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점점 빠르게 앞으로 향해 가는데 우리는 점점 과거를 들추려는 역설적인 현상, 기억을 통해 콘텐츠를 향유하는 현상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최근 복고의 지 속적인 확산은 단순히 눈에 띄는 몇몇 사례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적 현상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복고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도 - 특히 이 러한 상황이 최근에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각각 처한 상황 에서 각자 취한 입장에 따라 매우 대조적이고 극단적인 경우로 나타난다.
즉, 복고의 다양한 순기능은 물론이고 비판의 소리 또한 견해에 따라 다 양하다. 과거를 통해 현재 삶의 새로운 동력을 획득하거나 감성을 회복하고,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과 동시에 고된 현재와 불안한 미래 대신 그리운 과거로의 회귀가 추억의 상품화를 통한 지나친 상업화나 콘텐츠의 창의적 소재 고갈의 고착 등 비판의 소지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복고는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산업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주목할 만한 문화 현상임에 틀림없다.
기술은 물론 문화와 같은 감성의 영역에서도 더 나은 미래로, 앞으로 발전해 나가려는 인류에게 지나친 과거 앓이'는 어쩌면 나태한 습관을 갖게 하는 훼방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과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 복고문화 콘텐츠가 발전하는 뉴미디어 기술을 통해 우리의 감성과 기억을 소환하여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문화 현상들을 볼 때, 그리 틀리지 않아 보인다.
- 과거의 경험을 단순한 암기나 인쇄물에 의해 기억하는 시대와 달리 우리가 물리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기억이라는 명사적 성질을 넘어 행위로의 무게 중심 이동, 즉, '동사적 성질의 기억 시대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한 정보의 소환이 아니라 다분히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기억 특성을 보여준다. 그 때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의 문 제를 넘어 그 때 그 일로 인해 내가 어떤 감정을 갖게 되었는가를 기억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따라서 기억은 점점 과거에 대한 보편적, 객관적, 기계적 정보와 사실로서의 역사' 기억 중심에서 복합적, 주관적, 감성적 가능성과 다양성 재현으로서의 문화 기억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 과거에 대한 향수가 복고를 확산시키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이유로 창의성이 결여되거나 혹은 지배담론에 의해 조종되는 과거에 대한 왜곡 가능성이 있다. 푸코M. Foucault, 1975는 지배담론이 책과 영화 그 리고 텔레비전 등과 같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데, 여기서 제시된 과거에 대해 대중은 자신들의 기억이라고 인식하고, 수용하게 된다고 하였다. 하 지만 이 과정에서 대중은 자신들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이었다고 기억해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창의성이 결여된 복고 문화 콘텐츠는 그 문화 기억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지도 않고 지배 권력에 의해 쉽게 조종되어 과거를 순화시키려는 의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80 음악이 재조명받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시대상황상 대학을 다니지 못한 당시 중년층에게 자유와 평화, 세련된 사랑을 이야기했던 포크음악은 삶 속에서 노동요勞動謠처럼 듣던 일상의 트로트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청바지를 입고, 상아탑 아래서 통기타를 치며 생맥주를 마시던 대학생과 비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그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일해햐만 했던 공장의 노동자는 결코 같은 현실 속에 마주하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이, 그리고 권력이 당시 기억을 그러한 낭만적인 것들로 포장하고 문화콘텐츠 발신자들이 이를 상품화하여 그때를 눈앞에 재현했 을 때, 경험세대의 혼란은 물론이고 미경험 세대의 착시는 공고해진다. 과 거에 대한 해석에서의 변화는 어쩌면 불가피한 문제일 수 있고, 특히 문화콘텐츠로 재현되는 과정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형이 왜곡이 되고, 다양한 이유로 그것이 굳어지면 자칫 그래서는 안될 역사적 사실이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문화 기억을 통한 복고 현상이 갖는 문화적 함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복고는 우리로 하여금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안전한 도피'를 할 수 있게 한다. 창의성의 문제나 과도한 상업성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우리는 과거, 즉 복고를 통해 내일을 위한 충전을 하곤 한다. 세련된 트렌 드나 스타일, 기술적 우위의 경합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감성을 충전하려는 우리의 문화적 욕구가 복고를 통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복고는 우리를 객관적 사실에 의한 정보로서의 단순 기억을 문화적 요소가 개입된 '추억'으로 확대시켜 준다. 불변의 진리로서 무결점  기억만이 아니라 감성의 진입과 문화의 개입으로 기억 주체로서 사람 마다 조금 틀리거나, 다를 수 있는 지나간 시간은 '잊지 않고 있던 과거가 아니라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 구독경제는 현대인의 달라진 소비상을 반영한다. 상품과 서비스 자체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마다 신문을 읽고, 이틀에 한 번은 신선 한 우유와 과일을 섭취하고, 매일 옷을 입고 빨래를 하고, 여가를 이용해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이런 일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소비 방식이다. 현대의 소비자에게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편리함과 효율성도 중요한 가치다.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기간에 이용할 수만 있다면 꼭 내 것이 아니어도 된다.
