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예측을 위한 십계명
1. 선별하라.
힘들인 만큼 보상이 뒤따를 것 같은 질문에 초점을 맞춰라
2.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는 다룰 수 있는 부차적 문제로 분해하라
3. 내부관점과 외부관점의 균형을 맞춰라
4. 증거에 대해서는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반응하라
5. 모든 문제에서 반목하는 원인을 찾아라
6. 의심의 정도를 구분하되 그 이상은 구분하지 말라
7. 자신감은 부족해도 넘쳐도 안된다. 성급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라
8.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되 사후확신편향을 조심하라
9. 다른 사람의 장점을 취하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장점을 취하게 만들라
10. 실수의 균형을 잡는 자전거타기를 터득하라
11. 십계명을 십계명으로 취급하지 말라
- 슈퍼예측가들은 처음에는 번거로운 추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먼저 미국에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정이 전체의 몇퍼센트 정도인지부터 알아낸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기본율이라고 부른다. 기본율은 어떤 대상이 더 넓은 부류 안에 어느 정도 있는지를 따지는 개념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주변을 훨씬 저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적 조건으로 기본율을 바라본다. 그는 그것을 외부 관점이라 부른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부관점은 특정 경우에 대한 구체적 관점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미국인 가정의 62%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이 외부관점이다. 외부관점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렌제티가 애완동물을 기를 확률이 62%라고 추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뜻. 그 다음 내부관점으로 눈을 돌려 렌제티에 대한 모든 세부적 정보를 찾아 그것을 근거로 최초의 62%를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한다.
내부관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내부관점은 보통 구체적이고 당장 필요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앞으로 진행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듬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외부관점은 보통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정보이기에 스토리텔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똑똑하고 노련한 사람이라고 해도 보통은 외부관점을 도외시하기 일쑤다.
- 슈퍼 예측가들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만약 빌 플랙에게 앞으로 12개월 뒤에 중국과 베트남이 국경분쟁으로 무력충돌을 일으킬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는 무엇부터 할까? 적어도 국경분쟁의 특수성과 현재 중국과 베트남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작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는 과거에 이 두나라 사이에 국경충돌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과 베트남이 5년마다 적대적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하자. 빌은 그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5년의 반복모델을 사용해 미래를 예측할 것이다." 그런 외부관점을 적용하면 특정 해에 충돌이 발생할 확률은 20%가 된다. 이와 같은 설정을 해놓은 다음 그는 현재 상황을 분석하여 그 수치를 올리거나 내린다.
- 슈퍼예측가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예측은 취미일 뿐이다. 보답이라고는 상품권 1장과 페이스북에서 우쭐거릴 수 있는 특권이 전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열심인걸까? 정답은 재미있으니까,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어려운 일에 몰두하며 쾌감을 느끼는 성향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인지욕구라 한다. 인지욕구가 강한 사람은 십자말풀이나 스도쿠 퍼즐을 즐긴다. 열심히 할수록실력도 는다. 슈퍼예측가들은 인지욕구 테스트에서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성격적 요인도 있음. 성격심리학에서 말하는 5대 특성 중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라는 것이 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다양성 선호, 왕성한 지적 호기심 등 여러 차원이 있다. 슈퍼예측가들은 거의 예외없이 경험에 대해 개방적임. 가나 출신이 아니라면 "가나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 같은가?" 라는 질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임. 그러나 내가 로치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때 그는 거침없이 말했다. "글쎄요, 이참에 가나를 좀 공부해봐야겠군요."
그러나 지능처럼 경험에 대한 개방성 역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성보다는 그들의 행동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퍼즐을 잘 푸는 사람들에게는 예측에 필요한 남다른 자질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감정으로 채워진 기본적 신념에 의문을 던질 줄 모른다면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오히려 지능은 조금 떨어져도 자기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훨씬 유리함. 중요한 것은 타고난 정보처리 능력이 아니라 그런 능력으로 무엇을 하는가인 것이다.
- 우리는 다시 슈퍼예측가와 일반예측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운명점수와 브라이어 지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둘 사이의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두드러졌다. 사건에서 의미를 찾는 경향이 강한 예측자일수록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즉 확률적 사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예측은 더 정확했다. 이처럼 사건에서 의미를 찾는 행위는 행복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예측고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조금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정확성을 위해서는 불행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단 말인가?
- 산문을 쓸때면 어김없이 그리스 신화의 영웅을 들먹여야 했던 19세기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을 뜻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라는 표현이 있다. 스킬라는 이탈리아 해안 근처에 숨어 있는암초, 카리브디스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시칠리아 해안의 소용돌이였다. 선원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난파를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측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헤쳐간다는 느낌으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좋은 업데이트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중간경로를 찾아내는 문제다.
- 영국 소걸가 조지 오웰은 정치와 영어라는 논문에서 6가지 주요 법칙을 거론. 그중 이런게 있다.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길게 하지 말라." 그리고 "능동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수동태를 사용하지 말라." 그러나 핵심은 여섯번째 규칙이다. "말 같지 않은 말을 하느니 차라리 위 법칙들을 깨라"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는 안전장치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슴도치 전문가와 그들의 잘못된 확실성에 어쩔 수 없이 끌리게 된다. 그러나 마법의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많은 단서를 가진 다양한 원칙들이 있을 뿐. 그런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리를 적용할 때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엉터리 같은 예측을 할 바에는 아예 원리나 규칙들을 무시하는 편이 낫다.
