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게 결정하라
- 법정에서 검사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으로 피고의 유죄를 주 장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는 20여 개의 멋지고 설득력 높은 도표를 보여주며 주장을 펼쳐나간다. 판사가 프레젠테이션에 나온 몇 가 지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검사는 그 의문들을 모두 그럴듯 한 답변으로 해소한다. 그에 따라 판사는 결정을 내리고 피고는 형을 선고받는다. 이를 적절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어째서 우리는 실제 재판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으면서도 투자 결정을 내릴 때는 이런 과정을 받아들이는가. 물론 이는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의 사결정을 내릴 때 본질적으로 이런 과정을 밟는다. 기업 내외부의 해당 팀은 사안의 한 측면만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설득하 고자 하는 최종 요점과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의문을 제기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최종 의사결정 자의 몫이다. 결국 바람직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이런 결함을 막는 방책인 셈이다.
- 그로브의 사례는 의사결정에 관한 전문가들의 생각에 한 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 문헌을 검토해보면 수 많은 의사결정 모델이 미화된 스프레드시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통상 후보 아파트를 여 덟 채 정도 선정해 다양한 요소(가격, 위치, 면적 등)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각 요소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다음(이를테면 면적보다는 가격 에 더 중요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계산을 통해 답을 찾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음, 부모님 댁에 도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군.)
이런 분석에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지기 마련이다. 바로 '감정'이 다. 그로브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이유는 대안이나 정보가 부족해 서가 아니라 갈등을 느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성과 압력과 지루한 정 략적 논쟁이 그의 사고를 흐리게 만들었고 결국 메모리 사업을 접어야 할 장기적 필요성을 못 보게 했던 것이다.
-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악당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단기감정 (short-term emotion)이라는 놈이다. 힘든 결정에 직면하면 우리의 감정은 소용돌이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서는 상반된 주장이 맴돌고 고 민이 거듭되면서 마음이 수시로 바뀐다. 결정할 사안이 스프레드시트로 제시되는 경우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지 않으니까 말이 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그렇지가 않다. 수없이 반복되는 갈등 으로 머릿속이 혼탁해지면서 앞이 보이질 않게 된다. 그런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관점의 전환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시적인 감정의 영향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의 심리적 대수학은 현명하게도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장단점 목록을 작성하고 며칠간 계속 보완하라고 제안한다. 특정한 아이디어와 관련해서 감홍이 늘거나 줄어듦에 따라 항목을 추가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 나 선택안을 빠짐없이 비교하는 것이 큰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앤디 그로브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메모리 사업의 철수 여부를 놓고 수년간 나름의 장단점 목록을 비교 분석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 석이 오히려 그를 마비시켰고, 결국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다. 후임자의 시선으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모종의 '거리 두기' 말이다.
- ▶선택 직면- 편협한 악당(범위한정성향) 때문에 다양한 선택안을 놓칠수 있다.
▶선택안 분석- 고집스러운 악당(확증편향) 때문에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모은다.
▶선택- 감정적인 악당(단기감정)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고수 - 확신에 찬 악당(자기과신) 때문에 미래의 전망에 대해 과도한 확신을 갖는다.
- 4대 악당의 본질을 살펴보면 그것들을 물리칠 전략도 찾을 수 있다.
1. 선택 직면 - 그러나 편협한 악당 탓에 다양한 선택안을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선택안은 정말 충분한가(Widen Your Options). 어떻게 선택안을 늘릴 수 있을까? 우리는 새로운 선택안을 능숙하게 찾아내는 전문가들의 의사결정 습관을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는 블랙베리(BlackBerry)와 펜티엄(Pentium) 등 세계 최고 브랜드의 이름을 창안해낸 작은 컨설팅 회사의 임원, 세계적 경기 침체기에도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번창하기까지 한 기업들의 임원, 대학진학상담사 등이 포함된다.
2. 선택안 분석- 그러나 고집스러운 악당 탓에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모은다. 그러므로......
