잠재적 도둑들'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를 낳 았다. 이 도둑들은 애플의 기기가 실제 소유주의 손을 떠나는 순간 곧바로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벽돌'로 돌변한다는 걸 빠르게 깨 달았다. 달리 쓸 방도도 없고 팔 데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4년 경찰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9월 애플 기기에 활성화 잠금 기능 이 도입된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아이폰 절도 사건은 34퍼센트 감소했다. 런던과 뉴욕에서도 절도 건이 각각 24퍼센트와 19퍼센트 감소했다.
- 사실 애플과 같이 성숙한 기업에서는 제품 그 자체보다 공급망과 유통 재무, 마케팅을 아우르는 효율적인 사업의 운영과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애플과 쿡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곤 했다. 쿡은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하게 자 신의 재능을 입증했다. 데듀는 결과적으로 그가 애플의 전체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CEO라고 평가했다. 데듀는 자신의 이런 견해가 이단적으로 들린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쿡이 잡스보다 더 훌륭한 CEO 일 수 있단 말인가? 잡스는 신화적인 인물이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가 지금껏 애플을 이끈 CEO 가운데 최고라고 주 장한다. 그는 회사를 창립했을 뿐 아니라 파산 직전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그는 첫 번째 PC(애플 II)에서부터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PC(맥)를 거쳐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 지 수년간 애플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며 기술 산업 전체를 이끌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스티브 잡스는 진정한 CEO가 아니었습 니다. 사실 데듀는 잡스를 끔찍한 CEO'였다고 기억한다. “그는 항 상 경영자라기보다는 제품 책임자였지요.” 그간의 이력을 자세히 들 여다보면 데듀의 말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잡스는 기업 경영에 관한 노하우로 성공에 이른 인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성공 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애플 초창기에 그는 온갖 일에 관여하며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다. 애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책임자 위치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에 다시 돌아왔을 땐 한층 성숙해진 면모와 예지력 있는 전략으로 조직을 이끌었고 실로 대단한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회사의 규모가 훨씬 작았고 그의 초점도 위기 탈출에만 맞춰져 있었다. 애플이 안정을 찾자 잡스는 회사 경영의 상당 부분을 국에게 맡기고, 본인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 즉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는 작업에 집중했다(국이 곁에 있었기에 잡스가 그럴 수 있었 던 걸로 보인다). 잡스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 시절에도, 사실상 쿡은 이미 CEO에 가까웠다. 결국 잡스의 사망 이후 쿡은 기존에 수행하 던 역할을 그저 이어나간 셈이다. 그리고 쿡은 잡스와는 다른 측면에서 애플을 경영하기에 매우 적합한 인물이다. “수많은 직원과 다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거대 기업에는 훨씬 더 다방면에 능한 CEO가 필요합니다.” 데듀의 설 명이다. “팀 쿡은 그런 면모를 보여준 인물이지요. 그가 바로 현재의 애플을 이끌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입니다.” 애플의 직원들 역시 북에 대해 같은 확신을 갖고 있다. “우리는 여 전히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믿습니다.” 조스위악의 말이다. “개발하 고 있는 멋진 제품도 많고, 새로운 CEO가 회사를 이끈 이후로 성장 세가 꺾인 적도 없거든요. 애플의 직원들은 현 CEO의 리더십에 무 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디 가서 누구와 얘기를 나누는 그에 대한 칭찬과 존경심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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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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