-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싫다. 헬무트 폰 몰트게는 그렇게 썼다. 그는 1864년 덴마크를 패주시키고, 1866년에는 오스트리아를, 1871년에는 프랑스를 무찔러 이름을 높인 프로이센의 장군이다. 이런 승리는 독일의 통일로 절정을 이루었다. 전쟁에 관한 그의 저술은 위대한 전쟁이론가 클라우제비츠의 영향을 받아 쓴 작품들로,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게 되는 독일군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 그는 나폴레옹과 달랐다. 그는 자신을 체스팜의 말을 움직이듯 군사들에게 지시만 내리는 리더로 여기지 않았다. 리더십과 조직을 대하는 그의 방법은 기존의 리더의 개념과 완전히 달랐다.
프로이센 군대는 오래전부터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몰트케에게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표현은 그 함축적 의미를 되새겨봐야 하는 경구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계획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적의 주력부대와 처음 마주치는 순간 효력이 계속 확실하게 유지되는 작전은 없다." 그는 그렇게 썼다. 이 문장은 수십년 동안 되풀이되고 다듬어져 요즘은 약간 다른 말투로 병사들에게 각인된다. "어떤 작전도 적과 마주치는 순간 무의미해진다" 표현이 간단명료해졌다. 그러나 몰트케가 말한 원래의 표현이 그의 생각을 더욱 함축적으로 잘 드러낸다.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 통하는 절대적 규정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썼다. 전쟁에서 정확히 같은 사례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임기응변이 중요하다.
몰트케는 장교들의 임기응변 능력을 믿었다. 군사 훈련 외에도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인문교육이라 칭하는 훈련을 받았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한 교육. 군사과목 시간에도 그들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배웠다. 같은 시기에 미국 등 다른 나라 교관들은 문제를 제시하고 정답을 알려준다음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에게 정답을 암기하도록 훈련시켰다. 독일 군사학교 교관은 시나리오를 제시할 뿐 해법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스스로 찾아내게 했다. 의견차이는 용인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 장려되었다. 교관의 견해조차 그 자신이 전우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박의 대상이 되었다고역사가 요르크 무트는 지적했다. 장군의 견해 역시 검토대상이었다. "독일의 하급장교들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야 했고, 장군이 발언하기에 앞서 그 앞에서 여러 부대와 주요 작전의 결과를 비판하곤 했다."
비판을 인정하는 관례는 교실에서 그치지 않고 전투현장에까지 확대됨. 1758년 존도르프에서 러시아군과 맞붙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기병대를 지휘하던 프로이센의 최연소 장군 프리드리히 빌헬름 폰 나이들리츠에게 전령을 보냈다. 공격하라는 지시였다. 자이들리츠는 거부. 그때 공격하면 병력손실이 너무 클 것이라고 판단. 전령은 돌아갔다가 다시 왔다. 대체가 공격을 독촉한다는 내용이었따. 그는 다시 명령을 거부. 세번째 다시 온 전령은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목을 가져가겠다고 경고. "전투가 끝나면 내 목을 마음대로 하시라고 전하게. 그때까지는 내가 좀 써야겠네." 자이들리츠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리고 때가 왔다고 판단한 순간 그는 러시아군을 공격하여 전세를 프로이센에 유리하게 돌려놓음. 프리드리히 대제는 자이들리츠 장군으르 치하하고 목을 보전해 주었다.
- 현명한 장교는 전장에 아무리 불확실성이 가득해도 적어도 하나만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결정이다. 지휘관은 자신의 결정을 고수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적의 행동에 따라 결정을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지휘관은 의연한 결정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하며, 언제든 기존의 계획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독일군은 이런 유연성을 지휘관의 핵심덕목으로 보았다. "일단 행동을 개시하면 특별한 이유없이 이를 폐기해서는 안된다." 독일군 교본은 그렇게 언급했다. "그러나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실전에서 정해진 작전을 고집하다가는 패할 수 있다. 지휘관의 능력에는 시의 적절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간파하는 기술이 포함된다.
-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 에서부터 단호한 결정에 이르는 모든 것이 하나로 묶여 아우프트락스탁틱이라는 지휘수칙으로 결집되었다. 흔히 임무형 지휘라고 번역되는 아우프트락스탁틱의 기본개념은 단순함. "전쟁은 탁자 위에서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몰트케는 사령부의 최고지휘관을 겨냥하여 그렇게 썼다. "현지사정에 따른 결정은 신속하고 빈번하게 즉석에서만 내려닐 수 있다." 결정권은 위계체계를 따라 내려가 수시로 상황이 변하는 전장에서 가장 먼저 불의의 사태와 맞부딪히는 가장 아래쪽 병사들까지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그들이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면 군대는 결속력을 잃고 작은 단위부대들의 집합으로 쪼개져 저마다 각자의 목적을 추구할 것이다. 임무형 지휘는 전략적 응집력과 분산된 결정을 단순한 원리로 혼합한다. 지휘관은 사병들에게 목표를 일러주지만 그 목표를 성취할 방법은 설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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