▶ 검증의 과정의 거쳤는가(Reality-Test Your Assumptions). 어떻게 해야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신뢰할 만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보다 기술적 으로 질문하는 법, 30초 만에 논쟁적 회의를 생산적 회의로 전환하는 법, 전 문가의 조언이 신뢰할만한지를 파악하는 법 등을 배울 것이다.
3. 선택- 그러나 감정적인 악당 탓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 다. 그러므로......
▶ 충분한 심리적 거리를 확보했는가(Attain Distance Before Deciding). 어떻게 해야 갈등과 단기감정을 극복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우리는 자동차판매원의 술책을 간파하는 법, 50달러의 이득으로 얻는 기쁨보다 50달러의 손실로 인한 고통이 더 큰 이유, 고민스러운 결정을 쉽게 바꿔주는 간단한질문 등을 알아볼 것이다.
4. 고수-그러나 확신에 찬 악당 탓에 미래의 전망에 대해 과도한 확신 을 갖기 쉽다. 그러므로................
▶ 실패의 비용은 준비했는가(Prepare to Be Wrong). 어떻게 해야 미래의 불확 실성에 대처하고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할까? 우리는 머릿속으로 협상 과정 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봄으로써 임금 인상에 성공한 여성의 사례를 살펴볼 것이고, 배우자의 무모한 창업을 만류하는 법을 배울 것이며, 형편없는 업무 를 맡게 될 것이라고 신입사원들에게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이 왜 현명한 조 치인지 알아볼 것이다.
- 우리 삶에도 인계철선을 몇 개 설치해놓으면 어떨까? 실제로 우리는 운동의 필요성을 경고하는 나름의 '마지노 체중을 정해놓거나 인간관 계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특별한 날'을 달력에 표시해 놓지 않는가. 때로 훌륭한 결정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결정할 사안 이 있음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자동 조종에 의지해 산다. 평소대로 일상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의식적으로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경우는 하루에 몇 번 되지 않는다. 이런 결정이 우리의 시간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 럼에도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 터(Roy Baumeister)는 이를 자동차 운전에 비유했다. "우리는 운전 시간의 95퍼센트 정도를 직진하지만 종착지를 결정하는 것은 방향 전환이다."
- 그렇다면 이런 명백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많은 조직들이 멀티 트래킹을 채택하지 않는 것일까? 대개 경영자들이 선택안 탐색에 시간 이 너무 많이 걸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걱정이 다. 그러나 경영전략 전문가 캐슬린 아이젠하트(Kathleen Eisenhardt)는 오 히려 그 반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젠하트는 속도를 중시하는 실 리콘밸리의 여러 기업을 연구한 결과 여러 선택안을 비교 검토하는 경 영진이 실제로는 더 빨리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얼핏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젠하트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다양한 대안을 비교하면 '큰 그림'을 이해 할 수 있다. 즉 어떤 방안이 실행 가능한지, 어떤 변수들이 작용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이해가 갖춰지면 확신과 자신감이 생겨나면서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둘째, 여러 대안을 고려하는 프로세스는 정치 게임을 약화시키는 경향 이 있다. 여러 선택안이 존재하면 사람들이 그중 하나에 집착하는 태도 가 줄어들면서 자신의 입장을 융통성 있게 변화시키게 된다. 배너 광고 디자인과 관련한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멀티트래킹은 자아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여러 대안을 고려하는 것은 유용한 대비책을 마련해놓는 것과 같다. 일례로 아이젠하트가 연구한 어느 기업은 몇몇 협력업체와 동시에 계약 조건을 협상했다. 1순위에 있던 업체와 계약이 결렬되자 사장은 곧바로 2순위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부터 줄곧 한 업체만 고려했다 면 해당 업체와의 계약이 결렬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느라 협상이 지지 부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조건을 양보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결정에서는 선택안을 여러 개 찾는 것이 비교적 쉽다. 즉 탐색 범 위를 쉽게 넓힐 수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지원자를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을 면접할 수 있고, 새 집을 마련할 때는 다섯 집이 아니라 열 집을 둘러볼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마음에 꼭 드는 집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다.
