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엔지니어링 이야기
- 나프타는 연료로도 활용되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물질로 많이 활용된다.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활용하는 각종 플라스틱이나 옷감의 주요 원료가 나프타다. 나프타에 고온의 열을 가하면 분자의 긴 사슬 구조가 쪼개지는 나프타 크래킹 Naphtha Ctracking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나프타가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물질로 변한다. 이 물질을 다시 반응시키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는 고분자 물질이 된다. 이 물질이 바 로 각종 플라스틱의 원료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세계 4위 정도의 에틸렌 생산량을 자랑한다. 에틸렌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폴리에틸렌이 되는데, 이 물질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트병 같은 투명하고 유연한 플라스틱의 원료다. 즉, 폴리에틸렌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수병이나 장난감 같은 각종 플라스틱 제품 등에 많이 활용된다. 마찬가지로 프로필렌도 화학적으로 반응시키면 폴리프로필렌이 되며, 각종 장난감 등의 플라스틱 제품에 많이 활용된다. 이처럼 나프타 크래킹을 거친 물질들을 각기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시키면 또다시 다양한 원료 물질로 재탄생한다. 이렇듯 원유에 포함된 나프타는 과거에 활용되던 유리, 금속이나 목재를 대체하여 다양한 분야의 제품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경유와 등유는 나프타보다 탄소 개수가 많아 무거운 물질이다.
그러므로 원유를 증류할 때 증류탑에서 나프타보다 밑에서 배출된다. 이 물질들은 자동차나 보일러의 연료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인다. 증류탑 가장 아래쪽에서 배출되는 대표적 물질인 아스팔트는 도로를 포장할 때 많이 쓰인다. 무척 끈적이는 아스팔트는 상온에서는 고체 상 태여서 용도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가격이 다른 물질보다 저렴하다. 최근에는 아스팔트에 아주 뜨거운 열을 가하여 나프타 크래킹처럼 재 리함으로써 나프타, 휘발유 같은 물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었 다. 이를 고도화 설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주요 정유회사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렴한 아스팔트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만들고 있다.
- 일반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신재생에너지이지만, 바이오가스 플랜트도 꽤 많은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다. 바이오가스란 쓰레기, 가축의 분뇨, 하수의 슬러지 등과 같은 유기물이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분해되면서 생산되는 메탄을 포함한 가스다. 어떤 유기물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주요 성분이며, 황화수소, 수분 등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과거 난지도로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였던 상암동 지역을 언급할 수 있다. 상암동 하늘공원에서는 과거에 매립된 쓰레기 때문에 바이오가스가 생성되고 있고, 현재는 이를 난방 연료로 활용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남 홍성 지역 등에서는 돼지 분뇨로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한다.
-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도 배우는 베르누이의 원리는 18세기 스위스의 유명 수학자 베르누이가 발견해서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압력, 속도 그리고 높이 간의 관계와 에너지 보존 법칙을 다루는 베르누이의 원 리는, 압력이 속도나 높이로도 변환될 수 있고, 높이는 압력과 속도로 변환될 수 있는 등 서로의 에너지 형태는 다르지만 변환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원리는 플랜트 분야에 주로 적용되는 기본 원리 중 하나다. 베르누이의 원리를 활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압력, 속도 그리고 위치에 어떠한 유체를 보내고 싶을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플랜트의 많은 장치와 배관을 설계한다.
- 지금은 고도화한 설계와 건설 기술, 그리고 표준화한 장치 설비에 따라 플랜트를 체계적이고 빠르게 지을 수 있지만, 플랜트 산업의 태동기였던 1900년대 초반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흐르 는 물질을 가열하고, 반응시키고, 분리하는 등의 주요 장치가 표준화되 지 않아 플랜트가 제각각 다른 형태로 설계, 제작되었다. 이처럼 맞춤 형태로 장치를 제작했으니 용량이나 운전 조건이 바뀌면 그에 따라 개 조하는 일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플랜트 산업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킨 개념 중 하나인 단위조작 Unit operation 이 등장했다. 단위 조작은 화학공학을 공부하면 필수적으로 배우는 과목 중 하나다. 이 개념은 1900년 초반에 아서 D. 리틀 Arther D. Little이라는 MIT 교수가 제시했고, 수년 뒤에 윌리엄 H. 워커 William H. Walker 등이 정립했다고 한다(www.sciencehistory.org). 이들이 정의한 단위 조작은 다양한 화학 산업에는 동일한 물리 법칙을 따르는 공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전혀 다른 플랜트라고 할 지라도 그 구성 장치는 동일한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일을처리하는 플랜트에서 액체를 이송하려면 펌프를 활용하고, 기체를 이송하려면 압축기를 활용하는데, 식품을 만드는 플랜트 또한 액체나 기체를 이송할 때 동일한 원리에 기반한 장치를 활용한다. 물질을 가열할 때 활용하는 히터, 냉각하는 데 활용하는 냉각기, 가스와 액체를 분리하는데 활용하는 분리기 등의 구성 장치는 동일한 원리에 기반하여 만들어진다. 즉, 기존에는 플랜트 하나하나마다 장치를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제작했다면, 이제는 필요한 장치를 가져다 연결하여 구성하면 우리가 원하는 플랜트가 된다. 플랜트의 종류가 다양하더라도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많기 때문이다.
