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트렌드 2023
- 소비자의 선택에 대세가 없을 뿐 그와 별개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는 존재합니다. '복세편살'이란 단어를 기억하십니까?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로 6~7년 전 유행했던 신조어입니다. 신조어는 시대 를 풍미합니다. 복세편살이 유행했던 2010년대 중후반은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와 힐링의 감성이 메인 스트림이었습니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매사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 지가 대중의 공감을 샀던 시기입니다.
2020년대를 맞이해 메인 스트림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일상 속 소비자의 무수한 행위와 선택의 기저에는 이제 '갓생''이라는 가치가 깔려 있습니다. 2023년 마이크로트렌드 중 상당 부분도 이 갓생의 맥락에 있습니다.
- 노션의 장점은 메모, 자료 저장, 프로젝트 관리, 간단한 엑셀 작업 등을 앱 하나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 인 인기요인은 다른 생산성 앱에 비해 커스터마이징이 쉽고 그 범 위가 넓다는 것이다.
노션을 실행하면 처음에는 하얀 도화지와 같은 화면이 펼쳐진 다. 여기에 어떤 기능을 활용해, 템플릿과 아이콘을 어떻게 조합하 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결과물이 나온다. 스크랩북, 가계부, 캘린 더, 업무 관리표는 물론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매거진, 홈페이지 도 만들 수 있다. 앱이 제공하는 기능에 내 사용 범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목적에 맞춰 앱의 용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코딩 을 하지 않고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노션의 매력이다.
- 아이폰 단축어 기능과 노션 활용법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 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단축어나 템플릿을 온라인에 배포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세대는 타인이 공유한 콘텐츠를 다운로드해 활용하고 그것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각색해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을 재배포하기도 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틀과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 다양한 선택지들을 재생산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2세대를 공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좋다. 물론 과거에도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존재했다. 다만 그때 소비자는 생산자가 제시하는 선택지 안에서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제는 여러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소비자가 선택지 자체를 직접 만들게 한다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고객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 일, 취향, 필요에 맞춰 스스로 소스와 정보를 조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 2세대의 직업관을 단순히 N잡러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세대에게는 한 사람의 직업이 와인 모임을 운영하며 와인에 관한 책을 쓴 와인 덕후인 동시에 취미를 소재로 책을 출판하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유튜버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마카롱을 파는 마카롱가게 사장일 수 있다.
'융덕'이란 유튜버가 좋은 예다. 융덕은 Z세대가 애용하는 쇼핑 몰인 에이블리에 입점한 '오리상점'의 운영자다. 동시에 융덕이라 는 계정을 운영하는 일상 브이로그 유튜버 '마라덕'이라는 별도 의 계정을 함께 운영하는 마라탕 먹방 유튜버다. 마라탕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최근 '홍주방'이라는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게를 열었다. 융덕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비디오 크리에이터, 마라덕 베스트 프렌드, 홍주방 김포구래점 사장, 오리상점이 모두 기재돼 있다. 그중 무엇이 본업이고 무엇이 부업이라고 딱 잘라 구분할 수 없 다. 융덕은 2022년에 4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처럼 Z세대의 일은 하나로 설명할 수 없고 계속 업데이트된다.
따라서 '직업을 갖는다'보다는 '커리어를 쌓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2세대에게는 성장의 의미도 다르다. 대부분이 한 직장 또는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던 시대에 성장이란 위쪽으로의 이동을 의 미했다. 한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해 임원이 되는 것이나 한 분야에 서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성장이고 목표였다. 반면 2세대 에게 성장은 옆으로, 입체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 하는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고 나의 재능을 이용해 여러 가지 프로 젝트에 도전하면서 경험을 넓히는 것이 성장의 의미자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다.
