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을 것인가

etc 2022. 12. 22. 11:58

- 음식 문화는 삶의 핵심에 자리한다. 우리가 어떻게 음식을 생산하고 거래하며 요리하고 먹고 낭비하는지, 음식에 어떤 가치를 매기는지는 생각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런 관습에서 구조가 형성되고 삶이 구축된다. 음식은 삶의 본질이자 삶의 깊은 은유다.
- 인간이 원래 가축을 길들이게 된 이유는 우리가 먹지 못하는 음식을 그것들이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이었다. 소와 양 은 기꺼이 풀을 뜯어먹고 돼지와 닭은 인간이 남긴 음식 찌꺼 기를 게걸스레 해치웠다. 그렇게 들판과 언덕, 뒤뜰에서 수년 을 함께 보내면서 소와 닭으로부터 우유와 달걀이라는 선물까 지 덤으로 얻고 난 뒤에 인간은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단계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모든 과정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아름답게 순환한다. 반면 공 식 사옥은 헛웃음이 나올 만큼 비효율적이다. 현재 전 세계 곡물 수확량의 3분의 1이 동물 먹이로 쓰인다. 인간이 소비한다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공장식 육류 생산방식에서 소비하는 물의 양은 전체 농림축산 업에서 소비하는 양의 3분의 1에 달하고, 배출하는 온실가스 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4.5퍼센트를 차지한다. 여기에 축 구장 크기에 맞먹는 유독성 슬러리 slurry (동물 배설물에 점토, 분탄, 시멘트 따위가 섞인 걸쭉한 물질-옮긴이)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더하면 숨은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이런 피해에 따 른 부정적 경제가치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지만 인도과학환 경센터 Indian Centre for Science and the Environment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공장식 버거 하나의 진정한 원가는 평소 우리가 지불하는 2달러가 아니라 약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에게는 식욕을 채우는 것이 잘 사는 것의 핵심이었다. 아테네가 내려다보이는 정원에서 그는 노예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맞이해 집에서 키운 채소와 빵, 물을 대접하고 치즈와 와인을 곁들이며 삶과 우주, 만물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간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행복의 열쇠라고 믿었다. 삶의 방식이 이렇게 와전되면서 널리 퍼진 경우도 드물다. 오늘날 에피쿠로스에서 비롯된 미식가epicure 라는 말은 식도락가와 동의어처럼 사용되면서 고상한 취향과 지식, 두둑한 지갑 덕분에 최고급 요리를 음미하는 이들을 가리키게 되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에게 이런 세련됨은 파멸에 이르는 길이었다.
즐거움이 삶의 목적이라고 말할 때 나는 난봉꾼의 즐거움이 나 낙천적 흥밋거리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 다. (...) 그보다는 고통과 정신적 불안에서 벗어난 즐거움을 의미한다. 즐거운 삶은 연달아 이어지는 술자리나 여성 및 소년과의 난잡한 성교 혹은 해산물 등 산해진미가 펼쳐진 호화로운 식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 소비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편안함과 기쁨 중 하나를 택하도록 끊임없이 압박하는데 조금 분명치 않은 점은 편안함을 얻으면 즉각적이고 현시적인 만족을 느끼지만 이후 그에 따른 상실을 명백히 경험한다는 것이다. 계속 이어지는 편안함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기쁨을 더 멀리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 기본적인 맛을 구분하는 것은 미뢰이지만 맛을 총천연색으로 찬란하게 전달하는 것은 후각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음 식에서 휘발된 물질(공기 중의 입자)을 코 천장에 위치한 후각세 포가 감지하면 뇌에 신호를 보내 음식이 들어오고 있다고 알 린다. 빵 굽는 냄새만 맡으면 침을 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식을 씹기 시작하면 더 많은 휘발 물질이 목과 코를 지나면 서 다시 한 번 감각세포에 이른다. 전비강과 후비강에서 보내 는 신호가 미뢰에서 보내는 신호와 결합할 때에야 비로소 우 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따라서 맛은 입안에서가 아니라 삼각측량을 통해 눈 바로 뒤에 위치한 안와전두피질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이 부위가 기억과 감정을 주관하는 부위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특정한 맛이 강력한 향 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 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차에 적신 마들 렌의 맛이 불현듯 불러온 어린 시절의 기억이 책 일곱 권에 총 4,0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이어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 따뜻한 액체와 부스러기가 입천장에 닿자마자 온몸에 전 율이 훑고 지나갔고 나는 하던 일을 멈춘 채 그 기이한 변화 가 일어나는 순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절묘하지만 독립적 이고 무심한 기쁨이 감각에 침투했는데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즉시 삶의 우여곡절에 무관심해졌고 삶의 재 난이 무해하게 느껴졌으며 삶의 덧없음은 환상이 되었다. 이 새로운 감각은 사랑이 그렇듯 내 안에 귀중한 정수를 채워 넣었다. 아니, 그 정수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그 자체였다."
- 맛은 행복의 근본을 이루지만 여러모로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이런 근본적인 기능을 몰라보았 을까? 답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의 조상 이 땅 가까이에 살았을 때는 지금의 개가 그렇듯 후각이 세상 을 형성했다. 하지만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 평선을 살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에 따라 시각이 더욱 중요 한 감각이 되었다.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은 약해졌지만 후각 이라는 원초적 감각은 우리 안에 깊이 내재해 인식하지 못하 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뇌피질(뇌에서 인간적인 부위) 은 고대 파충류의 두뇌와 후신경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진화했 기 때문에 맥기가 언급했듯 "냄새에서 마음이 비롯되었다"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 일요일 점심에 깜빡 졸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명할 수 있듯 소화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소화를 하는 데에만 안정시대사율RMR (쉬고 있을 때 신체가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옮긴이)의 10퍼센트가 쓰인다. 한편 인간의 뇌는 전체 체중의 2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RMR의 5분의 1을 소 비한다.  그렇다면 체육관에 가는 대신 주기적으로 십자말풀이를 하면 되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면 이내 낙담할 텐데, 이렇게 강도 높은 정신 활동을 해도 에너지 사용량은 아주 조금 증가할 뿐이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든 안 하든, 뇌가 언제나 살 아 있으려면 전력을 최대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 로 어떻게 보이든 뇌는 언제나 켜져 있다.
- 뇌와 내장은 인체가 생산하는 총 에너지의 3분의 1이 필요한 기관으로, 사실상 서로 경쟁하는 관계다. 더 큰 뇌를 원한 다면 내장을 줄여야 할 것이다. 비싼 조직 가설expensive tissue hy- pothesis이라고 알려진 진화의 논리가 그렇다.23 이런 관점에서 요리가 인류의 조상을 변화시켰다고 랭엄은 설명한다. 조리한 음식이 날음식보다 소화하기가 훨씬 쉬우므로 호모에렉투스 는 소화에 쓰던 에너지를 생각하는 데 쓸 수 있었다. 현대의 침 팬지처럼 음식물을 씹는 데 하루 여섯 시간씩 보내는 대신 더 많은 시간을 사냥과 사교에 할애할 수 있었다. 위가 줄어들고 뇌가 늘어나면서 더 모험적인 식단을 감행한 끝에 생선 같은 음식도 먹으면서 뇌가 가장 좋아하는 별 다섯 개짜리 연료인 오메가3 지방산을 가득 섭취했다. 그렇게 요리를 기점으로 진 화의 선순환이 시작되었고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다.
