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이게 무슨 일이야

dalai 2022. 11. 23. 12:39

- 서양 사상에서 일이라는 건 징벌 같은 거예요. 기독교 사상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노동을 계속하며 살게 되죠. 그래서 일은 가급적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면서 사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은 느낌 이죠. 기본적으로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일하기 싫 어, 일하지 않고 편하게 먹고 살 수 없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은 일을 다시 정의해요. '일은 한 사람의 인격을 높이는 훌륭한 도구다'라고요. 
- 많은 사람들이 리더들은 잠도 안 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한다고 오해하더라고요. 사실 안 그래요. 제가 만 난 많은 분들이 알아서 잘 쉬어요. 몰래몰래 잘 쉬는 방법 을 터득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남에게 들키지 않 고 몰래몰래 잘 쉬면서 자신을 리프레시하는 방법을 잘 만 들어놓아야 합니다. 정말 중요해요.
인간이 어떻게 번아웃이 안 되겠어요. 인간은 번아웃을 겪을 수밖에 없고 아주 기본적으로, 본질적으로 일을 좋아할 수는 없어요.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 수련하는 거예요. 얼마나 하기 힘들면 수련이라고 하겠어요. 좋아하면 그냥 하면 되는데 정말 하기 싫은 걸 하는 게 수련이잖아요.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예요.
- 저는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을 경계합니다. 제 마음을 알 아채는 바로미터 같은 건데요,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전혀 다른 의견을 내거나 다른 행동 을 하면, 동의하지는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주잖아 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 이해가 안 가는 일은 별로 없 어요. 싫어하는 마음을 '이해가 안 간다'고 표현하는 거죠.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싫 을 때, 그러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내가 저 사람의 의도를 나쁘게,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 각해보는 거죠.
- 요즘 IT 업계는 데이터가 워낙 다양하게 실시간으로 나오고, 이걸로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보니 숫자를 보 다가 사람을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이 나 앱 마케팅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능력만큼이나 데이터의 관계를 연결 하는 통찰능력도 필요합니다. 숫자 위주로만 보다 보면 문제 가 생길 수 있거든요. 수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으면 '모른 다'고 해야 하는데, '0'이라고 여기는 오류를 범해요. 숫자로 보이지 않으니까 아예 '0'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0이 아니라 모르는 겁니다.
브랜딩에서도 그런 오류가 많이 일어나요. 우리가 얼마 짜리 쿠폰을 몇 장 써서 몇 명의 소비자를 더 확보했는지 숫자로 쉽게 계산할 수 있죠. 하지만 신춘문예 같은 행사가 우리 브랜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수치화하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해서 0은 아니거든요.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일 거라고 믿고 가는 것과 0이라 믿는 것은 나중에 다른 결과를 낳죠.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 해야 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 어느 분야나 3년 정도 일하면 자신만의 관성, 성공패턴이 생겨요.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예측과 숙달된 관습 이겠지요. 적당한 타이밍에 그간 해왔던 일의 습관들을 한 번 싹 지워야 해요. 이번 포스터 디자이너들도 칭찬받던 과 거의 경험을 의심해보고, 그 과정을 지켜본 조직에는 건강 한 긴장감이 돌 수 있도록 한 거예요. 흔히 리더십 강의에서 '리더는 예측 가능해야 하고, 예측 불가능할 때 조직은 두려 움에 떤다'고 말하잖아요. 구성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리 더는 계속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줘서 조직을 안전하게 만드 는 것이 중요하지만, 창의성이 많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품고 있으면서 리더가 고착되는 일의 패턴을 이따금씩 깨줘야 특유의 생기가 유지되는 것 같아요. 물론 대책 없는 비평은 조심해야 하고요. 
- 파트장, 조직장들은 자기 조직 안에서 토론하고 공유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하면서 상급자의 개입을 어떻게 끌어들 일지도 생각해야 해요. 일일이 모든 것을 기계적으로 보고하 고 피드백 받는 것도 꽤 피곤하고 주체성이 쪼그라드는 일이 니까요. 저는 팀장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팀을 꾸리 도록 돕고 그 팀장에게 오히려 제가 맞추는 방식으로 일하 려고 해요. 업무 프로세스를 획일화하지 않을 때 그 팀의 크 리에이티브 장점이 극대화되고 서로에게 배울 게 생겨요. 자 기다운 방식과 상대의 다름을 존중하다 보면 자신감이 커 지죠.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둘이 '프로젝트 리포트'이고, 팀 업무공유 방식도 팀마다 다른 것이 저는 참 좋아요.
