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조직의 조건
- 스티브 잡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아이폰을 개발한 혁신가 그리고 이를 진두지 휘하며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을 공격적으로 몰아붙인 권력자, 아마 그쯤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애플에서의 모습일뿐이다. 픽사에서 CEO를 역임했을 당시 그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공동창업자인 에드 캣멀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실제 그와 가장 친했던 친구 두 명은 잡스의 성공 이유에 대해 상반되게 이야기한다. 오라클의 CEO인 래리 엘리슨은 그 의 '천재성에 더해 통제광적인 기질'을 들었다. 반면 에드 캣멀은 그가 '친절하고 공감하는 데 뛰어났으며 영화감독들을 믿고 지지 하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말한다.
잡스가 '두 얼굴'을 보여준 이유는 명백하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는 작은 디테일까지 직접 관여했지만, 잘 모르는 분야에 서는 경청하고 위임했다. 그는 권력은 철저하게 역량에서 비롯되 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 지금 기업들이 추구하는 조직의 모습도 이렇다. 역량 있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리더가 자신이 잘 모 르는 분야에서는 실무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내주는 것이 당연 하게 받아들여진다. 어쩌면 과거 '직급이 깡패였던 조직보다 훨 씬 더 살별할 수 있다. 개개인이 각자의 역량과 기량을 높이기 위 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 하고, 탁월함을 향해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 과거의 위계조직과 미래조직 사이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 물론 그 방법은 다르다. 과거 위계조직은 '워터폴waterfall'로 일했다. 위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계획을 정교하 게 짜면 아래에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반면 미래 조직이 성과를 내는 방법은 '애자일agile'이다. 일단 '작은 시도'를 민첩하게 실행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지향해 나가는 식 으로 일한다. 완벽보다는 실행을 우위에 두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며 계속 개선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스트모텀postmortem 문화'다. 사람이 죽고 나면 사후 부검을 하듯이, 실패를 낱낱이 뜯어보며 배움을 축적해 나가는 식이다. 과거 위계조직이 실패를 대하는 자세가 '문책이었다면 미래조직은 '문인'이다. 문책은 실패 를 초래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하지만 문인은 왜 실패가 발생했는지,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앞으로 실패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스템'에 집중한다. 결국 미래조직에서 실패는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자 조직을 지탱하는 '에너지'다.
- '책임질 수 있습니까?'와 '살릴 수 있습니까? 의사가 해야 할 말은 뭘까? 환자의 병을 치료해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라고 생각 하면 답은 쉽다. 결국 내 일이 달성해야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일할 때는 "이 일이 성과가 나도록 잘 마 무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 은 조직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어요? 당신 부서가 수습할 수 있습니까?"
- 신 콤플렉스에 빠진 리더는 몇 가지 징후를 드러낸다. 우선 판단judgment의 언어를 즐겨 쓴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신은 이기적이야", "당신은 리더십이 없어"라는 판단의 말을 쉽게 내뱉는다. 신이 인간을 심판하듯, 상대의 본질을 심판하는 게 리더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믿는 셈이다. 누군가(리더)에 의해 나(구성원)의 본질이 낙인찍히는 일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 장 불쾌한 것 중 하나이다. 유능한 구성원일수록 자존감이 강한 법. 결국 신(리더)을 떠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리더의 주변에는 그를 숭배하거나 두려워하는 '병'들만 남게 된다.
