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기호가 거짓을 말하는 데 사용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그 기호는 진실을 말하는 데도 사용될 수 없다. (움베르토 에코) 어떤 하나의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하는 생각한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술도 엄연히 거짓을 만들어내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거짓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도 어느 순간 진실을 드러내는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대중유혹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현대의 미디어들은 끊임없이 개인의 영역에 침투하고 유혹의 메시지를 실어나른다. 하지만 미디어는 단순히 홍보문구, 상품정보, 개인의 의견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 아주 은밀하게 미디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고 세계관에 영향을 준다. 미디어가 내뿜는 이미지로 우리는 사회적 현실을 직조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살고 있고, 내게 의미를 주는 나만의 세계라 믿는다. 어느새 그들의 유혹은 나의 신념이 된다. 그렇다면 그들의 작전은 성공한 것이다
- 실제로 대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을 대중으로 보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레이먼드 윌리엄스)
- 우리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의 통제를 받으며 우리의 생각을 주조하고 취향을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에드워드 버네이즈)
-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대중의 심리를 꿰뚫는 사람이었다. 프로이트가 개인의 심리를 연구했다면 버네이즈는 대중 속에 존재하는 집단적 심리의 존재를 믿었다. 버네이즈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을 미국 최초로 영어로 번역. 좀더 나아가 그는 기업과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설득기법에 최초로 대중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적용. 대중심리학과 대중설득, 이 두가지 이질적 요소의 운명적 결합이 바로 PR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함.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고 때로는 유도하는 PR은 전략이자 기술 그리고 동시에 비즈니스였다.
파리평화회의에서 미국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선전이 전쟁을 위해 쓰일 수 있다면, 평화를 위해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선전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 나는 퍼블릭 릴레이션이라고 명명했다. (버네이즈)
촘스키 교수가 미국의 발명품이자 기괴한 산업이라고 평했던 홍보산업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 뉴스는 일상적인 환경으로부터 이탈한 어떤 가시적 행위다. ... 좋은 PR전문가란 고객들로 하여금 어떤 가시적 행위를 하도록 조언한다. ... 그 행위는 삶의 지속적인 흐름을 차단하고 어떤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버네이즈)
여기서 적어도 이 점만은 분명해진다. 좋은 PR이란 단순한 볼거리나 스펙터클의 의미를 넘어, 기존에 존재하는 상식이나 담론에 제동을 거는 행동이다. 액셀러레이터라기보다는 브레이크에 해당. 이것은 흥미로운 관점이다. 흐름을 차단한 후에야 새로운 방향으로 대중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는 PR은 단순한 홍보의 의미라기보다는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에 훨씬 가까워진다.
버네이즈가 말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통제'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그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진취적 사고와 구체적 전략으로 무장한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우리가 그에 의해 좋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PR은 분명 흥미로운 기술이다.
- 미국에서는 언제부터 베이컨을 아침에 먹기 시작했을까? 아침에 비몽사몽 일어나서 눈을 비벼가며 지방덩어리인 삼겹살을 입으로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보라. 잘 먹히는가?
2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인들 역시 베이컨을 아침식사로 먹지 않았음. 달걀과 롤빵에 주스나 커피 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으면 그게 아침이었다. 20년대 중반 신생 베이컨 제조사인 비치너트 패킹사는 버네이즈를 고용. 베이컨 판매량을 늘리는 단순한 PR전략 대신 버네이즈는 미국인의 식습관을 바꾸겠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그것은 제한된 시장 내에서 베이컨 회사까리 파괴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시장자체를 확대하려는 획기적 전략이기도 했다.
우리 회사의 고객이었던 비치너트 패킹 컴퍼니는 아주 기본적인 고민거리를 갖고 있었는데, 바로 베이컨 때문이었어. 우리가 조사를 좀 했지. 그런데 미국인은 달걀, 롤, 그리고 주스로 이루어진 매우 가벼운 식사를 하고 있었어. ... 우리는 한 의사를 찾아가서 풍복한 아침식사가 가벼운 아침식사보다 몸에 좋은지 물어봤어. 그는 당연히 풍족한 아침식사가 좋다고 했지. 이후 우리는 더 나아가 5000명의 의사들에게 그의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르르 무료로 물어봐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는데, 그는 기꺼이 하겠다고 했지. 그중 4500명이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응답했어. 이후 전국 규모의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으로 기사가 실렸지. 4500명의 의사들이 미국인들의 건강을 위해 풍족한 아침식사를 권하다. 그 기사 이후 많은 사람들은 베이컨과 달걀이 아침식사 메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베이컨의 판매량은 증가했어.
