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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06:02:06 워런 버핏의 완벽투자기법 1
  3. 06:00:05 20240505
  4. 2024.05.04 20240504
  5. 2024.05.03 20240503
  6. 2024.05.02 20240502
  7. 2024.05.01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3
  8. 2024.05.01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
  9. 2024.05.01 20240501

- 100여 년 전에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 Max Weber는 체제 정당성의 근거로 전통적 권위 traditional authority, 카리스마적 권위 charismatic authority, 합리적법적 권위 rational-legal authority를 들었다. 전통 을 근거로 한 체제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로 군주 에게 복종한다. 베버는 절대 왕정 시대의 중국을 전통적 지배의 전 형적 사례로 들었다. 1911년에 발발한 신해혁명으로 2천 년 동안 유지된 절대 군주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공화 체제가 수립되면 서 전통에 근거한 체제의 정당성도 함께 붕괴했다. 카리스마를 바 탕으로 한 체제에서는 뛰어난 지도자에 대한 추종과 경외가 정권 의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학자들이 마오쩌둥 시 절의 중국을 이러한 카리스마적 통치의 전형적 사례로 든다.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민 주권을 회복한 위대한 지도 자 마오쩌둥은 동시대 및 후배 정치인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 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1976년 마오쩌둥의 사 망과 함께 그의 카리스마에 기대 체제의 정당성을 지키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근대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이기도 한 합리적 - 법적 권 위에 기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경우에는 특정 개인이 아니 라 법과 관료주의적 행정 절차가 시민 복종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전제 국가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중국의 역사 중 합리적법적 권위가 시민 복종의 근간을 이뤘던 적은 한 번도 없었 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인치'가 '법' 를 압도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 마오쩌둥 시대 이후, 당과 정부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밝히고, 중 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별도의 집단 지 도 체제를 확립하고, 당과 정부 관료에 대해 정년 및 임기 제한 규 정을 두는 등 다양한 제도 개혁을 통해 합리적법적 정당성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 화 움직임이 최근 들어 역전되는 분위기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모 든 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됐고, 공산당이 정부보다 상위에 있음을 재천명했으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정년과 임기 제한 규정도 만지작거렸다.
현재의 중국 체제를 보면 베버가 말한 체제 정당성의 세 가지 근 거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마오쩌둥 사망 이후 40여 년 동안, 그리고 동유럽의 공산 체제가 붕괴한 후 25년 동안 중국의 공산정권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 모순 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강압'만으로는 중국 공산정권이 지금 껏 건재한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전의 일부 공산정권 과 비교하자면 중국은 공안기관이 그렇게 노골적이며 강압적으로 국민의 생활을 감시하고 간섭하지는 않는다(동독의 비밀경찰과 비교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기관에서 수행한 여론 조사 결과 중국 공산정권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여전한 것으로 나 타났다. 정치학자 웬팡 탕Wenfang Tang 은 저서 《대중영합적 권위주의 Populist Authoritarianism 》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핵심 정치 제도와 국가 정체성에 대한 신뢰, 국정 수행에 대한 만족도, 정치 체계 혹은 현 정치 지도자에 대한 지지 등을 포함해 다양한 기준으로 정권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를 측정해보면, 중국인은 다른 어떤 국가의 국민 보다 자국 정권에 대해 일관되게 높은 지지도를 보인다. 중국인의 자국 정치에 대한 지지도는 심지어 대다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보다도 높다.”
- 시진핑의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미래를 향해 '되돌아가는 것처 럼 보인다. 어떤 측면에서는 마오쩌둥주의의 제도와 가치가 복원되 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정치 철학은 마오쩌둥의 사상과 궤를 달리한다. 마오쩌둥은 중국의 젊은이를 혁명의 길로 이끌었으나, 지금 시진핑의 중국에서 마오쩌둥주의를 지지하는 이 념 자경단이 계속 용인되기는 힘들 것이다. 부패와의 전쟁을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권에서 마오쩌둥은 마치 자철석 같은 존재다. 마오쩌둥은 시진핑의 정책을 그리고 시 진핑이라는 개인의 국가·사회적 역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주 는 궁극적인 도구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주시'라 불리 는, 중국공산당 역사상 유일무이한 종신 주석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여전히 톈안먼 광장에 걸려 있고, 중국인은 계속해서 마오쩌둥의 시신이 안치된 기념관을 찾을 것이다. 중국에게 그리고 중국인에게 마오쩌둥은 아직도 중요한 존재다.

- 소련 해체의 길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중국공산당
민족 갈등은 중국 근대사를 얼룩지게 하며 내내 정부를 괴롭힌 골 칫거리였다. 20세기 초, 국민당은 비한족 또한 '중국인'으로 인식하 고 이들이 한족의 규범에 동화돼 결국은 하나가 되리라 기대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롯된 온정주의적 태도는 안타깝게도 비한족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비한족의 불만에서 기회를 포착한 쪽은 공산 당이었다. 그래서 공산당은 비한족의 외면을 받는 '중국화' 정책을 버리고, 비한족 집단에게 더 큰 자치권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분리 독립권마저 부여하겠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헌법 제정 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에 이 단서 조항은 없어졌으나, 소수 인종의 종교 · 문화 · 언어를 보호한다는 조항은 포함됐다.
- 마오쩌둥은 국민당의 '한족 우월주의'가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공 개적으로 비난했고, 비한족 집단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문화대혁명기에는 소수 민족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잠시 접어두기도 했으나, 1980년대에 다시 부활하면서 그들에 대한 비 교적 진보적인 정책이 많이 시행됐다. 1990년대에는 소수 민족의 자치권 요구, 특히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인의 요구가 거세 질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진보적인 정책 대부분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대 초에는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 직이 국경을 초월해 등장하면서 신장 지구의 민족 갈등 문제가 더 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오랜 왕조 통치 시대를 거쳐 21세기에 이른 지금까지 전제 국가의 탈을 벗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민족 문제에 관한 20세기 해법은 이제 내려놔야 한다. 중국 변방 지역에서 빈발하는 민족 갈등은 직접 당사자인 비한 뿐 아니라 현 중국의 지배 민족인 한족에게도 엄연한 현실이다. 양 쪽 모두 과거를 돌이켜볼 때 각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소 련의 해체 과정을 지켜본 중국공산당은 이와 유사한 일이 중국에 서 벌어지는 일만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막고 싶어 한다. 비 러시아 민족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것이 패착이고, 이 '잘못된' 정책이 소련 해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분리주의를 지지하는 티베트인, 위구르인, 몽골인들 중에는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캐 나다의 토착민들이 직면해야 했던 운명이 자신들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고유의 생활 방식은 없어졌고, 말살된 고유문화는 박제 신세가 돼 박물관에 보존된 채 관광객들의 눈요 깃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앞선 나라들의 예를 드러내놓고 언급하려 하지는 않는다('원주민은 중국에서 금기시하는 단어다). 그러나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이, 혹은 차선책으로 공 식적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 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02년부터 2012년 까지 국가 주석을 지냈던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는 권좌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러나 시진핑의 정치적 후원자였던 장쩌민은 개 혁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덩샤오핑과 함께 모든 공식 직 함을 내려놓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막강한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실 2012년 시진핑이 국가 주석 자리 에 오른 것도 80대인 장쩌민의 영향력 아래에서 이루어진 일이었 다. 즉, 권좌에서 내려온 후에도 여전히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장쩌민의 막후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쩌민은 공직 에서 은퇴한 지 한참 됐고 공식적으로는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았음에도 2002년과 2012년에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할 때 자 신의 측근 인사를 상무위원으로 선출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 다. 장쩌민의 전임자 덩샤오핑은 이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력 을 행사했다. 1980년대 말에 정치권에서 공식 은퇴한 이후에도 덩 샤오핑의 정치적 영향력은 변함없이 작동했다. 덩샤오핑은 1987년 11월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제외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 났다. 그러나 이로부터 2년 후인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가 발발 했을 때 인민해방군을 동원한 시위대 진압을 승인한 것은 덩샤오 핑이었다. 개혁 지향적 경제 의제를 재차 강조하며 경제 성장의 불 씨를 당겼던 것도 1992년의 남부 지역 순시 때였다. 공식 은퇴 이 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던 사람이 장쩌민이나 덩샤오핑만은 아니었다. 이들은 중국 정치권의 일반적 현상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고, 그 밖에도 공식 직위 없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 100여 년 전에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 Max Weber는 체제 정당성의 근거로 전통적 권위 traditional authority, 카리스마적 권위 charismatic authority, 합리적법적 권위 rational-legal authority를 들었다. 전통 을 근거로 한 체제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로 군주 에게 복종한다. 베버는 절대 왕정 시대의 중국을 전통적 지배의 전 형적 사례로 들었다. 1911년에 발발한 신해혁명으로 2천 년 동안 유지된 절대 군주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공화 체제가 수립되면 서 전통에 근거한 체제의 정당성도 함께 붕괴했다. 카리스마를 바 탕으로 한 체제에서는 뛰어난 지도자에 대한 추종과 경외가 정권 의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학자들이 마오쩌둥 시 절의 중국을 이러한 카리스마적 통치의 전형적 사례로 든다.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민 주권을 회복한 위대한 지도 자 마오쩌둥은 동시대 및 후배 정치인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 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1976년 마오쩌둥의 사 망과 함께 그의 카리스마에 기대 체제의 정당성을 지키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근대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이기도 한 합리적 - 법적 권 위에 기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경우에는 특정 개인이 아니 라 법과 관료주의적 행정 절차가 시민 복종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전제 국가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중국의 역사 중 합리적법적 권위가 시민 복종의 근간을 이뤘던 적은 한 번도 없었 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인치'가 '법' 를 압도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 마오쩌둥 시대 이후, 당과 정부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밝히고, 중 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별도의 집단 지 도 체제를 확립하고, 당과 정부 관료에 대해 정년 및 임기 제한 규 정을 두는 등 다양한 제도 개혁을 통해 합리적법적 정당성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 화 움직임이 최근 들어 역전되는 분위기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모 든 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됐고, 공산당이 정부보다 상위에 있음을 재천명했으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정년과 임기 제한 규정도 만지작거렸다.
현재의 중국 체제를 보면 베버가 말한 체제 정당성의 세 가지 근 거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마오쩌둥 사망 이후 40여 년 동안, 그리고 동유럽의 공산 체제가 붕괴한 후 25년 동안 중국의 공산정권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 모순 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강압'만으로는 중국 공산정권이 지금 껏 건재한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전의 일부 공산정권 과 비교하자면 중국은 공안기관이 그렇게 노골적이며 강압적으로 국민의 생활을 감시하고 간섭하지는 않는다(동독의 비밀경찰과 비교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기관에서 수행한 여론 조사 결과 중국 공산정권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다양한 역사서와 전기 자료를 바탕으로 역대 왕조 및 황제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왕조는 없다. 49개 중국 왕조 가운데 5대 10국 시대의 후한後漢 (947~950)처럼 단명한 왕조부터 장장 289년 동안 중국을 통치한 당나라(618~907년)까지 왕조의 존 속 기간은 매우 다양하며, 이들의 평균 존속 기간은 70년이었다. 중 화인민공화국이 2019년까지 건재하다면 역대 왕조의 평균 존속 기 간인 70년에 얼추 도달할 것이다.
둘째, 왕조 몰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정치 엘리트의 반란이다. 역대 왕조 대다수가 외적이나 민중의 반란이 아니라 구정 권 출신의 이른바 정치 엘리트 때문에 무너졌다. 예를 들어 한나라 를 세운 초대 황제 유방은 고향인 패현 (지금의 장쑤성 - 옮긴 이)의 시골 마을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로 일하다가 진나 라 타도 세력에 합류했다. 유방이 이끄는 군대가 다른 두 명의 농 민이 이끌었던 또 다른 반란군보다(진승과 오광이 이끈 농민 반란군을 말한다-옮긴이) 먼저 수도인 함양을 함락시켰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조 가운데 하나인 당나라는 이전 왕조인 수나라 때의 지방관 이연이 세웠다. 수나라 말기에 수많은 농민 반란군이 봉기 했으나 대부분이 수나라 군대에 패퇴하거나 이연이 이끄는 군사에 진압됐다. 중국 왕정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한 1911년의 신해혁명도 농민이 아니라 청나라의 지방군 수뇌부로 구성된 이른바 엘리트 집단이 주도한 일이었다. 한나라 말기의 장각, 명나라 말기의 이 자성청나라 말기의 홍수전 같은 농민 출신 반란군 장수 는 민중의 지지와 호응 속에 대단한 명성을 얻었음에도 권좌에 오 르는 데는 실패했다. 엘리트 집단은 반란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자 원과 지식을 더 많이 지니고 있으며, 정치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정부군의 요새, 무기고, 곡물 창고, 정부 문서, 지도, 기타 보물 등이 어디에 있는지도 다 알고 있다. 큰 도시를 가본 적이 없는 농민 반란군에게 황궁이 있는 수도首都는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황궁 안을 손바닥 보듯 잘 아는 정치 엘리트는 황제의 거처로 바로 쳐들어갈 수 있다. 패현의 주리(법률 담당 관리-옮긴이) 출신으로서 유방의 핵심 참모였던 소하는 유방군이 수도로 입성한 직후 진나라 황궁에 보관된 지도를 전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셋째, 자연스럽게 권좌에서 물러난 황제는 절반밖에 안 된다. <표 2>는 총 282명의 중국 황제가 어떻게 폐위됐는지를 보여준다. 전체 황제 가운데 절반은 자연사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나머지 절 반은 불상사(살해, 반정, 퇴위 강요, 자살 강요 등)를 통해 비정상적 으로 폐위됐다. 그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폐위 원인은 내란시에 사망하거나 독살당하는 것이다. 외란, 즉 외적의 침략 때문에 권좌에서 물러난 황제는 극소수(7명)다. 황제의 폐위 원인이나 왕 조의 몰락 원인은 서로 비슷하다.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사회 내부나 외적이 아니라 정권, 즉 조정朝廷 내부에 있었다.
넷째,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후계자를 미리 지정한 황제가 더 오 래 살았다. 황제 282명 가운데 130명(46%)이 자신의 뒤를 이을 황 태자를 정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황제에 즉위하고 나서 5년 내에 후계자를 정해놓았다. 고대 중국에서는 황실 혼례와 관련해 종교적 차원의 제한이나 통제가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을 많이 둘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아들 중에서 후계자를 선택할 수 있었고, 선택지가 다양한 까닭에 유능한 사람이 후계자로 채택될 가능성이 컸다. 통계적 분석 결과 후계자를 정해놓은 황제는 그렇 지 않은 경우보다 강제 폐위될 확률이 64%나 낮았다. 후계자를 지 정하지 않는 경우는 황제에게 아들이 없거나 다른 승계 방식을 채 택한 때였다. 예를 들어 원나라를 세운 몽골족 황제는 방계승 계(황족 중 연장자를 우선으로 함) 방식과 후보자 중 최적임자를 왕으 로 추대하는 방식을 혼합했다. 그 결과 몽골 황제 가운데 자신의 아 들이 후계자였던 경우는 33.33%에 불과했고, 황제의 평균 재임 기 간은 10.8년이었다. 다음 왕조 명나라를 세운 한족 황제의 평균 재 임 기간 17.8년보다 훨씬 짧았다.
후계자를 정해놓는 것은 왜 황제에게 도움이 되는가? 경제학자 고든 털럭 Gordon Tullock의 주장대로, 후계자를 정하면 정치 엘리트 집단이 현 황제가 아니라 후계자의 통치를 전제로 훗날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 황제보다 후계자 밑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후계자를 정해놓는 것에도 위험은 존 재한다. 털럭이 지적한 바와 같이 황제가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면 후계자는 황제를 암살하고 일찌감치 자기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 '황태자의 문제 crown prince problem 라고 하는데, 마오쩌둥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 교훈을 되새 기게 됐다. 마오쩌둥이 지정한 후계자 린뱌오가 최고 지도자 자리 를 노리고 마오쩌둥이 탄 열차를 폭파하려 한 것이다. 털럭은 차라 리 권력을 세습하는 방식이, 황제가 재임하는 동안에도 그 이후에 도 정권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황태자 가 된 황제의 아들은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 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 중국 정부는 미국과 지역 우방국 그리고 안보 파트너의 군사적 취약점을 겨냥해 군대를 조직 ·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중국의 영유권 분쟁에 섣불리 개입하는 것이 얼마 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린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미사일 기지 를 비롯한 지상기지를 기반으로,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 세력 의 개입을 차단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적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전 략은 일반적 방어 전술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들고 작전을 구사하기 도 쉽다. 이는 '육지를 이용해 해상을 통제한다'는 인민해방군의 전 통적 전술 개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중국 정부의 목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자국의 '핵심' 안보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는 것도 아마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중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중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첫째,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치명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 이 상적) 외국 군대의 개입을 아예 차단하는 방법이다. 미국과 그 우방 국에 중국의 군사력이 막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처럼 강한 군대를 상대하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는 점을 내비침으로써 분쟁에 개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다소 저급한 방식이다. 중국 해경과 민병대를 이용 해 전쟁과 평화의 중간 상태인 '회색 지대'에서의 대결을 조장함으 로써 전쟁의 문턱 바로 밑에서 야금야금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기도 한 시진핑은 중국 이 추구하는 목적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민해방군이 현 대전 수행 능력을 갖추도록 야심 찬 개편을 실시했으며 나머지 두 주축군의 전력도 보강했다.

