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축의 전환
- 성적 욕망에 오락거리가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들 가운데는 정전에 관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2008년, 동아프리카 연안에 있는 잔 지바르Zanziba섬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한 달 이상 계속되었다. 정전의 영향을 받은 집들은 발전소에 의존하는 가정들이었고, 디젤 엔진을 쓰는 자가 발전기 이용자들은 상관이 없었다. 이 상황은 연구자들에게 정전과 출생률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실험 공간'을 마련해주었 다. 전기 공급이 끊긴 가정은 실험 집단', 자가 발전이 가능했던 가정은 통제 집단'이 되는 셈이었다. 9개월이 흐르자 실험 집단에서는 평소보다 20퍼센트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고 통제 집단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하는 정치가나 언론인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수평적 사고를 발휘해 출생률과 저축 간 믿기 힘든 관계를 찾아냈다. 중국 정부가 법적 조치로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은 남아 선호 사상과 맞물 려 젊은 남성이 젊은 여성보다 20퍼센트 더 많은 성비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2017년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왜곡된 성비 불균형이 낳은 중국 의 결혼 재앙”이라는 기사를 보도했고, 《뉴욕 타임스》도 “수백만 명의 중 국 남성이 홀로 밸런타인데이를 보내다” 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의 부모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는데, “결 혼 시장의 극심한 경쟁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아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적당한 짝을 찾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관련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경제학자 상진 웨이shang-Jin Wei와 샤오보 장xiaobo Zhang의 결론이다. 1990~2007년의 성비를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각 가정의 저축률이 60퍼센트 이상 증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중국은 다양한 공산품뿐만 아니 라 이렇게 저축한 금액까지 수출하는 형편이다. 미국의 탐욕스러운 소비 열풍에 들어간 자금의 대부분은 중국 가정의 저축에서 나왔다. 중국의 성비 불균형과 그에 따라 과도하게 높아진 저축액이 아니었다면, 미국인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주택 담보 대출과 소비자 대출에 대해 더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의 고정 금리가 5퍼센트가 아닌 6퍼센트대였다면, 매달 갚아야 하는 액수는 25퍼센트 이상 늘어났을 것이고, 따라서 다른 곳에 쓸 돈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고 어리둥절해할 수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집 한 채를 사는 문제는 실제로 중국 가정이 얼마큼을 소비하고 또 저축할지 결정한 결과의 영향을 받았다.
- 아프리카는 지난 세기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농업 및 산업의 이중 혁명을 경험할 것이다. 농업 분야가 확 장하면서 일어날 발전의 이점들을 생각해보자. 농부가 생산성 향상과 더 나아진 생활수준을 바란다면 먼저 더 좋은 종자와 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농부가 성공하면 그 마을에서는 각종 농기구 수리를 비롯해 농업을 지원하는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진다. 단순한 생계 수단이었던 농업 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잉여 농산물이 규모가 커지는 도시로 판매 되면 자연스럽게 식량 수입이 줄어든다. 또한 원료 상태의 농산물을 가공 하고 저장해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일자리들이 창출된다. 어쩌면 대 륙 전역에서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제조업 경기가 크게 발전 하며 가공 상품을 도시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판매하는 서비스 산업 분야 가 새롭게 호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아프리카가 맞이할 수 있는 농업과 산업의 이중 혁명의 핵심이다.
