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수평조직의 구조

dalai 2021. 10. 22. 20:35

- 관리자들은 업무를 지시할 뿐 위임empowerment 하지 않기 때문에 부하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과정 관리에 많은 노력을 쏟게 된다. 이로 인해 부하 직원의 업무를 관리하는 것 외에 관리자 자신의 고유 업무를 개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네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관리자 역할에 걸맞은 전문성이 키워 지지 않고, 부서 전체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며,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실무자의 동기가 저하된다.
실무자의 동기가 저하되는 주된 이유는 '내 일이 아니 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직의 업무가 개인이 아닌 부서에 주 어지고, 부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부서장의 공이 되는 경우 가 많아서다. 이는 한국 대기업의 팀장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가 대부분 부하 직원들 성과의 합으로 구성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수직적인 조직은 권한을 위로 집중시키는데, 이처럼 절 대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 결정이나 처신을 잘못하면 회사나 부서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권한이 분산된 조직에서는 구성원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하거나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수직적 조직에서는 리더의 실수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불손한 일로 비쳐 직언 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수준의 역량 을 갖춘 사람들이 리더라면 수직적 문화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관료적인 위계 조직에서 그런 천재적인 경영자가 육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 조직 문화 유형 이론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경쟁 가치 모 델Competing Values Model'은 조직 문화를 관계 지향 문화, 혁신 지 향 문화, 위계 지향 문화, 과업 지향 문화 등 네 가지로 나누는 데, 여기서도 위계 지향(수직적인 문화)과 혁신 지향은 정반대 지향점으로 해석된다. 강한 위계 지향 문화를 고수하면서 직 원들에게 ‘혁신하라'고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몇 년 전 한 대 기업에서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경영진이 직원들을 모아 놓 고 '스티브 잡스가 놀랄 만한 디자인'을 가져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혁신을 극기 훈련 정도로 이해하는 조직의 그런 주문을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 전략을 바꾼다고 차별화된 성과가 나는 시대도 아니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에는 전략이 성과에 미치는 영 향의 정도가 평균 10퍼센트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변화 를 만들어 내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의 본 질적인 차별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은 성장하지만 외부 변화에 적응만 하는 기업들 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리고 실행력은 결국 사람과 문화에 달려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애자일agle 조직을 도입하면서 민 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 하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빠른 실행, 피드백, 학습을 통 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필요에 따라 협업하는 소수 정예의 팀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결정하고 실행한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에서 보편화된 애자일 조직은 최근에는 업종과 관계없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 컴퍼니 Bain & Company 연구에 따르면, 애자일을 도입한 기업의 프 로젝트 성공률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네 배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의 IT 기업들은 이미 90퍼센트가 애자일 조직으로 변모했다. 금융, 제약, 제조, 건설 등 다양한 업계로도 확산 중이다.
- 기능 중심의 수직적인 조직 체계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책임을 전가하는 관료주의적 병폐를 방지하는 방식으로는 애 플의 DRI 제도가 있다. 애플에서는 어떤 업무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거나, 상의할 일이 있을 때 그 업무의 DRI가 누군지 묻 는다. 애플의 DRI는 스티브 잡스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로,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직접 담당자)'의 약자다. 아 무리 복잡하고 여러 부서가 얽힌 문제라도 그 업무의 DRI로 지정되면 그 사람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수단과 방법 을 가리지 않고 완전하게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책임인 사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면 해고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 제도는 애플이 세계 1~2위의 기업 가치를 지닌 제조 업 기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도 탁월한 품질과 지속적인 혁 신을 이루어 내는 기반이 된 조직 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DRI는 그 업무를 잘 알고 직접 수행하는 사람으로, 부 하 직원에게 지시하고 관리 책임만 지는 역할이 아니다. 따라 서 일반적인 위계 조직의 경우처럼 지시, 보고, 승인 업무가 파생되지 않는다. 본인이 DRI로 지정된 업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실행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가장 적절한 사람에게 요청한다. 신제품 개발 총책임자가 특정 부품과 관련한 현황을 알고 싶으면 해당 부품의 DRI에게 직접 물어본다. 이런 업무 방식은 직원들이 강한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으며, 애플이 기본적으로 수직적 조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유기적인 팀워크와 강한 실행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DRI 방식은 애플 출신들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전파되었고, 한국의 경우 비바리 퍼블리카가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 유동팀에 있어 중요한 것은 팀 자체가 아니라 티밍 teaming, 즉 팀 운영 모델이다. 기업 안에서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는 갈수록 유동 팀이 맡게 되고, 일반적인 운영 업무는 자동화, 알고리즘화되어 갈 것이다. 미래의 조직에서는 고정팀의 비중이 줄고 유동 팀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 팀은 조직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고 팀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도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갖춰 야 한다.
