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전시대 동안 미국은 소련에 맞섰다. 미국은 소련이 유라시아를 장악하고 인력과 자원과 창의력을 동원해 미국의 제해권에 도전장을 내밀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련을 상대로 지상에서 위협을 가함으로써 소련으로 하여금 해상력 구축에 재원을 투자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팽창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지키는 데 집중하도 록 만들었다. 한국전쟁은 소련과 중국이 팽창을 시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가늠하려는 최초의 시도였고, 미국은 그들의 팽창 을 저지할 역량을 과시할 기회였다. 소련이 도발하고 미국이 대응하는 이러한 한국전쟁 모델은 보다 큰 규모로는 베트남에서, 그리고 작은 규모로는 앙골라 등 여러 지역에서 나타났다. 미국의 승리는 소련이 해상에서 미국에게 맞서지 못하게 했기에 가능했다. 유라시아에서 의 도전은 어떤 도전이든 지상에서의 도전이었고 소련이 지상전에 재 원을 쏟아붓게 만들 수만 있으면 미국이 전쟁에서 져도 승리하는 셈 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 같은 나라들은 유럽 대륙의 나라들과 마찬가 지로 전장이 되거나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냉전 종식으로 미국은 전략 없는 제국의 입장에 놓였다. 냉전 동안 미국은 분명한 적이 있었고 영리하고 무자비하게 전장을 관리했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분명한 적도 없는데 여전히 미국이 책임을 져 야 할 동맹체제는 존재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미국은 이 동맹체제 를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여기게 되었고 한국 같은 나라들과의 관계 는 예전보다 그 목적이 분명치 않게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새로운 강대국에게 무엇이 정상적인 상황인지에 대해 확신을 느끼지 못했다. 대영제국은 1783년 미국에 패했지만 이 패배는 크게 의미가 없었고, 그래도 대영제국은 부상했다. 나폴레옹은 패배했지만 이는 프랑스 제국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뜻했다. 제국은 자국의 막강한 힘 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혼란 상태에서 제국으로 부상하고, 장기 적으로 볼 때 크게 중요하지 않은 패배를 겪는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이 처한 입지는 이중적이다. 첫째, 힘이 주는 이 득을 누리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무엇이 자신의 국가 전략인지 결정해야 한다. 1991년부터 2016 년까지 미국은 사실상 적이 없는 냉전체제를 유지했다. 중동에서의 전쟁 같은 행동들은 냉전에서 파생된 개입 모델을 따른 것으로, 더 이 상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분명하고도 도달 가능 한 목표 없이 동반구에서 전쟁을 벌이는 짓은 비합리적이었다. 미국 이 맞설 강대국은 없었다.
- 제퍼슨과 프랭클린은 가벼운 쟁기에서부터 피뢰 침까지 수많은 물건들을 발명했다. 제퍼슨은 뛰어난 건축가로서 버지니 아에 뛰어난 건축물인 몬티첼로(Monticello)를 건설했다. 그가 거주했던 이 건축물에는 아래위층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엘리베이터인 그의 발명 품, 덤 웨이터(dumb waiter)가 설치되어 있다. 미국의 정체가 발명되었 다는 말은 평생 발명가였던 이들이 발명했다는 뜻이다. 그들은 기술자였 다. 그들은 자연을 관리하고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을 만들어내려고 애썼다. 발명은 미국 정체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문화에도 내재되어 있다. 제퍼슨과 프랭클린은 기존의 모든 정치적 전제조 건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들은 모든 사물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고 그런 사물들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러한 발명의 재능은 농기구에서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를 통틀어 드러난다. 이러한 발명의 재능은 절박함과도 연관되어 있다.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떠나온 고국에서보다 나은 삶을 갈망했다. 빈손으로 뉴욕이나 미 네소타에 정착한 이민자는 눈치가 빨라야 했다. 적절한 시기를 포착하는 게 관건이었고 미국 문화에서 적절한 시기를 포착하는 재주는 여전히 관건이다. 미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절박함과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서 비롯된다. 각 세대마다 인간이 사는 방식을 바 꾼 발명품들이 등장했고 이는 사회 전체가 변모하는 주기를 조성했다. 기술에 내재되어 있는 필연적인 실패와 실망으로 점철된 주기도 있었다. 집의 설계든, 전기 관리방법이든, 정부 형태의 발명이든 말이다. 일단 발명되고 나면 새로운 난관을 헤쳐 나가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발명을 새로이 해야 했다.
