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도구의 시대

사회 2021. 7. 31. 19:45

- 아인슈타인은 미지의 대상과 영역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라. 아인슈타인은 이 말을 하고 곧바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지식은 우리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 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며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앞으로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상상력은 지식에 기반을 둔 논리적이고 확률적인 상상력이다. 논리적이고 확률적으로 상상하는 이유는 아직 발견하지 못 한 지식을 알아내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철학적 상상력이다. 망상이 아니다. 미래 연구도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상상력이다. 
- 철은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청동보다 다루기 어려워서 더 강력한 불이 필요했다. 히타이트족도 우연히 인근 황야에서 불어오는 맹렬한 바람을 이용하는 행운을 얻어 최초로 철기를 만든 민족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알라시아의 금속공은 오랜 경험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커다란 풀무에 숯을 넣어 철을 녹일 만한 불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 철을 가공하는 기술이 개발되자 구리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한 물질인 철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각종 무기부터 농기구, 다양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 전반을 바꿀 새로운 도구가 되었다. 철은 지구 도처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강력한 불을 사용해서 철을 다루는 기술만 전파되면 철기 문명이 세워졌다. 페르시 아의 10만 대군과 그리스와 스파르타 연합군의 전쟁도 그리스 최대의 철광산을 놓고 벌어진 전쟁이었다. 자신들보다 300배 이상 넓은 영토를 보유한 페르시아에 맞선 전쟁에서 그리스와 스파르타 연합군이 대승을 거둔 것도 밀집전투대형(phalanx)을 갖춘 중장보병의 손에 최신 철제무기를 쥐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도구 덕택에 위대한 그리스 문명이 오랫동안 유지됐다.
- 산업혁명 시기를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교수이자 미래 사회 변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해온 제러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에서 기준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에너 지와 에너지 사용 기관이다. 부수적으로 네트워크도 거론했다. 1차 산업혁 명은 석탄 에너지와 이를 사용한 증기기관, 철도망(철도 커뮤니케이션)을 통 한 산업의 혁명적 변화다. 2차 산업혁명은 석유 에너지와 1890년대에 발 명된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이 기준이다. 부수적으로 전기 커뮤니케이 션(Electric Communication)이 석유 동력 내연기관과 연결되면서 대량생 산 시대를 가속화시켰다. 제러미 리프킨은 1990년대 중반부터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지속 중이라고 주장한다. 3차 산업혁명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이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다양한 지능형 동력 장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결합에서 시작된다. 제러미 리프킨은 시간이 갈수록 가정, 사무실, 공장에서 자신만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며, 모든 건 물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니 발전소와 저장소로 변형되고, 지능형 에너지 네트워크 기술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에너지를 교환하고 매 매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런 변화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사회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자녀교육부터 산업과 비즈니스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1, 2차 산업혁명이 중앙집권적이고 엘리트주의적 에 너지 체제였다면, 3차 산업혁명은 분산과 수평적 방식 혁명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지능적 분산 에너지 기술로 에너지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초기 설치 비용을 제외하면 에너지 비용도 대부 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서 제임스 와트에서 시작된 위대한 산업혁명의 최종 단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3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마 지막 산업혁명이라는 말이다. 이런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운영방식(분산, 협 업, 공유방식)은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고, 공동의 이익과 노력을 가능케 하여, 3D 프린터 등을 활용한 디지털 생산방식과 융합되면서 높은 수준에서 의 지속 가능한 새로운 경제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클라우 스 슈밥과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에 동의하는 반대하든 이들이 말하는 기술이나 변화의 일부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전, (현재의 테슬라처럼) 시스코(Cisco)라는 회사 는 투자자들에게 '인류가 만든 최고의 회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기업 경영 전략도 뛰어났다. 변화를 선도하고 생존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기술 을 제외한 나머지 필요한 부문을 외부 인수 합병 전략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도 보여주었다. 시스코는 인터넷 연결에 필수 장비를 세계 최고 기술로 생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스코 주가는 2000년 에는 상장가의 1,029 배까지 상승했다. (참고로 테슬라 주가는 상장 후 최근까 지 100~130배 수준을 오가는 중이다.) 하지만 기술버블 붕괴가 일어나자 시스코 주가는 88% 대폭락했다.
테슬라의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동차 산업은 소비시장에서는 애국 상품군에 속하는 특성을 가진다. 현재는 전기자동 차를 판매하는 회사가 적고 테슬라의 기술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높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주요 선진국 자동차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면 테슬라가 지금처럼 시장을 독점하기 힘들다. 자동차 산업은 직접 고용은 물론이고 산업과 일자리 파급력이 크기 때 문에 선진국 정치인이나 정부가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앞서 예측한 테슬라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들이 얼마나 현실화 되느냐도 관건이다.
- 블록체인 기술이 완벽하다는 생각은 시기상조다. 블록체인 기술이 뛰어나고 미래 잠재력도 크지만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 블록체인도 단점이 있다. 블록체인은 기록된 평판'과 '기록된 데이터의 정확성만 보장 한다. 신용 전체를 보장하는 기술이 아니다. 개인 자체의 신용이나 기록되 지 않은 평판, 물건 자체의 품질을 보장하는 기술이 아니다. 중재자 혹은 중개인의 사기를 피하고, 이들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을 없애주는 기술이 다. 기록에 대한 신뢰성이 필요한 곳에서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실물 자체를 속이면 조작된 실물에서 얻어낸 기록 자체가 오염되기에 장부(기록)의 신뢰성이 의미가 없어진다.
블록체인은 중재자나 중개인을 없애고, 보안 기술을 향상시키고, 데이터 관리와 감시 기술을 향상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만, 시장 자체를 확장하는 기술은 아니다. 보안, 금융, 보험, 부동산, 자산관리, 투자, 무역, 유통, 환경, 농축산물 거래, 법, 저작권 등에서 이미 존재하는 기존 시장의 지배자를 교체하는 기술이다. 모든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개인의 소비 여력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이다. 인터넷처럼 특수한 집단 의 경제적 이익을 개인에게 분산시켜주는 기술이다. 중재자, 중개인, 대리 인의 힘을 약화시키거나 역할을 없애고 소비와 거래의 주체인 개인의 영향 력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이다. 경제에서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각종 거래 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직접 참여를 높여주는 기술이다.
중재자, 중개인, 대리인이 계속 유지되더라도 그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기술이다. 그들이 갖던 독점권을 약화시켜 지불 비용을 낮춰주는 기술이다. 중재자, 중개인, 대리인의 권력을 낮춰 개인과 동등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물론, 이런 긍정적 변화를 위해 지불하는 새로운 비용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30억 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보호하고 처리하 는 데 필요한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1년 전기료는 1억 달러가 넘고 엄청난 분량의 탄소 배출이 추가로 발생한다. 하지만 중재자, 중개인, 대리인을 없애거나 축소하여 지불비용을 낮춘 대가를 에너지 비용으로 부담하는 격이다.
- 미래에 기업이나 특정 기관이 발행한 암호화폐 중에 살아남는 것들은 7가지 특징을 가질 것이다. 가상, 분권화,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성, 익명성, 네트워크, 탈국경, 탈국가 화폐다. '분권화'는 기존 화폐와 달리 중 앙은행처럼 통제적 권력이나 통제적 금융 기관의 개입을 받지 않고 화폐 주조 및 발행, 유통, 관리 등이 서로 분리된 권한을 갖는 민간 주체들이나 참여자들 모두에 의해서 행해진다.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적 화폐는 미래 에 살아남아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화폐 주조 및 관리 소스들이 오픈 소스 로 공개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 참여와 관리를 하면서 신뢰성을 높인다. '익명성'이란 현금을 사용할 때처럼 미래 화폐는 익명성 보장이 강화된다. 네트워크 화폐라는 것은 P2P(peer-to-peer) 기반의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화폐 주조 및 발행, 유통, 관리 등이 운영된다는 말이다. 탈국경'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도 않고 국 가 통제도 받지 않아서 화폐를 사용하는 회원들 간에는 환율 수수료 없이 이메일이나 SNS 문자를 보내듯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는 현실 국가 보다 가상 공동체 중심 연합체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 및 경제 철학에 따라 운용되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다.
- 미래 산업에 대해 강의할 때, 내가 강하게 예측한 것이 있다. 앞으로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해체되면서 당분간 미래형 산업의 재구조화 기준으로 5개의 공간이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 5개의 공간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 산업을 선점하고,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의 소비자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5개 공간을 간단하게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공간은 '손(Hand)이란 공간이다. 손을 지배하려면 세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디바이스다. 디바이스는 공간을 형성하고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둘째는 운영체제다. 운영체제는 공간이, 경계의 해체와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구조화의 장이 되어 움직이도록 하는 기반이다. 마지막으로 가상 생태계를 지배해야 한다. 가상 생태계는 가상이 현실로 튀어나오고 현실이 가상으로 편입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사람들 을 연결하는 삶의 터전이다. 이 세 가지를 잡는 자가 손을 지배한다. 손이 라는 공간을 지배하는 전쟁은 지금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공간은 곧 시작될 두 번째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바로, '자동차'다. 두 번째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지금의 스마트폰 전쟁보다. 더 크고 치열할 것이다. 세 번째 공간은 집과 사무실'(건물)이고, 네 번째 공 간은 '몸'Human body)이며, 마지막 공간은 길'(Way)이다. 자동차가 공간 산업이 되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해주는 콘텐츠 역량이 자동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뇌신경적 구조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모방이 많이 시도된다. 각종 인공지능 신경망들이 이런 시도를 한다. 하지만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는 근본적으로 하드웨어 모방도 필요하다. 뇌 구조, 신경계 구조를 모방한 시냅스 칩 설계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 컴퓨터는 폰 노이만 방식을 사용한다.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은 현대적 범용 컴퓨터를 만 드는 데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폰 노이만은 게임이론과 양자역학에 획기 적인 이론을 정립하였으며, CPU를 개발한 개발자이며, 컴퓨터에서 2진법을 사용하도록 제안하기도 한 천재 학자였다. 폰 노이만은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 당시 「전자계산기의 이론 설계 서론」이라는 논문에서 주기억 장치, 중앙 처리 장치, 입출력 장치의 전형적인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프로 그램 내장방식의 컴퓨터를 제안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컴퓨터가 이 구조를 따른다. 하지만 폰 노이만이 제안한 범용 컴퓨터의 구조는 폰 노이만 병목현상이라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나열된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고, 그 명령은 일정한 기억 장소의 값을 변경하는 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료 경로의 병목현상 또 는 기억장소의 지연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폰 노이만 병목은 고속 컴퓨터 설계에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폰 노이만의 직렬방식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면 보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와 같은 작동을 하고, 인간 전체의 지능을 넘어서는 성능을 내려면 폰 노이만 구조로는 역부족이다. 결정적으로, 인간 뇌는 병렬처리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 작동과 발현을 완벽하게 모방하려면 인간처럼 병렬방식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병렬구조 칩이 필요한 이유다.
- 목표로 하는 패턴 없이 학습을 시키는 무감독 학습 방법은 인스타 규칙(Instar rule)을 사용한다. 인스타 규칙은 “어떤 신경세포가 특정 연결을 자극하면...” 그것의 연결 가중치를 그 자극과 같아지도록 조절하 라는 규칙이다. 흥분을 전달하지 않고, 흥분 전달을 억제하는 억제성 시냅스도 있다. 억제성 시냅스는 세포의 흥분(활동전위의 발생)을 억제하는 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가바(GABA)라는 물질이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시냅스는 흥분을 가중하거나 억제하여 고차원적인 신경작용을 만들어낸 다. 흥분 가중치를 갖게 하는 것이 강화 피드백이라면, 억제성 시냅스는 균형 피드백 작용을 하는 셈이다. 전기신호의 크기 차이, 전기신호의 흥분과 억제는 뇌신경세포가 소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한다는 의미다.
- 뇌는 뉴런의 무차별적 활성화를 막는 장치도 가지고 있다. 활성화가 지나치게 퍼져나가면 기억이나 사고에 혼돈이 생기기 때문에 뇌는 활성화 정도를 조절한다. 각각의 뉴런에 높은 활성화 역치(threshold value)를 할당하는 방식이다. 역치는 자극에 반응하는 데 필요한 강도를 표시하는 수치다. 일정한 양의 가중치 신호가 들어와야 흥분하게 하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높은 역치를 정해놓으면 기억을 활성화하는 데도 기준이 엄격해진 다. 정해진 수준의 강도가 전해지지 않거나 활성화가 너무 적게 확산되면 기억이 나지 않거나 불완전해진다. 기억을 떠올리려면 최소 2개 이상의 뉴 런들을 활성화해야 한다. 첫 키스의 추억을 기억해내려면 눈처럼 내리는 벚꽃 잎과 분위기 있는 가로수 불빛 정보가 동시에 자극되어야 하는 식이다. 이렇게 뇌 신경계 전체에서 일어나는 소통과 신호의 조합이 지능과 의식의 실체다. 인공지능은 이런 뇌신경계 구조와 작동원리를 모방한다.
- 지능형 로봇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지기초 지능형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기초 지능형 로봇이다. 로봇의 몸체 내부에 '인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것이 인지기 초 지능형 로봇이다. 외부환경을 인식(perception)하고, 스스로 학습하 여 2D 혹은 3D 외부지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자율적인 판 단(decision)과 동작(manipulation)을 하는 로봇이다. 반면 MIT 인공지능 연구소 소장이며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인 로드니 A. 브룩스 박사가 개발한 '행동기초(Behavior-based) 지능형 로봇은 '포섭 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행동기초 지능형 로봇은 흔히 말하는 (두뇌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지 않다. 로드니 A. 브 룩스 박사가 개발한 포섭 구조 이론은 로봇이 주어진 환경에 대응하여 똑 똑하게 반응하는 데는 복잡하고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인식 장치를 가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로봇에 달린 감지 장치(sener)를 작동 장치에 직접 연결하여 파블로의 개처럼 조건반사적 행동들을 하게 하고 단순하게 조합된 학습 장치를 통해 병렬분산 방식의 단순 계산만으로도 보기, 걷기, 길 찾기, 미적 판단 등에서 훌륭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생명체의 행동 상당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해진다는 데서 착안한 이론이다. 대신 감지 장치(sener)와 작동 장치가 아주 빨리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드니 A. 브룩스 박사는 자신의 이론을 따라 '징기스(Genghis)라는 로봇을 만들었다. 그리고 징기스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전혀 심오하지 않지만, 징기스의 행동은 아주 심오할 정도로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인공지능 로봇 강도, 로봇을 속이는 인간, 로봇을 불법적인 영역에서 사용하는 인간 시나리오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에게 인공지능 형태나 데이터 형태로 된 무기를 판매하는 불법 단체가 생겨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2010년 5월 6일 오후 2시 42 분부터 불과 몇 분 만에 미국 다우존스 주가가 천 포인트(시가총액대비 9%) 하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갑작스런 붕괴) 현상이 발발하면서 개 인과 기관들이 은퇴자금, 학교 기부금, 은행에 저축한 돈, 수십 년 모은 돈 으로 투자한 금액에서 1조 달러가 사라졌다. 이 돈을 몇 분 만에 강탈해 간 장본인은 초단타매매를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었다. 초단타매매 알고리즘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주식을 내다팔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애플의 주가는 한때 주당 십만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고, 엑센추어 주가는 주당 1센트로 폭락하기도 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에서 긴급하게 거래중지를 하 고난 후에야 악몽은 끝이 났다.
- 일부 전문가의 지적처럼 인공지능이 심도 깊은 추론이나 직관을 요하는 인식이나 명령 수행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인간 근육을 대신했던 기계의 역사를 생각해보라.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인간 근력을 대신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공장에 있는 기계는 여전히 인간이 뼈와 근육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행동들 중 하나 혹은 몇 가지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능력만으로도 일터의 모습, 인간의 노동 생산성, 노동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인간이 기계를 사용하면서부터 기계가 없던 시절의 인간보다 더 뛰어난 일을 하지 않았는가! 인공지능도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인간 두뇌로 할 수 있는 한두 가지 일만 잘하는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지적 능 력, 판단력, 의사결정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인간 지능의 극대화에 기 여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단순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똑똑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놀랍기 때문에 소비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특수 한 영역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냉철하게 사고하고 판단을 내려주는 인공지 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인간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도가 미 래 소비자의 똑똑함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예측한 것처럼, 미래 인 간은 하나의 단위로 작동하는 인공 뇌(Artificial Brain), 인간의 모든 지능 을 연결하는 클라우드 뇌(Cloud Brain)와 생물학적으로 향상된 인간 뇌가 실시간으로 하나로 연결되면 소비자 지능이 혁명적으로 증강된다. 
- 앞으로 10~30년 이내에 3개의 플랫폼 경쟁이 추가될 것이다. 인공지능 플 랫폼, 가상현실공간 플랫폼, 제조 플랫폼이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고, 가상현실공간 플랫폼은 가상과 인간을 연결할 것이다. 제조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제조 플랫폼 회사의 등장이다. 제조 플랫폼 회사는 3D 프린터를 구매한 모든 개인을 인터넷 공간에 묶을 것이다. 물건 제조와 관련된 모든 회사도 모을 것이다. 제조 플랫폼 회사는 물건을 구매하고 제조에 필요한 금융서비스까지 모든 인프라와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을 주도할 수 있다. 제조 플랫폼 위에 생산해야 할 물건의 설계도와 개수를 올리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개개인이 자신의 3D 프린터로 동시에 인쇄하 여 수량을 빠르게 맞출 수 있다. 고객이 특별하게 원하는 취향의 자동차를 내일까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하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의 생 산 총괄자가 자사 플랫폼에 주문 내역을 올리면 플랫폼 내에 수천수만 개의 기업과 개인이 거미줄처럼 얽힌 생산 노드를 총괄하는 인공지능이 자 동으로 부품이나 모듈 제작을 생산 네트워크에 할당한다.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수천수만 개의 부품들은 개별 생산 노드 단위에서 금속이나 플라 스틱, 특수 물질 등으로 찍어 나오고, 1~2일 안에 생산 총괄자에게 배송될 것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위기와 글로벌 그린뉴딜  (0) 2021.08.12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0) 2021.08.04
거짓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0) 2021.07.31
미래가 불타고 있다  (0) 2021.07.31
코로나 크래시  (0) 2021.07.31
Posted by dalai
,