- 인간의 몸은 열악한 환경에도 잘 적응했다. 일례로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살아간 이누이트족은 단백질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간의 크기를 키웠다. 북유럽인 역시 다른 인간에게 없는(하지만 마사이족에게는 있는) 이점을 누렸는데, 바로 우 유속 탄수화물인 젖당 분해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약 5,000년 전에 폴란드와 터키의 양치기들 사이에서 처음 발생 했다고 여겨지는 유전 돌연변이 덕분에 북유럽인의 몸에서는 우유를 소화하는 유당분해효소(대부분 젖을 떼고 나면 이 효소가 사 라진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활성화된다. 우유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점이라는 것은 곧 이런 유전 돌연변이가 진화론의 형태로 빠르게 퍼져나갔음을 의미한다. 
- 요리가 발명된 이후 농업이 시작되면서 인간의 식단에 가장 위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 조상의 식단이 육류와 어류, 견과류와 나무딸기류 위주에서 곡류와 콩류 위주로 바뀌면서 먹는 음식의 구성뿐만 아니라 다양성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 다. 이제는 밀과 쌀, 옥수수라는 단 세 가지 식물 종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의존하는 기본 식량이 되었다. 33 인간을 먹 여 살리는 이와 같은 접근법은 회복력이 부족하다는 사실 외 에도 곡물 위주의 편식이 과연 인간에게 좋은 것이냐는 의문 을 낳는다. 일각에서는 인간의 몸이 곡물 위주 식단에 맞지 않 기 때문에 소위 원시인 혹은 팔레오 식단으로 되돌아가야 한 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곡물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반 문할 수도 있지만 잠시 제쳐두고 현실을 보자면 인간은 소화 기관이 유연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식단이란 애초에 존재하 지 않으며 그저 더 좋거나 더 나쁜 수많은 식이법이 있을 뿐이 라고 할 수 있다.
- 이누이트족이 번성한 것은 그들이 주로 먹은 바다표범과 바다코끼리가 물고기를 먹었고, 그 물고기가 오메가3 지방산 과 비타민C가 풍부한 조류 및 플랑크톤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 다. 그들의 식단은 단순해 보이지만 모두 지구에서 가장 큰 영 양의 보고인 바다에서 얻은 것이다. 지역의 음식 문화에 따라 사람들은 어느 지역에서든 잘 먹는 법을 익혔고 그에 맞추어 생리 기능이 적응했다. 이누이트족과 1845년에 그들의 영역으 로 운명처럼 표류한 영국 선원들의 큰 차이점이라면 현지인인 이누이트족은 바다 깊은 곳에서 식량을 끌어온 반면 이방인들 은 바다 위에 그저 떠 있기만 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런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
- 소고기는 미네랄과 비타민, 복합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슈퍼 푸드다. 인간에게 최고의 친 구라는 칭호를 두고 개와 앞뒤를 다투는 소는 풀을 씹어 먹는 반추동물로, 인간이 먹을 수 없는 섬유소를 영양이 풍부한 소 고기와 우유로 바꾸어준다. 소에게 반추위라는 꽤 큰 발효 탱 크가 있어서 복합분자를 잘게 부수어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고급 식품으로 만들어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소는 대부분 풀이 아닌 곡식을 먹고 자라는 탓에 이런 아름다운 시너지 효과를 보기 힘들어졌다. 소에게는 곡물이 맞지 않는 다. 곡물을 먹은 소는 영구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혈류로 독소를 내보내는데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항생제가 사용된 다. 소가 이런 패스트푸드를 섭취한다는 것은 곧 오메가3가 풍부한 근육이 아니라 오메가6 지방산을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인간의 식단에서도 오메가3 지방산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니 소와 인간 양쪽에 모두 좋지 않은 소식 이다. 녹색 채소와 어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은 뇌 기능과 시력, 항염증 작용에 중요한 슈퍼 푸드다. 오메가6 지방산 역시 우리 몸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기에 필요한 성분이지만 산업화된 식단을 통해 이미 과다하게 섭취되고 있 다. 이 두 지방산은 몸에 흡수되기 위해 경합을 벌이기 때문에 오메가6 지방산이 과다하면 오메가3 지방산은 더욱 결핍된 다. 두 지방산을 일대일 비율로 소비하는 것이 이상적이고(수 렵 채집을 하던 선조들이 그랬다) '4대 1 비율까지는 웬만큼 괜찮다 고 여겨지지만 서양인이 소비하는 비율은 10 대 1에 이르기도 한다. 이 정도면 정신과 육체의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 미국인의 60퍼센트는 오메가 3 결핍 상태이고 20퍼센트는 오메가3 수치가 심각하게 낮아서 감지할 수 없는 정도였다. 3 옥스퍼드 대학 생리학 교수 존스 타인John Stein이 말했듯 "오메가3 지방산의 결핍은 기후변화처 럼 심각한 수준으로 인간의 뇌를 바꿀 것이다"
- 다행히 인간의 뇌는 어떻게 먹는지를 규제하는 유일한 신체 부위가 아니다. 내장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뇌가 비대해 지면서 다소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위장 기관은 여전히 만만 치 않은 기관이다. 길이가 9미터에 표면적이 4,500제곱미터이 며(복식 테니스 코트 17개의 크기와 맞먹는다) 얼마 전까지도 가장 알 려지지 않았고 가장 가치 절하된 신체 부위였는데 이제는 이 야기가 다르다. 최근 현미경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내장에 1억 개의 신경 세포와 30개의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로써 내장이 두 번째 뇌로 기능하면서 위쪽에 위 치한 뇌와 서로 협력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59 이런 소위 장- 뇌 축은 우리가 먹는 방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감지하고 이해 하는 방식의 핵심을 이룬다.
변연계와 마찬가지로 내장은 동기 부여 회로와 함께 작용하면서 호르몬을 분비해 쾌락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뇌의 기능 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 속이 비기 시작하면 내장은 그렐린 과 PYY를 비롯한 '배고픔' 호르몬을 분비해 식욕을 돋우고 음 식을 찾도록 유도한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렙틴과 세로토닌 을 분비해 순서를 뒤집어 도파민 수용성을 줄이고 먹는 즐거 움을 줄인다. 그렇게 고통에서 쾌락으로 이끌었다가 다시 돌 아오기를 끝없이 반복하며 하루의 리듬과 동기화된 쾌락 주기 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뇌는 첫 번째 뇌에 명령을 내려 언제 먹는지 뿐만 아니라 생활 리듬까지 지시하는 등 우리의 기분 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사실로 미루어보면 내면의 소 리를 잘 들으라는 말이 단순히 은유적인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고, 임금 인상을 원할 경우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 요청하는 게 낫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 영국인이 뚱뚱한 이유 중 하나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 역 고유의 음식 풍습을 오래전에 저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프 랑스의 음식 문화는 비록 맥도날드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다 해도 여전히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프랑스인들의 식사 방법은 물론 생활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프랑스인은 음식을 상당히 진지하 게 생각한다. 일례로 미슐랭 가이드가 생긴 것도 사람들이 이 동 중일 때조차 잘 먹는 것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는 지금도 식품의 품질과 원산지, 계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 고 양질의 독립 식료품 매장이 여전히 흔히 보인다. 요리를 하 는 '옳고' '그른' 방법이 존재하며, 요리는 반드시 격식에 맞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영국인이나 미국인과 달리 프랑스 인은 음식을 음미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평일 한낮 에 파리 거리를 거닐다 보면 식당마다 푸짐한 점심을 즐기는 근로자들로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흔히 보이듯 샌드위치로 끼니를 급히 때우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65 다른 어떤 서방국가보다 음식과 식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은 뚱뚱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럽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인의 역 설이라는 말도 생겼다. 프랑스인이 치즈와 크림을 즐겨 먹기 로 유명한 데도 심장병 발병률이 부러울 정도로 낮은 사실을 빗댄 것이다.

