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정석
- 왜 대부분의 혁신은 실패할까?
직장생활을 해봤다면 '혁신 계획'이란 말에 익숙할 것이다. 혁신 계획이나 방법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기업 구조와 절차, 문화를 복합적으로 아우른다.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는 고위 리더들이 '혁신만이 현 상황을 돌파할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다르다. 쇠약해진 혁신 근육을 훈련으로 강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혁신 근육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조직 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에서는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어떻게 창의적 사고를 자극할 것인가?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또 어떤 아이디어를 포기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을 동기부여 할 것인가? 혁신과 관련된 수많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것인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다. 특히 이러한 일들을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조, 깊이 배어든 문화 내에서 실행해야 한다 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혁신 계획이 반드시 조직 내에서 많은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갈등이 불가피하다. 기존 비즈니스를 경쟁력 있게 유지하고 재무를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도 조직의 큰 변화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간 지켜본 수많은 혁신 기업 중 다수가 익숙한 패턴을 반복했다. 큰 열정으로 혁신을 시작했고, 리더들은 자신들의 미래 에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力說한다. 혁신이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된다.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에 대한 다양한 공약이 선포된다. 실패에 대해서는 더 관대해지고, 조직은 덜 수직적이고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강조하는 문화가 될 것이라고 지속적으 로 말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이 증가하고 관리자 들은 모범적인 혁신 사례를 참고하면서 기업을 실리콘밸리와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런 노력들을 실행하기 위한 별도의 혁신 조직이 설치되고, 최고혁 신책임자10, Chief Innovation Officer가 임명된다. 기업에는 혁신에 대 한 낙관적인 기대가 생겨난다. 그러나 1~2년만 지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는 변한 것이 없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노력은 했는데 눈에 보이는 혁신의 결과물은 거의 없다. 소수가 제안한 혁신 제안들은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혁신안은 이미 실패했다. 재무이사는 혁신 프로그램에 투자한 돈의 수익을 따져 묻기 시작한다. 사업부 리더들은 기존의 제품 라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원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예산이 빡빡해지고, 내부적으 로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증가한다. 매출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고, 혁신안을 지지했던 이사회는 큰 변화가 없는 혁신안 을 걱정스럽게 보기 시작한다. 경영진은 혁신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쫓기기 시작한다. 반면 조직 전체에는 오래된 관습이 그대로 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기 힘들어진 경영진은 더 이상 실패에 관대하기 힘들어진다. 기업의 수직성이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혁신에 대한 내부소통은 점점 줄어들고 혁신 계획에 기꺼이 동참했던 리더들은 새로운 혁신 임무 제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 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태도를 취한다.
- 그렇다면 실패의 진짜 이유는 뭘까?
혁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는 시간이다. 혁신 역량을 구축하는 일 은 다년간의 항해와 같다. 혁신은 '올해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량이 구축됐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보기까지는 적어도 하나의 제품 개발주기가 필요하다. 업계에 따라서는 10년 이상 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착오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혁신 추구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이 것들을 인정해야 한다. 기존에 수익성 있는 사업 라인이 있는 기업이라면 근본적인 딜레마에 빠진다. 기존 사업과 새로운 사 업에 대한 투자의 비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새로운 사업 모델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점진적 으로 개선하는 데 얼마만큼 더 투자해야 할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돈은 곧 기존 사업 투자 축소를 의미한다. 기존 사업 에 투자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행동이니 새롭고 파격적인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는 일종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일 수도 있다. 선택에 있어 단순한 '정답은 없다. 선택이란 매우 복잡한 덧셈과 뺄셈 작업을 요한다.