- 수학 없이 살아가는 부족은 생각보다 많다. 수학을 배울 정도의 지능이 있고 숫자 체계도 갖췄지만 수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는 뜻이다. 그 부족들은 대개 눈썰미가 좋고 이를 통해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한다. 결과물도 꽤 훌륭하다. 측정 도구도 없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숫자 없이 어떻게 상거래가 가능할까? 어떻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비축해야 할 식량의 양을 짐작하고 강 위에 다리를 놓을까? 지난 수십 년간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을 연구한 끝에 몇 가지 답을 찾았다. 그중 하나가 우리 뇌의 특정 부위 가 수량을 짐작하게 해준다는 이론이다. 그 기능 덕분에 수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별 문제 없이 물건의 길이를 대략 짐작하고 직각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수 있다.
수량과 관련된 우리 뇌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뇌는 4보다 작은 수를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특별히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사과가 1개인지 2개인지를 아는 것이다. 둘째는 많은 양의 인식, 셋 째는 도형 인식이다. 독도법圖法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지 도를 보고 대강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세 번째 기능 덕분이다.
- 언젠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높은 안전성이 지방 과다증, 즉 비만을 유발한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놀이터가 안전할수록 거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아이들이 너무 살이 찌는 건 싫으니 이제부터 아이들을 좀 더 위험한 놀이터로 내보내야 할까? 안전한 놀이터가 정말 아이들을 피둥피둥하게 만들까? 그럴 리는 없다고 본다. 모르긴 해도 최근 들어 놀이터의 안전도가 높아졌고, 비슷한 시기에 마침 아이들이 예전보다 뚱뚱해졌다는 사실이 어느 학자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 학자는 아마도 “오! 이럴 수가!"를 외치며 둘 사이의 상관관 계를 연구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학자의 연구 결과를 기꺼이 받 아쓰며 곧바로 기사화했을 것이다. 통계는 이렇듯 쉽게 사람을 현혹한다. 거기에 낚이지 않으려면 두 눈을 크게 부릅떠야 한다.
- 남녀 임금격차 (85%)는 동일한 노동을 했을 때의 격차가 아니다.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남성 전체와 여성 전체를 비교했 을 때 여성이 15% 덜 받는다는 뜻이다. 전체 여성의 평균 연봉이 낮은 까닭은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기업 간부들의 성비를 떠올려보라. 여성이 훨씬 적을 것이다. 간병이나 간 호 등 전형적인 여초 직종의 임금이 경찰 같은 남초 직종의 임금보 다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를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평균임금을 단순 비교 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남녀 간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예컨대 여성이 임신으로 경력이 단절된 이후에도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게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전형적인 여성 직종의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 단순 비교 수치 하나만을 기준으로 여성차별을 논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통계는 세상을 왜곡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바로 평균 때문이다. 소득 증가율도 세대원의 소득 총합을 단순히 세대원 수로 나눈 값이다. 남녀의 소득격차도 평균값이다. 문제는 평균값 뒤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남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과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도 평균값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 너머에 숨은 여러 변수를 깡그리 무시하지 말자.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0) 2021.09.27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0) 2021.09.22
생각을 깨우는 수학  (0) 2021.07.31
수학 풀지말고 실험해봐  (0) 2021.07.17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0) 2021.07.11
Posted by dalai
,

