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소
- 냉전이 현대의 비만 문제와 10억 달러에 달하는 정크 푸드 산업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디언Guardian)지에 실린 응미로운 기사에서 취재 기자 자크 페레티 Lacques Peretti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냉전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닉슨이 대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했던 만큼 경제가 회생 하기를(아니면 적어도 회생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다고 했다. 닉슨은 대 규모 지지 세력도 확보해야 했다. 식료품값을 떨어뜨리려면 미국 농부 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디애나주 출신의 학자 얼 버츠Earl Butz에게 계획을 세우게 했다.
버츠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농부들이 대대적으로 곡물을 과잉생산하도록 돈을 주는 것이었다. 보조금 덕택에 옥수수와 밀이 과잉 생산되었고 농산물 가격이 내려갔다. (세수입 할당 문제를 무시한다면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닉슨은 원하던 대로 보수표를 확보했는데, 지지자들이 주로 농부였다. 닉슨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고, 미국 사람들은 이제 식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사실 식품이 너무 많이 남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묘안을 내야 할 지경이었다. 페레티는 기사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70년대 중반이 되자 옥수수가 남아돌았다. 버츠는 일본에 가서 모든 것 을 바꿔놓을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살펴봤다. 바로 액상과당의 대량 생산 기술이었다. 액상과당은 영국에서는 포도당 과당 시럽이라고도 불리며 과잉 생산된 옥수수로 생산한다. 대단히 달고, 찐득거리며, 값이 놀랍 도록 저렴하다. 액상과당은 50년대에 발견됐지만 70년대에 들어서야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시럽은 곧 피자, 코울슬로(마요네즈에 버무린 양 배추 샐러드 - 옮긴이), 고기 등 사실상 모든 음식에 들어갔다. 액상과당을 빵이나 케이크에 뿌리면 방금 구운 것처럼 윤기가 났다. 이 시럽 덕택에 모든 음식이 더 달콤해졌고, 유통기한도 며칠에서 몇 년으로 늘어났다.
-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단백질-지렛대 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백질 충족량이 채워질 때까지 음식을 계속 먹는다고 한다. 초가공식품은 단백질 함유량이 적고, 탄수화물 함유량 이 많으며, 칼로리가 높다. 이런 식품을 먹으면 뇌가 우리에게 단백질 의 최소 필요량을 채울 때까지 그 음식을 계속 먹으라고 명령한다. 단백 질은 포만감이 크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면 일반적으로 총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든다. 단백질은 포만감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대량 영양소다.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15~30퍼센트를 단백질로 채우 면 식욕 억제에 도움이 많이 된다. 단백질이 렙틴(leptin: 지방 세포에서 분 비되는 식욕 억제 호르몬 - 옮긴이) 민감도를 높이고, 체중 감소를 유도하며, 혈당 조절 능력이 나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무작위 대조군 연구 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영양에 관한 표준 연구 방법)의 메타 분석 에서는 총 섭취 칼로리 중 단백질의 비율이 25~32퍼센트인 고단백 식단을 단백질의 비율이 15~20퍼센트(이 정도도 1일 섭취 권장량보다 많다) 밖에 안 되는 대조군의 식단과 비교했다. 그 결과, 고단백 식단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소, 당화혈색소HbA1C 수치 개선, 혈압 안정에 도 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연구를 살펴보면 저지방 다이어트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둘 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체지방만 줄이고 근육량은 유지하고 싶다면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총 칼로리를 지나 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된다.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하루에 섭취하는 총 칼로리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신경 쓰기가 훨씬 쉽다. 고기가 주는 포만감 덕택에 배가 훨씬 부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 고 음식을 씹는 것이 해당 칼로리의 음식을 마시는 것보다 포만감이 훨 씬 크다고 알려져 있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동물 단백질이 식물 단백 질보다 영양 밀도가 더 높다. 따라서 고기 소비량을 늘리면 식량이 부족 하고 고품질 칼로리가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경우, 고기를 더 많이 먹으면 더 잘 자라고, 행동 발달이 촉진되고, 인지 수행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20퍼센트를 단백질로 채우려면 구체적 으로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개인별 체중과 특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물성 식품으로 환산하면 고기, 가금류, 해산물을 매일 340~450그램 먹으면 된다. 이 양을 세 끼로 나누면 끼니당 동물 단백 질을 110~170그램 먹으면 되는 것이다. 단백질은 기호에 따라 양을 조 절하는 조미료가 아니다. 단백질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야 하는 상황[성장기, 임신, 스트레스, 질병 완치 후 회복기, (독자 여러분이 가장 공감할) 다이어트] 이라면 체중에 따라 단백질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나중에 동물 단백질 이 식물 단백질보다 뛰어난 이유를 다룰 것이다. 동물 단백질이 식물 단백질보다 생체 이용 가능성이 더 크고,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으며, 영양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 적색육이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포화 지방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화 지방이 동맥을 막고 심장마비를 일 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방을 먹는다고 해서 혈액에 지방이 더 많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중에는 지방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데 진전을 보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인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공포 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앤셀 키스Ancel Keys라는 연구 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키스는 화학, 동물학, 경제학 등 여러 방면에서 교육을 받은 뛰어난 연구원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식품 정책이 나아 갈 방향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키스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전염병 학을 도구로 삼아 인간의 영양과 질병을 공부했다. 키스와 동료 연구원 들은 미국인이 다른 여러 서양 국가에 사는 사람들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고 심혈관 질환에도 더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키 스는 1950년대 초에 7개국에 관한 연구Seven Countries Study'라고 불 린 연구를 이끌었다. 이 연구는 훗날 영양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연구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연구의 기본적인 목적은 여러 국가에서 소비하는 (특히 동물성 식품에 함유된) 포화 지방의 양을 살펴보고, 포화 지방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었다.