- 중국 최정예 군 조직인 인민해방군은 기술적인 요소와 관련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군 전력의 첨단화가 이루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점점 증가하게 되고, 이는 향후 더 발전 되는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진보하기는커녕 외국군과의 경쟁 상황에서 현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진다. 최첨단 기술 혁신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므로 목표 달성 자체도 쉽지 않다. 이는 미국이 이미 겪었던 현실이기도 하다. 당연 한 말이겠지만 첨단 무기 체계 및 이와 관련된 인프라는 재래식 무 기를 포함한 이전의 단순한 체계보다 구축과 운용,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군사 장비와 무기 체계가 노동 집약적 차원 에서 기술 집약적 차원으로 진화함에 따라 그동안 중국군이 누렸 던 비용우위 효과도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인민해방군이 점점 정밀하고 기술 집약적인 체계로 나아갈수록 외국에서 도입한 기술 을 현지화하는 데서 비롯되는 상대적 이점이 줄어들고, 첨단 기술 및 체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부분에서의 비용우위도 점차 감소할 것이다. 게다가 최첨단 장비 및 무기를 운용하려면 정확한 상호 작용 시스템이 필요한데 중국은 이를 구축하는 데 따른 정밀 장비, 전자 장치, 기타 복잡한 기술 체계에서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중국 이 국내 기술과 외국 기술을 단편적으로 혼합하는 방식을 선호하 는 것도 이러한 취약성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미국만큼 정교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근해에서의 팽창주의 야심을 달성하는 데는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만큼의 첨단성과 정교성은 원거리 전투에서 필 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지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군사 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발전은 원거리 교전에 수반되 는 여러 문제, 미국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 등 다양한 암초 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 호구제가 만들어낸 기형적 도시화
중국의 정치·경제 제도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이 바로 '호구제'라 는 가구 등록 제도다. 이는 도농 간 인구 이동 관리를 목적으로 한 다. 말이 이동 '관리'이지 실질적으로는 이동 제한'에 더 가깝다. 중 국공산당은 1950년대 초에 농촌 거주자의 도시 이주를 막기 위해 일종의 인구 관리 체계인 호구제를 시행했다. 1980년대에는 이 제도를 좀 완화해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유입되는 것을 허용했다. 그 러나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농촌 호구를 지닌 도시 이주자는 여러 가지 차별 대우를 받아야 했다. 대다수 학자는 호구제가 '2등 시민' 을 양산하는 제도라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나아가 흑인에게 신분 증명서 소지를 의무화한 인종차별적 제도와 흡사하다는 이들도 있 다. 호구제는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 불안이나 사회 갈등 등 도시화에 따른 각종 병리 현상을 막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 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농촌 호구를 지닌) 도시 이주자의 사회·경제적 배제에 따른 인적 비용 발생은 물론이고, 부적절한 노 동력 배분, 비정상으로 높은 저축률, 도시 지역의 소비 둔화 등 다 양한 문제를 만들어냈다.
노동 시장과 시민 집단의 이중적 구조는 토지 관리 제도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토지 제도는 국유제와 집체體 소유 제로 이분화돼 있다. 도시 지역의 토지는 국유지로 돼 있는데, 농 촌 지역의 토지는 집체 소유지로서 공동 관리의 대상이다. 농촌 거 주자는 도시로 이주할 때 토지를 매각하거나 토지 소유권을 이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도시 이주가 제한되는 한편 농촌에 는 소유권이 불분명한 미경작 토지와 빈집이 넘쳐난다. 집체 소유 토지를 건설용으로 써야 할 때는 국가만이 이를 국가 소유의 도시 지역 토지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 도시 지역에서는 지방 정부가 '국가'를 대표해 토지 소유자로서 임대료를 징수한다. 따라서 이 제 도는 지방 정부로 하여금 농민으로부터 낮은 가격으로 토지를 수용한 다음 높은 시장가로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일에 몰두하게 한 다. 이 때문에 토지의 도시화가 시민의 도시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 행되면서 토지 자원의 부적절한 배분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중국 국토자원부는 식량 생산을 위한 농지가 줄어들자 국가 식량 안보에 필요한 농지 한계선은 1억 2,000만 헥타르'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각 지방 정부가 농지 한계선을 유지함과 동시에 건설용 부지 할당량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정부 기관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 한 자녀 정책은 가혹하고 악명 높은 출산 정책이었다. 이는 인구통 계학적으로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도 아닌, 한마디로 결함이 많은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중국공산당 정 부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 한해 두 자녀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둔 채 한 자녀 정책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 정책은 중국과 중국인을 완 전히 바꿔놓았다.
일반적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물론 이 정책이 출 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중국 정부는 4억 명 정도의 출산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최소 절반은 부풀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럼 에도 시장의 힘과 사회적 변화의 물결과 더불어 양적·질적 향상을 도모한 인구 정책 덕분에 교육 수준이 높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 강하며,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새로운 '세대'가 탄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롭게 등장한 '신중국인'은 중국을 국제 사회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게 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또 이 정책은 사회적·인 구통계학적으로 현대 국가에 걸맞은 시민을 만들어내면서 중국 사 회를 현대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내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 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이 가혹한 정책을 견뎌내 야 했던 농촌 여성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입은 피해는 수치화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아 살해를 통해 피폐해진 여성의 삶, 남아 선호에 따라 태중 여아의 낙태가 일상화된 부분은 또 어떠한가? 단 한 명 뿐인 아이를 잃었을 때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었던 소박한 꿈 이 산산조각 나면서 부모가 겪었을 상실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는 수치화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손실이다.
- 한 자녀 정책이 출산 부문의 새롭고 현대적인 규범(자질이 우수 한 아이', '체계적으로 양육하는 부모' 등)에 걸맞은 '개인'을 만들어낸 것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규범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국가가 제 공하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탈자'도 양산했다. 이 정책 과 관련해 금지된 행위 가운데 하나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하는 일 이었다. 국가 시책을 어기고 둘째를 낳은 부모는 국가로부터 엄중 한 제재를 받는다. 그리고 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아이, 이른바 '검 은 아이 (헤이하이즈)는 이보다 훨씬 큰 불이익을 받는다. 호구 에 오르지 못하는 이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돼 국가 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혜택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교육과 보건·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취업과 결혼 심지어 사망과 관련한 그 어떤 권리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한 출산이나 성적 취향, 결혼 등에서 중국의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또 다른 유형의 '비현대 인'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동성 부부, 미혼모, 무자녀 성인 등은 사 회적으로 배제된 채 살아가며 규범을 따르라는 사회적 압박을 견 뎌내야 한다.
한 자녀 정책은 전체 인구 구조도 뒤틀어놓았다. 노인 인구는 증 가하는 반면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들면서 1억 5,000만 명을 약 간 웃도는 한 자녀 세대가 연로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남아 선호 전통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 자녀 정책은 가뜩이 나 불균형한 성비 격차를 더욱 넓혀놓았다. 여아 100명에 대해 남 아 119명으로, 세계에서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하다. 이 때문에 여 성은 상대를 골라가며 결혼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정 도인데 반해 남성은 그렇지가 못하다. 하위 계층에 속한 남성 중 2,000만~4,000만 명은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이른바 노총각으 로 남아 있다. 이들은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상적 방법으로는 결혼을 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열매를 맺지 못하는 '빈 가지'로 불 리는 이들 노총각은 원치 않는 비정상인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 중국도 발전을 거듭하다보면 결국 서구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궁극의 '법' 사회로 진입하게 되리 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순진하고 섣부른 생각은 잠시 접어 둘 필요가 있다. 중국공산당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2014년 10월, 중국공산당 18기 4중 전회(중앙위원회 4차 전체 회의)에서 법치에 관한 결정문을 통해 '법에 따른 국가 통치', 즉 '의 법치국依法治國'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중 국이 법체계를 정비하면서 법률 부문의 발전을 도모한 목적이 무 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 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그리고 주요 연설에서 드러난 시진핑의 사상'을 계승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 결정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당의 리더십이야말로 중국식 사회주의의 핵심이며 사회주의 법치 실현 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당의 지도력이 법에 따른 통치 과정 의 모든 측면에 미치는 일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법치 국가 건설의 초석 이 다져진다. 헌법에도 중국공산당의 주도적 지위와 역할이 명시돼 있 다. 당이 계속해서 사회주의 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당과 국가 존립 의 명운이 여기에 달렸으며, 민족을 불문한 모든 국민의 이익과 행복 또 한 여기에 달렸다. 법에 따른 국가 통치의 기본 동력 또한 여기에서 나 온다. 당과 사회주의 법치는 같은 것이다. 사회주의 법치 실현에는 당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컨대 법치는 당이 주도해야 하고, 당은 사회주의 법치에 의존해야 한다.
공산당은 이 결정문의 의미와 목적을 곡해하거나 잘못 해석하는 일이 없도록 당과 이념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다. 즉, 입법·행정·사법을 비롯한 국가 통치 개념과 운영 방식, 법 조계와 법조인 교육, 기타 법제도의 모든 측면에 하나의 조직체로 서당과당의 공식적 이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중국 학생은 다양한 이유로 미국을 택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역사적인 부분이다. 1949년 공산당이 정권을 잡기 전 유학길에 올 랐던 중국인 대부분이 미국으로 갔다. 19세기에 청나라가 최초로 해외 교육 사절단을 보냈던 곳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였다. 1900년대 초에는 일본 유학이 많아졌고, 분야에 따라 독일이나 영 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래도 중국 학생이 가장 선호했던 곳은 미국이었다.
중국의 2대 명문 가운데 하나인 칭화대학도 처음에는 미국 유학 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관으로 시작했다. 말하자면 일 종의 미국 유학생 양성기관이었던 셈이다. 청나라 조정이 미국 유 학 준비생을 위한 예비 학교로서 유미학무처游美學務處를 설치했는데 이것이 칭화대학의 시초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일리노이대학 에드 먼드 제임스Edmund J. James 총장의 권유로 의화단 사건 때 받은 배상금 일부를 미국 유학생 양성 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개설 한 유미학무처가 1911년 칭화학당淸華學堂으로 발전한 것이다. 당시 제임스 총장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면 후일 윤리 · 지성 ·상업적 차원에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교육 사업이 시작되고 첫 10년 동안 일리노이대학 대강당을 본떠 만든 건물 등이 포함된 미국식 캠퍼스가 조성됐다. 나중에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게 될 학 생들이 현지 환경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칭화 '학당' 은 '학교'로 개칭되면서 종합대학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는 계속 유지됐다.

- 마오쩌둥은 공자를 공산주의 유토피아 건설이라는 자신의 꿈에 가장 적대적인 인물로 인식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 정권은 공자 를 서구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항마로 인식한다. 유교적 통 치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중국 정부의 행보와 함께 두드러지 고 있는 새로운 흐름도 있다. 한때 전통 문화라며 폄하했던 것들을 이제는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을 둔 국제 활동이 바로 그것이 다. 요컨대 중국 정부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 전파를 위해 세계 곳곳 에 '공자학원學院이라는 일종의 교육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한때 파괴의 대상이었던 전통이 이제는 또 다른 비전으로 간주되면 서 21세기 인류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 는 것이다. 이전까지 공자는 인간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전통적 세계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일반적 차원에서는 서구 근대성의 그림자인 소외, 개인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대 안으로, 좀 더 특수하게는 서구 통치 방식의 역기능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과거제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과 거제가 관료 등용의 주요 수단이 된 것은 10세기 말에 이르러서였 다. 처음에는 문장력을, 그다음에는 사서에 대한 해석 능력을 시험 하는 관문이었다. 따라서 과거제는 각 현에 공립 교육 기관 하나와 사립 학당 수백 개를 두는 교육 체계 정립으로 이어졌다. 13세기에 몽골족이 중국을 정복하고 세운 원나라는 과거제의 역할을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향교와 같은 공립 교육 기관과 서원 같은 사설 교육 기관을 많이 설립했다. 16세기 유럽인의 관점에서 과거제는 철학 자가 왕이 돼야 한다는 플라톤의 철인 정치 이론과 매우 닮아 보였 다. 어쨌거나 중국 같은 거대한 국가가 '교육'을 관직에 오르기 위 한 필수 관문이자 관리가 되고자 하는 자의 준비 과정으로 삼았다 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다.
- 이러한 상황은 (중세 귀족의 몰락, 상업의 발달, 지역 사회 내 엘리트 지식인의 영향력 증대 등과 함께) 중국의 '거대함'과도 연관되어 있었 다. 예를 들어 과거 준비를 열심히 하고도, 또 과거에 합격하고도 관직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 많아지는 시기가 있었고 이들은 각 지 방의 지식인으로 남게 됐다. 따라서 전국 어느 지역에 가든 비슷한 수준의 지식과 능력, 가치관을 지닌 엘리트가 포진하게 됐다. 관료 가 되기 위한 준비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과거 중심 교육은 일종의 직업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이는 뛰어난 문장력, 과거 기록물에 대한 지식과 해석 능력 등을 요하는 과정이었다. 과거 공부는 공자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무리가 주장하는 '자신을 위한 공부' 개념에 더 가까웠다. 추론, 비판적 사고, 다양한 관점, 역사적 깊이, 도덕적 선택 등 과거제에 기반을 둔 교육 체계는 사실 과학만 빠진 이상적 인문교양 교육과 다를 바가 없다. 현대 교육의 기본 목적에도 단순 히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기본적 가 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포함된다.
가치관 함양이라는 차원에서, 배우는 사람에게 어떤 가치관을 어떻게 심어줘야 하느냐는 늘 중요한 쟁점이다. 인의가 중요한 가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가 중요한가? 사물을 탐 구하고 지식을 얻는 것이 중요한가? 분명한 것은 이러한 부분에서 도 옛것을 되살리는 일과 새것을 창조하는 일, 국가를 위해 봉사하 는 것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 등 상충하는 가치가 늘 존재했다는 점이다.

- 그런데 오늘날 중국에서 이 같은 쟁점이 또다시 부상했다. 처음 에는 시장 경제 체계에서의 자유가 곧 정치 부문에서의 자유로 이 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 진영과, 세계화와 시장 경제에서 비롯된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사회주의 시대의 집산주의 정책으로의 회귀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신좌파 간의 갈등 으로 쟁점이 재점화됐다. 그러다가 '제3의 길'을 주장하는 사람들 이 나타났다. 말하자면 자유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중국 고유의 '중도적 노선'에서 답을 찾자는 주장이었다. 사실 '중화'라는 기치 아래 위대한 국가를 운운하는 자긍심의 원천에는 한때 봉건적이라며 폄하했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위대함을 순전히 '힘'의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은 다른 국가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만이 강 대국의 지위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국의 위대함은 공자의 가치를 토대로 융성했던 문명을 회복하는 데서 찾아야 한 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유학적 가치가 인본 주의적인지 전제주의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지만 말 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진영과 노선을 불문하고 지식 인들 모두가 과거 지식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각기 중국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기 위해 정부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점 이다.
- 현재 공산당 지도부는 유교 사상과 사회주의 사상 양쪽의 손을 모두 들어주고 있다. 시진핑은 베이징대학을 방문해 저명한 유교 사상가 고탕이지에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탕이지에는 중국 이라는 국가의 위대성을 회복하는 길은 유교 사상의 부활에 달렸 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주의 가치의 기본 토대로서 《대학>을 가르치 기도 했다. 중국의 대학은 '국학교육 차원에서 정부로부터 많 은 지금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이는 다른 문명과 역사에 대한 이해 와 경험을 바탕으로 자국 정권을 비판하는 지식인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문학부 쪽 사람들에게는 기회였다. 진정한 중국의 가치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에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 은 물론이고 현 정권의 지지자이자 비판자의 역할을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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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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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핏은 아주 영리하다
다음은 기지 넘치는 워런 버핏의 많은 명언들 중 하나이다. “만약 당신의 지능지수가 160이라면 30은 팔아치워라. 당신에게 그 숫자는 불필요하 다"라고 맬컴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지적했듯이 눈부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굳이 천재일 필요가 없다. 적당히 영리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 이상으로 지능이 높아봤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이용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나치게 총명한 나머지 자 신만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현실에서 성공(그리고 행복)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높은 지능지수가 누군가를 훌륭한 투자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대학교수들이 세상에 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되었을 것이다. 뛰어난 투자자가 되려면 사업 위주여야 하고, 요령과 풍부한 세상 경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버핏의 지능지수가 130을 넘어서는지 궁금하다. 그는 지능지수에서 '불필요한' 가외 점수를 얻기 위하여 그 어떤 노력도 하 지 않는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 근거가 충분한 결론을 도출하 고, 설령 처음에는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그 결론을 고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능력은 그의 존재와 투자 실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 소이다. 한마디로 그는 매우 분석적이다.
또한 버핏은 놀라우리만치 기민하다. 그가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몇 주나 몇 달이 걸리지 않는다. 그에게는 숫자 놀음에 매달리는 분석가 집 단도 필요 없다. 그는 숫자로 표기된 모든 데이터를 빠짐없이 알거나 고 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만 챙길 뿐이다. 그는 그런 것들을 감지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 버핏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고수하며, 나머지는 타인에게 맡긴다. 마크 트웨인이 "당신은 무지 때문에 곤경 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당신의 확신이다"라고 말 한 이래로 이런 방식은 매우 중요해졌다. 버핏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기 업들에만 투자한다. 예를 들면 그는 평범한 분야를 중시하고 첨단 기술 업체들은 기피한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시야에서 벗어난 것들은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같은 행동이 타인의 돈벌이 수단이 되 더라도 기꺼이 감수한다(대다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 버핏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변동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 보낸 45년 사이에 투자자들의 투자 기간은 점점 짧아졌다. 아 마도 이는 투자 결과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 증가(1960년대에는 이런 관심이 존재하지 않았다),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미친 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헤지펀 드의 성공 보수에 의해서 도입된 연간 수익을 얻으려는 노력 때문일 것 이다. 그러나 타인이 어리석은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 향을 미치도록 내버려둘 때 그런 편견을 피하는 것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즉 많은 투자자들이 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에 목매고 있으면, 장기 적인 안목을 가진 이들에겐 그것이 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핏은 "나의 보유 기간은 영원하다" 그리고 "나는 매끄러운 12퍼센트 연간 수익률보다 울퉁불퉁한 15퍼센트 연간 수익률을 더 좋아한다"라 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런 태도 덕분에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장기간 고수함으로써 수익을 눈덩이처럼 불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해마다 포트 폴리오를 바꾸면서 단기금리로 세금을 지불하는 대신 비과세로 수익을 누적시킬 수 있었다. 또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손해를 보는 대신 그 시기 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유동성을 주장하면서 그것을 빌미 로 투자에서 발을 빼는 대신 버핏은 자신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투자에 기꺼이 나서고 있음을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1995년도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 했다. “몇몇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저항하는 과정을 보면 어 이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핏이 한마디 덧붙였다. “정말 놀라운 점은 배우는 것이 이기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저항한다는 겁니 다." 잠시 후 버핏은 더 사려 깊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나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저항이 존재합니다. 나는 '대다수 사 람들은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죽기를 원한다'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 을 한 차례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금융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꼭 들어 맞는 말입니다."

- 버핏은 자신이 난소의 제비뽑기에서 이겼다고 늘 주장했다. 그는 1930년 대에 미국에서 자신이 태어날 확률이 약 30대 1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자신이 빨리 달릴 수 없었으며, 뛰어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한 적도 없다고 고백했다. 우쿨렐레(기타 비슷한 하와이의 4현악기_옮긴이) 연주에 소질 이 있었음에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 는 “많이 활동하면서 거대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해 주는 그런 특별한 방식에 몰두했다.6
"나의 부는 미국에서의 삶과 어느 정도 행운이 따른 유전자 그리고 복 리 이자가 모두 결합한 것에서 나왔다." 버핏의 말이다. "전반적으로 우 리 국가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때로는 왜곡된 결과를 낳기도 했던 시장 시스템에서 살아온 것이 나의 행운을 돋보이게 했다." 버핏은 자신이 “전 쟁터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에게 훈장으로 보답하고, 훌륭한 교사에 게 부모의 감사 편지로 보답하지만 주가를 잘못 매긴 것을 감지할 수 있 는 이들에게는 수십억 달러의 돈으로 보답하는 경제에서" 우연히 일하 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그는 이를 운명을 결정하는 '긴 밀짚들(long straws)'의 변덕스러운 분배라고 말했다.'

