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처음 방문해서 본 <최후의 만찬>은 펠리치올리가 원본 위에 얇게 막을 씩우듯이 그린 것이었다. 말하자면 섬처럼 드문드문 남아 있는 안료들을 셸락(천연 합성수지의 일종-역주)을 들이부어 보존하고 오래되어 구멍이 난 덧칠들을 솜씨 좋게 틈새를 메워 놓은 것이었다. 펠리치올리가 끈기 있게 작업을 하고 십 년이 조금 더 지나자. 그 효과는 은유적, 또는 문학적으로 표현해도 얼룩덜룩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색깔은 무겁고 생기 없어 보였다. 남아 있는 경이로움을 느끼려면 케네스 클라크가 논문에 발휘한 표현을 빌려와야 했다
펠리치올리가 복원을 한지 25년도 되지 않아이루어진 다음번 복원 작업은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남아 있는 덧칠 층들 사이의 장력 때문에 전보다 더 많은 양의 물감이 손실되었다. 이 덧칠 층들은 고운 진흑으로 된 맨 아래쪽 층, 백랍으로 칠한 바탕, 레오나르도가 칠한 물감의 염료. 그리고 이전 복원 작업 때 칠한 풀과 왁스 및 덧칠 물감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 사이의 장력 때문에 남아 있는 색칠 조각들은 컵현상을 일이 켰는데. 조각의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가 오목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이론을 증명할 직접적인 증거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이 이론을 신뢰하는 편에 가깝다. 그리하여 펠리치올리 때는 불가능했던 시각적. 물리적 및 화학적 기술에 기반해 또 한 번의 전체적인 복원 작업 진행이 결정되었다 이번 복원 작업에는 대외적으로 두 가지의 큰 목표가 발표되었다. 하나는 후세를 위해 레오나르도의 회화 작품을 보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작업했던 덧칠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다 걷어내는 것이었다. 복원 작업의 책임자는 피닌 브람빌라 바르실론 박사로, 오픈 마인드의 교양을 갖춘 데다 학문적 기량과 엄청난 인내 심을 가진 여성이었다. 박사와 그녀의 젊은 팀은 1977년부터 1999년까지 오랜 기간을 작업 기간으로 보장받았다

- 어떤 이들은 화가를 그저 두상이나 인물만 잘 그리는 훌륭한 장인 정도로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화 작품이란 그 자체로 자연의 산물이나 인간의 과거 행동들, 즉 눈을 통해 받아들인 모든 요소들을 포괄 및 수용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한 가지만 잘하는 장인은 내가 보기에는 그저 가련한 인간일 뿐이다. 그림 안에 나타나는 모든 요소들을 똑같이 사랑하지 않는 이는 보편적인 화가라고 할 수 없다.

-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는 잉크와 색분필을 사용한 소묘의 대가인 프랑스의 장 페레알에게 양피지 사용법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레오나르도가 작성한 메모가 있다.
파리의 장으로부터 건식 채색과 흰 소금 사용법. 코팅된 종이를 낱장과 다수의 겹장으로 만드는 법을 배울 것. 
그의 색깔을 가져올 것. 
살색 톤의 템페라를 배울 것. 
수지 안료 녹이는 법을 배울 것
어린 염소, 양 또는 송아지 가죽의 최상품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늘려서 잘다듬질한 가죽에서 최대한 많은 양피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레오나르도의 노트를 보고 우리는 양피지에 애벌칠을 하고 분필을 고착시키는 데 필요한 아라비아 고무도 조사했다. 사라가 실험하는 동안 카메라가 돌아갔다. 결과물을 통해 의도했던 것은 초상화 복제품이 아니라 초상화 제작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라는 그 기술이 평범하지 않고 어렵지만, 완벽하게 타당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 1895년 빌헬름 된트겐이 우연히 방사선을 발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화 작품을 방사선으로 찍어 보는 관행이 생겨났다. 몇몇 선구자적인 예술사학자들은 이러한 신기술을 사용하여 옛 거장들이 숨겨둔. 마음의 변화나 버려진 아이디어들과 같은 비밀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와 같이 변경된 요소들을 이탈리아어로는 펜티멘토라고 부르는데. 이를 직역하자면 후회라는 뜻이다. 예술가들은 과연 자기 작품에 만족했을까? 학자들, 그리고 대중들은 확실히 만족한 것 같다.