- 북아메리카는 멕시코를 제외하고 농경지가 풍 부하다. 유럽인이 굳이 아메리카까지 온 이유는 인도와 동인도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 유명한 비단길은 인도와 중국에서부터 서쪽으로 이어 졌고 지중해를 경유해 유럽으로 상품을 전달했다. 15세기 중엽 비단길은 터키를 중심으로 이슬람제국 오스만이 부상하면서 통행이 막혔다. 그들 은 우선 비단길을 봉쇄하고 이 지역을 통과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급격히 인상했다. 유럽인은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비단길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오스만제국은 이러한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고통스러운 수준으로 인상했다. 오스만제국을 우회해 인도에 도달할 경로를 찾아내는 이는 누구든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부자가 될 운명이었다.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인도에 도달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무슬림과 전쟁을 치르느라 한발 늦은 스페인은 서쪽으로 가는 경로를 모색했다. 이론상으로는 적절한 시도였지만 실제로는 실패했다. 스페인은 서반구가 그들이 가는 경로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실패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성공으로 귀결되었다. 적어도 스페인에게는 말이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비롯되는 해류와 바람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카리브해로, 카리브해에서 남아프리카의 동부해안으로, 그리고 훗날 서부해안으로 가는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 포르투갈은 무력으로 밀고 들어가 브라질을 점령했고 아프리카에서 데 려온 노예와 노예로 삼은 인디언들을 이용해 거대한 농장을 구축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뒤를 이어 남아메리카에 도달해 브라질을 지나 서부 해안으로 진출함으로써 엄청난 전리품을 획득한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오늘날의 페루인 잉카제국은 생산성이 매우 높은 금광과 은광을 장악하고 있었고 이미 방대한 양을 채굴하고 있었는데, 스페인은 이를 탐냈다. 해류와 해풍의 방향 때문에 남아메리카보다 북아메리카에 도달하기가 훨씬 어려웠고 북아메리카에서 확보할 만한 재물이 무엇인지도 분명하 지 않았다. 북아메리카는 별로 가치가 없는 땅처럼 보였다. 특히 스페인 은 정착이 목적이 아니라 착취가 목적이었고 따라서 스페인은 금과 은이 풍부한 남아메리카에 집중했다. 스페인은 유럽에 위치했고 유럽은 적들 로 들끓었다. 스페인은 대규모 군대가 필요했고 따라서 자국민의 이주를 허용할 여유가 없었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였다. 두 나라는 원주민의 제국을 파괴하고 제국의 주민들을 노예 삼아 농장을 경영하고 금은을 착 취하는 데 만족했다. 소수 관료와 탐험가 계층이 원주민 인구를 지배했다. 한 줌밖에 안 되는 탐험가들이 여러 나라 전체를 정복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월등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승리한 진짜 이유는 그들이 유럽에서 들여온 질병 때문이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승자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해류와 해풍이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거나 분다는 이유로, 또 날씨 때문에 북아메리카를 기피했고, 탐험가들은 대서양 연 안에는 폭풍이 자주 몰아치고 쉽게 굴복하지 않는 인디언들이 거주한다. 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북아메리카는 남아메리카에 없는 두 가지를 지니고 있었다. 하나는 풍성한 모피를 두른 동물들, 특히 비버가 많았다. 이러한 모피는 값비쌌고 프랑스인들이 특히 모피 채집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는데, 그들 가운데 정착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고 주로 덫으로 동물을 잡아 교역을 했다. 프랑스인은 인디언 부족의 나라들과 비버로 가 득한 광활한 자연에서 북아메리카의 가능성을 보았다. 프랑스는 퀘벡에 정착지를 건설했지만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자국의 군대에 동 원할 인력이 절실했기 때문에 자국민을 대거 북아메리카로 이주시켜 정착하도록 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덫을 놓아 동물을 잡고 모피를 교역하는 데서 수익이 창출되었다. 그리고 교역은 덫으로 동물을 잡는 일보다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인디언 국가들과 상업 적, 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과 전투를 하느라 상당한 재원을 할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한 관계가 북아메 리카에서 그들이 지닌 힘의 토대였다. 남아메리카에는 없지만 북아메리카에는 있는 두 번째 요소는 광활한 농경지와 생산물을 항구로 운반하는 강 운송망이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아메리카가 최상의 전리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는 잉글랜드인들이 었다. 잉글랜드는 섬이었고 따라서 대규모 군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착민을 이주시킬 여력이 있었고 북아메리카는 그들을 환영했다. 결국 이베리아반도 사람들을 수적으로 앞지르고 북대서양에서 스페인 해군을 축출하고 북아메리카의 지리적 여건을 재구축한 이들은 잉글랜 드 사람들이었다. 이주는 끊임없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북아메리카를 세계체제의 중심으로 변모시킨 주역 은 잉글랜드인들의 이주와 정착이었다.
- 아메리카인들은 영리함, 창의력, 잔인함, 그리고 그 시초부터 인류를 규정해온 모든 특성들을 수단으로 미국을 건설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그들의 노력이 치밀하고 철저했다는 점이다. 1776년에 시작된 작업이 70 년 후에 사실상 완성되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뻗은 생산성 높은 대륙국가 말이다. 북아메리카에서 그 어떤 세력도 이러한 과업을 달성한 적이 없었다. 인디언 국가들은 지리적 여건에 대해 다른 인식을 지녔다. 그들은 서로 를 두려워했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세력들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스페인 정복자들 은 경작을 할 비옥한 땅을 구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지니고 있던 지도에 는 금광과 은광 그리고 금으로 만든 상상 속의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었 다. 프랑스는 사냥꾼들이 덫을 놓아 잡은 비버의 모피 말고는 아메리카 대륙이 부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국은 자국으로 흘러들어 오는 목화와 담배에 만족했다. 대부분의 아메리카인들은 결코 꿈도 꾸지 못했던 미래를 맞이했다. 그러나 토머스 제퍼슨은 그런 꿈을 품었고 앤드루 잭슨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대륙국가를 구축하면 미국이 대단한 번영과 안정적인 민주주 의 질서를 얻게 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또한 대륙국가로서의 힘이 없으면 미국은 파괴되리라고 믿었다. 북아메리카에 과거에 존재 했었던 수많은 국가들과 정착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일부에 불과하거나 그저 비좁은 땅이나 차지하면 생존하지 못한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럽처럼 수많은 독립국가들이 빼곡히 들어찬 대륙은 유럽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리라고 보았다. 따라서 제퍼슨과 잭슨은 단일한 대륙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지리적 여건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70 년 만에 세계를 지배할 지리적 여건을 만들어냈다.
