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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트로픽의 성장세는 경이적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2023 년 첫 매출을 올린 지 3년도 안 되어 연간 환산 매출이 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조 원에 이르렀거든요. 2025년 초만 해도 연매출이 1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같은 해 8월에는 50억 달러. 2026년 2월에 는 140억 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술 기업 중 하나로 꼽힐 정도입니다. 기업가치도 치솟아서 2026년 2월 에는 시리즈 G 라운드에서 300억 달러(약 45조 원)를 조달하며 기업 가치가 3,800억 달러(약 570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테크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 라운드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비상장 AI기업 중에서는 오픈AI에 이어 여전히 2위이지만 그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앤트로픽은 에이전트 기술의 표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AI 모델이 외부 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토콜인 MCPModel Context Protocol나,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스킬스 역시 모두 앤트로픽에서 만든 기술입니다. 2026년 1월에는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AI의 도움을 받아 파일 관리. 작업 자동화 등을 수행할 수 있는 클로드 코워크 claude cowork를 공개했습니다. 개발자 전용이었던 클로드 코드의 개념을 일반 사무직에까지 확장한 셈인데, 출시 직후 경쟁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할 정도로 시장에도 충격을 줬습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30퍼센트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 과거 AI 경쟁이 누가 더 뛰어난 알고리즘을 설계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많은 GPU와 전력 그리고 이를 담아낼 데이터 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죠. 머스크가 100만장 확장을 위해 발전소 인근 부지부터 매입한데서 보듯, 승부처는 이제 연구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자본과 전력을 동원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 경쟁이 사실상 국기 기간산업에 버금가는 자본.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된 셈이죠
이렇게 막대한 인프라 위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록입니다. 2025년 7월에 출시된 그록 4는 20만 장의 GPU 클러스터 위에서 강화학습을 대규모로 적용해 학습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를 거쳐 2026년 초 기준으로 빅3 모델에 전혀 뒤지지 않으며, 일부 벤치 마크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수준이죠
그록만의 차별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소셜 미디어 플랫 폼X(구트위터)와의 긴밀한 연동입니다. 그록은 X의 실시간 데이터를 바로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특정 이슈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를 AI가 실시 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죠, 챗GPT나 클로드가 별도의 웹 검색 기능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그록은 4억 명의 x 월간 사용자가 쏟아 내는 데이터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신 뉴스나 실시간 이벤트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또한 그록은 이미지와 비디오 생성 기능, AI 컴패니언 기능 등도 갖추고 있어 단순한 텍스트 챗봇을 넘어 종합적인 AI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제미나이 3는 100만 토큰에 달하는 컨텍스트 윈도우를 지원합니다. 토큰Token 은 LLM이 처리할 수 있는 최소 단위를 말하는데. 글자 수와 거의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는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최대 크기를 말합니다. 즉 100만 토큰짜리 컨텍스트 윈도우란 쉽게 표현하자면 100만 자 정도까지 입력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00만 자면 대략 책 1500페이지. 코드로 치면 3만 줄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장편소설 한 권을 통째로 넣고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죠. 또한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까지 처리하는 멀티모달 능력도 뛰어납니다. 코딩 실력 역시 만만치 않아서 앞서 소개한 SWE-벤치에서 76.2퍼센트를 기록해 기존 클로드의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후어 클로드 최고 자리를 오퍼스 4.6이 출시되며 다시 뒤집히긴 했지만 이처럼 놓고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모델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최상급 GPU인 H100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국 수출 금지 품목이었죠. 6,000만 원이나 하는 엄청난 가격이지만 중국은 돈을 내도 살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딥시크는 수출이 허용된 훨씬 더 낮은 사양의 GPU를 이용해 오픈AI o1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휠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죠. 심지어 메타에는 딥시크 R1의 학습 비용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연구원이 수두룩하다는 자조 섞인 비 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딥시크 R1의 비밀은 논문으로도 자세히 공개되어 있습니다. 오픈시가 그토록 꼭꼭 숨겨 두고자 했던 o1 의 비밀을 파헤쳐 버린 논문이죠. 논문에 나온 됩시크 R1의 구조를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딥시크 R1 모델은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MoE 방식입니다.
MoE라는 약자로 더 자주 쓰이는데요. Mo트란 여러 개의 전문가 모델을 만들어 두고 필요한 모델만 선택해 활성화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GPT-4부터 채택되어 이제는 널리 알려진 방식이죠,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 개의 모델이 있고 각각 영어. 계산. 국어. 여행. 수학 등 전문 분야를 특화해 학습한 모델이 있다고 가정해 불시다 이들을 각각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이때 프롬프트가 과학 관련이라면 과학 모델로 연결하고 수학 관련이라면 계산과 수학 모델로 연결한다면 획 씨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겠죠? 굳이 영어 전문가에게 수학 문제를 물어볼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원래 LLM은 모델 전체가 계산에 한꺼번에 투입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MoE는 이처럼 필요한 전문가 모델만 선별적으로 투입해 불필요한 계산을 줄일 수 있죠 게다가 필요 없는 전문가는 배제하니 당연히 더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죠 되시크 R1은 671B(6710억)라 는 상당히 큰 크기를 갖고 있으나 이 중37B(370억)의 전문가 모델만 활성화되는 방식입니다. 전체 모델 크기의 5퍼센트 정도만 계산에 투 입되니 매우 효율적이죠.
또한 딥시크 R1의 높은 성능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강화학습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며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알파고가 바둑을 학습할 때 자기 자신과 반복하여 바둑을 두면서 실력을 끌어올린 방식이죠. 오픈AI의 챗GPT 역시 자연스러운 답변을 위해 강화학습 기법을 활용했고 딥시크도 이 방법으로 성능을 한층 더 향상시켰죠

- 여러분이 LLM을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챗GPT API를 이용한다고 해보죠. 참고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정해진 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인터페이스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프로그램이 "이 주소로 이런 형식으로 요청하면 이런 데이터를 줄게"라고 미리 약속해 둔 창구인 셈이죠, 예를 들어 여러분의 휴대폰 날씨 앱을 떠올려 보세요. 기상청은 매일 최신 기상 데이터를 API로 내보내고 날씨 앱은 그 API를 통해 기상청 시스템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오늘의 날씨를 휴대폰에 띄워 줍니다. 무료 API도 있지만 대개는
건당 일정 금액을 받는 종량제로 서비스 합니다. 챗GPT도 마찬가지죠. 오픈AI에 비용을 지불하고 API 호출 몇 건에 얼마 하는 식으로 API를 사용할 수 있죠. 그런데 나중에 제미나이가 더 저렴하고 성능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봅시다. 그럼 제미나 이에 다시 비용을 지불하고 제미나이 API와 연동하겠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챗GPT API와 제미나이 API가 구조가 다르다는 점입 니다. 이렇게 되면 추가 개발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죠.
오픈라우터openRouter는 이들 API를 하나로 통합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즉 챗GPT를 사용하다가 제미나이로 갈아타고 싶을 때 그냥 모델 이름만 바꿔 주면 됩니다. 클로드로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델 이름만 클로드로 바꿔 주면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죠. 딥시크나 큐원 같은 중국 모델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챗GPT나 제미나이는 오픈AI나 구글에 연결해 주면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중국 모델은 중국에서 API를 가져와 연결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딥시크나 큐원은 모두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다가 미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오픈라우터는 그런 회사들에 연결해 주죠.

- 제미나이는 구글이라는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을 등에 업은 만큼 당연히 RAG를 잘할 수밖에 없는데요. 게다가 제미나이는 RAG 외에도 검색 기능을 이용한 재미있는 서비스를 하나 더 제공합니다. 바로 대답 재확인Double-check Response이라는 기능입니다. 모델이 응답한 결과가 실제로 구글 검색 결과에 존재하는 내용인지 검증해 주는 매우 흥미로운 기능이죠.
사실 어떤 정보가 잘못된 내용인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검색을 활용하는 건 꽤 오래전부터 쓰이던 유용한 검증 방식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에펠탑 1889년 건설'이라는 검색어에 대해 검색 문서 수가 1만 건이 넘는 데 반해, '에펠탑 1890년 건설'은 검색 문서 수가 3,000건 에펠탑 1899년 건설'은 2,000건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에펠 탑은 검색된 문서 수가 가장 많은 1889년에 건설됐을 가능성이 가장 녹죠 실제로 에펠탑은 1889년에 건설됐습니다. 이처럼 검색 결과를 활용하면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로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죠. 당연히 세계 최고의 검색 서비스를 보유한 구글은 이 점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고요.

- 요즘은 RAG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더욱 복합적인 개념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온톨로지ontology인데요. 원래 온톨로지는 철학에서 '존재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학문이었습니다. 이후 컴퓨터과학에서 이 개념을 받아들여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합니다. 특정 분야의 개념들과 그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정리한 프레임워크를 온톨로지라 부르죠. 철학에서의 '존재'를 컴퓨터 과학에서는 '관계'로 표현한 셈입니다. 온톨로지는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그 관계를 명시적으로 정의함으로써 컴퓨터가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지식 지도'입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는 '과일'이고 '노란색'이라는 속성을 가집니다. 이 같은 개념과 관계를 미리 정의해 두면 나중에 노란색'에 관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 " 같은 색깔을 지닌과 일은 바나나입니다. 와 같은 식으로 연관된 정보를 제시할 수 있죠. 관계 정의가 잘 이루어져 있다면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 연구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전통 있는 분야죠.

