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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 이유없이 우울할까

dalai 2021. 12. 26. 07:52

- 프리바이오틱스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일부인 화합물로,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대장 내 세균의 먹이가 되어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 를 준다고 알려진 '식이섬유'를 말하며, 주로 과일이나 채소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식품 보조제 형태로도 나와 있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유기체나 세균 또는 효모를 뜻하며, 장내 미생물총을 다양하게 만들어 건강에 이로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다양한 공급원이 존재하는데, 음식 중에서는 요구르트, 발효 유제품, 유산균 음료, 소금에 절인 발효 양배추 인 사우어크라우트이고, 유기농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살아 있 는 맥주 효모, 소시지, 경질치즈의 딱딱한 껍질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유럽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효능을 지닌 건강기능식 품이라도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유산균'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되고 있다.
- 문제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초래할 영향을 우리가 여전히 다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세균 종이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자가면역질환, 우울증, 중독, 자폐증 같은 병증을 앓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병들은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다. 
- 나라는 존재의 의미와 존재 방식, 성격, 감정, 심리적 문제들이 장내에 살아 있는 세균들에 의해 바뀔 수 있 을까? 이 질문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세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들에게 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뇌를 가진 존재들에게 놀 라우리만치 영향을 준다. 세균은 뇌를 가진 생명체의 뇌를 통 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감정과 욕구와 지적 능력과 나와 타 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숙주가 자살하게끔 몰아세우기도 한다.
혹시 톡소포자충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이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자살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무서 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던 고양이 소변 냄새에 매혹당하고 만다. 그러고는 고양이를 쫓아가서 결국은 그 입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진다. 이것이 바로 기생충의 생존 전략이다. 기생충이 자신의 생활주기를 유지하고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숙주인 쥐를 조종하는 것이다. 그러니 톡소 포자충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기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으므로 쥐는 기생충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 이와 똑같은 방식을 써서 개미를 굴복시키는 곰팡이도 있다.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오피오코디셉스 우닐라테랄리스 ophiccordyceps unilateralis라는 이름의 미세 곰팡이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는 좀비처럼 변해 자신이 살던 개미집에서 나와 특정 식물 줄기를 따라 기어 올라간 뒤 줄기에 아래턱을 박은 다음 죽어간다. 개미의 정신상태를 점령한 곰팡이는 자신의 포자를 더 멀리 퍼뜨리며 증식해간다.
다행히도 우리의 장내세균들은 이들처럼 제멋대로 행동하 지 못한다. 우리의 존재 방식이 정립해가는 데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에 세균이 신경 회로와 관련 있는 신경 자극제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균의 존재 여부와 수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우리의 보상 호르몬, 즉 쾌락을 주관하는 호르몬 회로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균은 불안, 우울, 중독 메커니즘에 관여해 우리가 알코올, 설탕, 정크푸드 등을 탐닉하도록 한다. 심한 경우에는 우리 자신이나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의 장내세균은 우리 를 자살행위로 이끄는 능력까지 지닌 셈이다.
- 우리는 암에 걸린 사람이 피곤해하고 우울해하는 것을 '당 연 '한 듯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암 환자가 슬픔을 느끼는 것은 암에 걸렸다는 고통스러운 현실 때문일까, 아니면 암이 뇌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 영향을 주는 염증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 잘 알려졌다시피 모든 염증은 몸을 피 로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분과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뇌에 직 접 도달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자, 지금이야말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가 우리 몸을 알지 못했던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더는 자기 몸 을 관리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몸 안팎으로 모든 것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 아들여야 한다.
- (1) 우울한 쥐의 장내 미생물총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여럿 관찰되었다. 하나는 미생물총이 빈약하며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는 우울증을 겪는 남성들과 여성들의 미생물총을 분석한 결과와도 일치했다. 또 하나는 미생물총 구성에서 피르미쿠테스 firmicutes 나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같은 세균 종들의 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이 세균들이 박테로이데테스와 비슷한 다른 종들을 희생시켜 증식한 데에 따른 것이었다.
