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이코노미

경제 2025. 4. 15. 06:49

- 인센티브는 사회적 신호를 바꿀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느끼는 방식도 바꿀 수 있다. 새라는 재활용센터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대신에, 2달러를 받으려고 귀찮고 힘든 일을 굳이 감수해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달리 표현하면 재활용이 보내는 자기신호를 인센티브가 바꾼 것. 
대니얼 핑쿠는 이런 종류의 발견을 가리켜 자신의 저서 드라이브에서 이렇게 언급. "대부분의 사람은 최고의 동기부여 방법이 돈 등으로 보상하는 것, 즉 당근과 채찍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틀렸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접근법은 틀리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금이 항상 왕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센티브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 관건은 인센티브가 보내는 신호들을 가동하는 동시에 자기 신호와 사회적 신호를 목적하는 방향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 연구결과에 의하면 도요타 프리우스 구매자의 57%는 자신에 관해 진술해주므로 그 차를 샀다고 대답. 반면 36%만이 연료비절약을 구매이유로 꼽음. 이보다 적은 25%는 적은 배기가스 배출량을 언급. '하이브리드면 대개 프리우스를 떠올린다'는 정곡을 제대로 찌른 기사 제목이었다.
미술린 메이너드는 서두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구매자를 찾으려 허덕이는데, 도요타 프리우스가 유독 크게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너드는 이렇게 대답. "구매자들은 자신이 하이브리드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전형적인 프리우스 소유자는 프리우스가 지니는 두가지 측면을 즐겼다. 
첫째, 자신에게 더욱 만족. (자기에게 보내는 신호)
둘째, 프리우스 클럽 회원자격으로 허머 클럽 회원들을 조롱할 수 있다는 점에 행복을 느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
두가지 신호의 결합은 사회학과 마케팅에서 흔히 일어난다. 
간단히 말해 인간에게는 자기표현 욕구가 있으며, 자기 신호와 사회적 신호를 향한 열망이 자기표현 욕구를 부채질 한다. 인간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탈지를 선택하는 것을 자기표현의 기회로 사용한다.

- 인센티브를 사용하려면 자기신호와 사회적 신호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 우리가 실시한 레스토랑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신호는 항상 합산되는 것이 아니며,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면 목표를 비껴갈 수 있다. 두 가지 신호가 상호작용을 해서 합산되느냐 상충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인센티브 환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 인센티브를 제공한 상황에서 두가지 신호가 어떻게 인식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 중요한 요소다.
이때 중요한 점의 하나는 표적집단을 파악하는 것. 허머 운전자는 프리우스 운전자와 매우 다른 신호를 보내고 싶어함. 프리우스의 개선된 디자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적합한 집단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목표에 충실했기 때문. 

- 음, 이를테면 옳은 일은 실천하기가 힘들고, 나쁜 일은 하는 게 전혀 수고롭지 않은 데다가 임금도 똑같이 받는다면 옳은 일을 하라고 배워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허클베리핀의 모험)

- 소련에서 국영 유리공장들은 유리의 무게를 기준으로 관리자와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 노동자들은 거의 불투명해질 정도로 극히 무거운 유리를 생산했다. 공장장들은 이런 현상을 감지했지만 인센티브에 차원을 추가하지 않고, 그냥 무게기반 인센티브를 크기기반 인센티브로 바꿈. 즉 생산된 유리의 제곱미터를 기준으로 임금지급 방식을 전환.
이 새로운 인센티브는 무거운 유리문제는 해결했지만 다른 문제를 낳았다. 생산된 유리가 지나치게 얇아지면서 운반, 설치과정 중 많이 깨졌다.

- 높은 실패율은 혁신과 관계가 있으므로 실패율을 줄이는 것이 항상 능사는 아니다. 천재의 기원에서 딘 키스 사이먼튼은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실패한다고 주장. 창의적 천재의 성공률은 평범한 천재의 그것보다 높지 않다. 그만큼 더 많이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심리학자 밥 서튼은 실패하는 것을 처벌하지 말고, 행동하지 않은 것을 처벌하라고 제안한다.

- 가장 창의적인 사람과 기업이라고 해서 실패율이 더 낮은 것은 아님. 그들은 경쟁자보다 대가를 더 적게 치르면서 실패를 더 빨리 끝내고 아마도 실패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는다. 이렇게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일련의 행동에 공개적으로 전력을 기울이고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고 나면, 사실이야 어떻든 스스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함. 이런 잘못된 확신을 바로잡는 한가지 방법은 실패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가급적 일찍 손을 떼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 피터 킴은 머크에서 연구개발 책임자로 임명되었을 때 이런 아이디어에 깊은 관심을 두고 사장 수수로(kill fee, 원래 미사용원고의 집필료를 의미) 개념을 도입.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킴은 자사의 많은 연구자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잠재적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려고 계속 막다른 골목으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
이처럼 대가가 많이 따르는 행동을 줄이고자 킴은 실패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일찌감치 중단하고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로 옮겨가는 연구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함. 신호가 엇갈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완전히 바꾸기로 하고, 실패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에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 전형적인 트룰로는 돌로 원통형 기단을 쌓은 다음 석회암 타일로 원추형 지붕을 쌓고 덮어 만든다. 모르타르나 시멘트를 바라지 않고 지은 트룰로는 빨리 해체할 수 있다. 사실상 신속히 해체하기 위해 지은 집으로, 지붕 꼭대기에 있는 돌을 들어내면 지붕 전체가 주저앉았다.
어째서 이토록 위태로운 집에서 살려고 할까? 당시 나폴리의 왕 로베르토(1309-1343)는 건축물 사용 용도에 따라 세금을 거두었다. 지붕이 있는 건축물은 집으로 간주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 그래서 풀리아 농부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세금징수원이 마을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재빨리 지붕을 해체해 무거운 세금을 피한 것이다. 일단 세금징수원이 다음 마을로 가면 해체된 지붕을 다시 올리고 그 집에서 그대로 생활했다. 건축형태에 근거해 세금을 징수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건축행위가 생겨난 것이다.
- 일부 창문을 벽돌로 막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가? 악명 높았떤 세금으로알려진 창문세는 1696년 영국에서 처음 제정되어 18-19세기에는 프랑스,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서도 실시됐다. 창문세가 실시될 당시 집 창문이 소유주의 재산수준을 반영한다고 간주했다. 즉 창문세는 부자일수록 더 큰 집을 소유하고 창문도 더 많다는 논리에 따라 제정된 법이었다. 정부는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누진적 재산세 제도를 만들고 싶어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관리들은 창문세 관련 세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건물주들이 벽돌로 창문을 막고,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창문수를 줄였다. 이 영리한 해결방법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금징수 구간과 세율을 이해해야 한다. 창문이 10-14개인 집은 창당 6펜스, 창문이 15-19개인 집은 창당 9펜스, 창문이 20개 이상인 집은 창당 1실링을 내야했다. 창문세를 징수한 기간의 세금기록을 조사해보면 전체 건물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건물의 창문수가 신기하게도 9개, 14개, 19개였다. 시민들이 나쁜 세금제도의 빈틈을 찾아내서 창의성을 발휘해 세금을 피한 것.
흥미롭게도 매우 부유한 사람들은 반대로 행동했다.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창문을 달아 부를 과시. 이것은 인센티브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매우 쉽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이 경우에는 인센티브가 집주인의 부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 단순한 창의적 사고를 통해 고객을 훨씬 더 행복하게 하고, 기업의 이익을 물론이고 인센티브의 효과가 향상될 수 있따. 어떻게 하면 레드핀이 제공하는 인센티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 우선, 이사한 뒤 몇 달 동안 지역 인테리어 소매업체에서 쓸 비용처럼, 새로 이사한 집에 사용할 비용의 형태로 환불해 주는 것이다. 홈디포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 카드를 받았다면 케이티는 훨씬 더 고마워했을 것이다.
사실에는 멋이 없다. "저희를 통해 자동차를 사시면 450달러를 할인해 드립니다."라는 구호에는 이야기가 없다. 인센티브에 관한 해석을 소비자에게 맡기면 결국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로 끝날 수 있다. 인센티브가 전하는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 직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심리적 통찰력을 노동시장에 적용해 계약조건 구성을 간단하게 바꾸기만 해도 노동 생산성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적합한 심리원칙을 활용해 인센티브를 구성하면 당신이 보내는 신호가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해질 것이다. 인센티브는 이야기를 구성한다. '나는 보상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담긴 동기는 '나는 보상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담긴 동기보다 약하다. 이야기를 통제하면 사람들은 보상을 이미 받았지만 자신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보상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느끼는데, 사람들을 이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몹시 부담스러운 심리적 계좌에서 인센티브를 설정하려면 이야기를 바꿔주면 되고, 이로 인해 투자수익률은 높아진다.

- 온광효과는 자기 신호 전달의 훌륭한 예로, 타인을 돕거나 기부행위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신호를 자신에게 보내고 따라서 자기 이미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올라간다. 증거를 보저라도 이런 온광효과를 지배하는 요소는 결과의 규모라기보다는 대부분 타인을 돕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다. 타인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면, 도움의 실질적인 정도와 상관없이 따뜻한 빛에서 발산되는 긍정적 자기신호를 경험할 수 있다.
의용소방대가 확산되고 성공하는 현상도 이런 내재적 동기부여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이름이 암시하듯 대부분 의용소방대원은 급여를 받지 않고 긴급호울이 있을 때만 출동한다. 

- 협상에서는 호의를 주고받는 것이 공정한 태도로 여겨진다. 내가 한발 물러서면 상대도 한발 물러서는 것이다.
첫 호가를 좀 더 높게 부르면 매수인이 수락할 때까지 호가를 조금씩 낮춰 부르며 줄다리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첫 호가를 낮게, 즉 80만불로 부르고 협상을 시도함녀 매도인 입장에서는 첫 세가지 신호는 물론이고 네번째 신호도 활용할 수 없다. 당신은 가격을 많이 깎아줄 수 없고, 제니퍼는 훨씬 더 낮은 반대제안을 거둬들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양측 모두 씁쓸한 심정으로 협상테이블을 떠날지 모른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다.
앞에서 호가는 공격적이지만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리적 호가의 조건은 무엇일까? 앞에서 말했듯 호가가 너무 높아서 매수인이 달아나면 어떤 신호도 소용이 없다. 매수인이 들어서 놀라더라도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아야 합리적 호가다.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합리적 협상법의 공동저자 마거릿 닐이 말했듯, 첫 호가는 그냥 미친쪽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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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경제대예측 2025 2029

경제 2025. 4. 13. 18:04

- 금융산업에 있어 레버리지 감소와 정부역할 증대는 금융위기 국면에서 직접 발생했지만 최근 사건들에 의해 강화된 다른 주요 변수들도 있다. 예컨대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미국소비가 글로벌 성장의 원동력으로는 지속될 수 없음이 명확해짐. 소비는 소득성장에 의존. 85년 이후 미국 소득성장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대졸자수 증가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증가한 바 있다. 이에 덧붙여 베이이붐 세대의 최고 소비연도인 80년대와 90년대 역시 미국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 그러나 이제는 주택시장 및 주식시장 등에서 부의 증식 등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면서 부의 증발이 조금씩 진행되는 가운데 많지 않은 퇴직연금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세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미국이 20세기 동안 보였던 글로벌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은 한계에 봉착. 이런 모습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전환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속내다.

- 미국은 새로운 부의 증식이 필요하지만 그 부의 증식을 위해 현재로서는 신금융레버리지와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방식을 고수하기에는 많은 국가경제가 이를 용인하려 들지 않는다. 소비수준이 감소할 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미국으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확실히 상대국들과의 갈등위험을 높임. 이에 따라 중국과의 위기를 관리하고 긴장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그 동맹국의 더 큰 경계와 협력이 필요함을 의미. 하지만 시진핑의 '담대하게 투쟁하라' 와 '투쟁을 잘하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베이징이 합리적 행위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사함.  적어도 리스크와 단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불가피하게 다양한 투쟁을 억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
따라서 투쟁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시진핑의 대내외 호전적 지시로만 보는 것은 전체 큰 그림을 놓치는 것이다. 즉 투쟁은 21세기 중국의 열망과 불안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국민들에게 국내외의 어려움이 증가함에 따라 안일해지거나 희망을 잃지 말고 국가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호소인 셈이다. 해법에 대해서도 그것의 성공여부를 떠나 나름 준비된 상태이며, 아울러 현재의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경제문제의 악화, 국내 정치적 긴장, 한때 활기찼던 산업 및 지식공동체들에 대한 억압과 탄압 속에서 과연 젊은 세대나 심지어 나이 든 세대가 당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지지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의 목표를 위해 회의적이고 피로감에 젖은 시민들의 봉기는 그 어떤 외부로부터의 도전보다 시진핑과 최고 공산당 간부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위한 투쟁에서 더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중국 공산당의 투쟁에 대한 요구는 외부도전에 대한 인식일 뿐 아니라 발전과 성장 프로젝트가 국내에서도 동일하거나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는 것임.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중국의 뉘앙스를 인식하고 베이징의 가장 불안정한 충동을 억제하는 전략을 세우는 동시에, 중국의 위기요인과 야망에서 제기되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함. 이 과정에서 많은 서강 열강국들은 자국의 국가이해관계를 철저히 극대화할 수 있는 목표를 위해 어떤 수단도 정당화하려 들 것이다. 이 점이 중국으로서는 근대화과정에서 겪었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인해 피해의식의 기억을 통해 경계감을 상승시킬 것임. 우리 역시 미래 대중국관계에서 이 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

- 최근 세계경제는 팬데믹 이후 30년만에 최악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임. 무엇보다 팬데믹 이전 글로벌 경제가 가졌던 망에 대한 신뢰, 즉 글로벌 공급사슬 및 가치사슬을 다시 복원하는 데 있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 향후 세계경제는 이제 새로운 방향전환이 없다면 기회의 낭비가 될 수 있음.
23년부터 경기침체 위험에 직면에 글로벌 경제가 회복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단기적 도전과제가 발생한 것도 이같은 미래 불확실성에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제가 24년과 25년은 이전 10년보다 더 느린 성장세를 보임은 물론이고, 지역별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마찰 심화, 유럽경제에 있어 독일경제의 둔화, 중국 및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무엇보다 중국과 동남아 개도국이 중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경우 글로벌 무역의 느린 회복 및 긴축적 금융환경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둔화되고 향후 5년간의 세계경제 전망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24년 개도국 경제성장이 3.9%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1%p이상 낮은 수치.

- 중국경제의 고도성장 뒤에는 수조달러의 숨겨진 부채가 있었다. 이제 중국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투명한 정산이 필요. 중국의 지방정부는 산업구조, 리조트, 교통시스템 및 주택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위해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채를 최대 11조달러까지 쌓아왔으며, 이중 많은 프로젝트는 실패.
중국 공산당은 19년초 그들이 계획한 공업도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경제는 번창하고 있었고, 새로운 산업지구가 자고 자면 생겨나고 있었으며, 고가 경전철 시스템이 형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숨겨진 비장의 카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수많은 도시들이 나름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위장한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수조달러의 부채를 쌓아왔고, 이 불투명한 자금은 중국이 세계의 부러움을 사게 만든 효모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는 이를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이에 부합하는 중국식 사회주의 정치제제도 결코 제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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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버블

경제 2025. 3. 22. 06:56

- 존 에프 케네디가 대통령이될 수 있던 배경에는 그의 아버지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가 있다. 아일랜드 이민자 아들이었던 조지프 케네디는 20년대 금주법이 만들어낸 부자다. 알 카포네가 밀주 제조, 유통으로 돈을 번 갱단 수괴라 하면, 조지프 케네디는 주류수입이라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쌓음. 그리고 그 돈을 주시시장에 투자하여 막대한 부를 거머쥠. 그는 27년도 대공황도 피해갔다. 대공황 직전 모든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었기 때문. 아버지의 부가 있었기에 존 에프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조지프 케네디가 주식을 대거 매도하여 대공황 주식시장 붕괴를 피한 거이 구두닦이 때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월가 한 구두닦이에게 구두를 닦는데, 어느 날 구두닦이가 그에게 좋은 종목을 추천했다는 것. 이 순간 조지프는 주식시장이 버블이라고 판단하여 그날로 주식을 전량 매도했고, 그렇게 그의 자산을 지켰다. 그러나 여러분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구두닦이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 주식시장 붕괴를 직감하고 연일 급등하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전량매도할 수 있을까? 여러분이라는 과연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이는 절대 쉬운일이 아니다. 조지프 케네디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보탐닉 성향 때문. 그는 정보광이라 불릴 정도로 정보에 탐닉했다. 그는 회사 내부 정보에서 온갖 공개정보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었고, 주식시장의 과열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구두닦이가 화룡점정을 한 것일 뿐이다.