- 팔란티어는 온톨로지 정보를 활용해 각국 정부와 정보 기관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합니다. 기업 구조가 워낙 베일에 싸여 있어 정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놀랍게도 이 회사는 온톨로지 정보 솔루션만으로 2025년 한 해에만 우리 돈 6조 원이 넘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죠. 팔란티어가 온톨로지를 핵심 기술로 활용하며 다시금 주목을 받자 RAG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사한 문서를 찾는 수준을 넘어 개념간 관계를 활용해 더욱 의미 있는 문서를 추출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LLM이 더 정교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거죠. 이렇게 팔란티어의 부상과 함께 온톨로지 연구 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 네이트온의 운영사가 SKT의 자회사였던 탓에 스마트폰 메신저가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수익을 갉아먹을 것을 우려해 모바일 버전 출시를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그사이 카카오톡이 등장해 메신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죠. 한때 전국민이 사용했던 네이트온은 이제 존재감마저 희미합니다 반대로 애플은 한창 잘 팔리던 아이팟을 아이폰으로 스스로 무너뜨렸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음악 플레이어를 삼켜 버릴 스마트폰을 만들 텐데 그게 남이 아니라 우리여야 한다고 판단했죠. 구글은 지금 정확히 그 갈림길에 서 있고 코닥의 길 대신 애플의 길을 택했습니다. 검색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글 검색을 RAG가 위협 하자 오히려 'AI 모드'라는 이름으로 제미나이의 답변을 자기 검색 결과 맨 위에 올려 버렸죠. "검색을 대체할 것이다."라던 바로 그 기술을, 검색의 왕이 가장 앞장서서 끌어안은 셈입니다. 어차피 일어날 변화라면 스스로 혁신하는 게 최선입니다. 누군가가 내 시장을 무너뜨릴 거라면 그게 차라리 나 자신인 편이 낫죠. 구글이 전 세계를 장악한 구글 검색을 자신의 LLM인 제미나이 RAG로 기로 한 것은 어쩌면 아프지만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 애플 인텔리전스는 글쓰기가 가능한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에서 사용자가 쓰고 싶은 말을 미리 파악해 표현을 제안하고. 몇 초 만에 강의나 긴 문서의 핵심을 요약해 보여 줍니다. 그룹 대화가 너무 길어질 경우 대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주고, 사용자에게 중요한 알림만 선별적으로 표시해 불필요한 방해를 최소화합니다. 노트를 작성할 때는 대충 그린 스케치를 문맥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나 이미지로 자동으로 바꿔 줘 메모의 완성도를 높여 주죠. 사용자가 입력한 설명과 사진을 바탕으로 맞춤 추억 영상도 자동으로 생성해 줍니다 무엇보다 2011년 아이폰과 함께 처음 등장했던 음성 비서 시리가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대폭 강화됩니다. 기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복잡한 지시 사항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예약, 메시지 전송, 파일 검색 등의 동작을 수행하여 더욱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존에는 시리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는데. LLM 기반으로 재설계된 시리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이해력과 응답 품질을 제공할 수 있게 됐죠
이 모든 기능은 기본적으로 아이폰에 내장된 SLM을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매우 작은 3B(30억) 매개변수 규모의 소형 모델로 메모리와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일상적인 언어 처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 덕분에 사용자 데이터가 기기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되므로 보안성이 높습니다. 물론 모든 작업을 온디바이스 SLM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의 복잡도에 따라 지능적으로 경로를 구분해 처리하죠. 예를 들어 텍스트 요약, 간단한 답장 제안, 알림 우선순위 정렬 등 비 교적 간단한 작업은 기기 내 SLM이 처리합니다. 그러나 그 밖의 복잡하고 어려운 요청이나 작업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외부 모델의 도움을 받는 형태죠. 물론 외부 모델을 사용할 때는 개인정보 동의를 받습니다. 특히 2026년 1월 애플은 구글과 다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차세 대 애플 인텔리전스 및 시리의 기반 모델로 제미나이를 택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챗GPT와의 협력 관계에서 나아가 이번에 제미나이를 전격 도입하면서 멀티 AI 전략으로 가게 된 거죠. 공식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애플은 구글에 연간 10억 달러 수준의 엄청난 비용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프롬프트 사례
당신은 '출판 분야에서 30년 일한 전문 편집자'입니다. 첨부 글의 문제점이나 미흡한 부분을 평가합니다. 다음의 지침들과 당신의 지적 사항을 반영하여 첨부 글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교정해 주세요
* 문법 및 맞춤법 오류 수정: 모든 문법적 오류와 맞춤법 오류를 수정하세요. 
* 목적 적합성 강화: 텍스트의 주요 목적(설명, 설득, 정보 전달 등)에 맞게 내용을 조정하세요.
* 문장 구조 최적화: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일관되도록 문장 구조를 개선하세요. 문맥상 어색하거나 필요하다면 문장 구조나 위치를 완전히 변경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 언어 표현 향상: 문맥에 맞는 적절한 단어, 보다 명확하고 효과적인 표현으로 대체하세요.
* 중복 및 장황한 부분 제거: 불필요하게 반복되거나 장황한 표현을 제거하세요.
* 자연스러운 연결: 문장과 문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드세요. 
* 미완성 문장 정리: 테스트 문장이나 집필하다가 만 내용도 모두 다듬어서 완결된 문장으로 만들어 주세요. 불필요하면 삭제해 주세요. 특히 (사이에 수정할 내용을 기입해 두었으니 반영하거나 필요 없으면 삭제해 주세요.
* 가독성 향상: 읽기 쉽고 이해하기에도 쉬운 형태로 텍스트를 재구성하세요. 
* 맥락 유지: 원래 텍스트의 의미와 의도를 최대한 유지하세요. 
* 스타일 및 톤 유지: 원래 텍스트의 스타일 및 톤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가끔은 위트 넘치는 톤을 적용해 주세요.
출력은 다음과 같이 구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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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코딩 도구가 크게 인기를 글자 이제 아예 AI에 몸을 맡기듯 코딩 한다는 뜻의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여전히 인공지능 업계에 막강한 기술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안드레이 카르파시Andre; Karpathy 1986는 2025년 2월 이 현상을 가리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이라는 용어로 명명했습니다. 감각에 따라 프로그래밍하고, 변경 내역을 확인하지 않 고제안을 수용하며, 오류 메시지를 그저 다시 입력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반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마치 음악에 몸을 맡기듯 코딩하는 방식이죠.
카르파시는 바이브 코딩을 분위기에 완전히 몰입해 코드가 존재하는지조차 잊고, 그냥 보이는 대로 말하고 실행하고 복사 및 붙여넣기만 해도 작동하는 개발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변경 사항조차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그저 '승인'을 누르며, 에러가 나면 에러 메시지를 아무 설명 없이 복사해 붙여넣기만 해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죠.

- 클로드 코드는 개발자가 명령을 내리면 LLM이 스스로 파일을 읽고 수정하고 검증하는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합니다. 커서에서는 내 코드를 내가 작성하되 커서가 도와주는 형태였다면, 클로드 코드는 동료가 내 지시에 따라 모든 코드를 대신 작성해 주는 형태에 더 가깝죠. 예를 들어 "사용자 인증 기능을 구현해 쥐."라고 지시하면 클로드 코드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코딩을 이어 갑니다.
팀장이 지시하면 팀원이 개발을 구현하는 모습과 흡사하죠 이런 클로드 코드의 철학은 커서, 코파일럿 모두와 다릅니다. 코파일럿이 개발자의 코딩을 보조하는 자동완성 도구였다면, 커서는 개발 도구 전체를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구성한 형태였습니다. 이제 클로드 코드는 개발 도구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인공지능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주는 형태입니다. 3가지 도구를 모두 써본 개발자라면 그 경험의 차이가 단순히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차이라는 점을 알아챈 겁니다. 코파일럿은 빠른 자동완성 기능처럼 느껴지고, 커서는 편집기 안에서 함께 작업하는 똑똑한 동료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클로드 코드는 완전히 다릅니다. 작업을 맡기면 알아서 완료하고 결과를 보고해 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동료처럼 느껴지죠

- 커서는 휠씬 더 풍부한 컨텍스트를 제공해 전체 코드의 맥락을 훨씬 잘 추론한다고 했죠. 그런데 클로드 코드는 앞서 다른 도구들과는 애초에 설계 철학부터 다릅니다. 에이전트 단위로 역할을 분리하고, 스킬스로 작업을 정의하고, 규칙 파일로 엄격한 행동 규약을 설정합니다. 여기에 메모리, 훅, 권한, 서브 에이전트, MCP, 세션 규칙 등의 다양한 장치가 더해져 클로드 LM에서 최상의 성능을 이끌어 냅니다.이 모든 장치를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입니다
하네스란 말의 힘을 제어하고 방향을 잡아 주는 마구를 뜻합니다. 마구가 없다면 말은 여기저기 날뛰며 통제할 수 없을 것이고 심지어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구를 갖추면 위험한 행동을 차단하고 말의 강력한 힘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입니다. LLM이라는 강력한 제어장치를 설계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단순히 LLM이 같은 실수를두 번 반복하지 않도록 엔지니어링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이후 LLM 의 위험을 통제하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반적인 제어 체계로 확장되 었습니다. 클로드 코드에는 바로 이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촘촘하게 적용되어 클로드가 최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합니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클로드 코드는 동일한 작업을 처리할 때 커서보다 토큰을 5.5배 더 적게 쓰고 코드 재작업이 30퍼센트 적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단순 자동완성에 머물렀던 코파일럿, 이를 뛰어넘었던 커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다른 설계 철학으로 월등히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죠. 이런 성능에 힘입어 클로드 코드의 성장세는 커서는 물론 챗GPT 의 초기 성장세마저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출시 후 불과 6개월 만에 연간 환산 매출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같은 이정표에 도달하는 데 걸린 챗GPT의 11개월보다도 훨씬 더 빨랐죠