- 워싱턴은 나라를 북부, 남부, 서부 세 지역으로 나누었다. 오늘날이라 면 여기에 가장 서쪽인 태평양 연안을 추가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지역 들을 두 가지 요소를 통해 하나로 묶으려 했다. 첫째, 서로 다른 지역들이 경제적으로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둘째, 서로 다른 지역들이 단결해야만 동반구 국가들에 맞서 나라를 효과적으 로 방어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한 방어를 위해서는 막강한 해군이 필요했다. 분열되어서 한 지역이 외세의 수중에 들어가면 연방 전체가 붕괴된다. 워싱턴이 보기에 연방을 하나로 묶어주는 경제적 결속력은 상 호방어에 필요한 연방의 결속도 보장해주었다. 워싱턴은 나라를 분열시키는 지역들 간의 차이점들을 잘 파악하고 있 었고 그러한 차이를 두려워했다. 남부와 북부는 서로 다른 경제 구조와 서로 다른 도덕적 원칙을 지니고 있었다. 서부는 이민 온 정착민들-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독일인 등 자신들을 업신여기는 동부지역 잉글랜드인에 대해서 적개심 밖에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라의 지리적 여건이 재창조되면서 나라의 해체를 위협하는 갈등과 긴장의 성 격도 바뀌었다. 문제의 근원은 두 가지였다. 제도적으로 미국은 단일 국가다. 그러나 지역마다 정서가 다루고 이러한 차이가 뿌리 깊어지면서 끊임없이 불화 를 야기했다. 오늘날 동쪽 끝과 서쪽 끝 연안지역들은 기술과 금융이 지 역 경제를 이끌고 자부심과 정의감이 대단하며 자신과는 다른 이들을 경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조업 위주인 중서부는 한때 경제적으로 번성했던 미국의 심장부였는데, 지금의 처지와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시당한다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정치적 분열은 늘 있어왔고 이 때문에 남북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예전보다 갈등이 덜한 지금 과 같은 시기조차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견해는 북동부와 태평양 연 안, 그리고 남부와 내륙서부 지역에서 천양지차다. 그리고 이러한 분열 은 1960년대 분위기와 매우 비슷하다. 갈등이 심하고 주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는 조지 워싱턴이 언급한 지리적 여건이 다시 부상한다. 미국에는 강한 결속력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시기에는 지 역 간에 뿌리 깊은 차이가 서로에 대한 경멸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긴 장상태 안에는 사실 장점이 숨어 있다. 나라 안에 긴장이 존재하고 지역 간에 문화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매우 다르다는 점은 사실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뒤처지는 이 들이 생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35년이 지난 후 미국은 세계에서 생산 되는 공산품의 절반을 생산하게 되었지만, 남부는 패전에서 비롯된 가난 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었다. 남북전쟁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미국 에서는 늘 승자와 패자가 있었다. 디트로이트가 쇠락하고 애틀랜타가 부 상한다. 지리적 여건은 바뀌고 사람들은 이주하고 미국은 계속 나아간 다. 워싱턴은 고별 연설에서 미국이 지닌 취약점들을 지적하면서 미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려면 핵심적인 결속력을 유지하고 수완을 발휘해야 한 다는 점을 강조했다.
- 미국을 대표하는 첫 번째 핵심적인 문화는 잉글랜드에서 이주한 정착민들의 문화였다. 처음에 이는 잉글랜드 출신 개신교도를 뜻했다.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는 미국 문화의 중추를 구성했지만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다른 민족적 배경과 종교를 지닌 이들이 대거 군에 통합되면서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흔히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고 일컫는 집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 와 더불어 와스프가 미국 문화라는 인식은 쇠퇴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바로 영어다. 영어는 미국적인 삶에서 늘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영 어를 배우지 않는 건 선택의 자유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의 경제적, 사회적 삶으로부터 제외된다. 미국으로 이주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사회적,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인데 영어를 배우지 않으려 한다면 스스로 실패하는 길을 선택하는 셈이었다. 미국인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세 가지 상징이 있다. 하나는 카우보이와 그가 지닌 의무, 악, 그리고 여성과의 복잡한 관계다. 둘째는 발명가인데, 미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기발한 물건들을 생각해내고 하는 존재 다. 마지막은 전사다. 미국은 모순적인 나라다. 행복추구에 전념하는 미국은 전투에서 탄생했고 그 이후로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전사의 삶에 서는 행복이 아니라 의무가 중요하지만 이러한 전사라는 상징은 미국 문 화와 불가분의 관계다. 카우보이, 발명가, 전사는 모두 미국을 폭풍 속으 로 밀어 넣는 역동성을 상징하고 그 폭풍을 견뎌내면 미국은 발전한 모 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한 가지가 있다. 나는 미국인 하면 미묘함이 떠오른다. 미묘함은 보통 미국인의 특성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인은 세련되지 못하고 교양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낯선 땅에 이주해 삶을 개척 하는 역량과 끊임없이 변하는 기술과 관습에 적응하면서 사는 역량, 그리고 끊임없이 재규정되는 땅에서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 역량을 갖추 려면 미묘함과 깊이가 상당히 필요하다. 미국의 회복력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그 어느 특징보다도 카우보이 전설에서 이러한 회복력이 더 잘 드러난다.
- 미국의 발명에 대해 논하려면 이 나라가 저지른 끔찍한 도덕적 범죄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발자크(Balzac)에 따르면, 대단한 행운의 배후에 는 반드시 끔찍한 범죄가 있다. 그리고 미국이 얻은 대단한 행운에는 두 가지 범죄가 있다. 흑인을 노예로 삼은 사실과 인디언 학살이다. 이 두 가 지 범죄를 거론하면서 미국은 그 어떤 도덕적 권위를 행사할 자격도 없 다고 깎아내리는 이들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은 도덕적인 프로젝 트였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이러한 범죄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 의미를 절대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 두 가지 범죄에 대해 국 가적으로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러하듯이, 통 상적으로 거론되는 방식보다 도덕적, 역사적으로 훨씬 복잡한 사연이 있 고 따라서 완결되지 않은 논의다. 죄책감은 실재한다. 동시에 해명도 존 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정당화된다는 뜻은 아니다.
