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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여주는 경제학

경제 2024. 1. 19. 06:52

- 경제학이 단순히 돈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 지정 경제학 교재인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의 시작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경제학의 통일된 연구 주제는 돈이 아니라, 선택이다."
경제학자는 모든 인류의 행동은 선택의 결과라고 본다. 인생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만난다. 때로는 답이 분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게 어떤 옵션이 주어졌는지 잘 알지 못하며, 내가 내린 선택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잘 예측하지 못한다.
경제학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수학처럼 '표준 답안'을 정확히 제시하진 못하지만, 사회와 심리 등 여러 요인을 분석해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경제 논리를 찾아 주어 당신이 가진 선택지를 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게 한다. 모든 선택 사항의 장단점을 구분하여 당 신이 가장 알맞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사회의 총수요는 총공급과 늘 균형을 이룹니다. 따라 서 수요가 일정하고 공급에도 변화가 없는 한, 자산이 증가한다고 해 서 구매력이 늘어나진 않습니다. 다시 말해 돈이 많아진다고 해도 실 질적인 구매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론은 그렇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화폐 공급의 증가로 늘어난 돈은 결코 동일 하게 모든 사람에게 분배되지 않으니까요. 새롭게 발행된 화폐가 사 회로 서서히 흘러들면서 가장 먼저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들, 즉 '선발 주자들이 먼저 이득을 얻고 자산 가격을 올립니다. '후발 주자들 도 잇따라 돈을 손에 넣긴 하지만 자산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것 이 바로 화폐 공급이 늘어날 때 시차를 두고 차별적으로 인플레이 션이 발생하는 '캔틸런 효과 Cantillon Effect'입니다. 쉽게 말해 소위업 스트림 Upstream 의 '선발 주자들이 먼저 부를 차지하면서 다운스트림 Downstream의 '후발 주자가 가진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업스트림이 다운스트림을 약탈하며 그렇게 수입과 부의 재분배가 조용히 끝이 납니다.
- '미끼 효과 Decoy Effect'란 새로운 상품이 나타나면 구매를 고민하던 두 가지 상품 중에서 한 상품의 선호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끼'로 인해 선택을 받게 되는 상품을 '목표물 혹은 타깃'이라고 하 고 나머지 선택받지 못한 상품을 '경쟁자'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사물의 관계를 확정할 때 주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데 여기서 흔히 비교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판매자 는 '미끼'를 집어넣어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비교 관계를 설 정해 소비자가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이끄는 것이죠. 이때 소비자들 이 선택하는 상품은 보통 판매자가 사전에 설정해 놓은 '시나리오'일 때가 많습니다.
바꿔 말하면 '미끼'를 직접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인데, 이는 판매자가 애초에 '미끼'를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추가된 옵션을 통해 소비자는 더욱 직관적으로 선택지를 비교하 고 결국 '목표물'을 선택하게 됩니다.

- 인간의 본능을 보여 주는 전망 이론 네 가지
손실을 회피하려는 행동경제학의 기초이론은 '전망 이론'의 네 가지 결론 중 하나를 기반으로 합니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준거점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 상 황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다릅니다. 따라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 속 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은 단순히 결과만 생각하는 것이 아 니라 당초의 전망(예측, 가설)과 향후 나타날 결과 사이의 간극과 차 이를 비교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마음속에 하나의 참고 기준 (준거점)을 세워 놓고 모든 결정이 가져올 결과와 해당 준거점을 비교 하는 것이죠. 전망 이론의 주된 네 가지 결론을 살펴볼게요.
*확실성 효과 Certainty Effect
확실한 상황 속에서 그럴 법한 것을 선택하는 심리적 효과. 이익이 확실한 상황에서는 대다수 사람이 위험을 피해 가고자 한다.
*반사 효과 Reflection Effect
비교 대상 시점(기준 시점)의 상황이 현재 상황과 너무 큰 차이를 보여 결과 가 왜곡되는 현상. 그 결과 손실이 나타나는 상황 속에서도 대다수 사람은 모험을 선택한다.
*손실 회피성 Loss Aversion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느끼는 현상. 대다수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
* 준거점 의존성 Reference Dependence
개인의 의사결정과 선택이 준거에 의존하며 준거에 따라 바뀌는 것을 말한 다. 대다수 사람은 준거점을 기준으로 이익과 손실을 판단한다.
사람들은 이익 앞에서는 위험을 피하려고 하지만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모험가가 됩니다. 그런데 이익과 손실에 대한 판단은 준거점 을 기준으로 하므로 특정 사물에 대한 준거점이 바뀌면 위험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나지요. 
- '심리적 회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처드 탈러는 이것 이 사람의 자기통제와 관련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돈을 서로 다르게 관리하는 이유는 돈을 함부로 낭비하는 걸 막으려 는 자기 노력의 일환이라는 얘기입니다.
심리적 회계 이론에 기초해 탈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의 효 용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먼저 하나는 소비자가 물건 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심리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을 일컫는 심리 적 효용'이며, 나머지 하나는 거래 가격과 연관된 거래 효용'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물건의 실제 가격과 마음속 가격의 차이에 따라 느끼 는 효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비자가 생각한 기준보다 물건의 가격 이 낮을수록 이 효용이 커집니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잘 활용해 소비자가 본래 비싼 가격 의 제품인데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기도 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명절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건강보조식품 나 오바이진'을 들 수 있습니다. 장폐색과 수면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이 제품은 '올해 설에는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나오바이진만 받 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사실 평소에 사려면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특별히 명절 선물로 제격이라 는 이미지를 내세워 사람 마음속에 있는 '관계 유지' 계좌를 성공적으 로 연 것입니다.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위해 이 정도 선물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사 람이 있다면 함께하세요.'라는 카피 문구는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 운 가격이지만, 사랑하는 연인,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 는 전혀 아깝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습니다.
- 어떤 의미에서는 감정적 필요 때문에 귀인 편향이 나타나기도 합 니다. 성공이나 기분 좋은 행동은 즐거움, 행복, 만족감 등과 같은 긍 정적 정서와 연결되지만, 실패나 기분 나쁜 행동 등은 고통, 슬픔, 상 실 같은 부정적 정서와 연결됩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은 정서적으 로 매우 깊은 암흑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조절이 필요하 지요. 이때 잘못의 원인을 상대에게 전가하면 그 암흑의 구렁텅이에 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보호의 개념도 있습니다. 남에게서 이유를 찾아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남에게 '그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자기중심적 귀인 편향과 달리 사랑이 끝나버린 이유를 오로 지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연인과의 관계에 서 감정적으로 다소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상대를 훨씬 더 많이 좋아했거나 정서적으로 크게 의존했거나 상대에게 존경심, 나 아가 경외심을 지닌 사람들인데요. 이별 직후 그들은 철저한 고통과 아픔, 상실감에 빠집니다. 그다음에는 자기 능력에 의구심을 품습니 다. 본인이 못나서, 본인이 모자라서 상대가 자신을 버렸다고 자책하 다가 심지어 전 연인에게 연락해 다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거나 말 도 안 되는 양보와 희생을 하면서 상대를 곁에 두려고 합니다.
-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편향은 모두 건강한 방식이 아닙니다. 물 론 감정적으로 귀인 편향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도 모 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귀인 편향의 영향을 받 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면 그 이후에는 행위자의 각도에서 벗어나 관 찰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도 모 르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지요.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사건의 발생 원인을 좀 더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 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나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 보험회사들은 대형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한 후 사람들의 보험 가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캘 리포니아의 한 지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해당 지역은 역사적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부동 산을 위해 지진 보험을 별도로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보기 드문 지 진이 한 차례 발생한 뒤, 1년 안에 보험 가입자 수가 현저히 증가했습 니다. 하지만 1년 정도가 지나자 사람들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면 서 보험 가입자 수도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인사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의 리더는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시행할 때 최근 2~3개월 동안의 실적으로 1년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두세 달의 기억은 또렷 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사 평가를 앞둔 대목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린 직원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특별히 생생한 기억과 충격을 준 사례들을 사실 정확한 데이터와 이론을 근거로 다시 분석해 보면 과대평가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명확한 수치보다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가용성' 정보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 불교에 '보살외인菩薩, 중생외과衆生畏'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보살은 원인을 두려워하고 중생은 결과를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보 살은 살면서 항상 선한 씨앗을 심으려 하지만 중생은 늘 결과에만 급 급하다는 의미입니다. 기회비용을 이해하면 인생에 펼쳐진 수많은 선택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 직감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영역에서 천재성 이 돋보이는 사람들을 여럿 보긴 했지만 찰나의 순간에 오로지 직감 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면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기 쉬워요. 사 실 우리는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된 훈 련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운동선수들은 장기간의 훈련을 통해 근육이 기억하는 직감을 가졌고, 비즈니스인은 오랜 기간의 실전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업적인 직감을 키워 냈습니다. 모두 다 본질적 으로는 정보에 의거한 것으로 정보가 이끄는 무의식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감도 모든 일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진상 과 사실에 관한 경우, 정보의 수집과 분석, 추리가 없는 상황에서 직 감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성공한 사람들 을 잘 관찰해 보면 운동선수든 비즈니스 리더든 결정을 내리는 과정 에서 정보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  '닻'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수단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 물'이 되기도 하지요. 어떻게 하면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트릴 수 있을 까요?
프랑스의 한 사회심리학자는 "똑똑한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 면 그 사람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랑, 쇼핑, 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열린 마음과 생각으로 바라보고 대할 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이로써 하나의 정보에만 '닻을 내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닻 내림 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보세요. 그래야 만 이 세상의 진정한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며 나 자신의 진짜 가치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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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1%를 읽는 힘

경제 2024. 1. 17. 20:10

- 중국이 반도체 생산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는 노광기 중에서도 '최첨단 노광기'다.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로 경 쟁하는 초미세 회로를 새겨 넣으려면 파장이 극도로 짧은 빛을 쏘 아야 하는데, 네덜란드의 세계 최대 노광 장비 업체 ASML은 파장 이 13.5nm에 불과한 EUV(자외선)를 쏠 수 있는 장비를 세계 최 초로 상용화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첨단 노광기는 진공 상태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미세한 주석 알갱이를 레이저로 쏴 맞춰 플라스마 상태로 만드는 일을 초당 5만 번이나 하는 기계다.
네덜란드의 노광 장비 기술도 중요하지만, 빛을 모아서 실리콘 칩으로 정확하게 쏘는 거울을 만들려면 최고의 광학기술이 있어 야 한다. 그래서 독일의 광학기술이 필요하다. ASML이 만드는 노 광기에 들어가는 부품 중 ASML이 직접 만드는 부품은 15% 정도 이고, 독일의 광학기술, 미국의 레이저 광원기술과 일본의 장비, 부품이 합쳐져서 완성되는 것이다.
중국이 10나노 이하의 초정밀 반도체를 만들려면 고성능 노광 기인 EUV 장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의 방해로 EUV 구입이 막혀 있다. EUV 장비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사이머cymer 사에서 레이저 광원을 납품하는데,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은 ASML의 EUV를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장비로 간주해 수출 시 미 국의 동의를 얻게 만든 후 지금까지 한 건의 동의도 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아직까지 1대의 최첨단 EUV 장비도 확보 하지 못했다. 자체적으로 EUV 장비를 만들려면 10만 개에 달하 는 노광기 부품이 필요한데, 그중 핵심 부품 제조사들이 ASML에 인수되어 ASML의 허락 없이 돈만 준다고 부품을 사올 수 없는 것 이다.

- TSMC도 3나노를 개발 중이다. TSMC는 '3나노까지는 Fin 팻 방식으로 가능하고, GAA 팻 방식은 2025년 예정된 2나노에서 하 면 된다'는 입장이다. TSMC는 3나노를N3, N3E, N3P, N3S, N3X 의 5단계로 순차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의 성능은 보통 '밀도(크기), 속도, 전력 사용량으로 비교 한다. 삼성의 3나노는 5나노보다 크기가 35% 작아지고, 속도는 30% 빨라지며, 전력이 45% 줄어드는 데 비해서, TSMC가 연내 출 시하겠다는 나노는 크기가 13% 작아지고, 속도가 10% 빨라지며, 전력이 30% 줄어드는 정도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 CEO는 저성능의 3나노를 일 단 출시하고, 향후 2년에 걸쳐서 N3E, N3P, N3S, N3X를 순차적으 로 출시하며 단계적으로 성능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도(크 기), 성능, 전력 사용량을 모두 만족하는 3나노를 포기하는 대신 밀 도, 성능, 전력 사용량 중 한두 가지를 만족하는 반도체를 높은 수 율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TSMC의 전략도 나름 일리는 있다. 구매사들의 니즈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나노는 수율을 잡는 게 문제고, TSMC의 3나노는 종합 성능이 떨어지는 게 문제인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수율을 잡는게 빠를지, TSMC가 제대로 된 3나노를 뽑아내는 게 빠 를지가 3나노 전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큰 베팅을 하고 있다. TSMC는 전통 적으로 주문을 받고 제조시설을 확보하는 방식을 쓰고, 삼성전자 는 파운드리 제조시설을 먼저 지은 후 주문을 받는 '셀 퍼스트' 전 략을 추진한다. 예상대로 주문이 따라오면 빨리 주문을 소화할 수 있지만, 주문이 없으면 공장이 멈춰 있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 위험 고수익)' 방식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투자를 줄이는 TSMC와 달리, 2023년에만 50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했으며, 이것은 삼성전자 창립 이후 최대 수준 의 설비투자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풀베팅을 하 고 있는 것이다.

- 염호에서 뽑아 올린 호수물을 넓은 노지에서 1~2년간 증발시켜 리튬이 4~6% 정도 되면 공장으로 보낸다. 노지에서 2년 정도 증발 을 시킨다는 의미는 비가 거의 안 와야 한다는 뜻이다. 리튬 함유 량이 풍부한 염호가 있고, 비까지 거의 안 오는 지역이라는 조건을 갖추어야 리튬을 경제성 있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칠레, 볼리 비아, 아르헨티나에서 전 세계 리튬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이유는 이 세 나라가 겹치는 삼각형 지역에 리튬이 풍부한 염호가 있고, 비도 거의 안 오기 때문이다.
'리튬을 노지에서 증발시키지 않고 공장을 지어서 추출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공장 건설비 등 경제성도 문제지만,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화학물질에서 환 경오염을 시키는 폐기물이 나와 자연 증발을 하게 된 것이다. 리튬 공급량을 쉽게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 테슬라는 기존 모델S와 모델 X에는 18650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했고, 모델 3과 모델 Y는 21700 원통형으로 바꾼다. 18650는 지름 18mm에 길이 65mm, 21700은 지름 21mm에 길이 70mm 를 뜻하며, 조금 굵어지고 길어진 배터리로 바꾼 것이다.
단순히 조금 굵어지고 길어진 것인데, 뭐 대단한게 있냐고 하 지만 일본 파나소닉은 18650을 21700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율 을 2년간 잡지 못해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할 뻔하기도 했다. 배터 리의 수율 잡기는 그만큼 힘들고 예민한 영역이다.
테슬라가 2020년 배터리데이Battery Day (배터리 산업을 분석, 전망하 는 콘퍼런스)에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름 46mm에 길이 80mm 의 4680 배터리였다. 얇은 호일을 돌돌 말아서 만드는 방식이라 원통형이다. 18650은 60cm 길이의 호일이 말려서 원통이 되었 고, 21700은 18650보다 두꺼워진 만큼 호일 길이가 80cm로 늘어 난다. 4680은 많이 뚱뚱해서 호일 길이가 385cm까지 길어졌다.
- 원통형 배터리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말듯이 호일을 말고 호 일 양 끝에 양극과 음극 탭을 단다. 전자가 꼬불꼬불 말려 있는 호 일을 타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다녀오면 그 힘으로 모터를 돌리는 데, 양극 간 거리가 18650은 60cm, 21700은 80cm에서 4680은 385cm로 더 멀어진다.
전자의 이동 경로가 길어지면 배터리의 노화도 빨라진다. 크고 뚱뚱한 배터리라 용량이 커도, 전자의 이동 경로가 길기 때문에 배터리 노화가 빨리 오는 것이 4680의 문제였다.
테슬라는 꼭지를 없애는 탭리스Tabless로 문제를 해결했다. 4680은 호일의 시작과 끝에 양극과 음극을 붙이고 호일을 돌돌 말아 건전지 위쪽에 볼록한 꼭지와 아래쪽 오목한 곳에 양극과 음극 이 오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호일의 위쪽과 아래쪽에 모두 양극과 음극을 달아버렸다. 탭리스는 탭이 없는 게 아니라 전체가 탭이라 고 봐도 되는 구조다. 건전지의 위쪽 면 전체가 양극이 되고 아래 쪽 면 전체가 음극이 되니, 4680의 전자 이동 경로는 385cm가 아 니라 4680 높이인 8cm만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4680은 다른 장점도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 엔솔)에서 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격벽을 만들 고 셀 위에 완충제를 넣은 뒤 배터리팩의 뚜껑도 만들어서 덮어야 한다. 하지만 4680은 뚱뚱한 본체로 어느 정도 하중을 받을 수 있어서, 격벽과 뚜껑을 걷어내고 배터리팩 위에 철판 하나를 깐다음 바로 시트를 얹을 수 있다.
격벽이나 추가 배터리팩 뚜껑, 완충제 등이 들어가지 않아 더 많 은 배터리를 넣거나, 더 많은 실내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인 산철 배터리가 셀투팩 기술로 추가공간을 만들어 주행거리를 늘렸 다면, 4680은 팩 자체 공간을 줄여서 셀투샤시CTC. Cell to Chassis (배터 리셀을 자동차 샤시에 통합하는 기술)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 많이 뒤처진 듯 보였던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앞 서가는 모습을 보이는 흐름에 여러 해석이 나왔다. 부정적으로는 삼원계 배터리는 LG 엔솔에 밀리고,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주도하고 있으니, 차세대인 전고체 배터리에 희망을 가지 고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현재 삼원계에서 전해질을 넣는 방법은 전해질을 주사기와 비슷한 기계로 투입한 후, 화학반응으로 액체인 전해질을 젤리처럼 만드는 방식을 쓰고 있다. 액체가 들어가 비 어 있는 공간 없이 전해질을 채운 뒤, 그 액체를 젤리로 만들어 안 정시키는 방법이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고체인 가루 를 넣는다. 고체 상태 가루를 넣으면 액체보다 비어 있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 이 빈 공간은 메모리 반도체에 사용하는 정밀적층코 팅 기술로 없앨 수 있다. 삼성SDI의 계열사에 메모리 반도체의 최 강자인 삼성전자가 있는 부분이 비대칭 전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전고체 개발에 상당 수준 발을 담그고 있고, 삼성SDI와 협업하며 연구 결과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2020년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과 현대기아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이 만났을 때 전고체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고, 이는 삼성SDI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전고체에 힘을 쏟고 있다 는 뜻이기도 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어 양산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아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안전하고 오래가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삼 원계 배터리에 사용하는 리튬보다 훨씬 비싼 황산화리튬을 써야 한다. 황산화리튬 외에도 배터리 내 전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담당 하는 활물질을 은으로 코팅하는 등 원가상승요인이 많다.
- 테슬라가 보급형에 인산철 배터리를 넣고, 고급형에 삼원계를 넣듯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도 보급형은 삼원계와 인산철이 경쟁하고, 고급형에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나 누어질 수도 있다.

- 빈 살만은 네옴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고유가 상태를 유지하며 자금을 모아야 한다. 푸틴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유가를 유지해야 한다. OPEC+ 회의의 투톱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힘을 합치자, 2022년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자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합의 되었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 에서 OPEC+의 200만 배럴 감산 합의는 미국을 크게 흥분시켰다. OPEC 회의 전부터 미 백악관은 러시아를 제외한 OPEC+ 회 원국에 감산을 하지 말라고 사전에 강하게 말했다. 백악관에서 감 산은 완전한 재앙이자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격한 반응을 내보이며 관련국을 일대일로 압박한 것이다.
미 의회까지 OPEC의 감산 합의를 독점에 의한 담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상정하며 행정부의 산유국 압박을 지원했고, 이로써 OPEC+의 담합이 흔들렸다. 결국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 했는데, 12월 OPEC의 산유량은 200만 배럴 감산이 아니라, 반대 로 12만 배럴 증산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22년 6월 초배 럴당 122달러까지 올라갔던 유가는 계속 떨어지며, 사우디와 러시 아가 바라는 고유가 유지는 일단 실패로 끝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빈 살만이 아니다. 중국을 중재자 로 이란과 국교를 정상화하며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미국을 협 상에서 배제했다. 네옴의 내부 통신망과 소프트웨어로 미국이 강 하게 규제하고 있는 중국 통신 업체 화웨이를 선택했고, 중국 위안 화 결제도 확대했으며, 원유 판매 대금으로 달러만 받는 페트로 달 러Petro dollar를 건드렸다.

- 배양육을 만드는 방법은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혈청이 든 배양액 용기에 주입하면 혈청을 먹이 삼아 배양되어 근육세포가 생성된다. 몇 주가 지나면 배양액 속에서 국수 가락 모양의 단백질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배양육은 가축을 키워서 고기를 얻는 것보다 20배 빨리 고기를 만들 수 있고, 가축을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같은 양의 고기를 얻 기 위해 필요한 토지 사용량이 1%, 물 사용량 4%, 온실가스 배출 4% 정도에 불과한 장점이 있다.
- 반면 배양육의 문제는 지방이 없는 고기라서 맛이 없으며 다진 고기인 패티 형태로 식감이 나쁘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배양육을 만드는 속도가 느리고, 배양액으로 소의 혈청을 사용해서 원가가 비싼 것도 단점이다. 치킨너깃 크기의 배양육을 만드는데 2주 정 도 걸린다. 이는 송아지를 키워서 소를 만드는 것보다는 빠르지만 제조단가를 낮추려면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배양육을 성장시키는 배양액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는 임신한 암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소의 태아에서 추출한 혈청 을 배양액으로 사용했다. 사람도 그렇듯이 소의 태아 혈청에는 세 포가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 있고,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배양육을 배양하는 배양액으로 가 장 좋은 원료다.
문제는 도축하는 소 가운데 임신한 암소는 8% 정도밖에 되지 않고, 암소에서 뽑는 소의 태아 혈청 가격이 l당 1,000달러까지 나 오는데, 햄버거 패티 1장(140g)을 만들려면 소의 태아 혈청 50l가 필요한 것이다. 배양육으로 햄버거를 만들면, 배양액으로 들어가 는 50l의 태아 혈청 가격만 5만 달러가 된다는 말이다.
가격을 떠나서 아무리 도축하는 소라고 하지만, 소의 태아에게 서 혈청을 뽑아내는 것도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다. 2013년에 배양 육 햄버거를 처음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햄버거 한 개 크기의 배 양육 가격이 4억 원(약 31만 달러, 2023년 7월 10일 기준)으로 책정된 이유다.
- 배양육의 미래
2016년 미국 업사이드푸드가 배양육 연구에 뛰어들어 단가를 낮췄다. 그래도 100g에 4,800만 원짜리 배양육 미트볼을 만드 는 정도가 한계였다. 배양육 연구를 계속한 업사이드푸드에서 배 양육 제조원가를 100g당 640만 원까지 낮추자, 이때부터 빌 게이츠Bill Gates가 170억 달러를 투자하고, 글로벌 곡물기업 카길이 1,700만 달러를 투자해서 본격적으로 배양육 연구를 시작했다. 세계 2위 축산 업체 타이슨푸드도 업사이드푸드에 투자했다.
거액의 돈이 투입되자 하나씩 문제가 해결되었다. 마블링이 없 어 퍽퍽한 부분은 소의 지방세포를 배양해 기존 근육세포에 섞는 방식이 개발되어 상당히 고기 맛에 접근했다. 다진 고기 형태인 패 티로 만들었던 것도 근육세포를 틀 속에 여러 개 쌓아 배양해 세포 가 틀 안에서 붙어 고깃덩어리가 되면서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는 데 성공했다.
- 이렇게 조금씩 진전되던 배양육 시장에서 2019년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소혈청을 사용하지 않고 혈청 없이 배양하는 무혈 청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암소의 태아 혈청을 사용해서 동물복지 차원에서 불편했던 방법이 해결됨과 동시에 배양육 단가가 엄청 나게 낮아졌다.
2019년 5월, 업사이드푸드는 무혈청 기술로 배양육 100g당 가 격을 640만 원에서 3만 원으로 낮췄고, 이를 본 소프트뱅크는 업 사이드푸드에 추가적으로 투자를 했다. 2020년 6월에는 이스라엘 의 퓨처미트가 식물성 배양액으로 하루 500kg의 양고기, 돼지고 기, 닭고기를 생산해 100g당 가격이 2,00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8월, 미국 와일드타이프는 샌프란시스코에 연 23t의 연어를 배양육으로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해 초밥용 연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2022년 8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가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서식하는 독도새우에서 채취한 줄기세포 로 배양육을 만들었다. 셀미트도 소혈청을 사용하지 않고 해조류 에서 채취한 배양액을 사용해 원가를 100g당 500원까지 낮췄고, 2023년 말까지 연간 10만kg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을 게맛살로 유 명한 한성기업과 협력해 만든다고 한다. 배양육이 자연육보다 저렴해지고 있는 것이다.

