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이브 마인드

dalai 2021. 9. 4. 19:13

-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같은 디지털 의사소통 도구에서 오가는 비체계적이고 무계획적인 메시지와 지속적인 대화를 중심축으 로 하는 업무 흐름, 하이브 hive라는 벌집에서 유래했다.
-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hyperactive hive mind workflow 은 지식 부문에서 보편화되었다. 당신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든, 마케팅 컨설턴트는, 경영자든, 신문 편집자는, 교수는 이제 당신의 하루는 대부분 당신이 속한 조직의 지속적인 하이브 마인드 대화를 관리하는 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업무 흐름은 우리가 6분마다 새 메시지 를 확인하면서 업무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수신함에서 보내게 만든다. 우리는 이제 이런 양상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심지어 역사적 맥락에서 봐도 이는 면밀한 분석이 뒤따르지 않은 것이 이상할 만큼 우리의 업무 문화에 일어난 극단적인 변화다.
- 1965년부터 1984년까지는 일과 중 약 20퍼 센트를 사무업무에, 약 40퍼센트를 정기 회의에 할애했다. 그러다 가 2002년 이후부터 이 비율이 거의 뒤바뀐다. 이런 변화가 일어 난 원인은 무엇일까? 마크가 지적한 대로였다. 1984년부터 2002년 사이에 “이메일이 폭넓게 퍼졌다.”
이메일이 점점 더 보급되고 업무에 흔히 이용되면서 더 이상 동 료들과 같은 방에 앉아서 업무를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편리할 때 디지털 메시지를 교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이 연구들에서 이메일은 '사무업무'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사무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정기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정기 회의와 달리 이메일로 나누는 대화는 비동기적asynchronous 으로 전개된다. 즉, 메시지가 발송되는 시점과 읽히는 시점 사이에 대개 간극이 있다. 이는 과거에는 동기적synchronous회의에서 압축적으로 이뤄지던 상호작용이 이제는 하루 종일 수신함을 빠르게 자주 확인하는 단발적 리듬으로 늘어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마크와 곤잘레즈의 논문에서 정기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거의 42분이었다. 반면 다른 일로 넘어가기 전에 이메일 수신함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2분 22초에 불과했다. 이 처럼 상호작용은 작은 단위로 이뤄지면서 지식노동자의 일과를 구성하는 다른 업무들을 파편화한다.

- 마셜은 육군 참모총장에 올랐을 때 30개의 주요 사령부와 350개 의 군소 사령부를 거느리고 60여 명의 장교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조직구조에 직면했다. 마셜은 이런 구조가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로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구조에 따른 수많은 크고 작은 사안들을 관리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할 길은 없었다. 서신과 급 한 전화에 파묻힐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행동에 나섰다. 마셜 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근래에 부여한 전시 권한을 이용하여 전쟁부 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는 데 “가차없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수많은 기관과 사령부가 각각 한 명의 장성이 이끄는 3개의 주요 부서로 통합되었다. 마셜은 300여 명의 인사, 작전, 보급 장교들로 구성된 과잉 보좌진을 12명으로 줄였다. 일부 주요 부서는 아예 없 어졌다. 앞서 말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과를 정리했다.
(조직 개편은) 더 작고 보다 효율적인 보좌진을 제공했으며, 서류 작업을 최소화했다. 또한 명확한 명령계통을 수립했다. 끝으로 훈련이나 보급과 관련된 세부적인 문제로부터 마셜을 해방시켰다. 마셜은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위임하는 한편 자유로운 입장에서 전략과 주요 작전에 집중했다.
- 마셜에게 계속 직접 보고할 수 있었던 참모들에게는 상호작용을 위한 명확한 구조가 제공되었다. 그에 따라 마셜에 대한 브리핑은 통제된 효율성 하에 이뤄졌다. 가령 참모들은 사무실로 들어온
다음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경례 없이 자리에 앉도록 지시받았 다. 또한 마셜의 신호에 따라 브리핑이 시작되었으며, 마셜은 “완전히 집중한 상태로 들었다. 그는 결함이나 결점을 발견하면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해결하지 못해서 자신의 시간을 낭비했다며 화를 냈다. 브리핑이 끝나면 그는 권고를 요청하고 잠깐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후속 조치를 위한 권한을 참모에게 위임했다.
