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은 개체 차원의 유전자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집단 차원 유전자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환경은 그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쉽게 남길 수 있게 함으로써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보통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환경이 물결처럼 변화하기는 하나 일정한 균형을 유지한다. 또 한 쪽으로만 변화하지는 않으므로 환경이 유전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관대한 편이다. 따라서 진화에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때로는 단기간에 유전자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환경 변화나 인위적 선택으로 특정한 유전자의 우위성이 급속히 증가함으로써 그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증가하는 경우다.
한 예로, 불도그나 요크셔테리어와 같은 견종을 만들어내는데는 몇 만 년, 아니 몇천 년도 걸리지 않았다. 원하는 특성을 보이는 개체를 인위적으로 선택하면 겨우 몇 세대 만에 매우 개성 넘치는 견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젖소의 대표 종인 홀스타인은 1964년부터 40년간 계속 인위적 선택을 받은 결과, 우유의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전자 자체가 변화했다. 현재 인간에게 일어나는 현상도 이와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환경이 디스커넥트 유형에 유리한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 해 이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이 반려자로 선택받는 기회가 늘어 자 손을 쉽게 남기게 된다면, 특정 집단에서 디스커넥트 유형의 비율 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지배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특성이라고 하면 인간이 아닌 사물이나 기술에 대한 친화성일 것이다. 이 유리한 유전자가 디스커넥트 유형의 증가를 초래하는지도 모른다.
- 응답적 반응이 부족한 환경 탓에 애착이 손상되면 처음에 는 더 관심받고 싶은 마음에 과도한 애정을 요구하는 불안형이나 애착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미해결형이 증가한다. 하지만 더욱 사 태가 진행되면 애정을 요구하기조차 포기하고 기대치를 크게 낮춰 안정을 되찾으려는 마음에 디스커넥트 유형이 증가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일시적으로 불안형 애착과 이에 수반되는 애착 관련 장애가 급증하나 점차 디스커넥트 유형으로 이동하고, 디스커넥트 유형에 수반되는 문제가 중심을 이루게 된다.
- 자폐 스펙트럼증의 증가에는 거의 확실하게 밝혀진 요인이 있 다. 바로 늦은 결혼이다. 남녀 모두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되면 아이 가 자폐 스펙트럼증을 앓게 될 위험성이 증가한다. 연령 증가에 따 른 난자와 정자의 질 저하와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자 폐 스펙트럼증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대체로 결혼을 늦게 할 가 능성 또한 있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부모 는 대체로 학력이나 수입이 높다. ADHD가 오히려 어린 부모나 사 회 ·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서 유병률이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
결혼이 늦어지면 자손을 남기기에 불리하다. 따라서 자폐 스펙트럼증이 늦은 결혼과 관련되어 있다면 사회 내의 유병률은 분명 억제될 것이므로 자폐 스펙트럼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증 환자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서 자손을 남기는 데 매우 불리하다. 자폐 스펙트럼증이 오랜 기간 사회의 이목을 끌지 못한 데에는 이 질환이 극히 드물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손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으리라. 그런데도 현실 세계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증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가능성 있는 설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폐 스펙트럼증은 사실 환경 요인의 영향을 쉽게 받으므 로, 양육 환경이나 정보 통신 환경의 급격한 변화 탓에 이런 특성 을 보유하는 상태가 증가한다는 가능성이다. 이 경우 자폐 스펙트 럼증이 유전되는 심각한 신경 발달 장애'라는 정의를 충실히 따른다고 가정하면, 증가한 비율은 대부분 자폐 스펙트럼증이라기보다 디스커넥트 유형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설명은 자폐 스펙트럼증의 유전자를 일부 보유해야만 적응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확대되고 있는 까닭에 이런 유전자가 선택되었다는 가능성이다. 개체 차원의 적응에 머무르지 않고, 환 경이 그 환경에 적응하는 데 바람직한 유전자 변이를 선택하고 집 단 수준으로 늘려가는 시스템을 '진화'라고 한다. 여태까지는 진화 를 백만 년 단위의 시간적 규모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뒷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오늘날처럼 환경이 급 변하는 상황에서는 진화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추측된다.
- 코크란과 하펜딩이 주목한 집단은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이다. 그들은 살던 터전을 빼앗기고 전 세계에 흩어졌는데, 이주 한 곳곳마다 배척과 탄압을 받는 바람에 유전적으로 고립된 집단이 되었다.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은 처음에 교역으로 자본을 축적 했지만 머지않아 오로지 고리대금업만을 생업으로 삼게 되었다. 금융업으로 성공하려면 숫자나 문자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 다. 유전적으로 격리된 집단이 이러한 선택압을 받게 되자 적응에 유리한 변이가 효율적으로 축적되었다.
