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글로벌 통신망을 통제함으로써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의 통신도 감시, 감청 가능. 인터넷 등장 전에는 감시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다시 말해 감시는 흔히 테러리스트, 외국 고위관리, 그밖에 통신내용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핵심표적을 위해 아껴두는 수단이었음.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의 감시기관은 무제한의 자유와 엄청난 자원을 얻었고, 이를 이용해서 글로벌 통신망을 널리 분산된 감시체계로 바꾸었다. 미국 감시기관은 말 그대로 나라 전체의 전화통화를 한건씩 녹음하고 최대 1개월간 데이터를 저장해서 나중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의심되는 개인대화를 되감아 청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이 신세계에서는 정보수집이 문제가 아니었다. 수집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일, 그리고 그 데이터를 선별하여 유용한 정보를 얻는 일이 관건이었다. 미정부가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지닌 입지를 최대로 활용하기 시작하자 미국의 감시양상도 변모하게 됨.

- 마찬가지로 미국의 금융권력도 변모. 재무부는 9.11테러발생 2주만에 미래의 공격을 감지할 목적으로 전 세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 재부무는 전세계 금융이체의 중추역할을 하는 스위프트 메시징 시스템을 중요 정보원으로 보고 형사소환 가능성으로 위협하면서 스위프트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 그리고 달러화 결제 통제를 통해 국제은행이 미국 밖에서도 미국의 정책을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제재 유형 개발에 착수. 스위프트와 달러화 결제 통제의 결합은 이란을 세계 경제시스템에서 배제하여 결국 이란을 이란 핵문제 협상테이블로 끌어냄. 이를 기획한 미국의 관리들은 일회성 임기응변으로 생각했지만, 이것은 미국의 금융권력 전체를 바꾸는 선례가 되었다.

- 씨티은행이 90여개국에 지점을 보유한 세계 제일의 국제은행이 되자, 리스턴은 은행들이 국경을 넘어 소통하는 방식을 표준화할 기회를 감지. 주요 국제은행 모두 씨티은행과 거래를 해야 했다. 즉 씨티은행이 새로운 지불메시지 기술 표준을 정하면 그 표준이 인정되고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임. 그리고 실제로 이 표준은 확산되면 씨티은행은 "세계 지불시스템의 중심"이 되어 경쟁사에 비해 영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었다. 돈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할 때마다 씨티은행의 시스템을 거쳐야 했기에 씨티은행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할 잠재력이 생겼다.

- 유럽은행들은 씨티은행이 거래은행들에게 MARTI를 강요하는 행보에 대해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스위프트 채택에 나섬. 스위프트는 75년말까지 15개 국가에서 270개 은행회원을 보유하게 됨. 리스턴이 은행동의를 얻는 데 난항을 겪은 것을 MARTI의 실패원인으로 봤던 반면, 매티스는 훗날 MARTI에 대한 반감이 스위프트를 성공시켰다고 인정.
스위프트 회원가입은 이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뛰어들기 위한 필수조건이 됨. 스위프트가 성장하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 시스템 입장에서 스위프트가 더 필요해짐. 스위프트 설립 11년후에는 케미컬 은행의 로버트 무어가 미국 최초로 스위프트 이사회 회장이 되었으며, 06년에는 씨티은행의 야와르 샤가 회장에 취임. 오늘날 스위프트 메시징 시스템은 매년 100억개 이상의 메시지를 전송하여 1250달러 규모의 송금을 성사시킴. 달러화 결제시스템처럼 스위프트도 글로벌 금융의 중추역할을 한다. 스위프트의 공식역사를 저술한 이들이 인정한 대로 스위프트는 실질적 대안이 없기에 금융서비스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요건이 되었다.

-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가 모호하다 보니 고속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 서버로 가득한 건물에서 모든 정보가 처리된다는 사실이 쉽게 잊힌다. 아마존은 자신들이 올린 엄청난 수익보다 서버건물의 위치를 더 열심히 숨기려고 했다. 잉그리드 버링턴이 16년에 지방 자산기록을 철저히 조사한 끝에 AWS의 최초 시설은 애쉬번가 그 인접한 도시의 코로케이션 시설 안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 
클라우드 컴퓨팅의 서비스는 옮기기 어렵다. 최근 베조스의 전기작가가 기술한 대로 "기업이 일단 아마존 서버로 데이터를 옮기면 데이터를 외부로 다시 이전하는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코로케이션 시설과 데이터센터는 이전하기 훨씬 까다롭다. 애덜슨은 이렇게 말한다.
동료의 인프라 바로 옆에 50만불짜리 통신 스위치를 설치하고, 이 돈을 모두 투자한 와중에 1500만불 가치의 서비스를 이 시설에 광섬유로 연결하고, 바로 이 방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교차접속을 실행하면, 그곳에서 어떻게 바져나가겠습니까? 빠져나오는 게 기술적으로 실현가능할지조차 모르겠습니다.