마셜이 지녔던 가장 인상적인 습관은 매일 오후 5시 30분 퇴근을 고집한 것이었다. 휴대폰과 이메일이 아직 나오지 않은 시대에 마 셜은 집에 돌아온 후에는 밤늦도록 야근을 하지 않았다. 이전에 탈 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그는 저녁에 휴식을 취하는 일이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소한 세부사항에 얽매이는 사람은 전쟁의 중요한 사안을 다룰 능력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셜은 관리자로서 전쟁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핵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기운을 집중했다. 이는 그에게 적합한 과제였다. 뒤이어 그는 세부사항에 관여하지 않고 후속 조치를 참모진에게 믿고 맡겼다. 아이젠하워의 회고에 따르면 마셜은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전쟁부는) 문제를 잘 분석하는 유능한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그들은 그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책을 항상 나한테서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나는 자기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고 나중에 자신이 한 일 을 말하는 보좌진이 필요해."
마셜은 분명 관리자에게 숙고보다 회신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반발했을 것이다. 마셜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보고서는 특히 중 요한 결정을 내릴 때 집중을 중시하는 그의 자세를 여러 차례에 걸 쳐 강조한다. 그는 “뛰어난 분석력과 함께 놀라운 속도로 생각하는 능력”을 드러냈다. 이 보고서는 또한 마셜이 성찰과 큰 그림을 보는 계획에 기울인 주의를 강조한다. 

- 채집 부족에서 인기도는 유전적 적합성의 차이를 만든다. 인기 많 은 부족원은 더 많은 음식과 지원을 얻어서 더 건강해진다. 그에 따 라 건강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연구는 일대일 대화 기록을 통해 이 인기도를 포착했다. 직접적인 소통을 관리한 사람들은 적절하게 번성한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유전자를 남 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대일 대화는 음벤젤레 바야카 사람들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따 라서 진화적 관점에서 작은 이론적 도약을 해보면 우리 모두가 이 런 사회적 활동에 상당한 심리적 시급성을 부여하도록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주위 사람들과 소통을 게을리하면 그들은 '하니 스틱'을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다. 이런 도약이 작게 보이는 부분적인 이유는 우리가 이미 분명하게 느끼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 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는 욕구는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력 한 동기 중 하나다. 실제로 심리학자인 매튜 리버먼 Matthew Lieberman은 2013년에 펴낸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에서 우리 뇌의 사회적 신경망은 통증 계통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때 심한 비통 함을 느끼고, 너무 오랫동안 인간적 소통으로부터 고립되면 완전한 고독을 경험한다. 리버먼은 “이런 사회적 적응은 우리를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종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 무리에 속한 개코원숭이들은 이동을 준비할 때 서로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특히 앞장서서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개시자들 initiatore'을 주시한다. 개시자들에 대한 반응은 그들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배치됐는지에 많이 좌우된다. 두 개시자가 이루는 각도가 90도 이상인 경우, 즉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 남은 개코원숭이들은 한 개체를 따르면서 해당 개체의 제안을 뒷받침한다. 반면 두 개시자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남은 개코원숭이들은 중간을 택하여 절충한다. 또한 너무 많은 개시자가 동시에 나아가면 남은 개코원숭이들은 그 자리에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택지가 수렴할 때까지 결정 과정을 늦춘다. 그러다가 특정한 개시자가 충분한 추종자를 모으면 전체 무리가 뒤따른다.
