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 2세대, 포스트 밀레니얼, 주머zoomer, 또는 1세대로 명명되는 이들은 인 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는 최초의 세대다. 2세대 최연장자 축에 속 하는 이십대 중후반은 월드와이드웹이 대중 앞에 등장한 1995년 전후 로 태어났다. 디지털 시대의 무궁무진한 정보와 무한한 연결의 가능성 만을 경험하며 자란 첫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2세대는 인터넷 없는 세상을 아는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 식으로 형성되고 세상과 대면한다. 이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을 딱 떨어지게 구분하지 않고 넘나든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낯선 디지털 세상을 항해해야 했기에,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깨쳤다. 그러면서 이들 세대만의 일상적 문화가 만들어졌고, 점차 다른 세대까지 퍼져나갔다. 모두의 일상이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옮겨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그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코로 나 시대는 곧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2세대가 주도하는 흐름을 사회 전체가 따르기 시작한 기점으로 볼 수 있다.
- 변화할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2세대에게는 실현하고픈 세상이 존재한다. 이들의 말을 귀 담아들어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깨우칠 수 있다. 2세대는 언제 어디 서나 진심일 것, 자신이 누구인지 알 것, 자기 행복에 책임을 질 것, 친구 들을 지지할 것, 재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다수에 게 열려 있는 제도를 만들 것, 다양성을 포용할 것, 더 친절한 세상을 만 들 것, 자신의 가치대로 살 것을 가르친다.
- 기술이 진화할수록 관련된 사회적 규범과 행동도 달라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1세대 휴대전화로 SMS 문자를 보내던 사람들은 이 른바 '텍스트스피크' 속어에 익숙했다. 예를 들어 cu 18r(see you later), gr8(great), 2mrw(tomorrow)처럼 알파벳 자리에 숫자를 넣 거나 :-)와 :-/처럼 표정 이모티콘을 만드는 식이었다(이모티콘에 '코’를 넣은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숫자 키패드를 여러 번 눌러 글자를 조합 해야 했던 폴더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시절에는 단어가 글자 하나 로 축약되었고 숫자로 특정 발음을 표현하고는 했다. 이후 완전한 키보 드가 장착된 블랙베리폰과 터치스크린이 달린 아이폰이 나오면서 단축 키는 필요 없어졌고, 숫자로 글자를 대신한다는 사회적 규칙은 한물간 것이 되었다.
- 디지털 기술과 그와 관련된 사회적 규범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세대 차이는 극명해진다. 2세대의 부모라면 자녀에게 “okay"라고 문자 를 보낼 때 그 차이를 실감했을 것이다. “okay" "ok" "I" "KK" "K”를 비롯한 다양한 표현들 중에 무엇이 적당한 표현일까? 포스트 밀레니얼 은 이 다섯 가지 반응을 전부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만약 답장이 “k.”라고 오면 두 가지 의도가 읽힌다는 점에서 '큰일났다'는 것을 의미 한다. 첫째, 소문자를 썼다는 것은 작성자가 굳이 시간을 써가면서 자동 적용된 대문자 기능을 '되돌리기'했다는 의미다(스마트폰으로 문장을 작 성할 때 첫 알파벳은 자동으로 대문자로 표시된다). 둘째, 글자 뒤에 마침 표가 찍혀 있다. 작성자가 시간을 들여 이렇게 '맞춤형' 반응을 표현했다는 것은 확실히 불쾌감의 표현이다. 반면 “kk"에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함의가 있다. 글자 하나만 달랑 보낼 때의 퉁명스러움을 신속하고 간 편한 방법으로 완화한 것이다.
아무래도 문자 기반 소통에는 어조와 몸짓언어처럼 대면 대화에 서 익히 주고받는 신호들이 빠져 있다. 이에 2세대는 글자를 활용해 어 조를 달리하는 법을 완벽히 체득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말했다. “나 는 문자로 나 자신을 훨씬 잘(심지어는 어조까지 느껴지게 표현할 수 있 다." [일라이자] 포스트 밀레니얼은 문자와 메시지가 자칫 빈정거린다거 나 무례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는 것을 알기에 '요란한' 대문 자, 쉼표, 마침표 등을 피해 나름의 전략을 고안해냈다. 이들은 웃는 얼 굴 이모지를 일종의 연화제이자 사회적 윤활유로 활용한다. 물결표(~), XML 클로징 태그(</s>>, 윙크하는 이모지, 별표(*)를 비꼬기에 써먹는 다. 또 문장 안에서 어디에 쓰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lol(크게 웃다laugh out loud 또는 웃음 가득lots of laughs의 약어)을 이용해 비꼬기 부터 누그러뜨리기, 수동적 공격 등을 표현한다.