- “앞으로의 세상은 커리어 패스career path 대신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에이프릴 린네April Rinne)
- 저연차 직원에게 역할과 권한을 더 많이 위임하는 쪽으로 변화 를 시도하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신상품의 성과를 빠 르게 확인할 수 있는 유통업계에서 2세대 독립 조직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추세다. GS25는 제품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갓생기획'이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인기도 넛 브랜드와 협업한 '노티드우유', 팝잇과 사탕이 함께 들어 있는 '팝잇진주캔디', 기존 김치찌개라면에 틈새라면의 매운맛을 덧붙 인 '틈새 오모리 김치찌개라면' 등 Z세대 트렌드를 상품에 빠르게 접목해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갓생기획은 팀원을 6개월마다 바꿔 시즌제로 운영된다. 정체되지 않고 늘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 롯데홈쇼핑은 'MZ PB(자체 브랜드) 개발팀'을 구성해 홈쇼핑이 아닌 라이브 커머스를 보는 소비자를 공략했다.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겨냥해 SNS에 올리기 좋은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단백질바 '우주프로틴'을 출시했는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 즈에서 목표 펀딩액의 40배를 달성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외 에도 친환경 보디 패키지, 숙취 해소제 등 MZ세대 소비자의 라이 프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KT에는 20대 전용 브랜드 'Y'를 담당하는 '세그마케팅 3팀'이 있다.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들과 협업해 수제 맥주, 화장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 20대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출시하는 'Y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인스 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팀의 주 메신저로 이용한다. 대학생 서포터즈 100여 명과 직접 소통하며 SNS에서 반응이 좋은 콘텐츠 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 외에도 롯데마트의 '관심급구 프로젝트'나 '보틀벙커팀', 현대백화점의 '피어 전담팀' 등 여러 기업이 앞다퉈 Z세대 독립 조직을 만들고 있다.
- 최근 몇 년간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자며 소비를 부추긴 욜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욜로를 추구하 는 경향은 2017년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대는 2017년 75.6퍼센트에서 2021년 55.2퍼센트로 비율이 감소했고, 30대 역 시 66.4퍼센트에서 59.6퍼센트로 줄었다. 주목할 점은 20대에서 그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데 그 어떤 세대보다 적극적이었던 2세대가 이제는 욜로 라이프가 아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갓생을 꿈꾸고 있다.
- 욜로의 시대: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만족을 좇다
밀레니얼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2010년대는 장기 불황의 시대였다. 이들은 높은 스펙을 갖췄지만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 또한 요원했다. 열심히 스펙을 쌓고 돈을 모으면 직업도 집도 가질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의 노력이 미래의 안녕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밀레니얼세대는 행복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기 시 작했다. 큰 부를 쌓거나 명성을 얻는 등 거창한 성공을 좇기보다 다 른 사람들과 비슷하고 평범하며 무탈한 일상을 보내기를 꿈꿨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않았고 취미나 여행에 적극적 으로 지갑을 열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소소하 지만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행복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즐기며 살자는 욜로의 메시지는 이런 변 화에 불을 지폈다. 그렇게 오늘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삶의 태도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욜로의 시대에는 일시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현상이 돋보였 다. 퇴근길 인형 뽑기 방에 들러 소소한 성취감과 '탕진잼''을 즐겼 고'홧김소비'처럼 예상치 못한 지출로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해 소했다. 쓸모는 없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 구매한 예쁜 물건,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해 지르는 택시비는 기분을 빠르게 달래주기에 충분히 타당한 소비였다.
이는 곧 2020년대 초반 플렉스flex로 이어졌다. 플렉스는 원래 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를 과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었는데 소비 를 통해 얻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표출하는 용어로 확장됐다. 명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큰 소비가 아니더라도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잔뜩 사며 '플렉스해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작은 낭비에서 오는 찰나의 만족감을 과장해 표현한 것이다.
탕진잼과 플렉스 같은 소비문화는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소소 한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값비싸지 않아도, 구매와 동시에 물 건의 효용 가치가 사라져도 괜찮다. 일시적인 만족일지라도 구매 하는 순간 즐거움을 느꼈다면 충분한 것이다. 이 시기 합리적인 소 비의 기준은 바로 '즉각적인 자기만족'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예 쁜 쓰레기나 무의미한 물건에 돈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내가 현재 만족한다면 합리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로 여겼다. 그렇게 MZ세대는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으로 일상을 채워나갔다.