- 애쉬번의 정보 복합단지에는 특색없고 나지막한 창고 70여개가 1800만 평방피트 면적에 펼쳐져 있다. (570만 평방피트 추가 건설중) 이 면적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8개를 옆으로 눕힌 것보다 크다. 인터넷이라는 거대 도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소비량은 4.5기가와트로 추정됨. 이는 화력발전소 9개가 생산하는 양의 아홉배. 현재 관리들은 아직도 전 세계 일일 인터넷 트래픽의 최대 70%가 로우던 카운티를 통해 이동한다고 주장하려 한다. 이 주장은 어느정도 맞지만 과장된 거싱ㅁ. 21년 당시 북부 버지니아는 세계에서 데이터센터 밀집도가 가장 높았으며, 용량면에서는 가장 근접한 경쟁도시인 런던을 두배 가까이 능가했다. 이는 분명 베조스가 아마존의 제2본부를 버지니아주에 두기로 한 결정에 일조했다.

- 인터넷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와 서버를 한 곳에 집중하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마나 새로운 세상을 하나로 엮으려고 한 경제 네트워크의 건설자들이 기존의 것을 토대로 발전시켜 나가려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 건설자들의 뒤를 이은 사람들은 이전 시대의 업적 위헤 도로를 건설하기가, 즉 옛 도로 위에 새 도로를 깔고 이미 존재하는 옛 교차로에서 도로들을 서로 연결하기가 더 쉽다는 사실을 발견. 인터넷은 중심이 없는 네트워크이고, 본질적으로 일부가 손상되면 우회하고 통제에 대해서는 내성이 있다는 창립신화가 허위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명백했다. 어느 해커가 96년에 작가 닐 스티븐슨에게 밝힌대로, "국가간 거의 모든 통신은 극소수의 병목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그 함의를 고민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북부 버지니아의 한 무명도시는 오늘날 아주 작은 한 점에 인터넷을 집중하여 쉽게 감시하고 이용해먹을 수도 있는 거대한 오목 파라볼라 거울이 되었다.

- 미국이 퀄컴 같은 기업덕에 복합 반도체 설계분야를 계속 장악할 수 있었따면, TSMC같은 순수 파운드리는 퀄컴 등이 설계한 복합 반도체를 제조하면서 팹을 계속 발전시켜가며 더 작고, 더 강력하고, 전력소모랴오 적은 칩을 제조해나갔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와 시놉시스처럼 미국에 본사를 둔 전문기업들은 수십억개 반도체를 탑재한 칩 설계에 자동화 도구를 제공했다. 한 에로 애플과 VLSI테크놀로지, 영국 에이콘 컴퓨터의 합작 투자회사로 출발한 ARM은 휴대전화와 애플의 신형 M1칩에 사용되는 RISC(축소명령집합컴퓨터) 아키텍처 등을 고안해서 특수 칩 공정에 대한 지적재산의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 리스턴은 정부대신 기업이 주도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와 동료들은 각 국가의 시장이라는 물결이 국경의 한계를 넘어 서로 합쳐지면서 세계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정보, 돈, 생산의 대양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리스턴을 비롯한 기업가들이 군주가 되기를 열망하지 않았을지라도 자신만의 기업제국을 건설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경제지배력을 집중해서 독점이윤을 올리기를 원했다.
이들이 세계로 진출할 때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감지한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리스턴은 유로달러와 전자적 화폐흐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열정적으로 설파했다. 98년 캐나다 정치경제학자 에릭 헬라이너는 리스턴의 비전에 회의적 태도로 응수. 유로달러 시장의 존재는 정부의 묵인하에 가능했을 뿐 아니라 미국이 이 시장의 번창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고사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이 뉴욕이나 런던같은 거대 금융중심지에 더욱 집중되면서 전자적 화폐흐름은 이 중심지의 여러 중앙 초크포인트를 거쳐야 했다. 헬라이너의 추측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은 실제로 미국 같은 국가의 권력을 약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키우게 된다. 이들 국가의 정부가 언제 이 권력을 장악할지, 그리고 실제로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할지가 문제였다.