키스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섭취량의 증가와 심혈관 질환으 로 인한 사망 사이에 완벽에 가까운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한다. 지방 섭취량이 가장 낮은 일본은 심장 질환 환자가 가장 적었고, 지방으로부 터 얻는 칼로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캐나다와 미국은 심장 질환 환자가 가장 많았다. 키스의 연구 결과에 힘이 실린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였다. 유럽인의 건강에 관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몇몇 국가에서 전쟁 중에도, 그리고 전쟁이 막 끝났을 때도 심혈관 질환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전쟁 때문에 무역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고,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상품 대부분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 족하려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에 의존해야 했으며, 자연스럽게 지방과 설탕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칼로리도 덜 섭취하게 되었다. 식단에 이렇 게 큰 변화가 많이 있었는데도 '식이 지방=질병'이라는 이론을 지지하 는 사람들은 유럽인의 건강이 개선된 이유가 지방 섭취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키스의 연구 결과는 흥미롭지만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자료로 의학 연구 역사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미국인의 영양 부족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한 정부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정부와 기업을 대량 영양소 전 쟁'으로 밀어 넣었다. 미국 정부는 키스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였고 모두 에게 저지방 식단을 권하기 시작했다. (미국 식습관 지침에는 여전히 포화 지방을 먹지 말라는 권고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 하지만 그 당시 연구계에서는 키스의 연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상관관계에 관한 증거는 많았지만 인과관계에 관한 증거는 빈약했기 때문이다. 키스의 연구 중 일 부를 살펴보면 지방 섭취량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혈관 질환과 관련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했을 때) 지방 섭취량이 늘었는데도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더 낮아지거나 지방 섭취량 이 줄었는데도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 는 당혹스러운 자료도 섞여 있었다. 증거가 이렇게 일관성이 없었는데 도 키스는 자신의 가설을 끈질기게 홍보했다. 그는 가설에 반대하는 목 소리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 운동을 그렇게 했더라면 결과가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키스가 설탕이나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량과 같은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어쩌면 채식주의자가 비채식주의자보다 오래 산다는 머리기사를 본 적 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를 조사한 여러 연구 결 과, 교도들이 일반 대중보다 6~9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통의 미국인이 채식하는 미국인보다 수명이 짧을지도 모른다. 하지 만 그렇다고 해서 채식주의자가 채식 식단 덕택에 더 오래 산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를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하는 교란 변수를 기억하는가? 채식주의자는 흡연이나 음주를 자제하고 운동을 열심히 할 확률이 더 높다. 가공식품이나 설탕도 덜 먹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기가 질병을 유발하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논리에는 결함이 있다.