- 키신저는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사용하던 전형적인 수법을 회고록 <백악관 시절(White House Years)》에서 소개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유럽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채택할지 고심 중이었고 국무부에 서는 대통령에게 세 가지 '선택안'을 제시했다. 키신저는 그중 두 가지는 실행 가능성이 전혀 없고 한 가지만 유효한 선택안이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의사결정자에게 사실상 한 가지 선택안만 주는 전형적인 기법이었다. 이때 더 쉽게 시선을 끌기 위해 그 한 가지를 가운데 위치시킨다. 전형적인 경우는 정책결정자에게 핵전쟁, 기존 정책 유지, 항복'이라는 세 가지 선택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내가 농담을 했을 정도다.
- 요컨대 두 가지 마인드를 동시에 가져야 보다 현명한 결정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 마인드로 치우치는 상황을 늘 경계해야 한다. 조직의 운영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예방 마인드에 점령당하 기 쉽다. 즉 "예산 삭감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입을 부정 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악의 사태를 방지할 방법은 무엇일까?" 등의 문제에만 골몰한다. 이때 당신은 의사결정 조 언자로서 동료들을 향상 마인드로 유도할 수 있다. 가령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예산을 5퍼센트 줄여야 한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어. 하지만 8퍼센트를 줄이고 그렇게 절약한 자금을 잠재력 높은 사업 기회에 투 자하면 어떨까? 우리 회사가 크게 도약할 최고의 기회들로 어떤 것이 있을까?"
- 체크리스트는 과거와 동일한 조치를 다시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즉 그것은 지시나 규범에 해당하며 사람들의 실수를 막아준다. 반면 플레이리스트는 모종의 자극이 필요한 상황에 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즉 그것은 아 이디어 생성을 위한 촉매제로, 사람들이 가능한 선택안을 간과하지 않 게 도와준다. '이쪽에도 잊지 말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라'고 이끌어주는 셈이다.) 또한 플레이리스트는 멀티트래킹을 유도한다. 3장에서 예방 마인드와 향상 마인드를 함께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플레이리스트는 그 두 진영을 오가도록 도와준다. 여기 소개한 예산 삭감 사례에서는 플레이 리스트의 마지막 질문 “......그렇게 절약한 비용을 발전 가능성이 있는 다른 기회 들에 투자하면 어떤가?")이 향상 마인드로 이동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 다. 이는 대단히 유용하다. 예산 삭감을 고민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은 대개 예방 마인드에 갇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손실이나 피해를 방지할 방법에만 골몰한다.)
- 악마의 변호인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공식적인 직책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판의 가 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진정한 증성관은 똑똑한 체 하며 따지기 좋아하는 비판자가 아니다. 그는 가톨릭교회를 마음속 깊이 존경하면서 회의적인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세 인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아 성인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을 반대하기가 어디 쉽겠 는가?) 건설적인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신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건설적이고 가치 있는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은 많다. 조직의 경우 중대한 안건을 결정할 때 경영진 가운데 두세 명을 선정해 반대 논지를 펼치는 임무를 맡길 수도 있다. (만일 퀘이커의 CEO가 스내플 인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을 팀을 구성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런 사람들 은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아,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게 공 식적으로 허가받는 셈이다. 또 다른 방법은 그런 팀을 인위적으로 만들 기보다는 조직 내에 이미 존재하는 반대 의견을 찾아보는 것이다. 만일 당신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 충분히 찾 아보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 탐색형 질문과 개방형 질문 중에 어느 것을 활용할지 어떻게 판단할까? 한가지 좋은 방법은 '이 상황에서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 답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중고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 자동차의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면 큰 낭패다. 만일 공장 근로자들의 피드백을 얻으려는 부사장이라면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각각의 경우에 맞춰 질문을 활용하라. 중고차 구매 협상에서는 보다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탐색형 질문을, 공장 근로자들에게는 개방형 질문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 지금까지 확증편향을 극복하는 세 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첫째,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게 한다.
둘째, 자신의 확증에 반하는 정보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은 질문을 던진다.
셋째, 반대로 생 각해봄으로써 가정을 검증한다.
