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 데이터에서 시작하면 고객이 주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What'에 대한 분석은 해낼 수가 있다. 하지만 고객이 어떤 맥락에서 그런 행 동을 보이는지 'Why'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 객 데이터를 무작정 모으기보다는 고객 가치 설정이 먼저 이루어져 야 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줄 것인가?"라 는 질문을 먼저 던진 후, 그 가치를 주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 이고, 그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다면 우리가 새롭게 센싱sensing(현상을 감지하는 것)하고 수집 또는 결합해야 하는 데이터를 정의해야 할 것 이다.
- 요즘 디지털 세상 속에서 좀 놀 줄 아는 인재들은 다음과 같은 기 준으로 직장을 선택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실리콘 밸리나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외국기업(요즘 한국 토종 학위자들이 해외 취업이 잘된다), 두 번째는 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벤처 창업(요즘 젊은 CEO들이 창업 한 회사가 투자를 잘 받는다), 세 번째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 달의민족을 지칭하는 '네카라쿠배'(스톡옵션과 성과급이 확실한 곳), 네 번째는 삼성, 현대, SK, LG와 같은 대기업(그래도 대기업이니까), 다섯번째는 '당토(당근마켓, 토스)'와 '직야(직방, 야놀자)'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2세대에게 국한된 게 아니라 젊은 M세대에서 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네 번째 카테고리와 같은 좋은 대기업 에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세 번째와 두 번째 카테고리로, 그리고 첫 번째 카테고리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기존 1순위에 해당 하는 우수 인력들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카테고리를 선택함에 따라 우수 인재 풀에서 빠져나가고, 1순위가 아닌 3, 4순위에 해당하 는 인력들이 대기업에 선발될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기존 인력 중 에서도 우수한 인력들이 벤처 창업이나 디지털 기업으로 대거 이동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포르셰라는 브랜드에 따르는 역사와 스토리 그리고 상징이라는 '의미'를 위해 수억 원을 지불하는 것이다. 포르셰를 비롯해 연일 경매로 낙찰되는 예술 작품과 NFT로 거래되 는 작품 등 오늘날 전 세계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모든 것은 그 안에 의미와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그저 도움이 되는 필요한 물건과 서 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재화는 이미 너무 넘쳐나기 때문에 점점 중요해지지 않을 것이고, 고객들은 의미와 스토리를 창 출해내는 고객 경험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 P&G 페브리즈는 냄새를 없애준다는 기능 중심의 마케팅으로 존재감이 없는 상품으로 부진하다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팀과의 연구 협업으로 제품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고객의 청소 맥락에서 청소를 마친 후에 뭔 가 축하를 하는 기분으로 페브리즈를 뿌려 집안을 더 '향기롭게' 한 다는 의미를 더한 것이다. 단순히 냄새를 없애는 기능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페브리즈가 나쁜 냄새를 제거한다는 건 여전히 존재하는 하나의 기능이지만, 고객의 청소 맥락에서 찾아낸 '청소 후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의 의미로 고객들에게 경험적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 오프라인 마트에서 대량 구매해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은 주말에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시간 대비 고된 과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마켓컬리와 쿠팡 로켓프레시 같은 대안이 등장하면서 그 시간에 재미나 의미 면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찾게 됐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비싼데, 과연 언제까지 우리 집 면적의 상당 부분을 엄청나게 큰 냉장고가 차지하게 할 것인가? 필자가 모 기업과 함께 수행했던 산학과제에서 바로 이 문제를 풀고자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즉, 냉장고의 새로운 의미를 발 굴하고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이 냉장고를 인 식할 때 재료를 보관하는 '필요'의 소비를 넘어서 어떤 '의미'적 경험 을 줘야 할까? 만약 고객에게 이 냉장고를 구입한다는 의미를 "우리 아이에게 성장 발달 상태에 맞는 최상의 이유식을 스타일링 해주겠 다”라거나, 혹은 "나의 당뇨병을 더 잘 관리하고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미, 또는 "내가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겠다"라는 의미를 경험하게 설계한다면 해당 니즈가 있는 고객들은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이 냉장고를 선택하지 않을까?