'조율'은 혁신 과정에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혁신에 실패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혁신 계획을 세운다고 했을 때, 기 업을 개방적인 조직으로 개편하고, 제품의 디자인을 혁신하며, 독보적인 제품들로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자율성을 강조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등 혁신의 우수 사례'를 찾아서 따르 려는 경향이 있다. 그게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조하건대 흔히 말하는 '최고의 혁신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 마법의 물약은 없다는 말이다. 모든 혁신 과정에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조직에 맞는 혁신 프로세스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혁신 역량을 구축하려면 심오한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신뢰성, 예측성, 실행력 등 기업이 기존 제품과 서비 스 라인의 성공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행동 규범은 위험감수, 창조적 탐구, 신속한 학습 및 실행 등 혁신을 촉진하는 데 필요 한 행동들과 상당부분 충돌한다. 유명 조직 이론가인 제임스 마치James March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 조직은 새 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 다. 이는 부분적으로 조직 시스템과 프로세스 때문일 수도 있지 만, 대부분은 안주’와 ‘개척’ 사이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현 재 돈을 벌어다주는 오늘의 문화와 단절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새로운 문화는 결국 기존 비즈니스를 가능케 하는 문화를 지지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혁신은 더욱 어렵다.
- 모방이 쉽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 모 방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신속하고 지속적인 일상적 혁신을 통해 모방자들을 능가하는 것이다. 모방이 일어나면 가 격은 급격히 하락한다. 이때 프리미엄 가격을 얻으려면 충분히 앞서야 한다. 애플이 현재 아이폰 사업에서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다.
- 인텔 또한 주요 라이벌인 AMD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자체 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후에도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앞서가기 위해 일상적 혁신 전략을 신속하게 실행했다. 이 전략을 실행하려면 점점 더 가파르게 속도를 올리는 러닝머신에 몸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일상적 혁신에 상당한 자원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언젠가는 고 객이 단지 더 많은 기능에 돈을 지불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 이다. 또한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에 다다를 수도 있다. 애플은 이런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들의 제품 들을 새로운 서비스로 통합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했다. 고객이 집에서 대여하고 즐길 수 있다는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매장까지 가서 어떤 영화를 고를지 둘러볼 필요도, 비디오를 반환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컴퓨터에서 영화를 선택하면 우편 서비스를 통해 배 송이 이루어졌다. 또한 원한다면 여러 개의 영화를 동시에 빌릴 수도 있었다. 추천 엔진은 자신이 평생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를, 그러나 좋아할 만한 영화를 발견하게 해줌으로써 가치를 창출했다. 또한 월 정액제와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서도 새로운 가치를 확보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영화 대여시장에서 블록버스터보다 궁극적으로 우월한 것이었을까? 일 부 업종에서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공존할 수도 있다. 맥주 산업에서 수제맥주 제조업체와 대형 제조업체는 각각 맥 주 시장의 서로 다른 시장을 개척한다. 그리고 둘 모두 꽤 괜찮 다. 그러나 영화 대여 시장에서는 블록버스터의 시장을 넷플릭 스가 대체하면서 두 기업이 공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분 명 블록버스터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등장했 을 때, 블록버스터의 한 임원은 온라인을 통한 비디오 대여 시 장은 그저 틈새시장에 불과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는 인기 있는 최신 영화를 다수 확보했고 매장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편리함으로 가치를 창출했다. 이 가치창출 방식에는 광범위한 매장 네트워크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최신 영화 목록이라는 두 가지 자원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 했다. 이런 값비싼 자원에 대한 투자는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 이 많았을 때까지, 넷플릭스가 존재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집 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블록버스터 매장이 있다는 점은 고객에 게 매우 훌륭한 편의였다. 블록버스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영화 판권을 살 수 있는 협상력이 있었다. 또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소규모 체인이나 독립 대여점 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영업일 기준 1~2일 내에 대부분의 지역에 DVD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매장 모델의 상대적 편리함이 사라졌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매장에 투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비용 구조가 낮았고, 덕분에 구독료를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는 블록버스터가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는 더 이상 경 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블록버스터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매장의 고정비용과 값비싼 영화 목록을 공격한 덕에 성공을 거두었다. 넷플릭스는 더 적은 자원으로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편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자원 선택은 가치 포착, 가치창출 모드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논리 정연하게 작동했다.