(2) 정크푸드를 먹고 우울감에 빠진 쥐들의 뇌, 특히 전두엽 피질과 선조체Striatum"에서 미생물총의 세균들이 생산하는 여러 가지 대사산물의 농도가 바뀌었다. 이 중 어떤 대사산물은 에너지 대사 과정에 개입하며 또 어떤 것들은 뉴런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이러한 대사산물로는 크레아틴, 유산염, 타우린, 글루타민, 가바 등이 있다. 이렇듯 뇌와 장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3) 호르몬 또한 변했다. 호르몬은 신체 기관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로, 체액과 함께 몸속을 순환하며 다른 기관이나 조직의 작용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 우울감에 빠진 쥐들의 뇌 속을 살펴본 결과, 식이조절과 인슐린 분비에 큰 역할을 하는 신경펩티드 Y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르몬은 불안감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우울증을 치료할 때는 뇌에서 이 호르몬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 2015년에 프랑스 파리쉬드대학교 Universite Paris-sacay의 쥘리안 장데그 Julian Zemdegs와 브뤼노 기아르 Bruno Guiard는 한 연구를 바탕으로, 혈액 속 당의 비율이 증가하는 당뇨 전단계에 접어들기만 하더라도 쥐들에게 불안과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알려졌다시피 정크푸드는 혈당을 과도하게 올리는 식품이므로, 정크푸드를 많이 먹을수록 불안과 우울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나는 장내세균이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 외에 뇌를 비롯한 신경세포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켜 우리의 정신에도 관여한다는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욱 분명한 두 번째 증거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자료를 뒤집어놓았다. 정크푸드를 과도하게 섭취해 우울증에 걸린 쥐의 미생물총을 정상 식단을 해온 쥐에게 이식하자, 이식받은 쥐도 우울증에 빠졌다. 우울증이 대변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순수하게 정신적인 질병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더 강력한 증거는 또 있다.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남성이나 여성의 대변을 쥐들에게 이식하자, 이 쥐들은 새로운 미생물총에 빠르게 영향을 받음으로써 우울증에 걸렸다. 즉 세균과 우리의 감정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이다.
- 이전까지는 우울증이 순전히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과 도하게 의식해 생겨난 자기혐오, 남보다 뒤처졌다는 데서 오 는 자괴감, 실수나 실패로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 때때로 찾아 오는 소외감 등이 쌓여 우울증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이 역시 도 우울증의 원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훨씬 강력한 또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생 각이 들었다. 바로 정크푸드에 영향을 받은 미생물총인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생물총은 우리의 행동 변화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우리의 정신상태를 바꾸어놓는다.
- 과체중인 사람 그리고 비만 쥐에게서는 항우울제의 약효가 왜 나타나지 않는가?'는 학계의 오랜 연구 과제였다. 과학자들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의심 요인을 추적하다 보니 서로 다른 요인이 중첩되곤했다.
첫 번째 추적 요인은 염증 발생 과정과 관련이 있다. 감기, 암, 우울증 등 거의 모든 질병은 염증으로부터 비롯된다. 널리 알려졌듯이 정크푸드는 염증 속성을 띠고 있으며, 염증은 과체중 때문에 계속 생길뿐더러 심지어 증가한다. 그러니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유익한 까닭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다. 이 식단에는 장내 유익균들의 먹이로 사용되는 프리바이오틱스와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탁월한 항염 효과 를 나타낸다.
두 번째 추적 요인은 장 내벽이다. 무엇보다 장 내벽은 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장의 내벽 두께는 3~5밀리미터이고, 대장의 내벽 두께는 1~5밀리미터이며, 모두 네 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 내벽은 잘 소화되지 않는 거대 물질뿐만 아 니라 소화관에 존재하는 독소들 그리고 세균의 해로운 대사산물로부터 우리의 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조직을 보호한다. 유익균들이 장 내벽이 새지 않도록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과 다르게 정크푸드 섭취로 인해 유입된 유해균들은 그 이름처럼 우리의 건강에 해롭다. 유해균이 몸속에 대량으로 유입될 경우 많은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자가 면역질환에 걸릴 수 있다. 