그 외에도 가정을 검증하게 해주는 또 다른 전략이 있다. 이 전략은 올 바른 정보를 얻으려면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하는가와 관련된다. 당신의 남자 친구가 최근 유행하는 '구석기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면 그는 그 것이 옳은 생각인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만일 상사가 당신이 관리하 는 재고를 줄이려고 한다면 당신은 그것이 현명한 생각인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 이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종의 우주적 겸손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택하 는 도전과 기회는 우리에게 너무나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독하게 평범할 뿐이다.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 지만 우리의 예상이나 견해가 세상의 평균치와 충돌할 때는 대개 후자가 승리를 거둔다.
- 기업 경영인 짐 콜린스(Jim Collins)와 모든 한센(Morten Hansen)은 '소총 다 음에 대포'라고 명명된 전략의 주창자다. 소소한 실험을 여러 개 진행해 본 뒤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가설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NI의 '우칭 후 도 약'과 동일한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피터 심스(Peter Sims)의 저서 <리틀 (Little Bets)》은 우칭의 원리를 책 한 권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우칭이라는 용어가 가장 입에 감기긴 하지만 사실 위에 언급한 표현 모두 기본적으로는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 '무작정 달려들지 말고 발 가락부터 담가보라. 사실 이 개념의 대중성과 명확한 효과(소규모 베팅으로 대규모 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를 감안하면, 왜 우리가 보다 일상적으로 우칭을 활용하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다.
- 이는 바로 자신의 미래 예측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성향 때문이다. 약학대학원 진학을 앞둔 스티브는 자신이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생각하 지 않는다. 약학이야말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알고 있는 마당에 무보수로 일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만약 일 년 후에 공부 를 그만두더라도 '적성에 안 맞는 일이었어'라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 마치 예측 불가 능한 일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제품 설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재 설계자는 제품의 적절성을 그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면서 '빠 르고 엉성한 모형'이라는 개념에는 코웃음을 친다. 품격은 급조할 수없 다나 뭐라나.
'난 그냥 감으로 알아'와 같은 천재연하는 태도는 사실 우리 모두가 안 고 있는 고질병이다.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다 아니까 우칭 같은 것은 굳 이 해볼 필요가 없다는 태도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미래를 제대로 예측 할 수만 있다면 우칭이야말로 진정한 시간 낭비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질문은 "우리 인간은 미래를 얼마나 잘 예측할 수 있는가?"가 되는 셈이다.
- 사라스바티 교수는 계획보다 실험을 선호하는 성향이 바로 창업가와 기업 경영진의 가장 뚜렷한 차이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 업 경영진은 예측을 선호하고 "미래는 예측하는 만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반면 창업가들은 적극적인 실험을 선호한다. 이들의 신념 은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 한, 예측은 필요 없다"이다.
이런 창업가적 사고방식은 대규모 조직에까지 점차 침투하고 있다. 인 튜이트(Intuit)의 창립자 스콧 쿡(Scott Cook)은 우칭의 강력한 신봉자로, 스스로 '실험을 통한 리더십'이라고 명명한 경영 방침을 적극 권유한다.
- 리더라면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믿으며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 다고 믿는 쿡은 2011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더가 결정을 내릴 때는 세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정치(politics), 설득(persuasion), 파워 포인트(PowerPoint)." 그는 3P 중 어느 것도 훌륭한 아이디어가 승리하도 록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험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비로소 최 고의 아이디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 선택안들을 분석할 때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기본적 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대개 최종 선택안이 되길 바라는 것에 본 능적으로 이끌린다. 그리고 그런 이끌림을 약간만 느껴도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편향된 정보를 모으게 된다. 때로는 '편향된 정보만 받아들 인다. 자신의 직감을 뒷받침하도록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가정을 검증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검증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정보 수집 방식을 철저히 점검하되 반확증 질문 을 던지고 반대로 생각하기를 실천한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 보한다. 이를 위해 줌아웃을 실시하여 타인의 경험을 반영하는 기저율 을 살펴보고, 주인을 실시하여 뉘앙스 차이까지 구분해주는 생생한 질 감을 획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전에 발가락부터 담가보는 우칭을 통해 최종 점검을 한다.