우선 자기 완결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로 팀이 구성되어야 한다. 핵심 역량을 내부에 갖추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다른 팀의 자원을 빌려 써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물론, 인력 구성이 모두 정규직 내부 직원일 필요는 없다. 계약직, 임시직, 컨설턴트, 전문가 패널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팀 내 역할을 유동적으로 교환해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팀 구성원들이 고도의 숙련도와 전문성뿐 아니라, 팀으로서 일하는 경험과 리더십 스킬을 갖춰 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미션을 염두에 두고 다른 팀원들과 일체가 되어 움직여야 하고, 맡은 과업은 책임지고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역할은 누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에 따라 팀원들과 협의해서 정하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누구나 리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팀 내에 위계가 없고, 어느 한 사람에게 지시를 받거나 보고하 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멤버가 팀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 태다. 팀이 수행하는 다양한 과업들을 누가 주도적으로 리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경험,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합의에 따 라 결정한다. 일을 시켜야 할 경우에도 필요성을 설명하며 '부탁한다. 다른 팀원을 돕지 않는 동료는 나쁜 평가를 받고 배제되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 정보의 차별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경영석학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관리자의 역할을 크게 관계, 정보l, 의사 결정과 관련된 것으로 나눈 바 있다. 조직 안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전파하는 역할은 조직 관리에 중요하다. 그런데 위계적인 조직일수록 고급 정 보가 소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내부 정보를 임원 이나 팀장들까지만 알려 주고 직원들에게는 비밀로 하는 것 이다. 전략 기획팀 등 힘 있는 부서들이 대표 이사 보고 자료 를 현업 부서에 공유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데이터는 내놓으 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그런 사례다. 정보 보안은 분명히 필요 하지만, 보안 정보 취급의 기준은 직급이 아닌 직무여야 한다. 직무 관련성과 별개로 직급 기준으로 중요 정보를 점유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정보 우위를 낳고, 이를 부당하게 이용 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 전문가가 아닌 관리자들이 의사 결정을 독점하는 경우, 의사 결정의 질과 효율성 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 가가 판단해서 바로 실행해도 되는 것을 관리자를 위해 일일 이 보고서를 써서 올리고, 모르는 것은 설명해서 이해시키고,
근거를 찾아서 설득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고, 불필요한 업무가 가중된다. 관리자를 설득해서 승 인을 받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소요된 시간 때문에 더 기민한 경쟁사나 스타트업에 우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의사 결정은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얼마만큼 어떻게 할지, 누가 맡을지,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등을 조직 목적에 맞게 정해야 한다. 경영 환경이 복잡하 고 변화가 빠를수록 의사 결정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끊임없는 업무량 증대에 시달리게 된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 따르면, 이미 2011년에 기업 경영의 복잡도는 수십 년 동안 매년 평균 6.7퍼센트 정도씩 증가하고 있었다.