- 전화기는 계속 울려댔고, 전화를 받은 위니프리드는 안주인에게나 아널드에게, 또는 두 사람 모두에게 온 하찮고 쓸데없는 메시지들을 매번 안주인에게 전달했다. 전화기. 다른 집에 있어도 서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람들이 발명한, 그런 물건이었다. (로즈 매콜리, 『크루 트레인』(1926) )
- 포스트 밀레니얼의 정체성은 탐색 과정에서 바뀔 수도 있는 일련의 특성들을 아우르는 만큼 미세한 조각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탐색 과정을 거치면서 정체성은 점점 더 정밀해지고, 여러 가지 정체성 표지 를 받아들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마커스처럼 기 독교도이자 게이이고 아시아계 영국인 1세대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 는 것이다. 인터뷰 참여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명확하게 언어 화하는지 매번 놀라울 정도였다. 이들이 정체성 선언에 유창한 이유를 하나 꼽자면, 여러 특성 중에서도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의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합의가 세대 전반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일 것 이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고유한 자아를 탐색하고 구성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정체성 요소들을 개인이 직접 다듬어 결합한다 는 데 있다. 이렇듯 스스로 탐색해가는 정체성은 이 세대가 대단히 가치 있게 생각하는 또다른 개념, 진정성과 밀접하게 엮인다. 2세대는 자신 들이 일치감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민족 또는 젠더 공동체에 (이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솔직해야 하며 위선적으로 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은 2세대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 포스트 밀레니얼은 정체성이란 거대한 사회집단 내에서 스스로 주장하고 개인적으로 형성해야 할 사회적 개념이라는 생각을 물려받은 세대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 다. 이를 촉발한 사회적·정치적·정책적 경향은 이들이 태어나기 수십 년도 전에 시작된 것이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이들이 겪는 사회 화의 여러 측면이 이 경향을 한층 강화했다. 2세대 사이에서 정체성 형 성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며, 1980년대 대학가에 등장했던 '정체성 정 치'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아주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실제 2세대가 언급한 정체성은 훨씬 미묘하고 세밀했으며, 빠르게 변 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반응했다. 즉, 포스트 밀레니얼은 정체성 형성 과정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훨씬 더 확장하고 발전시켰다.
-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정체성은 20세기에 정립되었다. 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 철학자 찰스 테일러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낭만주의에서 기원을 찾은 '표현적 자아의 기획에서부터 시작됐는지 도 모른다. 36 하지만 2세대의 정체성 논의가 새로운 지점은 이들이 정 체성을 역설적이게도 복잡한 동시에 명료한 특성들의 집합으로서 언명 한다는 점이다. 정체성은 각자 특성의 조합이 고유하고 자발적 선택에 기인하며 창의적이라는 점에서 복잡하고,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즉시 전달된다는 점에서 명료하다. 이들에게 정체성이란, 인생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내가 누구인가'를 기록한 비망록이자 광고문인 셈이다. 즉, 정체성은 디지털 시대에 딱 맞는 공적이면서 사적인 자기표 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스스로 라벨 붙이기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 캔슬 컬처와 관련해 새로 등장한 말도 있다. (누군가를) 콜링 아웃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을 공격적으로 지적하는 것을 의미하고, (누군가를) 콜링인 한다는 것은 좀더 점잖게 지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를 엎지르다 (진실이나 소문을 까발리다)라거나 그림자를 드리우다(모욕하 거나 못마땅하게 바라보다)라는 표현은 캔슬 컬처에서 은근한 듯 은근하 지 않게 보복하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러한 표현은 인터넷에서 유명 해졌지만, 그 유래는 1960년대 드래그 문화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어 로 거슬러올라간다. 특히 젊은 흑인 여성들의 언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1세대 말뭉치를 보면 포스트 밀레니얼의 언어에서 취소, 고스트, 차단 같은 단어의 빈도수가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높다. 17
캔슬 컬처와 '무대에서 끌어내리기 deplatforming"를 옹호하는 포 스트 밀레니얼은 이를 단순히 사적인 무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이고 정치적인 도구로 인식한다. 이전장에서 J. K. 롤링과 트랜스 문화를 논할 때 언급했던 에이자 로마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캔슬 컬처는 한 개인 또는 그의 작업물이 갖는 문화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 단적 결정으로 보아야 한다." 18 캔슬 컬처에는 소외 집단과 연대하고 그 들을 지지하기 위해 편견이라 여겨지는 것에 맞서 그것을 끌어내리려는 집단적 목소리가 갖는 힘이 담겨 있다. 공정에 관한 관심과도 맥을 같이 한다. '평등'이 모두를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이라면 '공정'은 소외되고 다 양한 집단이 본래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에 가깝다.