- 한 연구는 건강 식품점을 찾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채식주의자와 잡식주의자의 사망률에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건강 식품점을 찾는 새로운 습관도 더 건강한 생활방식의 한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 대단 히 큰 규모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여러 교란 변수를 고려했다. 그러고 는 “채식주의자와 비채식주의자의 전 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lity에 특별한 차이가 없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 사람들은 어떨까? 여러 연구 결 과, 전형적인 잡식성 미국인과 비교했을 때 이 교도들은 암이나 심장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할 확 률도 더 낮았다. 하지만 연구는 이 사람들이 음주나 흡연을 하지 않고, 공동체 의식이 강하며, 전반적으로 매우 건강하게 생활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와 비슷하면서도 고기를 먹는 집단은 없 을까? 아! 모르몬교가 이 종교와 생활양식이 매우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모르몬교도의 장수를 다룬 세 건의 연구는 교도들이 전형적인 미국인보다 건강 상태도 훨씬 좋고 수명도 더 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
- 우리는 자연 실험을 통해서도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빅토리아 왕조 중기 식단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에 고기, 해산물, 과일, 채소가 더 많 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1850년 이전에는 사람들이 곡물 함량이 더 높은 식단을 먹었다. 식단의 질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눈에 띄게 건강 해지고 장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1880년 이후에 사람들의 식습관이 다시 바뀌었다. 이제는 식단에 정제 식품이 많이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설탕, 밀가루, 통조림 고기를 아주 많이 먹기 시작했다. 이때쯤에 채소, 과일, 신선한 고기, 해산물의 섭취량은 줄어들었고, 결국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안타깝게도 영양상의 이득을 머지않아 무력하게 만들 부정적인 변화가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에 영국은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위치에 있었고, 해상 운송 기술이 발달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영국은 여러 식 민지와 미국의 농산물을 들여오는 세계적인 시장을 형성했다. 그 덕택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수가 점점 늘어나는 도시 사람들 을 먹일 수 있었다. 1875년부터는, 특히 1885년 이후로는 저렴한 기본식품의 수입량이 많아지면서 영국의 식량 시스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 당시 사람들은 건강이 너무 안 좋아진 나머지 키가 줄어들었다. 그래 서 심지어 보병대는 신병을 모집하면서 군에서 요구하는 최소 신장을 낮춰야 했다.
개인과 사회의 건강 상태와 준비성을 알 수 있는 핵심 지표 중 한 가 지는 평균 키다. (영유아 건강 검진에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키에 관한 정보 도 포함된다.) 빅토리아 왕조 중기에 사람들의 키가 한 세대 만에 평균 15 센티미터나 줄어들었다. 인간의 키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만, 영양이 부족할 때 성장이 저해되기가 매우 쉬운 부분이다. 회의론 자들은 키와 건강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눈을 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키는 사람들이 성장하는지 겨우 생존하는지 또는 건강이 양호한지 기 저 질환이 있는지 알아볼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간단 히 말해서, 특정 인구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평균 키가 점점 작아진다면 키가 작은 세대는 대체로 다른 세대보다 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 갈수록 깨끗한 대체 지방, 대체 우유, 식물 단백질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체 식품이 실제 식품보다 영양가 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몬드 우유의 경우 실 제 우유와 똑같은 색이지만 영양 성분의 차이가 크다. 식물성 버거와 실 험실에서 만든 배양육은 식품 포장 겉면에 쓰인 영양 성분만 보면 실제 식품과 비슷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식물 단백질은 구 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와 소화하기 좋은 정도가 동물 단백질과 다르다. 게다가 식품에 합성 비타민과 미네랄을 강화한다고 해서 우리 가 자연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부터 영양소를 흡수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이런 첨가물을 흡수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런 식품은 '더 건강 하고 고기보다 나은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은 초가공 식품이며 실제 식품보다 건강에 훨씬 더 안 좋다.
- 콩은 필수 아미노산 9가지가 모두 들어 있는 몇 안 되는 식물성 식품 중 하나다. 그래서 고기의 훌륭한 대안이라고 홍보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 만 콩이 소화 장애, 생식 문제, 인지력 감퇴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 가 놀랍도록 많다.
콩 섭취량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논란도 그토록 많은 것은 콩에 항영양소, 특히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 화합물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하며, 콩과 식물의 자연적인 방어 기 제로 작용한다. 식물을 먹는 가축의 생식 주기를 방해하는 것이다. 연 구에 따르면, 이소플라본은 인간의 생식 능력, 호르몬 균형, 갑상샘 기 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화합물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 식은 복잡하며, 이 책에서 콩을 다룬 수많은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없다. 콩을 주제로 한 연구는 수천 가지나 된다. 하지만 우리가 콩에 관해 알아둬야 할 중요한 사항이 두 가지 있다.
전통적으로 콩 제품을 많이 먹는 문화에서는 콩을 발효시키거나 항 영양소의 함유량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콩을 요리한다. 독성을 최대 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 국가에서는 대체로 콩기름, 분리 대두 단백(고도로 가공된 고단백 파우더), 콩 레시틴(콩기름과 인지질의 화합물)의 형태로 콩을 섭취한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봤듯이 콩기름에는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서 콩기름을 먹으면 필수 지방산의 비율이 더 불균형해진다.