- NAFTA로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가 없다 보니, 조립은 미국에 서 하지만 부품은 미국과 붙어 있는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싼 멕시 코 임금으로 제조를 해왔다. 자동차 산업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미 국은 22달러지만, 멕시코의 경우 3.5달러라 운송비가 좀 더 든다 고 해도 멕시코에서 만들어서 미국에 납품하는 게 훨씬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다.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을 통해서 트럼프는 2가지를 얻었다. 첫째,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려면 부 품 4개 중 3개 이상은 북미산을 쓰도록 바꿨다. 미국산 부품을 더 쓰라는 말이다.
둘째, 부품의 45% 이상을 시간당 최소 16달러 이상 받는 노동자가 만들게 하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미국 노동자를 더 쓰라는 말이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미국산 부품과 미국 노동자를 더 쓰 고, 멕시코 국경에 몰려 있는 부품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것이었다. 부작용도 있었다. NAFTA를 개정해놓으니, 비싼 인건비로 미 국산 자동차의 원가가 올라갔다.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 일본, 한 국에서 수출하는 자동차 회사가 반사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이것 을 놔두면 부품사들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옮겨서 제조업을 키우려는 미국의 의도가 무산된다. 유럽, 일본, 한국 자동차사들의 수입 관세를 올려 미국 자동차 제조업이 성장하는데 장애 요인을 없애겠다는 정책 방향이 나온 이유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서 트럼프가 추진한 수입 자동차 관세 는 관심사 밖으로 밀려났지만 언제든지 재점화 가능성이 있는 사 안으로 남았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공장을 증설하고 부품사의 동 반 진출을 독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2022년의 바이든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에 70억 달 러 규모의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조지아는 20년 이상 공화당의 텃밭이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재검표까지 해서 민주당의 바이든이 아슬아슬하게 이긴 중요한 경합 지역이다. 현대차 는 바이든 정부에서 있을지 모를 피해를 피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 고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같이 사람이 부족하 고 인건비가 비싼 나라는 제조업이 돌아와도 가격 경쟁이 쉽지 않 다. 미국은 자동차와 첨단산업은 리쇼어링을 진행하지만,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타 제조업은 니어쇼어링Nearshoring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 멕시코 니어쇼어링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점은 바이든은 나라 간의 연결을 중요 시한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 간의 반 도체 동맹인 칩4chip4를 시도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미국에서의 최종 조립이 아닌 북미 지역 내에서의 조립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국경이 붙어 있는 북미 멕시코가 가장 많 은 혜택을 보고 있다. 니어쇼어링으로 중남미 지역의 추가 수출액 의 절반 이상을 멕시코가 차지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육로운송이 가능하며, 임 금수준이 다른 북미 국가의 4분의 1 수준이라 중국보다 30% 저렴 한 것이 멕시코 니어쇼어링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멕시코 주요 투자국별 비중은 미국(42.6%), 캐나다(10.7%), 아르 헨티나(6.6%), 일본(5.2%) 순으로 미국은 확실하게 중국의 대체지 로 멕시코를 선택했고, 투자 규모 면에서도 멕시코가 중국을 압도했다. 미국과 붙어 있는 북쪽 국경지대에 있는 '몬테레이, 티후아나, 케레타로'의 3개 도시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을 봐도 목표가 명확해 보인다.
한국도 멕시코에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이 케레타로에 전자기기 생산 관련 5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고, 기아도 누에보레 온주에 생산공장을 확대하는 4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으며, 포스코 는 코아우일라주에 전기차 구동 모터 공장을 설립하고 있고, LG는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구동모터, 인버터 등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비중은 1.9%로 7위 수준 이라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 중국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가 미국까지 운송되는 데 한 달이 걸리는데, 멕시코는 몇 시간에서 며칠이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미국은 가장 싸고 쉬운 공급망Just in Time'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 Just in Case'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다.
반면, 멕시코의 리스크는 마약범죄 조직으로 치안이 불안하고 공무원이 부패한 점 등이다. 이런 부담을 안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 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투자 지역이다. 기업은 멕시코에 투자할 때 안정된 지역 몇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비아그라도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비아그라는 독감백신과 같이 투여하면 암세포 전이가 줄어드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치료는 암세포 제거뿐만 아니라 수술 후 타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인 자연킬러 Natural Killer 세포가 대항하는데, 암 수술을 하면 자연킬러 세포 활 동이 줄어든다. 그래서 암 수술을 하면 수술하기 전보다 암이 다른 부위로 더 쉽게 전이된다. 비아그라는 자연킬러 세포 활동을 방해 하는 세포를 약하게 하고, 독감백신은 자연킬러 세포를 활성화한 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 쥐로 실험을 했는데 결과가 획기적이었다.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한 쥐는 암세포가 평균 129곳으로 전이되었지만, 비아그라만 투여했을 때는 전이가 24곳으로 줄었고, 비아그라와 독감백신을 동시에 투여하니 11곳밖에 전이가 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암세포 전이가 90% 이상 줄어든다는 것은 엄청난 효과다. 물론 사람에게 비슷한 효과가 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비아그라 와 독감백신은 모두 광범위하게 사용된 약이라, 임상에서 효과만 확실하게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비아그라가 치매 쪽에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나오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인 류에 중요한 약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기존 약이 우연히 신약 후보로 재탄생하는 것을 '드러그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이라 고 부른다.
- 제약회사가 5알파환원효소 부족 환자들을 검사했다. 그들은 생식기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 외에도 전립선이 작고 머리숱이 풍성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제약회사는 5알파환원효소가 부족하면 생 식기뿐만 아니라 전립선도 작아지는데, 이것에 착안해 5알파환원 효소를 억제시키는 약을 전립선비대증 약으로 출시한다. 이것이 프로페시아다.
프로페시아는 전립선비대증 약으로 1992년부터 처방되기 시작했다. 1회 복용량 5mg에 대해서는 인체 안전성이나 독성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졌다.
프로페시아를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출시한 제약사는 5알파 환원효소가 부족하면 전립선이 작아질 뿐 아니라 머리숱도 풍성 해지는 부분에서 돈 냄새를 맡는다. 5알파환원효소는 생식기뿐만 아니라 탈모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환에서 만드는 남성호르 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와 만나면 DHT'으로 변하고, 이것이 머리털이 나는 모낭을 소형화하는 작용을 확인했다.
- 1997년 제약사는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프로페시아를 전립선 치료제가 아니라 탈모 치료제로 출시했다. 두 약의 성분이 같 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용량만 5분의 1로 줄여 1mg으로 판매 를 시작한 것이다.
드러그 리포지셔닝으로 탄생된 다른 약으로 미녹시딜이 있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약으로 실험을 하던 약이었다. 혈관을 확장하면 혈압도 떨어지지만 모공에 혈액 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머리카락이 수월하게 올라올 수 있다. 모공 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해서 간접적으로 머리털을 나게 하는 약 이라 미녹시딜은 프로페시아보다 효과가 약하다.
- 좀 더 센 약도 있다. 아보다트다. 아보다트 역시 전립선 비대증치료제에서 드러그 리포지셔닝 된 약이다. 아보다트의 문제는 탈 모 효과는 프로페시아보다 뛰어난데 성 기능을 약화시키는 부작 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성 기능보다 머리숱이 우선이라 는 탈모인들은 탈모 치료제로 프로페시아보다 아보다트를 선택하 고 있다.
아보다트는 탈모 방지 효과도 크지만 부작용도 오래간다. 프로페시아는 반감기가 짧아서 3일이면 약 성분이 몸에서 다 빠져나가 는데, 아보다트는 반감기가 길어 몇 개월씩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 다. 이렇게 몸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약효 측면에서는 장점이기도 하다. 아보다트는 하루 이틀 약을 안 먹어도 전에 먹은 약효가 몸에 남아 있어서 탈모방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 1997년 10월, 태국을 무너뜨린 헤지펀드사들은 아시아 금융허 브인 홍콩을 다음 타깃으로 공격했다. 당시 홍콩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미국 달러와 7.7대 1을 유지하는 홍콩 환율을 무너뜨리면, 이익의 크기가 동남아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영국 치하에서 금융 역량을 쌓아온 홍콩 당국은 헤지펀드사에 서 홍콩 달러를 공격하자 헤지펀드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헤지펀 드시는 자기 자금의 몇 배를 단기로 빌려서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 전에 약점이 있었다.
헤지펀드사는 홍콩 금융권에서 6%대 금리의 단기 자금을 빌려서 홍콩 달러를 공격했다. 1997년 10월 23일, 홍콩 통화국은 '홍콩은행 간 금리HIBOR'를 6%에서 300%로 50배 올려버렸다.
홍콩증시는 반토막이 났다. 헤지펀드사들은 연 300%의 단기대 출금리를 감당할 수 없자, 미국 등의 주식을 팔아 단기자금을 상환 하고 홍콩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두 달 만에 홍콩증시가 반 토막이 나자, 정상적으로 홍콩에 투자했던 미국의 뮤츄얼펀드사들 도 도매급으로 큰 손실을 봤다. 뮤추얼펀드는 다수의 일반인이 자 금을 모아 투자자산을 전문 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1997년 10월 27일 월요일, 홍콩증시 급락으로 큰 손해를 본 뮤 츄얼펀드사들은 홍콩에서 손해 본 돈을 갚기 위해 미국 주식을 대 량 투매했다. 당시 미국증시는 다우존스지수가 15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 주식 거래를 30분간 정지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날 주식 거래가 2번이나 정지되며, 10년 중 가장 큰 폭인 554포인트 (7.2%)가 폭락했다.
- 공격 방향을 동남아와 한국으로 돌리다
홍콩에서 큰 손실을 보고 빠져나온 헤지펀드사들은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한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당시 동남아 각국은 중국의 환율 조작으로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어 수출이 힘들던 시기였다. 동남아 기업들은 수출이 안돼 달러가 부족한데다, 헤지펀드사의 공격으로 환율까지 망가 져 여기저기서 부실이 터지기 시작했다.
동남아 기업의 부실이 터지자, 동남아 기업에 투자를 많이 했던 일본 4대 증권사인 야마이치증권, 탁쇼쿠 은행 등 일본 금융기관 이 파산했다. 돈을 빌려준 동남아 기업의 파산으로 일본 금융기관 이 도산하자 일본 금융감독국에서는 자본을 늘리기 위해 규제에 들어갔다. 미국 연준 의장 폴 볼커가 제안한 은행 BIS(가장 오래된 국제금용기구) 비율을 도입해 은행의 자본비율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 일본은행은 금융감독국의 지시대로 갑자기 자본을 늘릴 수 없 어 대출을 회수하며 비율을 맞췄다. 자본을 늘릴 수 없으니, 대출 을 줄인 것이다. 일본은행은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대로 족 족 회수했다. 한국 종금사에 짧은 만기로 빌려준 돈이 회수의 주 타깃이 되었다. 종금사들은 일본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고 상환 요구를 하자, 그 돈을 갚기 위해 한국 대기업에 빌려줬던 대 출금을 회수했다.
그 당시 한국 대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519%로 현금이 부족해 종금사의 대출 회수에 대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단기로 빌 려와서 장기로 빌려준 종금사들은 만기가 돌아오면 빌려준 대출을 족족 상환받았지만, 계속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해외대출을 갚기에는 한계가 있어 유동성이 부족해졌고, 종금사가 부도날 것 같 다는 소문이 돌았다.
돈을 못 받을까봐 걱정이 된 종금사 예금주들은 종금사에 몰려 와 예금을 인출했다. 정부에서 예금 지급 보증을 해준다고 했지만, 단 3일간 전체 종금사 개인 예금 2.9조원의 40%인 1.1조원이 인 출되었고, 30개 종금사 중 29개 종금사가 시차를 두고 무너졌다. 한국에 들어온 해외자금이 종금사 등에서 상환받은 돈을 달러 로 바꿔 빠져나가자 한국에서도 달러가 마르기 시작했다. 한국 역 시 태국과 마찬가지로 고정환율제를 고수했다. 얼마 안 되는 달러 로 헤지펀드사들의 공격을 방어하던 정부는 1997년 10~11월 외 환시장에 118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달러만 바닥이 났고 변동환 율제로 전환하며 IMF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CR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CRCap Rate은 임대수익을 부동산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CR은 1년간 상업 용부동산에서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율을 말한다.
공실이 줄어들거나 렌트비가 오르면 CR은 오르고, 반대의 상황 에서는 CR이 내려간다. 보통 CR과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비교해 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한다. 공실 이 늘어나고 렌트비가 내려가면 CR은 낮아지고, 국고채와 경쟁력 이 떨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낮아진다.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을 가장 많이 해준 곳이 은행이고 대출의 만기가 하나씩 돌아오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가 흔들렸던 이유 중 하나도, EU에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비율이 가장 높았던 은행이라는 점도 있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대 해서 금리가 충분히 하락하기 전까지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 는 이유다.

- 닉슨 쇼크 이후 금 1온스의 가치는 35달러에서 120달러까지 바로 올라갔다. 다르게 말하면 미국 달러 가치가 4분의 1토막이 난 것 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수입 물품 가격이 올라서 물가 가 올라간다는 의미고,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1973년 11월, 미국 외교관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가 사 우디 파이살 국왕을 찾아간다. 미국이 사우디 왕권을 군사력으로 보호해줄 테니, 사우디는 산유국 모임인 OPEC을 주도하면서 석 유를 달러로만 팔라는 협상이 성사되었다. 이때부터 달러는 석유 의 유일한 결제통화(페트로 달러)가 되었고, 금본위제가 폐지되면서 사라질 뻔했던 힘을 되찾게 된다.
석유를 팔아서 달러를 받은 산유국들은 쓰고 남은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 미국이 찍어낸 달러가 석유 거래 결제 대금으로 사용되고, 산유국이 쓰고 남은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선순 환구조가 이때 만들어졌다.
1973년 미국은 세계 은행이 국경을 넘어 서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스위프트SWIFT. Society of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를 만들어 여기에서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도록 했다. 200여 개국의 1만 2000개 금융기관이 가입했다.
- 2005년 미국 대사관 인질극을 주도했던 대학생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가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다. 마흐무드 대통령은 강 력한 반미 정책을 펼쳤고, 페르시아만에 있는 키시라섬에 이란 석 유거래소를 개설한다.
이란은 석유값을 달러가 아니라 유로나 이란 화폐인 리알로 받 겠다고 선언하며 페트로 달러 체제에 도전했다. 이에 미국은 이란 을 제재하기 시작했고, 이란을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 스위프트에 서 차단시킨다. 그런데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스위프트 차단에 역효과가 발생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언젠가 자기들도 스위프트 에서 차단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 것이다.
- 2014년 러시아는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다음 해 중국도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중국 위안화 결제 시스 템은 세계 139개국의 1280개 은행이 사용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미국은 원유의 달러 결제에 도전하는 것을 최대 국익 저해 요소 로 본다. 이라크, 베네수엘라 등 원유 달러 결제에 저항했던 국가 를 가만두지 않았고 이란은 아직 경제 제재를 하고 있다.
200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Saddam Hussein이 원유 대금의 달 러 결제를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고 후세인은 교수형을 당했다. 베네수엘라의 4선 대 통령 차베스 역시 원유 대금의 달러 결제에 반발했다. 그는 암으로 사망해서 개인적인 신상에 문제는 없었지만, 현재 베네수엘라 경제는 완전히 파탄난 상태다.
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UAE, 바 레인 등 중동 산유국 지도자회의에서 석유 거래 대금을 중국 위안 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중국이 원유 결제를 위안화 로 하겠다는 것은, 사우디와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이 사라지는 것 과 더불어 미국의 타깃에 사우디가 추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 무언가 장기적으로 큰돈이 될 것 같으면 발 빠르게 투자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2020년 8월 31일, 워런 버핏은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5%씩 사들였다고 공시하며 일본에 처음 투자했다.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구입한 시기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 가 침체에 빠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던 때였으며, 일본 종합 상사의 수익과 주가가 모두 바닥이었다.
버핏이 투자한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로 전환하면서 버핏의 5대 종합상사 평가금액은 3배 이상 올랐다. 이로써 버핏은 '투자의 귀재'라는 사실을 재입증했다. 이후 버핏은 2022년 9월 공 시에서 5대 종합상사 주식을 1%씩 더 사들여 5%였던 지분을 6% 대로 높였다. 이어 2023년에도 7.5%까지 추가 구입했다. 최종적 으로 9%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은 일본 5대 종합상사를 무역중개회사가 아니라, 자원과 식량, 친환경 에너지 관련 회사로 보고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 아파트를 만드는 과정은 땅을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부동 산 개발업자, 부동산 디벨로퍼라고도 부르는 부동산 시행사는 아 파트를 올릴 땅을 사서 인허가를 받고, 건설사를 선정한 후 금융사 를 모아 공사비를 마련한다. 시행사는 아파트가 완공되면 이익을 가져가는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따라서 시행사가 돈을 벌려면, 땅 을 싸게 사고 공사비와 이자를 조금만 지불한 뒤 비싼 분양가에 팔 아야하는 것이다.
시행사 입장에서 처음 큰돈이 들어가는 단계는 지주에게서 땅을 사는 단계다. 시행사는 지주에게 계약금을 주고 땅을 사들이거나, 이 정도 가격을 내면 시행사에 땅을 팔겠다는 땅 주인의 약정 서를 모은다. 매매 계약서나 약정서가 90% 이상 모이면, 시행사는 이것을 근거로 대출을 신청하는데, 이 대출을 험한 본 프로젝트 파 이낸싱PE으로 가기 위한 다리가 되는 대출이라는 의미로 브리지론 Bridge Loan이라고 부른다.
아직 시행사에 땅 소유권이 넘어온 것이 아니라서 은행처럼 안 전한 대출을 하는 회사는 브리지론에 참여하지는 않고, 2금융권인 캐피털사, 저축은행, 증권사, 새마을금고 등이 금리를 높게 받고 브리지론을 해준다. 브리지론으로 지주에게 잔금을 치러서 땅을 온전히 넘겨받아 인허가를 받고, 아파트 건설을 해주는 건설사도 선정되어 아파트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완료되면 시행사는 본 PF 를 신청한다.
- 본 PF에는 은행 등이 참여하고, 대출금액도 전체 공사비에 포함되어 커진다. 본 PF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건설사에 문 제가 있어서 준공이 안 될 위험과 미분양 위험, 시행사가 본 PF 대 출금이나 분양대금 등을 마음대로 떼먹고 나르는 위험 정도가 남 는다.
그래서 금융기관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대비해 여러 대비책을 세운다. 만약 건설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신 다른 건설사에서 공사를 완공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고, 건설사에는 공사가 진척되는 속도에 맞춰 대금을 조금씩 지급한다.
건설사가 마음대로 준공을 미루지 못하도록 준공을 일정 시간내 못하면 PF 대출금 전체를 건설사가 인수하게 해 준공을 책임지 는 계약을 체결한다.
또 본 PF 대출금이나 분양 대금을 시행사가 마음대로 하는 것 을 막기 위해, 해당 공사만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spc.Special Purpose Company를 만들어 돈을 SPC 명의의 신탁계좌에 넣고, 주간사라고 부르는 금융회사가 그 돈의 입출금을 관리하며 금전 사고를 방지 한다.
- 마지막 남은 위험 하나가 '미분양 위험'이다. 금융회사는 분양대금을 받아서 대출금을 상환받는 순서를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누고 후순위로 갈수록 위험이 높아지므로 대출 금리도 높게 받는다.
주로 은행이 들어가는 선순위는 분양이 50%만 되더라도 분양 받는 자들이 내는 잔금으로 대출금 전액 상환이 가능하고, 2순위 는 60%, 3순위는 70% 이상 분양이 되어야 분양대금으로 전액 상 환이 가능한 구조다. 이렇게 금융회사들은 위험을 여러 방법으로 회피하는 구조를 짠 뒤에 본 PF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리면서 이렇게 잘 세운 구조에도 문제가 생겼다. 총분양가 1조 원짜리 본 PF의 경우 땅값 2,000억 원, 공사비 등 건설 비용 5,000억 원, 분양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받을 때까지 대출이자 1,000억 원, 인허가 비용, 분 양촉진비용 등 기타 제반 비용 1,000억 원, 시행사 마진 1,000억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시행사는 초기부터 다양한 고생을 하지만, 부동산PF가 잘 진행 되고 분양이 마무리되면 자기 돈 30~50억 원을 넣어서 1,000억 원 정도 가져가는 장사를 한다. 초기에 분양이 완판되어 분양촉진비 가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2,000억 원까지도 가져갈 수 있 다. 시행사들이 떼돈을 버는 시기다.
- 시중금리가 올라서 본 PF의 대출이자가 4%에서 10%로 올랐다 고 가정해보자. 대출이자가 올랐다고 분양가를 중간에 올릴 수 없 으니 분양으로 들어오는 분양대금 1조 원은 변함이 없다. 반면 지 출인 대출이자는 1,000억 원에서 2,500억 원으로 늘어나 시행사 는 1,000억 원의 마진을 챙기는 게 아니라 500억 원의 적자를 봐 야 한다.
분양대금으로 이익이 나지 않는 이런 구조가 예상되면 금융회사는 본 PF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 시행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한데, 사업에서 적자가 예상되면 시행사에서 트집을 잡아 조 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 이다.
금융회사가 참여하지 않아서 본 PF가 진행되지 않으면 브리지 론이 문제가 된다. 브리지론은 보통 6개월에서 길어야 1년짜리 고 금리 대출이다. 브리지론의 담보라고 해봐야 브리지론으로 구입 하는 땅 정도인데, 인허가 비용, 본 PF로 갈 때까지의 금융비 등이 추가로 든 상태라, 일반적으로 담보만으로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 을 다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본 PF가 되지 않고 시간이 지체되면 돈이 많은 시행사는 자기 돈을 토해내며 버티고, 돈이 적은 시행사는 브리지 론 이자를 낼 돈이 없어 부도가 난다. 브리지론을 대출해준 증권 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은 이때부터 손실이 시작되는 것이다.
본 PF도 구조를 잘 짜놨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 다. 일단 건설사가 준공만 해주면, 분양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파트가 남는다. 금융회사는 분양이 되지 않은 아파트를 싸게 팔 거나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서 상환받을 수 있는데, 준 공이 되지 않으면 돈을 받을 방법이 없다.
- 건설 기자재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면, 1~2년 전에 도급 계약을 맺었을 때보다 건설 원가가 많이 올라간다. 건설사도 적자 건설이 늘어나는 것이다. 재무가 괜찮은 대형 건설사는 괜찮을지 몰라도,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늘어난 자재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부도 위험에 처한다.
부동산 PF 구조를 잘 짜서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단계에 맞춰 서 건설대금을 나눠서 줬다고 하더라도, 기존 건설사가 부도가 나 서 다른 건설사를 구하려면 자재비나 인건비 등 공사비를 많이 올 려줘야 건설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결국 건설사에 문제가 생기 면, 시행사 이익부터 줄어들고, 후순위, 중순위, 선순위 순서로 원 금손실이 시작된다.