소유보다 소비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대 구독경제는 과거의 구독과 차별성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은 경험해 봤겠지만, 과거에 신문이나 우유 배달을 중단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지국이나 대리점 에 전화 한 번이면 끝내줘야 할 서비스가 종결되지 않고, 구독자가 아무 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주택가 대문 곳곳에 붙은 '신문 사절'이라는 종이가 예전에는 흔한 광경이었다. 그 당시 구독이라는 모델은 그렇듯 달 갑지 않은 측면을 함께 갖고 있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전혀 없진 않겠 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성장한 구독경제 모델은 신기술과 최신 경향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를 누구보다도 빨리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에게 적합해 보인다.
구독경제에서는 짧고 굵은 독자보다는 가늘고 얇은 독자가 더 중요하 다. 1년 치 비용을 한 번에 통 크게 결제하는 독자보다 한 달씩 열두 달 동 안 구독을 꾸준히 유지하는 장기 구독자가 더 소중하다. 1년 구독자는 다음 해 결제를 유지할지 알 수 없지만, 열두 달을 내리 구독한 독자는 열세 번째 달도 구독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들이 사용자가 특정 상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보다 상품을 접한 이후 만족도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 보다 취미와 취향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구독경제에 뛰어든 기업들은 습관을 판다. 제품 하나가 아니라 제품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판다. 칫솔 하나, 면도기 하나에도 철저히 분석하고 정밀하게 겨냥한 '의도된 습관이 들어 있다. 옷을 자주 사고 자주 버리는 것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옷을 대여해 입는 습관, 큰맘 먹고 새 차를 지르는 것보다 필요할 때 원하는 자동차를 바꿔가며 타는 습관을 제공해 익숙해지게 한다. 사용자가 익숙함을 느끼면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구독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한 달 무료 체험자를 은근슬쩍 충성 구독자로 만드는 것이 기업들이 최종 미션이다.
편리함과 익숙함, 그리고 가성비까지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소비자로서 도 이득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데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종이책의 물성 과 질감을 좋아하던 독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자책을 읽게 되는 것도 나쁠 건 없다.
구독경제는 기업들에 고객 관리보다 고객 유지가 더 중요함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고객 분석과 관리를 위 해 서비스와 마케팅에 기술적인 요소를 결합해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 성과를 측정하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17) 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0명의 신규 가입자보다 1명의 구독 해지에 더 마음이 아프다.
- 팬덤은 정해진 팬 챈트를 외워야 하며 이름의 순서가 틀려도 안 된다. 아이돌 그룹의 거의 모든 노래에 정해진 팬 챈트가 있을 정도이다. 가수 는 무대에서 노래를, 팬덤은 관중석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팬 챈트를 외치 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K-pop 팬덤은 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중 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아이돌 대형 콘서트에서의 조직적인 팬 챈트는 아 이돌에게 바치는 일종의 종교의식과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잠실벌에 울려 퍼지는 4만 5천여 명의 팬 챈트를 상상해 보라. 실제 콘서트장에서의 팬 챈트는 아이돌과 팬덤 모두를 전율케 한다.