- 오랜 기간 동안 '식물성 양'의 존재를 믿었던 유럽의 사례는 무해 한 호기심의 역사였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및 유럽에서 '식물성 양은 주요 정치권력이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 약 10억 명이 살고 있고, 이들 국가의 군사 · 무역 · 이민 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수십억 명에 달한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 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일이나 영국이 EU에서 탈퇴(브렉시트Brexit) 한 일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든 이런 중차대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뉴스가 거짓에 기반을 두었다고 한다면 매우 심란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가 떠오른다. 민주주의는 가짜 뉴스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그렇다면 프레온가스와 오존층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비판하던 업계 측 주장이 어느 정도는 타당했다고 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누구나 확신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과학은 그동안 영속적인 진리를 발견하는 성적이 형편 없었으므로 과학자들이 “이번만큼은 제대로 알아냈다”고 주장한들 그들의 말을 덜컥 믿기는 어렵다. 그래서 새로이 알아낸 과학적 사실들을 받아들일 때 주의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절대 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금도 자신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증거를 모아 그 증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프 레온가스가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적절한 증거가 있다면 더 자신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신념과 절대적 확실성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참인 믿 음 덕분이므로 진실(적어도 과학적 진실)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우리가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지식, 혹은 적어도 진실이라고 믿는 대상이 우리의 선택에서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신념과 선택 사이의 관계를 인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귀납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일단 한쪽으로 밀쳐두는 것이다.
프레온가스 및 오존층 문제에서 사실에 대한 완전한 확실성을 얻을 수 없다는 우려는 중요치 않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태양 복사열에 튀겨지는 불상사 정도는 막을 수 있다. 는 자신감이다.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 회의주의는 한 켠으로 치우고 지금 가지고 있는 증거를 기반으로 움직일 필요 가 있다. 업계가 제시하는 확실성에 대한 요구들은 무시하고 중심 을 잡는 것이다. 흙이 말했듯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증거에 조화시킨다.
- 쿤의 연구는 우리가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학을 인간적 활동 human enterprise 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발전시키고 지키려 했던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 잡한 역사와 풍부한 사회학적 특색이 포함된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학자들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그들의 행동은 소속된 사회의 각종 의례와 의식에 의해 결정됐다. 게다가 그들이 속한 사회는 좀 더 넓은 문화적 맥락 속에 삽입돼 있었다. 그러므로 과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회학이나 인류학 같은 분야들을 이용해 낯설고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일을 의미하게 된다.
- 과학을 과학적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넓은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 속한 활동으로 이해하고 나니 몇 가지 불편한 깨달음이 이어졌다. 현대과학은 주로 서유럽 문화권에서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형성됐다. 그들은 다름 아닌 세계 곳곳에서 잔학 행위를 자행한 주체들이었다. 예를 들어, 역사학자 루스 슈워츠 코완과 사회학자 도널드 맥켄지의 개략적 설명에 따르면, 통계라는 분야는 칼 피어슨(영국의 수리통계학자이자 우생학자)과 프랜시스 골턴(영국의 유전학자)이 인종적 우월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지자들을 수량화하려는 과정에서 등장했다(골턴은 찰스 다윈의 친척으로, ‘우생학eugenics' 이라 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미셸 푸코 는 “근대의 정신의학은 지배subjugation 의 도구”라고 주장했다. 사회 의 '문제적' 구성원들을 나머지 구성원들에게서 분리해내는 한 가 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근대의 진료소는 중세 의 나환자 격리수용소에 뿌리를 둔 것으로 사회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과학은 식민주의 colonialism에도 연루돼 있었으며, 인종적 우월성 에 관한 과학적' 주장들과 비서구 문화권은 환경적, 경제적 번영을 위한 제대로 된 지식을 스스로 얻지 못한다'는 전제가 이를 정당화 했다.32 미국의 저명한 여성학자 샌드라 하딩은 1986년 출간된 저서 《페미니즘과 과학The Science Question in Feminism》에서 뉴턴(그리고 흄)에게 크게 영향을 끼쳤던 강간 은유 문제와 고분고분하지 않은 대자연Mother Nature에 복종을 강요하는 과학자들을 지적했다. 강간 은 유 문제는 영국의 경험론자 프랜시스 베이컨 등 초창기 과학자들의 저술에 퍼져 있었다. 이 밖에도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많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과학, 정치, 문화를 이런 맥락에서 살피 는 연구의 황금기였으며, 이 연구들은 과학학science studies' 으로 알 려졌다. 그리고 이런 지성적 맥락에서 산업계의 입장을 옹호하던 세력이 '오존층의 구멍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정치적 행위자'라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환경주의, 정부 규제, 산업 가치 등에 관한 과학 자의 평소 관점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 비판은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다. 수많은 학자가 이런 문화적 맥락이 실제로 과학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으니까. 만일 어떤 과학자 집단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견해가 그들의 과학적 연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크다. 골턴의 인종주의가 자신이 연구한 통계 문제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그렇듯 과학자들도 자신이 속한 문화적 맥락에서 자신을 분리시키지 못한다. 문화적 맥락은 각종 편향과 맹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과학자들이 편향에 빠진 채 이끌어낸 결론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도덕적으로 파탄난 수준이거나 애초에 틀린 경 우가 종종 있었지만, 가끔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요인들이 과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인 식하고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과학학에서 비롯되는 과학에 대한 여러 문화적 비평 역시 충분히 가치가 있다.
- 정치가 과학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방식을 구분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하나는 배경이 되는 문화적 견해가 과학자들이 가정하거나 문제로 삼는 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묘한 영향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종류의 영향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신중한 분석, 비판, 논쟁을 거치면 문제를 파악해 대처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치와 과학이 뒤섞이는 것으로, 앞의 방식과 성격이 전혀 다르며 훨씬 더 사악하다.
- 우리는 흔히 과학적 발견이라고 하면 고독한 천재를 떠올리곤 한다. 한순간에 계시를 받듯 엄청난 이론을 생각해내는 인물 말이다. 수은 때문에 미친 뉴턴도 다윈,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도 그랬 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실제 과학적 발견은 훨씬 더 복합적이며 많은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과학적 진보는 공동체 내에서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추측과 관찰이 여러 방향에서 시작돼 점차 확산되고 쌓이면서 더 많은 가설과 증거 수집을 위한 새로운 생각들로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기나긴 협력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새로운 발견을 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이라는 연결망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 대개 과학자들이 합리적인 행동을 바탕으로 확실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에 증거를 공유하면 처음에는 회의적이던 이들까지 설득해 집단 전체가 옳은 신념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대와는 정반대되는 효과를 내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신념을 거짓 신념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다. '식물성 양'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학식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없었더라면 이 기이한 믿음은 절대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증거의 공유(“내가 그 엄청 난 것을 맛봤다니까!")는 올바른 신념을 지니고 있던 다수마저 틀린 것 을 참이라고 믿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증거의 맞교환은 연결고리를 통해 참인 신념을 퍼뜨리지만 그릇된 방향으로 이끄는 증거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 집 단이 오히려 의사소통을 줄이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특히 난제에 관한 연구라면 더욱 그렇다. 과학자들 사이에 소통이 안 되어 오히려 신념의 질이 개선되는 현상은 이를 발견한 케빈 졸먼의 이름을 따 '졸먼 효과Zollman effect'로 알려져 있다. 모든 사람이 증거를 공유했을 때 나쁜 데이터가 집단 전체를 설득해 오히려 올바른 이 론을 버리게 할 가능성이 있지만, 모두가 서로의 의견을 듣지 않는 집단, 즉 폐쇄적인 과학자 집단에서는 잘못된 방향으로 데이터가 퍼지는 것을 막고 참인 신념의 증거를 계속 모음으로써 나머지 구성원들을 결국 설득해낼 수 있다.
-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신념의 일시적 다양성은 과학적 공동체 에 꼭 필요하다. 모두가 동일한 신념을 가진다면 더 나은 선택을 시도조차 못 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몇몇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것은 집단이 최상의 선택지를 찾아내는 데 무척이나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 동안 신념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의사소통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이론을 시험하는 동안 연구자들의 신념이 서로에게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졸먼 자신도 지적하듯이, 졸먼 효과는 그 어떤 박테리아도 발견 하지 못한 팔머의 연구 결과가 어떻게 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기존 의학계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거짓인 이론에 매달렸 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과의사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었던 탓에 단 하나의 결과(위산 이론, 이는 훗날 과학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음이 밝혀졌다)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위장병 학자를 설득해 박테리아 이론(훗날 참인 것으로 밝혀졌다)을 버리게 만들었다. 팔머의 증 거를 보고 그들이 택한 행동은 그 당시엔 굉장히 합리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동체 구조에서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실제로는 거짓인 믿음을 존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팔머의 결과를 접한 과학 자들의 수가 더 적었다면 박테리아 이론은 좀 더 일찍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 물론 산업적 이해관계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후 변화의 원인에 관한 과학적 합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해온 모형들에 의하면, 산업계의 방해가 없더 라도 합의의 향방이나 정책 결정을 이끌어야 할 과학적 신념을 선 택하려는 집단에서는 결국 의견 불일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택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과학 이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는 것이 해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 측에서 들려오는 신빙도 높은 증거를 듣 지 못하는 양극화된 진영들만 생겨날 것이다. 공동체에서 종국에 참인 신념에 도달하는 구성원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의미다.
- 신념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경우와 비교적 추상적인 경우를 구분하는 것은 거짓 신념의 현대적 사례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신념이 행동을 선택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 신념은 사회적 신호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 신념은 당신이 어떤 집단에 속 해 있는지를 말해주고, 그 집단의 일원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얻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오늘날 지구에 사는 생물 종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엄청나게 많다. 진화 개념은 현대 생물학의 초석이지만, 동원 가능한 증거와는 별개로 이 개념을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우리 대다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어느 한쪽의 관점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가 동조하고자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중요한 사회적 이득이 될 수 도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음식이나 건강에 대한 유사과학적pseudoscientific 신념은 대부분 부정적 영향이 없다.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은 위험하다는 신념이나, GMO에 대한 공포, 유기농 식품은 살충제에 오염되지 않았으며 건강에 특별히 좋다는 신념 등 을 생각해보자.81 방사능에 오염됐거나 유전자 조작이 됐거나 혹은 유기농이 아닌 음식을 피하는 소비자에게는 어느 정도 불편함이나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런 신념은 이 같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뉴에이지new-age(현대 서구적 가치에 반기를 들고 신비주의 등에 관심을 가진 일종의 반문화운동 혹은 그런 경향 옮긴이), 엘리트, 혹은 좌파적 사회 집단에 속해 있음을 나타낼 수 있고, 이로써 사회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이들 공동체는 엉뚱한 생각들을 퍼뜨리기도 한다. 최근 유행한 '그라운딩grounding'이 대표적인 예다. 그라운딩은 땅을 접촉하면 신체와 땅 사이에 전자의 흐름이 일어나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다. 사람들은 발을 땅 위에 디디고 선다고 해서 손해볼 일이 전혀 없는 데다 맨발로 걸으면 이완효과와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 신념은 쉽게 정착될 수밖에 없다.
- 지금까지 우리는 모형 속의 모든 과학자가 진실된 결과들을 공유하고, 그들 모두 진실 구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과학, 그리고 정치의 역사를 보면 이 가정은 엉터리다. 세상에는 막강한 권력자들이 있고, 그들의 이해관계는 여론에 달려 있으며, 권력자들은 자기만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껏 설명해온 사회적 메커니즘들을 조작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 《의혹을 팝니다》에서 오레스케스와 콘웨이가 적었듯, 담배 업계가 짠 혁신적인 새 전략('담배 전략'Tobacco Strategy') 이면의 핵심 아이 디어는 '과학과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더 많은 과학'이었다.
물론 흡연은 실제로 폐암을 유발한다. 그리고 설암, 식도암, 심장 병, 기종氣腫을 비롯한 수십 가지 중증 질병까지 일으킨다. 어떤 과 학적 방법으로도 흡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확실하고 강력한 증거 는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담배 업계는 불확실성을 부각 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상황을 혼탁하게 만드는 연구를 찾아내 자금을 지원하고, 기존의 증거가 덜 확실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정책 입안자들과 담배 소비자들이 과학적 합의를 무시하기에 충분한 은폐거리를 제공했다. 어느 담배 회사 경영자가 15년 뒤 남긴 비공식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의심은 우리가 만든 제품이다. 의심이야말로 대중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사실의 실체와 겨룰 만한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 전쟁 이후에 심리전의 무기는 미국 및 서유럽 소비자들을 향 했다. CPI에서 일했던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여론 구체화하기 Crystallizing Public Opinion》 (1923)와 《프로파간다 Propaganda》(1928) 등 1920년대에 출간된 책들에서 사회과학 및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대대적인 여론 조작에 필요한 일반론을 조직했다. 여기에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지만 상업적 목적도 있었다. 버네이스의 작업은 정치적인 것과 상업적인 것의 구분 없이 이루 어졌다. 담배를 여성 해방의 상징인 '자유의 횃불'로 브랜드화한 것 이 그가 실시한 캠페인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여성의 흡연에 대한 사회적 금기를 꺾으로써 담배 시장의 규모를 배로 늘리려는 심산이 었다. 1929년에는 당시 럭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 제조 업체인 아 메리칸 토바코 컴퍼니American Tobacco Company 와 계약을 맺고 뉴욕에서 열린 부활절 축제 행진 중에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에게 수고비를 지불했다.
- 오늘날 버네이스의 책들은 PR 산업을 위한 PR 대변인의 작업물 이라는 렌즈를 통하지 않고는 읽기가 어렵다. 그는 독자들을 안심시키려 들지만 어두운 면이 그의 글에 숨어 있다. 가령 “사회의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정부를 구성한다. 이것이 우리 국가의 실질적 지배권력이다. 우리는 우리가 들어본 적 없는 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정신이 빚어지고, 취향을 형성당하 며, 사고를 주입당한다”라고 적고 있다. 음모론자가 지껄이는 헛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 훨씬 더 사악한 메시지다. 음모론의 창시자들 중 한 명이 업계 거물이 되고자 하는 자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으로, 선구적 사상가들로 구성된 버네이스의 그림자의 의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 수신자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버네이스는 자신의 사례를 과장해서 말했겠지만, 그의 생 각은 굉장히 골치 아픈 결과들을 낳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민주사회라는 개념 자체가 키메라chimera (사자의 머리, 양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입에서 불을 뿜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 옮긴이)다. 국민의 뜻은 숨은 권력에 의해 빚어져서 대의 정체政體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일한 희망은 우리의 신념, 견해, 기호를 빚어내는 도구들을 식별하고 지배력을 되찾을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담배 전략의 성공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 선택적 공유의 성공이 충격적인 이유는 선택적 공유가 개입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과학적 과정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선택적 공유가 편향된 산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선택적 공유에 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업계는 과학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저 내용을 퍼뜨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택적 공유는 위험 부담도 덜하다. 선택적 공유를 실행하는 선전가들은 그 어떤 연구 결과도 숨기거나, 없애지 않는다. 특정 문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을수록 그들이 생성해내는 가짜 결과도 더 많아지는 현상에 기댈 뿐이다. 전체적으로는 참인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 많다 해도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참여하는 과학자가 많아질수록 편향된 산출에 드는 비용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치솟는다.
선택적 공유의 이점이 있음에도 산업계는 어째서 연구자들에게 기금을 지원하는 걸까? 과학적 연구에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과학계 내부의 균형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선택적 공유의 효과도 더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 책과 광고, 홍보 캠페인을 통해 버네이스는 소비자들이 행동을 결정하고 신념을 형성할 때 신뢰와 권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과학자, 의사, 성직자처럼 지위를 통해 특별 한 권위를 부여받은 사회 구성원들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는 의미다. 버네이스는 이런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그 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1920년대에 버네이스는 비치-너트 패킹 컴퍼니Beech-Nut Packing Company 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베이컨의 매출이 늘어나기를 바랐다. 버네이스에 따르면, 당시까지 미국인들은 아침식사를 가볍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보통은 커피와 페이스트리 혹은 롤빵을 먹거나 간혹 주스를 곁들여 먹는 정도였 다. 그런데 버네이스는 베이컨의 매출을 늘릴 생각으로 이러한 식 습관에 변화를 일으켜 베이컨과 달걀이 포함되는 미국식 아침식사American breakfast개념을 새로이 만들어냈다. 그는 《프로파간다》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사회의 집단 구조와 대중심리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최신 판매 전략에서는 먼저 이 질문부터 던져볼 것 이다. “세상 사람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일까?” 이에 대한 답은 당연히 의사들'이다. 그런 뒤에 의사들에게 “베이컨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분명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사의 조언에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 거짓 신념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저널리스트들이 과학 및 전문가 의견에 관한 글을 쓸 때 다양한 기준에 맞 출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주장했지만, 공정하려는 노력은 종종 대 중이 보는 과학적 증거를 편향시킨다. 과학에서 소수 의견에 공정 한 조치 fair shake'를 부여하면 주변 요소들이나 전적으로 나쁜 행위 자들에게 권한과 권력을 부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저널 리스트는 이용 가능한 증거의 표본을 편향되지 않게 대중에게 전달 하고자 애써야 한다. 만일 흡연이 위험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 1건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 99건이 있다면 저널리스트는 흡연이 위험하 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1명당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99명의 과학 자들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존 올리버가 최근 본인이 진행하는 시사 풍자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기후학자 197명과 회의론자 3명(혹은 적어도 그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뛰어난 배우들)을 무대에 한꺼번에 불러모은 것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0) 2021.08.04
메타도구의 시대  (0) 2021.07.31
미래가 불타고 있다  (0) 2021.07.31
코로나 크래시  (0) 2021.07.31
빅체인지 코로나19 미래 시나리오  (0) 2021.07.24
Posted by dalai
,

