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경제

경제 2021. 4. 24. 18:11

이 책은 최근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이슨 솅커가 지은 책이다. 앞선 저작인 '코로나 이후의 세계', '금융의 미래', 로봇시대 일자리의 미래'와 같은 코로나로 인해 촉발될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견하는 책과는 조금 다르게 과거 역사속의 저항과 혁명을 분석하고, 이후 경제를 전망하고 있다. 

정통 역사서라고 보기도 어렵고 정통 경제서라고 보기도 어려운 융복합적인 관점과 서술이 이 책의 특징인데, 아마도 저자가 학생일 때 전공했던, 역사, 응용경제학, 독일어 및 독문학, 국제분쟁과 관련된 내용을 잘 버무려서 서술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 6가지 틀은 다음과 같다.
1. 전반적으로 열악한 경제조건
2.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경제적 기회부족
3.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구조적 불평등
4.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외국의 영향
5. 가까운 시일 내 대규모 무력충돌에서의 패배
6. 정치적 대표성의 결여

결국 위에서 제시한 6가지는 모두 경제적 문제,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배고픔과 관련이 있다. 우리 속담에도 3일 굶고 남의 집 담장을 안 넘어갈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만 제외하고, 나머지 실물경제는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가지 지표들, 예컨대 실업률, 실업급여 신청건수, 정부부채, 인종/민족별 불평등 등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내적인 어려움 이외에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호전될 분위기는 아니다. 

비록 중국의 의화단 사건이 하나의 사례로 소개되어 있지만, 책에서 소개된 저항과 혁명의 사례들이 주로 미국, 유럽의 사례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북아 국가들의 저항과 혁명의 사례들을 분석해도 책에서 제시된 6가지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 6가지 틀에 부합될 것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하루 빨리 전 세계가 백신접종을 마치고, 미국, 중국 및 세계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길 바란다. 이는 미국이 좋아서, 중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잘 되야 우리나라 경제도 원활히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작성된 개인적 리뷰임을 밝힙니다.

 

