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디테일의 발견

dalai 2023. 5. 17. 21:32

- “닳고 닳은 길에도 언제나 뒤집어보지 않은 돌들이 있는 법이다. 그 돌들을 주목하고 뒤집어보는 수고를 한 사람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는 법이지." (찰스 타운스(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 디지털의 장점은 '실험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손으로 만져지는 결과물로 생산할 필요 없이, 디지털 파일로 생산하고 온라인으로 판 매하면 되니 다양한 실험이 가능합니다. 만들어보고 잘 팔리지 않아 도 물성을 지닌 제품처럼 큰 손해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이 다이어리로는 보기 힘든 각양각색의 다이어리와 다이어리 꾸 미기 파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과 유통이 자유로워졌고, 그 덕분에 다양성을 지닌 시장이 된 것입니다.
요즘 카페에 가면 아이패드를 노트 삼아 공부하는 중고등학생, 대학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아이패드는 '종이 노 트'와 동일합니다. 온라인에 있는 소스를 노트로 쉽게 가져올 수 있 으니 더 풍성한 자료로 학습할 수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는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이를 얼마나 빠르게 눈치 채고 쫓아가는지가 사업가의 감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마케터의 질문> (더퀘스트, 2019)의 저자이자 고객 경험 전문가인 진 블리스는 고객 경험을 위해서는 단 1가지 조건만 있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바로 '고객을 어머니라고 생각해보자입니다. 고객에게 하 고자 하는 일을 과연 내 어머니에게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소 소하지만 의미 있는 고객 만족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멤버십 적립을 위해 힘들게 앱을 찾은 어머니께 '앱 업데이트 이후 이용해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제 어머니는 스마트폰이 친숙하지 않아 앱 업데이트마저도 어려워하는 분인데 말이죠.
앱 업데이트를 할 때 '지금' 꼭 확인해야 하는 것들만큼은 안내 화면에서 같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금융 앱이라면 계좌 번호나 통 장 잔고를, 캘린더 앱이라면 오늘 일정을, 쇼핑 앱이라면 배송 현황 을 안내 화면과 함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어머니께 보여드 리는 앱 업데이트 안내 화면이라면, 이런 내용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을 것 같아서요.
- 신동훈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객 경험은 일련의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고객 경험은 감정 에 중점을 둔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이 귀사에 관해 느끼 는 감정을 호전시킬 수도 있고 악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각 접점에서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이 있다. 이 결정이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 이근상 저자가 쓴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몽스북, 2021)에는 “앞서간다는 건 브랜드가 소비자를 리드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원한 게 바로 저거였어!'라는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최근 느낀 불편은 무엇인가요. 그 불편 을 다른 사람도 느끼나요. 지나치고 말았던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원한 게 바로 저거였어!'라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 비비언 웨스트우드는 1970년대 런던 펑크 문화의 탄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국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킨 디자이너인데 요. 그녀는 자신이 일으킨 패션 혁명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부러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것은 아닙니다. 왜 1가지 방식 으로만 해야 하고, 다른 방식은 안 되는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승차 벨에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거창하지만 '왜 1가 지방식(하차할 때 누르는 벨)만 있고, 다른 방식(승차할 때 누르는 벨)은 없을 까?'라고 생각한 누군가가 있었기에 승차 벨을 만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요.
- 《프로세스 이코노미>(인플루엔셜, 2022)의 저자 오바라 가즈히로는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에서 인기 있는 가게의 성공 법칙 중 하나를 '작은 실패를 공개하며 약점 드러내기'라고 말했습니다. 가 게의 약점을 공개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이 약점을 보완해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고, 그러면 고객과 주인은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 '동료'로 관계가 전환된다는 것입니다.
마트킹의 화이트보드와 공유 오피스에 설치된 포스트잇이 이 법칙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게에 재고가 없다고 부끄러워하 지 않고, 가게의 '약점'을 솔직하게 공개했습니다. 공유 오피스의 불 편 사항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빠르게 보완해나가는 방 법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고객과 브랜드는 서로 '동료'가 됐고 서로 를 위하는 마음이 솟아납니다.