- 조직 내 의사 결정과 관련해 사전에 합의된 방식을 거 버넌스governance라고 한다. 너무 민주적인 거버넌스는 의사 결정의 피로를 야기하기 쉽다. 많은 참여자가 각자 자기 주장을 고집하면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빠른 결정과 강 한 추진력이 필요할 때 모든 사안을 일일이 토론해서 표결하 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 반대 지점에는 독재적인 거 버넌스가 있다.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조직 전체가 이 를 따르는 것이다. 작은 조직이라면 경륜과 판단력을 갖추고 구성원의 신임을 받는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 기업에서는 최적이라 보기 어렵다.
- 좋은 거버넌스는 너무 허술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으며, 합리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인들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전문가 중심의 분산된 결정이다. 실무에 대한 결정은 실무자가 바로 내리고,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사안들만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관리자가 결정한다. 둘째, 조직 전반의 목표 공유다. 결정이 분산되면 속도는 빨라지지만 결정의 일관성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가 조직 목적을 염두에 두고 결정 을 내려야 한다. 셋째, 투명한 공유다. 의사 결정의 근거와 결 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조직 내 누구나 열람하고 업무에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업무의 중복을 방지하고, 앞선 결정 및 실행에 실수가 있더라도 나중에 보완할 수 있다.
- 전통적인 위계 조직들은 어려운 의사 결정일수록 승인 단계를 추가해서 위험을 분산하려고 한다. 승인 단계를 추가 하면 기안자 혼자 책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은 줄지만, 조직 전체 관점에서 실패할 위험은 커진다.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 람이 많아질수록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혁신적인 시 도로 이어질 수 있는 제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 문이다.
이처럼 상위 관리자에게 집중된 의사 결정 구조를 잘 보여 주는 것이 품의東議 제도다. 품의는 관리자의 의사 결정 을 위한 절차다. 관리자가 품의를 지시하면 실무자는 초안을 작성하여 올린다. 관리자는 품의서와 첨부 문서를 검토하고 구성, 논리, 표현, 계산, 철자법까지 꼼꼼히 지적한다. 실무자 는 지적 사항을 모두 고쳐 다시 상신한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관련 부서 협조를 거친다. 협조 과정에서 몇 차례 회의와 문서 수정이 다시 이루어진다. 합의가 완료되면 임원 결재로 넘어간다. 팀장의 구두 보고를 미리 받은 임원은 올라온 품의서를 검토 후 승인하거나 반려 한다. 더 상위 임원 결재에서 반려되는 것은 체면이 깎이는 일 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결점이 있는 품의서는 가차 없이 반 려된다. 모든 임원들이 승인하면 최종적으로 대표 이사가 결 재한다. 보고서나 품의서 한 개를 쓰는 시간은 몇 시간 안 걸려도, 이 모든 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1~2주가 훌쩍 지난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몇 달이 걸릴 때도 있다.
품의에 의존한 의사 결정은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 든다. 실무자는 '나는 위에서 결정해 준 대로 했을 뿐 이라고 하며 책임을 지지 않고, 승인자는 품의를 쓴 사람이 실행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책임 은 아무의 책임도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가 생겨도 조용 히 넘어가는 쪽을 선호한다. 의사 결정의 방향은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중간에 한 사람만 반대해도 실행이 안 되 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이유가 아무리 많아도 안 되는 이유가 있으면 할 수 없는 구조다.
- 동료에 대해 업무 평가와 피드백을 하는 것도 권력을 분산하는 방법이다. 위계 조직에서 평가권은 관리자의 고유한 권한으로 여겨져 왔고, 평가 등급에 대해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외 많은 조직들이 이런 평가 제도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성과 관리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레고는 2000년대에 중간 관리자 에 의한 일방적 고과 제도를 폐지하고 동료들 간의 투명한 피 드백으로 대체했다. 분기별 평가를 운영하는 페이스북도 동 료 다섯 명 정도를 지정하여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데, 구체적 관찰 사례를 들어 정확하게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한 사람의 피드백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서너 명이 비 슷한 의견을 낸다면 객관성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료에 의한 구체적인 피드백으로 평가할 경우 굳이 등 급으로 줄을 세우는 상대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배틀 그라운드를 만든 게임 회사 펍지PUBG의 모기업 크래프톤은 직원들을 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기여도와 강약점 등에 대해 서술하는 성장 위주의 평가에 주안점을 둔다. 비바리퍼 블리카도 개인의 성과가 아닌 회사 전체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봉 인상률과 성과급을 결정하고, 개인에 대해서는 6가지 핵심 가치의 실천 수준에 대해서만 동료들의 관찰 결과를 피드백한다. 구글은 직원 평가 등급을 매기지만, 관리자 혼자 등급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서 관리자들이 모여 토론 및 보정을 거쳐서 확정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를 잘 수용하는 편이다.