- 미래의 집이 어떤 모습일지 몰라도 음식은 여전히 집의 핵심에 자리할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언제나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결국 집에 있는 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생활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음식은 좋은 삶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인간다움의 기본이다.
- 핀란드어에 시수sisu 라는 단어가 있다. 역경을 마주한 사람의 강인함과 투 지, 집념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자질이 있어야 1년의 절반이 춥고 어두우며 이웃 마을과 30킬로미터씩 떨어져 있는 지역에 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할 것이다. 이런 불굴의 의지 는 잘 알려졌다시피 몇 시간씩 침묵을 이어갈 수 있는 핀란드 인의 능력과 분명 관련이 있다. 사람과 지형은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나고 자란 곳에 따라 형성된다.
- 농사가 그렇게 보람이 없는 일이었다면 왜 사람들은 굳이 농사를 하며 골머리를 썩은 것일까? 간단히 답하자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온화해 진 결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현실 세계의 에덴동산(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는 푸른 숲)이 북쪽으로 물러나면서 초원과 작 은 사냥감만 남겨졌다. 더 따뜻하고 건조해진 기후 덕분에 인 구까지 늘어났으니 이제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 는 상황이었다.
인기가 있든 없든 농사는 급속히 퍼져나갔다. 기원전 1만년쯤 비옥한 초승달 지대 주변에서 시작된 농경 생활은 기원 전 5000년에 이르러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었고 기원전 2000년에는 거의 모든 인류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37 이 시기에 인류는 지금도 의지하며 살고 있는 동식 물(밀과 옥수수, 쌀, 보리, 호밀, 소, 돼지, 닭, 오리, 거위)을 재배하고 길 들였다. 그즈음 도시 생활도 나란히 증가했지만 인구 대다수 가 여전히 시골 지역에 머물렀고 이 현상이 21세기까지 이어 졌다. 5,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정착지에 사는 사람은 1800년 에 전 세계 인구의 3퍼센트에 불과했고 1950년에는 여전히 전 체 인구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38 지금은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대다수 사람의 고향은 농장이 었다.
- 음부티족 등과 비교해 현대인의 위신이 어쩐지 낮아 보인다면 이는 우리가 처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존 드라이든 John Dryden 이 1672년에 만들어낸 고결한 야만인이라는 말은, 최소한 로마 시대 이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야생에 사는 이들에게 경외와 감탄(그러면서 선심 쓰는 듯한 태도)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음을 압축해 보여준다. 농사를 짓는 한 인간은 기술이 새로이 진보할 때마다 이를 축복이자 저주로 받아들였다. 새로 운 기술은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켜준다는 의미에서 축복이었 고, 또 같은 이유에서 저주였다.
도시 문명으로 전환하는 오랜 기간 동안 인류가 치른 가 장 큰 희생은 세상과의 접촉이 끊어지면서 인간으로서의 기능 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외부 에 위탁하면서 우리는 일련의 어떤 기술을 다른 기술과 맞바 꾸었다. 풍경을 읽고 화살을 만들고 사냥감을 추적하는 기술을 저버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인터넷을 탐색하는 기술을 얻었다. 양쪽 기술 모두 그 맥락 안에서는 더없이 유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전자의 기술이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후자의 기술은 생존 과 다소 떨어져 있다. 수렵 채집인은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반면 현대인은 생존하려면 무수한 타인에게 의존 해야만 한다. 식량을 찾아 헤매던 선조들이 보았다면 입을 벌 리고 경탄할 만한 기술 역량을 얻었지만 컴퓨터가 아니라고 답할 때마다 좌절에 빠지듯 삶을 제대로 영위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 되었다.
노동과 지식의 분할로 도시 문명이 세워지고 인간은 개개 인의 총합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가 되었지만 진보의 여러 면면이 그렇듯 상당한 대가가 뒤따랐다. 일반적인 수렵 채집인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인류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거나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먹여 살리 거나 보호하는 일에 취약하며 전체적으로 자립하는 능력도 크 게 떨어진다. 부수적인 자극은 살면서 넘치도록 마주하지만 세상과 맺는 근본적 관계에는 늘 굶주려 있다.

-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좋은 사회는 "너의 이웃을 너 자신처럼 먹여라"라는 좌우명을 중심으로 세워질 것이다. 음식을 원래 있던 곳으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사회의 중심으로 되돌려놓는다면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인류의 역사 대부분에서 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마르셀 모스Marcel Mauss가 1950년에 《증여론》에서 말했듯 사회 는 선물 교환에 기반을 두었다. 일례로 파푸아뉴기니의 트로 브리안드 섬 주민들은 쿨라 Kula 라고 알려진 의식에서 조개 팔찌와 목걸이를 교환하기 위해 배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갔다. 그와 함께 음식 및 도구 같은 일상 물품도 교환되었겠지만 쿨라는 주된 거래망이라기보다는 명성이 높은 물물교환으 로 거래 당사자 양쪽에 명예와 지위를 수여하는 자리였다.
쿨라에 쏟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현대인의 관점에서 다소 기이해 보일 수 있다. 왜 수백 킬로미터씩이나 배를 타고 나가 익사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실용성도 전혀 없고 간직하지도 않을 물건을 교환하는 것일까? 모스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 런 선물 교환이 도덕적·정신적·경제적 접착제 역할을 하며 사회를 단결했다. “영혼은 사물과 얽히고 사물은 영혼과 얽힌다.
