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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ai 2022. 3. 9. 08:55

- 스타벅스는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 Starbuck의 이름이다. 모비딕에서 따온 스타벅이 스타벅스 Starbucks가 된 것은 동업자가 셋이기에 영문법 복수형의 'S'가 더해졌다. 모비딕은 우리나라에서 백경이란 영화로 더 친숙하다. 스타벅이란 인물을 보면 독실한 퀘이커교도ouakers 답게 사랑을 잃지 않고 인간 내면의 빛을 보며 구원을 기도한다. 스타벅은 비이성적인 선장을 설득 하는 부드럽고 차분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위기 때마다 야무지고 빈틈없는 열정으로 선원들을 구하는 지혜로 운 인물이다. 스타벅이란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랑과 인 류에 내제된 철학을 최선을 다해 실천하듯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디자인한 세 창업자의 디자인씽킹의 바탕도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류애이다.
- 하워드 슐츠는 1982년 창업주들을 설득하여 스타벅스에 자진하여 입사한 뒤 비즈니스 운영 방향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창업주들과 대립각을 세우다 1985년 스타벅스를 떠났다.
하워드 슐츠는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하며 “스타벅스는 커피콩뿐만 아니라 커피 음료를 팔아야 한 다”는 새로운 관점의 디자인씽킹으로 사업을 디자인한다. 하워드 슐츠는 유럽에서 편안한 카페가 그 지역의 사회공동체 커뮤니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스타벅스의 사업을 커피원두 소매점에서 커피 음료 전문점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하워드 슐츠는 그가 디자인한 사업이 성공할 것을 확신하고 열정적으로 창업주들을 설득했지만 그들은 단호하게 하워드 슐츠의 의견을 거절하고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했다. 결국 하워드 슐츠는 1985년 커피 바 체인점 '일 조르날레 Giornale'를 개장하러 스타벅스를 떠났고 그의 작은 커피체인은 성공의 길을 달렸다.
- 1700년대 후반 북아메리카 대륙은 홍차 밀수로 경제 적 이득을 취하던 사업가, 흑인 노예가 사업에 필요했던 사업가, 국가를 새로 만들어서 정치를 하고 싶었던 정치가의 의기투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최적기였던 셈이다. 보스턴 차 사건은 애국 운동처럼 비춰졌지만 역사적 상황으로 볼 때 홍차 밀수업자들이 의도적으로 영국 정부의 탄압적 대응을 유도한 것이다. 그들은 고용한 사람들을 북아메리카 원주민으로 분장시켜 보스턴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배에 총을 쏘고 42톤의 홍차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당시 버려진 홍차로 인해 바다가 붉게 물들었을 정도이니 영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을 리 없었다. 영 국 정부는 해군 함대를 동원해서 보스턴 항을 폐쇄하고 보스턴 항에서의 모든 활동을 탄압했다. 이 사태로 인해 홍차 가격은 폭등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가 사람 들의 새로운 기호 식품이 되었다. 또한 북아메리카 대륙 의 영국인들은 이미 100년 동안 자치제도권 속에서 국가가 갖추어야 할 인프라를 구축하며 대륙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본국의 탄압적 행동은 그들의 독립심을 부추겼다. 4년 뒤 미국 독립선언서 United States Declaration of Independence가 선포되었으니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의 독립전쟁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인이 홍차보다 커피를 애호하 는 시발점이 되었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국가의 지리적 특성을 볼 때 미국인의 변화는 예고된 수순이었 다. 커피원두는 미국 국경과 인접한 쿠바와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었지만, 홍차는 동인도회사를 통해 영국으로 수입된 물량을 다시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인이 홍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소비하는 비용은 커피에 비해 당연히 비쌌다. 당시 쿠바와 브라질에서 재배되던 커피원두 품종은 쓴맛이 매우 강렬한 로부스타Robusta 였다. 미국인들은 로부스타 원두를 추출한 커피의 쓴맛을 상쇄하기 위해 설탕이나 꿀 또는 계피가루를 넣어 마셨다. 지금이야 커피 시장의 약 80%가 아라비카Arabica, 20%가 로부스타인 만큼 아라비카 원두 품종이 압도적인 우위지만, 1960년대에는 로부스타 원두가 저렴하게 대량생산되었기 때문에 당시 미국인들은 피로할 때 달달하고 쌉싸름한 로부스타로 활기를 채웠다.
