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유전자

과학 2019. 9. 29. 21:11

- 일본은 예로부터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 특히 최근 10년 동안 대지진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피해가 막심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위기를 반복해서 겪다 보면 우리 뇌의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짐. 옥시토신은 연인이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에 대한 애착을 높여주고 불안과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함. 또한 옥시토신은 내집단 편견을 강하게 만드는데, 내집단 편견이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외부집단에 비해 월등하다고 여기게 되는 인지왜곡 현상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지면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해짐. 외부의 적에 맞서거나 무리 내의 숨은 이기주의자인 무임승차자를 색출하고 배척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단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일본은 계속되는 자연재힐 인해 국민들의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졌고 이 덕에 똘똘 뭉쳐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공동체의 기장을 뒤흔드는 불륜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난하는 것이다.
- 인간과 가까운 또 다른 영장류를 보더라도 반드시 일부일처형은 아니며 오히려 대부분은 일부다처다. 고릴라는 일부다처이고, 침팬지나 보노보, 오랑우탄은 난혼이다. 고릴라는 무리 안에서 수컷끼리 싸워서 승리한 단 1마리의 수컷만 암컷을 차지함. 침팬지 등이 난혼을 하게 된 이유는, 무리 안에서 서로 싸우기보다는 결속해서 행동하는 편이 적응도(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생존하여 다시 다음 세대로 전달될 확률)가 높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침팬지는 암컷이 발정하면 수컷은 암컷과 잇달아 교미하고 암컷도 닥치는 대로 다른 수컷들을 받아들임. 한편 일부일처형에 가깝다고 알려진 영장류로는 긴팔원숭이가 있다. 긴팔원숭이는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행동으로도 살아갈 수 있으므로 일부일처형이 가능하다고 추측. 또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긴팔원숭이 중에서 흰손긴팔원숭이는 엄밀한 의미의 일부일처형이 아닌, 사회적 일부일처형인 것으로 밝혀짐. 영장류에게는 동성애도 그리 드물지 않다. 긴고리 원숭이의 일종인 랑구르원숭이나 고릴라는 수컷끼리 교미하길 좋아하고, 일본원숭이는 암컷끼리 교미하며, 보노보는 자웅을 가리지 않고 동성끼리 교미할 때가 있다. 다만 동성끼리 교미해도 이성애를 저해하지는 않는다. 또한 암컷이 임신해도 동성과의 교미를 멈추지 않음. 특히 보노보는 동성 간, 이성 간 교미를 통해 동료와의 유대를 돈독히 하지만 보노보 외의 영장류는 단지 쾌락을 추구할 뿐이라는 견해도 있음. 어쨌든 파트너 이외의 상대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생물계에서는 평범한 현상. 오히려 일부일처형이 더 보기드문 별종이다.
- 맨체스터대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는 95년에 행한 실험에서, 인류에게도 정자경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를 얻음. 그들은 여러 커플에게 콘돔을 나눠주고 섹스를 할때 받은 남성의 정액을 회수. 동시에 그 커플이 다음 섹스를 할 때까지 함께 지낸 시간을 조사. 그 결과 함께 지낸 시간이 짧은 커플일수록 다음 섹스 때 남성의 정자가 많이 방출됨. 이것은 커플이 떨어져 있는 동안 여성이 다른 남성과 섹스를 했을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고려하여 정자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수의 정자를 방출하려는 남성의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함께 지낸 시간이 길었던 여성과의 섹스에서 정자양이 적었던 이유는 다른 남성에게 질 염려가 없기 때문.
