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웨이즈 데이원

경영 2021. 5. 30. 20:15

1. 아마존의 발명문화
- 오늘날 아마존의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는 메모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 어떤 아이디어를 연구하기에 앞서, 메모는 잠재적 제품이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아마존 사람들은 이를 '거꾸로 일하기 working backwards'라고 부른다. 그들은 먼저 발명을 꿈꾸고, 거기서 거꾸로 내려온다. 여섯 쪽 분량으로 제한된 아마존의 메모는 보통 11포인트의 칼리브리체로 작성되며, 0.5인치 여백에 아무 그림 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모든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 메모에는 참으로 많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개괄적 설명, 고객에 대한 의미, 아마존 유통업체에 대한 의미, 예산 계획, 글로벌 전략, 가격 책정, 업무 일정, 예상 매출, 성공 기준 등 이었다. 이런 메모를 작성하는 일은 마치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것과 도 같다. 전 아마존 직원이 말했다. “그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뭔가에 관한 이야기죠.” 실제로 메모에는 허구가 담겨 있다. 여섯 쪽짜리 메모에 는 종종 잠재적 제품을 세상에 알리는 가상의 언론 자료와 출 시를 기념하는 경영진의 메시지도 포함된다.
- 메모가 사람들의 승인을 받으면, 아마존은 작성자에게 배지를 수여한다. 그러면 그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자신이 상상한 발명에 착수하게 된다. 그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했던 전 아마존 직원 미카 볼드윈Nicah Baldwin 의 설명에 따르면, 메모 작성자에게 아이디어를 실현할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은 아마존의 발명 역 량을 강화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볼드윈은 이렇게 말했다. “발명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생각하기와 실행하기입니다. 실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처럼 실행하지 않죠. 놀라 운 사실은, 아마존은 그 두 가지 모두에 힘을 실어준다는 겁니 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디어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합니 다. 누가 관심을 가질지, 누가 원할지, 누가 고객이 될지에 대해 서 말이죠. 다음으로 그 아이디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죠. 사람들에겐 선택권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지지 하거나 거부할 수 있죠. 일단 지지를 얻어냈다면, 실행은 저의 몫입니다. 생각만을 위해 메모를 작성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생각을 해야 하고, 동시에 실행도 해야 합니다. 그 두 가지가 합 쳐질 때 비로소 혁신이 완성되는 겁니다.”
- 아마존에서 여섯 쪽 메모는 발명을 민주화하는 기능을 한다. 조직 내 누구든 메모를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얻었다면, 경영진은 이를 검토한다. 윌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다른 부서 직원이 쓴 메모도 읽습니다. 일반 적인 수직 구조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직원이 쓴 메모도 읽죠. 메모는 어디서든 올 수 있습니다."
메모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베조스를 비롯 한 경영진은 보다 수월하게 그 아이디어를 승인하거나 거부하 고, 혹은 추가적인 개선을 위해 다시 팀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이런 발명 시스템을 기반으로 아마존은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 현대 아마존 물류창고에는 스토워stower" '피커 picker '패커 packer'만이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스토워는 선반에 제품을 적재하고, 피커는 주문한 제품을 집고, 패커는 그 제품을 문 앞 배송을
위해 박스나 봉투에 담는다. 이런 인간의 업무 사이에서 로봇은 '로보틱스 구역을 돌아다니며 마치 스테로이드를 맞은 룸바처럼 대기 중인 수천 개의 선반을 옮긴다.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객 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주문을 하면, 로봇은 그 제품이 놓인 선반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서 그 선반을 들어올리고, 아마존 소프트웨어 명령에 따라 다른 로봇들과 함께 차분하게 줄을 맞춰 인간에게로 이동한다. 인간 근로자가 해당 제품을 집어 올리면 다시 서둘러 되돌아간다. 피커들이 하는 일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나는 그들의 업무 효율성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선반에서 제품을 집어서 박스에 넣는다. 로봇이 돌아가고 나면 다음 로봇이 도착하고, 선반의 특정 구획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 제품을 집고, 다시 로봇이 되돌아간다. 그 전반적인 과정은 대단히 빠 른 속도로 이뤄진다. 
첨단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업무 과정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조율한다. 로봇은 물류창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QR 코드를 읽고 그에 따라 이동한다. 로봇이 코드 위를 지나갈 때, 그 코드는 거기서 대기하라거나, 다음 QR 코드로 이동해서 또 다른 지 시를 받으라고 명령한다. 그 시스템은 피커와 스토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동으로 더 빠른 근로자에게 더 많은 로봇을 보내고, 느린 근로자에게 더 적은 로봇을 보낸다.
워싱턴의 켄트에 위치한 또 다른 물류창고에서는, 로봇이 선반을 스캔하는 카메라 앞에 멈춰 서고, 컴퓨터 시각 기술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공간이 남아 있는지 파악하고, 언제 스토워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한다(혹은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관리 팀에게 가져간다). 일부 피커들은 'FC 게임'을 통해 누가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하는지 자발적으로 경쟁하고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 2015년 요다 프로젝트는 '핸즈 오프 더 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이름은 아마존의 의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아마 존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예측을 의사결정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벤더 매니저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도록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진은 자동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높은 목표를 세웠다. 인간의 개입은 최대한 줄였고, 심지어 인간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준CEO에 해당하는 카테고리 매니저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했다.
- 핸즈 오프 더 휠 프로젝트는 이후 유통과 관련된 조직 전반으로 확장됐다. 매출 예측과 가격 결정, 구매, 재고 계획은 이제 자동화의 도움을 받아, 혹은 자동화 기술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판매, 마케팅, 협상업무까지 부분적으로 자동화됐다. 아마존과 협상하고자 할 때, 공급업체는 이제 벤더 매니저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해야 한다. 그렇게 아마존이라는 자동차는 자율운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 인간이 했던 판매 예측과 구매 및 협상업무를 자동화했을 때도 유통사업부 직원들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벤더 매니저는 이제 행위자보다 감시자에 더 가깝다. 허브리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들은 이제 타이핑에서 셀렉팅으로 넘어갔습니다. 실수가 발생할 때, 알고리즘에 대한 어떤 입력 값이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품을 얼마나 매입할지 결정하는 업무에서 입력 값을 변경하는 업무로 넘어간 겁니다.”
이 방식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한번 살펴보자. 아마존의 재고 예측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허브리치가 보기에, 흰색 양말은 결코 예측하기 힘든 제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색상처럼 예측 알고리즘으로 들어가는 입력 값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그 결과, 아마존에는 총 5만 8,000가지의 색상 범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서 표기 실수와 비표준적인 표기가 그 시스템에서 오류를 발생시켰고, 그가 색상을 표준화하자 문제는 해결됐다.
알고리즘으로 들어가는 입력 값에서 잘못된 예측을 수정함 으로써, 다시 말해 운전대를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즉 입력 값을 수정함으로써(색상 범주를 표준화함 으로써) 시스템을 고쳤다.
- 핸즈 오프 더 휠 프로젝트는 벤더 매니저와 마케터의 영역을 넘어 확장되기 시작했다. 가령 아마존 번역가는 이제 기계학습 감시자가 되어 제품 페이지를 번역하는 대신 시스템이 자동으 로 번역한 내용을 검토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아마존 번역 시스템을 신뢰하며,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해서 수정한다. 다른 언어로 된 제품 페이지에서 주문을 할 때, 고객은 그것이 인간이 번역한 것인지 인공지능이 번역한 것인지 종종 구분하기 어렵다.
기계학습 번역은 다시 한 번 아마존의 플라이휠을 돌리고 있다. 판매자가 더 다양한 언어로 제품을 팔 수 있다면, 고객의 선택권은 더 넓어진다. 그만큼 더 많은 이들이 아마존 사이트를 찾을 것이며,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판매자는 더 다양한 제품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아마존에서 활동할 것이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몰려들 것이다.


2. 페이스북의 피드백 문화
- 페이스북은 발명하고, 개선하고, 또다시 발명한다. 아마존의 모토가 언제나 첫 번째 날이었다면, 페이스북은 이제 1퍼센트 완성됐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말했다. “빨리 움직이기는 최 근 종종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건 사람들이 되는 대로 하고 결과는 신경 쓰지 마'라는 의미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는 이겁니다. '어떻게 최대 한 빠른 속도로 배울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신속한 발명은 축복이자 저주다. 페이스북은 창조하고 적용하는 능력 덕분에 사용자의 싫증에서 컴퓨터 기술 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전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출시했고, 이후 그 속도를 따라잡느라 급급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히 '빨리 움직이지 못했을 때(예를 들어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앙이 벌어졌다. 시스템의 결함을 보완하려는 노력 또한 신제품을 서둘러 내놓는 것만큼이나 페이스북의 지속 가능성에 중요하다.
저커버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와 검토 없이 특정 방향으로만 서둘러 가다가는 결국 막다른 길로 들어서고 말 겁니다.” 그는 맹목적인 다급함에 따른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
- 저커버그는 아이디어가 자신에게 도달하는 경로를 페이스북 운영 방식의 핵심으로 삼는다. 페이스북 내에서 아이디어는 크게 네 가지 경로로 저커버그에게 전달된다. 그것은 금요일 Q&A 시간, 페이스북 내부 그룹, 핵심 모임, 제품 리뷰를 말한다.
저커버그가 주재하는 금요일 Q&A 시간은 방 하나에 전 직 원이 모일 수 있었던 2005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그 시간을 '금요일 모임'이라고 불렀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 중 하나인 나오미 글레이트 Naomi Glit 제품관리 부사장은 내게 이렇게 설명했다. “다 같이 중국 음식을 시켜 먹으며 편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 Q&A 시간은 이제 진행자와 함께 커다란 카페테리아에서 진행되며 실시간 방송까지 되고 있다.
저커버그는 Q&A 시간을 통해 조직의 상태를 점검한다. 인사 책임자 로리 골러LoriGour는 내게 저커버그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어떤 질문을 하 는지, 그 어조는 어떤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에 사람들은 다음 발명을 위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한다. 골 러는 말했다. “사람들은 저커버그에게 제품 전략에 대해 물어 봅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제품에 대한 제 피드백은 이렇습니다. 전략적 차원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 또한 페이스북 사람들은 수백 개에 달하는 페이스북 내부 그룹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기서 그들은 제품에 대한 논의하고 다른 팀에게 질문을 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저커버그와 경영진에게 전 달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토론을 제안하고, 토론에 참여한다.
이러한 내부 소셜 네트워크의 상업적 가치를 인식한 페이스북은 그 시스템을 워크플레이스 Workplace로 출시했고, 현재 월마트와 도미노피자 Dominos, 스포티파이 spotify 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
저커버그의 핵심 모임 역시 그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커버그는 그 모임을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이들로 채우고 있다
- 여기서 페이스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호적인 자가 아니다. 글레이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마크를 비롯해서 우리 경영진은 비판적인 자야말로 조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호해야 해요. 실제로 마크 주위에는 비판적인 주는 자들로 가득하죠. 그들은 마크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 각을 그대로 전합니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논란을 일으키는 벤처 자본가 피터 틸을 이사회에 그대로 두고 있다. 페이스북 이사회에서 틸과 오래 활동했던 그래엄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피터가 이사회에 있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는 언제나 반대하는 사람이 죠. 하지만 마크는 원했습니다. 피터는 이사가 됐습니다. 그는 초기 투자자 자격으로 페이스북 이사회에 합류했습니다. 마크는 피터가 이사회에 계속 남길 원했어요. 그가 큰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이죠.”
- 페이스북은 모바일로 넘어가는 변화의 흐름을 잘 버텨냈다. 그러나 곧바로 또 다른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다.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뉴스피드가 몇 년 사이에 점점 형식적이고 재미없는 것이 돼버린 것이다. 초창기에 뉴스피드는 활기가 넘치고 제어와 예측이 힘들었다. 사용자는 뉴스피드를 통해 친구나 조심스레 작업을 걸려고 시도했던(그러나 실패로 끝 났던) 사람이 올린 광란의 파티 사진에서 이국적인 상태의 업데이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성장하면서(부분적으로 모바일로 이동하는 데 성공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뉴스피드는 달라졌다. 사용자들이 계속 친구를 맺으면서 그들의 네트워크는 소규모 친구 집단에서 살면서 만난 거의 모든 이들을 포함하게 됐다. 그렇게 네트워크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람들은 자기 검열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즉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을 꺼리기 시작했다.
또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뉴스피드 알고리즘은 더 많은 게시글을 고려해야 했다. 페이스 북 알고리즘은 가장 많은 참여를 자극하는 게시글, 삶에서 기념 이 될 만한 순간, 즉 약혼이나 결혼, 출산의 순간을 담은 콘텐츠 를 우선 게재했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들은 사적인 글을 네트워 크의 모두와 공유하기를 점차 꺼리게 됐다. 또한 자신이 속물처 럼 보일까봐 걱정했다. 2015년,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게시글의 수가 크게 줄면서 뉴스피드는 과거의 자아를 담은 유물 같은 존재가 됐다.
- 경영진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그리고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한 작업에 즉각 착수했다. 페이스북 앱을 총괄 관리했던 피지 사이모Fidji Sino는 내게 말했다. “우리는 뉴스피드가 점차 압 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사람들 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2년 전처럼 마음 편히 공유할 수 없다. 이는 혁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명백한 경고의 신호입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전에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했다. 네트워크 규모가 15억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페 이스북은 사람들이 집중화된 소규모 그룹과 게시글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 페이스북의 첫 번째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페이스북의 모든 친구와 공유하기를 꺼리던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그룹Facebooks Group을 통해, 즉 관심사를 공유하는 집중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점차 게시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가령 최근 출산을한 부모는 전체 친구보다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 편히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사용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공유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그룹 가입자가 매달 수천만 명씩 늘어나면서 페이스북은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룹을 조직하는 새로운 툴을 개발했다. 사용자는 이 툴을 활용함으로써 '의미있는 그룹을 만들기 위한 높은 내부 기준을 설정하고, 공식 메시지를 통해 그룹을 홍보할 수 있었다. 그룹 내 게시글이 활발하게 올라오면서 뉴스피드는 생기를 되찾았고, 사용자들은 페 이스북을 자신의 글을 게시하기 위한 마음 편한 공간으로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사이모는 말했다. “그룹 기능은 앱과 뉴스피드에 활력을 가져다줬습니다. 분명하게요.”
- 페이스북 사람들의 지배적인 낙관주의는 회의적인 기자와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소 기묘한 대화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령 신제품 발표를 위해 기자를 초청할 때, 페이스북 사람들은 그들 의 발명 속에 담긴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이다. 그들은 조금은 오만한 태도로 이렇게 말한다. “새로 나온 스 티커는 사람들이 메신저를 통해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이 스티커를 가지고 깜짝 놀랄 만한 일을 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와 페이스북 그룹, 그리고 광고 플랫폼을 악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3. 구글의 협력문화
- 구글 검색은 오랜 진화를 거쳐 변화했다. 처음에는 웹사이트로 시작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상에서 배포를 막자 그들만의 브라우저인 크롬을 자체 개발했다. 다음 으로 인터넷 사용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구글 은 다시 한 번 모바일 운영 시스템인 안드로이드를 검색 기반 으로 삼았다. 사람들이 음성으로 모바일 기기를 제어하기 시작 하면서, 이제 구글은 음성 지원을 통한 검색 서비스를 새롭게 내놓고 있다.
각각의 혁신과 더불어, 구글은 강력한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제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가령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 검색, 지도, 뉴스, 사진,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을 하나의 통합적인 제품으로 묶고 있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구글의 여러 그룹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협력은 구글의 다양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툴(맞춤형과 일반형 모두)이 있기에 가능하다.
구글 직원들은 구글 드라이브 안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구글 독스와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를 사용해 계획을 세우고, 회의를 하고, 금융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이러한 드라이브 내 파일은 대부분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구글러들은 어느 그룹에 속해 있든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읽어보고 진행 상황이 어떠한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누가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툴은 구글의 전체 조직을 전례 없이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구글러들은 드라이브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메일에 문서를 첨부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따른다. 문서를 첨부하 면 동일한 문서의 다양한 버전을 따로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통합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맥고완은 이렇게 말했다. "문서 버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그런 문제가 없다면 얼 마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드라이브의 검색 기능(언제 작성됐는지, 얼마나 자주 접근하는지, 작성자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통해 특정 문서를 지능적으로 제시해주는) 덕분에 구글러들은 동료의 업무를 파악하 고, 또한 신속하게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
- 지메일을 시작으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생산성 프로그램 모두를 브라우저 상에서 자체 버전으로 출시했다. 구 글 경영진은 이러한 시도의 미래 가능성을 확신했다. 2006년 3 월에는 업스타틀unstartle 이라는 기업을 인수했는데, 그 기업이 출시한 라이틀리는 나중에 구글 독스로 완성됐다. 2006년 4월에는 구글 캘린더를 내놨고 6월 에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출시했다. 구글은 지메일과 더불어 이런 툴을 가지고 오피스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곤경에 빠뜨렸다. 구글의 공격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흥미로운 선택지를 남겨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을 주도하는 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러를 계속해서 개선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구글의 웹 기반 툴을 더욱 빠르게 만들어줄 것이며, 이는 다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존재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었다. 아니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개선 속도를 고의적으로 늦춤 으로써 구글(그리고 웹 기반 툴)의 발목을 잡아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선택한 쪽은 후자였다. 2007년 구글로 자리를 옮긴 전 마이크로소프트 총괄 매니저 치추chee Chew 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선두를 지킬 수 있도록 개선하려 했지만, 지메일 같은 웹 기반 앱이 아웃룩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원치 않았습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개발 예산을 크게 줄였습니다. 다시 말해 유지 모드로 돌입한거죠.”
-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개선 속도를 늦추면서 그 브라우저는 점차 느리고 비대해졌다. 구글 경영진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의 검색 비즈니스를 공격하고 생산성 툴을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브라우저를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함으로써 구글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도전에 더욱 취약해지고 말았다.
구글은 처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최대 경쟁자인 모질라 Mozilla의 파이어폭스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상적 인 브라우저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 구글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4. 애플의 다듬기 문화
- 팀 쿡이 이끄는 애플에서 엔지니어 사고방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쿡이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발명은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인재와 아이디어는 수직 구조에 갇혀 있으며, 협력은 보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애플의 기술은 경쟁자들에 비해 몇 년이나 뒤처져 있다. 그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애플은 위에서 내려온 아이디어를 갈고 닦는데 능하다. 반면 밑에서 올라온 아이디어로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서툴다.
-애플에게 지금 던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애플은 문화 전체를 바꾸지 않고도 급변하는 비즈니스 세상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고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모습을 드러낸 상황에서, 애플은 기존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겉은 화려하지만 안은 초라한 홈팟 같은 운명에 빠지고 말 것이다.
- 전 애플 직원 한 명은 잡스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명의 예언자와 한 명의 독재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모든 걸 책임졌습니다. 그는 아이디어로 넘쳐났죠. 매우 역동적이고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품고 있던 비전을 향해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제품이 어때야 하는지,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모든 것 때문에, 그리고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 때문에 모두들 그를 따랐습니다.”
- 애플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잡스의 아이디어를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는 데 집중해왔다. 그리고 이제 파티는 끝나가고 있다. 2007년 잡스가 처음으로 들고 나온 아이폰은 더 얇고 더 빨라지면서 21세기 초 위대한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워즈니악이 지적했듯이, 다듬는 작업의 한계이익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 6는 7이나 8와 구분하기 어렵다. 한편에서는 경쟁자들이 애플을 따라잡고 있다. 그들은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 카메라와 프로세서를 장착함으로써 애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 타이탄 프로젝트에 몸담았던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내게 이 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이폰을 시작점으로 봤습니다. 바로 그 게 실수였습니다.” 애플은 다시 한 번 애플카 프로젝트를 아이 폰 다듬기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 너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고 있다. 스마트 스피 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는 자동차 외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이 프로젝트에서도 엔지니어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 강압적으 로 지시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센서를 숨기고자 했다. 센서 는 자율운행 자동차를 굴러가는 잠수함처럼 보이게 만든 못생 긴 부속품이었다. 하지만 이 센서를 숨기면 시야를 가려 데이터 수집을 방해한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차선책을 찾아내야 했다.
- 애플카(혹은 그 이름을 뭐라고 짓든 간에)는 홈팟을 힘들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디자이너가 인공지능 엔지니어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했고, 이는 개발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을 격리함으로써 발전 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또한 아이폰에 대한 집착은 애플카 개발과정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방해하고 있다. 홈팟의 실패는 일회적인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애플카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5. MS의 수직문화
-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때와 비슷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직면했다. 오피스 제품은 윈도우 기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워드와 엑셀을 쓰기 위해 윈도우 기기를 샀다. 하지만 오피스를 모바일 기기와 웹 브라우 저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이는 윈도우의 존재를 위협하게 될 터였다. 오피스를 브라우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수익성이 꽤 높은 데스크톱 매출을 잠식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자산 착즙자들은 오피스가 오직 데스크 톱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바랐다. 반면 미래 주창자들은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내다보며 오피스가 모든 환경에서 사용 가능해지기를 원했다.
- 발머 시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전략은 건반적으로 자산 출자들의 주장에 따랐다. 구글이 독스와 스프레드시트를 출시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웹용 오피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익스플로러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오피스를 오프라인 형태로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제한적인 형태의 웹용 오피스와 모바일용 오피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오직 윈도우 기기에만 국한됐다. 게다가 마이크로소 프트는 오피스의 웹 버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고, 직원들조차 그 존재를 알지 못했다.
- 데일리 레코멘더는 스스로 학습한다. 영업사원이 하루에 50개의 제안을 모두 실행할 경우, 그 직원에게 더 많은 제안을 전달한다. 반면 20개를 실행할 경우, 제안 수를 줄인다. 영업사원이 특정 제안을 실행하고 난 뒤 거래가 성사됐다면, 그 시스템은 그것이 좋은 제안이었다고 학습한다. 반대로 특정 제안을 무 시했는데도 거래가 성사됐다면, 좋은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학습한다. 유다는 말했다. “영업사원은 고객의 습관이나 제품을 구매하는 순서를 이해합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흡수할수록 그들의 직관은 실제로 알고리즘화됩니다."
- 직원과 아이디어를 수직 체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나델라는 페이스북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시 말해 피드백 문화를 구축했다. 그는 '커넥트connect'라는 피드백 회의를 통해 직 원들이 분기마다 관리자와 함께 모임을 갖도록 했다. 또한 직원 들과 함께하는 Q&A 시간을 마련했다. 그는 거기서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델라는 이렇게 썼다. “취임 후 몇 달 동안 나는 많은 시간 을 듣는 데 할애했다. 듣는 것은 내가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이었 다. 그것은 향후 수년 동안 내 리더십의 근간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관리자는 이제 억지로 순위를 매기지 않아도 된다. 라손-그린은 이렇게 설명했다. “무엇을 하는가 만큼이나 어 떻게 하는가가 중요한 일이 됐습니다.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가로채는, 혹은 협동심이 부족하고 잘 화합하지 못하는 직 원은 똑같은 기여를 했다 해도 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방식으 로 일한 직원만큼 보상을 얻지 못합니다.”