- 전통적인 위계 조직 속에서 아무리 바쁘게 일을 해도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팀 업무가 관리자 위주로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무를 처리하는 직원보다 관리자의 시 간을 더 희소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무자가 아 무리 전문가라도 관리자 의사 결정 없이는 일을 진행시킬 수 없으므로, 관리자 의중을 잘 파악하고 보고서를 보기 좋게 써서 관리자 시간을 절약해 주는 직원이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 작성 능력이 곧 업무 능력이다 보니, 잘 보이 기 위해 문서를 꾸미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대기업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고서 쓰는 데 시간 을 낭비하지 말라는 지시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를 간단하게 쓰고, 파워포인트 대신 워드로 작성하고, 분량을 줄 이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문제는 보고서로 굳이 쓸 필 요 없는 것까지도 일일이 작성하게 되는 것이다.
- 물론 '누구나 스스로를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다'는 전제는 공격받을 여지가 있는 가정이다. 실제 직장 생활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가 그런 가정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일종의 '가치 지향value aspir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바람직한 조직 운영을 위한 기반 가치를 먼저 제시한 후,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고 권한을 주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 않기 때문에 지시하고 관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 는 일이다.
지시나 관리를 최소화하고 자율 업무를 기본으로 삼게 되면 관리자들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지시와 관리 대신 조언과 코칭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업무량이 상당히 줄 어든다. 관리자로 승진한 직원들은 대부분 실무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이들이다. 이 장점을 되살려 일반 직원들이 하는 업무보다 부가 가치가 높은 실무를 하면 된다.
- 사실 데이터를 토대로 한 의사 결정은 역사적인 발전 방향이기도 하다. 회계 및 컨설팅 전문 기업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 50퍼센트 정도의 기업 내 의사 결정이 데이 터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2021년에는 약 83퍼센 트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유명 경영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편집장 데이빗 카이론David Kiron은 선 도 기업의 경우 데이터 분석의 결론이 경영진의 생각과 다른 경우에도 의사 결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통 계학자이자 품질 관리 분야의 전문가인 에드워즈 데밍Edwards Deming 역시 “데이터가 없다면 당신은 그저 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불과하다” 라는 말을 남겼다.
- '회의가 비효율적이니 없애자'는 주장은 수평적인 조직 을 만드는 것과 관계가 없다. 회의 자체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평적 조직은 지시, 보고, 품의 등의 관행과 절차를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의사 결정, 의견 조율, 팀 간 협조 등을 위한 회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회의를 아주 많이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매주 월요일 경영진 회의, 수요일 오후 마케팅 전략 회의, 그 외에 무수한 제품 검토 회의에 참여했다. 다만 그는 회의 참석자를 꼭 필요한 필수 인원으로 한정하고, 문서나 발표 등의 형식이 아닌 내용에 집중해 충분한 토의를 거친 후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잡 스 사망 이후 CEO가 팀 쿡Tim Cook으로 바뀐 후에도 이런 회 의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 전통적 위계 조직의 회의가 비효율적인 근본 원인은 회 의는 곧 대화라는 전제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대 화가 가능하려면 모든 참가자들이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해야 한다. 좋은 것을 좋다고, 싫은 것을 싫다고, 모르는 것을 모른 다고 표현하고, 안 되는 일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회의 참 가자 간의 서열과 역학 관계 때문에 이것이 안 될 때, 침묵과 눈치 보는 현상이 발생한다. 참가자들이 높은 직책을 가진 사 람의 눈치를 보거나,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회의는 아무리 좋 은 기법과 테크닉을 동원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반 대로 참가자들이 자기 뜻을 왜곡 없이 표현만 할 수 있다면 회의 방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참가자들이 편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직원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아주 오래된 문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견을 거스르는 것이 옳지 못한 행동으로 간주되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남아 있는 조직에서는 아무리 '의견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해도 직원들이 눈치를 보면서 입을 닫곤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변 질된다. '회의'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보고하고 지시받는 팀 모임, 질책으로 시작해서 훈화로 끝나는 정신 교육, 서로 대립 하는 부서들이 벌이는 언쟁, 윗분 말씀 해석을 위한 대책 모 색,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다음 회의가 자동 예약되는 회 의 등이다. 직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회의는 바로 이렇 게 변질된 회의들이다.
