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속

사회 2021. 4. 18. 18:59

- (김대식) 어쨌든 세상에 대한 규범적인 모델은 인간이 머릿속에서 생각해내는 것일텐데, 뇌과학을 하면서 점점 이런 걸 느껴요. 뭐냐면, 인간의 뇌 자체가 참ruth’을 위해서 진화한 게 아니고, '생존'을 위해서 진화하다 보니, 이 뇌가 가진 정보가 진실이라 면 그건 우연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거예요. 대부분은 특정 상황 에서 지역적 적합성'ocal fitness을 올려주기 위한 방향으로 만들어졌 을 거라는 거지요. 그래서 결국은 뭐냐면, 저는 우리가 가진 모델 이 정규분포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한 특정 상황에서는 그 근사치approximation가 훨씬 생존에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했던 것이고, 그런데 문제는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점점 멱함수 쪽으로 가요. 그런데 머릿속에서 기대하는 건 여전히 정규분포예요. 부 wealth, 정의도 그래야 하지 않 을까 기대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그게 일치하지 않아요. 우리 머릿속의 30만 년 된 기대치와 사회가 커지면서 네트워크 효과로 발생하는 멱함수 분포가 불일치하는 것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를 비교해보면 멱함수가 되는 네트워크 는 대개 효율성, 생존과 관련이 있어요.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결 해야 살아남는 시스템은 멱함수 분포로 진화하는 것 같아요. 그 렇지 않은 시스템은 그쪽으로 잘 안 가는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열린 삼각형 open triangle 이라는 게 있거든요, 삼자관계인데 하나가 열려 있는 거. 삼각형이 되려면 될 수도 있는데, 아직 ‘저' 와 제 친구의 친구 사이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삼각형 이 안 된 거죠. 이 열린 삼각형이 닫히느냐 안 닫히느냐. 소셜 네 트워크에서는 대개 닫히죠. 친구의 친구면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자연계, 기술 네트워크나 생물 네트워크에서는 이게 닫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왜냐면 이게 닫히는 순간, 네트워크상의 불필요한 중복redundancy이 확 높아지니까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거의 죽는다고 봐야죠.
- 악수라는 행위가 감염병이 심하던 어느 시대에 사라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 학생들이 신기해하죠. 그런데 그런 신기한 일들이 지금 우리 시대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죠. 악수가 원래 고대 제국에서부터 “우리 손에 무기가 없다” 라는 걸 서로 확인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하지요.
미국에 좋은 대학들이 생겨난 것도 질병 때문이에요. 미국의 학생들이 영국 본토에 유학 가서 공부를 하는데, 미국에는 없는 낯선 병에 걸리곤 하죠. 상층 부르주아 도련님들이 유학 갔다가 천연두에 걸려서 죽든지 혹은 얼굴이 망가져서 오니까,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에 좋은 대학을 세우자는 움직임이 생깁니다. 미국 대 학 건립 이면에 이런 사정도 있다는 건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하던 비즈bise, bisou 인사법도 오래전부터 있다가 흑사병 때 없어졌다고 해요. 그러다가 프랑스 혁명 시기에 다시 나타나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다가 현재 일시적으로 사라졌습니 다. 언제고 다시 생겨나겠지만 지금 비즈는 사회적으로 금기입니다. 제가 프랑스에 처음 유학 갔을 때 어떤 여학생이 뺨을 내미는데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뒤로 뺀 기억이 나네요. 그런게 고작 20~30년 전 일입니다.
- (김대식) 스탠퍼드대학교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Walter Scheidel 교수가 "인류 역사에서 불평등은 오로지 세 가지 방법만을 통해 해소된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정확히는 질병, 전쟁 그리고 기후 변화라는 세 가지를 통해서이지요. 이분이 말하는 게 뭐냐면, 사 회가 발달하면 효율성이 커지면서 불평등도 계속 커진다는 겁니 다. 그런데 평화로운 합의를 통해서 불평등이 해소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게 좋다거나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고, 역사적 사실이 그랬다는 거죠. 우리는 지금 그걸, 합의를 통해서 불평등을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시도라는 거예요.