- 경제체력에 비해 낮은 금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초과 과잉유동성이다. 어차피 2% 미만의 레벨에서 금리의 절대수준은 경기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함. 금리 인하나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 다시 말해 금리인하나 지준율 인하를 단행해도 신용창조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총통화량이 반응하지 않는 구간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양적완화라는 수단을 구사하는 것. 즉 금융시장의 통화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채권매입을 통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주입. 그렇다고 시중에 유동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 유동성은 차고 넘친다. 초과 수익의 기회만 엿보고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이 과잉 대기유동성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 자유주의자들도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노동시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임금이 올라가면 풍부한 음식소비로 인구가 증가하고, 증가한 인구가 노동시장으로 나오면서 노동의 공급을 증가시켜 임금하락을 유발한다. 이것은 다시 식량부족으로 인구감소와 노동공급 부족을 초래하여 임금상승을 가져오게 된다고 보았다. 특히 수확체감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항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실질임금이 최저생계비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주장. 이런 그의 주장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자유주의자들이 당시 새로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 유럽, 미국, 일본, 한국, 중국 등 급속한 산업화를 이룬 나라들은 똑같이 농촌해체와 농민의 도시유입을 경험하는데, 노동력의 끊임없는 도시유입이 실질임금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 마르크스에 와서야 농촌해체에 따른 끊임없는 노동력 유입이 원인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르크스도 이런 현사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것이 그는 농촌해체가 끊임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농촌해체에 따르는 노동력 유입이 비교적 정확히 설명된 것은 영국경제학자 아서 루이스에 의해서다. 루이스는산업화가 어느정도 완성되는 국면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도시화는 일어나지 않고, 이때부터 노동력 부족에 의한 실질임금 급등과 이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구조 정착 및 성장둔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공로로 7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 이렇게 농촌해체가 완성되어 도시유입 노동력이 고갈되는 시점을 루이스 전환점이라 부름.

-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세계 경기 사이클을 버블과 붕괴의 연속으로 바꾸어 놓음. 그리고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긱경제는 일자리의 파편화를 초래하여경제구조를 유리처럼 부서지기 쉽게 바꿈. 금리 저항성이 떨어져서 약간의 금리인상에도 일자리가 버티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 그러다 보니 물가도 쉽게 반응하지 못함. 이에 따라 경제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양적 완화와 확대재정에 의존하는 현대통화이론이 득세하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과잉유동성에 의한 자산버블을 불러옴. 이 세가지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만나 허리케인과 같은거대버블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으로 지탱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은 항구적 가격이 아님.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루어진 소비는 기업의 실적마저 설탕유리로 바꾸어 놓았고, 따라서 주가도 항구적 가격은 절대 될 수 없다. 버블은 붕괴할 수밖에 없고, 경제는 공황으로 추락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 코로나 19 팬데킥은 언택트로 패러다임을 바꿈.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 가져오는 변화는 바로 1층 상가의 재조명이다. 상가는 항상 1층이 가장 비쌌다. 원래 상가 1층은 토지비용과 맞먹는다. 상가분양을 할 때 1층으로 토지가격을 빼고, 2층으로 건축비를 빼고, 3층 이상에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오래된 공식. 지가가 올라가면서 여건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사한 공식이 작동. 그 정도로 1층은 상업적 가치가 크다. 그런데 상가 공실이 늘기 시작.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며 오프라인 상가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됨. 온라인으로 배송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택배로 배송될 것임. 오프라인 상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작된지 오래고, 팬데믹으로 인하여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1층 상가의 용도가 사라질 것이다.

- 미용실은 온라인 배송이 안된다. 커피숍은 장소를 빌리러 가는 곳이니 온라인 트렌드를 비껴갈 것이다. 치킨집은 요즘 다 배송이다. 주점도 쉽지 않다. 혼술족은 주점에 가지 않는다. 친구 모임도 캔맥주를 들고 줌으로 하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를 고려하여 입점이 가능한 업종이 자리잡을 수 있는 입지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2,3,층에 원룸이 잘 나갈지도 봐야 한다. 미니상가도 어려워지고 있다.

- 루이스 전환점은 79년 노벨상 수장자 윌리엄 아서 루이스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그는 경제개발 초기 농촌해체에 따른 노동공급이 어느 시점에 가면 마무리되면서 임금상승 욕구가 분출하게 된다고 주장. 미국은 1900년을 전후로이 과정을 겪었고, 한국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겪음. 중국은 지난 04년부터 동부 연해 지역에서 농민공 부족이 발생하며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였는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은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였으며, 앞으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학자들은 아직 통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04년 당시에는 논쟁적 이슈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면서는 중국도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이동하기 시작. 더 큰 움직임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에게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의 본국 회귀가 시작된 것임. 일본은 이를 유턴현상이라 불렀고, 미국은 오프쇼어링의 반대말로 리쇼어링이라 불렀다. 미국 원자재를 중국으로 보내서 제조과정을 거치고 완제품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것보다 미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된 것. 이것은 더는 중국 인건비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

- 한 국가가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했는지는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야기할 때 루이스 전환점의 다른 이름은 중진국의 함정이다. 신흥국이 경제개발과정에서 겪는 두가지 함정이 있다. 하나는 빈곤함정, 다른 하나는 중진국 함정. 빈곤함정이란 경제 내부에 축적된 자본의 절대적 부족으로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인적, 물적, 그리고 기술자본 등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황폐한 상황을 말함. 쉽게 설명하면, 먹을 것이 없어서 종자 씨앗을 다 먹어버릴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그 다음 해 농사를 뿌릴 씨앗이 없어지는 경우다. 빈곤함정을 넘어서면 중진국 함정이 기다람. 절대 빈곤을 넘어서 중진국까지 가는 과정에서 누적된 온갖 사회문제와 경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체제의 후진성 등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만년 중진국에 머물게 되는 현상을 말함. 일부 남미 국가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했다는 것은 빈곤함정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의미.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면 상대적 빈곤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거세짐. 중국의 양극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 농민공은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반면 기업주는 수십 조 위안의 재산을 보유. 문제는 이것이 중국 정치시스템과 맞물려 있다는 점. 국유기업들의 문제와 당간부들과 기업과의 유착관계가 그 어느나라보다 심한 것이 중국이고 보면 양극화 문제가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 더하여 국가주의적, 전제주의적 국가 지배구조도 문제가 될 것임.

- 미국 무역적자는 상대국의 무역흑자다. 중국, 한국, 독일 같은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는 1초8천억불의 화폐를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 돈을 달러 지폐로 중앙은행 지하창고에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예컨대 한국이 1천억불 대미 무역흑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한국은행은 1천억불 지폐를 미국으로부터 받아서 한국은행 지하창고에 쌓아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한국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뉴욕 지점에 개설된 한국은행 계좌에 1천억불을 예치해 놓고 있는 것이고, 이 돈을 은행에 예금으로 놔둬도 이자가 한 푼도 붙지 않으니 미국 국고채를 사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 재정적자 국고채 발행은 무역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한국의 미 국고채 매입으로 연결된다. 미국은 아무것도 내주지 않고 한국으로부터 1천억불 어치 상품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미국에 대해서 1천억불 어치의 상품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미국 달러호가 약세가 되면 그만큼 한국의 권리는 줄어들고 앉아서 손실을 보는 결과가 초래됨. 이것도 한미 간에 관계가 좋을 때 이야기고,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한국이 들고 있는 미국 국고채는 휴지가 되어버린다. 미국은 하나도 갚지 않고 전부 떼어먹고 말 것이기 때문. 미국으로서는 꽃놀이패고, 한국은 잘해야 본전이다.
이렇게 미국이 돈을 찍어서 다른 나라의 상품을 갈취하는 순간에도 전 세계 주식시장에 버블이 형성된다. 무역흑자가 많이 그리고 빨리 나는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일수록 더 큰 버블이 더 빨리 형성된다. 달러 약세로 인한 미국 달러의 미국 엑소더스 때문인데, 이들 미국달러는 한국으로 흘러들어와서 주식시장에 버블을 만들어내고 상투에서 매도함으로써 대미 무역흑자로 인한 주가상승 차익을 다 벌어간다. 결국 미국은 돈 들이지 않고 재정적자를 내고, 상품을 수입해서 쓰는 경제구조. 한국 개미들만 상투에 물려서 고생하는 구조임. 과연 미국 연준이 한국 주식시장 버블을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 주식시장에 버블이 형성되는 것도 또 그것이 붕괴되는 것도 미 연준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것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때만 신경을 쓴다. 미 경제가 너무 달아올라서 그냥 놔두었다간 버블 붕괴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무조건 금리인상이다. 통화를 환수하고 금리를 인상해서 미국 경제가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막으려 할 것임. 한국 주식시장 버블이 붕괴되는 것을 염려하기에는 자국경제가 훨씬 더 급하다. 그러니 제발 연준이 한국 주식시장에 버블이 터질까봐 금리인상을 살살 할 것이라는 믿음은 갖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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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의 본질

경제 2025. 2. 7. 07:08

- 모슬러에 따르면, 정부는 지출을 먼저 한 다음 과세 또는 차입을 한다. 대처의 금언과는 완전히 반대다. 기호를 재배열하면 S(TAB), 즉 지출후 과세 및 차입이다. 모슬러의 논리대로라면, 정부는 세금을 걷거나 돈을 빌려서 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지출함으로써 화폐를 창출함. 모슬러는 대다수 경제학자가 놓치고 있던 사실을 알아차렸다. 많은 경제학자에게 그의  생각은 완전히 새로운 주장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경제학자들만 새롭게 느꼈을 뿐, 대부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알고보미 국부론과 화폐론 같은 고전에도 같은 주장이 실려 있었다. 인류학, 사회학, 철학 등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돈의 본성과 조세의 역할에 대해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경제학만 엄청나게 뒤처져 있었던 셈이다.

- 통화를 발행하는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실물이다. 정부는 세금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원함. 정부는 우리를 유인해 나라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려고 세금을 비롯한 각종 지급의무를 발명. 경제학교과서 대부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설명이다. 교과서에는대개 물물교환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돈이 발명되었다는 피상적 설명이 실려 있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돈은 그저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스레 생겨난, 편의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학생들이 배운 바에 따르면, 물물교환 경제는 한때 어디에나 존재했던, 일종의 자연상태다. 하지만 고대사학자들은 물물교환 경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

- MMT는 역사적으로 물물교환이 성행했다는 가설이 아닌, 폭넓은 학문적 증거를 가진 증표주의라는 학설에 기초를 두고 있음. 증표주의는 고대지도자와 초기민족국가가 자체 화폐를 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을 만들었고, 나중에 가서야 화폐가 민간에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통용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줌. 조세는 도입과 동시에 정부화폐를 벌기 위해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실업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부(또는 다른 권력)는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출을 통해 화폐를 창출. 정부가 돈을 공급하기 전에는 당연히 아무도 세금을 낼 수 없다. 모슬러는 단순한 논리로 거의 모든 사람이 순서를 잘못 알고 있음을 보였다. 납세자가 정부에 자금을 대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납세자에게 자금을 대는 것이다.

- 카드게임이나 야구경기의 점수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보자. 점수는 아무데서도 오지 않는다. 그저 점수를 기록하는 사람에 의해 생겨날 뿐. 1루와 3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자가 홈런을 치면, 점수가 3점 오른다. 점수기록자가 자기점수에서 3점을 떼어내 점수를 올려준 것이아니다. 점수 기록자에게는 점수가 없다. 점수 기록자는 단순히 3점 홈런을 표시하기 위해 숫자를 바꾸었을 뿐이고, 그 결과 전광판에 더 큰 숫자가 떴을 뿐이다. 이제 이 홈런을 다시 판독한 심판이 파울을 선언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점수기록자는 더했던 점수를 다시 빼 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점수 기록자가 그 점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저 점수를 올리고 내릴 뿐이다. 연방정부가 지출과 과세를 통해 경제에 달러를 더하고 뺄 때도 마찬가지. 연방정부는 지출해도 달러를 잃지 않고 세금을 걷어도 달러를 얻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전임 연준의장 버냉키는 정부가 금융위기 때 납세자의 돈으로 은행을 구제했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설명. "은행은 연준에 계좌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컴퓨터로 그 계좌의 잔액을 올려줬을 뿐입니다." 월가를 구한 것은 납세자가 아니라 점수기록자였다.

- 언뜻 봐서는 정부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납세자와 채권구매자로부터 달러를 받아 모으는 과정처럼 보일지도 모름. 이런 관점으로 보면, 과세와 채권발행이 정부가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임. 대처가 우리에게 바란 관점이 이것이다. 대처는 우리가 일반가정의 관점에서 정부재정을 보길 바랐다. 반면, MMT는 통화발행자의 관점에서 이 과정을 바라본다. 정부에는 우리가 낸 돈이 필요없다. 정부가 자체 생산가능한 화폐를 공급하는 것이 과세의 목적은아니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돈을 빌리는) 이유도 자신이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럼 정부는 왜 돈을 빌릴까? 사실 정부는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사람들에게 여러 종류의 정부화폐를 나누어주기로 결정하고 그중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화폐도 하나 만든 것뿐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국채는 그저 이자를 주는 달러인 셈. 정부로부터 이자를 주는 달러를 사려면, 먼저 수중에 정부가 발행한 달러가 있어야 함. 이제 이자를 주는 달러를 노란색달러, 그냥 달러를 녹색달러라 부르자. 정부가 세금으로 걷은 것보다 돈을 더 많이 썼을 때, 우리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한다. 재정적자는 녹색달러이 공급을 늘린다. 수백년 동안 정부는 적자지출한 만큼을 국채로 발행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니까, 정부가 5조달러를 썼는데 세금이 4조달러밖에 안 걷혔다면, 1조달러 규모의 미국국채를 발행한다는 의미. 우리가 정부차입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사실 정부가 사람들에게 평범한 녹색달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노란색달러로 바꿀 기회를 주는 것에 불과함.
MMT는 일반 가정의 관점에서 정부차입을 들여다보는 행동이 왜 틀렸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집이나 차를 사기 위해 대출받을 때, 은행직원에게 돈뭉치를 건넨 뒤, 그 돈을 다시 빌려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돈을 빌리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 하지만 일반가정과 달리, 정부는 먼저 돈을 지출함으로써 우리가 국채를 살 달러를 공급함. 정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자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 의회가 이렇게 제한을 잘 빠져나가는데, 이 모든 구속력 없는 원칙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왜 페이고나 버드 룰, 부채상한 같은 정부지출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원칙들을 폐지하지 않는 걸까? 왜 의회는 정부가 평범한 가정처럼 예산을 운용해야 한다는 거짓말을 그만두지 않는걸까? 진실을 말하자면, 많은 의원은 이런 자체 제약이 정치적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의원들은 유권자로부터 의료나 교육 같은 분야의 예산을 더 늘리라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는다. 이럴 때 예산제한은 그럴싸한 변명이 되어준다. 정치인들은 저소득층 학생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연방장학기금예산을 늘리는 일이 자신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대신, 정부부채 때문에 손발이 묶여 어쩔 수 없다며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다. 적자공포증이 없다면, 예산을 늘리지 않는 이유를 무엇으로 변명하겠는가? 협박수법이 하나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게 아니라면, 의원들은 자체예산제한을 정치적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만드는 것과 비슷. 이들은 싸워서 제한을 없애기보다는 지출목적에 다른 정치적 목적을 결부시킬 궁리를 한다. 가령, 진보적 민주당 의원은 페이고 원칙을 들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돕는 새로운 사업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자고 주장할 수 있다. 대중은 로빈후드를 사랑하니까.