세 번째 추적 요인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으로 과체 중으로부터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정크푸드 때문에 손상되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 있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며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예로 들면,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까닭은 세로토닌의 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로토닌, 즉 5 - HT 5-hydroxytryptamine의 95퍼센트가 장내의 특수 세포에서 생산되고 나머지는 뇌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울증에 빠지면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우울증에 걸린 비만 쥐에게서 세로토닌 분비가 줄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문제는 5-HT가 빠르게 소실되면 정신적 충격과 우울증 등에 민첩하게 대응할 시간도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호르몬 농도 는 피드백 시스템'에 의해 조절되는데, 호르몬 농도의 균형 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호르몬 기능항진증이나 호르몬 기 능저하증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 실제로 실험 쥐들에게 지방과 당질이 과다한 식단을 제공하자 미생물총이 생산하는 부산물들이 바뀌었다. 특히 단쇄 지방산이 줄어든 대사산물이 분비되었는데, 이는 뇌에 염증 을 일으켰다. 또 이 염증 때문에 세로토닌 경로라고 부르는 작용기전도 영향을 받았다. 이 실험 쥐들에게서 급속도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들의 미생물총을 지방이 풍부한 식단을 공급받지 않은 쥐들에게 이식하자 과체중 이 아닌 쥐들도 불안해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방이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가공육, 버터, 기름기가 많은 고기 등에 포함된 포화지방산은 기억력 을 감퇴시키지만, 올리브유, 호두유, 아몬드유, 참치, 고등어, 정어리, 연어 등에 주로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중요한 시험을 앞둔 이들이라면 정크 푸드를 피하는 게 좋다.
앞서 살펴본 요인들을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 크푸드는 미생물총의 구성을 바꾸며, 특히 세균이 만들어내 는 단쇄지방산의 생산량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장벽을 공격 해 미세한 틈을 만들어내는데, 해로운 물질들이 그 틈으로 휩 쓸려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으로 둔감해진 뇌 속의 시 냅스는 세로토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세로토닌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진다.
- 최근에는 의존증이 단지 담당의나 환자의 자유의지에만 달린 문제가 아니라는 의식이 점차 자리 잡아가는 듯하다. 우리가 의존증에 걸리는 것은 간 때문이기도 하다. 간은 미생물총 이 변화시킨 담즙을 다시 사용해 각 조직에 담즙을 배분하고 영양소를 줌과 동시에 뇌에도 작용한다.
몇 년 전이었더라면 이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비난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의학 연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학교에서는 담즙의 유일한 역할이 지방의 소화를 돕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물론 이러한 사실이 담즙의 본질적인 특성인 것은 맞지만 이제 우리는 담즙의 역할이 이것 하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때다.
- 나는 상담을 통해 그들이 한가로운 휴가 기간에 섭취한 음 식이 그 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평소 급하 게 삼키던 치킨 마요네즈 샌드위치 대신에 여유롭게 준비한 음식과 채소, 과일 등을 천천히 음미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미생물총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이러한 내 생각은 무균상태에서 자라 몸속에 미생물총이 거의 없는 쥐들을 관찰하다가 세균이 스트레스 유발에 일정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무균 쥐 들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조차 불안해하지 않았다. 위험은 우 리를 병들게 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첫 번째 요 인이다. 특히 우리의 평정심을 무너뜨리는 다른 요소에 맞닥 뜨렸을 때 반응하게 한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총을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예상대로 그들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불균형한 상태였다. 이들의 장내에는 복부 팽만의 원인이 되는, 수소와 메탄을 생산하는 세균이 과다하 리만큼 서식하고 있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세균은 우리 스스 로가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먹이로 삼는다. 자, 그러니 배 속에 먹이가 많아지면 가스를 생산하는 세균 수가 증가할 것이고, 이 세균들이 만드는 가스의 양도 늘어나 결국 배가 부 풀어 오를 것이다. 문제는 과민증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이러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쥐 실험에서도 이와 같은 반응이 확인되었다. 어미 쥐와 강제로 떼어놓은 새끼 쥐들은 불안해할 뿐 아니라 위장관이 팽창했고 다른 쥐들보다 더욱 예민해졌다. 그렇다면 불안해져서 위장관이 더 예민해지고 더 아프게 된 것일까, 아니면 불안해진 쥐들이 자신의 몸에 더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사소한 이상 증상도 더 쉽게 느끼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과학계에서도 아직 찾지 못했다.