- 커피 애호가인 스타벅스 창업주들은 로부스타 원두 보다 맛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은 아라비카 원두를 즐기 고 싶었다. 당시 미국은 아라비카 원두를 판매하는 공급 처가 적었다. 특히나 그들이 살던 시애틀은 아라비카 원 두 판매점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우편으로 원두를 주문 하거나 캐나다 주변 지역까지 직접 가서 원두를 구매하던 세 창업주는 직접 시애틀에서 원두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1971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rike Place Market에 고 급커피원두, 차, 향신료를 판매하는 가게를 오픈한다. 커피원두 소매점에서 향신료를 판매하는 것이 현대인 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역 사적 배경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와 영국의 동인도 회사에서 찾을 수 있다.
- 피츠 커피 Peet's Coffee, (변경 전 매장 이름은 Peet's Coffee, Tea & Spices
이다)를 운영하던 알프레드 피트Afred H. Peet는 네덜란드 커피상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유럽의 고급 아라비카 Arabica 원두를 접하고 로스팅 기술을 익혔다. 커피 생두를 로스팅하고 향긋한 커피를 추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늘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년이 된 알프레드 피트는 런던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차 제조사 트와이닝스Twinings에서 영국의 차 문화도 수준급으로 습득하였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농장에서 재배한 차의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되면서 차가 유통되는 국제무역 경로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커피와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알프레드 피트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미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아라비카 품종의 고급 커피 생두를 수입해 그가 디자인한 다크 로스트 기법으로 원두를 볶아 판매했다.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 다. 당시 미국은 커피를 볶다가 자칫하면 태워버리기 일 쑤인 저렴한 로부스타Robusta 품종 생두를 쓰는 상황이었다. 로스팅이 쉽지 않아 로부스타를 살짝 볶아 판매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다크 로스트 기법은 미국인들에게 생소하면서도 매우 흥미롭게 인식되었다.
- 처음 알프레드 피트가 연 매장은 유럽 스타일을 차 용한 커피 원두와 차, 그리고 향신료를 전문으로 판매하 는 소매점이었다. 몇 개의 의자를 두고 커피 음료도 판 매했다. 사실 그는 전문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의도는 없 었고, 다만 정성스레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올바르게 추 출하여 마시는 방법을 고객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했다.
스타벅스 창업주들도 이때 알프레드 피트에게 아라비카 커피를 배우고 원두커피 문화에 입문하였다. 그들 이 시애틀에서 스타벅스를 창업하고 매장을 운영하던 초창기에는 알프레드 피트에게 원두를 공급받아 판매하였다. 
- 스타벅스를 인수한 하워드 슐츠 회장은 운영하고 있던 6개의 일 조르날레 Giornale 매장 이름을 스타벅스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디자인경영을 시작하였다. 스타벅스 1세대가 추구한 브랜드 이미지는 뛰어난 커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였다면, 하워드 슐츠가 개막한 스타벅스 2세대 브랜드 디자인은 감성이 더해졌다. 그는 우선 스타벅스 매장이 고객의 집과 직장만큼 삶의 중요한 공간이 되기를 희망했고, 단순히 커피 음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공간을 서비스하는 브랜드인 것을 고객의 마음에 각인하고자 공을 들였다.
- 디자이너 출신의 기업가인 라이트 메세이 wright Massey를 영입하고 스타벅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Brand Identity 부서를 조직해 스타벅스 매장의 디자인 변경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우선 브랜드 컬러를 기존 브라운에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안정을 상징하는 그린으로 변경하였다. 신선함, 평온함, 건강을 상징하는 녹색을 브랜드 컬러로 사용하면서 그는 친환경 정책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스타벅스가 지향하는 가치관인 것을 강조하였다. 그럼으로써 소비자들의 윤리적 의식을 이끌어내며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감성과 신뢰를 구축하였다.

- 세이렌의 얼굴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이렌의 얼굴은 한 차례 수정된 디자인이다. 과거 세이렌의 얼굴은 완벽한 대칭이었지만, 완벽한 세이렌의 얼굴이 아름답기보다 차갑고 인간미가 부족하다 평가되어 그녀의 전체적인 윤곽을 둥글게 수정했고 한쪽 코에 긴 그림자가 지도록 했으며 눈도 조금 더 선하게 디자인했다. 세이렌의 비대칭 구조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디자인씽킹 관점에서 필자의 생각을 밝히자면, 리디자인된 세이렌의 얼굴은 스타벅스가 강조한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 현한다. 인간미가 녹아있는 로고 디자인은 현재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커피 음료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스타벅스 고객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갈 것이다.