- 요컨대 타인에게 조언하는 상황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점이 있다. 하나는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우선시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감정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생각이 막혔을 때는 아래 질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만일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뭐라고 조언할까?
참으로 간단하지 않은가?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직면 하거든 한 번 활용해보라. 질문 하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황을 정리 해주는지 깨닫고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는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겪 는 골치 아픈 결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 다수 가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다. 그런데 위의 질문을 생 각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그것도 몇 초 안에!) 명쾌한 해답을 찾았 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단순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당신이라면 그 조언을 따를 것 같습니까?"라고 묻자 그들 은 "네, 따를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 단기감정에 치우치는 성향은 상황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효과를 낳는 다. 단기감정은 자신을 아슬아슬하게 추월한 차량에 욕설을 퍼부을 때 는 날카롭고 성급한 태도를 촉발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효과를 낳을 때 가 더 많다. 즉 느리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해지는 것이다. 상황을 너무 복 잡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단기감정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선택으로 감수해야 할 희생을 염려하고 낯선 대상을 불신 한다. 때문에 개인이든 조직이든 현상을 유지하려는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특정한 성향이 우리 운명을 결 정하게 내버려둘 필요가 없다. 재빠르게 심리적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단기감정과 얼마든지 거리를 둘 수 있다. 10-10-10 기법이나 "내 친구에 게 뭐라고 조언할까?" 같은 질문을 활용해서 말이다. 이렇게 관점을 전 환함으로써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간파할 수 있음은 물론, 힘든 결정에 직면했을 때 더 현명하고 대담한 선택을 할 수 있다.
- 핵심적인 우선사항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면(물론 이게 우리의 목표다!) 그 밖의 다른 일에 쏟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그만둘 일의 목 록'을 만들라고 조언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 린 계기는 그의 조언자 한 명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한 덕분이 었다. 당신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을 두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상상 해보자. 첫 번째 전화는 당신이 아무런 조건 없이 2000만 달러를 상속받 을 예정임을 알려준다. 두 번째 전화는 당신이 희귀한 불치병에 걸려 앞 으로 10년밖에 못 산다고 말해준다.
그는 콜린스에게 물었다. "만일 그렇다면 삶을 사는 당신의 태도가 어 떻게 달라질 것 같습니까? 특히 무엇을 그만두겠습니까?" 그때부터 콜 린스는 매년 '그만둘 일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가능한 결과의 예상 범위를 확장하여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펜스탁과 같은 투자자들은 그런 접근법을 활용해 현명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우리 같 은 보통 사람들에게 미래란 투자 종목이 아닌 인생 그 자체다. 따라서 양 쪽 북엔드 사이의 그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왼쪽 북엔드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대비책 이 필요하다. 새 차를 살 때 충돌 보험액을 높이면 사고로 차가 완전히 망가져도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신입 사원이 형편없을 경우 에 대비해 회사가 '보험'에 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 오른쪽 북엔드를 고려하여 뜻밖의 성공에는 어떻게 대처할지도 계획해야 한다. 의류 디자이너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녀의 브랜드가 추천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녀는 방송 뒤에 폭주할 주문을 감당할 준비 가 되어 있을까? 미래에 북엔드를 세워두면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상황 모두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북엔드가 없을 경우 우리는 가장 그럴듯한 예측 지점'에 스포트라이 트를 고정한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목표 주가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지금으로부터 6개월이 흘렀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 신입 사원은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왜 사표를 냈을까요?" 이 그룹 은 평균 4.4개의 원인을 제시했다. 앞의 그룹보다 25퍼센트 더 많은 개 수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제시한 이유는 앞의 그룹보다 더 구체적이 고 타당성이 높았다. 예기적 사후 가정이 더 깊은 통찰력을 가져오는 것 은, 우리에게 특정 사건이 일어나는 미래 시점과 현재 사이의 틈을 메우게 하기 때문이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추측하는 허술한 프로세스와는 다르게 말이다.)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Gary Klein)은 이런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결정 을 검토하는 기법을 고안하고 여기에 '사전 검시 (premortem)'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후 검시는 사망이 발생한 후에 "왜 이 일이 발생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반면 사전 검시는 미래에 특정 프로젝트가 사망했 다고 상상하고 '왜 사망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전 검시를 실 시하는 팀은 우선 암울한 실패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자, 지금으 로부터 12개월 후가 되었다고 상상해봐. 우리 프로젝트는 완전히 실패 했지. 어처구니없을 만큼 참혹한 실패야. 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 이제 팀원들은 얼마간 시간을 들여 실패를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가능 한 원인을 적어본다. 그러면 팀장이 팀원들 각각에게 종이에 적은 이유 를 설명해보라고 차례대로 요청하면서 모든 가능한 원인을 파악한다. 그렇게 모든 위험 요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이제 팀은 부정적인 미래의 시나리오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움으로써 잘못될 가능 성에 대비할 수 있다. 결국 사전 검시는 발생 가능한 미래 상황에 대해 왼쪽 북엔드를 설정하고 그 상황이 닥치지 않게 대비책을 세우는 작업이다.