미래가 불타고 있다

사회 2021. 7. 31. 19:40

- 녹색 외피를 두른 뉴딜 정책이나 태양광 전지를 장착한 마셜 플랜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본질과 성격을 지닌 전환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도로 중앙 집권적인 뉴딜 정책과 독점적인 수력 발전과 화석연료 발전이 아니라, 가능한 한 지역 사회 소유가 보장되는 분 산형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후에 이루 어졌던 백인 거주지 중심의 무계획적인 대도시 확장과 인종 분리형 도시 거주지 사업이 아니라, 유색인 공동체의 민주적 참여 속에 미 관을 고려해 건설되는 인종 통합형 무탄소 도시 주택이다. 우리는 뉴딜 시대의 시민자연보호단의 사례처럼 군대와 연방 기구에 자연보호 활동을 통제할 권한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원주민과 농장과 목장을 소규모로 운영하는 농목업인 공동체,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하 는 어민 공동체에게 힘과 자원을 이양해 이들이 수십억 그루의 수목 식재, 습지 복원과 토양 재생 사업을 주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기후 위기를 비상사태로 규정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되, 이런 비상사태를 예외 상태로 만들려는 강력한 이권 세력의 시도를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한다. 대중의 공포심과 공황을 이용해서 어렵게 획득한 대중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자신들에게 수익이 돌아오는 거짓 해법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내야만 한다. 또한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가장 의험한 아홉 개 영어 단어는 이것이다. 나는 정부 공무원이고, 나는 당신을 도우러 이곳에 왔다 I'm from the government and I'm here to heip)라고 선언한 이후로 심하게 훼손된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집단적인 변화를 신속하게 이루어 낸 역사적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그 속에서 솟구치는 영감과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경고를 뽑아내야 한다.
-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기후 변화에 대해 온전히 알게 되면 누구나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겐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 극히 제한되어 있고 빠르게 줄어드는 탄소 예산 을 근거로 모든 걸 입안하는 그런 경제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겐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 우리는 경쟁을 멈춰야 한다. 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이 행성에 남은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는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의 집은 거짓 약속과 미래의 편익에 대한 경시, 그리고 희생자들 위에 세워져 어차피 처음부터 무너지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집 안에 있는 걸 모두 다 구해 내기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로를, 그리고 수많은 종들을 구해 낼 만한 시간 여유가 있다. 어서 불을 끄고 그 자리에 전혀 다른 집을 짓자. 예전만큼 화려하진 않더라도, 안식처와 돌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짓자.
이번만큼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린 뉴딜을 구축하자.
- 거의 모든 원주민 문화가 바위, 산, 빙하, 숲 등 자연계에서 살아가 는 신과 정령에 관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 과학 혁명 이전의 유럽 문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콩코디아 대학의 인류학자 카트자 네베스Katja Neves는 이런 관습이 실용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 구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힘과 마주쳤을 때 취하는 겸손한 자세다. 우리는 신성한 것을 대할 때 신중한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심지어 외경심까지도 품어야한다.
많은 이들이 이 교훈을 받아들인다면, 그 결과는 대단한 파급력을 지닐 것이다. 연안 시추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급격한 하락세로 접어들어 지금 당장 뚫어 광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에 비해 무려 22퍼센트나 줄었다. 그러나 이 추세가 완전히 기세를 잃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발한 신기술이 나오고 엄격한 규제 조치들이 신설된 덕분에 북극해 시추는 완벽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얼음이 덮인 곳에서의 원유 제거 작업은 멕시코만에서의 작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복잡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는 그런 설득에 예전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몇 안 남은 보호구역들을 상대로 예전처럼 성급하게 도박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 기후 변화가 좌파의 음모라는 부정론자들의 판단은 실제로 이들이 사회주의자들의 은밀한 음모를 알게 되어 내린 판단이 아니다. 이들은 기후과학자들의 주장대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대적 이고 신속한 감축 목표를 실현하려면 어떤 일들이 이루어져야 하는 지 면밀하게 고찰했고,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경제 및 정치 시스템 이 자신들이 견지하는 자유시장 신조와 정반대되는 방식으로 근 본적으로 재편되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영국의 블로거 이자 허틀랜드 단골 강연자인 제임스 델링폴은 이렇게 말한다. 〈현 대의 환경주의는 좌파들이 선호하는 여러 가지 대의(부의 재분배, 세금 인상, 정부 개입의 확대, 규제)를 진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허틀랜드 연구소장 바스트는 훨씬 노골적이다. 좌파에게 기후 변 화는 완벽한 도구다. (...) 기후 변화를 인정할 경우 우리는 좌파가 원하는 모든 것을 무조건 시행해야 한다.
- 우리가 날마다 뿜어내는 대량의 탄소를 지구 대기가 안전하게 흡수할 수 없다는 사실은 훨씬 더 큰 위기에 딸린 하나의 증상일 뿐 다. 훨씬 더 큰 위기는 우리 경제 모델의 토대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허구, 즉 자연은 무한하고 우리는 앞으로도 필요한 것을 더 풍족하 게 찾아낼 수 있으며 어떤 자원이 고갈된다면 그 자원 대신 자연에 서 무한대로 뽑아낼 수 있는 다른 자원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허구 에서 비롯한 것이다. 우리가 자연적인 재생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이용해 온 것은 비단 대기만이 아니다. 우리 는 해양과 담수, 상층토, 다양한 종의 생물 역시 똑같이 취급해 왔다. 기후 위기가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우리와 자연과의 관계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온 팽창주의와 채취주의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한계를 넘어서까지 자연을 쥐어짜고 있음을 보여 주는 수많은 과학 연구들은 녹색 제품과 시장 기반의 해법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우리는 자연 위에 군림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연 재생 주기를 존중하고 인간 지능의 한계와 자연의 한계를 세심하게 헤아리는 태도를 근간으로 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 크리스 호너는 허틀랜드 참가자들 앞에서 기후 변화는 《쟁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정확한 지적이었다. 사실 기후 변화는 결코 쟁점이 아니다. 기후 변화는 메시지다. 서구 문화 가 가장 소중히 여겨 온 많은 아이디어들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리는 메시지다. 계몽주의의 진보 이념 아래서 성장한 까닭에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자신의 야망을 통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모든 이에게, 기후 변화란 대단히 도전적이고 놀라운 사실이다. 우파 신자유주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좌파 국가주의자에게 도 마찬가지다.
- 요컨대 지구 환경의 위기가 자연 자원의 과잉 소비에서 유래한 것이라면 경제의 효율성 향상만으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지구상의 소득 상위 20퍼센트 인구가 소비하는 물질의 양을 줄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대기업들이 지극히 혐오하는 것이다. 어떤 규제에도 얽매이지 않는 투자자들이 연간 수익률을 해마다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며, 이 대기업들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도 반갑지 않은 결론을 맞게 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잭슨의 말대로 시스템을 폐기하느냐, 아니면 지구를 결딴내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탈출로는 방금 살펴본 모든 계획 수단을 동원한 세심한 관리를 통해 다른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수용하는 데 있다. 소비 증가 분은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 둬야 한다. 반면에 산업화를 이룬 곳에서는 연간 수익률 상승이 라는 동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문들(공공 부문, 협동조합, 지역 기업, 비영리 단체)이 전체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점점 늘려 야 한다. 또한 환경에 주는 충격은 미미한 반면에 복지후생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큰 편익을 제공하는 부문(교육 및 돌봄 직업, 여가 활동 등)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점점 늘려야 한다. 이런 경로를 채택하면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부문은 구 조적으로 매출과 수익의 증대를 요구하므로 이 부문의 역할은 줄어들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자산이 자원 채취 활동과 불가분의 관계 에 있는 부문의 역할은 더더욱 줄어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허틀랜드 연구자들이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를 유발한다는 증거를 대할 때마다 자본주의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몰린 것처럼 대응하는 까닭은 피해망상에 빠져 있어서가 아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서다.
- 기후 변화가 부의 재분배와 계급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는 허틀랜드 연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런 유형의 정책이다. 또한 그들은 일단 기후 변화의 현실을 인정하면 부유한 국가 내부에서의 부의 이전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 위기를 불러온 부유한 국가들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의 최전선 에 있는 가난한 나라들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지는 것도 인정해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들이 (그리고 많은 자유주 의자들이) 유엔 기후 협상을 땅에 묻어 버리고 싶어 안달하는 까닭 은,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반식민 운동이 기후 협상 덕분에 일부 개발도상국들에서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 볼리비아, 에콰도르 같은 나라들은 온난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으며, 누가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입고 있는가와 관련한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들을 무기로 내세워서, 수십 년 동안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서 받은 대출 때문에 자국에 떠안 겨진 채무국>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려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자 국이 채권국이며, 따라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돈과 기 술뿐 아니라 자국의 개발에 필요한 대기 공간 atmospheric space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편다.
- 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소비뿐이다. 우리가 사는 물건의 종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예컨대 SUV 자동차 대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고, 비행기를 탈 때 탄소 상쇄권을 사는 것만으로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기후 변화는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에 의한 과도한 소비 때문에 빚어지는 위기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광적으로 소비에 열중하는 소비자들은 나머지 사람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도록 소비를 대폭 줄여야만 한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문제라는 말을 흔히 듣지만, 문제는 인간의 본성에 있지 않다. 계속해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은 인간의 타고 난 본성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훨씬 적은 소비를 하 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훨씬 더 큰 행복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데 있다.
