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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안다는 착각

사회 2025. 4. 10. 06:57

- 연방의 통합 vs 주의 권리
트럼프 집권 동안 불거진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한 연방과 캘리포니아주 간의 갈등은 미국 연방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연방이나 주정부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입각해서 헌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의 통합이 우선이냐, 주의 권리가 우선이냐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다. 이것은 근대 최초로 왕정의 사슬을 끊고 민주주의 원칙에 의거해서 연방을 건설한 미합중국의 태생적 한계다.
헌법은 명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것이 미국의 통합을 막고 혼란을 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애매하고 허점투성이인 그 헌법이 지금까지 연방을 붙들고 있고, 무엇보다도 연방이든 주든 독재적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했다. 연방과 주의 갈등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혼란스럽게 만들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독재자의 출현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필요불가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최근 미국내에서 동맹국 방위비분담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음. 특히 17년트럼프정권이 등장하면서 이 문제는외교와 국방뿐만 아니라 국민의 여론에도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여전히 그 뿌리가 남아 있는 먼로 독트린, 즉 고립주의의 부활로 볼 수 있음. 동시에 오랜 전쟁에 지친 미국인들의 정서를 반영. 냉전이든 신냉전이든 이것이 뜨거운 전쟁은 아닐지라도 미국인들은 전쟁에 지쳐 있음. 주로 국매문제 등에 따른 극단적 진영대결의 영향으로 미국내에서는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 패권국으로의 위상을 지켜야 할지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음. 제국의 흥망성쇠에서 외부의 도전보다는 국내의 분열이 더 큰 변수가 되는 경우가 많기에, 세계 최강의 군대와 동맹국을 가진 미국의 패권의 향방도 외적도전보다는 내적 도전이 더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지난 150년의 한미관계를 되돌아 보면,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낸 나라임. 미국의 주관심은 중국과 일본. 냉전이 막 터를 잡을 때 터진 한국전으로 한국이 특별해짐. 이는 순전히 냉전구도에 따른 미국 국내외 상횡 때문. 지금도 근본적으로 미국의 주관심은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 중국은 현재 미국이 가장 견제하는 나라임. 그런 현실 속에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서 미국은 물론 이웃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은 스스로 미국에게는 물론 세계 속에서 특별한 나라가 된 것이다.

- 최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미국인들에게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때문이며,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일본 때문이며,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냉전의 혹, 북한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에게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 다만 한국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었을 뿐이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나라 국민들이 책임을 지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 캘리포니아 드림은 일반적으로 기회와 번영, 높은 삶의 질이 있는 곳이 캘리포니아라는 생각이나 인식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는 끝없는 햇살, 아름다운 해변, 기술혁신, 엔터테인먼트산업, 다양한 문화, 꿈을 추구하고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는 캘리포니아의 비전을 포괄한다.
골드러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기억으로 사라졌지만, 100년 뒤에새로운 골드러시가 찾아왔다. 골드보다 더 미국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든 것은 IT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이었다. 옛날 골드러시의 심장부는 사금이 발견된 곳과 멀지 않은 샌프란시스코였는데, 새로운 골드러시의 중심지도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시 한번 꿈과 희망을 품고 새로 도전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IT 골드러시가 새롭게 붐을 이루면서 샌프란시스코는 히피문화와 이른바 반문화 운동의 열풍에 휩싸임. 67년 샌프란시스코의 사랑의 여름이 그것을 대표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시와 음악, 자유와 방종, 마리화나와 자유연애 등으로 기성세대의 제도와 가치관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반항했다. 거기에 스티브 잡스도 있었다.

