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상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은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한국에 소개된지 불과 4개월도 되지 않는 소셜 플랫폼 클럽하우스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고등학생인 자녀들로부터다. 2월쯤에 자녀들이 유명래퍼가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랩도 하고, 사람들은 그걸 듣는다고 했다. 관리자가 있어서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엘론 머스크도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주변에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친구도 있는데, 한번 들어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듣게 되는 중독성 강한 SNS라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회사에서도 호기심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아 몇 가지 테마를 들어본 직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 생겼지만, 안드로이드 유저인 나로서는 직접 경험할 수 없었고, 곧 안드로이드 앱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와 책을 통해 느낀 클럽하우스의 돌풍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인 것 같다.
첫째, 인싸들의 놀이터.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초기 아이폰 유저로 사용자를 한정지은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여겨진다. 실제 아이폰 유저 중에서도 개발자나 흔히 말하는 인싸 혹은 저명인사들이 초기에 많이 참여했다.
둘째, 코로나로 인한 집콕 문화와 현실소통의 부재. 코로나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무언가 소통의 배출구가 필요했다.
셋째, 일방향 SNS에 대한 답답함.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은 실질적으로 일방향 의사소통이다. 물론 댓글이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팔로워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쌍방향 소통은 아니다. 결국 친구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갈망을 해소해 주는 새로운 SNS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준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선풍적인 인기에 다른 SNS들도 긴장한 것일까, 유명 소셜 미디어 기업들도 서둘러 음성대화 기능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가 음성 대화 서비스인 ‘스페이스(Space)’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슬랙(Slack), 링크드인(LinkedIn)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도 클럽하우스와 매우 유사한 음성 대화 기능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클럽하우스가 그 돌풍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안드로이드 앱 출시 이후의 추이를 봐야할 것 같다. 인싸들의 특징은 일반 대중들이 모르는 장소, 물건 등에 대해 먼저 경험해 보고 그걸 자랑하는 것인데, 안드로이드 앱이 나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앱이 되었을 때, 클럽하우스의 주요 유저들이 계속해서 남아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백신 보급과 함께 점차 마스크를 벗고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계속해서 클럽하우스의 인기를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결국, 클럽하우스의 지속가능성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의미있고 진정성 있는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안드로이드앱이 출시되어 클럽하우스를 경험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된 개인적 리뷰임을 밝힙니다.

 

-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편안함을 느껴야 할 공 간에 이제는 부담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초창기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간단한 소식을 전하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현실 세계의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소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은 학교 인증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실제 관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한국의 싸이월드도 실제 인연을 기반으로 한 '일촌'으로 연결을 확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우리가 열광하며 밤을 새우게 했던 이 서비스들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정제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개인 쇼룸으로 변모해버렸다. 아름답게 포장된 공간들을 구경하며 나 또한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 다들 너무 행복한 것 같은데 나만 불행한 것은 아닌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나 또한 나의 쇼룸을 최대한 열심히 꾸며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본다. 하지만 결국 포장에 능하거나 업로드를 꾸준히 잘해내는 몇몇 사람들만 살아남는 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업로드 자체를 포기하며 단순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 포장된 모습만 보여줘야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 클럽하우스가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는 정말 확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핵심 기능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클럽 하우스에 의하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2021년 3월 기준).
1. 방 안에서의 경험(room experience).
2. 검색과 발견(search & discovery).
3. 신뢰와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trust & safety, infrastructure),
4. 성장과 확장(growth & expansion).
클럽하우스 서비스의 모든 업데이트나 개선 방향을 보면 위의 네 가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외의 나머지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럽하우스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이라든지, 추가로 텍스트 기반 연락을 보낼 수 있는 메시지 기능, 클럽하우스 안의 강연 등을 녹음하거나 동시 송출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었지만 아직 개발되지는 않았다. 이는 클럽하우스의 서비스 방향성과 우선순위가 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화 후에 많은 교류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메시지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 클럽하우스를 하면서 오히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는 이용자도 생겼다.
