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2: 교환의 세계(하)

저자
페르낭 브로델 지음
출판사
까치 | 1996-03-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물질문명의 토대가 되는 교환, 시장, 생산, 서유럽에서 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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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는 언제나 그 자신보다도 더 광대한 그리고 동시에 그 자신을 담지하고 밑에서 떠받쳐주는 전체 속에 위치하고 있음. 자본주의가 상업화된 사회의 최상층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법률적이든 실제적이든, 독점을 누리며 가격을 조작한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가장 중요한 사실임

- 18세기는 유럽 전체에 있어서 상인의 전성기였음. 상인들이 성장하게 된 것은 밑에서부터 경제자체가 발전한 덕분이며 상인들은 그 흐름을 타고 간 것임.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의 주도성이라는 것이 일부 진리를 포함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경우 혁신을 이룬 사람들은 밀물의 흐름을 타고 있었음.

- 지구전체 경제의 차원에서 자본주의는 성장하면서 상업으로부터 금융, 산업으로 단계별로 이행한다는 (그리고 산업자본주의라는 성숙한 단계가 유일한 진정한 자본주의라고 보는) 단순한 이미지는 피해야 함. 소위 상업자본주의단계에서나 산업자본주의 단계에서나 (이 두가지 용어는 대단히 다양한 형태들을 포함) 자본주의의 핵심적 특징은 심대한 위기가 닥쳤을 때나 혹은 이윤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때에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거의 순간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능력인 것임

- 서양에서는 11~12세기 중에 도시와 농촌 사이에 심층적 분업이 이루어진 결과, 가진 것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결정적으로 이 분업에서 배제되었고 그리하여 일거리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음. 그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은 원죄와도 같은 불공평을 품고 있는 사회에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보다도 완전고용을 이루지 못하는 경제에 더 큰 책임이 돌아가야 할 것임. 이 무력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여기저기에서 시간제 일거리를 찾고 임시숙소를 전전하면서 근근이 살아갔음. 그 외에 불구자들이나 늙은이들, 길거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활동적 사회생활에 거의 전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음. 이 지옥에도 등급이 있어서 당시에는 빈민, 걸인, 유랑인 순으로 꼬리표를 붙였음.

- 국가에게 질서라는 것은 누군가를 돕는 힘과 막는 힘 사이의 타협을 뜻함. 돕는 힘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회계서제의 보전을 말함. 너무나도 허약한 사회의 상층 사람들은 자기편을 들어주는 경찰이 없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반대로 어느 국가도 지배계급과의 공모 없이는 지탱하지 못함. 펠리페 2세가 대귀족층 없이 스페인과 거대한 스페인 제국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임. 한편 막는 힘이란 언제나 다수의 사람들을 진압하여 그들의 본분인 노동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것을 뜻함.

- 종교개혁이 사업가들의 행동과 태도에 미친 영향 : 종교개혁은 북유럽 국가들의 통합성을 가져다 주었음. 그리고 이들 국가들을 단결시켜서 남유럽의 경쟁자들에게 대항하도록 부추겼음. 그리고 종교전쟁은 신앙공동체를 통해서 신교도 사업망의 단결을 가져왔으며 이것은 적어도 국가간의 투쟁이 다른 모든 고려사항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기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 카톨릭 유럽에서도 교회는 스스로를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이전 사회를 융합하는 시멘트 역할을 했음. 교회의 여러 다양한 층들 그리고 사회적인 화폐 역할을 하는 교회의 여러 한직들은 전통적 구조물과 여타의 계서제들을 유지시켰음.

- 모든 자본주의의 전제조건들은 순환과 관련된 것임. 어쩌면 전적으로 이것에만 관련된다고 말해도 좋을지 모름. 그리고 이 순환이 넓은 공간에 걸쳐 있을수록 그 수익성이 큼. 이런 초보적 결정주의는 어느 곳에서나 작용했음. 에블린 사카키다 파우스키의 연구는 16세기 복건성, 18세기 호남성에서 바다를 이용하여 교역의 혜택을 누리는 해안지역이 인구가 많고 진보적이며 농민들도 더 유복해 보인다는 점을 밝혔음. 반면 폐쇄적인 내륙지역은 똑같은 논과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가난한 상태에 이었음.

- 유럽은 적어도 이중의 상층사회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은 역사의 변전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거듭했음. 그 과정에서 극복할 수 없는 정도의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았던 것은 이들 앞에 전체주의적 독재나 자의적 지배자의 독재와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 이렇게 해서 유럽은 끈기 있는 부의 축적에 유리해졌으며, 또 다양화된 사회 속에서 다중적인 세력과 위계들이 발전하고 이것들 사이에 다양한 방향으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용이해졌음.

- 자본주의의 과정은 전체적으로 보아서 오직 일정한 경제적, 사회적 조건들이 갖추어져야만 발전할 수 있음.

(1) 첫번째로 들 수 있는 명백한 조건을 활력이 넘치고 진보하는 시장경제임. 여기에 지리적, 인구적, 농업적, 산업적, 상업적 여러 요소들이 더해짐.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 대해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님. 다시 반복하거니와 중국은 활기에 넘치는 리듬을 가진 시장경제와 그에 따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본주의라는 상층구조가 발전하지 못한 완벽한 사례임.

(2) 또한 사회가 여기에 공모해야 함. 사회는 자신이 어떤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지, 또 어떤 과정에 대해서 자유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수세기전부터 그런 것을 옹호해주고 있는 것임. 자본주의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인이 되는 가문의 영속성과 연속적 축적이 확보될 수 있을만큼 계서화된 사회는 자본주의의 전단계를 밟아가는 것임. 유산이 상속되고 가산이 불어나며 가문 사이에 유리한 연결이 맺어진다는 것, 동시에 사회가 여러 집단으로 분화하고 그중 어떤 집단이 지배적이거나 잠재적으로 지배적이며 또 계단식이든 사다리식이든 사회적 상승이 어쨌든 가능하다는 것 등, 이 모든 것은 긴, 아주 긴 사전 준비를 의미.

(3) 그러나 마지막으로 세계시장이라는 특별한 해방세력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임. 원거리 무역이 모든 것은 아님. 그러나 그것은 고도의 이익을 누리는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가는 데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임.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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