- 인계철선이란 적절한 순간에 우리를 흔들어 깨워 결정을 재고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신호를 말한다. 자동차 연료가 떨어져가면 경고등이 작동해 운전자의 주의를 끈다. (이탈리아 여행을 꿈꿨 던 여자에게도 건강을 잃기 전에 반짝 켜지는 '이탈리아 경고등'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계철선의 목적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행동방식에서 벗 어나도록 약간의 자극을 주어 모종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 우는 것이다.
1장에서 소개한 데이비드 리 로스의 경우 무대 뒤에 비치된 초콜릿 단지의 갈색 M&M 초콜릿이 인계철선 역할을 했다. 이 인계철선은 그에게 무대 장치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자포스가 신입 사원 채용에 사용하는 방식도 인계철선이다. 이 회사의 1000달러 제안은 마음속에 계속 의심과 갈등이 일어나는 교육생들('정말 나에게 맞는 일일까?)을 명확한 결정의 순간으로 이끈다. 또한 자포스의 교육 담당 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동 행동 모드에 대해 경고한다. "그저 취직이 됐으니까 다닌다,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 이런 것은 저희도 결코 원치 않습니다."
- 1981년 코닥 팀은 향후 10년간 디지털 기술이 제기할 수 있는 위협을 평가해보았다. 당시 보고서는 1980년대를 아래와 같이 전망했다.
* 디지털 이미지를 통한 사진은 기존의 사진 과학(즉 필름)을 이용 한 결과물에 비해 질이 낮아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 다.
* 디지털 기기는 사진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벽에 걸고, 타인과 공유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
* 전자 시스템(카메라를 TV에 연결해 사진을 보는 시스템)은 대중화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을 것이다.
확증편향의 냄새가 확 풍기지 않는가? "우린 지금 잘하고 있잖아, 안 그래?"라고 하는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이 보고서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1980년대에는, 아니 1990년대가 시작되고 한참 후까지도 정말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시기에도 사진업계를 영원히 바꿔놓을 혁신의 초석은 계속 다져지고 있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그 혁신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이 일 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자 디지털 기술로 향하는 시대 흐름은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2002년이 되자 디지털카메라의 판매량은 기존 카메라 판매량을 이미 넘어서 있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롤필름을 현상해본 경험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세대가 대학에 입학했다.
- 사람들은 자동 행동 모드에 갇혀 끝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 노력을 부질없이 계속한 다. 둘 다 괴로워하면서도 막상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 풍경화를 그려서 먹고살겠다는 순진한 꿈을 품고 소질이 없는데도 계속 노력하는 친척, 온갖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 경영자를 생각해보라. 어느 시점엔가는 인내심이라는 덕목이 그저 끈기 를 빙자한 현실 부정으로 변하고 만다. 그 시점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일깨울 수 있을까?
- 한 가지 방법은 최종 기한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가장 익 숙한 형태의 인계철선이다. 어떤 기한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가령 일 간 신문에 들어갈 기사의 마감시한이 그렇다. 기사가 완성되었든 아니 든 인쇄기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무조건 돌아가야 하니까. 하지만 일상 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한은 우리가 임의로 정한 것이다.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결정을 내리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인계철선인 셈이다.