-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소멸 현상이 중간 정도의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몰려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어난다. 왜냐하면 그 일이야말로 쉽고 좀 더 경제적으로 기계화 혹은 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 대국들 입 장에서는 중간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쪽이 경 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자동화하기 쉬울뿐더 러,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동화와 기계화에 관심을 느낄 만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나 분노를 이민자들에게 표출하는 일은 엉뚱한 짓이다. 일자리는 이민자가 아니라 기술적 변화 때문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와튼스쿨의 동료 교수인 브리타 글래넌 Britta Glennon은 과학자와 전문 기술자들에 대한 입국 비자를 제한하면 오히려 미국 국내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들 이 재능 있는 인재들을 찾아 연구 담당 부서들을 해외로 옮겨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민자들을 엄중하게 제한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중국과 인도, 캐나다다. 기업들의 연구 담당 부서들이 주로 이 국가들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 특정 직업에 관한 자료들을 깊이 추적하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어반 연구소Urban Institute 에 따르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업 세 가지는 가사 도우미, 주방 일, 그리고 농업 관련 단순 노동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미국인들 중 훨씬 많은 수가 주로 계산대 담당, 트럭을 포함한 각종 차량 운전, 경비직 등에 종사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현지 사람들이 직접 경쟁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 이주나 이민은 인구 노령화가 초래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 움이 된다. 국제연합에서는 이를 대체 이주replacement migration' 라고 명명했다. 미국 노동 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자료들을 보면 출생률이 높았던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미국 경제는 수십 개 이상 일자리의 노동력 부족을 채우기 위해 이민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 필 요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간호조무사, 병자 및 고령자 담당 자택 도우미, 건축 현장 노동자, 조리 담당,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앞서 언급한 일자리를 포함한 여러 일자리의 절 반 이상을 외국 출생의 인력이 채울 예정이다.
-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초창기의 일부 분석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뿐 더러 많은 소동을 일으켰다. 예를 들어 2006년 진 트웬지 Jean Twenge는 『제너레이션 미 Generation Me』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역사상 자기애가 가장 강 한 세대이며 그 이유는 그들의 부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들은 부 모들에게 특별하지만, 부모 외에도 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이 대해줄 것 이라고 믿도록 아이들을 내버려둔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책의 한 대목 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아도취나 자존심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지나친 확신보다 자기 단련과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다른 평론가나 비평가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특징 들, 즉 사회에 기여하려는 욕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추구, 혹은 돈보다 는 열정을 더 추구하는 마음가짐 등에 주목했다.
- 현재 사람들이 얼마만큼 저축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미래를 잘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세계적인 금융정보 제공 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이미 2014년에 35세 미만 미국 성인 들의 저축률이 -1.8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미래를 위해 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빌리 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대침체기 Great Recession에서 좀 더 벗어나면 상황이 호전될지도 모른다. 2018년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가 실시 한 조사에 따르면 23~37세의 미국인 밀레니얼 세대 여섯 명 중 한 명은 10만 달러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 대단히 인상적인 수치다. 그렇지만 또 다른 조사들에 따르면 18~24세의 밀레니얼 세대 중 13퍼센트만이 1만 달러 이상을 저축하고 있으며, 연령대가 24~34세로 올라가면 20퍼센트 로 비율이 약간 높아졌다. 밀레니얼 세대 중 75퍼센트는 자기 세대가 다 른 세대에 비해 과소비한다고 생각하며, 20퍼센트는 집을 구입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신용카드 빚과 학자금 대출 규모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니 젊은 밀레니얼 세대의 대부분이 저축할 돈이 쪼들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2017년 기준으로 35세 미만 미국 국민들은 2001년 의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학자금 대출 부담이 약 2배나 크다. 같은 기간에 미국 젊은 세대의 순자산 중윗값은 1만 5000달러에서 1만 40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집계 통계에 유념해야 한다. 전 세계의 다른 밀레니얼 세대와 미국 같은 특정 국가의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밀레니얼 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기업이라면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모든 밀레니얼 세대를 같은 부류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2030년의 세계는 하나의 단일 세대가 아 니라 교육과 수입, 그리고 민족에 따라 정의되는 다양한 밀레니얼 세대의 하부 집단들이 상호작용하여 만들 것이다.
