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회사들
- 상식이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당연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조시 빌링스)
- 내가 몰랐던 것은 비즈니스맨이 그저 흥미롭다고 말할 때, 그건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편이 낫다는 것을 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흥미롭다는 말은 때로 1) 아이디어가 맘에 들지 않거나 2) 아이디어가 맘에 들지는 않지만 다른 동료에게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설득할 수 있거나, 아니면 3)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지만 상사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내 정치
당신은 아마도 에고와 수직 체계, 권력, 돈, 사람이 관련된 모든 곳에는 조직 내 정치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 은 상황에서 정치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1) 기업이 너무 다양한 직급으로 이뤄져 있을 때,
2) 직원들의 자리가 서로 멀찍이 떨어 져 있을 때,
3) 상사가 생각과 주장을 습관적으로 바꿀 때,
4) 파벌 이 조직문화를 지배할 때,
5) 내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 을 때,
6)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영역을 지키는 일에 집착할 때. 이러한 상황에서 상식은 종종 첫 번째 희생양이 된다.
- 머스크는 콜센터의 성과와 생산성을 최고의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시간' 이라고 하는 단일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콜센터의 생산성은 엄청나게 높게 나타났다. 고객 의 전화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고 다음 고객으로, 그리고 그 다음 고 객으로 넘어가는가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나는 불가항력 버튼이 KPI 기준을 따라잡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은 물론, 머스크의 최대 경쟁사에서 쓰는 또 다른 기술도 발견했다. 그것은 '블라인드 포워드 blind forward' 라는 버튼이다. 그러나 이는 고객 서비스의 취지에 반하는 기술이다. 수동적인 공격'을 뜻하는 블라인드 포워드 버튼은 골치 아픈 문제로 전화를 건 고객, 혹은 말이 지나치게 많은 고객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직원들은 이 버튼을 누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전화를 건 사람을 무작위로 다른 사람이나 부서(영업, 마케팅, 전략, IT)로 넘겨버릴 수 있다. 그러면 고객은 조만간 영문도 모르고 전혀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심지어 왜 자신에게 전화가 넘어왔는지도 모르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블라인드 포워 드 버튼의 목적이 고객을 괴롭히기 위한 것인지, 그리고 다른 기업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보편적으로 활용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달 후, 머스크는 상식을 되찾았다. 가장 먼저 경영진은 콜센터의 KPI 시스템을 수정함으로써 고객만족과 관련 있는 핵심 기준(신뢰성, 문제해결, 송장 품질)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비록 사소하고 평범한 변화였음에도 이후 머스크의 고객만족도는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그만큼 고객이 다른 경쟁사로 넘어갈 위험은 낮아졌다.
- 캐스 키드슨의 최대 고객은 딸을 둔 엄마들이다. 그런데 왜 매장 내 마네 킹은 죄다 30~40대 여성뿐인가? 엄마와 딸 마네킹을 함께 세워놓고 제품을 진열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많은 여성은 행 복한 엄마와 딸을 이상적인 가정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들의 이상향 속에서 엄마와 딸은 커플룩을 입고, 싸우지 않고, 서로에게 모든 것을 터놓고 말한다(알다시피 패션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을 판매하는 산업이다). 또한 엄마는 자신의 취향을 딸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이후 캐스키드슨 매장 관리자들이 여성 마네킹 옆에 어린이 마네킹을 세 워놓자, 키즈 의류 라인의 매출이 치솟았다. 또한 캐스키드슨 매장에서 쇼핑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고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손이 부족하면 몇몇 제 품을 선반 위로 도로 가져다뒀다. 그래서 나는 매장 안에 쇼핑 바구니를 비치해둘 것을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이후 즉각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남성 고객은 아내나 여자 친구와 함께 마지못해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기다리면서 몹시 지루해했다. 특히 여성을 위한 제품이 대부분인 캐스키드슨 매 장에서는 더 그랬다. 그래서 나는 매장 안에 남성 고객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만들도록 제안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의 남성 고객에게 쇼 핑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시도 역시 사소한 노 력에 불과했지만, 고객에게 쇼핑이 보다 즐거운 여행이 되게 해줬 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약간의 상식을 적용했을 뿐이다.
- 큰 성공을 거둔 세계적인 기업은 직급 체계가 단순하다. 3단계, 혹은 기껏해야 4단계로 이뤄져 있다. 반면 10단계를 넘어설 때(18단계 에 이르는 기업도 있다!) 사내 정치는 그만큼 복잡해지고 업무 부담도 늘어난다. 한 단계가 추가될 때마다 업무 부담은 10퍼센트 이상 증가한다. 많은 기업에서 업무 시간의 약 60퍼센트가 이로 인해 낭비 된다. 생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 대부분의 기업은 시간을 최우선순위로 꼽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 상식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상식은 여유와 신중함을 요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외면한다.
- 그러나 바쁘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한 가지 문제는 우리의 두뇌 를 복잡하게 해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모두가 점점 더 바빠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은 우리에게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 올리고 문제에 대해 숙고할 여유를 앗아간다. 더 이상 우리에게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기업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 디서 상식이 결핍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 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이 없다.