- 우리의 현대적 접근법을 우월한 것으로 찬양하기 전에 문자 언어의 역사는 기껏해야 5,00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진화적 시간 척도로 보면 아주 짧은 것이다. 고 대의 협력 과정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우리의 신경 회로 에 새겨졌다. 또한 올리브개코원숭이들이 보이는 행동에서도 그 단 서를 찾을 수 있다. 이런 협력 과정은 분명 지금도 존재하며, 아마도 단순히 컴퓨터 화면으로 서신을 교환하는 우리의 소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을 기대할 것이다.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도록 만들어진 양 상과 현대 기술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유도된 양상 사이의 불일치는 깊은 좌절감을 낳는다.
- 업무 과부하의 변화를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은 측정 시스템을 살피는 것이다. 생산성 전문가인 데이비드 앨런 David Allen이 2001년 에 펴낸 베스트셀러,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Getting Things Done)에서 주장한 대로 이메일이 보급된 시기의 특징은 시간 관리 접근법이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체계 적으로 일하는 것의 핵심”은 작은 크기의 데이 타이머 Day-Time-(종 이 달력)에 매일 과제 목록을 적어두고 약속이 없는 시간에 할 일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보다 체계적인 사람들은 앨런 라킨 Alan Lakein의 ABC 방식이나 스티븐 코비 stephen Covey의 4분위법 같은 우선순위 선정 방식을 활용했다. 이 방식들은 당일의 주요 과제들을 완수할 순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앨런은 “시간 관리와 개인적 업무 체계화에 대한 전통적 접근 법은 당대에는 유용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80년대가 지나고 1990년대가 되자 일과를 코드화된 과제로 구성된 짧은 목록으로 정리한다는 생각은 낡은 것이 되었다. 앨런은 이 변화에 대해 이렇 게 쓴다. “갈수록 많은 사람의 업무가 하루 수십 통, 심지어 수백 통 의 이메일로 구성되었다. 게다가 단 하나의 요구나 불평 혹은 명령 을 간과할 여지조차 없었다. 상사의 간섭 때문에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지지 않고 미리 정해진 과제 목록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등자가 도입되기 이전에 말에 탄 전사들은 “어깨와 이두근의 힘” 으로 창이나 칼을 휘둘러야 했다.15 등자는 “훨씬 효과적인 공격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기사는 창을 상완과 상체 사이에 끼운 채 금속 등자에 발을 걸고 몸을 앞으로 기울일 수 있었다. 그러면 자신의 체중과 말의 체중이 합쳐진 힘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이 두 공격 방식 사이의 차이는 엄청났다. 8세기에 창과 등자를 갖춘 전 사는 일종의 “충격 전술”로 적을 무너뜨렸다. 그에 따라 1,000여 년 후 시작될 핵무기 경쟁의 중세 버전이 전개되었다. 카를 마르텔은 등자가 제공하는 우위가 너무나 “막대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 보다 먼저 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령 수세기에 걸 친 전통을 뒤엎고 새로운 형태의 통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등자에 대한 화이트의 연구에서 단순한 이유(승마를 쉽게 만듦)로 도입된 기술이 발명가들이 전혀 상상치 못한 방대하고 복잡한 결과 (중세 봉건제의 부상)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예를 찾을 수 있다. 20세 기 후반에 기술철학 분야의 많은 학자들은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 온 비슷한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구가 때 로 인간의 행동을 이끈다는 생각은 '기술결정론 technological determinism’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철학에 대한 문헌들은 흥미로운 사례로 가득하다. 결정론을 다룬 유명한 책 중 하나는 닐 포스트먼 Neil Postman이 1985년에 쓴 고전, 《죽도록 즐기기 Amusing Ourselves to Death 》다. 포스트먼은 이 짧은 책에서 매스 미디어가 전달되는 형식이 어떤 문화가 세상을 생각하 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 말이 마샬 맥루한 Marshall McLuhan 의 “미디어는 마사지다” 라는 유명한 주장을 연상시킨다면 포스트먼이 맥루한 밑에서 수학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먼은 이 개념을 활용하여 인쇄기의 영향력이 우리가 생각 하는 것보다 더 깊다고 주장한다. 