- 1970년대에 들어서자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은 섬유 사업에 계속 투 자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버핏은 힘 겨운 상황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가끔 그는 다음과 같은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방직 공장들은 그 지역에서 최대 고용주이다. 노동자들은 양 도하기 힘든 고급 기술을 가진 나이 든 연령 집단이다. 경영진은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도 합리적이다. 무엇보다도 버핏은 섬유 사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윤을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방직 그룹이 적절한 자본 지출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길 기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단지 우리 회사의 수익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 평균 이하의 수익성을 가진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높은 수익성을 가진 기업이라 할지라도 일단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이면 그 기업 운영 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애덤 스미스라면 나의 첫 번째 진술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카를 마르크스라면 나의 두 번째 진술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마음 편히 취할 수 있는 일은 중립을 지키는 것뿐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자 버핏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첫째, 섬유 사업은 근본적으로 높은 자기자본수익률을 얻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섬유는 생필품이고, 생필품은 경쟁사들의 제품과 차별화하는 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왜냐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외국 기업들이 마진을 쥐어짜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방직 공 장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자본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으며, 사업 수익성이 형편없 을 경우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버핏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만약 그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섬 유부문에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한다면 버크셔는 확장된 자본의 규모에 비해 저조한 수익률을 거두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그가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버크셔의 방직 공장들은 다른 국내 섬유 제조업체들과 비교할 때 점점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버크셔의 재투자 여부와 상관없 이 외국 경쟁 업체들은 값싼 노동력 고용으로 경쟁력에서 계속 우위를 보일 것이다.
1980년의 연차 보고서는 방직 그룹의 미래에 불길한 전망을 내비쳤 다. 그해에 버크셔 산하의 방직 그룹은 '회장의 서한에서 명망 높은 첫 번째 순서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 이듬해에는 회장 인사말에서 언급조 차 되지 않았다. 급기야 1985년 7월에 버핏은 방직 그룹에서 손을 떼며 100여 년 전에 출범한 사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방직 그룹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 었다. 첫째, 버핏은 기업 회생과 관련하여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 바로 기 업 회생은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방직 그룹이 초기 에 충분한 자본을 창출한 덕분에 보험회사를 매수할 수 있었고, 그것이 더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었다.
- 워런 버핏은 설명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다. 겉모습은 기업계의 거물이라 기보다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평범한 모습이다. 지능적으로는 천재로 보 이지만 사람들과의 실제 관계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는 소박하고 솔 직하며 정직하다. 그리고 세련된 위트와 감성적인 유머를 모두 구사할 줄 안다. 또 논리적인 것을 매우 존중하는 반면 엉뚱한 짓을 좋아하는 고약한 취향도 가지고 있다. 그는 단순한 것을 포용하며 복잡한 것을 멀리한다.
연차 보고서를 읽다 보면 버핏이 성경이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 또는 메이 웨스트를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모습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보 고서의 주된 용도는 '읽기 위한 것'이다. 60~70쪽 분량의 각 보고서는 정 보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그림도, 컬러그래픽도, 차트도 없다. 처음부 터 시작하여 방해 없이 계속 읽을 수만 있다면 투자와 관련된 통찰력과 소탈한 유머 그리고 솔직함에 대한 다량의 정보를 보답받을 수 있다. 그 는 버크셔 사업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강조한다. 그는 버크셔 주식을 소 유한 사람들이 곧 그 회사의 소유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가능한 한 많이 말해준다.

- . 찰리에 따르면 '처세술(worldly wisdom)'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중요한 개념들을 한데 묶어주는 정신적 모형의 격자 구조(latticework of mental models)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찰리가 가진 지식의 폭과 넓이를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불쌍한 찰리 연감(Poor Charlie's Almanack: The Wit and Wisdom of Charlies T. Mung- r)을 숙독하기 바란다.
이런 모든 특징-재무적 지식과 법적 배경과 다른 원칙들에 담긴 교훈 에 대한 이해에서 찰리는 버핏과 조금 다른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었 다.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변함없이 헌신적이었던 버핏은 싼 가격에 주식 을 매입하려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찰리는 필립 피셔의 원칙에 따라 움직 였다. 그는 적당한 회사의 주식 매입에 후한 가격을 지불하기보다는 훌 륭한 회사의 주식 매입에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다.

- 1976년 그레이엄이 사망하자 버핏은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 접근법의 대 표자가 되었다. 사실상 버핏의 이름 자체가 가치 투자와 동의어로 통했 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그레이엄의 수제자로 널리 알려져 있고, 버핏 자신이 기회 닿을 때마다 그레이엄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고 고백했 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버핏은 자신의 투자 인생에서 아버지 다음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그레이엄을 꼽고 있다." 심지어 자 신의 첫아들 이름을 하워드 그레이엄 버핏으로 지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그레이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버핏이 1973년에 워싱턴포스트컴퍼니, 1986년에 캐피털시티스/ABC, 1988년 에 코카콜라컴퍼니, 2011년에 IBM 같은 기업들의 주식을 매수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레이엄의 엄격한 재무 기준을 적용하면 이들 기업은 모 두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버핏은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일찍이 1965년부터 버핏은 싼 주식을 매수하는 그레이엄의 전략에 한 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레이엄은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매입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주식의 '일시적 하락' 덕분에 투 자자들이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버핏은 이 런 전략을 '담배꽁초 투자법'이라고 불렀다. 거리를 걷던 투자자가 바닥 에 있던 담배꽁초를 발견하고 마지막 한 모금을 빨기 위해서 그것을 집 어 든다. 불결한 흡연이지만 공짜임을 감안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버 핏은 그레이엄의 전략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반드시 누군가 청산인 역할 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청산인이 없다면 다른 투자자가 당신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의향을 가지고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버핏은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이 1,0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회사 를 800만 달러에 인수할 경우 그 자산이 제때 팔리기만 한다면 당신은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재정적 여건이 부실하 여 기업 매각에 10년이 걸린다면 당신의 총수익은 평균을 밑돌 것이다. 버핏은 "시간은 훌륭한 기업의 친구이자 평범한 기업의 적이다"라고 적었 다. 20 만약 부실한 실적을 올린 기업을 청산하지 못하고, 매수 가격과 기 업 자산의 시장 가치 간의 차이로부터 이득을 얻지 못한다면 그의 투자 실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한 재정적 여건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 이다.

- 그레이엄과 피셔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주로 양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그레이엄은 고정자산, 현재 수익, 배당 등과 같은 측정 가능한 요소들을 중시했다. 그의 조사는 기업의 서류와 연차 보고서에 국한되었다. 반면 고객이나 경쟁 업자 또는 경영자들과의 인터뷰에는 전혀 시간을 투자하 지 않았다.
피셔의 접근법은 그레이엄과 정반대였다. 주로 질적인 측면을 분석하 는 피셔는 미래의 전망이나 경영 능력처럼 기업의 가치를 올려주는 요소 들을 중시했다. 그레이엄이 오직 싼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 매입에만 관심 을 가진 반면 피셔는 장기적으로 내재 가치를 올려줄 잠재력이 있는 기 업의 주식 매입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투자 선택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 면 어떤 정보든 얻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여기저기 가리지 않 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 버핏은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 mon Profits)』를 읽은 후 저자를 찾아 나섰다.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의 아이디어만큼이나 그 인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버핏의 말이다. 버핏은 그레이엄과 피셔의 접근법이 상이하다면서 "그들은 투자 세계에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부연해서 말하자면 버핏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은 평행선이 아니라 잘 들어맞는 이음새였다. 버핏의 투 자법이 기업 및 경영자의 질적 측면에 대한 이해(피셔의 가르침)와 가격 및 가치의 양적 측면에 대한 이해(그레이엄의 가르침)의 결합에 기초해 있기 때 문이다.
예전에 워런 버핏은 "나를 만들어준 15퍼센트는 피셔이고, 나머지 85 퍼 센트는 그레이엄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널리 회자 되는 이 말이 나온 시기가 1969년이라는 사실이다. 그즈음에 버핏은 엄 선된 소수의 기업 주식을 매입하여 장기간 보유하는 피셔의 투자 철학 을 향해 점진적이지만 명확한 행보를 보였다. 나의 직감이긴 하지만 만 약 버핏이 오늘날 유사한 발언을 한다면 두 사람이 그에게 미친 영향을 50대 50쯤으로 말하지 않을까 싶다.
- 사실 피셔의 질적 측면 이론을 적극 구현한 인물이 바로 찰리 멍거이 다. 처음부터 찰리는 우수한 기업의 가치를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으 며,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혜안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으로 찰리는 현대판 벤저민 그레이엄이었다. 초창기에 그레 이엄은 투자에서 감정의 양면성을 버핏에게 가르쳐주었다. 즉 감정에 휩 쏠려 분별없는 결정을 내리는 이들에게 감정은 실수를 야기하지만 똑같 은 함정에 빠지지 않는 자들에겐 기회를 제공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찰리 는 심리학 관련 책들을 숙독하면서 이 주제를 계속 발전시켰다. 그는 이 를 '오판의 심리 (the psychology of misjudgement)'라고 불렀는데 이 개념은 제 6장에서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 찰리는 시종일관 감정을 강조하며 버크셔의 의사 결정에서 그것을 핵심적인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찰리의 가장 중요한 공헌 중 하나이다.
버핏이 벤저민 그레이엄과 필립 피셔와 찰리 멍거에게 헌신적이었음은 이해할 만하다. 그레이엄은 버핏에게 투자에 대한 지적인 토대ᅳ안전 마 진 이론ᅳ를 마련해주었으며, 시장 변동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감 정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피셔는 훌륭한 장기 투자를 확인하 고 선별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롭고 실행 가능한 방 법론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찰리는 우량 기업 주식의 매입 및 보유로부 터 경제적 수익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특히 찰리는 개인들이 재정적인 결정을 내릴 때 종종 저지르는 심리학적 실수들에 대해서도 버핏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버핏의 투자 활동과 관련하여 종종 혼란을 느낄 때가 있지만 버핏이 이 세 인물의 종합판임을 감안하면 그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적었다. "우수한 지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능을 잘 응용하는 것이다." 응용이야말로 버핏과 다른 투자 경영자들을 구분짓는 잣대이다. 그의 많은 동료들이 높은 지 능을 가지고 있고 자제력이 있으며 헌신적이다. 그럼에도 버핏은 그들 사 이에서 단연 군계일학 같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이 지혜로운 세 사람의 접근법을 응집력 있는 하나의 접근법으로 통합하는 놀라운 능력을 그 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워런 버핏의 투자 요소
기업 요소
•기업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가?
•기업이 일관성 있는 경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기업이 장기적으로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
경영 요소
•경영진이 합리적인가?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정직한가?
•경영진이 제도적 관행을 거부하는가?
재무요소
•주당순이익이 아닌 자기자본수익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주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
•높은 수익 마진을 가진 기업을 찾아야 한다.
•유보한 1달러에 대해서 최소한 그 이상의 시장가치를 확실히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요소
•기업의 가치는 얼마인가?
•내재가치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가?

- 투자의 성공은 당신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모르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이다. "당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만 투자하라. 중요한 것은 그 범위가 얼마나 넓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한도를 얼마나 잘 정의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버핏의 조언 이다.
- 버핏은 어려운 문제의 해결에 매달려 있는 기업들도 기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경험을 통해서 그는 방향 전환이 좀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을 찾느니 합당한 가격으로 안전한 기업을 찾는 것이 더 수익성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버핏 은 이렇게 말했다. "찰리와 나는 기업이 처한 곤경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 지 않았다. 우리가 배운 것은 그런 기업을 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는 30센티미터 높이의 장애물을 찾는 데 집중한 덕분이지 2미터 높이의 장애물을 치울 수 있 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니다."

- 평균 이하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면서도 필요 이상의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 문제를 무시하고 평 균 이하의 수익률로 재투자를 계속한다. (2) 다른 성장 기업을 매수한다. (3) 주주에게 현금 배당으로 돌려준다. 버핏은 이 선택의 길목에서 경영 진의 의사 결정을 예의 주시한다. 이때야말로 경영진이 합리적인지 비합 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평균을 밑도는데도 재투자를 계속하는 경영자 들은 이런 상황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주주들은 경영진의 수익성 향상 전망에 현혹당한다. 만약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를 무시할 경우 현금은 점점 유휴 자원화되고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낮은 수익률과 초과 현금과 낮은 주가를 가진 기업은 기업 사냥꾼의 공격을 받기 쉽다. 그러면 현 경영진의 임기도 끝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 황에서 경영진은 종종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두 번째 선택-또 다 른 기업 인수를 통한 성장을 하기도 한다.
기업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 주주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기업 사냥꾼들의 공격을 단념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버핏은 성장 기업을 인수해야하는 기업들에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성장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매입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기업 을 합병하여 경영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주주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버핏에 따르면 현금이 쌓여감에도 불구하고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가 지고 재투자하지 못하는 기업에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유 일한 방안은 주주들에게 그 돈을 돌려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 법이 있다. 하나는 배당을 시작하거나 증액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다.

- 배당을 통하여 현금을 손에 쥔 주주들은 더 높은 수익을 위해서 다른 투자처를 찾는 기회를 갖게 된다. 겉보기에 이는 좋은 일처럼 보인다. 그 래서 많은 사람들은 늘어난 배당을 기업 운영이 잘되고 있다는 징조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버핏은 수익을 유보하여 회사에 재투자할 경우에는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것보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어야 이런 상황이 호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배당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주에게 수익 을 되돌려주는 두 번째 선택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버핏은 경영진이 주식을 재매입하면 곱절의 보상이 따라온다고 생각 한다. 주식이 내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경우 주식 매입은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어떤 회사의 주가가 50달러인데 내재 가치가 100달러라면 경영진이 그 주식을 매입할 때마다 그들은 1달러를 투자하여 2달러의 내재 가치를 획득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런 거래는 주주들에게 매우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버핏은 경영진이 주식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한 다면 이것은 쓸데없이 기업을 확장하기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주식시장이 이런 태도에 반응하면, 주주의 재산을 늘려줄 기업을 찾는 다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인다. 흔 히 주주들은 두 차례 보상을 받는다. 하나는 공개시장 매입에서 오는 보 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의 관심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서 오는 보상이다.

- 치가 100달러라면 경영진이 그 주식을 매입할 때마다 그들은 1달러를 투자하여 2달러의 내재 가치를 획득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런 거래는 주주들에게 매우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버핏은 경영진이 주식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한 다면 이것은 쓸데없이 기업을 확장하기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주식시장이 이런 태도에 반응하면, 주주의 재산을 늘려줄 기업을 찾는 다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인다. 흔 히 주주들은 두 차례 보상을 받는다. 하나는 공개시장 매입에서 오는 보 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의 관심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서 오는 보상이다.

- 잘못 이끄는 CEO는 결국 개인적으로 그 자신을 잘못 이끌게 된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성공에만 집중하지 않고 자기 실수의 가치를 이해하게 된 것을 찰리 멍거의 공으로 돌렸다.
- 버핏은 실무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이 놀라운 발견을 했다. 학교 에서 그는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들이 정직하고 총명하며 무의식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배웠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들여놓 은 뒤에는 "제도적 관행이 작동하면 합리성이 종종 힘을 잃는다"는 사 실을 깨닫게 되었다.
버핏은 제도적 관행이 다음과 같은 심각하지만 흔히 발생하는 몇몇 상황들의 원인이라고 믿고 있다. “(1) 조직이 현재의 방침에서 모든 변화 를 거부하는 상황. (2) 단지 시간을 채우려고 작업을 연장하는 것처럼 이용 가능한 자금을 빨아들이기 위해서 기업 프로젝트나 인수를 구체화 하는 상황. (3) 리더가 아무리 어리석은 결정을 내려도 부하 직원들이 상세한 수익률이나 전략적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여 리더의 결정을 지지하는 상황. (4) 동종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영진에 대한 보상책을 만들거나, 무엇을 하건 그들의 행동을 맹목적으 로 모방하는 상황. "

- 고이주에타가 코카콜라의 사장으로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취한 조치 중 하나는 폴 오스틴이 벌여놓은 본업과 무관한 사업들을 포기하고, 시럽 을 판매하는 핵심 사업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것은 코카콜라 가 제도적 관행에 도전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조치였다.
코카콜라를 단 하나의 제품만 취급하는 기업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담한 조치였다. 고이주에타의 전략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동 종 업계에 있는 타 기업들은 정반대 행위를 하던 시기에 이러한 조치를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선도적인 몇몇 음료회사들은 벌어들인 수익을 자 신의 본업과 관련 없는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앤호이저부시는 맥주 사 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테마파크에 투자했다. 포도주와 증류주 제조 및 유통 기업인 브라운포먼은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크리스털과 은 과 여행 가방 사업에 투자했는데, 모두 매우 저조한 수익률을 보여주었 다. 증류주와 포도주를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 시그램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매입했다. 코카콜라의 주요 경쟁사인 펩시는 타코벨, 켄터키프라이드치킨, 피자헛 등과 같은 스낵 사업과 레스토랑을 매입했다.
고이주에타의 조치는 코카콜라의 관심을 매출 규모가 가장 크면서도 가장 중요한 제품에 집중하게 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자원을 가장 수익 성 높은 사업에 재분배하게 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시럽 판매에서 얻 은 경제적 수익률은 다른 사업으로부터 얻은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코카콜라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사업에 그 수익을 재투자한 것도 그 때 문이었다.

-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자들은 종목 선택에서 자신들의 탁월한 능력으로 그 어떤 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인덱스 투자자들은 그들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대규모 뮤추얼펀드 중 오직 41 퍼센트만 S&P500지수를 능가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두 전략의 근본적인 장점은 동일하다. 즉 분산투자를 통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산업 및 다양한 시장 영역을 대표하는 주식들을 다량 보유함으로써 한 곳에만 모든 돈을 투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손실을 막아주는 보호막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정상적인 시기라면 분산형 포트폴리오에 속한 주식들 중 일부의 주가는 내려가고, 다른 일부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 다. 따라서 그들은 후자가 전자를 상쇄하길 기도할 것이다.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가득 채우는 방식으로 이런 보호막을 마련한다. 그들의 관점은 포트폴리오에 담은 종 목이 많을수록 기회도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열 가지 종목의 주식이 한 가지 종목보다 더 낫고, 100가지 종목 주식이 열 가지 종목 주식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덱스펀드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분산투자를 허용한다. 여기에는 인덱스펀드가 반영하는 주가 지표도 분산 되어야 하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전형적인 뮤추얼펀드에 속한 주식이 100종목을 상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귀가 닳도록 분 산투자하라는 주문을 들어왔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불가피한 결과로 평 범한 실적에 무감각해졌다.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덱스펀드는 둘 다 분산투자를 제공한다. 그러나 대체로 두 전략 모두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지 못한다.
버핏은 이런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적극적인 전략과 인덱스 전략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워런 버핏은 주저 없이 인덱스 전략을 택할 것이다. 리스크를 용납하려 들지 않는 투자자들 그 리고 기업의 재정 건정성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그래도 보통주 투자 를 통하여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는 데 동참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 역 시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이다. 버핏은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독특한 어조 로 이렇게 주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가 주기적으로 인덱스펀드 에 투자하면 실제로 대부분의 투자 전문가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
그러나 버핏은 주가지수를 능가할 확률을 크게 높여주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전략과 다른 제3의 대안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집중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핵심만 짚자면 집중투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의미한 다. 장기간에 걸쳐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몇몇 종목의 주식을 선정한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그 주식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요동쳐도 꿋꿋하게 그 주식을 보유한다.
워런 버핏의 기본 원칙들은 집중투자 포트폴리오에 맞는 우수한 기업 들을 가려낸다. 그렇게 선택한 기업들은 뛰어난 실적과 안정적인 경영에 대해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안전성 덕분에 과거와 마찬 가지로 미래에도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말해 평균 이상 의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것이 바로 집 중투자의 핵심이다(수학 분야에서 나온 확률 이론은 집중투자의 근거를 형성하는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이다).