- 삶은 한데 어우러지고 이렇게 인간과 사물이 뒤섞여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 함께 버무려진다. 바로 이런 일이 계약 과 교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이런 선물 경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처럼 상호간의 높은 신뢰에 의존한다. 이 문화에서 선물 교환은 근엄 하고 엄숙한 행위이며 교환에 실패했을 경우 죽음이나 전쟁까 지 이어질 수 있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이와 같은 의무에 얹힌 막대한 부담을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그와 비슷한 감정은 간간이 느낄 수 있다. 가령 결혼식에 초대받아 행복한 예비부부에게 건넬 선물을 구입해야 할 때도 그렇다. 알맞은 샐러드 접시나 화병을 고를 때 느껴지는 불안은 지금 같은 물질주의 시대에도 선물에 영혼과 가까운 무언가가 담겨 있음을 나타낸다. 예비부부가 작성한 결혼 선물 목록이 있으면 선물을 고를 때 드는 노력과 당혹스러움을 면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즐거 움이 사라지기도 한다. 결혼 선물로 현금을 요구하는 요즘 추 세는 논리적이지만 삭막한 현대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런 복잡함에서 돈이 현대성의 발전에 그토록 중요한 한 가지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관념적이고 비인격적인 돈은 교 환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한때 사람들을 결속한 의식과 의무를 덜어준다. 사회적 유대는 행복에 필수적이지만 경제 발전과 대조를 이루기에 효율성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 가 된다. 사람들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 놀랄 것도 없이 돈은 음식에서 시작되었다. 곡식은 남을 수 도 있으며 쉽게 저장하고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초기 도시 의 교역에 이상적인 물질로 여겨졌다.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 를 해결하자마자 수메르인이 세운 도시국가인 우르크와 우르, 에리두에서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식량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3000년경에 교역망은 이들 도시국가가 자리한 남부 메 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리아와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으로, 동 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페르시아 만과 인도까지 뻗어나갔다.  수메르인은 밀을 수출하면서 구리와 원석, 청금석, 설화 석고를 들여와 사원과 집을 장식하고 몸을 치장했다. 세계 최 초의 도시에서는 곡물이 재산이었고 사원의 곡물 저장고가 지 금의 중앙은행 역할을 맡았다.
- 수메르인이 곡물만 재배한 것은 아니었다. 양파와 마늘, 완두콩과 콩, 렌즈콩, 오이와 상추, 무화과, 대추와 올리브, 포 도, 석류를 재배한 것은 물론이고 소와 양, 돼지를 비롯해 50종 이 넘는 어류를 키웠다.54 이렇게 다양한 물품을 거래하려면 물물교환보다 더 유연한 교환 수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장 이 필요해졌고, 시장이 돌아가게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돈의 초기 형태는 점토판이었다. 여기에 가령 소와 보리 를 교환한 거래 내역을 기록했다. 이런 거래는 추수가 한창일 때에야 성사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교환에 포함되기에 이르렀고 이로써 직접적 물물교환이 선물 계약의 초기 형태로 바뀌었다.  신용 전표나 차용증서를 발행해 거래 완료 시점을 연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돈이 하는 일인데 그 렇게 되면 거래 당사자 양측의 관계가 채권자와 채무자로 바 뀐다.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용 전표는 가치가 없 어지기 때문에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의 관계에 신뢰가 바탕이 되었고, 여기에서 신용거래 credit (라틴어 credo에서 유래한 것 으로 '나는 믿는다'라는 뜻이다)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
소 한 마리 값어치의 보리 양을 기록한 점토판은 물론 지금 우리가 아는 돈이 아니다. 이런 점토판으로 보리만이 아니라 소와 가치가 동등한 물건은 무엇이든,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발달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이때부터 돈이 가치를 드러내는 추상적 징표로 변했고 그 가치는 어느 때보다 신뢰에 의존하게 되었다. 초기 동전이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며 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ar가 자신의 얼굴을 동전에 새겨 넣은 것도, 그리 하여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백성들이 계속해 동전을 기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 사실 《국부론》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스미스는 1759년에 발표한 또 다른 역작 <도덕 감정론》으로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여기서 그는 우정과 공감 에서 얻는 행복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해도 분명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 의 행운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에게 행복이 꼭 필요하다고 믿 게 하는 원칙이 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은 남의 행복을 바라 보는 즐거움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 자본주의의 아버지가 했을 법한 말과는 정반대로 스미스는 인간이 느끼는 비참함이 대부분 "부자와 권력자를 존경하 고 심지어 숭배하면서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은 경멸하거나 적 어도 무시하는 잘못된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삐 풀린 듯 부를 좇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의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 들다. 사실 《도덕감정론》에서 스미스가 그린 좋은 삶은 '유용 성을 찾기 힘든 값싼 장신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공감하며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과 닮아 있다. 스미스에게 좋은 사회 란 탐욕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인간성과 정의, 관대함과 공공심'에 의존하는 곳이며 결국 사랑이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공감은 기쁨을 북돋고 슬픔을 달랜다. "
1759년에는 이렇게 애정이 넘치던 사람이 어떻게 1776년 에 이르러 '탐욕이 최선'이라는 괴물로 변한 것일까? '아무 이 유 없다'가 답이다. 모두 같은 사람이다. 사실 스미스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도덕감정론>을 퇴고하고 그 최종본을 《국부 론》 다음에 내놓았다. 소위 애덤 스미스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 리는 스미스의 저서가 상호 보완적인 두 세계를 그렸다는 사 실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의 여명기에 책을 쓰면서 그는 기계화의 이점을 목도했지만(핀 공장 사례는 실제 사례에 바탕을 둔 것이다) 머지않아 산업혁명이 야기한 참상을 목격하지는 못했 다. 산업화에 필요한 변혁이 오히려 그 사회를 파괴하는 광경 을 살아생전에 보지 못한 것이다.
- 손으로 직접 키운 유기농 농산물이 비싸 보이는 이유는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었다는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식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 비용을 반영하는 유일한 식품 종류라는 것이다. 다른 종류, 즉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95퍼센트 를 공급하는 산업 식품은 실제 생산 비용을 체계적으로(보통은 정부 보조금으로) 외부화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저렴 하다.
- 산업 식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중 대부분은 (산림 벌채와 토양침식, 수자원 고갈, 수산자원 고갈, 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농촌 인구 감소, 실업, 비만, 만성질환, 기후변화, 대량 멸종 등) 우리가 상점에서 지 불하는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외부 효과에 가격을 매 기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유기농 농장을 운영하는 영국 농부 패트릭 홀든Patrick Holden 이 설립한 '지속 가능한 식품 트러스트sustainable Food Trust'에서 2017년에 발 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인은 식품을 구입할 때 비용을 두 번 치른다. 대략 1,200억 파운드는 상점에 지불하고 같은 비용 을 숨겨진 외부 비용에 지불하는 것이다. 125 식품의 실제 원가 를 계산한다면 우리 자신과 지구에 끼치는 피해가 훨씬 줄어 들 뿐만 아니라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역 시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홀든은 주장한다.
- 식품 시스템과 사회가 서로 그대로 비추어 보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민주적 식품 시스템이 나무 모양일 수가 없 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선조들이 잘 알고 있었듯 식품을 다스 리는 것은 권력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기본 진 리다. 자유 사회를, 즉 민주적인 지구촌을 원한다면 식품 시스 템도 달라져야 한다. 독점이 아니라 연결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다시 자유주의와 로크가 말한 농업적 비전의 뿌리로 돌아가 식량 주권의 원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민주주의 안 에서 살고 싶다면 식량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
- 슬로푸드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는 우리가 '공동 생산자'가 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잘 먹는다는 것 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루소가 말한 좋 은 시민이 되는 것과 흡사한 사회적 책임이다. 누구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현실적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가 짊어진 도덕 적 의무는 음식이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문 앞에 도착하기를 기대하는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 스스로 먹고 사는 일에 적극 참여해 최소한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새벽 네 시에 감자를 캐거나 우유를 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동체지원농업이나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지원하거나 지역 농산물 꾸러미를 구독해 생산자라는 뿌리와 소비자라는 가지를 직접 연결하라는 뜻이다. 본질적으 로 좋은 음식을 정성스레 생산하는 이들에게 관심과 감사를 표하고 힘들게 번 돈을 그들에게 쓰라는 뜻이다.

