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라면 마음청소
- 청소의 네 가지 원칙
1. 청소도구나 세제는 간단하게 구비한다. 꺼내기 쉬운 정해진 위치에 놓는다.
청소도구나 세제는 심플하게 최소한의 수량만 갖추도록 하 자. 나는 청소도구로는 먼지떨이, 청소기, 수건을, 세제로는 중성세제와 클렌저cleanser(주로 규산 광물 등을 연마재로 포함한 식 기 및 금속기 세정세제 - 옮긴이)를 사용한다.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항상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수건 하나로 어디든 청소한다. 마른 수건과 젖은 수건만 있으면 집안 어디든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 청소도구는 사용한 후 그때그때 빨거나 관리한다. 다음번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2. 일상생활에서 '더러움 빼기를 습관화한다.
사용한 물건을 쓱 '한번 닦아준다. 평소에 생활하면서 무언가 행동할 때마다 더러움을 빼 나가면 '그래, 해보자!' 하고 기합을 넣지 않아도 어느새 더러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독일에서 돌아온 이후 줄곧 이를 습관으로 삼아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청소방법이 소중하다.
3. 같은 동작을 동시에, 오랜 시간 반복하지 않는다. 55분 안에 제거되지 않는 더러움은 그 이상 같은 동작을 반복 한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찌든 때는 몇 번에 걸쳐 닦고 문 질러서 조금씩 없애나가는 편이 지치지 않는다. 50대에는 '더러움은 완벽히 제거할 수 없다'라는 체관의 경지에서 무슨 일이든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도 중요하다.
기름때와 물때를 동시에 닦거나 문지르지 않는 것도 지혜 로운 청소 비결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주방 기름때 청소를 한 후에 욕실 청소를 하면 상당히 피곤하다. 물과 기름은 청소 세계에서도 궁합이 안 좋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바닥을 닦는 동작과 유리창을 광나게 닦는 동 작은 같은 날에 하면 몸이 매우 피로하다. 청소하기를 좋아 하고 체력에 자신이 있다 해도 격렬한 동작을 무리하게 하면 몸과 마음 모두 고갈되기 마련이다. 문질러서 광을 내는 청소와 그냥 닦는 청소는 따로 구분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4. 청소 시간과 장소를 정한다.
한군데만', '5분 이내'를 모토로 삼는다. 쓱 닦기만 해도 70 퍼센트의 더러움은 제거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깨끗하고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특히 넓은 장소, 체력이 필요한 장소는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시간을 분배해 청소한다.
- 청소의 기본동작은 '털기’, ‘쓸기', '닦기', '광내기다. 이 네 가지 동작이 기본이다. 피로하거나 체력에 무리를 주지 않는 청소의 비결은 이 네 가지 동작을 항상 '동시에 하지 않고', '오랜 시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더러움 빼기 3종 세 트’를 여러분의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들면 매일 하는 청소는 '닦기만 으로 충분하다. 더러움이 찌들 때까지 방치하면, 시간과 체력을 요하는 '광내는' 동작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청소를 손쉽게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공간을 더럽히지 않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 더러움을 쌓아놓지 않 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자, 이제 더러워지면 즉시 닦아내자. '광내는 동작이 필요해지기 전에 말이다. 그러면 청소가 ‘닦기'만으로 끝난다. 청소 줄이기는 ‘닦는' 동작에서 시작된다.
- 청소 노하우
1. 유리창은 흐린 날, 신문지로 닦아낸다.
한동안 게으름을 피웠더니 유리창이 더럽다. 일단 젖은 수 건으로 한 번 닦아낸 후 양손에 마른 신문지를 움켜쥐고 원을 그리듯 뱅글뱅글 닦아준다. 물에 녹아내린 오염물을 신 문지가 흡수하는 한편 유리 표면에 묻은 신문지 잉크 기름이 왁스 효과를 발휘하여 놀라울 정도로 반짝반짝 유리 표면에서 빛이 난다. 이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 사용한 신문지는 그냥 버리면 되기 때문에 뒷정리도 간편하다. 유리창은 흐린 날에 닦아야 한다. 이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삶의 지혜다. 유리에 빛이 덜 반사되어 더러움이 확실히 보일 뿐 아니라 습기 덕분에 더러움을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상한우유로 화장실을 청소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채 깜박 잊고 안 마셔서 오래된 우유가 있는가? 아까운 우유를 그냥 버리지 말고 싱크대나 화장실 닦을 때 사용해보라. 물때도 사라지고 마치 왁스를 칠한 것처 럼 반들반들, 반짝반짝 빛이 난다.
