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의 힘

사회 2021. 5. 2. 11:00

- 1970년대까지는 심리학과 경제학이 별 개의 학문으로 발전했다. 처음에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심리학 영역에서 실험을 진행했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반복되는 다양한 실수들을 설득력 있고 정확히 짚 어 내는 실험들을 연이어 고안해 냈다. 
그들은 197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불확실한 상황에 서의 판단 추단법과 편향」에서, 전통적인 경제 모델이 가정하 는 것만큼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입증하며, 그야말로 우 리의 인식 체계를 바꿔 놓았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인간이 추 단법, 즉 경험에 바탕을 둔 어림법을 이용해 신속하고 효율적 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은 가용성 추단 법’ availability heuristic 을 어떤 사건이 기억에서 잘 떠오르는 정도를 기주으로 그 사건의 빈도와 확률 혹은 원인을 평가하는 인지적 경하로 정의했다. 또 대표성 추단법representativeness heuristic에 따르면, 어떤 개인이나 대상 혹은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우리는 과거에 형성된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특징을 찾는 경향을 띤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의 공동 연구를 계기로, 인간은 합리적이 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논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그들의 논 문은 오늘날 행동 경제학이라 칭해지는 학문의 도약대 역할을 해냈다. 마케팅과 협상, 의학적 의사결정 등 다른 분야들도 체계적 편향에 주목하며, 그 가능성을 그들의 분석에 반영하기 시 작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이런 아이디어는 적잖은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그 이 후의 공동 작업이었다. 그들은 정통 경제학자들을 위한 경제학 학술지 『에코노메트리카』에 게재한 「전망 이론: 위험한 상황에 서 내려진 결정에 대한 분석」에서, 경제학의 핵심적 가정인 합 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학적 모델을 경제학 언어로 풀어냈 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야심은 요약문의 첫 문장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이 논문은 의사결정 과정을 기술하는 모델로서의 기대 효용 이론을 비판하고, 대안적 모델로 전망 이론을 제시한다.” 마침내 그들이 경제학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 좋은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실수할 것이라 예측하며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마련한다. 넛지 는 인간의 이런 성향을 이용한 것으로, 세일러와 선스타인은 선 의의 정책 입안자와 관리자가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도구로써 넛지를 적극 추천했다.
선택 설계자라는 개념은 의사결정의 개선에 활용되던 과거 의 접근법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예전에는 많은 행동 경제학자와 행동 심리학자가 개개인이 편향성을 떨쳐 내고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는 데 주력했다면, 넛지는 선택 환경에 변화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기 기증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옵트 아웃 시스템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편향성, 즉 현재의 상황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인간의 성향을 이용한다.
사람들은 장기 기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구태여 밝히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옵트 아웃 시스템에서 장기 기 증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기본값의 전략적인 선택은 지금도 이메일 수신 등록부터 퇴직 연금 가입까지 다양한 경우에 이용된다. 우리에게 제시되는 기본값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다. 
-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공정 거래라는 개념은 새로운 전자 상
거래의 등장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따라서 더 공평한 인터넷 시 대라는 약속도 희미해졌다. 2015년 뉴요커는 업데이트된 만평을 게재했다. 이번에는 캄란 하피즈Kaamran Hafeez의 작품으로, 1993년 만평의 주인공이던 익명의 개들이 다시 등장했고 “인터넷에서 누구도 네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던 때를 기억해?"라는 설명글이 더해졌다.
- 한 세기 전, 백화점 왕, 존 와너메이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광고에 쓴 돈의 절반은 낭비한 것이다. 그런데 난처하게도 어느 쪽 절반인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는 조직에게 광고 효과를 평가하는 새로 운 기회를 제공했다. 바로 '실험'이란 방법이다!
- 이베이 경제 팀에서 일하던 경제학자들, 톰 블레이크와 크리스 노스코, 스티브 타델리스는 구글 광고에 대한 수익률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구글 광고를 게시하거나 중단하며 시장에 변화를 주었고, 구글 광고를 통해 이베이에 접속하는 사람들을 추적했다. 물론 유기적 결과를 통 해 접속하는 사람들, 즉 광고료를 지불하지 않는 구글 검색 결 과를 통해 이베이에 접속하는 사람들도 추적했다.