이 발명품에 대한 표준적인 내러티브가 있다. 거기에 따르면 인쇄기가 소책자와 서적을 대량생산하여 정보를 더 빠르고 멀리 확산시킨 덕분에 지식의 진화가 촉진되어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포스트먼은 그에 따른 “인쇄” 문화가 정보 흐름을 가속하는 것보다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의 뇌가 세상을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쓴다. “인쇄는 정신의 객관적, 합리적 활용을 우선시한 지성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는 동시에 진지하고 논리정연한 콘텐츠를 수반 한 공적 담론의 형태를 촉진한다. 단지 새롭게 주어진 정보가 아 니라 이런 새로운 사고방식이 갑자기 계몽철학이나 과학적 방법론 같은 지적 혁신을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만들었다. 다시 말해서 구텐베르크는 자신이 정보를 자유롭게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 으로는 우리가 중요하게 대하는 정보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기술결정론의 현대적인 사례는 페이스북이 '좋아요' 버튼을 도입한 것이다. 디자인팀이 당시에 쓴 블로그 포스트에서 알 수 있듯 이 이 기능의 원래 목적은 사용자가 올린 포스트 아래에 붙는 댓글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은 많은 댓글이 “멋지다”나 “좋다” 같은 단순한 감탄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들은 이런 감탄을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댓글란에는 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이 조 정의 목표는 적당한 개선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예상치 못했던 부수적 효과를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 사람은 컴퓨터와 다르다. 그러나 비동기적인 분산 시스템의 설계 를 복잡하게 만드는 많은 힘들은 사무실에서 협력하려는 인간에게 도 느슨하게 적용된다. 사무실 환경과 컴퓨터 시스템 모두에서 동 기성을 확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동기성이 결여된 채 로 조율을 시도하는 일 역시 비용이 많이 든다. 이 현실은 사무실에 서 이뤄지는 의사소통이 이메일로 옮겨간 후 많은 사람들이 경험 한 것을 잘 말해준다. 즉, 그들은 전화 술래잡기, 휘갈겨 쓴 메모, 끝 없는 회의가 주는 고통을 놀랍도록 많은 분량의 모호한 전자적 메 시지가 종일 오가는 고통과 맞바꾸었다. 엔지니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들이 합의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처럼 비동기성은 단지 동기성이 분산된 상태가 아니다. 비동기성은 어떤 어려운들을 불러온다. 회의실에서 혹은 전화상으로 몇 분만 실시간 소통을 하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이제는 10여 통의 메 시지를 만들어낸다. 그러고도 만족스런 결론으로 수렴하지 못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단 이런 스타일의 의사소통으로 옮겨가면 하 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의 활동과잉적 속성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 인류사 대부분에 걸쳐 우리는 소집단을 이루어 협력하면서 특정한 체계나 규칙 없이 즉흥적인 방식으로 소통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반에 대규모 사무실이 부상하면서 이런 자연스런 협력 방식이 완전히 단 절되었다. 우리는 타자실로 서신을 보내서 타자로 입력하게 하거나 비서를 시켜서 일대일 통화를 연결하도록 해야 했다. 그러다가 이메 일이 등장하자 서로 고립된 사무실 환경으로 한결 원시적인 소통 방 식을 다시 들여올 방법을 찾아냈다. 즉, 생각이 나면 바로 메시지를 보내고 즉시 응답이 오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네트워크 망을 통해 코끼리 사냥이 재연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하이브 마인드 활동 과잉 업무 흐름이다. 본능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 업무 흐름은 타당 했다. 비록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집단의 규모를 키워가는 이메일의 능력을 오판한 탓에 우리를 불행으로 몰아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달리 말해서 바쁜 기업인이 휴대폰 화면을 정신없이 두드리는 흔 한 광경은 현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원을 따져보면 순전히 구석기적인 모습일 수 있다.