- 규칙적으로 활발히 주식을 사고파는 데 익숙한 펀드매니저들에게는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한 이런 포트폴리오 관리 방식이 특이해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을 선택하면 평균 이상의 비율로 자본이 증 가하는 것 이외에 다음 두 가지 중요한 경제적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하 나는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이점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상당한데, 두 가지 이점을 합치면 아마 엄청날 것이다.
- 시카고에 본사를 둔 뮤추얼펀드 조사 기관인 모닝스타는 3,650개의 미국 주식 펀드를 검토하다가 회전율이 낮은 펀드들이 회전율이 높은 펀 드들과 비교하여 더 높은 수익률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닝 스타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퍼센트 이하의 회전율을 가지고 10년 넘게 보유한 펀드는 100퍼센트 이상 회전율을 가진 펀드에 비해 14퍼센트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동시에 쉽게 간과되는 상식적인 역학 관계 중 하나이다. 높은 회전율을 가진 주식의 문제점은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중개 수수료가 붙어 순이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비과세 신용거래를 제외하고 투자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비용은 세금- 중개 수수료보다 더 높고, 가끔은 펀드 운영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이 다. 실제로 펀드가 저조한 실적을 올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금 이다. 

- •주식을 기업과 공동 소유하는 지분으로 생각할 의향이 없다면 주식 시장에 접근하지 마라.
•당신이 주식을 소유한 기업에 대해서 어느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 기업들에 대해서도 부지런 히 연구할 준비를 하라.
·최소한 5년 동안(10년이면 더욱 좋다) 투자할 의향이 없다면 집중투자 포트폴리오는 시작하지도 마라.
•절대로 차입금을 이용하여 집중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마라. 차입금 없는 집중투자 포트폴리오가 당신의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증거금 납입 요구가 잘 조율된 포 트폴리오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하라.
• 집중투자자가 되려면 올바른 기질과 성격을 습득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받아들여라.

- 일부 투자자들은 귀찮게 연차 보고서를 읽는 대신 '시장 동향'에 대해서 잡담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이나 이자율의 미래 동향 에 대해서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당신이 투자한 기업의 최근 정보를 읽는 데 30분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는가? 실상은 생각보다 더 쉬울 수 있 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거나 두툼한 투자은행 설명서를 읽거나 할 필요는 없다. 집중투자 접근법을 통하여 수익을 얻으려 할 때 기업에 관 해서 MBA 수준의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음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 이하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 니기 때문이다.
"당신은 굳이 로켓 과학자가 될 필요가 없다. 투자는 160의 지능지수 를 가진 사람이 130 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투자자의 뇌 용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뇌로부터 감정을 분리해내는 능력이다.  버핏의 말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을 포함하여 당신이 투자에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를 꾀하려면 감정적, 심리적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심지어 당신이 집중투자에 관한 수학적 논거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활용해 총명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할지라도 당신에겐 여전히 주저하는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핵심은 균형감 있게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기본적인 심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 일은 좀 더 쉬워질 수 있다. 

- 그레이엄은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적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수학과 금융과 회계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투자 과정에서 수익을 얻기 힘들다.
그레이엄의 가장 유명한 제자인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한다. "그레이엄 의 접근법에는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단순히 주식 을 기업처럼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주식시장에 있는 대다수 투자자들 과 사뭇 다른 시각이다. 두 번째 원칙은 안전 마진 개념이다. 그것은 경쟁 적인 이점을 가져다준다. 세 번째 원칙은 주식시장에서 진정한 투자자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주식시 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99퍼센트보다 앞서갈 수 있다. 그리고 이것 이야말로 엄청난 이점이다."
- 그레이엄은 투자자의 태도를 발전시키려면 주식시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변동성에 대하여 재정적, 심리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 건이라고 말했다. 즉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을 지적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그런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는 감정적인 균형감도 갖추어야 한 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주가 하락세에 투자자들의 적절한 반응은 불만 족스러운 가격을 제시받았을 때 기업주가 보이는 반응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반응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진정한 투자자는 억지로 자 신의 주식을 파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현재의 시세를 마음대로 무시한다." 그레이엄의 말이다.

- 버핏의 경우 리스크는 투자자의 투자 기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버 핏이 생각하는 리스크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말하는 리스크 간 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만약 당신이 내일 매도할 의도를 가 지고 오늘 주식을 매입하면 위험한 거래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버핏은 설 명한다. 여기서 당신이 수익을 거둘 확률은 동전 던지기와 별 차이가 없 다. 손실을 볼 확률도 대략 절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기간을 몇 년으로 길게 늘려 잡으면 합리적인 주식 매입을 한다는 가정 아래 위험 한 거래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오늘 아침 코카콜라 주식을 매수 한 다음 내일 아침 매도할 경우의 리스크를 산정하라고 요구한다면 나 는 그것이 매우 위험한 거래라고 답변할 것이다." 버핏의 주장이다. 그 러나 버핏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오늘 아침 코카콜라 주식을 매수한 다음 10년 동안 그 주식을 보유했을 때 리스크는 제로가 된다.
리스크에 대한 버핏의 독특한 시각은 그의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도 그의 사고방식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과 상반된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광범위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주요 이점은 개별 주식의 주가 변동성을 경감할 수 있다 는 것이다. 그러나 버핏처럼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이와 다른 관점으로 포트폴리오 분산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신봉자들은 주식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주가와 내재 가치는 동일하다. 그들에겐 주가가 우선이고 자 산 가치는 나중 문제이다. 가끔은 자산 가치를 아예 고려하지 않을 때 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오른편에는 워런 버핏과 다른 성공적인 투자자들 이 선택한 길이 있다. 이 길은 인생 경험과 간단한 산술과 장기 주식 보 유자들로 가득 채워진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평탄한 단기 주가 여 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가치 성장률의 최대화를 모색하는 투 자법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시켜 주는 길이다. 버핏 투자 기법의 지지자들은 주식시장이 항상 효율적으 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겐 자산 가치가 우선이고 주가는 나중 문제이다. 가끔은 주가를 아예 고려하지 않을 때도 있다.

- 2011년에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이라는 제목의 중요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뉴 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및 그해의 5대 논픽션 작품으로 선정되었 는데, 의사 결정에 관한 500쪽 분량의 책치고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게으른 통제자(The Lazy Controller)'라는 부제가 붙은 제3장이다. 카너먼은 인지적 노력이 정신적 노동이며, 이런 노동으로 인해서 작업이 힘들어질수록 우리들 대다수가 게을러지는 경향이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그는 지적인 사람 들이 자신의 맨 처음 답변에 충분히 만족한 나머지 너무 쉽게 사고를 중단하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카너먼은 시스템 2 생각을 요하는 활동은 자제력을 필요로 하는데, 지 속적으로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이 불쾌감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만 약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어떤 힘든 일을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면 그 다음 난관에 부딪쳤을 때 자제력을 덜 발휘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 결국 연료가 바닥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지적인 게으름의 죄 를 모면한 자들은 '적극적인 사람(engaged)'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들은 타인보다 더 기민하고 지적으로 행동하며, 피상적인 답변에 만족하지 않 고 자신의 직감을 자주 의심한다."

- 하버드 대학 인지과학자인 데이비드 퍼킨스가 처음으로 명명한 마인 드웨어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정신적으로 마음 껏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규칙과 전략, 과정과 지식을 일컫는 말이다. “주 방용품은 주방에서 활동하기 위한 도구들로 구성되어 있고, 소프트웨어 는 컴퓨터에 사용되는 도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인드 웨어는 마음을 위한 도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인드웨어는 개인이 배울 수 있는 어떤 것으로 개인의 전반적인 능력을 확장시켜 비판적으로 그리고 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시스템 2의 사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당신에게는 어떤 마인드웨어가 필요할까? 최소한 당신은 해당 기업의 연차 보고서와 경쟁 기업들의 연차 보고서는 읽어두어야 한다. 만약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전 망이 밝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대략적인 기업 가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주주 수익 성장률 이 포함된 몇 가지 배당 할인 모델을 실행해보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경 영진의 장기적인 자본 배분 전략을 연구하고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몇몇 친구나 동료 또는 투자 자문가들에게 연락하여 당신이 투 자한 기업 또는 경쟁 기업에 관한 의견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명심할 점 은 높은 IQ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단순히 기업의 현재 주가수 익률을 알아내는 것보다 더 많은 정신적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 이론적으로 보자면 주식시장 참여자가 증가하고 거래량도 함께 늘어 나면 더 나은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이 이루어지고, 차례로 시장 잡음 과 변동성 감소에 상응하여 가격과 가치 간의 격차도 줄어드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투자자가 아 닌 투기자일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거래 활동의 증 가가 오히려 가격과 가치 간의 격차를 넓히고, 시스템 내부의 잡음을 증 가시키며, 큰 폭의 변동성을 유발한다. 이 같은 세계에서 단기 실적의 압 박에 볼모로 잡혀 있는 투자자는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굳이 이런 식으로 투자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워런 버핏의 성공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려는 그의 욕구가 많은 영 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모두 버핏과 함께 그 게임에 참여하라는 초대를 받고 있다. 성공적인 게임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이한 일련의 규칙들을 채택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의 가치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시간과 인내가 버핏의 투자 활동의 핵심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버크셔의 전액 출자 기업들과 포트폴리오에 속한 보통 주를 관리하면서 차분하게 인내심을 유지한 그의 태도에 있다. 끊임없는 활동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이 세계에서 버핏은 의도적으로 느리게 움직 인다. 객관적인 관찰자라면 이렇듯 느린 움직임을 보이는 태도가 손쉬운 수익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이해한 이들 이라면 버핏 버크셔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투기자는 인내심이 없다. 그러나 투자자로서 버핏은 인내심을 삶의 지표 로 삼고 있다. 그는 “시간에서 가장 좋은 점은 충분한 길이가 있다는 것 이다"라며 인내심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 지능만으로는 투자 성공을 확실히 보장 할 수 없다. 투자자의 뇌 크기보다는 뇌로부터 감정을 분리해내는 능력 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단기적인 탐욕이나 공포로 인해서 의사 결정 을 내릴 때 합리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때 돈이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버핏은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으로 인해서 자신이 더 부유해지거 나 더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주식 보유 기간이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과 관련된 불편한 심기를 견디지 못하지만 버핏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식시 장보다 자신이 기업의 가치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 다. 버핏은 자신이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없으면 게임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식 투자가 포커 게임과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만약 포커 게임에 참여하고 있을 때 누가 어수룩한 봉인지 모르면 자신 이봉이 된다는 것이다.
합리성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쉽게 시스템 1의 사고로 연결된다. 시스 템 1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작업에는 적합하지만 주식 투자 같은 복 잡한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합리성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탐욕과 공 포 같은 기본적인 감정의 노예가 된다. 결국 그들은 투자로 불리는 게임 에도 어수룩한 봉이 될 수밖에 없다.

- 버핏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 높은 IQ를 가지고 있거나 최고의 경 영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질 (temperament)이다. 버핏이 기질에 관해서 말할 때 그가 의미하는 것은 합 리성이다. 합리성의 기반은 과거를 현재로 바라보면서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신중하게 선택하는 능력에 있다. 요컨대 워런 버핏 이 그런 기질의 소유자다.
버핏을 잘 아는 이들은 합리성이 버핏과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구분 짓는 잣대라는 데 동의한다. "하버드 법대에는 수천 명이 있었다. 나는 최상위층에 속한 학생들을 다 알고 있었지만 버핏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은 없었다. 그의 두뇌는 남들보다 월등한 합리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찰리 멍거의 말이다. 50년 동안 워런 버핏을 알고 지낸 캐럴 루미스 역시 버핏의 투자 성공에서 합리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특징 이라고 믿고 있다. 『버핏의 저자 로저 로웬스테인도 "버핏이 가진 천재 성은 대체로 인내와 절제와 합리성이라는 성격상의 천재성이다"라고 말 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위원회의 일원인 빌 게이츠도 합리성이 버핏의 두드 러진 특징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오후 두 사람이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 교에서 강당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할 때 이 사실이 명확히 입 증되었다. 한 학생이 첫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거 죠? 어떻게 하느님보다 더 부자가 되었나요?" 버핏이 숨을 깊이 들이켜고 나서 답변하기 시작했다.
- “내 경우에는 이 자리에 오게 된 과정이 아주 단순합니다. IQ는 아닙 니다. 분명 여러분에게도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일 겁니다. 정말 중요한 것 은 합리성입니다. 나는 항상 IQ와 재능을 자동차의 마력과 같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실제 출력-자동차의 작동 효율성은 합리성에 달려 있 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400마력짜리 자동차를 먼저 구입하지만 정작 출 력은 100마력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200마력짜리 자동차를 구입 하여 200마력 출력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겁니다." 버핏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왜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 출력을 얻는 데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걸까요? 그것이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며, 기 질이 되고 합리적인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당신에게 방 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이 나보다 더 나은 행동을 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앞 으로도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지만 또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겁 니다. 후자의 경우 이런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은 세상이 허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 스스로 방해하기 때문입니다.6

- 때때로 투자자들은 경제에 대한 가정을 한 다음 이 원대한 구상에 꼭 들어맞는 종목들을 물색한다. 그러나 버핏은 이런 사고방식이 어리석다 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어느 누구도 경제에 대한 예측 능 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둘째, 만약 특정한 경제적 환경에서만 유익한 종 목을 선택한다면 높은 회전율과 투기는 불가피할 것이다. 즉 경제를 올 바르게 예측하건 그렇지 않건, 당신은 향후 경제적 시나리오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다. 그러나 버핏은 경제와 상관없이 수익성 있는 기업의 주식 매입을 선호한다. 물론 거시 경제의 지배력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버 핏이 투자한 기업들은 예측하기 힘든 경제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 익을 올리고 있다. 버핏은 경제에 대한 예측이 옳을 경우에만 수익성 있 는 종목들을 일시적으로 빌리는 대신 모든 경제적 환경에서 수익을 올 릴 수 있는 종목들을 찾아내고 보유하면서 현명하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 기업 요소
기업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가? 만약 당신이 수익을 얻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투자한 기업의 미래를 통찰력 있게 추측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기업이 어떻게 매출을 이끌어내고, 비용을 발생시키고, 수익을 낳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단서도 없이 주식 투자에 나선다. 그러나 당신이 이런 경제적 과정을 이해한다면 더 많은 조사를 하려고 준비할 것이다.
기업이 일관성 있는 오랜 경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어 떤 기업에 가족의 미래를 투자하려 한다면 그 기업이 오랜 세월에도 불 구하고 건재한지 여부를 알아야 한다. 독특한 경제 순환과 경쟁 세력을 경험하지 못한 신생 기업에 당신의 미래를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그 대 신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수익을 이끌어낼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만큼 오랜 경영의 역사를 가진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 주식을 소유하기에 가 장 좋은 기업, 장기적 전망이 가장 밝은 기업은 워런 버핏이 프랜차이즈 라고 이름 붙인 기업이다. 프랜차이즈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지만 마땅한 대체물이 없으며 수익을 통제받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 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견 뎌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경제적 영업권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소유 하기에 최악의 기업은 생필품 제조 회사이다. 생필품 제조 회사는 경쟁 업체와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 그들에겐 경제적 영업권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이런 회사들 간의 유일한 차이는 가격 뿐이다. 생필품 제조 회사 주식 소유의 문제점은 가격을 무기로 활용하 는 경쟁 업체들이 일시적이나마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려는 욕심에 종종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툭하면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기업들과 경쟁한다면 당신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대체로 대다수 기업들은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기업과 생필품 제조 회 사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심지어 약한 프랜차이즈 기업이라 할지 라도 평균 이상의 투자자본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을 가지 고 있다. 이와 반대로 강한 생필품 제조 회사라 할지라도 최저 가격을 제 공할 경우에만 평균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 주식 소유의 한 가지 이점은 프랜차이즈가 경영진의 무능력을 견뎌낼 수 있 을뿐더러, 심지어 경영진의 무능력이 치명적일 경우에도 생필품 제조 회 사와는 달리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경영 요소
경영진이 합리적인가? 당신은 주식시장이나 경제 전반을 주시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 대신 당신이 투자한 기업의 현금을 주시해야 한다. 경영진이 현금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이 당신이 적절한 투자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투자한 기업이 운영에 필 요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면 경영진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자본 비용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 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만 여유 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만약 이런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는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 를 매입하는 식으로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줄 것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인 경영자들은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대신 여유 자금을 쓰려고 끊 임없이 다른 방도를 모색한다. 그러다가 결국 투자수익률이 자본 비용을 밑돌 때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정직한가? 비록 당신이 투자한 기업의 CEO와 자 리를 같이하면서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할지라도 당신의 주주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CEO에 관해서 많은 말을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경영자가 각각의 사업 부문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당신이 이해하게 끔 기업의 진척 상황을 알려주고 있는가? 경영진이 그들의 성공을 자랑 스럽게 알리듯이 실패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는가? 특히 경영진이 회사 의 주요 목표가 주주의 총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선언하고 있는가?
경영진이 제도적 관행을 거부하는가? 경영자들로 하여금 분별없이 행동하게 하고 주주의 이익을 앗아가는 강력한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제도적 관행이다. 여기서 제도적 관행이란 다른 기업들이 무 언가를 행하고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옳다는 논리에 근거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영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레밍처럼 다른 경영자들 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한 가지 기준은 그들이 혼자 힘으로 사고하면서 군중심리를 피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 재무 요소
주당순이익이 아닌 자기자본수익률에 초점을 맞추어라. 대다수 투자자들은 기업의 연간 실적을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전년도 에 비해 이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는지 여부를 주시한다. 그러나 기업 들은 전년도 수익의 일부분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자본을 확충 하기 때문에 수익 증가는 사실상 무의미하다(수익 증대는 자동적으로 주당순 이익을 증가시킨다. 기업들이 '기록적인 주당순이익'이라고 떠들썩하게 발 표하면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해마다 일을 잘해내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 을 갖게 된다. 기업의 자본 증가를 감안하여 기업의 연간 실적을 더 정확 히 평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자기자본수익률-주주의 자기자본에 대 한 영업 수익의 비율이 있다.
주주 수익을 계산하라.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다. 버핏은 현금을 소모하는 기업들과 반대로 잉여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찾아낸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를 결정할 때면 모든 수익이 동일하 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수익 대비 높은 고정자산 비율을 가진 기업들은 수익 대비 낮은 고정자산 비율을 가진 기업들 에 비해 기업 존립을 위해서 더 많은 유보이익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이런 고정자산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해서 이익을 일정 부분 따로 책정해 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계 이익은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반영하 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버핏은 이를 '주주 수익'으로 부른다. 주주 수익을 결정하려면 순이익 에 감가상각 등과 같은 현금이 직접 오가지 않는 제 비용을 합친 다음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본 지출액을 차감해야 한다.
수익 마진이 높은 기업을 찾아라. 높은 수익 마진은 수익성 높은 사업뿐만 아니라 비용을 통제하려는 경영진의 강인한 정신도 반영하고 있다. 버핏은 비용을 의식하는 경영자들을 선호하고 비용 증가를 허용하는 경 영자들은 혐오한다. 주주들은 간접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가진다. 무분별 하게 소비되는 돈은 기업 소유주로부터 그만한 금액을 빼앗는 것이나 마 찬가지이다. 버핏은 오랜 관찰을 통해서 높은 비용으로 운영되는 기업들 은 대개 비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증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반면 낮 은 비용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은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사실 을 알게 되었다.
기업은 사내 유보금 이상으로 시장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은 해당 기업의 강점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회사의 자원을 얼마나 잘 배분하는지 알 수 있는 간단한 재무 테스트이다. 기업의 순이익에서 주주에게 지불 되는 모든 배당금을 차감하라. 그러면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유보이익이 다. 여기에 지난 10년 동안 회사의 유보이익을 모두 더해보라. 그런 다음 회사의 현재 시장 가치와 10년 전 시장 가치의 차이를 확인해보라. 만약 해당 기업이 지난 10년 동안 비생산적으로 유보이익을 사용했다면 결국 주식시장에 반영되어 낮은 주가가 형성될 것이다. 또 기업의 시장 가치 가 유보이익의 총합보다 적다면 그 기업은 퇴보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평균 이상의 유보 자본수익률을 올린다면 기업의 시장 가치 이득이 유보 이익의 총계를 넘어설 것이고, 그 결과 유보이익 1달러에 대해서 1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 시장 요소
기업의 가치는 얼마인가? 기업의 가치는 향후 추정되는 현금 흐름을 적절한 이자율로 할인한 것이다. 기업의 현금 흐름이 그 회사의 주주 수익 이다. 장기간에 걸쳐 주주 수익을 측정함으로써 그 수익이 평균 비율로 꾸준히 증가하는지 혹은 일시적인 변동 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 다. 만약 기업의 이익이 일시적으로 변동하고 있다면 장기 이자율로 그 이익을 할인해야 한다. 여기서 주주 수익이 예측 가능한 성장 패턴을 보 여준다면 이 성장률로 할인율을 낮출 수 있다. 기업의 미래 성장률에 대 해서는 지나치게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 열의를 가지고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느니 보수적으로 추정하는 편이 더 낫다. 버핏은 미 재무부 장기채권 금리를 자신의 할인계수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할인율에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하지는 않지만 이자율이 낮을 때는 할인율을 높여 조정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가? 일단 기업의 내재 가치를 확인하면 그다음 단계는 시장가격을 살펴보는 것이다. 버핏의 원칙은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을 때에만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명심할 점은 이 마지막 단계에 와서야 비로소 버핏이 주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석가가 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을 잘못 추산하면 문제가 생긴다. 버핏 은 이 문제를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한다. 첫째로 그는 기업 특성상 단순하고 안정적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고수함으로써 미래의 현금 흐 름을 올바르게 예측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둘째로 그는 자신이 주식 을 매입한 기업마다 매입 가격과 내재가치 간에 반드시 안전 마진이 존 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안전 마진은 미래의 현금 흐름에 변동이 생기는 기업들로부터 그를 보호해주는 쿠션 같은 역할을 한다.