- 정체성은 진정성 개념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포스트 밀레니얼의 세상 에서 정체성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고, 정체성 형성에 진정성이 빠져 있으면 깊은 불신의 대상이 된다. 대학 교육과정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부터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쟁까지, 정체성과 관련 한 모든 투쟁이 과열되는 이유다. 문화 정체성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상징과 실재의 구분이 사라지고, 투쟁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문제로 체감된다.
포스트 밀레니얼이 자신에 관한 진실을 명료하고 진정성 있게 발화한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신과 타인에게 드러낼 수 있는 미 립자 정체성 표지를 소유한다는 의미다. 만약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자유롭지 않고, 남들 역시 스스로 누구인지 말할 수 없 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섣불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은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규모와 범위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 도록 어마어마한 선택지를 주었다. 그렇다고 뭐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소속된 공동체와 자신이 감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물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누구도 대신 말해 줄 수 없다.
- 포스트 밀레니얼은 정체성에 들어맞는 소속 공동체를 찾는 과정에서 유연성과 안정성, 그리고 자유와 안전함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 한 다. 개인 정체성의 여러 측면에서 유동성과 유연성 요소가 발견되듯이, 이들이 소속되는 집단에도 마찬가지 속성이 확인된다. 이들은 정체성 이 명료해지고 삶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집단에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 복하는데, 이 과정 내내 한 개인의 진실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들이 실천하는 디지털 삶의 기술이라 볼 수 있다. 2세대는 친밀감을 느끼는 곳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나서 비 로소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과 관계 맺기를 해나간다. 한 인터뷰 참 여자의 말대로 “다 이유가 있어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앤디] 집단 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다듬어진다. 변화는 정체성 일부가 집단 내부에 서 생략되거나 배제되거나 비가시화된다고 느낀 개개인이 힘을 합쳐 주도한다. 이 개인들은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언명하고 지키기 위해 공동체의 정체성에 변화를 주자고 주장하는데, 만약 저항에 맞닥뜨리 면 망설임 없이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떠난다
- 협업과 가벼운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은 앞서 언급한 이 세대의 지향성과 가치, 특히 개인 정체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정과 공동체 합의에 대한 열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협업을 지향하면서 개인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해주는 사회구조를 발견하기란 앞으로도 포스트 밀레니얼의 과제가 될 것이다. 산업 시대의 유산인 위계적 사회구조의 약점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과제는 더욱 중요해 졌다. 공장들은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각각의 기능과 부품을 조직화하 는 톱다운 리더십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각자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노동자들의 힘을 합쳐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이 요구된다. 몇몇 학자들은 이미 디지털 시대의 ‘동료 생산peer production' 방식이 위계적인 사회구조를 대체하게 될지, 그 방식은 어떠할지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 2015년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현재 미국에는 지배적인 가족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부모들 은 가족 형태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상황에서 자 녀를 양육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제2차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0년에는 지배적인 가족 형태가 존재했다. 당시 아동의 73퍼센트는 서로 초혼인 부부가 꾸린 가정에서 양육되었다. 1980년에는 그러한 가족 구조에서 자라는 아동이 61퍼센트였다. 현 재는 그 비율이 절반 미만(46퍼센트)이다.
또한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많은 아동이 부모가 갈라서거나 파트너를 바꾸면서 생활환경이 바뀌는 유동성과 변동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쭉 혼자 사는 인구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시 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16년부터 203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어떤 가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 기간에 1억 2천만 명의 1인 가구가 새롭게 생겨날 전망이다"라고 관측했다. 포스트 밀레니얼에게 가족이란, 유동적이고 다양하며 선택 가능한 것이다.