- 미국인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홍차 대신 커피를 즐겨 마셨지만 유럽의 고급커피 문화가 도입되기 전이라 커피의 맛과 풍미보다는 각성 효과를 즐기는 형국이었다. 미국 스타일의 대중적인 커피는 카우보이 커피Cowboy Coffee에서 시작한다. 카우보이 커피라 불리는 이 음용 방식으로 미국인들은 맛과 풍미는 뛰어나지 않지 만 빠르고 간편하게 각성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 미국은 독립 이후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땅을 점령하며 국토를 넓혀 갔고 미국 개척자들은 항상 원주민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항상 위험이 도사리는 환경에 처해 있던 그들은 강력한 각성 효과가 있는 카우보이 커피가 필요했다. 카우보이 커피는 이슬람식 커피를 응용한 것으로 커피가루와 물을 함께 섞어 끓인 뒤 커피 찌꺼기를 거름망에 걸러 커피 추출액을 음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귀찮을 때에는 끊인 커피를 거름망에 거르지 않은 채 커피 잔에 붓고 커피 가루가 잔에 가라앉은 후 마시기도 했다. 현재 그리스와 터키에서도 즐기는 이러한 음용 방식은 커피 찌꺼기가 잔에 남아 있기 때문에 쓴맛이 강하고 텁텁한 맛이 두텁다.
- 뛰어난 각성 효과를 위해 마시던 카우보이 커피는 이후 20세기 초에 개발된 인스턴트커피 Instant Coffee로 대 체되었다. 인스턴트커피는 커피콩의 추출액을 건조시켜 분말로 가공한 형태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간편하게 커피를 만들 수 있었다. 풍미는 부족하지만 적당한 커피 맛과 높은 카페인을 음용할 수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식 커피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1910년 G.워 싱턴 G. Washington이 최초로 인스턴트커피 기업G Washington Coffee을 설립하고 인스턴트커피를 대량생산하는 설비를 갖추었다. 이 기업은 1차 세계대전 시기에 커피를 군수 물자로 납품하는 주요 식품회사로 선정되면서 기업의 규모를 키워 나갔다.
- 커피를 풍미나 맛보다 카페인이 주는 피로 회복과 각성 효과를 얻기 위해 소비하던 시대를 우리는 제1의 물결First Wave이라 한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커피 산업에도 변화가 일었다. 인스턴트커피는 빠르고 간편하게 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인공적인 맛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사람들은 인스턴트커피에 싫증이 났고 다양한 풍미와 복합적인 맛이 어우러진 원두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커피 산업의 제2의 물결second Wave의 중심에는 커피전문체인 기업인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를 인수한 하워드 슐츠는 유럽의 고급커피 문화를 미국식으로 리디자인했다. 그는 다크로스팅한 커피원두를 추출한 에스프레소 샷에 물이나 우유를 넣어 맛의 농도를 희석시기고 커피와 어울리는 다양한 부재료를 넣음으로써 소비자들의 각기 다른 입맛을 사로잡는 1인 맞춤형 메뉴 를 선보였다. 획기적인 디자인씽킹 사례인 셈이다.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Americano 또는 프라푸치노Frappuccino처럼 메뉴 이름을 디자인 할 때 노no와 또to와 같은 접미어를 붙여 마치 이탈리아 본고장에 존재하는 음료 이름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스타벅스의 음료 이름은 이 탈리아 에스프레소 바spresso Bar에서는 눈을 비비고 보아도 절대 찾을 수 없다. 스타벅스는 유럽의 고급문화 이미지를 브랜드 이미지에 적절하게 디자인하여 미국인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세련되게 다가갔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커피 역사에는 제3의 물결 Third Wave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커피는 생산지의 기후와 풍 토를 감안하여 로스팅 기법을 디자인해야 한다.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맛과 풍미가 변하고, 로스팅한 원 두를 어떠한 방식으로 추출하는가에 따라 맛과 향이 디 자인된다. 예를 들면 미디움 로스팅은 커피원두가 갖고 있는 산미를 살려 신맛을 강조한다. 여러 생산지의 원두 를 블렌딩하지 않고 한 곳에서 생산된 싱글 오리진 원두를 추출하면 그 원두만이 갖고 있는 생산지의 독특한 개성을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생산지에서 온 커피원두의 특징과 특색을 탐구하는 제3의 물결을 선도한 대표적인 기업은 블루보틀Blue Bottle 이다. 우후죽순 늘어난 커피전문 체인점 사이에서 생존 싸움을 벌인 개인 로스터리 카페들은 스타벅스 고객과 다른 마니아층 고객을 만들기 위해 직접 산지를 방문하여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원두를 찾아 구매하고 다양한 블렌딩을 시도하며 원두에 최적화 된 커피 추출 기술을 발전시켰다.