- 아마존의 문제 해결 회의에서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는 최선의 의사 결정에 대한 집착이다. 창업주 제프 베조스는 '서로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적당히 합의하고 갈등을 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논쟁을 하게 되더라도 고객과 회사에 가장 좋은 결론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위계 조직에서는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있을 때 직급이 제일 높은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그런 식으로 적당히 의사 결정을 내리고 넘어가는 일은 금기시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회의 준비 방식이다. 회의를 소집하는 사람은 참 가자들의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PT 자료는 그림, 도형, 특수 효과 등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보기는 좋지만 디테일한 맥락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발표자가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고 의사 결정에 필요한 핵심 정보가 빠진 문서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워드로 작성한 텍스트 문서는 마치 학위 논문이나 조사 보고서처럼 사안의 배경, 이슈, 원인, 옵션 등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담으면서도 간결하게 작성할 수 있다. 다만, 풍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회의를 시작할 때 묵독이 필요한 것이 특징이다. 
- 구성원을 까다롭게 뽑는 것은 모든 조직에 도움이 된 다. 스탠포드대 경영대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는 1990년대 후반 당시 세계의 대표적 고성과 기업들의 인사 관리 관행을 조사하여 일곱 가지 공통점으로 정리했는데, 그중 하나가 '신중한 채용Selective hiring' 이었다. 인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렵게 뽑고, 쉽게 관리하라Hire hard, manage easy'는 말이 오래 전 부터 불문율처럼 전해져 왔다. 성급하게 채용하면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 조직에서 우수한 인재가 꼭 수평적 문화에서도 우수한 인재는 아닐 수도 있다. 위계 문 화에 맞는 인재는 기본적으로 순응적이고 인내심이 강하며, 기존 관행을 눈치껏 잘 살펴야 하는데, 이런 인재들은 수평적 문화의 조직에서는 자기 생각이 없고 적극성이 부족하며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또한 수평 조직에서는 전통적인 조직에서보다 구성원을 까다롭게 뽑는 것이 특히 더 중요하다.
- 업무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사람을 뽑 을 수는 없다. 똑같이 전문성이 높은 사람을 뽑아도 협업을 잘 하고 약속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제만 일으키 다가 금방 회사를 옮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시 하는 것이 행동 면접behavioral interviews이다. 인성 면접이라고 부 르기도 한다. 행동 면접은 후보자가 팀에 들어와 일하게 되었 을 때 실제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인데, 누구나 뽑아만 주시면 뭐든 하겠다'고 이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면접관이 그런 말을 들으면 혹하는 것도 사실이다.