- 이미지에 일부러 노이즈를 추가해 망가뜨린 다음 복원하면서 학습한다는 발상은 고품질 모델을 만드는 핵심 알고리즘으로,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망가뜨리는 법을 정확히 알면 잘 복원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에서 출발했죠. 뮌헨대학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레이턴트 디퓨전이라는 알고리즘을 고안했고 이를 스테이블 디퓨전에 적용했습니다. '확산' 앞에 잠재'라는 의미의 레이턴트가 붙어 있는데요. 이는 기존의 픽셀 공간 대신 이를 압축한 잠재 공간에서 노이즈를 확산시킨다는 뜻입 니다. 기존의 디퓨전 알고리즘이 원본 4K 이미지 전체를 직접 수정하는 방식이라면 레이턴트 디퓨전은 핵심 특징만 담은 압축 표현을 잠재 공간으로 만들어 거기만 수정한 다음 다시 원본 크기로 복원하는 방식을 말하죠. 압축된 공간을 다루니 당연히 계산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

- 똑같은 기상청 날씨 조회 기능을 모든 회사가 각자 따로 만들어야 한다니요. LLM을 만드는 회사가 3개가 아니라 10개, 나중에는 100개가 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일까요?
이때 공통 프로토콜을 들고 나와 이를 똑같이 맞추자고 주장하는 회사가 등장합니다. 바로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이죠. 기상청 API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호출하지 말고, 연결 방식을 통일하고 공통 포맷으로 호출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 공통 프로토콜에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합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모델LLM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프로토콜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이것을 줄여서 MCP라고 합니다. 참고로 프로토콜이란 통신 규약을 의미합니다. 예전에 톰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과서블> 시리즈 중에 고스트 프로토콜'이 있었죠. 규약을 유령처럼 없애 버려 조직의 존재를 부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규약을 의미하는 프로토콜이 MCP에 붙어 있으며, MCP는 LLM이 외부 도구를 호출할 때 따라야 하는 통신 규약을 의미합니다.

- 구글은 A2A(Agent2Agent)라 새로운 프로토콜을 제안합니다. 말 그대로 에이전트 간에도 협업하고 조율할 수 있는 통신 규약을 정의 한거죠. MCP가 하나의 LLM이 외부 도구를 호출하기 위한 표준이라면, A2A는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좀더 포괄적인 표준입니다. 구글 역시 2025년 6월에 A2A를 재단에 이관하며 개방형 표준의 길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파이썬 잘하는 개발자를 찾아서 면접 일정을 잡아 줘."라고 요청한다고 가정해 보죠. 주관 에이전트가 이 요청을 받아 인재 검색 에이전트에 "뉴욕에서 파이썬 개발자 좀 찾아 줘."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인재 검색 에이전트는 여러 채용 사이트와 링크드인 같은 곳을 뒤져 조건에 맞는 후보자 목록을 만들어 줍니다. 주관 에이전트는 이 목록을 받아 이번에는 일정 관리 에이전트에 "이 후보자들과 면접 일정을 잡아 줘."라고 요청하고. 일정 관리 에이전트는 면접 관의 스케줄과 후보자들의 가능한 시간을 조율해서 최적의 면접 일정을 잡아 줍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각 에이전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A2A 프로토콜을 통해 서로 매끄럽게 소통합니다. 이처럼 MCP가 열어 준 도구와의 연결. A2A가 열어 준 에이전트 간의 대화와 협업은 LLM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 막상 MCP를 1년 정도 사용 해 보니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MCP 서버를 하나만 연결해도 토큰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문제였죠.
MCP는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프롬프트 상단에 관련 도구에 대한 명세가 매번 포함되어 호출됩니다. 원래 LLM은 현재 상태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과거에 어떤 요청을 했는지 전혀 모르죠. 그럼에도 LLM이 내 정보를 어느정도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프롬프트 상단에 사용자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이전 대화 요약이나 사용자 정보 등을 매번 몰래 넣어 주기 때문입니다. MCP 도구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매번 삽입됩니다.
이런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앤트로픽이 다시 한번 새로운 표준안을 제시합니다.? 바로 스킬스입니다. 스킬스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방법만 꺼내서 따라 하도록 만든 '쉬운 업무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P가 등장한지 약 1년 만인 2025년 10월에 공개됐다.

- 클로드 코워크는 앤트로픽의 제품답게 높은 완성도와 무엇보다 강력한 보안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오픈클로처럼 내 PC 전체를 내주고 LLM의 판단에 운명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앤트로픽이 제공하는 가상 PC 안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LLM 이 오작동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마치 내 PC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작업 공간은 가상 환경인 거죠. 파일 수정 역시 필요한 디렉터리만 등록해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등록된 디렉터리 내에서만 파일을 조작하고 그 외 영역에는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죠. 예를 들어 발표 자료 제작을 지시하면 허용된 디렉터리에만 파일이 저장되며 그 안에서 파일 수정 이나 불필요한 파일 삭제 등의 작업이 진행됩니다. 모든 파일 접근 권한을 통째로 내주는 탓에 민감한 시스템 파일까지도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 있는 오픈클로와는 근본적으로 구조가 다르죠
그렇다고 오픈클로에 비해 기능이 부족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클로드 코워크에도 오픈클로와 동일하게 스케줄링 기능이 있어 매일 아침 그날의 일정을 요약해 보내 주거나, 한 시간마다 메일함을 확인해 새 메일을 알려 주는 등 주기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마치 오픈클로처럼 자동으로 동작하듯 행동할 수 있죠
또한 오픈클로와 동일하게 웹 브라우저에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폭발적으로 넓어집니다.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은 웹 브라우저에서 이뤄지니까요. 그런데 내 PC를 직접 제어하는 오픈클로와 달리 코워크는 앤트로픽이 제공하는 가상 PC에서 동작하는 구조인데 어떻게 내 PC의 브라우저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앤트로픽은 크롬 전용 확장 프로그램Exension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로그인 하면 이후부터 코워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 크롬 브라우저를 조작하는 구조죠, 오픈클로가 막무가내로 내 브라우저에 접근했던 것과 달리 한 단계 더 거치는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입니다
물론 이런 구조는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번거로움을 요구합니다 굳이 확장 프로그램을 찾아서 설치해야 하죠. 원래 보안과 편의성은 대체로 반비례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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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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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없는 미래

경제 2026. 9. 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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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적으로 해외 은행이 달러를 창출하고. 그 달러를 다른 해외 은행으로 송금하려면 최종에는 미국의 지급결제 시스템에 속해 있는 은행 계좌 안에서 달러 잔고가 이전되어아만 한다. 그러나 실제 유로달러 배관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송금과 거래는 매번 곧바로 그런 최종 결제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그 전에 역외의 은행들은 자기들의 장부 안에서 서로의 지급 약속을 받아주고, 필요할 때는 담보를 주고받으며 자금을 조달하고,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을 거듭함으로써 미 국 은행의 최종 결제망 바깥에서 사적으로 달러 신용의 규모를 확대 한다. 그래서 유로달러 시스템의 배관은 자신들이 미국 내의 금융 시스템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비교적 적은 규모의 실제 달러 결제 기반만으로도, 휠씬 더 큰 규모의 역외 달러 신용을 미국 밖에서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미국 내의 공적 달러 배관망을 통과해야 하지만, 평소에는 그 바깥의 사적 신용망 안에서 월씬 더 큰 거래와 신용을 굴릴 수 있으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을 정도까지도 굵고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규모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미국 내부의 공적 달러 배관이 휠씬 크고 근본적이다. 그러나 국제무역, 원자재 거래, 해외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국경을 넘는 자본 흐름의 상당 부분은 더 얇은 이 역외의 사적 배관을 통해 움직인다. 유로달러의 크기가 미국 내의 몸통보다 작지만. 실제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흐르는 경로에서는 오히려 경색되기 쉬운 병목으로 작용하게 되는 이유다. 미국 국채 시장의 프라이머리 딜러PD사들의 역할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현재의 미국 레포 시장 역시 유로달러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금융여건 악화로 쉽게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달러가 급한 해외 기관들이 미국 국채를 현금화하려고 시장에 던지면 미국 국채 시장의 기능과 가격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게 되는데, 현재 미국 국채 시장의 구조상 그 충격을 쉽게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바로 미국 가계와 기업이 마주하는 금융 여건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비록 미국 내의 달러 신용이라는 몸통이 더 크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로달러 시스템이라는 꼬리가 그 몸통을 흔들 수 있는 주객이 전도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 국채를 담보로 사용한 레포 중개 거래가 딜러 장부의 용량을 먹어 치우다 보니, 딜러들이 장부에 국채를 보유할 공간 자체가 부족해지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채 발행 규모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레포 시장에서 헤지편드와 자산운 용사, MMF 등 금리 변화에 민감한 비은행 플레이어의 존재감은 더 커졌는데, 정작 스트레스 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의 장부를 사용해 채권을 받아줘야 하는 은행계 딜러의 장부 용량은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는, 아주 머리 아픈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러한 장부 용량의 제약은 유동성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평시에는 딜러가 시장 재고를 어느 정도 흡수하고 레포 자금도 조달해주므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충격이 오면 모두가 동시에 현금을 원하면서 국채를 매도하려 한다. 이런 상황이 딜러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장부를 사용해 일단 받아줘야 하는데, 규제와 내부 리스크 한도 때문에 국채 보유를 늘릴 수 없으니 채권 중개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레포 금리는 급등하고 거래량은 급락하는 유동성 경색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달러 없는 세계에서 필자는 이미 강조했다. 신용화폐 시스템은 계속해서 부채가 확대되어야 유지되는, 일단 멈추면 자전거처럼 쓰러지는 시스템이라고 말이다. 부채를 어디서 어떻게 확대할지 찾아내는 게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였다고 말이다.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는 시장이 신뢰할만한 양질의 부채를 확대하는 것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경고음을 울린 사건이었다. 그 대응으로 '돈을 잘 빌려줘야 잘 돌아가는 시스템' 위에 '돈을 조심해서 빌려주라'는 규제를 도입했다. 마치 "꿈을 크게 가지고 도전하세요. 하지만 열심히 저축하지 않으면 결국 가난을 피할 수 없을 거에요."라는 말처럼 시스템의 모순을 자인한 셈 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순적인 규제까지 도입해 가면서 막고 싶어 한 것이. 바로 레포 시장의 담보인 미국 국채를 배관공들이 받아주지 않는 일의 재발이다. 그렇다면 이제 살펴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해진다. 그것은 바로 미국 국채라는 담보에 대한 배관공들의 신뢰가 하락한 이유다