- 컬럼비아대학교의 데이먼 J. 필립스Damon J. Philips와 MIT의 에즈라 W. 주커먼 Ezra w. Zuckerman은 이렇게 설명한다. “개인이 집단에 대한 소 속감을 중시하면서도 제대로 소속되어 있는지 불안감을 느낄 때 더 강하 게 체제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상류층에 속한 개인은 사회적 지위에 확신이 있으므로 굳이 먼저 나서서 순응할 이유가 없다. 하류층에 속한 사람들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배척받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의 관습에 더 자유롭게 저항한다.” 순응에 대한 압박을 느끼는 쪽은 중산층이다. 그들은 순응해서 어떻게든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과 순응하지 않으면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 폭넓게 생각하면, 구세대 중산층과 함께 성장한 회사가 다시 신세대 중 층과 비슷하게 성장하고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 기업들이 신흥공업국 시장 소비자들의 선호와 관습을 잘못 이해한 탓에 벌어진 끔찍 한 결과들은 얼마든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로운 중산층들이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서 같이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예를 들 어 이베이는 중국에서 타오바오TaoBao의 실적을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 다. 중국 소비자들이 공급자와 직접 소통하는 쪽을 선호하고 이베이가 내세우는 등급 제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결과다. 월마트는 스키장은 고사하고 눈 덮인 산조차 찾아볼 수 없는 브라질에 스키를 가져다 팔려고 했고, 물건을 소량으로 구입하기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대용량 포장 상품만 계속 내놓다가 결국 매장을 철수하는 굴욕을 겪었다. 소비자들의 성향 차이를 무시한 사례는 또 있다. 인도와 중국의 소비자들은 매장이 크면 당연히 물건값도 비싸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미국 소비자들은 대형 매장에 가장 저렴한 물건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같은 신흥공업국 시장의 중산층이 성장하고 소비가 많아짐에 따 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젊은 소비자들은 부모나 조부모 세대만큼 저축을 많이 하지 않는다. -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미국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행동은 미국이 소비하는 동안 중국이 저축한다는 상호 합의를 무너뜨리는 발전상이다. 2020년 중국의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50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미국은 76퍼센트다. 2030년이 되면 중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미국과 비슷해진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자신들 을 위해 저축하지 않으면 이제는 미국이 나서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 포드의 기술자들은 이른바 일관 작업 방식으로 자동차 생산 방식을 능률적으로 표준화했다. 그리고 작업 시간을 줄이고 줄여 모델 T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12시간에서 고작 93분이 되었다. 이런 효율성 때문에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노동자들은 오히려 지루 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370퍼센트까지 치솟 았다. 다시 말해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업무에 1년에 4명에 가까운 직원 을 계속 고용해야 했다는 뜻이다. 포드는 임금을 올리면 노동자들이 지루함을 견뎌낼 거라고 생각했다.” 헨리 포드가 미국식 혁신에 기여한 내용을 홍보하는 책인 『헨리 포드The Henry Ford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니얼 라프는 “회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포드가 내놓은 제안은 단순하게 갑자기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요건과 성과 기준이 충족되면 회사가 거둔 수익을 특별 수당으로 나누어 주는 방식이었다. 『헨리 포드에 따르면 당시 회사에는 악명 높은 '사회 문제 담당 부서가 있어서 “직장 밖에서 노동자들의 행동을 감시”했다고 한다. 일급 5달러를 받기 위해서는 “금주해야 했고 가족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하면 안 되었으며 하숙인을 두지 않고 집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저축해야 했다.” 당시에는 노동자들을 가족주의적 접근방식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흔했다. “포드 자동차 회사의 감독관들은 노동자의 가정을 방문해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고 일반적인 생활환경을 살펴보았다.” 미국 중산층의 초창기 문화와 경제적 발전은 부분적으로는 헨 리 포드의 꿈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드는 포드 자동차처럼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열심히 구매하는 소비자 집단이 대량으로 형성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캔터 교수는 대처나 메르켈이 등장하기 전에 조직 안에서 여성이 빠질 수 있는 네 가지 “역할의 함정”을 이야기했다. 바로 애완동물, 유혹하는 여성, 드센 여성, 엄마다. 애완동물은 여성이 조직 안에서 진지한 상대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거의 없이 그저 '귀엽고 다정하거나 여성스러운' 모습 만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유혹하는 여성은 '못된 마녀처럼 남자를 유 혹' 하며 조직 안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의 경계 대상이 된다. 가장 곤란한 일은 자신도 모르게 '드센 여성'으로만 낙인 찍히는 것이다. 영국 애스턴 대학교 교수 주디스 백스터Judith Baxter의 설명이다. “역사나 문학작품에서 찾아보면 맥베스 부인이나 마거릿 대처쯤 되지 않을까. 그런 여성들은 그 저 거칠고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아예 남자 취급 을 받기도 한다.” 앙겔라 메르켈은 마지막 네 번째 모습, 그러니까 엄마나 여자 교장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만 받아들여진다. 촌스러운 모습에 언제나 잔소리만 해대는 꽉 막힌 원칙주의자다.