- 2007년 VOD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작은 기업이 아니었다. 12억 달러(약 1조4,8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전통적 DVD 대여 시장의 지배적인 기업 이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규모의 이점을 활용하는 비즈니 스 모델 혁신의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VoD는 가치창출의 원천이 유통에서 콘텐츠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콘텐츠의 취득과 개발에는 많은 고정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기성 기업들에게 이점이 된다.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애플, 훌루Huu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와 같은 큰 기업들이 VoD 시장의 선두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모에 따 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규모 자체가 실제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한 건 인터넷 검색, e메일 전송, 동영상 찾기 등과 같은, 우리에게 가치 있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고객들의 정보에 도달할 방법을 찾아내 그 러한 정보들이 자동적으로 모이게 했다는 점이다. 구글 앱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구글에 정보를 제공한다. 대신 우리는 무료로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따라서 구글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가치 있는 것들을 자신들의 서비스와 교환하게 함으로써 가치를 얻는 셈이다.
페이스북의 모델도 비슷하다. 회원들끼리 서로 무료로 '친구' 가 되고 상호교류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 대가로 그들 역시 매우 귀중한 것을 얻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관심을 가진 일 등에 대한 정보다. 이는 우리의 행동에 관심이 많은 광고주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정보들이다.
트립어드바이저 TripAdvisor, 옐프Yelp, 심지어 아마존처럼 소비자 들의 리뷰를 활용하는 사이트들도 저평가된 자원들을 활용하 고 있다. 리뷰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이트의 중요한 자 원이자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귀중한 자원을 제공하면서 얼마를 받고 있는가?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리뷰를 쓰는 동기가 무엇인 지를 연구한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일반적인 결론은 사람 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공헌비용은 실제로 리뷰를 작성하는 데 들이 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리뷰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없으니 추가적인 기회비용도 없다. 무료 자원 이용'의 원칙과 '생태계의 가치창출'이라는 초기 원칙은 연결된 경향이 있다. 무료로 자원에 접근하는 방법의 하나는 해당 자원 제공자에게 가치가 될 만한 무언가를 제공하 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엄청난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질적으로 이는 물물교환과 같다. 나는 무료로 무언가(내 정보 같은)를 주고, 무료로 가치(이메일이나 소셜 네트워크 접속 및 이용 권한 같은)를 얻는다. 특정 자원에 대한 시장이 없다면 물물교환은 무료 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해당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 IBM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출현과 최근의 빅데이터 시장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클라우드 컴퓨터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저장소와 계산 용량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메인 프레임 컴퓨터의 영역이다. 다행히도 IBM은 메인 프레임 컴퓨터 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라는 많은 사람들의 말을 따르지 않았 다. 현재 IBM의 시스템ZSystem z 메인 프레임은 메인 프레임 시 장을 독점하고 있다. 2017년 전 세계 신용카드 거래의 90% 가 까이가 IBM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통해 처리됐다. 비록 시장을 독점했던 1960~1970년대를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 의 예상과 달리 IBM에게 메인 프레임 컴퓨터 사업은 여전히 수 십억 달러 규모에 수익률도 좋은, 매력적인 사업이다.
- 알다시피 1920년대 초 자동차 시장에서 가솔린 내연기관은 확고하며 지배적이었다. 이는 여러 힘이 결합해 이뤄졌다. 내부 연소 기술의 기술적 향상으로 엔진은 더 조용하고 깨끗해 졌으며 부드러워졌다. 1912년 찰스 케터링 Charles Kettering의 전기식 시동장치가 발명됨으로써 핸드크랭크를 사용하여 시동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같은 해, 포드는 모델T를 850달러에 시장 에 선보였다. 내연기관 엔진의 증가는 원유 생산량 상승과 정제능력 개선의 영향도 받았다. 원유의 공급 확대로 가솔린 자동차의 거리당 연료 가격이 급격히 감소했다. 당시 가솔린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를 능가하는 장점 중 하나는 주행거리였다. 물론 도 로가 충분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그리 큰 매력은 아니었다. 하지 만 연방 정부의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 지원 덕분에 미국 도로 시스템은 1916년에서 1921년 사이에 극적으로 개선된다(특히 농촌 지역), 그 결과 가솔린 자동차는 그동안 장거리 여행에 있어 독점적 역할을 하던 철도의 대안이 되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 충전소는 1910년대에도 있었지만, 표준화된 전기는커녕 전기 자체가 없는 주가 많았다.