- 후기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소비자로서 하는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창조하라고 가르친다. 쇼핑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공동체를 찾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따라서 지구의 부양 시스템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과도한 소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이 말을 일종의 공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환경 보호주 의의 독창적인 제안 덜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자 중에서 세 번 째 항목인 재활용에만 유독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아마도 이런 요인 때문일 것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수거함에 제대로 넣기만 한다면, 우리의 쇼핑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머지 두 가지 제안은 소비를 줄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결국 〈도착 즉시 사망 선고〉를 받았다.
- 캐나다 경제의 역사에는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또 다른 이야 기가 있다. 수백 년 사이에 우리는 대박 경제에서 쪽박 경제로 위태 롭게 치닫고 있다. 1800년대 말에 유럽 상류층의 취향이 생가죽으 로 만든 정장용 모자에서 부드러운 실크로 만든 모자로 넘어가면서 캐나다의 비버 무역 산업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에는 유가가 폭락하면서 타르샌드 산업에 의존해 온 앨버타 경제가 곤두박질했다. 우리 경제는 과거에는 영국 상류층의 변덕에 요동쳤 고, 지금은 사우디 왕실의 변덕에 요동친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는 답보 상태에 있다.
상품 경제가 요동치는 것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다. 상품 경제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될 때마다 위험이 점점 더 커져 간다는 점이다. 대구 산업의 호황은 대구 어종의 씨를 말렸고, 타르샌드 오일 및 프래킹 가스 채취 산업의 호황은 지구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 더 따뜻하고 더 건조해진 날씨가 잦은 산불 발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자연의 힘을 우리 필요에 맞게 고쳐 쓰려는 오만한 시도를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하는 데도 원인이 있다. 불은 삼림 순환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인간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숲은 주기적으로 불에 탄다. 새로운 생명이 자라날 공간이 마련되고 인화성이 높은 덤불과 늙은 나무(소방관들 의 표현으로는 〈연료)가 감소한다. 많은 원주민 공동체들이 아주 오 랜 옛날부터 불을 이용해 땅을 돌보아 왔다. 그러나 북미 대륙에서 널리 채택되는 현대적인 산림 관리 방법은 순환적인 산불의 발생을 계획적으로 억제한다. 목재로 쓸 수 있는 수익성 좋은 나무를 보호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산불이 거주 지역(거주 지역은 점점 더 넓어 진다)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덜려는 목적도 있다.
자연적인 산불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숲은 연료가 빼곡 들어찬 화약고가 되고, 일단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간다.
- 나무좀이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연료의 양은 더욱더 늘어난다. 숲이 나무좀에 잠식되면 건조하고 잘 부서지는 죽은 나무만 남기 때문이 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고온과 가뭄 탓에 나무좀이 더욱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설득력 있는 증거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더 뜨겁고 더 건조해진 날씨(이는 기 후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가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최적의 조 건을 만든다는 간단명료한 사실이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얽히면서 숲은 완벽하게 준비된 야영장의 모닥불로 둔갑한다. 마른땅은 둥글게 뭉친 신문지 역할을, 죽은 나무는 불쏘시개 역할을, 더 더워진 날씨는 성냥 역할을 한다. 앨버타 대학에서 산불을 연구하는 마이크 플래니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캐나다에서 산불 발생 면적이 넓어진 것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다. 여러 사건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는 조금씩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산불 발생 면적이 1970년대 이후로 두 배로 늘어난 것은 기온이 상승한탓이다. 2010년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이번 세기 말에는 캐나다의 화재 발생 건수가 무려 75퍼센트나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2016년에 캘리포니아 남부와 앨버타 북부 에서 맹위를 떨친 대형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흔히 엘니뇨 현상을 꼽는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연적인 온난화 현상인데, 2017년에 는 엘니뇨 현상이 없었는데도 산불이 훨씬 격렬해졌다.
산불 빈발을 엘니뇨 탓으로 돌릴 수 없게 되자, 일부 언론사들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물러서고 있다. 독일 방송사 도이체 벨레는 이렇게 보도했다. 기후 변화가 세계 곳곳에 불을 놓고 있다.
- 우리는 기그 경제와 디그 경제dig economy 사이의 연관성을 명확히 짚어 내야 한다. 기그 경제의 근원은 인간을 부를 추출하고 나서 내다버리면 그만인 천연자원처럼 취급하는 교만한 태도다. 디그 경제의 근원 역시 지구를 제멋대로 부를 추출하고 나서 내다버리면 그만인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자원 채취 회사들의 교만한 태도다. 또한 우리는 기그 경제와 디그 경제로부터 보살핌과 복원의 원칙을 기초로 움직이는 사회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명확하 게 제시해야 한다. 보살핌과 복원의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는 우리를 보살피는 사람들의 노동과 우리의 땅과 물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동 이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 그리고 그 어떤 사람, 그 어떤 장 소도 쓰레기처럼 버려지지 않는 세상, 어떤 사람도 비상탈출로가 없 는 아파트나 허리케인으로 만신창이가 된 섬에 버려지지 않는 세상이다.
- 우리 인류가 1980년대에 파멸적인 온난화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발걸음을 막 내딛으려는 순간에,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격렬한 자유 시장주의는 세계 전역 수백만 민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인류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상황에 맞서서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있다. 바로 자유 시장주의 경제 질서와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성장과 이윤의 추구 대신에 인간의 안전과 지구의 안전을 중심에 놓고 발전하는 경제 질서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다행스럽게도 지금 미국에서는 1989년 당시와는 다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비전을 품은 민주적 사회주의자The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DSA)들을 주축으로 한 운동이 새로이 탄생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운동은 단순히 선거 정치에 등장한 대안이 아니라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운동이 반드시 새로 운 것일 필요도 없고, 전례 없는 규모로 실행될 필요도 없다는 점이 다. 『뉴욕 타임스」가 트위터를 통해 인류는 기후 변화 재앙에 대처 할 능력이 없다〉라는 내용으로 리치의 기사에 대한 예고 광고를 올 리자마자, 민주적 사회주의자) 생태 정의 진영은 곧바로 이 글의 오류를 바로잡는 글을 올렸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문제의 근원을 진지하게 고찰해 보면, 자본주의는 기후 변화 재앙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가 정답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서기만 한다면, 인류는 생태계 의 한계 안에서 번창하는 사회를 충분히 꾸려 갈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좋은 지적이다. 인간이 자본주의 체제에 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필연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자율적인 활동 을 통해 자본주의 이외의 다른 사회 질서, 이를테면 시간의 지평을 더 길게 설정하고 자연의 생명 부양 시스템을 훨씬 더 존중하는 사 회를 구축할 능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인간은 인류 탄생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러한 삶의 방식을 유지해 왔고, 많은 원주민 문화들은 오늘날까지도 지구 중심의 우주관을 견지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우리 인간 종이 걸어온 집단적 역사 속에 등장한 아주 작은 깜박임일 뿐이다.
그러나 책임을 자본주의에 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끝 없는 성장과 이윤의 추구라는 자본주의의 특징은 화석연료 경제로 부터의 급속한 이행이라는 지상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단언컨 대 최근 수십 년 동안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폭증을 부추긴 주역 이자 국제적인 기후 협상이 시작된 이후로 과학에 토대를 둔 기후 행동의 급진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훼방꾼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일체의 제약을 뿌리치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맹렬한 활동을 개시 한 자본주의, 일명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가장 큰 훼방꾼이다. 기후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처하는 나라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 『가디언』의 조지 몬비오트George Monbiot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의 자원은 우리에게 개인에게는 넉넉함을, 공공에게는 호화로움을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름다운 공원과 놀이터, 공공 스포츠 센터와 수영장, 전시관, 텃밭, 공공 교통망 등이다. 만인이 개인적 사치를 누리는 세상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고, 지구는 결코 이 꿈을 지탱할 능력이 없다.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 역시 저서 『도넛 경제학』에서 〈지구의 한계 내에서 만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경제, 성장은 없어도 만인이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는 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원주민의 주도로 전개되는 운동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이 운동은 생태적인 전환을 요구하는데, 그 핵심 개념이 부에 비비르 Buen vivir〉(좋은 삶이라는 뜻) 다. 이들은 소비의 확대와 계획적 진부화와 같은 더 많은 소유를 목표로 하는 삶 대신에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린 뉴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린 뉴딜이 그리는 미래는 끊임 없는 물자 부족과 정부의 통제에 시달리는 궁핍한 미래라는 공포감 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 계 인구 중 상위 소득 10~20퍼센트 계층의 생활에 변화가 생길 거 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들의 삶에는 당연히 변화가 있을 것 이다. 또한 이 범주에 속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항공 여행, 육류 소비,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즐거움과 정신적 충만함을 기를 수 있는 새로운 공간도 생겨날 것이다.
- 미국 전역에는 프래킹 유전이나 광산, 유정으로 쓰이다가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 지역들이 많이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사 람도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우리는 자신이 소유한 물건도 이런 식으로 취급하도록, 다시 말해 한 번만 쓰고 버리거나 함부로 다루다가 깨지면 얼른 내다버리고 더 많은 물건을 사서 쓰도록 훈련받아 왔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고된 노동에 혹사당하다가 쓸모가 없어졌다고 내쫓기고 방치된 탓에 중독과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는 감옥 도시carceral state)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요즘에는 상당히 많은 인구를 교도소에 가두어 놓는 도시들이 많다. 여기에는 이들이 교도소 안에서 노동을 하거나 민영 교도소의 수감자로 인원을 채우는 편이 사회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로 일하는 것보다 경제적 편익이 더 크다는 계산도 작용한다.
- 우리는 화석연료 시대가 폭력적인 도둑 정치(kleptocracy)에서 시작되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을 강제로 빼앗아 오고 땅을 강탈하는 두 가지 중요한 도적 행위가 무한한 팽창의 새 시대를 열어 놓은 토대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과 땅에게 생명을 되돌려 주는 길은 청산과 복원을 통해야만 열린다. 우리는 과거를 청산하고 1차 산업혁명 때 가장 큰 희생을 치렀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타도구의 시대  (0) 2021.07.31
거짓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0) 2021.07.31
코로나 크래시  (0) 2021.07.31
빅체인지 코로나19 미래 시나리오  (0) 2021.07.24
파워풀 이재명  (0) 2021.07.24
Posted by dalai
,