- 콩 제품을 이렇게 고도로 가공된 형태로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콩 레시틴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콩 레시틴은 콩 제품에 공통으로 숨겨져 있는 유화제다." 콩 레시틴은 인지 기능을 손상하고 뇌의 화학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콩이 얼마나 안전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많은 만큼 고기가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칼로리를 섭취했을 때 고기가 보다 영양도 훨씬 더 풍부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콩을 제한적으로 먹거 나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흔히 볼 수 있는 가공식 품이나 포장 식품의 형태로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채식주의자 중에는 식단을 처음에 채식으로 바꾸고 나서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 는 것은 아니다. 고기를 안 먹어서 더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일 새롭게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이 정크 푸드를 덜 먹고 식물성 식품 을 더 많이 먹으면 영양 밀도의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식단을 먹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따르는 것만 으로도 예전보다 비타민, 미네랄, 산화 방지제를 더 많이 섭취하게 된 다. 문제는 동물성 식품을 안 먹는 것이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 지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이 채식에 매력을 느끼지만, 채식주의자 가 되면 유동적 지능과 작동 기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중략) 하지만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고 나서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인식하 지 못할 수도 있다. 결정적 지능이 아닌 유동적 지능만 영향을 받기 때문 이다. (다시 말해서, 채식주의자가 되더라도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지는 않으며, 문제 해결 능력만 떨어진다. 따라서 당사자가 채식이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 '초원' 실험에서 살펴봤듯이 동물들은 언덕 위로 양분을 운반할 수 있다. 동물이 없다면 경운기와 화학 약품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야생에서는 되새김 동물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다가 포식자를 피해서 언덕을 올라간다. 바로 그때 (똥의 형태로) 발효된 양분을 갖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비가 내리면 양분이 비탈 아래로 씻겨 내려간다. 이것이 바로 계곡에 있는 토양이 비옥한 이유다. 따라서 되새김 동물을 아예 없애버리면 비탈이 필요한 양분을 얻지 못해서 토양 악화가 일어 날 것이다. 그러면 산사태가 더 자주 일어나고, 계곡이 예전처럼 비옥하 지 않을 것이다.
풀을 뜯는 동물을 활용하는 창의적인 방법 중에 아직 완전하게 탐구 되지 않은 방법이 많다. 그중에는 산지 축산silvopasture, 즉 풀을 뜯는 동물, 나무, 초원을 서로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
- 나무는 풀을 뜯는 동물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초원은 동물이 먹을 풀 을 제공한다. 그러면 동물이 식물을 위한 거름을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 에서는 열대 지방에는 코코넛 나무, 미국에는 사과 과수원을 통해서 소 를 편입하면 된다. 농부들은 무경운 농법pasture cropping을 이용할 수 도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려면 농부들은 밭에 피복 작물(토양을 보호하고 비옥하게 만들려고 재배하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 그래야 잡초를 관리하고 합성 질소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무경운 시스템에서 농부들은 제초 제를 이용해서 피복 작물을 없애버리는 대신 되새김 동물이 피복 작물 을 뜯어 먹게 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그 자리에 환금 작물cash crop(벼나 밀 등의 주식 작물을 제외하고 팔아서 돈을 벌려고 재배하는 작물 - 옮긴이)을 심으면 된다. 환금 작물의 재배 시기가 지나면 농부들은 수확하고 남은 채소와 곡물을 동물들이 뜯어 먹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옥수수나 밀을 재배하는 농부 중에는 추수가 끝나고 나서 소가 밭에서 작물 잔류물crop residue을 뜯어 먹게 두는 사람이 많다. (토지 이용을 다룬 여러 연구에서 이런 내용은 자세히 안 나온다. 하지만 곧 흔히 보게 될 농사법이다.) 이런 혼합 식 농업 모델은 토양의 비옥도도 높이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늘릴 흥 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과수원에서 풀을 베는 대신 소를 풀어서 풀을 관리하면 사과와 소고기를 둘 다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만일 풀을 뜯는 동물이 땅 위아래에서 생물의 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면 관리가 잘된 소가 농약을 잔뜩 뿌리고 경작한 드넓은 콩밭보다 땅에 분명히 더 이로울 것이다.