- 부채의 양적 확대가 너무 과다하면 담보로서의 가치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어쩌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당시 도달한 부채의 양만으로도, 민간 금융기관만으로는 금리 변동으로 인한 채권의 담보가치 변동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말해줬던 것이 아닐까? 규제 기관은 시스템 리스크ㅡ화폐의 신뢰 상실 위험ㅡ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밸브를 조여 배관을 흐르는 유동성의 총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규제를 완화해 은행이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하고 더 많은 중개 기능을 하게 만들면 밸브가 풀리고 배관은 넓어진다. 그러나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은행 시스템이 더 큰 듀레이션 리스크와 가격 변동 리스 크를 감수해야만 한다. 반대로 규제를 유지하면 은행 시스템이 흡수해야 하는 위험은 줄어들지만,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점점 감소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배관을 넓히자니 터질까 두럽고, 조이자니 흐름이 멈춘다. 진퇴양난이다

- 일본이 특수한 나라라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이 가장 오래 버틴 나라였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현금과 국채에 대한 신뢰가 가장 깊고 오래 유지된 일본에서 나타난 균열은 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 억제에 의존해 온 다른 신용화폐 국가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본의 사례는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신용화폐 체제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선행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오래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상수원에 물을 공급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물이 통과해야 할 배관은 국가 부채라는 담보 위에 세워진 구식 구조물이다. 수압만 높인다고 저절로 흐름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배관의 내구성, 즉 담보의 질이 흔들리면, 더 강한 수압은 오히려 균열의 충격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정부의 상환 약속은 여전히 이행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이 돌려 주는 화폐의 가치까지 보존해준다는 믿음은 더 이상 자동적이지 않다. 약속은 남아 있지만, 약속의 내용은 변질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신용화폐 시스템이 마주한 임계 상황의 현실이다

-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들이 전 세계 항만, 철도, 가스 배관망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그들이 이미 충분히 확보한 화폐라는 종이 조각을 '물질이 흐르는 통로'를 소유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의도를 시사한다. 보유 중인 화폐의 가치가 녹아내릴 때, 이 통로를 통과하는 물동량에 부과되는 통행료는 오히려 실물 가치에 연동되어 자동으로 조절될 수 있다. 인프라 자체가 스스로 가치를 방어하고 부를 창출하는 '실물 화폐'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예상이 맞다면 우리는 조만간, 아마 예상보다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수십 년간 돈을 찍어내는 곳에서 독점했던 엄청난 권력이 물질의 이동을 통제하는 배관과 밸브의 소유자에게 이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아주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어쩌면 화폐란 결국 에너지와 물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의 징표가 아닐까? 그 능력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신용이든 실물이든 형식 자체는 부차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신용의 징표--신용화폐ㅡ만으로 에너지와 자원. 기술을 언제든 손쉽게 살 수 있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계좌 속의 숫자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에너지와 자원,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돈이 더 이상 자동으로 실물에 닿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 연결을 보장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세계는 다시 담보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 배정 시장에서 거래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다. 공급자가 가장 두려 워하는 리스크와 제약을 누가 대신 떠안아 주느나다. 공급이 부족해 졌을 때, 돈을 더 내는 행위가 단순히 단가를 품이는 것에 그치면 공급자의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생산능력도 그대로. 원부자재의 부족도 변함없고, 막힌 물류 역시 여전하다. 그러니 단가만 올린다고 배정이 늘어나긴 어렵다. 진짜 중요한 것은 예약권, 증설 비용, 장기 수요 보장, 물류 슬롯 확보 같은 비가격 요소들을 제공함으로써 공급능력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다
반도체 부족 국면에서 일부 고객은 단순히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환불 불가 예약료를 지불하며 생산능력 자체를 예약했다 또 어떤 기업은 장기 계약과 전용 생산라인. 공동 투자를 통해 '이 고객을 우선해도 된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 거래 보다 장기 확약과 공급망 재설계들 택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죄근 AI 반도체와 HBM 메모리 공급난에서 하이퍼스케일러와 대형 고객들이 선급금과 장기 수요 확약을 앞세워 승설 리스크를 일부 떠안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 역시 같은 원리다. 이제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더 비싸게 사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내가 당신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이다

- 1990년대 이후 인터넷 통신 기술과 물류 시스템이 이 논리와 결합하자 가치사슬 이론은 지구적 규모의 현실이 되어 '글로벌 가치사슬'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기업들은 설계와 브랜드, 특허와 금융은 자국에 남기고, 생산과 조립, 오염과 노동집약적 공정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동유럽 같은 저비용 지역으로 밀어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점점 더 '두뇌'의 제국이 되었고, 실제로 만지고 조립하고 가공하는 '몸통'은 바다 건너 주변부로 이동했다. 토요타가 공장 안에서의 효율을 완성했다면, 애플은 이 질서를 지구 전체 규모로 확장하여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기업이었다. 2007년 아이폰 출시를 불과 몇 주 앞둔 시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아이폰 프로토타입의 플라스틱 화면이 열쇠에 긁혀 엉망이 된 것을 보고 격노했다. 그는 즉시 유리 화면으로 교체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불가능해 보이는 요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생산 체제는 그것을 실현해 냈다. 중국의 폭스콘공장은 잡스의 명령이 떨어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깨워 라인을 재배치했고, 96시간 만에 하루 1만 장의 유리 화면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때 애플이 실제로 확인한 것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미국 바깥에 거대한 노동력과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생산력을 갖춘 몸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애플은 공장을 거의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최강의 공급망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부품사들은 애플의 주문을 따내기 위해 스스로 재고를 떠안고 생산 리스크를 감수했으며, 납기와 품질에 대한 부담까지 짊어졌다. 그리고 애플은 그 위에 올라타 막대한 현금과 이익을 쌓을 수 있었다. 토요타가 공장 내부의 재고를 줄였다면, 애플은 아예 세계를 하나의 공장처럼 다루며 재고와 위험을 외부로 밀어냈고, 이것이 바로 세계화 시대 공급망 혁명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몸통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효율의 시대에는 이 모든 비용이 세계화된 공급망 뒤편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그 비용을 더 이상 외부로 밀어낼 수 없다. 몸통을 되찾겠다는 선택은 결국 더 비싼 세상을 감수하겠다는 선택과 같은 뜻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공장과 인프라를 되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통이 다시 중요해질수록. 그 몸통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자원과 항로, 밸브의 통제권 역시 다시 중요해 진다.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원유가 저절로 흐르고, 희토류가 저절로 선적되며, 북극 항로와 광물 자산이 자동으로 내 편에 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제 비효율을 감수하는 수준을 넘어 더 큰 정치적 물리적 자산을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실물로 연결되는 통로 자체를 직접 손아귀에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달러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힘이 작동하려면 상대가 달러 질서에 의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베네수엘라는 달러 밖의 배관에 더 익숙해지고. 러시아와 중국은 그 배관을 더 정교하게 만들며, 제재는 오히려 우회 생태계를 단련시키는 역효과까지 낳고 있었다. 이제 미국은 단지 돈줄을 조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의 미국은 과감하게 전략을 바꿨다. 차단에서 재배관으로, 제재에서 점유로 말이다. 과거의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가 돈으로 환원되는 순간을 틀어쥐는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실물의 흐름 전체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 어럽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그래서 이제 단순한 결제망 차단이 아니라. 어떤 유전이 누구의 운영 아래 돌아가고. 어떤 원유가 어떤 통로를 통해 흘러가며. 판매 대금이 어디에 예치되고. 로열티와 세금이 어떤 구조를 타고 움직이는지까지를 포함한 전체 밸브의 관리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 한다
베네수엘라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이 변화의 핵심은 어쩌면 정권 의 민주적 정통성과 배관의 통제를 분리해서 본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 다. 누가 합법 정부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정치의 영역이지만, 석유가 어떤 규칙 아래 흐를 것인가라는 질문은 물리의 영역이다. 어쨌든 결 과적으로 제국의 전략은 '제재'에서 '점유'로 진화했다. 2006~2020년 이 '차단'의 이야기였다면. 2026년 1월 마두로의 체포 작전과 함께 '재배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정통성을 인정받는 정부를 세우기 위하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석유라는 실물 자원만큼은 미국이 정한 규칙에 따라 흐르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 약속에서 점유로: 제국이 다시 실물을 만질 때
그린란드와 베네수엘라는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이 둘을 함께 놓고 보면 미국의 변화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과거의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해 지금처럼 노골적인 언어를 쓸 필요가 없었고, 베네수엘라 대해서도 달러와 금융 제재, 계약 질서만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시절 미국의 힘은 실물을 직접 움켜쥐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실물 위에 놓인 규칙과 접속권을 관리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북극의 자원∙항로 경쟁이 격화되고, 베네수엘라의 그림자 배관이 달러 제재를 우회하기 시작하면서. 한계를 절감하기 시작했다. 달러가 여전히 강해도 그것만으로는 요충지를 선점하고 통제할 수 없고, 제재가 여전히 위력적이어도 그것만으로는 밸브를 마음대로 여닫을 수 없다는 한계 말이다. 그래서 제국은 다시 실물의 언어를 호출한다. 그린란드에서는 노골적인 소유의 언어와 상주 거점을 통해 통제권을 선점하려 하고, 베네수엘라에서는 결제망 차단을 넘어 원유가 흐르는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 한다.