- 하지만 2030년이 가까워지면서 여성 지도자를 대하는 태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으로 유명한 갤럽Gallup의 2017년 발표에 따 르면 “상사의 성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선호도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응답자의 55퍼센트가 상사의 성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대답 했다.” 응답자의 23퍼센트는 선택이 가능하다면 남성 상사가 더 좋다고 대답했고 21퍼센트는 여성이 더 좋다고 대답했는데, 오차 범위인 4퍼센트보다 차이가 적었다. 갤럽은 1953년부터 이 설문 조사를 했는데, 당시 에는 66퍼센트가 남성을 택했고 5퍼센트만이 여성을 택했으며, 25퍼센트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흥미롭게도 2017년에 남성은 68퍼센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대답한 반면 여성은 44퍼센트만이 그와 같이 대답했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성은 연령과 교육 수준, 거주 지 역에 따라 행동과 태도가 크게 다르다.
- 도시는 크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둘로 나뉜다. 바로 가난한 자들의 도시와 부유한 자들의 도시다. (플라톤Platon, 그리스 철학자)
- 첫 번째 원칙은 '평범함의 위력'으로, 탁월한 성과는 엄청난 도약이나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대개 작은 개선들이 연이어져 나타난다는 개념이다. 사회학자 대니얼 챔블리스Daniel Chambliss는 수영 선수들을 대상으로 대 규모의 민족지학적, 정량적 분석을 하여 “최고의 성과는 배우거나 우연 히 알게 된 수십여 개의 작은 기술이나 활동이 합쳐진 결과”라고 결론 내 리고 평범함의 위력' 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1984년 올림픽 수영 3관왕 인 매리 마허 Mary Meagher는 “사람들은 성공이 사실은 얼마나 평범한지 잘 모른다” 라는 말을 남겼다. 수많은 작은 일이 동시에 자기 역할을 할 때 놀 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 작은 일들이 특별하거나 초인적인 경지에 이를 필요는 없다. 다만 꾸준히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 피터 드러커reter Drucker는 성공적인 경영자가 되는 법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특별한 재능, 특별한 적성, 특별한 훈련은 필 요하지 않다. 능력 있는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몇 가지 일을 꾸 준히 하는 능력이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의 변화가 모이면 기후변화를 늦추고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존하는 등의 큰일을 이룰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행동과학자들이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긍정적 강화 혹은 직접적인 제안으로 행동을 변화시켜 집단이나 개인의 동기와 열의, 그리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다. '부드러운 개입의 기술 개념은 영국 과학자 D. J. 스튜어트D. J. Stewart가 1999년 발표한 「아인슈타인, 마그리트를 만나다 라는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2008년에는 리처드 탈러 Richard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 cass Sunstein이 『넛지 Nudge』라는 책으로 '부드러운 개입의 과학'을 세계에 알렸다. 이들이 생 각한 기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공동의 이익은 물론 자신의 이익에도 반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탈러와 선 스타인은 부드러운 개입의 진정한 위력은 공동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모두를 이끌어내는 행동의 변화를 만드는 잠재력이라고 주장했다. 부드러운 개입은 규제나 강요 혹은 강압이 아니다. 탈러와 선스타인은 이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ibertarian paternalism' 라고 부른다. “부드러운 개입을 하려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이런 개입은 지시가 아니다.
- 리처드 플로리다 Richard Florida 는 자신의 책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The New Urban Crisis』에서 도시의 이중적 본질을 이렇게 지적했다. “도시는 낙관론자들의 찬양처럼 혁신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원이며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제시하는 모형인가? 아니면 비관론자들의 토로처럼 불평등과 사회적 분열을 더 키우는 곳에 불과한가? 도시는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2030년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많은 도시가 이런 분열을 경험할 것이다. 고학력 전문직 주민들이 신분 상승을 꾀하는 지역과 성인 인구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기능적 문맹들의 원래 거주지가 도시 안에서 혼재돼 나타날 것이다.