- 독일 역사학자 프리츠 스턴Fritz Stern 은 나치가 독일 정권을 집권하기 전부터 독일에 나타난 절망에 관한 견해를 글로 써왔다. 그가 쓴 저서 ‘내가 아는 5개의 독일’의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단 5년을 살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당시의 경험으로 평생 떨쳐내지 못할 불타는 의문 이 생겨났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 모두에게 잠재된 악이 독일에서 현실로 나타났는가?' 내 평생을 바쳐 그 해답을 찾으려 했다.”
물론 그가 찾은 해답도 이 책에 나와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재난으로 빨 려들고 있었다. ...내 삶과 평생의 공부를 통해 깨달은 가장 단순 하면서도 심오한 교훈이 있다. 곧 자유와 민주주의는 지독히도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시 독일 내 만연했던 절망은 매우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한 세대가 누려야 했던 부 가 통째로 날아갔다. 설상가상으로 발생한 대공황은 빈곤과 고통을 확산시켰다. 근본적으로 독일 경제는 비참함과 고통으로 울부짖는 대명사가 되었다. 나치 선전대는 그런 독일 경제의 비 참함과 고통을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그리고 비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 제도들을 남용하여 더욱 반민주 세력이 되었다. 
1933년 독일에서 벌어진 일은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 여섯가지 주요 원인이 모두 적용되는 유일한 혁명이다. 
- 혁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다시 말해 경제적·재정적 부분이 해결됐느냐에 달려 있었다. 빈곤으로 허덕일 때는 매우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며 혁명은 대 체로 성공했다. 이는 역사상 반복되는 사실이다.
1968년 여름엔 정권에 반발한 시위와 사회 저항 운동이 모두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서구 사회와 동유럽에 속한 국가를 비교 해보았다. 어느 국가에서는 그저 시위로 끝나기도 하지만, 또 어느 국가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정부를 몰아낼 가능성을 만들었 다.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서구 사회의 경제적 여건은 대체로 양호했지만 동유럽의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는 점이다. 경제난을 감추기 위해 전체주의를 무기 삼아 사람들에 게 겁주고 그들을 통제했다. 물론 경제 상황이 열악하다는 이유 만으로 잔혹한 혁명과 정부의 전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참 고 견디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도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나치당의 국가 사회주의, 파시즘이 그러했다. 그리고 공산 주의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 서구 민주주의 국가 중 소수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보면 사회의 불안과 큰 변동을 초래하는 핵심 요소는 심각하고 위태로운 경제 상황이다. 이를 역으로 짚 어보면 경제가 안정적이라면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적어 진다는 의미이다.
- 코로나19 팬데믹, 경제 폐쇄, 경기 불황의 여파로 미국과 여러 국가에서 벌어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자. 현재 미국 노동 시장의 여건이 역사상 최악에 속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 나아가 2007년에서 2009년 터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겪었던 부동산 위기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좋지 않다. 다시 한번 부동산 위기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위험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빈곤, 차별, 기회의 부족, 먹고사는 문제라는 경제적 용인의 절박함은 혁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은 안정적으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했던 미국 정치계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SNS의 활 용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회 각계각층과 조직은 각각 그들만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지지자를 모았다. 그로 인해 색깔이 다른 무리, 이념과 추구하는 내용이 다른 집 단끼리 더욱 분열되고 반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안정적인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제 혁명을 확산시키는 주요 요인은 이러한 '비경제적 위험 요소'들이다.
- 현재의 변화를 올바르게 직시하면 미래에 훨씬 더 나은 결실을 맺는다. 정부와 정치 체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비경제적 위험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 을 때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들이 생기지만, 일단 단기적으로 '비경제적 위험 요소' 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차분하게 맞서 대응해 야 한다. 그러면 안정적인 내일이 찾아온다.
- 혹자는 모든 나라가 부채의 짐을 지고 있어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급속도로 증가하는 부채 상황과 세계 경제 성장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은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 속 토론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어떻게 파산하셨어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네요.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 2020년 1월 1일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조 7,000억 달러 이상 늘렸다. 풍선처럼 부풀어진 연준의 대차대조표와 함께 미국 연방자금금리Federal Funds Rate(연방자금의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로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단기금리 중의 하나)는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금리의 최저점이 아니다.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은 부동산 위기를 낳는다. 늘어난 정부지출과 수입 부족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 다.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 발생은 2014년부터였다. 그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을 철회했다. 대차대조표 확대를 정책 결정자들은 '양적 완화uantitative easing(중앙은행에서 신규로 대량의 화폐를 공급하는 것)'라 부르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현대적 화폐 이론, 즉 MMTModern Monetary Theory 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강연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환상적인 마법 동화를 논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중앙은행에서 신규로 화폐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가 지속 가능 성에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다. 이런 역학 관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 든다.
- 역사 속 저항과 혁명을 분석할 때 기준 삼았던 6가지 요인을 기억하는가? 최근 발생했던 시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경제적 기회 부족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구조적 불평등
이와 같은 요인의 배경은 취약한 경제 상황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더해 여러 위험의 요인들이 유기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위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저항 운동에 가담하면 재앙의 불씨가 된다. 따라서 불평등과 기회 불균등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적 취약점이 사라져 역사 속 폭력과 쿠데타를 일으켰던 근간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현재 평등의 기회, 사회적 기회 부족을 요구하는 소수집단은 인구 구성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런 소수집단이 인구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면, 정치적으 로 훨씬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엄청난 규 모의 혁명에 휩쓸려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정의, 형평성, 평등'을 이유 삼아 정치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은 불안 요소가 없더라도, 역사적으로 불이익을 받 아왔던 유색 인종의 인구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 이 사회의 소수집단 구성원들은 기업, NGO, 정부, 시민 대응을 똑똑 히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이들의 대응이 어떠했는지, 약자를 어떻게 대변하는지 말이다.
저항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보다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 불안한 정치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튼튼한 정치 안정의 기반 위에서 국가 존립이 보장된다.
- 외부 세력이 개입한 SNS 활동은 국가 내부에 여러 정체성을 키운다. 이는 국가 안정화에 문제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넬대학교 Cornell University 국제학 교수이며 가장 존경받는 민족주의 이론가 중 한 명인,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저서 《상상된 공 동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족주의는 인위적인 개념이자, 사실상 형성되기가 신기할 정도로 별난 개념이다. 각양각색의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개인들을 서로 묶어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이념이 바로 '민족주의' 이다.”
앤더슨은 민족주의의 근간을 '언어의 일치'와 '인쇄자본주의 print capitalism 에서 찾았다. 인쇄 기술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발달했다. 대중적 언어에 기반한 출판산업이 번성하고 인쇄술의 발달로 같은 언어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민족주의 형성에 직 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 앤더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민족 개념은 어느 정도 우연히 형성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폭발적인 성장, 인쇄술과 같은 소통을 위한 기술의 발달, 언어의 다양성으로 인한 숙명성(전에 서로 교류가 없었던 이들이 신문과 같은 인쇄물을 통해 같은 언어권임을 확인하여 이 언어집단을 신이 내린 숙명으로 인식함)이라는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앤더슨의 책은 SNS가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83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인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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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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