-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먹는지가 인류의 운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의 운명까지 결정할 것이다. 음식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우리는 자연계 안에서 삶의 균형을 재조정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함께 만들 수 있다. 5,000년 후면 마침내 도시의 역설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길가메시 서사시》는 아주 훌륭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정치철학 서사로 볼 수도 있다. 신과 야수, 매춘부와 영웅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문명의 본질을 헤아리는 강력한 고찰이 담겨 있다. 세계 최초의 도시 사회가 낳은 이 이야기는 이후의 사회가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을 제기한다. 놀라운 점은 이 이야기가 쓰이고 4,000년 넘게 흘렀지만 그때의 질문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 문명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문명화에 이르기 위 해서는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가? 문명의 이중적 본질을 감안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 모두 도시 역 설의 일부이자 유토피아주의의 핵심이다. 길가메시가 보여준 두 가지 결정적 행위(성벽을 쌓고 숲을 파괴하는 것)는 인간의 가장 깊은 물리적 딜레마, 즉 창조하기 위해서는 파괴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의 임무는 자신의 필요와 자연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 대도시라는 카펫이 영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할 무렵, 이에 걸맞은 농업이라는 카펫이 미국 서부 대륙에 펼쳐졌고, 이 전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대초원(아메리카 원주민과 들소 수백만 마리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이 처음으로 동부 해안과 연결되었다. 1830년에 볼티모어와 오하이오 철도가 개통되면서 전에는 보 지 못한 규모의 경제 팽창과 생태계 파괴의 시대가 열렸다. 제 일 먼저 들소가 가죽을 위해, 혹은 움직이는 기차 위에서 즐기 는 스포츠를 위해 도살되었다.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대학살로 남부에 서식하던 들소 무리가 4년 만에 몰살되었다.  들소가 사라지자 곧이어 그들의 동지였던 아메리카 원주민이 흩어지 거나 보호구역을 떠났고 그 자리에 남겨진 평원과 초원은 곡물 생산지로 바뀌었다.
- 모든 철도가 시카고로 이어졌다. 시카고는 미시시피 유역과 가까운 미시간호와 맞닿아 있다는 전략적 위치 덕분에 새 로운 무역으로 이익을 얻기에 유리했다. 식량 조달을 간절히 원하는 미국 동부 해안과 유럽 도시에 식량을 전하기에도 이상적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곡식을 앞에 두고 시카고 사람 들은 잉여분을 처리할 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그렇게 해서 곡 식을 소먹이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1870년에 이 르러 시카고의 도축장인 유니언 스톡야드Union Stockyards가 도시 안에 2.5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도시를 형성하면서 직원 7만 5,000명을 고용하고 1년에 소 300만 마리를 도축했다. 윌리엄 크로논William Cronon이 《자연의 대도시Nature's Metropolis》에서 언 급했다시피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정육업자는 골머리를 앓았다. 문제는 어떻게 짐승을 도축할까가 아니라(이 부분은 무자비하게 효율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도축한 짐승으로 무엇을 할까"였다. 지금까지 정육업 (짐승에게 곡물을 먹이고 소금에 절인 곡물에 포장해 수출하는 것)이 돼지에 집중되던 것도 그만한 이유 가 있었다. 소시지와 베이컨, 햄은 돼지를 도축하고 한참이 지 난 뒤까지 고기를 보존할 수 있는 흔한 방법이었다.46 하지만 소고기는 달랐다. 미국인은 신선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했 다. 그렇기에 소는 대개 '살아있는 상태로 도착해 현지 정육 점에서 도축되었다. 정육업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한몫 챙기려면 현명해져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시카고의 최대 정육업자인 구스 타버스 F. 스위프트 Gustavus F. Swift, 다듬어진 소고기(도살된 사체) 를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미국 동부 해안까지 운반하면서 누구보다 큰 이익을 챙긴 인물이었다. 스위프트가 고안한 아이디 어는 각 궤도 트럭의 양 끝에 소금을 섞은 호수 얼음덩어리를 함께 실어서 차가운 공기가 소고기 사이사이로 흘러 신선함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운반 경로에 얼음 저장고가 몇 군데 있었기에 머지않아 1,5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보스턴에까지 소고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스위프트가 발명한 것은 식 품 물류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인 냉장 운반 경로, 즉 저온 유 통 체계였다. 시카고의 정육업체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파격적 가격을 내세우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도살된 공장식 소고기가 현지 정육점에서 사온 신선한 고기보다 낫다고 보스 턴 및 뉴욕 주민들을 설득했다. 
- 자본의 지리학
좋은 예로 최근 런던의 부동산 호황을 들 수 있다. 애나 민턴 Anna Minton 이 《거대 자본Big Capital》에서 주장하듯 최근 런던 부 동산 시장이 변화한 것은 이곳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갑 자기 밀려들어서가 아니라 규제가 대폭 완화된 런던의 주택에 현금을 예치하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소비 열풍이 일 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 국제투명성기구 Trasnparency Interna- tional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런던 소재 부동산 4만 4,022개가 놀랍게도 해외 기업의 소유이며 그중 90퍼센트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같은 비밀 관할구역을 통해 구입한 것이고 986개는 '주요 정치 인사'와 연계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런던은 세계 자금 세탁의 수도가 되었고, 불법으로 쌓은 재산을 세탁하려 는 부패 정치인과 독점 재벌들에게 런던의 최고급 동네는 벽 돌로 둘러싸인 안전 금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런던으로 현금이 쏟아지면서 파급 효과가 일어난 결과, 일반 런던 시민들이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도심은 부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런 현상에 외국인 투자자만 가담한 것이 아니다. 시의회 역시 절실히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 택단지를 무리하게 구입했다. 런던 서더크 지역에서 얼마 전 철거된 헤이게이트 주택단지 Heygate Estate의 주민들은 결국 살 던 집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슬라우나 로체스터로 흩어졌 다.5 런던 내 주거용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훨씬 뛰어넘자 신규 부동산은 건설되기도 전에 외국 투자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와 관련해 민턴은 이렇게 언급했다. "영국 주택 시장은 순수 시장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지역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 자본의 흐름과 이어져 있다. "
-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좋은 사회를 이끌 수 없다고 프루동은 말했다. 공산주의는 '독립성과 비례성'을 거부하고 자본주의는 '평등과 법'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 필요한 것은 이 둘의 이점을 결합한 정치적 제3의 길이다. "사회의 제3형태, 공산주의와 재산 소유가 통합된 형태를 우리는 자유라고 부른다. "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의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프루동은 말했다. "보유는 지속하면서 재산 소 유를 금하면 법과 정부, 경제 및 제도에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지구상에서 악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무정부주의자가 내놓은 원대한 생각은 사유재산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을 강타하고 좋은 삶에 대한 개념 자체를 공격하는 행위였다. 이 제안은 선뜻 많은 동의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이번 세기에 닥칠지 모를 사회적·생태학적 파국을 피하고자 한다면 필히 적용해야 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혁명이나 전쟁에 의지하지 않고 재 산이라는 들쭉날쭉한 경쟁의 장을 평탄하게 다지는 것이 가능 할까?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그 답을 제시할 수도 있 겠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조지가 알아낸바, 진보가 이행될 때 마다 빈곤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보로 창출된 부가 결국 노동자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라 토지의 가치를 높 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하워드 역시 시 도했으나 완전히 실현하지 못했는데) 모든 땅을 공동소유화하고 개별 토지 소유자에게 사용 특권을 누리는 대가를 청구하는 것 이다.
