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민간 기업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 며 각자의 시장에서 (다른 회사와 독립적으로, 그리고 정부와 독립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찬사를 보낸다. 또한 자본주의가 시장 가격에 의존하는 것도 높이 평가하는데, 시장 가격을 통해 경쟁 업체 의 움직임과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따라 판매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 야 할지 효과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격이 오르면 수요 가 공급을 초과하는 신호이니 생산량을 늘릴 때다. 가격이 내려가면 생산량을 줄일 때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며, 시장을 통한 조율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종종 조율 기능을 망치는 중대한 결함을 간과한다. 즉 시장의 동향은 다각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동시에 경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업 은 중요한 정보인 기업 생산 및 구매 계획을 서로에게 알리지 않는 다. 각 기업은 경쟁 업체가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어떤 제품을 제공 했는지, 양은 어느 정도인지, 가격은 어떤지) 파악하지만, 미래에 할 행동을 예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빨리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압박 이 심한 가운데 경쟁 상대들은 어떤 계획을 품고 있는지 숨기는 상황 이라면, 기업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는 자사의 성장에 모든 걸 건다는 결정뿐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똑같은 논 리로 행동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의 동향은 보통 과잉생산과 추락의 굴레에 갇힌다. 그래서 노동력 등 사용 가능한 자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더욱 큰 기업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게 되고, 결국 기업은 높은 비용과 낮은 이윤에 허덕인다. 이에 기업이 생산 과 고용, 투자를 축소하면 다시 불황으로 치닫게 된다.
- 윤리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추가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리고자 한다.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문제에 민감한 이해당사자(소비자, 직원, 투자자, 경영자)는 좀 더 책임감 있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더 낸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환경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하는 파타고니아는 수많은 소비자에게 지지를 받고있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이 조금 비싸도 소비자는 추가 비용을 기꺼이 낼 의지를 보여준다. 윤리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범적인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많이 차지할수록 경쟁 업체도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에서는 기업의 윤리성이 수익성과는 평균 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몇몇 사례 조사 결과에 따 르면, 윤리적인 기업 활동이 수익을 창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반대 인과관계가 나타난다. 즉 애초에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환경이나 사회 환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윤리적인 행동이 긍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인 연구 에 따르면 기업이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사회적 책임, 혹은 환 경적 책임을 진다고 해서 딱히 평균적으로 더 나은 실적을 올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시장 경쟁으로는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들이 윤리적인 기업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윤리적 자본주의 모델을 통해 자본주의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점차 신뢰를 잃어갈 것이다.
- 윤리적 자본주의 모델은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과 경쟁을 없애지 않는 한 멀리 나아갈 수가 없다. 경쟁을 없애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부규제를 통해 사회적 환경적 표준을 높임으로서 저차원 기업을 막는 것이다. 윤리적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부 규제를 거의 신뢰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규제 없이는 윤리적 자본주의도 성립할 수 없다.
- 누미는 캘리포 니아주 프리몬트에 자리 잡았으며 조합을 결성한 자동차 조립 공장 이었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와 도요타Toyota가 공동 소유주였 으며 도요타가 일상 업무를 총괄했다. 누미는 2010년 공장이 문을 닫 을 때까지 고차원 정책을 실행했다. 원래 누미의 공장 시설과 모든 인력(경영진 제외)은 제네럴모터스에 속해 있었다. 제너럴모터스가 운 영하던 프리몬트 공장은 1982년에 폐쇄되었는데, 제너럴모터스 전체를 통틀어서 품질, 생산력, 작업 중단율 측면에서 가장 성과가 나쁜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도요타 경영진은 제너럴모터스의 프리몬트 공장의 인력, 그리고 미국자동차노동조합United Automobile Union, UAW 지역 조합장의 2,244명을 그대로 넘겨받아 관리하기 시작했다. 제너 럴모터스의 프리몬트 공장은 누미로 탈바꿈하여 영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력과 품질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놀라운 성과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기업과 노동조합이 고차원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누미는 노동조합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강제 해고를 없앰으로써 회사 운영에서 많은 개선을 이루었다. 