- 힐회장 : 생각만큼 여자들이 럭키를 안 사고 있소. 어떻게 하면 좋겠소?
버네이즈 : 담배포장지 색을 무난한 색으로 바꾸시죠. 아무 옷에나 어울리는 그런 색으로.
힐회장 : 이미 담뱃갑 광고에 수백만불을 썼소. 그런데 지금 와서 바꾸라고? 말도 안되는 조언이오
버네이즈 : 만일 담뱃갑 색을 바꾸지 않을 거라면 색을 유행시키죠. 녹색으로
담뱃갑 색을 바꾸는 대신 유행하는 색을 바꾸겠다는 버네이즈의 생각은 대범하고 무모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습관처럼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색의 언어라는 책에서 녹색은 희망, 승리, 풍요, 고독, 평화를 의미하는 것임을 찾아냈고 프랑스 패션업계가 발표한 옷의 20% 가량이 녹색이라는 통계도 발견. 문제는 패션계를 주목시킬 거창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바이럴의 심장부가 될 것임을 버네이즈는 알고 있었다.
- 일단 장소는 뉴욕을 대표하는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정했다. 참석자는 뉴욕 사교계를 대표하는 유명인사들로, 수익금은 자선단체에기부하는 것으로 했다. 여기에 녹색 무도회라는 멋진 이름도 붙이고 참석자 전원이 녹색의 가운을 입도록 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음 단계로 버네이즈는 녹색패션 가을오찬이라는 이름하에 같은 호텔로 패션지 편집자들을 초정, 요즘 용어로 프레스 정킷이다. 그들의 식사 테이블에는 녹색 콩, 아스파라거스, 구운 양고기, 강낭콩 수프, 민트, 피스타치오 무스 아이스크림 등 온통 녹색계열의 음식들이 올라갔다. 그 자리에 초청된 한 미대학장은 위대한 예술가들 작품에 나타난 녹색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해쏙, 한 심리학자는 녹색의 심리학적 의미를 전달함. 결과는 어땠을까?
많은 언론들이 그해 가을 녹색의 유행을 예견하는 기사를 실었다. 품위를 원하는 곳에는 품위를, 허세를 원하는 곳에는 허세를, 정보를 원하는 곳에는 정보를 주는 버네이즈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살짝 얹었을 뿐이다.
- 80년대 폴리에스테르가 합섬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패션소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도 유사함. 폴리에스테르는 싸구려, 인공의, 천박한 등의 단어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PR전문가 메리 트루델은 87년 미스 아메리카에게 폴리에스테르 소재 옷을 입혀 미 전역을 순회하게 하고, 피에르 가르뎅, 캘빈 클라인 같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의상의 소재로 활용하도록 교묘하게 설득했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레저용 의류를 넘어서-폴리에스테르에 새 생명을 같은 새로운 슬로건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킴. 이 전략 역시 미디어이벤트, 의견 지도자, 뉴스 보도자료 배포 등 바이럴의 기본요소를 모두 활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 어떤 상품을 팔기 전에 그것의 생태계를 조직하고 니즈를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체험하고 상상하게 하는것. 그것은 그 상품을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이 지점에서 버네이즈가 말하는 니즈는 단순한 상품에 대한 니즈 이상을 의미한다.
대중의 니즈는 단순히 음식에 대한 니즈일수도 있고 옷에 대한 니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내적 합리화 과정이 지속되는 것이 필요. 왜냐하면 그것은 미학적 니즈, 사회적 니즈, 가정 내 사용에 대한 니즈 등을 위한 것이기 때문.
버네이즈는 어떤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나 습관을 특정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는 믿음, 아무리 새로운 것에도 사람들은 적응할 수 있다는 낙관적 대중관, 그것은 현대 소비주의 사회를 지탱해주는 강력한 이념이기도 하다. 새로운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버네이즈는 귀족이나 부르주아 대신 새로운 지도층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들은 엘리트라는 사회경제적 특권층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특권층에게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막아내는 동시에 충동적인 대중을 통제하고 설득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기술이 바로 PR이었다.
그런 이유로 버네이즈가 그저 대중설득의 천재, PR의 아버지로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래리타이는 그를 스핀의 아버지, 정보조작자라 불렀다. 스핀은 정부와 기업에 의해 행해지는 대중기만 전략을 지칭함. 사적인 이익추구를 마치 공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언론을 통해 포장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흡연습관을 바꿔 미국 거대 담배회사들에 기여한 점, 전력시설의 공영화를 막기 위해 에디슨과 포드를 등장시켜 전구발명 50주년 기념축제를 개최한 점, 트럭을 팔기 위해 의회를 움직여 아스팔트 고속도로를 대규모로 건설하게 한 것, 60년대 미 농산물 회사 유나이티드 푸루트 컴퍼티를 위해 CIA를 동원해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과테말라 정부를 전복시킨 점 등은 우리로 하여금 버네이즈의 윤리성에 대한 판단을 고민하게 만든다.