- 식민지시대 미국인들의 억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부터 남동부 조지아에 이르기까지 최초 13개의 식민지에 정착한 초기 이주민 대부분은 영국에서 건너왔기 때문. 출신지에 따라 약간으 차이는 있었지만, 사실상 영국에서 들을 수 있는 억양과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큰 지역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아이나 정도였다. 두곳에는 초기에 주로 스코틀랜드 장로교도들이 정착했기 때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부영어와 남부영어에 서서히 차이가 나기 시작. 북부영어는 영국뿐 아니라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독일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에 따라 다양해졌지만, 남부 영어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북부의 다양성은 영어가 통일되는 방향으로 발전.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교류하고 정착하면서 차츰 비슷한 억양으로 자리잡음.
이런 교류를 촉진한 것은 산업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북동부는 상공업이 발달했고, 유럽의 이민자들은 일자리가 풍부한 북동부 지여으로 몰림. 반면, 여전히 담배와 목화재배 등 농업중심적인 식민지로 남아 있던 남부는 새로운 이민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산업화에 따라 북부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면서 점차 비슷한 억양을 구사하는 영어가 정착하게 되었지만, 농업중심 남부는 기존의 전통적 억양에 큰 변화가 없었다.
- 뚜렷한 변화 없이 문화의 동질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남부 영어를 특징짓는 결정적 계기가 생김. 바로 아프리카 흑인 노예의 유입. 흑인노예들의 억양과 일듬이 기존 남부 억양과 섞이면서 오늘날 독특한 남부억양을 형성. 남부에서는 백인과 흑인노예간에 엄격한 신분차이가 있었지만 흑인들의 수가 워낙 많아서 언어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남북전쟁 직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총인구는 70만이었는데, 그중 40만명이 흑인. 특히 백인 농장주나 농장을 경영하는 백인 지배인들은 수시로 흑인노예들과 접촉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남부의 독특한 억양이 생성됨.

- 남북전쟁 이후 시카고는 육류포장 산업으로 더욱 발전. 남북전쟁은 미국 음식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옴. 그중 하나가 소고기 문화. 원래 비프스테이크는 뉴욕의 노동자들이 즐겨먹던 일종의 패스트푸드였다. 바쁜 노동자들에게 비프스테이크는 빨리 요리해서 먹을 수 있고 단백질도 풍부한 최고의 음식이었다. 남북전쟁 동안에 뉴욕의 병사들을 통해서 순식간에 다른 지역에서 온 병사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고, 전쟁 이후에 소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
이렇듯 소고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텍사스, 캔자스, 네브래스카 등 목초지에서 키운 소들이 기차로 속속 시카고에 운송됨. 순식간에 시카고는 세계 최대의 도축도시가 됨. 1870년에는 300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이 시카고에서 도축되었고, 20년 뒤에는 무려 1200만 마리가 도축됨. 1900년에 시카고 육류포장 회사들에 고용된 사람이 25000여명이었는데, 이는 미국 전역에서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넘는 숫자였다.
육류포장 사업이 성황을 이루자 시카고는 미국에서 가장 더럽고 불결한 도시가 됨. 소와 돼지의 분비물, 도축장에서 버려지거나 흘러나오는 내장과 피, 냄새가 도시 전체를 오염시킴. 그런데도 당시에는 정부가 일반 기업활동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음.
1905년 언론인 업턴 싱클레어가 정글이라는 책을 출판해 시카고 도축장의 현실을 고발. 시어도오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 책을 읽고, 1906년 육류검사법을 통과시킴. 이 법과 동시에 식품 및 의약품법도 통과됨. 이 획기적 법안들은 미국에서 육류검사와 식품 및 의약품에 대한 연방규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제 미국은 자유방임주의 원칙에서 탈피해서 필요하다면 정부가 개입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유러에서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회주의가 급부상하고, 1917년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자본주의는 거센 도전에 직면. 그런데 미국은 개혁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선택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지켜냄. 이를 미국의 혁신주의 운동이라고 하는데, 이 개혁을 이끈 핵심도시가 시카고였다. 시카고 프로농구팀의 이름이 시카고 불스다. 황소라는 이름과 이미지를 붙인 것은 개혁을 주도하며 힘차게 나아간 시카고의 역사성 때문.