- 섬유질은 배 속에서 고통을 유발하는 발효의 원인이 되므로 과민대장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세균들이 좋 아하는 섬유질이 다량으로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것이 논리 적인 해결책이 될 듯하다.
자, 그럼 식단을 어떻게 짜면 좋을까? 무엇보다 가장 먼저 식단을 전부 바꿔야 한다. 우리는 소화하지 못하지만, 세균들 은 소화할 수 있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모든 음식을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과일과 채 소는 항염증 특성을 지닌 건강식품이지만 과민대장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즉 세균을 굶겨야 한다.
- 완치는 안 되더라도 대부분은 식단만 조절해도 며칠 혹은 몇 주 내로 증상이 금세 호전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건강기능 식품 제재로 나온 프로바이오틱스 중에서 가장 적합한 제품 을 복용해 장내 미생물총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식단이 있는데, 이를 포드 맵FODMAP 제한식' 이라고 부른다. 포드맵은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잔류해 발효 가능한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그리고 폴리올fermentable oli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s을 통칭하는 말이다. 우리는 이 당들을 소화할 수 없기에 세균들이 우리를 대신해 일한다. 장내 미생물총의 세균들을 굶겨서 없애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음식들을 식탁 위에 절대로 올려서는 안 된다.
* 발효 가능한 올리고당이 함유된 식품: 밀, 보리, 호밀, 콩, 양파, 마늘, 파, 아티초크, 무, 회향, 피스타치오, 캐슈너트 등
* 이당류가 들어 있는 식품: 우유, 생치즈, 연질치즈, 생크림, 크림 디저트 등
* 단당류를 포함한 식품: 사과, 배, 망고, 체리, 수박 등 거의 모든 과일, 아스파라거스, 껍질째 먹는 완두콩 등 채소 일부, 꿀과 설탕, 글루코스 시럽과 프럭토스 시럽 등
* 폴리올을 함유한 식품: 소르비톨, 말티톨 등 '~올'로 끝나는 모든 종류의 감미료, 사과, 배, 살구, 체리, 천도복숭아, 복숭아, 자두, 수박과 같은 과일, 버섯과 꽃양배추 같은 채소, 잼 등
- 포드맵 제한식을 시행할 때는 다음의 사항들을 염두에 두자.
(1) 장에서 락토스가 발효하는 것을 막으려면 요구르트를 비롯한 유
제품을 섭취하는 건 금물이다. 물론 유제품은 세균들이 락토스를 미리 소화했기 때문에 우유보다는 더 흡수하기 쉬운 상태로 되어 있지만 그래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즈음에 나오는 락토스 프리 요구르트와 락토스 프리 우유는 과민대장증후군 환자가 먹어도 괜찮다.
(2) 글루텐 섭취에 주의해야 하므로 가루음식을 피해야 한다.
(3) 말린 채소를 먹어서는 안 된다.
(4)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브로콜리를 포함해 배추 종류를 피해야한다.
(5) 녹색 채소를 먹으면 안 된다. 다만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시금치와 강낭콩, 호박은 섭취해도 괜찮다.
(6) 이눌린이 풍부한 마늘과 양파는 놀라운 효능을 지니고 있지만,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다.