- 기술 거물들이 성공을 거두고 내부 기술이 개선되는 동안에도 생산성 성장(같은 노동량으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은 미국내에서 여전히 미미하다. MIT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 모든 기술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위대한 20년을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성장은 무기 력했고 어떤 놀라움도 없었습니다.” 
오늘날 미 연방정부는 거대 IT기업의 지배력과 움직임에 주 목하고 있다. 그들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을 집중 관찰 하고 있다. 온건한 규제 당국은 이들 기업을 분할하지는 않을 것이며, 기껏해야 어느 정도의 벌금만 부과할 것이다. 
- 오늘날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프 베조스의 여섯 쪽 메모에 영 감을 얻은 많은 기업이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가령 모 바일 결제 업체인 스퀘어 Square에서 “조용한 회의”는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테이블에 모여 30분간 조 용히 앉아 있다. 하지만 형광펜과 연필을 들고 여섯 쪽 메모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각자 노트북을 가지고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앞서 작성한 구글 독스를 편집하거나 툴을 가지고 질문이나 아 이디어를 추가한다.
스퀘어의 시스템은 아마존 스타일의 발명과 구글 스타일의 협력을 혼합한 것이다. 스퀘어 임원인 앨리사 헨리 Alyssa Henry 의설명에 따르면, 그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아이디어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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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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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고전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열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에게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그냥 쓰라”고 한다.
-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세스 고딘이 쓴 책은 100권이 넘 는다. 그중 세상에 알려진 책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자신이 100권 이상의 책을 쓰지 않았다면 세상이 기억하는 몇 권의 책도 쓰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당신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 잘 쓸 때까지 일정량의 글을 쓰고 또 써야 한다.
- "글쓰기 훈련에 자신을 충실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몰입하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에도 몰입할 수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한문화))
- 대통령의 글쓰기 중에서
*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 “당신이 나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나의 생각을 생각하고, 나의 느낌을 느끼고, 나의 말을 말해야 한다." (키케로, 로마시대 정치가)
- 퇴고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1. 흥미롭지만 불필요한 사실들을 잘라내라.
2. 과다한 정보는 잘라내라.
3. 뻔한 사항은 잘라내라. 
4.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라. 
5. 형용사, 부사 및 꾸며주는 말들을 없애라. 
6.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들을 제거하라. 
7. 동의어의 반복을 피하라.
- 자신이 쓴 글을 믿지 못하는 보고자들이 있다. 그래서는 상사를 설득할 수 없다. 매러비언의 법칙'을 기억하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알버트 매러비언 (Albert Mehrabian)은 커뮤니케이션 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7%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말의 뉘앙스 같은 청각적 요소가 38%, 표정이나 태도 같은 시각적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의 55%를 차지한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해도 보고하는 당신이 주저하고 우물거리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신이 쓴 글은 당신이 먼저 믿어야 한다. 확신에 찬 말투와 당당한 자신감이 글을 빛나게 한다.
- “시대를 열어낸 천재가 있었다면, 시대와 천재 사이에는 노트가 매개체로 있었다." (이재영, 한동대학교 교수)
-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졸업식 축하연설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얻으려면, 결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해야 한다.(To get something you never had, you have to do something you never did).” 
-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교수가 뛰어난 학자이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기 나름의 분류체계를 만들어 그 안에 자료가 모이도록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개념별로 정리해 넣는다. 어떤 주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한다. 그러면 관련 정보와 데이터가 올라왔다. 그렇게 자료를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고, 재구성한다. 간단한 리포트나 글쓰기는 분류된 데이터를 정리하기만 해도 완성된다.
- 작은 수첩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묘사하라. 수첩은 착색된 재질이 좋다. 그래야 마찰에도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다쓰면 새 종이로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스케치는 지워지지 않게 소중히 간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물의 형태나 동작은 무한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으니 메모와 스케치를 본보기가 되는 스승으로서 소중히 보존하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덱스 애시번햄')
- "교육을 덜 받았다는 이유로 나를 무식하다고 무시하고 비판하는 인간들이 있다. 어리석은 무리다. 확실히 나는 그들처럼 저자들의 글을 인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또 다른 스승인 '경험'에 훨씬 뛰어난 가치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이 애써 얻은 지식을 이용할 뿐이다. 그런데도 실제로 경험을 통해 창작하는 나를 경멸한다면 그들이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덱스 아틀란티쿠스')
-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그 생각을 기준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자신의 견해가 성립된 후에 선택하고 싶은 문장과 견해는 뽑아서 따로 필기해 간추려놓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자신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뽑아서 적어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재빨리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독서하면 백 권이라도 열흘이면 다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 두 아들에게 답함)
- "주제와 연관이 있으면서 배울 것이 많은 책,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는 책 위주로 10권 정도를 선정하여 구입해 읽는다. (중략) 반드시 읽은 내용은 초서해야 한다. (중략) 초서한 노트를 중심으로 이제는 연결하고 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재창조하고 재구성한다.” (김병완, 한번에 10권 플랫폼 독서법(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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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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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역사