- 인텔 또한 세계 경제를 변화시키고 디지털 시대의 거인으로 변신할 잠재력을 고민하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1969년, 일본의 계산기 기업이었던 부시콤Bussicom은 새 로운 계산기에 들어갈 12개의 집적회로 세트를 설계할 수 있는지 인텔에 문의했다. 인텔의 엔지니어 테드 호프 Ted Hoft는 12개 칩 모두를 하나의 칩에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오늘 날 우리가 마이크로프로세서'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인텔이 이 새로운 발명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즉각 이해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원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권리는 부시콤에 있었다. 인텔이 어마어마한 돈이 된 이 기술을 구입한 것은 한참 뒤였다. 심지어 기술을 구입한 당시에도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당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사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기존 메인 프레임 컴퓨터나 미니컴퓨터에 사용되던 기존의 멀티 칩 모듈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졌다. PC 시장은 아직 만들 어지기도 전이었다. 최초의 PC가 시장에 출시됐을 때,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인텔의 고든 무어 Gordon Moore조차도 그 잠재력 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는 가정용 컴퓨터가 그저 주부들이 조리법이나 저장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렇다고 절대로 인텔이 무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가장 큰 시장은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하지 도 않는 시장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당시 누구도 오늘날처럼 우리에게 PC가 필요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쉽게 마음을 바꾸기도 하니까.
- 디지털 이미징 사례는 실제로 기술 변화가 비즈니스의 수익잠재력을 크게 감소시킨 사례다. 우리는 코닥이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성공에 도취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 도입이 늦어진 탓에 시장에서 도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맞다. 코닥은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러나 나의 하버드 대학교 동료인 윌리 시 willy Shih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이 주 장을 강력하게 반박한다. 윌리는 1997년 코닥에서 임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코닥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안다. 윌리의 주장에 따르면 코닥은 결코 디지털에 대한 대응에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추세를 주의 깊게 추적하고 센서 같은 중요한 디지털 기술 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수익 잠 재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방식으로 카메라 시장이 변화했기 때문에 코닥이 실패한 것이다. 디지털 사진은 여러 공급업체가 제 공하는 범용 반도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부품을 판매 하는 공급업체는 상대가 누구든 돈만 지불하면 기술을 제공했 기에 진입 장벽이 거의 없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모듈 식이다. 우수한 기술자라면 모든 빌딩 블록 Building Block을 구입해 카메 라를 조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고프로 GoPro 같은 다수의 소규모 창업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또한 핵심 기술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으로 인해 디지털 사진을 차별화하기가 어려웠다. 제품 진입 장벽이 낮고 제품 차 별화 기회가 낮으면 이익을 얻을 기회 역시 매우 낮아진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 새로운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 참여자에게 반드시 매력적인 이익 기회를 제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에서 수익 실 현 가능성은 진입 장벽, 지적재산권, 차별화 기회, 공급업체, 구매자의 협상력, 대체품 사용 가능성 같은 일련의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이러한 요인에 영향을 끼치며 전반적인 수익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강력한 수확체증(생산요소의 투입량 대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역자 주)의 결과 구글은 인터넷 검색 ·광고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에 내재된 긍정적인 네트워크 경제를 이용하여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한다.