- 희토류도 석유처럼 종종 지구의 역사가 특정 지역에 준 선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희토류가 지닌 힘은 매장량 자체보다 그 원소를 산업적으로 사용가능한 상태로 바꾸는 공정에서 나온다. 누가 분리와 정제라는 더러운 과정을 감당하고, 누가 폐기물과 방사성 동반 광물의 처리라는 비용을 떠안고, 누가 규제와 인허가, 지역 갈등을 관리 가능한 형태로 묶어 둘 수 있는가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덩샤오핑의 발언은 바로 그 비용과 부담을 국가가 짊어지고 관 리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그는 "우리에게 희토류가 있다"를 넘어 "우리는 이 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셈이다. 희토류를 중국의 석유로 만든 것은 원소 그 자체가 아니라, 채굴∙분리∙정제라는 불편하고 비싼 공정을 국가가 장기간 떠안고 축적한 특정 생산 능력이었다. 이 생산 능력이 국제정치의 언어로 번역될 때, 자원이 비로소 전략 자산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 석유의 힘은 매장량도 중요하지만, 더 결정적으로는 수송로와 해군력 결제 시스템. 보험. 제재. 카르텔과 같은 외부 장치와 결합해 완성된다. 석유의 정치는 결국 흐름을 통제하는 정치다. 어디서 캐느냐 못지 않게 누가 운반하고, 누가 보험을 제공하며, 누가 결제망을 장악하는가가 중요하다.
반면 희토류의 힘은 파이프라인과 바다, 운송보다는 공장과 공정에서 나온다. 희토류의 핵심 병목은 해상 수송로가 아니라 분리.정제외 자석 제조 같은 공정이다. 희토류는 석유처럼 흐르게 해야만 의미가 생기는 자원이 아니라. 가공되어야만 비로소 산업적 힘이 되는 자원이다. 따라서 희토류의 지정학은 흐름의 정치가 아니라 공정의 정치에 가깝다. 누가 폐기물을 처리하는가, 누가 방사성 동반 광물과 중금속을 감당하는가. 누가 고순도 분리의 노하우를 축적하는가. 누가 이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흡수하는가? 이 질문에 장기간 "예"라고 답한 국가가 공급망의 손잡이를 쥐게 된다
한쪽은 비용과 갈등을 감내하며 생산을 유지하고, 다른 쪽은 이러한 비용의 감내를 자국 사회에 설득하기 어려워 생산을 회피하거나 지연한다. 그 결과 생산은 특정 국가로 집중되고, 집중은 다시 대체 불가능하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이때 레버리지는 '의도적 무기화'가 없어도 성립한다. 단순히 생산이 거기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 공급 차질의 가능성만으로, 상대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 레버리지는 '수출을 끊겠다'는 협박을 통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끊길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서 형성된다

- 태양광에서 중국이 가진 것은 가격의 표준이었다. 폴리실리콘에서 모듈에 이르는 전 공정을 자국 안에 집적시키고. 과잉 설비와 치열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원가를 지속적으로 낮춘 결과. 중국 기업들은 결국 가격 결정력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렇게 중국은 태양광 패널 공급 시장에서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전세 계 태양광 에너지 생산 증가 속도를 가격 기준선 설정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풍력 발전에서 확보한 것은 실행의 표준이었다. 풍력은 태양광보다 휠씬 더 프로젝트 산업에 가깝다. 블레이드와 타워. 기어박스 베어링. 발전기. 전력변환 장치. 해상 설치 선박, 케이블과 계통 연계 유지보수 체계까지 복잡한 요소가 업허 있다. 따라서 풍력에서의 경쟁력은 태양광 패널처럼 제품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설치를 반복하며 쌓인 조달, 운송, 시공, 운전, 정비가 하나의 체계를 이루어 경쟁력이 된다. 중국은 내수 시장에서 방대한 설치를 반복하면서 바로 이 체계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 차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은 태양광에서는 세계의 원가 기준선을 쥐었고, 풍력에서는 세계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의 기준선을 쥐었다. 전자는 '얼마에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라면. 후자는 '얼마니 빨리. 크게. 안정적으로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러니 둘 모두 공통점이 있다. 서방이 과잉을 비효율로 본 사이. 중국은 과잉을 통해 가격과 실행이라는 두 표준을 내부에 축적했다는 점이다

- 중국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희토류와 배터리, 초고압 송전망과 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남들이 비용과 갈등 때문에 미루거나 외주화한 구간을 자국 안에 눌러 담았다. 그 과정은 비쌌고, 더러웠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때도 많았다. 그러나 바로 그 비용을 오래 견딘 결과, 중국은 공급망의 성벽뿐 아니라 그 성벽 안에 에너지를 돌게 하는 혈관까지 함께 갖춰가고 있다. 그렇게 중국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뿐만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굴릴 수 있는 조건도 함께 가진 나라가 되려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렇게 거대한 비용 투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무리 중국이 일당독재 정치 체재 아래에서 어느 정도의 자본 통제가 가능한 나라라고 해도 공산당이 체재 안정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국내에 축적된 자본을 동원하는 것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 비용 감수의 배후에는 세계화의 전성기 시절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의 종이 부채가 아니라 해외의 실물 통제권으로 바꾸어 온 장기적 자금 배치 가 있었을 것임을 의심해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 에너지 전환이 진행될수록 산유국에게 중요한 것은 높은 유가를 오래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직 세계 수요가 살아 있을 때 비석유 산업 전환의 재원으로 원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UAE 입장에서는 공격 적인 자본 투자로 생산 설비를 확장해 놓고도,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유가 방어 전략 때문에 그 설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UAE의 탈퇴는 UAE의 독자적 성장 전략이 OPEC+의 감산 규율 안에서는 더 이상 전개되기 어려워졌다는 신 호로 봐야한다. UAE의 탈퇴가 다른 산유국들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가 앞으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탈퇴 과정에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쟁은 중요한 촉매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안에서는 감산을 통한 유가 방어의 조정자였고, OPEC+ 밖에서는 리야드를 금융:물류.관광.AI 허브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며 UAE가 선점한 두바이∙아부다비 모델에 위협을 가하는 경쟁자였다. UAE가 보기에 사우디는 석유시장에서는 생산 쿼터로 자신을 묶어두고, 비석유 경제에서는 같은 허브 자리를 놓고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못마땅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UAE의 OPEC+ 탈퇴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이면서 동시에 걸프 내부 권력관계의 재조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UAE의 탈퇴는 세계 석유 시장만이 아니라 걸프 지역의 정치 지형과 세력 판도에도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UAE는 OPEC+ 쿼터에서 벗어나 생산과 수출 전략을 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되 고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내부 리더십과 감산 조정 능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치는 동안 UAE가 바깥에서 생산을 늘린다면, 남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커지는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석유 수요국 입장에서는 공급 확대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유가에는 하방 압력이 생기겠지만, 이것이 곧바로 유가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중동 의 지정학적 긴장,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로 리스크, 장기계약 구조 등이 실제 공급 확대 속도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 가격 변화보다는 OPEC+의 통제력이 약해진다는 구조적 변화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질서를 유발할 것인가다

- 베트남의 경쟁력은 단순히 낮은 임금 수준에만 있지 않다. 진짜 경쟁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애매함을 유지하면서, 그 애매함을 실제 제조 능력으로 번역하는 데 있다.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대나무 외교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의 관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는 운명공동체'라는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 입장을 표명한다. 미국은 베트남을 끌어당겨 중국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 하고, 중국은 베트남을 붙잡아 자국 공급망의 남쪽 연장선으로 유지하고 싶어 한다. 베트남은 바로 이 양쪽의 긴장 자체를 몸값으로 바꾼다. 어느 한쪽어 완전히 들어가는 대신. 양쪽 모두가 베트남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점에서 베트남이 파는 것은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양쪽 모두와 거래할 수 있는 비동맹주의 속에서 실제 공장과 물량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이 구조는 미국에 대한 수출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동시에 크게 증가한 최근 무역 흐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 미국에는 '조금 더 깨끗해진 생산 기지'로 보이고, 중국에는 '여전히 유용한 외부 조립 기지'로 남아 있는 사이, 자국 부품과 공정의 비중을 높이고 더 높은 임금과 더 많은 부가가치를 자국 내부에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겉으로는 미.중 갈등이 열어 준 일시적인 기회의 창을 활용하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을 활용해 자국 산업의 밀도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이 받는 통행료도 단순하지 않다. 과거에는 저임금과 투자 유치가 전부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앞으로의 베트남이 받는 수수료는 휠씬 복합적이다. 중국을 완전히 떠날 수 없는 기업들에게는 '중국 리스크를 낮추는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고, 미국에 더 가까운 공급망을 원하는 기업들에게는 '중국 없이도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지만 덜 위험해 보이는 생산지'의 프리미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놓은 임금도 가능해지고. 더 많은 현지조달 요구도 가능해 지며, 항만.전력∙산업단지 사용료 같은 보이지 않는 요금도 더 높게 청구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그 비용을 내더라도 중국에 전량 묶여 있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위해 베트남이 내부에 축적해야 하는 국산화 비용과 행정 비용, 외교 비용은 공급망 전체의 추가 비용으로 전가되어 최종적으로 사용국들의 가격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제조형 어댑터 국가가 걷는 통행료는 생산성이라는 형태를 띤  가격표에 반영된다