- 볼 밸브는 내부에 구멍이 뚫린 쇠구슬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이 구조물이 회전함에 따라 내용물의 흐름을 열거나 닫는다. 배관의 크기가 크면 밸브의 쇠구슬 형태의 구성품도 커진다. 그러므로 볼 밸브는 다른 밸브보다 상당히 크며 가격도 비싸다. 그렇지만 밸브를 닫아놓았을 때 유 체가 새는 문제점이 다른 밸브에 비해 적으므로 중요한 장치에 많이 활용한다.
게이트 밸브는 말 그대로 유체의 흐름을 개폐하는 구조물이 게이트gate, 즉 문처럼 생겼다. 위아래로 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데 볼 밸브보다. 크기가 작다. 그렇지만 유체의 흐름을 차단하는 기밀성이 떨어지기 때 문에 조금 새도 큰 문제가 없는 유체가 흐르는 곳에 많이 활용한다.
글로브 밸브는 내부의 유체가 흘러가는 부분을 팽이와 비슷하게 생긴 구조물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조절하는 밸브다. 볼 밸브나 게이트 밸브는 미세한 조절이 어려운 반면 글로브 밸브를 활용하면 원하는 만큼의 유체를 흘려보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열고 닫음만 필요한 곳이 아니라 흘러가는 양을 조절해야 하는 곳에는 글로브 밸브를 활용 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밸브들은 사람이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체크 밸브처럼 사람이 조절할 필요 없이 역류를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밸브도 있다. 이 밸브는 유체가 정상적으로 흐르다가 반대로 역류할 때 이를 차단해준다. 그 원리는 유체가 앞에서 뒤로 흘러갈 때는 위로 들려 있던 판이 유체의 흐름이 반대가 될 때는 차단하는 것이다. 마치 집 안의 방문이 한쪽으로만 열리게 되어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지금까지 살펴본 밸브들은 대부분 사람이 손으로 작동시킨다. 그렇지만 대형 플랜트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많은 장치가 자동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장치와 밸브를 사람이 일일 이 조작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랜트는 컴퓨터를 활용하여 자 동 운전을 한다. 이에 따라 밸브에도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설치한다. 사람이 손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핸들이 필요한데, 이 핸들 을 대체하는 장치를 밸브에 부착한다. 이 장치를 액추에이터 Actuator라고 한다.
액추에이터는 볼 밸브, 글로브 밸브 등에 부착된다. 즉, 유체가 흘러가는 몸체 body 부분은 그대로고 핸들만 액추에이터로 바뀐다. 액추에이터는 주로 공기나 전기모터를 통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 플랜트에서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공기 액추에이터의 구조를 보면 내부에 스프링이 있어서, 공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스프링 때문에 열리거나 닫히고, 공기가 들어오면 스프링의 힘을 이겨내고 밸브가 움직인다.
전기 액추에이터는 전기 공급에 따라 모터가 돌아가서 밸브를 열고 닫는다.
그렇다면 밸브를 열고 닫으라는 신호는 어떻게 전송될까? 유체의 온도, 압력이나 유량을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이 상황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도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계기다.
- 공정 시스템은 각 플랜트마다 구성이 다르지만, 유틸리티 시스템은 구성과 기능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플랜트에서 주로 활용되는 유틸리티는 공기, 질소, 냉각수, 열매체, 증기, 전기 등이다. 공기는 앞서 살펴본 각종 자동 밸브를 열고 닫는 데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유틸리티다. 어떠한 플랜트는 수분이 없고 밸브를 움직일 수 있도록 압력이 적절한 공기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 생산 시스템은 플랜트의 종류에 상관없이 비슷하다. 그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대기의 공기를 흡입한 후 압축기를 활용하 여 5~10bar 정도로 압축한다. 공기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분이 많 이 포함되어 있는데, 압축을 하면 기체였던 수분의 일부가 액체가 되므로 다음 단계에서 액체를 제거하기 위해 분리기를 거친다. 이렇게 액체 를 제거하더라도 여전히 공기 중에는 수분이 기체 상태로 포함되어 있 는데, 이를 보다 완벽하게 제거하려면 공기 건조기 Dryer를 거쳐야 한다.
공기 건조기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리카겔 같은 흡착제 물 질에 공기를 통과시켜서 공기 속 수분을 극건조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때 연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물로 포화상태가 되면 열을 가해 고온의 건조한 공기로 물질 내의 물을 날려 보내는 재생 과정을 거친다.
- 천연가스 생산 플랜트는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처리하여 가정이나 발전소에 공급한다. 이때 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분자량이 크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물질(프로판, 부탄)은 적절히 포함시키고 수분은 최대한 제거해야 제대로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분자량이 큰 물질이 너무 많이 혼합되면 도시가스를 태울 때 연소 성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이 포함되면 발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액체를 제거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화학
물질을 활용하여 제거하는 기술, 두 번째 방법은 가스의 온도를 낮춰서 액화시켜 제거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방법에서 활용되는 화학물질은 트리에틸렌글리콜TEG 이라 는 물질인데, 이 물질과 가스를 접촉시키면 가스에 있는 무거운 물질과 수분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화학물질을 한 번 활용하고 버릴 수는 없으니 이를 재생탑이라는 장치에 보내 열을 가하고 끓여서 무거운 물질이나 수분을 제거하여 재활용한다. 이 장치는 부피가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줄-톰슨 원리를 활용하여 분리하는 방법으로, 첫 번 째 방법에 비해 장치가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화학물질도 적게 사용한 다. 그렇지만 줄-톰슨 원리를 적용하면 가스의 압력이 낮아져서 이를 다 시 높여줘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