- 클럽하우스의 문제 중 하나는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계 구조'(hierarchical structure)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은 안드로이드폰이 아니라 아이폰을 쓰는 사람,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초대' 받은 '인싸'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도 유명한 정도, 사회적 지위, 리 더십의 크기, 클럽하우스 참여 빈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위계가 드러나 TULICH DOCH 'moderator', 'speaker', 'followed by the speakers, others in the room' 등 등급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사회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좀 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은 '공들이지 않은 콘텐츠의 난무'입니다. 오래 동안 수다를 떨었지만 (수다가 원래 그렇듯) 남는 게 없는 대화가 많아요. 일상에서 가까운 지인들과의 수다는 설령 배우는 것이 없더라도 사회성 강화, 스트레스 해소, 관계 지속 등의 유익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 플 랫폼은 남는 게 없는 대화만으로는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때 문에 제대로 기획되고 잘 짜인 형식의 이벤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정보가 나올 만한 구성과 질문, 깊이 있는 통찰이 오갈 수 있는 대화 방식 등 앞으로 실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을 때 클럽하우스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가도 궁금합니다. 기본소득 같은 이슈들이 제대로 논의되었을 때 즐거웠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나 동양인을 향한 혐오 범죄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부족하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 처음 트위터가 나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비유는 집 앞에 흐르는 시냇물'이었다. 이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온 수많은 병이 지나간다. 그 병 안에 작은 쪽지가 들어 있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묘사한 표현이 었다. 물론 여러모로 '해상도가 낮은 비유였지만(4K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내 언어 실력이 멀었나보다) 초기 트위터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마다 중얼거리는 짧은 말들이 각자 구성한 팔로어 목 록에 맞춰 물줄기를 채운다. 싸이월드는 한국의 기본 정서인 '촌수'로 연결 거리를 수치화해 현실 세계를 반영했고, 페이스북은 특정 학교의 동문 네트워크로 시작됐다. 인스타그램은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그가 자랑하듯 보여주는 앨범에 가깝다.
이렇듯 소셜 미디어의 기본 특성은 현실 세계의 반영인데,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반영할지에 따라 각기 다른 속성을 지닌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영화 <매트릭스>를 꿈꾸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 사회 를 표현하기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연결 속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피로감과 두려움 때문에 연결을 두려워한다.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달한 뇌 덕분에 우리는 매일같이 고독감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한 욕망을 생각한다면 소셜 미디어 는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서비스다.
-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열어젖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거대한 연결망으로서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 세계를 재현했다. 그 과정 속에서 현실 세계의 한계와 문제를 함께 재현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사회, 소속감과 안락함은 제공하지만 확장이 멈춰버린 네트워크. 초연결의 결과로 '초분절이 생겼다.
- 언캐니밸리uncanny valle)'는 로봇공학 분야의 용어로, 불쾌한 골짜기 라 불리는 현상이다.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 용어는, 인간이 로봇을 마주할 때 우리에게 벌어지는 한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비슷한 형상이 될수록 그것에 대한 우리의 호감도는 증가한다. 예컨대 로봇 청소기는 가전제품으로 인식되지만 기술의 발달로 청 소기 외형이 인간과 유사한 모습으로 변하면 우리의 호감도가 올라 가 애정을 느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간을 닮은 정도가 어느 지점 을 넘어서면 강한 거부감이 발생하면서 심한 경우 혐오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로봇과 인간과의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에 이 르면 그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다시 수직으로 상승해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수준까지 도달한다. 이때 인간과 비슷한 로봇과, '인 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불쾌감의 영역을 '언캐니밸리' 또는 불쾌한 골짜기'라고 부른다.
이는 게임 그래픽이나 만화에도 적용된다. 게임에 있어서 투박한 그래픽은 오히려 게이머의 몰입이나 이입을 도와 애정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스(CG)의 발달로 인간을 보다 실감 나게 모델링할 수 있게 되면서 종래의 게임 속 투박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어설픈 리얼함'을 불쾌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가상과 현실의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 면서 게임 업계가 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 만화 산업의 영역에서 보자면, 세계적인 만화 이론가 스콧 맥클 라우드scott McCloud가 《만화의 이해》에서 언급한 탈바가지 이론에서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단순화된 캐릭터에는 사람들이 쉽게 이입하고 애정을 느끼지만, 현실적인 그림체로 묘사할수록(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그 인물을 '타인'이 나 '악역'으로 인식한다는 내용이다. 맥클라우드의 언급을 반영하듯, 일본의 수많은 만화책과 한국의 웹툰 작품에서도 주인공을 좀 더 기호적으로 묘사하고 악당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이 발전해왔고 지금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 클럽하우스 사용자 가이드
1. Be yourself: 자기 자신으로 임하세요.
2. Be respectful: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세요.
3. Be inclusive: 포용적 자세를 보이세요.
4. Build empathy and understanding: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쌓으세요.
5. Foster meaningful and genuine connections: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인연(관계)을 만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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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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