- 멕시코는 중국산을 북미 시장으로 연결하는 나라라기보다, 북미 시장 안으로 들어오려는 가치가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지를 관리해서 통과시키는 나라다. 심지어 미국도 멕시코를 통해 공급망의 속도와 비용을 관리한다. 멕시코가 북미로의 입장권을 팔 때, 미국은 그 입장권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 수는 있을지언정, 그 입장권 발급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순간 미국 산업이 먼저 비명을 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멕시코의 다음 과제가 시작된다. 멕시코는 이미 북미 공급망의 일부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베트남처럼 양쪽의 애매함을 팔아서는 안 된다. 멕시코가 앞으로도 살아남으려면 검문소 역할을 더 정교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묻는 질문, "멕시코는 북미의 일부인가, 중국의 뒷문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전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2025년 셰인바움 정부의 경제 계획은 중국산 수입 의존을 줄이고 자동차∙섬유 같은 분아에서 현지 조달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2026년 초에는 중국 등 FTA가 없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 인상도 시행되었다. 2026년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미 국 정치권에서 멕시코가 중국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는 문제 제기의 강도가 더 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멕시코는 단순히 공장을 더 유치하는 것이 성공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미산을 위장하는 세탁소가 아니라 북미 규칙을 집행하는 검문소'라는 신뢰가 통행료를 높일 수 있는 요건이기 때문이다

- 멕시코가 받는 수수료는 그래서 더 높은 임금. 더 많은 현지 조달 요구, 더 엄격한 원산지 관리, 더 비싼 물류와 전력 사용료의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실물의 속도와 안정성이 영향받을 때까지는 미국 기업은 그 비용을 내더라도 멕시코를 포기하기 어렵다. 멕시코를 빼는 순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검문소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 내부에 쌓는 비용 역시 북미 상품의 가격에 전가된다. 북미 공급망의 안전이 공짜가 아니듯, 멕시코의 검문소 기능도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세계 무역에 있어서는 비용의 추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멕시코의 본질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멕시코는 두 세계 사이를 더 깊게 이어주는 연결자가 아니다. 멕시코는 북미 체제 들어오려는 흐름의 자격을 심사하고, 조건을 안내하고.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필터형 검문소다. 이 나라는 다리를 놓아 통행료를 것이 아니라, 입장권 발급을 돕고 검문 수수료를 받는다. 성벽을 허무는 대신 성벽을 통과하는 방식을 관리하는 나라가 멕시코다

- 결국 헝가리의 서사는 이렇게 정리된다. 헝가리는 1990년대에 성장과 안정화를 위해 은행과 유틸리티 배관의 일부를 외자의 손에 넘졌지만, 2000년대 중반의 정치적 배신과 금융위기 이후의 생활고 속에서 그 대가를 너무 선명하게 체감했다. 그 기억 위에서 오르반은 배관은 되찾아오되, 공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해외자본 유치 분리 전술을 사용했다. 금융과 에너지의 밸브는 국가가 쥐고, 제조업 외자는 적극 받아들여 수출과 고용을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브레튼우즈적 세계화가 균열을 일으키는 국면에서 헝가리는 가스와 배터리라는 두 실물 배관을 동시에 자기 영토에 결합시킴으로써 유럽의 결합점이 되려 한다. 비록 2026년 4월 중순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피데스 당이 총 199석의 의석 중 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는 참패를 당하면서 지난 16년간 이어왔던 장기 집권에 마침표가 찍혔고, 기존의 국가 전략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결합점을 지향하는 헝가 리의 방향성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결합점은 미국, 러시아, EU, 중국 등 주요 세력과의 정교한 거래를 필요로 할 것이다.

- 멕시코는 북미 체제의 허가증을 계속 갱신해야 하고, 베트남은 양쪽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어느 쪽에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애매함을 유지해야 한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는 물론 정치적 중립성과 허브로서의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폴란드는 안보를 상수로 만드는 긴장 유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헝가리는 러시아:EU.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데 필요한 거래 비용을 안고 가야 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러 나라들이 성벽 사이에서 자신이 가진 에지를 활용해 수수료나 통행료를 징수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새로운 합종연횡을 보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제국이 성벽을 높이면 높일수록, 살아남기 위해 성벽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일이 계속되는 한, 더 높은 통행료를 요구하는 톨게이트 국가는 계속 생겨날 것이고, 톨게이트 국가들끼리 합종연횡하는 모습까지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진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바로 그 비싼 통행료 때문에 세계는 더 느리고, 더 비싸고 더 정치적인 생산의 형태로 청구서를 받게 되리라는 것 말이다

-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서방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경제 제재를 발동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서방 금융기관에 맡겨두었던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외화보유액을 동결하고, 국제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을 퇴출한 것이었다. 명목상의 부와 금융 배관을 장악한 제국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칼을 마침내 꺼내 든 것이었다 당시 서방의 지도자들은 이 금융의 무기화가 루블화를 종이조각으로 만들고 러시아 경제를 단기간에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우리가 목격한 것은 서방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오히려 이 칼날은 휘두른 자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어. 전 세계가 실물본위제 시대로 나아가는 속도를 십 년은 앞당기는 트리거로 작용했다
금음의 무기화가 가져온 첫 번째 역설은 신뢰의 자살이었다. 신용 화폐 시스템은 '내 돈은 시스템 안에서 언제든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이며. 내가 원할 때 어디에든 쓸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즉 신용 위에 서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이 정치적 이유로 타국 중앙은 행의 자산을 동결한 순간, 그들은 이 믿음을 공공연하게 산산조각 낸 것과 마찬가지였다. 골드만삭스나 연준의 장부에 기록된 숫자가 엄밀하게는 내 재산이 아니라 발행국의 호의에 의존하는 조건부 청구권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는 즉각적인 실물 담보 확보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도를 비롯한 거대 신흥국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인 도는 서방의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데 루피화와 루블화, 심지어 위안화로 결제하며 달러 배관을 공공연하게 우회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입장에서 달러 배관은 언제든 차단될 수 있는 위험한 배관이지만, 러시아의 원유는 자국 경제를 돌릴 수 있는 물리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금을 사들여 뉴욕이나 런던의 창고가 아닌 자국 금고로 옮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독일 중앙은행은 2013년부터 새로운 금 보관 계획을 실행해 2017년까지 뉴욕에서 300톤, 파리에서 374톤의 금을 프랑크푸르트로 옮겼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2014년 뉴욕에 보관하던 금 122톤을 암스테르 담으로 옮겼고, 오스트리아도 금 보관 정책을 조정해 전체 금 보유량 280톤 중 절반인 140톤을 국내에 보관하도록 하고 90톤을 본국으로 가져왔다.

- 관세는 중국산 완성품이 값으로 밀고 들어오는 길을 막아 시간을 번다. 칩스 보 조금은 첨단 제조의 거점을 미국으로 끌어당기고, 가드레일은 그 거점이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리 안에 가둔다. 마지막으로 IRA는 배터리와 광물이라는 실물 담보의 흐름을 미국/동맹권 내부로 재배치 하고, 우려 외국기관 규정은 그 흐름이 중국의 정제∙가공 네트워크로 되돌아가는 비용을 높인다. 여기에 수출 통제는 `기술 업그레이드의 시간'을 허가제로 바꾸어, 상대의 추격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이 네 가지는 따로가 아니라 한 세트로 작동한다. 지금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하고 있는 싸움은 상품이 아니라 접근권, 즉 공급망을 재설계해 배관의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싸움인 것이다