특이한 점은, 애초 응원의 외침이었던 팬 챈트가 이제는 K-pop 무대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음악방송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팬이 아니어도 저 팬 챈트를 원래 가사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 이제는 팬 챈트 없는 K-pop 무대는 허전할 정도가 되었다. 관람문화를 참여문화로 전환시키는데 있어 저력을 보이는 것이 팬덤의 특징이지만, 공연 에까지 팬 챈트로 참여하는 K-pop 팬덤은 아주 독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엔 아예 아이돌이 팬덤에게 이런 응원 구호를 넣어줬음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음악방송의 경우는 작은 시장 규모에 비해 지상파, 케이블 통틀어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가 약 6배 이상 큰 음악시장이자 세계 2위 규모(약 6조 원)인 일본은, 전 채널 통틀어 15개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은 일주일에 한 번 편성된 정규프로그램만 해도 현재 KBS 13개, MBC 8개, SBS 및 민방 6개, 기타 10개 이상이 된다(2020년 기준).
많은 프로그램 제작으로 인한 방송국 간의 치열한 경쟁은 각 무대마다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투자를 하게 되는 동력으로 작용하여 다양하고 질 높은 디지털 음악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졌다. 해외 K-pop 팬덤은 수준 높 은 우리나라 방송 무대설치와 카메라 워크camera work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단기간에 대량으로 쏟아지는 높은 수준의 방송국 음악콘텐츠는, 소셜 미디어로 이를 접하는 해외 팬들에게 쉼 없는 '떡밥'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져 K-pop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는데 큰 원천소스가 됐다. 지금의 글 로벌 팬덤이 한국 팬덤의 응원구호를 연습하여 그대로 따라 하는 데에는 한국 방송 콘텐츠가 교재로 활용되었다.
- 빈지 와칭Binge Watching이 대표적인 용어이며, 빈지 뷰잉Binge Viewing, 마라톤 뷰잉Marathon Viewing이라는 용어도 함께 쓴다.
몰아보기 즉 'Binge Watching' 이라는 용어를 분석해 보면 'Binge'는 명 사로는 '어떤 활동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행해지는 경우, 특별히 먹고, 마 시거나 또는 돈을 쓰는 것을 말하고 동사로는 극단적이고 통제되지 않은 방법으로 어떤 것을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뜻을 가진 빈지Binge 에 와칭watching을 더하면 과도하고 극단적이며 통제되지 않은 방법으로 시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는 '폭식 시청' 또는 '몰아보기' 라고 주로 표현하며 일부 학자는 빈지 와칭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보다 '미디어 마라톤Media Marathon'이란 긍정적인 용어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 전통적인 TV 시청이 대체로 주어진 이야기를 개인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몰아보기는 더욱더 이야기 속으로 스스로를 이끌어 가는 적극적인 행동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즉 소비자는 현실의 불만족과 스트레스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을 몰아보기를 통해 영상콘텐츠 세계에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도피라는 측면에서 몰아보기를 설명하는 이유로서 영상콘 텐츠의 스토리텔링이 미치는 힘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스토리텔링 은 기본적으로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현실과는 다른 이용자들의 희망 사항이나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 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욕망을 드라마를 통해 충족함으로써 사람들의 판타지에 대한 기본 성향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판타지는 일상의 문화 현상에서 판타스티시즘fantasticism이라 불 리는 경향으로도 나타난다. 판타스티시즘은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과 모험을 추구하려는 소비성향을 의미하며, 현대 생활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무료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어 코스프 레, 판타지 장르의 소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현실 도피형 엔터테인먼트가 유행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결국, 몰아보기는 인간 내적인 욕구를 영상콘텐츠가 제공하는 판타지적인 측면 즉 현실에 없는 상상을 하면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영상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몰입을 유도한다.
- 현대인은 스스로 자신을 포장하여 타인에게 전달한다. 정보의 확장과 공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아주 적절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포장되지만, 결국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두려움을 감추려는 자기 기만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욕구가 분출되는 기계적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이다. 결국,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처럼 과장된 자신에게 도취 되어 타인에게 포장된 자신을 제공함으로써 반대로 자신의 초라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행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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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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