3. 플리스 소재의 양말은 먼지 제거에 탁월하다.
요즘 플리스fleece 소재의 의류와 양말이 유행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플리스 양말 덕을 톡톡히 봤다. 신은 지 오래된 도톰한 플리스 양말은 먼지를 제거하는 데도 최고다! 장갑처럼 손에 끼고 선반이나 마루, 가구 등 생각나는 대로 어디든 다 닦을 수 있다.
부드러운 소재여서 물건에 흠집이 날 염려도 없다. 정전 기로 먼지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사용한 후에는 먼지를 털어내고 빨면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4. 바닥 청소에는 빗자루가 최고다!
지방에서 내 강연을 들은 분이 멋진 종려나무 빗자루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전통공예품인 빗자루. 그 빗자루를 보니 어렸을 적 어느 집에나 벽에 빗자루가 걸려 있던 모습이 떠 올라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빗자루를 매달아 두는 것은 빗자루 끝이 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 최고의 수납방법이 었을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 빗자루를 실내장식 겸 현관에 있는 코트 걸이에 걸어 두었다. 그러면 방문하는 손님마다 멋진 빗자 루네요' 하며 빗자루 하나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운다.
빗자루를 받자마자 사용했는데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마음 내킬 때,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바닥 청소를 효율적으 로 할 수 있다. 외출하기 전, 집에 돌아와서, 책을 쓰다 피곤 해졌을 때 등등 언제든 가능하다.
빗자루로 쓱쓱 바닥을 쓸어내다 보면 기분전환이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우리 집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는데, 종려 나무에 포함된 천연유가 나무의 광택을 더해주는 듯하다.
5. 냄비 얼굴은 과일 껍질에 맡겨라
적은 양의 요리를 할 때면 항상 편수 알루미늄 냄비를 애용 한다. 알루미늄 냄비는 사용하다 보면 거무스름해져서 가끔 물을 넉넉히 담은 후 사과 껍질을 넣고 부글부글 끓여준다. 은은한 사과 향과 함께 사과산의 작용으로 냄비가 깨끗하게 변신한다.
레몬이나 귤껍질을 넣어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 다. 청소에 과일 껍질을 활용하면 친인간적,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청소 자체가 즐거운 이벤트가 된다.
6. 와인 디캔터 청소에 감자 껍질이 제격이다.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우리 집에서는 주둥이가 작은 디캔터 decanter를 청소하는 데 감자 껍질을 사용한다. 디캔터에 감 자 껍질과 물을 넣은 후 손으로 입구를 막고 칵테일을 만들 때처럼 흔들어준다. 그러면 유리에 흠집 내는 일 없이 감자 껍질에서 나오는 전분이 더러움을 흡수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 감자 요리를 하고 껍질이 남았을 때가 우리 집 디캔터를 청소하는 날' 이다.
7. 파스타 삶은 물만 있으면 세제가 필요 없다.
쉬는 날 홀로 브런치를 즐길 때는 파스타를 먹기로 정했다.
이때 파스타 삶은 물을 사발에 담아 놓았다가 기름기로 더 러워진 식기나 조리 기구를 씻는 데 사용한다. 식기에 묻은 기름때 대부분은 세제를 사용한 것처럼 제거된다. 전분이 포함된 쌀을 삶은 물에도 동일한 효과가 있다.
8. 모기향의 재는 천연 클렌저
여름철 숲속 우리 집에서는 모기향이 맹활약한다. 요즘은 모기향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모기향의 향과 함께 그리운 어린 시절의 여름이 되살아나곤 한다. 타고 남은 모기향의 재는 알칼리 성분이 강하고 입자가 작아 클렌저로 쓰기 아 주 편리하다. 마른 스펀지에 묻혀 가스레인지를 닦을 수도 있다. 모기향은 전기요금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클렌저로 사용할 수 있다.
9. 까맣게 탄 냄비는 햇볕에 말린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다른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 는 일의'의 고수다. 하지만 가끔 실수할 때도 있다. 얼마 전 에도 간단한 음식을 만들다가 글 쓰는 데 푹 빠져 눈 깜짝할 사이에 냄비를 새까맣게 태워버리고 말았다. 냄비를 클렌저 나 딱딱한 스펀지로 있는 힘껏 문질러 보아도 쉽게 제거되 지 않았다.