- 한 생물에게 있어서 일부일처제가 일반적 생식 전략으로 정착되는 이유는 난혼보다 일대일 부부관계를 가지는 편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어서임. 대부분의 조류가 실제로는 자기 짝 이외의 상대와 교미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일처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일대일 부부 공동생활을 하는 편이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고 번식하기도 쉽기 때문. 한 생물이 왜 그런 생식 스타일에 이르렀는지 따져 보려면 그 생물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혹은 살아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곤충이나 심해 색물은 수컷보다 암컷의 신체가 더 큰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심해에 사는 아귀의 일종인 트리플워트 씨데빌은 암컷의 몸길이가 40센티인데 비해 수컷은 1-7센티. 정소만 발달한 수컷은 한번 암컷의 몸에 달라붙게 되면 암컷 몸에서 영양을 빨아들이면서 정자를 방출하는 도구로 살아감. 그리고 교미 후에는 결국 암컷의 몸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림. 그렇다면 트리플워트 씨데빌은 왜 그런 번식 행동을 취할까? 심해는 영양이 부족한 환경이기 때문에 자손을 많이 퍼뜨릴 생각을 하기 이전에 일단은 자신부터 살아남고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새끼를 낳는 암컷에게 대부분의 자원을 집중시켜 최대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임. 게다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수컷과 암컷이 만날 기회도 제한됨. 수컷은 어렵게 만난 암컷을 놓쳐 버리면 생식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음. 따라서 수컷은 정자를 만드는 장치로 특화되어 암컷에게 기생하며 최종적으로 암컷과 융합되어 일생을 마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임
- 인류의 선조는 수렵채집 생활을 했을 무렵에는 일부다처였지만 농경을 시작하며 집단으로 정착하게 된 후 성병의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로인해 같은 상대와 평생 백년해로 하는 편이 공중위생적 관점에서 볼 때 집단 유지에 유리해서 일부일처제가 정착하게 된 것으로 추측
- 스테파니 쿤츠는 부와 지위의 격차가 크고 그것이 자녀에게 계승되는 사회는 여성의 정조에 엄격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 또한 아마존 원주민 사례처럼 큰 고생 없이도 살아갈 양식을 얻을 수 있고, 리소스를 축적하기보다 공유하는 게 중요한 사회의 경우 배우자와의 관계성이 일대일에서 멀어짐(요컨대 일부일처제는 사라짐)고도 지적
- 인간사회에서 일부다처가 선택되는 경우는 무엇일까? 일부다처제는 아버지가 육아에 드는 시간적, 정서적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맡기는 대신 경제적 비용을 전면적으로 부담하는 방식. 이것은 한쪽 부모만 자식을 보살펴도 그럭저럭 해결되는 수준의 사회 내지는 한쪽 부모만 자식을 보살피는 게 오히려 자손을 더 늘릴 수 있는 사회에 효과적임. 무척 풍요롭거나 궁핍하지 않으면서도 빈부의 격차가 큰 사회에서 채택되기 쉬운 제도임. 인류가 오래도록 살아온 환경은 일부다처제가 번식에 효과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바람피는 남자 편을 드느냐"며 분노해서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여성도 있을지 모름. 또한 남성 중에는 기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임. 그러나 그것은 큰 오해다. 분명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사회에서 남성의 부정은 죄를 묻지 않고 여성의 간통은 중죄로 처벌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여성차별은 이제 용납되지 않음. 다만 사회제도로써의 일부다처혼은 불륜이나 혼외정사 같은 단순한 외도와 사정이 다름. 남성은 오히려 혹독한 조건을 강요당하는 셈이다. 예를 들면 무슬림에서는 일부다처가 인정되는데 코란에서는 "모든 아내를 공평하게 대하라"고 쓰여 있다. 많은 아내를 대하면서 차별을 하면 질투가 생겨서 여자끼리 싸우거나 혹은 남편을 상대로 사건과 사고를 일으킬 께 뻔하기 때문. 다시 말해 일부다처 사회에서 남성은 집안 여성들의 질투로 인한 툼이나 재산을 둘러싼 분쟁을 잘 관리하고 조율해야만 한다. 이에 걸맞은 인격과 관리, 조율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중한간 바람기만으로 여러 아내를 얻는 것은 무리다. 다만 이슬람 문화권 이외에서 일부다처가 행해질 때 대체로 첫 부인과 그 외로 나뉘며 모든 아내들이 평등한 대접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 인류는 일부일처뿐 아니라 일부다처, 일처다부, 공동혼이라는 형태를 채택해왔다. 어떤 혼인 형태가 생존에 가장 효과적이냐는 문제인데 반대로 말하면 일부일처 사회는 어쩌다 우연히 효율적이었던 데 불과함.
- 아르기닌 바로프레신을 투여한 남성들은 여러 단어들 중에서 섹스와 관련된 단어를 보다 빨리 찾아내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르기닌 바로프레신이 성적 자극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판명된 것임. 바로프레신은 인간 남성의 경계심과 공격성은 물론이고 발기와 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짐. 바로프레신은 안드로겐(남성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요컨대 남성은 여성보다 바소프레신에 민감한 것이다.