인문 2021. 5. 30. 20:12

- 나는 인간의 행동을 비웃거나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았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을 뿐이다. (바뤼흐 스피노자(『정치학 논고』, 1677))
- 인간은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과 에너지를 주고받으 며 정보를 교환한다. 따라서 당면한 현실과 자연환경이 같을 수는 있어 도 모든 생물은 그 조건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자기만의 생 태적 지위, 즉 자기 '세계에서 살아간다. 야콥 폰 윅스퀼이라는 저명한 과학자에 따르면, 개의 세계와 개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진드기의 세계는 매우 다르다(그는 진드기가 무려 18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생존할 수 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인간의 세계와 대조되는 통찰을 제시한다- 역주), 또한 제롬 레트빈Jerome Lettvin 은 1959년에 개구리 눈이 개구리 뇌에 해 주는 말이라는 제목의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하여 개구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협소한지 증명한 바 있다. 개구리는 자기 활동 반경에 나타나거나 움직이는 그림자만 겨우 식별할 수 있다. 심지어 먹이인 파리나 공생하는 다른 개구리조차 볼 수 없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움직이는 그림자뿐이다.
-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생각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쓴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시각적인 기호를 이용해서 생각하는 기법인 비주 얼 씽킹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음악도 그렇다. 기보법이 없었 다면 천하의 베토벤이라도 그 찬란한 교향곡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귀가 완전히 먼 말년에는 음표 소리를 오선보에서 눈으로 확인해야 했으니 말이다.
- 오래전 사피엔스는 그들을 둘러싼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이러한 가상의 이야기들을 과학 이론으로 대체해가는 과정이었다. 신화에서 과학으로, 상상에서 이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인간 지능을 길들이는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해하고 설명을 구했던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근원적 동력이 아니었겠는가.
- 어떤 형태로든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인간 사회를 찾을 수 없었다. 여기서도 평행한 발명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모든 문화는 그들만의 신, 종교 의식, 신앙, 천상의 제도를 만들어 향유했다. 물론 차이가 있지만, 모든 종교는 두 세계의 분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구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강하다는 믿음. 한 가지가 더 있다. 설령 자신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결코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매우 특별한 신념. 무엇이 사피엔스에게 동기를 부여했는지 알고자 하는 열망이 다시 한 번 꿈틀댔다. 사피엔스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무언가를 설명하 려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테면 자연의 존재 같은 것 말이다. 
- 뇌의 크기가 커질수록 소화 기관은 더 작아져야 한다. 유일한 해결 작은 음식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다[레슬리 아이엘로(L. Aiello), 피터휠러(P. Wheeler), 『비싼 조직 가설』, 최신 인류학(Current Anthropology), 36, 1995, pp. 199-221].
-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공유하면서, 우리 선조들은 공동체라는 그룹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큰아이들도 동생을 돌보는 일에 손을 보탰을 것이다[아구스틴 푸엔테스 Agustin Fuentes, 『창조적 기지(La chispa creativa)』, 아리엘, 바르셀로나, 2018, p.126].
- 상징적인 사고에 의해 기호 위에 새로운 기호를 발명하는 것이 가능해져, 현실 위에 건설한 세계가 무한대로 확장된다. 그로 인해 사피엔스는 표상이 영구히 과잉 팽창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 영적인 동물인 사피엔스는 말하는 동물이다. 사피엔스는 말함으로써 현 상황과 이미지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매우 추상적인 생각들을 조종할 수 있고, 지식을 전달하고,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고, 거짓말하고, 명령하고, 유혹하고, 열정을 발휘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극의 폭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한다.
- 해 질 무렵에 바닷가를 거닐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가, 문학과 예술이 다 망쳐 놓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토록 찬란한 자연 경 관을 자연 속에서 경험하기보다 그림이나 시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석양을 보면 문학 작품에서 경험한 석양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와 해거름은 이제 책에서 얻은 경험이 되었으 며, 그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일종의 내적 수치를 느끼게 한다. 두번째 자연이어야 할 문화는 그렇게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글과 시를 만들었지만 그런 우리는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떠올리고 있다.
-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모어 패퍼트Seymour Papert는 그의 저서 『마인드스톰』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학적 작업은 하나의 진리에서 다른 진리, 그리고 또 다른 진리로 가는 좁다란 논리의 오솔길을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하지도 완벽히 맞지도 않은,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완벽히 틀리지도 않은 정리의 늪을 통해 대담하게 혹은 더듬거리며 일탈을 계속한다."
- 강박 장애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에디슨의 경쟁자이자 전기를 상업화한 니콜라 테슬라 Nikola Tesla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3의 배수에 집착했었다. 매일 정확히 18개의 수건을 썼으며 한 블록을 3바퀴씩 돌았고, 호텔에서 숙박하면 꼭 207호에 서만 묵었다. 모두 3으로 나누어지는 숫자이기 때문이었다. 환각도 두 가지 지능의 관계에서 기능 장애를 나타내는 사례다. 환각에 빠진 관리 지능은 생성 지능이 생산한 목소리나 이미지를 외부에서 온 것이라고 잘못 판단해 버린다. 이를 두고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이 현실을 평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중독도 우스벡이 말하는 이중 구조로 설명할 수 있는 병리학적 현상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나타나는 기계적 행동이나 틀에 박힌 행동도 마찬가지다. 전두엽이 많이 손상되면 계획된 행동이나 주의, 충동 억제 등이 방해를 받는다. 우울증, 조증, 양극성 장애 등은 생성 지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발생하 는 질환이다. 이때 약리학적 치료로 기대하는 효과는 생성 지능의 교란 또는 관리 지능의 향상이다. 이는 정신요법이 의도하는 바와 같다. 예컨대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 장애가 암페타민 같은 자극제 투여로 개선되는 모습은 일견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에 가능한 설명은, 다른 기능을 제어하는 관리 시스템이 강화되어 그와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스벡이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문화가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울증이 증가하는 원인이 현재 삶의 조건 중 일부에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문화가 병리학적 증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문화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했다.
- 예를 들어 환각을 조현병의 증상이라고 정의하는 정신의학과 교과서의 설명은 최소한 멕시코의 어떤 원주민 부족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 게 환각은 슬픔을 표현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일부 문화 정신과 의사 들은 인도에 병리학적 우울증이 없다고 말한다. 인도인이 가진 기본적 인 믿음이 우울증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들이나 중남미 국가들의 과학자들은 서양에서 폐경으로 발생하는 질환 이 그들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곳 여성들은 폐경을 일종의 해방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 아이가 말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아이의 생성 지능이 문장 만드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련의 움직임'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아이는 자신의 울음이나 움직임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활동 센터에 그러한 표현 능력을 접목한다. 먼저 “나 다쳤어”라고 말해야지'라고 생각한 뒤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 그 생각을 발화 하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준비 단계도 없이 말을 한다. 우스벡의 기억에 저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쓴 매우 흥미로운 글이 떠올랐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말을 하기 전에 말하는 의도가 어떤 유형 의 심리적 행동인지 스스로 질문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단어들이 우리 마음에 떠오르면 앞서 생각했던 의도, 추측은 사라진다. 따라서 생각을 대신할 단어들이 떠오르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하며, 그것이 당신의 의도와 일치하면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으면 거부하면 될 것이다.” 말 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혀끝에서 뱅뱅 맴돌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다. 무슨 말인지는 안다.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니까. 그런데 매우 이상하게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다 알지는 못한다. 우스벡은 기억 속에서 관련 사례를 찾기 시작한다.
- 소설가 EM, 포스터E.M. Forster의 작품 속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내 말이 아직 들리지 않았는데 내 생각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 막스 아웁Max Aub은 말했다. “글쓰기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는 농담 같은 말을 남겼다. “글쓰기는 무엇을 쓸지 알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 후안 헬만 Juan Gelman은 이렇게 말했다. “알면서 알지 못하는 것은 시의 특징이다. 시인은 자신이 쓴 것에 놀라고 자신이 쓴 것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 언어는 인간 지능의 가장 깊은 베틀에서 나온다. 후안 루이스 비베스Juan Luis Vives는 몇 세기 전 『수사학De ratione dicendi」에서 이와 유사한 맥락의 말을 한 바 있다. “언어는 영혼의 표현이다.”
-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생성 구조에 대해 논한다.
- 인간 지능 모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사회는 사피엔스의 뇌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사피엔스를 길들였다. 인간 종은 자기 자신을 길들였으며, 그 메커니즘의 하나는 자기 제어 체계를 개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 Dmitri Beliayev는 1959년에 시베리아에서 여우를 길들이는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기준은 단 하나였다. 대담하되 공격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그가 뻗은 손에 가장 가까이 닿는 어린 여우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선택 과정에서 여우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마치 길들여진 개처럼 달라진 것이었다. 여우들은 인간의 몸짓에 길들 여져 날쌔게 반응했다. 이 사례를 통해 유전학 자들은 유전적 변화라는 것이 몇 세대에 걸쳐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흥분했다. 반면 인간은 빠른 학습 능력과 자기 제어, 이타심 등의 경쟁력 있는 장점들을 살려 자기 도태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는 우스벡의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현대 인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의 논문에서 여실히 증명되었음을 확 인했다. 하버드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은 인간 또한 자신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형시키는 길들임의 과정을 겪었지만, 그 것은 같은 종인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진화심리 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 의 의견도 이와 같다. 토마셀로는, 우리 진화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인간에게 일종의 자기 제어라는 사건 이 발생했으며, 집단은 매우 공격적이고 독점적인 개인들을 제거했다고 말한다. 감정적이고 동기 부여적 관점을 감안한다면, 인간 진화의 초기 단계에 그런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위대 한 유인원에서 멀어지고 협력 활동에 유용하고 공유된 의도에 도움이 되 는, 복잡하고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적응 공간으로 내 던져졌다. 이것이 인간의 진화를 가속화시켰을 거라고 말한다. 베르나르 빅토리Bernard Victorri는 네안데르탈인이 역사에서 사라진 사건(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에 관해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본능에 따른 자연발생적 폭력성이 통제되지 않고, 문화적 통제 메커니즘이 아직 충분 히 발달하지 않았던 진화의 결정적인 순간에 살았기 때문에 자멸했을 거라는 것이다.
- '문명은 채집 수렵 생활자의 뇌가 자기 자신을 재구성하는 법을 배우는 일련의 기술이다. 이처럼 높고 낮은 뇌 기능 사이에 존재하는 불안한 균형은 인간의 가장 잔인하고 원시적인 본능이 드러나고 절도, 폭력, 살인이 일상이 되는 살상 전쟁이 발생하면 깨지기 마련이다. 뇌는 유연하기에 결합된 기능이 언제든지 다시 분리되도록 만들 수 있고, 야만주의로의 회귀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또한 문명 은 언제나 연약하고 취약한 것이어서, 각 세대는 마치 새로운 어떤 것을 대하듯 그것을 배워야 한다. [노먼 도이지, 『기적을 부르는 뇌』, 지호, 2008)
- 사람을 한정되고, 다소 통합적이며, 동기 유발적이고, 인지적이며 유일한 하나의 우주로 보는 서구의 개념은, 그것이 우리에게 자명한 진리처럼 보일지라도 세계 문화의 맥락에서 고려하면 상당히 특이한 사고다.
우스벡의 기억은 더 혼란스러운 자료를 내놓는다. 일부 학자들은 서구의 심리학이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그들이 진행하는 실험이나 자료들이 서양의, 교육을 받은, 산업화한, 부유한, 민주주의 문화에 속한 사람이라는 매우 작은 부분 집합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각각 형용사들의 앞글자를 줄여 영어로 표현하면 'WEIRD('기이한 기괴한이라는 뜻)'라고 쓸 수 있다. 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검토한 결과, 사피엔스가 'WEIRD' 할수록, 관계의 세계가 아닌 분리된 객체의 세계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I. Heinrich et al.,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3, 2010, pp. 61-83].
‘WEIRD'한 사상가들은 칸트나 스튜어트 밀과 같은 개인주의적 도덕 성의 경향을 보이고, 다른 사상가들은 공자가 제안한 도덕성에 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 그리스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Plutarchos는 피로스Pyrros 장군에 관한 일화를 남겼다. 어느 날 피로스 장군은 정복 계획을 짜고 있었다. “먼저 그리스를 정복하자.” 피로스가 말했다. “그런 다음에는요?” 부하인 시네아스Cineas가 물었다. “아시아로 가서 소아시아, 아라비아를 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요?” “인도로 가자.” “인도를 정복한 다음에는요?” “아! 그만 쉬련다.” 피로스가 대답하자 시네아스가 물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쉬지 않는거죠?"
-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지금, 경영학 수업 시간에 참여하면 이런 일 화를 들을 수 있다. 훌리안은 카리브해의 작은 마을에 사는 행복한 어부 였다. 그는 가재 떼가 모여 있는 장소를 누구보다 잘 찾아내는 솜씨 좋은 어부였다. 훌리안은 매일 아침 바다로 나가 가재 몇 마리를 잡고선 시장 에 내다 팔았다. 그런 뒤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놀다가 볕이 드는 자리 에 앉아 쉬거나 기타를 치기도 했다.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만나 농담을 주고받거나 카드 게임을 즐겼다. 어느 날 마을에 경영 전문가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훌리안의 기술을 알고 찾아온 그는 훌리안에게 사업 제안을 했다. “당신은 가재를 지금 보다 더 많이 잡아서 대출을 받은 뒤 배를 몇 척 더 사시오. 잡은 가재를 마이애미에 가져다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요. 가재 시장도 세울 수 있을 거요. 그렇게 돈을 벌어 가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배를 보내 잡아 옵시다. 회사가 커지면 주식거래소에 상장기업으로 만들고 당신은 부자가 되는 거요!” 훌리안은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뭘 하죠?” 전문가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지. 여기서 살면서 잠시 바다에 나가 낚시나 하고, 또 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들과도 즐기고...” “그런 거라면 지금도 충분하다오, 친구."
- 우스벡은 이 두 가지 사례에 흥미를 보였다. 피로스 장군과 경영 전문 가는 인간의 커다란 욕망을 대변했다.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욕망,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것, 나를 확장하는 것. 많은 사람에게 그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행복에 관한 가장 명확한 콘텐츠다. 우스벡은 20세기의 유명한 경제학자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 말을 기억한다. 그린스펀은 현대 경제를 비이성적 과열' 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우스벡은 이것이 모든 인간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 선사시대 전문가인 마르셀 오트Marcel Otte는 인간 종을 특징짓는 것은 자연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을 키우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열망에 있다고 본다. '인간 운명의 열쇠는 신체나 다른 사회, 자신의 과거와 같은 한계 극복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이다. 우스벡은 이 지배적이고 지치지 않는 열망이 많은 사피엔스를 불안하게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동양의 사상가들(특히 불교와 유교)은 욕망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오만함'을 뜻하는 'hybris'는 결국 사람을 광 기로 몰아간다고 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욕망을 줄이라고 권했으며 지나치게 많이 가지는 것은 불만족과 부정을 낳는다고 했다. 기독교는 인간의 오만함과 야만을 비난하면서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이라는 미로에 정통한 셰익스피어는 '거인의 힘을 가진다는 것은 황홀하나 그 힘을 거인처럼 쓴다는 것은 끔찍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거인은 어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힘을 쓸 수 있을까? 우스벡은 자문했다.
- 페리클레스는 아테네를 성찰했다. 페리클레스는 근본적으로 도시의 영광을 열망했고, 그것을 이루려면 자신의 힘을 무한대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폴리스 전체에 대한 헌신을 위해 싸웠다. “너희들은 당연히 도시의 명예, 자랑스러운 제국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권력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대하는 지배력과 끝없이 지배하고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실현돼야 한다. 따라서 도시에 바치는 불후의 명성은 영토 확장, 전쟁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 돈은 여러 시대, 여러 장소에서 발명되었다. 돈의 발전 과정에는 그다지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순전히 심리적인 혁명이었다. 돈은 사람들의 공유된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상호주관적인 현실의 창조물 을 의미했다. 신뢰가 바탕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600년경, 리디아에서 무게를 보증하려는 목적으로 금속 조각을 주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평행한 발명이 발견된다. 화폐 주조는 중국 북부의 대평원, 갠지스 계곡, 그리고 리디아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대는 12만이 넘는 군사들에게 급료를 주기 위해 매일 0.5톤의 은을 소비했다.
- 돈은 집단적 창조물이다. 작가가 없는 창조물이다. 돈은 매일의 거래에서 만들어지고 단단해졌으며 수십억 건이 넘는 교환을 하며 의미를 공고히 해 왔다. 우스벡은 인간이 돈의 유용성이 지닌 가치에는 중요성을 부여하지만 돈을 발명해 낸 지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돈은 미터와 같은 측정 단위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요한다. 다시 말해, 물물 교환을 할 때처럼 교환의 기능이 있는가 하면, 모든 사물로부터 분리된 가치를 측정하는 단위가 되었다. (우스벡은 바로 이 점이 놀라웠다). 돈은 어떤 사물이든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하나의 상징이다. 그래서 매우 일상적이기도 하다. 가격 을 계산해 주고, 거래 중개인 역할을 하고 저축도 할 수 있다.
- 세 번째 축의 시대에 발생한 위대한 변화는 사피엔스가 자유롭고 자주적인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며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된 움직임이다. 그때 인문학이 성서와 구별 되는 것을 의미하는 휴머니즘이 나타난다. 이성이 신앙으로부터 독립한 다. 기독교 내부에서 일어난 개신교 개혁은 위계에 대한 반란이었다. 인 간은 신에게 닿기 위해 인간 중재자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성경을 어떻 게 해석하는지 권위 있는 누군가가 말해줄 필요도 없다. 콜린 모리스 Colin Morris는 개인의 발견은 1050년~1200년에 발생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발전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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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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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식 발전은 인류가 최초로 개발한 능동적인 전력 보관 방식 가운데 하나이며 오늘날에도 세계 잉여 전력의 대부분을 수용하고 있다. 초기에는 모터 펌프를 이용했으나 수력 발전에 쓰는 터빈을 거꾸로 돌려 물을 퍼 올리는 방법이 개발됨에 따라 경제 성과 효율성이 향상되었다. 
청평양수발전소는 두 개의 저수지를 활용하는 양수식 발 전소다. 두 저수지 중 아래쪽에 있는 청평호가 먼저 조성되었다. 청평호는 우리나라 각지에 군수공장과 발전소를 세워 아시아 침략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던 일제가 청평댐을 만들며 조성한 호수다. 일제가 물러가고 난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요긴하게 사 용하고 있다.
청평호보다 고도가 높은 곳에 자리한 호명호는 청평호의 물을 퍼 올려 저장하는 저수지이고 청평양수발전소는 호명호의 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어느 나라든 국민 대다수가 불을 끄고 잠에 드는 밤 시간이 되면 전력망에 전기가 남아돈다. 청평양수발전소는 이처럼 전력이 남는 시간대에 청평호의 물을 퍼 올려 호명호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이 물로 발전을 한다.
-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만들고 다시 전기를 이용해 물을 퍼 올린다고 하니 이 무슨 삽질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수식 발전 시스템은 인류가 엔트로피에 최초로 가한 의미 있고 강렬한 반격이었다. 물을 퍼 올리는 과정에서 엔트로 피에 갈취당하는 분량을 제외하더라도 80퍼센트가량의 전기를 높은 곳에 저장된 물의 형태로 재생할 수 있다.
- 현실에서도 IT 기업의 서버 시설은 충분한 예비 전력을 갖춤으로써 전력 교란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은 24시간 가동되어야 마땅하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을 서버에 할애해야 하므로 배터리에 투자할 공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IT 서버 시설에서는 플라이휠을 전기 저장 장치로 활용하곤 한다.
플라이휠은 공기 저항이 없는 곳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진공 공간을 만드는 일은 또 다른 엔트 로피를 발생시키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천연의 진공 상태인 우 주 공간에서 플라이휠 저장 방식은 가장 효율 높은 전기 저장 방 식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비좁은 우주선에 크고 무거운 배터리 를 실으려면 설계 제작 및 발사 비용 부담도 상승하게 마련이다. 위성과 우주선에 전력 보관 장치를 실어야 하는 기술자들에게 플라이휠은 더없이 매력적인 옵션이다.
-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큰 온도차를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 이를테면 뜨거운 물질과 차가운 물질을 물에 담그거나 가스에 노출시키면 물과 가스가 대류를 일으키므로 이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릴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돌아가는 엔진을 '열엔진'이라고 부른다. 지열 발전기 등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발전 효율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온도차 저장 방식은 양수식 발전소를 세울 수 없는 환경에서 대량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에 향후 많은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 납산 배터리 안에는 납과 이산화납이라는 두 가지 금속이 황산 용액에 담겨 있다. 이 상태에서 납과 이산화납을 전선으로 연결하면 납은 황산 용액과 반응해 황산납으로 바뀌면서 전자 두 개를 내놓는다. 반면에 이산화납은 납이 전선을 통해 보내주 는 두 개의 전자와 황산 용액의 도움으로 황산납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전조등을 켜거나 차의 시동을 걸 수 있다. 이 상태로 계속 전기를 사용하면 배터리 내부에서 전기 를 전혀 만들어 내지 못하는 완전 방전 상태가 된다.
반대로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양극과 음극을 바꿔서 전류 를 공급한다. 황산납이 되었던 납은 전자를 받아들여 다시 납이 되고, 마찬가지로 황산납이 되었던 이산화납은 전자를 잃고 이 산화납으로 돌아간다. 배터리에서 전기를 꺼내 쓸 때는 두 금속 과 전해질 용액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다가, 자동차 가 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 수 있을 때는 이를 이용해 배터리 내부의 화학적 조성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납-산 배터리가 처음 개발된 것이 19세기 중반의 일인데, 그로부터 백 년이 지나도록 이보다 중요한 배터리 기술은 사실 상 개발되지 않았다. 배터리 기술은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다른 기술들에 비해 굉장히 느리게 발전해온 셈이다. 납산 배터리의 납 황산 용액 - 이산화납' 조합과 같은 환상의 조합을 찾아낸다. 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술 정체를 깨부순 것은 1980년대에 개발된 리튬-이온 배터리였다. 납산 배터리보다 훨씬 가볍고 효율이 높고 방전율도 낮은 배터리가 개발되자, 특히 전자제품 회사들이 이를 크게 반겨 다방면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워드프로세서와 노트북,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그리고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로 쓰이며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기여한 존 구디너프, 스탠리 휘팅엄, 요시노 아키라는 2019년에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환상의 조합은 '리튬코발트 산화물 리튬 소금 용액 - 흑연' 이다. 리튬코발트산화물과 흑연을 전선으로 연결하면 리튬코발트산화물은 리튬 이온을 소금 용액쪽으로 방출하고 전자를 전선으로 내보내며 코발트산화물이 된 다. 흑연은 전해질을 통해 리튬 이온을, 전선을 통해 전자를 받 아들여 리튬흑연으로 변한다. 반대로 전기를 공급해주면 이 과 정이 거꾸로 진행되며 배터리가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을 회복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인간이 지금까지 개발한 전기 보관 장 치 가운데 부피 대비 가장 많은 양의 전기를 보관할 수 있는 장치 다. 최근에는 소금 용액 대신에 고체 세라믹을 전해질로 활용하 는 방법이 개발됨에 따라 배터리 성능이 더 향상되었다. 리튬-이 온 배터리는 국가, 지역사회, 회사, 건물주가 보유해온 전기 보관 능력을 개인의 손안에 쥐여주었다. 우리는 이제 리튬-이온 배터리 없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 연료전지는 앞서 살펴본 전기화학 배터리와 똑같은 원리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전지(배터리)라고 부른다. 전기화학 배터 리의 경우처럼 납- 이산화납이나 리튬코발트산화물 흑연과 같은 고체 물질을 사용하는 대신에 기체인 수소-산소 조합을 활용한다.
배터리 용기에 수소와 산소를 일정량 담아놓고 그로부터 무한정 전기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수소와 산소를 계속 연료로 공급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수소-산소 연료전지는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한다. 산소는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공기를 빨아들이면 된다. 수소는 전기분해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만들 수 있고 암모니아로 액화해 유통할 수도 있다. 
연료전지는 사실 배터리라기보다 직류발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발전기에 공급할 연료, 즉 수소를 만들고 저장하고 유통 하는 과정이 전기를 보관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 휴대용 CD 플레이어에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 다.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가방에 세워 넣은 상태로 걸어가면 진동 때문에 음악이 곧잘 끊기곤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 악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CD 플레이어를 손바닥 위에 수평으 로 올려놓은 채 걸어 다니는 것은 너무도 불편하고 멋없는, 당시 의 얼리 어댑터들로서는 기피하고 싶은 행동이었다. 곧이어 메 모리를 활용한 진동 방지 기능을 갖춘 CD 플레이어가 등장했지 만 이 역시 사용자가 보행 중일 때에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 다. 이동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꿔준 워크맨이 CD를 도입함으로써 원래의 장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이동과 음악의 결합은 MP3로 완성되었다. MP3 플 레이어가 처음 나왔을 무렵 사람들은 MP3의 압축 음질이 형편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MP3는 부피, 음원 가격(사 실 MP3의 등장 초기에는 제값을 주고 음원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 았다), 그리고 아무리 뛰고 굴러도 재생이 끊기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순식간에 CD를 대체했다. 초창기의 MP3 플레이어가 고 작 몇십 곡의 음악을 담는 것조차 버거워했다는 사실을 감안하 면, MP3 열풍은 사람들이 음악과 이동을 얼마나 밀접하게 결부 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 우주 공간에는 사람의 체온을 앗아갈 물도 없고 공 기도 없고 죽부인과 쿨매트도 없다. 극미량의 성간물질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열은 오로지 복 사의 형태로만 발산된다. 태양이 지구를 향해 복사열을 내뿜는 것처럼 사람도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노출되면 작고 귀여운 복 사체가 되어 복사열을 발산한다는 뜻이다.
열복사는 매우 더딘 과정이다. 보통 사람이 한 끼 식사를 한 다음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간다면 자신의 몸이 만들어 내는 열량 때문에 더워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들이 인간으로 배터리를 만들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우리가 맨몸 으로 우주 공간에 나갔을 때 맞닥뜨리게 될 결과는 동사가 아니라 질식과 더위로 인한 죽음이다.
오늘날의 우주복에는 총 길이 100미터에 이르는 가느다란 관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 관을 따라 물이 흐르며 우주인의 몸에서 강제로 체온을 빼앗아 간다. 우주 유영 시간은 백팩에 들 어 있는 산소의 양뿐만 아니라 우주복을 흐르는 물의 양과도 관련이 있다. 우주복의 물이 우리가 한 끼 든든히 먹고 내뿜는 열을 흡수해 더 이상 체온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달궈지면 선외 활동을 중단하고 우주선으로 돌아와야 한다.
맨몸으로는 잠시도 살아 있을 수 없는 우주에서 우주복의 도움으로 유영을 하고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우리의 신체 능력을 한 층 더 향상시켜줄 새로운 외골격에 대한 꿈이었다.
- 기관 조직이 약해 기도가 짓눌리는 희귀 질환이 있다.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마는 무서운 병이다. 이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수 조건을 충족하는 기도 부목이 필요하다. 첫째로 아이의 목에 꼭 맞아야 하며, 둘째로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탄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3D 프린팅은 사용자에게 꼭 맞는 물품을 제작하는 데 특화 된 기술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아이의 목에 정확히 들어맞는 기도 부목을 만들 수 있다.
- 기도 부목은 손상된 기도를 붙잡고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데, 계속 열려 있어도 문제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목의 아랫 부분이 열려 기도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폴리카 프로락톤이라는 생소한 소재가 등장한다. 인체에 투입되고 3년 정도가 경과하면 몸 안에서 가수분해되어 사라지는 소재다.
이처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물품을 제작하는 3D 프린팅 기술을 4D 프린팅이라고 부른다. 3차원 물체를 만드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네 번째 차원인 '시간'까지 고려한다는 뜻이다. 이는 3D 프린팅 기술과 소재 공학을 융합했을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한 기술이다. 4D 프린팅이란 결국 3D 프린팅에 사용하는 소재가 시간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통제하는 기술이다. 아이의 목을 3년간 지탱해주다가 자연히 녹아 흡수되는 기도 부목을 만드는 것이 좋은 예다.
4D 프린팅의 핵심은 다양한 외부 환경에 반응해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는 각종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폴리 우레탄 계열의 TPU라는 소재는 일정 온도에 이르면 형상이 변 화하는 특성을 가졌다. 이처럼 온도뿐만 아니라 빛, 소리, 습도에 따른 소재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물을 잘 흡수해 쉽게 팽창하는 하이드로겔 소재 와 물을 잘 흡수하지 않는 고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물체를 만들 수도 있다. 이 물체를 물에 집어넣으면 하이드로겔 소재 부분은 팽창하고 고분자 화합물 부분은 팽창하지 않기 때문에 물체의 모양이 변화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평면 형태의 물체가 물이나 빛에 노출됐을 때 스스로 정육면체로 접히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전기 자극에 반응해서 크기가 커지거나 형태가 변하 는 물건을 만들 수도 있다.
- 1950년대에 레이저 이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이것이 미래의 야만인과 문명인을 가를 기술이 라고 생각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에서 앞다투어 레이저 무기와 병기를 다루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레이저 기술로 문명과 야만을 나누 려는 정치 캠페인이 전개되기도 했다. 스타워즈 계획'이라는 이 름으로도 잘 알려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전략방위구상이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은 반공을 모토로 정치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었다. 그는 반전 평화 운동과 동서 냉전 완화의 흐름이 이어졌던 1970년대의 분위기를 뒤집어서 소련과의 대결 구도를 확고히 하고자 했다. 연일 소련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 능력을 강조하며 미국이 이에 대항하는 방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레이 건은 대중의 마음을 설레게 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소련에서 ICBM을 발사하면 정지궤도에 떠 있는 미국 인공위성에서 레이저 무기를 쏘아 이를 격추한다는 것이었다. 
이 환상적인 계획에 사람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새로운 병기, 우주에서 내리꽂히는 죽음의 빛, 레이저가 적들의 미사일을 
무력화하고 세계가 미국의 놀라운 무기 앞에 입을 다물지 못할 터였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발표한 스타워즈 계획을 통해 새로 운 구분 기준을 발견했다. 레이저를 가진 자가 문명인이고 미사 일을 쏘는 자는 야만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은 미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허황된 정치 캠페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 다. 이런 구상을 발표하려면 적어도 기초가 되는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국은 인공위성에서 미사일 요격 레이저를 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기는커녕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를 개발할 가능성도 전무했다.
스타워즈 계획을 뒷받침할 기술 발전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은 채로 1990년대에 동서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마침내 해당 계획 자체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레이건은 스타워즈 계획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1970년대를 거쳐오며 침식된 미국의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었다. 미국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선이었다.
- 항암 치료에서 중요시하는 방법은 화학 치료다. 화학 치료는 암세포에 잘 작용하는 화학물질을 환자의 몸속에 순환시켜 암세포를 격퇴하는 치료법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은 대 부분 암세포뿐만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상 세포 들 또한 무자비하게 학살하곤 한다. 화학물질을 아무리 잘 만든 다 해도 암세포 외의 세포들까지 손상시키고 마는 화학 치료의 부작용을 백 퍼센트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런 와중에 나노 운반물질이 암세포를 포착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암세포 내부로 침투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 인한 연구자들은 환호했다. 나노 운반물질을 활용해 다른 세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박멸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노 운반물질로 많이 쓰이는 것 가운데 나노 세라믹이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세라믹을 가루로 만들면 나노 세라믹을 얻 을 수 있다. 나노 세라믹은 어지간해서는 구조가 무너지지 않고 의약물질 폭탄을 암세포 내부에 배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우리 몸의 이상 세포를 찾아내는 나노 물질의 능력을 MRI 이미징에 응용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MRI 영상기기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노 물질을 인체에 주입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상태에서 MRI를 찍으면 몸속 곳곳을 더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단계에 놓인 암세포들도 낱낱이 찾아낼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나노 물질의 착색 기능을 응용해 레이저로 암 을 치료할 수도 있다. 암세포 착색 능력이 뛰어난 금 등을 나노 입자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나노 물질을 몸 안에서 몇 시간 정도 순환시키고 나면 이들 나노 입자가 암세포를 찾아내 “요놈 이 암세포” 라는 컬러 그래피티를 남긴다. 이후 착색된 세포에만 작용하는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발사해 암세포를 박멸한다. 이와 같은 방식의 암 치료는 이미 임상 실험 단계에 올라 있다.
- 나노 물질은 아주 작고 반응성이 뛰어나 우리 몸의 세포와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의약 물질로서 커다란 가능성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 몸의 세포들과 활발히 반응한다는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나노 물질은 세포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우리 몸속의 세포를 산화시킨다. 항산화로 노화와 질병을 막겠다며 온갖 식품과 영양 보 충제를 먹어봤자, 독성 연구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나노 화 장품을 바르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나노 물질은 우리 몸의 세포들, 심지어 DNA에까지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물질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나노 물질이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중에는 섬유증이 있다. 섬유증은 폐나 심장근육에 섬유조직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심근 경색과 폐부종, 골수섬유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장기에 괴사를 일으킬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의료 분야를 포함한 다른 여러 분야에서 나노 물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노 물질의 부작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내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2000년대 중반에 나노 의약 물질이 개발되었음에도 불 구하고 우리가 아직까지 암을 포함한 모든 질병을 나노 물질로 치료하려 들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2016년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되어 화제가된 바 있다.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박테리아는 오직 페트병, 즉 PET 성분만을 먹고 산다. 2020년 우리나라에서는 이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효소를 바탕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바다에 방사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우리는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나노 로봇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현재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박테리아 기반의 분해 과정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박테리아 로봇이 박테리아보다 더 효율적으로 플라스틱 쓰 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면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는 박테리아 로봇이든 먹은 만큼 칼로리를 만들어 낸다. 아무리 플라스틱이라 해도 먹은 건 먹은 거니까 말이다. 그런데 박테리아는 생명체이므로 이 칼로리로 생명 활동도 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죽게 마련이다. 하지 만 박테리아 로봇은 생존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오로지 인간 이 부여한 임무에만 종사하는 존재다. 
박테리아 로봇은 플라스틱을 먹고 만들어 낸 열량을 다시 플라스틱을 먹는 일에 쓴다. 오직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해서 플라스틱을 먹는 플라스틱 킬러다. 맹목적으로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박테리아 로봇을 동원하면 폐수에 섞인 플라스틱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제거할 수 있다.
- 바람이 물체를 만나면 물체를 따라 흐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물체에서 떨어져 나가 제멋대로 흐르기도 한다. 이를 유동 박리라고 부른다. 선풍기를 돌릴 때 유동 박리를 최소화하면, 즉 바람이 선풍기 팬에 딱 붙어서 흐르도록 한다면 선풍기가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게 만들 수 있다. 바람과 물을 가르며 하늘과 바닷속을 나아가는 여러 동물들은 이런 유동 박리를 방지하는 고유한 기관들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동물이 바로 혹등고래다.
- 혹등고래는 등에 혹이 많이 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느러미 에도 혹이 나 있다. 이 혹들이 혹등고래가 수영할 때 지느러미 표면에서 발생하는 유동 박리를 막아주기에 그 거대한 몸집으 로도 효율적으로 바다를 누빌 수 있다. 1월에 남극에서 시작해 장장 3개월간 5000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지는 혹등고래의 계절 성 이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의 이주 가운데 최장 거리 를 자랑한다. 
서울대학교 최해천 교수 연구실에서는 혹등고래의 혹이 유동 박리를 막아준다는 점에 착안한 팬을 개발했다. 팬의 표면에 우둘투둘한 혹을 만들어 넣고 한 발 더 나아가 가리비 껍질 모양의 홈까지 새겨 넣음으로써 전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 는 팬을 제작한 것이다. 상업용 건물뿐만 아니라 가정집에서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릴 때 이런 팬을 사용한다면 엔트로피와 의 싸움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 바위에 붙은 홍합을 자세히 관찰하면 바위와 접촉한 면적이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홍합은 바위에 달라붙기 전에 먼저 발로 바위 표면을 청소하고 약간의 진공 공간을 만든 다음 그 공간 내에 족사를 설치한다. 족사는 끄트머리에 생체 접착제를 분비하는 부위가 달린 일종의 실이다. 특수한 수산화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이 생체 접착 성분에 홍합의 접착력의 비밀이 숨어 있다.
- 물속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하는 특성 때문에 홍합의 생체 접착 성분은 수분이 많은 인체 곳곳에 다양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망막박리 현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접착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물속에서 접착력을 유지해야 하고, 접착력이 강해야 하며, 안구 내 독성 문제가 없어야 한다. 홍합의 생체 접착 성분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 족시킨다.
또한 홍합의 생체 접착 성분으로 수술 환부를 봉합하면 실 로 꿰매 봉합한 것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빠르다. 접착제 자체가 생체 성분이기 때문에 환부를 봉합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인 체의 일부로 녹아들어 상처 부위의 자연 재생을 방해하지 않는 다. 게다가 혈소판을 뭉치게 해주는 역할도 수행하므로 지혈에도 효과적이다. 
거미 실크를 얻기 위해 염소의 유전자를 조작해야 했던 것 처럼 홍합의 생체 접착제를 얻는 일도 수월하지는 않다. 홍합에서 바로 추출할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와 같은 방식으로는 얻을 수 있는 양이 너무 적다. 홍합 접착 단백질 1그램을 얻으려면 홍합 1만 마리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충분치 않다.
이에 포항공과대학교의 차형준 교수 팀은 미생물 배양 기 법을 통한 홍합 단백질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홍합 접 착 단백질 유전자를 재설계한 뒤 미생물에 투입하면 미생물이 부역하면서 수많은 홍합 접착 단백질을 생성해 내는 방식이다.
- 미생물 배양 기법으로 생산한 홍합 접착제는 고농축 액상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물속에서도 안정적이다. 동일한 상처 부 위에 적용했을 때 수술용 봉합사보다 홍합 접착제를 사용한 쪽 의 회복이 더 빠르다. 겔 상태의 접착제에 빛을 쬐어주면 단백질 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져서 보다 빠른 속도로 접합이 진행된다.
홍합 접착 단백질의 용도는 수술 시 봉합에 사용하는 것 외 에도 다양하다. 신경 손상을 치유하는 도관으로 쓰는 방법도 개 발되고 있다. 단백질을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실로 방사해 나노 섬유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인데, 신경세포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재생하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자라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혈액의 응고를 담당하는 혈소판과 혈장 단백질 용액에 홍합 접착 단백질을 떨어뜨리면 이내 서로 뭉친다는 점을 이용해 지혈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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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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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나비효과

