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이 책은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의 부인 유미 호건의 자서전이다. 올해 초 래리 호건의 자서전인 '스틸 스탠딩'을 읽어본 적이 있어서, 이 책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실 스틸 스탠딩을 읽은 이유도 그의 부인이 한국인 박유미 여사라는 점 때문이었고, 래리 호건의 인생사도 감명 깊었지만, 부인인 유미 호건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스틸 스탠딩에서 간단하게 언급만 되었던 유미 호건 여사의 일생을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유미 호건 여사는 59년 전남 나주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당시에는 자식을 여럿 낳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막내 게다가 여자아이는 귀여움을 받을 지언정, 교육같은 것에는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미 호건 여사는 공부도 하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미군으로 복부중이던 애 딸린 한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행복하지는 못했다. 남편이 술과 도박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전처가 남긴 딸을 포함하여 세 딸을 데리고 이혼을 하게 된다. 여자 혼자서 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유미 호건 여사는 세 아이와 본인의 꿈, 그리고 신앙생활로 어려움을 버텨낸다.
말썽 피우지 않고, 무난하게 잘 자라준 세 딸 덕분에 미국생활도 안정이 되어갈 무렵, 2000년도에 유미 호건은 래리 호건을 소개로 만나게 된 후 2004년 결혼에 이르게 된다.
메릴랜드 주지사의 퍼스트레이디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유미 호건은 아티스트이자 대학교수다. 홀로 세 딸을 키워내는 어려운 과정 중에도 텍사스와 메릴랜드에서 미술을 배우고, 학위를 취득하여 아티스트가 되었다.
메릴랜드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 유미 호건은 남편 못지 않게 바쁜 나날드을 보내면서, 내조활동과 교육활동을 병행한다. 이런 결과로 래리 호건은 메릴랜드주 234년 역사에서 재선에 성공한 두번째 공화당 주지사가 되었다. 두번째 임기 중에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는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50만회분의 진단키트를 빠른 시일내에 메릴랜드로 들여오는 데 공헌을 했다. 아마 공식적인 절차를 따랐더라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유미 호건 여사는 벌써 한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미국에서 지낸 시간이 훨씬 많다. 40여년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억척스럽고 강인한 한국여성의 피는 속일 수가 없나보다. 앞으로 메릴랜드 퍼스트레이디가 아닌 미합중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