- 스타벅스의 빈투컵 Bean to Cup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과거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거래 과정 중에서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위변조가 불가능한 유통 관리 체계를 마련하였다. 과학과 IT를 접목한 기술을 도입한 결과로 스타벅스는 매년 변함없이 좋은 품질의 원두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운영지침이 건전하여 정의로운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는 착한 기업이다.
- 스타벅스는 호주와 베트남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에 실패했다. 스타벅스가 두 나라에서 실패한 이유는 이미 뿌리 깊은 고유한 커피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로 스타벅스는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의 커 피시장 진출에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유럽의 커피 문화는 매우 까다롭다. 필자가 스페인 빌바오Bilbao 지역을 여행할 때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관람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카페 종업원은 “우리 카페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고 카페cafe와 얼음 Con Hielo 을 따로 줄 테니 당신이 카페를 얼음에 부어 마셔요”라고 말하며 뜨거워 보이는 커피 추출액과 얼음을 주었다. 이러한 유럽의 커피 문화 경험이 필자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스타벅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유럽의 커피시장 진출은 가시밭길이다.
- 호주 대부분의 로컬 카페는 아주 오래전부터 스페셜티급 원두를 취급했고 독특한 커피 메뉴가 개발되어 있었으며 커피 메뉴에 따라 관습적으로 규격화된 커피 잔과 고객에게 이를 내어주는 전통적인 방식도 있었다. 이미 제3의 물결에 준하는 고유한 커피 문화가 있는 호주 사람들에게 커피를 주문할 때 음료 취향을 물어보고 커피를 내어줄 때 이름을 불러 주는 스타벅스의 고객 경험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임이 자명했다. 스타벅스가 호주를 더 깊게 연구하지 않은 채 기존 성공 디자인에 자부심을 갖고 안일하게 마케팅한 것이 낭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 정체된 커피 산업의 상황과는 별개로 베트남은 100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커피 문화가 있다. 어느 거리에도 로컬 카페들이 즐비하고 골목길에서 의자에 앉아 커피 를 즐기는 골목길 커피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베트남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느릿느릿 매장 수를 확대 중이다. 그러나 스타벅스 상황과는 별개로 베트남 토종 커피 전문 체인점 하이랜 드 커피 Highlands Coffee와 더커피하우스The Coffee House의 사 업 확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커피 역사의 제1 물결 First Wave 시대에 미국이 로부스타Robusta 원두를 음용했던 방식과 베트남 사람들이 커피를 음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인들은 홍차를 즐기던 습관 때문에 쓴맛이 강한 로부스타Robusta 원두 추출액에 물이나 우유를 타서 부드럽게 마셨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이 즐겨 마시던 커피 문화 에 영향을 받아 진한 로부스타 에스프레소 샷에 달콤한 연유를 넣어 쓴맛을 중화시킨다. 스타벅스의 아라비카Arabica 원두와 우유의 조합은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미국인 입맛에는 제격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 기술혁신 도입 디자인의 기초를 마련한 하워드 슐츠는 이후 은퇴를 선언하며 케빈 존슨Kevin Johnson을 그의 후계자로 낙점하였다. 스타벅스 CEO만 소유할 수 있는 시애틀 1호점 매장의 옛 열쇠를 넘겨준 것이었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수장이 되었지만, 사실 케빈 존슨의 과거 커리어는 커피 기업인 스타벅스와 큰 연관성이 없었다. 그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IT 전문가였다. 하워드 슐츠의 의도는 분명했다. 디지털 기술에 기업의 미래를 맡긴 것이다. 케빈 존슨을 영입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는 디지털 시스템과 서비스 혁신을 이끌 IT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영입했고 인공지능, 음성인식,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 했다. 스타벅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유통과정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디자인하였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공정무역거래의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를 지원한다.
그 밖에도 케빈 존슨이 이끄는 스타벅스는 다양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프리미엄 커피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고객이 주문한 커피 원두 종류에 따라 추출 시간과 온도가 자동으로 설정되는 스마트 커피 머신이 절실했다. 여러 방향으로 디자인과 테스트를 반복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스타벅스에 최적화된 클로버 머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클로버머신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연결돼 있다. 커피를 소비하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했다.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마침내 탄생한 게 마이 스타벅스 바리스타 서비스'였다. 스타벅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더 다양한 디자인을 설계해가며 좀 더 향상된 기술을 이끌어내고자 씽킹과 씽킹의 힘을 모으고 있다.