신 콤플렉스의 또 다른 징후는 리더가 권위를 지키는 데 지나 치게 목을 매는 것이다. 리더의 말이 마치 성서의 구절처럼 신성화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마치 교리를 어긴 죄인 취급을 받는다. 회의 테이블에서는 단 한 분'의 말씀이 주를 이룬다. 당 연히 반대 의견은 상상할 수 없다.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리더와 구성원 간의 건설적이고 활기찬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게 신 콤플렉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신 콤플렉스가 말기에 접어들면 리더는 자기의 판단이 사회 의 일반적 상식이나 규칙보다 상위에 있다고 믿게 된다. 그 결과 사회가 정한 법이나 규칙을 우습게 여긴다. 높은 자리에 오래 앉 아 있던 사람일수록 유독 탈법과 불법이 많은 것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이런 이유 때문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이 중증 병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결국 생각으로 발생한 문제는 생각으로 풀어야 한다. 리더와 구성원은 맡 은 역할, 권한, 책임, 보상만 다를 뿐 나머지는 동일한, 존재만으 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똑같은 인간이다. 이런 믿음을 가질 때 리더는 신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사람은 옷걸이다. 권력(직함)은 옷이다. 옷걸이는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옷걸이에는 때로는 비싼 옷을, 때로는 싸구려 옷을 건다. 불행은 비싼 옷을 건 옷걸이가 자신이 비싼 존재라고 착각하면서 시작된다. 옷과 옷걸이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을 바꿨으면 환경(분위기)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 법은 쉽다. 우선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회의나 회식 때 리더 전용 상석부터 없애야 한다. 사무실도 굳이 화려한 독방일 필요가 없 다. 임원 전용 주차공간 역시 뇌를 권력에 취하게 만든다. 내가 뭔 가 특별한 사람 같은 착각을 준다.
칸트는 말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직급과 상관없 이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사회에서 만난 성인들이기 때문이다.
- 이처럼 의도적으로 리더가 스스로 어깨의 힘을 빼다 보면 리더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눈에서도 긴장이 풀린다. 이러면서 '만적정신'이 조직 내 스멀스멀 스며든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힘이 빠질수록 그 조직은 더 부드러워진다. 생각의 교류가 많아진다.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을 느끼며 업무의 본질에 집중한다. 그게 바로 우리 가가야 할 미래의 조직문화다.
- 그래서 조직은 구성원에게 다음 다섯 가지를 정기적으로 물어야 한다.
지금 무슨 일을 하는가?
일하면서 인정받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 인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조직에서 도와줄 것은 무엇인가?
꾸준한 코칭만이 구성원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다.
- 1 '리더가 나쁜 리더일 때 퇴사자가 많다'는 것.
2 '리더가 좋아 질수록 퇴사자는 줄어든다'는 것. 여기까지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마지막 3 '리더가 더 좋아지면 퇴사자는 다시 많 아진다'는 사실. 왜 그럴까? 1의 퇴사 이유는 '성장이 없어서'란다. 그런데 3의 퇴사 이유는 '성장한 덕분에 이직이 쉬워져서'라 고 한다. 물론 구성원의 퇴사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갈등 끝에 서 로 상처만 남은 채 구성원을 떠나보낸 경우와, 구성원이 성공적 으로 이직해 축하하고 응원하며 떠나보낸 경우를 떠올려보자. 남 겨진 구성원이 느끼는 바와 조직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 당신의 회사는 불행한 퇴사자를 만들고 있는가, 행복 한 퇴사자를 만들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 리더가 보내는 안전 신호
우선은 리더의 시그널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뇌에는 관계를 끊임없이 걱정하는 부위가 있다고 한다. 특히 윗사람이 나를 어 떻게 생각하는지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는 것. 우리 뇌에 아직도 고대 원시부족의 뇌가 남아 있어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늘 주의가 쏠린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과거 원 시부족사회에서는 쫓겨나는 순간이 곧 죽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회사에서 윗사람의 신뢰를 받고 있고 그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신뢰받는 사람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리더는 신호를 잘 줘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을 향해 '우리 조직은 당신을 필요로 하고 내팽개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안전 신호'를 계속 줘야 한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 학자들이 발 견한 것은 사소한 제스처의 중요성이다. 자주 따뜻한 시선을 보 내고 '네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제스처들이 사소하지만 아주 든든한 안전의 울타리를 쳐준다고 한다. 특히 강력한 것은 감사 표현이다. '네가 우리 조직에 도움을 주고 있어서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표현해야 한다. 이런 아주 작은 신호가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신호는 한 번에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래서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감사하다는 말을 반 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리더가 평소에 구성원들에게 감사 표현을 자주 하고, 또 구성원들끼리도 서로 감사를 전하는 소소한 이벤 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여러 조직에서 시행하는 감사와 칭찬 릴레이, 감사 노트 전달하기 등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효과가 실로 대단하다. 서로가 연결돼 있다는 결속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고, '이 조직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다음 네 가지 질문에 긍정의 답을 할 수 없다면 그 조직은 절대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즉,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1 눈치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는가?