- 사람들은 미국을 평가할 때 날마다 쏟아지는 뉴스 기사나 당장 유행하는 추세나 정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매우 질서정연한 두 가지 주기다. 바로 제도적 주기와 사회경제적 주기다. 제도적 주기는 연방정부와 나머지 미국 사회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데, 한 주기의 수명은 대략 80년이다. 사회경제적 주기는 50년마다 바뀌고 미국 경제와 사회의 역학관계를 바꾼다. 각 주 기마다 똑같은 과정을 밟는다. 현 주기의 특성들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 하지 못하게 되면 그 주기의 모델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정치적 긴장도 가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하 게 된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면 미국은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며 이 주기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때까지 작동한다. 이 두 주기의 수명이 각각 80년과 50년인 이유는 다른 복잡한 특성들과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다. 제국을 관리하려면 무력 사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첫 번째 대응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면 세계적인 제국은 끊임없이 전쟁을 수행하게 될 가능 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전략은 외교를 펼치 든가 자국의 군사력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군사력을 이용해야 한다. 다 른 나라의 군사력을 무장시키고 그들에게 싸워야 할 정치적, 경제적 유 인책을 제공함으로써 제국의 군사력을 개입시키지 않고 문제를 봉쇄하 는 방법이다. 영국은 이러한 기법을 이용해 비교적 소규모 영국군대로 인도를 장악했다. 한 세기에 걸쳐 제국을 관리하는 동안 영국은 대규모 군사력을 거의 동원하지 않았다. 영국은 아메리카를 상대로 군사력을 사 용했을 때 실패했다. 보어 전쟁(Boer War)에서 군사력을 사용했을 때는 힘겹게 이겼다. 영국은 군사력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자제했고, 무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영국은 현지의 세력들이 그들 나름의 이유로 영국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싸우도록 하는 방식으로써 제국을 경영했다.
- 제국이 처하게 되는 가장 큰 위험은 끊임없는 전쟁이다. 세계에 이해 관계가 걸려 있으므로 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우선 전쟁으로 대응하면 제국은 늘 전쟁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늘 전쟁 을 수행하고 있다면 제국이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를 이용하려는 누군가에게 제국은 늘 취약해진다. 무엇보다도 제국이 제국을 구성하 는 시민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고 그들을 지치게 하고 전쟁으로 그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다면 제국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금방 증발하게 된 다. 로마와 영국은 둘 다 제국을 경영하면서 최소한의 직접적인 군사력 만 사용하고 다른 방법들을 선호했기 때문에 생존했다. 문제는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은 정서적으로, 제도적으로 공격에 (설사 군사력 사용이 부적절하거나 불충분하다고 해도) 대규모 군사력으로 대응하 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관심을 분산시키기보다 그 특정한 위 협에 대응을 집중하도록 조직화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그 위협은 독일과 일본이었다. 냉전시대에는 소련과 중국이었다. 두 경우 모두 미국은 나머지 세상을 우선적인 위협이라는 색안경을 통해 바라보았다. 따 라서 아프리카에서 문제가 생기고 소련이 개입하지 않으면 미국도 대응하지 않았다. 소련이 개입하면 미국은 집착하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이 불필요하게 도덕적 원칙을 위반하고, 미국이 보기에 역겹고 그다지 미국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권들과 손을 잡게 되었다. 단 하나의 적에 완전히 집중하면서 다른 모든 전략적, 도덕적 사항들은 기껏해야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슬람권과의 전쟁은 미국이 제국으로서 수행한 첫 번째 전쟁이지만, 미국은 마치 자국이 그저 단순한 강대국인 것처럼 싸웠다. 미국은 자국 의 군사력을 동원해 집착에 가까운 집중력을 위협 대상에게 쏟아부었고 자국의 다른 세계적인 관심사들은 등한시했으며, 자국의 자리를 대신할 대안들을 찾는 데 있어서 신중함이 없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나 냉전을 치른 나라에서 탈피해 스스로 제국임을 인식하는 제국으로 변신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요하지만 제한된 관심사를 지닌 강대국에서 역대 가장 거대한 제국으로 변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도적으로 미국은 전투를 거절할 줄을 모른다. 군사력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문제를 해결하려고 툭하면 군사력을 동원한다. 워싱턴 정가에서 의 의사결정 구조는 복잡하고 분산되어 있으며 모순이 가득하다.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긴 했지만 일상적인 판단이 아니라 주로 위기상황에 서의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했다. 따라서 해결할 문제가 있으면 무엇이 든 위기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의사결정 체계가 작동 하지 않고 멈춰버린다. 위기 수준 이하인 사안에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제국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고, 위기에 미치지 않는 문제를 다룰 때는 효과적인 의사 결정이 불가능해진다. | 이 때문에 연방정부에는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압박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2020년대에는 더 욱 심해지게 된다. 예산과 인력의 전체적인 면모는 미국이 원하지 않는 제국을 경영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압박은 정부의 효율성을 저하 시키고 사회적, 경제적 역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거의 20년 동안 전쟁을 수행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구조의 연방정부로 이를 감당해온 상황이 필연적으로 2020년대와 2030년대에 미국이 직면하게 될 주기적 위기에 기여하게 되었다는 점이 놀랍지 않다.
-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건국의 아버지들은 실제로 연방정부가 과학에 관여하는 미래를 구상했다. 아메리카의 준주들이 주로 승격되는 방안을 담 은, 토머스 제퍼슨이 작성한 북서부 조례에는 새로 주가 되는 지역은 토지를 확보해서 대학을 창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정부 가 과학에 관여한다는 원칙은 처음부터 존재했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 로 진화했다. 대학, 연방정부, 민간산업은 이 기간 동안 합심해서 개인의 삶을 변모시켰다. 이 모델은 여전히 왕성하게 실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살펴보자. 휴 대전화(cell phone)는 1985년 미국 육군이 최초로 사용했다. 국가정찰국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은 첩보위성에 사용할 목적으로 스마트 폰에 장착된 카메라를 최초로 설계했다. 휴대전화의 GPS 기능은 미국 공 군이 최초로 고안하고 사용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자원부가 개발했고 인터넷을 개발한 선구자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손에 쥔 스마 트폰에는 군사용 하드웨어가 집결되어 있고, 대부분이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로서 군은 이를 무기로, 기업은 소비자 상품으로 변신시켰다. 연방 정부의 발명은 특허를 출원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 같은 기업들은 이 기 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과학, 산업, 연방정부, 특히 군이 합심 해서 미국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리가 목격하는 이 체계의 성 공과 실패는 연방정부와 제도의 재규정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이 모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미국을 세계 2대 초강대 국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 모델은 경제대공황도 끝냈고 미국의 지속적 이고 급격한 성장을 가능케 했다. 연방정부와 민간 부문의 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변했다. 이 관계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중심적인 역할을 했 다. 제2차 세계대전은 산업기반을 이용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승패가 결 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 사회의 각 부문을 하나로 엮어 통합관리가 가능한 통일체로 만들어야 했다. 실제로 연방정부는 경제 를 주도하면서 원자재를 배분했고 무엇을 생산하고 생산하지 않을지, 그 리고 어떻게 분배할지를 주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제도와 사회는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와 비 교해 완전히 딴판으로 변했다. 이때 두 번째 제도적 주기가 끝났고 미국은 다시 한 번 변신을 시작하게 된다.
