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언박싱

dalai 2020. 10. 20. 08:16

- 세종이 아이디어를 내 국책 사업을 만들고 이를 위해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으되 엉뚱한 사람들을 포함시켰다. 자신이 의사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의제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토론에 참여시킨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듣기 지루하고 짜증스러운 말도 끝까지 들으려고 노력했다. 가능한 한 다양하고 때로는 엉뚱한 생각까지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결론에 이르면 자신의 처음 생각도 과감히 버렸다. 세종은 자기 생각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얹고 수정하는 것, 즉 생각 위에서 생각하기가 자기 혼 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창조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리더다. 이것을 통해 그는 생각을 언박싱할 수 있었고, 이는 조선의 창조 절정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되었다
- 조직적 침묵이 나타나면 조직 내부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바로 리더다. 이 경우 보통 부하 직원들은 수첩을 들고 열심히 적는다. 이런 병을 앓고 있는 조직의 끝을 GM이 보 여주었다. 미국의 거대 자동차 회사인 GM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이 들어가고서야 간신히 회생한 회사다. 이 원인 중 하나가 조직적 침묵이었다. 이 회사에서는 문제problem’나 ‘결함defect, 안전safety'같은 단어를 쓰지 않도록 교육시켰다. 위 단어 이외에도 '타이타닉Tianic, 폭발expload, 파멸의 catastrophic' 등과 같은 단어는 말을 할 때도, 보고서를 쓸 때도, 그리고 이메일을 할 때도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 다. 16 타이타닉은 침몰한 호화 크루즈를 말한다. 폭발이나 파멸이 라는 단어에도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이렇게 금지된 단어가 69개 나 있었다. GM은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을 회사가 망하라고 기도 하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이런 단어를 쓰면 눈총을 받아 잘린다는 소문이 조직 내부에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결함이 있어도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과는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졌다. 점화 스 위치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GM은 9억 달러에 이르는 리콜을 단행해야 했다. 엄청난 손실을 보고서야 GM은 이 문화를 바꿨다.
- 캐나다 인디언들이 버펄로라는 들소를 잡을 때 썼던 방법이 있다. 우두머리 버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버펄로는 우두머리가 뛰면 무조건 같은 방향으로 뛰는 습성이 있다. 일단 우두머리를 계곡 방향으로 살살 몰고 간다. 몰이길 양옆에는 사냥꾼들이 늑대 가죽을 쓰고 버펄로 무리가 옆으로 새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그렇게 해서 절벽 가까운 곳에 도달하면 사냥꾼들이 일 제히 소리를 질러 우두머리를 앞으로 뛰게 만든다. 그러면 다른 버펄로들은 영문도 모르고 우두머리를 따라 전력 질주한다. 맹목적으로 앞을 향해 달린 버펄로들은 속도를 줄이지 못해 점프하듯 떨어져 치명상을 입게 된다. 우두머리가 추락 전에 절벽을 발견하고 제동을 걸어도 소용이 없다. 뒤에서 500킬로그램이 넘는 버펄로들 이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도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결국 모두 떨어지 고 만다. 사냥꾼들은 절벽 밑으로 가 아비규환 속에서 허둥대는 버펄로를 창으로 사냥했다. 이 캐나다 인디언들은 이 방법으로 버펄로를 한 번에 150여 마리까지 잡았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버펄로를 잡는 것을 버펄로 점프라고 한다. 집단 매몰사고라는 게 별것이 아니다. 일종의 버펄로 점프다. 리더가 주는 신호만 보고 모든 구성 원들이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나중에 누군가 문제를 자각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앞으로 달려가던 관성 때문에 정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직이 붕괴하는 것이다.
- 브레인트러스트의 핵심은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생각을 얻는 것이다. 참여한 전문가 들은 모두 자유롭게 자신만의 생각을 토해낸다. 이를 통해 창조적 해결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브레인트러스트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사실 이 방법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 중 하나는 세종이었다. 집현전 학자들의 기능이 바로 브레인트러스트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세종은 이들에게만 생각을 의존하지 않았다. 행정 내각의 관료들에게도 브레인트러스트와 유사한 역할을 맡겼다. 집현전 학자들과는 다른 종류의 생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집현전 학자들은 행정과는 떨어져 있는 사람들로, 국가 행정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실무 감각이 떨어졌다. 반대로 행정 관료들은 실무 감각은 있지만 자신들의 이해에 빠져 객관적이지 못했다. 세종은 이 두 집단을 의도적으로 섞고 충돌시켜 생각의 다양성을 최대한 얻고자했다.
- 1969년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달에 쏘아 올리자 구소련은 미국보다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달 표면의 영상을 TV로 생중계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인 착륙선에 매우 밝은 조명이 필요했다. 엔지니어들은 달 착륙에 견딜 수 있는 백열전구 개발에 돌입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강한 전 구를 만들어도 착륙 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모두 깨져버리는 것이었다. 전구 개발에 실패하면 소련의 계획도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개발자들이 우주선 개발 책임자인 게오르기 바바킨Georgy N. Babakin을 찾아가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전구를 왜 만들어야 하나요?” 전구를 만드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개발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답했다. “필라멘트를 보호할 진공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바바킨이 말했다. "달은 이미 진공 상태 아닌가요?" 결국 유리가 없는 백열전구가 만들어졌다.
- 세종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섞기 위해 하는 특이 행동이 있다. 그는 말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는 관찰을 통해 누구의 말에 더 가중치를 둘 것인지 판단했다. 다양한 의견을 통해 전체를 본다고해서 모든 사람들의 말에 동일한 가중치를 두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의 리더들은 이 가중치에 자신의 의중을 섞는다. 자기 의견에 더 가까운 의견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박스 사고를 강화하는 나쁜 방법이다. 세종은 누가 더 자기 의중을 잘 아는가를 관찰하지 않았다. 누가 더 신빙성이 있는 의견을 내는지를 살폈다. 세종은 자기 의견과 다른 생각을 말해도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의견을 수정했다. 이것을 위해서는 객관적 시각에서 사람을 살피는 것이 필요
* 세종의 관찰 방식
- 논리와 사실 관계 살펴보기: 누구의 말이 더 논리적이고 사실 관계에 입각해 있는지를 살폈다. 논리적이라는 말은 말에 인과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 것을 말한다. 세종은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실 관계까지 살폈다. 그는 원인도, 그에 대한 처방도 사실에 입각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감정 살펴보기: 세종은 논의를 할 때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위험하다고 여겼다. 이성을 잃으면 논의의 핵심에 접근하기 어렵 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개인적 이익 살펴보기: 세종은 말의 논리 속에 사적 이익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의견은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찬과 반이 부딪쳐 정보가 증폭되는 예를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후츠파는 '담대한’이라는 긍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지만 '저돌적으로 대드는'이라는 부정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 후츠파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창조적으로 만들어준 가장 핵심적인 정신이다. 한마디로 뻔뻔할 정도로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하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 사람 들은 말도 안 되는 반대 의견을 대들듯이 던지면서도 상대의 기분에 개의치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정보가 엄청나게 증폭되고 이를 통해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