2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가?
3 도움을 요청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가?
4 리더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가?"이다.
- 당연히 리더부터 먼저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조직문화는 대개 흐르는 물처럼 위에 서 아래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00년대 파산 직전의 제록스를 극적으로 회생 시킨 앤 멀케이 Anne Mulcahy 전 CEO는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 녀의 별명은 '모르는 것의 달인 Master of I don't Know'이었다. 30여 년을 제록스에서 근무하고 인사 부문 대표까지 맡았던 그녀가 정말 모 르는 것투성이였을까? 그녀는 구성원들의 '입'을 열기 위해 '무지 의 여왕'이 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어려움을 타개 하기 위해 한껏 카리스마를 내뿜어야 할 리더가 "나는 모른다"고 말하니 구성원들은 어땠을까? 리더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었고, 이것이 회사를 위기 에서 구해내는 발판이 되었다고 한다.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도 비슷하다. 그는 부임 후 처음 가 진회의에서 "제가 이 기술을 잘 모르니 설명해 주세요"라고 말했 다. 그러고는 '모른다는 것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MS 에는 천재가 아니라 협력하는 팀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MS가 '잃어버린 15년을 딛고 회생에 성공한 데에는 그가 이끈 이런 변화가 큰 몫을 했다.
- 집단사고의 위험을 없애는 방법으로 '의도적인 갈등 조장'을 선택해 제도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글로벌 기업 인 텔이다. 이 회사의 회의실에는 '회의 중 세 번 이상 반대의견을 들 었는가?'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고 한다. 일방적 지시와 통보의 문 화가 아니라 열띤 논쟁을 통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문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건설적 대립'을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두 고 엄격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 1 갈등 당사자와 직접 대립하기. 2 감정이 아닌 이슈에 집중해 긍정적으로 대립하기. 3 추론이 아닌 사실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대립하기. 4 미루지 말고 적시 에 대립하기.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바로 이 건 설적 대립의 조직문화가 인텔의 성공 원동력이라고 자신 있게 밝 힌바 있다.
- '유머러스한 리더'의 아이콘인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 령. 그의 위트와 유머에 얽힌 일화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가장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총격을 받고 쓰러졌을 때 발휘된 유 머다. 그는 중상을 입어 간호사들이 지혈하려고 하자 "우리 부인 낸시에게 허락을 받았나?"라고 농담을 건넸다. 응급실로 옮겨져 수술을 기다리면서는 의료진들에게 "당신들이 모두 공화당원이 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걱정하는 부인에게는 "여보, 총알이 날아왔을 때 영화에서처럼 납작 엎드리는 걸 깜빡 잊었어"라고 얘 기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이지만 '비장함'이 아닌 '가벼움'을 선택해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여유를 안겨준 것이다.
- 분위기를 조성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스몰토크가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 나눌 공간이 사내에 많아야 한다는 거다. 아예 별도의 시간을 마련할 수 도 있다. 미국의 한 대형 은행 콜센터는 직원들끼리 매일 일정 시 간 의무적으로 스몰토크를 나누게 했더니 성과가 좋아졌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또 서로 친밀해지면서 업무 노하우까지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WC에는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사적인 친분관계를 쌓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파트너 커넥티비티Partner Connectivity'라고 불리는 이 프 로그램을 통해 경영진은 최대 열다섯 명의 구성원과 특별한 유대 관계를 맺는다. 대개 리더와 구성원이 매칭되면 코칭이 이뤄질 거 라고 기대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다르다. 구성원의 가족을 만나거 나 구성원의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도록 한다. 친밀한 인간관계 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의 철학이 묻어 있는 프로그램이다
- 흔히 친밀관계가 강해지면 서로 쓴소리도 하지 못하고 비위 도 눈감아주는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연 구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일 때 오히려 스스럼없이 비판적인 의 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관계 속에 자신의 주장이 없고 경 계가 없어지면 이는 밀착관계에 가깝다. 밀착관계는 가족 간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경계해야 할 관계 유형이다.