-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는 제임스 고슬링 James Gosling, 마이크 셰리든Mike Sheridan, 패트릭 노튼
Patrick Naughton에 의해 1990년대에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에서 만들어졌다. 자바는 부분적으로는 당시 널리 쓰이던 C 프로그래밍 언어를 본떠 만들어졌다. C에는 메모리 자동관리가 없었고, 메모리 관리 오류는 당시 프로그래머에게 자주 두통을 일으키게 하는 오류였다. 자바는 언어 설계를 통해 이런 종류의 오류(메모리 관리 관련 오류)를 없앴다. 자바는 메모리 관리를 프로그래머가 볼 수 없게 감췄다. 이것이 자바가 초보자에게 좋은 언어가 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래머와 좋은 프로그램을 탄생시키려면 좋은 프로그래밍 언어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바로 인해, 디버깅하기 더 어려운 새로운 버그 종류가 생겨났음이 드러 났다. 이런 버그 중에는 감춰진 메모리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생긴 형편없는 성능이 포함된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겠지만, 메모리를 이해하는 것은 프로그래머에게 핵심 기술에 속 한다. 처음 프로그램을 배울 때는 이후에 좀처럼 고치기 어려운 전형적인 습관이 생기기 쉽다. 소위 '안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은 아이들보다 나중에 실제 삶 에서 더 큰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아마도 이런 아이들이 추락하는 아픔이 뭔지 배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안전한 프로그래밍 환경이 덜 두려울 테지만, 그들 또한 나중에 만나게 될 실제 세계를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 
- 기술과 그 기술을 발명한 사람에 대해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내보라. 이 책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대부분 흥미로운 문제를 최소한 한 가지 이상 해결한 사람이며, 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했는지 배워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 의 2008년 소설 『Anathem』에 좋은 대화가 나온다.
“우리의 적은 원자폭탄이 가득 들어 있는 외계 우주선이다. 우리한테는 각도기가 있다." "좋아. 집에 가서 자와 끈을 찾아오지.”
이들이 기초적인 것에 얼마나 의지하는지 명심하라. 이들의 대화는 '위키피디아에서 뭘 할지 찾아보자'나 '스택 오버플로 Stack Overflow에 질문을 올려보자', '깃허브GitHub에서 패키지를 찾아보 자'가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 덧셈 결과가 우리가 사용할 비트의 개수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 오버플로가 발생한다. 오버플로란 말은 MSB에서 올림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4비트 덧셈에서 1001 (9)과 1000(8)을 더한 결과는 10001(1710)이다. 하지만 MSB 왼 쪽에 사용할 수 있는 비트가 없기 때문에 결과가 0001(10)이 된다. 나중에 자세히 보겠지만 컴 퓨터에는 조건 코드(또는 상태 코드) 레지스터condition code register라는 것이 있어서 몇 가지 이상한 정보를 담아둔다. 이런 정보 중에는 오버플로 비트가 있고, 이 비트에는 MSB에서 발생한 올림값이 들어간다. 이 비트값을 보면 오버플로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 여러분은 한 수를 다른 수에서 빼는 것은 한 수에 다른 수의 음수를 더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음 절에서는 음수를 표현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MSB 위쪽에서 1을 빌려오는 경우를 언더플로 underflow라고 부른다. 이에 해당하는 조건 코드도 컴퓨터에 들어 있다.
- 프로시저, 서브루틴, 함수
엔지니어들은 게으름에서 비롯된 이상한 습성을 가진 경우가 있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있으 면 엔지니어들은 자신을 대신해 이 일을 해줄 무언가를 만든다. 심지어 이런 것을 만드는 데 걸 리는 노력이 원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데 드는 노력보다 훨씬 많이 들어도 굳이 이런 짓을 하고 는 한다. 프로그래머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일 중 하나는 똑같은 코드를 두 번 이상 작성하는 것 이다. 이렇게 코드 반복을 피하는 데는 게으름 외에도 여러 가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중복된 코드를 줄이면 코드가 메모리를 덜 차지하고, 코드에 버그가 있는 경우 여러 군데를 반 복해 고치지 않고 한 군데만 고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함수function(또는 프로시저procedure, 서브루틴subroutine)는 코드를 재사용reuse하는 주요 수단이다.
-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각 프로그램을 서로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일종의 관리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체제 또는 운영체제 커널kernel('중심' 이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OS와 OS가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구분하기 위 해 OS를 시스템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다른 모든 프로그램을 사용자user 프로그램이나 프로세스 process라고 부른다. 
- 프로그램의 각 명령어에 대한 비트 조합을 하나하나 알아내려면 아주 고통스럽다. 초기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작업에 신물이 나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방법이 바로 어셈블리 언어assembly language다.
어셈블리 언어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일을 해준다. 어셈블리 언어를 쓰면 프로그래머가 모는 비 트 조합을 외우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니모닉mnemonics을 통해 명령어를 쓸 수 있다. 어셈블리 언어에서는 주소에 이름, 즉 레이블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코드에 주석comment을 달아서 다른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더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어셈블리 언어로 작성된 코드를 읽어서 동등한 기계어 코드machine code를 생성해주는 프로그램을 어셈블러assembler라고 부른다. 이런 변환 과정에서 어셈블러는 레이블이나 심볼symbol의 값을 결정해 채워 넣어준다. 코드에서 명령어 위치가 바뀌면 생길 수 있는 바보 같은 오류를 예방해주기 때문에 심볼의 값을 결정해 넣어주는 기능은 아주 유용하다. 
- 초창기 프로그래머들은 불가능한 일을 해야만 했다. 맨 처음 컴퓨터가 만들어졌을 때는 어셈블러도 없었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어려운 방식, 즉 직접 손으로 모든 비트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최초의 어셈블러를 작성해야 했다. 첫 번째 어셈블러는 아주 원시적이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어셈블러가 생겼기 때문에 이 어셈블러에서 작동하는 어셈블리 언어를 사용해 더 나은(더 많은 의사명령어와 기능을 제공하는) 어셈블러를 어셈블리 언어로 작성할 수 있었고, 개선된 의사명령 어와 기능을 활용하는 어셈블리 언어로 다시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어셈블러를 만들 수 있었으며, 이런 식의 개선을 계속할 수 있었다
- 부트스트랩bootstrap 이라는 말이 있다. 종종 이 말을 부트boot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컴퓨터를 부팅하는 과정은 롬 등에 들어 있는 작은 프로그램을 메모리로 읽어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필요한 초기화를 진행한 후 더 큰 프로그램을 (보통은 하드 디스크, USB 등 대용량 저장장치에서) 읽어오고, 이 프로그램은 더 큰 운영체제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초기 컴 퓨터에서는 사람이 직접 전면 패널의 스위치를 사용해 최초 부트스트랩 프로그램을 입력해야만 했다.
- 어셈블리 언어는 큰 도움이 됐지만 여러분도 알 수 있듯이 간단한 일을 할 때도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좀 더 복잡한 작업을 묘사하기 위해 더 적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이다. 프레드 브룩스Fred Brooks는 1975년 애디슨 웨슬리Addison-Wesley에서 펴낸 『The MythicalMan-Month: Essays on Software Engineering』이라는 책(『맨먼스 미신』, 인사이트, 2015)에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3~10줄의 문서화되고 디버깅이 이뤄진 코드를 작성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코드 한 줄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일을 완수할 수 있다.
고수준 언어high-level language 로 들어가자. 고수준 언어는 어셈블리 언어보다 더 높은 추상화 단계에서 작동한다. 고수준 언어의 소스 코드는 컴파일러 compiler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실행된다. 컴 파일러는 소스 코드를 기계어로 번역, 즉 컴파일compile 해준다. 기계어 코드를 다른 말로 목적 코드 object code라고도 한다.
수천 가지 고수준 언어가 만들어졌다. 일부는 아주 일반적인 언어이고, 일부는 아주 구체적인 작업을 위한 언어다. 처음 생긴 고수준 언어 중에는 포트란FORTRAN이라는 언어가 있다. 포트란 이라는 이름은 '식변환기formula translator'를 줄인 말이다. 포트란을 사용하면 일차방정식 같은 수식을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 포트란이나 베이직 언어는 비구조적unstructured 언어라고 불린다. GOTO와 레이블을 조합할 때 아 무런 구조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적structured 프로그래밍은 이런 잘못된 GOTO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스파게티 코드 spaghetti cod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몇몇 언어는 구조적 프로그래밍 개념을 극단까지 수용했다. 예를 들어 파스칼은 GOTO를 완전히 없했고, 이로 인해 기초적인 구조적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때만 유용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됐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어차피 파스칼은 교육용으로 설계된 언어였으므로 자신의 목적에 맞는 역할을 한 것이다. C는 켄 톰슨Ken Thompson 이 만든 B 언어를 계승한 언어인데, 원래 벨 전화 연구소의 데니스 리치Dennis Ritchie에 의해 만들어졌다. C 는 아주 실용적인 언어이며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가 됐다. 나중에 나온 언 어 중 상당수가 C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다 썼으며, 그와 유사한 언어로는 C++, 자바, PHP, 파이 썬, 자바스크립트 등이 있다.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텐션 팩토리  (0) 2021.08.21
RPA의 습격  (0) 2021.08.04
IT 좀 아는 사람  (0) 2021.06.29
무자비한 알고리즘  (1) 2021.05.15
세일즈 포스 디지털 혁신의 판을 뒤집다  (0) 2021.05.06
Posted by dalai
,