- 샤오미 CEO였던 리완창은 자신의 책 <참여감> <와이즈베리, 2015)에서 "참여감을 구축한다는 것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 는 전 과정을 개방해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사용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소유할 뿐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들 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면 '함께 성 장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요. 고객에게 과감하게 손을 내밀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제안에 고객은 열렬히 화답하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브랜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기억할 것입니다. 마트킹과 패스트파이브가 그런 것처럼 말이죠.
- 마더 테레사 수녀는 “위대한 행동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만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작은 행동이 모여 위대 한 행동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디테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디테일이 하나씩 모이면 위대한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비 밀번호를 잊어버린 고객에게 보낸 메일 제목같이 작은 디테일로 이 브랜드에 관한 호감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된 것처럼 말이죠. 오늘도 작은 디테일을 생각해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미래의 창, 2021)의 저자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병규 교수는 플라스틱 문제가 더욱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발전하고 소비자들이 기업과 브랜드를 평 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MZ세대 소비자 들은 진실한 브랜드를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윤리적인 운영과 마케팅을 요구합니다. 특히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 로 해결하려고 나서는 브랜드를 응원하죠.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제 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편의점 브랜드의 에코얼음컵을 들고 가는 분이 있다면 흘깃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네' 라고 말이죠. 친환경도 분명 제품을 차별화하는 디테일이 될 수 있 고 더 나아가 구매를 결정짓는 제품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 게 됐습니다. 우리는 친환경적 사고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앨런 와츠는 “변화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기에 뛰어들어 함께 움직이고 함께 춤추는 것이다"라는 말 을 남겼습니다. 스마트워치 기술은 '코로나19'라는 변화를 잘 이해 하고 함께 움직였습니다. '충분히 손을 잘 씻었나?' 헷갈리는 고객을 위해 20초 타이머를 제공했고, 집에 도착해서 손 씻기를 잊어버린 고객에게는 손 씻기 알림을 보내줬습니다. 또한 마스크 때문에 스마트폰 잠금해제에 불편함을 겪는 고객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보조 인증수단으로 삼아 불편함을 줄여줬습니다.
새로운 변화에는 새로운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불편함 을 브랜드 자산으로 해결하려는 시도, 변화와 함께 움직이려는 용기 가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나 기민하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대안을 만들어내는지도 관건일 것입니다.
-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와 환경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히스로 공항이 음료판매 수익을 포기하고 환경을 위해 물 리필 스테이션를 공항 곳곳에 도입해 플라스틱을 줄여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보여주기'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기업보다 훨씬 똑똑해진 고객은 바로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다면, 그 고 객으로부터 무한한 애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요.
- 심리학에는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제창한 개념으로 사람의 경험에 관한 기억은 가장 강렬한 순간(peak)과 마지막 순간 (end)의 평균값이라는 법칙입니다. 노브랜드 제습제는 '마지막 순 간'을 잡았습니다. 제품의 쓸모가 다해 버려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이 제품은 고객에게 강렬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혹시 이거 필요하 지 않으세요?"라고 말하듯 고객이 필요한 것을 미리 잘 알고 준비해 둔 디테일을 제공하며 고객이 경험의 여정을 끝마치게 합니다. 오히 려 제품을 버릴 때 기분이 좋아지도록 만들죠.
점점 '마지막 순간'을 챙기는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브랜드가 이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구매'를 마지막 순간으로 판단하고 그 이후의 고객 여정에는 주목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배송을 기다리고, 포장을 뜯고, 제품 을 처음 사용하고, 문제가 생기고, 버릴 때까지, 고객의 경험 여정은 확장됩니다. 고객 여정을 얼마나 길게 보고 각 여정의 경험을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 뉴발란스가 발볼 사이즈를 도입한 이유는 그들의 출발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디스 이즈 브랜딩><턴어라운드, 2019)의 저자 김지헌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연상하도록 만들 수 있는 혜택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습니다.
1. 소비자가 느끼는 현재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는 미
래의 기능적 문제를 예방해주는 기능적 혜택.
2. 소비자가 자아 이미지, 사회적 지위, 소속감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징적 혜택.
3. 소비자가 브랜드를 이용할 때 오감 또는 지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경험적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