- 우리 눈 안에 있는 망막 같은 게 광자의 절댓값을 계산하면 우리 는 이런 그림을 볼 수가 없어요. 실내에 있을 때하고 실외에 있을 때, 절댓값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상대적인 값을 계산해서 실내에서의 빨간색이 실외에서의 빨간색이랑 같게 보이거든 요. 사실 실외의 밝기가 훨씬 큰데도, 말하자면 다이내믹 레인지 를 넓게 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끔 만든 시스템인데, 이게 주관적인 행복지수나 소득 부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다 보니,  반적으로 훨씬 상황이 좋아졌는데도, “그래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데?” 이렇게 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훨씬 중요한 거죠. 이건 아주 본능적인 감각이에요. 불평등에 대한 감각 은 언제나 나와 비교 그룹 사이의 문제이지, 절대로 역사적인 평가 대상이 못 되는 거예요.
- 최근에 미국 샌프란시코 연준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나왔는 데요.  14세기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15차례의 팬데믹 자료를 토대로 역사상 팬데믹이 발생하면 실질 중립금리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한 겁니다. 결론은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투자 등 수요가 둔화되는 반면에 사람들 이 저축을 많이 하면서 실질 중립금리가 정상적인 상황에 비해 최대 2% 정도 하락하고, 이러한 영향이 길게는 40년 가가까이 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림에도 나타나듯이 팬데믹은 중립금리에 전쟁 과는 정반대의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전쟁이나 지진 같은 재난이 오면 고정자본이 파괴되지요. 그러면 이후에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은 양(+)의 영향을 받습니다. 파괴된 시설 등 고정자본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확대되거든요. 그래서 똑같은 음(-)의 충격이 있더라도 공장을 다시 짓고 하는 과정에서 투자수요가 발생하면서 실질 중립금리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그런데 팬데믹은 생산시설 측면에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요. 노동력, 사람만이 죽어나가는 거죠. 결과적으로 고정자본 대비 인적 자본에 타격이 집중되면서 자본의 상대적 가치인 실질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물론 의료시스템의 발전 등을 고려하면 이번 코로나 사태가 과거 팬데믹 사태와 같이 노동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세계경제의 실질 중립금리는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되 겠죠. 지금 선진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글로벌 위기 이후에 잠재성장 률 하락과 함께 낮아져서 이미 코로나 발생 전에 0%에 가깝게 하락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팬데믹 충격으로 다시 마이너스 수준으 로 떨어진다면 그보다 더 아래로 실질금리를 내려주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될 수 없어요. 즉, 돈을 아무리 풀어도 통화정 책이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별로 없어진다는 이야기이지요. 결과적으로 총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세계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위험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대공황 같은 경제위기 로 진입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개 인적으로 이번 사태가 거기까지 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대공황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이번 코로나 위기가 대공황과 같은 극심한 경제 위기로 파급되는 데 두 가지 핵심적인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디플 레이션의 발생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위기의 발생입니다. 지금 주요 중앙은행들이 혹시 모를 디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신용경색과 은행 위기를 막기 위해 엄청나게 돈을 풀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겁니다.
- 어쨌든 이번 사태로 개인과 집단, 채무자와 자산가, 부유층과 빈곤층, 혁신기업과 낙후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미국과 중국 등 모든 부문에서 분절과 괴리가 심화되는 초디커플링 great decouping의 시대 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디커플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사하 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은 본질적으로 이질성의 발현, 양극화에 따른 갈등과 시스템적 불안정성을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과정에서 공급 과잉에 직면한 기존 낙후산업의 구조조정 문제, 생산양식과 체제 변화에 따른 생산요소 소유자 간 지대의 재조정 문제 등, 새로운 통합과 균형을 찾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장기간에 걸친 갈등조정과 비용이 수반될 것입니다.