코로나 크래시

사회 2021. 7. 31. 19:37

- 팬데믹이 유발한 불황의 엄혹함은 적어도 어느 정 도 지구 경제에 이미 존재하던 취약성의 결과다. 성장이 정 체되고 부채 수준이 급증하며 불평등이 늘어난 10년을 겪 은 뒤의 우리는 새 불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기 회복의 주된 특징은 임금, 생산성, 투자의 침체였다. 많은 부유한 국가들은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를 경험했다. 금융이라는 지구화의 날개가 어려움에 처한 탓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화가 후퇴했다. 국가 간 자본 이동은 2007~2016년에 65퍼센트 감소했다. 전 지구적 성장을 떠받친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한 융자와 남반구 개발도상국들이 시행한 공공 투자뿐이었다.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통해 경제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느슨한 통화정책을 통해서도 민간부문의 고정자본 투자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오히려 저금리의 주된 효과는 부채 거품을 지구 총GDP의 3배 규모로 팽창시킨 것이었다.
문제는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모멘텀을 완전히 상 실했다. 많은 경제학자는 2022년경 불황이 미국, 영국, 그리 고 유로존을 덮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만기가 서로 다른 미국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뒤집혔다. 이는 단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렇게 뒤집힌 수익률 곡선은 언제나 심각한 불황의 전조였다. 결국 불황은 예상보다도 더 일찍 찾아왔고, 상상을 초월하는 타격을 입혔다.
- 금융은 산업이나 상업과는 완전히 다른 축적 양식 을 의미한다. 금융가들은 그들의 자본을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데 사용하지 않으며 금융 자산을 창출하 거나 거래하는 데 사용한다. 비록 이들 자산이 궁극적으로 지구 경제 곳곳에서 이뤄지는 생산에 의존하지만 말이다. 이 러한 자산은 미래 어느 시점에 일정액의 자본을 상환하기로 약속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주식은 기업의 미래 수입에 대한 일정한 청구권을 뜻한다. 따라서 주된 금융 행위는 대출, 투자, 투기이며 이 셋은 긴밀히 얽히 는 경우가 많다. 금융화란 소수 금융 엘리트의 이득을 위해 근로 대중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경제 활동의 전 영역에 금융 의 논리, 즉 대출, 투기, 투자의 논리를 침투시키는 과정이다.
-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유례없이 추출적인 extractive** 경제 조직화 방식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금융화가 아니었 더라면 건전했을 모델이 금융화 때문에 타락했다는 이야기 는 아니다. 오히려 이는 자본주의 자체의 논리에 따라 전개 된 과정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윤은 자연스럽게 임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불평등은 늘어났으며, 많은 자본풀 pool 이 소수 부유층의 손에 축적되었다. 한편 전에 없던 규모로 생산 활동이 벌어지게 되면서 생산적 자본가들은 은행과 투자자들의 외부 자본에 훨씬 더 크게 의존하게 됐다. 이러한 금융을 제공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이윤을 관리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해 자본가들을 지원하거나 투기 혹은 비생산적 투자에 활용했다. 이렇게 자본풀이 성장할수록 금융가들의 권력은 막강해졌다. 특히 은행가들은 대부를 통해 새로운 화폐를 창조할 수 있게 됐고, 투자자들은 가까스로 자본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이익은 다른 경제 주체 (국가 및 가계의 이익과 통합되어갔다. 이런 점에서 금융화는 현대 경제의 구성 요소인 가계, 기업, 국가 모두에 영향을 끼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소비자 지출을 연료로 삼았던 각국 경제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부터 발전한 사유화된 케인스주의 체 제가 위기 이후 10년 동안 더욱 강화됐다. 가계는 빚을 너무 많이 진 상태여서 새로운 위기를 피하려면 계속 낮은 금리가 유지되어야 했지만 이는 부채 수준을 높일 뿐이었다. 일본과 영미권에서 가장 익숙한 이 모델은 지난 12년 동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에서는 팬데믹 이전에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경상수지 적자 급증의 결합 등 익숙한 일련의 과제가 대두했다. 남반구, 특히 중국에서도 가계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 이윤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았 고 임금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스스로 창출할 수 있 는 수익과 저렴하게 늘릴 수 있는 부채를 이용해서 주주에게 줄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다른 기업을 인수 혹은 합병했고, 심지어 구글과 아마존은 다른 기업의 부채를 매수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은행처럼 행동한 것이다. 생산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는데도 늘어난 기업 부채는 현재와 미래 경제 성장에 보다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 마르크스가 쓴 것처럼 “자본은 어느 한 곳에서 단일하게 집 중된 채로 거대하게 자라난다. 이는 다른 곳에서 그만큼 잃 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르크스는 자본 집 중이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내재적 법칙”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했다. 생산이 자본 주도적 성격을 띨수록 기업의 경쟁 력은 새로운 기계와 기술에 투자하는 소유주의 능력에 더 의존하게 된다.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은 규모가 작 은 경쟁자들을 잡아먹고, 그 결과 시장이 집중된다. 이러한 집중은 신용 제도의 진화를 통해 강화된다. 즉 거대 기업은 더 많은 신용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덕분에 기술 투자를 통해 경쟁자들을 앞지를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이 도산하면 이들의 자산은 덩치가 더 큰 대기업에 최저가로 매입되는 경향이 있다.
- 마르크스는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자본의 이름 아래 노동 과정 전반을 지휘 하는 특권적 노동자라고 평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고용주와 맺 는 관계에 착취의 자취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일에 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이들의 고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이들보다 아래에 있는 노동자의 고착취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과 미국 같은 유럽과 북 미의 많은 국가에서는 1980년대 이후 주로 금융과 전문직 서비스에 고용된 전문직 관리직 계급이 대거 등장했다. 전문직-관리직 계급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생산 과정을 관리하며 거대 다국적기업 본사에서 일하거나, 세계 곳곳에서 창출되는 잉여가치에 투자하는 투자은행에서 중개업자로 일하거나 아니면 세계 곳곳에서 창출되는 잉여가치를 실현하 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기업에 조언하는 광고 전문가로 일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관리자 국가에는 억압적 국가기구와 감시 기술을 통해 조종되는 십수 개의 고착취 노동자 국가가 딸려 있다.
- 남반구 국가들은 워싱턴 컨센서스 기구들(IMF와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처방을 준수하기만 하면 북반구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약속을 듣고 또 들었다. 그러나 사실은 돈 세탁과 조세 회피를 통해 세계 최빈국들에서 빠져나가는 막 대한 자금은 말할 것도 없고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신식민 주의 · 제국주의적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에 남반구의 대다수 국가들은 북반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북반구 에서 테크 독점기업들이 성장하는 바람에 이는 더욱 난제가 됐다5 워싱턴 컨센서스의 광신도들은 국제 자본의 이윤을 늘리려고 자국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희생시켰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발전국가들은 국제 금융기구의 충고를 무시하고 국가 주도 발전에 집중함으로써 신식민주의와 종속의 함정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예외 사례다.
- 우익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사기업을 공공 소유로 만들거나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역 동성에 토대를 제공하는 슘페터적 힘(창조적 파괴)을 방해한 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연 구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저렴한 대출을 제공하 면 이러한 기업들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인센티브가 제거된다. 이들은 국가 담당자와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부패와 후견주의에 빠져들게 되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손상될 것이다. 관료는 국가가 후원하는 민간 대기업 내의 동조자와 함께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할 것이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그들에 따르 면 그린 뉴딜은 환경 파괴를 더욱 악화하는 부패와 비효율성을 초래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에 존재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증거를 통해 반박된다. 이미 자본 주의 시스템은 국제 독점기업들과 국가 및 국제기구 깊숙한 곳에 포진한 그들의 고객 사이의 뿌리 깊은 결탁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온갖 부채와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 금융, 기업, 정치 엘리트들은 경제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협력한다. 그러 나 이들은 대중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정부는 격랑 속에서 더 작은 경쟁자들을 흡수하고 환경 및 노동 규제를 비웃으며 조세를 회피함으로써 경제 전 체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기업들에 다시 보조금과 저렴한 대출 그리고 상당한 규모의 전면적 구제책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중앙은행은 경제 전체에 자본을 어떻게 할당할지에 대해 계획하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자산 가격을 부풀리고 용처가 어디든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부문 전체에 저렴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화석 연료업체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는 로비에 여념이 없으며 공해 유발 기업들은 쉽게 저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 쓸모없는, 아니 더 나아가 해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들 대다수는 그 공급 방식 역시 매우 비효율적이다)도 국가의 아낌없는 지원 덕택에 부도의 운명을 벗어나 살아남았다. 이것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현실이다.
- 영국과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그들이 선 포한 비상 대응 태세를 어떤 방식으로 해제하게 될까? 그리 고 이러한 지원은 어떻게 남반구로 확대되어야 할까? 코로 나19의 장기간의 부정적 수요 충격에 대한 최적의 해법은 전 지구적 그린 뉴딜이다. 이는 민주적으로 결정된 공적 우선순 위를 중심으로 구축된 거대한 국가 투자 패키지로서 민주적 공공 소유의 확장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계획은 오늘날 경 기 침체의 영향을 흡수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의 지속 가능 성을 높일 것이다. 중심부 나라들에서는 국가가 이러한 투자를 자력으로 추진하겠지만 남반구에서 동일한 과제를 수행 하려면 북반구의 기술과 자원의 이전이 필요하다. 극단적 기상 현상, 사막화, 기온 상승의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개발은행을 설립할 수도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와 결합된 규칙·규범과 단절한다면 국제기구들의신뢰를 재구축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전 지구적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소박한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대신에 근로 대중은 오염 유발 행위에 대한 금지를 강화 하고 투자 촉진으로 탄소집약부문의 일자리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재활용, 에너지 절약형 전구, 플라스틱 빨대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람들이 기후 붕괴를 개인의 수준에서 사고하게 함으로써 국가를 압박하는 운동이 등장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다. 마찬 가지로 탈성장 같은 현학적 유행어는 희소성과 빈곤의 이 미지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기후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방해한다. 기후 붕괴에 대처하려면 자연 환경을 착취할 뿐만 아니라 인간 또한 착취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반격할 수 있는 대중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린 뉴딜은 전 지구적이어야 한다. 또한 현존 국제기구들의 바깥에서 근로 대중 사이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전 지구적 그린 뉴딜은 기후 붕괴의 지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금융 지구화를 떠받치는 제국주의 체제와 대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본  동은 2008년 금융 위기가 일어나는 데 한몫했을 뿐만 아니라 남반구의 자금을 빨아들여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시티 같은 금융 소용돌이에 풀어놓았다. 현재 자본의 흐름 은 전 지구적인 팬데믹 가운데 있는 수십억 인구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는 각국 정부의 지불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0) 2021.07.31
미래가 불타고 있다  (0) 2021.07.31
빅체인지 코로나19 미래 시나리오  (0) 2021.07.24
파워풀 이재명  (0) 2021.07.24
소셜 오가니즘  (0) 2021.07.17
Posted by dalai
,

이 책은 4차산업혁명과 AI 시대에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생존 조건을 제시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의 위협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전에 나온 책들에서는 단순하게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들만 있었고, 실제 직장인들 혹은 취업준비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서술은 부족했다.