- 어떤 것들은 진실이고 어떤 것들은 거짓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좋은 이야기들이다. (힐러리 맨틀, 울프 홀 중에서)
- 단언컨대 저널리즘에서 드라마투르기는 효과적이면서도 위험함. 대중을 호도할 수도 분열시킬 수도 있기 때문. 그것이 위험하기는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드라마투르기는 글쓰기 방식 이상의 의미를 가짐. 왜냐하면 드라마투르기는 결말에 대한 강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결말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확정적 결말이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 함. 취재경쟁이 벌어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일수록 드라마투르기는 고개를 쳐든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으며 끊임없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편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뉴스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즐겨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드라마투르기를 살펴보면 전형적 극적 구조를 갖고 있다. 사회인류학자 빅터 터너가 사회적 드라마 이론에서 언급한 위반, 위기, 교정의 3단계에 입각한듯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특히 요즘 유행하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방송소재다. 메이크오버의 대상은 자녀들의 버릇이 될 수도 있고, 피우는 강아지의 배변습관, 자신의 요리법, 패션감각, 재테크, 부부관계등 다양. 그것들은 언제나 골칫거리들이며 멋있게 바꾸고 싶은 대상이다. 가장 극단적 유형은 볼품없는 자신의 신체인 셈이다.
- 사회적 드라마.
사회인류학자 빅터 터너가 만든 개념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어떤 갈등이나 사건을 계기로 기존질서와 가치를 뒤집고 새로운 상태로 안착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함. 그에 따르면 사회적 드라마는 크게 위반, 위기, 교정의 3단계로 잉루어짐. 이것은 하나의 공동체나 사회가 겪는 일종의 사회적 의식이다. 위반단계는 사건이 발발하여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존재하는 시기. 위기단계는 점차 고조되는 단계로 기존가치가 소멸하고 새로운 가치로 대체되는 급격한 변화를 수반. 교정은 갈등을 봉합하고 공동체의 새로운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 뉴스와 오래 시간을 보낼수록 몹시 익숙해지게 될 두가지 감정은 두려움과 분노다. (알랭 드 보통)
- 뉴스는 동요하고 겁먹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원한다. 겁주거나 분노하게 만들면서 뉴스는 줄곧 대중으 똑똑한 공중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야만의 군중으로 만든다. 커뮤니케이션 개론에서 배운내용과는 정반대댜. 쏟아지는 살인, 전염병, 재해뉴스는 세상이 폭력과 광기로 가득 찬 곳이라는 두려움을 준다. 또한 세상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바보들, 특히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는 댓글로 응징을 해야겠다는 정의감으로 충만하게끔 한다. 공포와 분노는 전염성이 가장 강력한 감정읻. 위험할수록 화가 날수록 사람들은 더욱 뉴스를 찾게 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 수사학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의 저작에는 다음과 같은 수사학의 기법들이 언급되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사용된다
* 동일단어 교차반복 : 동일한 단어를 한 문장 안에서 순서를 바꾸어 사용.
(조국이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봐라)
* 접속사 생략 : 일부러 접속사를 생략하는 기법으로 리듬감이 장점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 어두 동어반복 : 특정 단어나 구, 절을 단락의 맨 앞에 반복함
(오바마의 선거승리 연설 중 '이것은 응답입니다.'라는 표현을 매 단락의 시작부분에서 반복)
* 어미 동어반복 : 특정 단어나 구, 절을 단락의 맨 뒤에 반복함
(오바마는 08년 대선 당시 "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매 단락 마지막에서 일부러 강조)
* 어미-어두 동어반복 : 동일한 단어가 한 문장의 마지막에,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 시작에서 반복되는 경우
(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
* 동일단어 연속 반복 : 단어를 의도적으로 반복함
(키케로의 수사학 중 '그렇게 그렇게 그는 어둠속을 가는 것을 돕는다"
- 이미지 조작이 용이해지는 시대는 문자 대신 이미지라는 언어만을 편식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정보편향성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대목. 이미지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해석해야 하는 대상으로 재인식 되어야 함. 그것이 사진이건 동영상이건 간에, 이미지 공유와 배포가 소통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현대에서 이미지는 아주 강력하면서도 아주 위험한 재료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미지는 공동체의 분열과 정치집단간의 극단적 대립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성찰을 요구함. 일베의 주요 언어중 하나가 집단 은어와 사진이라는 점은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미지 조작시대의 가장 위험한 점은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봐도 진짜라고 믿지 않는 것임.
