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거짓말

경영 2021. 4. 27. 21:02

-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기술은 물론,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브루스 슈나이어, 《비밀과 거짓말》
- 현재의 스타트업 열풍 속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 행은 낡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보다는 스타트업에 더 빨리 돈을 투 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만일 정육업자가 두 번째 상점을 열고 싶다며 대출을 청하면 돈을 내놓기를 꽤 오래 고민할 테지만, 정육업자가 가상의 육류 게임 비즈니스를 해보겠다 한다면 오히려 쉽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타트업이 은행 금고의 문을 그토록 손쉽게 열 수 있다면 분명 다른 모든 업종의 기업들도 스스로를 스타트업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쿨하고, 금방 돈을 끌어모은다. 자유로운 사람들은 스타트업의 직원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모든 기업이 스타트업처럼 꾸민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경제적 인간이 스스로 를 속이는 것일 뿐이다. 빛이 난다고 모두 금은 아니듯 스타트업처 럼 보인다 해서 모두 스타트업인 것은 아니다. 운동화를 신는 경영 자가 쿨해 보이는 것도 잠깐이다. 하지만 그런 경영자들이 스타트업 의 새롭고, 표면적이긴 하지만 현대적 이미지를 세상에 퍼뜨리려 노력하고 있다.
- 경영자들은 내재된 잠재력을 활용해 디지털화 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디지털의 망상에 감염되어 있을 뿐 이다. 고객이나 사업 파트너, 직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은행이 가능한 한 빨리 디지털로 현대화되어 이용자 친화적이 면서 투명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모든 과정의 80퍼센트 를 디지털화하겠다는 목표라니, 정말 어리석다. 상황이 이러하니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맡기면 신뢰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좀처럼 그럴 수가 없다. 컨설턴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컨설턴트들이 은밀한 유혹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기업이 컨설턴트의 지혜에 의존하고자 할 까? 바로 미래를 원하는 기업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사업 파트너와 감독위원회 그리고 고객마저 속이기 위해 스스로 속고 싶어 하는 것이다.
- 경영진은 디지털 컨설턴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컨설턴트들은 그리 공손하지 않아서 비타협적 태도로 일한다. 기업의 수장들은 오히려 그런 태도에 매력을 느끼고 컨설턴트가 창조적이 고 기발한 묘안을 숨기고 있으리라 추정한다. 《매니저 마가진》은 그 런 유형의 컨설턴트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한 컨설턴트는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이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든 인터페이스) 및 디 지털 배당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고객들이 자신이 하는 말을 항상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컨설턴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컨설턴트는 자신의 스타일로 고 객들이 은밀히 꿈꾸는 바를 정확히 짚어낸다. 그것은 말하자면 약간 의 청춘과 저항이기도 하고, 또 성공을 바라면서도 연연해하고 싶 지 않은 마음이다.
- '린'이라는 것의 이면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 창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 발한다. 스타트업이든 전통적인 회사든 혹은 버튼을 만드는 회사든, 어떤 회사든 상관없이 말이다. 유디스 겐츠에 의하면, 린 스타트 업의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로 막연한 가정에 불과하 던 것을 처음부터 성공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불확실한 추측만 할 뿐이고, 투자자와 은 행은 그렇게 막연한 것에 기대를 건다. 자신의 고유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실제로 그런 식의 태도와 그런 식의 신념으로밖에 보여 줄 수 없다니 우습지 않은가! 일단 정식 회사로서 출발만하면 스타트업에는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린 스타트 업은 사업 성공을 위한 탐구의 일환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다 양한 가정에 근거한 실험이나 테스트를 항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고 겐츠는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은 끊임없이 업데이트 될 것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실험이라니? 과연 다임러나 지멘스 그리고 독일 군대가 그런 태도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려 할까? 너무나도 비전문적인 방식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보면 린은 스타트업에 대해 갖는 진부한 환상이나 다름없어 보인 다. 혹은 그저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단순화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 솔직히 말해 스타트업 역시 직원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또 다른 식의 유니폼을 강요하고 있다. 우선 신발부터 캔버스화나 운동화만 신어야 하고, 청바지에 표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도록 한다. 그리고 쿨하게 기른 수염과 역시 쿨해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원한다. 여기서 쿨하다는 것은 가능한 한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 다는 말이다. 그래야 몇 날 며칠을 밤낮없이 차고에서 일에 몰두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가뭄으로 늘 물이 부족할 뿐 아니라 차고에는 보통 수도 시설도 없어 몸단 장은커녕 위생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 그렇다면 반말 사용으로 사람들에게 자사가 스타트업이라는 인식을 더 빨리 심어줄 수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직장 상사가 반말로 지시를 내리면 특히 더 냉정하게 들린다. “지금 당장 네가 이것 좀 해. 그리고 저것도....” 이런 말투는 전혀 친절하게 들 리지 않는다. 그리고 반말은 자본주의를 더욱더 촉진한다. 존칭 을 사용하면 더 길게 말해야 하고 상대방과의 거리도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는데, 반말 사용은 그 시간과 거리를 줄여주므로 결과적으 로 더 빨리 돈을 벌 수 있다. 또 반말은 고용과 해고를 쉽게 만든다. 쿨하게만 들릴 뿐 반말을 사용하는 상대방에게서는 존중하는 마음 이나 약간의 의무감조차 느낄 수가 없다. 그리고 반말은 문화 개혁 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기만한다.
- ICO 개념은 기업공개와 매우 유사하지만, 여러 가지 결점이 있으며 제도적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방법을 선택하는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은행 혹은 주식시장의 엄정한 심사 과 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라고 프라이부르크 경영대학의 금융 연구소는 설명하고 있다.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주머니에 가득 찬 돈을 가지고 도망가 는 것을 일컬어 '엑시트 스캠Exit-Scam’((투자 회수 사기' 또는 '먹튀'를 뜻 하는 말 옮긴이)이라 부른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스타트업에 서는 그처럼 무책임한 행동이 쉽게 용인된다는 말인가? 상상해보라. 목재상이나 정육업자 혹은 문구업자가 4,000만 유로를 투자받은 후 그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스타트업의 거짓말
첫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은 경제의 원동력이다.
두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은 창업이 쉽다.
세 번째 거짓말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에덴동산이다.
네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꾼다.
다섯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은 모든 면에서 다르다
여섯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은 매우 자유분방하다.
일곱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의 고용주는 쿨하다.
여덟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은 청년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아홉 번째 거짓말 모든 사람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
열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은 정직하다. 
열한 번째 거짓말 실패는 유익하다.
열두 번째 거짓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항상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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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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