- 닭 같은 동물은 사람들이 충분히 인정해주지는 않지만 자연적인 식 량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풀을 뜯는 동물의 수가 많으면 똥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진다. 동물의 똥은 여러 곤충, 벌레, 다 른 보기 흉한 생명체를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닭과 같은 조류가 생태계에서 맡은 역할은 '청소'다. 닭은 되새김 동물의 똥 근처에 있는 곤충, 유충, 벌레를 먹는다. 닭을 키워본 사람은 닭이 질소 순환에 꾸준 히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달걀 포장이나 광고에 '식물만 먹 은 닭이 낳은 달걀이라고 쓰여 있을 때도 있지만, 닭은 풀을 뜯는 동물이 아니다. 닭은 기회주의적인 잡식 동물이며 풀을 뜯는 동물보다는 작 은 공룡에 더 가깝다. 닭은 거의 아무거나 먹을 수 있고 실제로 닥치는 대로 먹는다. 풀도 조금 먹기는 하지만 벌레, 곤충, 작은 설치류, 볏과 식물이나 곡물처럼 씨방이 있는 계절성 식물도 먹어야 한다. 닭은 위가 하 나라서 소와 같은 되새김 동물과는 소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소는 소화 체계가 복잡하고 식물의 주성분인 셀룰로스cellulose를 분해하는 능력 이 있다. 그렇게 (사람과 여러 동물이) 먹지 못하는 식물 성분을 식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다 무슨 뜻일까? 현대의 산업적인 식량 시스템에서 소는 주로 풀을 먹는다. 소가 곡물을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지만 사실무근이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소가 대신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나중에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에서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 소는 거의 풀을 먹으며, 소가 먹는 곡물은 에탄올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나 추수를 마친 들판에 남아 있는 지푸라기 같은 것들이다. 반면에, 닭은 거의 곡물과 콩깻묵(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 - 옮긴이)만 먹는다. 현대의 식량 시 스템이 인간이 먹을 식량을 풍족하게 공급하다 보니 이런 작은 차이를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닭고기는 가끔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모든 냄비에 닭고기를'이라는 구호는 1928년에 대 통령 후보였던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가 한 말로 잘못 알려져 있다. 후버의 선거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만든 말이지만, 이 구호에 담긴 약속은 유혹적이었다. 식량 시스템이 강화되기 전에는 오늘날과 달리 닭을 대량으로 키울 수 있을 만큼 곡물을 추가로 생산하지 못했다. 당시에 동물성 식품의 상당 부분은 풀을 뜯는 동물에서 나왔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점점 명확해지길 바란다. 오늘날 닭고기
섭취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성이 없는 현대의 산업적인 농사 법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 앞에서 언급한 디캐프리오의 다큐멘터리는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 가 투입되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후원했다. 그런데도 관계자 중 그 누구도 “닭고기를 더 먹고, 소고기를 덜 먹어라” 라는 권고가 환경적인 측면에서 이치에 맞는지 확인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이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지만, 결정권자들이 불편한 진실을 내동댕이쳤을지도 모른다.
- 실험실 배양육의 실질적인 이득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식량이라 는 것이다. 세라 마틴Sarah Martin은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교 정치 학과의 조교수다. 그녀는 오타와대학교에서 열린 '단백질의 미래' 콘퍼 런스에서 실험실 배양육을 생산하려면 세포계, 세포 배양액, 지지체와 구조물, 생물 반응기가 필요한데, 모두 특허를 낼 수 있는 재료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니까 실험실 배양육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중이 배양 육을 고기 대체품으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이 기술과 관계 된 지적 재산권으로 떼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동물을 이용한 농업에는 수익을 크게 창출할 만한 부분이 없다. 하지만 식량을 다른 새로운 것 으로 만드는 데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만일 전체적인 공급 망을 통제하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상품을 팔아서 엄청난 이윤을 챙기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상 품(이 경우에는 실험실 배양육)이 환경에도 더 좋고 동물에도 해를 덜 끼친 다고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실험실 배양육이 대중화되면 같은 동네에 사는 농부에게서 더는 고기를 직접 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전부 다 실험실에서 만들면 될 테니까 말이다. 고기 생산을 둘러싼 이야기의 이런 측면은 여러 작물과 관련해서 일어난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부들은 당국이 권장하는 씨앗을 억지로 떠맡아야 하고, 자신들이 개발한 씨앗을 종자 은행에 등록할 기회를 잃게 된다. 농부들이 독립적으로 농사 를 지을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농노제가 떠오를 정도로 구 속받고 있다.