- 명심해야 할 점은 정치적 갈등과 잡음은 뿌리 깊은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덮고 있는 겉껍질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정치는 체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니다. 체제가 정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루즈벨트와 레이건이 새로운 시대를 창설한 게 아니다. 그들이 등장한 시대가 위기에 빠져 있었고 이 위기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과거와의 단 절이 절실히 필요했고 루즈벨트와 레이건은 불가피한 이 과정을 주관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다섯 차례의 사회경제적 주기를 겪었다. 첫 번째 주기는 조지 워싱턴과 더불어 시작되어 존 퀸시 애덤스와 함께 막을 내렸다. 두 번째 주기는 앤드루 잭슨으로 시작해 율리시즈 S. 그랜트와 더불어 마무리되었다. 세 번째 주기는 러더퍼드 B. 헤이즈로 시작해 허버트 후버와 함께 막을 내렸다. 네 번째 주기는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함께 시작되어 지미 카터와 함께 막을 내렸다. 다섯 번째 주기는 로널드 레이건과 함께 시작되었고 2028년에 대통령에 선출될, 아직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더불어 막을 내리게 된다. 대통령은 그저 도로 표지판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주기는 앞을 분간하기 힘든 심층부에서 꿈틀거리며 작동한다.
- 레이건 주기는 루즈벨트 주기로부터 물려받은 자본 부족 문제를 조세구조를 바꿈으로써 해결했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과세를 줄이자 투자자 계층은 투자 자금을 풀었고 이는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유인책이 되었다. 그 결과 낡은 공장에 대한 투자가 봇물처럼 쏟아져 산업시설 현대화에 박차를 가했고 경영 방식도 재정비되었다. 이와 더불어 혁신적 기업 활동이 폭증했고 주로 그 활동은 마이크로칩에 집중되었다. 투자 성공에 대한 보상이 증가하자 투자자들은 더욱 기꺼이 위험을 감수 했다. 이러한 경제 팽창은 미국과 세계의 경제를 휩쓸었고 2008년에 금 융위기가 터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루즈벨트 주기를 상징하는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는 그 시대에 효율적인 조직이었다. 그러나 성장 역량이 하락했다. 내연기관은 극적인 혁신에 있어서 그 한계에 다다랐고 내연기관이 움직이는 자 동차도 혁신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 1950년대 중엽 무렵 자동차는 급 격한 변화보다는 사소한 기술적 변화만 요구되는 형태에 도달했다. 따라서 외관과 마케팅에 집중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졌고 GM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길을 모색했다. 그 하나가 제너럴모터스납부공사(GM Acceptance Corporation) 설립이었다. 이 공사는 자동차 구매 자금을 빌려주는 조직으로 출발해 거대한 금융기관으로 변신했다. 이 조직은 자동차 판매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자동차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상한이 정해졌고 초점은 효율성에 있었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공정에 대해 해박한 경영자들이 자동차 공장 운영을 맡아 자동차에서 대출에 이 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업들을 운영했다. GM은 너무나도 많은 산업들에 분산되어 있어서 자사의 핵심시장에서 일본과 독일 기업들과 경쟁하기가 버거웠다. 이 두 나라 기업들은 하나같이 훨씬 최신 산업시설을 보유하고 있었고 주요 상품 생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GM은 분산되고 몸집이 커지고 복잡해지고 불필요한 직원이 늘어난 기업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복잡한 조직을 유지하려니 많은 인력이 필요 했다. GM 같은 기업은 재정비되어야 했다. 핵심 논리를 상실했기 때문 이다. 바로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수익률 말이다. 이게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그런 기업들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오래 근무해온 수많은 직원들이 해고되었다. 40대와 50대였던 이들은 대부분 그들이 받던 급여 와 같은 수준의 급여를 주는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급여와 직원의 수가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피고용인의 잘못이 아니었다. 기업을 복잡하게 만들고 초점을 잃게 만든 논리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 이전의 주기가 실패하는 지점에 도달하거나, 보다 정확히 말해서, 비효율성이 점점 증가한다. 실패가 명백해지기 전에,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하기 10여 년 전부터 정치적 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정 치적 위기는 사회적, 경제적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전조현상이다. 새로운 사회적 세력이 부상해 성숙기에 이르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나라를 분열시킨다. 사회의 일부 계층이 보기에 경제가 참기 어려울 수준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또 다른 계층은 계속 이득을 보는 시대에 접어든다. 기존 사회질서의 중심세력과 새로운 사회질서의 중심세력이 서로를 경 멸하고, 이러한 경멸은 정치적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한편 필요한 경제적 변화를 지연시킨다. 기존 사회질서의 중심세력은 미래에도 과거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새로운 사회질서의 중심세력은 전혀 다른 접 근방식을 요구한다. 구 엘리트 계층은 루즈벨트와 새로운 사회계층을 폄 하했고, 새로이 부상하던 사회계층은 루즈벨트에 대해 반감을 지닌 부유 한 구 엘리트 계층과 소규모 마을 거주자들을 경멸했다. 이들은 나중에 자기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도시 산업근로자들을 경멸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계층들 간의 갈등과 서로에 대한 경멸이 늘 나라를 사분오열시키는 듯이 보인다. 저물어가는 시대의 최후의 승부수는 그 시대의 원칙과 관행을 지키는 데 철저히 전념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이다. 이 러한 대통령들 애덤스, 그랜트, 후버, 카터?은 자신이 당면한 문제들 을 해결한다면서 유명무실한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위기를 증폭시키고 악화시켰다. 이들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데, 새로 부상하는 사회적 계층의 지지로 당선된 새 대통령은, 현실을 제대로 파 악해서는 아니면 그저 현실에 대응하려는 노력에서든, 지나간 시대의 경제정책들을 완전히 바꾸고 새 시대에 새로운 주기가 작동되는 과정을 시작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게 바로 이 과정이다. 레이건 시대는 한계에 도달했고 더 이상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 실패는 서로 갈등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층들의 조합이 탄생하는 과정에 비롯된다. 이는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 가 시작되고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반영되어 있다. 이 위기는 2020년대 내내 계속된다. 2024년에는 저물어가는 시대의 가치를 표방하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 된다. 그가 대통령직에 실패하게 되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계층이 권력을 잡고 새로운 경제적 기조를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에 시작된 폭풍에 뒤이어) 2030년대에 새로운 주 기가 시작된다. 2030년대에 접어들면 몇 년에 걸쳐 정치적 대결, 사회적 갈등, 경제적 역기능 문제가 해소된다. 이 주기는 새로운 시대를 탄생시 키게 된다. 과거와는 다르지만 미국의 특징인 발명이라는 토대 위에 구축된 이 주기는 반세기 동안 지속된다.