- 당신은 심리학, 사회학, 통계학을 알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학문을 모른다면 당신의 고객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조언을 줄 수 없다. 예컨대 사회학을 모른다면 개인과 대중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PR전문가들은 비즈니스하는 방식밖에는 아는 게 없다. 아는 게 없는 것은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에드워드 버네이즈)
- 대중을 유혹하는 최고의 기술은 무엇일까? 미디어이벤터, 바이럴마케팅, 공포와 분노, 트라마투르기, 수사학과 아이콘, 이미지,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훌륭한 전략이지만 이들 모두에는 공통적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이들이 그저 수단적 기술에 해당한다는 것. 비유하자면 그들은 자동차이며 요트에 불과함. 실제로 그들이 달리기 위해선 가솔린과 바람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바로 대중의 무의식이 그것에 해당한다. 대중의 무의식과 수단적 기술이 잘 결합되지 않으면 대중을 유혹하는 데 실패하거나 대중의 속마음을 잘못 읽게 될 것이다. 대중의 무의식을 수단적 기술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학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 그것이 바로 PR, 마케핑,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위치하는 영역이다. 즉 PR전문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바람의 방향을 읽고 돛을 통제하거나 가솔린의 잔여량을 확인하면서 자동차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들이다. 미국 PR의 선구자였던 월터 리프먼은 이것을 동의의 조작이라고 불렀다. 동시대인이었던 버네이즈도 같은 취지로 이런 말을 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우리는 지배당하고, 우리의 생각은 틀지워지며, 우리의 취향은 만들어지고 우리의 생각은 주입된다. 이것은 민주적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 대중을 유혹하는 최고의 기술은 대중의 무의식을 이용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무의식이 새어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첫번째로 무의식은 기억으로 존재한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왜 25년전 히트작을 분석하는지, 94년 연대 근처 하숙집이 왜 드라마의 공간이 되었는지, 당대 농구선수 서장훈이 어떻게 해서 입담 좋은 토크쇼 게스트가 되었는지, 추억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방송할 때마다 왜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시 대중이 함께 공유했던 기쁜이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그것들은 현재로 소환될 수 있으며 대중의 열광은 재현될 수 있다.
또한 대중의 무의식은 상처로 존재한다. 대중은 기뻐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상처받은 자들이다. 트라우마로 존재하는 무의식은 비료적 조심스럽게 다루어지는 편이다. 의도적으로 그것을 표층으로 끌어낼 때는 다른 형태의 감정으로 대치하거나 본래의 의미를 바꿔놓는다. 에를 들어 독일과 일본은 2차대전 당시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에게 2차대전의 패배는 깊은 트라우마이기 때문. 그들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인도주의적 가치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은 수사학에 불과. 실제로 지난 70년간 자위대라는 이름하에 통제되었던 그들의 군사력과 국가자존감을 살려주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일본 정치인들은 과거의 상처를 현재의 영광으로 치환함. 히틀러는 1차대전 패배이후 극심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던 독일 국민들에게 아우토반, 폭스바겐,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베를린 올림픽 등으로 민족적 국가적 긍지를 심어주며 독일인들을 전체주의의 광기로 내몰았다. 파시즘이 생기는 것은 그들이 사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무의식은 욕망이다. 현재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강한 욕망은 가지지 못했거나 충족되지 못한 결핍을 방증. 37년간 한국인들의 밤을 통제했던 야간 통행금지조치가 해제된 82년 1월 5일 이후 심야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90년대 후반 등장한 신도시와 대형마트에 대한 사회적 판타지는 왜 생겨났는가? 제주도로 정착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주말마다 사람들이 올레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인가? 텔레비전에 등장한 강원도 오지와 남해 작은 섬이 중산측 가정의 여행코스가 된 까닭은 무엇인가? 슈퍼스타K의 흥행 이후 여전히 다양한 버전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이유로 음악영화 위플래시가 150만명의 국내관객을 끌어들이면서 한국에서는 자기계발 영화로 수용되는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 예측 (0) | 2025.04.11 |
---|---|
미국을 안다는 착각 (2) | 2025.04.10 |
평등의 짧은 역사 (0) | 2025.03.30 |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0) | 2025.02.21 |
인간무리 (0) | 202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