실험실 배양육 덕택에 표토가 생성되고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게 될 까? 합성 화학 물질을 이용해서 생산한 단일 작물로 고기를 만드는 것 이 정말 지구뿐만 아니라 서식지가 필요한 모든 동물에도 해를 덜 끼치 는 방법일까? 현 세대의 목표는 무엇일까? 일부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지적 재산권을 지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태양열(광합성)에 더 의존하고 화석 연료에 덜 의존하는, 회복력 있는 식량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 는 것일까? 만일 목표가 회복력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 그렇다면 소가 메탄을 많이 배출한다는 과장된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왜 가축 생산 이 운송 부문 전체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주장하는 것일 까? 이런 엉뚱한 주장은 UN 식량농업기구가 2006년에 발표한 분석 보 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에서 비롯되었다. 보고 서에는 가축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8퍼센트를 차지하며, 그 수치는 운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고 나와 있다. 나중에 연구진이 부당한 평가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치를 줄였 는데도 이 수치는 수정되지 않은 채 언론에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의 동물 과학자 프랭크 미 틀로너Frank Mitloehner는 이 연구의 자료 수집 방식을 분석하고 나서 중대한 방법론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연구진이 소의 경우에만 해당 산업에 대한 전 생애 주기 분석을 시행한 것이다. 연구진은 사료 생산, 사 료 운반, 소고기 처리, 상점으로의 소고기 운반 등 동물이 무엇을 먹었 는지부터 고기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펴봤다. 소가 트림하는 것 말고도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송 부문의 경우에는 똑같이 전 생애 주기 분석이 이루어지 지 않았다. 연구진이 휘발유가 연소할 때 나오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 출량만 계산한 것이다. 운송 부문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의 생산 과정, 금속 추출 과정, 공장 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 기름을 운반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전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러니까 연구진은 가축에 대해서는 전 생애 주기 분석을 시행했지만, 운송 부문에 대해서는 똑같 은 분석을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대중은 유축 농업이 운송 업계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운송 업계의 전체적인 영향을 다룬 전 생애 주기 평가 는 없다. UN 식량농업기구는 201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 으로 일어나는 인간 활동(화석 연료 포함)을 종합하면 매년 온실가스 배 출량이 6.9기가톤(GT: 10억 톤)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총 온실가스 배출 량의 약 14.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편, 가축에게서 나오는 직접 적인 배출량은 2.3기가톤이었으며,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배출된 온실 가스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 지구는 탄소 약 3,170 기가톤을 저장한다. 그중 약 2,700 기가톤(80%) 이 토양에 저장되어 있다. 지구상의 동식물을 전부 합쳐도 탄소 저장량 은 560기가톤밖에 되지 않는다. 토양은 탄소를 나무보다 4배 더, 대기 보다 3배 더 저장할 수 있다.
기후 변화를 되돌리려면 탄소 약 700기가톤을 제거해야 한다고 추 측한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나무를 아무리 많이 심어도 그 정도의 양을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양은 탄소가 더 많아지면서 더 산성화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기회는 토양에 탄소를 격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생물의 다양성에도 이롭고 영양이 풍부한 식품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점 또 한 가지는 토양에 있는 탄소가 양분의 순환을 주 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잘 관리된 소의 영향과 탄소 순환carbon cycle을 조사한 흥미로운 새 연구들도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미시간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이 서로 다른 두 고기소 사육 시스템의 토양 속 탄소를 4년에 걸쳐 추적했 다. 종래의 사육장 시스템과 AMP 관리라고 알려진 새로운 방식을 비교 한 것이다. (AMP 관리 방식에서는 식물이 회복하고 토양을 보호할 수 있도록 소가 목초지를 자주 이동하다가 나중에 사육장에 가서도 풀을 먹는다.) 소를 사육장 에서 키우는 시스템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소의 트림을 통해 배출)이 적기 는 했지만, AMP 시스템은 순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예 '마이너스'가 되 었다. 시스템의 마지막 단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이 땅에 격리된 탄소의 양에 의해 완전히 상쇄되고도 남은 것이다. 격리된 탄소의 양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탄소는 토양에 매년 1만 제곱미터당 무려 3.59톤을 격리한다
- 소가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펼쳐지고 나면 그다음에 등장하 는 것은 자원의 할당에 관한 주장이다. 고기를 얻으려면 동물에게 어떤 먹이를 얼마만큼 줘야 할까?
이런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식량 공급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 을 동물에게 주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비윤리적이다. 그 식량을 사람들 에게 대신 할당해야 한다. 고기는 지속 가능성이 없는 사치 식품이다.”
소고기 450그램을 생산하려면 먹이 5~9킬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통 계가 여기저기서 기계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앞에서 특정 과정의 상대적인 지속 가능성을 분석할 때 핵심 요인이 순 에너지 인풋 대비 얻을 수 있는 순 에너지의 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가축의 사료가 고기로 전환되는 비율(투입되는 에너지 대 생산되는 에너지)을 계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결국 '사료'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닭과 돼지처럼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단위單胃 동물은 주로 곡물을 먹고 자란다. 이때 곡물은 사람을 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땅에서 생산된다. (이것은 디캐프리오의 홍수가 나기 전〉에 나오는 또 한 가지 실수다. 인풋과 아웃풋을 따졌을 때 닭고기는 결코 소고기보다 나은 선택이 아니다.) 소는 되새김 동물이라서 곡물이 100퍼센트인 식단(농축 사료라고 불리기도 한 다)을 감당하지 못한다. 너무 짧은 기간에 곡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에게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 되새김 동물은 건강하게 지내려면 곡물이 덜 들어간 사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소, 양, 염소의 식단은 대체로 목 초, 건초, 옥수숫대, 다른 작물 잔류물'로 구성되어 있다. 전분이 없고
섬유질이 많은 이런 식물은 처리하는 방법이 세 가지 있다. 동물 사료로 사용해도 되고, 퇴비화 과정의 기반(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를 배출)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이런 식물이 느린 산화 과정을 거치는 방법도 있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징후다.