나는 예전에 폴 랄프 Paul Ralph 라는 캐나다 마케팅 전문가가 실행한 비공식적인 실험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지인들이 너무 자주 ‘자기가 얼마나 바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발 견하고는 그 이듬해 아내와 함께 절대로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결심은 두 사람의 행동에, 그리고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랄프와 아내는 친구들을 예전보다 깊이 있고 진정성 있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그들은 바쁘다 는 말로 다른 이들의 기분을 얼마나 상하게 만들었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 그들은 더 행복하고, 자유롭고, 또한 의사결정에서 더 많은 통제력을 가졌다고 느낀다. 랄프는 이렇게 썼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바쁘다' 라는 말을 그만할 때 다른 사람들 역시 그 렇게 한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만족 예언이다.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할수록 정말로 바쁜 것처럼 느끼게 되고, 그렇게 느낄수록 정말로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 사이버 공격이 터지면서 머스크는 내가 그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상식 원칙에 더욱 집중했다. 그들은 고객을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또한 고객에게도 또 다른 고객이 있다는 사실을 이 해하게 되었다. 가령 포드 자동차가 선적이 늦어질 경우, 딜러와 그들의 고객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홈데포로 가는 배송이 중단될 때, 미국 전역의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술은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목록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거기에는 이름과 날짜, 수치, 그리고 예측과 전망이 나와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과거 습관이 어떻게 미래 행동을 만드는지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조만간 막다른길에 들어서게 된다. 창조성과 상상력이 결핍된 상황에서 기술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바로 여기서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 기술을 향한 인류의 집단적인 애정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우 리는 지금도 더 많은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섹스나 술, 담배, 운동, 음식을 원하는 것과도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 정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좀처럼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어느 정 도가 충분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쉽게 사랑에 빠 지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담배를 계속 피워대고, 과식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조금씩 물러선다. 자기 자신과 협 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저울질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중간 지점을 발견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 애쓴다.
- 우리는 지금도 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기술이 가져다주고 빼앗아가는 것, 대체할 수 있는 것과 대체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신비하고 영원한 것을 계속해서 발견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 목록에는 인간성이 있고, 인간성에는 공감과 상식이 필요하다. 바라건대, 상식은 언젠가 우리를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존재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 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만들 것이다.
- 나는 일론 머스크가 말한 생산성 원칙을 믿는다.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질 때, 곧바로 회의를 중단하거나 전화를 끊어라.' 떠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 아니다. 시간을 낭비하도록 누군가를 붙잡아두는 것이야말로 무례한 행동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신이 회의에 더 이상 기여할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모든 참석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떠날 수 있어야 한다.
- 내가 참석했던 최고의 회의 중 하나는 컨설턴트로서 일했던 한 글로벌 투자 기업의 CEO와 함께 한 회의였다. 우리는 그의 사무실 에서 만나 세 시간을 이야기 나눴다. 파워포인트는 없었다. 대신에 그는 15페이지 분량의 노트를 들고 왔다. 나중에 그 CEO의 동료와 통화하면서 나는 회의가 아주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제게 데크를 보내주시겠어요?” 내가 데 크가 없다고 했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크도 없이 우리 CEO와 세 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고요?” 그녀는 아마도 이렇게 생 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CEO의 시간을 그렇게 낭비할 수 있는 겁니까? 우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시나요? 정말 용감하군요!'
- 앞서 언급했듯이,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대부분의 사람은 데크에서 기껏해야 세 가지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나는 실수로 다른 데크를 띄워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또 한 번은 슬라이드의 40퍼센트가 사라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슬라이드가 내 발표 내용 과 절반 가까이 달랐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머스크를 포함한 몇몇 기업에 파워포인트 전면 금지를 제안했다. 현재 머스크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는다.
- 파워포인트 활용은 쉽게 끊기 힘든 습관이다. 그것은 하루 두 갑의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에게서 갑자기 담배를 빼앗거나 아기에게서 고무젖꼭지를 빼앗는 일과 같다. 당신이, 혹은 동료가 보다 상식적인 방식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면, 파워포인트를 완전히 건너뛰는 방법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사람들은 아마도 파워포인트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일단 초 반의 충격에서 벗어나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지를 깨닫고 깜짝 놀랄 것이다.