- 호주의 완승으로 끝난 무역전쟁
중국은 아직도 전기의 60% 이상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을 이용한다. 중국은 체면이 다소 상하더라도 호주산 석탄의 수입 재 개를 호주에 타진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기니 쪽도 문제가 풀리지 않아 호주 자원을 더 이상 받지 않고 버티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쿠데타에 성공한둠부야는 임시정부를 만들고 대통령에 취임했 다. 둠부야는 중국이 확보한 세계 최대 미개발 철광석 광산인 시만 두 광산 개발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시만두는 지름 110km의 언덕 형태의 노천광산으로 함량 65% 이상인 고품질 철광석 86억t이 매장된 세계 최대 미개발 철광석 광산이다. 시만두 광산은 중국 국유기업 중국알루미늄 등이 만든 컨소시엄 2개가 320억 달러를 투자 해 85%의 지분을 확보한 광산이기도 하다.
중국이 85%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말은, 광산을 개발해서 수익 이 나도 기니 정부의 몫이 15%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기니 정부는 시만두 광산과 대서양의 마카통시를 연결하는 650km의 국토 단 철도와 마카통의 수출용 항구 인프라를 중국 돈으로 건설하라고 요구했다.
기니는 지분이 얼마 안 되는 시만두 광산 개발보다 철도와 항구인프라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은 철도와 항구를 실컷 개 발해주고 시만두 광산에서 이익을 얻지 못할까봐 우려했다.
중국이 호주에 여러 수입 규제를 했지만 결국 철광석의 수입은 막을 수 없었다. 2022년 철광석 수입의 60% 이상이 호주산이었 다. 기니 임시정부가 650km짜리 철도와 항구 등이 완공되어야 광 산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라, 합의가 되어도 광산 개발까지 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당장 호주산 공급을 줄일 수 없다. 결국 중 국은 철도를 까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듯하다.
2023년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3연임을 시작하는 첫해다. 3연임 첫해의 경제성장 목표인 5%를 달성하려면, 호주와의 무역분쟁을 계속 이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은 석탄 수입 재개에 이어서 면화 등 기타 규제 품목도 호주산을 다시 수입했다.
호주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호주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미국 과 5척, 영국과 8척의 핵잠수함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2,450억 달러 규모의 군사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호주 핵잠수함 이 실전에 배치되는 2030년까지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4척을 호주에 사전 배치해주기로 했다. 미국은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 하는 대가로, 호주에 미국 핵잠수함 기지를 추가로 얻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영·호주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과 호주의 무역전쟁은 호주 완승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호주산 석탄 수입을 재개하는 것을 보면, 공장 가동률은 점차 올라갈 것이고 한국의 미 세먼지는 다시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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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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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갑고 닫힌 마음, 능력주의 믿음의 부작용
저의 코넬대학교 동료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교수는 2016년에 낸 책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고 믿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 부작용이 큽니다. 자기 성취가 스스로 이룬 것이라 믿 을수록 세금 납부에 더 적대적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도와준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운이 나쁘 기보다는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므로, 이들을 돕는 일에도 소극적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개인의 성취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런 믿음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 습니다.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던 것은 8할 이상이 공동체와 다 른 사람 덕분입니다.
- 한국전쟁도 태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1951년 전쟁이 한창일 때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학력이 더 낮고 좋은 직업을 가질 확률도 상당히 낮았다고 보고했습니다."
<2-6>는 2006년에 조사한 출생 연도별 전문직 · 비숙련 노 동자 비율입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 늘 어나고, 비숙련 노동자 비율은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존재합니다.
바로 1951년생입니다. 이들은 전후 세대에 비해 전문직 종 사 비율이 더 낮고 평생을 비숙련 노동자로 어렵게 산 사람이 유달리 많았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치열한 전쟁을 겪은 아이 들의 삶은 전쟁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더 고달팠습니다.
- 태아를 위한 좋은 정책, 나쁜 정책
좋은 정책은 아이들의 삶을 개선합니다. 1970년 제정된 미국의 대기오염방지법(<1970 Clean Air Act)은 획기적인 규제였습니다. 공해 물질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법안 도입 뒤 총부유입자Total Suspended Particles(공기 중 100μm 보다 작은 모든 입자)가 95.9mg/m2에서 8~12mg/m2가량 줄었습니 다. 공해 물질이 줄어들어 혜택을 본 태아는 30년 뒤 어른이 되어 소득이 1%가량 늘었습니다. 공해 물질이 뇌 발달에 영향 을 주고, 이것이 교육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반면 나쁜 정책은 아이들의 삶을 악화합니다. 1967년 스웨 덴 정부는 다른 술보다 알코올 함량이 낮은 맥주를 더 장려하 려 했습니다. 몇몇 주에서 맥주를 일반 슈퍼에서도 팔 수 있게 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다른 술 소비의 변화는 없었는데, 젊은이들 사이에 도수 높은 맥주의 소비가 무려 5배 늘었습니다(<27> 참조).
깜짝 놀란 정부는 황급히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정 책을 펼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일이 벌어졌습 니다.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비율은 전국 평균 83.4%보다 낮은 77.1%였습니다. 대학 졸업 비율도 19.3%에서 16.1%로 줄었습니다. 성인이 됐을 때 임금은 무려 24% 줄었습니다. 이 끔찍한 결과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났습 니다.
- 주목할 부분은 인지 기능 못지않게 비인지 기능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끈기 있는 학생은 교육에 더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임금도 증가하지요. 성격 좋은 사람은 회사 생활을 더 잘하지요. 인지·비인지 기능은 또한 상보적입니다. 이를 모두 갖춘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확률이 훨 씬 높지요. 이런 형태는 교육·건강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드러 납니다.
요약하면 영·유아 조기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는 상당 부분 비인지 기능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영·유아 프로그램 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장기적 효과의 비결입니다.
어린 자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투자는 학원과 과외 수업 등 인지 기능을 높이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소득 층 아이들을 가난의 대물림에서 구하려면 성적 향상보다는 자 존감과 참을성 등 비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노력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앞서 1970~1980년대 어린이집 확대가 아이들의 성적을 높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도록 유도했는데 성적이 높아졌다니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양질의 영·유아 교육 도입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평균적으로' 긍 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이 이 루어지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을 중심으로 효과가 컸습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라고 말했습니다.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일부 아이들은 보육시설보다 집에 서 엄마의 돌봄을 받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들어 엄마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유인이 제공되자, 엄마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각 가정이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를 스스로 결정했을 때 아 이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영·유아 돌봄의 무조건적인 시설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볼 권리도 존중해야 합니다.
-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집에서 키우느냐, 보육시설에 보내느냐 따라 지원금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2021년 기준 만 0세의 보육료 지원 금액은 현재 최대 74만 8,500원인 반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겨우 20만 원을 받습니 다. 만 1세의 경우 보육시설 보조금은 최대 65만8,500원, 양육 수당은 15만 원입니다. 만2세부터 보조금은 최대 54만6,000원, 양육수당은 불과 10만 원이고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죠.
그러나 2023년 우리나라도 '영아 수당'을 '부모 급여'로 전 환했습니다. 즉, 어린이집 등원 여부와 상관없이 만 0세는 월 70만 원, 만 1세는 월 35만 원을 지급받습니다. 작은 차이인 것 같지만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렇게 부모가 원한다면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도록 도 와야 합니다. 모든 가정의 구성원이 노동시장 참여와 돌봄 방 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사회가 발전합니다. .
- 아빠가 엄마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10일의 힘은 대 단했습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14% 줄어들었습니 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을 확률도 26%나 줄었습니다. 아이 출 생후 첫 1년은 양육 과정이 가장 다사다난할 시기입니다. 가 령 육아휴직 중인 엄마가 아프면 아이를 돌보는 일이 여간 어 려운 게 아닙니다.
이때 아빠가 집에 달려올 수 있다면 엄마의 병을 키우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또 힘들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아빠 가 언제든 집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은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쉽게도 이 연구에서 아빠의 이런 참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자료 부족으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이 연구는 엄마가 이미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할지라도 아빠의 추가적인 육아 참여가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한국도 이런 제도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공부 잘하는 친구가 주변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득을 보진 않습니다. 하위권 학생의 경우 같은 반에 상위권 학생 이 늘어나도 성적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반면 상위권 학생들 은, 비슷하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면 큰 자극을 받아 성적이 오릅니다. 전교 1등은 전교 2등과 짝을 이뤘을 때 성적 이 가장 많이 오릅니다.
하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중위권 학생이 많아질 때 성적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전교 1등과 전교 꼴찌의 조합 은 그 둘 모두에게 별 소용이 없습니다. 적어도 학업 성취도 점수 차원에서는요. 전교 꼴지에게 전교 1등은 도저히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 환경 조사에 의하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은 같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에 비해 훨씬 더 큰 산업 위험에 시달립니다(<73> 참조). 남자 제조업 노동자는 진동. 소음. 먼지·유해물질 · 과로 등 산업 위험에 과다노출되고 있습니다. 또한 음주를 겸한 회식도 남성 위주로 이뤄집니다.
워낙 심각한 산업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직장을 다녔기에 실 직후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는 게 우리나라 제조업 남성 노동 자의 현실입니다. 실직하고 오히려 건강해진다니 씁쓸한 마음 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산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기업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합니다.
- 한편, 여기서 살펴본 1980년대 미국과 덴마크, 2000년대 한국은 상대적으로 해고가 쉽지 않은(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환경에서 실직의 효과를 측정한 연구입니다. 경직된 노동시장 은 해고도 어렵고 신규 채용도 적습니다. 반면 유연한 노동시 장은 실직도, 신규 채용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실직의 부정적 영향은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극대화됩니다.
OECD와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 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유연 안정성 제고를 중요한 정책목표 로 삼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전략을 택해야 합니다.
특별히 해고될 염려도 거의 없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연공제의 폐해가 큽니다. 젊은 세대한테 지나치게 불리한, 공정하지 못한 제도입니다. 운 나쁘게 실직한 사람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기에도 불리해 실직의 부정적 영향이 커집니다. 기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요.
다만, 동시에, 실직해도 큰 걱정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 다. 사회안전망을 크게 강화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시범 사 업 중인 '안심 소득은 확실하게 소득을 보장합니다. 가령 소 득이 없는 3인 가구에 월 170만 원을 지급합니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해 기업은 능력 있는 노동자를 고용 할 수 있고 경쟁력을 높이며, 국가는 충분한 소득 보장을 제공 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그런데 장기요양보험은 아무래도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하 다 보니 노인이 집에서 지내기에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1~2등급을 받은 분들의 재가 서 비스 월 한도액이 2022년 기준으로 각각 167만 원, 149만원 정도입니다. 이는 하루 최대 4시간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이 중 15%는 본인 부담금으로 지불합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사실상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런 분들이 낮 시간에 주간보호시설을 이 용하고 밤에는 가족이 돌보는 게 그나마 대안이지만, 여전히 지원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9 장기 요양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인원 중 47%가 재 가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1~2등급을 받은 분들 중에는 집에서 지내고 싶지만 '요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양 원은 하루 6만~6만5,000원의 20%만 부담하면(월 약 40만 원) 24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양보호사가 노인 여러 명을 돌보는 형태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보 통 3~4명 이상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합니다. 개인이 부담 하는 비용은 비보험인 식비 및 이미용 비용 등을 포함해 대략 월 65만~80만원 정도입니다.
3~4등급인 경우는 최대 3시간 정도 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분들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는 요양원에 갈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가족이 경제활동을 하려면 보험 혜택이 없는 추가적인 간병비를 들여야 하고, 이러한 틈을 '요양병원' 이 채우고 있습니다(<9-2> 참조).
등급 외 판정을 받았거나 3~5등급을 받았지만 돌봄의 필 요가 여전하다면 차선책으로 요양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 다. 요양병원은 원칙적으로는 질병 치료나 재활을 목표로 합 니다(그래서 건강보험이 비용을 보조합니다). 그러나 요양원처럼 입원에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꿩 대신 닭처럼 요양병원에 입원하곤 합니다.
요양병원의 병실당 평균 병상은 6~7개로 역시 단체 생활 을 합니다. 요양병원의 입원비는 4~6인실의 경우 약 40만~ 50만원(1~2인실의 경우 비용이 크게 상승)이지만 간병비 부담이 큽니다. 6인실에 간병인 1명을 두면 월 60만 원, 2명을 두면 월 120만 원이 추가로 듭니다. 가령 고관절 수술 등을 해서 개 인 간병인을 두면 간병 비용이 최소 월 300만 원에 달합니다.
- 그렇다면 현행 제도의 재가 및 시설 서비스가 필요한 도움 을 충분히 제공하는지, 가족이 정상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 는지, 또한 어르신의 건강에는 어떤 것이 더 나을지 따져보아 야 합니다. 그런데 시설과 재가 서비스 각각의 이용자를 단순 비교해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돌봄의 필요가 더 클수록, 건강이 더 나쁠수록, 또 돌보아 줄 가족이 없을수록 시설에 입소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 서 시설에 계신 노인들이 재가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보다 더 아프다고 해서, 그것이 시설 혹은 재가 서비스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 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때 장기요양인정점수는 거의 같으나 등급 판정이 아 슬아슬하게 갈려 (95점, 75점, 51점 전후) 받는 혜택이 달라지는 노인의 삶을 추적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결과는 노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먼저 95점 전후 의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비교해봅시다. 95점(1등급) 노인은 94.9점(2등급) 노인에 비해 집에 있을 확률이 큽니다. 시설 입소로 인한 본인 부담금 차이 때문입니다. 95점(1등급) 이면 하루 6만5,190원의 20%인 약 1만3,000원을, 94.9점 (2등 급)이면 약 1만2,000원을 냅니다. 하루 1,000원 차이지만, 이런 작은 차이에도 시설 입소 확률이 2%포인트 줄었습니다.
이분들을 추적해보니 시설 혹은 재가 서비스로 인한 사망 여부, 건강 상태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지내 는 분들은 시설에 입소하신 분들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의료비를 적게 지출함에도 같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집에서 지내는 게 이득이었습니다.
- 다음은 75점 전후의 '상당 부분' 도움이 필요한 분들입니 다. 75점(2등급)이면 시설 입소가 가능하나, 74.9점(3등급)이면 집에서 지내야 합니다. 그래서 거의 비슷한 처지임에도, 아슬 아슬하게 2등급을 받으면 시설을 선택할 확률이 크게 증가합 니다.
이분들이 시설에 더 많이 입소한 결과, 자녀의 돌봄 부담 이 실제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질병, 사망 및 의료 비 지출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노인 처지에서는 (특별한 건강 및 재정상의 이득도 없이) 아무래도 집보다는 불편한 시설에 입소 한 것이지만, 자녀 입장에서 보면 자유로운 시간을 얻게 된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51점 전후의 '일정 부분' 도움이 필요한 분들입 니다. 51점(4등급)이면 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50.9점 은 (치매가 아니라면)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4등급을 받아 하루에 2~3시간이나마 돌봄을 받는다 할지라도 가족의 노고가 크게 줄지도 않고, 노인의 건강이 좋아지지도 않고, 의 료비가 절약되지도 않습니다. 돌봄에 지친 가족이 숨 좀 돌리 는 정도의 시간 여유 같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도움이 있을 수는 있었겠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요약하면 노인들에게는 재가 서비스가 (시설 서비스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나은 선택지였습니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 게는 시설 서비스가 더 많은 자유를 주겠지만 말입니다.
- 노인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의학적 치료가 긴급히 필요하지 않 는 한) 집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돌 봄은 현재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장기요양보험료 2배 인상에 동의해야 하루 8시간 재가 서비 스 그리고 더 양질의 시설 서비스가 가능해질 터인데, 단기간 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돌봄을 제공할 건강한 배우자가 없는 한) 월 300만원 넘 는 막대한 추가 간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노인들만이 돌봄이 필요할 때 집에서 그나마 안락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노인 돌봄의 시설화를 낳았습니다.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요양시설은 2008년 1,332개에서 2021년 4,057개로 늘었습니다. 장기요양보험과 무관한 요양 병원도 덩달아 증가해서 2008년 690개에서 2021년 1,464개로 늘어났습니다(<9-3> 참조).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인이 원하는 곳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게끔 도와야 합니다. 즉, 어느 정도 돌봄의 탈시설화가 필요합니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시설보다 는) 재가 서비스를 택할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해야 할 것입니 다. 또한 중장기 과제로서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을 통해 재가와 시설 서비스 모두의 양적·질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지금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한다 하더라 도 장기요양보험료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탈시설화를 한다면 집에서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어 야겠죠. 간병 부담은 가족의 삶의 질이 떨어뜨립니다. “긴 병 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겠죠. 가족 이외 에 돌봄을 제공할 간병 인력이 모자라고, 그 비용도 월 300만 원을 넘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지금은 내국인과 중국 동포만 이 가능한 간병인 공급의 확충도 필요합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간병인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 게 수정해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들 국가 는 육아 도우미와 노인 간병인을 필리핀 등에서 월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숙식 제공을 기본 조건으로 수급하고 있습니 다. 이들이 본국에서 받는 임금이 약 20만 원 정도라 이 정도의 금액으로도 이주 유인이 충분합니다.
그 결과 홍콩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 며 쇼핑하고 산책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외국인 간병인에게 우리나라의 최 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200만 원이 넘는 수준입니다. 이 중 상 당액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 국가가 보조한다면, 우리 국 민은 실질적으로 훨씬 낮은 금액으로 돌봄 혜택을 누릴 수 있 을 것입니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40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년마다 암 검진을 제공합니다. 처음엔 국가 암 검진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저를 경제학 공부로 이끈 그 촌부 같 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했죠.
분석 결과, 실제 국가 암 검진을 받은 사람들은 위암과 유 방암을 더 많이 또 일찍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암 검진은 사망 률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암의 조기 발 견을 도왔는데 암 검진의 궁극적 목적인 죽음을 막지 못했다니 의아했습니다. 그 이유를 집요하게 파헤치며 박사과정의 마지막 해를 보냈습니다.
그 첫째 이유는, 우리 국민이 국가 암 검진 외에 다른 경로로도 쉽게 암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접근성이 높 은 한국에선 속쓰림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해 내시경 검 사를 하거나 민간 암 검진도 받습니다.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6개월 안에 이런 경로로 암을 발견 합니다. 결국 국가 암 검진으로 암을 약간 더 빨리 발견한다고 해서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건 아니었던 셈이죠.
둘째 이유는, 국가 암 검진 혜택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전 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가 암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은 받은 사람보다 흡연이나 과음 등으로 (암종에 따라) 암으로 죽을 확률이 2~13배나 높았습니다. 암 검진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 검진에 참여하지 않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 기본소득은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하후상박厚上薄 이 아닌, 모두에게 동일한 액수를 나누어주는 방식입니다. 이 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매우 떨어집니다. 같은 수준의 부의 재 분배 효과를 위해서 기본 소득은 안심 소득에 비해 훨씬 더 많 은 지출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진세를 대폭 강화하는 등의 세제 개선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렇게 해야만 안심 소득 수준의 부의 재분배 효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본 소득의 성패는 소득세제를 얼마나 누진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혹은 이 엄청난 비용을 감당 할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죠. 과감한 증세가 없다면, 기본 소득은 푼돈 수준의 매우 적은 금액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는, 부의 재분배 기능도 실제적인 사회 보장 기능도 미미한 정책이 될 것입니다.
안심 소득과 기본소득 모두 공통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두 제도 모두 일을 할 유인을 충분히 유지합니다. 일을 한다고 해서 복지 혜택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문제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죠. 이 점에서는 둘 다 기존 소득 보장 제도의 허점을 극복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소득은 적어도 지원 과정에서 자산·소득 조사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혹자는 안심 소득보다 기본 소득이 낫다고 주장합니다. 안심 소득은 선별을 해야 하고 기본 소득은 선별 과정이 없어서 행정 비용 감소에 우위 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기본소득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소 득세제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므로, 결국 소득에 의한 선별은 모든 제도에 해당하는 셈이죠.
학자로서 저는 같은 재원으로 불평등 개선 효과(부의 재분 배 효과)가 월등한 안심 소득을 지지하는 쪽입니다. 기본 소득 은 강력한 누진세제를 도입하는 데 따른 국민의 동의가 반드 시 있어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소득은 낮은 불평 등 개선 효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당분간 도입하기는 어렵다 고 생각합니다.
- 그럼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일할 의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오지에서 일하는 의료인 선발 방식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잠비아 정부는 국가 보건 요원을 선발 할 때 24개 시군구에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보건 요원에 지원 하라"고 선전하고, 나머지 24개 시군구에는 "(의사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지원해) 커리어를 극대화하라"고 선전했죠(<14-3> 참조). 그 결과 실제로 전자에는 사회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들이, 후 자에는 자기 인생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선발되었습 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 실제 배치되고 나서 누가 더 일을 잘했 을까요? 놀랍게도 후자였습니다. 방문 진료 횟수, 응급 진료 처리 속도, 영·유아 백신 접종률 등 모든 척도에서 자기 인생 의 성취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사회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들을 압도했죠.
이 연구는 아프리카에서 이뤄졌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해줍니다. 
- 선별 효과와 인센티브 효과
어떻게 해야 일 잘하는 사람(경제학 용어로 '생산성이 높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요? 자명한 방법은 보상을 높이는 겁니다. 보상 에는 임금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 노동시간, 사회적 존경 등 다 양한 측면이 포함됩니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보상이 어떻게 생 산성을 올리는지 밝혀냈습니다.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별 효과screening effect'입니다. 임금이 높은 자 리에는 좋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능력자를 채용할 가능성 도 높습니다. 두 번째는 '인센티브 효과incentive effect' 입니다. 높은 보상은 고용 이후에도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유인 을 제공합니다.
인센티브 효과는 크게 2가지 채널로 설명합니다. 우선, 만일 해고당해 실직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부득이 옮기게 되면 손해가 큽니다. 또 높은 보상을 받은 기쁨 및 감사의 의미로 더 열심히 일하는 '선물 교환gift exchange'이 있습니다.
먼저 임금부터 살펴보죠. 높은 임금이 노동자의 생산 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초로 연구한 사람은 인사경제 학personnel economics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러지어 Edward Lazear입니다. 그는 미국의 한 자동차 유리 생산업체가 1994~1995년 임금 지급 방식을 정액급제 hourly wage에서 성과 급제 piece rate로 변경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결과 생산성 이 무려 44%나 상승했습니다. 
- 주 5일제는 연장 근로 비용을 상승시켜 회사가 노동자에게 초과근무 요구를 어렵게 하는 조처이고, 주 52시간제는 노 동시간 총량을 원천적으로 틀어막는 제도입니다. 사실 이렇게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 향이 아닙니다.
지식 기반 경제 구조에서 고용 형태는 복잡하고 다양해지 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 52시간보다 더 일하고 싶 은 노동자에게 일하지 말라고 국가가 강요하는 게 과연 정당 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정책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지 회사와 국민의 일상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조정하는 구실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이 제도는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2023년 주 69시간제 논의의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의 요점은 주 69시간을 근무하라 는 의미가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시간에 유연성을 더하는 것 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주 69시간제가 반대에 부딪힌 것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과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 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1,910 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5위입니다(<16-4>). 10
우리와 비슷한 경제 수준의 유럽 국가들은 1,300~1,600시 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더해 평균 출퇴근 시간이 58분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입니다(<16-5>)." 결국 가정에서 보 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고, 이것이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합니다.
- 숨 가쁘게 나열한 등교 제한의 대가는 앞으로 100년에 걸 쳐 코로나19 시대를 겪은 아이들이 모두 사망하는 그날까지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한번 형성된 비인지 기능은 잘 변하지 않고, 교육은 수명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 럽에서 인구당 감염률이 우리나라의 무려 50~100배 수준인 시절에도 가급적 등교 수업을 진행한 이유입니다.
- 등교 제한의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됩니다. 학력 저하가 저 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얘깁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 층 아이 사이에 벌어진 학력 차이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한 세기 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위한 환경도 좋지 않고, 사교육을 통한 학업 손실 해결도 어렵지요. 이에 비해 여건이 좋은 상위권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 수업을 통해 학업 효율성 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불평등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20장에 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쉬운 우리 교육계의 대처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학교 문을 닫아 감염을 최소화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 다. 하지만 등교 제한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과학적 증거가 나 온 다음에도 이를 지속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었습니다. 한국의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앞다투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실태 파악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학력 격차가 커졌다 더라'라는 교사·학부모의 경험담과 추측만 무성할 뿐이죠. 격 차가 커졌다면 얼마나 커졌는지, 어떤 아이들이 주된 피해자 인지, 학력 손실이 보호자 부재 때문인지 혹은 원격 수업 장비부족 탓인지 제대로 된 분석 자료가 부족합니다.
놀랍게도 우리에게는 학생들의 학력과 관련한 체계적인 자료가 부재합니다. 사실 전국 단위 시험 결과가 있어야 하는 데, 우리나라의 유일한 전국 단위 시험인 학업 성취도 평가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그나마도 전체가 아닌 3% 샘플입니다. 더구나 초등학생은 전국 단위 시 험이 없어 등교 제한이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그것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미친 영향을 알 길이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지나친 시험 부담을 주는 것은 문제지만, 코로 나19 사태를 겪으며 저는 적어도 1~2년에 한 번씩 학생들의 성취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 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의 학력뿐만 아니라 이른바 비 인지 기능(가령, 사회성, 끈기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도 필요하 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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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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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사