- '절차 혐오'의 주된 원인은 앞서 살핀 지식노동자의 자율성에 대한 고집이다. 생산 절차는 본질적으로 일을 조율하는 방식에 대한 규칙을 요구한다. 규칙은 자율성을 감소시킨다. 그에 따라 피터 드러커가 말한 대로 지식노동자는 “스스로를 관리해야 한다”는 믿음과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나 절차를 꺼리는 태도는 자율 성을 향한 일반적인 편견을 넘어선다. 많은 지식노동자들은 지식노 동 부문에서 절차가 결여된 것이 자율적 관리의 불가피한 부작용이 아니라, 실제로는 일을 하는 영리한 방식이라는 믿음을 암묵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절차의 결여는 기민성과 유연성을 말하는 것으 로 흔히 간주된다. 기민성과 유연성은 우리가 줄곧 중요하다는 말 을 듣는 틀을 벗어난 사고'의 토대다. | 이런 관점은 근본적으로 루소주의를 따른다. 18세기의 계몽철학 자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정치적 영향이 미치기 전의 인간 본성은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믿었다. 루소주의는 지식노동자 들을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일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그들이 직면한 복잡한 여건에 유려하게 적응하여 독창적인 해결책을 만들고 판도를 바꾸는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에 따르면 명문화된 업무 절차는 인위적이다. 
-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의 단점을 극복하려면 지식노동자를 자연 상태로 놔둬야 일을 잘한다는 루소주의적 낙관론을 버려야 한다. 주의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이 사실은 조직과 개인 지식노동자에게 모두 적용된다. 명백한 사실을 반복하자면 내가 말하는 절차는 지식노동의 숙련되고 역동적인 요소를 단계별 조리법으로 대충 환원시킨 것이 아니다. 지난 장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이루려는 개혁은 업무 자체의 숙련 된 실행이 아니라 지식노동을 조율하는 업무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점은 생산 절차에 대한 우리의 논의에도 해당된다. 생산 절차는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 일을 하는 세부적인 내용을 명시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끝없이 오가는 하이브 마인드적 메시지 교환을 일종의 지침으로 대체한다. 이 지침은 지식노동자들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실제로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해준다. 
-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방식을 이끄는 핵심 아이 디어는 인간은 원래 계획을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다음에 할 일을
파악하는 데 굳이 복잡한 프로젝트 관리 전략은 필요하지 않다. 대개 내용을 아는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타당한 방법을 논의하는 것 으로 충분하다. 다만 이런 믿음의 핵심 단서는 모든 관련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계획 본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다. 즉, 어떤 과제를 이미 작업하고 있는지,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병목은 어디서 발생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보드에 정렬된 카드는 이 정보들이 신속하게 소통하게 하는 놀랍도록 효율적인 수단 으로 드러났다.
태스크 보드의 이런 속성은 소프트웨어 개발 외에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앞을 내다보는 자세로 작업 절차를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려는 지식노동 조직에서 태스크 보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또한 당신이 속한 조직을 위한 절차를 개발할 때 태스크 보드를 고려해보라고 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 2017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avard Business Review)에 회의의 광란을 멈춰라 stop the Meeting Madness)라 는 인상적인 제목으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현재 기업 임원들은 일주일에 평균 23시간을 회의에 쓴다. 미팅 일정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의사소통의 막대한 양은 수신함을 과도한 수준으로 확인하 게 만들고, 따라서 막대한 인지적 비용을 초래하는 주된 동인이 된 다. 미팅 일정을 수립하는 수많은 대화 중 하나를 따라잡기 위해 수 신함을 계속 기웃거려야 하는 경우 가치 있는 인지적 작업을 수행 하는 능력이 크게 저하된다. 투자자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이 인지 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기꺼이 4,000만 달 러를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금액은 지식 부문이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이메일 핑퐁을 완전히 중단할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생산성에 비하면 작다. 보다 나은 미팅 일정 수립 프로토콜을 찾는다면 평균적으로 즉흥적인 이메일 대화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여러 해결책이 있다.
