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dalai 2021. 10. 22. 20:28

- 사실 세대 문제가 아닌 시대 문제다. 서로 다른 세대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문제라는 것이다. 뉴노멀의 실체 가 세대가 아님에도 자꾸 세대로 바라보는 것은 진짜 문제를 푸는 대신 세대 탓으로 돌려 당장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성세대의 관점 에서 다음 세대를 바라볼 때 겪는 오류다. 기성세대가 현재 시대에 맞게 시각을 업그레이드시킨 뒤 다음 세대를 바라봐야 하는데, 안 타깝게도 시각은 과거에 멈춘 채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다음 세대 를 바라본다. 이렇게 해선 서로의 간극만 더 커질 뿐, 문제를 해결 할 시간과 기회만 손해 본다.
- 세대 구분은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한다. 자신이 나고 자 란 시대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보편적인 유사성이 있는 그룹을 하 나의 세대로 명명하게 되는데, 주로 세대 구분과 명명은 미국의 연 구가 전 세계적으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싱크탱크 인 퓨 리서치센터 Pew Researech Center가 정의한 세대 구분에선 침묵 세대 (Silent Generation, 1928~1945년 출생자),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 1946~1964년 출생자), X세대 (Generation X, 1965~1980년 출생자), 밀레니얼 세대 (Millennials, 1981~1996년 출생자), Z세대 (Generation Z, 1997~2012년 출생자), 그리고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 2013년 이후 출생자)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4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다.
미국의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인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는 베이비붐 세대를 1940~1959년 출생자, X세대를 1960~1979년 출생자, 밀레니얼 세대를 1980~1994년 출생자, Z 세대를 1995~2010년 출생자로 구분하고 있다. 
-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2~1996년 사이, Z세대를 1997~2012년 사이로 본다. 밀레니얼 세대의 인구수만 1,073만 명이고, 7세대 는 830만 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1,9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6.7% 다. 경제활동 인구(2,772만 명, 2021. 2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에 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 정도로 파악된다. 앞으로 이 비 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과 영향력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이미 대기업에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비중, 즉 2030대 직원의 비중이 60% 정도인 곳이 많고, IT 기업 중에선 2030대가 80% 정도인 곳도 꽤 있다.
-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MZ세대라는 말을 쓰는데, 1982~2012년 출생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 출생자와 2010년대 초반 출생자를 같은 그룹으로 묶는 게 타당 할까? 나이 차이만 30년 정도다. 솔직히 10대와 30대를 MZ세대라 는 이름 아래 묶는 게 말이 되는가? 이들은 전혀 비슷하지도 않다. 이들은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왜 두 개의 세대를 한데 묶어서 얘기할까? | 사실 MZ세대라는 말 자체부터가 지극히 기성세대식 관점을 담 고 있는 용어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를 묶어서 BX세대라고 하 는 걸 들은 적 있는가? 없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세대를 한데 묶어서 부르는 건 기성세대 입장에선 그들이 다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 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생각보다, 그들을 어떻게 장악하고 군림 하고 우위에 설 방법을 급히 찾다 보니 서로 다른 두 개 세대를 묶는 성급함을 보였던 건 아닐까? 기성세대 입장에선 비 기성세대를 한데 묶는 게 한 번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아 쉽고 간단해 보였는 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선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가진 역할이자 힘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 고, 이들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지도 못한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하나로 묶기보다, 오히려 이들 세대도 각기 전기, 후기로 나눠서 더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
-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를 통해 한국인에게 널 리 알려진 이 말은, 미국의 시인으로 1954년 퓰리처상을 받은 시어도어 로스케Theodore Roethke가 한 말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노 력 없이도 먹는 것이 나이다. 공짜로 받은 것을 가지고 서열을 나누 는 것도 난센스이고, 젊음과 늙음을 비교하며 우위를 가르는 것도 난센스다.
- 요즈음 젊은이는 과거와 다르다. 세계가 바뀌어서인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책임감과 도덕심, 애사심 등 이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원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주고, 지도하는 것이 곧 관리자의 임무 이다. (1981. 8. 15. 임원교육 훈시에서, 이병철 회장)
- 그동안 소비자는 말 그대로 소비만 했다. 판매나 생산은 소비자 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달라졌다. 소비자가 판매자가 되 는 가장 대표적 방법이 리셀REsel이다. 되판다는 의미의 리셀은 중고는 중고지만, 엄밀히 한정품의 의미에 더 가깝다. 쓰던 걸 파는 게 아니라 새것을 사서 되파는 것이다. 한정품이니 희소하고, 희소 하니 더 갖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니 중고 거래가가 새것 판매가보다 더 비싸다. 한정품을 산 사람은 마진을 붙여서 파 는데, 리셀러REseller가 직업이 되기도 한다.