- 연준은 고용시장을 보면서 혹시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지는 않은지 관찰하고, 임금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 괴물이 눈뜰 때까지 기다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단 쏘고 질문은 나중에. 이런 조급증은 연준의 결정을 지나친 긴축쪽으로 치우치게 함. 너무 서둘러 이자율을 높이거나 잘못된 경고에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결정 때문에 현실에서는 수백만명이 불필요한 실업상태를 경험한다.
이중책무는 과도고용과 과소고용 사이 어딘가에 깨지기 쉬운 균형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근거로 함. 여기에는 연준에 경제를 균형점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가정도 깔려 있음. 이 균형점으로 가려면 일하고 싶어도 실업상태에 머무르는 사람이 적절히 존재해야 함.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거칠게 표현하면 연준은 실업상태에 있는 인간을 주무기로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론적으로야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

- 연준은 정밀한 과학과는 거리가 먼, 믿음이라 불러야 맞을 만한 것을 핵심지침으로 삼고 있다. 자신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상당히 정확히 알고 있다는 믿음, 자신이 손에 쥔 도구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에 충분하다는 믿음, 아무리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지나친 실업보다는 지나친 인플레이션이 우리 모두의 삶에 더 위협적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 사실 연준은 그저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모두 일할 수 있게 두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함. 그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성실한지는 중요치 않다. 어떻게 보면 연준은 항상 필요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도록 게임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만일 연준이 생각하는 NAIRU가 5%라면, 안전을 위해 게임에 참가한 100명 가운데 95명이 앉을 자리만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 대다수 경제학자는 일자리 숫자를 결정하는 일을 시장에 맡기길 원함. 이들이 보기에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산을 책정해 실업자들에게 고용시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 정도다. 이들은 실업자들을 가난에서 구제할 방법으로, 교육을 늘리고 더 질좋은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함. 하지만 MMT는 이런 반쪽자리방법으로, 만성적인 불완전 고용과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만성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해결책들은 기껏해야 사람들이 돌아가며 일자리를 잃어 교대로 실업을 경험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윌리엄 비크리가 말했듯, 전체 일자리 수가 부족할 때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주려고 노력하는 건, 관련 기관이 의자뺏기 게임 참가자 가운데 일부 고객에게만 자리에 빠르게 앉는 기술을 귀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미국은 구매한 물건의 대금을 미국달러로 지급했고, 이 돈은 연준에 있는 중국의 계좌에 입금됐다. 다른 미국달러 수요자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달러를 그냥 갖고 있을수도 있고 다른 것을 살 수도 있다. 연방정부는 연준의 입출금 계좌에 들어 있는 달러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은 연준의 저축계좌에 해당하는 곳으로 자신이 가진 달러를 옮기기로 했다. 그러니까, 미국 국채를 구매한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차입했다는 말은 그저 연준이 중국의 지급준비계좌(입출금계좌) 잔액을 줄인 뒤, 해당액만큼 증권계좌(저축계좌) 잔액을 올리는 회계작업을 했다는 뜻. 중국은 여전히 미국 달러를 그냥 갖고 있지만, 이제 녹색 달러가 아닌 노란색달러를 갖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 돈을 갚으려면, 연준은 그냥 회계작업만 반대로 하면 된다. 증권계좌의 잔액을 줄이고 지급준비계좌의 잔액을 올리는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키보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바마는 달러의 원산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했다. 달러는 미국에서 만든다. 미국은 사실 중국으로부터 달러를 빌려온 게 아니라, 중국에 달러를 공급한 뒤, 이 달러를 미국국채로 바꾸는 것을 허용했을 뿐이다. 정말이지 문제는 우리가 이 일을 언급할 때 쓰는 단어일 뿐이다. 국가가 쓰는 신용카드 같은 것은 없다. 차입이라는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미국국채라는 증권을 국가부채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채는 사실 진짜 채무가 아니다. 워런 모슬러가 즐겨 말한 대로, "우리가 중국에 진 빚은 잔액증명서밖에 없다." 사실 어찌보면 이는 중국이 밑지는 거래다. 어쨌든 중국이 자국 노동자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만들어낸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자국민이 쓰게 두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중국은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받은 물건가액을 기록하는 장부에 적힌 숫자와 자국이 생산한 물건을 교환한 것이다. 

- 미국은 이미 국가부채를 없애 본 경험이 있다. 앤드루 잭슨 시절인 1835년의 일이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부채가 없는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연준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이었으므로,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부채를 청산한 것은 아니었다. 청산은 재정적자를 줄이고 채권소지자들에게 돈을 갚는 옛날 방식으로 이루어짐.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따.
미 정부는 10년 넘는 기간에 걸쳐 부채를 다 갚았다. 1823년부터 1836년까지 정부가 예산을 흑자운영했기 때문에 생긴 일. 이 기간에 미국정부는 항상 지출하는 것보다 세금을 더 많이 걷었기 때문에 국채를 신규발행하지 않았다. 이전에 발행한 국채의 만기일이 돌아오면 정부는 그 돈을 다 갚았다. 1835년, 미국은 모든 부채를 벗어던짐. 그러고는 사상 초유의 경기불황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재정흑자는 경제 내의 돈을 빨아들임. 반대로 재정적자는 돈을 넣어준다. 지나치지 않은 재정적자는 소득, 판매, 이윤을 뒷받침해 경제를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 국채시장을 없앨 게 아니라면, 우리는 국가부채와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함. 어쩌면 이름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국가부채는 가계부채와는 전혀 다름. 부채라는 같은 단어를 쓰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과 혼란을 불러일으킴. 국가부채라는 말을 여러종류의 화폐 중 하나를 지칭하는 말로 바꾸어도 좋을 것임. 내가 지은 노란색달러라는단어가 국가부채라는 말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시도할 가치는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은 이렇게 말한다. "이름이 뭐가 중요해?" 줄리엣은 로미오가 몬터규라는 사실을 알고도 개의치 않았다.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향기는 그대로인걸" 사랑은 맹목적이다. 하지만 정치무대에서 이름은 중요하다. 이제 이자지급형 달러에 새로운 이름을 붙일 때다.

- 요점은 모든 재정적자가 공동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적자는 좋은 의도로 쓸 수도 있고 나쁜 의도로 쓸 수도 있다. 수백만명을 뒤로한 채 극소수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재정적자를 사용한다면, 부자와 권력자의 배만 두둥실 떠오를 것이다. 또한, 재정적자를 사용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부당한 전쟁에 자금을 댈 수도 있다. 반대로 재정적자를 활용해 사람을 살리고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더 공정한 경제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재정적자가 우리의 총저축을 갉아먹을 일은 절대 없다.

- 달러를 모으고자 하는 미국기업과 가정의 욕망이 연방정부 적자로 이어진 것처럼, 미국의 무역적자도 달러를 모으고자 하는 미국 외 전 세계 국가의 욕망 때문에 생긴 것이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계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주원인은 세계적 달러부족 현상 때문. 이런 면에서, 미국은 확실히 선하든 악하든 다른 나라보다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달러가 가진 국제준비통화라는 특별한 지위 덕분에 미국 연방정부는 자신이 발행하는 화폐가 아닌 다른 화폐로 차입할 일이 전혀 없다. 심지어 차입 자체를 아예 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 이러한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정책을 자유롭게 펼 힘을 가진 나라가 미국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강한 화폐주권을 지닌 나라가 미국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강한 화폐주권을 가진 나라라면, 어디나 완전고용 경제유지를 목표로 국내정책을 펼 힘이 있다. 

- 기초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 많은 개도국은 부유한 나라 화폐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계속 개발중인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전 세계 기업들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미명 아래 끊임없이 단기 이윤만을 좇아 희귀 천연자원을 캐내고 소중한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절박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해고할 것이다. 그대로 둔다면 이런 상황을 무대삼아 외국인을 비난하고 국제갈등을 심화시키는 트럼프 같은 선동가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개도국은 개도국간 무역협정을 맺고 국가간 금융거래를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동안 존재했던 전통적 형태의 자본통제를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보다 자본을 규제할 방법은 분명 있다. 개도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투자와 양도를 규제하고 이들이 외환시장에서 지나친 하방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비축할 필요가 줄어들고 변동환율체제의 장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임. 요는 짧은 시간 동안 임시로 국제자본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 규제를 통해 개도국이 화폐주권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한 행성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무역체제로는 국제빈곤과 실업이라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역평화는 그저 달성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다.

- MMT는 화폐발행 능력이 있는 정부가 뭐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 그저 화폐보다는 실물적 한계에 주의를 집중해야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할 뿐이다. 우리는 실물세상의 자원을 바탕으로 실물 세상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토론해야 함.
나는 복지를 축소하자는 제안을 비인간적이라고 느낀다. 여러분도 비슷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노인, 장애인, 가난한 사람에게도 품위 있는 삶과 재정적 안정을 누릴 권리가 있다. 신탁기금 따위에 이들을 보살필 돈이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인간이기 때문. 복지정책과 그것이 대변하는 가치는 우리 사회의 일부여야만 한다. 여러분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토론하려면 먼저 정부 재정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만 할 것이다.
미래 우리 사회의 수요를 충족할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면 '어떻게 돈을 마련할까?'라는 질문은 그만두고, '어떻게 자원을 마련할까?'라고 질문해야 함.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우리의 실물자원은 유한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돈 걱정 없는 노후생활을, 빈곤으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하고자 할 때조차, 결국 일의 경중을 따져 선택해야만 하는 시간이 온다.
지금 준비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만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자동화, 인프라 개선, 교육기회확대, 연구개발, 공공건강증진 등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모두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다.

- 세계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점점 누진적 성격이 약해지는 과세시스템"은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커지는 원인 중 하나. 과세는 천문학적 부의 축적을 막는 도구다. 지나친 부의축적을 막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부자가 돈을 써서 정치 절차에 미치는 힘과 영향력을 늘리기 때문. 이미 부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세법을 고쳤고 노동법, 무역협정, 특허보호규정 등 많은 법을 제정했다. 이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득에 부합하도록 공공정책을 손봤다. 이것이 미국의 여러 기업이 주주와 경영진에게 막대한 돈을 건네고 학력이 높은 상류층에 그보다 적은 몫을 떼어준 뒤 다른 사람에게는 푼돈만 던져주는 이유다. 이것이 실리콘밸리가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고층빌딩을 자랑하는 동안, 미시간의 노동자 마을에서는 깨끗한 식수조차 구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의 복지 제도와 의료체계와 은퇴제도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며, 우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채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부유한 엘리트들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보다는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훨씬 더 큰 이익과 권력을 누린다.

- MMT는 포스트 브레턴우즈 통화 시스템의 현실을 설명하는 이론. 이제 금본위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정치담론이 금본위제 시절이 낡은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음. 정치인에게 '돈은 어디서 구할 생각입니까?'라고 묻는 기자를 볼 때마다 이 사실은 명확해진다. 우리는 주권 명목화폐의 발행자라는 지위가 가지는 의미를 이미 한참 전에 깨달았어야 했다. 통화발행자에게 화폐는 실체를 가진 물건이 아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돈은 정부가 쓰기 전에 찾아나서야 하는 금처럼 희귀한 물질이 아니다. 돈은 연준이 재무부의 지출을 처리할 때마다 키보드만 누르면 생겨나는 것이다.

- 공짜 점심이 있다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ㄷ. MMT는 돈이 백지수표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MMT를 따른다고 해서 모든 정책에 자금을 무한정 쏟아부을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다. MMT는 정부의 규모를 키우려는 책략이 아니다. 재정여력이라 불리는, 경제에 아직 쓰이지 않은 채 남아 있느느 잠재력을 발견하게 해 주는 분석틀일 뿐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수백만명 있고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더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면, 충분한 재정여력이 있는 것이다. 이때 재정여력을 활용하면 유휴자원을 생산적 고용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재정여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는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임. 여기서 MMT는 보통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로 쓰일수도 있지만, 더 보수적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로 쓰일 수도 있음.
비유하자면, 우리가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은 키 180센치인 남성이 층고 2.5ㅁ터 집에 살면서 허리를 똑바로 펴고 다니면 머리를 부딪칠 거라는 누군가의 말만 듣고 몸을 수그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똑바로 설 수  있을 때도 몸을 웅크렸다. 미국, 일본, 영국 등지의 정책 결정자들은 정부부채와 재정적자를 비이성적으로 두려워한 나머지 금융위기 이후 수년동안 경기부양이 아닌 긴축을 택했다. 이 선택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아니 수억명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빠뜨렸다. 이를 계기로 좌우 가리지 않고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득세. 연방예산을 더 많이 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긴축으로 인해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악화된 것은 맞지만, 긴축이 불황과 불평등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노동계층이 경제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독점권력을 깨뜨리고 세법, 노동법, 무역정책, 주택정책 등 수많은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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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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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경제학이론의 한계를 살피는데 유용.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때가 많아서,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국가, 기업, 개인의 경제적 성공사례 중에는 어느 특정 경제학 이론 하나만으로 깔끔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허다함. 예를 들어 이코노미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만을 읽는 사람은 싱가폴이 자유무역정책을 시행하고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는 태도에 대해서만 들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싱가폴의 경제적 성공이야말로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결론짓는 것이 당연. 그러나 싱가폴 땅은 거의 정부소유고, 주택의 85%가 정부가 소유한 주택개발위원회를 통해 공급되며, 총생산량의 22%를 국영기업이 담당(국제평균 10%)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임. 그것이 신고전주의가 되었든 마르크스주의가 되었든 케인스주의가 되었든, 자유시장과 사회주의를 결합해서 이룬 싱가콜의 경제적 성공을 단독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음. 이런 사례들을 접하다보면 경제학 이론의 힘을 맹신하지 않게 되고, 하나의 이론에만 근거해서 정책을 세우는 데에도 좀 더 조심스러워지게 될 것임.

- 1820-1870: 산업혁명
터보엔진을 단 자본주의: 산업혁명의 시장
1820년경부터 자본주의는 비상을 시작. 서유럽 지역 전체의 경제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서유럽 파생사회라 할 수 있는 북미와 오세아니아 대륙 등이 뒤를 이음. 이 성장의 가속정도가 너무도 극적이어서 1820년 이후 반세기를 우리는 산업혁명시대라 부름.
이 50년동안 서유럽의 1인당 소득은 1% 성장을 보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기간동안 일본의 성장률이 1%였으니 요즘과 비교하면 좋은 성적이 아니지만 1500-1820사이 0.14%가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경제에 터보엔징을 달고 고속주행을 한 셈.

-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의 신화: 자본주의 성장사의 실체
19세기에 서유럽 국가들과 서유럽 파생사회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한 것은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의 확산 덕이라고 보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이 나라들의 정부가 국제무역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교역활동을 제한하지 않았고, 더 넓게는 시장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 있었다는 것. 영국과 미국은 자유시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무역을 채택했기에 다른 나라보다 앞설 수 있었다는 주장. 그러나 이보다 더 사실과 먼 주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서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자본주의가 발달하던 초창기에는 정부가 선두에 서서 경제발달의 지휘자 역할을 했기 때문

- 오늘날 자유주의는 언론의 자유 등을 포함한 개인의 정치적 권리를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태도와 동일시됨.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 옹호자가 아니었다. 개인의 권리보다 전통과 사회적 위계질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견해에는 그들도 반대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개인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여성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 또 가난한 사람에게도 투표권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가난한 계층은 개인의 재산을 몰수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 애덤 스미스는 정부라는 것이 "사실은 빈민들로부터 부자들을, 또는 재산을 갖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가진 자들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 여기에 혼돈이 더 가중된 이유는 미국에서는 리버럴이라는 용어가 좌편향적 견해를 가리키기 때문. 테드 케네디나 폴 크루그먼 같은 미국의 리버럴들은 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자라 불렸을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독일의 자유민주당을 지지하는 정도의 사람들을 가리킬 때 리버럴이라는 말을 사용. 그런 사람들은 미국에서는 극단적 자유주의자라는 의미의 리버테리언이라 부름. 자유주의자라 번역되는 리버럴이라는 단어가 유럽과 미국에서 상당히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셈이다.
거기에 더해 네오-리버럴리즘, 즉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까지 나와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신자유주의는 80년대 이후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잡은 견해를 가리키는데, 고전적 자유주의에 상당히 가깝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경제학적으로 이 견해는 약간의 수정을 거친 고전적 최소정부를 옹호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신자유주의에서는 화폐발행권을 중앙은행이 독점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반해 고전적 자유주의에서는 화폐발행도 경쟁을 해야한다고 믿는다는 점. 정치적으로도 고전적 자유주의자들과 달리 신자유주의자들은 공개적으로 민주주의에 반대하지 않음. 그러나 많은 신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재산권과 자유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먼 민주주의를 희생할 용의가 있다.
신자유주의는 워싱턴 컨센서스 견해라 부르기도 함. 특히 개도국에서 많이 쓰는 이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말은 세게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조직이자 모두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세 개의 조직, 즉 미 재무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모두 강하게 이 이데올로기를 지지한다는 뜻에서 생김

- 1914-1945년 : 파란의 시기
자본주의, 발을 헛딛다. 1차대전, 그리고 자유주의적 황금기의 종말
14년 발발한 1차대전은 자본주의의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 1848년 유럽을 휩쓴 혁명, 1871년 파리코뮌 등 빈곤층이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끊임없는 위기감과 1872-96년 장기침체 같은 경제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전발발 전까지 자본주의는 상승과 팽창만을 거듭하는 듯했다.
1차대전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고 전세계적으로 상업적 상호관계의 그물이 점점 더 촘촘해지면서 나라들 간의 관계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서 사람들은 1차대전 발발 직전까지도 전재이 터진다는 것은 극도로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들 생각.
1차대전의 발발은 어떻게 보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님. 하이눈 시기의 세계화가 시장의 힘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힘으로 진행된 탓에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언제라도 무력을 동반한 갈등이 되어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기 때문. 일부에서는 한술 더 떠서 자본주의가 끊임없는 외적팽창 없이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단계까지 진행되었고, 더이상 팽창할 곳이 없어지면 조만간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 자본주의는 적절한 정부개입하에서 가장 잘 돌아간다.
자본주의 황금기 동안 정부개입은 부자나라들의 국제무역 부문만을 제외하고 모든 나라의 모든 부문에서 대단히 많이 늘었다. 이렇게 강도높은 정부개입에도 불구하고 부자나라들과 개도국모두가 이전보다 훨씬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 곧 이야기하겠지만 80년대에 정부개입이 상당히 줄어든 뒤로는 이 시기의 경제실적을 능가한 시기가 없다. 자본주의 황금기는 자본주의 잠재력이 정부정책에 의해 제대로 규제되고 자극될 때 극대화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

- 불확실성은 단순히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모른다는 뜻만은 아님.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확률들을 상당히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위험 또는 리스크라 부름. 사실 죽음, 화재, 자동차사고 등 사람들의 삶과 관계된 여러 리스크를 계산하는 능력은 보험산업의 토대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커녕 어떤 상황들이 가능한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놀랍게도 이 불확실성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럼즈펠드이다. 02년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브리핑하는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함.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 말이다." 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라는 표현이야말로 케인스의 불확실성 개념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다.