- 구조화된 행동 면접structured behavioral interviews을 실시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행동 면접에는 구조화 된 행동 면접과 그렇지 않은 일반 면접general interviews이 있다. 구조화된 면접은 면접에서 다루어질 역량 및 질문 문항이 미리 결정되어 있고, 사전에 정해진 척도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 지며, 훈련된 면접관에 의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 무 관련성이 높고 체계적이며, 평가자 오류rater bias를 최소화하여 상대적으로 더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구조화 면접의 장점을 뒤집으면 일반 면접의 단점이 된
다. 영국 심리학회British Psychological Society Group 조사에 따르면, 구조화 면접의 선발 타당도 계수는 0.48~0.61 사이로 높은 편 이지만, 일반 면접은 0.05~0.19 정도로 극히 낮다. 그래서 일 부에서는 일반 면접으로 인재를 제대로 뽑을 수 있는 확률은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 기업 공개IPO 2년 전인 2002년, 구글은 조직 체계에 관 련한 중요한 실험을 했다. 회사 전체에 엔지니어가 수백 명 정 도이고 매니저는 4명뿐이었던 그 시기, 창업주를 포함한 구 글 구성원들은 '우리는 엔지니어를 위한, 엔지니어에 의한 회 사'라는 인식이 강했고, 관리에 대한 혐오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니저를 없애 보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게 되 었다. 실험은 3개월도 안 돼 실패했다. 관리자 역할을 없애자 팀들의 시시콜콜한 문제가 전부 창업주들에게 올라와서 경영 이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이다.
- 구글은 매니저 역할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새로운 매니저들도 계속 채용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매니저는 필요악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다가 2008년 초 HR 데이터분석 팀이 '관리자가 정말 없어도 그만인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정식으로 제기했고, 이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작업인 산소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당시 구글은 관리자 manager 5000명, 임원급directors 1000명, 부사장급 vice president 100명 정도가 있었 지만 조직 분위기가 전혀 위계적이지 않았고, 주로 합의를 통 해 의사 결정이 내려지는 상황이었으며, 관리 범위도 넓어서 엔지니어링 매니저 한 명이 30명 정도의 직원을 관리하는 경 우도 흔했다.
프로젝트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되었다. 우선, 매니저의 중요성을 데이터에 기반해 검증했다. 상향 평가 결과가 좋은 매니저가 이끄는 팀들이 그렇지 않은 매니저의 팀보다 이직 률, 팀원 직무 만족, 업무 성과 등 여러 측면에서 뚜렷하게 앞 선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다음에는 우수 매니저의 행동 특 성을 확인했다. 이중 맹검double-blind 방식의 정성 인터뷰를 통해 우수 매니저들의 행동 특성을 찾아낸 결과, 여덟 가지 특성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확인된 행동 특성을 바탕으로 여러 가 지 변화 프로그램들을 설계하고 운영하여 그 결과를 측정 했다.
인사 담당 임원은 50회 이상의 내부 설명회를 실시하여 공감대를 형성했고, 매니저 상향 평가 문항을 여덟 가지 특성 기준으로 바꿔서 연 2회 설문을 실시하고, 개인별 보고서와 개선 팁Oxygen Tips 데이터베이스,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 다. 기존의 우수 매니저 표창Great Manager Award 역시 8가지 행동 기준에 맞춰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2010대비 2012년의 매니저 상향 평가 결과의 중간값이 83점에서 88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가장 점수가 낮았던 매니저들의 상승 폭이 컸다. 40점 중반에서 80점 후반으로 개선된 경우도 있었다.
- 간접적으로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와 관련되어 있다. 산소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여덟 개 요인에 추후 두 가지가 추가된 고성과팀 리더들의 행동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코치 역할을 한다(학습 및 성장 욕구). 
(2) 팀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미세 관리하지 않는다(자기선택 욕구).
(3) 팀원들의 성공과 행복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든다(성장
및 행복 욕구),
(4) 생산적이며 결과 지향적이다(목표 달성 욕구).
(5) 경청과 공유 등 소통을 잘한다(자기표현 및 소통 욕구).
(6) 업무에 대해 상의하고 경력 개발을 위해 돕는다(성장 욕구).
7팀의 방향에 대해 명확한 관점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목적달성 욕구).
(8) 팀원들에게 조언할 수 있을 정도의 업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성장 욕구).
(9) 회사 전체적으로 협업한다(소통 및 관계 욕구). 
(10) 의사 결정을 잘한다(목적 달성 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