인문 2021. 5. 30. 20:07

- 체계적 위험이란 “개별 부분과 요소의 붕괴가 아니라 전체 체계가 붕 괴할 위험 혹은 확률을 의미하며 대부분 혹은 모든 부분 간의 동행성 (연관성)으로 입증"44된다. 체계적 위험'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의미 는 여전히 분명히 규정할 수 없지만, 그 주요한 징후 세 가지는 다음 과 같다.
1. 비교적 사소한 티핑 포인트나 한계점, 또는 체제 변환이 역치에 이르러 체계 대부분 혹은 전반에 크고 연쇄적인 장애를 유발할 때 발 생하는 커다란 충격인 '거대 충격’..
2. 위험 분담(전도) 혹은 전염(전파 및 증폭)을 통해 네트워크를 타고 퍼지는 충격.45 후자는 연쇄적인 장애 즉 “체계를 구성하는 일련의 기관이나 시장을 따라 잇따른 손실을 일으키는 사건에서 생기는 누적 손실"을 포함한다.
3.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의 결과인 공유 충격’. 이런 간접 영향은 직접 영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 체계적 실패는 회복탄력성이 훨씬 낮고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유발하는 '이력현상hysteresis' 이라는 특징을 나타낸다.
- 요컨대 세계 경제 성장을 촉진한 바로 그 기술 진보가 세계, 구체적으로 세계 경제를 복잡계'로 간주할 수 있는 체계로 바꿔놓았다. 복잡성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합리적인 개인이 리카도가 말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나 타난 총체적 결과 혹은 외부효과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서로 단절 상태였던 통상적인 위험을 통합함으로써 우리는 “결과와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대개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체계적 위험 환경을 만들었다. 이 체계가 촉진하는 위기는 예측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겉보기에 혼란스럽게 전개될 것이다. 2007~2008년 금 융위기를 적시에 파악하고 억제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주로 선형적이고 일차원적인 생각이 거버넌스에 대한 접근법을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복잡하고 대단히 비선형적인 세계에서 그런 사고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체계적 위험은 현대판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체계적 위험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대니 로드 릭Dani Rodrik의 제안을 넘어선다. 체계적 위험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 공유지에 영향을 미치며 간접적인 인과관계로 인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의 새로운 체계적 위험에 대처 하려면 글로벌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개혁과 맞물린 더 큰 책임이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전 위기에 대응해 생겨난 시대에 뒤떨어진 체계 대신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권한과 출자, 기술의 갱신 같은 철저한 변화가 필요하다. 
- 극단적 통합이란 네트워크 중 노드 하나가 붕괴(예를 들어 리먼 브라더스)하면 다른 노드들도 영향을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극단 적 '복잡성'이란 그 효과를 쉽게 가늠할 수 없고 상응하는 위해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가리킨다. 금융위기 이전 시기에는 이런 외 부효과를 설명하지 못했으므로 기업의 위험관리 전략은 사실상 무익했다. 이런 주장에 비춰볼 때 복잡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확률에 근거한) '위험' 관리가 적절한지 아니면 은행이 '불확실성' 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로 이어 지는 요인들을 되돌아보면 규제기관과 감독기관이 금융 부문 탈 바꿈에 따른 체계적 위험을 감지하거나 억제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시장 참여자와 규제자 모두 복잡성과 동질성이 본질적으로 네트워크를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지는 않았다. 모든 데이터와 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급격한 성장을 뒷받침했던 연결성이 난데없이 체계적 위험을 증폭 하고 전파하는 사태에 이르자 가장 노련한 은행가들조차도 놀라 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설사 규제기관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히 강대국(미국 등)과 거대 은행을 통제할 권한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과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 유럽중앙은행은 체계적 위험을 측정하고자 지표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현재 체계 내 불안정 상태를 측정하는 금융 안정성 동행 지표, 둘째는 체계적 위험의 고조를 감지하는 조기 경보 모형, 셋째는 총 거시 충격에 대한 금융 체계의 회복탄력 성을 평가할 수 있는 거시 스트레스 테스트, 넷째는 위기가 금융 체계 안정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오염 및 누출 모 형이다.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들은 이런 지표를 활용해서 체계 적 위험의 다양한 차원을 평가하고자 한다. 체계적 위험을 측정하 는 데 유용한 척도가 되려면 체계적 위험의 모든 차원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몇 가지 체계적 위험 지표를 결합해야 한다. 현재까지 주요 문제점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정보 전염을 나타 내는 믿을 만한 지표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체계적 위험 을 평가할 때 상당한 불확실성 요소가 발생하게 된다.
체계적 위험에 대한 논의를 보면 체계적 위험이 복합적인 현상 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매우 어렵 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 지 않은 상황에서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 기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때 행위자에게 조치를 취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는 법적 문제이지만 동시에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2007~2008년 금융위기로 많은 국가에서 정치 시위가 발생했다. 아이슬란드의 총인구 32만 명 중 약 6,000명이 레이캬비크에서 정부의 책임감 부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그런 대중의 분노는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의 더 큰 위험은 불만으로 향하는 좀 더 미묘하고 조용한 추세, 증가하는 불평등 그리고 위기에서 비롯한 다른 사회적 결과에서 발생한다. 
- 공급망을 아웃소싱 지역으로 분절화하는 전략은 높은 수익성이 증명돼 지금은 많은 제조업에서 경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태국 홍수 사례는 아웃소싱 중심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급망이 끊어진 경우 28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홍수로 그토록 다양한 업계가 극 심한 피해를 입은 이유는 태국처럼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역이 다 양한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이는 경향에 있다. 낮은 세율 과 낮은 임금, 관대한 규제를 비롯한 여러 인센티브가 다양한 산 업이 특정 지역에 이끌리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세계화라고 하 면 지역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과정, 즉 위험을 지리적으로 분산하 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위험과 불안정을 집중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연계가 발생하도록 함 으로써 세계는 말 그대로 달걀을 전부 한 바구니에 담고 대단히 파괴력이 강한 위해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됐다.
-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의 체계적 위험을 밝히는 사례연구 역할을 수행했고 태국 홍수가 아웃소싱과 분절화의 위험을 입증했듯이 토요타 역시 토요타 방식의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 아무런 흠잡을 데 없어 보였던 토요타가 문제 를 겪기 시작했다. 말썽의 첫 번째 징후는 2009년 10월 바닥 매트 문제로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났다. 효율성의 귀감이 었던 토요타는 완충재고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매트 장당 비용 을 10달러 미만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2010년 1월 토요타는 '가속 페달의 고착'을 수리하고자 차량 230만 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함으로 의도하지 않은 가 속이 발생해 운전자가 페달에 압력을 가하지 않을 때도 자동차 속 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결함이 발생한 페달 공급 업체인 CTS의 생산능력 제약으로 교체 부품 납품이 완료되기까 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이 작은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토요타의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었 다. 1월 말, 토요타는 해당 모델을 전 세계 시장에서 무기한 판매 중단하고 생산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비용 최소화 기법을 개척 한 기업인 토요타는 '매일' 5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에 이르 는 수익 손실을 겪었다. 이는 린 경영에 따르는 예측 가능한 결과 였다. 아웃소싱한 작은 공장에서 자재가 기일에 맞춰 도착하고 있 었고, 완충재고를 낭비라고 여겼다. 이런 경영진의 선택이 체계적 불안정을 조성한 원인이었다.
- 진화생물학, 특히 해양 연구 분야에서는 탄탄한robust 구조와 회복탄력성 있는 구조를 구분한다. 산호초는 악조건에 견디는 내재된 힘에 의존하는 탄탄한 구조의 표본이다. 반면에 플랑크톤은 회복탄력성 있는 구조로 분류된다. 회복탄력성 있는 구조도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지만, 이런 생물은 조정하고 적응하는 능력 으로 살아남는다. 이런 구분을 공급망 영역에 적용해서 유추해 보면 체계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탄탄한 접근법은 완충재고를 충분히 축적하고 외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함으로써 자급자족 단위를 생성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산호초가 위해를 견디는 방법과 닮았 다. 그러나 탄탄한 구조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는 문제 가 있다. 토요타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낭비(무다)처럼 보이는 요소를 줄이기 시작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이런 기회비용 때문에 특히 글로벌 경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나 지불 능력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 기업들은 탄탄한 접근법 을 고수하기 어렵다. 탄탄한 구조에 따르는 비용은 또한 그런 구 조가 알려졌거나 적어도 예상되는 위험에만 탄탄한 주요 이유이 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탄탄함은 대개 위험이 충 분히 구체적이거나 그에 따르는 위해가 충분히 위협적일 때만(원 자로의 경우처럼) 제공될 수 있다.
반면에 회복탄력성 접근법은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플랑크톤이 나타내는 회복탄력성을 창조적으로 경영방식에 구현했다고 볼 수 있는 모듈러 설계가 그런 사례다. 플랑크톤은 악조건에 견디는 대신 적응하는 능력을 길렀다. 다양한 구조를 만들고 위험관리에서 이질성을 수용하는 방법이 공급망 관리에서 이런 적응력에 해당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접근법 중에서 회복탄력성 접근법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한동안 회복탄력성을 저해하는 모범 사례를 모방하는 관행이 널리 퍼지고 표준 경영교육이 급증했다.
- 2013년 런던 히스로 공항은 제설 및 제빙 장치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까닭에 2인치(5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강설로 대규모 지연과 결항 사태를 겪었다. 히스로 공항은 최대 수용력의 98퍼센트 수준으로 운영되므로 공항이 재개됐을 때도 인력이나 장비, 항공편 배치에 발생한 사소한 동요가 연쇄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 생물다양성 손실은 두 가지 방식으로 글로벌 위험을 유발한다. 첫째, 균질화를 통해 충격의 강도를 높인다. 지역 생물군의 다양 성이 줄어들고 유사성이 증가하면 이전에 제한됐던 피해(질병이나 해충, 포식종이 유발했던 피해)가 더 쉽게 확산될 것이다. 둘째,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면 기후 변화와 폭풍을 비롯한 재해 같은 예 기치 못한 위험 사건에 대처하는 대응력이 약화되면서 체계적 취 약성이 증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 발 표된 한 연구는 제1차 역학적 변천이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 환을 유발했고 제2차 역학적 변천은 산업혁명 과정에서 일어났지만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가 신종 전염병뿐만 아니라 예전에 통제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전염병의 재등장과 관련이 있는 것" 으로 보이면서 지금 우리는 제3차 역학적 변천 단계에 진입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 오염 피난처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체계적 위험에 해당한다. 첫째, 오염을 수출하는 경향은 부유한 국가가 청정 기술과 효율성 높은 폐기물 처리 체계에 투자할 인센티브를 낮춘다. 둘째, 가난 한 국가가 오염을 수입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고 환경 쿠즈네츠 곡 선을 따라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라는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염 피난처는 다른 곳보다 낮은 비용으 로 더 적은 규제 아래 더 많은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므로 가장 효 과적인 폐기물 처리 기술에 투자하거나 좀 더 엄격한 규칙을 시행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 텔레비전과 인터넷 덕분에 가난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부유한 국가와 도시의 좋은 생활 여건을 계속해서 접하는 세상에 서 이런 격차는 이주를 통하지 않고는 실현할 수 없는 갈망과 포 부를 만들어낸다. 이 자체는 위험이 아니며 사실 이주는 끈질긴 세계 불평등을 해결할 가장 유망한 해결책 중 하나다. 밀라노비치 는 이주를 “세계 빈곤과 불평등을 줄일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보며 “가난한 국가에서 성장에 현저한 가속이 붙지 않는 상황”에서 이주는 “위대한 21세기의 조정 기제라고 규정한다. 우리 저자들 처럼 밀라노비치도 “원조와 이주는 세계 불평등과 세계 빈곤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인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최근 유럽(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그리스, 영국 포 함)에서 일어난 사건과 선거를 볼 때 세계 불평등을 줄이는 데 이 주라는 접근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이주민을 받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불평등에 시달리고 경제 위기를 견디는 상황에서는 다른 때보다도 이민자를 받아들이려는 의향이 한층 약해지는 듯하다.
- 완충 장치와 안전망, 비상조치 역시 필요하다. 위험관리에 신중한 접근법을 채택하려는 정부와 기업은 예비 체제를 비생산적 자본'이나 불필요한 투자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릴 때는 린 경영이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상호연결과 상호의 존성, 위험도가 증가하는 세상에서는 유휴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투자금은 그저 삭감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대차대조표에 강점을 제공하는 원천으로 봐야 한다. 위험관리나 예비 전략에 할당된 운전자금이 항상 부채인 것은 아니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그 조직이 지닌 최대 자산이 될 수 있다. 공익 기업체의 경우 재고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막는 회계 규칙이 회복탄력성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재고란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를 보완하는 인공호흡기, 중환자실 침상, 항생제, 백신부터 얼 어붙은 도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데 필요한 모래와 소 금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런 경우 린 경영은 기를 쓰고 효율성을 확보 하는데 그치지 않고 충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빠듯하고 불안정한 체계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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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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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커터