-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의류 산업이다. 추정에 따르면 의류 산업은 전체 탄소 가스의 8퍼센트가량은 배출한다. 국제 항공과 해 상 운송 분야가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나노 기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는 화석연료로 만들어내는 합성섬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어 준다. 폴리에스터 섬유로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가스는 면으로 만들 때보다 2배쯤 많다. 특히 몇 주에 한 번씩 형태와 기 능이 새로운 옷들이 쏟아지는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여 상황이 더욱 심 각해지고 있다. “매년 한 사람당 스무 벌이 넘는 새 옷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우리는 2000년에 비해 60퍼센트나 많이 옷을 구입하고 있다.” 2018년 《네이처 Nature》에 실린 사설의 내용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옷들 을 몇 번 입지도 않고 버리는데, 옷의 수명이 이렇게 짧아진다는 건 제조 과정에서 많은 폐기물과 탄소 가스가 배출된다는 뜻이다. 중산층 확대와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맞춰 구매 규모가 늘면서 당분간 탄소 가스나 폐기 물도 계속 많아질 것이다.”
- 예전 기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기술이 란 생태계의 일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한다. 기술 생태계들은 새로운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개방적 혁신 을 통해 빠르게 진화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환경을 바꾼다. 전자책 기술은 근본적으로 외부의 혁신자들이 소프트웨어에 관여할 여지가 적다. 그 결과 전자책의 기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독자들이 전 자책 전용 기기나 태블릿보다 종이책을 읽을 때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종이책을 보며 지금 어느 부분을 읽는지 가늠할 수 있는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Microsoft Research의 애비게일 셀런 Abigail Sellen의 주장이다. “전자책 을 사용하면 그러한 측면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전자책 개발자들 은 독자 입장에서 책을 어느 정도 읽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한 기사를 살펴보자. “전자책 전용 기기와 화면은 책을 읽어나갈 때의 두 가지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 바로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과 책 자체에 대한 통제력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앞에서 읽었던 부분이 떠오르면 다시 앞쪽을 넘겨보는데, 거기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전자책은 인터넷으로 읽을 수 있는 디지털화한 잡지만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지난 2011년에 "책으로 읽는 잡지와 아이패드로 보는 잡지”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한 살배기 여자아이가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에 떠오르는 여러 내용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아이는 이후 종이 잡지를 가져와 손가락으로 종이 위를 두드리고 움켜쥐거나 찔러보기도 한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크게 실망한다. 여자아이의 아빠는 디지털 세대로 태어난 아이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 살배기 내 딸아이에게는 종이 잡지가 그저 망가진 아이패드에 불과하다. 아마도 평생 그 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2장에서 만나본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대가 된 아이들은 전자책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기 존의 종이책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면에 문장이 펼쳐지는 방식 자체가 새롭게 진화하면 전자책도 좀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일부 작가들은 컴퓨터 전문가들과 협력해 좀 더 정교하게 독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다. 독자가 선택하여 읽고, 듣고, 보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전자책이다.”
- 카를 마르크스는 공동 저자이자 후원자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와 함께 기존의 사회질서를 타도하고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동 계급이 단결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임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전통 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상황이 더 나은가 아니면 나쁜가? 공유 계층의 등장은 불평등을 줄여줄까 아니면 오히려 더 악화시킬까? 미 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Robert Reich 에 따르면, 지금 임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버 차량 기사, 인스타카트 Instacant의 배달 대행 직원들, 에어비앤비로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 태스크 래빗으로 일을 찾는 사람들, 업카운셀upcounse)에 등록되어 있는 변호사들, 그리고 헬스탭Healthtap에서 활동하는 의사들, 아마존이 운영하는 메커니컬 터크 Mechanical Turks를 통해 온갖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런데 라이시 전 장관은 이런 일자리들은 일하는 보람도 없을뿐더러 수입도 적다고 주장한다. “여 기서 '공유' 경제라는 말은 그저 듣기 좋은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스러기를 공유하는 경제일 뿐이다."