- 사유 토지를 매입하거나 몰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매입은 부당하고 몰수는 불필요하다. 해당 토지를 소유한 개 인이 원한다면 자신의 땅이라 부르고 싶은 것을 계속 소유하 게 하라. 계속해서 자신의 땅이라 부르게 하라. 그 땅을 사고 팔며 후대에 남기고 유증하게 하라. 알맹이는 취하고 껍데기 만 안전하게 남겨주면 된다. 땅을 몰수할 필요는 없다. 지대 만 압수하면 된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와 함께 조지는 악화하는 불평등을 단 번에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냈다. 바로 토지 기반 재산세를 부 과하는 것이다. 토지의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면, 즉 토지에 대 해 사실상 지역 공동체 지대를 부과하면 사회는 훨씬 더 공평 하게 부를 공유하고 사용 가능한 토지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 도심에 있는 땅의 경우 소유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 문에 매매 가격이 대폭 낮아질 테고, 결국 더욱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토지의 소유주는 빈 땅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높아서 도시 밀도를 높이고 무분별한 확장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농지는 투기적 가치가 없어지면서 가격이 떨 어질 테니 농부가 되려는 사람들도 손쉽게 토지를 얻을 수 있 을 것이다. 어떤 토지도 해외로 옮길 수 없으니 고대의 조세 회 피 기술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조지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 공하리라 굳게 확신한 나머지 "토지 가치 기반 세금 외에 모든 세금을 폐지하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
- 음식을 다시 소중히 여기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음식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는 곳, 즉 어디가 되었든 전통 음식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곳을 연구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알 프스 목초지나 브라질의 정글 시장, 카이로의 전통 시장, 이탈 리아의 올리브 과수원, 프랑스의 포도밭이나 도쿄의 도시 농 장 같은 곳에 인간을 공간과 풍경에 결속하고 서로 돈독한 유 대를 맺게 하는 음식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삶을 형성하고 시 간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음식의 힘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들 과수원과 포도밭, 시장은 모두 수 세기 동안 존재했다. 음식 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회복력 있는 문화를 이끈다는 주장에 근거가 필요하다면 이런 곳이 바로 그 증거다.

- 인류가 기술적 비전으로 아직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미시 세계의 진실이라는 극장에서 보았다시피 이제 우리가 싸움을 포기해야 할 때임을 깨닫는 것이다. 발견을 향한 항해에서 인간이 얻은 가장 위대한 통찰은 우리가 자연의 불가분한 일부이며, 그렇게 줄곧 자연을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이다.
-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면 이것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들도 당신과 나처럼 똑같은 일을 하고 있 다. 경쟁이 치열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번성하려 애쓰고 있다. 다만 미생물이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했을 뿐 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인 미생물이 등장한 것은 약 38억 5,000만 년 전, 전하를 띤 바다 입자가 열수 분출공(화산 작용으로 생긴 해저의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네랄 '수프'를 삼켜 원시세균이라 알려진 단세포체를 형성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공통 조상인 고세균은 세계 최초의 식사를 하면서 화학에너지를 사용해 탄소와 수소, 산소 및 질소를 처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을 형성함으로써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약 10억 년 동안 고세균이 유황 가득한 산성 지구를 지배 했는데 27억 년 전쯤 지독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남세균, 혹은 남조류가 바다에 증식하기 시작하면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흡수하고 폐기물로 산소를 내보낸 것이다. 광합성의 원시 형태인 이 과정이 지구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산소는 상당히 난잡한 요소로서 앞에 있는 모든 것과 결합했 는데, 특히 철과 결합하면서 지구 최초의 녹지대rust belt가 생겨 났다. 고세균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재앙이었다. 인류의 가 장 먼 조상인 고세균에게 산소는 치명적인 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죽거나 땅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고세균 은 영원이 추방되었다. 바다에서 포화 상태에 이른 산소가 차 츰 대기 중으로 새어나가면서 대산소 발생 사건 Great Oxygenation Event 이 일어났고 이로써 현재 대기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약 9억 년 전에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로 안정되면서 진화의 새로운 단계가 마련되자 복잡한 생명체가 진화하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지구 위를 걷게 되었다. 
다들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겠지만 식물이 햇빛과 물을 사 용해 광합성을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 부산물이 산소라는 사실은 오래전 생물 수업에서 배운 바 있다. 다만 이 과 정이 미생물에 의존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물세포에 포함된 기관으로 광합성을 수행하는 엽록체는 다름 아닌 인류의 오랜 친구이며 여전히 대기 중으로 산소를 신나게 뿜어내고 있는 남세균으로 이루어져 있다. 
- 우리가 숨 쉴 수 있게 하는 것 외에 남세균이 보유한 숨은 기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다. 첫 번째 장에서 보았듯이 질소는 동식물에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대부분 공기 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식물에 흡수되기 전에 고정되어야 한다. 하버 보슈법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이 유용 한 기능을 수행한 것이 남세균이었다. 가령 물에 잠긴 아시아 의 논이 한 세기가 넘도록 비옥하게 유지된 것도 남세균 덕분이다.
- 한 가지 예로 몬산토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초제, 라운드업 Roundup의 핵심 유독 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들 수 있다. 처음에는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발견이라며 농부 와 과학자 모두 입을 모아 환호했던 이 제초제는 맹독에 저항 할 수 있게 고안된 '라운드업 레디 Roundup Ready' 유전자 조작 작 물에 사용하도록 제작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들판에 이 제초 제를 마음껏 뿌리던 미국 농부들은 예상치 못한 잡초의 반격 에 낙담하고 말았다. 그 조짐이 처음 드러난 것은 2000년 델라 웨어의 콩밭이었고 이후 열 가지 이상의 다른 잡초(쥐꼬리망초, 명아주, 단풍잎돼지풀 등)가 나타나면서 22개 주에 걸쳐 400만 헥타르가 넘는 콩밭 및 목화밭, 옥수수밭이 타격을 입었다. 이름 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 라운드업 레디 잡초는 조심스러운 제비꽃과 전혀 다르다. 일부는 키가 2미터 넘게 자라고 줄기가 워낙 억세 농기계에 손상을 입힐 정도다. 이런 기괴한 식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자연은 진공을 꺼리기 때문에 쥐꼬리망초 나 명아주 및 그 동지들 입장에서 경쟁 상대가 사라진 채 광활 하게 펼쳐진 단일 재배 농지는 놓쳐선 안 될 기회였다. 한 잡초 과학자가 말했듯 '다윈식 진화가 빠르게 진행된 사례였다.