사회 2021. 5. 30. 20:04

-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표현은 대중적 인기로성패가 결정되는 연예인과 정치인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부고란만 아니면 무조건 언론에 나오는 것이 좋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전 인류를 네트워킹' 하면서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 시대가 되었다.
-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다수가 먹고살기 위해 돈을 좇는 것처럼, 오늘날에는 주목과 관심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이를 얻기 위한 행보가 곧 경제활동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조회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 조회수 장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주목경제다. 주목경제라는 개념을 고안한 미국의 저술가 마이클 골드하버M. H. Goldhaber의 문제의식은 다음의 명제에서 출발한다. 정보시대에서 디지털 재화라 일컬어지는 정보에는 희소성이 없다. 무한히 취할 수 있는 것에는 값이 매겨질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가치한 정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주목이다. 주목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경제학의 문제라면, 오늘날 주목과 관심의 주고받음은 엄연한 경제행위다.
- 트롤Troll의 기원은 북유럽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주로 동굴이나 언덕 밑에 집을 짓고 사는 요정과 같은 존재로, 인간에게 장난과 행패를 일삼는 악동으로 묘사된다. 영미권에서는 난데없이 나타나 훼방을 놓거나, 악의를 갖고서 불특정 다수 혹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이를 가리켜 트롤, 그러한 행위를 트롤링' 이라고 일컫는다.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트롤링의 방식과 수단, 대상의 범위도 진 화와 확장을 거듭했다. 웹상에서 트롤링은 하나의 유희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 혼자 태업을 한다거나, 연예인 팬 카페에서 해당 연예인의 과거사나 루머 등을 끊임없이 언급하거나 성형 전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일, 커뮤니티에서 특정인을 도발해 분쟁을 부르거나 게시판 성격과 무관한 정치적 이슈를 던져서 감정싸움을 일으키기, 누가 봐도 엉 뚱한 기행을 저지른 뒤 이를 공개해서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 일부러기분 나쁜 어투를 골라 빈정거림으로써 보는 사람을 자극하기 등 갖가지 방식으로 분위기를 망치며 이목을 끄는 것이 모두 인터넷 시대 의 트롤링이다. 이런 행위를 맥락에 따라 '낚시' '분탕질 어그로'로 불러온 한국에서도 점차 트롤링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트롤링의 동기는 당연히 관심이다. 몇 마디의 말로 소란을 일으키고 일말의 영향력을 만끽하는 행동은 관심을 갈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트롤은 '관종'(관심종자)이라는 말과 호환 가능하다. 
- “선 넘기’, 즉 위반의 문화정치는 본래 좌파의 전략이다. 사드 후작과 프리드리히 니체, 미셸 푸코는 정상-비정상 혹은 합리성 비합리성의 경계를 긋는 지식과 도덕에는 권력이 작용한다는 것을 일찍부 터 알았다. 나아가 이들은 통념과 금기에 대한 전복과 위반을 저항의 미덕으로 축복한 바 있다.
보수주의는 전통적 가치, 즉 상식과 통념을 수호하며 현 상태의 유지와 재생산을 도모한다. 반면 진보주의는 그 안티테제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주어진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것에 의문을 표하며 사회의 제 부문에 변혁을 시도한다. 특히 1960년대 전 세계를 변화와 저항의 열망으로 뒤흔든 68운동 이후, 좌파 진영이 문화적으로 보수주의와 다를 바 없이 경직되었다는 반성이 일었다. 금기도 덕·권위 위계·구획·경계 등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에 저항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이는 곧 진보의 가치로 칭송되었다. 아모스 이가 한때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를 자처한 것도 이와 연결지어 생각 해볼 수 있다. 아모스 이가 《쿠란》과 성관계하는 모양새를 취할 당시 서구 자유주의 미디어는 그를 연성 독재국가 싱가포르의 경직된 문화에 저항하는 소년 운동가로 포장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월경越境과 전복과 위반의 가치는 점차 대중 에게 익숙한 것이 되었다. 긴장을 잃어버린 선 넘기의 미학은 탈정치화했고, 이후 문화산업에서 유행한 혼성 모방Pastishe(풍자나 비판의식이 결여된 패러디)의 소재로 전락했다. 전복과 위반의 미학이 대중화 하면서 가능케 했던, 세계적으로 가장 크게 조명된 사회운동의 사례로 2011년 월가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 Ows을 꼽을 수 있다. 
- 본인의 의견과 일치하는 콘텐츠에는 '좋아요'를 누른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콘텐츠에는 싫어요'를 누른다. 이런 행위는 소셜 플랫폼 에서 해당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게시물의 성향을 결정하는 알고리 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자연히 이용자의 선호에 부합하는 게시 물이 메인화면에 노출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용자끼리 상호작 용이 빈번해지면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 만들어진다. 필터 버블 이란 '그들만의 리그'를 세상의 전부로 인식하는 착시 현상을 말한 다. 이는 확증편향의 현대적 현상이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와 일상의 유착이 갈수록 끈끈해지는 흐름에서 개인의 세계관을 소셜미디어에 동기화하려는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콘텐츠만을 '팔로우' 하고 '구독'하는 사람들은 해당 콘텐츠의 화자가 피력하는 의견과 주장에 자신의 생각을 포갠다. 내 성향과 맞는 것만 눈에 띄기에 내가 보는 것이 곧 나의 성향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끼리끼리 한데 모인 필터 버블 안에서 가뜩이나 닮은 성향을 상호 증폭시키는 현상, 이른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반향실 효과)가 나타난다.
- 대중의 입맛에 최적화된 카드뉴스 등은 더욱더 대중영합적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복잡하고 논쟁적인 시사 문제는 거르게 된다. 그 대신 과 감하게 혹은 과격하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일도양단하는 콘텐 츠에 이목이 집중된다. 대중이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사안을 단순명 료하게 정리하고, 한두 가지 원인을 근본적인 것으로 과대포장하는 설명이 조회수를 독점한다.
대다수 '정치 유튜브 방송이 이러한 경향을 따른다. 정치 유튜버 들은 대체로 항상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시사를 단순화하는 것을 넘어서 문제의 원인을 의인화해 그들에 대한 공격을 선동한다. 문제의 원인이 어떤 추상적인 구조에 있는 게 아니라 몇몇 인물이나 특정 집단에 있다는 진단은, 그들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간편한 처방으로 이어진다. 공식은 명쾌할수록 대중에게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 그에 맞춰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상연하는 분노와 격동 하는 감정은 스펀지에 잉크가 스미듯 시청자에게 손쉽게 전이된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댓글은 이를 더 증폭시킨다. 시청자는 그렇게 전이된 감정을 스스로 발아한 감정으로 착각한다. 유튜브를 통해 감정이 학습되는 것이다. 
'학습된 감정'은 언론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내는 어뷰징abusing 기사에 유용한 소재가 된다. 저마다의 어젠다와 정파성을 가진 언론들은 논쟁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네티즌이 그들의 에코 체임버 안에서 증폭시킨 감정적 표현을 인용하며 이에 대하여 누리 꾼들은 ○○이라고 하는 등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라는 식의 기사를 수십 건씩 내보낸다. 또한 정치 유튜버들이 내뱉는 혐오와 분노의 표현은 그에 대한 찬반-호오와 무관하게 이목을 집중시킨다. 따라서 이들의 발언을 제목에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클릭이 보 장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사들은 그러한 어뷰징 기사를 양산함 으로써 추가 논증과 취재의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채, 저마다의 의도대로 여론을 왜곡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사이버 렉카는 정치·사회·경제·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거칠고 자극적일 뿐 새로운 정보가 없는 대부분의 사이버 렉카물은 앞서 살펴봤던 뉴스레터 카드뉴스만큼의 가치도 없다. 그런데 개중에서 정치 이슈를 다루며, 요약정리보다는 정치적 스탠스가 반영된 해설에 주력하는 방송이 있다. 흔히 말하는 '정치 유튜브'다.
뉴스레터 등의 디지털 큐레이션은 교양의 외주화가 낳은 현상이다. 정치 유튜브는 교양의 외주화가 더 퇴행한 것이다. 이들은 사이버 렉카의 특징을 공유한 채 교양의 외주화 및 감정의 외주화의 기능을 겸비한다. 물론 지상파 방송이나 주류 언론에서는 발견하기 힘 든 소수의견을 소개하고, 거대 미디어의 어젠다에 반하는 저항적 정치 독해를 보여주는 정치 유튜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중에게 주목받기 어렵다.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영상들 이 널려 있는데 그런 영상을 보며 머리 아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사안을 쉽고 재밌게 풀어주기만 한다면 문제 삼을 까닭이 없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 유튜브는 사안을 단순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작자가 가진 정파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나아가 그들의 입장을 유일하게 옳은 시각이자 해법이라고 암시하거나 노골적으로 강요한다.
- 프로보커터가 상연하는 도발 행위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흔하면서 쉽고 효과적인 도발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인물을 타깃으로, 그의 기분이 최대한 나빠지도록 모욕적 언사를 던지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싸움꾼형 프로보커터다. 비유하자면 정치색이 더해진 트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로서는 상대가 발끈하는 반응을 보일수록 감사한 일이다. 특히 그 타깃에 대한 여론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양분되어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 번의 도발로 그 반대 진영의 열화 같은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을 만듦으로써 우리 편'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공격 대상과 그 내용은 프로보커터 본인의 정치적 신념과는 무관하다. 짐작컨대, 처음부터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여론의 형세를 살피다가 그에 영합하는 손쉬운 먹잇감을 찾아 적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대외적 이념이나 정치 스탠스를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프로보커터가 타깃에게 퍼붓는 모욕이 원색적 욕설에 그쳐서는대중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그런 유의 도발은 인터넷 기사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달리는 악플과 다를 것이 없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다시 말해 프로보커터에게 요구되는 퍼포먼스 능력이란 연예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기발하거나 재미있다는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이 구사하는 도발은 조롱조의 깐죽대는 어투와 제스처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그와 비슷한 성향의 구독자나 시청자에게만 어필하며, 반대 진영을 설득시키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보커터의 도발 행위를 재미있게 받아들인 사람은 함께 키득거릴 사람을 찾아 이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그렇게 도발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형성되는 유대감은 덤이다.
- 도발 행위의 또 다른 유형으로는 음모론을 무기로 한 선동이 있다. 음모론은 다시 전통적(?) 음모론과 '도발을 위한 도발'로써의 음모론으로 나뉜다. 전통적 음모론자는 최대 다수를 설득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찾아낸 사료와 통계와 데이터를 짜 맞춘다. 이를 밑그림으로 그럴싸한 정황을 완성한 뒤 나름의 수사와 논리로 포장해 선동한다. 때마침 화제가 되는 이슈나 이벤트가 있을 땐 닥치는 대로 가져 다가 주장하는 바의 '근거'로 욱여넣는다는 점에서 사이버 렉카의 성격도 띤다. 이런 유형의 프로보커터에게서는 나름대로의 장인 정신과 헌신마저 엿보인다. 제대로 된 음모론은 음모론처럼 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싸움꾼과 음모론자 각각의 가장 악질적 요소, 그리고 가장 나쁜 의미의 관종이 결합한 삼위일체' 유형이 있다. 이 범주의 프로보카터가 주목받는 방법은 그야말로 최대치의 극악무도한 '개소리'를 최대한 많은 사람 앞에서 배설하는 것이다. 싸움꾼처럼 특정인을 겨냥할 필요도 없고, '나만 아는 어떤 흑막의 진실을 알려주는 양 포장하고 연기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선을 넘나드는 마구잡이식 막말과 망언의 향연을 펼칠 뿐이다. 그렇게 해서 구설에 오르기만 하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다. 이런 유의 배설은 분노를 유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터무니없음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경멸과 분노의 대상과 비웃음거리를 오가는 이런 유형의 프로보커터는 '우스꽝스러운 음모론'과 비슷하게 주류 매체에서 진지하게 소개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개소리'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서브컬처 공간에서 알음알음 공유되면서 입맛에 맞는 '에코 체임버의 연료로 쓰일 수 있다.
- 프로보커터는 사회 문제의 원인을 몇몇 개인 혹은 집단으로 의인화한다. 진중권은 부동산 문제, 공정 논란, 불황 등 우리가 직면한 온갖 문제들을 현 정부·여당의 무능력과 비위에 귀속시킨다. 이들만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되기라도 하는 양, 사회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 오는 모든 불만을 현 정부를 향한 원한과 증오로 끌어가기 위해 갖 은 노력을 기울인다. 동조하지 않는 이에게는 돌대가리'라는 폭언도 주저하지 않는다. 진중권은 과거 민족해방 계열의 운동권에 대해 사회의 모든 모순을 미국 제국주의에 환원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집권기에 정권만 타도하면 민주주의가 회복되리라고 선전하는 민주당 인사들에게 일침을 날린 적도 여러 번이다. 그때의 진중권은 그런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오늘의 자신을 보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진중권은 이제 음모론까지 만지작거린다. 그래도 진중권표' 음모론이라면 어딘가 정교하고 근사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섣부른 편견이다. 그는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겨냥해 일개 장관이 저렇게 폭주하지 못한다. 어디에선가 오더가 떨어진 것이다'라는 주장을 그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어디 에도 근거는 없었다. 진중권이 구사한 배후설'은 음모론자의 클리셰다. 모든 일의 흑막 뒤에 대통령 문재인이 있다는 암시를 던진 것이다. 정작 이런 주장을 하기 불과 일주일 전, 진중권은 “문재인 대통령은 허수아비”라며 586 청와대 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아무리 봐도 같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 같지는 않 지만, 굳이 독해하자면 어찌됐건 결국 대통령이 문제이며, 모든 사태 의 책임은 586으로 표상되는 정부 인사들에게 있음을 설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아내가 바람났다고 믿는 남편에게는 반드시 바람난 아내가 필요하다.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슬라보이 지제크에 따르면, 아내가 정말로 외간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남편의 질투 혹은 망상은 병리적인 것이다. 지제 크는 비슷한 경우로 이런 예도 든다. 나치가 유럽의 유대인에 관해 주장했던 것들이 설령 전부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반유대주 의는 여전히 병리적 증상이다. 유대인 혐오가 있어야만 이데올로기 로서 나치즘이 존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바람난 아내를 두었다고 믿는 남자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고 밖에서 놀아나는 헤픈 아내를 단죄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무능력하고 비루한 삶을 지 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빠와 대깨문이 정치적 밈으로 기능하는 까닭은 해당 표현을 꺼내는 것만으로 '그들'과 '우리'의 분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문빠와 대깨문은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들을 '그들'로 배제함으로써, 그 말을 사용하는 '우리'를 반문 반민주당 세력으로 결집하는 기표 다. 정부·여당을 이로정연하게 옹호하거나 야권에 불리한 논거를 차 근차근 제시하는 이를 상대할 때조차 '네, 다음 대깨문' 한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이 마법의 센텐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을 이성을 상실한 맹목적 충성분자로, 그의 모든 언설을 무가치한 기도문으로 기각할 수 있다.
- 그러나 이러한 밈의 기능이 효율적이긴 하겠지만 별다른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대깨문은 본래 문재인 지 지층이 유행시킨 말이다. 반대파에게 전유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그 들 다수는 자랑스럽게 대깨문을 자처한다. 즉 아무런 타격감이 없다.
무엇보다 문빠나 대깨문이라는 밈에는 투쟁의 요소'가 없다. 단 지 반문 성향 유권자들끼리의 세력화를 도모하는 밈이기 때문에 특정한 정치적 견해가 없는 부동층에게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그들'에 견줘 밈이 '우리'로 호명하는 대상이 너무 추상적이다. 반문이라는 것 말고는 '우리'를 특징짓는 조건이 없기에 결집은 느슨하게만 이루어지며 따라서 쉽게 분산된다. 이러한 한계는 앞에 서 소개한 '커크서버티브'나 '부머' 밈과 비교하면 한결 명확하다. 커 크서버티브는 엘리트-비엘리트 간 투쟁과 반反PC 의제를 표상한다. '부머 밈에서는 세대 갈등의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그에 반해 '대깨 문은 그것을 멸칭으로 사용하는 자의 우월감을 드러내고 고양할 뿐, 특별한 어젠다나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
-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바로 김어준이 상대 진영에서 일으키는 도발을 또 다른 도발로 제압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김어준은 자신이 이 역할에 그 누구보다 탁월하다는 것을 수년에 걸쳐 증명해왔다. 따라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로서는 김어준과 최대한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상대 진영과의 진흙탕 싸움은 그에게 아웃소싱하려고 들 것이다. 진중권-보수언론 관계와 유사하게, 영향력과 하청을 주고받는 상부상조가 유지되는 한 김어준은 여전히 쓸모가 있는 인물인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정치 이슈가 터질 때마다 김어준의 해석과 논 평에 귀를 기울인다. 기본적으로 기성 언론을 불신하기에 우선 그가 개진하는 '우리 편'에 유리한 정파적 해설로나마 불안감을 해소하려 드는 것이다. 한편 보수언론은 그들대로 김어준이 음모론을 꺼내 들 때마다 그의 말을 인용한다. 이는 물론 진중권이나 서민을 인용하는 것과는 반대 의도로 '친문 논객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 '정부 여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비합리적이다'라는 메시지를 퍼뜨리 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김어준에게는 도움만 될 뿐이다.
- 앞서 소개한 프로보커터들처럼 사회적 문제를 의인화 단순화하는 것은 진보 정치의 본질을 부정하는 일이다. 강준만 교수가 지적하듯 대개 보수는 '이익 지향적', 진보는 가치 지향적'이다.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와 그 실현 방안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한두 가지 메시지로 진영을 결집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 충돌하 는 여러 가치와 요구들을 잠시 묻어두고 공공의 적과 맞서는 전선 아래 최대 다수를 결집해내는 정교하면서도 거대한 전략이 필요하 다.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는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이런 결집이 이뤄진 극히 예외적 케이스다. 물론 현재 국민의힘으로 표상되는 수구 세력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그들을 도발하는 동시에, 한두 가지 매력 적인 진보적 의제로 지지자를 결집해내는 이가 있다면 그를 좌파 프로보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의 역할은 김어준이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능숙한 퍼포먼스를 펼칠 역량 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우파 코인' '반페미 코인' 등을 노리는 프로보커터가 속출하고 있다. 담론의 중심은 인터넷으로 옮겨간 지 오래 다. 동시에 데이터 시대의 주목경제, '선 넘기'의 문화, 사유의 외주화 에 가속이 붙음에 따라 우파 프로보커터는 계속 급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우파 유튜버와 극우주의의 문제는 침소봉대 하거나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유권자들이이 극우와는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 보수언론이 조은산이나 삼호어묵을 띄운 것은 그들에게 대단한 필력이나 혜안 이 있어서가 아니다. 진중권 저널리즘 이후 그들의 새로운 '입'을 찾 으려다가 별 소득이 없자 일개 장삼이사에게까지 보수 결집의 기표 를 위탁하는 것이다.
물론 조은산과 삼호어묵은 프로보커터가 아니다. 이들이 개진한 논평과 발언은 도발이나 트롤링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이들의 사례 가 드러내는 것은, 언론은 늘 그들에게 입을 빌려줄 새로운 스피커를 찾고 있으며, 검증이나 반박이 불가능한 어그로성 게시물들을 언제 든 인용 보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진중권·서민 등의 언 제든 인용 저널리즘은 시작일 뿐이며, 좌은산 우삼호'라는 인위적 유행어는 그들을 잇는 신선한 '어그로꾼'을 모색하던 중에 발생한 시행착오에 지나지 않는다.
- 보수 진영의 새로운 '입'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전방위적이다. 진 중권 저널리즘을 시작으로, 내로라할 진보 학자들의 발언들이 정부· 여당 공격의 차도로 활용된다. 최장집 홍세화 강준만 등 진보 진영 의 명사들을 보수언론이 적극 인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 진영 내 스피커 부재의 대표적 징후다. 따라서 진보 성향의 학자와 연구자·비평가들은 사회문제를 다룬 논문이나 비평에서 또는 소셜미디어에 개인 의견을 피력할 때조차 논리와 수사법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 다. 그들의 말이 언론의 입맛에 따라 편집되고 전유되어 주장의 진 의, 논의의 맥락을 상실한 채 보도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보수 진영의 '대변인이 되어 '쓸모 있는 바보'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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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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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전사 마법사 연인