- 과거에는 불행하게도 대공황과 세계대전 등이 이러한 새로운 균형 정립을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했지요. 과연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예기치 못한 충격과 불안정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서둘러 보다 유연한 경제시스템, 충격 흡수력과 복원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연대 회복 그 리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 등이 정말 긴요하겠지요. 이번 감염사태 가 우리 경제의 앞날에 '위기를 가장한 축복blesing in disguise'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함준호) 재미있는 사실이, 지진같이 재난이 일어나서 생산설비가 파괴된 다음 해에는 성장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발전소 같은 무너진 생산시설을 복구하는 비용이 투자로 잡히거든요. 당연히 거기에 따른 총수요가 증가하죠. 그런데 팬데믹의 경우에는 다릅 니다. 새로운 생산이나 투자가 별로 필요 없어요. 설비가 셧다운shutdown 돼서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가 발생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일어난 것은 인적 손실뿐이죠. 의료 기술의 발전 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에서 발생하는 인적 자본의 손실이 과거 팬데믹의 사례보다 덜할 수는 있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것은 상대적으로 인적 자본의 손실이 고정자본의 손실보다 크다는 거예요. 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실업자가 되면서 고용시장을 반영구적으로 떠난 사람들도 포함해서요. 그러면 팬데믹 이후에는 아까 말씀드린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 대비 자본 공급이 과다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 (김동재) 우리나라는 지금 상대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편이에요. 일상생활을 거의 지장 없이 영위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아주 드문 나라 중 하나죠. 이게 정말 축복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혁신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측면에 서는 축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만약에 우리가 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뭔가 해냈을 수도 있는데 그냥 쉽게 넘어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도 있고요.
- (김대식) 분명한 건, 면역학적으로 봤을 때는 절대 축복이 아니에요. 아마 지난번에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1차 감염을 비교적 가볍게 넘어갔기 때문에 집단 면역성이 생기지 않았거든요? 그러면 2차 감염은 훨씬 더 심하게 닥칠 수 있다는 게 면역학계의 전통적인 예측인 거죠. 반면에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지금 치사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요. 그렇지만 아마 2차 감염은 훨씬 정도가 덜할 거라고 예측하는 거죠. 물론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요.
- (주경철) 예컨대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을 보면 이념적으로 가장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원칙적으로는 무조건 상대방을 죽여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소통하는 채널이 있어서 교류를 하고 있거든요. 지중해 북부의 기독교 유럽과 지중해 남부의 이슬 람 아프리카가 그런 경우이지요.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 니, 안전하게 배가 드나드는 루트를 만들어두고 이용하고 있었습 니다. 아프리카 상품과 유럽 상품이 이 루트를 통해 교환되고 있 었던 거지요.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사례로는 베네 치아를 들 수 있겠지요. 베네치아는 서방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 도 오스만투르크 제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거래를 지속했습니다. 자, 정말로 김대식 교수님 말씀처럼 전개된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나겠지요. 이 경우는 제3차 세계대전이 될 테고 곧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엄청난 사태로 번지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하고 또 실제로 세계대전까지 가지는 않겠지요.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이 충돌은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채널을 열어두어야 하고, 그것을 유지해야 할 테지요. 아주 이상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그 채널 중 하나를 담당할 수도 있는 거지요.
- (함준호)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영원히 금리를 제로로 묶어두는 거죠.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다시 금리를 올릴 상황이 되 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겠지요. 금리를 언제까지나 제로로 묶어두는 게 가능하다면 역설적으로 결국 경제가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고요. 만약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 션 조짐이 나타난다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싶어도 못 하죠. 그 런데도 재정부담 때문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돈을 계속 풀면 잘못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고,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재정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 (주경철) 유사한 역사적 사례로 17세기 말에 일어난 영국의 재정 혁명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당시 나온 아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영구채라는 개념입니다. 단기 상환도 아니고 장기 상환도 아니고 이론상 영원히 상환을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자 지불만 한다는 것이죠. 만일 국가가 연 3% 이자로 100억짜리 채권을 발행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거액을 갚는 게 아니라 매년 3억씩 이자를 내면서 버티겠다는 거지요. 3억 정도는 확실하게 보장된 세금으로 지불할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안 됩니다. 