- 클라우드라는 명칭은 유쾌하고 가볍게 들리지만, 그 실체는 애쉬번 등지에 위치하고 에어컨이 돌아가는 건물에 고밀도 서버랙이 빽빽히 배치된 형태. 미국 정부는 무질서하게 흩어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대대적으로 조사하지 않아도 프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에게 특정 인물이나 주제에 대한 유용하고 구체적 정보를 요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일부 기업이 협력하지 않았다. 야후는 정부의 요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하에 정보제공을 거부. 그러나 양대 비밀 감시법원인 해외정보감시법원과 해외정보감시항소법원이 야후에 불리한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미정부는 야후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일 벌금 25만불을 부과하겠다고 위협. 야후는 항복했고,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동조해야겠다고 판단했다.

- 미국의 이란 제재와 스위프트 차단조치는 이란 정권에게 가혹한 경제적 피해를 가했다. 이란 정부는 석유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 석유를 인도산 밀가루와 차, 우루과이산 쌀, 중국산 지퍼와 벽돌로 직접 물물교환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약 300만 배럴에 달했던 하루 수출량이 무려 75만 배럴까지 추락. 미국의 제재와 스위프트 조치 완호가 이란 핵 협상에서 중요 쟁점이 되었다. 미국과 다른 강대국이 공식적 협상을 개시하자 아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의 성사여부는 미국이 제재를 철회하려는지, 유지하려는지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적대국을 상대로 달러화 결제 시스템을 무기화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새롭게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양보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란 핵합의)에서 이란 석유와 은행을 상대로 한 제재를 중단하고, 주요 제재대상 지정을 철회하고, 이란에 스위프트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데 합의. 그러나 미국은 국내 제재 철회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국제적 조치들의 결과는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두려움과 경외감, 공포에 기반한 정책은 수도꼭지처럼 내키는 대로 틀었다 잠글 수 없다. 오바마 정부는 유럽 은행에는 이란에 다시 돈을 빌려주기를, 기업에게는 이란에 다지 투자하기를 촉구했지만 그 누구도 이런 요구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은행과 기업들은 미국 당국의 마음이 또 바뀌어서, 해외자산통제국의 결정과 규정의 모호한 부분을 이용하여 그들을 제재위반 기관으로 규정하고 엄벌하지 않을지 우려했던 것임.

-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감청 위험성이 관리 가능하다는 영국측 주장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음. 미국 정보기관이 화웨이 기술을 뚫고 들여다본 적이 있었는데, 화웨이 기술에는 외부로부터 침투할 수 있는 취약점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은 실제로 중국이 화웨이 덕분에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제국을 건설하여 미국을 밀쳐버릴 것을 걱정했다.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 지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화웨이를 미국에서만 내쫓아보았자  큰 소용이 없다. 중국은 미국을 외부에서 서서히, 거침없이 포위한 후 결국 미국이라는 메트로폴리스를 굴복시킬 것이기 때문. 미국관리들은 미국이 현재의 유리한 고지에서 어떻게 화웨이를 선제공격할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 트럼프는 유럽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석에서는 미국의 나토탈퇴를 원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트럼프에서 나토는 미국을 쥐어짜서 유럽에 이익을 바치기 위해 설계된 사기였다.
트럼프가 바꿔 놓은 새 미국은 무서운 존재이자 적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유럽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수십년전만 해도 유럽 정부들은 근본적인 경제이익이 위험에 처했을 때 미국의 양보를 종용할 힘이 있었다. 이제 이들은 애원하거나 듣지도 않을 불평이나 하는 수준으로 위축되었다. 이전에는 미국의 동맹이었던 유럽이 긴 잠에서 깨어나니 거대 제국 변두리에 있는 속주신세가 되어버린 것. 유럽의 금융 시스템과 기업들은 제멋대로 막 나가는 미국의 힘에 눌려 하인신세가 되었다.