(7) 마지막으로 모든 여름철 과일은 물론 사과와 배도 먹어서는 안된다. 그 대신에 감귤류와 파인애플 그리고 소량의 대추야자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 포드맵 제한식의 분명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단이 가져올 부작용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유익균들 을 잃게 될 위험성이 있으며, 특정 영양소들이 결핍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 건강은 물론 온몸을 위협하는 대사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포드맵 제한식을 실행에 옮길 때는 반드시 의사나 영양학자와 충분히 상담한 후 그들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 미생물총은 우리가 70세에서 75세 때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성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다양성도 줄어들고, 항염증 세균인 비피더스균의 비율도 감소한다. 그 반면에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들의 수는 증가한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식단이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덜 씹고, 덜 먹으며, 덜 마시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노화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겪는다. 나이가 듦에 따라 염증이 진행되면 장 투과성과 산화스트레스가 높아져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노화를 '염증 노화 inflammaging'라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영어의 염증 inflammation’과 ‘노화aging'를 붙인 합성어다.
그런데 100세 이상 노인들과 105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들 의 장내 미생물총에는 특별한 세균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중에는 염증을 완화하는 속성을 지녔다고만 알려진 유박테륨 리모숨eubacterium limosum 종에 속하는 세균이 있다. 또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같은 세균도 발견되었는데, 이 세균은 산화스트레스를 제한하는 자연적인 산화억제제로 작용하고 노화를 늦추며, 우리의 DNA가 허락한 인간 수명의 한계에 닿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 세균들의 존재 여부가 장수의 비결인지, 아니면 장수의 산물인지를 알고자 하는 궁금증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기에 앞으로 과학자들이 탐구해야 할 거대한 장으로 남아 있다. 나 는 이 세균들이 장수의 이유라고 추정한다. 초고령이 된 후에 세균들이 장내에 정착한 것이 아니라 그들 덕에 장수가 가능해졌다고 말이다.
- 다. 또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같은 세균도 발견되었는데, 이 세균은 산화스트레스를 제한하는 자연적인 산화억제제로 작용하고 노화를 늦추며, 우리의 DNA가 허락한 인간 수명의 한계에 닿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 세균들의 존재 여부가 장수의 비결인지, 아니면 장수의 산물인지를 알고자 하는 궁금증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기에 앞으로 과학자들이 탐구해야 할 거대한 장으로 남아 있다. 나 는 이 세균들이 장수의 이유라고 추정한다. 초고령이 된 후에 세균들이 장내에 정착한 것이 아니라 그들 덕에 장수가 가능해졌다고 말이다.
- 단쇄지방산 대부분은 대장에서 만들어지며, 대장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단쇄지방산이 다른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바로 장벽을 강화해 독소와 해로 운 입자들로부터 몸 전체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대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소량의 단쇄지방산은 혈류를 타고 뇌에 도달한다. 뇌에 도착한 단쇄지방산은 염증 과정을 조절하고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한다.
-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한 신체에 충분한 양을 공급하면 건강에 이득을 주는 살 아 있는 세균이나 효소'를 가리킨다. 살아 있는 이 존재들은 질병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으로는 이미 생 긴 질환을 치료할 때도 널리 쓰이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의 장이 프로바이오틱스를 필요로 하는지 어 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은 장에 말을 건네고,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자. 장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낄 때, 잠시라도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 올 때, 피로감이 몰려올 때, 약간 우울한 감정이 들 때, 가벼운 감기가 오래갈 때 등등. 바로 이럴 때야말로 세균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식품이나 식품 보충제를 섭취하면서 말이다. 소화장애를 겪는 과민증 환자들은 특히 더 그러한 데, 프로바이오틱스는 이따금 마비가 올 정도의 불안감이 줄어들도록 도와줄 것이다. 치료를 위해 장내 미생물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항생제, 소 염제, 항불안제를 단기간 복용할 때도 장에는 프로바이오틱 스가 필요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이 약들을 먹은 후에 생기는 성가신 증상들, 특히 설사 증세를 완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