심리 2021. 5. 30. 20:01

https://www.youtube.com/watch?v=c5c2sizEPm0

요즘 극단적 페미니즘의 형태인 메갈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성숙한 남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 중 한가지 원인일 것이다. 이 책은 칼 융을 계승하는 정신분석학파의 대가인 로버트 무어와 신화학자 더글러스 질레트가 지은 책이다. 아마존 독자의 78%가 최고점을 준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더니 91년에 출간되었고, 평균평점 4.5점에 리뷰가 1853개나 달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현대 가족체제의 붕괴가 남성성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는 소년이 성인 남자가 되는 입문의식, 즉 성년의식의 실종이라고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소년시밀과 성인남자의 심리를 구분짓는 기준이 있었다. 부족사회에서는 소년이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안된 의례가 있었지만, 서구 문명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성년의식은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다. 정체성을 형성시켜부는 성년의식이 권위를 잃을 때 남자는 성인남성으로 전환되지 못하거나, 진성한 성인이 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내면은 여전히 소년심리에 지배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성숙한 남성의 에너지를 왕, 전사, 마법사, 연인이라는 네가지 원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원형은 신비로운 개체 혹은 에너지의 흐름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자기장이 철가루를 자기장에 맞게 배열시키듯이 네 가지 원형이 남성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위 네가지 원형은 각각 권력을 상징하는 왕, 진취성을 상징하는 전사, 지적 탐구심을 상징하는 마법사, 관계성을 상징하는 연인을 의미한다. 이 네가지 유형이 발현되고 조화를 이룰 때 남성은 성숙함에 다다른다.

이 책은 대부분의 지면을 네가지 원형의 특징과 각각의 부정적 에너지에 해당하는 그림자 에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네가지 원형의 적절한 발현과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접근도 필요하다. 책의 결론에서 간단하지만 네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는 능동적 심상화다. 이는 의식적 자아로 하여금 내면에 있는 다른 무의식 존재나 의식존재, 다른 관점 등과 대화를 하게 하는 것이다. 대개는 미성숙한 남성 에너지 형태를 취하는 내부의 반대자와 대화를 하면서 그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주문걸기다. 이것은 우리가 충만한 남성 원형을 긍정적 에너지의 형태로 접하는 것으로 의식을 집중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불러내는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기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는 존경하기다. 살아 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다른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존경할 만한 연장자를 접하거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면 자선전을 읽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익숙해진다.
네번째는 원형처럼 행동하기다. 이것은 마치 배우가 배역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 아예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왕전사마법사연인 #남성심리수업 #심리학 #남성성

 

 

- 가부장제 아래에서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비난과 상처를 주었다. 가부장제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여서, 페미 니스트들의 비판이 합리적이지 못할 때가 있었고, 이런 경우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남성성은 더욱더 훼손되었다. 인간의 역사상 성숙한 남성성(혹은 성숙한 여성성)이 지배적이었던 시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확 신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지금 현재 성숙한 남성성이 우위에 있지 않 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숙한 남성을 사랑하고 그에게서 사랑받는 것을 배워야 한다. 남자로서의 행복을 위해서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 또한 성숙한 남성성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인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에 진 정한 남자의 힘과 가능성을 기쁘게 여겨야 한다. 우리의 위태롭고 불안정한 세계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는 소년 심리를 남성의 심리로 변환해줄 성년의식이 거의 없기에, 우리는 각자의 힘으로 (우리 서로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깊이 내재한 남성 에너지의 잠재력에 도달해야 한다. 그 힘의 원천에 이르는 방법 역시 찾아야 한다. 이 책이 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인간 삶의 가장 뿌리 깊은 원동력은 아마도 낮은 형태의 경험과 의식을 좀 더 높거나 더 깊은 의식으로 끌어올리고, 산만했던 정체성을 확고하고 구조적인 정체성으로 상승시키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들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성인이 되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성인으로서의 기쁨과 권리를 누리며 살기 원한다. 부족사회는 남성과 여성에 있어 성인의 지위란 무엇이고, 그들이 어떻게 성인이 될 것인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에메랄드 숲》에서 보듯 소년이 고요하고 안정적인 성숙함'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성년의식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 현대의 문화에서는 사이비 의식이 성숙한 성년의식을 대체하고 있다. 남자를 위한 사이비 의식이 만연하다. 한 가지 예로 군대가 있다. 군대는 신병훈련소에서 겪는 치욕과 개인성의 말살이 남자'를 만든다는 헛된 희망을 갖고 있다. 대도시마다 있는 범죄조직이나, 범죄조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감옥에도 비슷한 사이비 의식이 있다.
우리가 이런 행위를 사이비 의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군대는 예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의식이 때로는 (특히 대도시의 범죄조직의 경우에) 매우 엄격한 형식을 따라 행해지기도 하지만, 대 개는 진정한 성장을 하지 못한 가짜 어른, 즉 다른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가학적인 가부장적 남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에 입문하기 위한 절차로 살인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대부분의 갱 문화에는 마약도 포함된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소년은 비뚤게 행동하게 되며 전반적으로는 또래들의 사회적 특성에 부합하면서도 반문화적 성향을 보 이게 마련이다. 사이비 의식은 진정한 남자를 배출해내지 못한다. 진정한 남자란 절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적대적인 행위를 하 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 심리에 대해서는 3장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겠지 만,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고 드는 것이 소년 심리의 특징 이며, 흔히 다른 사람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가학적인 동 시에 피학적인 것이다. 성인 남성의 심리는 그 반대다. 파괴적이고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 성숙한 남성성의 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닥쳐왔다. 주변에 적절한 성 숙한 남성의 모델이 없고, 성년의식을 실현할 사회적 응집력이나 의식을 주재할 단체나 조직이 없기 때문에 소년들은 스스로 성인이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진정한 남성이 되는 것에 실패한다. 초조함과 무능력과 무기력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사랑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남성임을 수치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창의성은 비판받고, 주도성은 억압받으며, 우리는 무시당하고 하찮게 여겨져 자존심은 껍데기만 남는다. 우리는 약육강식의 세상에 굴복하여 직 장과 인간관계를 간신히 유지할 뿐이고, 차츰 활기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간다. 많은 이들이 다음 세대를 성장시켜 줄 확신과 힘을 주는 아버지상을 꿈꾸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조차도 모른다) 그들의 삶 속에서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고, 아무리 찾으려 해도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허구의 아버지상을 추구한다.
- 기독교의 이야기도 실은 위대한 페르시아 예언자인 조로아스터의 탄생 신화에서 자연의 기적, 동방박사, 그리고 생명에 대한 위협 등 일부를 모방한 것이다. 유대교에는 유대인들의 해방자이며 선지자, 그리고 신과 인간의 중재자가 될 모세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훗날 이집트의 왕자로 키워졌지만, 아기 때 파라오의 명령으로 목숨이 위험해져서 연약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갈대 바구니에 실린 채 나 일강에 띄워졌다. 이 이야기는 훨씬 더 오래된 메소포타미아의 위대한 왕 아카드의 사르곤'의 유년기를 본뜬 것이다. 이외에도 전 세계에 걸쳐 아 기 부처, 아기 크리슈나, 아기 디오니소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다. | 그보다도 더욱더 알려지지 않은 것이 바로 우리 종교에 보편적으로 출현하는 신성한 아기 소년의 모습이 인간 심리의 내면에서도 보편적이 라는 사실이다. 심리분석을 받는 남성들의 꿈에서 이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할 때 그들은 빛과 즐거움과 경이로 가득한 남 자 아기의 꿈을 자주 꾼다. 또한, 환자의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할 때도 마 찬가지로 아기의 꿈을 꾸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들 중 많은 이들이 (아마 도 난생 처음으로)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현상은 뭔가 새롭고 신비하며, 순수한 것이 그의 내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의 삶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던 창의적 내면이 무의식에서 솟아올라 의식의 세계로 들 어온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우리 안의 신성한 아이의 존재를 자각하게 될 때마다 헤롯왕의 공격 또한 이어진다. 새로운 심리 를 수반하는 새 삶은 항상 연약하다. 내면의 새 에너지를 자각하면 그것 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곧 공격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는 사람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 만 내면의 목소리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너는 절대로 좋아질 수 없어.” 그렇다면 연약한 신성한 아이를 '이집트’로 데려가 보호할 때가 된 것이다.
- 신화 속에서 오르페우스, 예수, 아기 모세. 그리고 그 외 많은 지역의 신화와 심리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꿈속과 소년들의 실제 경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신성한 아이는 우리 모두의 유전자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새겨져 있는 듯하다. 심리학 학파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르고 평가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경우 심리학자들은 '신성한 아이 원형'을 비난하고, 환자로부터 분리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신성한 아이가 미성숙한 남성 원형의 바탕이 되는 근본 원형임을 인지해야 한다.
- 프로이트는 신성한 아이 원형을 이드, 즉 '그것'이라고 불렀다. 그는 그것을 '원시적인' 혹은 유아적인 충동이며, 도덕적 관념이 없는 것, 강력 한 것으로 봤으며 신처럼 위풍당당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것은 우리에게 내재된 자연 본연의 힘의 분출이고, 아이의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에만 관심이 있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그것을 인간 내면의 숨은 권력욕'이며, 우리의 현실적인 연약함과 열등함을 감추기 위한 '우월감 콤플렉스'라고 여겼다. (신성한 아이는 전지전능한 우주의 중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완전히 무력하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사실 실제 아기들의 경험도 그렇다.)
- 조숙한 아이는 우리의 호기심과 모험적 충동의 원형이다. 이 원형은 우리가 미지의 이상하고 신비로운 세계의 탐험가이자 선구자가 되도록 부추기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 내면의 세상에 대해 경이감을 갖도록 한다. 조숙한 아이 원형의 영향을 받는 소년은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 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 지 알고 싶어 하며,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 는지 알고 싶어 한다. 조숙한 아이는 내성적이고 사색적인 경향이 있으며 사물 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또래들보다 훨씬 앞 서서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인지 분리15를 하며, 내성적이고 사색적이지 만 동시에 외향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통 찰력과 재능을 나누려고 한다. 자신의 지식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충동을 자주 강하게 느끼며, 친구들이 그에게 고민을 상담하고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남성의 내면의 조숙한 아이는 경이감과 호기심을 유지시켜주고 지 성을 자극하며, 성숙한 마법사로 성장하도록 이끈다.
- 영웅의 죽음'은 소년기와 소년 심리의 죽음'이다. 동시에 성인으로서 의 남성과 남성 심리의 탄생이다. 소년(혹은 남성)의 삶에서 영웅의 죽음' 은 실제로는 그가 마침내 자신의 한계를 마주했다는 뜻이다. 그는 적을 만났고, 적은 바로 자신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어두운 면, 영웅답지 않은 면을 마주했다. 그는 용과 싸웠고 용에 의해 불탔다. 혁명과 싸웠고 자신 의 바닥에 가라앉은 비인간성을 삼켰으며, 어머니를 극복했고 공주를 사 랑할 수 없는 무능함을 깨달았다. 영웅의 죽음'은 소년 혹은 성인 남성이 진정한 겸손함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영웅적 자각의 결말이다.
진정한 겸손함이란 두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고, 둘째는 필요한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웅 원형에 계속 사로잡혀 있으면 톰 크루즈의 배역이 그랬 듯이 영웅 에너지의 부정적인 양상의 영향을 받아서 과시형 협박꾼의  만한 느낌과 행동으로 살게 될 것이다. 오만과 무감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짓밟을 것이고, 종국에는 자멸하며 조롱당하고 쫓겨날 것이다. 영웅 원형의 양극 그림자 중 수동적 극단인 비겁자라면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이루고자 하는 동기를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웅 에너지를 적절하게 마주하면,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힘을 얻는다. 소년으로서의 한계를 성공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면, 이제 성인이 될 준비가 된 것이다.

* 왕
- 왕 에너지에는 소년 심리에서 남성 심리로 넘어가는 것을 가능하게하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 번째는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식력(풍요)과 축복이다. 
페리가 말했듯, 왕은 '중심적 원형'이다. 신성한 아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왕은 세상의 중심에 있다. 그는 중심 산, 혹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표현에 의하면 “태고의 언덕의 왕좌에 앉아있다. 이 중심적 위치로부터 '모든 창조물'이 기하학적인 형태로 왕국의 경계선까지 뻗치며, '세계'란 왕 에 의해 조직되고 통치되는 현실의 영역으로 정의된다. 그의 영향권의 밖 에 있는 것은 창조물이 아니고 혼돈이며, 악마적이고 비세계적인 것이다. 
왕 에너지의 이런 기능은 고대 신화나 고대 역사의 해석본 어디에서 나 나타난다. 제임스 브레스테드와 헨리 프랭크포트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 세상은 무정형과 혼돈의 거대한 바다에서 중심 산, 혹은 언덕의 형태로 태어난다. 그것은 지혜와 질서의 신이며 아버지 신인 프타의 명 령 혹은 신성한 말씀에 의해 존재하게 된다. 성경에서는 야훼가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창조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과 세상을 개념과 생각에 의해 조직하며 '말'을 통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말은 우리 를 실제의 존재로 만들고 우리의 세상을 현실로 만든다.
이집트인이 그들의 문명의 탄생에 대해 설명한 것도 비슷하다. 땅이 창조될 때 태고의 언덕도 함께 만들어졌고, 이 중심 명령에서 모든 생명과 신과 여신과 인간과 모든 문화가 생겨났다. 신의 계승자인 파라오의 출현과 함께 신성한 왕의 명령에 의해 창조된 세상이 태고의 언덕에 있는 파라오의 왕좌로부터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 오늘날의 청년들은 연장자의 축복에 목말라 하고, 왕 에너지의 축복에 굶주렸다. 그래서 그들은, 소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있어서 는 안 되는 일이다. 그들은 축복받아야 하고, 왕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내면의 무언가가 움직여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 축 복의 효과다. 축복은 치유하며 온전한 존재로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누군가가 우리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높이 평가해 주며 (파라오의 손에서 떨어지는 금화로) 보상해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많은 고대 왕들은 오늘날 '왕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많은 남자들 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왕의 이상적인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왕'이라는 중심 원형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우리를 통해 세상에 구현 되어 세상을 굳건하게 하고, 창조하고, 축복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 그렇다면 훌륭한 왕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대의 설화와 전설에 의하면 이 성숙한 남성 에너지의 특징은 무엇일까??
온전한 왕 원형은 성숙한 남성의 심리에서 질서와 이성적이고 합리적 인 행동 양식, 통합과 완전함의 자질을 가지며, 혼란의 감정과 무분별한 행 동을 자제하게 한다. 그것은 또한 안정감과 자주성을 주며 차분한 속성을 가지고, 자양분을 주는 특유의 성질과 무게감을 지닌 동시에 생기와 생명 력, 그리고 기쁨을 준다. 그것은 지속성을 가지며 균형이 있다. 그것은 고유한 우리 내면의 질서를 지키고, 우리의 존재와 목적의 진정성과,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내적 안정감을 준다. 이 세상을 단호하지만 따뜻한 시선으 로 다른 사람들의 약점만이 아닌, 재능과 가치까지 모두 보게 한다. 그것은 그들을 명예롭게 하고 격려하며, 온전한 존재가 되도록 이끌고 양육하며, 왕으로서의 자신의 가치에 대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시기하지 않는다. 그 리고 우리와 다른 이들의 내면의 창조력에 대해 보상하며 격려한다.
왕 원형에 내재하는 전사적 측면은, 질서가 위협을 받아 그 공격적인 힘을 필요로 할 때 나타나며 내적 권위를 가진다. 왕 원형은 인지하고 이 해하며(마법사의 측면),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하고(연인의 측면) 진심을 담은 칭찬의 말과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그 기쁨을 표현한다.
-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신성한 아이 원형의 밖에서 자아가 형성되도록 돕지 않는다면 아이는 절대 아기 의자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아기 의자 폭군의 힘에 취해 아이는 자신이 '황제'라고 생각하며 어른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세상에! 네가 왕인 줄 알아?”라 고 말한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응. 그게 어때서?” 남자의 심리에서 그림자 왕은 이렇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림자 왕이 형성되는 또 다른 방식은, 부모가 처음부터 아기를 학대하며, 아기의 영광과 우월감을 공격하는 경우다. 신성한 아이와 아기 의자 폭군'의 우월감은 분열되어 아기의 무의식으로 숨어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나약한 왕 유형의 영향을 받게 된다. 나중에 아기가 어른이 되어 나약한 왕 유형의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게 되면 어른 세계의 거대한 압박 하에서 억 눌려있던 우월감이 폭발하여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지만 아주 거칠고 다 듬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통제할 수 없고 매우 강하다. 이 사람은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친절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윗자리로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 즉 작은 히틀러 같은 사람으로 변모한다.