리셀은 생각보다 큰 시장이다. 리셀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건 스니커즈 리셀이다. 스니커즈 리셀 사이트의 대표 격인 미국의 스탁엑스stockx에서 거래되는 스니커즈가 연간 10억 달러 규모다. 스탁엑스는 거래 수수료(9~14%)를 받는 것이다 보니, 이 회사의 매출도 최소 1억 달러를 넘는다. 2
- 신용카드는 1950년대에 만들어져 활성화되었지만, 신용카드 의 기본 구조나 서비스 방식 등 모든 것이 20세기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가 Core-MZ세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사이 핀테 크 기업들이 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BNPL은 신용카드 발급 이 까다로운 나라에서 인기가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미국, 캐나다, 영국, 북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사회보장번 호가 있어야 하고 소득증명도 제출해야 한다. 신용점수도 따지고, 200~1천 달러 정도의 보증금도 필요하다. 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사회 초년생에겐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중요한 소비자다. 이미 GAP, Adidas, sephora, H&M 등 글로벌 비 랜드의 온라인 쇼핑몰에 'Buy Now Pay Later' 라는 문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 BNPL의 대표적 회사는 애프터페이Afterpay, 클라르나 Karna, 어펌 Afirm 등이 있다. 호주의 애프터페이는 호주, 영국, 캐나다, 미국, 뉴 질랜드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2020년 11월 기준 거래액이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20대이자 Z세대의 이용이 급증했기 때 문이다. 매출과 주가도 당연히 2020년에 크게 올랐다. 애프터페이 의 시가총액은 250억 호주달러(미국 달러로 약 195억 달러)다. 유럽 의 페이팔로 불리는 스웨덴의 클라르나는 북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도 진출했는데, 2020년 11월 기준 미국 내 고객수가 1,100만 명으 로, 이는 전년 대비 106% 늘어난 수치다. 2020년 1~3분기까지 전 세계 거래액이 350억 달러 규모였다. 클라르나는 2021년 3월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기업가치 평가를 310억 달러로 받았다. 17개국에 서 9천만 명 이상의 고객, 25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고, 하루 평균 200만 건 이상이 거래된다. 페이팔 공동창업자가 만든 미국의 어펌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고, 시가총액은 134억 달러 정도다. 중국의 알리페이도 BNPL 서비스 회사를 갖고 있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결국 기존 금융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기존 금융사로선 Z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새롭게 나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2030대를 위해 부동산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건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 모두에 필수가 되었다. 자산은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많이 가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자산이 2030대에게 상속이든 증여는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Z세대가 지금 직접 버는 돈은 크지 않지만, 금융시장으로선 이들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Z세대가 디 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투자나 금융 서비스나 기성세대와 다른 방법이 계속 도출될 필요가 있다.
- 기숙사 수용률이 높아지지 않는 건 대학이 기숙사를 짓는 데 소 극적이어서가 아니다. 대학 인근 원룸, 오피스텔로 임대를 하고 있 는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숙사 를 충분히 짓지 못하고, 결국 대학생들의 거주 비용이 크게 높아지 는 것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도 겪었고, 지금 Z세대도 겪고 있다. 과거 세대들은 이런 부당한 상황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앞으로도 그 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점점 망해가고, 대학 진학을 안 하려는 Z세대도 계속 늘어가고, 대학 수업은 점점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결국 대학가 인근의 부동산 시장은 역풍을 맞을 것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부동산에 얽힌 기성세대의 탐욕과 부당함을 직접 목격하고 분노한 게 Z세대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분야에서 여성 할당제를 하는 것처럼, 그 반대 의 경우엔 남성 할당제를 하는 게 균형적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본질은 이게 아니다. 왜 같은 성적을 가진 학생 중 남성보 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교대에 지원할까? 왜 여학생이 초등 학교 교사를 장래희망으로 꿈꿀까? 이 질문이 본질이다. 여성이 초 등학교 교사를 본능적으로 선호하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다. 지 금보다 여성의 사회적 차별, 경제활동 기회에서의 차별이 더 심했 던 1980년대 여학생으로선 직장생활에서의 차별이 가장 적은 곳 인 초등학교 교사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 흐름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심지어 교사 중 여교사의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 다는 점은 여전히 직장생활에서의 차별이나 경력단절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