- 쟈끄 프랑크(Jacques Franck)의 기발한 주장에 따르면 레오나르도는 전설적인 스푸마토 기법을 이루기 위해 아주 작은 점을 여러 차려 겹쳐서 보이지 않게 찍었다고 하며. 그는 이 기법을 초미세 점묘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레오나르도의 회화 작품들의 표면은 너무나도 독특하게 연약하기 때문에 '복원 불가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가 작고 섬세한 방법으로 경계선 없는 매끈한 피부 톤을 만들어낸 것은 확연하지만. 고해상도 스캔을 해본 결과 쟈끄그가 주장하는 점묘법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쟈끄는 '레오나르도처럼 그리는 남자'라고 불리지만 본인이 직접 '초미세 점묘법'을 적용해보자 레오나르도 그림에 등장하는 경계선 없는 부드러운 피부가 아니라 먼지가 가득하고 초점이 흐릿한, 30년대나 40년대 영화에 나오 는배우의 피부 밖에는 표현 할 수없었다
잠깐 지나가면서 지적하자면, 술하게 논의되고 있는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에는 과장된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듯하다. 스푸마토는 마치 레오나르 도만의 대표적인 기법으로 '부드러운' 혹은 연기 같은' 표현을 칭하는 개념 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굳어진 개념이다. 레오나르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스푸모세, 스푸마테, 스푸마토 등으로 언급하며 이 부드러운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빛과 그림자는 선이나 경계선 없이 연기처럼 부드럽게 섞여야 한다고 보편적인 제안을 했을 뿐이다. 

- 작품의 원작자를 밝히는 작업은 본질적으로 비교 불가한 논쟁을 활용하는 복합적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양한 관심 요소들의 영향을 받으며. 작품의 외부 요소로만 반증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사학적' 및 '과학적 인 시각 기술은 둘 다 가장 구체적인 작품 식별 과정이지만 동시에 가장 왜곡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과도한 주장을 하거나 그 어떤 논쟁도 독점하지 않아야 하며, 여러 가지 근거와 논쟁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상태로 인지하도록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시각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 및 문맥적인 요소들이 우리가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눈으로 보는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투자했는가 하는 면에서 언제나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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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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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풍요의 시대

사회 2026. 9. 10. 07:24

- 프리마는 2밀리미터 크기의 광전 마이크로칩이다. 그 안에는 빛으로 작동하는 약 400개의 픽셀이 들어 있다. 이 픽셀들은 황반변성으로 손실된 망막의 정상적인 광수용체를 대체한다.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가 시각 정보를 포착하면, 이 정보는 근적외선 패턴을 따라 칩의 포토다이오드 photodliode 위에 투사된다. 이 칩은 태양광 패널처럼 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해당 신호는 살아남은 망막 내층의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뒤이어 신경세포는 시신경을 따라 시각 피질로 신호를 전달한다. 그러면 뇌가 자연스러운 시각 구현 과정을 모방해 영상을 구성한 다.
수술로 프리마를 이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0분이다. 그 효과는 말 그대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다. 미국에서는 정상 시력을 20/20으 로 표시하며, 20/200 이하는 법적 실명 상태에 해당한다(미국 시력 표기에 서는 분모가 커질수록 시력이 나뿌 것을 의미한다. 20/200은 정상인보다 약 10배 가까이 가까이 가야 같은 물체를 볼 수 있다는 뚜이다 _편집자 주).' 영국과 유럽에서 프리마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때 32명이 참여했다. 그들의 시력은 미국 기준으로 법적 실명 상태인 20/450이었다. 수술 후 표준 시력표로 측정한 결과. 32명 전원의 시력이 글자 23개를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됐 다. 이는 시력표에서 다섯 줄 아래까지 내려간 것이다. 이들의 평균 시력은 20/160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된 것이다(다시 말해 기적이 일어났다).