- 기록에 의하면 당시 금광 근처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했다. 달걀 한 알이 현재 가치로 수십 달러에 거래되었고, 깨끗한 물 한잔이 금값에 육박하기도 했다. 광부들이 어렵게 캐낸 소량의 금은 식료품점과 세탁소 운영자, 술집 주인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결국, 골드러시의 진짜 승리자는 땅속의 금을 캐낸 자들이 아니라, 금이 흐르는 길목에 서서 물리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며 통행료를 징수한 서비스와 플랫폼의 주인들이었던 것이다.
AI 시대의 클라우드와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더 뛰어난 인공지능 모델인가하는 논쟁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필 수 있다 그러나 지능이 흐르는 길, 데이터가 오가는 길, 연산이 배분되는 길을 장악한 자는 그 변화와 무관하게 계속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로 돌아와서 과거의 교훈에 비춰 현재를 바라보면 지금의 AI 지능 생산 시장에서도 유사한 국면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국면은 마치 금광에서 금을 채굴하는 데 필요한 곡팽이와 삽을 독점 적으로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능 생산에 필요한 연산 도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 AWS에게 모델은 진열대 위에 놓인 하나의 상품일 뿐이며. 진짜 권력은 그 상품이 진열된 매장과 상품을 실어 나르는 카트, 즉 인프라가 쥐고 있는 것이다.
여러 모델의 비교와 평가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비교와 평가라는 포장은 기업들의 가장 민감한 부위인 데이터 보안과 연결된다. 기업이 외부의 모델을 직접 가져다 쓸 때는 데이터가 배관 밖으로 유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베드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데이터가 아 마존의 보안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AWS는 여기에 '어떤 모델을 쓰든 상관없이' 그 모델이 지능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흐르는 모든 데이터는 아마존의 보안 영역 안에 있음을 강조한다. 결국 베드록을 통하 모델을 고르고 평가하고 교체하는 일이 반복될수록. 고객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생태계에 더욱 깊숙이 종속된다. 지능은 교체 가능한 소모품이 되어도. 아마존의 플랫폼은 대체 불가능한 기반 시설이 되는 것이다.
결국 비교. 평가. 교체의 진정한 목적은 최고의 지능을 제공하기 위함보다는 지능이 소비되는 방식의 표준을 장악함에 있다. 지능의 가치가 하락할수록 사용자는 더 자주 모델을 비교하고 평가해야 하며 그 비교와 평가가 편리해질수록 사용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관리 도구에 길들여진다. AWS는 기능의 가격 하락이라는 파도를 타고, 그 파도가 치는 바다를 통째로 플랫폼 안에 넣어버리려는 전략을 베드록이 백화점을 통해 구현하는 중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트의 즉 지능의 전쟁에서 플랫폼 소유 기업이 권력을 쥐는 방법이며, AI 혁신 과정에서 지능이 어떻게 실물 권력으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지능은 원자재화되고, 플랫폼은 병목을 움켜진다. 지능이 싸질수록 교체는 쉬워지고, 교체가 쉬워질수록 오히려 그 교체를 관리하는 플랫폼의 힘은 커진다. 시장의 표면에서는 지능의 가격이 떨어지지만, 시장의 중심에서는 그 지능을 항상 켜두는 비용, 연결하는 권한, 책임지는 규정과 보안의 중요성 등이 커진다. 그리고 그것을 한 번에 제공하 하이퍼스케일러는 금의 저장, 운송 및 보안 서비스를 제공했던 골드러시 당시의 웰스 파고와 같이 병목을 움켜쥐고 안정적인 지능의 생 산과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독점적 사업자가 된다.

- 하이퍼스케일러가 무서운 이유는 이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넓고 두터운 진입 장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히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으로는 새로운 하이퍼스케일러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GPU 확보에 수조 원 정도는 가볍게 동원할 수 있어야 하고 열을 식힐 수 있는 수자원은 물론 안정적인 전력망도 확보해야 하며 때로는 전 세계를 잇는 해저 광케이블에 대한 접근권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기업 활동이 한 국가의 정치와 법제도라는 분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은 이미 왠만한 규모의 기업들은 아예 참전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큰 판인 것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지능이라는 비트의 세계 위에 세워진 실물 패권의 문지기들이다. 지능이 흔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연산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질수록 하이퍼스케일러의 독과점 효과는 배관의 규모와 함께 더욱 커지면서 징수하는 통행료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지능의 가격 하락은 이들에게 수익성 악화의 위협이 아니라, 더 많은 사용자를 자신의 배관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GPU 지능의 가격 하락이 AI 산업에 있어서 미국의 설계 업체와 클라우드 플랫폼 업체들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 시대가 열리면서 기술이라는 상부 구조에서 미국이 가진 힘이 더욱 커지는 중이다. 

- 결국 종합하면 GPU 시간의 가격은 최첨단 반도체, 전력 공급 능력, 냉각 능력,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능력, 소프트웨어 최적화 수준까지 모두 반영해서 결정된 AI 시대 핵심 자원의 조달 단가라고 할 수 있다. 통화주권의 관점에서는 얼마나 낮은 금리로 얼마나 많은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느냐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면, 소버린 AI의 관점에서는 얼마나 낮은 단가로 얼마나 많은 GPU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예로 살펴보자. 이들은 최신 GPU를 대량으로 확보해 냉각 설비를 포함해서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파운데이션 모델별로 소프트웨어 최적화의 경험을 쌓으면서 발전소와 송전망까지 확보해 AI 클러스터를 운영한다
이들은 GPU, 전력 공급, 냉각,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모두 합쳐서 연산력'이라는 디지털 자원을 창출하고 GPU시간당 가격으로 그것을 판매한다. 마치 달러가 경제 활동에 사용되듯 활용되는 분야에서 이 디지털 자원은 쌀. 원유. 달러처럼 기능한다.
이러한 모습은 통화주권의 관점에서 은행과 결제망이 대출을 통해 돈이라는 핵심 자원을 창출하고, 배분하며. 시장 가격에 해당하는 금리의 전달 경로가 되는 것과 닮아 있다. 즉, AI 체계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IT 서비스 제공자에 머물지 않고, 연산력을 창출하고 분배하는 연산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게 된다. 좀 서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제 소버린 AI라는 말의 무게가 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소버린 AI는 단지 한 나라가 인공지능이라는 한 가지 산업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는 수준의 단어가 아니다. 소버린 AI는 최소한 자국의 핵심 산업과 공공 서비스 부문 등 국가의 존립에 필수적인 범위에서만큼은 연산 단가와 GPU 시간금리와 통화량-을 스스로 정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 중동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연산이 통과하는 허브가 된다. 미국 체계의 신뢰를 확용해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이고, 중국 체계와의 연결을 옵션으로 유지함으로써 협상력을 확보한다. 이것이 중동식 허브 전략이다. 허브란 단지 많이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체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연산력을 배분하는 연결의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연산 공장을 그들의 땅 위에 짓고, 석유를 팔아 마련한 자본으로 기업을 끌어들여 세계의 지능 생산 수요를 가져와, 이를 통해 자국을 통과하는 지능이 만들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모델을 수입해 사용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모델 기업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연산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중동의 수요만을 노리지 않는다. 진짜로 꿈꾸는 것은 중동과 아프리카,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를 흐르는 지능의 원산지가 되는 것이다
전력도 자국에서 생산되고, GPU도 자국에 설치되며. 글로벌 모델은 자국 전력을 소비해서 생산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그 위에서 학습. 추론을 돌리며. 그들은 통행료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얻는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그들은 석유 대신 연산을 수출하는 나라가 된다. 소버린 AI는 여기서 데이터 주권 방어를 넘어, 연산 주권을 기반으로 한 수출 산업 전략으로 확장된다

- 효율보다 통제권
이렇게 소버린 AI는 국가별로 다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미국은 생태계의 표준과 플랫폼을 장악해 사실상 AI 시대의 헤게모니를 쥔 연산력의 기축통화국이다. 중국은 종속되면 질식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중복을 감수하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이를 세계에 뿌리려 한다. 중동의 자원 부국은 자본과 에너지를 연산으로 전환하는 글로벌 지능 허브를 지향하고, 한국은 병목 부품과 산업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독자적 연산력을 보유한 보안 섬을 만들려 한다 프랑스는 규범과 단일시장이라는 레버리지를 축으로 신뢰 클라우드와 공공 연산 인프라, 저탄소 전력, 자국 모델 생태계를 엮어 프랑스만의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한다 경로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비숫하다. 남이 쥔 스위치 하나에 의해 자국 산업과 안보, 성장의 조건이 흔들릴 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결국 소버린 AI란 그저 더 많은 지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쟁이 아니라, 지능이 흘러가는 배관 위 어디에 자기 손을 얹을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 경쟁이다 그래서 소버린 AI의 본질은 효율의 극대화가 아니라 통제권의 확보에 있게 된다. 순수한 시장 논리만 본다면 연산은 가장 큰 플랫폼, 가장 낮은 비용, 가장 잘 갖춰진 공급망으로 집중되는 편이 합리적이다. 하나의 플랫폼이 더 싸고, 하나의 표준이 더 빠르며, 하나의 공급망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는 이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효율인지를 알고 있다. 지나치게 매끈하게 돌아가는 단일 체계는 위 기가 닥치는 순간 한번에 멈출 위험이 있다. 수출 통제 하나, 제재 하나, 법적 관할 하나, 혹은 특정 기업의 정책 변화 하나가 산업 전체의 비용과 속도, 접근권을 흔들 수 있다면, 그것은 효율이 아니라 취약성이다.

- 투자 자산이 아닌 운영 담보와 디지털 배관의 등장
국채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금리 보상이 충분할 때 선택적으로 매수되는 투자 자산이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보유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거래를 굴리기 위해 사야 하는 운영 재료 즉 담보collateral의 측면이 더 부각된다. 투자 수요는 금리라는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충분히 높다면 괜찮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채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다시 말해 미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이 상승하더라도, 그 상승한 수 익률만으로 충분한 매수 수요가 자동으로 따라붙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이라는 지위만으로도 미국채 가격이 내려가면 중앙은행, 연기금, 보험사, 글로벌 은행 해외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저가 매수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채를 더 사기 어려운 조건들이 많아졌다. 금리 변동성이 커졌고,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규모에 대한 부담도 커졌으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헤지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 높아진 명목 수익률이 매력적인 실질 수익률로 전환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투자 수요와는 달리 담보 수요는 금융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국채는 대출이나 파생상품 거래를 마무리하는 결제settlement 과정, 파생상품이나 레포 거래처럼 여러 금융기관이 읽힌 거래에서 거래 상대방 위험을 정리하는 청산clearing 과정, 선물ㆍ옵션. 스왑 같은 거래에서 가격이 변동되어도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소나 청산소에 맡겨야 하는 마진margin 등에서 필수적인 담보로 쓰인다. 따라서 국채에 대한 담보 수요는 금융 시스템이 계속 굴 러가는 한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으로 유지되는 수요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 세계 지급결제 payment 시장에서도 미국채가 달러 결제망을 떠받치는 준비자산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미국채 수요의 성격은 지금과는 한층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수익률을 보고 선택하는 투자자산이 아니라, 디지털 달러 ㅡ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담보자산이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굳이 수익률 측면으로 국채 투 자자를 설득할 필요가 줄어든다. 국채는 글로벌 지급결제 인프라를 지탱하는 필수 준비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이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배관의 성격이 과거의 그것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엿볼 수 있다. 과거의 배관은 은행 예금, 지급결제망, 레포 시장, 프라임브 로커PD. 국제은행 송금망 같은 기존 제도권 통로들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배관'이었다 이 배관은 수십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꽤 안정적으로 작동했지만, 금융위기 무렵을 정점으로 점점 숨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막대한 본원통화를 배관에 쏟아 부어도 유동성이 경제 전체로 잘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급결제와 신용중개는 은행의 대차대조표 규제, 리스크 한도에 의해 확대가 제한되었고, 국경을 넘는 달러 유통은 느리고 비싼 통로에 묶여 있었다
반면 새롭게 구상 중인 디지털 배관이 기존의 아날로그 배관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은 미국채라는 담보를 기관 중심인 도매 금융 시스템의 울타리 밖으로 끌고 나온다는 데 있다. 디지털 배관에서 미국채는 소매.기업∙국경 간 지급결제 pavment 시스템의 준비자산으로 확장되고.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용 토큰을 넘어 담보로서의 국채를 대중화하는 장치가 된다. 개인이나 기업이 지급결제에 사용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순간, 그 뒤편에서는 토큰 발행사가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쌓고, 그 준비자산이 다시 MMF, 레포. 단기자금 시장으로 연결된다. 국채가 담보로 작동하는 범위가 '기관간 거래'에서 '일상적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것이다.