- 자연 앞에서 묘책은 답이 될 수 없다. 자연계는 본질적으로 복잡하며 상호성의 원리를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좋은' 미 생물은 자연적으로 병원균과 싸우고 자연의 포식자는 해충을 먹어 치우며 식물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파이토케미컬을 방 출한다. 34 자연은 복잡성을 통해 회복력을 키우지만 농업은 오 래전부터 자연의 단순화를 목표로 삼았다. 지구상에 있는 약 30만 종의 식용식물 중 17종만이 현재 인류 식량의 90퍼센트 를 공급한다. 35 농업이 없었다면 우리는 도시에 살 수도, 샌드 위치나 씨 없는 포도를 먹을 수도 없었겠지만 도시 시대에 접 어들면서 과거에 성행하던 잡초 제거와 품종 개량이 다시 우 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류의 식품 시스템은 능률적이고 효 율적이지만 동시에 취약하다. 이를 두고 할머니들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탈이 나는 법이라고 말할 것이다.
- 유기농 재배-채식 농업 접근 방식은 생태 학적으로 가장 유익해 보이지만 실제로 동물이 전통적으로 수 행하던 기능인 영양소 재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유기농 재배-혼합농업 방식에서는 클로버 같은 질소 고정 식물을 파 종하는 것이 상당히 효율적인데, 소가 뜯어먹을 수도 있고 그 에 따라 밭도 비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지면 이런 전통적인 가축 사육 방식에 내재한 이점 역시 거대해진다고 페얼리는 말한다. 예를 들어 돼지에 게 음식 찌꺼기를 먹이면 (오래된 관습이지만 유럽에서는 2001년에 구 제역 위기를 겪은 뒤 금지되었다) 영국에서만 연간 80만 톤의 돼지고 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인의 총 육류 소비량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더불어 인간의 식량 작물보다 일부 사료작물이 더 잘 자라는 곳에 사료작물을 파종하는 방안 역시 묵살해 서는 안 된다. 동물은 인간만큼 먹는 데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재배한 작물을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감자밭은 저 장 손실이나 불량품, 벗겨진 껍질 때문에 절반이 낭비될 수 있 지만 돼지는 그 땅에서 나는 것을 기꺼이 모두 먹어 치운다. 소 역시 수확이 끝난 땅을 즐겁게 뜯어먹으니 그곳이 놀라울 만 큼 엄청난 사료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미국 의 식품 분석가 J. G. 페이들J. G. Fadel이 1999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 밀과 쌀, 보리, 옥수수 및 사탕수수 등 세계 5대 작물 의 수확 후 잔여물만으로 젖소가 전 세계에 우유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물론 필요한 단백질의 3분의 1을 충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페얼리는 동물성 식품이 채소나 곡물보다 평균 1.2배 더 영양가가 높으므로 식물 기반 접근법의 일환으로 동물을 사육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열렬한 육식주 의자들이 황급히 달려가 바비큐 불을 지펴야 한다는 뜻은 아 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스테이크를 실컷 먹어도 되는 구실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페얼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 어디 에도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없다. 타당 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고기는 사치다.""그래도 '기본 가 축default livestock'이라 부르는 방식이 설득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 다고 한다. 기본 가축이라 함은 '채소에 지속 가능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농업 시스템에 없어서는 안 될 부산물로서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그랬듯 동물을 사육하면서 풀과 음식 찌꺼기, 수확 잔여물 등 안 그러면 바로 쓰레기가 되는 영양분을 먹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접근 방식을 택하면 서양에서 소비하는 육류 및 유 제품의 양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베이컨이나 치즈 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다. 페얼리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기본 가축 사육 방식을 전 세계적으로 시행할 경우 인류가 현 재 소비하는 육류 및 유제품의 절반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 다 시 말해 1인당 연간 고기 18킬로그램(주당 350그램)과 우유 39킬 로그램 (주당 우유 0.7리터 또는 치즈 75그램)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곡물 및 채소 재배로 발생하는 잉여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라고 페얼리는 말한다. 
- 식물과 균류, 부식질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이제야 하나씩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근권(식물 뿌리의 주변 영역을 일컫는 말로 독일 농학자 로렌츠 힐트너Lorenz Hiltner가 1904년에 이름 붙였다)에 유익한 미 생물이 가득한 것은 식물이 특정 분비물을 배출해 이들을 계 획적으로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이런 미생물은 '근위병' 역할 을 하면서 잠재적 병원균을 식별하고 필요에 따라 이를 교체 하거나 퇴치해 숙주를 보호한다. “당분으로 미생물을 유인하 는 것이 식물계가 행하는 방어 전략의 핵심"이라고 몽고메리 와 비클레는 말한다. 
이런 협력 관계가 얼마나 유익한지는 식물이 이 관계에 얼마나 막대한 투자를 하는지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미생물을 끌어들이는 분비물은 식물의 총 당분 생산량의 40퍼센트까지 차지한다. ' 이런 달콤한 간식 외에도 식물은 아미노산과 비 타민, 파이토케이컬 등으로 잔치를 열어 미생물 동업자를 후하게 대접한다. 힐트너가 추측한 것처럼 식물은 파이토케미컬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특정 미생물을 모집하고 행동을 지시한다. 그 대가로 미생물 신병은 식물에 메시지를 보내 위험이 임 박했음을 경고하고 이에 대응하는 면역 반응을 촉발시킨다. 공격을 받는 식물은 균근 고속도로를 통해 서로 경고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J. R. R. 톨킨J. R. R. Tolkien 이 그렇게 기상천외한 것도 아니었다. 나무는 실제로 말할 수 있다.
이런 발견은 산업식 농업의 기본 원칙에 이의를 제기한 다. 먼저 농부들이 태곳적부터 수행한 쟁기질이 식물과 토양 에 매우 중요한 균근 네트워크를 파괴하기 때문에 상당히 해 롭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본의 농부 마사노부 후쿠오카Ma- sanobu Fukuoka가 보여주었다시피 쟁기질을 하지 않고도 완벽히 효율적인 데다 훨씬 더 생산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가능 한 한 자연과 가까이 살기 위해 후쿠오카는 자연농법 혹은 '아 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을 개발했다. 벼와 호밀, 보리를 엇갈 아 재배하면서 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오래된 작물 위에 새작물을 바로 파종하고 수확한 작물의 짚을 밭에 뿌려 잡초의 성 장을 막았다. 후쿠오카는 1975년에 출판한 책 《짚한 오라기의 혁명》에서 이렇게 썼다. "이보다 더 간단하게 곡물을 재배하 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씨를 뿌리고 짚을 깔기만 하면 되는데 이런 단순한 방식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107 이런 자연농법('무경운' 농법이라고도 한다)을 적용하면 할 일이 별로 없 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좋아서 수확량이 이웃 농장과 일관 되게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고 한다. "이 방법은 현대 농업 기 술과 완전히 모순된다. 기계도, 준비된 비료도, 화학약품도 쓰 지 않는 이런 농사를 지으면 일본의 평균 농장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확물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
- 인간 미생물 군 집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스펙터는 인간의 내장 환경을 잘 알 고 있다. 2016년에 그는 BBC의 <푸드 프로그램>에 출연해 탄 자니아로 떠났고 사흘 동안 하드자Hadza 족과 함께 식사하며 생 활했다. '15 하드자족은 아침으로 톡 쏘는 맛의 희부연 바오밥 주스를 마시고 뒤이어 나무딸기류와 덩이줄기, 꿀, 땅벌레와 가끔 호저 고기 한두 조각을 곁들인 간단한 식사를 하는데 스 펙터는 이들을 '미생물 군집계의 슈퍼스타'라고 칭한다. 그들 식단의 미생물 다양성이 평균 서양인의 식단보다 40퍼센트 더 높은 까닭이다. 이들이 섭취하는 미생물 중에는 유럽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종도 더러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일부는 날씬한 몸을 유지하거나 질병과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제 이런 미생물을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기 전에 찾아내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와 하드자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채취한 대 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스펙터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 며칠 만에 그의 미생물 군집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뀐 것이다. 다양성이 훨씬 높아졌는데 아커만시아Akkermansia 와 크 리스텐시넬라 Christensenella와 같이 날씬한 몸과 관련된 미생물 은 물론 염증을 완화하는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 Faecalibac- terium prausnitzii의 수치가 극적으로 높아졌다. 스펙터의 미생물 중 2퍼센트는 서양에서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집단으로, 식물과 토양에는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 인간이 마주한 딜레마를 해결할 쉬운 답은 없지만 우리 앞에 어떤 장애물이 놓여 있든 음식이 길잡이가 될 것이다. 누구도 음식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음식은 우리보다 앞서 존재하고 우리의 앞을 내다보며,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우리보다 오래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세계와 묶어주는 이 관계는 결국 인류의 가장 큰 희망이다.