- 탈산업화 현상의 일부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탈산업화의 정도 또한 통계자료가 취합되는 방식으로 인한 착시현상 때문에 더욱 과장되는 경향이 있음. 전에는 구내식당, 보안, 일부디자인 및 엔지니어링처럼 제조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이제는 아웃소싱되어 독립된 기업들로부터 공급받음. 이 중 국외기업으로 아웃소싱하는 것을 오프쇼어링이라 부름. 이로 인해 서비스가 실제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됨. 아웃소싱된 서비스의 내용은 전과 같지만, 이제는 제조업 생산량이 아니라 서비스생산량의 일부로 계산되기 때문.
이와 더불어 일부 제조업체는 자사 생산량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하락하면 여전히 제조업무를 하면서도 서비스 업체로 재구분해달라고 요청함. 영국 정부의 한 보고서는 98년부터 06년 사이 자국에서 감소한 제조업 부문 고용의 10% 정도는 바로 이 재구분효과에 의한 것이라 추정.

- 현재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학파에서는 생산부문을 심각하게 간과함. 대부분 경제학자에게 경제학은 공장 문 앞에서 끝나고 만다. 생산과정은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노동의 양을 정확하게 명시한 생산함수에 의해 미리 결정된, 예측가능한 과정으로 여겨짐.
생산에 약간의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라도 대부분 경제 전체의 크기가 컺는 총체적 수준에서만 다룰 뿐. 이런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캐치프레이즈가 "한 나라가 감자칩을 생산하느냐 마이크로칩을 생산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80년대 미국 경쟁력과 관한 논쟁중 나온 이 말에는 경제활동의 방식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빠져 있다. 즉 한나라가 단순히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느냐만이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것이 그 나라의 생산능력이 발전하는 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제조업 부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조업이야말로 지난 2세기 동안 새로운 기술과 조직능력을 만들어낸 주된 근원이기 때문.
- 그러나 현대사회는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회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산업화 후 사회에서도 이른바 새로운 경제의 동력이라고 여겨지는 서비스 산업은 역동적 제조업 부문의 뒷받침 없이는 융성할 수 없음. 서비스 산업이 주도해 번영을 이룬 경제의 대명사라 생각하는 스위스와 싱가폴이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된 세 나라중 두나라라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 (나머지는 일본)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산능력의 개발, 특히 제조업 부문의 생산능력 개발은 기후변화라는 우리 시대 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부자나라들은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과 더불어 녹색기술 분야에서 생산능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함.
개도국들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및 조직능력을 개발해야 함. 그리고 이런 능력의 많은 부분은 오직 산업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음.

- 중요한 것은 아무리 교묘하게 상품을 묶고 구조화하고 파생상품을 디자인해도 결국은 플로리다에 사는 서브프라임 주택담보 대출자나 나고야의 중소기업, 자동차를 사려고 대출받은 낭토의 젊은이가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전제가 이 모든 새로운 금융상품의 근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시스템 안의 서로 다른 부분을 긴밀하게 연결한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최초로 돈을 빌린 사람이나 중소기업이 돈을 갚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이 시스템 전체로 훨씬 격렬하게 확산됨
-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행동하는 규제기관은 물론, 이른바 경험많은 금융산업 종사다들도 마찬가지. 너무나 얽히고 설킨 금융상품이 확산되는 것을 제한해 단순화해야 함. 특히 상품을 만든 사람들이 그 상품의 폐해보다 혜택이 더 많다는 것을 명백하게 입증하지 못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원칙이 매우 극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런 식의 원칙을 의학분야에 항상 적용해왔다. 인체의 복잡성과 새로운 약의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해 제약업체에는 새 제품이 폐해보다 혜택이 많다는것을 사회에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실 합법적 금융계약의 범위 자체가 정치적 결정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되어 오지 않았던가. 
금융시스템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해서 금융이 경제의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하는 것은 전혀 아님. 오히려 금융이 갖는 위력과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다니거나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고작해야 말을 타고 달리는 게 가장 빨랐던 시대에는 교통신호도, ABS 브레이크도, 안전벨트도, 에어백도 없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규제 등을 통해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 자동차들이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임. 이와 동일한 논리가 금융에도 적용되지 않고서는 자동차 충돌사고, 뺑소니사고, 심지어 고속도로 다중 추돌사고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임.

-  50년대와 60년대에 경제발전 초기단계였음에도 한국과 대만의 불평등도가 상승하지 않은 것 또한 정책으로 설명가능. 이 기간 동안 두 나라는 토지개혁을 통해 지지들이 당의 대부분을 시장가격 이하로 소작인들에게 팔도록 강제. 그런 다음 수입규제와 비료보조금, 관개시설 등을 지원해서 이 새로운 소농계층을 보호. 대규모 상점과의 경쟁에서 작은 가게가 살아남도록 하는 보호조치 또한 강하게 시행했다.
사실 쿠즈네츠 본인은 경제발전의 후기단계에 불평등도가 자동적으로 줄어든다고 믿지 않았다. 현대 경제발전의 성격상 역U자 곡선 모양으로 불평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믿기는 했지만, 실제 불평등의 감소정도는 노조와 특히 복지국가의 강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
불평등 정도를 결정하는 데에 복지국가가 중요하다는 것은 유럽과 미국을 비교하면 됨. 

- 부자나라들은 절대적 빈곤을 거의 완전히 척결했을지 모르지만, 국민 일부는 상대적 빈곤과 높은 수준의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음. 상대적 빈곤율과 지니계수가 나라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는 사실은, 미국처럼 불평등의 정도와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공적개입을 통해 불평등과 빈곤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
누가 가난하게 살게 되는지 또한 공적개입에 많이 달려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가난을 떨쳐 버리는 것을 돕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공평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을 조작하는 것을 막아야 함.
산업화 이전에는 한국에는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었다. 이 말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이제 세계는 절대적 빈곤을 완전히 없애기에 충분한 양을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재분배를 하지 않더라도, 극도로 빈곤한 나라 몇 곳을 제외하고는 각 국가 자체적으로 그럴 역량이 충분하다. 불평등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정책을 채택하면 우리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사람처럼 굉장히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다.

- 바나나공화국이라는 말은 요즘은 글로벌 의류회사 갭에서 만든 바나나리퍼블릭이라는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짐. 그러나 사실 이 말은 어두운 출생배경이 있다. 20세기 초 온두라스,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중남미 바나나 생산국들을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라는 기업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때 나온 말. 가장 끔찍한 비극은 28년 콜롬비아에 있는 UFC 바나나 농장에서 파업하던 노동자들이 대량학살된 일이다. 당시 미 해병대가 UFC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침공하겠다고 위협하자, 콜롬비아 정부는 자국군대를 파견해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를 죽였다. 이 사건은 콜롬비아이 위대한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명작 '백 년 동안의 고독'에 소설화되기도 했다.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은 미국 군부우파 및 CIA와 손잡고 60년대와 70년대 중남미 좌파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적극 협조.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인 직접투자의 부정적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대상국이 생산능력을 향상시키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 일단 초국적 기업들이 투자대상국 안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자국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려워짐. 바로 이런 이유에서 현재의 부자 나라 중 많은 나라가 자국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것임. 예를 들어 토요타의 첫 대미 자동차 수출시도가 큰 실패로 끝난 후, 많은 전문가가 충고한 대로 일본정부가 50년대말 자동차 산업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했다면, 당시 일본 자동차 산업상황으로 볼 때 일본기어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초국적 기업들에게 전멸당했을 것. 55년 당시 GM의 한 회사에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350만대에 달한 반면,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다 합쳐도 7만대에 불과했다.

- 누가 이득을 보는가?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가끔은 어떤 경제학적주장에 정치적 색채가 드리워져 있는 것을 알아차리기 쉬울 때도 있다. 특정 그룹에게 노골적으로 유리한 미심쩍은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자명한 경우. 예를 들어 낙수효과 이론은 총생산량에서 더 큰 부분을 부자에게 주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실현되지 않은 가정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어떤 때는 특정 경제학적 주장이 뜻하지 않게 일부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함. 예를 들어 사회 구성원 어느 누구도 손해는 보지 않으면서 누군가 이익을 보는 형태의 사회적 향상만을 변화로 규정해 단 한명의 구성원도 사회로부터 짓밟힘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파레토 기준은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히 유리할 것 같지 않아 보임. 그러나 이 기준은 한 사람에게라도 피해를 주는 변화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층에 유리하다.
- 겉으로 보기에 가지중립적인 결정, 예를 들어 시장의 경계를 규정하는 결정 등에도 정치적, 윤리적 판단은 항상 깃들어 있다. 시장에 어떤 것으르 포함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강도높은 정치적 행위다. 무엇인가(물)를 시장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1원 1표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게 되고, 부자들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가 쉬워짐. 반대로 무엇인가(아동노동)를 시장의 영역에서 제외시키면 그 문제를 둘러싼 결정에 돈이 힘을 발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물론 경제학이 정치적 논쟁이라 해서 어떤 주장이든 다 대등하다는 것은 아님. 상황에 따라 어떤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더 나을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판단을 배제한 과학적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절대 믿어서는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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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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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모험

경제 2025. 1. 8. 07:13

- 교역이 번성하면서 금융도 따라 번창했다. 베네치아와 제노바에서 상인은 재산을 안전한 환전상 금고에 보관. 당시 상인은 환전상에게 이 계좌에서 저 계좌로 돈을 옮기도록 시켜서 빚을 갚았다. 그뿐 아니라 환전상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이리하여 환전상은 자연스레 최초의 은행가가 되었다. 동시에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도 되었다. 한편 값비싼 화물을 싣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위험에 대비해 또 다른 분야가 발전했다. 상인이 보험을 개발한 것. 누군가에게 일정한 돈을 지불하면 그 대가로, 가령 태풍으로 배가 바다에 침몰한다던지 하는 불운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보상했다.
북적이는 도시로 인해 봉건제가 흔들렸다. 농노가 땅을 떠나 도시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기 때문. 와글거리는 소리에 묻혀 전통적인 교회 가르침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밀라노의 수호성인 암브로시우스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죽음을 선고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밀라노 도시민이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통해 부유해지는 상황을 결코 막을 수 없었다. 경제활동이 점점 돈이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전통은 더욱 뒷전으로 물러났다. 수도승조차 대금업이 경제활동에 꼭 필요하다고, 대금업자가 돈을 돌려받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사실 아퀴나스도 빌려준 돈에 이자를 붙이는 일도 때때로 용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자가 돈을 빌려줄 때 포기해야만 했던 이익을 벌충하기위해서라면 이자를 물려도 괜찮았다. 점차 성직자도 고리, 즉 채무자를 망가트릴 만큼 높게 매긴 이자율과 은행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만큼 합리적으로 붙인 이자율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
11세기가 시작할 무려 교황은 상인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선언했ㄷ. 12세기가 끝날 즈음 교황은 호모보노라는 상인을 성인으로 추대했다. 신에게 가까이 가려면 가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취를 감추었다. 예수는 제자에게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아퀴나스가 살던 시대의 상인은 그럴 수 있따고 믿었다.
1253년 한 이탈리아 회사에서 손으로 쓰는 통장을 개설. 거기에는 '하느님과 영리의 이름으로'라고 쓰여 있었다. 하느님의 섭리가 상업이라는 신세계와 손을 맞잡고 있었다.

- 피구가 쓴 저서는 얼마간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책을 쓰던 시기인 20년대와 30년대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가운데 어느 경제체게가 최선인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던 때였다. 그런데 피구는 더 협소한 문제를, 개개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었따.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나고 적어도 경제학자에게 커다란 문제가 하나씩 거의 정리되자, 상당수 경제학자는 자본주의가 최선의 경제체제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정부개입이라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 피구는 예를 들어 페인트나 어류나 석유 등 특정 시장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 몇가지를 글에서 제시. 오늘날에도 여러 경제학자가 피구의 이론을 이용해 정부가 세금이나 보조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연구하며 사회자원을 더욱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 피구의 스승은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로 시장에 관한 기초이론을 세운 인물. 이 시장이론은 오늘날에도 여러 경제학자가 즐겨 애용. 마셜은 이 제자를 천재라 불렀다.
피구는 스승이 전개한 이론에서 한단계 더 나아감. 특히 시장이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냄. 경제학자 대다수는, 심지어 자본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경제학자 조차 시장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음. 즉 이따금 시장이 경제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실패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커다란 재앙에 맞닥뜨리고 위기에 빠진다는 의미는 아님. 이따금 어류나 휘발유 같은 특정 시장이 실패할 때도 경제 전반이 무너지지 않았다. 피구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짚어내며 후생경제학이라 알려진 경제학의 한 분야를 개척. 후생경제학은 사회에 골고루 돌아가는 이익을 살피는데, 이 이익은 사람들이 사고 팔고 일하는 행위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나 기업이 생산과 고용에 대해 내리는 결정 등 모든 결정에서 비롯함. 이 내용이 규범경제학 일부를 이루며 경제학의 한 갈래가 되어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장이 제 기능을 잘 해내는지 아니면 잘못해내는지 가려낼 수 있다.


- 똑같은 기업만 무수히 존재하는 완전경쟁체제처럼 극단적 상황에 맞은 이론이나, 오로지 한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이 세우기는 더 쉽다.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까다로움. 시장이 완전경쟁으로 내몰리거나 아니면 독점이 될 때 그 양상은 하나다.하지만 시장이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면, 즉 불완전 경쟁 속에서 서로 각축을 벌이면 그 형태는 셀 수 없이 많음. 그래서 하나의 이론으로 온갖 가능성을 다 아우르기가 어렵다. 
오늘날 경제학자는 게임이론 분야를 이용하는데 이 방법으로 다양한 상황에 처한 기업행동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다. 게임이론은 어떤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특정 결과를 낳는 여러 상황을 연구한다. 이 이론은 소수 독점 행동을 연구하는데 특히 유용. 그래서 경제학자는 이 게임이론을 적용해 시장 장악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는 기업 사이에서 복잡하게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탐색한다.

- 신흥부자는 이익배당금으로 살았으며 별다른 수고없이 재산을 물려받음. 폴리네시아 추장처럼 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여가를 즐긴다거나 명품을 산다거나 하면서 사회적 인정을 받음. 대저택을 구입하고 모피코트를 사고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행위를 베블런은 과시소비라 부름. 이것저것 사면서 자랑하는 셈이다. 이렇게 특권을 누리는 소수에게 베블런은 유한계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한계급에 속한 남자는 연미복을 입고 실크 스카프를 맴으로써 자신은 땅을 일구거나 버스를 모는 생산직 노동에 종사하지 않음을 강조. 그리하여 이런 옷차림이 농부가 입는 수수한 마 셔츠보다 더 아름답다고 여기게 됨. 하지만 베블런은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왜 부자의 에나멜 가죽 구두에서 반짝이는 광택이 빈자의 닳을대로 닳은 겉옷 소맷부리에서 반질거리는 윤기보다 더 아름다워야 하는지를.
여자는 옷찰미이 특히 비실용적이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은 손에 물을 묻혀 감자를 씻거나 창문을 닦지 않는다고 드러낼 수 있따. "우리가 끈질기게 치마에 집착하는 이유는 실제로 다음과 같다. 일단 치마가 비싸고 몸을 돌릴 때마다 거치적거려 쓸모있는 노력을 온전히 기울이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자남편을 둔 아내는 남편재력을 과시해야 했다. 극단으로 흐를 경우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 탓에 실크 드레스 가격이 오를 때조차 수요가 떨어지기는 커녕 도리어 올라갔다. 가격이 높으면 더 소수의 사람만이 살 수 있고, 이때 드레스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기 때문. 그래서 더 부유한 사람이 드레스를 사고 싶어한다.