그리하여 천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의 지능지수는 다른 민족의 평균 지수보다 12~15점이나 높아졌다. 아이큐가 140 이상 되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다 른 민족보다 몇십 배나 높은 것이다. 그 결과, 과학사의 중요한 발 견은 대부분 지극히 소수의 유대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코크란과 하펜딩에 따르면 2007년까지 과학 관련 노벨상을 받은 미국인의 4 분의 1 이상이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능의 상승이란 이 진화에는 희생이 뒤따랐다. 신경계의 원활한 작용을 위해서는 시냅스라 불리는 신경 세포 간의 결합부가 활발히 만들어지거나 축삭 또는 수상 돌기 같은 신경 섬유 의 성장이 양호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신경계에 질 환이 생기는데,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에는 테이 · 삭스병o(Tay-Sachs disease)이나 니만 · 피크병 (NiemannPick disease)과 같은 선천적 신경 질환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지능을 높여야만 살아남는다는 선택압이 가해지는 가운데, 신 경계 질환에 걸릴 리스크란 대가를 치러서라도 높은 인지 기능을 얻으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장애를 얻게 될 리스크를 짊어지 더라도 높은 지능을 가지는 것이 민족이 생존하고 자손을 남기는 데 유리했던 것이다.
- 아이큐를 12~15점 올리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테이 · 삭스 병이나 니만 · 피크병의 증가라 해도, 그리하여 27명 중 1명이 테 이 · 삭스병의 열성 유전자를 보유한다고 해도, 자연 상태에서 발 병할 확률은 0.2% 정도이고 실제로는 출생 전 진단으로 발병률을크게 줄일 수도 있다.
한편 디스커넥트 인류를 만들어내는 기세는 그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커서,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의 지능 진화를 훨씬 능가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훨씬 심각하고 엄청난 규모의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애착이 급격히 희박해져서 육아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고 육아 그 자체를 회피하게 됨으로써 점차 다양한 애착 관련 장애가 엄청난 규모로 증가할 것이다. 과연 이것은 디스커넥트 인류가 탄생하기 위한 산고의 고통일까, 아니면 파멸의 서곡일까.
- 하라리는 IT혁명을 두고, 인본주의를 구가했던 인류를 만능 옥좌에서 단순한 데이터 단말기로 끌어내림으로써 주체성을 빼앗 아, 결국 인간을 국제적인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IT혁명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뇌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애착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켜 버린다. 는 점이다. 정보 처리 시스템인 뇌는 무한한 정보에 접속할 수 있 는 네트워크에 매료되면 시간도 잊을 만큼 여기에 빠져든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 속 인간관계를 희박하게 하고 정서적 교류나 친밀한 관계를 잃게 만든다. 극적인 변화는 편리하고 즐거움에 가득 차있으므로 장점만 있을 듯하지만, 1~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의 행동이나 생활을 급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머지않아 행동뿐 아니라 감정이나 인지 차원에서도 변화를 일으켜, 년 단위, 세대 단위의 세월이 흐르면 점차 뇌 구조 자체나 유전자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바로 육아나 아이의 발달, 그리고 애착 시스템이다.
- IT혁명은 바쁜 부모로부터 방치당한 사람,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사람, 만남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 늘어나 디스커넥트 유형이 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바로 그때 일어났다.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인터넷과 IT 기기가 금세 사회에 침투한 까닭은 시대가 원했기 때문이다. 이는 디스커넥트 인류를 더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영역으로 밀어낸 순간이기도 했다.
- 디스커넥트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은 친밀한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고독한 환경에 강하다.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 환경에 놓이면 애착을 가진 공감형 인류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심하면 환각이나 망상에 사로잡혀 정신 착란을 일으키거나 정신 기능이 무너진다. 구치소 등의 독방에 수감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간저 증후군(Ganser syndrome)이 대표적인 예다.
애착을 필요로 하는 공감형 인류에게 타인과의 관계가 모조리 단절되는 것은 마실 물이 끊기는 것과 같은 고문이다.
- 하지만 디스커넥트 인류는 공감형 인류에게 분명 극도의 스트레스일 환경에 손쉽게 적응해버린다. 일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그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살아도 고통이나 답답함을 거의 느끼지않는다. 오히려 쾌적함을 느끼고 안심하기까지 한다. 얼굴을 맞대는 인간관계를 훨씬 번거롭게 여긴다.
프리드리히 니체나 에릭 호퍼(Eric Hoffer) 같은 디스커넥트의 선구자들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독한 환경으로 들어갔다. 