아직도 친밀한 문화에 의구심을 가진 리더가 있는가? 실리콘 밸리의 어느 CEO가 한 말을 되새겨보자. "나의 최고의 아이디어 들은 동네 술집에서 술 한잔하면서 나왔다. 근무시간 외에 어울 릴 만한 사람들이야말로 당신을 기꺼이 일하러 가고 싶게 만들고 가족의 일원처럼 느끼게 해주며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무엇이 든 할 수 있도록 만든다."
-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한 여행사 대표가 쓴 이메일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상태에서 일부 직원에게 '마지막 메일일 것 같네요'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썼다. 내용을 요약하면, '제정신으로는 못 할 거 같아서 술을 마셨다. 희망퇴직도 잔고가 없어 대출받아 지원한다. 그놈의 알량한 돈이 없다. 여러분만 은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달라'였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은 백번 천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것은 정보를 가진 쪽의 입장일 뿐이다.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은 구성 원들의 입장에서 왜 이런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할 수 있게 상세한 정보를 밝혀야 한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말로는 희망퇴직이지만 내쫓는 거나 다름없다", "부동산만 정리해도 최 소 1년은 버틸 수 있다" 등과 같은 뒷말이 무성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 5개월여 앞서 인력감축을 발표한 회사가 있다. 글로벌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다. 이 회사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가 보낸 메시지는 어떻게 '제대로 밝혀야' 하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다.
'중대발표'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가족과 같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현재 상황이 괴롭지만 에어비앤비를 떠나게 된 당사자들은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기본 입장을 먼저 전한다. 그러고는 A4 다섯장 분량이 훌쩍 넘는 긴 글을 통 해 인력감축 결정의 배경, 기준과 절차, 퇴사자들을 위한 지원 및 후속 조치에 관해 세세하게 밝힌다. 회사는 '감축 대상자와는 반드시 단독 면담을 통해 절차를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워 당사자 가 충분히 소통하고 배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어서 퇴직금은 근무 연수에 따라 어떻게 계산해 지급하는지, 퇴사자에게 주식을 지급할 예정인데 그 방식과 정확한 지급일이 언제인지, 회사가 의료보험과 정신과 상담을 각각 몇 개월간 지원할 예정인지, 퇴 사하는 임직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어떤 구체적 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지까지 아주 상세하게 밝힌다.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더 이상 추가 질문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CEO는 이틀 뒤에 Q&A 세션을 개최하겠다며 정확한 시간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맺음말을 통해 CEO가 그간 깨닫게 된 점,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각각에게 전 하는 메시지를 담담하지만 최대한 공손하게 그리고 애정을 담아 전달한다. 떠나는 사람에게는 '개개인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변화 된 상황에서 비즈니스의 전략적 조정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그 간의 노력에 대한 인정을 충분히 표현한다. 또 남는 사람들에게 는 '떠나는 동료들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의 기여 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성과를 계속 이어가 주 기를 당부한다. '숨김'에 대한 의심이 없어지려면 '밝힘'이 제대로 돼야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기억하자. 좋은 소식이 아니라 나쁜 소식일수록 조직은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오해가 없고 뒷말이 없다. 구성원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결국 두 가지다. 왜 지금 이런 소식을 전하는지 의도intention 와, 이 소식이 나에게 미칠 영향impact이다.
- 사적 질문 외에도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질문해볼 수 있다. 일대일 미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질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이번 주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 일 세 가지는?
ᄋᄋ님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제가(회사가) 도와줄 것이 있을까요?
최근 들은 팀(회사) 어젠다에 대해 어떤 느낌이었나요?
동의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찜찜한 부분이 있었나요?
요즘 가장 협업을 많이 하는 사람(팀)은 누구인가요?