- 몇몇 2세대는 결혼을 포함해 장기적이고 독점적인 관계 모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밝힌 인터뷰 참여자들조 차 “지금은 잘 만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의 말 들을 했다. 이때 '언제'는 학기가 끝나는 날, 졸업식, 혹은 파트너들이 생 각하기에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결정적 순간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는 미래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리라는 꿈을 품고 있지만 결 국 연애 관계란 잠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결혼을 신뢰하지 않는다. 두 분은 일찍 결혼하면 좋다는 주의이지만 나는 결혼 자체에 의문이 든 다. 그냥 파트너만 있으면 충분하지 굳이 한 사람에게 매일 필요는 없다 고 본다. 주변 환경과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같다."
- Z세대는 이미 망가졌거나, 어마어마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기존의 제도적 형태를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확실 히 인식한다. 그래서 변화의 방법과 수단을 만들어내고 일상을 보다 잘 살아내는 것에 관심을 둔다.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으나, Z세대는 현재 변화의 주체들 이 천천히 점진적으로 상황을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하기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바란다. 따라서 지금 당장 자신들 삶에 변화를 주려고 하거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과 연대해 기존 제도 를 바꾸려 든다. 다음 장에 나오듯이, 미국과 영국의 일부 Z세대는 기존 제도 안에서 일하되 충분히 거리를 둬 '함몰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 는 실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일부는 변화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면서 도 기존 제도와 리더들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나머지 일부 역시 피부로 느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고, 가 치 있는 삶을 살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타인을 도우려고 노력한다.
- Z세대는 취업이나 육아를 하지 않더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 흔히 '어덜팅adulting'이라고 부르는 어른 되기를 받아들이는 이 들의 태도는 이전 세대 어른들이 초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실 망과 환멸에서 비롯된다. 한 영국인 학생은 "우리 세대는 이전 세대가 내린 선택으로 인해 우리가 어찌할 수 없게 된 것들에 착잡함을 느낀 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밀레니얼은 자신들을 눈송이라고 재단하는 사람들의 관점 이 시대착오적이며 그들이 성장한 시절을 잣대로 내리는 부당한 평가 라고 생각한다. 우버와 리프트, 자전거 공유의 시대에 도시 거주자가 운 전면허를 따거나 자가용을 소유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전혀 필수적이지 않다. 아르바이트 역시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된다. 몇몇 인터뷰 참여자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면서 앱을 만들거나 블로그에 '제품 간접 홍보' 글을 올려 돈을 번다고 했다. 대다수는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일을 병행해야 한다. 이 연령집단의 평균 기대수명이 팔십대 후반 이상으로 늘어남에 따라, 기성세대처럼 일찌감치 커리어를 시작하고 아이를 양육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2세대가 많다. 인간 수명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이미 인생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 다. 부모 세대가 이들 나이에 했던 일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이 어른으로서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미래가 불안정한 가운데 재정적 안정을 이룬다는 보편의 목표를 이루 기 위해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
- 2016년 연구를 시작했을 때 스탠퍼드대 학생들 대다수는 자신들이 오리 신드롬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겉모습 은 평온함을 유지하되 수면 아래서 죽어라 다리를 젓는 모습을 가리키 는 말로, 오래전부터 캠퍼스에서 쓰이던 용어였다. 언어학 수업에서 i세 대언어 사전을 만드는 데 참여한 학생들은 이 용어를 정의할 문장으로 다음을 선정했다. "오리 신드롬은 스탠퍼드대에 실재한다. 모두가 노력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23 2016년 교내 신문 스탠퍼드 데일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과로 문화와 완벽에 대한 강박, 대학 내 자살의 암울한 현실, 뭘 이야기하든 오리 신드롬은 캠퍼스의 정신 건강을 이야기하는 데 빠질 수 없다.” 그런데 1~2년이 지나자 학생들은 더이상 오리 신드롬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취약함을 인정하며 '불안정, 스트레스, 불안이 계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덜컹거리는 버스 또는 아등바등 같은 표현을 썼다. 어느덧 캠 퍼스에서 감정 문제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스탠퍼드대 안에서 내가 울어본 장소들' 같은 페이스북 그룹 이 이러한 문화 변화를 주도했다. 그룹을 만든 이는 이렇게 말했다. "처 음에는 재미로 만들었으나, 학생들이 오리 신드롬을 극복할 수 있는 공 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좀 엉망이면 어떤가." 또 학생들은 경험의 차이로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존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