- 1893년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 역사학회가 시카고에서 개최됨. 그때 역사학자 프레더릭 터너 교수가 미국 역사에서 프런티어의 의미라는 논문을 발표. 이것이 미국 역사학의 이정표적인 학설인 프런티어 이론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서부개척의 역사가 미국의 문화와 국민성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문명은 유럽문명이 미국 동부에 이식되어서 형성되고 발전되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역사가들은 주로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출신이라든지,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같은 영국 명문대 출신이거나 그 출신 스승에게 교육받은 이른바 동부 엘리트들이었다. 당연히 이들은 유럽 지향적 학자들이었다. 그런데 시카고 위의 위스콘신 주에서 성장한 터너 교수가 서부의 광활한 개척지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서부 개척민들이 진정한 미국적 전통과 문명을 창출했가고 주장한 것이다. 대체로 동부 사람들에 비해 교육받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던 보통사람들이 서부로 진출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장 미국적 전통과 가치를 만들고 다졌다는 것.
프런티어 이론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서부로 진출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착에 성공한 서부 개척민들의 자부심을 무한히 고취시킴. 한 역사가의 시선이 미국문명을 보는 시건을 바꿔놓은 것임. 미국 서부는 미국의 개인주의, 물질주의,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중요 배경으로 존중받게 되었다. 한동안 그 서부의 수도였던 시카고에 대한 시카고 사람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바람의 도시는 허풍쟁이들의 도시가 아니라 자부심이 가득한 서부인의 도시인 것이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국 역사에서 끊임엇이 반복되었다. 물론 슬로건이 똑같지는 않지만 거의 동어반복이었으며 지향점이 같았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밀어닥치자 앵글로색슨 개신교도들을 중심으로 대대적 반아일랜드, 반카톨릭 운동이 일어남.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미국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창설됨. 미국당이라고 당명을 지은 이유는 진짜 미국인들을 위한 미국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 미국인들은 바로 와스프, 즉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들이었다.
남북전쟁 이후에도 와스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은 거세었다. 미국의 폭발적 산업호로 인해 일자리가 넘쳐나자 이민의 홍수가 밀어닥침.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를 비롯한 동부유럽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이 중에는 유대인들도 포함됨. 남쪽으로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 태평양 너머에서는 중국인을 선두로 아시아인들이 미국 서부해안 지역에 정착.
기존의 와스프들은 새로운 이민자와 그들이 가져온 문화가 그들만의 미국문화를 오염시킨다고 단정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이민자들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다. 20년대와 30년대 초반까지 미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간 금주법의 배경에는 아일랜드인과 이탈리아인들을 비롯한 카톨릭계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술을 좋아하는 그들의 문확 근면, 성실의 대명사인 와스프 문화를 오염시킨다고 판단했기 때문. 

-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전구체 화학물질은 중국에서 생산됨. 이 중국회사들은 가짜 반송주소를 사용하고 제품을 눈치채지 못하게 가짜 라벨을 붙여서 수출하므로 미국 마약단속국이 쉽게 식별하지 못함. 또한 대부분의 중국 불법 펜타닐은 멕시코 마약상을 통해 미국내로 밀반입되므로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음. 미국에서는 중국 당국에 좀더 강력하게 단속해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있지만, 최근 불편한 미중관계에서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 펜타일을 근절하면 미국이 현재 마약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마약은 미국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수요가 있는 한 새로운 공급원이 생겨날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팬데믹은 오피오이드 유행을 더욱 확산시켰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공급망이 중단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개인을 통한 마약거래가 쉽지 않음에도 오피오이드 중독자는 급속히 증가. 이는 마약을 원하기만 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마약문제는 빈곤과 사회소외계층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미국을 파국으로 몰아갈 미국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미국 패스트푸드 문화의 성장은 미국문명과 연관이 깊다. 19세기 후반 급격한 산업화로 미국에 이민의 홍수가 밀어닥쳤다. 이때 유럽의 이민자들이 가져온 고향의 음식들이 미국에 소개됨.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공장에서 일하고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동 중에도 먹을 수 있는 빠르고 편리한 식사의 수요가 증가. 그중 하나가 햄버거임. 햄버거는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소개되었는데,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서 소고기를 갈아 패티로 만들어 빵과 함께 먹었기 때문에 햄버거라 불림. 1차대전 중에 미국 정부는 햄버거라 부르는 것을 금지하고 대신 자유샌드위치라 부르도록 했다. 햄버거가 적국인 독일음식이었기 때문.
프렌치프라이 역사 1차대전과 관계가 있다. 미국이 전쟁이 참전하면서 미국 병사들이 벨기에에 주둔하게 되었는데, 이때 벨기에 사람들이 감자를 잘고 길게 쪼개서 기름에 튀겨먹던 음식을 미군들이 프렌치프라이라 불렀다. 프랑스 음식은 아니었지만 벨기에의 주언어가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편의성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의 음식문화는 2차대전 이후에도 계속됨. 이때 자동차 문화가 확산하면서 미국의 외식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전쟁 이후 경제호황으로 더 많은 미국인이 정기적으로 외식을 하게 되었고, 저렴하고 편리한 식사를 선호하면서 드라이브인 레스토랑과 드라이브 스루창구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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