그러나 디지털 사진의 경우처럼 혁신은 때론 경기장을 평평 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수익을 내기 매우 힘든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PC 시장도 그런 예다. PC 시장 은 분명히 사회를 위해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와 인텔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정작 PC를 판매한 기업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 합리적인 시간 범위가 설정되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봄으로써 많은 유형의 기술 및 경제 분석을 수행할 수 있 다. 전문가와의 대화, 특허 데이터 분석, 과학적 탐구, 자신의 연 구 수행, 믿을 수 있는 파트너들을 통해 얻은 경쟁력 있는 정보 및 기술에 대한 세부 지식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 또는 비즈니스 모델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3가지 요 인을 살펴보며 스스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1.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보완 기술이 있는가? 기술의 현재 상태는? 극복해야 할 중요한 기술 병목 상황 Critical Technology Bottlenecks은 무엇인가??
2. 고객의 행동과 취향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이러한 변화들이 실제 경제적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징후는 무엇인가?
3. 기존 기술에 얼마나 많은 개선 가능성이 남아 있는가? 현 기술은 얼마나 생존 가능한가?
이러한 분석의 목표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술의 위협 수준에 대한 감을 얻는 것이다. 위협이 임박했거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가? 또는 아직 시기적으로 거리가 있고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가? 경영진이 이러한 쟁점을 논의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 파티는 끝났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심 기술 및 사업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이익을 낼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닥이 그런 경우였다. 영화 「에니 홀Annie Hall」 의 대학 졸업식 연설 장면에서는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 다 힘든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한 길은 절망의 길, 또 다른 길은 멸종의 길입니다. 우리가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 도합시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전략이 있다. 하나는 능력을 중심 으로 대처하는 방법이다. 이익을 얻을 기회가 거의 없는 시장에 서 경쟁하기보다는 기존 기술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보는 것이다. 코닥은 자신들의 고유한 강점이었던 특수 화 학 및 재료 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선회했다. 이는 후지가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스미스 코로나는 열전사 프린터에 사용되는 감열 리본 생산업체로 돌아섰다. 이 는 리포지셔닝 Repositioning 전략으로, 한 비즈니스에서 다른 비즈 니스로 자원을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부문의 사업을 시작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구현하고 있다.
선택 가능한 두 번째 전략은 '방어와 확장'이다. 이 전략은 아직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고 여전히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하위 부문을 찾아내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쇠퇴를 최대한 연 장하는 것이다. 이 전략을 통해 마지막 숨통을 어느 정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생명 연장일 뿐 결코 매력적이지 않고, 성장을 위한 처방은 아니다.
- 높은 불확실성 앞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미래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소규모 투자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혼란이 현실화되어 수명이 다한 산업군에 속하게 되면 기존 기술이 최대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또 가능하다. 면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재의 핵심 시장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대응 불가능 할 정도의 잠재적인 혼란에 대비해 새로운 대안에 투자하는 것 은 현명한 일이라는 뜻이다.
- 홈코트 밖에서의 혁신은 알려지지 않은 지형을 기꺼이 '탐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탐색은 중요한 문제를 확 인하고 신뢰할 만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기업이 실행 가능한 혁신의 방향을 결정한다. 또한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 와 솔루션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조직의 레이더 화면에서 발생 하는 문제와 잠재적 해결책을 구체화한다. '날개 위'라는 아이 디어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야 말로 탐색이 혁신의 전제조건이라는 증거다. 조직이 탐색의 범위를 좁혀버리면 진짜로 흥미로운 문제와 새로운 솔루션은 대개 토론의 장에 올라오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너무 좁은 시각과 지나친 검열은 탐색 과정에서 좋지 않다.
- 통합은 기존 구성 요소들을 합치거나 또는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다. 혁신이란 본질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혁신 경제학 분야의 창시자인 슘페터는 1911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산한다는 것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물질 과 힘을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것을 생 산하거나 다른 것을 생산한다는 것은 재료와 힘을 다르게 결합 한다는 의미다. 개발 또는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조합을 수행함으로써 정의된다.”