- 버핏의 투자 요소들
기업 요소
*기업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가?
*기업이 일관성 있는 오랜 경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기업이 장기적으로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
경영 요소
*경영진이 합리적인가?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정직한가?
*경영진이 제도적 관행을 거부하는가?
재무 요소
*주당순이익이 아닌 자기자본수익률에 초점을 맞추어라.
*'주주 수익'을 계산하라.
*수익 마진이 높은 기업들을 찾아라.
*기업은 사내 유보금 이상으로 시장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시장 요소
*기업의 가치는 얼마인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가?

- 버핏은 투자자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경우에만 폭넓은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투자자들이 보통 주 소유를 원한다면 많은 수의 종목들을 보유하면서 충분한 시간 간격 을 두고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라면 인덱스펀드와 정액 정기 매입을 해야 한다. 인덱스펀드 투자자가 된다고 해서 창피할 것은 없다. 버핏에 따르면 인덱스펀드 투자자들이 대다수 전문 투자자들보다 실적에서 더 앞선다. "역설적이지만 '벙어리' 돈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때 벙어리가 되는 것을 멈춘다. 버핏의 주장이다. "다른 한편 당신이 무언가를 아는 투자자로 기업의 경제적 상황을 이 해하면서 장기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주가가 합리적인 기업을 5~10개쯤 찾아낸다면 기존의 분산투자는 당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버핏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라고 당부한다. 만약 당신이 주식을 보유한 최고의 기업이 재무적 리스크는 매우 낮은 반면 장기적 전망은 아주 밝다면 최상의 선택에 돈을 더 투자하는 대신 당신이 스무 번째로 선호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쯤에서 한 종목 이상으로 늘어난 당신의 이론적 포트폴리오가 어 떤 상황인지 생각해보자. 당신은 버핏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의 포괄수익 (look-through earnings)을 계산함으로써 당신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경제 적 발전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당신이 소유한 주식 수에 주당 이익을 곱하여 해당 기업의 총수익 능력을 계산해보라. 버핏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주의 목적은 10년 후 최고 수준의 포괄수익을 양산하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제 당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주가 변동이 아니라 포괄수익의 성장이 최우선권이 되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가장 먼저 당신은 단순히 수익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최상 기업의 주식을 팔아치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 경영자들은 자기 회사 운영에 집중할 때 이런 사 실을 깨닫게 된다.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뛰어난 자회사들을 소유 한 모기업은 주가와 상관없이 좀처럼 자회사 자산을 매각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버핏의 설명이다. 기업 가치 증대를 원하는 CEO는 회사의 최우량 자산을 팔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CEO라도 사적인 포트폴리오에 속한 종목들이라면 '흑자도산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충 동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 버핏은 이렇게 설명한다. "내 생각은 기업의 입장에서 이치에 맞는 것이 주식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업 경영주와 같은 끈기를 가지고 소수 우량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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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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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Quote of the day 2024.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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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사실 '땅 투자의 장인이다. 미국은 1867년 알래스카를 러 시아로부터 단돈 720만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국무장관 윌리엄 수 어드가 이 땅을 사들이자 일각에서는 '수어드의 바보 짓folly' 이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알래스카에 묻혀 있는 원유와 천연자원을 고려하면 바보짓이 아닌 여우처럼 영악한 행위로 성공적인 투자였다.
서두에 알래스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제 좀 더 세부적으로 깊게 들어가 미국의 여러 주들과 유럽 국가들의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기 위함이다. 현재의 변화를 보려면 다른 주들의 역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알래스카의 GDP는 636억 달러다. 단순 비 교하면 유럽의 슬로베니아 (622억 달러), 라트비아(422억 달러), 에스 토니아 (381억 달러)보다 크다. 크로아티아(710억 달러)나 리투아니아 (705억 달러)와 비교해 크게 모자라지 않는 수준의 경제 규모를 자 랑하고 있다.
미국은 1803년 프랑스가 식민지를 건설해 소유하고 있던 루이지 애나를 구입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를 통치하던 시절이었다. 가격 은 1500만 달러. 미국 재무부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영국과 네덜란드의 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나중에 원금에 이자까지 모두 갚는 데 쓴 돈이 2331만 달러 정도다.
루이지애나를 사들인 이는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다. 그는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 항구를 손에 넣고 싶은 욕심에 프랑 스에 접근했다. 제퍼슨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후임으로 주프랑스 공 사를 지내 프랑스를 잘 아는 인물이었다.
당시에 미국이 사들인 루이지애나는 현재의 루이지애나주에 국 한되지 않는다. 지금 기준으로 15개 주의 영토 전부 혹은 일부를 아 우르는 거대한 지역이다. 아칸소, 아이오와, 미주리, 네브래스카, 캔 자스,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몬타나 등 의 전체 또는 일부가 프랑스가 판 루이지애나의 일부였다.
- 나폴레옹이 미국에 있는 거대한 식민지를 팔아버린 건 아메리카 식민지로 분산된 힘을 모아 유럽의 맹주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민지를 팔아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영국을 견제하는 것이 프랑 스의 우선순위였던 것이다.
루이지애나를 팔아버린 나폴레옹이 얼마나 배가 아플지 따져보 자. 프랑스가 미국 정부에 팔아버린 루이지애나 식민지를 구성했던 15개 주의 2022년 GDP를 더하면 5조 2412억 달러인데 프랑스 GDP (2조 7840억 달러)의 거의 두 배 정도다.

- 독일이 프랑스보다 앞서 달리게 된 이유로는 우선 게르하 르트 슈뢰더 총리 재임 시절 노동 개혁에 성공한 효과를 누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리로 재직한 슈뢰더는 노동단체를 핵심 지지층으로 두는 중도좌파 사민당 소속이다. 오랫 동안 근로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사민당이 정권을 잡았 지만, 슈뢰더는 배신(?)이라도 하듯 영미식으로 개혁했다.
슈뢰더는 2002년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리는 노동 개혁 방안을 발표해 2년으로 묶여 있던 파견근로의 허용 기간을 폐지했다. 사측 입장에서는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고령자 취업 촉진 을 위해 52세 이상은 근로계약을 사측이 자유롭게 제시한 조건으로 맺을 수 있게 했다. 32개월이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55세 미만은 12개월, 55세 이상은 18개월로 줄였다. 복지 혜택을 누리며 근로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일터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핵심 지지층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국가 경쟁력은 제고됐다. 특 히 하르츠 개혁은 독일 경제의 심장격인 자동차 조립공장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독일 내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프랑스 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동유럽, 남미, 북아프리카 등으로 생산시설 을 대거 이전해버린 것과 달랐다. 자국 내 차량 생산량이 2000년에 는 독일 552만 대, 프랑스 334만 대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독일 512만대, 프랑스 227만 대로 더블 스코어 이상이 됐다.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은 '미니잡'이라 불리는 월 소득 400유로(2013년 이후 450유로) 이하의 임시 근로직을 양성화했다. 슈뢰더는 미니잡을 가진 사람에게 사회보장세와 소득세를 면제해 주면서 아 르바이트식이라도 일단 일을 이어갈 수 있게 장려했다. 프랑스에서 는 근로자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독일식 미니잡을 만들기가 어렵다.
하르츠 개혁을 시작한 2002년만 하더라도 연간 실업률은 독일 8.6%로 8.3%인 프랑스보다 높았다. 이후 독일은 꾸준히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프랑스는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지 못했다. 2022년 독 일 실업률은 3.1%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이뤘다. 반면 프랑스 는 7.3%로 독일보다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높았다.
- 게다가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취임한 독일은 이후 강력 한 재정 통제로 나랏빚을 적절하게 줄인 반면, 프랑스는 계속해서 방만한 재정을 유지했는데 이 역시 두 나라 사이의 경쟁력이 벌어 진 원인의 하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GDP 대비 국가채무는 프랑스 64.5%, 독일 64.2%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 지만 이후 프랑스는 나랏빚을 제어하지 못했고, 독일은 공공 분야 를 중심으로 강력한 긴축재정을 전개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인 2019년 GDP 대비 국가채무는 프랑스가 97.4%로 불어난 반면 독일은 58.9%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 더 낮아졌다.

- 독일이 휘청거리는 원인의 핵심은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에너지를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독일 경제의 아킬레스건 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전쟁 직전 독일은 천연가스의 55.2%, 석탄 의 56.6%, 석유의 33.2%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특히 독일이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게 패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세계적으로 공급 망이 붕괴되고, 전쟁 중인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가 순조롭게 수급 되지 못하자 나라가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에너지에 의존하는 제조업, 화 학을 비롯한 핵심 산업이 커다란 상처를 입고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을 돌릴 에너지원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데다, 2022년 전 기요금이 10배가량 폭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생산 원가 도 대폭 올라 높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월스 트리트저널은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물가 상승과 금리 급등으로 독일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 했다.
독일은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꾸려나가는 나라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특히 미· 중간 사이가 나빠지다 보니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이 예전처럼 원 활하게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

- 지금은 ICT뿐 아니라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싸움 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강소기업이 아무리 많아도 하나의 매머드 기 업을 당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기만 하고 국가대표급 기업을 키우지 않는다면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지 기 마련이다.
특히, 이탈리아가 중소기업에 의지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가 뒤처진 대표적인 나라다. 이탈리아는 1980~90년대만 해도 영국 과 경제 규모가 비슷했다. 1990년 이탈리아 GDP는 스페인의 2배, 한국의 4배에 달할 정도였다. 특히 강한 중소기업이 대들보였다.
- 1980년대 안경테, 가구, 타일 등 틈새 시장에서 강소기업이 여럿 등 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탈리아는 자본시장 발달이 더딘 탓에 뭉 칫돈 수혈이 어려워 공룡 기업을 키우기가 난망했다. 노조 등쌀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사업가들은 노조 설립 의무가 없는 15인 이하 소기업에 자족하려 했다. 그러다 온라인 비즈니스 시대로 접어들자 크게 뒷걸음질하고 있다. 2023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탈 리아 기업은 5개뿐인데, 그중 50위 안에 든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 그뿐 아니라 500대 기업에 드는 이탈리아 기업 5곳도 ICT나 제 조업체는 전무하며 모두 에너지, 은행, 보험, 우편 업종으로서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한다. 이탈리아가 작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기간 사업을 하는 국내 1위 업체가 덩치가 커진 경우에 불과하다. 인구 로 이탈리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대만이 <포천> 글로벌 500대 기 업에 7개사를 올려놓고 있고, 그중 국영석유회사인 대만중유CPC만 빼고 나머지 6곳이 모두 첨단 업종인 것과 대조적이다.

- 딥마인드 외에도 유럽의 테크 기업이 미국 기업의 품에 안긴 사 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발트 3국 중에서 가장 작은 에스토니아 에서 태어난 스카이프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3년 스웨 덴의 니클라스 젠스트롬, 덴마크의 야누스 프리스, 에스토니아의 아흐티 헤인라가 창업한 스카이프는 2005년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 업 이베이에 26억 달러에 팔렸다. 2009년에는 이베이가 사모펀드 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 그룹에 스카이프를 넘겼고, 2011년에는 마 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를 85억 달러에 사들였다. 한때 세계 휴 대전화 시장을 호령한 핀란드의 노키아도 2013년 단말기 사업 부 문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유럽의 기술 기업들이 미국에 넘어가는 건 장기간 상당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이어 나갈 유럽 내 기업들이 부족하기 때문이 다. 미국 빅테크에 잠식된 유럽 기업은 딥마인드와 스카이프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2018년 덴마크의 시각 효과 스타트업 스펙트랄을 사들였다. 같은 해 애플은 런던에 본사를 둔 음악 앱 샤잠도 매입했다. 2018년에 페이스북도 영국의 블룸스베리 AI를 인수했다. 구글도 영국에 있던 모바일 그래픽 툴 회사 그래픽스퍼즈를 매수했다.
이처럼 유럽에서 키워놓은 싹수 좋은 기술을 미국 빅테크들이 막 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 이크로소프트는 유럽 게임사였던 닌자 시오리Ninja Theory를 자회사로 만들었고,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리프트도 런던에 근거를 둔 증강 현실AR 스타트업 블루 비전 랩스의 주인이 됐다. 이런 인수 사례를 보면 유럽 테크 업계의 서글픈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인수되 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의 빅테크 품에 안긴 이후 모기업의 자금 력을 바탕으로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 경제는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 같은 위기 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3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 이는 고용시장에는 다소 충격이 있었지만, 이들 직원을 채용한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 자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 존 디어가 이 사례의 대표격이다. 1837년 창업한 존디어는 현재 자율 주행 농기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인 력이 중요한데, 빅테크의 감원은 존 디어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 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용 유연성이 높아 쉽게 잘릴 수 있다는 건 유럽식 사고방식으로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존 디어 사례에서 보듯 인력 배치를 효율적으로 하고 새로운 산업 변화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23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중국과 중동에서 탈달러화를 시도하는데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자 버핏 회장은 단칼에 자르듯 대답한다. "우리(달러)가 기축통화이고,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 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달러 종 말론'을 무시하라고 했다.
달러와 유로화의 힘의 차이는 단적으로 코로나 사태 대응 당시 엿볼 수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위기가 본격화됐을 때 GDP의 25.4%에 해당하는 재정적 대응을 해 서 유럽 주요국 및 선진국 그룹의 재정적 대응 규모를 압도했다.
유로존 국가들도 막대한 재정을 경기 대응을 위해 퍼붓긴 했지 만, 경제 규모 대비로는 미국보다 적은 비용을 썼다. 재정 악화를 염 려해 조심스럽게 움직인 것이다. 걱정 없이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과 달리 반복되는 재정 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유럽이 보수적인 접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통화의 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식 강력한 법치주의도 달러의 힘을 떠받치고 미국식 자본주 의를 지탱하는 발판이다. 투자 컨설팅사 720 글로벌'의 창립자 마 이클 레보위츠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법치주의 rule of law는 미국 시민과 기관의 인권, 재산, 계약 및 절 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많은 국가에서도 유사한 법적 절차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기준에 부합하는 국 가는 거의 없다. 미국의 법률 시스템은 미국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외국인을 동등하게 보호한다."
이런 이야기는 미국식 법치주의가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 에 신뢰도를 높이고 그와 연동해 달러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보호한 다는 뜻이다. 이런 법률적 보호는 막대한 액수의 달러 관련 차입과 투자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미국이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 720 글로벌 창립자 레보위츠는 이렇게 묻는다.
"(자국 화폐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중국, 러시아, 사우 디아라비아가 정말로 기축통화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 람들은 자문해 보자. 만약 여러분이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그런 국가 들의 은행 시스템에 자금을 맡길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과 연 그런 국가들끼리 서로를 신뢰하고는 있을까?"

- 유럽의 짧은 근로 시간은 과거처럼 떵떵거리고 잘 살 때라면 아 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것으 로 볼 수 있어 귀감이 될 수 있고, 실제로 2차대전 이후 오랫동안 그 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유럽에서는 적게 일해도 괜찮은 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1년 팬데믹 도중에도 "우리 자신을 보면 다른 나라보다 확실히 일을 덜 하고 있으며, 그것은 엄연한 사 실"이라고 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러시아 대우 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 타격이 크자 "독일인들이 전쟁 중에도 더 오래 일해서 취약한 국가 경제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 했다. 일을 더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성장 추진력, 더 많은 스타트업, 더 많은 초과 근로 시간입니다"라고 썼다.