- 자본주의가 지닌 활기에는 어둠의 씨앗이 숨어 있어 언제든 이 활기가 시들어버릴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슘페터는 경제학자로서 보기 드문 일을 했다.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학과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에 대한 논의를 전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미래가 왜 암울한지 경제학 용어로 설명. 자본가가 생산물 가운데 이윤으로 점점 더 챙겨가고 노동자 몫이 점점 더 줄어 체제가 송두리째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슘페터에게 자본주의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라면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태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특히 기업이 점점 커지는 경우에 그 영향력도 비례해서 세어진다.

- 기업가가 성공하면 기업도 따라서 성장. 결국 거대기업이 출현한다. 이들은 한발 앞선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상품을 쏟아낸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종종 기업내 전문 연구부서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에는 다양한 연구팀이 있다. 어떤 연구팀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어떤 연구팀은 더 빠르고 가벼운 아이폰을 개발한다.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속에나 있던 물건이 이제 기업가에 의해 확실한 검증을 거쳐 현실로 탄생. 경제발전은 기업정책과 위원회 회의를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일이 바람직하다. 새 상품 개발은 미리 구상안을 마련하여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너무 따분하다는 점. 회사가 거대 조직이 되어 회색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으로 가득찬다. 슘페터가 그리던 기업가는 용감무쌍한 영웅으로 출발했더라도 도착할 즈음에는 학교를 싫어하고 숙제를 내팽개치는 싫증난 10대에 오히려 가까워짐. 넥타이를 매고 일터로 출근하고 지루한 회의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일상을 질색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삶이 무료하고 삭막하게 변하는 모습을 혐오한다. 이제 대개 사업이나 돈벌이를 불신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끝내 반자본주의 지식인이 되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자본주의 비판서를 펴낸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사업가로부터 경제권을 넘겨받아야 하며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슘페터 생각에 이런 경향이 30년대와 40년대부터 보이기 시작하는데, 상당수 지식인이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정부가 경제운용에 보다 중추적 역할을 맡기 시작한 시기였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고 예견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음. 자본주의는 정부개입을 상당히 허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쇠멸에 이르지 않았다. 이를 소위 혼합경제라 한다. 그럼에도 슘페터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경제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여기서 슘페터는 마르크스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마르크스처럼 사회주의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 슘페터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좌절한 사회 상류층, 불만 많은 지식인 때문에 최후를 맞는다. 반면 마르크스가 보기에 사회를 전복하는 힘은 불우한 노동자에게서 나온다. 마르크스가 그린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경제적으로 실패하기 때문에 도래한다. 그런데 이런 마르크스와 달리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였으며 떠밀리다시피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추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 슘페터는 또한 케인스가 제시한 새로운 이론에 반대했다. 케인스는 30년대불어닥친 유례없는 불황과 같은 파도에 경제가 휩쓸리지 않도록 정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 자본주의가 변화라면 종착점이란 없다. 이제 겨우 그 성과를 가늠하기 시작했을 뿐. 역사는 흐르기 마련이어서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던 전령은 어느덧 온데간데없고 대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지 않은가. 정부에게 경제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할 때의 문제는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근시안으로 바라보고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점. 하지만 슘페터 생각에 그런 해결책은 단지 기업가 정신을 옥죄고 자본주의에 생명유지장치를 달아 잠깐 목숨을 연장해 놓은 것뿐이지 결국 숨통을 끊어놓는 짓과 다름없었다.

- 죄수의 딜레마가 경제학에서는 늘 돌연히 일어난다.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터빈 발전기처럼 대형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60년대 미국 제조업을 진두지휘하던 두 회사, 제너럴일렉트릭과 웨스팅하우스는 발전기에 수지맞는 가격을 매기고 싶었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서로 뭉쳐 발전기를 더 적게 판매하고 가격을 더 높게 부과하자고 합의하면 된다. 이때 문제는 가격이 높으면 두 회사 모두 상대회사를 속여 조금 더 낮은 가격에 발전기를 더 팔아보고자 하는 유혹을 느낀다는 점. 하지만 그리하면 가격이 곤두박질쳐서 양측 모두 이윤이 급격히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들 회사 사이의 균형은 두 깡패가 자백하는 모양새와 같다. 똑같은 문제에 산유국도 부딪친다. 60년대 석유 판매량을 줄여 단가를 비싸게 매기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산유국은 석유를 더 많이 생산해 팔고 싶은 유혹을 다시 받았다. 
사업에서도 정치에서도 인생에서도 사람들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한다. 게임이론은 그 얽히고 설킨 관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언제 서로 힘을 합치고 언제 물고 뜯고 싸울까?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력은 언제든 깨질 위험을 안고 있다.

- 어떤 게임에서는 유달리 복잡한 전략을 구사한다. 순서대로 결정을 내려야 할때, 즉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고나서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특히 더 그렇다. 만약 상대바잉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한다면 응징을 가할 수 있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70년대 미국 양대 커피회사격인 맥스웰하우스와 폴저스는 미국시장 점유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폴저스가 동부로 시장을 확대해서 사업체 인수를 꾀했는데, 이미 동부는 맥스웰하우스가 주 공급업체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ㄷ. 맥스웰하우스는 가격전쟁에 돌입했다. 가격을 대폭내려 폴저스를 시장에서 쫓아내려 했다. 일련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시장에 들어오려 하면 가격을 대폭 내릴 작정을 한다. 이 때문에 상대가 아예 처음부터 시장진입을 미적미적 망설이길 바라면서. 문제는 이런 으름장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런 협박을 실천에 옮기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여길 수 있다. 가격을 낮추면 그만큼 수익도 줄어들테니까. 그런데 맥스웰하우스와 폴저스의 경우는 이런 위협이 통했다. 맥스웰하우스가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두어 폴저스는 뉴욕시로 시장을 넓히려던 애초의 의욕을 접고 말았다.

- 빅셀은 정부가 완전히 이타적이며 오로지 공공선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시행에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낱낱이 해체했다.
뷰캐넌은 빅셀의 이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학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음. 경제학자는 정부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가정. 그런데 정부는 실제로 무엇일까? 뷰캐넌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관리나 고문이나 장관 등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이전까지의 경제학이 지닌 문제는 이들 인격이 둘로 나뉘어 있다고 여겼다는 점이다. 품질 좋은 신발을 한 켤레 구하거나 자동차를 얼마에 팔지 계산할 때 정부관리는 합리적 경제인간처럼 행동. 즉 확고하게 자기 이익을 좇으며 득은 최대한으로 늘리고 실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하지만 관공서로 들어서는 순간 오로지 머릿속은 국익만을 생각하고 사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기존의 경제학은 가정했다. 한 점 의혹 없이 올바르게 정책을 집행하고 책상에서 잠깐 눈 붙이는 일도 없으며 점심 한 끼 먹는데도 세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마치 이기심으로 똘똘 뭋인 경제적 인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정치적 인간이 들어선다. 이 인간은 철저하게 이타적인 인간으로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 그대로 행동한다.
이는 모순이라고 뷰캐넌은 주장했음.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애쓸 때와 똑같은 태도로 정부활동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정치인도 정부관리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좇는 사람이다. 뷰캐넌이 새로 개척한 경제학 분야를 공공선택이라고 함. 그리고 이를 가리켜 뷰캐넌은 낭만없는 정치라고 표현. 정치인은 이타적 영웅이 아니었다. 뷰캐넌에게 이는 어리석고 감상적인 생각이었다. 실제로 정치인은 지위를 지키는 데 더 혈안이 되어 있고 경제학자가 생각한 이상으로 몹시 추잡하고 매우 이기적이며 못 믿을 족속이었다.
미정부는 60년 내내 흥청망청 써댔고 뷰캐넌은 이론을 통해 이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 비대한 정무는시장이 더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정치인이나 관료와 더 관계가 깊다고 주장. 정부문제는 빅 빌 톰슨 시장이 저지른 황당하고 무분별한 행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색양복을 차려입은 공무원이나 워싱턴의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도 못지 않게 썩었다.

- 지대추구는 소비자에게 해를 끼침. 자동차 시장이나 우산시장이 외국경쟁으로부터 보호받는다면 사람들이 자동차나 우산을 살 때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도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이런 보호조치를 막기 위해 소비자단체를 조직하는 일에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 개개인은 결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생산자는 종종 규모가 크고 눈에 띄지 않는다. 힘이 있어 정부에 압력을 넣어 특혜를 얻는다. 하지만 기업가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뷰캐넌이 말했다. 문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 이 힘을 이용해 경제에 개입해서 재선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는 정부에 있다.
뷰캐넌은 케인스 주의 경제학자에게도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들은 경기가 침체한 시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지출을 늘려 경제를 부양해야한다고 주장했음. 이 부양책을 시행하느라 정부예산이 적자로 기운다. 정부가 거두어들이는 세금보다 더 많기 때문. 하지만 케인스주의자에 따르면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부양정책을 실시해 경제가 다시 원만하게 돌아가면 지출을 삭감해서 적자를 없앨 수 있기 때문.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정부지출이 유권자의 환심을 산다는 점. 정치인은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 물불 안가리고 지출삭감을 피해서 유권자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지출은 늘고 또 늘어 정부적자 역시 계속 증가해 간다. 이것이바로 60년대에 일어난 일이다.

-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봤자 문제만 낳는다는 프리드먼의 기본적인 철학은 대처와 레이건 속에, 그 계승자들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케인스가 보기에 경제가 불안정하면 정부가 개입하여 통화량을 투입해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제 체제 내에서 지출이 충분한지, 다시 말해 수요가 충분한지 꼭 확인하라고 충고. 프리드먼은 경제를 그냥 내버려 두면 오히려 더 안정된다고 확신. 불안적, 즉 70년대 고삐풀린 물가상승과 30년대 불경기는 정부가 간섭한 결과. 시장을 그냥 숨쉬게 놔두자. 그러면 경제가 건강해지고 안정을 이룬다. 여기에 이르는 길은 경제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을 제고하면 된다. 경제학자가 생각하기에 정부가 법인세를 없애고 시장규제를 풀면 기업이 자극받아 생산을 늘리고 노동자를 더 고용한다. 이런 이론을 공급중시 경제학이라 한다. 그리고 불만의 겨울에 뒤이어 수십년 동안 바로 이런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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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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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교문화권의 국가에서 사람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은 공자가 학식을 강조해서가 아니라, 2차대전후 토지개혁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통해 계층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교육이 계층상승 수단이 되었기 때문. 몇백 년에 걸쳐 유교가 국가의 공식 이데올로기였고, 또 다른 유교국가의 식민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5년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쟁추한 직후 한국의 문해율은 22%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에 불교국가 태국의 문해율은 53%(47년), 기독교국가 필리핀은 52%(48년), 이슬람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는 38%(47년)였다.
경제개발 초기, 60년대와 70년대 한국 젊은이들은 과학이나 공학분야 직종을 꺼렸다. 실용적인 일에 대한 편견을 가진 유교문화의 영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도적으로 인문학고 사회과학 계통의 정원과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과학 및 공학분야 학위 소지자의 군복무기간을 대폭 줄이는 특혜를 실시. 물론 과학 및 공학분야 학위소지자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일자리가 없으면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많은 개도국에서 그런 현상도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공공정책을 통해 산업화를 도모. 그 결과 이 분야로 진학한 학생들이 학위를 딴 후 보수도 좋고 지적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들을 만들어냈다.

- 문호가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따라서 그 나라의 경제가 조직되고 발전하는 양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어불성설. 그러나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흔히 통용되는 단순한 고정관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모든 문화는 복합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다양한 부면을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경제적 행동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서 문화는 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이 약하다는 점. 그 점은 도토리를 먹는 한국인에게나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에게나 마찬가지.

-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은 무보수 노동만을 제공한데서 그치지 않았다. 노예는 매우 중요한 자본동원 수단이었다. 매슈 데스먼드는 이렇게 썼다. "노예가 된 인간들은 주택담보대출이 시작되기 몇 백년전부터 대출의 담보로 사용되었다. 땅값이 별로 나가지 않던 미국 독립전... 대부분의 대출은 인간이라는 자본을 담보로 이루어졌다." 데스먼드는 거기에 더해 노예 한명 한명을 담보로 한 대출들을 한데 묶어 만든 채권거래도 이루어졌다고 지적한다. 현대 금융계에서 수천건의 주택담보대출금과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상품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자산유동화 증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이 채권들을 영국과 유럽 금융업자들에게 판매해 국제규모의 자본을 동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 금융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얻었다. 노예들이 아니었다면 미국은 훨씬 더 오랫동안 초보적 금융부문을 가진 전근대적 경제국가에 머물렀을 것이다.

- 구아노로 인한 페루의 경제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황이 시작된 지 30여년이 지나자 과다채취로인해 구아노 수출이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 그러나 1870년 대규모 칠레초석(질산나트륨) 매장지가 발견되며 구아노 수출의 쇠락으로 인한 영향이 한동안 상쇄되었다. 초석은 비료, 화약제조에 사용될 뿐 아니라 육류보존에도 쓰이는 질산염이 풍부한 광물질. 그러나 페루의 번영은 초석전쟁이라고도 부르는 남미 태평양전쟁과 함게 끝이 남. 이 전쟁에서 승리한 칠레는 볼리비아 해안지역 전무와 페루 남부 해안지역의 절반가량을 점령했음. 그 지역에는 대량의 초석이 매장되어 있고 구아노도 많아서 칠레는 엄청나게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또한 오래가지 않았다. 1909년 독일 과학자 프리츠 하버가 공기중에서 질소를 분리하는 기술을 발명. 고압전류를 사용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거기서 인공비료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말하자면 하버가 글자 그대로 허공에서 인공비료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한 것. 그 덕에 그는 19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 하지만 1차대전때 사용된 독가스를 개발한 일로 악명이 높아서 그에 게 노벨상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점잖은 자리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음

- 역사를 보면 높은 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방법은 오직 산업화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시 말해 혁신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된 근원인 제조업 분야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의미
산업화를 통해 생산능력을 더 높이면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제약을 마법처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해짐. 칠흑처럼 새까만 석탄에서 선명하기 그지없는 새빨간 염료를 뽑아내고, 허공에서 비료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고도 땅을 몇배로 늘리는 것이 마법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거기에 더해 이런 능력을 갖추고 나면 긴 기간동안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음. 초석고 같은 재생불가능한 광물 천연자원, 또는 멸치를 먹고 사는 새들의 분비물로 만들어진 페루의 구아노처럼 재생가능하지만 과잉채취로 결국 늘 바닥이 나고야 마는 천연자원과 달리 한번 습득한 기술이나 능력은 고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 한국정부는 88년까지 외제차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일본차는 98년까지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운용해 현대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클 때까지 보호막이 되어줌. 수십년 동안 한국 소비자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차를 견뎌내야 했다는 의미지만, 이런 식으로 보호받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성장은 커녕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것임. 90년대 초까지도 정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현대차를 비롯한 하이테크 기업들, 특히 수출지향적 기업들이 특별 저리융자를 받을 수 있게 보장. 이는 생산적 기업에 대한 대출에 우선순위를 주도록 하는 엄격한 은행규제와 은행부문의 국유화를 통해 이루어짐.
정부정책이 항상 도와주는 성격만을 띤 것은 아니었음. 현대차가 고유모델을 만들겠다는 겻림을 한 것은 사실 정부가 자동차 부문을 국산화하는 프로그램에 착수했기 때문. 73년 정부는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고유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위협. 규제정책과 금융을 이용해 자동차 업체들에 국내생산부품 비율을 높이라는 노골적 압력과 암묵적 압력을 동시에 넣어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발점을 꾀한 것임.