첫 번째이자 가장 극단적인 해결책은 당신의 달력에 접근할 수 있 고, 당신 대신 미팅 일정을 잡아줄 비서를 고용하는 것이다. 과거에 는 이 선택지가 최고위 임원 말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었다. 전담 직원에게 급여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프리랜서 서비스가 한정된 시간 동안 원격으로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비서를 고용하는 일을 쉽게 만들었다. 나는 업워크 Upwork 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처음 파트타임 가상비서를 고용했을 때 그녀가 일주일에 2, 3시간만 들여서 나의 미팅 일정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미팅 일정 수립의 진정한 비용은 수신함을 확인하고 대화를 이어가느라 일을 숱하게 중단해야 하는 데서 나온다. 이 모든 값비싼 중단은 비서에게 맡기면 그렇게 많은 비용으로 불어나지 않는다.
- 팀 페리스는 2007년에 펴낸 베스트셀러인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정 확히 이런 상황에 대해 썼다. 그는 그의 보조제 회사인 브레인퀴컨BrainQuicken의 업무 흐름을 갱신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스트레스를 안기는 호전적인 고객들을 결국 “해고한 일 에 대해 이야기했다. 악성 고객을 해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신경에 거슬릴 수 있다. 기술기업인 쇼피파이 shopify 의 대표인 토비 뤼트케Tobi Lutke는 비즈니스 잡지 〈인크Inc.) 기사에서 페리스를 소개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그 문장이 페이지에서 유독 튀었어요. 경영대학원에 가서 고객을 해고해야 한다고 말하면 아마 쫓겨날 겁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에 따르면 정말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로 같이 하고 싶은 고객을 가려낼 수 있어요.” 클로드 섀넌의 이론 체계는 이 고객 해고 전략의 논리를 입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전략을 쓰면 단기적으로는 돈을 잃는다. 그러나 동시에 상당한 인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지적 비용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하면 당장 매출에 보탬이 된다고 해도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결과적으로는 인지적 비용을 더 늘리는 고객들로부터 벗어나기가 쉬워진다.
이런 요점들을 종합하면 고객을 상대할 때 최적화된 의사소통 프 로토콜이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을 넘어서기 위한 여행 에서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 이메일의 길이를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꼼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아이디어는 요즘의 디지털 시대에 거의 밟지 않는 단계를 나타낸다. 그것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이메일을 활용해야 하는지, 혹은 활용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은 이메일이 모든 유형의 유연하고, 비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화를 뒷받침하는 중립적인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단문 이메일 운동은 이런 남용에 반발한다. 그래서 이메일을 짧은 질문, 짧은 답변, 짧은 업데이트에 적합한 것으로 한정한다. 또한 이보다 복잡한 내용은 거기에 맞는 다른 유형의 소통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방식이 당장은 성가실 수 있다. 그러나 클로드 섀넌의 이론 체계에 비춰보면 장기적으로는 더 낮은 평균 비용을 제공하는 프로토콜이다.
- 경제학자인 피터 새손reter G. Sassone 이 1992년에 전미 생산성 리뷰National Productivity Review)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유명한 논문을 제시한다. 새손은 1985~1991년에 5개 미국 대기업에 속 한 20개 부서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그는 특히 개인용 컴퓨 터 같은 새로운 사무용 기술의 도래가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 였다. 새손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고도로 전문화된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전문가들은 행정 업무를 하는 데 갈수록 많은 시간을 썼다. 그 는 “이 연구에서 지적 비전문화가 대다수 조직에서 나타난 가장 지 배적인 속성이었다”고 쓴다. 이 불균형의 직접적인 원인은 숙련된 전문가와 지원 인력의 비율을 왜곡시킨 역삼각형 인력 구조다. 그는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 “사무 자동화"를 든다. 많은 기업들 은 지원 인력을 줄여서 값비싼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하는 비용을 충당했다. 이 지원 인력들은 과거에 컴퓨터가 “단순화한 기능을 수행했다.