이 책은 세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파트는 기계화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 노동력을 줄여주고 시간적 여유를 가져왔지만 기계화 이면에 감추어진 문제도 드러났다. 인간은 기계앞에서 무력해졌으며, 인간의 우월함을 입증하기 위해 기계와 끊임없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두번째 파트는 시대변화에 따른 직종별 미래전략을 다루고 있다. 매일매일은 똑같은 것 같지만, 몇 년이 지난 뒤에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변화를 겪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영업 서비스직, 현장 제조직, 연구개발직, 관리사무직으로 나누어 직종별 대응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세번째 파트는 유능한 기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도구를 다루고, 생각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해도 인공지능을 만드는 직업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온다고 해도 결국 디지털 기계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정신적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식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사고를 이끌어내고 끈끈한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아날로그로의 회귀가 필요한 것이다.

일상에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은 "왜?"와 "어떻게?"를 늘 질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고 자기만의 논리를 가질 수 있다. 생각을 끌어내야 단순한 상상이상의 것이 창출된다. 도구가 인가을 이롭게 하면 자기 힘을 과시할 때 인간은 더 높고 광범위한 사고가 필요하다. 기계는 도구임을 명확히 하고 인간을 돕는 역할로 유용하게 이끌어내야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미래를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상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지배하는 힘은 읽고, 생각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앨빈 토플러)
- 아무도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은 거의 인문학 분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인간의 지능과 인지능력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다. (구글 무인자동차 개척자, 스탠포드대학 연구교수 세바스찬 스런)
- 미래를 보고 점을 이을 수 없다. 과거를 돌이켜 점을 연결할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점은 연결된다고 믿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 어릴 적 나에겐 정말 많은 꿈이 있었고, 그 꿈의 대부분은 많은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
- 희망은 일상적인 시간이 영원과 속삭이는 대화이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곁에 있다. 나의 일상을 점검하자. (릴케)
-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 네 가지가 있다. 오래 말린 땔나무, 오래 묵어 농익은 포도주, 믿을 수 있는 옛 친구, 읽을 만한 원로작가의 글이다. (프란시스 베이컨)
- 현재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되기 쉽다. (엘버트 허버드)
- 공장에 도입된 수치 제어기술과 컴퓨터는 단순히 노동력만을 대체한 것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노동자들 에게 육체 노동보다 지식을 동원하고 높은 사고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요구한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지식기반의 산업은 화이트칼라나 서비스 노동자 등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을 가진 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다. 교육 수준이 낮고 기술 이나 기능의 수준을 높일 수 없는 흑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고용과 임금 수준에서 백인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흑인은 도시의 하층계급으로 전락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흑인의 열악함은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미 노동부가 2020년 발표한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대량 실직 사태에 직면한 미국에서 지난 2020년 6월 백인과 흑인 노동자의 실업률 격차가 5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백인과 흑인의 2020년 6월 실업률은 각각 10.1%, 15.4%를 기록해 직전 달보다 백인은 2.3%, 흑인은 1.4%가 각각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계화 자동화가 비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고 예측했음에도 흑인들은 국가나 사회, 정책입안자들에게 보호 받지 못했다. 기술 교육은 물론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외면당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고도의 기술 직무에서 일할 기회를 상실 하고 말았다. 당시 많은 시민 지도자나 흑인단체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지만 흑인의 인권, 반차별법 폐지, 가난 문제 같은 인권 문제가 더 강하게 대두되는 시점이라서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지금도 흑인의 비애는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기계화나 자동화에 밀려나 직업을 빼앗기는 사람도 있고 디지털 격차를 따라잡지 못해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억눌릴수록 반발심이 커진다는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어두운 면을 정부가 나서서 밝혀줄 수 있을까? 우리 개개인은 가만히 기다리면 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어쨌거나 자동차의 등장으로 말똥 사건은 해결되었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고 기술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줬다고 흥분했다. 생물학과 기계라는 전혀 접점이 없는 문제가 사회적 고민을 해결한 사건으로 첨단기술의 승리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열린 사고로 부딪힌 문제에 거시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몇십 년 후, 경제학자들은 1890년대 말똥 대위기와 자동차의 대체 사건을 다르게 보았다. 기술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m동물이 자기 일자리를 빼앗긴 것으로.
- 197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바실리 레온티예프는 “수천 년 동안 농장과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경제활동을 한 동물이 신기술을 탑재한 자동차에 그 자리를 빼앗 긴 사건이다.” 라고 보았다. 그는 1980년대 초반에 잇달아 내놓은 논문에서 현대 경제사상에 불편함을 유발했다. 기술 진보로 말에게 일어난 일이 끝내는 인간에게도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즉, 기술이 인간을 일자리에서 몰아낸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말이 자동차와 트랙터라는 기계에 밀려났듯 인간도 컴퓨터와 로봇, 인공지능에 대체 당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말과 달라서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으로 더 나은 방법을 추구하고 인간이 이를 조정하고 제어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과도기인 현재는 누구의 주장이 맞다고 딱 잘라 결론 낼 수 없다. 단지 인류는 공동체의 번영을 외치며 미래의 기술에 열렬히 환영하는 중이다.
- "앞으로 우리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어두운 질문보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까?”, "도구를 이용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과 고민이 더 중요하다. 인간은 기계를 고안한 순간 기계의 환경에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 과거에 주먹도끼가 그랬듯이 수준 높은 기계는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 워싱턴의 포토맥강 근처에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기념관 벽의 외관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각해지자 기념관 관리자는 담당 직원을 불러서 그 원 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기념관 외벽에 묻어 있는 비둘기 똥을 제거하기 위해 독성이 강한 세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며칠 후 보고됐다. 관리자는 당장 관광객의 비둘기 모이 주기를 금지시켰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비둘기는 계속 날아들었다. 다시 “왜?” 라는 물음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얼마 후 기념관 벽에 서식하는 거미가 비둘기를 불러들이는 진짜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념관 관계자들은 거미를 제거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좀처럼 효 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또다시 “왜?” 라는 질문을 던졌다.
밝혀진 원인은 나방이었다. 밤마다 숲에서 떼를 지어 날아오 는 나방이 거미의 왕성한 서식을 가능케 한 것이다. 나방이 몰려오는 한 그것을 먹이로 삼고 있는 거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거미를 먹이로 삼고 있는 비둘기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나방은 날아오는 것일까? 밤에 기념관을 비추는 밝은 조명이 원인이었다. 더욱이 이 기념관은 주변 건물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조명을 켰다. 기념관 관계자들은 조명 점등 시간을 주변 건물보다 2시간 뒤로 미뤘다. 마침내 비둘기들이 몰려들지 않았고 배설물이 쌓이는 일도 없어졌다.
제퍼슨 기념관의 예에서 보듯 “왜?”라는 질문은 생각을 거듭 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전혀 무관해보이는 곳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게 한다.
- 사고와 정보의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현대인은 정보량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사고하지 않는 '사고와 정보의 패러독스'에 빠져 있다. 정보량이 늘어나면 인간은 생각을 멈춘다. 생각하는 힘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줄이고 사유하는 행위를 늘려야 한다. 
-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을 다른 곳에 쓰거나, 사는 장소를 바꾸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결국 낯설음과 마주하기이다. 낯선 일,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변화를 인식하고 익숙함의 의존성을 방어하는 길이다.
-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 익숙지 않은 것에 호의를 가져라.” (니체)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킵 샤프 늙지않는 뇌  (0) 2021.08.04
먼저 연결하라  (0) 2021.08.04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0) 2021.07.24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0) 2021.07.24
에이트 씽크  (1) 2021.07.17
Posted by dalai
,

생각을 깨우는 수학

과학 2021. 7. 31. 19:29

이 책은 수학점수를 올리는 테크닉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보통 중고등학교 수학을 잘하는 비법은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라고들 한다. 물론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수학문제의 패턴에 익숙해지고, 그 패턴에 따른 해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 수학점수를 올릴 수는 있을 거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학공부는 한계가 있다.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은 생각과 관점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저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네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문제를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라. 단순히 공식이나 해법을 외우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윈리를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둘째, 수학공부의 가치를 찾아라. 많은 학생들은 그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학공부를 한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써먹지도 않을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논리력 향상이다. 논리학을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논리력과 함께 응용력을 같이 길러주는 수학이야말로 논리력 향상의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명확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말하라. 이는 스스로 이해한 수학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넷째, 오류를 범하라.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어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뇌를 열심히 이리저리 움직여 보라는 의미다.

이 책은 주로 함수와 기하 파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어려운 수학이라고 하면 미적분이나 확률과 통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분야는 대수학, 기하학이다. 이는 대수학, 기하학이 수학적 두뇌를 훈련시키는 데 가장 좋은 영역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기하와 대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 수학자 화라경의 아래와 같은 말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수와 형태는 본래 서로 의지하는 것인데, 어찌 양쪽으로 나눌 수 있겠는가? 수에 형태가 부족하면 직관이 적고 형태에 수가 적으면 세세하게 보기 어렵다. 수와 형태가 결합하면 모든 것이 좋으며, 둘을 떼어 놓는 것은 좋지 않다. ... 기하와 대수는 하나이다. 영원히 연결되며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이 책의 수준은 중고등학교 함수, 기하영역의 수준인데, 18개로 주제를 나누어 도형, 식, 그래프를 기하와 대수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문제풀이 방법이 아니라 수학의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한 챕터씩 읽어나간다면, 수학의 본질과 개념을 잡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0) 2021.09.22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0) 2021.07.31
수학 풀지말고 실험해봐  (0) 2021.07.17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0) 2021.07.11
불편한 사실  (0) 2021.07.11
Posted by dalai
,

20210731

Quote of the day 2021. 7. 31. 16:54

'Quote of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802  (0) 2021.08.02
20210801  (0) 2021.08.01
20210730  (0) 2021.07.30
20210729  (0) 2021.07.29
20210728  (0) 2021.07.28
Posted by dalai
,

20210730

Quote of the day 2021. 7. 30. 20:53

'Quote of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801  (0) 2021.08.01
20210731  (0) 2021.07.31
20210729  (0) 2021.07.29
20210728  (0) 2021.07.28
20210727  (0) 2021.07.27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