라이시는 공유 경제를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들을 임시적인 자유 계약 노동자들, 그리고 파견 노동자 등으로 바꿔가며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의 결정체로 본다. 더 넓은 범위의 임시직 경제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증가와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는 노동력 공급자의 입장에 있는 독립적인 하청 업자들이 포함된다. 경제학 자로서 오바마 행정부 경제 자문을 맡았던 로렌스 카츠Lawrence Katz와 앨런 크루거 Alan Krueger는 2005~2015년에 이런 임시직 노동자들의 비중이 전 체 노동자의 10~16퍼센트 가까이 늘어났다고 추산한다.
공유 경제에 비판적인 인물은 라이시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 Guy Standing은 이런 노동자들을 일컬어 “불안한 노동자 계층”, 혹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프레카리아트란 이탈 리아어로 '불안정하다'는 뜻인 '프레카리오precarid'와 독일어로 '노동 계급'을 뜻하는 프롤레타리아트proletana'의 합성어다. 스티븐 힐steven Hill은 2016년 《살롱salen》에 실린 기고문에서 공유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신생 기업들의 진화 과정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 해 많은 기대를 받으며 시작된 이 기업들은 처음에는 개인 대 개인의 경 제적 교류에 대한 사람들의 역할과 사회의 대응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것 을 다짐하지만 결국 임시직 일자리를 중개해주는 늘 보아오던 기업이 되 어갈 뿐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 라지고 만다. 힐이 펴낸 유명한 저서 『부당 대우: 우버 경제와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미국의 노동자들을 압박한다 Raw Deal: How the Uber Economy and Runaway Capitalism Are Screwing American Workers는 제목이 모든 내용을 설명해준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 단체인 미국 고용법 프로젝트 National Employment Law Project의 활동가 레베카 스미스Rebecca Smith는 임시직 경제가 모든 노동자가 가내수공업 형태로 물건들을 만들어 팔면서 “스스로 노동력을 소개하고 팔아야 했던 시절로 모든 것을 되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스미스의 관점에서 임시직 경제와 이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과거에 농장 에서 일하던 계약 노동자, 노동이나 상품 중개인,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 소개소 등이 일하던 방식대로 움직일 뿐”이다.
- 나에게 한 국가의 화폐를 발행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만 준다면 누가 그 국가를 지배하든지 아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이어 암셸 로트실트Mayer Amschel Rothschild,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조)
- 새로운 흐름과 싸우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래와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라. 그 흐름이 순풍이 되어 당신을 앞으로 이끌어줄 테니까. (제프 베조스)
- 대규모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처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어리석은 믿음은 뭔가 거창하게 행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에 시달릴 때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최초로 시가 총액 1조 달러에 도달한 애플의 사례는 작은 생각들을 모아 각 단계마다 수평적 사고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처음부터 파격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애플은 관련 업계의 생태계를 교란할 만한 컴퓨터와 휴대전화, 그리고 음악이나 여가 활동을 위한 기기에 이르는 없어서는 안 될 신기한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들은 기존에 있던 제품이나 사업을 변화시키려는 작은 노력들의 결과 물들이다. 애플은 언제나 새로운 조합과 배열, 수평적 연결을 염두에 둔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뉴요커》에 “작은 변화들 The Tweaker”이 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월터 아이작슨 walter Isaacson 이 쓴 잡스의 전 기를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로 음악을 재생하는 장치도, 스마트 폰도, 태블릿 컴퓨터도 직접 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개발자들을 독려해 연이어 스무 차례 이상 반복해서 기존의 기술에 변화를 주도록 했다. 다시 말해 작은 변화가 계속 이어지게 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애플은 고객들에게 제품들을 계속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이 각각의 점진적 변화나 개선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기술의 혁신을 예상하고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실현된다. 애플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듯하다. 잡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헤쳐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행동에 관한 계 획을 미리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진행 상황에 따라 개선 방법을 찾는 데 주 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애플이나 잡스의 접근 방식은 언제,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실수했는지 깨닫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의견들도 늘 주의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꾼다. 이른바 '앞의 결과들을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이다.