다만 이 상태로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적절히 통제하기는 합니다. 예컨대 전쟁 때문에 국채를 발행했다고 하면, 전쟁이 끝나고 나서 재정적으로 여력이 생겼을 때 정부가 채권시장에 들어가서 국채 일부를 사서 소각하는 겁니다. 올해 20억 소각, 내년 10억 소각 하는 식으로 조절을 했어요. 이렇게 하면 큰 부담 없이 안전하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거액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한 것이 18세기부터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거든요. 정부 부채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한 최초의 사례예요. 나머지 나라들은 형편없었죠. 스페인 같은 경우는 거부들에게 무작정 돈을 빌려가지고 급전으로 쓴 다음에 갚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정부 파산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요즘 일부 국가들 상태가 이런 방향으로 치닫는 건 아닐까요?
- 본격적으로 전략과 조직 문제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기업 전략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업 환경의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극심하게 증대되면서 겸손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존 전략의 패러다임은 '계획 Planning' 이었습니다. 분석하고 계획을 잘하면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흔히 기업이나 조직에 있는 부서인 기획실이나 전략기획실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영어로 하면 다들 'strategic planning department', 이런 식으로 씁니다. 계획 패러다임이 그대로 반영된 이름이지요. 여기서 겸손한 방 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완전히 새롭고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고 좀 보완적 대안적 관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말합니다. 소수 의견이지만 창발적 전략omergent strategy 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헨리 민츠버그 Henry Mintzberg 라는, 전략 분야의 대가가 있습니다. 당시 소수의견이었지만, 민츠버그 교수는 이미 1970년대부터 '창발적 전략imergent Stategy' 이라는 개념으로 전략은 합리적인 계획에 의해 만 들어지고 실행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진화해간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계획 패러다임에서는 전략을 논리와 분석을 통해서 수립formulation하고 실행implementation했습니다. 그런데 창발적 전략에서는 전략은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 formation 되어가는 것입니다. 유연한nexible 전략이 좋은 전략이고, 융통성 없는 경직된 rigid 전략은 좋지 않은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러면서 키워드들이 다 바뀝니다. 실물옵션 Real Option 접근방법이라는 것도 나옵니다. 뭘 살짝 해보다가 반응 을 보고 움직이고, 다시 반응을 보고, 또 살짝 움직이고, 이런 식으로 진화해나가는 전략이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전략을 설명하는 키워드도 과거의 계획’, ‘수립’, ‘실행' 이런 키워드에서 탄력성’, ‘유연성'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지요.
- 리더가 바뀌면 문화가 바뀝니다. 리더가 넥타이를 푸는 것만으로 조직 문화가 좀 더 유연해지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의 언행에서 가장 강한 신호를 받습니다.
근래 CEO들의 메시지를 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목적’ 과 인간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죠. 과거와 같이 리더가 모든 걸 알아서 관장하고 진행하는 것은 이제 비현실적인 방식이고 사고입니다. 이러한 전통적 리더십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거죠. 구성원들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겁니다. 구성원들을 존중하자, 고객을 무시하지 말자, 인간을 존중하 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앞으로 조직 문화는 이렇게 가야 하고, 또 그렇게 움직일 겁니다.
-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나눠서 부르더군요. 애니웨어 피플Anywhere people과 섬웨어 피플 somewhere people의 경쟁이라고요. 애니웨어 피플이라는 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어디에서나 살아남을 수 있는, 돈이 있거나 언어를 잘하거나 능력을 어디서나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대부분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고요. 반대로 불이익을 가진, 한 사회에서 한 언어만을 사용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섬웨어 피플이라고 부르더군요. 이 두 부류에게 세계화라는 것의 여파는 전 혀 다르게 다가오는데, 그러면 이 그룹의 비율이 어떻게 될까 살펴 봤더니 애니웨어 피플이 10% 남짓이면 80~90%가 섬웨어 피플이 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세계화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고작 해야 10~20%밖에 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표현이 되지 않았어요. 항상 주류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세계화의 밝은 면만을 조망하고 있었고요. 우리끼리 항상 다보스 포럼에 가면 그런 얘기를 했 습니다, 본인들도 몰랐는데 어딘가 이상한, 불쾌감unbehagen 같은 것이 있다고요. 