경제 2024. 1. 14. 08:24

- 사람은 누구나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거죠. 그런데 저금리가 2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어느 누가 내일 금리가 크게 뛰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현재의 금리 하향 흐름, 혹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할 겁니다. 우리 나라의 외환위기 이후 단순히 저금리가 나타난 것뿐 아니라 경제 주 체들의 마음 속에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쌓여 갔던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지나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등했 습니다. 그러니 이 금리 변화가 사람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느껴진 겁니다.
-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우리나라 경제는 큰 변화를 겪었죠.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축소되었고, 이는 실업 대란과 함께 장기 저성장 기조를 낳았습니다. 저성장을 메우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있었지만, 주요 자금의 수요처 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투자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 역시 하 락세를 나타내게 되었죠.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한 자금이 가계와 부 동산으로 쏠리면서 가계 부채의 급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야기 했습니다. 기업의 만성적인 투자 부진, 일자리 부족, 가계 부채 증가, 그리고 부동산 버블 우려에 이르기까지................ 지금 겪고 있는 우리 경 제의 문제점들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외환위기는 그걸 겪어내는 시기에 받는 충격도 크지만 이후 남는 상흔 역시 상당합니다. 그런 충격을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두 차례나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레벨이 한 단계씩 다운되는 현상이 나타났죠.
- 어느 국가나 수출 혹은 내수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갑자기 들이닥친 고베 대지진이라는 재 해로 인해 일본의 내수 성장은 침체일로에 있었죠. 내수가 어려우면 수출로 성장해야 하는데요, 슈퍼 엔고의 파고 앞에서 일본의 수출은 전례 없는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경제가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게 된 것이죠. 퍼펙트 스톰이란 개별적으로는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 청난 파괴력을 보일 때를 일컫는 기상 용어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나쁜 상황이 겹쳐서 심각한 경제위기가 생겨나는 상황을 말하죠.
일본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1995년 4월 대표적인 선진국 회담인 G7(Group of Seven: 세계 7대 주요 경제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 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의 대표가 참석)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요청 내용은 '내수 침체와 함께 슈퍼 엔고로 인해 급격하게 진행되는 수출 둔화를 막기 위해 엔화를 약세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거였죠. 결국 일본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며 각국은 엔저를 유도하기로 합의했 고, 이는 1985년 엔고를 유도했던 '플라자합의'와는 반대되기에 '역 플라자합의'라고 불리게 됩니다.
- 일본의 엔貨가 5개월여 만에 달러당 97엔 선을 회복했다. (1995년 8월) 15일 뉴욕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美日獨통화당국의 협 조개입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으며 엔화는 달러당 하루 동안에 3엔 이상 떨 어졌다. 이처럼 3국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국내 경기를 부 양시키기 위해서는 엔화 약세와 마르크화 약세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본과 독일, 달러화 강세가 필요한 미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일본의 외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달러 강세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장기금리를 인하시키고 경기가 후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달 러 약세, 엔화 강세는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를 상승시킴으로써 인 플레이션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중략)
1995년 8월 기사입니다. 이때부터 이미 엔화의 약세가 빠르게 진 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미국, 독일,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이들 국가의 공조가 급격한 엔화 약세를 촉발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죠. 두 번째 문단에 미국의 입장이 나오 는데요, 1994년, 당시 미국은 강하게 올라오려고 하는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 위해 빠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바 있습니다. 3퍼센트 수 준이었던 미국 기준금리를 6퍼센트까지 빠르게 인상했었죠. 이 과정 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는 했지만 높아진 금리로 인해 미국 경 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물가를 잡는 방법은 금리를 높이는 것도 있지만, 통화가치의 강 세를 만드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가 5퍼센트 오르는데 예금금리가 6퍼센트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예금에 돈을 넣어서 높은 금리를 취하고자 하겠죠. 물건 구입으로 돈이 쏠리지 않으니 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질 겁니다.
다른 맥락에서 살펴볼까요? 해당 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그 국가의 수입 물가가 하락하게 되죠. 앞서 인용한 기사에 나 와 있는 내용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달러가 약하고 엔화가 강할 때에는 1달러를 주고 70엔짜리 물건을 수입해야 하지만, 달러가 강 하고 엔화가 약해지면 1달러를 주고 97엔 수준의 물건을 수입할 수 있습니다. 달러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미국은 일본의 더 비 싼 제품을 같은 가격에 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수입 물가가 내려간 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내려가게 되면 굳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지 않아도 걱정거리인 인플레이션을 제압할 수 있습 니다. 달러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제압해 준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하 면서 미국의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겠죠. 참고로 당시의 달 러 강세는 미국 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그리고 낮아진 미국의 금 리는 미국의 내수 성장을 촉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닷컴 버블로 이어지게 되죠.
각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상호 간 의 강한 공조하에서 엔화 약세 및 달러 강세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 다. 그렇게 1995년 4월에는 엔화 강세가 대세라는 분위기였죠. 그런 데 불과 4개월 만인 1995년 8월에는 달러당 100엔 수준의 약한 엔 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어 버립니다.
- 자, 정리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합니다. 독자적인 통화 정책 을 유지하고자 갑국은 금리를 1퍼센트로 유지하죠. 그러면 미국으로 자본 유출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자본 의 이동을 제한해야 하는데, 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미국만큼 갑국이 금리를 올려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렇게 하면 독 자적인 통화 정책을 버리는 꼴이 됩니다. 불가능한 삼위일체, 동시에  가질 수 없는 세 가지를 모두 갖고자 하니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습니 다.
- 환율방어와 외환위기의 상관관계
세 가지를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최후의 보 루인 외환보유고를 헐어서 고정환율, 즉 1달러에 1000원을 유지하 면 됩니다.
너도나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1달러에 1500원으로 밀려 올라가 는 압력을 받죠. 이걸 막아서서 1달러에 1000원을 유지하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사람들 일색인 외환시장에서 누군가 과감히 등 장해 원화를 마구 사들이면 됩니다. 모두가 달러를 사들이려 하니 달 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인데, 반대로 큰손이 등장해서 달러를 마구 팔 고 원화를 사들이게 되면 달러의 강세가 제한되면서 1달러에 1000 원 수준의 환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바로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미국이 금리도 더 주 고 있고, 다들 갑국에서 미국으로 탈출하려고 하는 상황인데, 누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겠냐는 겁니다. 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지 않겠죠. 그래도 이런 행 동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는 당연히 1달러당 1000원의 환율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경제 주체일 겁니다. 바로 갑국의 외환 당 국이라고 보면 되죠.
이들은 갑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에서 일정 수준 달러를 꺼내 이를 외환시장에 매각합니다. 그리고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정확히 시장의 현 상황과 반대로 거래를 하면서 1달러에 1000원 선 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를 조금 어려운 말로 '환율방어'라고 합니다.
- 이제 정리를 해보죠.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는 불가능한 삼위일체에서 두 가지를 택하고 있었습니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적용하면서 '안정적인 환율'을, 그리고 '독자적인 통화 정책'을 택하면서 국내 가 계 저축을 기업 투자로 끌어내기 위한 차원의,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차원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두 가지를 가졌으니 다른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게 바로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점진적으로나마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거 하나는 확실했죠. 금융시장의 개방은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 다는 겁니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참고로 외환위 기 이후 1999년 2월에 국회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했 는데, 당시 제시되었던 수많은 원인 중 하나로 '금융시장 개방'이 언 급된 바 있습니다. 잠시 기사 보고 가시죠.
- MF 외환위기 이전에 한국은 환율이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관리변동환율제, 즉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고 있었죠. 그러니 달러 빚을 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던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달러당 1000원 밑에서 안정되어 있던 환율이 외 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말~1998년 초 달러당 2000원에 육박할 정 도로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당연히 달러 부채를 크게 늘려 놓았던 기 업들의 빚 부담이 늘었고, 이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을 겁니다.
- 외환위기는 국내 경제 구조 때문이 아니라 외채 때문에 일어난다. 그것도 만기가 짧게 돌아오는 단기외채를 갚지 못하는 것이 외환 위기의 원인이다. 이것은 1997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시아 국가 중 아무리 부실한 기업과 금융, 불투 명하고 부패한 정부를 가진 나라라도 단기외채가 적은 나라는 외 환위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아무리 건전한 기업과 금융기관, 투명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 라도 단기외채가 많으면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Steil and Lithan, 2006, p.104).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중국은 아직 과거의 사회주의체 제로부터의 이행이 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국영기업과 금융기관 부실이 한국보다 더 심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단기외 채가 적었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비켜갈 수 있었다.
범위를 동아시아 바깥으로 넓혀 보아도 기업과 금융기관 부실이 라는 구조적 문제는 개도국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모든 개도국에 서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 꼭 기억해 두셔야 했던 포인트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 나라는 안정적인 환율(거의 고정환율에 가까운 관리변동환율제), 독자적인 통화 정책(한국 여건에 맞춘 고금리 상황)의 두 가지를 취하고 있었다는 점 입니다. 대신에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일정 수준 제한되어 있는 상황 이었죠.
그런데 1996년 OECD 가입을 전후로 우리나라도 자본시장 개방 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자본시장 개방의 부작용을 우려 하여 단계적인 개방 계획을 진행했지만,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조금 씩 풀리게 되면서 외국 자금이 국내로 빠르게 유입되었죠. 국내로 유입될 때는 국내 금융기관들, 특히 당시 '종금사'라고 불리던 종합금융회사가 외국 자금 차입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나와 있 는 책을 잠시 읽어보시죠.
정부가 은행을 통한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이렇다. 1990년대 중반 정부는 자유화와 '세계화' 드라이브하에서 금융기관의 외국 영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994~1996년 중 24개의 투자금융회사가 종합금융회사(Merchant Bank)로 전환되 면서 외국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들도 28개의 외국 지점 을 열면서 외국 영업이 확대되었다. 종합금융회사와 은행의 외국 영업 활동에는 단기 차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민, 외환위기와 그 후의 한국 경제, 한울엠플러스, 2017, p.121-122)
- 장단기 기간의 미스매칭, 달러화와 원화 통화의 미스매칭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자금을 보다 유리한 저금리에 조달 할 수 있었죠. 금리는 '돈의 값'이라 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해지면 수 요가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8퍼센트에서는 진행하지 않았을 투자 를 4퍼센트 금리에서는 진행할 수 있겠죠. 금리가 저렴한 만큼 돈에 대한 수요, 즉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늘 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단기로 돈을 빌리거나 달러로 돈을 빌 리면 유리하다는 점을 보셨죠. 더욱 유리해지려면 이 두 조건을 합치 면 되지 않을까요? 단기로 달러 빚을 내서 장기로 대출을 해주면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겁니다. 단기로 달러 빚을 내는 것, 바로 '단기외채'입니다.
- 이제 정리를 해보죠. 지금까지 '외환위기가 왜 발생했을까?'를 짚 어봤습니다. 1990년대 초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반도체 시장에 대 한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었죠. 우리나라 수출 주력 산업의 비즈니스 여건이 긍정적이기에 국내 기업들은 투자를 늘릴 유인을 가지게 되 었습니다.
투자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고, 자금을 빌리면 빚을 지게 됩니 다. 그런데 그 빛이 단순한 국내 부채가 아니라 외채였던 것이죠. 당 시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차입이 가능해지면서 외채가 급격히 늘 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금융회사들은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해서 경 쟁력을 높이고자 단기외채를 끌어와서 국내 기업에 장기로 대출을 해줍니다. 대출의 장단기 미스매칭, 그리고 통화의 미스매칭이 동시 에 진행된 것이죠.
-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 있는 상황에서 1996년 하반기부터 우리나 라 수출 경기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1997년 초부터는 국내 굴 지의 대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죠. 단기로 돈을 빌려 왔지만 장기 로 대출을 해줬으니 빌려준 돈을 당장 회수할 수 없습니다. 금융사들 은 단기로 빌려 온 돈을 계속해서 연장하는 방법으로 대응했지만 한 국 경제의 부진이 이어지고 외국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단 기대출 연장이 어려워지게 되었죠. 그리고 그즈음 터져 나온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는 가뜩이나 불안감을 느끼던 외국 투자자들을 보다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관리변동환율제로 환율의 안정을 꾀하고 있던 외환 당국은 달러 의 급격한 강세를 제어하기 위해 환율방어 차원에서 외환보유고를 상당 수준 소진하게 되죠. 아울러 국내 금융기관들의 달러 자금 지원 역시 진행하면서 국내가용 외환보유고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 다. 1997년 말까지, 그리고 1998년 초까지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여 전히 많은데 외환보유고로도 감당이 되지 않았죠. 이에 1997년 11월 말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겁 니다.
-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높아진 외환보유고와 낮아진 단기외채비율, 2014년 이후 획득한 순대외채권국 지위, 그리고 한국 국 채의 위상 변화 등은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춰주는 요인입니 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짚어볼까 하는데요, 앞의 챕터에서 불 가능한 삼위일체를 설명했던 것 기억하시죠?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 유로운 자본 이동, 안정적인 환율(고정환율), 독자적인 통화 정책의 세 가지 중 두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이론이었죠.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안정적인 환율을 선택하면서 국가가 환율의 레벨을 관리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독자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상대적인 고금리를 유지했습니다. 대신 '자유로운 자본 이 동'을 선택하지 못했었죠.
지금은 불가능한 삼위일체 중 무엇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직관적 으로도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가능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 고 한국은행은 국내의 경기 상황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고 있죠. 독자적인 통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 면 무언가 하나를 포기했겠죠. 네, '안정적인 환율'을 포기했습니다. 기존의 관리변동환율제를 폐지하면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것이죠. 결론적으로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독자적인 통화 정책'을 취하는 대신 '안정적인 환율'을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택하게 된 겁니다.
-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및 LTCM의 파산 당시 연준은 발 빠른 금리 인하를 통해 금융시장을 혼란에서 구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준 풋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Y2K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몇 차례 멈추어 설 때에도 금융시장은 환호하곤 했죠. 그리고 2001년 연초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을 감안하여 진행된 금리 인하 초기에도 시장은 환희에 넘쳤었습니다. 네, 금리 인하가 하나의 만병 통치약처럼 인식되었습니다. 적어도 버블이 강해질 당시에는요.
그런데 신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영원히 강할 것 같았던 주식시장이 방향을 바꾸게 되자, 금리 인하로도 막을 수 없는 장기 하락장이 이어졌던 겁니다.
- 금융위기는 어떤 충격을 주었길래 이른바 '100년 만의 위기'로 불릴까요? 뒤의 문장을 조금 더 인용하겠습니다.
주택 가격 하락은 주식 가격 하락(IT 버블)이 초래했던 충격보다 훨 씬 더 큰 충격을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안겼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폭제와 취약성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주택 가격의 하락과 주택담보대출의 손실은 하나의 기폭 제였습니다. 불쏘시개 위로 던져진 성냥 같다는 뜻이지요. 바싹 마 른 상당량의 가연성 소재가 주변에 놓여 있지 않았더라면, 대형 화재는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 금융위기의 경우는 어떤 의미에서 주택시장 붕괴의 불똥이 경제에 그리고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취약성으로 옮겨 붙으면서 큰 화재로 번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경기 침체를 겪는 것으로 지나갈 수도 있었을 일이 금융 시스템의 약점 들 때문에 훨씬 더 격렬한 위기로 변형되었다는 것이지요. 벤 S. 버냉키, 김홍범 · 나원준 옮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미지북스, 2014, p. 91_
금융위기는 주택 가격 하락이 하나의 기폭제가 되어 은행의 부실, 즉 금융 시스템의 부실에 불을 붙인 거죠. 닷컴 버블의 붕괴나 금융 위기 당시 주택 가격의 하락을 불이 나는 것으로 본다면 주변에 불이 옮겨 붙을 것들이 있었는지 아닌지가 상당한 차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융위기 때에는 주변에 가연성 높은 소재들이 많았기 에 그 불이 크게 옮겨 붙은 것이지만, 닷컴 버블 당시에는 그런 소재 들이 없었기에 단기적인 침체로 마무리된 겁니다.
- 중국 위안화 절상의 영향력 
지금까지 본 기사 내용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중국이 미국의 압박 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인 거구나'라는 느낌 을 받으실 겁니다. 물론 미국의 압박 때문에 등 떠밀려서 위안화 절 상을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위안화 절상 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이 자국의 성장을 수출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수 소비를 통해서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안화 절상되면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 면서 수출 성장이 둔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그래프에서 보신 것처럼 위안화 절상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었던 만큼 중국의 수출 기 업들은 대비할 시간이 있었죠.
-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위안화 절상은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중국으로 수입되어 들어오는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달러당 8위안이던 위안화가 7위안이 된다고 가정해 보죠. 기존에는 1달러 물건을 사들일 때 8위안이 필요했는데, 이제 7위안이면 해당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요? 물가가 안정되면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만큼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위안화 절상으로 물가와 금리가 안정되면 중국인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보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중국이 수출 중심의 성장보다 는 내수 소비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도 맞는 것이, 10억 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내수가 아닌 수출 성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죠. 10억 명이 소비를 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위 안화 절상은 중국이 수출 일변도의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 소비의 점진 적인 성장까지 유도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되었던 겁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위안화 절상이 중국 이외의 다른 신흥국에게도 상당한 영향 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 중 가장 큰 부분 을 중국이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의 국가들 역시 미국에 수 출하면서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게도 당연히 통화 절상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외의 다른 신흥국들은 이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중국은 수출 경쟁을 하는, 이른바 수출 경합국입니다. 위안화 절상되지 않는데 미국 등의 압박으로 성급하게 내 나라 통화만 절상해 버리면 중국과의 수 출 경쟁에서 매우 불리해지겠죠. 그래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자국 통화를 절상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서게 되니, 다른 신흥국들도 자국 통 화 절상을 시작하게 된 거죠. 2005년 7월 22일 이후 신흥국 통화는 보다 전반적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가게 됩니다.
-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자본 유출 우려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게 되면 무너질 것으로만 보였던 신흥국의 소비 성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무 너지던 미국의 소비를 일정 수준 메워줄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게 될 겁니다. 이는 글로벌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 세계가 심각 한 경기 불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죠. 미국이 신 흥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해당 신흥국의 파산, 혹은 성장 위축을 제어해 주는 것이 큰 틀에서 보면 미국 혼자 소비하면서 생기는 문제 인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이후 한미 통화 스와프는 한 차례 더 발표되었던 바 있는데요, 바 로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2020년 3월 입니다. 당시에는 2008년의 두 배 수준인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가 발표되면서 당시에도 외환위기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자본 유출의 우려를 신속히 잠재우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많은 분들은 리 먼브라더스가 파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혹은 조금 디테일하게 미국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파생상품의 부실이 현실 화되었고, 금융기관들의 파산 우려가 커지며 나타난 신용경색이 금 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도 하십니다. 이는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은 설명할 수 있어도 당시 글로벌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 던 신흥국과 이들 국가들을 둘러싼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환경을 설 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줄어든 소비를 메워줄 수 있는 신흥국의 성장은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하면서 이후 금융위기 극복의 핵심이 되죠. 
- 은행 위기의 극복 차원에서 양적완화를 설명하다 보니 양적완화가 은행의 현금 늘리기 정도로만 비쳐질 수 있는데요, 이외에도 양적 완화의 효과는 상당히 강했습니다.
가장 큰 효과는 연준이 돈을 찍어서 장기국채를 사들이면서 나타 납니다. 장기국채를 엄청난 규모로 사들이게 되면 장기국채 쪽으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겠죠. 장기국채 시장에 돈이 넘치니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낮아지게 될 겁니다. 장기국채금리가 크게 하락하면 이 에 연동되어 있는 다른 채권이나 대출의 금리 역시 함께 낮아지게 되 겠죠. 금리가 낮아진 만큼 실물경제의 부담 역시 줄어들게 되면서 내수 소비를 부양하는 효과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 자산인 장기국채금리가 크게 낮아진 만큼, 장기국채 투자의 매력이 사라져 가죠. 그러면 조금이라도 위험한 자산에 투자를 해야 보다 높 은 금리를 받게 되지 않을까요? 네,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되어 있 던 위험한 투자자산 쪽으로도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효과 역시 상당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양적완화의 도입 역시 쉽지는 않았죠. 너무 많은 돈을 풀게 되면 화폐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 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적완화를 시행하기 불과 2개월여 전인 2009년 1월에도 연준 내부에서 무분별한 양적완 화에 반대하는 위원들이 있었죠. 해당 기사를 읽어보시죠.
- 연준 내에서도 당시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인 양적완 화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명시적으로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은행에 무분별하게 유동성을 공급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적당한 목표치를 설정해서 진행하 자라는 제안을 하고 있죠.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준 의장이 었던 벤 버냉키는 과감하게 양적완화 정책을 금융위기의 돌파구로 채택했고, 이후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시장을 혼란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TARP를 통해 은행에 자본을 주입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은행의 현금 보유를 크게 늘려줍니다. 그리고 양적완화 효과로 시장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었죠.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지고 뱅크런의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강하게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섭니다. 그리고 2022년 5월에는 0.5퍼센트 의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죠. 연이어 6월, 7월, 9월, 10월에 0.75퍼센 트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네 차례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집필하고 있는 2023년 4월 현재 4.75~5.0퍼센트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죠. 2022년 3월 0~0.25퍼센트였던 기준금리가 2023년 4월 4.75~5.0퍼센트까지 인상되었으니 1년간 4.75퍼센트의 금리 인상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높은 금리 인상은 1980년대 초 석유파동 당시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죠. 빠른 금리 인상이라고 했던 1994년의 금리 인상 도 3퍼센트였던 기준금리를 6퍼센트로 인상한 것이었고, 일본의 버 블 붕괴를 불러왔던 일본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1년 반에 걸쳐 2.5 퍼센트였던 기준금리를 6.0퍼센트로 인상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1년여의 기간 동안 5퍼센트에 가까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한 만큼 실물경제가 느끼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2023년 1분 기 들어 나타나고 있는 자산 가격의 급변동이나 소규모 은행 파산 등 불안의 원인 역시 연준의 과격한 금리 인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 다.
- 적절한 속도로 금리 인상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제압했다면 그 많은 금리를 짧은 기간 동안에 인상하지 않아도 되었겠죠. 금리를 인 상해야 하는 적기에는 금리 인상을 미루다가 뒤늦게 긴축에 나서고,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시기에는 너무 높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면 서 실물경제의 충격을 보다 깊게 만드는 실수를 연준은 과거부터 수 차례 반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는 오판으로 40년 만에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깨우게 된 것이죠. 
- 1년 만에 기준금리 4.75% 인상
무언가 과거에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던 실전 매뉴얼이 있었 다면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40년 만에 찾아 온 인플레이션이기에, 그리고 그 반대편인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가 워낙에 컸기에 미국 정부나 연준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 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뒤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한 만큼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죠. 2022년 3월 0~0.25퍼센트였 던 기준금리는 2023년 3월 FOMC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4.75~5.0퍼 센트로 인상되었습니다. 딱 1년 만에 4.75퍼센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것이죠.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던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인상입니다. 미국 채권시장의 대학살과 멕시코 외환위 기를 만들어 낸 1994년의 급격한 금리 인상도 3퍼센트였던 기준금 리를 6퍼센트로 인상하며 1년간 3퍼센트 수준의 인상에 그쳤죠. 일 본 버블 붕괴 직전에도 끝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꺾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은 2.5퍼센트에서 6.0퍼센트로 금리를 인상하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3.5퍼센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이후의 긴축은 1년 동안 4.75퍼센트의 인상이 이루어진 겁 니다. 네, 늦은 만큼 너무나 가파른 금리 인상을 진행한 것이죠. 그러 면 이게 무언가 악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빠른 금리 인상의 악영향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3월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파 산하는 등 은행 시스템 위기에 대한 공포감 역시 고조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제압하기 위한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 상황이 참 어렵습니다.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니 이 를 잡기 위해서는 긴축 기조를 더 이어가야 합니다. 반면에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많이 쌓여 있는 데다 성장 동력 역시 매 우 연약한 만큼 지금의 긴축 기조를 이어갔을 때 받을 충격이 클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연준과 미국 행정부는 긴축을 이어갈 수 있 을까요? 만약 계속해서 우왕좌왕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을 제압하 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경제 체제가 인플레이션이라 는 병을 오래 앓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고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고질병은 한 번 걸리면 쉽사리 낫지 않죠. 
- 1970년대 이전 10년 이상 안정되었던 물가가 왜 오르기 시작했 을까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저는 1960년대 후반 린 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에서 부터 인플레이션의 싹이 텄다고 봅니다. 그린스펀과 에이드리언 올 드리지 (Adrian Wooldridge)가 공저한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다음 과 같은 설명을 찾아볼 수 있죠.
1970년대 비관론이 횡행하게 된 한 가지 이유는 이전 10년의 과도한 낙관론이었다. 승리에 도취한 자유주의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모델을 한계점까지 밀어붙였다. 정치인은 오래 유지하 기에는 너무나 달콤한 약속을 내걸었다. 노동자들은 생산성을 높 이지 못한 상태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경영자는 내일의 전쟁 이 아니라 어제의 전투에 초점을 맞췄다. 황금기에서 침체기로 나 아가는 과정의 핵심 인물은 린든 존슨이었다. (중략)
그린든 존슨)는 케네디가 암살된 지 6주 뒤 의회에 나가 '빈곤에 대한 무조건적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는 이 전쟁에서 이길 형편이 됩니다. 오히려 질 형편 이 안됩니다." 그는 “우리는 부유하고 강력한 사회만이 아니라 위 대한 사회 (Great Society)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1965~1966년 단 일 회기 동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수많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앨런 그리스펀 · 에이드리언 올드리지, 김태훈 번역, 장경덕 감수,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세종서적, 2020, p.356-357)
- 196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에서 패전한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했다고 합니다. 당시 집권했던 린든 존슨 대통령은 소련 을 훨씬 넘어서는 살기 좋은 미국을 말하면서 거대한 복지 정책을 시 행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위대한 사회'였죠. 미국 정부 부채는 걷잡 을 수 없이 늘어났지만, 재정 지출이 늘어난 만큼 사람들의 소비 수 요 역시 강해집니다. 수요의 증가는 물가 상승을 자극하게 되죠. 린 든 존슨 대통령 이후 집권한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은 그 런 경기 부양조의 재정 지출 기조를 보다 강하게 가져갑니다. 관련 설명 인용합니다.
닉슨은 체제의 균열이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존슨보다 더 크게 복지 정책을 확대했다. 의회는 무료 학교 급식 부터, 실업 급여 증액, 장애 혜택 개선까지 일련의 새로운 복지 제 도를 만들었다. 또한 사회보장연금을 10퍼센트 늘렸으며, 연금을 물가상승률과 자동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중략)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연 복지 비용은 존슨 행정부보다 닉슨 행정부에 서 20퍼센트 더 빨리 늘어났다. 1971년 복지 지출액은 마침내 국 방 지출액을 넘어섰다. 모든 것이 과잉이었다. 그 현실적 대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앨런 그리스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 김태훈 번역, 장경덕 감수,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세종서적, 2020, p.360-361)
- 이후 취임한 닉슨은 복지 정책을 더욱 강화하면서 재정 부양 에 힘썼습니다. 닉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 1온스당 35달러까지 찍을 수 있었던 당시의 금본위제를 폐 지하면서 달러의 공급을 금본위제라는 족쇄에서 풀어버립니다. 이후 연준은 보유하고 있는 금 수량에 관계 없이 달러화를 찍어서 공급할 수 있게 되었죠. 복지 정책을 통한 지출도 늘어났지만 돈 풀기와 같 은 통화 정책 역시 함께 진행한 겁니다.
이 시기에 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자 닉슨 대통령은 물가 통제에 나서게 됩니다. 말 그대로 90일간 각종 재화의 가격과 임금, 에너지 가격 등을 동결하는 정책을 발표해 버립니다. 제품 원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는데, 제품 판매 가격을 동결해 버리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를 할수록 손해를 보게 되죠. 인위적인 가격 통 제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됩니다. 이후 가격 통제를 풀자, 눌려 있던 물가가 크게 뛰어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보 다 심각하게 몰고 갔습니다.
-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터져 나온 것이 바 로 1973년의 제1차 석유파동이었습니다. 석유파동까지 가세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집니다. 그러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의 파수꾼인 연준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겠죠. 연준은 빠른 긴축을 통해 끓어오르 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선제적으로 제압해야 했을 겁니다. 그렇 지만 당시 연준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죠.
이유는 첫째, 1950~1960년대 10년 이상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 상을 보면서 당시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다소 쉽게 판단한 면이 있었 습니다. 이는 연준뿐 아니라 미국 행정부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물가 대안정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미국 행정부는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 재정 지출을 늘렸고, 연준 역시 여기에 동조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다소 느슨한 경계감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연준 의장은 아서 번스(Arthur Burns)였는데요, 이분은 경제학자로서는 매우 저명한 분이지만 당시 연준 의장으로서의 정책에 있 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번스 의장은 물가가 빠르게 높 아질 때에는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억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물가가 살짝 안정세를 보이면 성장의 둔화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며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죠. 물가 안정과 경기 부 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했던 겁니다. 