-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는 부정적인 정서나 독설을 확산시키는 주범이라고 비난을 받는 새로운 소통기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 미롭다. 1960년대에 그 장본인은 TV였고, 국민은 이 새로운 매체를 수 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피해자가 되었다. 1920년대에는 영화가 그 역할을 하면서 집단적인 정서와 방종을 확산시켰고 라디오도 이에 편승해 사건 의 즉각적인 보도에 열을 올렸다. 늘 비난의 대상인 새로운 형태의 매체 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매체는 그저 당대의 예기치 못한 극심한 증오를 전달하는 통로일 뿐이다. 인터넷 덕분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백만 명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다른 이의 주장을 접하지 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부족처럼 나뉘어 끼리끼리 교류한 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견해를 지닌 사람들을 팔로우 하면서 자신이 지닌 감정을 더욱 강화한다. 인터넷의 유유상종 성향은 생각이 다른 이들의 침투를 제약한다. 폭스(FOX)와 MSNBC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당파적으로 갈라지듯이 말이다. | 이러한 분열과 적대감은 새로울 게 없다. 사회적, 경제적 주기가 바뀔 때면 분열과 적대감은 늘 존재한다. 레이건 이전에 미국은 중산층과 이에 맞서는 문화 계층으로 분열되었다. 루즈벨트 전에는 공산주의 색깔론, 휴이 롱의 포퓰리즘이 있었고, 소규모 마을 거주자들과 부유층이 도시 거주 이민자들과 대립했다. 헤이즈 전에는 남북전쟁이 있었고, 이러 한 분열의 사례는 계속 이어진다. 적대감도 새로울 게 없고 새로운 통신 수단 탓도 새롭지 않다. 새로운 주기로 전환하는 과도기, 특히 첫 단계에 서는 일반 대중의 분노가 증폭되는데 이는 보통 점증하는 경제적, 사회적 고통과 관련 있다. 현재 미국이 목격하는 현상은 약간 다르다. 이번에 기존의 주기와 새 주기 사이의 전환기가 독특한 점은 인터넷이나 갈등이 아니라, 앞서 말 한 바와 같이, 사회경제적 주기와 제도적 주기가 거의 동시에 위기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에 가장 근접한 전환기가 한 번 있기는 했다(두 주기 의 전환기가 15년 간격을 두고 일어났다). 바로 1929년 경제대공황의 형태 로 사회경제적 위기가 일어나고 제2차 세계대전 끝 무렵인 1945년에 제 도적 전환기를 맞았을 때이다. 그러나 주기들은 언제나 실패로 마무리되고, 현재 역사상 최초로 두 주기가 동시에 실패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 다. 각 주기의 실패는 정치체제에 스트레스를 가한다. 이번 경우에는 전 례 없는 스트레스를 정치체제에 가하게 되고 미국 국민은 이미 이를 체 감하고 있다. 다가오는 폭풍의 언저리에서 부는 바람이 느껴지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나머지 공화당과 기술관료들이 보기에 이 공약은 어처구니없었다. 그들은 미국이 이미 위대할 뿐만 아니라 그 위대함을 한층 신장시키고 있다고 믿었다. 쇠락하는 산업근로자 계층이 보기에 미국은 사실상 쇠락 하고 있었다. 그들 자신의 입지가 점점 취약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 럼프는 상대방을 모욕하고 지지층에게 약속하고 지지층을 위해 분노했 다. 그는 훌륭한 정치인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언행은 모조리 했다. 그러나 바로 그게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통상적인 정치인처럼 말하지 않 았다. 공화당은 이 시점에서 통상적인 정치인이 얼마나 강렬한 경멸의 대상인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기술관료들에게는 불가해한 인물이었다. 백인 산업근로자 계층이 기술관료들에게 이해 불가해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로널드 레이건의 승리를 헤아리지 못했듯이, 또 공화당이 프랭클린 루즈 벨트의 승리를 헤아리지 못했듯이 트럼프의 승리도 불가해했다. 그들은 트럼프와 그의 독특함과 그의 막말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문 제가 아니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 시절, 사설 이메일 서버 로 국가기밀을 주고받으면서 기밀관리에 소홀했다는 사실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클린턴은 마치 자신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 양 행동 했다. 트럼프는 납득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게 자명했고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주변부로 밀려난 소수였으며, 치료받아야 할 “병"이 있는 이들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주변부로 밀려난 소수도 아니었고 힘을 장악한 계층도 아니었다. 2016년 선거는 본질적으로 소란스러운 교착상태를 낳은 무승 부였다. 트럼프는 제도적으로 발이 묶였고 비정부 조직의 반대, 특히 언 론매체의 반대에 발이 묶였다. 트럼프는 반대자들을 설득해 입장을 바꾸 게 만들 수 없었고, 트럼프를 반대하는 이들도 트럼프 지지자들을 설득 해 자기들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는 새로운 시대로 가는 전환기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는 그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결단력 있는 지도자이고 그를 반대하는 이들 에게는 위협적인 요주의 인물이다. 트럼프는 두 계층 간의 다툼을 보여 주는 첫 번째 징후다. 그러나 부상하는 계층은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않 았고 쇠락하는 계층은 계속 힘이 빠지고 있다. 2020년대에는 현재의 갈 등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지리라는 뜻이다.