사실 섬웨어 피플 입장에서도 세계화로 인한 간접적인 이득benefit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은 체감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일자리 문제이거든요. 그런데 섬웨어 피플 입장에서 볼 때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거지요.
- (김대식) 어쨌든 이 세계 2차대전이라는 게, 정말 엄청난 재앙이었 잖아요. 유럽은 완전히 폭삭 망하고, 영국은 제국의 지위를 잃고, 도시들이 폭격을 당해 폐허가 되고, 정말 1차 세계대전보다 훨 씬 큰 재앙인 게, 1차 세계대전 때는 어쨌든 국경선에서만 전쟁이 일어났거든요. 파리나 베를린 같은 본토는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때는 정말이지, 다 다치다 보니 1945년에는 “야, 이거 안 되겠구나” 하고 브레튼 우즈가 나선 거 잖아요. 전쟁이 끝나기도 전인 1944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제도를 우리가 만들어야 된다,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이 난다”했죠. 그때 보니 케인스가 그걸 제안했더라고요. 1차 세계화 금융 위기의 큰 문제 중에 하나가, 파운드가 세계의 기축통화였는 데 제 역할을 못 했더라는 거죠. 
본질적으로 이해의 충돌이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화폐가 동시에 세계의 화폐가 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케인스가 글로벌 인조 화폐를 제안했었는데, 지금은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어버린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당시와 완전히 똑같은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거죠. 한 나라의 화폐가 전 세계의 기축 통화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한 나라에서는 거의 무한정 이걸 찍어낼 수 있고, 모든 돈이 이 나라로 쏠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금융 불균형 문제도 생기고요.
제가 봤을 때는 그래서 2차 대전 이후부터 쭉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럽 연합이 유로 만들 때부터, 탄생할 때부터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것같이, 2차 대전 이후의 이 질서 도 태생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 문제가 지금 우리들의 뒤통수를 치기 시작하는 거고요. 그런데, 결국 보면 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IMF나 유엔이나, 브레튼우즈 체제도 결코 재미로 만든 건 아니잖아요. 세상이 얼마만큼 주저앉을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혼이 나봤기 때문에 만든 거죠. 그렇게 보면, 우리도 한 번 혼나기 전에는 저런 걸 새로 만들 수 없지 않을까요?
- 콜레라가 사실 굉장히 큰 사건이었거든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정말로 글로벌한 세계 최초의 팬데믹이었어요. 흑사병 같은 경우는 육상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었지만, 콜레라는 철도와 증기선을 타고 옮겨져서 수년 만에 전 세계를 석권했거든요.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상수도하고 하수도가 도시에 쫙 깔린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게 바로 콜레라예요. 그다음, 위생 관념, 국가가 어떤 병에 대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 그게 단순히 병 에 대한 정책 정도가 아니라,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변화를 크게 가져왔어요. 이번 코로나 사태도 그런 차원에서 굉장히 영향이 큰 사건으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까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미중 간의 갈등이든 세계화에 대한 반응이든, 이런 큰 문제들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이고도 심대한 타격을 가하기 때문에,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큰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봐요.
- (함준호) 지금도 사실 새로운 형태의 전쟁, 재앙이죠. 그리고 이 전쟁의 여파를 우리나라는 아직 못 느끼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늦어도 이번 가을부터는 점점 통계 지표로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주경철) 이럴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프랑스 혁명 사례죠. 프랑스 혁명에 대해, 갈수록 못살게 되어서 사람들이 고통 끝에 결국 들 고 일어난 건가?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니거든요. 사 회가 성장하다가 한풀 꺾일 때가 제일 위험하고 사람들이 불만이 많아요. 우리가 불만이 많은 것도 못살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여태 잘나갔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잘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탁 꺾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굉장히 고통스럽고, 갈등이 커지는 거예요.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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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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