- 마이 스타벅스 바리스타 서비스는 모바일 앱을 활용한다. 고객이 스타벅스 앱을 통해 음성 인식으로 커피 음료를 주문하면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가 이를 접수한다. 고객의 주문 내용은 곧 오프라인 매장으 로 전달되고, 예약한 시간에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주문한 음료를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모바일로 커피를 주문한 고객의 데이터는 스타벅스 인공지능AI 바리스타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사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주문할 가능성이 큰 메뉴를 AI가 추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케빈 존슨은 스타벅스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폐쇄하고 주문, 선불식 충전, 결제, 리워드 프로그램을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통합했다. 2018년 기준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뤄지는 결제의 30%가 이 앱을 통해 이뤄졌다.
- 스타벅스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을 접목한 디자인은 무엇인가?
첫째 블록체인 기반 유통과정 기록 및 공개,
둘째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강화,
셋째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형 서비스 엔진 도입,
넷째 매장 내 스마트 시스템 및 자동화된 기기를 본사의 클라우드와 연결,
다섯째 매장별 데이터를 한눈에 보는 앱 아틀라스Atlas 구축이다.
- 스타벅스 오토메이션 서비스는 커피머신과 무인 결제기를 결합한 형태의 간이점포로 운영된다. 스위스, 핀란드, 프랑스, 터키 등 많은 국가에서 공항라운지, 영화관, 스키장, 체육시설장, 편의점 체인, 기업체 사무실과 같이 자동화기기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공간에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오토메이션은 USA테크놀로지가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설치하여 전통적인 마그네틱 신용카드는 물론, 비접촉 결제카드의 사용도 가능하다. 오토메이션에 설치된 결제 시스템을 통해 매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송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설치된 무인점포의 거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기존 매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바리스타 기술을 오토메이션 시스템에 적용할 디자인까지 구상하고 있다. 현재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커피머신 클로버clover 도 최첨단 시스템이다. 손톱만 한 칩셋 형태의 애드 스피어를 커피머신에 삽입하여 클라우드와 연결해 기계의 성능을 관리하고,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커피 만드는 과정부터 압력, 물의 양, 온도, 원 두 종류 등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전송한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유 등 식자재의 유통기한을 추적하는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온도 조절기, 스마트 도어락 등 사물 인터넷을 결합한 다양한 장치를 도입해왔다. 스타벅스의 전 세계 매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향후 지금의 오토메이션을 뛰어넘는 자동화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다
- 스타벅스의 커피 제품판매권을 거액에 인수한 네슬레는 매장운영권을 얻지 못했다. 스타벅스가 세계 각국 의 매장운영권은 그대로 손에 쥐고 네슬레에게 넘겨주 지 않은 이유가 뭘까? 스타벅스가 향후 핀테크 사업을 확장할 때 그들의 매장을 고객들이 금융 업무를 보는 지 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측해본다. 스타 벅스는 매장 이외에도 이미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커피를 판매해왔다. 집에서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는 커피 캡슐 같은 홈카페 라인을 연이어 출시 중이고, 앞에서 얘기했듯이 현재 많은 국가에서 스타벅스 무인카페로 볼 수 있는 오토메이션 서비스를 자동화기기가 필요한 곳에서 활용 중이다. 무인점포 운영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남들보다 앞서 디자인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있다. 스타벅스의 오토메이션 서비스에는 일반 무인카페와는 차별화된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오랜 기간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토 메이션 서비스가 디자인되었다. 향후 스타벅스 매장에 도입될 기술인 고객 맞춤형 인공지능 바리스타 역시 이 서비스에 적용될 것이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 사용 고 객은 늘어날 것이고, 다각화한 판매 채널 덕분에 더 용 이해진 예치금 확보는 물론, 향후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핀테크 사업의 파생금융상품도 오토메이션 서비스에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 실제로 스타벅스의 금융연계사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오랜 기간 지속된 경제 위기 속에서 남미는 국가의 법정 통화 가치의 하락세를 견디지 못하고 비트코인 같 은 가상화폐를 새로운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등 놀랍도 록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남미의 국가들이 기존 금융 체제의 변화를 원할 때 스타벅스는 이 기회를 놓치 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은행 방코 갈리시아Banco Galicia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인터넷 뱅킹이 아닌 실제 오프라인 은행 지점을 냈다. 은행의 이름은 '커피 은행coffee Bank' 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커피 기업 가운데 스타벅스가 금융 산업으로 진출한 첫 사례는 아니다. 보험 업계 에서 세계 최고가 된 로이즈 커피하우스를 비롯하여 과 거 미국의 수많은 커피하우스가 금융업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였다. 안정된 시장은 변화가 느리지만 불안한 시장은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 관대하다. 현재 스타벅스는 전 세계 약 80개국에 3만여 매장이 있고, 스타벅스와 함께 새로운 금융 산업을 디자인하고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을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