- 사회경제적 주기는 사회적, 경제적 실패에 의해 결정된다. 제도적 위기는 미국이 싸워온 전쟁이 결정한다. 2020년대에는 미국의 면모를 결정 해온 이 두 가지 주요 주기가 서로 얽히게 되고,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체제를 갈아엎는 동안에도 실패감이 깊어지게 된다. 정치 체제보다 정치체제를 압도하는 듯이 보이는 문제들이 더 중요해진다. 정 치인이나 전통적인 미국의 입장뿐만 아니라 전체 체제에 대해 점점 냉소 적이 될 때는 정치적으로 열정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정치적 열정은 그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근거로 한다. 2020년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 선되든 안 되든, 냉소주의와 더불어 무관심이 팽배하게 된다. 2020년대 의 위기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에서 비롯되겠지만, 이는 또한 공화국 자체에 대한 신념의 위기가 될 것이다.
- 문제는 연방정부 자체에 대한 연방정부의 관계다. 현재의 연방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탄생한, 고도로 중앙 집중화되고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전문가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는 GM을 파산에 이르 게 한 바로 그 모델이다. GM의 경영은 탁월했다. 경영진이 내부 기능들 을 장악한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말이다. 그러나 GM은 동시에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창의적이면서, 그러면서도 부분들이 궁극적으로 시 장에서 제 기능을 하는 전체를 구성하는 체제를 구축할 수 없었다. 규모 가 작을수록 관리하기 쉽지만 규모의 문제도 아니었다. 애플이나 골드만 삭스처럼 규모가 아주 크지만 잘 관리되는 기업들도 있다. 제2차 세계대 전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기업들은 변하거나 사라졌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변하지 않았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권한을 분산시키면서 연방정부 자체가 수많은 기구들이나 비공식적인 구조로 쪼개졌고, 쪼개진 각 부서는 아주 협소한 기능에 집착하고 다른 부서와 효과적으로 협력하지 못했으며, 대부분이 자기 부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다른 부서들과 갈등을 빚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정부의 행동이 일관성이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정책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성공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을 치르 게 되고, 한 정책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정책의 성공을 저해하게 된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없고 체제를 구성하는 부품에 불과한 전문가들은 여우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복잡한 구조에 접 근할 수도 없다. 그 결과 외교정책에서 의료보험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 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이 나와도 해결책 자체가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워진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수립된 연방기구들이 있 다. 시장을 감독하는 책임을 맡은 연방기구들이 있다. 사기를 감시하는 책임을 맡은 연방기구들이 있다. 경제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연방기구 들이 있다.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의 전 과정에 연방정부가 관여했지만 관련된 연방정부 기구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았다. 협력했다면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패니매에서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 대출을 매입하는 전문가들, 연방수사국에서 화이트칼라 범죄를 수사하 는 전문가, 증권거래위원회 전문가, 연방준비제도의 전문가는 모두 다 오로지 하나만 아는 고슴도치였지, 많은 것을 아는 여우가 아니었다. 그 러니 시장이 붕괴되었어도 놀랍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대에도 계속되면서 보다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 레이건 정부 하에서 세제를 개편하면서 투자 자본이 급증했고, 이는 새로운 핵심기술인 마이크로칩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경제적, 사 회적 현실을 탄생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같이 새롭게 재탄생 한 기업은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모시켰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새로 운 부유층이 부상했고 이는 동시에 기존의 산업체제의 쇠락에 기여했다. 산업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데 투자자금이 흘러들어가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근로자들은 해고되었다. 마이크로칩을 기반으로 한 경제의 투 자수익률은 치솟은 반면 전통적인 산업의 수익률은 정체되었고, 산업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산업근로자들의 대량 실직과 불완전 고용 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입지를 잃은 산업근로자 계층의 깊은 분노로 이어졌고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계속 그러한 분노는 이어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관료 계층은 산업근로자 계층의 경제적 토대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문 화적 가치의 토대도 흔들었다. 산업근로자 계층은 그들이 여전히 우러러 보는 교회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관을 형성해 왔는데, 그러한 가치관 은 혐오증(phobia)의 형태가 아니다. 기술관료 계층의 일부인 연방정부 는 산업근로자 계층의 가치관을 공격하는 진영의 편을 들었고, 심지어 그러한 공격을 주도하기까지 하면서 쇠락하는 산업근로자 계층을 경제 적으로,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계층처럼 취급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중요. 한 게 아니었다. 사실 해고된 산업근로자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 대부분은 경제가 체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있다.