- 네 가지 경제위기의 공통점 
우선 외환위기부터 잠시 되돌아볼까요?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차별적인 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PC 붐에 힘입은 반도 체 시장의 강한 성장과 엔화 초강세를 통해 얻어낸 상대적으로 유리 한 수출 가격경쟁력 덕분에 호경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호경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OECD 가입 및 종금사와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은 단기외 채를 크게 늘렸고, 그런 금융기관들에게 기업들은 국내 금융보다 유 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 투자를 확대했죠. 그렇지만 누구도 예상하 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겁니다. 그렇게 강하던 PC시장이 흔들렸고, 10년간의 강세를 끝으로 엔화는 빠른 약세로 전환했죠.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맞이한 급격한 환경의 변화, 이에 견디지 못하고 외환위기의 파고에 휩쓸려 버린 겁니다.
닷컴 버블도 이런 방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 혁명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신경제'로 탈바꿈했다는 믿음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죠. 신경제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미국 내 물가는 크게 오르 지 않으면서도 차별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굳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긴축을 할 필 요가 없겠죠. 그리고 혹여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긴축을 이어가던 연 준이 언제든 돈을 풀면서 실물경기의 침체를 막아주는 이른바 '연준 풋'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호시절이 이어질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중앙은행이 돈 풀기로 막아줄 것이라는 낙관론이 미국 주식 을 비롯한 자산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을 촉발했던 겁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올라버린 자산 가격은 사람들의 과잉 소비로 이어졌고, 이는 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물가의 상승을, 그리고 연준의 긴축을 자극하게 되었죠. 물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중앙은행은 긴축보다는 자산시장의 하방을 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져버린 시장은 이후 2년 이상 하락하면서 닷컴 버블의 붕괴라는 어두운 터널로 접어들게 됩니다.
금융위기 역시 '낙관론'과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처럼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은 하락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보금자리라고 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의 강세 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낙관론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주택 가격 강세에 대한 믿음은 당시 금융공학과 맞물려 파생상품을 통 한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글래스 스티걸법의 폐지 같은 규제 완화로 대형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위험한 자산들에 과도 한 투자를 했죠. 당시 글로벌 경제 성장 역시 결코 약하지 않았습니 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이어진 신흥국들의 강한 성장세 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탄탄한 강세장에 대한 의구심을 사라지게 만 들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호시절 역시 영원할 수는 없었죠. 고공비행을 하던 주택시장이 흔들렸고, 주택시장의 강세에 기반하여 설계된 파생상품 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생상품에 많은 투자를 했 던 대형 금융기관들이 파산했죠. 믿었던 신흥국의 성장세 역시 미국 금융기관 파산으로 인한 충격과 급작스레 찾아온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한 긴축으로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주택 가격 하락, 금융기관 파산, 그리고 신흥국의 성장 둔화 패키지는 전 세계를 금융 위기의 늪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마지막 코로나19 사태 및 인플레이션 상황 역시 비슷합니다. 글 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 로 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꾸준히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왔죠. 그 러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제한 돈 풀기가 시행되었고, 이는 지난 40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그리 고 앞으로 나타나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깨 워버리게 되죠. 인플레이션은 이 세상에서 멸종되었다는 안이한 생각 속에서 이루어진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이 40년 만에 잠들어 있던 괴물을 깨워버린 겁니다. 이를 잡기 위해 단행된 중앙은행의 강한 긴 축 정책은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를 힘겨운 상황으로 몰아갔죠. 물론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겠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면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식 거대한 인플 레이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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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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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경제 EXIT