- 피케티는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지키려는 '상인 우파'와 교육 수준이 높은 엘리트 로서 사회적 위치를 잃지 않으려는 '브라만 좌파'가 권력 투쟁을 전 개하는 사이 많은 사람이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교육 엘리트(브라만 좌파)와 자산 엘리트(상인 우파) 간의 공 생이 이뤄지고 두 진영이 담합을 통해 정치 체제를 나눠 가지고 있 다"고 강조했다. 정치 권력을 쥔 이들이 진영으로 갈려져 있는 것처 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특히, 피케티가 "좌파 엘리트 계층이 부를 재분배하고 서민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원래의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는다"고 꼬집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길게 보면 우파든 좌파든 유럽에서 엘리트 지배 집단은 수백 년 전 귀족의 후손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우 파로 또는 좌파로 갈라졌지만 결국은 양쪽 모두 기득권층이며, 서로 간에 권력 경쟁에 몰두한다. 피케티는 이런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귀족 사회 없이 이민자들이 넘어와 일찌감치 시민 사회를 건설한 미국과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생성 과정상 다른 부분이다. 중국, 일본, 한국과 같은 아시아 주요국의 사회 구조와도 상이한 대 목이다. 이런 식으로 엘리트끼리 좌우충돌하는 현상은 국가 경쟁력 을 높이거나 조금씩 추락하는 유럽의 위상을 다시 제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럽 전반에서, 특히 프랑스에는 피케티가 꼬집는 '부유한 집안의 잘 배운 좌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캐비어 좌파'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서민은 엄두도 못내는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좌파를 자처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 파와의 권력 투쟁에 탐닉하면서 평범한 이들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기 때문에 불평등이 커진다고 피케티는 지적한다.
- 영국에서도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와 비슷한 '샴페인 좌파' 또는 '샴페인 사회주의자'라는 표현이 있다. 노동당은 당명에서 볼 수 있 듯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가 최우선 지향점이었다. 그러나 좌파 엘 리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와 우파와의 권력 다툼에 집중하면 서 원래의 목적지를 잃어버렸다.
노동당의 출발은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었는데 어느 순간 '대도시에 사는 반골기질의 먹물 지식인'을 위한 정당으 로 바뀌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역시나 엘리트주의가 묻어 있다. 독일의 중도좌파 정당인 사민당 역시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다.

- 이민자 유입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계층 간 갈등에 국한되면 다행 이다. 그러나 심각한 종교 갈등과도 연동되고 있어 유럽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유럽에 온 이민자와 난민은 중동과 북아프리 카에서 온 사람들이 많고, 이들은 거의 대부분 무슬림이다. 일상의 문화와 사고 체계가 유럽의 전통과 뿌리부터 다르다. 여기서 비롯 되는 갖가지 갈등이 이미 유럽에서는 첨예화됐다.
미국도 불법 이민자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대체로 멕시코 이남의 중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중남미는 가톨릭 국가들이기 때문에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종교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는 적다. 이와 달 리 유럽으로 온 이민자와 난민은 유럽인들에게 이질적인 이슬람교 도라는 점에서 분열과 갈등의 수위가 훨씬 높다. 이것 역시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가르는 무시 못할 요소다.
- 과거 북아프리카 식민지를 많이 거느린 역사로 인해 유럽에서 무슬림 비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는 이미 전체 인구 6545만 명 (2021년) 가운데 무슬림이 10%를 넘었다고 본다. 프랑스에만 무슬 림이 부산 인구의 2배가 넘는 7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미 프 랑스에서는 이슬람교가 가톨릭에 이어 제2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이슬람교도들은 알제리계 소년 나엘의 사망 때 반정부 시위를 대 대적으로 벌인 것처럼 프랑스 정부나 주류 사회가 인종적, 종교적 탄압의 소지를 제공하면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다. 때 로는 테러나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프랑스에선 2011년 이후에만 170여 건의 이슬람 테러로 280명이 넘게 희생됐다. 대표적인 사례 가 2015년 발생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사건이다.
평소 자극적인 만평으로 논란을 자주 일으켰던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냈다. 무함마드가 알몸 으로 엉덩이를 드러내는 모습을 그린 만평이다. 무함마드를 그림으 로 그리는 것 자체를 금기로 여기는 무슬림 입장에선 굉장히 모욕 적인 묘사다.
샤를리 에브도는 예전에도 풍자의 수위가 심해 비판을 자주 받았 다. 대개의 프랑스인들은 '샤를리 에브도는 극단적이며 그들에 동 의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의 종교에 대한 풍자와 비판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세계는 사고방 식이 다르다. 무함마드가 조롱당하자 무슬림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 다. 결국 무슬림 테러조직이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실을 찾아가 총 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12명이 숨졌다.

- 결론적으로 이상고온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보다는 관광업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는 위도가 낮아 여름철 폭염에 시달리는 남유럽의 타격이 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 북쪽으로 관광객들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 다.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유럽 내에서 북쪽이 잘 살고 남 쪽이 더 못사는 '남저북고'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되며, 이는 유럽의 분열에 가속도가 생길 확률을 높이게 된다.
2011년 남유럽 재정 위기 당시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나라 살림 을 망가뜨린 남유럽 국가들을 회생시키는 방안을 놓고 EU 안에서 갈등이 컸다. 북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남유 럽을 돕는 데 떨떠름한 사람들이 많다.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남유럽인들을 위해 왜 어렵게 번 돈을 써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 하는 여론이 제법 있다.
이상고온이 촉발하는 여름철 폭염으로 남유럽 관광산업이 타격 을 입을수록 북유럽이 상대적으로 더 잘 살게 되고, 유럽 내 남북 갈 등은 고조될 확률이 높다. 기후가 일으키는 영향이 앞으로 세계 질 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 인트다.

- 국민들이 행복함을 느끼는 나라가 미국에 앞서 14개국이나 있고, 그중 10개국이 유럽 국가라는 건 생각해 볼 문제 다. 또한 유럽 3대국보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국민들이 더 행복함 을 많이 느끼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력과 국민의 행복이 꼭 정비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근년에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 스타트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EU 회원국에서 거주 허가를 받은 미국인은 7만 6221명이었다. 나라별로는 프랑스(1만 2220명), 스페인(1만 1156명), 독일 (9367명), 네덜란드(6791명), 이탈리아 (6599명) 순이었다. 이주를 선택한 이유야 다양할 수 있지만 유럽인 의 삶의 질이 더 높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유럽 내 미국인이 얼마나 많아지는지에 대해 주간지 이코노미스 트가 각국 통계를 취합한 자료를 보면 2013년 1만 5500명이던 네 덜란드 내 미국인은 10년 후인 2022년 2만 4000명으로 늘었다. 같 은 기간 포르투갈에서도 1만 명으로 3배가 됐고, 스페인에서도 2만 명에서 3만 4000명으로 불어났다. 미국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영 국에 거주 중인 미국인의 숫자는 2013년 13만 7000명에서 2021년 에 16만 6000명까지 뛰었다.
이렇게 유럽으로 가는 미국인들은 미국보다 안정적인 유럽의 의 료 체계, 미국에 비해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시스템, 여유로운 생활 환경 등에 이끌린다. 유럽에서는 영어만 구사해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 요즘은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업무 시간에 영어만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 지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네덜란드는 학사 과정의 28%가 영어로 진행된다.
- 게다가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유럽에 거주하면서 미국 회사의 일을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이 싫다며 유럽에 가서 사 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유럽의 짧은 근로 시간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흑인 의 경우 유럽이 인종 차별 수위가 낮기 때문에 이주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유럽 이주 행렬이 나타나는 건 소득이 더 높고 경제 수준이 더 높은 나라에서 산다고 해서 삶이 반드시 더 행복 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 삶의 질의 관점에서 볼 때 유럽이 미국보다 낫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미국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 자인 MIT 교수 대런 아세모글루는 “(미국 같은) 일부 국가들은 소위 '무자비한 자본주의'를 채택해 더 큰 불평등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많은 혁신을 이끌어내면서 기술 선도 국가가 된다"며 "스칸디나비 아 국가들은 이러한 무자비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혜택에 무임 승차하면서 좀 더 포용적인 자본주의를 표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세모글루의 주장은 미국이 위험과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선도적으로 강력한 시장 중심 원칙에 입각해 전 지구적으로 인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술 발전을 이뤄내고 있고, 나머지 국 가들은 미국의 이런 '헌신'에 따른 낙수 효과를 누린다는 얘기다. 유 럽이 내세우는 평등과 복지의 강점도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미국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인 경제 성장의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는 모든 국가가 북유럽 국가 스타일의 복지 제도를 운용할 수는 없다는 의 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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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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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 사람들에게 주어진 전 지구적 이야기의 선택지는 세가 지였고, 1968년에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그러다 1998년에는 한가 지 이야기만 득세하는 듯 보였다. 급기야 2018년 우리 앞에는 하나 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세계의 상당 부분을 지배했던 자유주의 엘리트들이 충격과 혼미의 상태에 빠진 것도 당 연하다. 하나의 이야기만 존재한다는 것은 가장 마음이 놓이는 상 황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작스럽 게 아무런 이야기도 없어진 상태는 끔찍한 일이다. 아무런 의미도 파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흡사 1980년대 소련의 엘리트처럼 지금 자유주의자들은 어떻게 해서 역사가 예정된 경로에서 벗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해석할 대안적인 프리즘도 가진 게 없다. 방향감을 잃은 이들은 마치 역사가 자신들이 머릿속에 그린 해피 엔딩에 이르지 못한 것이 아마겟돈을 향해 돌진하는 일이라 도 되는 양 종말론적 사고에 빠져들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정신은 재앙적 시나리오에 집착하게 된다. 지독한 두통을 치명적인 뇌종양의 신호라고 상상하는 사람처럼,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브렉 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이 인류 문명의 종언을 예고한다고 우 려한다.

- 1938년 소련과 독일 혹은 미국에 살았던 보통 사 람은 삶의 조건이 암울했을 수는 있지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중 요한 존재이며 미래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물론 그가 유대인이거 나 흑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임을 전제로 했을 때 얘기다). 그는 선전 포스 터를 보았고 여기에는 보통 석탄 캐는 광부, 철강노동자, 영웅적 인 포즈를 취한 가정주부가 그려져 있었다-그 속에서 자신을 봤 다. "저 포스터 속에 있는 건 나야! 나는 미래의 주인공이야!"5
하지만 2018년의 보통 사람은 점점 자신이 사회와 무관하다고 느낀다. 수많은 신비한 단어들 - 세계화, 블록체인, 유전공학, 인공 지능,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 테드 강연과 정부 싱크탱크, 하 이테크 콘퍼런스 같은 곳에서 신나게 오르내리지만, 보통 사람은 이 중에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다고 의심할 법하다. 자 유주의 이야기는 무엇보다 보통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하면 사이보그와 알고리즘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도 그런 적실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세기에 대중은 착취에 맞서 봉기를 일으켰고, 경제에서의 핵심적 역할을 정치권력으로 환산하려 했다. 이제 대중은 자신이 사회 와 무관해질까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자신에게 남 은 정치권력을 사용하는 데 필사적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부 상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혁명과는 반대되는 궤도의 사례를 보여준 것일 수 있다. 러시아, 중국, 쿠바에서 혁명을 일으킨 것은 경제에 서는 핵심적이었으나 정치권력은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었던 반면, 2016년 트럼프와 브렉시트를 지지한 것은 아직 정치권력은 누리고 있지만 자신의 경제 가치를 잃는 것이 두려웠던 많은 사람들이었 다. 아마도 21세기 포퓰리즘 반란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경제 엘리 트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 엘리트에 맞서 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지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착 취에 반대하는 것보다 사회와 무관해지는 것에 맞서 투쟁하기가 훨 씬 힘들기 때문이다.

- 하지만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이제 신임을 잃었다면 인류는 하나의 전 지구적 이야기라는 생각 자체를 포기해야 할까? 결국 이 모든 지구적 이야기들 - 심지어 공산주의까지 -도서방 제국주 의의 산물 아니었나? 왜 베트남 시골 사람들이 트리어 출신 독일인 (카를 마르크스-옮긴이)과 맨체스터 기업가(프리드리히 엥겔스-옮긴 이)의 머리에서 나온 사상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혹시 모든 나라는 저마다 오랜 전통에 따른 고유한 길을 택해야만 할까? 어쩌면 서방 사람들도 세계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고 기분 전환 삼아 자기 일에 집중해야 할까?
단언컨대, 그런 일이 지금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유주 의의 고장으로 공백이 생기자 잠정적이나마 각 국가의 지나간 황금 시절을 그리워하는 환상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는 미국의 고립주의에 대한 촉구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자'는 약속을 연결했다. 마치 1980년대나 1950년대의 미국이 21세기에도 미국인들이 어떻게든 되살려야 하는 완벽한 사회였다는 듯이 브렉시트 지지자들 역시 영국을 독립 강국으로 만드는 꿈을 꾼 다. 마치 아직도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살고 있는 듯이, 그리고 지난 시절에나 통했던 '영광의 고립'이 인터넷과 지구온난화 시대에도 실행 가능한 정책이라는 것처럼. 중국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제국과 유교의 유산에 다시 눈을 뜨면서 그것을 서방에서 수입해 온 미심쩍은 마르크스 이데올로기의 보완재나 대용품으로까지 생 각한다. 러시아에서 푸틴이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청사진도 부패한 과두제의 건설이 아니라 옛 차르 제국의 재건이다. 볼셰비키 혁명 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푸틴은 러시아 민족주의와 정교회 의 신앙심에 힘입은 전제 정부를 통해 옛 제정 시대의 영광을 되찾 는 한편 발트해에서 캅카스까지 세력을 확장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처럼 민족주의적 애착과 종교적 전통을 뒤섞은 향수 어린 꿈은 인도와 폴란드 외에도 수많은 체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상의 힘이 중동만큼 극단적인 곳도 없다. 이곳 이슬람주의 자들은 1,400년 전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디나 시에서 세운 체제를 그대로 모방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의 근본주의 유대교도들은 한 술 더 뜬다. 2,500년 전 성경 시대로 돌아가려는 꿈을 꾼다는 점에 서 그들은 이슬람주의자들마저 능가한다. 이스라엘 집권 연립정부 의 각료들은 지금 이스라엘의 국경을 성경 속의 이스라엘에 좀 더 가깝게 확장하려는 희망을 공공연히 밝힌다.

- 예술에서 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전통적인 일자리 다수가 사라지면 새로운 인간 일자리 창출로 상쇄될 것이다. 알려진 질병을 진단하고 익숙한 치료를 관장하는 데 집중하는 일반 의사들은 AI 의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획기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신약이나 수술 절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간 의사와 연구소 조교에게 훨씬 더 많은 돈을 지급해 야 할 것이다."
AI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간 일자리 창출을 도울 수 있다. 인 간은 AI와 경쟁하는 대신 AI를 정비하고 활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 을 것이다. 가령, 드론이 인간 비행사를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정비와 원격 조종,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새 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났다. 미군의 경우 무인기 프레데터나 리퍼 드론 한 대를 시리아 상공으로 날려보내는 데 30명이 필요한데, 그 렇게 수집해 온 정보를 분석하는 데는 최소 80명이 더 필요하다. 2015년 미 공군은 이 직무를 맡을 숙련자가 부족해, 무인 항공기 운용 인력 부족이라는 역설적인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50년 고용시장은 인간-AI의 경쟁보다는 상호 협력 이 두드러진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부터 은행 업무에 이르 기까지 인간과 AI가 한 팀을 이루면서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능가 할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IBM의 체스 프로그램인 딥 블루가 세 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후에도 인간이 체스를 그만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AI 트레이너 덕분에 인간 체스 챔피 언은 실력이 유례없이 좋아졌고, 잠시나마 '켄타우로스'로 알려진 인간-AI 팀이 체스에서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능가했다. 마찬가지 로 AI는 인간이 사상 최고의 형사, 은행원, 군인으로 단장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생겨난 새로운 일자리는 모두 고도의 전 문성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비숙련 노동자의 실직 문 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그런 일자리를 실제로 메울 사람을 재교육하기보다 아예 새로운 인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이 더 쉬운 일로 판명될 수 있다. 이전에 자동화 물결이 밀려들었을 때,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기계적인 직업을 또 다른 비 슷한 수준의 일로 바꿀 수 있었다. 1920년 농업이 기계화하면서 해 고된 농장의 일꾼은 트랙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새 일을 찾을 수 있었다. 1980년 공장 노동자는 실직하더라도 슈퍼마켓의 현금출납 원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직업 변화가 가능했다. 농장 에서 공장으로, 다시 공장에서 슈퍼마켓으로 옮겨가는 데는 훈련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2050년에는 현금출납원이나 방직공장 노동자가 로봇에 게 일자리를 잃고 나서 암 연구원이나 드론 조종사, 혹은 은행의 인 간-AI 팀원으로 새 일을 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 결과적으로, 인간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해도 새로운 '무용' 계급 의 부상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두 세계의 최악을 함께 겪을 수도 있다. 높은 실업률과 숙련 노동력의 부족이 동시에 닥치 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19세기의 마차 몰이꾼이 아닌 말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마차 몰이꾼은 택시 기사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말은 점점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해 결국에는 완전히 퇴출됐다. 5 더욱이 남은 인간 일자리도 결코 미래 자동화 위협으로부터 안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계 학습과 로봇은 계속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 다. 40세에 실직한 월마트 현금출납원이 초인적인 노력 끝에 간신 히 드론 조종사가 됐다 해도 10년 후에 그는 다시 자기 변신을 해 야만 할 수 있다. 그때쯤이면 드론을 날리는 일도 자동화됐을 수 있 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동권을 확보하는 일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오늘날에도 선 진국에서 생겨나는 많은 신규 일자리는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이거나 자유계약직, 혹은 일회성 업무직이다." 버섯구름처럼 급속 하게 생겨났다가 10년도 안 돼 사라지는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노 조를 결성할까?

[- 앞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자들 을 재훈련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평균적인 인간이 그런 끝없는 격변 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의 근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 아해할 수도 있다. 변화는 늘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21세기 초 세 계는 미친 듯 바빠지면서 온 지구는 스트레스라는 유행병을 앓고 있다." 고용 시장과 개인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람 들은 현실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사피엔스의 정신 이 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가 큰 스트레스 경감 기술- 약물부터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뇌파 측정을 통한 조절 훈 련- 옮긴이), 명상에 이르기까지 -이 필요할 것이다. 2050년 '무용' 계급이 출현하는 원인에는 일자리의 절대 부족이나 관련 교육의 결여뿐 아니라 정신 근력의 부족도 포함될 것이다.

-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두고 어떤 정의를 따르든, 일단 한 번 누 구에게나 그것을 무료로 제공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시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기본이 아닌 사치 - 호화 자율주행차량, 가상 현실 공원 접속 혹은 생명공학적으로 증강된 신체를 두고 치열 한 사회 경쟁과 정치적 투쟁이 집중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실업 대중이 그만한 경제 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그런 사치를 누리기를 희망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그 결과, 부유 층(텐센트 매니저와 구글 주주)과 빈곤층(보편기본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 간의 격차는 점점 커질 뿐 아니라 사실상 메울 수 없게 될 것이다.