-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양대 DCX연구실에서는 경험 디자인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때 여느 소셜 리스닝 솔루션들처럼 명사만 보지 않는다. 명사 중심의 분석은 어떤 기능이 많이 언급되는지, 어떤 스펙을 아쉬워 하는지 등에 대한 인사이트는 얻을 수 있지 만 고객의 맥락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고객의 소셜 데이터를 분 석할 때에는 고객의 행동과 감정을 읽어 낼 수 있는 동사와 형용사가 더 중요한 분석 재료가 된다. 각각의 맥락에서 고객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그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야 해당 맥락에서 의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
- 기능 설계와 경험 설계의 차이를 노트북의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우리 노트북에 배터리를 80Wh를 넣을까? 72Wh를 넣을까? 고민하 는 것은 상품 기획에서 고민하는 기능 중심의 사고이다. 노트북의 사 양이 어떻게 돼야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좋은 상품이 될 까 고민하는 것은 과거의 접근 방법이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에 들 어가는 카메라의 화소가 경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사람들은 카메라 화질의 진화에는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스펙은 이미 충분히 충족이 된 소비가치인 것이다.
- 경험 중심의 사고는 '충전 없이 배터리를 길게 써야 하는 상황은 어떤 경우일까?', '배터리를 자주 충전해야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 일까? 주로 영상 시청이 많은 사람들일까? 등의 고민을 하는 것이 다. 기능 중심적 사고가 제품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경험 중심적 사 고는 제품과 함께 하는 '인간'에 대한 고민이다. 왜 좋은 배터리가 들 어가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충전 없이 오래 버티기 위해서 좋은 배터리가 들어가야 하는지 사고해야 한다. 제품이 어느 맥락에서 어떤 고객들에게 소구되는지 고객과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의미를 주는 노트북의 가치는 고객의 맥락을 분석해보는 데서 나온다.
- 필자가 바라보는 세컨드라이프의 실패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도 부캐 (제2의 인생, 부캐릭터) 콘셉트에 더 큰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즉, 사람들은 부캐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많이 쓰기 어렵다. 현실세계의 나를 위해서는 돈을 쓰지만, 가상세계의 아바타를 위해 서 소소한 돈은 쓸 수 있지만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메타버스가 세컨드라이프의 실패로 가지 않으려면 메타버스 세계 를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가상세계의 부캐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또다시 세컨드라이프처럼 실패하지 않으려면 바로 현실세계 와 메타세계 간의 연결된 경험을 주어야 한다. 내가 메타버스 세계에 서 쏟아붓는 노력과 시간이 현실세계에도 반영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페토에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현실에서라면 불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가상 공간인 '제페토 월드' 안 에서 연예인과 사진을 찍고, 스타의 방에 방문하고 연예인의 뮤직비 디오 촬영지에 가서 인증샷을 남길 수도 있다. '버추얼 미술관'의 출 시로 사용자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포함한 르네상스의 여러 명화와 조각상들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직방의 직원들은 메타버스 세계로 출근해 현 실의 업무를 하고 월급은 오프라인에서 받는다.
-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투자를 하 고 있다. 데이터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하니, 일단 기업 내에 존재 하는 데이터를 한곳으로 무작정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고객의 데이터를 모아놓고, 나중에 분석하면 뭐든 나올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필자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목적성 없이 수집한 데이 터를 저장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원씩 지출하는 클라우드 비용이 아 깝다고 말이다. 먼저 데이터를 쌓아놓으면 언젠가 혁신적인 가치가 쏟아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IT 분야 컨설팅 기업인 가트너 Gartner는 2017년 당시 “85%의 빅데 이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역시 IT 전문 컨설팅 기업인 액센추어 Accenture도 이와 비슷한 발표를 했다. 2019년 여러 기업들의 임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단 8%만이 데이터를 활용 한 프로젝트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프로젝트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 양극단에 위치하는 고객들은 특이한 맥락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해당 맥락에서 겪는 문제를 독특한 방법을 통해 극복해나가기도 한다. 이들이 이때 느끼는 감정과 행동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새 로운 기회 발굴의 힌트가 될 수 있고, 숨겨진 잠재니즈를 발견하여 고객 경험 디자인을 위한 강력한 통찰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국 같은 데이터라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위한 귀한 재료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경험을 만드는 일은 고객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관점을 달리하는 것, 고객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혁신 의 답을 찾아가는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아직도 제품 관점으로 데이 터를 수집하고 있다. 제품의 이름을 쿼리로 넣어 제품 관점으로 수집 한 고객의 소셜 데이터는 우리 제품의 기능적(디자인, 소음, 가격)인 인 사이트는 줄 수 있지만, 경험을 매핑하기 위한 데이터로는 적절하지 않다. 고객 관점에서 데이터 수집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타깃 고객 의 다양한 맥락을 관찰할 수 있는 타깃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차박과 관련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차박 커뮤니티. 집의 인테리어 관련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의집'과 같은 플랫폼 을 맥락 기반 타깃 사이트로 선정할 수 있다. 키워드 기반 수집을 할 때도 나의 타깃 고객이 자주 언급하는 차박 관련된 키워드들의 선정 과 매핑이 매우 중요하다. 