새손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대체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지원 인력을 없애면 숙련된 전문가들이 지적으로 덜 전문화된다. 컴퓨터가 그들이 직접 처리하기 딱 충분한 정도로만 쉽게 만들어준 행정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은 시장을 위해 같은 양의 가치 있는 산출물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전 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전문화된 일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 는 정신적인 주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원 인력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받는다. 그래서 후자를 전자로 대체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새손은 계산을 통해 연구 대상 조직들이 지원 인력을 더 채용하면 즉시 인건비를 15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주 장했다. 그만큼 전문가들이 보다 많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 문이다. 새손이 보기에 이 분석은 개인용 컴퓨터가 도입된 초기에 생산성이 정체된 이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그는 “정말 많은 경우, 기업들은 지적 전문화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했다”고 쓴다.
이후 새손이 제기한 비전문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식노동 자들은 고도의 기술을 습득하고 그들의 두뇌로 높은 가치의 산출 물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컴퓨터 시스템과 씨름하 고, 회의 일정을 수립하고, 양식을 채우고, 워드프로세서와 싸우고, 파워포인트를 상대로 고전하고, 무엇보다 언제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한 디지털 메시지를 송수신하느라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 는 더 이상 비서나 타자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진전을 이뤘다고 생 각한다. 그러나 이런 판단을 할 때 우리가 실제로 실적을 뒷받침한 것은 얼마나 적은지 감안하지 않는다. 
- 전문화된 업무와 행정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문화로 돌아가 는 것은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을 넘어서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무용 컴퓨터 혁명 이전의 시대를 지 배하던 비효율적인 매드 맨 Mad Men 스타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 은 아니다. 당시에는 모든 사무실 밖에 전담 비서가 앉아 있었고, 임 원은 구술로 메모를 작성했다. 또한 어디에나 우편물 카트를 밀고 다니며 커피를 배달하는 사환이 있었다. 이후 기술이 크게 발전하 면서 훨씬 수준 높은 지원 방식에 대한 비전이 실현되었다. 그래서 전문화 상태로 돌아갈 때 훨씬 효율적이고 보람을 안기는 방식으로 지원 인력을 강화할 수 있다.
- 기술적 변화는 부가적이지 않다. 그것은 생태적이다. 새로운 매체는 어떤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1500년에 인쇄기가 발명된 이후, 구 유럽에는 단지 인쇄기만 더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럽 자체를 바꾸었다.
포스트먼의 아이디어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같은 디지 털 의사소통 도구에 대해 갖는 혼란스러움과 인지부조화를 분명하 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메일이 이전의 기 술들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더 나은 수단이라는 사실을 안다. 이 메일은 보편적이고, 빠르고, 무료다. 팩스 기계 안에 걸린 용지를 꺼 내거나 낡은 서류철을 묶은 빨간 줄을 푸느라 애를 먹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메일이 과거 사무직 종사자들의 삶을 짜증나게 했던 문제들을 깔끔하게 해결한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생산성과 더불어 스트레스와 과로의 근원인 수신함에 완전히 질렸다. 존중과 혐오가 뒤섞인 이 이중적인 반응은 많은 지 식노동자를 혼란과 짜증에 찬 체념 상태에 빠트렸다.
포스트먼의 아이디어 덕분에 이야기가 조금 더 명확해졌다. 문제는 우리가 이메일을 부가적인 요소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2021년의 사무실은 1991년의 사무실에 단지 더 빠른 메시지 교환 을 더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틀렸다. 이메일 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생태적인 요소다. 2021년의 사무실은 1991년의 사무실에 약간의 요소를 더한 것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사무실이다. 2021년의 사무실에서 일은 끝없이 이어지고, 즉흥적이며, 비체계적인 메시지의 흐름으로 전개된다. 이는 내가 '하이브 마 인드 활동과잉'이라 이름 붙인 업무 흐름이다. 우리는 과거에 이런 방식으로 일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하이브 마인드에 완전히 얽 매여서 겉모습만 바쁜 생활에 짓눌린다. 또한 갈수록 끝없는 대화에 시달리면서 정작 중요한 일을 완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