- 비교할 기준이 없으면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결과 우리는 세상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돌아간다는 감각, 즉 인지적 현기증을 느낀다. 변화의 흐름을 이성적으로 헤쳐 나갈 수 없을 때 우리는 신화를 통해 진보를 이해한다. 유추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인간은 더 깊은 패턴을 찾아나선다. 이는 일종의 메타-유추 또는 정신과 의사 카를 융이 말한 '원형' archetype에 해당한다
융의 정의에 따르면 원형은 유전을 통해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적으로 내재된 사고, 이미지. 관념의 패턴이다.' 원형은 원초적 상징으로서 여러 문화와 세대에 걸쳐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영웅. 그림자. 위대한 어머니, 늙은 현자 같은 인물상은 우리의 신화 속에서 구체화되고 꿈속에서 현현하며, 우리의 예술 속에서 형체를 갖춘다. 또한 자아와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류의 보편서사를 바꿔나간다.
21세기 초 우리는 융이 말한 원형들이 넘쳐나는 데도 쉽게 빗댈 수 있는 대상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 1968년 이후 10년 동안 영화 부문에서는 슈퍼맨, 텔레비전 부문에서는 원더우먼이라는 영웅이 등장했다. 1980년대에는 <배트맨>과 <슈퍼맨2>를 비롯한 10편의 슈퍼히어로 영화와 <트랜스포머>부터 <인크레더블 헐크>까지 여섯 편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등장하는 등 첫 번째 계 단식 증가가 이루어졌다. 1990년대에는 그 수가 두 배로 증가해 20편의 주요 영화와 거기에 근접하는 수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제작됐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그 수가 세 배로 증가해 60편의 영화와 30편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쏟아져나왔다. 
융은 이처럼 원형적 미디어가 급증하는 현상을 어떻게 진단했을까? 그는 아마 인류의 잠재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심리적 불안을 다스리려는 무의식적 대응이라 주장할 것이다. 각각의 기술적 도약이 이루어질 때마다 그만큼 강해진 우리의 힘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상징과 신화가 필요해진다. 원형은 서사적 일관성과 도덕적 명료성을 제 공한다. 인류가 불안정한 변화에 직면할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는 원형적 인물상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개 사회가 품은 가장 큰 희망과 불안을 반영한다. 스파이더맨이 말한 것처럼 "큰 힘
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정보 과부하는 뇌를 지치게 만들고 정신을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와 현실을 있는 인터페이스이자 아마도 가장 희소한 자원인 주의를 침범하고 점령하고 식민화한다. 인간의 경우 주의의 대역폭은 50~120비트에 불과하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어느 때든 집중할 수 있는 한계다. 그게 전부다. 우리가 매순간 접하는 현실은 고작 수십 비트 폭의 채널을 통해 인식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면 약 60비트의 주의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얘기할 때 수도꼭지에서 물까지 똑똑 떨어지면. 게임은 끝이다. 주의가 한도에 이른다. 우리의 주의는 소진된다. 그렇다면 얼마나 소진됐을까? 2024년 기준으로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하는 데 하루 평균 약 2.5시간을 소비한다.'' 금붕어의 주의 지속 시간은 3초에서 9초 사이로 추정된다. 하루에 2시간 넘게 소셜 미디어에 빠져든 사람의 주의 지속 시간은 그보다 짧다
이런 상태를 빗대 적절한 대상은 무엇일까? 곤충? 아니다. 그건 너무 후한 비유다. '배고픈' 곤충이 맞다. 벌은 꿀을 찾아다닐 때 1~2초 만에 어떤 꽃에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 결정한다.