수집 전략에 따라 보이는 데이터에서 찾아 지는 맥락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 모든 혁신은 고객의 문제를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설프게 메타 버스, 블록체인, 빅데이터, 챗봇,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추구 해봐야 고객을 위한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술 혁신이 디지털 시대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일상생활 대부분의 니즈가 충 족되어있는 시대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는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큰 가치를 만드는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옛날처럼 물건이 부족하고, 고객의 문제가 쌓여있던 시대라면 그 를 해소해줄 기술이나 혁신에 큰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에는 솔루션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반면, 가장 중요한 '풀고 싶은 잠 재니즈'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섣불리 기술이 주도하 는 혁신을 추구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메타버스 또한 굉장히 혁신적이고,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로 연결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기술들 의 융합결정체인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CES 2022에서 목격한 수많 은 메타버스 회사들은 인터넷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중요한 기술이 고, 이로 인해 비로소 웹3.0의 시대로 넘어갈 거라고 예견하고 있었 다. 하지만 필자는 메타버스 기술들 또한 고객의 잠재니즈, 즉 디지 별 시대에 새로이 등장하는 고객의 문제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기술로만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세그웨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고객의 니즈를 발굴하고 사업의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은 기업이 소셜 데이터를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 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통적으로 마켓 리서치, 즉 설문조사를 해왔 었지만 이는 리서치 비용도 높고 설문조사의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 웠다. 질문의 대부분이 지금 제품을 얼마나 썼는지, 이런 기능이 추 가되면 사겠는지, 가격이 얼마면 사겠는지 등 제품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인데, 샘플의 신뢰도부터 질문지의 편향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소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면 이런 문제가 상당히 해결된다. 소비 자가 새로운 제품을 구매한 후 가격이나 기능면에서 어떤지 자발적 으로 커뮤니티 내에서 정보를 나누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리얼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소셜 데이터 분석 접근법이 아직은 어설프게 보인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소셜 데이터를 본다면서 왜 아직도 제품 리뷰만 열심히 크롤링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 언급된 멘션을 찾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고 있다. 제품명이 언급된 데이터를 찾기 위해 제품 리뷰에서 다양한 소스의 크롤링 툴과 솔루션을 구매하면 서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 과연 제품의 리뷰 데이터만 보면 우리 가 고객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을까?
- 이제 더 이상 데이터를 무작정 축적하지 말자. 그보다 데이터들을 어떻게 결합해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자. 또 한 이렇게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해 실제 제품의 경험으로 설계하고, 각 맥락에 따라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과 경험 제안이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 고객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들여다볼 때 유용한 '3A 분석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3A 분석 프레임워크는 데이터를 사람에 대한 액터Actor(고객), 잠재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행동Action, 제품에 대한 사물Artifact로 구분하여 사고하 고 분석하는 디지털 온톨로지 digital ontology(디지털에서 찾은 여러 데이터의 연결을 통해 관계와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3A 분석 프레임워크는 리처드 배스커빌Richard L. Baskervilie, 마이클 마이어스Micheal D. Myers, 유영진 교수님이 개발한 디지털 세계에서 인 간의 경험을 나타내기 위한 온톨로지에서 비롯되었는데, 고객 중심 으로 데이터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맥락을 도출하는 데에 매우 용이한 방법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액터, 행동, 사물 기반으로 추출해 내 고 다양한 액터와 다양한 행동들, 그리고 데이터에서 찾은 다양한 사 물들간 재조합을 통해 다이나믹한 분석이 가능하다. 기존에 보지 못 했던 데이터 간 역동적인 상호 연결 관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데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딥러닝 기반 감성 분석이란 무엇일까? 이 기술은 고객이 남긴 텍스트에 나타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판별해서, 이를 수치로 정량화하는 작업을 뜻한다. 감성 분류는 일반적으로는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으로 분류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중립이 포함되기도 한다. 혹은 정도에 따라 0부터 10 또는 부정은 -10. 긍정은 10까지 의 수치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딥러닝은 어떻게 텍스트 안에 숨겨져 있는 감정을 읽어 낼까? 총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해당 고객의 글에 별점과 같은 점수가 이미 있어서 AI가 해당 글과 정답label에 해당 되는 별점의 점수를 보면서 학습을 하게 하여, 새로운 글을 보여주면 점수를 예측 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라벨, 즉 별점이 정확히 존재하는 학 습용 데이터가 충분하게 확보가 되지 않으면 성능이 잘 나오지 않는 다. 또한 감성을 예측하고자 하는 글의 종류가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종류와 비슷하지 않다면 역시 성능이 잘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영화 리뷰와 영화 별점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는 영화와 관련된 리뷰들 속의 단어와 문맥들만 학습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감정을 정확히 측정해내지 못한다.