경제 2023. 12. 7. 11:45

- 일본 정부는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후, 2006년부터 단 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여 2013년 65세로 높였다. 일본 기업은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또는 정년폐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60세 퇴직 이후 계약직 등으로 더 낮은 임금을 주며 계속고용제도를 채택한 기 업이 약 80퍼센트다. 이제 70세 정년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정년 연장은 별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지 않았다. 일손부족 문제도 심각했 지만, 정부가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노사의 이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2013년 이후 아베노믹스(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 략 등으로 장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한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배경으로 경기가 회복되어 청년실업률이 뚝 떨어진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일본과 정책은 비슷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정년연장에 대 해 기업계는 비용 부담을 들어 반발했지만, 가장 큰 우려는 정년연장이 실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정규직 등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과 달리 한 국은 직장에서 수십 년을 일하고 정년을 맞는 노동자들이 적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6년으로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며 중소 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낮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청년들이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중년 노동자들에게 정년연장은 신규고용을 줄 여 오히려 나쁜 소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임금의 연공성(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3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들의 연봉은 입사 때와 비교할 때 3.3배로 높아지는데, 일본은 2.5배, 유럽은 1.7배로 낮다. 연공 급(근로자의 근속 기간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임금체계)이 강력하니 근속 연수가 높을수록 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더 빨리 기업들은 노동자들 이 50대가 되기도 전에 퇴직의 압력을 넣고, 정년연장의 부담도 더욱 커진다. 연공급의 원조인 일본은 오랫동안 임금체계를 개편해왔고 2000년대 후에는 일본식 직무급인 역할급(조직에서 직원의 역할에 따라 역할등급과 임금을 정하고, 그 이행 정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이 확 산되었다.
- 한국의 정년연장이 기득권층에게만 이득이 되지 않으려면 연공급 의 개혁 혹은 임금피크제 실시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정년이 보장되 면서도 처우가 좋은 공공부문의 솔선수범이 요구되고 있다. 예를 들 어 일반공무원 하급직은 그리 높지 않지만, 2018년 전체 공무원의 평 균연봉은 약 6300만 원이었고 공기업 전체의 평균연봉은 7843만원 에 이르렀다. 반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은 3634만 원이었고 상위 10 퍼센트의 경계는 6950만 원이었다.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청년들 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셈이다.
-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et idéologie》에서 사회는 저마 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며 모든 사회의 역 사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역사라고 썼다. 그는 또한 불평등 변화의 주 된 원인이 정치라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바야흐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세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지형이 급격히 변화했 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물론 부자증세와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 의 미래는 결국 정치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정치 적 반대와 난항 속에서 계획만큼 현실에서 계획했던 증세를 실현하 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이익 이 10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실효법인세율을 최소 15퍼센트 적용하고 탈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정반대 방향으 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에 필요한 것은 역시 새로운 세금의 경제학과 증세를 위한 정치적 노력일 것이다.
- 따라서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허구에 가깝 다. 날 때부터 출발선이 다르고 또 누군가는 경기장에 서기도 힘든 상 황에서 형식적 공정만 밀어붙이면 결과의 불평등이 더 심각해질 가 능성이 크다. 게다가 자신의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능력주의 신화는 불평등을 정당화할 것이다. 결국 경쟁지상주의와 시험에만 기초한 능력주의는 불평등의 세습과 기회 격차를 강화해 실질적 공 정을 해칠 수 있다. 평등 없는 공정의 한계다. 진보가 공정 개념에서 도 약자에 대한 배려와 결과의 평등을 강조하는 이유다.
- 1980년대 이후 주류가 되었던 보수적인 경제 학, 즉 감세와 규제완화로 기업과 부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성장이 촉진되고 그 이득이 모두에게 퍼져나갈 것이라는 낙수효과 주장은 이제 힘을 잃고 말았다. 실제로 지난 50년 동안의 선진국들의 주요 감세정책을 연구한 한 실증연구는 감세가 불평등을 심화시키지만 성 장을 촉진하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한다. 사실 보수적인 경제정책이 득세하던 시기에 심화된 자본과 노동 그리고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 균형이 총수요를 억제하고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경제의 장기정체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제 경제학도 정책결정자도 과거에 대한 반성에 기초해 이들 사이의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여 각국은 엄청난 재정확장 을 실시했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소득과 일자리를 잃고 불평등이 심 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다. 팬데믹 경제위기는 특히 케인스 주의적인 큰 정부가 귀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학계에서는 글로 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긴축을 지지하는 목소 리가 컸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긴축의 재앙적 결과가 뚜 렷해졌고 불황기 재정확장을 강조하는 주장이 경제학에서 대세가 되 었다.
- 팬데믹은 현실에서 이러한 주장을 실현하는 무대가 되었다. 실제 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덕분에 전염병과 봉쇄로 인한 경제위 기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었다. 특히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악화되었 지만, 한국도 그랬듯이 여러 국가에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소득분 배가 개선되기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2022년 한국의 대선에서 불평등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방역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많이 모자랐는데도 국가부채비율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컸다. 새 대통령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야기했지만, 빈 곤층에 대한 몇몇 지원 확대 외에는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새 정부가 고장난 레코드판과 같은 낡은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여 불평등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는 세계적인 변화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바이든 정 부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강화하는 법안과 함께, '더 나은 재건'이라 는 구호 아래 어린이의 무상교육을 포함하는 1.8조 달러 규모의 사회 복지 공공투자계획을 추진했다. 이와 동시에 1억 달러 이상 거대부 자들에게 미실현 투자이익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대해 최소 20퍼센 트의 소득세를 물리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기시다 정부도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우며 취약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하청 기업의 단가인상을 대기업이 수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과연 지금 한국에는 불평등과 싸우는 경제학과 정치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 실제로 공식적인 물가상승률 수치보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더 빨리 뛰어 소득계층에 따라 효과가 다른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 이는 부자들에 비해 저소득 층의 예산에서 생필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예 를 들어 미국에서 팬데믹 이후 저소득층의 예산에서 비중이 큰 가솔 린이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반면, 고소득층의 예산에서 비중이 높 은 서비스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 또한 이렇게 인플레 이션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효과는 불황기에 더욱 커진다고 보고된 다. 게다가 명목임금의 상승이 급속한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해서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 소득분배와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 이 크고,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시민들의 정치적 불만도 커질 것 이다. 
- 적극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고 돈을 뿌려서라도 경 제의 붕괴를 막지 않으면 심각한 불황으로 인해 저소득층 노동자들 의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고 소득분배가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중앙은행은 불황을 막고 경제를 살리는 과정에서 자산불평등이 높아지는 것과 불황이 심화되어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것 사이의 딜레마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은 불평등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학자들은 실증연구를 통해 어렵지만 중요한 이 질문에 대 답을 제시한다. 장기적인 자료를 사용한 연구들은 전반적으로 긴축 적 통화정책이 경기를 악화시키고 임금상승을 둔화시켜 소득불평등 을 심화시켰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유럽 국가의 상세한 행정자료를 사용한 최근 연구들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저소득층의 노동소득과 함 께 부자들의 자본소득을 크게 높였다고 보고한다. 특히 양적완화나 초저금리와 같은 정책은 심각한 경제위기와 불황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가들의 연설에서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는 한 편으로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한 비판을 중앙은행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저금리와 저인플레가 지속되어 인 플레에 대한 중앙은행의 우려가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야 흐로 상황은 크게 변했고 인플레의 급등에 직면하여 불평등에 관한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긴축적 통화정책이 현재 의 인플레이션 억제에 얼마나 효과적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불평등에 대응하기에는 무딘 수단이며 소득분 배 문제에는 재정정책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법인세 인하가 현실에서 성장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세수감소를 낳아 서민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지출을 통제하고 서민을 위한 예산을 크게 늘 리지 않은 중요한 이유로 부자감세가 지적되었다. 예산정책처에 따 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의 감세로 인해 2010~2012년 3년간 약 17조 5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도 마찬가지다. 2022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낮추기로 한 정부의 원래 법인세 인하계획으로 세수가 2023~2027년 누적 약 33조원 감소할 것이라 보고했다. 
이러한 세수감소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반대되며 특히 다른 증세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 지출을 제약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새 정부의 원래 법인세 인하계획의 혜택을 보는 기업은 신고기업의 약 0.01퍼센트인 103개의 극소수 대기업이었다. 거센 비판을 배경으로 결국 국회에서 여야는 2022년 12월에 2023년 법인세를 모든 구간에서 1퍼센트포인트씩 낮 추기로 합의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한국의 법인세가 높다 는 것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중앙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G7 국가 중 프랑스 다음으로 높고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지방세까지 포함한 법인세율은 한국이 G7 국가 평균과 비슷하며 독일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명목세율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과 비교 하여 법인세를 얼마나 내는지를 보여주는 실효세율이다. 법인세 실 효세율은 각종 세금공제로 인해서 명목세율보다 낮은데 국제적으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버클리대학교 주크만Gabriel Zucman 교수 등은 최근 150개국의 자본과 노동에 대한 실효세율 장기데이터 를 발표했다. 31 이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자본에 대한 실효세율은 역시 G7 국가 중 중간 수준이었다. 법인세가 조금 높다 해도 다른 국 가로 기업이 쉽게 옮겨가지 않겠지만, 법인세 부담이 국제적으로 크 다는 것도 분명 사실이 아니다.
- 낙수효과라는 말은 미국의 코미디언 윌 로저스Will Rogers가 1932년 대선에서 루스벨트에게 패배한 공화당의 후버 대통령을 비 판하는 칼럼에서 처음 썼다. 대공황 시기 공화당 정부는 돈이 아래로 흘러가길 바라며 부자들에게 소득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는 기술 자였던 후버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알지만 돈은 사실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것을 모른다고 꼬집었다. 1980년대에 되살아났지만 실 패하고 말았던 이 낡은 아이디어가 한국의 새 정부에서 다시 등장한 것은 보수의 사상과 정책의 빈곤을 보여주는 듯하다. 대통령은 법인 세 감세에 관해 물어보는 기자들에게 "그럼 하지 말까?"라고 반문했 다고 한다. "하지 마시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량실업을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은 크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새로 일자리를 찾아도 전보다 임금이 낮을 가능성이 크고, 자동화가 노 동자들의 몫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IT 아세모글루 Kamer Acemoglu 교수의 연구는 최근 불평등 심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자동화를 지목한다. 그는 미국에서 로봇에 노출된 산업 비중이 큰지 역에서 고용률과 임금상승률이 낮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다른 연구 에 따르면 자동화 진전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산업에서 저학 력 노동자와 같이 루틴 일자리에 많이 노출된 노동자 집단일수록 지 난 40년 동안 임금상승률이 낮았다. 이 연구는 자동화로 인한 직무 대체가 임금불평등 변화의 약 절반을 설명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 아세모글루 교수와 존슨Simon Johnson 교수의 저서 《권력과 진보Power and Progress》는 오랜 역사를 돌아보며 기술혁신으로 모두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부의 진보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노동을 대체하는 과도한 자동화로 이어질 수 있는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방향에도 우려를 표명한다.
오래 전 마르크스는 기계 자체보다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문 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급속한 인공지능의 발전 앞에서 우리가 던져 야 할 질문은 어떻게 실업이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가능성을 최소 화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할 것인가다.
- 일본 남성은 50세까지 결혼을 하지 못한 생애미혼율이 2015년 약 23퍼센트나 되었는데 저소득층의 미혼율이 훨씬 더 높았다. 한국 도 일본을 급속히 쫓아가고 있어서 2025년에는 전체 남성의 약 5분 의 1이 평생 결혼을 하지 못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힘겹게 결혼 을 해도 가난을 물려주기 싫고 아이가 자라서 나만큼의 삶도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를 가질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 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보면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 질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이 2009년 48.3퍼센트 에서 2019년 28.9퍼센트로 감소했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2년 동안 분만 건수는 감소했지만 그중 저소득층의 비 중이 뚜렷이 줄어든 반면, 상위 30퍼센트 이상 고소득층의 비중이 증 가했다. 이제 결혼도 출산도 고소득층이 누리기 쉬운 사치품에 가까 워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세대와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저출산대책을 전환했는데 이는 바람직한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결혼과 출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부와 소득의 불평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또한 청년의 일자리를 위한 공공투자와 교육을 확충하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사회안전 망도 강화해야 한다. 흔히들 부의 대물림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 러나 가난은 대물림조차 되지 않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2022년 6월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은 역시 그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정부는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법인세 최 고세율 인하 등의 감세를 제시했다. 이는 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가 고용과 성장을 촉진하여 그 이득이 서민에게도 돌아갈 것이라는 '낙 수효과' 경제학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학 연구와 역사적 경 험은 그것이 환상임을 보여준다. 이 흘러간 주장이 2020년대에 되살 아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게다가 경제부총리는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임금인상을 억제하라고 이야기하여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사업체노동 력조사에 따르면 2022년 4월 전체 근로자의 임금총액이 전년 동월 비 2.7퍼센트 상승하여 1분기보다 크게 낮아졌고 소비자물가상승률 4.8퍼센트에 비해도 낮았다. 결국 실질임금은 하락했고 일각에서 우 려하는 임금-물가상승 악순환의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 밀려오는 충격에 대응해서 다른 선진국들은 재정확장을 통해 거 시경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시민들의 삶을 지원하며 증세를 추진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공공투자와 증세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고 일본도 에너지요금 보조와 임금인상을 지원하 기 위해 대규모의 인플레이션 종합대책을 도입했다. 독일은 수차례 에 걸쳐 에너지보조금을 도입하고 전기와 가스가격 상한제를 실시하 며 12월에는 가구의 에너지요금을 정부가 대신 내주기로 했다. 프랑 스와 이탈리아 등도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응해 재정을 통해 시민들 을 지원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높은 수익을 올 린 에너지기업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여 재원을 마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확장적인 재정정책 이 함께 도입되는 이러한 현실을 "거시경제정책의 레짐체인지 Regime Change"라고 불렀다. 이는 과거 보수적인 입장이 득세했지만 최근 크게 변화한 거시경제학의 흐름을 반영한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 처해 불황의 상처가 깊으면 장기적으로 생산성 상승과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거시경제학의 새로운 연구에 기초하여 큰 정부가 귀환한 것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재정지출 규모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훨씬 작았고 2023년의 재 정정책도 긴축적이었다. 경기변동으로 인한 효과를 통제해 재정정책 이 확장적인지 아닌지 잘 보여주는 구조적 재정수지를 보면 한국은 2023년에도 구조적재정수지가 GDP 대비 0.3퍼센트 흑자로 전망되 었다. 2023년 큰 세수감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0.2퍼센트 흑자 로 전망되어 확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은 대폭 적자 가전망되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하게 안 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 Mark Twain의 말이다. 경제학에서 그런 생각 중 대표적인 것은 긴축정책일 것이다. 오랫동안 거시경제학의 합의 는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재정정책은 효과적이지 않고 과도 한 정부부채는 경제에 나쁘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경제회복을 위한 적 극적인 재정확장에 실패했다. 2010년 때마침 발표된 하버드대학교의 라인하트 Carmen Reinhart 와 로고프 교수의 연구는 '선진국의 정부부채 가 GDP의 90퍼센트를 넘으면 성장률이 크게 하락한다'고 보고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엑셀 실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고, 불황으로 정부부채비율은 높아질 수 있으니 인과관계 또한 뚜렷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과 '긴축'이라는 보수적 교리는 강력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이러한 교리를 따라 긴축을 수용한 그리스의 경우, 경제가 붕괴하고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2012년 국제통화기금의 연구는 유럽의 교훈으로부터 긴축이 가져다주는 심각한 악영향을 인정했다. 또한 제로금리 수준으로 금리가 낮아진 현실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의 한계가 뚜렷해 지자 재정정책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긴축의 논리가 약해졌다. 이제 거시경제학계에도 경제침체기에 재정확장이 효과적이며 경제성장 률이 국채금리보다 높다면 일시적 정부부채 증가를 크게 우려할 필 요가 없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 경쟁의 약화는 또한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을 하락시켜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2000년대 이후 미국경제의 노동소 득분배율은 빠르게 하락했는데 여러 실증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소위 슈퍼스타기업에서 뚜렷하며 산업의 독점 심화와 관련이 크다고 보고 한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의 심화도 임금상승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심화된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이제 독점에 대한 비판이 정치의 좌우를 막론하고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미 2019년 9월 자본 주의의 리셋이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독점에 기초한 지대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재벌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한국 의 마크업은 1980년에서 2016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크게 높 아졌고, 그 정도가 미국과 비슷할 정도로 높았다. 112 몇년 전부터 한 국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 그리고 배달업체 등 플랫폼 기업의 시 장지배와 노동억압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 제대로 된 역동적인 자 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독점을 깨 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으로부터 거시경제학이 얻은 분명한 교훈은 긴축과 불평등이 경제에 나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맞은 한국에서 후보들은 어떻게 불평등을 개선하고 어떤 재정정책을 펼 것인지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이 현실에서 어떻게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윤석열 후보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뚜렷하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는 시민최저소득과 전국 민 소득보험을 제시했는데, 여러 공약에 대한 검증과 논쟁은 제대로 발전되지 못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지출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었고, 정부부채비율 상승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가계부채비 율은 크게 높아졌다. 여야가 모두 손실보상을 이야기했지만 말만 무 성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미래와 재정의 역할에 관해 후보들의 격론을 기대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실망스러웠다. 한 국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다.
-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기업에 묻는 주장은 인플레이션에 관한 전통적 관점과는 크게 다르다. 주류경제학계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과도한 재정확장과 같은 총수요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하 며 임금-물가 악순환을 우려해 노동시장을 식히기 위해 금리를 인상 해왔다. 그러나 임금상승이 최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는 않았으며 현재는 임금-물가 악순환의 근거도 희박하다. 실제로 여러 선진국에 서 팬데믹 이전의 추세와 비교할 때 현재 이윤은 더 높아졌지만 임금 은 하락했다.
- 이윤주도 인플레이션을 주장하는 이들은 특히 공급망 충격과 이윤 상승으로 인한 최근 인플레이션에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 적이지 않으며 경기침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고 비판한 다. 대신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시행되었던 전략적 가격통제와 같은 시 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나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필 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이에 회의적이다. 그 러나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통제를 도입했고 영국도 빵 과 우유 같은 필수품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해외의 진보파가 보기에는 정부의 말 한마디에 라면 가격이 하락하는 한국의 현실이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경우 기업들의 이윤마진이나 마크업 변화 등 최근 인플레이션에 기업이윤 증가가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 상세한 분석이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식으로 인플레이션의 부담을 노동 자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책임을 기업에도 따져 묻는 일이 필 요하다는 것이다.
- 결국 일본에서는 생산성 상승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못 해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고, 아베노믹스 이후에도 임금상승이 부 진해 노동자의 몫은 2017년까지 더욱 줄어들었다. 이는 노조조직률 이 하락하고 구조조정이 확대된 노동시장의 변화와 관련이 크다. 일 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1990년 약 20퍼센트에서 2018년 약 38퍼센트 로 계속 높아졌고 임금불평등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소비를 억누르고 총수요를 둔화시켜 경제 회복과 성장을 가로막은 한 요인 이었다. 그러고 보면 일본경제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거 시경제학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일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한국도 일본 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고령화 의 악영향을 과도하게 겁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험은 일본화라는 유령을 피하기 위해 분배의 개선과 총수 요 확대, 생산성 상승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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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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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어렵다. 2023년 경제도 지독하게 어려웠는데, 그 어려움이 오래가다 보니 2024년은 지칠 대로 지칠 수밖 에. 전서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전망』은 2023년 경제를 '내 핍점(Point of austerity)'에 비유했다. 궁핍함을 인내해야 할 만큼 어 려운 경제로 전망했다. 본서 스태그플레이션 2024년 경제전망』은 2024년 경제를 '상흔점(Point of scarring)'으로 규명했다. 상처는 나 을지 몰라도 상흔, 즉 상처의 흔적이 남는다.
내려가도 내려가는 것이 아니요, 올라가도 올라가는 것이 아 니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져도, 여전히 물가는 오른다. 통장에 찍히 는 소득(명목소득)이 늘어도 물가는 더 오르니, 살 수 있는 물건의 개수는 줄어든다. 즉 명목소득이 올라가도, 실질소득은 내려간다.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상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상흔을 남긴다.
-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잡혔다는 뜻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뿐이지, 여전히 목표하는 물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022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CPI)상승률은 9.1%를 기록한 후 2023년 8월 3%대까지 떨어졌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도 같은 기간 70%에서 3%대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인 2%에 부합하지 않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 흐름인 것이다.
연준은 근원물가에 집중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주변 환경에 민 감하지 않은 품목들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가를 말한다. 물가는 크게 식료품, 에너지, 근원물가로 구분된다. 채소류 등과 같은 식료 품은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급등락하고, 전쟁 등과 같은 일시적 충 격으로 에너지 가격은 요동치기도 한다. 따라서 기조적으로 물가가 안정화되었는지를 판단할 때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 가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headline inflation)이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맞지만,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의 영향이지 이를 제외해놓고 보면 근원물가(core inflation)는 잡히지 않았다. 근원물가상승률은 헤드라인 물가상승률보다 오히려 높은 4%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2024년에도 고물가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보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물가 기조가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세계 주요국들이 2022~2023년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현상이 2024년에는 다소 완화 되지만, 주요국의 목표물가 수준인 2%에 부합하게 떨어지는 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연준 입장에서는 향후 물가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23년 연초까지만 해도 경기침체 혹은 시스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오직 물가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강한 긴축을 단행하 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미국 경제가 강한 경기침체에 대 한 우려를 덜 수 있는 상황이다. Fed(연방준비제도)는 9월 FOMC 후 경제전망(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을 통해 2023년과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0%, 1.1%에서 2.1%, 1.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즉 극심한 경기침체를 우려해 기준금 리를 조절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연준은 향후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지표에 집중해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 실제 청년실업은 중국의 큰 사회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탕핑족'과 '전업자녀'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탕평'이란 평평하다는 뜻으 로 '바닥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숨만 쉬고 살겠다'는 중국 MZ세대들의 저항정신으로 굳어지고 있다. '바이란'이 라는 말도 등장했다. 부모에 기생하면서 사회가 썩어가도록 두겠다 는 매우 비관적인 표현이다. 집안일을 하고 부모에게 돈을 받는 '전 업자녀'가 유행이 되고 있고, 실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이 대열에 합 류하는 고학력 청년이 늘고 있다. 기존 세대에 대한 불만도 팽창하 다 보니, 세대갈등이나 사회분열로도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 디플레이션(deflation)은 경제 전반에 걸쳐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 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마치 팽창되었던 풍선에 바람이 빠지면서 경제활동이 위 축되는 모습과 같다. 원자재 수급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수입물가 가 하락하면 자연스레 소비자물가가 하락한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는 종식될지 라도 세계적으로 계속될 경우 물가하락을 막을 수 없게 된다.
물가하락은 또 다른 물가하락을 일으킨다. 물건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 라고 믿으면, 가계는 소비를 미루기 마련이다. 기업도 투자를 단행할 수 없게 된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물건의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한다. 물가하락 악순환이 라는 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디플레이션 소용돌이 (Deflationary Spiral)라고 명명한다. 
- 애플은 인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인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체제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의 매출이 사 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인도를 위한 온라인 매장을 개설하거나 오프라인 매장도 개장할 계획이다. 애플은 협력업체 폭스콘과 함께 인도 내 아이폰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고, 핵심 부품 공급업체들 도 인도로 옮겨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생산라인을 인도로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 도 수도인 뉴델리 인근에 있는 노이다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 트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미 중국 톈진과 후이저우에 있던 스마 트폰 공장은 철수했다. 인도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가 치도 높다. 갤럭시 S23의 인도 공급 물량을 노이다 공장에서 100% 생산할 계획이고, 세계 스마트폰 2위의 시장규모로 인도가 부상했다. 그 밖에도 가전 및 TV 생산량을 늘리고,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도 인 도를 중요한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인도법인 진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온라인 리테일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2022년 그랜드 오픈한 이후 고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 개시 8개월 만에 10만여 개의 고객 계좌를 돌파하며 온라인 브로커리지 증권사로 성장 중이며, 이를 토대로 현지 신성장 기업 투자 및 IB 비즈니스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 2011년에도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이루어진 이후에 국가신용 등급을 강등시킨 것을 기억하자. 2011년에도 부채한도 증액과 관련 해 대치된 상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에도 연초부터 민주당(백악 관)과 공화당(의회)의 대치가 지속되었고, 신용평가사 S&P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의 '강등 검토'를 발표했다(7월 14일). X-Date(8월 2일) 이틀 전인 7월 31일 극적인 협상 타결이 있었다. 당시 S&P는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 시켰다(8월 5일).
미국이 국가부도 상황에 놓이지는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2023년에도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부채한도 협상은 이미 타결되었지만,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었다. 8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 (AAAAA+)시켰다. 부채한도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것임을 뜻한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금리는 상 승하고, 반대로 국채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기업들은 자금을 마련 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도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신규 투자 가 꺾이게 될 수 있다.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말 그대로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구축효과 (crowding-out effect)라고 한다. 2024년에는 정부가 늘어나는 부채 에 기대어 지출을 확대하는 일이 경기를 진작하는게 아니라 오히 려 민간경제를 억누르는 구축효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자존심을 구긴 건 국가부도 위협만이 아니다. 2023년에 일어났던 미국의 주요 은행이 연쇄 도산 및 인수되는 사태 또한 대 외적으로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 산 넘어 산이고, 한숨 후 또 한숨이다. 고물가 이후 또 고물가고, 경기침체 이후 또 경기침체다.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전망』을 통해서도 2023년 한국 경제의 첫 번째 이슈를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로 제기했고,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일임을 강조했다. 2023년에 한국 경제에 찾아온 불청객은 눈치도 없이 2024년까지 머무를 작정인가 보다. 2022~2023년에 나타난 고물가고금리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2024년에 진입 하고, 한국 경제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상처의 흔적이 남는다
- 경제가 늪에 빠진 듯하다. 경기순환 주기상 2023년 경기수축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는 2024년에도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 인다. 경기종합지수는 2023년 9월 현재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 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20년 팬데믹 이후 2022년까지 회복 세를 보이다가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21년까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후 강한 하락세로 급반전되었다.
고물가-고금리는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듯 작용 하고 있다. 기업은 높은 금리에 허덕이며, 쉽사리 신사업에 뛰어들지 못한다. 매출도 좋지 못한 데다가 각종 재료비며 인건비까지 치솟아 이윤을 확보하기가 너무도 어렵다.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기는 사막 에 오아시스 같고, 고용시장마저 둔화하니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는 일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통장에 찍히는 소득(명목소득)은 정체되어 있는데, 높은 물가가 지속하니 물건을 살 수 있는 여력(실질소득)마저 쪼그라들 수밖에. 고물가와 고금리는 경제를 억누르고, 경제주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더욱 힘들다.
- 2021~2022년은 물가상승률이 크게 치솟지만, 경제성장 률이 2%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경제에 부합한다. 2023~2024년은 물가상승률이 목표물가인 2%를 상회하고, 경제성 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어 경기침체 와 고물가 기조가 동반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정의될 만하다. 물가가 오를 때 소득이 같이 오른다면 견딜 만할 것이고(인 플레이션), 소득이 줄더라도 물가가 같이 떨어져 준다면 견딜 만할 것 인데(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는 물건값만 오르고 소득 은 감소해 삶이 더욱 팍팍하다.
- 더 큰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통상 경기침체 국면에는 저물가가 동반되는데, 2023년에는 인플레이션이 해소되지 않은 채고 물가-고금리라는 하방압력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2023년 상반기 는 0%대 성장률과 4% 수준의 고물가가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으 로 규정될 만하다. 한국은행은 2023년 경제를 '상저하고'로 보고 있는데, 사실상 '상극저하저'로 표현하는 게 적합할지 모른다. 상반 기와 비교하면 하반기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에서 '상 저하고'이겠지만, 상반기가 극심한 저'일 뿐 하반기도 녹록지 않은 침체 국면의 '저'로 평가된다. 특히 하반기에 잠재하고 있는 대내외 리스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의 소용돌이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상저하저'의 흐름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기업들을 만나고, 경영 의사결정자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장금리가 올라 신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고충 을 토로한다. 시장금리는 곧 사업을 지속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회 비용인 셈이다. 시장금리가 5%를 넘으면, 기업은 자금을 빌려 투자 를 할 수 없고 신규채용은 있을 수도 없다. 반도체 산업의 방향자 역 할을 하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인력을 10% 감축하고, 2년 동안 자 본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메타,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2022~2023년은 긴축의 시대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제로금리를 벗어나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다. 미국 은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을 연이어 단행했고, 유로존도 역사상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돈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고,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시기다. 마치 부풀어 올랐던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2023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이 상승세로 전환되 었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2022년 10월 4.82% 정점을 기록할 때 아 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0.48%로 바닥을 기록한다. 이후 주택담 보대출금리가 2023년 8월 4.28%로 떨어지면서 매매가격 상승률이 플러스로 전환된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잠재적 수 요층의 구매 의사와 구매 여력이 올라간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이 자상환 부담은 더욱 반감될 것이고, 주택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다.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에게도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주택 보유에 따른 불안감이 해소되고, 추가 매수하고자 하는 의사를 부추긴다. 시중금리가 떨어질수록 임차인의 전세 선호현상(월세 대비)이 집중됨에 따라 전세가격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임대인들의 투자 여력 이 증대된다.
이처럼 금리와 자산의 관계는 거래 관점에서도 매우 중대한 연 결고리가 있다. 통상적으로 집을 매수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부채 에 의존한다는 것이고, 금리는 부채를 이용하는 대가(가격, 즉 매월 내야 하는 이자)가 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매수세가 약화 된다. 더 많은 이자비용을 지급해야 하므로 매수자의 주택 구매 여 력과 구매 의사를 축소시킨다. 한편 대출에 의존해 부동산에 투자 한 매수자에게도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매도성향을 자극한다. 결과 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매수세를 약화시키고 매도세를 촉진하 여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린다.
- 절대적인 금리도 중요하지만, 금리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하다. 현재 금리가 높은 것인가? 아니면 낮은 것인가? 금리가 높다고 생 각한다면 그 이유는 최근 경험했던 금리가 낮아서다. 2020~2021년 동안 경험했던 금리는 사실상 역사 이래 가장 낮았던 금리였다. 2022~2023년 동안에는 그 이례적으로 낮았던 금리가 비교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높은 금리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2024년은 뉴 레짐(new regime)의 시대다. <1부 1. 뉴 레짐(new regime)의 시대, '고물가-고금리 저성장 고착화>에서 강조했듯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다 보니 2022~2023년 최근 경험한 금리가 새로운 비교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2024년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작용해 잠재적 부동산 수요층이 움직이는 것이다.
- 한국은행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초과저축(Excess Savings)' 이 크게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초과저축 규모는 약 101조 원에 달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20~2021년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소비 감소가 초과저축으로 이어졌 고,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도 초과저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 가했다. 특히 2020~2021년 동안 부동산 매매가격이 급등한 이후, 2022년에 차익 실현 후 매도한 것도 초과저축이 누증된 요인으로 판단된다.
- 초과저축은 주택시장에서 구매 여력을 보여주고, 수요를 견인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가계 초과저축 규모와 주택 가격의 회복력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 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초과저축이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축적되어 있어 여건 변화에 따라 부동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 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가격전망CSI 추이가 보여주듯, 최근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택 가 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 '거품 수축'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2020~2021년 동안 형성 되었던 자산 버블이 2022~2023년 중반까지 상당 부분 해소되는 기 간이었다. '버블 붕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는 2023년 중반의 집값이 2020년 말 기준 집값보다는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2024년 부동산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로 전망한다. 즉 강보합세 에 비유될 수 있겠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정해진다. 주택 가격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진다. 미분양주택은 수요와 공급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분양주택 수가 증가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음을 감소하면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2020년 미분양주택이 급격히 해소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2021년 속도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였다. 2022년 들어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3년 중반 정점을 찍고 해소되 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전국 미분양주택 수는 평년에 대략 6만 호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2021년 동안 급격히 해소되어 2021년 9월 1.4만 호 수준까지 줄었다. 2022년 미분양주택이 쌓이 기 시작하다가 2022년 12월 6.8만호를 초과했다. 2023년 2월 전 국 미분양주택은 7.5만호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추세적으로 감소 하기에 이른다. 2023년 8월까지 6번 연속 감소해 6.2만 호에 이르렀 고, 위험선을 일컫는 6만~6.5만 수준까지 내려왔다. 실제 그 기점 에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전환되었다. 2024년까지 강한 상승세는 어렵지만, 완만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5대 트렌드
첫째,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의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중국의 약진이다. CATL과 BYD가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2022년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50.7%를 차지한 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자국의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시 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CATL은 BMW, 테슬라, 토요타, 폭스바 겐, 볼보, 등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생산이 증가하면서 CATL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BYD는 2021년까지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을 제쳤다. BYD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완성차 기업으로 배터리 부문에서도 지위를 다지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과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둔화하는 추 세다.
둘째, 완성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생산 내재화다. 폭스바겐, GM, 토요타,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만 들겠다고 선언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의 약 35%를 차지한다. 미래가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배터리는 더욱 중요하다. 미래 자동 차는 기계가 아니라 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정의 내리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회사들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 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배터리를 내재화할 때만이 경 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후방산업 배터리 경쟁 가속화다. 자동차산업은 전동화(electrification), 무선화(cordless), 친환경화(eco-friendly)라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 앞에 놓여 있다. 이에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얼마 나 안전성과 성능을 갖춘 배터리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즉 배터리 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후방산업인 만큼, 배터리 기술 고도화는 필연적인 산업의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 행거리를 늘리며, 충전 속도를 짧게 해야 한다. 동시에 가격은 저렴 하면서 안전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넷째,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배 터리 시스템은 안정성과 용량에서 한계가 있다. 기존 배터리의 전 해질이 액체로 되어 있어 온도 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충격이 있을 시 누액이 발생해 폭발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기업들은 전해질을 고체로 만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차량을 선도적으로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고 LG 에너지솔루션, 삼성SDI, CATL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2025~2027년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다섯째, 자동차 생태계의 전환이 일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자동차만 바뀌는 것이 아닐 터이다. 자동차의 속과 밖이 송두리째 바뀐다. 부품산업만 보아도 엔진이나 오일 필터가 퇴출하고, 모터 와 충전부품으로 대체될 것이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1만 8,900개에 달한다(한국자동차연구 원). 엔진을 구성하는 6,900개 부품이 사라진다. 전동화 흐름 속에 '전기차 정비' 인프라도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의 노후화 및 교체 시 점이 오기 전까지 완성차 업계는 정비 체계를 갖춰야만 경쟁력을 확 보할 수 있다. 한편 주유소 또한 충전소로 대체될 것이다. 인류의 이 동을 돕는 모빌리티 전반에 걸친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 2024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보면 '2023년에도 어려웠는데, 2024년에도 여전히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 경제의 평년 성장률이 3.5%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2022년 경기침체의 초입에 진입해 2024년까지 L자형 침체가 장기화하는 국면임을 암시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 믹 경제위기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위기 상황은 아니지 만, 매우 녹록지 않은 부진한 경기 흐름이 장기화할 것을 의미한다. 2020년처럼 소나기와 폭풍이 일고 나서 맑게 개는 흐름이라기보다, 먹구름이 가득한 뿌연 하늘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느낌이다.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다 보니 '차라리 경제위기가 낫지 않느냐?'라는 경제주체의 고충 섞인 표현들을 자주 듣게 될 것이다.
- 신시장 확보는 기업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이다. 2024년 미국은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고, 중국은 중장기 적으로 저성장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경제가 L자형 경 기침체에 놓이고, 미국과 중국이 그러한 흐름에 크게 기여할 것으 로 판단된다. 반면 주요 아시아 신흥국들이 뚜렷하게 부상할 것이 고,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주목될 것이 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과 같은 주력 신산업에 요구되 는 핵심 소재를 수급받는 공급기지를 확보해야 한다. '제2의 한일 무역전쟁'이나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 다. 원자재 조달이나 제품 수출 등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게 의존적 이지 않도록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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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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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가격