- 급진적 종분화'Radical speciation는 환경을 바꾸는 극단적 사건 이후 종들이 급격하게 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대표적 사례다. 그 원인은 산소 농도의 급등일 수도 있고, 해수위 변화일 수도 있다.또는 진화 경쟁을 촉발한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의 등장일 수도 있고, 신체의 기본 구조를 설계하는 혹스 전자의 둥장일 수도 있다. 무엇이 촉매였든 간에 5억 4,100만년 전 거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결과는 진화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창조적 개화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복집한 신체 구조들이 등장했다. 좌우 대칭, 분절된 몸통, 특화된 기관 등 오늘날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동물의 형태가 이 시기에 나타났다. 대폭발 이전에는 생명체의 형태가 10가지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에는 35가지를 넘어섰다. 진화는 복잡계 생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먼이 인접 가능성'adiacentposible이라 부른 영역, 즉 현재 존재하는 것과 존재할  있는 것 사이의 경계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했다
유전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밈에게도 일어난다. 문화적 진화에서 급진적 종분화는 문화를 바꾸는 극단적 사건에 대응해 아이디어. 기술 . 관행이 (유전자가 아니라 팀에 의해) 갑작스럽게 증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를 바꾸는 극단적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스타워즈>의 등장이다

- 말똥 문제는 단순히 도시 생활의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풍요의 부작용이었다. 4,000년 전, 인간은 말을 길들였다. 이 단 하나의 돌파구 덕에 더 빠른 교역과 이동 그리고 현대적 도시의 탄생이 가능했다. 하지만 말에 의존하는 교통수단이 뉴욕 같은 규모의 도시와 결합하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거리에 말 그대로 똥이 넘쳐나는 똥의 풍요가 아온 것이다
이 풍요의 문제는 수천 년이 지나서야 생겨났다. 하지만 일단 생겨나자 우리는 내연기관으로 10년 만에 이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미국 전체의 말 개체 수는 1915년에 2650만 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자동차 수가 1900년 8000대에서 1930년 2630만 대로 급증하면서 말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도시에서는 10년 사이에 말과 자동차의 비율이 뒤집혔다. 1920년대 초에 도시에서 일하는 말은 90퍼센트 나 감소했다. 그것은 기적 같은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기후 훨씬 큰 문제를 촉발한 계기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그 패턴이다. 풍요의 역설은 또다시 반복된다
각각의 새로운 해결책은 일련의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다만 지금은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을 뿐이다. 21세기에는 풍요에 따른 문제가 4,000년 뒤. 혹은 40년 뒤에 나타나지 않는다. 단 40일 만에 나타난다.' 소설 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대략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AI가 가짜 음성을 만들어내고, 대규모 언어 모델이 합성 소음으로 웹을 뒤덮는 데 걸린 시간도 대략 그 정도다.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진 것이다.

- PFAS, 즉 퍼플루오로알킬 또는 폴리플 루오로알킬은 영구 화학물질이다. 다시 말해 환경에서도, 우리 몸속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 1940년대에 3M과 듀폰이 처음 개발한 이 화합물들은 현재 어디에나 존재한다. 프라이팬의 비접착성 코 팅. 카펫의 얼룩 방지 처리제. 우비의 방수 외피에도 들어 있다. 소방용 포말, 마트 식품 포장재, 치실에도 사용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먹이사슬과 몸속까지 침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oc에 따르면 미국인 97퍼센트의 혈액에서 PFAS가 발견됐다. 우리는 음식. 물. 공기를 통해 매주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양의 PFAS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질들은 에베레스트산 정상,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 그리고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남극을 포함한 모든 대륙의 빗물에서도 검출됐다. 이제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결코 분해되지 않도록 설계된 화학물질로 지구의 모든 구석을 오염시키는 데 성공했다.
PFAS는 치명적 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암, 간 손상, 호르몬 교란, 생식 능력 저하,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면역 체계를 약화하고,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며, 주의력결핍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인간뿐 아니라 600여 종의 동물이 해를 입고 있다. 가령 악어에게는 병변을 일으키고, 바다표범에게는 갑상선 문제를 유발하며, 돌고래에게는 번식 문제를 일으킨다. 다시 한번 풍요가 초래한 의도치 않은 결과가 우리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고 있다.