- 소니는 이미 훌륭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를 갖 고 있었다. 디스크 드라이브, 디스플레이, 배터리 같은 핵심 구 성 요소 기술에도 전문 지식이 있었다. 레코딩 기술자들로 구성된 음악 사업부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각 사업부는 자신들의 손익을 책임져야 했고, 이에 따른 각자의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소니는 결국 이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없었다. 소니에서 일했던 한 임원은 스티브 잡스 전기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니가 어떻게 그 기회를 놓쳤는지는 나 스스로도 믿기 힘듭니다. 스티브 잡스라면 서로 협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해고했겠지만, 소니 사람들은 그 와중에서도 서로 싸우기 바빴습니다.”
- 구조화된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일련의 세부 단계와 활동을 정의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한 과정에서 다음 과정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특정 기준에 따라 단계별로 그룹화한다. 이렇게 구조화된 모델은 주로 제조공정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다. 실제로 혁신을 목표로 하는 사람 중에는 혁신 역시 제조과정과 같이 예측 가능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프로세스가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로 변환될 수는 없다. 제조 과정에서는 부품의 목록과 구체적인 단계를 미리 알 수 있으니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완전히 생소할 수도 있는 변혁적 혁신에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힘들다. 오히려 불확실한 것에 구조화된 과정을 끼워 맞추다 보면 잘못된 통제 때문에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식의 다양한 흐름을 통합하는 불확실한 과정에서는 신속한 실험과 반복 및 학습을 중심으로 설계한 유동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실험과 반복 및 실패를 통한 학습은 '변혁적인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두 가지 모두에서 중 요한 주제다. 5장에서 살펴본 플래그십 피어니어링의 이야기를 상기해보자. 플래그십은 엄격한 실험 과정을 통해 초기 벤처 가설을 빠르게 테스트했다. 이 실험의 목표는 신속하게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다른 아이디어로 갈 수 있는 길을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페얀은 '만약'이란 우리가 이것을 할 수 있음을 밝혀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 조직 구조를 혁신 기회'를 중심으로 프로젝트팀과 같이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원한다면 쉽게 이동시켜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 파티션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면 기술 또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의 탄생이 이러한 접근 방 식의 좋은 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현재 120억 달러(약 14조 5,920억 원) 규모의 사업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선두주 자다. IT업계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중 하나였던 아마존의 이 혁신은 2002년 기업 내의 작은 실험처럼 시작됐다. 초기 아이디어는 아마존닷컴 Amazon.com에서 제품을 판매 중인 기업들이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사진과 정보 등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판매자가 자신들의 제 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주체이니 이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통제 권을 부여하면 판매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단, 이를 위해서는 타사 개발자들이 아마존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했다. 아마존은 웹 인프라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열어 작게 실험을 했다. 그런데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타사 개발자들이 아마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데 매우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아마존 웹서비스를 운영하게 된 아담 제시Adam Jassey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일로 우리는 향후 어떤 일이 더 진행 가능할지 궁금해졌 다. 타사 개발자들이 웹서비스를 사용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 하고, 이렇게 광범위한 웹서비스가 존재하게 된다면 인터넷은 그 자체가 곧 운영체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된다면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2003년에 우리가 새롭게 마주했던 새로운 세상에는 오늘날 인 터넷 운영체제의 핵심 요소 중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난 10년 동안 그저 소매 공간에서 기술을 잘 운영 해온 기업이었을 뿐임을 자각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는 바로 이 시점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사라졌을 것이다. 운영체제로서의 인터넷은 당시 아마존의 핵심 사업이었던 소매업과 관련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 존이 이 기회를 이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다. 당시 아마존에는 이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부서가 없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아마존의 소프트’ 구조 접근법이 등장했고, 이 아이디어는 2003년 말 고위 경영진에게 전달됐다.