- 선택의 여지를 항상 열어두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겠는가? 탈출할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달리는 것 같은 결정은 하지 말라. 수평적 이동을 가로막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리라고 예상되는 결정은 하지 말라.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는 일은 경제 상황이 불확실할 때 '리얼 옵션real option'을 확보하는 일과 비슷하다. 경제가 불확실할수록 리얼 옵션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렇다면 매킨지 같은 상담 전문 업체의 논리적인 설명을 들어보자. "리얼 옵션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의사 결정권자가 지속적으로 비용을 낭비 하는 일 없이 다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매 킨지의 전략 투자 부문 부책임자 휴 커트니 Hugh Courtney의 주장이다. 이 전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위험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 같은 극단적 선택 사이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깨닫고 양자택일 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자는 의미다.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면 불확실성이 커질 가 등이 있지만 행동의 제약도 줄어든다.”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처음부터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커트니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최고의 전략을 구사하는 결정권자라면 선택의 여지를 두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 그 결정 자체에도 선택의 여지'를 두어야 하며, 실제로도 체계 적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대안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교훈은 우리 모두가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가올 변화들이 우리의 의표를 찔러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것이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소개해 잘 알려진 것처럼 이스터섬의 운명을 가른 계기는 10여 개에 달하는 토박이 씨족들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커진 모아이들을 보면 씨족 지도자 들의 경쟁이 그 원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십중팔구 서로가 더 낫다 는 우월감을 자랑하기 위해 더 큰 조각상을 만들어 세웠으리라.” 다이아 몬드의 주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먼저 인구가 증가하고 모아이를 통한 경 쟁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농작물 재배와 모아이 운반을 위해 나무들이 잘려나갔고 생물학적 다양성이 사라졌으며 이윽고 식량 생산이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근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났고 식인이 자행될 정도로 문명이 퇴화했다.” 그런데 인류학자 테리 헌트Terry Hunt와 고고학자 칼 리포Carl Lipo는 공동 저서 『걷는 모아이 The Statues Walked 를 통해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섬의 숲을 황폐화하고 생태계를 파멸에 가깝게 몰고 간 것은 모아이를 통한 무 분별한 경쟁 때문이 아니다.” 숲은 원주민이 아니라 이들이 처음 정착할 때 따라 들어온 쥐들이 파괴했다. 발굴한 무기며 싸움으로 죽었다고 판명 된 유골들이 적은 걸 보면 씨족들끼리 그리 치열하게 다툰 듯하지도 않 다. 원주민들은 이 척박한 화산섬에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수평적 혁신을 시도했다. “이스터섬은 텃밭이 끝없이 이어진 듯한 형태로 변모해갔다. 그중 2500여 개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누구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 있는지 판단하기 전에 중요한 문제는 이 석기시대 문명이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처음에는 크게 번성했다는 사실이다. 이스터섬은 자원이 풍족했던 적이 없다. “이스터섬의 사례는 생태학적 자살이 아니라 혁신을 도입한 섬 주민들의 끈기와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진정한 수수께끼는 이 태평양의 섬 사회가 왜 붕괴했는가가 아니라 그렇게 작고 고립된 섬에서 어떻게 수백 년이 넘는 세월을 잘 견딜 수 있었느냐다. 중요한 천연자원이 전혀 없는 곳에서 말이다.
이스터섬 주민들의 혁신 역량은 바퀴도 가축도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모아이 조각상을 만들고 옮긴 기술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실험에 따르면 스무 명이 되지 않는 인원으로 섬에 한 곳뿐인 채석장에서 만든 조각상 을 똑바로 세운 뒤 잘 다듬은 길을 따라 걷는 것처럼 뒤뚱거리며 움직이 게 할 수 있었는데, 조각상에 밧줄을 연결해 시계추가 움직이듯 양 옆에서 정교하게 끌고 잡아당기는 작업을 반복해 이동시켰다고 한다. 그렇다면 섬의 나무들을 소모해가며 썰매나 굴림대 등을 만들어서 조각상을 나를 일은 없었던 것 같다.