* 전사
- 충만한 '전사'의 특징은 삶의 전체적 방식에 그 에너지가 닿는다는 점이다. 이 특징이 전사의 다르마, 마트, 혹은 도라고 불리는 인생 의 영적 심리적 여정을 만든다.
우리는 공격성이 전사의 특징 중 하나라고 앞서 언급했다. 공격성은 삶에 대한 자세로서 일깨우고 기운을 부여해준다. 행동의 동기를 부여해 준다. 삶의 주어진 과제나 위기를 대함에 있어 망설이는 자세 혹은 방어 적 자세에서 벗어나 공격적 자세를 취하게 하며 앞으로 전진하게 한다. 사무라이는 내재된 '기'라는 생명 에너지'를 가지고 전투에 뛰어들라 고 충고한다. 일본 무사의 전통에 따르면 인생의 전쟁에서 우리가 서야 할 곳은 단 한 군데, 최전선이며, 하나의 방향, 즉 앞으로만 전진해야 한다.
- 전사들의 전통을 보면, 전사가 명료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훈련과, 자신에게 닥쳐오는 죽음을 자각하며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사는 인생이 덧없음을 잘 알고 있다. 전사가 인도하는 남성 역시 자신 에게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이런 자각은 그를 우울 하게 하기보다는 생명력을 더 집중해서 쏟아붓도록 만들며 삶에 더욱 진 지하게 임하도록 한다. 모든 행동이 그에게 큰 의미를 지니며, 마치 마지 막인 것처럼 정성을 쏟게 만든다. 사무라이 검사는 자신이 이미 죽은 사 람이라고 여기며 살도록 배운다. 카스타네다의 익스틀란으로 가는 길 Journey to Iklan》의 주인공인 돈 후안은 만약 우리가 죽음을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로 여기고 산다면, 절대로 무의미한 행동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 을 것이라고 가르쳤다.
- 죽음이 임박했다는 느낌은 전사 에너지에 접한 남성으로 하여금 결단을 내리게 한다. 즉,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게 되며, 절대로 인생으로부터 뒷걸음치지 않는다. 생각을 너무 오래 하면 의 심이 들고, 의심은 망설임으로, 망설임은 무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생 각을 오래 하지 않는다. 무행동은 전쟁에 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사인 남성 은 자의식'을 피하며, 행동하는 것'이 제2의 천성으로 무의식적 반사작용 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수련의 결과로 얻은 것이다. 해병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훌륭한 해병은 즉각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다.
- 어떤 상황에서든 공격력, 명철한 사고력, 죽음을 자각하며 결정적 행동을 취하게 해주는 것은 훈련이다. 전사의 에너지는 기술, 힘, 정확성, 자기 통제력, 심신의 통제력과 모두 관련이 있다. 전사 에너지는 남성으로 하여 금 생각, 느낌, 말과 행동에서 '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훈련 시킨다. 영웅과는 달리 전사는 결코 '극적인 행동' 혹은 '과잉 행동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려고 행동하지 않는다. 전사는 자신이 꼭 써 야 하는 에너지 이외에는 쓰지 않으며 말수도 적다. 《황야의 7인》에서 율 브리너가 연기한 인물은 자기 통제 훈련의 교감이 될 만하다. 그는 말수가 매우 적고, 맹수와도 같은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적 이외의 사람은 공격하지 않으며 자신의 거래조건인 기술을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전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완벽한 기술 습득은 전사로 하여금 목표에 다가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사는 자신의 결정을 행동 에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를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킨다.
전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과 태도를 통제한다. 그의 마음과 태도가 올바르다면 몸도 따를 것이다. 전사 원형에 접한 남성은, 세일즈맨 교육에서 흔히 말하는 '긍정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가 굳건한 정 신과 용기를 가지고, 두려움이 없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절 제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절제가 강하다는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고통을 견딘 다. 우리가 흔히 말하듯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사무라이의 훈련에는 심리적 단련 과정이 있다. 두렵거나 절망할 때, 결코 두럽다” 혹은 “절망적이다”라고 말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대신 “누군가 두려워하고 있구나.” 혹은 “누군가 절망하고 있구나, 그러면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말한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경험은 그 상황을 객 관적으로 보게 하고, 더 명확하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시각으로 보게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더 강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한다.
- 전사 에너지는 연인과 결합하면 다른 인간적 영향력을 만든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자였다. 윈스턴 처칠은 화가였고 패튼 장군은 시인이었다. 그는 2천 년 전 로마인이 카르타고인을 물리쳤던 북아프리 카의 전장에서 브래들리 장군에게 직접 찬사를 지어 읊었다. 패튼 장군은 시 속에서 자신이 직접 전쟁에 참여한 것처럼 썼다.
그러나 전사 원형이 다른 원형과 접목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동되면 긍정적 전사 원형(전사의 원형으로 충만한 사람)에 접하는 사람들조차도 재 앙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순수한 전사 원형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초월한 충성심은 사람의 인간적 관계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성관계에 대한 전사의 태도를 보면 이런 점이 뚜렷하다. 전사에게 있어서 여성이란 어떤 관계를 맺거나 친밀해 지는 대상이 아니다. 《풀 메탈 재킷》의 행진가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내 라이플이고 이것은 총일세. 이것은 싸우기 위한 것이고, 즐기기위한 것이지.” 이런 태도가 군부대 근처에 수많은 매춘부가 모이는 이유이며, 전투에 패한 곳의 여성들을 유린하는 끔찍한 관행이 생기는 이유다.
- 개인적 목표를 벗어난 초월적 헌신과 오랜 근무시간과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남성 들의 인간관계나 가족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성직자, 의사, 변호사, 정 치가, 헌신적인 판매원,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삭막한 생활 을 한다. 그들의 아내나 연인은 많은 경우 거리감을 느끼고,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가지며 그들의 '진정한 사랑과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경쟁을 한다.
게다가 이들은 대개 성적 관계에서도 전사의 특징을 보여 간호사나 동료, 접수계 직원, 비서, 혹은 안전한 거리 밖에서 (그다지 안전하지 않기도 하지 만) 그들의 능력과 헌신을 흠모하는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가진다.
- 오랜 금언 중 “우리는 우리가 혐오하는 것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혁명, 회사나 자원봉사 단체의 작은 혁명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독재자와 억압자를 (흔히 폭력과 테러로) 밀어내고 난 후에는 그들 자신이 새로운 독재자와 억압자가 된다. 1960년대에는 평화운동의 지도자들이, 그들이 맞서 싸우던 세력 못지않게 폭력적이고 독재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미 언급된 직업들 외에도 판매원이나 교사들 역시 강박적이고 자발적인 일 중독자가 되기 쉬우며 종국에는 꺾이고 만다. 
- 전사 에너지를 적절하게 접한다면, 활기가 넘치고 결단력 있으며 용 기 있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고 끈기 있고 우리 자신의 개인적 목표보다 더 큰 목표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동시에 왕, 마법사, 연인과 같은 다른 남성 에너지와도 접목하여 전사 에너지를 변화시켜야 한다. 전사 에너지를 올바르게 접한다면 감정에서 독립함과 동시 에 따뜻하고, 동정적이고, 감사하며 생성력이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 리 자신과 그 못지않게 다른 사람에게도 헌신하게 될 것이며, 세상을 더 나은 곳, 그리고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충족시키는 곳으로 만들기 위 한 명분 있는 싸움을 할 것이다. 우리가 전쟁을 하는 이유는 새롭고 정당 하고 자유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것이 될 것이다.

* 마법사
- 우리는 흔히 우리의 지식과 놀라운 기술 때문에 조상과 매우 다르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과 기술의 근원은 늙은 원주민 마법사와 같은 이들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원주민 마법사 혹은 부족사회나 고대사회의 비슷한 역할의 사람들은 마법사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현대의 문명을 이끌고 있다. 샤먼, 주술사, 마법사, 마법의 의사, 발명가, 과학자, 의사, 변호사, 기술자 같은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시대, 가 언제인지와 상관없이 마법사의 에너지를 접하는 사람들이다. 
- 초기 기독교도의 마법사 계층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신의 원초적 에너지는 사라질 수가 없다. 비밀의 지식의 전통은 중세시대의 유럽에서 '연금술'이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금술이 흔한 재료에서 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의 연금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실은 연금술 또한 연금술사로 하여금 통찰력과 자의식과 개인의 변화를, 즉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통과의례를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정신적 기술이라는 것이다.
- 마법사 에너지는 전사 원형에서는 명료한 사고의 형태로 발현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앞장에서 어느 정도 언급한 바 있다. 마법사 원형 하나만으로는 행동으로 발현되지 않는 능력이며, 행동은 전사 원형의 특징으로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마법사 원형은 사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불가능한 결정으로 보이는 것과 마주칠 때 - 예를 들어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 아들 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있어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 도시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집을 설계해 야 하는가, 심리분석 대상자가 위기를 맞고 있을 때 그의 꿈의 해석에 대해 얼마나 알려줘야 하는가, 빠듯한 재정상황에서 어떻게 예산을 짜야 하는가 등-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통찰력 있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우리는 마법사 원형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법사 원형은 사려깊음과 심사숙고의 원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향성 에너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내향성이란 수줍음이나 부끄러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과 외부의 폭풍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내면의 깊은 진실과 사고의 원천에 접목하는 것을 의미. 즉, 이런 의미의 내향적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확고한 내면의 중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마법사 에너지는 자아-자기 축의 형성에 있어서 매우 안정적이고 중심이 잘 잡혀있으며 감정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으므로, 쉽게 밀려나거나 당겨지지 않는다.

* 연인
- 융 학파는 연인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통 그리스 신의 이름 에로스를 언급. 라틴어인 리보도를 사용할 때도 있음. 이 용어를 통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욕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 욕구임. 어떤명칭을 사용하든 연인은 생동감, 살아있음, 열정 등을뜻하는 원초적 에너지 형태다. 그것은 성관계, 음식, 행복, 번식, 삶의 고난에 창의적으로 적응하는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지속하는 의미를 알고자 하는 인류의 갈망을 통해 지속되어 왔다. 연인 원형의 주도로 이런 갈망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 연인 에너지와 깊이 접한 사람은 자신의 일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자신의 미적 의식을 통해 경험한다. 그는 사람들을 마치 책처럼 읽을 수 있다. 때때로 매우 고통스러울 정도로 다른 이들의 감정의 변화에 민감하고 그들의 숨은 동기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사실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연인 원형은 삶의 즐거움의 원형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 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고통까지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고통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연인 에너지를 접하는 사람은 고스란히 견뎌내야만 한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살아있음'의 고통을 느낀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도시 예루살렘과 제자들,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을 위해 눈물 흘리는 예수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성경에 나오듯 “슬픔을 느끼는 사람, 슬픔을 아는 사람으로서 온 세상의 슬픔을 짊어진 것이다.
- 연인 원형의 영향을 받는 남성은 사회적으로 설정된 경계선에서 멈추 려고 하지 않으며, 이런 종류의 인위적 굴레에 저항한다. 그의 삶은 흔히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난장판'이다. 화가의 스튜디오, 창의적 학자의 서 재, '일단 해보자' 식의 상사의 책상도 그렇다. 그가 넓은 의미의 '규칙'에 저항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삶에서 사랑과 의무, 감각과 도덕의 대립과 같은 고전적 갈등을 볼 수 있다. 조지프 캠벨은 이것을 시적으로 표현해서 '아모르와 로마Roma'의 갈등이라고 표현했다. 아모르는 열정적인 것을 뜻하고, 로마는 규칙과 질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뜻한다.
- 연인은 어떤 모습으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걸까? 두 가지 주요한 방식이 있다. 하나는 넓은 의미의 예술가이고, 또 하나는 심리학자 혹은 심령사이다. 화가, 음악가, 시인, 조각가, 작가는 연인이 표출되는 주요 방 식이다. 예술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감각적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빛으로 가득한 고갱의 인물들이나 인상주의 화가들의 강렬한 색채, 고야의 누드화, 헨리 무어의 조각상들을 보면 연인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말러의 우울한 신비주의적 교향곡, 그룹 히로시마의 쿨 재즈, 월리스 스티븐스의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시도 그렇다. 예술가들의 사생활은 거의 판에 박힌 것처럼 격정적이고 혼란스러우며 미로처럼 복잡하다. 기복이 심하 고 결혼생활에 자주 실패를 겪으며 약물 남용인 경우도 많다. 그들은 창조적 무의식의 강렬한 힘을 매우 가깝게 접하며 살아간다.
비슷한 방식으로 심령사 또한 감각과 깊은 본능적 느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의식적 인식은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나 느낌과 집단 무의식을 매우 민감하게 감지한다. 그들은 보통의 일상적이 고 상식적인 낮 세계의 뒤 혹은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감지하는 이 숨은 세계는 거의 들리지 않는 말, 강렬하게 몰아치는 감정, 설명할 수 없는 냄새, 다른 사람들은 채 느끼지 못하는 열기나 냉기, 공포의 이미지, 아름다운 이미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작은 단서 등이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느낌을 감지하기도 한다. 카드, 찻잎, 손금 등을 잘 읽는 사람은 연인을 접하는 사람들이다. 연인은 표면 아래 숨겨 진 모든 단서들을 종합하며 미래의 단서를 현재와 함께 묶기도 한다. 
사업에 대한 감을 가진 사업가들 또한 연인을 접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사람이나 상황,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감이나 직감을 가질 때도 그렇다. 이런 순간에는 우리의 기저에 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현실과 연결해주는 연인 에너지에 이끌리는 것이다.
모든 예술적 혹은 창조적 일들은 창조를 위해 연인의 에너지를 이끌어낸다. 농사, 증권 중개, 페인트공,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직업들이 그렇다.
- 우리가 우울해지면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아무런 의욕이 없어진다. 이런 증상은 노인들에게 특히 자주 일어난다. 그들의 신체적 약화, 고립,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 등이 그들을 우울증에 빠져들게 한다.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지고, 연인은 아무 데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곧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중단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지 알 수 없다. 성경에서는 '희망이 없는 민족은 멸망한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연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시각화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쇠퇴한다.
- 그러나 한 남자의 인생에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 무력한 연인'의 유일한 특징이 아니다. 발기가 안 될 수도 있고 성생활은 무기력해지며, 성적으로 아예 활동을 멈춘다. 성적 활동 중지란 지루함이나 파트너에게서 만족감을 못 느끼는 것, 관계에 대해 표출하지 않은 분노, 직장에서의 긴장과 스트레스, 경제적 압박감, 여성이나 다른 남성에 의해 자신의 남성성이 훼손됐다는 느낌 등 어떤 요인에서든 촉발될 수 있다. 무력한 연인의 지배를 받게 되면, 이 남자는 성을 모르는 상태의 소년으로 퇴보하거나 전사나 마법사, 혹은 전사와 마법사와 무력한 연인이 결합된 원형을 강하게 표출하게 된다. 그의 성적, 감각적 감수성은 다른 걱정들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다. 파트너의 요구가 많아지면 그는 그림자 연인의 수동 극단으로 더 깊숙이 도망간다. 이런 경우에는 그림자 연인의 능동 극단인 중독자 원형이 지루한 일상을 떠나 완벽한 감각적 만족을 찾아 떠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 자아 구조를 튼튼하게 유지하며 연인을 올바르게 접한다면, 우리는 삶과 삶의 목표와 일과 성취 등 모든 것과 관계를 맺고 연결되었음을 느끼며, 생기를 느끼고 열의와 동정심과 활기와 낭만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연인을 올바르게 접했을 때의 결과이며, 영성이기도 하다. 연인은 우리가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의 근원에 있는 에너지다. 연인은 이상주의자이며 꿈꾸는 자다. 우리가 좋은 것들을 풍족하게 갖는 것을 원하며 “내가 온 것은 너희들이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인은 다른 남성 에너지를 인간적이고 애정 넘치게, 그리고 서로 연 결되도록 해주며, 그럼으로써 험난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현실 세계에 더 잘 적응하도록 해준다. 왕, 전사, 마법사도 조화를 이룬다. 연인이 없다면 그들은 모두 삶과 동떨어진 원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연인은 그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인간답게 만들고, 그들에게 궁극적인 목표, 즉 사랑을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가학적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인이 필요하다.

- 한때 신성한 왕이 있었고 성숙한 남성의 에너지를 간접적으로 형성했다. 좋든 나쁘든 전사 에너지가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남자의 삶의 형태를 만들고 그들이 건설하는 문명의 틀을 잡았던 때가 있었다. 마법사 역시 소수만을 위한 특권이긴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연인 또한 예언자나 동굴 벽화 예술가나 시인들을 높이 평가했던 문명에서는 존경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이제는 변했다. 모든 것들이 개인의 부의 축적이나 출세 에 쓰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대에는 성숙한 남성 에너지가 인류 역 사상의 그 어느 때보다도 긴급하게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문명이 조각조 각 분열된 부족사회에서 더 완전하고 보편적인 세계로, 더 위대한 순간으 로 다가가고 있는 바로 지금, 소년을 성인으로 바꿔주는 성인의식이 지구 상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생존을 위해 미숙함이 성숙함으로 바뀌어야 할 이 순간, 소년이 남성이 되고 소녀가 여성이 되며, 허세가 위대함으로 바뀌어야 할 이 시점에, 우리는 남성으로서의 자질 만 가진 채 내동댕이쳐져서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의 미래를 위해 홀로 싸워야만 한다. 이것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진화 과정은 네 가지 남성 원형을 모든 남자에게 심어놓았고 인류 역사의 각각 다른 시점에 불러내어 각각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게 했으며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혼돈 속에서 법을 만들어냈고, 엄청난 창조성과 생성력을 불어넣어 최초의 문명을 발생시켰으며, 내적, 외적으로 자연을 제어할 능력을 얻었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물과 관계를 맺도록 했다. 어쩌면 인류의 성장 과정은 현대 남성의 힘을 급진적으로 내면화하고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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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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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부모로서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어렵고 답답한 영역 중 하나가 진로에 대한 조언이다. 특별히 진로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나 상담을 받은 세대가 아니라, 그저 성적에 맞게 대학에 진학하던 세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직장생활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볼 여유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이 책은 현직 진로상담 선생님들이 그들의 겪은 사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로에 대해 막막해 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선생님들의 조언이라 뭔가 딱딱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건네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해 주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유명 시인의 시들도 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것들로 엄선되어 있다. 

이 책의 프로롤그에 멘토와 꼰대의 차이점을 언급하고 있다. 꼰대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을 강요하는 사람이고, 멘토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까지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스스로는 멘토처럼 이야기를 건넸지만, 아이들은 꼰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책 속에 나온 여러가지 일화 중에서 '모소 대나무'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희귀종인 모소 대나무는 4년간 3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 30센티미터씩 자라서 6주만에 15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키 말고는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도, 지금 보내는 시간들이 거름이 되어 어느 순간 부쩍 성장해 나갈 것이다.