경제 2023. 11. 19. 17:54

- 가격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다. 가격은 인간의 삶에 너무나 김 숙이 들어와 있기에 우리는 그것이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조차 잊 는다. 가격은 모든 것의 가치를 규정하므로 우리는 가격이 어디에 붙 든 당연하게 생각한다. 가격이 나타내는 가치는 전 세계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끊임없이 협상을 벌인 결과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 는 기후위기나 정치 혁명, 인구 변화가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그 영향 을 가격에 '반영한다. 가격의 역할은 세상을 설명하고 몇 자리 숫자로 단순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격은 식량, 연료, 공산품, 예금, 주식, 부채가 전 세계로 움직이도록 조정하는 장치다.
가격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자연스러운 질서를 가져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가격은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지역에 살지, 자녀를 몇 명이나 가질 수 있고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가격이 이런 일을 워낙 자주 하다 보니 우리는 가격의 보이지 않는 힘이 일상을 결정하다시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 는다. 이것은 평범한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와 대통령, 총리, 심지어 테 러리스트와 반군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가격이 지배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가격이 급변할 때다. 가격이 급격히 흔들리면 질서가 무너지고 혼돈이 벌어지며, 우리가 견고하다 믿었던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격은 급작스러운 대기근과 대규모 난민을 유발하거나 지 배 계급을 갈아엎는다. 가격은 폭동과 혁명, 전쟁을 일으키고, 왕실과 경찰국가 그리고 외세의 침략에 자금을 댄다. 가격은 우리의 빗장을 열어 괴물을 풀어놓는다.
- 식량 가격이 폭동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폭동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얹은 지푸 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는 속담처럼 모래사태를 일으키 는 것은 마지막으로 얹은 모래 한 알이지만, 이는 곧 많은 모래알이 일 찌감치 쌓여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패, 극심한 가난, 높은 실업 률, 인종 박해 등이 사회에 쌓이는 모래알들이다. 사회를 통제하는 정 권은 이 모래알들을 억눌러 안정적인 모양새를 유지할 수 있지만, 겉 으로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혼돈의 가장자리에 아슬 아슬하게 서 있는 셈이다.
- 느닷없이 튀어 오르는 식량 가격은 마지막 모래 한 알이다. 이 모래 알이 떨어지면 다른 모래알들을 쳐 제자리를 벗어나게 만들며, 점점 더 많은 모래알(더 많은 원성, 더 많은 불평불만)이 우르르 굴러떨어지면 서 작은 소란이 본격적인 사태로 번진다. 그러나 사태가 일어나는 동 안 원인이 된 모래알(식량 가격)은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기억에서 잊히 기 쉽다. 그 대신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더 깊이, 더 오랫동안 묻혀 있 던 다른 모래알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폭동이나 혁명을 볼 때 오랫 동안 쌓인 불만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런 불만 자체가 폭포 같은 사 태를 촉발하고 시위에 불을 붙인 계기는 아니다.
- 빵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중동에서 빵은 통치자와 피통치자 간의 사회계약을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식민제국들이 무너졌을 때, 혁명 지도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아랍 사회주의'나 '아랍 민족주의'를 시행해 모두에게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조금으로 식량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보장해 누구도 배를 곯지 않도록 하겠 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계약은 권위주의적 합의의 일환이었으며, 아랍인들은 이 계약으로 자유와 경제적 안정을 맞바꾸고 '투표의 민주 주의' 대신 '빵의 민주주의를 누렸다.
그러나 빵은 먹거리로서의 빵이기도 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35퍼센트를 빵에서 얻는다. 이들이 먹
는 빵은 전 세계 공급망에서 조달한 밀로 만든 것이다. 중동과 북아프 리카는 여느 지역보다 많은 밀을 수입하며,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 입국이다. 밀 수입 가격은 시카고, 애틀랜타, 런던의 국제원자재거래 소에서 정해진다. 이집트, 튀니지, 시리아, 알제리, 모로코 등지에서 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많은 사람이 수입의 35퍼센트에서 55퍼센트를 식비로 쓴다. 이들은 식량 가격이 조금만 높아져도 가난 과 굶주림에 빠질 수 있기에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듯 빵은 상징적인 의미와 필수적인 영양 공급원이라는 의미를 모두 가지기에 식량 가격 상승은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 하이에크는 가격을 정보를 취합하는 장치로 보았다. 가격이 취합하는 정보가 가격에 마법의 힘을 부여한다. 가격은 경제를 조정한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가격의 기능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기능은 국가의 계획을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무 엇을 얼마나 만들어야 할지 알려주는 데 '중앙 부처에서 명령을 내리 는 관료'는 필요하지 않았다. 가격은 하이에크가 '자생적 질서'라 부른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조정 작용을 할 수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곧 하이에크의 생각을 더 밀고 나갔고, 가격만큼 정보를 잘 모으고 종합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기술관료나 정부의 규제 기관, 헤지 펀드 매니저나 슈퍼컴퓨터도 이미 가격이 반영한 정보보다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그 이유를 가격이 대중의 집단 지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라 보았다. 가격은 사람들이 각자 가진 돈으 로 투표한 결과다. 대중은 각자 삶터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하며, 이 지식을 가격에 즉각 반영한다. 반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중 의 삶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에 늘 한 발짝 뒤처진다. 이 후 경제학자들은 가격의 정보 취합 기능을 '효율성'이라 칭하기 시작 했다. 가격이 인간이 고안할 수 있는 어떤 도구보다 효율적이라는 생 각은 1970년 효율적 시장 가설로 정립되었다. 머지않아 효율적 시장 가설은 한낱 '가설'을 넘어 경제학계에서 당연시하는 정설로 자리매 김했다.
- 1998년, 그린스펀이 브룩슬리 본 앞에서 가르치듯 설명한 대로 파 생상품 가격은 본래 '기초 자산 시장의 가격에 대응해야 했다. 모기 지 보험 파생상품은 실제 주택을 사고파는 현실의 부동산 사업에 관 한 정보를 종합해야 했다. 그러나 2000년 상품선물현대화법이 통과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관계가 역전되었다. 퀀트 공식은 주택 가격 이 상승하면 주택 소유자들의 부도 위험이 줄어든다고 계산했고, 이 에 따라 신용파생상품의 가격도 낮아졌다. 그러자 은행은 이를 모기 지를 더 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퀀트 공식은 주 택 시장 전체를 고려해 위험을 계산했으므로, 은행과 신용평가기관들은 AAA등급으로 평가되는 모기지 묶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모기지가 들어 있는지 알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혹은 그렇게 믿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름길을 앞에 둔 은행들이 그 '정보'에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 었다. 은행이 버는 수익 대부분이 모기지를 발행하고 이를 유가증권 으로 묶어 연기금과 다른 은행에 판매하는 데서 나왔다. 그리고 은행 이 더 많은 돈을 빌려줄수록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퀀트 모형은 사람 들이 모기지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낮아진다고 평가했다. 퀀트들이 사용한 모형은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 위험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모기지가 더 안전해진다는 신호 를 보냈기 때문이다. 퀀트 모형이 보낸 신호는 주택 시장을 조정해 거 품을 키우는 되먹임 고리를 만들었고, 부동산 건설업계는 호황을 맞 았다.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고, 마법이 현실 세계를 지배하고 재 정리했다. 모두 정보 비대칭과 기만적인 가격을 만든 잘못된 공식 덕 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 그린스펀은 보이지 않는 손에 관한 동화를 믿었다. 그는 은행이 파 생상품을 받아들인 이유는 가격 시스템의 마법 같은 힘을 활용해 금 융 위험을 이해하고 관리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은행이 마법을 받아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의 사업 모델은 그린스펀의 상상과 사뭇 달랐다. 그 사업은 인류학자들이 기록한 멜라네시아의 화물신앙처럼 인간 사회에서 오랫동안 행해진 일종의 마법이었다. 은 행들은 마법을 받아들여 지식을 전파하는 투명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 들을 속이고 조종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 금융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금융화는 원자재 가격이 금융상품 가 격의 무리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은 물리 적 현실에서 떨어져 나가며, 기후나 전쟁, 신기술 등 현실에서 일어나 는 생생한 변화와의 관계가 끊어진다. 원자재의 금융화는 금융 자본 이 원자재를 하나의 '자산군'으로 취급함에 따라 여러 원자재의 가격 이 최초로 상관성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2007년, 주택 시장이 붕괴하자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자본은 부동산과 명백히 관 련이 없는 다른 금융 자산에서 피난처를 찾으려 했다. 원자재 가격은 수년째 오르고 있었으며, 먹을 음식이나 난방 연료는 누구에게나 필 요하기에 원자재는 금융 자본이 피난할 수 있는 안전한 '비상' 자산 으로 보였다. 그리하여 자본이 주택에서 원자재로 움직이자 금융화된 두 자산 사이에서 거품도 함께 '이주했다. 2007년, 식량 생산량이 계 속 늘어나는데도 식량 가격이 치솟기 시작한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실제 소비자들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 후 안전 자산을 찾던 기관투자자들이 원자재 수요'를 좌우했다.
그러나 식량과 연료는 연기금의 안전 자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처럼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은행들이 기관투자자에게 파생상품을 팔려고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원자재 인덱스펀드를 원자재 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소개했다. 여기서도 월가는 화물 신앙의 사업 모델을 활용했다. 파생상품은 어지러울 만큼 복잡했기에 갖가지 파생상품 거래가 연금 수급자와 대학에서 은행으로 부를 이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화물신앙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예 언자는 자신이 얻을 막대한 이익에 관해서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원자재 파생상품과 공급망 투자로 어림잡아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온 파괴(1억 명을 기근에 빠뜨리고 폭동과 혁명을 촉발한 세계 식량 위기)는 그보다 몇 배로 심각했다.
- 1980년대 중반, 하버드대학교에서 갓 종신교수직을 얻은 한 경제 학자가 이와 비슷하게 오랫동안 금융계를 어지럽힌 문제를 연구했다. 당시 가장 악명 높은 투기자였던 조지 소로스는 현실 세계의 기초 여 건을 고려하지 않고 투기 세력이 어디로 몰려드는지 알아맞히기만 해 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로스가 말한 것은 양의 되 먹임을 만드는 추세추종 전략으로, 이 젊은 경제학자는 프리드먼과 대다수 경제학자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보았던 추세추종 전략을 분석했다. 경제학자와 그의 동료들은 소로스처럼 추세에 편승 하는 거래자의 수가 충분하다면, 실제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많은 추세추종자가 가격을 끌어올리다 보면, 가격 의 질서가 번성과 붕괴를 반복하거나 혼돈에 빠지는 임계점에 이른다 고 보았다. 추세추종자의 존재는 로버트 메이가 말한 다이얼처럼 계의 번성붕괴 성질을 바꾸며, 추세추종자 수의 증가는 다이얼을 더 높 은 숫자에 맞추는 일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문제의 연구를 한 경 제학자는 바로 래리 서머스였다. 그는 훗날 클린턴 행정부에서 그린 스펀과 의기투합해 2000년에 함께 상품선물현대화법을 만든 인물이 기도 했다.
서머스는 투기를 제한하던 문을 열어젖히면 잠재적으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변화가 어떤 방향 으로 일어날지는 지배적인 투기 전략이 무엇인지에 달려 있었다. 처 음에는 원자재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passive' 투자가 우세했다. 기관투자자들은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원자재 인덱스펀드에 자본을 투자해 가격을 밀어 올렸고, 2008년 주택 시장이 무너지자 원자재 투 자에 더 집중해 슈퍼스파이크super-spike*를 일으켰다. 그리고 2009년 에는 추세추종자들이 금융위기의 아수라장 속에서 돈을 번 운 좋은 소수였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추세추종 펀드로 자본이 몰렸다. 서머스 가 수십 년 전의 연구에서 예측했듯 투기자들은 시장 내부에서 혼돈 을 일으키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었으며,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소란 을 거대한 조류로 증폭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가능성은 머지않아 현실이 되었다. 2010년, 투기자들은 연준이 채권을 매입해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 솟으리라 우려했다. 그들은 다가올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하기 위 해 가진 돈을 원자재에 쏟아부었다. 게다가 그해 여름에는 러시아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나 밀밭을 휩쓸었다. 투기자들은 전 세계 밀 공급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농산물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양적완화와 러시 아의 산불은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며 하나의 추세를 형성했다. 추 세추종 자본은 언제든 이러한 추세를 증폭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 제로 그렇게 했다. 그리하여 2010년 12월에는 식량가격지수가 야니 어바얌이 말한 임계점인 210을 넘어섰고, 곧 아랍의 봄이 일어났다.
- 돌이켜 보면 양적완화와 러시아의 산불이라는 두 소란은 현실 세 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을 일 으키지 않았고, 전 세계에서 밀 공급이 부족해지는 일도 없었다. 오히 려 그해 미국에는 풍년이 들었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식량 생산량 은 여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가격 시스템의 마법은 현실을 벗어 나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금융 세계로 들어갔다. 이 사실을 누구보 다 잘 아는 것은 직접 매매를 하는 투기자들이다.
"나는 경제의 기초 여건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포지션을 세워놓고 작은 관찰자 역할만 해도 좋아요. 가격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은 없고, 다른 투기자들도 그랬으면해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일을 기대하기가 힘들어 보여요. 투기자 들은 수많은 붕괴와 혼돈을 초래하고 있죠."
제리 파커의 말이다.
가격이 본래 해야 할 일은 조정이다. 가격은 정보를 종합하고 거대 한 공급망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가격 시스템의 '마법'은 세상 에 '평화와 조화'를 가져다줘야 한다. 그러나 정작 가격은 세상을 혼돈 에 빠뜨렸다. 가격이 본래 해야 할 역할과 다른 마법을 부린 결과였다.
- 가격은 화물신앙 사업과 똑같은 마법을 부렸다. 화물신앙 사업은 마 구잡이로 파괴를 벌임으로써 사람들을 속여 부를 이전한다는 사실을 숨겼다. 가격이 사용한 마법의 도구는 순식간에 증식하는 파생상품이 라는 서류였다. 세계 경제에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리라 여겨지 던 파생상품은 세 번의 폭발을 연달아 일으켰다. 2007년에는 주택에 서, 2008년과 2010년에는 식량에서 전 세계를 가난과 굶주림에 빠뜨 리는 충격파가 발생했다. 식량에서 일어난 세 번째 폭발은 결국 중동 을 혼돈의 가장자리 너머로 밀어넣었고, 공포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 자를 열었다. 하지만 이것은 10년간 이어질 혼돈의 시작에 불과했다. 훨씬 많은 폭발이 잇따를 것이며, 미로의 벽이 계속 무너져내려 새로 운 괴물들이 풀려날 것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혼돈으로 가득한 10년은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 4년 전 튀니지에서 목격한 일이 모술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먼 저 폭발이 있었다. 야니어 바얌이 말한 대로 '물이 끓어오르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다음 끓어오르던 물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혼돈 에 빠졌던 물 분자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분자들은 식으 면서 서로 결합했다. 그들은 한 덩어리의 액체로 응결되어 작은 물방 울을 이뤘다. 다만 이 분자들을 구성하는 것은 수소와 산소가 아니라 관계로 묶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사회열역학의 생생한 사례를 보고 있었다.
- '차가운 안정기에 독재자들은 모든 사회관계(사회적 자본)를 정권으 로 흡수하려 한다. 경쟁 파벌을 정부의 요직에 임명하거나 특별한 권 리를 부여해 매수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 자본 중 일부 는 독재자의 통제를 벗어나 있기 마련이다. 재계 엘리트, 종교 단체, 전문가 협회, 노동조합, 종파 연합, 범죄 조직, 정권 내부의 파벌 등이 끈질기게 통제를 벗어난다. 갈등이 충분히 '뜨겁게 달아올라 사회가 끓어오르면, 이처럼 정권의 통제 밖에 있는 연대들이 살아남는다. 그 리고 갈등이 다시 '차갑게 식으면, 이 연대들이 새로운 정치적 동맹을 형성한다.
아랍의 봄에 들고일어난 시위자들이 엄청나게 다양했는데도 시위 이후 과거와 비슷한 정치적 갈등이 반복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튀니 지와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오랫동안 억압받으면서도 끈질 기게 살아남은 사회적 자본의 원천이었으며, 이들은 아랍의 봄 이후 가장 먼저 정치 세력을 조직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주적은 또 다른 사 회적 자본의 주 원천인 구정권의 잔당으로, 이들은 경찰과 군대를 제 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한편 시리아는 종교와 인종 구성이 다양 한 덕분에 사회적 자본의 공급원들이 아사드 정권에 흡수되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아랍의 봄 이후 형성된 민병대들은 각지에 있는 사회적 자본의 공급원을 활용해 탈영병, 종 교 공동체, 범죄 조직의 조직원 등을 모집했다. 시리아에서 아사드에실러는 경제의 거품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거품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어야만 이야기가 가 격을 움직인다고 보지 않는다. 실러에 따르면 이야기는 시장의 고유 한 특성이며, 모든 시장은 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금융 시장이 완벽하고 효율적이라 믿는 사람은 미래에 관한 이야 기가 가격을 결정한다고 흔쾌히 인정할 겁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사 람들은 이런 이야기가 합리적이며 미래에 관한 최적의 예측을 제공한 다고 믿는다는 점이죠.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주식 시장이나 다 른 투기 시장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미래에 벌어질 일을 두고 한 투표 결과를 대변해요. 반면 나는 투기 시장을 내러티브*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시장은 분명 이야기에 반응하 지만, 그 이야기는 최적의 예측이 아니에요. 그것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야기이며, 이런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전염되면서 시장가격에 반영됩니다. (...) 내러티브가 가진 힘은 객관적인 현실에서 나오지 않아요. 그 힘은 이야기의 되먹임과 전염에서 나옵니다."
다시 말해 투기자는 가격에 반영되는 모든 '정보'를 이야기의 형 태로 받아들이며, 투기자의 해석에서 자유로운 순수한 정보는 존재 하지 않는다. 그리고 투기자가 내리는 해석은 감정적이고 주관적이 다. 어떤 이야기가 매매자들 사이에서 유별나게 인기를 끌면, 그 이야 기는 단순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서서 자기강화적self- reinforcing인 가격 상승 장치로 변모한다.
- "투기 거품을 만드는 되먹임 고리는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먼저 투자자 A가 주가를 끌어올립니다. 그러면 돈을 번 A를 보고 부러워하 는 투자자 B가 가격이 오른 이유를 설명하는 논리를 찾아냅니다. 근 거가 무엇이든 B는 낙관적인 논리를 찾아내죠. B는 이 논리에 따라 거품에 투자해 가격을 다시 한번 밀어 올립니다."
실러의 설명이다. 요컨대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낙관적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며, 실제로는 틀린 이야기라도 가격 이 높아지면 사실로 '확정'된다. 이로써 이야기는 자기실현적 예언으 로 바뀐다.
- 베버가 말하기를, "정의 종결"은 "종교의 역사에서 특정 시기를 예언적 카리스마의 축복을 받은 시대"로 지정하는 일이었으며, 랍비 들은 이 시기를 모세부터 알렉산더대왕까지로 보았고, 로마 가톨릭에 서는 이 시기를 사도 시대로 보았다"고 했다. 이렇듯 가톨릭과 유대 교에서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 헤븐스 게이트에서는 고작 2년만 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신은 이제 당신들에게 말을 걸지 않으며, 우리에게만 말을 건다는 것이다. 베버는 영적 교리에서 이러한 공통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모든 종교가 같은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보았다. 사제와 예언자들은 평신도들에게 성스러운 지식을 전하는 대가로 돈, 식량, 토지 같은 물 질 재화를 받아 종교 관료제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급여로 쓴다. 따라 서 평신도들이 종교 지식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면, 사제들은 영적 독 점권과 함께 물질적 수입을 잃을 것이다. 사제들의 권력은 정보를 통 제하는 데서 나온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 이 내러티브는 평신도에게서 물질 적부를 얻어내 경제적 생산성이 없는 사제 계급을 부양하려는 전략이 자 속임수에 불과하다. 평신도들은 '대중의 망상'에 속아 넘어간다. 그
- 두 해서웨이를 혼동한 알고리즘들은 이라크에서 아즈완과 모아야 드를 집어삼킨 전쟁에 관한 기사도 읽고 있었다. 알고리즘은 사람들 이 '이라크'와 '전쟁'이라는 단어를 눈으로 채 인식하기도 전에 둘을 연 결해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원유 선물을 매수했다. 알고리즘은 틀린 동시에 옳았다.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리라는 예상은 틀렸지만, 다 른 거래자들(다른 알고리즘) 역시 똑같이 판단하고 원유 선물을 매수하 리라는 예상은 옳았다.
"당시의 머리기사들을 보던 알고리즘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 어요."
킹의 설명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민감성은 혼돈계, 즉 작은 것을 크게 만드는 나비 효과의 주된 특징이다.
컴퓨터는 혼돈이나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작은 소란을 찾아 전 세계 에서 쏟아지는 머리기사들을 훑으며 사람들이 기사를 검증하기는커 녕 채 읽기도 전에 자동으로 매매한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이루어지 는 알고리즘 매매는 혼돈이 일어날 기미(가령 군대가 정유소로 접근하는 일)만 보여도 이를 현실을 뒤흔드는 가격 충격으로 부풀릴 수 있다. "오늘날 가격은 여태 본 적이 없을 만큼 심하게 요동칩니다. 걸프전이나 금융위기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더라도요."
킹에 따르면, 가격 변동의 원인은 “원자재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 수" 있다.
- 가격은 이해하려 다가갈수록 더 기이해 보였다. 본래라면 가격은 정보를 종합하고, 전 세계 공급망을 조정하며, 사람과 재화, 서비스 를 경제의 가장 생산적인 부분에 배치해야 했다. 그러나 가격은 현실 이 아니라 현실에 관한 집단적 인식, 즉 통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게임에 휘둘렸다. 이 게임에서는 숭배 집단이나 종교에서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통념을 재빨리, 공개적으로 받아들이면 부나 지위같은 물질적 이익을 축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통념은 무너질 때가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진실과 부를 결정하는 통념은 의심할 수도 물리칠 수 없는 존재로 보일 수 있다.
- '사회주의' 베네수엘라든 '민족주의' 러시아든 '신정주의' 사우디아 라비아든 관계없이 모든 원유 수출국이 횡재한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세 욕망(돈을 빼돌리고, 지지자에게 보상을 주고, 군사력을 키우려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가 이러한 욕망을 실현하 도록 도우며 돈을 벌지만, 금융과 부동산, 방위산업이 경제의 중심인 영국은 유달리 여기에 집중한다. 이 점에서 영국은 과거 제국의 전성 기 시절부터 외국의 부를 약탈하면서 혼돈을 조장하던 행태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이 과거와 다를 뿐이다. 나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국제 금융을 따라 오일달러를 추적하면서 산유국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돈과 뒤이은 약탈이 별개의 거래가 아니 라 부메랑처럼 돌고 도는 하나의 거래임을 알게 되었다. 앞서 우리는 금융 시장(연기금, 대학기금, 은행, 헤지펀드 등)에서 나온 자본이 어떻게 원유 선물로 흘러들어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원유 수출국들의 계좌를 두둑이 채웠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계좌에 있던 돈은 곧 군 수업체나 투자 은행으로 들어가거나 주식 시장과 부동산을 거쳐 가까운 은행의 다른 계좌로 들어갔다. 그 돈은 뉴욕과 런던에서 출발해 리 야드, 모스크바, 카라카스를 거친 다음, 부메랑처럼 뉴욕과 런던으로 되돌아갔다. 사실상 돈은 같은 서구권 은행의 다른 계좌들 사이를 왔 다 갔다 하며 왕복 여행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디지털 공간에 서 돈이 춤추듯 움직이는 동안, 산유국들은 무기를 사고 반대 세력을 매수하는 대가로 부를 약탈당했다.
- 수르코프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선전원이 아니다. '막후 조종자, '흑막', '오즈의 마법사', '어둠의 군주' 같은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자신만의 신화를 가진 신화 제작자다. 사무실 책상에 푸틴과 래퍼 투 곽의 사진이 든 액자를 올려둔 수르코프는 크렘린의 평범한 기관원과 는 거리가 멀다. 그는 중앙에서 당의 유일한 노선을 정한다는 소련 시 절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수르코프는 갱스터랩과 초현실주의 화가, 프랑스의 포스트모던 철학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 냈다. 그의 전략에 따르면 오늘날 진실은 파편화되었으며, 거대 서사 는 죽었다. 모든 것은 연극일 뿐이다. 이제 러시아의 새 민주주의에서 는 모든 갈등이 대본에 따라 일어날 것이었다. 수르코프는 야당을 만들고 시위 단체를 조직하고 그들이 읽을 연설문을 작성한 다음, 그들 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가짜임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서로 모순되는 음모론들이 널리 퍼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수르코프가 사용하는 전략의 핵심이다. 그는 진실로써 사람들을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무엇도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퍼뜨리려 한다. 그는 냉소와 피해망상이 팽 배한 분위기를 조장함으로써 푸틴의 통치에 진짜 위협이 될 만한 모든 저항 운동을 질식시킨다.
2013년 11월, 수르코프가 막으려 한 이상주의적 저항운동이 키이우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로서는 협력자인 야누코비 치를 권좌에 앉혀둘 필요가 있었으므로, 수르코프가 그를 돕기 위해 키이우를 드나들었다. 곧 수르코프가 꾸민 연극이 시작되었다. “동성애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새로운 시위대가 마이단 광장에 오랫동안 진을 치고 있던 시위대를 향해 구호를 외쳤다. 이 반대 시위대는 유럽을 지지하는 마이단 시위 가 "우크라이나를 동성애의 늪에 빠뜨릴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 그러자 때마침 광대 같은 화장을 한 친동성애, 친유럽연합 시위대가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나타났다.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그들이 가짜임 을 보여주는 증거가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짜 시위대가 페이 스북으로 모집되었으며, 옷을 차려입고 유럽연합을 사랑하는 사악한 동성애자인 척하는 대가로 150달러를 받았음을 입증하는 사진들이었 다. '동성애 논쟁'을 벌인 두 진영은 모두 가짜였다. 이것은 시위를 대 본에 따라 움직이고, 마이단 운동을 분열시키며, 저항의 분위기에 피 해망상이라는 독을 타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수르코프의 전략은 실패 로 돌아갔고, 마이단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 러시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전 총리 대행 예고르가이다르 는 저서 <제국의 붕괴: 현대 러시아가 주는 교훈Inbeabumtepun. Yporn ASI cobpeMeHHon Poccun》에서 러시아의 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로에 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공산주의하에서든 자본주의하에서든 러시아 의 부는 광활한 시베리아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에 달려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스탈린이 점령한 동구권은 소련 제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었다. 1960년대, 스탈린의 후계자 니키타 흐루쇼프는 러시아에서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동독을 비롯한 바르 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으로 천연가스와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 하는 파이프라인망을 건설했다. 천연가스와 원유의 공급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러시아 정부의 권한은 당근과 채찍 어느 쪽으로든 쓰일 수 있었다. 가령 폴란드에서 일어난 연대(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ć) 운 동이 폴란드 정권을 위협하자 러시아 정부는 폴란드 국민의 불만을 달래고 다시 자신들을 따르도록 만들기 위해 천연가스 가격을 대폭 낮췄다.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처럼 러시아의 영향권을 벗 어나려는 이들은 국제 가격대로 천연가스를 사서 쓰는 수밖에 없었 다. 1970년대에 들어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러시아가 쓸 수 있는 회유책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고,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는 위성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졌다. 1979년에는 유가가 또 한 번 치솟았고, 소련은 제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소련의 탱크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소련의 힘은 무너지기 쉬웠다. 소련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농업 '집단화' 계획이 실패하면서 농업 부문이 붕괴했고, 원유 수익을 줄곧 농업 부문의 실패를 메꾸는 데 써야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까지만 해도 제정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었지만, 1960년대에는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원유를 팔아 번 달러로 식량을 수입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유가가 폭 락하자 에너지 제국 소련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원유를 팔아 벌어 들이던 막대한 달러 수입이 사라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인민이 먹을 식 량을 수입하기 위해 서방의 은행과 정부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이제 원유와 천연가스를 쥐어짜 달러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러시 아는 동구권 위성 국가들에 에너지 가격을 보조해줄 여유가 없었다.
1988년은 수확이 부진한 해였고, 러시아는 원유 수입을 전부 외채 를 상환하는 데 쓰고 있었다. 소련의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인 민이 굶어 죽는 일을 막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려야 했다. 그러자 서방 의 정부들은 소련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려 들었다. 그들은 대출을 허용하는 대가로 소련이 무력으로 자국민을 억압하는 일을 금지할 것 을 요구했다. 고르바초프는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제 경제적 지원 이라는 당근도, 군사력이라는 채찍도 쓸 수 없게 된 러시아는 동유럽 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게다가 아무리 돈을 빌려도 날로 심각해지 는 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러시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식량가격을 올려야 했고, 빵 가격은 300퍼센트까지 치솟았다. 더는 인민을 먹여살릴 수 없게 되자 체제가 무너졌다.
1999년 집권한 푸틴은 러시아를 경제적 에너지 제국으로 재건하 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우선 전임 대통령 옐친이 사영화한 석유·천 연가스 기업의 지배권을 되찾아왔다. 때마침 상품선물현대화법이 통 과되면서 금융 기관들이 원자재 인덱스펀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 은 덕분에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그 결과 월가에서 러시 아와 다른 산유국으로 곧장 부가 이전되었고, 러시아는 '가스 무기'를 되찾았다.
이제 푸틴은 옛 소련의 위성국가들에 다시 한번 후한 천연가스 보 조금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러시아의 영향권하에 묶어둘 수 있었다. 
-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가격 전쟁은 중동에서 목격한 가격 전 쟁과 달랐다. 중동에서는 높은 식량 가격이 불안과 폭동, 혁명을 촉발 했고, 여기서 괴물이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가 탄생했다. 이 괴물들은 파탄에 이른 국가들의 무질서 속에서 힘을 키웠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가격 전쟁은 정반대다. 괴물은 국가가 붕괴하면서 혼돈이 펼 쳐졌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부강해졌기 때문에 위세를 떨칠 수 있 었다. 이렇듯 가격 전쟁은 국가가 제 앞가림도 못할 만큼 약하거나 이 웃 나라에 싸움을 걸 만큼 강해질 때처럼 양극단의 상황에서 벌어진 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가격 전쟁이 발발한 배경에는 금융 투기 가 있었다. 러시아에서 금융 투기는 푸틴이라는 괴물을 가두던 우리의 자물쇠를 열었다.
- 나는 자원의 저주가 어떻게 부패, 권위주의, 군국주의 같은 정치적 동인과 무관하게 경제적 고통을 유발하는지 설명하는 연구를 찾았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온건한 정부가 집권한 산유국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경제 논리가 존재한다. 그 논리의 핵심은 원자재 가격 의 급등이다.
“자원의 저주라는 개념의 기본 발상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시 기에 자원 수출국의 통화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 국제 무역이 이뤄지 는 다른 경제 부문(식량이나 비료, 각종 공산품 등)을 국내 시장에서 생산 할 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컬럼비아대학 교수이자 이 연구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제프리 삭스의 설명이다.
"통화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 비료든 산업에 쓰이는 다른 원료든 필 요한 물건을 모두 수입할 수 있게 되고, 곧 이것이 국제 무역을 하는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습니다. 석유를 수출해서 살 수 있는 다른 물건 을 전부 수입하고, 부를 국내 경제를 부양하는 데만 쓰는 겁니다. 그러 면 아마 건설이나 주택, 서비스 부문이 호황을 이루겠죠. 공산품, 식량 생산·가공 관련 제품은 모두 수입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다 원자재 호 황이 끝나면 농업, 식품 가공, 비료 등에는 교역할 수 있는 상품을 생 산하는 분야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그런 분야를 유지하는 것도 수지가 안 맞는 마당에 뒤처진 분야를 개선해서 현대적 투자와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죠. 따라서 자원 수출국은 두 배로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통화 가치 상승이 국내 산업을 파괴하는 현상은 1960년대 네덜란 드에서 처음 관찰되었다. 당시는 네덜란드가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 으로 올라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후 이 현상에는 '네덜 란드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삭스는 베네수엘라가 처한 위기의 핵 심이 바로 네덜란드병이라고 말한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출로 큰 수익을 올리는 동안에는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상승했고, 각종 수입 품이 베네수엘라로 흘러들어왔다. 그사이 베네수엘라의 농업과 제 조업은 값싼 수입품과 경쟁하지 못하고 쇠퇴했다. 그러다 2014년 유 가가 급락하자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수입품 가격은 급등하 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농경지는 이미 황폐해졌지만, 농부들 은 다시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기계나 비료를 수입할 돈이 없었다. 베네수엘라는 결국 '두 배로 손해를 보았다.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폭동이 일어났다.
- 차베스는 석유로 얻은 막대한 부를 사회주의 이데 올로기를 실현하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더 굳건히 장악하 는 데 사용했다. '후견주의'라 불리는 이러한 전략은 민족주의 러시아, 신정주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유국에서 나 타난다.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거창한 수사를 한 꺼풀 벗겨내고 보 면,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정권들이 거의 같은 방식으로 나라를 통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견주의가 성행하는 산유국에 서는 정부가 쓸모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지지자들에게 나눠주면서 공 공부문이 비대해지며, 이를 통해 국가와 시민사회가 석유 경제로 통 합된다. 공공 부문 일자리는 충성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충성을 강요 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관리자가 노동자를 감시하면서 정권에 반대하는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가 자기 힘으로 사업을 일구는 데 성공하면, 정권은 갖가지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 여 그 사업을 순식간에 '국유화한다. 러시아에서는 푸틴과 정권에 유 착하는 세력들이 기업을 급습하고, 사업 규정을 위반한 일이나 사기 행위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강탈한다.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 들에서는 종종 부패를 단속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러한 재분배를 시 행한다. 가령 사우디의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은 사우디의 엘리트 계층을 리츠칼튼호텔에 가두고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걷어 국 고에 환수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부를 재유용하는 일은 차베스가 텔 레비전에 나와 느닷없이 회사 건물로 쳐들어가서는 '몰수하시오!'라고 명령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바탕에 깔린 논리는 같다. 경제를 개인의 통제하에 두려는 것이다.
후견주의에는 돈이 많이 든다. 차베스가 처음 당선될 무렵 유가는 배럴당 8달러였다. 따라서 이때는 후견주의를 활용하는 일 자체가 불 가능했기에, 후견주의를 거부하기도 쉬웠다. 그러나 원자재 시장의 규제가 풀리고 미국의 연기금이 원자재 지수 파생상품에 돈을 쏟아부 으면서 차베스는 후견주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월가로부터 쏟 아진 막대한 돈은 차베스를 우리에서 풀어놓았고, 부시 행정부는 차 베스를 수차례 들쑤시며 그를 권위주의적인 괴물로 키웠다. 
- 주택 위 기는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주택은 차고 넘친다. 문제는 노숙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주택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원한다면 노숙자들에게 빈집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회를 선택했다. 우리 사회는 '가격 시스템' 에 따라 주택을 배분한다. 그러므로 주택 위기는 실제 건물이 '절대적' 으로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정한 게임의 규칙에 따라 생긴 문제다. 식량과 기근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야 센은 이 문제에 대해 통찰함으로 써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센은 현대의 기근이 런던의 주택 문제와 마찬가지로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 아님을 입증했다.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곧바로 굶주림에 빠지는 사람은 투르카나의 뉴턴처럼 농경과 목축으로 자급자족하는 이들이다. 뉴턴 이 기르는 염소들이 아프거나 굶주리거나 도둑맞으면 뉴턴의 가족들 은 더는 염소젖을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자급 자족하지 않으며, 물건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해 먹을 것으로 바 꾼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키베라에 사는 마르타처럼 가격에 따 라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 속에서 살아간다. 마르타에게 중요 한 것은 맬서스주의에서 말하는 식량 생산량이나 인구수가 아니라 지 역의 식량 가격과 그녀가 팔 수 있는 노동의 가격이다. 센은 20세기에 일어난 대규모 기근이 두 가격의 조화가 깨지면서 벌어진 사태였음을 밝혀냈다. 기근이 발생할 때도 식량 자체를 구할 수 없는 경우는 드물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받는 임금에 비해 식량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은 형 편이 나은 축이었다. 기근은 기후가 끼친 직접적인 충격 때문에 벌어 진 일이 아니었다. 기근은 우리가 시장이라 부르는 사회적 게임의 정 교한 규칙 속에서 만들어진 일이었다.
- 퀀트 펀드들은 위성자료를 근거로 거래하며 다른 펀드들도 그렇다 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위성 자료를 활용해 경쟁자들의 거래까지도 예 측할 수 있다. 위성 자료가 정말로 실제 공급과 관련 있는 설명을 제 공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이라크나 앤 해서웨이에 관한 기사를 근거로 매매하는 알고리즘과 마찬가지로 데이터가 주도 하는 자기실현적 '미인 대회' 현상이다. 이 현상을 만드는 프로그램들 은 전쟁이든 기후 충격이든 관계없이 현실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나면 이를 증폭해 가격을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원자재 시장에서 전자 거래 플랫폼의 거래량과 이용자 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요. 전체 거래 중 75퍼센트에서 80퍼센트 정도가 알고리즘 방식의 매매 전략을 따를 겁니다.”
- 식량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분쟁, 즉 '프로그램들이 벌이는 투기 전쟁이다. <위험한 전쟁> 의 WOPR 같은 알고리즘은 디지털 세상과 현실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반격을 가하는 것만을 훈련한다. 밀과 옥수수 가격을 둘러싼 알고리 즘의 베팅은 헤지펀드들이 서로의 금고를 터는 수단일 뿐이다. 알고리즘이 수행하는 각각의 매매는 월가와 시티오브런던의 좁은 거리를 가로질러 발사된 한 발의 포격이지만, 그 포격이 일으키는 폭발은 머나먼 이국의 땅을 뒤흔든다.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무기는 기후 혼돈을 이용하고 증폭 한다. 세밀한 위성 자료를 보고 매매하는 알고리즘은 지극히 사소한 기후 변화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알고리즘 매매가 원자재 시 장을 지배한다는 말은 지구 기온이 꼭 2~4°C까지 상승하지 않더라도 세계 식량 공급에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알고리즘은 인구는 많고 식량은 적은 상황이 오지 않더라도 공급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계기는 사소한 기후 충격으로도 충분하다. 위성이 충격을 인지 하면 위성 자료를 근거로 예측이 이루어져 알고리즘에 전달된다. 그 러면 각 알고리즘은 다른 알고리즘들도 같은 예측을 받았으리라 예상 하므로 결국 모든 알고리즘이 매매에 나설 유인이 생긴다. 이에 따라 벌어지는 디지털 전쟁은 세계 식량가격을 끌어올리며, 급격히 팽창하 는 개발도상국의 대도시들을 혼돈의 가장자리로 몰아넣는다. 수많은 이주민이 시골의 삶을 뒤흔드는 기후 분쟁을 피해 도시로 향하지만, 도시에서는 또 다른 분쟁이 그들을 기다린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이 싸우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 기후 전쟁이다.
- 나는 앞서 당시의 식량 가격 상승이 어떻게 중동에서 폭동과 혁명 을 촉발했는지를 추적했다. 하지만 소말리아에서 높은 식량 가격은 다른 효과를 발휘했다. 식량 가격이 오르자 잔혹한 내전에서 굶주림 을 무기로 사용할 조건이 마련되었다. 헤지펀드와 알샤바브는 비슷한 전술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힘을 합쳐 금세기에 인류가 겪은 최악의 참사를 초래했다. 헤지펀드들은 각지의 식량 가격을 끌어올려 전세 계에 영향을 끼쳤다. 알샤바브는 소말리아의 식량 가격이 오르자 사 람들이 궁핍해진 상황을 기회로 삼아 더욱 잔혹한 일을 벌였다.
그러나 헤지펀드와 알샤바브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알샤바브 는 민간인의 식량과 생필품을 빼앗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다. 반면 가격 급등을 유발한 금융 투기자들은 아무런 질책이나 비난을 받지 않았으며, 누구도 그들에게 정의를 요구하지 않았다.
-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커피 시장에 거품이 생겼다고 보았다. 커 피 시장에서 투기자들은 근본적인 수요 공급과 관계없이 커피 가격을 밀어 올렸다. 그러나 2018년에는 전 세계에서 커피 공급 과잉이 나타 나리라는 이야기가 퍼지며 헤지펀드들이 커피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눌렀다. 종전의 거품이 가격을 밀어 올렸다면, 이번 거품은 가격을 끌 어내렸다. 2014년에 목격한 것과 같은 역거품 현상이었다. 2014년에 도 셰일오일 호황과 사우디의 증산, 중국의 수요 감소로 원유 시장에 공급 과잉이 발생하리라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다. 이 모든 이야기 는 현실에 뿌리를 두었지만, 시장이라는 기구는 가격 변동을 완만한 조정에서 끝내지 않고 급격하고 파괴적인 충격으로 증폭했다.
- 그리하여 나비는 마침내 국경 지역의 혼돈이라는 형태로 미국에 돌 아왔다. 나비는 클린턴 행정부가 원자재 시장의 규제를 없앤 20여 년 전 여정을 시작했다. 나비의 날갯짓은 세계 구석구석까지 혼돈의 파 도를 밀어 보냈지만, 미국에 위기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 나 2018년에는 달랐다. 투기자들은 커피 가격을 끌어내림으로써 이 미 혼돈의 가장자리에 있던 과테말라가 임계점을 넘도록 몰아붙였다. 게다가 과테말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커피 산업은 기후 변화로 더 불 안정하고 취약해졌으며, 국제 커피 가격에 가해지는 작은 충격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나는 폭발이 금융 중심지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은 이유를 알기 위 해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시장 속 '게임의 규칙'과 '정해진 규칙을 해석 하고 집행하는 심판(들)'을 파고들었다. 알고 보니 심판들의 존재와 그 들이 내리는 해석은 규칙 자체보다 훨씬 강력했으며, 그들의 판결은 경제적 폭탄이 폭발할지, 폭발한다면 누가 그 폭발에 휘말릴지를 결 정했다. 나는 게임의 규칙이 처음 만들어진 때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 충격이 벌어진 직후인 17세기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나는 매일 새로운 소식, 전쟁과 전염병, 화재, 홍수, 절도, 살인, 학 살, 유성, 혜성, 빛의 띠, 영재, 유령, 프랑스, 독일, 튀르키예, 페르시아, 폴란드의 점령당한 마을과 포위당한 도시에 관한 일상적인 소문을 듣 는다."
영국 출신 작가 로버트 버턴은 《우울증의 해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1638년 당시의 피드, 즉 책과 팸플릿, 코란토coranto*와 입소문을 통해 매일 전해지는 "방대한 혼란"을 묘사한다. 버턴 역시 전쟁과 기근, 전염병, 각종 공포가 세상을 뒤흔드는 파란만 장한 시기를 살았다. 이 혼돈의 배경에는 전 세계의 수확을 망친 기 후 충격이 있었다(이 충격은 오늘날 소빙하기 Little Ice Age로 일컬어진다). 20년간 세계 각지에서 농작물이 얼어붙고 물에 잠겨 결실을 맺지 못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기근이 뒤따랐고, 폭동이 일어나 군주가 끌려 내려왔으며, 길고도 잔혹한 전쟁이 벌어졌다. 난 민들이 먹을 것과 안전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떠나면서 그들이 가지 고 있던 질병도 함께 퍼졌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썩거나 설익은 농작물로 만든 '구황 음식을 먹었고, 이는 많은 사람의 건강에 기 아만큼이나 악영향을 끼쳤다. 거대한 재앙이 죽음과 질병을 몰고 다 니며 세계를 휩쓸었다.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희생양을 찾아 나서면서 마녀사냥의 광기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 혼돈을 피해 달아난 난민 중 에는 토머스 홉스도 있었다. 영국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홉스 가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불결하고 잔인하고 짧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당연했다.
17세기는 오늘날과 많은 면에서 비슷한 시기였다. 기후 충격은 가 격 충격으로 이어졌고, 가격 충격은 눈사태처럼 커지는 연쇄 위기 를 촉발했다. 이 위기는 오늘날 '17세기의 일반 위기'라 불린다. 또한 17세기는 가격 혁명이 일어난 시기였으며, 우리가 막 지나온 10년간 의 혼돈은 바로 이 가격 혁명에서 유래했다. 이 혁명의 배경에는 계몽 주의가 있었다. 토머스 홉스를 비롯한 사상가들은 17세기의 격동 속 에서 계몽주의의 토대를 놓았다. 계몽주의가 나타나면서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정점을 찍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멀쩡한 사람을 장작더미에 던져 넣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일 아닐까? 혼돈 은 초자연적인 원인이 아니라 물질적인 원인, 즉 인간이 스스로를 조 직한 방식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이러한 의문을 품은 지식인들은 점 차 미신을 과학으로 대체해 나갔다.
17세기 말이 되자 일부 계몽주의 지식인은 문제의 원인을 가격으 로 보고 가격에서 해결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소빙하기가 끝났는데 도 물가가 여전히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인구는 1720년부 터 늘어났지만, 농업 생산량은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간신히 충족하 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프랑스는 혼돈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고, 기 후가 약간만 변해도 식량 가격이 급등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이었다.
- 혁명은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우리는 혁명이 벌어지는 동안 잔혹한 괴물이 아니라 자비로운 존재가 권력을 잡기를 꿈꾼다. 그러 나 혁명의 이야기는 곧잘 비극으로 흘러가곤 한다. 혁명 이전의 악몽 같은 세상을 낳은 구조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로 를 이루는 벽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팬데믹이 유행하는 동안 뚜렷 한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선거로 선출되지 않는 중앙은행의 심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권좌의 뒤에서 비민주적인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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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자본주의