일하면서 만족스러운 점,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본다면?
팀(회사) 전반에 대해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질문받습니다.
- 한번 만난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24-7-30의 법칙이 있다. 만나고 나서 24시간 내 안부인사를 전 하고, 7일 내 SNS 친구 신청을 하고, 30일 내 추가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관계를 유지하려면 이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 나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내 주변에 있을 수도 있고 우리 조직 밖에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이스라엘의 '열 번째 사람Tenth Man'도 레드팀과 같은 개념이다. 이스라엘은 몇 번의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모두가 전쟁이 없 을 거라고 예상할 때 갑자기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에 대한 교훈으로 모두가 상식이라고 말할 때 열 번째 사람은 반드시 그 상식 에 도전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작은 실마리라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이견이 있는데 테이블 위에서 제대로 토론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서 실행되면, 나중 에 잘못될 경우 이를 회복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든다. 레드팀은 모든 의견과 이견이 다 다뤄지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케네디 팀은 전문가 위원회를 두 개로 나눠서 각각 다르게 토론을 진행시켰다. 각 위원회의 토론 내용은 서 로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주제에 같은 결론이 나오 면 진행하고, 다른 결론이 나오면 다시 토론했다. 각자의 역할과 영역을 명확히 하고 정보 공유와 스스럼없는 피드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케네디 정부의 이런 노력은 두 번째 쿠바 사태 때 빛 을 발했다. 강경파도 온건파도 어느 한쪽 의견으로 치우치지 않 도록 충분히 토론했다. 이견도 충분히 다뤘다. 각 전문가들의 전 문성은 이런 상황에서 꽃을 피웠다. 상대방을 인정하되 자신의 의견도 거리낌 없이 피력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정책 결정은 성 공적일 수밖에 없었다.
=- 케네디 정부의 교훈처럼 집단사고가 아닌 집단지성Group Genius이 되려면 참여자들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R&R 정리 툴이 RACI 차트다. 실무담당자Responsible, 의 사결정권자Accountable, 조언자 consulted, 정보공유자Informed 의 앞글 자를 딴 것으로, 최소한 이 정도의 역할은 정해둬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리더들이 "서로 잘 도와서 하세요"라고 지시하는데 이는 립서비스일 뿐이다. 그룹의 개개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RACI 정도는 정해줘야 한다. 누가 실무담당이고, 누가 최종 결정 을 내릴 것이고, 실무자가 도움이 필요하면 누구에게 청해야 하 고, 결과는 누구에게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정해놓는다.
- 특히 리모트 워크가 시작되면서 업무환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리더는 일을 줘야 하는데 집에 있는 구성원한테 매번 전화하기도 미안하고, 메일로 쓰자니 텍스트를 너무 많이 써야 해서 부담이다. 구성원도 리더가 일을 줄 때 메신저로만 설명하니 막상 업무할 때 애매한게 많다며 고민이다. 언택트 업무 지시 상황에서도 룰이 필요하다. 이때는 BODI를 활용하면 된다. 과제를 하는 배경과 맥락Background, 과제의 최종 결과물 이미지output, 마감 일정Due Date, 과제 수행을 위해 필요 한 정보나 자료 Information를 말한다. 지시하는 사람이나 지시받은 사람이나 BODI를 확인 후 일을 시작한다고 룰을 정해놓으면 된다.
-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과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는 철저한 시장조사, 정교한 전략과 기획 등 기존의 경영방식으로 대응하다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 치밀한 계획이나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가 크지 않을 때 일단 실행하는 것이다. 오늘은 내일보다 리스크가 작다. 그래서 오늘 일단 해보는 거다.
기존의 것을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성공하는 시대다. 이 세상에 없던 일을 완벽하게 계 획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리틀벳Little Bets은 애자일의 기본 조건이 다. 부담 없는 '작은 시도'를 통해서 '더 나은 결과'를 지향하는 것 이다. 결국 애자일의 핵심은 작은 실행과 빠른 피드백, 이를 통한 더 나은 재실행을 반복함으로써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빠르 게 대응해나가는 업무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