- 어떤 식으로든 보편 지원 구상 덕분에 2050년에는 빈곤 층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의료 서비스와 교육을 누린다 하더라도, 그들은 전 지구에 불평등이 만연하고 사회적 이동성이 사라진 것 에 극도로 분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불리하 게 조작돼 있고, 정부는 초부유층에만 봉사하며, 미래는 자신과 자 녀들에게 더욱 나빠질 거라고 느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만족을 위해서만 설계되지는 않았다. 인간의 행 복은 객관적 조건보다는 우리 자신의 기대에 더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기대는 조건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조건 도 포함된다. 상황이 좋아지면 기대도 높아지며, 그 결과 여건이 극 적으로 좋아진 후에도 이전처럼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보편 기본 지원이 2050년 평균인의 객관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 로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꽤 높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 에 대해 주관적으로 더 만족하는 것과 사회적 불만을 막는 것을 목 표로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아마존의 답이 늘 옳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데이터 부족, 프로그램 오류, 목표 설정 혼란, 삶의 근본적인 무질서 때문에 알고리즘은 반복해서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평균적으로 우리 인간보다 낫 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 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 다. 데이터 부족과 (유전적이고 문화적인) 프로그램 오류, 목표 설정 혼란과 인생의 무질서로 인한 고충도 인간이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크게 겪는다.
당신은 알고리즘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열거하고 나서는, 그렇 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코 알고리즘을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민주주의의 모든 결점들을 나열한 후에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런 체제는 지지하려 들지 않을 거라고 결론짓는 것과 비슷하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정치 체제다, 다른 모든 체제를 제 외하면.'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그런 판단이 옳 든 그르든 똑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즉, 알고리즘은 장애도 많 지만 더 나은 대안이 없다
-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기계적인 직업을 또 다른 비 슷한 수준의 일로 바꿀 수 있었다. 1920년 농업이 기계화하면서 해 고된 농장의 일꾼은 트랙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새 일을 찾을 수 있었다. 1980년 공장 노동자는 실직하더라도 슈퍼마켓의 현금출납 원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직업 변화가 가능했다. 농장 에서 공장으로, 다시 공장에서 슈퍼마켓으로 옮겨가는 데는 훈련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2050년에는 현금출납원이나 방직공장 노동자가 로봇에 게 일자리를 잃고 나서 암 연구원이나 드론 조종사, 혹은 은행의 인 간-AI 팀원으로 새 일을 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 결과적으로, 인간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해도 새로운 '무용' 계급 의 부상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두 세계의 최악을 함께 겪을 수도 있다. 높은 실업률과 숙련 노동력의 부족이 동시에 닥치 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19세기의 마차 몰이꾼이 아닌 말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마차 몰이꾼은 택시 기사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말은 점점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해 결국에는 완전히 퇴출됐다. 5 더욱이 남은 인간 일자리도 결코 미래 자동화 위협으로부터 안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계 학습과 로봇은 계속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 다. 40세에 실직한 월마트 현금출납원이 초인적인 노력 끝에 간신 히 드론 조종사가 됐다 해도 10년 후에 그는 다시 자기 변신을 해 야만 할 수 있다. 그때쯤이면 드론을 날리는 일도 자동화됐을 수 있 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동권을 확보하는 일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오늘날에도 선 진국에서 생겨나는 많은 신규 일자리는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이거나 자유계약직, 혹은 일회성 업무직이다." 버섯구름처럼 급속 하게 생겨났다가 10년도 안 돼 사라지는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노 조를 결성할까?
- 앞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자들 을 재훈련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평균적인 인간이 그런 끝없는 격변 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의 근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 아해할 수도 있다. 변화는 늘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21세기 초 세 계는 미친 듯 바빠지면서 온 지구는 스트레스라는 유행병을 앓고 있다." 고용 시장과 개인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람 들은 현실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사피엔스의 정신 이 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가 큰 스트레스 경감 기술- 약물부터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뇌파 측정을 통한 조절 훈 련- 옮긴이), 명상에 이르기까지 -이 필요할 것이다. 2050년 '무용' 계급이 출현하는 원인에는 일자리의 절대 부족이나 관련 교육의 결여뿐 아니라 정신 근력의 부족도 포함될 것이다.

-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두고 어떤 정의를 따르든, 일단 한 번 누 구에게나 그것을 무료로 제공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시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기본이 아닌 사치 - 호화 자율주행차량, 가상 현실 공원 접속 혹은 생명공학적으로 증강된 신체를 두고 치열 한 사회 경쟁과 정치적 투쟁이 집중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실업 대중이 그만한 경제 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그런 사치를 누리기를 희망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그 결과, 부유 층(텐센트 매니저와 구글 주주)과 빈곤층(보편기본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 간의 격차는 점점 커질 뿐 아니라 사실상 메울 수 없게 될 것이다.
-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보편 지원 구상 덕분에 2050년에는 빈곤 층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의료 서비스와 교육을 누린다 하더라도, 그들은 전 지구에 불평등이 만연하고 사회적 이동성이 사라진 것 에 극도로 분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불리하 게 조작돼 있고, 정부는 초부유층에만 봉사하며, 미래는 자신과 자 녀들에게 더욱 나빠질 거라고 느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만족을 위해서만 설계되지는 않았다. 인간의 행 복은 객관적 조건보다는 우리 자신의 기대에 더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기대는 조건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조건 도 포함된다. 상황이 좋아지면 기대도 높아지며, 그 결과 여건이 극 적으로 좋아진 후에도 이전처럼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보편 기본 지원이 2050년 평균인의 객관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 로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꽤 높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 에 대해 주관적으로 더 만족하는 것과 사회적 불만을 막는 것을 목 표로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물론 아마존의 답이 늘 옳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데이터 부족, 프로그램 오류, 목표 설정 혼란, 삶의 근본적인 무질서 때문에 알고리즘은 반복해서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평균적으로 우리 인간보다 낫 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 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 다. 데이터 부족과 (유전적이고 문화적인) 프로그램 오류, 목표 설정 혼란과 인생의 무질서로 인한 고충도 인간이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크게 겪는다.
당신은 알고리즘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열거하고 나서는, 그렇 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코 알고리즘을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민주주의의 모든 결점들을 나열한 후에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런 체제는 지지하려 들지 않을 거라고 결론짓는 것과 비슷하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정치 체제다, 다른 모든 체제를 제 외하면.'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그런 판단이 옳 든 그르든 똑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즉, 알고리즘은 장애도 많 지만 더 나은 대안이 없다.

- 무수히 많은 다른 상황에서도 인간의 감정은 철학적 이론을 이긴 다. 이 때문에 세계가 보아온 윤리와 철학의 역사는, 이상은 훌륭하 나 행동은 이상에 못 미치는 우울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얼마나 많 은 기독교인이 실제로 상대를 관대히 용서하고, 얼마나 많은 불교 도가 이기적인 집착을 초월해서 행동하며, 얼마나 많은 유대인이 일상에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가? 이는 자연선택이 호모 사 피엔스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호 모 사피엔스도 감정을 사용해 재빨리 생사의 결정을 내린다. 우리 는 분노와 두려움, 탐욕을 수백만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이들 모두는 자연선택이라는 가장 엄격한 품질 관리 시험을 통과했다.
-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의 생존과 재생산에 유리했던 것이 반드시 21세기 고속도로 위의 책임 있는 행동에도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주의가 산만하거나 화가 났거나 불안에 쫓기는 인간 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매년 100만 명이 넘는다. 우리는 이 운전자들에게 우리의 모든 철 학자와 예언가, 사제들을 보내 윤리를 설교할 수 있다. 하지만 도 로 위에서는 여전히 포유류의 감정과 사바나의 본능이 운전석을 차 지할 것이다. 그 결과, 서둘러 가는 신학생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고, 위급 상황의 운전자는 무기력한 보행자를 치고 지나갈 것이다.

-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민주주의는 현재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 주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인 간은 '디지털 독재'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히틀러와 스탈린 시대로 회귀한다는 말은 아니다. 나치 독일이 '구체제' 프랑스와는 달랐듯이, 디지털 독재도 나치 독일과는 다를 것이다. 루이 14세는 중앙집권적 전제군주였지만 근대 전체주의 국 가를 건설할 기술은 없었다. 그의 지배에 반대하는 세력은 없었지 만, 그에게는 라디오, 텔레비전, 기차도 없었기에 외딴 브르타뉴 시골 농민은커녕 심장부 파리 도회인의 일상조차 거의 통제하지 못했다. 그는 대중 정당이나 전국 단위의 청년 운동, 국민교육 체계를 수립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히틀러에게 그런 것들을 실행할 동기와 힘을 준 것이 20세기 신기술이었다. 우리는 2084년 디지털 독재의 동기와 힘이 무엇이 될지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히틀러와 스탈린을 모방하는 데만 머무를 리는 만무하다. 1930년 대의 전투를 다시 치를 준비만 하다가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날 아드는 공격에 허를 찔릴 수도 있다.

-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위험은 디지털 독재만이 아니다. 자유주의 질서는 자유와 더불어 평등의 가치도 중시해왔다. 자유주의는 늘 정치적 평등을 소중히 여겨왔을 뿐 아니라, 경제적 평등 또한 중요 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사회 안전망 없이 쥐꼬리만 한 경제적 평등만 가지고서는 자유도 의미가 없다. 하지만 빅데이 터 알고리즘은 자유를 없앨 수 있는 것과 같이 유례없는 최고의 불 평등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모든 부와 권력은 극소수 엘리트의 손 에 집중되는 반면, 대다수 사람들은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정 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나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바로 사회와의 관련성을 잃는 것이다.

- 만약 모든 부와 권력이 소수 엘리트의 수중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싶다면, 그 열쇠는 데이터 소유를 규제하는 것이다. 고대에는 토지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 정치는 땅을 지배하기 위한 투쟁이었는데, 너무나 많은 땅이 너무나 적은 수의 손에 집중되었고 사회는 귀족과 평민으로 갈라졌다. 근대에 와서는 기계와 공장이 토지보다 더 중요해졌고, 정치 투쟁도 이런 핵심적 인 생산 수단을 지배하는 데 집중됐다. 너무나 많은 기계가 너무나 적은 손에 집중되면서 사회는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양 분됐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부상하
면서 토지와 기계는 밀려났다. 정치는 데이터 흐름을 지배하기 위 한 투쟁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데이터가 너무나 적은 손에 집중되면 인류는 서로 다른 종으로 나뉠 것이다.

- 인간에게는 몸이 있다. 지난 세기 동안 기술은 우리를 우리 몸으 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우리는 우리가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왔다. 대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길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스위스에 사는 사촌과 이야기하기는 어느 때보다 쉬 워졌는데 아침 식사를 할 때 남편과 대화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눈 은 끊임없이 나 대신 스마트폰에 가 있다.'
과거에 인간은 그런 부주의를 누릴 형편도 못 됐다. 고대 수렵 . 채집인은 언제나 주의를 살피고 경계했다. 버섯을 찾아 숲속을 헤 맬 때는 땅 위로 조금이라도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이 있는지 예의 주시했다. 행여 뱀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풀 속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귀를 세웠다. 먹을 수 있는 버섯을 찾았을 때도 독버섯과 분간하 기 위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맛을 봤다. 지금처럼 풍요로운 사회 에 사는 사람은 그때만큼 예민한 경각심이 필요 없다. 우리는 슈퍼 마켓 복도 사이를 돌아다닐 때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수많은 음 식을 골라서 살 수 있다. 하나같이 보건 당국의 안전검사를 거친 것 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음식을 고르든 다음 수순은 똑같다. 화 면을 앞에 두고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서둘러 먹 을 뿐, 정작 실제 음식 맛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 원자폭탄은 너무나 명확하고 즉각적인 위협이어서 아무도 무시 할 수 없다. 반면 지구온난화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고 오래 계속 된 위협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환경을 고려하다가도 단기적으로 고 통스러운 희생이 요구될 때마다 민족주의자들은 당장의 국가 이익 을 우선시하고 환경 문제는 나중에 걱정해도 된다거나 다른 누군가 에게 떠넘기는 쪽으로 행동하기 쉽다. 아니면 아예 문제 자체를 부 인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주의를 민족주의 우파가 옹 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좌파 사회주의 자가 "기후변화는 중국의 농간"이라고 트윗을 날리는 경우는 드물 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민족주의식 해답이란 없다 보니 민족주의 정치인들은 아예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어 한다. 

- 솔직히 말해 전통 종교가 그토록 많은 영역을 뺏긴 것은 애당초 농사나 의료에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제와 구루의 진짜 특 기는 비가 오게 하거나, 병을 치료하거나, 예언하거나 마술을 부리 는 것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의 특기는 언제나 해석이었 다. 사제는 기우제 춤을 추거나 가뭄을 끝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 니었다. 오히려 기우제 춤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나, 신이 우리의 기 도를 못 알아듣는 것처럼 보일 때도 왜 신을 믿어야 하는지 정당화 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종교 지도자가 과학자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 게 된 것도 바로 그 해석의 천재성 때문이다. 과학자도 지름길을 찾 아내고 증거를 비트는 법을 안다. 하지만 궁극에 가서 과학이 보여주는 특징은, 언제든지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 이다. 그래서 과학자는 점점 더 농작물을 잘 키우고 더 나은 의약품 을 개발하는 법을 알게 되는 데 반해, 사제와 구루는 더 나은 변명 거리를 내놓는 법만 익히게 된다. 수 세기에 걸쳐 참된 신앙인들조 차 그런 차이에 주목해왔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종교는 기술적인 영역에서 갈수록 권위를 잃어왔다. 전 세계가 점점 단일 문명이 되 어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무엇이든 실제로 효과가 있으면 누 구나 그것을 받아들인다.
- 전통 종교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치유책이 아니라 일부이다. 종교는 여전히 민족의 정체성을 다지고 제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을 만큼의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 하 지만 21세기 지구촌이 직면한 문제를 추가하기보다 해결하는 데 이 르면 종교가 제공할 것은 많지 않다. 많은 전통적 종교들이 보편 가 치를 옹호하고 우주적 타당성을 주장해도, 지금은 근대 민족주의의 시녀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이나 러시아나 이란이나 이스라엘 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민족적 차이를 넘어 핵전쟁과 생태 붕 괴와 기술적 파괴 위협에 대한 지구적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 지구온난화나 핵확산을 다룰 때 시아파 성직자는 이란 국민에게 이 문제를 이란의 관점에서 보게 한다. 마찬가지로 유대인 랍비는 이스라엘인에게 무엇이 이스라엘에 좋은지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갖 도록 부추기고, 동방정교회 사제는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인을 먼저 생각하고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신 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니 우리 민족에게 좋은 것이 신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민족주의의 과열을 배격하고 보편적인 전망 을 앞세우는 종교계 현자들도 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그런 현자 들이 행사하는 정치적 영향력은 열세에 있다.
우리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인류는 지금 단일 문명을 이뤄 살고 있으며, 핵전쟁과 생태 붕괴, 기술적 파괴의 문제는 지구촌 차원 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족주의와 종교는 여전히 우리 인류의 문명을 다양한 진영들로 사분오열시키고 있다. 상호 적대감을 조장할 때도 많다. 이런 지구 차원의 문제와 지역 정체성 의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현재 위기에 처한 세계 최대 다 문화 실험의 장, 유럽연합이다. 유럽연합은 보편 자유주의 가치의 약속 위에 건설되었지만, 지금은 통합과 이민 문제의 어려움 때문 에 와해될 지경에 이르렀다.

- 지난 수십 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 농업 사회 초기에는 인간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률의 15퍼센트까 지 올라갔지만, 20세기에는 5퍼센트로 낮아졌고 지금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상황은 급속 히 나빠지고 있다. 전쟁 도발이 다시 유행인 데다 군비 지출 규모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1914년에 일어난 오스트리아 대공의 피살이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던 것 처럼, 2018년 시리아 사막에서의 어떤 사고나 한반도에서의 현명 하지 못한 움직임이 글로벌 분쟁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세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워싱턴과 평양, 또 다 른 몇몇 나라 지도자들의 인성까지 감안하면 분명히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1914년과 2018년 사이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1914년에는 전쟁이 세계 전역 엘리트들의 구미 를 당겼다. 전쟁을 잘만 치르면 자국의 경제 번영과 정치권력에 도 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2018년의 상황에서 전쟁은 이겨봐야 수많은 종이 사라질 위 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리아와 진나라 때부터 대제국들은 대개 폭력적인 정복을 통해 건설됐다. 1914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모든 강대국들은 전 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그만한 지위를 누렸다. 예를 들어, 일본 제국 은 중국,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지역 강국으로 부상했고, 독일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과 프랑스를 각각 전쟁에서 이기고 유럽의 맹주가 되었다. 영국 역시 지구 곳곳에서 잇따라 벌 인 화려한 소小전쟁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화로운 제국을 건설했다. 1882년 영국이 이집트를 쳐들어가 점령했을 때도, 승부 처가 된 텔엘케비르 전투에서 숨진 영국군 병사는 57명에 불과했 다. 오늘날 서방 국가에 무슬림 국가 점령이란 악몽의 불쏘시개이 지만, 당시 영국은 텔엘케비르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는 무장 저항 에 거의 시달리지 않았다. 그 뒤로 영국은 나일 계곡과 요충지인 수 에즈 운하를 60년 이상 지배했다. 다른 유럽 강국들도 영국을 따라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벨기에가 각각 베트남과 리비아, 콩고의 군사 점령을 꾀했을 때 유일한 걱정거리는 다른 나라가 선수를 치는 것이었다.
미국이 강대국 지위에 오르는 데는 경제 사업뿐 아니라 군사 행동 덕도 톡톡히 봤다. 1846년에는 멕시코를 침공했고, 캘리포니아 와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캔자스 일부, 와이 오밍, 오클라호마를 차례로 정복했다. 평화협정으로 미국의 이전 텍사스 병합까지 확정했다. 약 1만 3,000명의 미군 병사들이 전쟁 터에서 사망한 끝에 미국의 영토는 230만 제곱킬로미터 더 늘어났 다(프랑스와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합친 것보다 넓은 규모다. 그것 은 새천년의 거래였다.
그렇기 때문에 1914년 미국과 영국, 독일의 엘리트들은 전쟁에 서 이기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반면 2018년 글로벌 엘리트들로서는 이런 유형의 전쟁이 더 이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 모스크바는 호기로운 말을 쏟아내지만 러시아 엘리트 자신이 십 중팔구 군사적 모험의 실제 비용과 이득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더 이상 키우지 않으려고 대단히 조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까 러시아는 '제일 약한 아이를 골라서 때리되 선생님이 개 입할 정도로 너무 많이 때리지는 말라'는 학교 내 '왕따' 원칙을 따 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푸틴이 스탈린이나 표트르 대제, 칭기즈칸 의 정신으로 전쟁을 수행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러시아 탱크는 바 르샤바와 베를린은 아니라도 트빌리시와 키예프까지 진격했을 것 이다. 하지만 푸틴은 칭기즈칸도 스탈린도 아니다. 그는 21세기에 와서 군사력만으로는 멀리 갈 수 없으며, 성공적인 전쟁이란 제한 적인 전쟁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시리아 에서도 러시아는 공중 폭격은 인정사정없이 퍼부었지만 보병 투입 은 최소화했고, 다른 당사자들이 심각한 전투를 벌이도록 하되 전 쟁이 인접국들로 번지는 것은 막았다.
실제로 러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몇 년 사이에 취한 이른바 공격적인 행보는 새로운 글로벌 전쟁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기보 다 노출된 방어벽을 보강하려는 시도였다. 