- 제지공장으로 시작했지만 성장을 거듭해 한때 세계 휴대폰 산업을 리드한 전력이 있고, 이제는 네트워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산의 주역이 된 노키아도 비슷한 성장역사를 거침. 60년 설립된 노키아의 전자부문이 이윤을 내기 시작한 것은 77년에 이르러서였고, 이미 안착해서 이윤을 내고 있던 노키아 그룹의 다른 기업들로부터 보조를 받는 한편 보호무역, 외국투자 규제, 공공조달 특혜 등의 도움을 받음
자국의 자유기업 체제에 대해 높은 긍지를 보이고 영웅적 기업가를 늘 칭송해 마지 않는 미국마저 현대경제에서 집단적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통해 발전한 나라다. 미국이야말로 유치산업론을 발명하고, 19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자국 어린 기업들이 성장할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보호주의 장벽을 높게 둘러쳐서 우월한 외국제조업체, 특히 영국 제조업체로부터 자국기업을 보호한 나라다.
- 주목해야 할 부분은 2차대전 이후 미국 정부가 기초 테크로롤지 개발에 공공자금을 동원해서 기업들을 도운 사실이다. 미정부는 국리보건원을 통해 제약 및 생명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자금을 댔다. 컴퓨터, 반도체,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을 비롯한 정보화시대의 기초 기술이 미국 국방부와 군부의 국방연구를 통해 처음 개발됨. 이런 기술이 없었다면 IBM도, 인텔도, 애플도 없고 실리콘밸리도 없었을 것임.

- 개인의 비전으로 성공적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화는 현대 경제학계의 담론을 장악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있음. 자본주의 초기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을 수도 있는 시나리오다. 생산규모가 작고 기술이 단순한 시절이었기 때문. 그런 환경에서는 뛰어난 개인기업가가 큰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실 그 시절에도 기업이 성공하려면 그냥 뛰어난 개인만으로는 부족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규모가 큰 생산, 복잡한 기술, 국제규모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19세기 말 이후의 환경에서 기업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기업리더뿐 아니라 노동자, 엔지니어, 과학자, 전문경영인, 정부의 정책 입안자, 그리고 심지어 소비자의 노력까지 모두 포함됨.
한국과 이탈리아라는 국수에 집착하는 두 나라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살펴보면, 현대경제에서 기업은 더 이상 개인의 비전이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적 기업은 집단적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 맞물린 특허가 갑자기 새로운 문제로 등장한 것은 아님. 19세기 중반 재봉틀 산업의 기술적 진보를 마비시킨 것도 이 맞물린 특허문제였음. 당시 재봉틀 산업에서는 다들 특허권 침해로 서로를 고소하기 바빴다. 연관성이 매우 높은 기술들이 많아서였고, 이로 인해 기술발전이 가로막혀 있었음. 이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1856년에 고안된 것이 특허풀이었다. 재봉틀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를 모두 공유해서 새로운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온 이 조치를 재봉틀 콤비네이션이라고 함. 연관성이 강한 산업분야에서 특허 풀을 운용한 예를 많다. DVD의 부호화와 압축방식의 국제적 표준인 엠펙2, 휴대전화 전파 식별태그인 RFID 등이 그 예이다.
- 어떨 때는 정부 특히 미국정부가 개입해서 특허풀을 만들기도 했다. 1917년 공중전이 강화된 1차대전 참전준비를 하면서 미정부는 당시 2개의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라이트와 커티스를 포함한 항공산업부문에서 특허풀을 만들 것을 권장했다. 60년대에는 이미 반도체 초기 연구에 거의 전적으로 돈을 댄 미 해군이 TI와 페어차일드 사이의 특허풀을 명령했다.
황금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맞물린 특허의 문제는 최근 더 많은 종류의 지식, 심지어 유전자 수준까지 파고들어가는 지식이 특허로 보호받게 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음. 이제는 과학자가 중요한 기술적 진보를 일구어 내려면 변호사 부대가 선봉대로 나서서 특허 덤불을 헤쳐 나가며 길을 터주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한때 기술혁신의 강력한 촉매가 되었던 특허제도가 이제는 큰 방해물이 되고 말았다. 

- 자유무역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거래가 해당정부의 규제나 세금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바로 이 때문에 자유무역 1기(19세기와 20세기초)에 자유무역은 거의 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나라들, 다시 말해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 등으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나라들에서만 행해짐. 국가들 사이에 형식적 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인 현재의 자유무역 2기에서조차 자유무역은 모든 당사사에게 평등하게 혜택을 주지 못함. 국제무역 규칙이 강한 나라들에 의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지고 시행되고 있기 때문. 
국제무역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이해하고, 자유라는 휘황찬란한 단어에 눈이 멀지 않을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무역처럼 논란의 여지 없이 모든 이에게 좋은 거라고 여겨지는 것을 두고 왜 그토록 많은 논쟁과 갈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임.

- 요즘 미국을 비롯한 부자나라 사람들은 바나나 리퍼블릭을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음. 하지만 이 표현은 원래 부자나라 거대기업이 가난한 개도국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 이 의류 브랜드 이름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굉장히 모욕적이고 불쾌하다. 커피 원두를 갈아주는 힙한 가게를 사탄의 공장이라 부르거나, 고급 선글라스 가게를 암흑의 대륙이라 부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사탄의 공장은 영국 산업혁명 초기에 노동자 착취가 심한 공장을 일컬은 말. 암흑의 대륙은 유럽인이 19세기이전 아프리카를 부르는 표현으로 유럽중심적 무지함이 배어 있다.)
- 결과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나라에는 그 나라의 나머지 경제와 별도로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이 이른바 스크루드라이버 오퍼레이션이라 부르는 조립작업만 하는 방식으로 섬처럼 존재하는 엔클레이브 현상이 벌어짐. 지역기업들에는 거의 하청을 주지 않고 대부분 수입된 부품을 완제품으로 조립하기 위해 그 지역의 값싼 노동력만을 이용하는 것. 이런 경우에도 얼마간의 혜책이 있을 수 있지만, 다국적 기업의 진출로 인해 거둘 수 있는 진짜 혜택(고급기술 이전, 선진적 경영관행, 더 나은 기술을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습득하고 훈련받을 기회 등)의 대부분은 현실화되지 않음
엔클레이브 경제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필리핀. 필리핀은 어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하이테크 경제를 가진 나라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필리핀은 제조업 수출품목의 60%가 전자제품으로 이루어진 하이테크 제품으로 전 세계 최고수준. 이렇게 하이테크인데도 불구하고 필리핀 1인당 소득은 3500불에 불과해 미국 6만불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3만불에도 못미침. 이는 필리핀에서 수출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엔클레이브에서 스크루드라이버 오퍼레이션을 하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에서 생산되기 때문. 필리핀은 아마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되겠지만 개도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은 엔클레이브 안에서 스크루드라이버 오퍼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 부자나라들에서조차 신자유주의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부자나라들에서는 시장의 힘을 제어하고 규제하는 데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던 혼합경제 시대보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기간에 성장률이 더 둔화하고 불평등이 더 늘어나는 한편 금융위기가 더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개도국들에서 운용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재앙에 가까웠다. 이 정책들이 그들의 필요에 특히 더 맞지 않았기 때문. 무엇보다 개도국들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보호무역, 보조금, 외국인 투자규제 등을 주도하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아래 자국 생산자들이 성장을 해서 생산성이 더 높은 산업부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신자유주의 전통에서는 완전히 부인하기 때문.

- 좌파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 생각. 그래서 개인마다 다른 필요와 역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함. 반면 우파는 기회의 평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 그래서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개인간의 역량이 어느정도는 균등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함. 이것은 부모세대가 상당한 정도로 결과의 평등을 누려야 가능한데, 그렇게 되려면 소득을 재분배하고,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기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을 규제해야한다.
채식주의자에게 닭고기 기내식을 주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 생각하는 항공사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승객들의 여러가지 취향과 필요를 모두 맞추어 주는 다양한 기내식을 제공하지만 표가 너무 비싸서 극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 또한 원치 않는다.

- 탈산업 사회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위스는 사실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 정도가 높은 나라로,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세계 1위다. 메이드인스위스라 적힌 상품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부분적으로 스위스가 작은 나라여서이기도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생산재라 부르는 기계, 정밀장비, 산업용 화학물질 등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 이른바 탈산업사회의 성공담으로 꼽히는 또 다른 나라인 싱가폴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산업화된 국가라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스위스 성공의 비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은행이나 고급관광상품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제조업 부문이다. 사실 초콜릿 분야에서 쌓은 높은 명성마자 제조업 부문의 혁신(분유발명, 밀크 초콜릿 탄생, 콘칭 기법 개발 등)에서 기인한 것이지 초콜릿바를 사는 데 은행이 복잡한 할부구매법을 제시하거나 광고회사가 멋진 광고를 하는 식의 서비스 산업 덕부닝 아니다.
스위스가 뜻하지 않게 롤 모델로 제시되는 탈산업사회 담론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고, 최악의 경우 실물경제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그 주장을 믿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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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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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경제토픽

경제 2024. 12. 31. 07:28

- 일대일로 정책의 문제점
첫번째, 공급과잉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세계경제 불황이 지속되었음에도, 지속적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중국경제 내에 만성적 디플레이션압력이 발생. 16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유 중에 상당부분은 중국기업들의 저가공세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미국 경제가 호황일 때는 중국산 저가제품이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었음. 그러나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자, 미국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보다는 일자리 감소에 더 주목하기 시작. 트럼프 정부가 대중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지지율이 오르는 일은 이를 반증함.
두번째,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정부 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것.
가장 대표적 사례가 시주석이 17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슝안 신도시 프로젝트. 중국 정부는 슝안이 인류발전사의 모범도시로서 혼잡한 베이징을 대체할 것이라고 선언. 슝안 프로젝트에만 무려 835억불이 투입되었는데, 이는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 용량을 자랑하는 중국 충칭의 싼샤댐 건설비용의 2배를 넘는 금액.
물론 슝안 프로젝트의 성패를 단언하기에는 이름. 홍콩 옆의 어촌마을 선전이 거대도시로 성장한 것처럼, 멋 훗날 슝안이 새로운 수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슝안의 옥수수밭이 고속털도 기차역과 사무용 빌딩 그리고 주거단지 등으로 바뀌었지만 거리에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게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학이다. 22년까지 베이징에 위치한 4개 대학이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슬그머니 제2캠퍼스 건설로 바뀐 모양새다.
- 4억 중국 베이비붐 세대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에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음. 교육의 부재는 정보화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는데요. 더불어 호구제도가 도농격차와 농촌 노인빈곤 문제를 심화시켰음. 부모세대의 가난을 지켜본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게 되자 중국 내수경기는 끝없는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 우크라이나 경제가 15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만성적 정치적 혼란을 잘 이용하면 얼마든지 벨라루스 같은 위성국가로 만들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럼에도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반러감정이 높아진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 경제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침. 러시아가 군사 강대국으로 주변 국가를 위협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이 높아지고 있었던 것
러시아 전쟁수행능력의 감소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인구감소. 러시아는 90년대 초 소련붕괴 이후, 총인구가 만성적 감소세를 보임. 유엔 인구전망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는 현재 1억 4500만명에서 2050년 1억 2000만명으로 줄어든다고함. 더 나앙가 러시아계  인구는 2010-2021년 540만명이 감소해, 러시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서 72%로 감소.
특히 러시아 인구를 크게 감소시킨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는데, 러이사 사망자수는 인도 다음으로 많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됨.
- 문제는 젊은 남성의 사망과 해외이주가 신생아 출산 감소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이 아이티 수준에 불과한데다, 출산율까지 급락하면 러시아 인구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1억명을 하회할 수 있음.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제재 속에 첨단산업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움
물론 전쟁 자체는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음. 24년 2월, 미국 상원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부결시키는 등 아직도 서구세계는 전쟁은 남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에 승리한 들, 국경선을 이전보다 서쪽으로 조금 더 밀고 나갈 뿐 러시아의 미래는 바뀌기 어려울 것임.

- 독일 경제상황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교훈을 준다. 라이카와 자이스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광학기술의 나라가 ASML같은 거대 반도체 광학장비 회사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90년 독일 통일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느라,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독일 기업들이 제때 투자할 수 없었던 것, 더 나아가 99년 유로화 시스템 출범 이후, 유럽경제통합의 혜택을 만끽하느라 방심했던 것, 11년부터 시작된 남유럽 재정위기로 독일정부가 엄청난 부담을 짊어진 것 등이 주요 원인

- 70년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은 경제에 세가지 선순환을 일으킴. 가장 직접적인 효고는 고용증가로, 인도 성인 남성 실업률은 05년 8.6%에서 22년 4.9%로 떨어졌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각 가정의 소비가 촉진되는 것은 물론 자녀에 대한 교육도 늘어남. 외국인 직접투자가 유발하는 두번째 효과는 기술습득. 낮은 인건비와 저렴한 토지가격의 매력에 이끌려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의 부딪히는 가장 근본적 문제는 숙련기술자의 부족문제.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현지에서 근로자를 채용할 때 신중을 기한다. 쉽게 직장을 옮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을 채용.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이 일어나게 됨. 물론 기술을 습득한 이들이 경쟁자로 변신할 위험이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신속하게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급하기에 이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음. 마지막 효과는 정부 재정능력 강화. 고용이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이익을 내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도 증가. 물론 전부가 늘어난 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지기도 함.

- 14년 집권한 모디 내각은 강력한 인프라 투자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칭찬밪을 만함. 인도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연착이 일상화된 철도와 만성적 교통체증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선명함. 그러나 24년 완공된 델리-뭄바이 고속도로는 기존 12시간에서 6시간 내외로 수송시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됨. 특히 모디 정부는 향후 2년간 약 5217억불에 달하는 신규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1년 동안 인도에서 실시된 인프라 투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임

- 만성적 전쟁상태가 이어지고,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의 세력이 강화되는 상홍에서 혁신국가로서의 이스라엘 미래는 어두움. 48년 이후 이스라엘이 전쟁에 연전연승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의 번영 때문. 74년 세계적 반도체회사 이텔이 하이파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 것이 결정적 계기.
도브 프로먼 인텔 부사장은 나치 독일의 초대 퓌러, 아돌프 히틀러에게 부모님을 잃은 경험이 있고, 73년 벌어진 중동전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에서 여생을 마치기로 결정. 인텔은 프로먼 같은 인재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이스라엘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85년 반도체 공장을 건설. 특히 프로먼 부사장은 91년 걸프전 당시 이스라엘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중에도 본사의 철수권고를 물리치고 연구에 몰두했던 것으로 유명.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조되는 반이스라엘 감정은 큰 문제임. 미국 유대인의 대부분이 도프 프로먼 같은 아슈케나즈계이기 때문. 중부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을 아슈케나즈라 부르는데, 이들은 미국 유대인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 참고로 하레디의 주축은 남유럽과 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유대인 분파인, 스파라드 및 미즈라흐계임. 혁신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을 만든 아슈케나즈계 유대인 입장에서 볼 때, 최근 이스라엘 정치 및 인구지형의 변화는 그리 달갑지 않다.

-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이어 리쇼어링 붐까지 겹치며, 미국 노동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 심지아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결국 공장 가동을 연기하기도 했다. 물론 정보통신 분야의 일자리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음. 그러나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주변에 연쇄적 고용붐이 발생. 애리조나 혹은 텍사스 같은 곳에 거대 반도체 공장을 짓게 되면 제일 먼저 물 문제가 부각됨. 깨끗한 물을 대량공급하는 문제 외에,, 사용된 물을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게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필수적임. 더 나아가 땅값이 싼 외진 곳에 주정부의 지원을 노리고 공장을 지었으므로, 새로운 도로와 공항 건설이 추가되어야 함. 대만과 한국에서 이주한 엔지니어들이 머물 숙소는 물론 자녀들이 다닐 학교도 지어야 하며, 만일의 사태를 위해 경찰서, 병원, 소방서 건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
이 과정에서 주변이 많은 일자리가 생김. 미국 지리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도시 지역 320곳의 미국 근로자 110만명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 연구결과, 대도시 지역 한 곳에서 첨단기술 일자리가 한 개 늘어날 때마다 장기적으로 다섯 개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첨단기술 분야 밖에서 창출된다.