어떤 기한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 국세청에서 세금 신고 마감 일을 4월 15일로 정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기한은 당연히 사람들에게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임의로 설정하는 기한 역 시 어차피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 기한 설정 이외에 인계철선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분할 기법'이 다. 당신이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샌드위치 에 곁들일 과자도 한 봉지 주문했는데, 한 봉지를 다 비우고 나서도 계속 입맛이 당긴다. 하지만 과자를 더 사려면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고 행동 을 취해야 한다. 즉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가 한 봉지를 더 구입 해야 한다. 십중팔구 당신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멕시 코 음식점에서 토르티야 칩을 무한 리필해주는 것처럼 그 샌드위치 가 게에서도 과자를 리필 그릇에 담아 제공한다면? 아마 앉은 자리에서 두 세 봉지는 너끈히 먹어치울 것이다.
딜립 소먼(Dilip Soman)과 아마르 치마(Amar Cheema)가 사용한 용어를 빌리면 이때 과자 한봉지는 분할 기법의 '칸막이' 역할을 한다. 칸막이 는 자원(과자)을 개별적인 단위로 나누어 분할한다. 소먼과 치마에 따르 면 이런 분할은 사람들이 소비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 인계철선에 이름을 붙이면 훨씬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해버대셔리'라는 단어를 알고 나면 전보다 더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예를 들어 조종사들은 일명 '리머(leemer)'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배운 다. 리머란 왠지 모르게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을 말한다. 이 렇게 감정에 이름을 붙여놓으면 조종사들이 그런 직감을 무시할 확률 이 낮아진다. 순간적인 인식("아, 이건 리머야")을 통해 자동 조종 모드에 서 수동 제어 모드로, 무의식적 행동에서 의식적 행동으로 재빨리 전환 하게 된다.
우리 삶에도 이런 신속한 전환이, 즉 현재 궤도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고 일깨워주는 장치가 필요한 순간이 많다. 인계철선은 우리의 행동을 추진하는 순간적인 깨달음, 즉 "나에게는 선택권이 있다"는깨달음을 준다.
- 사실 프로세스의 효과를 납득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세스'처럼 고무적인 것과 거리가 먼 단어가 또 있을까. 사람들을 '프로세스'에 흥분하게 하는 것은 모종의 알고리즘에 들뜨게 하는 것만큼이 나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프로세스 그 자체는 우리에게 크나큰 감정적 선물, 바로 자신 감을 안겨준다. 한쪽에 치우친 정보를 모으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무시 하는 데서 오는 오만한 과신이 아니라 자신이 최고의 결정을 했음을 아 는 데서 오는 자신감 말이다. 프로세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결정이 수월해진다거나 그 결과가 언제나 성공적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는 없다. 하지만 분명 마음의 평화는 얻을 것이다. 더 이상 "뭐 빠트린 거 없나?" 하고 되묻지 않게 되고, 고통스러운 고뇌의 사이클에서 벗어 나기 때문이다.
- 또한 프로세스를 신뢰하면 리스크를 감수할 자신감도 생긴다. 등반가의 벨트와 로프처럼 불안감 없이 자유롭게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는 모종의 제약으로 우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 담대한 한발을 내딛도록 확신을 안겨준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담대함이야말로 종종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무엇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단기감정은 우리를 현재의 상황에 얽매이도록 유혹한다. 연구자들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후회스럽냐고 묻자 대다수가 자신들이 했던 행동이 아니라 하지 않았던 행동에 대해 후회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들은 기회를 잡지 않은 것, 우 물쭈물 주저한 것,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등을 후회했다.
결단은 그 자체로 선택이다. 결단력은 태도일 뿐, 타고나는 특성이 아 니다. 결단력을 통해 우리는 더욱 용감하고 확신에 찬 결정을 내릴 수 있 다. 결과를 확신해서가 아니다.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이 미루고 후회하 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결정은 절대 완벽해질 수는 없지만 나아질 수는 있다. 더 담대 하게 더 현명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올바른 프로세스 를 활용하기만 하면 우리 모두 보다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인생이란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선택으로 달라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