아마존 고위 경영진은 이 개념을 좀 더 개발해보기로 결정하 고, 1997년부터 아마존에 합류한 아담 제시를 웹서비스팀 책임 자로 임명했다. 아담 제시와 팀의 목표는 '통합' 이었다. 이 팀은 여러 출처의 정보와 노하우를 통합했다. 이들은 아마존의 다양한 기술그룹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조사했다. 또한 아마존 그룹 전체에서 20명의 비즈니스 및 기술 리더를 모아 어떤 인터넷 응용 프로그램이 존재하는지, 어떤 응용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지를 파악했다. 나아가 사전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외부 개발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각각의 서비스가 제시될 때마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아마존 내부의 다양한 팀에서 모인 기술 및 관리자원 그리고 외부 개발자들을 결합한 새로운 하위 팀을 만들었다.
-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숫자와 정확함을 혼동한다. 재무 분석 도구는 객관성과 확실성이라는 환상을 만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바로 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통해 안도하지만, 이는 잘못된 안도감이다. “정확해 보이지만 틀린 것보다는 어렴풋 하게 보이지만 옳은 것이 낫다”는 격언이 있다. 숫자를 보고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사람이 새겨야 할 말이다.
재무 분석 도구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두 번째 답변은 “대안이 없습니다” 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다. 무수한 관리자들이 재무 모델이라는 원칙 없이는 전체 자원 배분 프로세스가 추측과 감에 의존하는 무질 서한 상황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결함에도 불구하 고 재무 모델은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비교할 수 있는 공통 언 어와 표준화된 기준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마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망치뿐이라면 어떤 작업에는 망치 를 쓰겠다는 것과 같다. 물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선택에서 직감은 사람이나 조직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반면 재무 분석 도구들은 비교에 적합한 공통의 논리 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재무 모델링의 유일한 대안이 직감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정확함이란 프로젝트 평가의 정성적 분석'도 포함한다. 정량적 재무 분석 모델과 정성적 분석 모델은 서로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보완이 될 수는 있다. 재무 분석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재무 분석 모델 기법을 탐사, 조사 및 학습과 관련해 보다 통합적인 프로세스의 일부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는 것이다.
- 구글이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부 구성원들 다수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다. 이는 혁신에 내재된 본질이다. 그러나 사내 'A급 팀'이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 실패가 위험에 대한 도전 때문이었는지 엉성한 실행 때문 인지도 판별하기 어렵게 된다.
- 실험 지향적인 기업들은 실험에 대한 접근 방식에 매우 엄격 하다. 이들은 학습 가치에 따라 신중하게 실험을 선택한다. 비 용대비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산출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실 험 초기 단계에서 비용을 저렴하게 유지할 뿐 아니라 최대한 빨리 실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은 실험 도중의 결과에 따라 과감하게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중대한 방향으 로 재설정하기도 한다. 실험 의지가 나쁜 아이디어에 대한 무한 한 인내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피어니링의 예를 다시 떠올려보자. 실험은 탐사 과 정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험은 매우 집중적이었다. 타 당성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를 만들기 위해 설계된 소위 '킬러 실험'을 실행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킬러 실험은 아이디어를 빨리 죽이기 위한 실험이다. 벤처 가설은 모순된 실 험 데이터에 직면하면 중단되거나 재구성된다. 나쁜 아이디어 는 다시 살아나거나 생명을 연장할 수 없다. 실험을 비교적 저 렴하고 빠르게 유지하는 것은 잘 절제된 실험의 또 다른 중요한 면이다. 플래그십에서 벤처 가설은 대개 100만 달러(약 12억 1,300만 원) 미만, 몇 개월 이내에 테스트된다.
'규율'을 느린 것 또는 관료주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규율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수정하거나 '죽이기' 위한 기준에 명확한 시각을 갖추는 것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 실패할 프로젝트를 없애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이 있다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아마존 은 많은 실험을 하지만 또한 많은 프로젝트를 없앤다. 프로젝트 를 중단하거나 아이디어를 재구성하는 것은 초기 가설이 틀렸 음을 기꺼이 인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명확한 규율이 필요한 것이다.