- 20년을 고비로 고용률이 급격히 높아진 이유
첫번째 요인은 경기회복.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뿌린 것이 큰 영향을 미침.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뿌렸지만, 선진국 수요가 회복되며 수출이 살아났기에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음.
두번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인구집단, 베이비붐 세대는 55-63년에 태어난 약 800만명으로 고도성장기의 과실을 고스란히 누린 이들. 특히 대기어이나 공공기관에 종사한 이들은 10년대 이뤄진 정년연장의 혜택까지 주렸기에, 어떤 세대보다 부유함. 그러나 아무리 정년을 연장한다 해도 60대에 접어듦에 따라 은퇴자들이 늘어나는 중. 
우리나라 고령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건강한데다 고령층 내의 불평등이 심하기에, 한국의 고령자 고용률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36.2%에 이름. 그러나 고령자 대부분이 단순노무 및 농림어업에 편중. 즉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사무직 및 관리, 전문가 일자리의 문이 열린 것은 사실로 보임.
노동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마지막 이유는 몇몇 산업에 파괴적 혁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 있다. 
-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활동을 중단하면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 안 그래도 인공지능 혁명의 바람이 부는데, 기업들 입장에서 큰 행운이 시작된 셈. 따라서 기업들은 로봇을 비롯한 기계장비 투자를 세계최고 수준으로 늘리는 중. 물론 설비투자만큼 채용을 늘리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는 정부정책 그리고 기술혁신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 
이 대목에서 노동시장의 호황이 한국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라면, 금방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은 독자들이 있을 수 있음. 그러나,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님. 주요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전기차를 비롯한 파괴적혁신의 출현에 대응해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

- 직관적으로 보기에 식료품 가격와 원유 가격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음. 농산물은 기후변화 여건에 민감하며, 원유는 중동이나 미국, 러시아 같은 주요 산유국 상황이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도입한 바이오연료 보조금 제도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원유가격을 추종하는 일이 벌어짐. 
휘발유를 대신해 사용되는 바이오에탄올은 주로 옥수수를 통해 만들어지며, 바이오디젤은 콩기름이나 유채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지며 경유를 대체.
그러나 휘발유 연비에 비해 바이오연료의 연비가 좋지 않기에, 국제유가가 쌀 때는 바이오연료를 최저레벨로 혼입하는 게 일반적. 반면 원유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 미국은 10%, 인도는 7.5%, 그리고 EU는 10% 상한까지 바이오 연료 혼입비율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곡물 소비량도 증가. 이미 만들어놓았던 바이오연료 재고가 소진되고 곡물수요가 늘어나니, 당연히 곡물가격도 상승
자동차를 굴리는 데 들어가는 곡물의 양이 대체 얼마이기에 국제 곡물시장을 뒤흔드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다. 세계 최대 곡물생산국인 미국 옥수수 생산 중 약 35%이상, 그리고 콩 생산량 중 40% 이상이 바이오연료로 사용되고 있음. 그러나 이는 에너지 효율 면에서 매우 비효율적. 왜냐하면 콩이나 옥수수로 얻어진 바이오연료의 효율이 높지 않고, 또 이 작물의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 이를 학계에서는 에너지 수지비(EPR, energy profit ratio)가 낮다고 함. 
예를 들어 옥수수 생산에 투입된 에너지에 비해 바이오에탄올의 에너지 비율은 0.8. 제조에 투입된 에너지가 얻어지는 에너지보다 크다는 뜻이니 바이오연료 의무혼입제도는 에너지 낭비임. 그러나 각국 정치적 사정이 겹쳐 있는 탓에 이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은 낮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으로, 바이오연료 관련 보조금이 집중되는 곳은 일리노이, 인디애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미시간, 미네소타,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노스다코타 등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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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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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인플레이션으로 침몰한 로마제국
로마제국에서도 황제가 주화발행권을 독점. 영어로 돈을 머니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여신 주노(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 아내 헤라)의 별칭인 모네타로부터 유래. 로마제국은 모네타 신전에서 독점적으로 주화를 제조.
지중해 주변국가를 정복한 뒤에도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비를 부담해야 했던 로마제국의 주요재원은 모든 거래에 일률적으로 1%씩 부과하던 물품세였다. 하지만 물품세만으로는 막대한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고, 제국은 지속적으로 주화의 귀금속 함량을 낮추면서 재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최전성기였던 오현제시대(96-180)에도 재정 가운데 절반이 군사비로 지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는데, 도로건설 역시 실업병사를 구제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이었음. 갈수록 은 함유량이 떨어지고 급기야 5%밖에 섞이지 않게 되어 실질적으로 은화가 동화로 바뀌었다고 하니, 재정난이 얼만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은 함유량이 적어지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 이것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말하면 지폐를 증쇄하는 것과 같으며 인플레를 초래하게 됨. 로마제국은 요즘 말로 장기 인플레이션으로 멸망한 것이다.

- 전략가였던 쿠빌라이는 페르시아만과 중국의 연안부로 이어지는 바다의 세계와 초원길로 이어지는 육지의 세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규모의 대상단을 갖추었고, 상단의 교역로를 자신이 건설한 정치, 경제도시인 대도(북격)까지 연결. 현재 중국 정부가 제창하는 일대일로 정책은 유라시아를 시야에 넣은 쿠빌라이의 상업전략을 모델로 한 것.
이 시대는 초원길과 바닷길을 연결하는, 유라시아의 육지와 바다의 간선이 서로 이어져 경제공간이 단숨에 확대된 경제의 약진기였다. 제노바,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상인은 육지와 바다를 통해 몽골 상업권에 진입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명의 마르코포롤가 유라시아 각지에서 교역을 하며 부를 축정. 이 부를 토대로 상인들이 지원하여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다.

-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국지적인 몽골제곡은 영국 등 유럽세력에 의해 내부대립이 일어나 망하거나 또는 맞서 싸우다가 멸망했지만, 곳곳에 침투해 있던 유목제국의 틀은 잃어버리지 않음. 지금도 러시아, 중국, 서아시아에서는 군사우위 체제인 강권국가의 흐름이 이어짐. 18세기 초의 역사지도를 살펴보면 국지적 몽골제국이 병존했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음.
(1) 터키인이 지배하는 오스만 제국
(2) 무굴제곡
(3) 유목계 여진족(만주인)의 청제국
(4) 북쪽의 대삼림지대를 통합한 러시아제국
이 네개의 제국이 국지적 몽골제국에 해당.
청나라는 몽골인과 대립관계에 있던 만주의 유목민인 여진족이 세운 국지적 몽골제국이며, 러시아제국의 군대는 터키계의 카자크가 주력이었음. 따라서 폭넓게 보면 몽골인 대신 터키인과 여진족의 군대가 아시아 세계를 거의 이등분한 셈. 광활한 영역을 지배한 유목민의 노하우와 군사력이 계승된 것임.
영국 등 유럽세력이 각 제국을 정복한 뒤 지속적으로 쇠퇴해가던 러시아와 중국에는 사회주의가 유입되었으며, 이후 사회주의는 변질되어 힘을 잃어버렸고, 전통적인 강권체제가 부활. 2차대전 종전 후 민족간 대립과 사회주의 흐름이 거세지며 한때 유라시아 구세계가 일신된 듯 보였다. 하지만 리먼쇼크 이후 구미세력이 후퇴한 후 유라시아에서 전통사회가 급격하게 부활하고 있으며, 서아시아, 중국, 한반도 등에서 낡은 사회가 되살아나는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 염격한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이 15세기 말 유대교도 추방령을 내리자, 추방된 유대인의 일부가 암스테르담으로 이주. 그들이 지중해 경제권에 확대되었던 이슬람의 어음제도를 정착시킨 것이 네덜란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됨. 해운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됨.
산란을 위해 찾아오던 청어가 오지 않게 되면서 어획량이 줄어 소금에 절인 청어를 유럽에 공급할 수 없게 된 한자동맹의 맹주 뤼베크를 대신하여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유망으로 잡은 청어를 소금에 절여 유럽 전지역에 판매. 이것으로 경제발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조선업, 해운업, 상업, 출판, 금융등을 통합하여 단숨에 경제를 성장시캄. 

- 상선을 대규모로 움직여 상업활동을 하자면 당연히 화폐가 대량으로 필요했는데, 유대인이 도입해온 어음거래와 암스테르담 외국환은행 덕에 부족한 화폐문제가 해결됨. 암스테르담 외국환은행이 계좌에 화폐를 기호화하여 상거래를 하면서 예금이 통화로 인정받게 된 것임. 세계 최초 예금통화의 출현이다.
네덜란드 조선업이 번성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된 사순절의 단백질원으로 애용되던 청어에 이르게 됨. 14세기 경에는 산란하기 위해 발트해 입구 덴마크령의 좁은 해협으로 대대적으로 몰려들었다. 이것을 뤼베크 등 한자동맹의 상인들이 잡아 소금에 절인 뒤 나무통에 담아 유럽 각지에 판매하여 큰 이익을 올림. 그런데 그 청어가 덴마크령에 몰려오지 않게 되었고, 15세기 이후 청어 어장이 북해로 옮겨감. 1-3월 북해 서부 어장에서 수많은 네덜란드 어선이 유망으로 청어를 포획. 청어는 선상에서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이나 식초에 절이는 등 가공되어 유럽각지로 보내졌고, 네덜란드인은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 해상에너슨 대항해시대 이후, 영국의 왕이나 귀족은 뱃사람에게 특허장을 주고 사략선에 태워 대서양을 왕래하는 스페인의 은수송선을 습격하게 했고, 스페인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략선 활동을 위해서는 대형선, 무기, 선원, 자금뿐 아니라 뱃사람이 포로가 되면 석방을 위해 힘써주는 후원자가 필요. 간단하고 빠르게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합법적 해적이었던 것이다. 사략선은 평균 3000-4000파운드의 수입을 올렸는데, 그중 5분의 1이 선장의 몫으로 돌아갔고 잔액은 후원자인 귀족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후원자에게는 그야말로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 영국의 지배층은 모험성과 약탈성을 띠게 된다. 
1588년 해적행위를 되풀이하는 영국을 제압하기 위해 스페인은 배 130척 선원 1만명, 육상병력 19000명으로 구성된 그랜드 아르마다(무적함대)를 파견했지만, 도버해협에서 드레이크가 이끄는 영국 사략선과 해군에 거의 괴멸됨. 이것이 이른바 천하를 겨루는 결전이 된 아르마다 해전이다. 그 결과 해상패권이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넘어감.

-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의 자멸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패한 이유는
(1) 지휘관인 귀족이 해전을 지휘한 경험이 없었고,
(2) 주로 대형함선으로 구성되어 움직임이 둔했으며,
(3) 계속 폭풍이 부는 등 기후조건이 나빴다는 점을 들 수 있음. 여기에 스페인 재정이 악화되어 함선을 제대로 보강하지 못한 점도 패배를 초래한 중요 이유였음.
대항해시대 이후 스페인은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으나
(1) 신대륙에서 들여온 방대한 은이 오스만제국과의 전쟁, 네덜란드 독립전쟁, 30년 전쟁 등의 군비를 충당하느라 국외로 유출되었고,
(2) 유대교도 추방령으로 경제능력이 높은 유대인을 국외로 추방했으며,
(3) 신대륙에서 대량의 은이 유입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국내산업이 쇠퇴했고,
(4) 거래를 할 때마다 세금을 징수하는 아르카바라 라는 소비세로 민중의 삶이 피폐해졌다.

- 국민이 보증하는 빚은 믿을 수 있다.
현재 정부와 정부기관이 발행하는 채무를 소버린 본드라고 총칭함. 국왕이 전쟁 등 긴급한 사태가 발생하면 금융업자나 상인에게 돈을 빌리고 툭하면 떼어먹다보니, 왕의 보증은 신용도가 낮았고 상인들은 핑계를 대며 빌려주기를 거부했다. 그런데 명예혁명으로 주권이 의회로 옮겨지자, 국왕의 빚이 국가의 채무로 바뀜. 국왕이 아니라 의회가 채무반환을 보증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조세로 확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구조가 된 것. 이로써 국채는 빚의 상환을 확약하는 증서로서 화폐처럼 취급받게 됨.
영국이 해군을 증강하고, 백년에 걸쳐 프랑스와 벌인 패권다툼(2차 백년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시에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매일 설탕을 넣어 마시는 커피와 홍차는 자본주의경제와 밀접하게 관련 있음. 가장 처음 설탕이 세상에 나왔고, 설탕 수요를 늘리기 위해 커피와 홍차 등 기호품 문화가 잇달아 육성되었음.
영국은 국제 경쟁력이 낮은 카리프해 설탕산업을 육성하기위해 국내에서 설탕판매를 보호하는 정책을 폈다. 1600년 국민 1인당 설탕 소비량은 연간 400-500그램이었는데, 17세기에는 약 2키로, 18세기에는 약 7키로로 격증. 하지만 설탕은 보호관세 등으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조미료로서는 수요에 한도가 있었다.
설탕상인은 증산되는 설탕의 판로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기호품 문화를 육성. 설탕 수요를 늘리기 위해 파트너로서 최초로 선택된 기호품은 커피로,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며 이슬람 세계에서 즐겨마시던 것이었다. 커피판매는 네덜란드가 선도하고 있었으므로, 영국은 청나라의 홍차와 아메리카 대륙의 카카오 등도 기호품으로 유행시켰다.

- 홍차로 반격을 도모한 영국
커피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며 아라비아반도 예멘의 항구 모카에서 유럽으로 수출됨. 그 뒤 커피는 각지에 이식되었는데, 처음에는 이슬람 세계를 통해서만 수입할 수 있었음.
네덜란드는 1640년대에 모카와 암스테르담 간의 커피무역을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그 뒤 네덜란드와 영국간에 벌어진 커피무역 경쟁에서 네덜란드 상인이 이겨싿. 네덜란드 상인은 생 커피콩이 반출되던 남인도에서 커피 묘목을 몰래 가져와 식민지인 자바섬에 심고, 주민들에게 강제적으로 커피를 재배시킴. 18세기 초에는 세계 제일의 커피상이 되어 막대한 이익을 올림.
한편 경쟁에서 패한 영국은 청나라 홍차에 주목. 영국 동인도회사는 왕실에 홍차를 들여 모닝 티 등 귀족의 홍차문화를 만들어냈고, 이것을 젠트리, 서민, 식민지에 보급해 홍차산업을 대규모 비즈니스로 육성.
설탕은 지금도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으며, 청량음료, 과자, 가공식품에 첨가되어 있다.

- 미국 독립전쟁은 본국의 생활양식으로부터 자립하는 전쟁이기도 했다. 영국 상품과 생활양식을 거부하던 식민지 사람들은 홍차를 영국적 생활의 상징으로 여겨 마시지 않았다. 대신 홍차를 닮은, 연하게 추출한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미국에서 대량으로 커피가 소비되었고 이것이 브라질 커피산업을 발달시킴.
에스프레소로 대표되듯, 유럽에서 커피란 어떻게 볶느냐가 중요한 향기좋은 음료였다. 하지만 갑자기 고안하여 홍차처럼 만든 미국커피는 그렇지 않았다. 이 점에 착안하여 미국에 커피 본래의 향기를 즐기는 문화를 보급하려 나선 기업이 스타벅스다. 독립전쟁으로 인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생겨난 아메리칸 커피를 몰아내고 스타벅스가 크게 번창한 것은 당연한 흐름. 스타벅스 회사명음 멜빌의 백경에 등장하는 냉정한 일등항해서 스타벅스의 이름을 따옴.

- 기술혁신과 콘드라티예프 파동
산업혁명기의 경제성장률은 높은 시기에 2%, 평균적으로는 1.3%에  불과했다. 산업혁명은 100년 이상에 걸쳐 농업을 대신하여 공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고 기술혁신에 의해 (1) 생산성 향상, (2) 생산량 증가, (3) 생산분야 확대 등이 축적된 과정. 
초기 산업혁명을 출발점으로 삼아 약 50년 주기로 기술이 변화했다는 주장을 전개한 사람은 러시아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다. 이에 따라 약 50년마다의 변화를 장기파동이라 부름.
시대를 구분하는 방법은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세계사의 관점에서 공업의 변화를 고찰할 때는 이렇게 크게 묶어 보는 것이 필요함.
(1) 제1파동(1780-1840) : 산업혁명
(2) 제2파동 (1840-90) : 증기기관과 철도
(3) 제3파동 (1890-1940) : 전력과 철망
(4) 제4파동 (1940-90) : 대량생산과 자동차
(5) 제5파동 (1990-) : 정보통신

- 산업사회를 궤도에 올린 철도
기계로 면포를 생산하게 된 것은 섬유산업 내의 사건에 불과. 하지만 소형화된 증기기관을 장착한 기관차가 발명되고, 새로운 교통기관인 철도가 보급된 것은 자본주의 경제를 성숙시키고 세계적 규모로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철도 건설은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고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 때문에 지구 규모로 대규모 경제성장이 일어남. 또한 속도가 빠르고 안정된 교통수단인 철도는 세계의 연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음. 유럽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체제가 완성되었고, 자본주의 경제가 지구화되었다. 철도건설은 세계를 지구규모로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기폭제가 되었고, 팍스 브리태니카라는 영국의 경제패권을 초래

- 지정학은 유럽각국의 대립이 격화되던 19세기 후반에 생김. 러시아와 세력을 다투던 영국에서 역사와 지리를 통합하여 지리조건이 국가에 미치는 정치적, 군사적영향을 지구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지정학이 출현.
영국의 지정학자 매킨더는 세계를 (1) 해양국가 영국과 대항하는 육상제국 러시아의 세력권인 유라시아 가장 깊숙한 지역인 하트랜드(핵심지역), (2) 해상패권으르 지닌 영국과 육상패구너을 보유한 러시아가 접촉하는 중국, 동남아, 인도, 서아시아, 동유럽 등의 림랜드(주변지역), (3) 일본, 필리핀 등 해양국가에 물자를 보급해주는 힌터랜드(배후지역)로 분류하여 고찰하고, 하트랜드를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았다.