- 미국의 외과의 아툴 가완디 Atul Gawande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현대 의학이 인간에게 큰 혜택을 안겨주었지만 역 설적이게도 인간에게서 좋은 죽음을 앗아갔다고 주장한다. 현 대사회에서 우리는 대부분 집에서 친구와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화로이 죽음을 맞기보다는 튜브를 잔뜩 낀 채 여기저기서 기계 소리가 들리고 네온 불빛이 켜진 병동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다. 의료 훈련이 삶의 끝을 다루기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진 탓에 의사와 환자 모두 비현실적으로 편향된 임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가완디는 말한다. 많은 의사들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환자의 목숨을 연장하려 하고 불치병에 걸린 환자의 죽음마저 일종의 실패로 바라본다. 그 결 과 환자는 고통을 연장하는 것 외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가혹한 치료를 받고 “의료 개입을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의 마지막 한 주 동안 삶의 질은 형편없이 낮아진다"
단순히 목숨을 연장하는 것보다 죽음이 더 우선순위에 있 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많은 이들이 끝없 는 치료에 굴복하기보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여행을 떠나거나 그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을 맞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질과 양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숨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 은 마지막을 위해 남은 수명을 내놓을 것인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고 가완디는 주장한다. 이 사실을 직면할 즈음에는 대다수가 너무 아파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치료를 기본 선택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맞서기보다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미리 직시해야 한다. 고통 완화 치료는 삶의 마지막 몇 주를 앞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을 받은 즉시 해야 한다. 암에 대응하기 Coping with Cancer라는 미국의 한 프로그램에 따르면 환자들이 자신 앞의 선택지를 고민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경우 많은 이들이 죽음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치료를 포기 하고 일찍 호스피스 시설에 들어가는 편을 택했다. 그 결과 그 들은 "필요 이상의 고통을 받지 않았고 신체 기능이 더 온전했으며 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환자들이 사망한 뒤 6개월이 지났을 때 유가족이 반복되는 우 울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현저히 줄었다" 잘 죽기 위해서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고 남은 삶을 더욱 마음껏 즐길 수 있다. 2010년에 매 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경우 여생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치료 초기에 고통 완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임종 때 고통 을 덜 느낄 뿐만 아니라 평균 25퍼센트 더 오래 산다는 사실 이 밝혀졌다. 가완디가 말했듯 이런 결과는 "불교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삶에 대한 미련을 놓을 때야 비로소 오래 살게 되는 것"이다."
- 실제로 사람들은 요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팀 잉골드가 언급했듯 전통 사회에서 시간은 과업 지향적이고 사회적이었다. 일상의 활동을 추상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간이었다. 사실 과거에 시간은 삶에 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에 관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E. 에번스프리처드 Edward E. Evans-Pritchard가 설명했듯 남수단 누에르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 누에르어에는 '시간'에 해당하는 표현이 없다. 따라서 누에르족은 시간을 보내고 낭비하고 아낄 수 있는 무언가로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은 시간과 싸운다거나 추상적인 시간의 흐름 에 맞추어 활동을 조정해야 하는 등의 감정을 평생 겪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기준이 되는 것은 주로 활동 자체 이기에 그들은 무엇을 하든 여유롭다. (...) 누에르족은 운이 좋다. 
에번스프리처드가 언급했듯 시간 앞에서 평온할 수 있는 누에르족의 여유를 누구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 수면 부족 에 시달린 채 밤낮없이 초고속으로 이어지는 지금 우리의 문화와 완전히 동떨어진 삶의 방식은 상상하기 힘들다. 서양에 서는 산업혁명과 함께 삶이 일과 여가로 나뉘고, 시간이 돈이 라는 프랭클린의 숙명적 관념이 퍼지면서 시간적 자유가 산산 조각이 났다. 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가 기계의 신화》에서 언급했듯 기계시대의 도래를 알린 것은 기차가 아 니라 시계였다. '자동 기계의 모범'과 같은 시계는 시간과 공간 을 수량화함으로써 '서양인이 전 지구에 퍼뜨린 통제 시스템 에 없어서는 안 될 일부'가 되었다. 25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 F. 슈마허는 시간이 상품화하면서 인간이 생산자와 소비자로, 즉 시간 논리의 노예가 된 불완전한 두 반쪽으로 갈라졌다고 말했다. 
-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기 시작하는 것이니 죽음을 대비하기가 쉬울 수도 있다고 세네카는 말했다.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매일매일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 럼 두려움 없이 늘 즐겁게 보낼 수 있을 테니 현실을 받아들이 는 것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비결이라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 은 수명이 아니라 삶을 충실하게 사는 능력이었다. 세네카는 “충분히 오래 살았다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 라고 썼다.  그러니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만끽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노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자. 삶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면 즐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과 일은 떨어지기 직전에 가장 환영받고 젊음은 끝나갈 무렵에 가장 매력적이다. 마지막 술잔은 그 사람을 기쁘게 한다. " 인간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생을 연장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했다.
광대하게 펼쳐진 시간의 심연을 마음의 눈앞에 놓고 우주를 생각하라. 그런 뒤 소위 인간의 삶과 무한함을 비교해보라. 그러면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면서 늘리고자 하는 것이 얼마 나 보잘것없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서기 65년, 그동안 설교한 바를 실천해야 하는 순간이 세네카에게도 다가왔다. 황제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고 의심한 네로가 세네카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명하면서 죽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친구와 가족을 불러 모아 상심 하지 말라고 이른 세네카는 침착하게 자신의 혈관을 그은 뒤 삶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사이 그 의 삶은 서서히 스러져갔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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