- 생물학적 지능과 달리 AI는 일정한 한계에서 멈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면 스스로 코드를 개선할 수 있다. 거기에는 상한선이 없으며 개선될수록 개선 능력이 향상된다. 이런 지능 폭발에 대해 스티븐 호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력한 AI의 등장은 인류에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어느 쪽일지 모른다."
이 말은 모 가댓이 말한 '양육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지닌 AI라는 존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AI 시스템은 아이들처럼 우리를 관찰하고 우리의 행동을 참고하여 배운다. 다만 AI 는 기하급수적 속도로 배운다는 점이 다르다
AI에게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준다고 가정해 보자 논리적 해결책은 무엇일까? 문제를 일으키는 종을 제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빈곤을 끝내라고 요청하면? 아마 최저 생계 수준으로 생활을 표준화해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 실험이 아니다. A] 안전 연구자들은 이를 '정렬 문제'Aignment Problem라 부른다.

- 현재 우리의 생존에 가장 큰 위 협은 어쩌면 AI를 계속 가동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는 것일지 모른다. AI의 성능이 강력해질수록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최근에 에릭 슈미트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에 최대 96기가와트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거의 현재 미국 전체의 발전 용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는 "AI가 '모든' 형태의 에너지에 대한 긴급한 수요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새로운 돌파구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우리는 실리콘 위에서 작동하지만 테라와트급 전력을 잡아먹는 '지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생명체와 달리 이 지능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그 대응으로 전 세계에 걸쳐 전력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8년까지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구글, 메타, 오라클, 아마존, 엔비디아는 모두 핵융합 발전. SMR(소형 원자로, 소위 '뒷마당 원전'), 4세대 원자로 분야의 스타트업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 중에는 아직 실험 단계인 것도 있고, 이미 규제 심사를 받고 있는 것도 있다.

- 오만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결국 정보 처리의 문제다. 우리 뇌는 매초 110억 비트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정보를 어떻게 걸러내고 해석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뇌는 들어오는 데이터를 어떻게 선별하고 정리할까? 심리학자들이 프레임. 마인드셋, 편향이라고 부르는 세 가지 정신적 기술이 그 수단이다. 이 기술들은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혼돈을 일관성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현실에 대한 인식을 형성한다. 현실에 맞게 우리의 뇌를 조율하려면 압도적 복잡성을 지닌 세계에 맞취 이 필터들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초고속 모드'로 바꿔야 한다
신경과학은 하나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우리의 예측 엔진인 뇌는 현재 상황을 과거 사건과 비교하면서 생물학적 확률 추론 엔진처럼 작동한다. 기대가 실제 경험과 맞지 않을 때 뇌는 예측 오류 신호를 생성한다. 이는 우리의 정신 모형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신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인드셋, 편향, 프레임이 역할을 한다. 마인드셋은 정신 모형의 구조를 정의한다. 편향은 세부 내역에서 강조할 것과 무시할 것을 결정한다. 프레임은 맥락을 제공하며 지각을 행동으로 전환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이 세 가지 필터를 모두 강화하여 새로운 유형의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AI, 로봇공학, 합성생물학, 지구적 규모의 네트워크 등 신화적 능력을 지닌 도구들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바나에서 살던 시절에 맞춘 소프트웨어로 그것들을 조종하고 있다. 논리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아이디어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묘한 직관적 도약 즉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심리학자 에드워드 드 보노가 제안한 개념으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고방식 옮긴이)야말로 잡음 속에서 신호를 찾아내도록 해준다. 이는 인지적 과부하를 명료한 선택으로 바꿔준다.
수평적 사고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궁극적 강점이기도 하다. AI는 여러 아이디어를 빠르게 재조합할 수 있다. 반면 아직 상상되지 않은 것을 직관적으로 떠올리지는 못한다. AI는 예측하고 완성하며 융합할 뿐이다. 환각을 일으키지 않는 한 발산하지는 못한다. 그런 대담한 도약은 여전히 인간만이 가능하다. 바로 그 지점이 개척지이자 해결책이다.