도요타 체제의 핵심 요소는 업무 표준화 정책이었다. 제너럴모터 스에서는 업무관리팀의 공학자가 작업 표준을 결정하였기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으나, 누미에서는 일선 직원들이 직접 작업 표준을 설정 했다. 도요타는 직원에게 공장 스톱워치 사용법, 업무 대안을 분석하 고 비교하는 법을 알려줬다. 이렇게 도요타는 공장의 업무 효율과 생 산 품질을 대폭 늘리는 한편, 직원의 건강과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누미의 자동차 조립라인 직원은 60초 중 57초를 업무에 집중했다. 제너럴모터스 시절에는 60초 중 35초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다. 직원들의 부담은 줄이면서 도요타가 작업 동선 및 부품과 도구의 배치를 매우 세심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 누미의 '협력하여 학습한다'는 방식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제너 럴모터스 공장에 비해 훨씬 광범위하게 직원을 교육하였으며 노동자 들의 제안을 수행하기 위해 공학 기사들이 파견되었다. 모든 카이젠을 관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관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미는 이러한 비용이 긍정적 노사 관계 및 지속적인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여겼다.
- 역사적으로 개인주의란 자본주의의 주요 성과물이다. 자본주의가 출현하기 전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집단 내의 전통과 물려받은 신분 에 따라 열망이 제한되었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구속에 서 벗어났고, 창의력과 혁신,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개인의 다양한 사 고와 자유롭게 행동할 기회의 장이 마련되었다.
따라서 민주적으로 경제를 관리하려면 집단적인 동기와 더불어 개인의 동기도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대기업도 사업을 진행하며 같은 딜레마를 겪어왔다. 직원이 집중 화된 정책과 표준화된 절차를 따르도록 하려면 집단주의 정신이 필요한 데 반해 직원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내놓도록 하려면 개인주의 문화가 필요하다. 저차원 기업의 경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 업무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업무를 분리한다. 일상 업무(조립라인 작업이나 병원, 전문 서비스 기업에서의 보조 업무)가 중심인 팀에서는 대부분 직원이 상사의 지시에 따른다. 창의적인 발상(의료 진단 및 치료나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이 필요한 팀에서는 직원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업 무를 수행하도록 기업이 권장한다.
저차원 기업이 이처럼 업무를 분리할 때 생기는 장단점은 이미 밝혀졌다. 창의적인 업무에 배당해야 하는 인력이 적을수록 기업은 업무 분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도 있다. 각자 맡은 업무가 다른 두 팀은 서로 소통이나 협업을 원활하게 진행 할 수 없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직원은 상당한 자율성을 누리지만, 작업의 효율성 향상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한편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은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도 역시 무심하다. 더욱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능력이나 동 기도 없다. 또한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건의할 기회도 없다면, 일상적인 업무로 인해 소외된다고 느낄 터다. 
고차원 기업은 직원들의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팀 프로젝트 실행 및 목표 개선, 반복적인 업무의 효율적 처리, 성과 개선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딜레마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집단의 추진력과 개인의 동기 부여를 모두 지니고 있 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만약 그렇다면 기업은 전자와 후자를 통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개인의 성취에 기반하는 자존감은 독립성을 낳고,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인정에 기반하는 자존감은 의존성을 낳는다. 몇몇 고차원 기업은 상호의존성 기업 문화를 자아냄으로써 독립성과 의존성을 모 두 아우르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개인과 팀이 협력한다는 점이다.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독특하고 다양한 발상이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직원과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면 개인주의 문화가 집단주의 문화와 충돌하지 않는다. 또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팀에서 결정한 업무 지침을 따라야 하더라도 집단주의 문화는 향상할 기회를 확인하며 도움이 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개인의 창의력을 방해하지 않는다.
- 당시 많은 사람은 종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미국이 더욱 포괄적인 사회주의 계획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지만,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에 미국 정부가 경제에서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은 서로 분열을 일으켰으며 공산주의자라는 탄압을 받고 반대 세력에 당하고는 했다. 민주적으로 경제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실험은 빠르게 중단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촉발된 애국심으로 인해 미국 국민은 긴급한 목표를 공유했으며, 덕분에 전시 체제화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 전시에 보여주었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동의 목표를 갖기란 힘들 것이다. 하지만 민주사회주의 체 제에서 기업들은 우리의 필요와 직접 연결되는 목표를 세울 것이다.
경제와 사회 형태가 변화했을 때, 일상에서 기대하고 동기를 갖는 것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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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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