- 프레리들쥐의 수컷과 암컷을 함께 두고 언제든지 교미할 수 있게 해주면 수컷은 대부분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한 암컷과 보내게 된다. 그런데 수컷과 암컷이 함께 있는 시간을 몇 시간으로 제한하고 게다가 그동안 교미를 할 수 없게 만들면, 수컷은 그 암컷에게 애착을 품지 않음. 이것이 프레리들쥐의 기본성질이다. 그렇지만 수컷 뇌의 측좌핵(보상, 쾌감, 중독, 공포발생에 중요한 역하을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부위)에 D2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주사하면 수컷은 교미 없이도 암컷에게 강한 애착을 보임. 반대로 D2 수용체 작용을 막는 주사를 놓으면 교미가 가능한 상태로 하루 종일 함께 있었던 암컷에게도 애착 형성이 일어나지 않음. 다시 말해 수컷이 암컷에게 애착을 품는 초기단계에서 D2 수용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미. 이는 인류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됨. 다시 말해 D2 수용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사람은 타인과의 애착형성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일부일처에 적합하지 않은 성 행동을 취하게 된다는 것. 그 밖에도 성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요인은 더 있음. 예를 들면 안와전두피질이나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뇌 부위의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성적으로 활발해지기 쉽다고 말할 수 있다. 소위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사람들은 성적으로 분방한 면이 많은데, 이것은 안와전두피질이 담당하는 사회적 배제(규칙을 깬 인간에 대한 무시나 차별, 집단으로부터의 추방)에 대한 감도가 일반인보다 둔한 경향과 관계가 있다. 또한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윤리관이나 상식적인 선악판단을 담당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의 기능이 약해지면 사회성이 결여된 행동을 저지르기 쉽다.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기능약화는 유전만이 아니라 알콜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술김에 저지른 하룻밤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 태생부터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는다는 사람이 존재. 이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며, 최소한 남편 외도의 원인은 아내의 성격이나 행동에 있다는 식의 논리보다 훨씬 정당하다. 어떤 사람의 행동이 일부일처제의 가치관과 합치하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의지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유전자의 뇌 구조로 결정되는 부분도 있다.
- 세로토닌이라는 뇌내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이것은 생체리듬, 신경내분비, 수면, 체온조절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임. 또 세로토닌은 호기심처럼 신기한 것에 대한 적극성을 불러일으킴. 그래서 세로토닌이 결핍되면 어떤 일에서든 적극성이 사라지고 우울증, 식욕과 성욕감퇴가 발생. 체내의 세로토닌 양은 세로토닌 수송체라는 단백질이 조정함. 세로토닌 수송체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세로토닌을 다시 세포가 재흡수하도록 만드는 작용을 함. 이 세로토닌 수송체의 기능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S형과 L형 두 종류. 그중 부모 양쪽에게 L형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LL)은 체내 세로토닌이 쉽게 감소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낙관적이고 야심적인 성격이 됨. 한편 S형 유전자를 2개 가진 사람(SS)은 세로토닌이 감소하기 쉽기 때문에 불안을 많이 느끼는 성격이 됨. 미국인 중에서는 LL형이 약 30%로 가장 많고, SS형은 18%로 가장 적음. 한편 일본인은 SS형이 약 65%로 가장 많고, LL형은 3%를 밑돌며 가장 적다. 이 차이가 바로 미국인이나 일본인의 국민성 차이로 이어짐. 특히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정신에서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 애착 형성을 결정하는 것은 앞에서 서술한 대로 유아기에 특정한 양육자와 깊은 애착을 형성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옥시토인 수용체의 수치도 결정됨. 옥시토신은 포옹이나 섹스를 할 때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뇌내 물질이다. 편안한 감정을 더해주고, 상대에게 친밀감과 애정을 품게 해주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림. 최근에는 항스트레스 기능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옥시토신은 출산할 때 진통 촉진제로도 작용함. 예로부터 조산사들은 임신부들에게 잠자리를 가지면 출산이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조언해 왔는데, 이는 미신이 아니라 오랜 세월 조산사들의 관찰과 경험에서 도출된 식견이었는지도 모름. 자연분만을 할 때 산모의 자궁경부에는 강한 통증을 동반한 자극이 가해진다. 이때 옥시토인이 대량으로 방출되는데, 그로 인해 산모의 모성이 커져서 아이와의 애착형성이 원활해진다는 학설도 있음. 또한 유방에서 모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옥시토신이 필요함. 옥시토신은 모유 생성을 촉진시키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과 그 수용체와 더불어, 여성의 몸을 출산과 육아에 적합한 상태로 만듬