- 디스커넥트 인류가 대면 의사소통을 선호하지 않는 데 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이유는 에너지의 불필요한 소모를 피하기 위해서다. 물론 불쾌하다는 점도 크다. 얼굴을 맞대 고 직접 이야기하는 행위는 물론 화면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보면 서 이야기하는 행위도 불편해한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생후 4개월 즈음에 그 징후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장래에 디스커넥트 유형이 되는 아이는 엄마와 마 주 보고 있어도 눈을 맞추는 시간이 짧으며 곧바로 시선을 피해버 린다. 엄마의 얼굴을 봐도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고 표정 또한 풍부하지 않다. 엄마가 자신의 입을 만지는 등 자기 위무(慰撫) 행동을 하면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늘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행위 자체가 기쁨이나 위로가 되지 않고, 다른 데서 위로를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얼굴을 마주하는 행위 자체가 기쁨이 아닌 번 거로운 일인데도 공감형 인류와 똑같이 행동하고자 노력했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디스커넥트 인류는 자신들의 특성을 억지로 감추려 하지 않는다. 공감형 인류의 방식에 맞추기를 그만두고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생활한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을 부족함 없이 뒷받침해온 완벽한 복지 제도는 스웨덴의 어떤 국민성과 융합하여 발전한 것일까. 국민성을 객관적으로 논하기란 상당히 어렵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뿐 아니라 스웨덴인도 똑같이 지적한다고 하면 나름대로 신빙성 이 있다는 뜻이리라. 국내외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스웨덴인의 특성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 커다란 장벽이 있다는 점이다. 그 벽은 우선 표정이나 정서적 반응의 결핍으로서 관찰된다. 타자에게 무 관심하고 냉정한 스웨덴의 사회는 외부에서 온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진공 사회'라며 비난받을 정도다. 게다가 유머가 없기로도 유명하다.
그 대신 과도하리만치 합리주의와 기능주의가 발달했다. 이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신봉자 또한 많다. 가구나 자동차, 사 회 제도나 이념에도 불필요한 재미와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실 용성과 실적을 중시한다. 또 물질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 어서, 무려 원소의 25%를 스웨덴인이 발견했다고 한다. 스웨덴인의 합리적 사고는 그들이 통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사실에서도 드 러난다. 국가 차원에서 상당히 정밀도 높은 갖가지 통계를 잘 관리 하고 있으므로 정책을 결정할 때도 이 수치를 토대로 한다. 과학적 사고를 좋아하고 특히 시스템화하는 작업에 뛰어나다. 57158 잡담 이나 논의는 좋아하지 않으며 과묵함과 실리 있는 행동을 존중한다. 그리고 공평함과 평등의 가치관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또 하나의 커다란 특징은 철저한 개인주의로, 어린 시절부터 자립을 요구받은 까닭에 의존을 싫어한다. 보통 스웨덴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곧바로 직장에 나가므로 애초에 아이를 느긋하게 돌 볼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이 일찍 자립한다. 만 16세가 되면 독립 해서 동거하는 사람도 많다. 이를 사회도 환영하고 응원한다. 남녀 관계 또한 대등하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인 남성은 스웨덴 인 여성을 평온함을 주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닌 긴장을 일으키 는 대상으로 여긴다고 한다. 59 스웨덴 남성은 파트너에게조차 평온함이 아니라 긴장을 느낀다. 어찌 됐든 자기문제는 자기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 개인주의의 끝판왕인 스웨덴인의 기본자세다.
- 사실은 많은 아이가 옥시토신 분비 촉진제를 아기 때부터 계속 투여받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특히 그렇다. 이 아이들은 자궁에서 꺼내지자마자 옥시토신 분비 촉진제를 투여받아
왔다.
원래대로라면 분만 시에 진통과 함께 옥시토신이 모체 내에 다량 분비되고, 그 일부는 제대를 통해서 태아에게까지 이동한 다. 분만 시에 일어나는 격렬한 자궁 수축은 태아의 목을 졸라 태 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있는데, 모체에서 이동한 옥시토신은 이와 같은 끔찍한 위협으로부터 태아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 상태에서 태어난 아기는 포옹이나 애무 등의 자극을 받 음으로써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되고, 이와 동시에 옥시토신 수용 체의 발현이 활발해진다. 그러나 인공 자궁에서 꺼내져 마더 로봇에 의해 길러진 아이는 어떤 방법을 써도 옥시토신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장벽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약이 옥시토신 분비 촉진제다.
이 약은 수많은 아기의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이로써 수많은 사람이 이 약에서 평생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사실은 인공 자궁이 도입된 이래 수년간 감춰져 있었다. 세상에 드러난 때는 소아 거식증과 부자연스러운 죽음(그 후 자살로 판명되었 다)이 급증하면서 제삼자위원회가 원인 규명에 착수한 후다. 전모 가 드러났을 때 유아였던 아이는 거의 성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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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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