- 브레튼우즈 2.0의 환류는 무역을 통해 이루어졌다. 주변부 국가는 수출로 달러를 벌고, 그 달러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은 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면서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구조는 느리지만 강했다. 무역과 외환보유액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장기금리를 눌러주는 보이지 않는 천장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 절에서 보았듯 그 환류 장치의 엔진이 식으면서 천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국채 공급은 계속 늘어나는데, 해외의 외환보유고는 정체되고 있다. 그 래서 미국은 무역이 아니라 결제에서 환류를 만들고. 외환보유액이 아니라 담보에서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환류의 리듬을 바꾸려 한다.
올가미란 도망가는 대상을 붙잡아 올아매기 위해 던지는 끈이다. 한 번 목이나 다리에 걸리면 움직일수록 더 조여들고. 결국 포획한 대상을 끌어당기는 도구다. 과거에는 미국 밖으로 흘러나간 달러가 무역흑자국의 외활보유액으로 쌓인 뒤 천천히 미국의 국채 시장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해외 결제망, 토큰화된 예금 국채 담보 기반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안에 달러를 계속 붙잡아두고 그 달러가 사용될 때마다 미국 국채 수요가 함께 발생하도록 만드는 장치를 꿈꾼다. 결국 미국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밖으로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는 달러를 다시 디지털 배관 안으로 끌어들이고, 강하게 묶어두고. 그 배관을 지나는 모든 결제와 송금이 미국채 담보 수요의 기반이 되도록 만드는 장치. 즉 디지털 올가미인 것이다. 게다가 이 디지털 올가미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작동한다. 핵심은 국채를 최상위 담보로 만드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그 담보의 사용을 금융기관 내부의 레포 시장으로 국한하지 않은 데 있다. 국채 담보를 전 세계 결제와 송금의 바닥재로 확장하는 순간, 환류는 더 이상 무역 의 계절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결제와 송금이 일어나는 매 순간 준비 자산은 필요하고, 그 준비자산이 미국채와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현금성 자산으로 제한될수록 국채 수요는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브레튼우즈 2.0이 '달러를 벌어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체제'였다면. 브레튼우즈 3.0은 '달러를 사용해서 미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체제'가 된다 브레튼우즈 3.0의 주요 도구인 디지털 올가미는 환류의 속도도 증 가시킨다. 브레튼우즈 2.0이 기반하고 있는 수출과 외활보유고를 통한 달러의 순환이 비교적 느린 과정이라면, 디지털 올가미의 재료인 결제와 송금은 휠씬 빠른 과정이다. 결제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 결론을 요약해보자. 
첫째. 신흥국의 개인과 기업은 생존을 위해 USDT와 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찾는다. 
둘째, 그 토큰이 널리 쓰일수록 자국 통화의 정책 공간은 좁아진다. 
셋째. 그 통화 배관의 운영 규칙은 점점 더 미국의 법과 제재 질서, 그리고 그 질서어 협조하는 민간 발행사들에 의해 정해진다. 결국 디지털 달러 시스템은 자유의 확대이면서 동시에 허가형 통과 체계의 확대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달러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만, 그 접근은 점점 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혼합된 허가형 통과체계의 성격을 띠 게 된다. 결국 앞으로의 금융 질서에서 핵심 쟁점은 참여할 수 있냐 없나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쟁점은 누가 배관에 들어올 수 있는지, 들어 온 뒤에도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판단권은 누가 갖느냐다.
그런 미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신흥국들 만이 아니다. 어쩌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저장의 수단으로 확산되면. 자국 통화가 존재하더라도 통화 주권은 점점 약해진다. 금리 정책은 예금과 대출을 움직이지 못하고, 환율 방어는 더 어려 워지며, 재정은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더 무서운 것은 이 과정이 강제력 없이 자국민들 스스로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지 않으면 디지털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된다 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국민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결국 국가의 정책 공간을 미국의 조건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옮겨놓게 된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은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바빠질 수밖에 없다. 검문소가 생기면, 우회로도 생긴다. 개인에게 우회로는 종종 범죄의 기술 이지만, 국가에게 우회로는 생존의 기술이다. 허가형 통과체계가 촘촘해질수록, 배제된 국가들은 우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우회 로는 생각보다 휠씬 자주, 디지털의 끝에서 다시 실물로 내려앉는다

- mBridge를 이해할 때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수출하려 한다'거나 '중국이 위안화 패권을 노린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이보다는 중국이 어떤 종류의 국제질서를 상상하고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중국은 달러의 즉각적 붕괴를 만들거나, 위안화를 단기간에 기축통화 지위로 끌어올릴 능력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럴 필요성 자체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미국이 통제하는 중개은행망과 메시징 질서를 통과하 지 않아도 실물과 자본의 거래가 이어질 수 있는 병렬 회로의 확보다.
mBridge는 바로 그 병렬 회로의 초기 설계도다. 달러를 정면으로 쓰러뜨리는 무기가 아니라, 달러가 막혔을 때도 실물이 계속 흐를 수 있게 만드는 예비 배관이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단번에 기존 질서를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미국이 밸브를 잠근다고 해서 중국과 그 파트너들의 거래가 즉시 멈추지 않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다. mBridge는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탈달러 프로젝트'라기보다 미국이 통제하는 중개 지대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식 '주권 수호 통화 배관 프로젝트'인 것이다

- 왜 월가는 주식을 빼고 인프라를 채우는가?
돈은 본질적으로 흐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나 가장 먼저 시대의 병목을 알아본다. 그래서 한 시대의 자본이 어디로 몰리는지를 보면 그 시대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무엇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지배하던 시절의 자본은 먼 미래의 성장 '스토리'를 샀다. 먼 훗날 이익이 커질 것이란 스토리만 탄탄하다면 기술기업의 매출은 아직 작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였다.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독점, 사용자 중가. 그리고 언젠가' 도착할 거대한 현금흐름 따위 말이다. 지난 30여년 간의 시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실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믿었던 세계, 전기는 콘센트에서 나오고 부품은 항구에 도착하며 자원은 언제든 시장에서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세계에서, 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사기 위해 찾아다녔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으로 오며 그 전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났고, 공급망은 더 이상 효율만으로 작동하지 않았 으며. 지정학은 교역의 언어를 다시 안보와 제재의 언어로 바꾸기 시작했다. 여기에 AI가 등장하면서 결정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AI는 소프트웨어의 혁신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것은 엄청난 양의 전력과 냉각, 토지, 반도체, 송전망, 변전설비를 요구하는 물리적 시스템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눈에 보이는 전기를 먹기 시작한 순 간, 자본은 흐름의 방향을 틀었다. 다음 세대의 승자를 가리키는 방향은 누가 더 매력적인 스토리를 들고 있는가에서 누가 실제 병목을 주고 있느냐로 이동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24년 전 세계 총 전력 소비량의 약 1.5%인 415TWh를 소비했는데. 2030년에는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945TWh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율은 전체 전력소비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AI의 성장은 곧 전력망의 문제라는 뜻이다.

- 스마트 머니는 성장의 스토리를 사는데서 성장의 실물, 성장의 병목을 사는 쪽으로 이동 중이다. 저금리 시대의 자본이 '누가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할 것인가?'를 보고 베팅했다면, 지금의 자본은 '무엇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는가?'를 보고 베팅한다. 그것이 바로 인프라다.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항만과 광케이블, 천연가스 설비와 송전 인프라, 그리고 핵심 광물 생산 설비는 더 이상 방어적 자산이 아니다 그것들은 세계의 생산성과 안보, 통화질서와 기술 경쟁력, 그리고 국가의 주권적 생존을 동시에 떠받치는 전략 자산이다
월가가 주식시장을 떠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월가는 여전히 주식을 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제는 미래의 성장주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성장주가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물의 밸브를 사고 있다. 과거에는 유동성이 실물에 가격표를 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실물의 병목이 가격 결정권을 되가져오고 있다. 이것이 과잉 유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실물 자산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는 말의 진짜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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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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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4

Quote of the day 2026. 9. 24.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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