그 차이는 극명했다.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구글 광고를 중 단한 시장에서는 광고를 통해 이베이에 접속되는 흐름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 시장에서 유기적 검색 결과를 통한 접속은 확연히 증가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글에서 이베이' 혹은 이베이와 관련된 검색어를 검색하고는 광고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유기적 결과를 보려고 아래로 스크롤할 이유가 없었던 사용자들이 상단의 유기적 검색 결과를 클릭한 것 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이베이를 찾아 접속할 텐데 무의미한 광고를 집행한 셈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베이가 매년 구글에 지 불하던 거액의 광고비가 거의 낭비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베이와 그다지 관련되지 않은 품목의 광고라면 매출 확 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이베이는 '중고 깁슨 레스폴'Gibson Les Paul이란 검색어에 광고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적이 있었다. 하기야 기타를 검색할 때 기타와 이베이를 관련 짓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구나 그런 광고는 이베이에서 구매해 본 적이 없는 사용자들에게 더욱더 효과가 있었다. 그들은 이베이에서 어떤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실험 결과에서, 정보가 부 족한 잠재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때 광고가 더 효과적 이라는 이론이 새삼스레 입증되었다.
이 실험을 근거로, 이베이는 구글 광고를 줄였다. 이제 구글 에서 '이베이'를 검색하면 유기적 결과만이 나온다. 이베이가 '이베이'라는 검색어에 더 이상 광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 스탠퍼드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앨빈 로스는 한 번의 특별한 실험보다 일련의 실험'에서 배운 것을 자주 언급한다. 다양한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되풀이할 때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알리바바가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고, 연구자들이 무척 냉정하게 실험을 실시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할인 판촉 프로젝트와 그 가격 전략의 다른 부분들을 시험하고 다듬기 위해 더 많은 실험을 실시했더라면 그들의 플랫폼이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직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올바른 대 답을 얻는 것만큼이나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 관 리자들은 상품 자체를 테스트하는 데도 주력해야 하지만, 올바 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틀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 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경계 적 조건과 메커니즘을 알아내려고 애써야 한다는 뜻이다. 알리 바바의 경우로 말하자면, 특정한 가격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할인이 어떤 이유에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써야 했다는 뜻이다.
-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정부 기관과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걸 도왔고, 주요 항공사들이 가격 정책을 개발하는 것 도 지원했다. 또한 노동과 차별에 대한 분쟁에서 전문가로서 증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들이 테크 분야에 대거 진출 하는 현상은 처음이었다. 아마존과 이베이, 구글과 마이크로소 프트,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주요 기업은 이제 경제학 박사들로 구성된 대규모 팀을 두고, 더 나은 설계 선택을 찾아 머리를 짜내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에는 100명이 넘는 경제학 박사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 경제학부를 압도한다. 그런 경제학자들은 많은 기업이 엄격한 실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부딪치던 장벽을 피하는 능력을 보여 주며, 테크 분야의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테크 분야의 실험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이론적 토대와, 실험에 언제 어떻게 투자해야 하느냐는 지침을 제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해냈다.
- 요즘에는 거의 모든 테크 기업이 실험을 실시하고, 앞으로도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게다가 테크 기업은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실험이 그들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테크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 설계와 메시지 전달, 선호성과 접속 등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무엇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이런 실험은 테크 기업만이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가치가 있다. 데이 터를 근거로 삼으면 더 나은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을 텐데, 직관적 결정의 결과에서 비롯되는 저급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달리 말하면 사용자는 실험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기업은 실험 과정을 비밀로 감추지 않고, 실험과 관련된 의사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영리하다. 소비자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조금씩 수정하며 고객의 반응을 살핀다는 걸 알고 있다. 기업은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준수하며 실험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연구에 관해 감추는 것이 없다면 의혹을 떨쳐 내고 고객의 지지를 받아, 향후의 실험에 참여하는 고객의 적극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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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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