- 수평적 사고는 AI에 부족한 능력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비슷한 것끼리 연결하는 수렴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덕분에 AI는 효율성, 속도, 순수 계산 능력에서는 뛰어나다. 그러나 엉뚱한 아이디어 사이를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도약에서 는 한계에 부딪힌다.
인간이 몰입 상태에서 AI와 협력하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 정밀함과 상상력이 결합된다. 논리와 수평적 통찰이 결합된다. 이것이 바로 일의 미래를 말해주는 진정한 이야기다.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이 아니다. 몰입상태의 인간은 기계와 협력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방향이 엇나갔을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몰입 상태에 들어가 수평적 사고 능력을 증폭하고 AI와 협력할 줄 아는 창의적 리더는 어떨까? 분명 그들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 유니버스 25는 생존과 안락함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 포식자도 없었고, 질병도 없었으며, 결핍도 없었다. 전례 없는 풍요를 누리는 삶이 주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디스토피아였다. 칼훈은 나중에 이를 '사회성의 죽음이라 불렀다. 1972년 칼훈은 연구 내용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죽음의 제곱: 쥐 개체군의 폭발적 증가와 붕괴였다. 그가 내린 결론은 곱씹어볼 만하다. ' 인간처럼 복잡한 동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련의 전개가 종의 멸종으로 이어지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최종적인 개체 수 감소가 아니었다. 개체수가 과밀한 상태라면 그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진정 충격적인 부분은 그 원인이었다 그의 유토피아를 무너뜨린 것은 굶주림도 질병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회적 유대와 사회적 행동의 완전한 붕괴였다. 이 생쥐들은 모든 육체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능력을 잃었고 결국에는 생존 능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가장 섬뜩한 것은 칼훈이 '첫번째 죽음이 부른,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었다. 개체 수가 감소해 생활 공간이 다시 생겼는데도 생쥐들은 정상적인 사회적행동을 복구하지 못했다. 손상은 영구적이었다. 논문과 강연에서 칼훈은 인간 사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물리적 과밀 상태보다 '사회적 과밀화를 더 우려했다. 이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사회적 역할과 의미 있는 관계가 사라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는 유니버스 25에 관한 마지막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결핍이 없는 환경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쩌면 적응 능력을 파괴했을지도모른다. 칼훈은 스스로 파괴되는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 세계는 결핍이 아니라 풍요로 인해 무너졌다. 하나의 의문으로 시작된 연구는 결국 유토피아가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끝났다.

- 일을 외주로 돌리는 것은 짐을 내려놓는 것과 같다. AI가 제기하는 위험은 기억만이 아니라 인지 능력과 창의성 나아가 의미 자체까지 내려놓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초풍요 시대의 진정한 위함이다.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쇠퇴가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다. 소셜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떠올려보라. 처음 몇 주 동안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접한 것 같았다. 살아 있다는 느낌, 새로 태어난 느낌, 심지어 안전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갑자기 오래전 친구들과 시간의 장벽을 넘어 연결됐고, 은라인에서 만난 새 친구들과 연결됐다. 그 모든 감정, 그 모든 연결은 분명 의미가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약 2주 뒤,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다 보면 공허하고 외롭고 약간 메스꺼운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걸 느꼈지만 무시했다. 누구도 사람들을 이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오히려 서로를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쾌한 느낌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로 발생한 위기의 전조였다. 나쁜 소식이 있다. 혹시 AI를 너무 오래 사용한 적이 있는가? 챗GPT 에 생각하는 일을 대부분 맡긴 적이 있는가? 사실상 AI가 써놓고도 당신더러 잘 썼다고 칭찬하면서 약간의 도파민 보상을 주는 빠른 피드백 게임을 즐긴 적이 있는가? 그런 뒤 저급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너무 오래 봤을 때처럼 지치고 축 처진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 느낌은 또 하나의 경고 신호이자 또 다른 위기의 초기 징후다. 다만 이번에 기술이 노리는 것은 우리의 정신 건강이 아니라 인지능력의 토대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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