- 과거 컨설팅했던 대기업의 한 매니저는 문화의 본질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대화는 피하려 한다.”
많은 기업이 예의 바른 것'과 '좋은 것을 존경심과 혼동한 다. 그러나 오히려 솔직하게 비판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존경의 표시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듣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 혁신적인 문화는 드물다.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분명한 도전이 필요하다.
혁신 문화는 실패에 대한 관용이나 실험하려는 의지 같은, 혁 신에 관련된 이야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한두 가지 관행만 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적인 문화는 복잡한 조직 체계로, 많은 실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혁신적인 문화는 모순적이다. 덕분에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일관성 없는 조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는 일관성이 중 요하다고 배워온 많은 사람, 심지어 지도자 모두를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논한 것과 같이 혁신적인 문화는 서 로 다른 가치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필요로 한다. 이 균형을 제대로 잡는 것이 리더의 임무다.
마지막으로, 혁신 문화의 모든 관행이 모두를 편안하게 하지는 않는다. 혁신적인 문화는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때로는 매우 쓴 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혁신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조직이 되기로 결정하기 전에 그러한 문화의 현실을 이해하고 조직과 당신이 매우 쓴 아이스크림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어야 한다.
- 어떤 규모의 기업이든 신속함과 개인적 책임 그리고 높은 위 험에 대한 보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을 기존 기업들, 특히 일정 규모가 되는 기업들이 복제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은 단순히 큰 조직을 작은 단위로 쪼개거나 자율적인 팀을 만드는 것만으로 이런 문화를 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신속성, 책임감, 위험에 대한 내성과 같은 문제는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들이다. 게다가 기존 기업들이 이러한 특징들을 재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특징들은 스타트업의 독특하고 압박감이 넘치는 상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존 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당장 현금이 바닥나거나 파산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예를 들어 2017년 12월 31일 대차대조표에 1,430억 달러(약 173조9,595억 원) 이상의 현금과 현금등가물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음해 당장 망할 위험은 0에 가깝다. 개인의 책임도 마찬가지다. 2만5,000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 개인에게 책임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 원이 25명인 스타트업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의 '대박 또는 쪽박' 구조는 기성 기업에서 복제하기 특히 어려운 특징이다.
-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구조적 차이를 알면, 내부를 작은 단위로 조직해 창업 문화를 재창조하려는 대기업의 노력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대부분은 '크기'와 '문화'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단지 작게 쪼갠다고 해서 조직에 창업의 핵심 문화 속성인 신속성과 책임감, 높은 위험에 대한 내성, 결과에 따른 책임과 보상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 문화적 변혁의 본질인 행동 패턴의 지속적인 변화를 유지하 려면 문화적 변혁의 필수요소인 광범위한 경영적 관리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조직이 열망하는 가치(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책임 을 진다 등)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외에도 리더는 각종 시스템 과 관계, 구조, 정책, 의사결정 프로세스 및 인센티브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 “문화와 시스템 중 무엇이 우선이고 또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답은 “둘 다다. 시스템 과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각각은 서로를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혁신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조직의 문화는 매일 행해지는 모든 행동과 결정 그리고 리더가 모델이 되는 모든 행동에 따라 형성된다. 리더는 언제 문화 엔지니어링 을 시작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당신은 이미 그것을 조작(엔지 니어링)하고 있었다. 이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유일한 질문은 “나는 나의 조직이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문화를 만들고 있는 가?”다.
- 전략의 기술은 경쟁자들과 차별화되고 더 발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혁신 전략에도 적용된다. 기술과 시장 동향에 대한 메시지가 가득한 세상에서 창의적인 혁신가들은 경쟁적인 성공이 그런 메시지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안다. 물론 그렇다고 중요한 트렌드를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기존의 관점들을 파괴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트렌드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많은 사 람의 회의적인 시각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 애플이 소매점 진 출을 발표했을 때 그게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 었다. 아마존이 웹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분석 가가 비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