- 지금처럼 무력 위협과 흉흉한 기운이 가득한 세계에서 그나마 우 리가 평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주요 강대국들이 최근의 성공 적인 전쟁 사례는 별로 접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칭기즈 칸이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외국을 침공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지만 오늘날 에르도안이나 모디, 네타냐후 같은 민족주의 지도 자들은 목소리만 클 뿐 실제 개전에 관해서는 대단히 조심스러워한 다. 물론 누군가 21세기의 조건하에서도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묘수를 찾아낸다면 일거에 지옥의 문들이 열릴 수 있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 침공에 성공한 일이 특별히 무서운 징조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부디 그것은 두고두고 예외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 이 문제에 대해서도 옥신각신할지 모른다. 유일신의 첫 번째 분명한 증거는 기원전 1350년경 파라오 아케나톤의 종교혁명에서 나왔 으며, 메사 석비(기원전 9세기경 모아브 왕국의 메사 왕이 이스라엘에 승리 하고 세운 기념비-옮긴이) 같은 기록은 성경 시대 이스라엘의 종교 가 당시 모아브 같은 이웃 왕국들의 종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메사 왕이 자신들의 위대한 신 그모스를 묘사한 방식을 보면 구약 성경에서 야훼를 묘사한 것과 거의 같다. 하지만 유대교 가 유일신 사상에 공헌했다는 생각의 진짜 문제는 그것이 좀처럼 자랑스러워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윤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유일신 사상이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최악의 사상 중 하나였다는 주 장도 있다.
- 유일신교는 인간의 도덕적 기준을 개선하는 데 별로 기여한 게 없다. 단지 힌두교도는 여러 신을 믿는 반면 무슬림은 유일신을 믿 기 때문에 무슬림이 힌두교도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 람은 없을 것이다. 기독교도 정복자들이 이교도인 아메리카 원주 민 부족들보다 더 윤리적이었던가? 유일신교가 한 가지 확실하게 했던 일은, 사람들을 이전보다 훨씬 더 편협하게 만들어 종교적 처 형과 성전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것이다. 다신교를 믿는 사람들 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신을 섬기고 다양한 의식과 의례를 수행하는 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 면 일신교 신자들은 자신들의 신이야말로 유일한 신이며 이 신은 보편적인 복종을 요구한다고 믿었다. 그 결과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세계로 확산될 때마다 십자군과 지하드, 종교재판과 종교적 차별도 함께 늘어났다."

- 1800년대 이전까지 유대인이 과학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당연히 유대인은 중국이나 인도, 마야 문명에서 진행된 과학의 진 보에 아무런 중요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 유럽과 중동에서 마이모 니데스 같은 일부 유대인 사상가들이 비유대인 동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유대인이 미친 영향은 대체로 인구 비중에 비례했다.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일어난 과 학혁명에도 유대교가 기여한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스피노자(그 도 유대 공동체의 눈 밖에 나 파문당했다)를 제외하면, 유대인으로서 근 대물리학, 화학, 생물학, 사회과학의 탄생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 물은 단 한 명도 찾기 어렵다. 아인슈타인의 조상들이 갈릴레이와 뉴턴 시절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십중팔구 는 빛을 연구하기보다 탈무드를 공부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 거대한 변화는 19세기와 20세기에 와서야 일어났다. 세속화와 유대인의 계몽주의가 진행되면서 많은 유대인들이 비유대교도의 세계관과 생활방식을 채택했다. 그런 다음 유대인들은 독일과 프랑 스, 미국 같은 나라의 대학교와 연구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유대 인 학자들은 게토와 슈테틀(과거 동유럽에 있던 소규모 유대인 마을 - 옮 긴이)에서 자신들이 누렸던 중요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갔다. 교육을 중심 가치로 여기는 유대 문화는 유대인 과학자들이 학계에서 비범 한 성공을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다. 박해받는 소수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려는 욕망도 있었고, 군이나 행정기관 같은 반유대 성향이 더 강한 제도권에서 는 재능 있는 유대인의 승진이 막힌 탓도 있었다.
하지만 유대인 과학자들이 예시바에서 체득한 강한 기율과 지식 의 가치에 대한 깊은 믿음은 외부로 가져가긴 했어도,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아이디어와 통찰의 묶음을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아인 슈타인은 유대인이었지만 그가 창안한 상대성 이론은 '유대 물리 학'이 아니었다. 토라의 신성함을 믿는 것과 '에너지는 질량 곱하기 빛의 속도 제곱'이라는 과학적 통찰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으 면, 먼저 우주의 불가해한 신비와 인간 이해력의 한계에 관한 이야 기부터 한다. 이들은 “과학은 빅뱅을 설명할 수 없다"라고 운을 뗀 뒤 “그래서 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마치 마술사가 카드 한 장을 다른 카드와 감쪽같이 바꿔치 기해 관객을 속이는 것처럼, 우주의 신비를 재빨리 세상의 입법자 로 대체한다. 알 수 없는 우주의 비밀에 '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서 그다음에는 그것을 어떻게든 비키니와 이혼을 비난하는 데 활용 한다. "우리는 빅뱅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공장소 에서는 두발을 가려야 하고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이 두 명제는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을뿐더러 사실은 상충 된다. 우주의 신비가 깊을수록, 그것에 책임이 있는 것은 무엇이 됐 건 여성의 복장이나 인간의 성적 행동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희 박하다.
- 우주의 신비와 세상의 입법자 간의 빠진 연결고리는 흔히 어떤 신성한 책이 제공한다. 이 책은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규제들로 가 득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우주의 신비 탓으로 돌린다. 신도들의 설명대로라면 그 책도 시간과 공간을 창조한 신이 지었다. 그 신은 어리석은 우리 인간을 깨우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 내 용은 주로 어떤 불가사의한 신전의 의식과 음식 터부에 관한 것들 이다. 사실은 성경이 됐건, 쿠란이 됐건, 모르몬 경전이 됐건, 베다 가 됐건, 다른 어떤 신성한 책이 됐건, 그 책이 에너지는 질량 곱하 기 빛의 속도의 제곱이며 양성자의 질량은 전자의 1,837 배라는 법 칙을 결정한 것과 같은 힘에 의해 씌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아는 최선의 과학 지식에 따르면, 이 모든 성스러운 텍스트들은 상상력이 뛰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쓴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선조가 사회 규범과 정치 구조를 정당화하려고 발명 한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존재의 신비에 관해 늘 궁금해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유대교와 기독교, 힌두교의 성가신 법률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법률들은 수천 년 동안 사회 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확실히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법률들도 세속 국가와 제도의 법률과 근본적으 로 다르지 않다.
-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 신조에는 그늘이 있다. 어떤 신조를 따 르든지 불가피한 그늘을 인정하고, "우리에게는 일어날 리 없다”라 는 안일한 확신을 피해야 한다. 세속주의 과학은 전통 종교 대다수 와 비교하면 한 가지 큰 이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그늘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은 원리상 기꺼이 자신의 실수와 맹점 을 인정한다. 그것이 아니라 어떤 초월적인 힘이 계시한 절대 진리 를 믿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실수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경 우 자신이 믿는 이야기 전체를 무효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 만 오류를 범하기 마련인 인간의 진리 추구를 믿는다면, 실수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게임의 일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단적이지 않은 세속주의 운동은 상대적으로 겸 손한 약속들을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알기 때문에 작고 점진적인 변화를 일으키길 희망한다. 최저임금을 몇 달러라도 올리고 아동 사망률을 몇 퍼센트라도 낮추려는 식이다. 반면, 독단 적인 이데올로기는 자기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습관적으로 불가능 한 것을 이루겠다고 서약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지도자는 너 무나 거침없이 '영원'과 '순수', '구원'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치 어 떤 법률을 시행하거나, 어떤 사원을 짓거나, 어떤 영토를 정복하면 일거에 전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지금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무오류성을 주 장하는 사람보다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을 더 신뢰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종교나 이데올로기나 세계관이 세계를 이끌기를 바란다면, 내가 던지고 싶은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종교, 이데올 로기, 세계관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었나요? 무엇을 잘못 했지요?" 아무런 심각한 잘못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 호모 사피엔스 종으로서 인간은 진실보다는 힘을 선호한다. 세계 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통제하려는 데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도, 그러면 통제하기가 쉬 워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이 지배하고 신화는 무시 되는 사회를 꿈꾼다면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기대할 것은 거의 없 다. 차라리 침팬지에게 운을 시험해보는 게 낫다.

- 우리는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까? 많은 교육 전문 가들은 학교의 교육 내용을 'C', 즉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의사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보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학교는 기술적 기량의 교육 비중을 낮추고 종합적인 목적의 삶의 기술을 강조해야 한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 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일 것이다. 2050년의 세계에 발맞춰 살아가려면 새로운 생각과 상품을 발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경제뿐 아니라 '인간이 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1848년 에 《공산당 선언>은 “모든 단단한 것들은 공중으로 분해된다"고 선 포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주로 염두에 둔 것은 사회적, 경제적 구조였다. 2048년이면 물리적, 인지적 구조 또한 공중이나 클라우드 속 데이터 비트로 분해될 것이다.
1848년에는 수백만 명이 시골 농장에서 일자리를 잃고서 대도시 로 이주한 후 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대도시에 이르렀다고 그들의 젠더가 바뀌어 있거나 여섯 번째 감각이 더해져 있을 가능성은 없 었다. 만일 도시의 어떤 방직공장에 일자리를 얻었다면, 노동자로서 남은 인생을 그 일을 하며 보내리라 기대할 수 있었다.
반면, 2048년이 되면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으로의 이민이라든가 유동적인 젠더 정체성, 컴퓨터 체내이식을 통한 새로운 감각 체험 등에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다. 설령 자신이 3D 가상현실 게임에 쓸 최신 유행 패션을 디자인하는 데서 일과 의미를 찾았다 해도, 10년안에 이런 특정 직업뿐 아니라 이 정도 수준의 예술적 창의력을 요 구하는 모든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 25세 때는 데이 트 사이트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런던에 살며 패션숍에서 일하는 25세 이성애자 여성'이라 하고, 35세가 되어서는 '젠더 불특정 인 간으로, 나이 조정 시술을 거쳤으며, 신피질 활동은 주로 뉴코스모 스 가상세계에서 이뤄지고 있고, 평생의 목표는 어떤 패션디자이너 도 가본 적 없는 곳에 가는 것"이라고 소개할지도 모른다. 45세 때 는 데이트며 자기소개 따위는 다 한물간 것이 된다. 그냥 알고리즘 이 내게 꼭 맞는 짝을 찾아주기만(혹은 만들어주기만 기다리면 된다. 패션디자인이라는 예술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만 하더라도, 이때가 되면 알고리즘에 의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추월당해 10년 전 자신의 최고 성과물을 보면 자부심보다 수치감에 휩싸이게 된다. 더구나 이제 겨우 45세다. 아직도 자기 앞에는 급격한 변화의 시간 이 수십 년 더 남아 있다.

- 우리에게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야기는 모두가 허구적이지만 인간은 그것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실제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이야 기를 믿고 싶어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실제로 믿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미 수천 년 전에 사제들과 무당들은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의식이다. 의식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 고 허구적인 것을 실제로 만드는 마술적인 행동이다. 의식의 핵심 이 바로 이런 마법의 주문이다. “호쿠스 포쿠스, X는 Y!' (X를 Y로 변하게 할때 외는 주문 - 옮긴이)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를 신봉자에게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천주교 사제는 미사를 집전하면서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잔을 들고서는 빵은 그리스도의 살이며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피라고 선포한다. 신도는 그것을 먹고 마심으로써 그리스도와의 교감을 얻 는다. 그리스도를 실제로 입안에 넣고 맛보는 것보다 무엇이 더 생생 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사제는 성찬식 때 이런 과감한 선포를 라 틴어로 했다. 라틴어는 고대 종교와 법률 그리고 생명의 비밀을 이야 기할 때 쓰는 언어였다. 모여 있던 농민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사제는 빵 한 조각을 높이 들고 이렇게 선포했다. "호크 에스 트 코르푸스!(Hoc est corpus!, 이것은 몸이다!)" 그러면 아마도 그 빵은 그리스도의 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크 에스트 코르푸스” 라는 라틴어를 몰랐던 까막눈의 농민들 머릿속에서는 그 말이 "호 쿠스 포쿠스Hocus pocus!"로 와전됐고, 그 뒤 이것은 개구리를 왕자로 변하게 하고 호박을 마차로 바꿔놓는 강력한 주문으로 거듭났다."
기독교가 탄생하기 1,000년 전에 고대 힌두교도 같은 수를 썼다. 《브리하다라냐카 우파니샤드》는 말을 바치는 의식을 우주의 모든 이야기를 구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경전 역시 "호쿠스 포쿠 스, X는 Y!"의 구조를 따라 이렇게 말한다. '제물인 말의 머리는 새 벽이며 눈은 태양, 활력은 공기, 벌린 입은 바이스라바나vaisravana (다 문천왕多聞天王, 불교의 사천왕 중 수미산의 북방을 수호하는 천왕 - 옮긴이)라 불리는 불, 그리고 제물인 말의 몸통은 연年 (...) 사지는 계절, 관 절은 월과 격주, 발은 낮과 밤, 뼈는 별, 살은 구름 (...) 하품은 번개, 전율은 천둥, 소변은 강우, 울음은 음성이다.""그리하여 한 마리의 불쌍한 말은 온 우주가 된다.
초에 불을 붙이거나 종을 치거나 묵주를 굴리는 것 같은 세속적 인 동작도 심오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면 거의 모두가 의식으로 바뀔 수 있다. 머리를 숙이거나(목례) 엎드리거나(부복) 두 손바닥을 맞대는(합장) 식의 몸짓도 마찬가지다. 시크교도의 터번부터 무슬림 의 히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쓰개에도 너무나 깊은 의미가 담긴 나머지, 이 때문에 수 세기 동안 열정적인 투쟁이 계속돼왔다. 음식에도 또한 영양가를 훌쩍 뛰어넘는 영적인 중요성이 부여될 수 있다. 새 생명과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절 달걀이나 유대인이 유월절에 이집트 노예 시절과 기적적인 탈출을 기억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과 쓴 나물도 다 마찬가지 다. 뭔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아온 세상의 음식이 드물 정도다. 그래서 새해 첫날이면 종교적인 유대인은 새해가 달콤하기 를 바라면서 꿀을 먹고, 물고기처럼 다산에 전진만 했으면 하는 마 음에서 생선 대가리를 먹고, 석류의 수많은 씨앗처럼 좋은 행실이 불어났으면 해서 석류를 먹는다.
비슷한 의식들이 정치적 목적으로도 활용돼왔다. 수천 년 동안 왕관과 왕좌, 지휘봉이 왕국과 온 제국을 대표했고, 수백만의 양민이 '왕좌'와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전쟁에서 죽어갔다. 왕실은 극도로 정교한 의전을 개발했고, 그 복잡함이란 종교 예식과 자웅을 겨룰 정도였다. 군에서도 기율과 의식은 불가분의 관계다. 고대 로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 행진 하고, 상관에게 경례하고, 군화에 광을 내는 데 무수히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폴레옹이 화려한 색의 리본을 위해 남자들이 목숨을 바 치게 만든 것은 유명하다(나폴레옹은 영국과의 전쟁 개전 1년 후 붉은색 리본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제정해 군인들에게 대거 수여함으로써 사기를 진작했다-옮긴이).
아마 공자만큼 의식의 정치적 중요성을 잘 이해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는 의례를 엄격히 준수하는 것이 사회가 조화를 이루고 정치가 안정을 얻는 열쇠라고 봤다. 공자가 쓴 《예기》와 《주례> <의 례》 같은 고전을 보면 국가 행사에서 따라야 할 의례에 대해 더없 이 상세하게 기록해놓았다. 심지어 예식에 사용되는 제기의 수,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 유형, 참가자가 갖춰 입어야 할 의복의 색상 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중국에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유학자 들은 곧장 의례를 소홀히 한 탓으로 돌리곤 했다. 마치 군부대의 주 임상사가 군사적인 패배를 두고 군기 빠진 병사들이 군화에 광을 내지 않은 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 근대 서구에서는 유교가 의식에 집착한 것을 두고 흔히 인간에 대한 얕은 이해와 고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공자야말로 시대를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 을 깊이 꿰뚫어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교 문화-중국을 필두 로 이웃 나라인 한국과 베트남, 일본에서 극도로 수명이 긴 사 회적, 정치적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 다. 인생의 궁극적인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의례와 의식이 거대한 장애물이다. 하지만 공자와 같이 사회의 안정과 조화에 관 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실은 골칫거리일 때가 많다. 그런 사람에 게는 의례와 의식이야말로 최선의 동맹이다.
- 성경과 쿠란, 베다를 쓴 것도 우리 인간의 손가락이고, 이들 이야 기에 힘을 부여한 것도 우리의 정신이다. 모두가 아름다운 이야기 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아름다움도 철저히 보는 사람 눈에만 그렇 게 보인다. 예루살렘, 메카, 바라나시와 부다가야(둘 다 인도의 힌두교 성지-옮긴이)는 성스러운 장소이지만, 그 역시 인간이 그곳에 갔을 때 경험하는 느낌 때문이다. 우주도 그 자체로는 의미 없는 원자들 의 뒤죽박죽일 뿐이다. 아무것도 아름답거나 성스럽거나 섹시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의 느낌이 그렇게 만든다. 빨간 사과를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것도, 똥 덩이를 역겹게 만드는 것도 오로지 인간의 느 낌이다. 인간의 느낌을 제거하면 남는 것은 분자 다발뿐이다.
우리는 의미를 찾고 싶어 하면서도 우주에 관해 이미 다 만들어 진 어떤 이야기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세계에 관한 자유 주의의 해석에 따르면 진실은 정확히 그 반대다. 우주가 내게 의미 를 주는 게 아니다. 내가 우주에 의미를 준다. 이것은 나의 우주적인 소명이다. 나는 정해진 운명 혹은 다르마가 있다. 만일 내가 심바 나 아르주나 입장이라면 왕국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운명 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유 랑 서커스단에 합류할 수도 있고, 브로드웨이로 가서 뮤지컬 배우 로 노래를 할 수도 있고, 실리콘밸리에 가서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도 있다. 자유롭게 나 자신의 다르마를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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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Quote of the day 2024. 5. 1.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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