- 토마스 프리드먼은 신뢰에 기반한 TSMC의 생산모형이 중국의 강박적 기술에 대한 접근법에 대한 대안이라 언급하며 TSMC의 방식을 호평햇다. 그는 TSMC가 만든 생태계를 시진핑이 제대로 이해했다면 "TSMC를 얻으려고 대만을 점령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세계화에 대한 모리스창의 짧은 발언이 있었다. 그는 프리드먼의 칼럼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세계화 때문에 세계가 평평해졌다는 프리드먼의 유명한 선언은 거론했다. 정중하고 절제된 말투로 반박하면서 모리스 창은 단언했다. "글쎄요, 톰, 세상은 더이상 평평하지 않아요." 인텔의 겔싱어와 그의 지지자들은 한국과 대만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이 세계 반도체의 42%를 생산하던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모리스창은 시계를 되돌리수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이 수천억불의 보조금을 지원해도 미국에 완벽한 반도체 공급망을 다시 갖추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모리스창의 불만은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TSMC는 미국 영토에 반도체 팹을 세우면서 대만 국내에서 가지는 이점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고, 수십년간 성실하게 쌓아 온 신뢰관계를 위험에 빠뜨려가며 고객에 관한 기밀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점차 지정학적으로 불리하게 기울어지는 판에서 신중하게 키워온 중립의 이미지도 버려야 했다. 자기 회사가 미중 충돌에 대한 걱정엇이 기술과 시장에만 집중할 수 있던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프리드먼을 향한 모리스창의 날 선 불만을 키웠을 것이다. TSMC의 링크드인 광고가 암시하듯, 모리스창이 꿈꾸던 세상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 자신도 이렇게 한탄했다. "세상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던 좋은 시절, 그런 시절은 더 이상 없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미국이 중국을 너무 세게 압박한다면, 다수의 은행과 기업이 중앙에 가로등불 밝힌 언더그라운드 제국의 고속도로를 버리고 그들의 행위를 숨길 수 있는 어둡고 굽이진 길을 찾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지는 못해도 어둠의 길을 택해 자국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위험을 감지한 중국은 미국의 감시와 통제를 벗어난 네트워크 구축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미국은 이처럼 중국이 독립을 시도하는 것이 나름의 제국을 건설하여 혼란의 소용돌이를 키우려는 시도라 여겼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급자족 능력이 높아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더 높기에, 우려할 이유가 타당했다. 그러나 이 소용돌이가 스스로 커진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두 경제대국 사이에 하드 디커플링이 일어나 수십억 인구의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최근 출간된 한 역사서는 경제적 고립이 훨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 니콜라스 멀더의 첫 저작, 경제무기는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에 있었던 제재와 경제봉쇄정책의 역사를 재조명. 멀더의 역사서는 국제연합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어떻게 침략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 제재를 가하는지 설명함. 그런데 평화를 다지려는 연맹의 노력이 오히려 2차대전 촉발에 일조했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제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치 독일은 자신들의 제3제국이 얻지 못할까 두려웠던 원자재를 확보하는 정복사업을 시작했고, 일본 역시 같은 우려에 따라 한국과 중국 일부를 포함한 엔블록을 형성했다. 독일과 일본은 경제봉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른 수단을 통해 자국을 보호하려고 했고, 그 결과 세계전쟁이 일어나고 수천만명의 사망자가 발생.
멀더는 경제전쟁으로 다시 한번 세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 위험을 우려했다. 미국 정부가 선호한 수단은 "더는 세계화를 활용하는 외과수술용 칼 같은 정교한 도구가 아니었다." 이 수단들은 전쟁의대안이 되기보다 "세계화의 본질에 중대한 변화를 가쳐오고", 어쩌면 "통제불가능한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폭풍"의 조짐을 보이는, 평화 시 지극히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 57년 최초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는 미국의 정치적 위기를 초래. 소련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훨씬 많아 보였고, 이에 따라 스푸트니크에 관한 우려는 미국이 소련과의 미사일 격차를 못 따라잡고 있다는 불안으로 증폭됨.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은 소련군이 ICBM을 소시지 만들듯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고,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소련이 미국의 핵무력을 단 한번의 공격으로 일소해버리기에 충분한 ICBM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음. 미사일 격차는 케데디 대통령 선거운동의 중심 이슈였고, 이 문제를 떠올리면 미국이 미사일 유도장치용 실리콘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할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는 60년대 냉전 공포가 우연히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하지만 미사일 격차는 근거없는 허구였다. 냉전 후 공개된 기록에 따르면 소련이 배치한 1세대 ICBM은 4개에 불과했다. 미국의 대규모 군비확대는 소련의 군사역량을 완전히 오해한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양상은 냉전 시기에 계속 반복되었다. 미국이장에서 소련이 다소라도 우위를 점하는 것이 두려웠기에 뒤처지는 부분을 따라잡고자 자금을 퍼부었다면, 소련 역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했다. 미국은 소련이 핵무기로 파멸적 선제공격을 할 준비태세와 의지를 모두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반면 소련 역시 미국이 똑같이 공격 준비태세와 의지를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한 국가의 두려움이 상대방의 두려움을 키우며 군비경쟁을 유발했고, 때로는 세계의 핵 대참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한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게 했다.
우리는 현재 비슷한 위험성을 지닌 악순환 고리가 다시 확대되려고 하는 중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상호간의 공포가 만들어낸 역학관계가 대세를 이루어 유럽과 기업, 일반인들을 한없이 커지는 소용돌이로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위협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언더그라운드 제국을 건설한 주체는 미국이기 때문에 첫발을 내딛는 것도 미국이 할 일이다. 우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적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이 문제를 이해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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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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