이럴 때 소란 피우고 당황할 필요 없다. 까맣게 타버린 냄비를 햇볕에 바싹 말려준다. 그런 다음 바짝 마른 그을음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햇볕은 까맣 게 타버린 냄비를 치유해준다. 기억하라. 냄비가 까맣게 타버렸을 때는 말려서 제거 한다!!
10. 카펫 청소는 눈 오는 날 한다. 도쿄는 눈에 약한 대도시다. 교통이 마비되고, 도로 또한 눈 에 익숙하지 않은 차들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고 만 다. 올겨울 많은 눈이 쌓였을 때 익숙하지 않은 눈 쓸기를 하느라 아침부터 고군분투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독일에서 배운 대로 카펫을 청소한 다. 이 청소방법에는 그 옛날 할머니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일단 우리 집 현관에 있는 어린아이 키만 한 크기의 카펫을 눈 위로 옮겨다 놓는다. 그다음 약 30분 동안 카펫을 뒤집어 놓는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빗자루로 눈을 털어내고 바싹 말려준다. 이렇게 하면 먼지가 제거되고 카펫의 빛깔과 문 양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니 신기할 따름이다.
11. 방충망 청소는 비에 맡기자
비가 내리던 날 이웃에 사는 70대 할아버지가 창에서 떼어낸 방충망을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세워놓았다. 이는 예로부 터 전해져 내려오는 '할머니들의 지혜'에 등장하는 방충망 청소법이다. 나는 오래된 청소법이 함의하는 상상 이상의 합리성에 매번 감탄하고 만다. 빗물이 방충망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씻어 내린다. 정말 지혜롭고 편리한 청소법이다.
안타깝게도 방충망이 잘 분리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기대어 세워놓을 장소조차 없는 우리 집의 경우에는 불가능한 방 법이긴 하지만.... 분리하기 어려운 방충망은 양손에 수건을 들고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닦아내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 렇게 하면 찢어지기 쉬운 방충망이 손상될 염려가 없다.
- 물건을 두지 않은 바닥은 구석구석 청소가 잘 되어 깨끗 하고 깔끔하다. 물건에 발이 걸려 다칠 일도 없으니 병원비 가 들지 않아 돈이 모인다고 한다. 바닥에 물건이 없으면 청 소하기 편할 뿐 아니라 시각적 쾌적함의 효과가 배가 된다. 방도 더 깨끗하고 넓게 보인다. 물건을 두지 않은 바닥을 보 면 마음도 안정된다. 그야말로 여유로움' 그 자체다. 노후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꼭 체득해야 하는 최우선 습관이다.
- 혼자 살 때의 식기는 다음 정도면 충분한다.
1. 일식, 양식 식기(지름 25센티미터와 21센티미터의 접시 두 창) 뜨거운 음식을 담은 접시를 두 장 포개어 내면 혼자만의 식 사도 화사해진다. 큼직한 접시에 두 종류 이상의 반찬을 올려놓으면 세련된 원 플레이트 런치를 즐길 수 있다.
2. 시리얼볼(지름 약 15센티미터의 볼 세개)
보통은 수프, 오트밀, 시리얼 등을 먹을 때 사용하는데, 영국과 독일에서 생활할 때 된장국을 담아 먹는 데 편리하게 사용했다. 된장국을 담을 그릇이 따로 있다면 샐러드볼로 활용해도 좋다.
3. 찻잔과 소서(3인조) 찻잔과 소서 saucer는 손님용으로 적어도 3인조 정도 있으면 좋을 듯하다. 1인용의 경우 머그잔만 있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가끔은 호화로운 찻잔에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좋다.
4. 고블릿(두 개)
고블릿goblet이 두 개 정도 있으면 물 마시는 용과 와인 마시는 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와인 잔 두 개 를 추가한다.
5. 스푼큰 스푼, 작은 스푼 각각 세개)
큰 스푼은 카레나 스튜용으로, 작은 스푼은 커피나 홍차 등을 마실 때나 디저트용으로 사용한다.
6. 나만의 첫가락(한벌)
애착이 가는 나만의 젓가락을 정한다.
- 조리도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깊이가 있는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고기를 굽고, 오믈렛을 만들고, 팬케이크를 굽고, 볶음밥을 만드는 등 무슨 요리에는 겸용할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하지만 배가 부르면 아무 생각하기 싫고 졸음만 온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적으면 적을수록 생활 속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지혜가 떠오른다.
- 모든 일을 자기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지치고 고갈된다. 아직 건강한 지금부터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은 맡기는 힘'을 갈고 닦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잘 빌릴 수만 있다면 상상 그 이상으로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부담이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