- 오늘날 전 세계에 걸쳐 규범 준수를 의미하는 ‘컴플라이언스 compliance'는 기업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핑곗거리가 되었다. 기업의 컴플라이언스팀은 법무팀과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 서 변화와 혁신의 종말을 정당화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 직원 들은 '컴플라이언스팀은 절대 승인하지 않을 거야' 혹은 법무팀은 분명히 안 된다고 말할 거야'라고 말한다. 우리는 수많은 어리석은 규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혹은 왜 그러한 규칙이 나 오게 되었는지 의심해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따른다. 그 이유는 규칙을 따르지 않을 때 벌어질 상황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으로 두려움은 조직 속으로 점차 파고든다. 직원들이 실수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할수록, 그들의 마음속에는 더 큰 두려움이 자리 잡고 더 많이 경계하게 된다. 실패하거나 바보처럼 보이고, 망신을 당하거 나 처벌을 받고, 혹은 일자리와 평판을 잃게 될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다양한 '법'을 습관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은 프라이드치킨을 손 이외에 다른 도구 를 사용해서 먹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앨라배마에서는 일요 일에 카드놀이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카멜에서는 여성 이 2인치보다 높고 면적이 1평방인치보다 좁은 굽으로 제작된 하이 힐을 신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이는 분명하게도 하이힐이 도로 틈새에 끼는 바람에 넘어진 여성이 시를 상대로 고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조지아주에서는 12세가 안 된 자녀를 서 커스단에 팔아넘기는 것을 금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어린 아들과 딸이 광대나 곡예사, 혹은 공중그네 묘기를 부리는 사람으로 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 내에는 따라야 하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그 기원이 불분명한 많은 규칙이 있다. 어떻게 그러한 규칙이 나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조직의 정 책을 중앙 집중화된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칙을 어길 때 직원은 교육을 받거나, 혹은 해고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반면 규칙을 따랐거나 강요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지는 않는다). 이는 마치 수많은 지뢰가 여기저기 묻혀 있다는 사 실을 알고서 해변을 걷는 것과 같다. 누구도 지뢰가 어디에 묻혀 있 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컴플라이언스팀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동시에 상식을 허물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기 까지 한다. 그러나 공포에 기반을 둔 조직문화는 성공할 수 없다. 그 렇다. 이러한 조직에서 관리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직원들에게 시간 과 예산, 생산성, KPI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다. 관리자는 종 종 책임에 따른 처벌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다. 하지만 두뇌가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최고의 성 과를 올리지 못한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된다.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더 높은 성과를 올린다.
- 글로벌 투자 기업의 직원들은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내부 정책 에 대해 논의할 경우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직원들(어쨌든 기술 전문가로 급여를 받지는 않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언제 사용하는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이는 기업이 디지털에 무지한 직원들을 처벌하고, 실수로라도 기업 정책을 위반하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고 겁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는 뭘까? 조직의 마비다.
그 기업은 또한 비상식적인 우편물 정책도 실행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기업 사무실로 우편물을 보낼 때, 보안을 위해 수령자 주소를 봉투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쓰도록 한 것이었다.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이들 우편물은 또다시 두꺼운 종이로 된 페덱스 봉투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편물이 두꺼운 페덱스 봉투로 밀봉된다면, 주소의 위치가 왜 중요하단 말인가?
그 기업에서 시행하는 또 다른 규칙 역시 놀라울 정도로 어리석 었다. 그것은 고객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기 전에 직원이 먼저 연락 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었다.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고객이 신용카드를 주로 아마존과 애플에서 쓰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페인 남부에서 도박과 요트 파티로 수천 달러 결제가 이뤄졌다고 해보자. 그럴 때 고객의 신용카드가 해킹당했을 상황을 의심해볼 수 있지 만, 회사 규칙에 따라 그 팀에서 고객에게 먼저 연락을 취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다른 부서의 동료에게 요청 을 해서 그 고객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게 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규칙이 상식의 결핍을 드러내는 명백한 사 례로 거론되었을 때, 해당 직원은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못한 규칙 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수정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 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비합리적인 규칙을 없애는 일은 그것을 실 행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규칙을 없애고 난 뒤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될 지 모른다고 모두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에서 상식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모두가 최면에 걸린 듯한 착각이 든다. 열차 사고를 슬로모션으로 지켜보는 것 같다.
- 을 갖는가? 많은 직장인이 5년 후면 조직을 떠난다. CEO와 CFO는 더 빨리 떠난다. CEO가 앞으로 1~2년 동안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그러면 모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닭장 실험은 작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나치게 크고, 담대하고, 야심찬 목표를 제시할 경우, 대부분의 조직과 그 구성원은 두려움을 느끼고 저항하려 들 것이다. 그 기업은 항상 해왔던 대로 할 것이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82쪽에 달하는 자전거 설명서를 읽어보라고 권 한다고 해보자. 이는 그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 사람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실제로 자전거를 타서 페달을 밟고 비틀대다가 넘어지고 다시 조금 달리다가 넘어지는 것이다. 설명서는 그러고 나서야 의미가 있다.
90일 개입 전략은 시간 제약하에 빠르고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직원들을 격려한다. 시간 제약은 과정 전반에 긴박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조직 내 정치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내 경험상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바쁘게 움직일수록 조직 정치는 더 줄어든다. 용기는 작고 쉬운 성공, 즉 내가 말하는 확고한 지점proof point'에서 비롯된다. 확고한 지점이란 신속하게 해결 가능한 상식 관련 문제로서, 우리는 이를 해결함으로써 모두의 삶을 더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이메일을 쓸 때 참조나 숨은 참조 기능을 쓰지 않는 것도 한 가지 사례가 될 수 있다. 혹은 사무실에서 5미터 거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전화나 이메일, 문자메시지 대신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 역시 하나의 확고한 지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