- 갓생의 시대: 지속되고 채워지는 소비를 추구하다
2020년 코로나19로 일상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 맛집 을 탐방하거나 주말에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불안 한 미래 대신 추구해온 현재의 작고 소소한 행복조차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밀레니얼세대와 2세대는 또다시 일상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과거와의 차이점은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 는 것이 아닌 무탈한 하루를 유지할 힘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는 것 이다. 하루하루 나를 위한 작고 좋은 습관을 쌓고 '적어도 오늘은 잘 보냈다'는 성취감을 좇으며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웠다.
오늘을 지탱하기 위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갓생 문 화를 향한 움직임은 특히 2세대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하루에 2리터 이상 물 마시기 등 자기만의 소소한 목표 를 실천하며 성취와 활력을 얻었다. 오늘 하루를 좀 더 괜찮은 상태 로 유지하고자 노력하다 보면 결국 매일을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갓생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과거의 욜로나 지금의 갓생 모두 나와 현재를 중요하게 여긴다 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욜로를 지향하는 삶에서 현재가 후회 없이 즐겨야 하는 순간'이라면 갓생의 현재는 좋은 습관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둘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달라진 삶의 태도는 소비문화도 변화시켰다. 예전에는 소비를 통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지금은 소비의 가치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체감하는 것을 중요하 게 생각한다. 무엇이 내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지, 그것이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진다. 한마디 로 현생을 더 잘 살기 위해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자신에게 투자하 는 소비가 바로 요즘 세대의 소비 트렌드다.
-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21년에도 소비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대안을 찾아 즐기는 이들을 '세컨슈머'라 정의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삶은 괜찮은 일상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삶이다. 세컨슈머는 어떤 효용이 내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는지, 구매 결과 체감할 수 있는 가치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만족감을 다르게 느낀다. 좁게 는 먹고살수단부터 넓게는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까지 생각하 며 소비한다. 리셀이나 재테크를 통해 다양한 소득원을 확보하고 중고 거래나 로컬 상점 방문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과 환경보호 를 실천하는 등 대안적인 소비 수단을 찾는 것에 초점이 맞췄다. 그러나 2022년에 말하는 지속가능함은 다른 개념이다. 이는 '내 효용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뜻한다. 현상 유지나 대안 탐색을 넘어 소비를 통해 일상에서 꾸준히 만족감을 느끼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Z세대는 소비의 효용 이 계속되기를, 소비를 통해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를 쌓아가기를 원한다. 탕진하고 비우는 소비가 아닌 이어지고 채워지는 소비를 지향한다.
- 와인, 위스키 같은 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제품마다 얽힌 스토리도 다양하다. 무언가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2세대는 탄생 배 경, 음용법, 제조 방법, 문화 등을 깊이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 리미엄 주류를 즐긴다. 크림 파스타에는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 을, 튀긴 음식에는 청량감을 주는 하이볼을 곁들이는 등 술과 음식의 조화를 고민한다. 지금 마시는 술과 관련해 몇 년도 어디에서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를 먼저 탐색한다. 이들에게 술은 그저 술잔에 따라 마시는 음료에 그치지 않는다. 프리미엄 주류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행위는 곧 지식과 견문을 넓히고 자기 가치를 높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수 강하는 이들이 많았다. 디깅 소비는 넓고 얕은 체험으로 끝나지 않 고 시간과 비용을 꾸준히 투자해 진짜 내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원데이 클래스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Z세대에게 고급문화를 공 부하고 경험하는 행위는 좋은 소비다. 배움이야말로 자기 안에 축 적되는 가치 있는 행위로 여기기 때문이다.
- Z세대에게 편의점이란 공간은 먹거리와 생필품을 파는 유통 채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브랜드의 매력을 미리 보여주고 온. 오프라인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놀이터다. 편의점은 앞으로도 계속 Z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고 Z세대는 편의점에서의 놀이를 이어갈 것이다. 따라서 2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편의점이라는 놀이터에 뛰어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Z세대와 가까워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