- 부를 불러들인 파운드 지폐
세계 토지와 인구의 4분의 1을 지배하는 패권국가 영국은 세계 경제를 지배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영국은 유럽의 은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고가의 금을 본위화폐로 삼는 국제 금본위제를 확립하고, 언제라도 금과 교환된다는 원칙 아래 대량의 파운드 화폐를 발행. 이는 4000년 동안 이어져온 은화의 시대를 지폐의 시대로 전환한 금융사상의 중요한 혁신이다.
프로이센-프랑스전쟁(1870-71) 뒤 유대계 은행이 경제를 지배하던 독일이 금본위제를 단행하면서 은본위제에서 금본위제로 전환하는 세계적 흐름이 생겼으며, 미국과 일본도 그 흐름에 따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에서 발굴된 금은 전부 모아도 올림픽 수영장 3개반에서 4개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으므로, 파운드 지폐를 전부 금으로 교환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으며 그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치면 확실하게 대응하여 언제라도 지폐를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게 하면 사람들은 굳이 보관하기 힘든 금으로 교환할 생각을 하지 않는 법이다.

- 파운드가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
영국의 통화단위 파운드는 정식으로는 파운드 스털링이다. 파운드는 본래 고대 로마의 무게단위이며 스털링 실버는 순은을 의미. 중세 영국에서 고대 로마가 은 1파운드로 240개의 은화를 만든 것을 본떠서 은화가 주조된 것이 유래다. 요컨대 파운드라는 명칭은 이전에 영국에서도 은화가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줌. 영국이 금본위제로 전환한 것은 명예혁명 뒤의 일이며 유럽대륙에서 은 가격이 폭등한 것이 그 배경. 영국의 은화가 녹인 지금의 형태로 유럽대륙으로 유출되는 상황속에서 조폐국 장관이 된 뉴턴은 금화중심의 통화제도를 발안.

-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 뒤인 1816년 화폐법을 제정해 금본위제를 확립하고, 1821년에는 금과 교환할 수 있다고 명기한 파운드 화폐를 발행했다. 당시에는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은화를 제대로 공급할 수 없었기에 금으로 가치를 보증하는 화폐의 발행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필요한 일이었다. 영국의 파운드 발행은 이런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 결과이기도 했다.
영국은행의 통화발행량은 보유하는 금에 1600만 파운드를 더한 금액으로 제한되었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제성장에 대응할 수 없게 됨. 당시 영국은행의 금보유고는 1000만 파운드 이하였다고 하니 어렵게 금본위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영국에게 반세기 뒤처져서 1871년 독일, 1873년 미국, 1879년 일본이 금본위제로 이행. 1900년에는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금본위제로 바꾸었으며, 부족한 금 보유고는 갈수록 큰 문제가 되었다. 영국은 세계의 은행으로서 방대한 양의 금을 장기적으로 빌려주었으며 투자활동으로 전 세계에 파운드를 퍼뜨렸기 때문에 금이 부족한 상황은 상당히 중대한 문제였다.

- 미국서부에 급속하게 철도가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자본의 투자 덕분이었다. 대불황으로 투자할 곳을 잃은 영국 자본이 신흥국 미국으로 몰렸던 것. 유럽 자본의 창구가 된 것은 유럽에 금융제국을 구축한 로스차일드의 미국 대리인을 맡은 JP모건이었다. 모건은 외국자본을 이용하여 미국 최대 재벌이 됨
또한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영국의 투자가에게 철도 등 미국기업의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회사가 필요해졌고, 1870년대에 미국 철도채의 신용평가를 시행하는 신용평가회사가 등장. 20세기가 되자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 신평사가 성장. 미국에 유럽에는 없는 증권, 국채 등의 신용평가를 하는 대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미국경제의 대영종속의 흔적이며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보통 지폐는 은행권이라 불리고 금과 교환되는 것이 원칙이나, 미국지폐는 연방준비권이다.
은행권과 준비권의 차이는 무얼까? 단지 말의 뉘앙스가 다른 듯한 느낌이지만 연방준비권은 (1) 금의 보증이 필요없고, (2) 국채구입에 충당된다는 특징을 지님. 지폐를 발행하는 연준에 정부는 출자를 하고 출자자는 모두 민간 금융기관이다. 통화발행에 대해 미국정부는 발언권을 갖고 있지 않고, 민간은행이 이자가 붙은 정부의 국채를 매입하는 형태로 준비권을 발행. 정부로부터 이자를 받고 있다는 점이 미국 통화인 달러의 특징이다.

- 전쟁의 국면이 연합국의 우위로 기울어진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개최된 연합국 45개국 재무, 금융담당자 회의에서 금 1온스가 35불로 정해지고, 금달러본위제(브레튼우즈체제)가 성립됨. 이로써 달러만이 금과 교환될 수 있는 유일한 통화가 됨. 달러에 의해 각국 통화가치가 결정되는 고정상장제를 채택. 엔은 1달러 360엔으로 고정되었다.
각국 통화는 금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통화인 달러와 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금과 바꿀 수 있게 됨. 파운드를 포함한 각국의 통화는 달러의 분신처럼 됨. 최대 금융국가였던 영국은 미국과의 통화전쟁에서 패배.
미국은 19세기 영국중심의 식민지 체제를 절대적인 힘을 지닌 자국의 경제에 유리한 단일 세계체제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움. 기존의 식민지가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 미국은 (1) 국민국가를 단위로 구성된 국제연합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의한 정치적 지배와 (2) 달러에 의한 세계 경제시스템의 일원적 지배로 패권을 차지했다.

- 유로달러로 영국금융이 부흥하다.
세계의 여러 통화 가운데 유일하게 금과 태환할 수 있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은 고정상장제는 불과 25년 밖에 지속되지 않음. 미국경제가 절대적 우위를 잃었기 때문. 달러와 금의 교환이 정지된 71년 이후 세계경제는 미국 경제가 허약해지면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임.
미국은 50년대 한국전쟁과 60년대 베트남전쟁을 치르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군사기지를 유지하며 재정적자가 확대됨. 67년에는 미국 채무가 금 준비금 1.5배까지 확대되었고,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짐.
한편 세계화가 진행되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증가했는데, 이런 기업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런던 시장에서 이익을 운용했기에 미국에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음. 이런 자금이 유로달러다.
19세기 이래 국제금융을 움직여 온 런던은 전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피폐해진 것뿐이었다. 런던은 유로달러 시장으로서 끈질기게 금융력을 되찾았고 국제금융센터로서 뉴욕을 넘어서게 되었다.

- 제조부문을 중국으로 이전한 미국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큰 폭의 달러약세로 되살아난 미국은 90년대 후반 클린턴 정권하에서 금융제국 쪽으로 키를 틀더니 돌변하여 달러 강세정책을 취함. 월가는 변동상장제와 IT기술을 조합하면 금융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90년대에 금융을 급격하게 팽창시킴. 미국은 전 세계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대담하게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
IT혁명과 나스닥 혁명의 조합으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는 호황이 이어진다는 신경제이론이 제창되었고, 금융을 주도하여 미국경제를 재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짐. 그때까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던 민주당은 클린턴 정부 하에서 월가와 함께 화폐로 화폐를 증식시키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길을 선택. 견실한 제조업에서 금융으로, 즉 일확천금을 버는 길로 미국경제를 바꾼 것.
미국에서는 금융제국화와 경제의 공동화가 앞뒤로 진행되었고, 자동차, 철강 등의 공장이 노동력이 저렴한 아시아로 대규모 이전. 21세기가 되자 IT산업까지 중국에 집중됨. 이런 경향은 80년대부터 가속화됨. 2000년이 되자 미국은 기업수익의 45%를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데 반해 제조부문은 불과 5%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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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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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경제학 및 프리드먼의 주장이 갖는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프리드먼은 불평등의 상당부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무시.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어떤 사람들은 후손을 위해 저축하고 축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어떤 사람들은 당장 즐거움에 더 관심이 많다. 이런 종류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유혹은 미덕에 불이익을 주고 악덕을 보상하는 것이라고 설명. 그는 기회의 평등을 믿었지만, 상속세에 대해 미덕에 과세하고 낭비적 지출을 조장하는 나쁜 세금이라며 강력히 반대. 17년 3명의 노벨상 수장자를 포함해 727명의 경제학자가 이 주장을 지지했으며, 프리드먼이 그전에 직접 쓴 서한에도 서명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같은 이유로 부유세가 악덕을 조장하고 미덕을 저해한다고 믿으며 반대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국가간 조세감면 경쟁을 좋아했고, 조세피난처를 지지했다. 정부의 과세권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그는 결과의 불평등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더 큰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주장. 자유시장에 맡겨두면 자유와 평등이 모두 실현될 것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우리는 제약사 퍼듀파마의 새클러 가문이 수십만명의 미국인을 죽인 오피오이드 유행을 조장하면서 140억불 이상을 스스로에게 지급하는 세상을 맞이했다. 밴드와 베이비파우더를 제조하는 존슨앤존슨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지방에서 탈레반의 헤로인 공급지를 폭격하는 동안 호주 태즈매니아에서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재배하여 오피오이드 유행에 기름을 부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구급차 서비스를 사들이고 병원 응급실에 자체 의사들을 배치해 환자의 의료보험에 포함된 병원에서조차 깜짝 요금을 청구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응급실 및 수술실의 깜짝 요금은 22년 1월부터 없어졌지만, 구급차 서비스에 대한깜짝 요금 청구는 계속되고 있다. 구급차가 필요한 경우 더 나은 조건의 서비스를 찾거나 가격을 흥정할 상황이 못된다. 대신 무력한 피해자가 되어 범죄자에게 꼼짝없는 희생양이 될 뿐니다.
- 사모펀드들은 실패한 기업을 계속해서 인수하고, 사법부의 허가(아마도 경제학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판사로부터)를 받아 근로자의 계약상 의료혜택과 연금을 박탈하고 남은 회사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물리적 회사자산은 효율성을 회복하는 반면, 근로자의 손실은 효율적인 시장이라는 더 큰 정의를 위해 희생된다. 부실기업을 인수하여 기업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사모펀드의 정당한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합법적인 역할은 시장이 경쟁적일 때 작동하는 것이지, 사모펀드가 활개치는 병원, 구급차, 심지어 교도서 등에서는 아니다. 또한 사모펀드가 특정 지역의 매장을 대량으로 매입하여 지역 독점을 형성하는 때도 마찬가지로 효과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 미국은 저학력자와 고학력자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물질적 차이가 관계적 불평등으로 번지고 있다. 앤 케이스와 나는 임금, 노동시장 참여, 결혼, 사회적 고립, 고통, 자살, 약물사망, 알콜 중독에서 그룹간 차이를 분석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저학력자들에게 교육받은 엘리트를 위해 싸우라고 하는데 누구와 언제, 어디서 싸울지는 엘리트가 결정한다. 저학력 군 복무자들은 엘리트의 자녀들, 즉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대신 싸우고 있다. 우리는 이런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복무하던 시절의 사회적 연대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심을 잃어버렸다. 미국의 위대한 경제학자 중 한사람인 로버트 솔로는 41년 하버드 학부과정을 마치고 이등병으로 입대했다. 군에 가지 않았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다양한 미국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쌓은 경험이 어떻게 그의 인생에서 가장 훌륭하고 중요했는지 그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도 유익하다. 그의 경험은 오늘날 미국의 특징인 양극화와 상호이해 부족에 대한 해법을 제공한다. 

- 은행가나 기업 임원이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연봉을 받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일자리 창출과 고액납세, 삶을 변화시키는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또는 놀라운 발명 등을 통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일시적으로 설득할 수도 있다. 이런 낙수효과 주장에는 표면적 타당성이 있지만 08년금융위기는 이것이 사기임을 보여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은행가들은 엄청난 부를 가지고 떠나갔지만, 많은 보통사람들은 직장과 집을 잃었다. 나는 이제 낙수효과 논리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22년 10월 리즈 트러스가 이끈 영국 과도정부는 확실히 낙수효과를 믿은 것으로 보였다.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사회에서는 종신재직권을 얻는 것, 파트너가 되는것, 최고병원에서 치료받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가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비롯한 모든 것에서 심각한 이해관계가 걸린 일종의 시험을 거치게 됨. 불평등한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부정행위도 보상받을 수 있고, 더 불평등할수록 더 많은 보상으르 받는다. 모든 사람이 부정행위를 한다고 여길 때는 누구도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우리는 최근 대학에서의 입학부정 스캔들을 확인한 바 있다. 학부모들이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의 돈을 주고 시험성적을 조작하거나 학생 선발권이 있는 운동 코치에게 뇌물을 주어 자녀들을 원하는 대학에 입학시키려 한 것이다. 예일대에도 그런 사건과 관련된 곳 중 한 곳이며, USC도 운동코치 관련은 아니지만 연루되었다.

- 고통 혹은 위험이 없는 방식으로 연금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대개 근시안적이고, 특히 정치생명은 인간수명보다 짧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더 그렇다. 증권시장이 매혹적이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운명을 증권시장의 변화에 맡겨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세상에 마법의 해결사는 없기 때문. 개인이 경제성장의 덕을 일정부분 볼 수 있지만, 연금관리는 집단 체제하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사악하지만 정보가 더많은 정치인과 관리전문가들이 모든 위험을 은퇴 후 생활이 불안한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 최근 증권보다 훨씬 위험한 비트코인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업계 부추김에 못 이겨 바이든 행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의 퇴직연금은 22녀 비트코인에 투자되었다.

- 경제학도 변화의 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물종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이 필요. 그러나 대다수가 소수의 대학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면 그런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임. 소수 상위권 대학의 교육과 상위 5대 학술지의 기준을 해외로 확산시키는 것은 구세계의 최악의 잘못을 방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학을 획일화시키고 미래 경제학 발전의 밑거름이 ㅗ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을 제한할 위험도 있음. 비정통 경제학은 그 자체로 위기에 처해 있다. 조지 스티글러는 좋은 경제학자는 보수적이라고 주장한 논문에서 노동가치설을 신봉하는 사람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그의 급진적 생각 때문이 아니라 채용 심사자들이 그 사람이 똑똑하면서 동시에 정직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미국의 채용위원회라면 그가 노동가치설을 연구해서 무엇인가 배운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경제학에 대한 그런 단선적 사고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혹은 영국의 외부 평가위원들은 평가지표, 영향지수, 인용빈도 등을 근거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보통의 시절에도 교육수준과 상관없이 자살, 약물과다복용 및 알콜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늘 있었음. 사실 20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자살이 더 흔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매년 약 10만명에 이르는 절망사로 인한 사망의 증가는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에 국한된 것임. 마치 학위가 없으면 열등한 지위를 나타내는 주홍색 배지를 착용하는 것과 같음. 자살도 이제는 학위가 없는 사람들, 즉 그 배지를 착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절망이라는 긴 여정의 종착점이다. 시작점은 4년제 대학학위를 자지지 않은 사람들을 좋은 일자리에서 점점 더 배제하는 노동시장이다. 4년제 대학 학위를 가지지 않은 비노령 성인의 고용률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남성의 경우 계속 감소해 왔으며, 여성도 2000년 이후부터 감소. 노동시장 참여율은 호황기에 증가하고 침체기에 다시 감소하지만, 다음 호황기에서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이전 최고점에 도달하지 못함. 실질임금도 마찬가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큰 움직임 속에서 부분적으로 상승하고 하락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남성의 임금의 일자리가 많았던 팬데믹 호황기에 상승하면서 크게 주목받았으나 그들의 구매력은 80년대으 어떤 시기보다 낮았다.
- 절망사가 증가한 가장 큰 부분은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것. 이에 대해서는 제약사들의 책임이 크다. 초기 마약성 진통제 사망은 이익을 추구하는 제약사들이 사람들을 중독시킴으로써 시작된 것. 제약사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았고 이는 그들의 삶이 더 무질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역사적으로 마약확산은 사회적 혼란과 붕괴가 일어난 장소화 시기에 발생했다. 제약사와 유통업체는 마약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지원과 비호를 받기도 했다. 미국 정치에 돈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유권자의 이익과 선거자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간혹 선거자금을 선택할 정도임.
지금 자살률은 과거 지구상 최악이었던 사회 수준으로 증가. 그런 사회의 자살률은 옛 소련과 그 위성국, 그리고 중국여성, 특히 중국 농촌지역의 여성 자살률을 말한다. 이들 국가에서도 이제 세계 전체와 마찬가지로 자살률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인, 특히 교육수준이 낮은 미국인의 자살률은 부끄럽게도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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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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