- 제가 스스로 상자 밖 으로 탈출할 때 쓰는 방법인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 훈련을 합니다. '나는 이것을 모른다'고 계속 되뇌는 거예요. 우리가 일하다 보면 익숙하게 쓰는 특정 용어들이 있죠. 고객경험, 마케팅, 아이콘, 광고, 차별화, 전시. 그 용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거예요. 나는 그 말을 모르기로 했으니까 다른 말을 써야 하고, 그러면 좀 더 긴 문장으로 정의하게 돼요. 그때 내가 뭘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의심 없이 넘어갔던 그 일의 본질에 다가가요. 그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몰입해 있어요. '안다'는 전제가 상자나 다름없고요. 남들은 다 상자 안에 있는데 나 홀로 먼저 탈출하기 시작하 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어요.
- 결국 맥락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요. 사람마다 컨텍스트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일을 잘하고 싶고, 그러려면 내가 하는 일에 다른 사람을 잘 동참시켜야 하죠. 이럴 경우 99%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유관부서를 모두 모아 놓고 담당자가 이렇게 설명해요. "A 부서에서는 이걸 해주셔 야 하고 B부서에서는 이걸 해주셔야 합니다”라고요. 그러고 다 이해하셨죠. 저희 정말 열심히 잘해보겠습니다. 파이팅!" 하고 끝나요. 물론 이것만 잘해도 일은 잘 돌아갑니다.
그런데 아까 그 팀장님은 그 모임을 하기 전에 일대일로 부 서장들을 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요. 모순되는 이야기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부서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나 강조되었으면 하는 부분들에 대해 미리 커뮤니케이션하는 거죠.
왜냐하면 각자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관점이 다르 면 똑같은 설명을 해도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거든요. 여 러 부서가 모인 자리에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말 을 못할 수도 있고, 그러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그 팀장님은 미리 만나서 우려되는 점이나 강조하고 싶은 점을 다 조율한 다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이는 거예요. 분명 업무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설 명하는 자리지만 사실은 이미 정리된 생각, 결정된 사항을 공유하는 자리인 거죠. 그래서 이분은 프로젝트의 '착수보 고'를 일이 끝났을 때 하는 보고라고 생각하며 일한다고 했 어요. 이분이 해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해야 진짜 프로젝트가 잘 끝난다는 거예요.
가만히 보면 이분은 10명짜리 팀의 팀장인데, 실제 본인이 가용하는 전체 인원의 파워로 보자면 20명, 30명의 팀 장이 되는 거죠. 다른 팀들을 자기 편으로 잘 만들다 보니 그 팀에 맡긴 일이 잘되는 걸 여러 번 볼 수밖에 없고, 그러 다 보면 그분을 높게 평가하고 더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도 자연스럽게 성장하죠.
- 제가 재작년에 전체 구성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 는데, 그 메일 제목이 '비효율의 숙달화'였어요. 바퀴를 예로 들면 둥근 바퀴는 잘 굴러가지만 네모난 바퀴는 그렇지 않 잖아요. 당연히 많은 조직에서 둥근 바퀴를 갖고 싶어 하지 만 그러려면 연장도 필요하고 네모난 바퀴를 둥근 형태로 깎는 데 시간이 걸리죠. 그래도 둥근 바퀴를 만들면 좋은 데, 우린 바쁘다는 이유로 네모난 돌을 굴리고 다시 굴리고 다시 굴리곤 해요
물론 현실에서 반복적인 업무가 제로인 조직은 없을 거예요. 좋은 팀장, 실장 혹은 대표라면 이러한 부분을 항상 눈여겨봐야죠. 우리 조직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의 숙달화가 있는지, 누군가가 그 일에 계속 매몰되어 있는지를 봐야 해요. 당연히 그런 업무를 하는 개인은 보람을 덜 느낄 테고 힘들 테니까요.
- 자동차 경주 F1 레이싱을 보면 경주차들이 달리다가 중 간에 딱 한 번 정비를 위해서 피트 스톱Pit Stop에 들어가거 든요. 우리 우아한형제들도 마찬가지로 1년에 딱 한 번 2주 정도는 새로운 일을 하지 않고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 을 가져요. 뭔가 열심히 했는데 비효율적인 일들이 있지 않았나 정리해보고, 그렇게 효율이 안 나오는 업무들을 2주 동안 온전히 둥근 바퀴로 만들어보자는 제도를 3년 전부 터 운영 중입니다. 질문해주신 분의 조직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셰릴 샌드버그는 커리어를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에 비유해요. 사다리의 목적이 올라가는 거라면, 정글짐은 우리 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잖아요. 정글짐에서 우리가 친 구들과 놀던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옆으로 가거나 친구들과 술래잡기도 했고, 깊숙한 쪽으로 누가 먼저 이동하느냐 내 기도 했죠. 승진을 못해도 괜찮다는 게 아니라, 정글짐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일이 바뀌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