이런 한계점 때문에 또 다른 분석 방법도 존재한다. 두 번째는 감 성 사전 기반의 분석으로, 자연어 처리 연구실 등에서 미리 구축해둔 감성 사전을 쓰는 방법이다. 이 분석은 어느 쪽 극성의 감성어가 많 이 나오는지를 정량화해서 감성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감성 사전에는 '매우 화난다', '짜증난다', '그저 그렇다’, '괜찮다', '매우 좋다' 등의 여러 단어들에 감성 점수가 구축되어있는 데, 해당 문장에서 감성 점수를 가진 이러한 단어가 보이면 '매우 화 난다(-2)'. '짜증난다(-1)'. '그저 그렇다(0)', '괜찮다(1)', '매우 좋다(2)' 와 같은 긍정·부정에 대한 범주별 감성 점수 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 AI는 개인화된 경험을 만들어 내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예를 들어, 채소 카테고리의 물건을 주로 소비하는 고객에게 공산품이나 육류 할인 쿠폰을 보내는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똑같은 쿠폰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각 카테고리별 반복 구매 횟수와 이용하는 가격대에 따라 구매 성향이 비슷한 고객군끼리 세 분화하여 타깃군별로 별도 쿠폰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 리나라의 홈플러스가 개인화된 쿠폰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구매 상 품, 구매 카테고리, 그리고 최근 구매 기록 등으로 고객별로 적합한 쿠폰을 큐레이션했다. 무엇보다 자주 구매하는 상품을 제대로 알고, 해당 고객군에게만 할인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쿠폰을 보내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세분화된 고객군별 개인화 쿠폰이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개인화된 쿠폰을 받은 고객군과 기존과 같은 일반 쿠폰을 받은 고객군 사이에서 쿠폰 사용률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분석해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개인화된 쿠폰의 사 용률이 조금 더 높다 하더라도 어떤 세부 고객군의 사용률이 상대적 으로 적은지, 그렇다면 개인화된 쿠폰 종류를 다시 설계하거나 전송 시기나 문구를 고객군별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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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경험 설계를 위해서 엄청난 알고리즘이 필요한 것은 아니 다.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지는 고객 관점에서 해당 맥락을 이해하 고 분석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 식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줄 수 있다. 사실 고객이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각각의 맥락에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 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이런 경험을 만들어 낸다.
요컨대 핵심은 고객의 입장에서 시작하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고객이 해당 맥락에서 원하는 정보를 선명하게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디지털 세계에서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 필자가 여러 대기업과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기업들의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기획은 처음에는 분명 매우 혁 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공룡 대기업의 조직 구조 속에서 전통적인 방식인 마켓 리서치를 검증하고 수많은 수직 구조의 의사 결정자들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는 가장 대중적 이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시시한 그저 그런 서비스로 도출되는 것이 었다. 디지털 세대를 위해 출발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결국에 전통적인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치면서 근본적인 창의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전 것을 버려야 한다. 데이터로 일하는 새로운 방식,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는 방법도 기존의 상품 기획 프로세 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모두 다 바꿔야 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변혁이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 디지털 서비스, 남들이 도입하는 디지털 기술 도입에 급급하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냄 비에 삶아져 죽은 개구리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