-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노동생산성 표를 보면 1962년부터 1982년까지 의 생산성 하락과 21세기 들어 2010년대 첫 몇 년 동안의 생산성 하락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 향상의 주요 요인이고 생산성 향상이 경제를 성장시킨다. 마이크로칩 기술이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새로울 게 없다. 문화가 기술의 성숙과 쇠퇴를 예상하지 못 한다는 사실도 새로울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핵심기술이 등장할 때까지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 년은 제도적 주기와 사회경제적 주기가 겹치면서 야기하는 위기 때문에 아주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게다가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핵심기술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은 점점 심해진다. 마이크로칩이 주도하는 경제의 전성기에 어마어마한 양의 자본이 창출되었고 이러한 자본은 “순자산 가치가 대단히 높은 개인 요즘은 부 자를 이런 식으로 일컫는다. 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기관들이 보유했다. 금융계는 독특한 문제에 봉착하면서 2020년대에 고통을 보태게 된다. 현 재의 주기 동안 어마어마한 자본이 창출되었고 이러한 자본을 손에 넣은 계층은 이를 소비하기보다는 투자하는 데 썼다. 그 돈은 투자처를 찾아 야 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창업이 줄어들면서 투자처를 찾기가 훨씬 어 려워졌다. 특히 2008년 이후 투자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게 1970년대와 정반대 상황에 처했다. 당시에는 자본이 부족했다. 지금은 자본이 과잉이다. 이자율은 역대 최저다.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저이자율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중앙은행이 이자율 하락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투자처를 찾는 자금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마이크로칩을 기반으로 한 사업 기회와 그러한 사업에 투자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의료 부문과 소매업을 비롯해 보다 전통적인 투자처로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이는 첨단기술이 아니다. 이러한 뭉칫돈은 안전한 투자의 대안으로 국채에 흘러들어가면서 돈의 가격을 계속 떨어뜨리고 이는 은퇴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이미 재정적으로 손실을 입은, 고령화하는 산업근로자 계층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나마 수중에 남은 자산도 이렇다 할 이윤을 창 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들은 더욱 강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 명문대에 한참 못 미치는 대학에 다니는, 쇠락하는 산업근로자 계층의 자녀들이 그들의 사회적 상향 이동을 도와줄 누군가를 만날 가능성은 희 박하다. 대학교는 단순히 기술이나 지식만 가르치지 않는다. 대학교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진입하게 될 세계의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사회화하고 그들을 이미 그 문화에 속한 이들에게 소개해준다. 이는 1920년대에 아이비리그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려는 이민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게 요점이다. 쇠락하는 산업근로자 계층은 이민자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정치적으로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는다. 구글 엔지니 어나 골드만삭스 파트너가 되고 싶으면 스탠퍼드나 하버드 대학교 졸업 장이 있어야 하고, 주기들의 역학관계 때문에 명문대학교 졸업장은 사회 적, 문화적 규범에 부합하는 이들이 지닌 특성이 되었다. 하버드 대학교는 이에 대해 상당히 직설적이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 니라고 생각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가족 환경과 경제 사정 때문에 과외활동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인정하면서, 이러한 학생들에게 여가 시간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들에 게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기회가 주어지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 하버드가 학생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중요한 평가 기준에 다음과 같은 사항도 들어 있다.
다른 학생들이 당신과 같은 방을 쓰고, 당신과 밥을 같이 먹고, 당신과 함께 세미나에 참석하고 싶어 할까? 그리고 구성원들끼리 아주 친밀한 관계인 과외활동 집단에서 당신과 같은 팀에 속하거나 협력하고 싶어할까?
다시 말하면, 네가 우리 학교에 어울릴까? 네 동료 학생들이 너를 높이 평가할까? 18세~19세 학생들의 사회성이 유연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건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특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높이 평 가해야 할 대상은 전혀 딴판인 이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하버드는 결 코 대다수와 어울리지 않을 학생을 환영했다. 이제 하버드는 다시 F. 스 코트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소설에 나올 법한, 자기 학교와 찰떡궁합인 학생을 찾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이미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다. 앞으로 닥칠 10년 동안 미국은 두 주기가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경제적, 사회적 압력이 촉발하는 교육과 기회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 2024년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레이건 주기의 마지막 대통령을 선출 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나 허버트 후버와 마찬가지로 2024 년에 당선될 대통령도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이 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건 시대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적용하게 된다. 세 율을 낮추고 규제를 줄이는 원칙 말이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 마찬가지 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이 해결하려한 문제는 자본 부족이었고 세율 을 낮추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레이건 주기의 끝자락 인 현재, 문제는 자본이 성공적으로 확대되었지만 자본은 더 이상 경제 를 견인할 역량이 없고 사회적으로 불평등만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실행하는 해결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악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2028년 선거에서는 미국을 통치하는, 전혀 색다른 제도적, 사회경제적 원칙이 도입된다. 이 선거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타나겠지만, 의회의 지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탄 생하게 된다. 레이건 시대의 마지막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추진력 역할을 하게 된다. 로널드 레이건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 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세금 삭감이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지만, 임기응변으로 헤쳐 나갔다. 대통령은 자신이 하겠다고 생각한 일을 하지 않고 현실이 요구하는 일,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 미국은 고요한 시대를 맞기 위해서 반드시 폭풍을 겪어야 하는 나라다. 미국인은 현재와 미래에 매달리고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 에 이번처럼 서로에게 무례하게 굴고 격렬하게 반목했던 시기가 과거에 는 결코 없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은 모든 게 붕괴되기를 기다 렸다가 막상 붕괴되면 이를 야기한 이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 을 혐오한다. 스스로 옳다고 확신에 차서 자신이 경멸하는 이들에 대해 때 로는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가용한 원료를 이용해 역사의 패턴을 그대로 반복한다. 세계 속에서 미국의 힘은 저절로 유지된다. 어 마어마한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문화를 지닌 미 국 같은 나라의 힘은 미국이 증오의 대상이라고 해서 쇠락하지 않기 때 문이다. 제국은 하나같이 증오와 질투의 대상이다. 증오도 질투도 제국의 힘을 약화시키지는 못한다. 미국의 건국에서 불변인 것 미국인의 권리와 헌법은 미국의 신중 함과 무모함 둘 다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징이 복 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은 거의 250년에 걸쳐 안정과 혼돈을 반복하 며 진화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이 멈추리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현 재 미국이 겪는 폭풍은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의 삶에서 이 시기에 당연히 겪어야 하는 현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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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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