자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고른 책인데, 자녀에게 보여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았다.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어른들에게도 위안과 위로가 되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부모가 먼저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조금은 평안해진 마음이 자녀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 실이다. (소렌 키에르 케고르)
-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벤 스타인)
- 멘토와 꼰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꼰대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을 강요하는 사람이고, 멘토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까지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누구나 경험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경험한 것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나보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더 다양한 길을 가 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 지금 네 삶이 두렵고 당황스럽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낯선 곳을 여행 중이라고 말이야.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려움의 연속이고, 내가 선택해야만 하고 겪어 내야만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거야.
- 이미연이 윤여정 배우에게 질문했어.
"선생님, 힘들게 결정해서 작품에 들어갔는데, 작품 자체와 작품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이겨내세요?" 그러자 윤여정 배우가 대답하지.
“똥 밟았다, 생각하고 그냥 해. 어쩔 수 없잖아.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걸 하고 나면 또 한 사람을 얻더라고. 그리고 이 여행도, 떠나기 전에는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나는 일단 시작하면 절대 불평하지 않아. 왜냐면, 이왕 하기로 한 거니까.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거 같지? 다 아파. 다 아쉬워. 세월이 지나니,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할 줄 알게 되더라. 나는 그냥 허울보단, 그저 재미나게 사는 게 목표야. 인생은 한번 살아 볼 만한 재미있는 거야.”
- 어딘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돈키호테)
-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 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중략)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얘들아. 인생에는 늘 B플랜이 있어. 지금 너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해서 좌절하지 마. 우리에게는 다른 길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을 생각해낼 수 있는 머리가 있다고.”
- 중국 극동 지방에는 '모소 대나무'라는 희귀종이 있어. 농부들은 수년 동안 정성을 다하지만, 이 대나무는 4년 동안 3센티미터 정도밖에 자라지 않아. 어쩌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대나무를 왜 키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그런데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센티미터씩 자란다고 해. 그렇게 6주 만에 15미터이상 자라서 울창한 대나무 숲을 만들지.
나의 성장이 멈춰 버린 것 같고 진로가 분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는 뿌리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저 보이 지 않는 곳에 차곡차곡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야. 6주 동안 훌쩍 자라나기 위해 4년 전부터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를 뻗치고 있던 모소 대나무처럼 말이야. 지금의 순간들이 너희에게 보이지 않는 거름을 주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 Unlock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의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해, 이것을 신경가소성' 이라고 불러. 우리의 뇌를 촬영해 보면, 문제를 잘 풀 때보다 오히려 잘 되지 않고 어떤 것에 실패했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고 해. 실패를 계속 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더욱 불가능한 것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겠지. 열심히 살지 않는 이유가 물론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 실 실패할까 봐, 또 그것으로 마음이 다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일 때가 가끔 있어. 그런데 실패할수록 우리는 더 좋아진다니, 참 귀한 발견이다 싶지 않니?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 "이 길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빨간머리 앤)
-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길은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피천득 옮김), 「가지 않은 길」)
-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에서)
- 너에게도 혹시 도전의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얼른 잡아. 네가 못하거나 자신 없는 것, 해 보지 않았던 것이나 하기 싫어서 거부했던 것들이 당혹스럽게도 기회라는 이름으로 너에게 찾아왔다고 해도 괜찮아. 기회는 '난 할 수 없어.' 라는 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가, 네가 도망치거나 뒤로 물러설 때 다른 사람에게 찾아갈 작정을 하고 있어.
결국 작은 일은 큰 일이 돼. 지금 하는 작은 도전은 나중에 큰 도전이 될 거야. 인생에 정말 버릴 건 하나도 없더라. 그러니까 뭐든 했으면 좋겠어. 앞으로 끝도 없이 펼쳐질 너의 미래에 지금의 도전들이 모여 기회가 될 수 있기를!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었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푸른밤」)
- 네 안의 열등감을 내려놓으면 자존감이 생겨. 그러니까 비교하지 말고 너의 인생을 살아. 오늘의 네 삶을 스스로 칭찬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너에게 집중할 수 있기를.
- 오, 나여! 오, 삶이여!!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들
믿음 없는 자들의 끝없는 행렬에 대해
어리석은 자들로 가득 찬 도시들에 대해
나 자신을 영원히 자책하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어리석고, 나보다 더 믿음 없는 자 누구인가?)
헛되이 빛을 갈망하는 눈들에 대해
사물들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투쟁에 대해
형편없는 모든 결말에 대해
발을 끌며 걷는 내 주위의 추한 군중에 대해
공허하고 쓸모없는 남은 생에 대해
나를 얽어매는 그 남은 시간에 대해
오, 나여! 반복되는 너무 슬픈 질문
이것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오, 나여, 오, 삶이여!
답은 바로 이것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
삶이 존재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장엄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것
(월트 휘트먼 「오, 나여! 오, 삶이여!」)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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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상한 리뷰의 앨리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리앨님이 쓴 책이다.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요즘 유행하는 부자되기와 관련된 책으로 오해를 했다. 아마 미국에서 유행했던 '99% vs 1%', '우리 대 그들'의 프레임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은 평범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실천했던 것들 중 서른가지 항목으로 요약하고 있는데, 우리는 돈과 성공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그속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과 격차가 많이 나는 부분은 집안, 인맥, 학력과 같은 것이 아니라 지식격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두 챕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챕터는 챕더당 하나의 책 혹은 주요 웹사이트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5개의 챕터는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되지 않은 원서의 내용이다. 참고문헌을 살펴보니 저자가 참고한 책이 모두 27권이다. 결국 이 책은 성공의 비결을 다루고 있는 중요한 27권의 책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저자의 시각으로 큐레이션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유튜브의 내용이 궁금하여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들어가 보았다. 채널 정보에는 '볼만한 책이나 인물, 핵심 비법이나 노하우, 제대로 리뷰합니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채널을 개설한지는 1년이 조금 넘었는데, 평균 일주일에 1~2편씩 컨텐츠를 올리고 있다. 그 중 핵심적인 컨텐츠 30개를 선별하여 활자화한 것이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주 1~2권의 책을 읽고, 혹은 주요한 웹사이트의 내용을 정리하여, 녹화하고, 편집하여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성공의 서른 가지 비결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꾸준함"이 아닐까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 한스 로슬링 박사가 말하는 인간의 열 가지 인식 오류.
첫 번째, 사람들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는 것처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려고 한다. 
두 번째, 사람들은 세상이 더 안 좋은 쪽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사람들은 일이 한 방향으로만 계속 흘러갈 것으로 생각한다.
네 번째, 사람들은 폭력, 환경오염, 테러, 사고 등을 보도하는 대중매체의 다소 과장된 표
현에 두려워한다.
다섯 번째,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나 일의 중요도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한다. 
여섯 번째, 사람들은 잘못된 범주화를 한다. 범주화하는 것은 좋지만 사람들은 같은 항목으로 분류된 것들이나 사람들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일곱 번째, 사람들은 사람, 문화, 국가의 선택이 운명에 의해 결정지어진 것으로 믿는 경 향이 있다. 
여덟 번째, 사람들은 한 가지 원인 또는 해결책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홉 번째,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잘못되거나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어떤 대상을 탓 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열 번째,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문제나 기회에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 토니 로빈스는 과신의 심리 현상에 카운터를 날리면서 세 가지 실수를 다 넘을 수 있는 해법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진짜가 되어라. 그리고 정직해라. 당신이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재능일 수 있 다. 왜냐하면 본인이 재능 있다고 과신하는 사람들보다 실수를 차단할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성공에 대한 미신에 관한 핵심 내용 (신경끄기의 기술)
첫 번째, 시장은 계속해서 변하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우리에게 계 속해서 무언가를 하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계속 뭔가를 더 하 려고 하지 마라” 라는 해법을 줍니다.
"더 무언가를 뒤쫓지 말라. 특히 나의 가치, 나의 행복, 나의 재산 같은 겉으로 볼 때 좋은 것들을 좇으면 좇을수록 더 불행해진다.” 
“자신을 괴롭히지도 말라. 실패하거나 좌절감 같은 안 좋은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안 좋은 일을 경험한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면 끝없는 부정적인 루프에 걸리게 된다.”
“모든 것을 신경 쓰지 말라. 내가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하라. 그것만해라.”
두 번째,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상은 고통 같은 것들이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고통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고통은 너의 친구다. 고통을 받아들이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고통을 피하거나 부정할수록 결국에는 더 악화될 뿐이다. 감정은 약한 시그널이다. 감정은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는 생물학적 시그널이지만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 감정을 너무 억누르지도 너무 집중하지도 말라.”
“그리고 행복은 문제로부터 온다. 행복이란 문제를 해결하면서 오는 것이다. 문제가 없어서 행복이 오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오는 보상과 어려움을 견디는 과정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입니다. 어떤 서비스가 필요해서 전화나 방문을 하면 고객으로서 극진한 대접을 받습니다. 그럼 마치 우리가 뭔가 된 것처럼 느낄 때가 많죠. 특히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비싼 옷을 구매하고 나오면 어깨가 으쓱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합니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보통 사람이다. 엄청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스토리는 당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엄청 위대해지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평균의 사람이 되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러므로 가짜 위대함이나 지름길 같은 것들은 불필요하다. 진정한 성공의 길은 지루하다. 비현실적인 기대와 사치의 환상 같은 것은 버려라. 자신의 단점과 마주하고 지루한 일상을 견딜 준비를 해라. 발전된 자신이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즐겨라.”
“당신의 문제만 특별한 게 아니다. 모두가 살면서 트라우마를 겪는다. 어려운 일을 겪는다는 이유로 특권이 있거나 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것보다 더 특별하거나 더 고통스럽지도 않다.”
네 번째, 고통의 가치입니다. 자기 인식력을 높이라고 강조하죠. 삶의 고통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삶에 일어난 고통을 정의할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자기 인식을 위한 세 가지 단계를 설명합니다.
“당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하라. 그리고 그 기저에 숨겨진 가치를 찾아라.” 
“자신만의 기준을 알아라. 기준을 바꿀 수 있다면 내가 한 일 또는 하 지 않은 일에 대해 관점을 바꿀 수 있다.” 
“건강한 가치를 받아들여라. 쾌락, 물질적 성공, 헛된 정의 추구, 긍정 적 사고 등과 같이 건강치 못한 가치는 장기적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화는 바로 자신과의 대화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과 잠에서 깨고, 함께 걷고, 잠자리에 들고, 결국 실행에 옮기는 것도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고긴스는 자신이 좋건 싫건 자신을 추슬러야 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뇌에 대해서 말합니다. 당신의 뇌는 세상에 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우울증을 겪든 어려움을 겪든 결국 남는 것은 당신의 뇌뿐이라고 강조하죠.
“24시간 동안 내내 당신은 당신의 뇌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듣게 된다. 당신의 뇌를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당신의 뇌에 지배당한다면 이제 망한 거다. 당신이 주체가 돼서 당신의 뇌에 명령을 해야 한다. 뇌를 지배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끝난 거다.”
- 헤이스팅스는 매번 신경과민이 올라올 때마다 그 에너지를 플립해서 성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가진 재료가 토마토라면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라. 자꾸 남들이 좋아하는 레모네이드를 만들려 하지 말고.”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가진 신경쇠약이라는 재료로 오늘날의 넷플릭스의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미네소타 대학의 심리학자 노만 가르메지는 정신병을 가졌고 신체에도 질병이 있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을 연구 조사한 결과, 그 아이들에게는 크면서 모친이 가졌던 문제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조현병(Schizophrenia)'이라는 용어를 만든 스위스 정신과 의사 오 이겐 블로일러는 조현병을 지닌 성인의 자녀들이 성장해서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릴 적 역경을 가진 아이들에게 는 강철 효과(Steeling effect)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그들을 놀랍도록 강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전투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훌륭한 사람들은 각자 가진 역경과 싸우는 중이다.”
많은 심리학 연구자들이 삶의 역경을 회복하는 법을 연구하면서 밝혀낸 역경을 이긴 슈퍼맨 같은 사람들의 비밀은 사실 단 하나입니다.
“그 누구도 역경을 잘 극복하기 위해 타고난 사람은 없다.”
-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에릭 칸델은 지식 몇 조각만 습득하더라도 뉴런의 물리적 형태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계속해서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 뇌는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종의 동물끼리 비교해 연구했던 찰스 다윈이 발견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야생 앵무새와 사육된 앵무새를 비교했을 때, 야생종의 뇌가 15~30%가량 더 크다고 합니다. 춥고 험한 야생 환경이 야생동물들을 계속해서 학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 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조던 피터슨은 다음과 같이 처방합니다.
“네 방 청소부터 해라.”
방에서 보이는 물건들부터 정리하라는 말은 우리가 속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 실 이런 것들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방 청소를 하는 것처럼 작은 것입니 다. 꿈을 찾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내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해야 하는 것은 원대한 꿈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을 적고, 하나씩 끝내버리는 것입니다. 조던 피터슨은 오늘해야 할 사소한 다섯 가지 일을 적어서 실행하라고 주문합니다. 리스트를 매일 작성하면 삶에 감각이 생기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보 이기 시작합니다. 또한 그것들을 하면서 내 손이 닿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노력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목표가 점점 뚜렷해집니다.
-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방해를 받아서가 아니라 방해받는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이퍼포커스(Hyperfocus)』의 저자 크리스 베일리)
- 협상 스타일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분석가(Analyst)입니다. 냉담해 보이지만 꼼꼼하고 체계적인 스타일입니다. 철저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며, 인내심을 가진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입니다. 만일 당신이 분석가 스타일이라면 더 많이 웃으라고 합니다. 반대로 당신이 분석가 스타일과 협상을 해야 한다면 많은 자료와 비교 자료를 준비하고, 상대에게 분석할 시간을 줘 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는 수용자 Accommodator) 입니다. 관계를 형성하고 윈-윈을 얻으려는 사람입니다. 사교적이지만 시간 관리가 안 되는 편이고, 집중 력이 부족한 스타일입니다. 이런 사람과 협상할 때는 그들이 양보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세 번째는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직설적이고, 일 중심적이며, 이기고 싶어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런 유형이라면, 목소 리 톤을 부드럽게 하고, 질문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이런 사 람과 협상할 때는 잘 듣고, 그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는 사실을 전달해야 합니다.
- 이제 결론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맞아(That's right)'와 '네가 맞아(You're tright)'의 차이에 대해 설명합니다.
“누군가가 와서 당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대화도 안 되며 자신 의 이야기만 하려는 태도로 괴롭게 한다면, 어떻게 이런 사람을 떼어 내겠는가? You're tright, 그래 네가 맞다고 해줘야 그들은 만족해하며 당신을 더는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논리로 꽉 찬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 하려 한다면 You're tight로 그들을 쉽게 떨쳐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뜻은 그런 상대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표현이 아닙니다. 그저 성가신 사람을 떨쳐내는 것뿐입니다. 거꾸로 '그래, 네가 맞다'라는 말을 당신 이 많이 들었다면, 모두의 동의를 끌어낸 반응이 아니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합니다.
That's right라는 표현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상대도 같이 생각하면 서 동의를 했을 때 나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맞다고 대답하면서 그다음 말을 이어가려면 최소한 그 사람이 무슨 말 을 하는지 이해함과 동시에,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닐 게이먼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에게는 스스로 세운 자기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앉아서 글을 쓰거나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되지만 앉아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안 된다.”
앉아서 낱말 퍼즐을 하거나 친구에게 문자를 하는 것은 안 됩니다. 그에게 있어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나 글을 쓰 는 것뿐입니다. 자신에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옵션을 아예 주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글을 안 쓸 수도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부여 함으로써 자유만은 허락합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금방 깨닫는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그는 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는 오늘날 의 인기 작가가 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엄청난 일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에서 글이 써지지 않고 있다면 몰입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조금씩 적당히 하는 삶에 몰입되어서 그런 것입니다.
행동 경제학의 측면에서 보면 닐 게이먼의 선택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책상에서 글을 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선택의 여지를 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를 확보했습니다. 동시에 어떤 것을 하고 싶다면 글만을 쓰도록 문을 열어둠으로써 자신을 작가로 포지셔닝했고, 글을 창작하는 데 모든 것을 집중했습니다.
- 딥 워크를 위한 네 가지 루틴 알고리즘
1. 수도승식(Monastic) 접근법입니다.
내가 집중해야 하는 한 가지 큰 프로젝트 외에 나머지 것들을 완벽 하게 제거하거나 줄이는 방법입니다. 과학자 도널드는 자신의 이메일 계정을 지우고 우편함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우편물 중에서도 중요한 것만 비서를 통해 선별해서 확인했습니다. 이 방법은 조직에서 자신의 기여도가 확연히 큰 사람들에게 유용합니다.
2. 이중모드(Bimodal) 접근법입니다. 시간을 나눠서 딥 워크와 나머지 해야 할 것들을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저자는 일주일에 며칠은 딥워크를 위한 시간을 따로 확보하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칼 융은 글을 쓰기 위해 취리히를 떠나 정기적으로 다른 도시에 갔다고 합니다. 이 접근법은 모든 종류의 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3. 리드미컬(Rhythmic) 접근법입니다.
딥 워크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리듬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딥 워크를 할 때마다 달력에 크게 X 표시를 한다거나, 하루 중 특정 시간 을 정해 딥 워크를 하는 것입니다. 하루를 온전히 딥워크에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유용합니다.
4. 저널리스트식(Journalistic) 접근법입니다.
시간이 되고 여건이 될 때마다 딥 워크를 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이것은 고수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군요. 예를 들어 월터 아이잭슨의 경우 여건이 될 때마다 글을 써서 책을 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년간의 저널리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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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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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타이거 우즈가 전성기 시절 폭발적 인기를 누린 것은 압도적인 경기결과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승부처로 꼽히는 순간마다 해오던 방식이 아닌, 상식의 허를 찌르는 공략법을 선보였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경기운영방식이야말로 그를 영웅 반열에 올려놓은 최고의 무기로 꼽힙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실물앨범 1위에 오른 BTS 앨범 오브 소울 인기 비결은탐구력입니다. 같은 세대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오랫동안 탐구하고, 그것을 자신들만의 시대정신으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경제신문 521일자 A33 상상·직관·영감콘텐츠를 살찌우는 ‘i’ 기사는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낼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성찰했습니다. “텍스트가 아니라 콘텍스트가 확장될수록 부가가치가 커지는데, 텍스트만 추종하고 순응하면서 스스로 울타리 속에 갇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베테랑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는4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계적 혁명이 아니라 생각의 혁명이라며텍스트 자폐증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 스티브 잡스는텍스트로부터의 탈출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애플 초창기의 스티브 잡스와 쫓겨났다가 절치부심 끝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완전히 다르다. 전자의 잡스는 속도와 효율의 시대를 상징한다. 후자의 잡스는 반대로 창조와 융합을 상징한다.” 교수는 속도와 효율에서 창조와 융합의 세기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이야말로 인문학적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잡스를 전혀 다른 인물로 바꿔낸 인문학적 사고력을 어떻게 키울 있을까. 교수는 ‘6i 사고법 제시합니다. 지식을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탐구(investigation)하는 , 형상을 넘어 전체를 직관(intuition)하는 , 경험을 축적해 영감(inspiration) 낚아채는 , 단숨에 본질로 도약하는 통찰(insight) 얻는 , 통념의 틀을 깨는 상상(imagination) 융합하는 , 모든 것을 융합해서 (I, individual)만의 콘텐츠를 창조하는 법을 갖추라고 합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도 깊은 생각의 힘이 작용했습니다. “ 영화가 2014 말에 개봉한 이유는 2015년이 상대성 이론 100주년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의 상대성이 주제였기에 영화는 자연스럽게 상대성 이론 100주년과 같이 언급됐고, 홍보효과가 극대화됐습니다. “이런 통찰은 단순히 일회성 아이디어의 성공이 아니다. 사건을 통시적으로 확장해서 보는 사고에서 나올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생각해보는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구찌는 시장의 변화를 읽기 위해 경영진 회의가 끝나면그림자위원회 연다. 젊은 사원들의 결정을 대폭 반영한 결과는 밀레니얼 세대의 열렬한 환호로 돌아왔다.” 탐구와 직관, 영감과 통찰, 상상의 힘을 기르는 출발점은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말고라고 묻는 것입니다. “묻는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통념을 뒤집는 과감하고 자유로운 사고정신은 끊임없는 질문에서 나온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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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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