- 일반적으로 인간은 다른 많은 생물과 달리 정해진 발정기가 없고, 배란기가 언제인지 여성 자신은 물로이고 주위의 남성도 알 수 없다는 것이 특징. 하지만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배란기 여성은 무의식적으로 발정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 한편 남성은 배란기 여성의 냄새를 맡으면 테스토스테론이 상승함. 배란기의 여성이 남성을 매혹시키려 드는 것처럼, 남성 역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여 이에 응하는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배란기에 상대가 없는 여성은 하룻밤의 실수를 범하기 쉽고, 남성은 그런 여성에게 매혹당하기 쉬움. 이런 현상은 동물로서의 인간이 피하기 어려운 성질중 하나다. 나아가 배란기 여성과 관계를 가진 남성은 다른 남성들을 그 여성으로부터 멀리 떼어놓으려 한다는 것이 밝혀짐
- 외도를 저지르는 경향을 만드는 요인
* 선천적인 특정 유전자의 작용
* 후천적으로 형성된 애착유형
* 주기적 혹은 어떤 자극에 의한 남녀 성호르몬의 작용
- 일반적인 사람은 육아비용을 염두에 두고 연애, 결혼, 섹스를 한다. 자녀가 없는 부부일지라도 가정을 위한 성가신 일과 비용, 자녀가 있는 가정보다 더 많은 세금을 수용함. 하지만 불륜은 그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성적 쾌락과 연애의 스릴을 향유하는 것으로 여겨짐. 그렇기 때문에 불륜에 대하여 연애를 할거면 결혼, 출산, 육아와 관련된 성가신 부담도 받아들여라, 섹스는 즐기면서 생활비나 양육비 부담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니 용납할 수 없다며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을 연애나 섹스만 향유하는 무임승차자로 낙인찍어 생크션을 가하는 것이다. 불륜을 향한 비난의 이면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 옥시토신은 향사회성을 높인다. 향사회성이란 사랑하는 상대를 위하 뭔가를 해주고 싶다거나 공동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긍정적 감정이다. 그러나 옥시토신은 인간의 인지능력 중 객관성을 높이지는 못함. 안과 밖의 구별을 강화시켜버리기 때문에 꼭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님.
- 크리스토퍼 보엠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 수렵채집생화을 이어 오는 집단에서는 자신의 혈연이 아니어도 관대하게 대하는 것을 옳다고 보는 사회적 압력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또 보엠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이전,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약 45000년 전에 이미 이타적 행동은 바람직하다는 마인드세트를 획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집단선택가설에 의하면 타자와 서로 돕지 않았던 집단이나 호혜적이지 않았던 종족은 모두 멸망했다고 볼 수 있다.
- 인간 사회에서 이기적 행동이 비판받고 이타적 행동가 집단 전체에 대한 공헌이 칭찬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데는 이 가설이 가장 간단명료하다.
- 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 비율 분포 비교 조사의 대상이 된 29개국에서 SS형이나 SL형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일본이 가장 높았는데 약 98%였다. 그 다음이 한국으로 일본보다 약간 낮았으며 중국은 약 60%였다. 중국의 비율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꽤 높은 수준임. 이렇게 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가 짧은 형인 민족이 동아시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것이 다양한 정치, 외교 상황에서 알력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도 있다. 사람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안도감을 얻기 위해 옥시토신을 이용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세로토닌이 아니라 옥시토신에 의지하는 것이다. 한편 옥시토신은 내집단 편견과 외집단 동질성 효과를 높여주는 작용을 함. 이로 인해 스트레스 해소와 배외감정 고조가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배외감정이 고조된 공동체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 같은 무임승차자를 발견한 경우 과도하게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불륜을 비난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언론이 집요하게 불륜을 공격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대중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불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이나 한국의 반일 활동가는 일본을 비난할수록 결속이 강화된다. 일본의 우익 네티즌도 재일 한국인을 배척하자고 외치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런 현상에도 세로토닌 부족과 옥시토신 과잉이 연관되어 있을지 모른다