- 공동 저술한 책을 통해 이스터섬의 역사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 고고학자 폴 반Paul Bahn과 식물학자 존 플렌리John Flenley 가 그 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이스터섬의 역사에는 우리가 사는 행성을 위한 교훈도 있지만 동시에 역경을 극복하고 혁신하는 인간의 역량에 대 한 희망적인 사례도 들어 있다. 섬의 원주민들은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 로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두 사람의 결론에 따르면 이스터섬만의 교훈은 몰락이 아니라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진행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얻을 수 있다. 인류학자 데일 심슨 주니어Dale Simpson Jr 에 따르면 섬의 각 기 다른 지역에 살던 씨족들은 경쟁하거나 다툰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 려 “서로 협력하며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하는 삶의 형태를 지속” 한 듯하다. 필요할 때마다 각 씨족들이 섬의 자원을 공유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더 큰 모아이 조각상을 만드는 경쟁 속에서 섬이 붕괴해갔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심슨의 주장이다.
-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스터섬 원주민들은 문화를 바꾸는 일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원주민들은 “태평양 섬 주민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상들을 신격화하여 숭배하는 종교”를 "유일한 창조주 마케마케를 숭배하는 종교로 바꾸고 대부분의 의식이나 축하 행사도 다산과 풍년을 기원하는 데 집중했다. 새로이 바뀐 문화적 관습에는 “새 인간birdman”을 선택하기 위해 “첫 번째로 새의 알을 가져 오는 경주가 포함되어 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의식의 승자가 다음 1년 동안 씨족들을 다스리며 제한된 자원을 관리하는 평화롭고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따라서 이스터섬 주민들은 유럽 사람들이 찾아오기 오래전 부터 모아이 조각상을 만드는 소모적인 경쟁을 그만둔 상태였다. “적어도 1500년 이후부터는 모아이를 전혀 만들지 않거나 아주 적은 수만 만들어 세웠다고 추정된다.” 새 인간 의식은 부족한 자원을 각 씨족과 나누며 관리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엘리너 오스트 롬이 제안한 내용과 비슷하다. 우리는 지질학자 데이비드 브레상 Davil Bres. san 의 주장처럼 선사시대의 이스터섬은 “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빼앗긴 사 회”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2030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보존하고 혁신을 쉬지 않으면서 선택의 폭을 계속 넓혀야 한다. 우리가 좀 더 친환경적으로 행동하면 일상적인 적응과 수평적 사고를 통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적 위협 들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일의 중요성은 경제와 기술의 여러 분야에 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다음에는 어떤 경제적, 기술적 변혁이 일 어날지 궁금해하지만, 발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뒷받침해줄 흐름이 미처 일어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한 발명품의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사실 많 은 기업가가 오랫동안 잊혔던 깨달음이나 장치들을 되살려 성공했는데, 그들은 다만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몇 년이나 몇십 년, 심지어 몇백 년이 지난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을 뿐이다. “기술 산업을 오랫동안 지켜보면 비슷한 발상들이 재활용되는 현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타났기에 인정받지 못했을지도 모를 발상들이다.” 론 밀러 Ron Miller와 알렉스 윌헬름 Alex Wilhelm의 말이다. 웹밴WebVan은 1990년 대에 인터넷으로 장을 대신 봐주고 배달까지 해주는 사업을 선보였지만 이 흐름이 시장을 주도하려면 20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IBM은 1992년 에 터치스크린이 있는 최초의 스마트폰 사이먼simon을 출시했다. 아이폰 이 등장하기 15년 전의 일이었다. 정보 권한 관리 information rights management 라는 개념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가 되기 몇 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컴퓨터는 아이패드보다 적어도 10년은 앞서서 선을 보였고, 포인트캐스트PointCast는 트위터보다 10년 전에 올리는 글의 길이를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독창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은 아 니다.” 밀러와 윌헬름의 결론이다. “기업들이 처음 시도하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세상이 이 개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아닐까.” 무르익 지 않은 때에 등장한 기업들은 종종 실패를 맛보지만 때를 기다린 기업들 은 성공한다. “적절한 때를 만난 생각을 거부할 수는 없다.” 프랑스 문학 의 거장 빅토르 위고 victor Hugo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