- 닭고기와 돼지고기의 사료를 만드는 과정에는 에너지가 대단히 많이 든다. 사료는 거의 순전히 곡물과 콩 같은 콩과 식물인데, 사람이 먹 을 수 있는 음식을 동물 사료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소의 경우는 상황 이 다르다. 되새김 동물의 사료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소의 식단에 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풀과 나뭇 잎이 전 세계적으로 되새김 동물의 먹이 중 57.4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옥수숫대처럼 사람이 먹지 못하는 작물 잔류물'이다
- 소의 고기도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비욘드 버거는 지원금을 두둑하 게 받는 유명한 식물성 고기 대체품이다. 하지만 비욘드 버거가 목초사 육 소고기보다 건강에 더 좋을까? 이 제품이 환경을 위해서도 정말 더 좋을까? 비욘드 버거의 주성분은 분리 완두 단백PPI, Pea Protein Isolate 과 카놀라유다. 단일 경작된 콩과 카놀라 밭에 화학 물질을 뿌리는 것이 어차피 경작할 수 없는 땅에 소를 키우는 것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가? 비욘드 버거가 생물 다양성과 토양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 는가? 이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유기농 재료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영양 측면에서 따져봐도 실제 소고기로 만든 버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 큼 영양가가 낮다. 만일 가축에게 곡물과 같은 농산물을 먹이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면 곡물로 알코올을 만드는 기업들은 왜 막으려는 사람이 없을까? 증류주 공장, 맥주 공장, 포도주 양조장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은 왜 없는 것 일까?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전형적인 집중 사육 시설CAFO에 사는 닭과 돼지의 생활 환경을 생각해보자. 이런 곳에 사는 동물들은 비좁은 공간 에서 인공조명에 의존하며 100퍼센트 실내에서만 지낸다. 반면에, 소 는 거의 방목하면서 키운다. 그래서 소는 햇빛을 받으며 몸에 자연스러 운 식단을 먹으면서 지낸다. 설령 사육장으로 가더라도 여전히 바깥에 서 지내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 대부분을 다른 육상 동물이 아닌 소와 같은 커다란 되새김 동물에게서 얻는 편이 낫다. 앞의 영양 파트에서 살펴봤듯이 되새김 동 물의 고기는 닭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영양가도 훨씬 더 풍부하다. 이 모 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할리우드 스타, 정치인, 정치 활동 위원회가 되 새김 동물 초원 시스템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더 좋 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놀랍다. 소는 우리가 먹지 못하는 영양소를 먹을 수 있는 영양소로 업그레이드upcycling(업사이클링)하기도 한다. 좀 이따 가 살펴보겠지만 소가 이런 활동을 주로 하는 곳은 어차피 작물을 재배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 측정하는 물이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소가 물을 별로 안 쓰는 가축이 될 수도 있고, 물을 축내는 가축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 를 생산할 때 쓰이는 것으로 계산되는 물의 총량 중 약 92퍼센트는 그 린 워터다. 이 말은 소고기 생산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물의 92퍼센 트가 소가 없었더라도 자연적으로 내렸을 비라는 뜻이다. 목초 사육 소고기의 경우 그린 워터의 비율이 97~98퍼센트나 된다. 하지만 일반 소 고기가 목초 사육 소고기보다 물을 덜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린 워터 계산법을 이용하면 사육장에서 키운 소가 목초를 먹고 자란 소보다 나중에 저울로 잴 때 무게가 더 많이 나가고 더 짧게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고기를 더 많이 생산하는 데 사료가 덜 들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사육장에서 쓰는 사료에 물을 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물은 블루 워터를 뜻한다. 중요한 것은 그린 워터가 아니라 블루 워터다. 목초를 먹고 자라는 동물이 사용하 는 물은 거의 다 동물이 그 들판에 있었는 없었든, 풀을 먹었든 안 먹었 든 어차피 내렸을 비다. 보다시피 연구진이 물의 사용량을 계산할 때 어떤 종류의 물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한 생애 주기 분석 결과, 소고기 450그램을 생산하는 데 필요 한 물의 양은 1,000리터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목초사육 소 고기에 필요한 물의 양이 소고기 450그램당 50~100리터라는 추측도 있다. 추정치에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떤 환경에 있는 소를 기준으로 삼 았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습도, 온도, 동물이 산 기간과 같은 요인이 소의 물 사용량과 관련된 실제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잘 관리된 소와 다른 되새김 동물들 덕택에 토양의 수분 보 유 능력이 향상돼서 그린 워터의 이득이 늘어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잘 관리된 목초지에는 토양 속 탄소가 더 많아서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비가 토양 속 탄소와 미네랄과 결합해서 토양에 더 오래 머물기 때문에 풀이 더 많이 자랄 수 있다.