- 동조압력에 대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있었다. 먼저 피험자에게 어떤 과제를 내준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과제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알려주는데 이는 틀린 규칙이다. 그리고 피험자가 과제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이상하다, 라고 알아차릴 수 있도록 설정한다. 이 실험결과, 피험자의 반응은 2가지로 나뉨. 아마 규칙 설명을 잘못했겠지만 지시받은대로 하자는 반응과 규칙설명이 잘못됐으니 원래 올바른 규칙으로 하자는 반응이다. 두 그룹의 유전자를 비교했더니 도파민 분해효소의 단일염기 다형성에서 차이가 있었다. 분해효소의 염기 중에서 하나가 달랐던 것. 단 하나의 염기 차이로도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두엽의 도파민 양이 얼마나 빨리 감소하고 얼마나 많이 남느냐 하는 차이를 낳은 것이다. 도파민이 빨리 감소하는 사람은 매사를 스스로 결정하는데서 쾌감을 느끼는 유형이 아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받은 지시나 규칙에 의문이 생겨도 일단은 지시대로 하자고 판단한다. 동조압력에 휩쓸리기 쉬운 것이다. 한편 도파민이 잘 남는 사람은 매사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과제 도중에 아무래도 설명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수행방법을 바꿔 나간다. 이쪽은 동조압력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사람들 중 70% 이상은 도파민이 빨리 감소하는 타입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반대로 도파민이 잘 줄어들지 않는 사람은 30% 이하다. 이 차이는 일상이나 성격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스스로 메뉴를 결정하는 게 어렵다, 남이 주는 걸 먹는 게 편하다, 정도의 차이는 확실하게 생긴다. 이 실험 데이터를 보면 역시나 일본인은 지시에 쉽게 따른다. 그래서 일본사회는 동조압력도 높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도파민이 잘 남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다수인 지역은 유럽뿐이다. 또한 도파민이 빨리 감소하는 타입의 비율은 40% 이하다. 이 데이터로 추측할 때 유럽은 동조압력에 따르면 생존이 불리한 환경내지는 스스로의 판단에 의지해 식량을 구하는 쪽이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었을 것임. 예를 들면 유럽의 전통적 농작물은 밀인데 밀농사는 벼농사 만큼 집단적 규율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중세시대의 유럽에서 수많은 모험가가 탄생하고, 식민지를 개척해 제국주의로 발전해 나간 것도,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싶은 경향성과 관계 깊음. 대조적으로 동아시아, 특히 유교문화권에서는 오히려 지배를 받는 기쁨이 자유를 누리는 기쁨보다 컸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엄연한 화이질서 아래서 스스로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는 것보다 권위있는 고전을 충실하게 암기하는 것이 지배체제의 초성이었음. 지리적, 기후적 조건을 고려할 때 쉽게 지배를 당하거나 지배받는 걸 선호하는 쪽이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에서는 유교적 도덕관념이 정착하기도 쉬웠을 것임.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는 전통적 가족의 형태가 가부장제였고, 혼외자식은 차별받았다.
- 생리학적 관점에서도 연애, 결혼, 생식은 따로 뗄 수 없는 삼위일체라는 사고는 환상에 불과. 연애감정이 솟구쳐 오를 때는 호기심이나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한 적극성을 증폭시키는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물질이 뇌에서 방출됨. 또 성욕이 강할 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공격성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결혼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배우자에게 온화한 마음이나 애착을 느끼면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호기심을 억제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함. 만약 연애, 결혼, 생식이 삼위일체라면 각 단계마다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야 한다. 혹은 서로 다른 물질의 작용에 어떤 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누구나 연애, 결혼, 생식이 서로 얽힌 까닭에 야기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한 사람이 연인, 아내나 남편, 가정공동운영자, 어머니나 아버지, 섹스 파트너라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한 명의 상대를 연인, 아내나 남편, 가정 공동운영자, 아이의 부모, 섹스 파트너 등 각각의 역할로 대할 때 자기 자신도 그 기준에 맞춰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함. 바로 이 지점이 인간으로서의 어려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우리 뇌는 그 모순들을 그럭저럭 해소하고 균형을 잡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고토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우리 뇌다. 불륜에는 이런 균형잡기의 어려움을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세상에는 연애, 결혼, 생식과 관련한 여러 평가기준이나 가치규범이 있음. 인류는 이를 둘러싼 모순을 해소하지 않고도 살아가 ㄹ수 있는 구조를 수만년 동안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그렇기 때문에 불륜은 악이라고 과도하게 공격하거나 부부는 이래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 그런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인간은 극단의 모순도 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존재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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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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