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망치고 있지 않은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 파블로 피카소, 스티브 잡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이 사람들에게는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곱셈을 잘 못했고, 피카소는 수학 시험에 낙제했습니다. 잡스는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1월5일자 A30면 <천재를 만드는 힘 ‘아이처럼 생각하기’> 기사는 그랬던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게 됐는지를 살폈습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최고의 인문학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크레이그 라이트 명예교수의 ‘천재 강좌(Exploring the Nature of Genius)’는 천재의 특성을 철저하게 파헤칩니다. “천재에 대한 정의는 시대마다 다르다. 잡스가 고대에 태어났다면 그저 미친 사람으로 불릴 수도 있었다. 피카소는 시대를 잘못 만났다면 난봉꾼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라이트 교수는 “누가 천재이고 아니고는 시대와 환경, 문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천재를 만드는 힘은 시간을 초월해 언제나 동일하다”고 말합니다. 천재를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독창성이며, 독창적인 생각만이 세상을 뒤흔드는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은 아무도 맞힐 수 없는 과녁을 맞히고, 천재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과녁을 맞힌다.”
천재와 영재(英才)는 다릅니다. 영재는 높은 지능지수(IQ)에 힘입어 기존의 것을 모방하며 두각을 나타내지만, 천재는 사회가 기회를 주지 않으면 재능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라이트 교수는 누구나 어딘가의 분야에서 감춰진 천재성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런데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는 능력만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자기가 멍청이라고 믿으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앨버트 아인슈타인)
“영재는 얼마 안 되는 몇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천재는 매우 많은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새길 만 합니다. “영재가 커서 나중에 당연히 천재가 된다는 인식을 벗어던져야 한다. 천재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영재였던 적이 없으며, 영재는 대부분 천재가 되지 못한다.”
천재란 ‘항상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변화가 다가오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천재성은 IQ나 재능이 아니라 상상력과 호기심, 열정 같은 개인적 자질과 행동에 따라 발현됩니다. 이런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창의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인내로 밀어붙여 변화의 결실을 만들 기회를 줘야 합니다.
천재의 재능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큰 물’에서 노는 게 중요합니다. ”새로운 사고방식은 다양한 발상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곳에서 변화의 결실을 맺으며, 기존의 왕성한 지적 풍토가 있어야 참신한 발상이 싹을 틔울 수 있다.“ 작곡가에게는 극장과 연주자, 제작자는 물론 관객과 비평가가 모두 있는 곳이어야 하고 과학자에겐 장비와 연구자금이 필요합니다. ”천재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대도시나 대학교가 있는 곳, 즉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사하라.“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