-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최소한의 해를 끼친다는 원칙과 어울리는 행동 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오리건주립대학교 축산학과의 스티븐 데이비스Stephen Davis다. 데이비스는 우리가 밭을 갈거나(원반 쟁기를 이용하는 써레를 이용하든) 벌레와 잡초를 죽이려고 화학 물질을 이용할 때 죽는 주머니쥐, 참새, 찌르레기, 쥐, 생쥐, 자고새, 칠면조, 토끼, 들쥐, 여러 종류의 양서류의 사망률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 면 소와 같은 커다란 되새김 동물 한 마리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이 작물 로 가득한 식단을 먹는 것보다 해를 훨씬 덜 끼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한다.
환경 파트에서 살펴봤듯이, 잘 관리된 소는 야생 동물의 개체수를 늘 려주고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게 돕는다. 토양의 수분 보유 능력이 나아 지게 해주고(빗물이 흘러넘칠 확률이 낮아진다) 탄소를 격리하기도 한다. 자 연에는 관개 시설이 필요하고 화학 물질을 뿌려대는 콩밭 같은 것은 없 다. 인간은 야초지와 숲을 파괴했으며, 그 과정에서 그곳에 한때 살았던 모든 생물이 자연 서식지를 빼앗기고 말았다.
- 오늘날 고기는 살생, 힘, 지배, 식탐, 서양의 부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많은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더 건강할 뿐만 아니라 더 깨우쳤고, 교 양 있고, 순수하고, 바르다고 이상화한다. 어떤 면에서는 채식주의가 독 자적인 종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우리가 어디 에서 식량을 사고 카트에 어떤 식품을 담는지가 우리의 윤리관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준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선택은 건강이나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보다는 개인의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교양을 증명하려는 마음에 바탕을 둔 경우가 많다.
- 소고기는 비난하고 닭고기는 지나치게 옹호하는 추세는 특히 문제가 된다. 사람들은 왜 소가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닭보다 훨씬 나쁜 식량 공 급원으로 여겨지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소고기가 건강에 나쁘다고 사람들이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고기가 환경에 나쁘 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많이 퍼진 것일까? 소가 감정'이 더 많은 동물처 럼 보여서 그런 것일까? 소의 큰 갈색 눈을 보면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하 기가 더 쉬워서 그런 것일까? 닭고기와 해산물이 더 깨끗한 것은 살이 흰색이고 핏빛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일까? 닭고기와 해산물은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1회 제공량의 크기가 작고, 뼈와 함께 파는 경우는 드물어서 원래 어떤 동물에게서 왔는지 본모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 닭고기가 적색육보다 더 깨끗하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됐다. 소고기를 먹을 때보다 닭고기를 먹을 때 병원균에 감염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닭고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세균은 살모넬라균이다. 매 년 살모넬라균으로 120만 명이 질병에 걸리고, 2만 3,000명이 병원에 입원하며, 450명이 사망한다. 반면에, 소고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세균은 대장균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대장균으로 9만 6,000명이 질병 에 걸리고, 3,200명이 병원에 입원하며, 31명이 사망한다. 자연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상황이 왜 이런지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풀을 뜯는 동물은 대규모 집단생활을 하기에 적합하 지만 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둘 다 닭을 키워본 경험이 있 는데 닭이 절대로 깨끗한 동물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다. 어쩌면 사람 들이 뼈나 피부가 붙어 있지 않은 닭 가슴살을 두부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닭고기를 연한 색이 나는 단백질 덩어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 '모든 음식을 적당히 먹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양에 비만 문제가 생긴 것은 사람들이 빠르고, 편하고, 저렴한 음식만 찾은 데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음식이 우리의 식량 시스템에 서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농식품 업계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식량 정책이 정해지는 것도 문제다. 더 저렴한 식량을 더 빨리 생 산하려는 욕심 때문에 동물을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 이다. 이런 사육법은 현재 유축 농업(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을 같이 하는 농업 형태 - 옮긴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긴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식 량 시스템의 생태학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우리는 결국 더 자연적인 농 사법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농사법을 이용하면 영양이 더 풍부한 식량을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람들도 더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