경제 2023. 11. 5. 15:20

- "모든 사람은 아무리 자본주의를 폄하하고, 싸우려는 열정에 광적이더라도 자본주의가 내놓는 제품들을 열렬히 요구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자본주의에 경의를 표한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남들의 이익을 빙자하여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사람들이다.” (밀턴 프리드먼)
- 포로수용소에서도 자유 시장이 작동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 은가? 래드퍼드는 전쟁이 끝난 후에 런던 정경 대학 학술지에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로수용소의 경제조직>이란 논문을 발 표했다. 이 논문은 자유 시장의 원리와 그 위력을 보여준다. 이처 럼 자유 시장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 성이 자연스럽게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 시장을 인위적으로 막아놓으면, 수많은 사람의 효용을 증가시킬 기회도 막는 셈이다. 영국인 포로들은 먹지도 않는 커피를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프랑 스인 포로들은 먹지도 않는 차를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가지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말하면, 독일군 포로수용소와 상반된 사례가 있다.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는 상급 장교 포로들이 물자를 나눠주고, 배급품 거래를 금지했다. 그 결과 일본군 포로수용소의 사망률은 독일군 포로수용소보다 12배나 높았다.
시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한다. 먼저 시장을 '만악의 근본으로 보는 '시장 혐오주의'가 있으며, 다른 하 나는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장 근본주의'이다. '시장에 사용당할 것인가, 시장을 사용할 것인가?" 그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 일반적으로 인생은 공평에 가까운 적도 없었다. 정부가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식은 정부를 확장하려는 정치인들에게 가치 있고 무궁한 자산이다."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
- "내 성공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문가에 대해 의심하고, 기존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 
- "경제학은 사물과 유형의 물질적 대상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 관한 것이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 "기쁨이나 고통의 단위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사고팔며, 빌리고 빌려주고, 노동하고 쉬고, 생산하는 동시에 소비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의 총량을 바탕으로 서로의 감정들을 비교해야 한다.”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
- "우리는 아주 쉽게 세상의 행복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외롭거나 용기를 잃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존중하는 몇 마디의 말을 건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 누군가에게 무심코 건넨 친절한 말을, 당신은 내일이면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일생동안 그것을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데일 카네기)
- 기회는 '거지같이 생겼다. 거들떠보기도 싫게 생겼다. 그래서 기회를 보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기회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아무나 볼 수 있으면 그게 기회는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한 마디만 더하자. '마음 편한 투자' 같은 정신 나간 소 리 좀 그만하라. 세상에 그딴 건 없다. 허상이다. 투자하며 마음이 편하다면 그것은 자산규모에 비해 투자금이 적거나 애초에 자산 가치의 변동 폭이 크지 않은 경우, 둘 중 하나다.
리스크 없이 편안하게 벌어들일 수 있는 재화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위기는 기회로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는 끝도 없이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그 스트레스의 지수만큼 당신 에게는 황금이 돌아오겠지만.
-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투자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투기이다.”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 "쉬운 것들을 먼저 해둔다면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생각한 사업의 기본적인 규칙이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 "정치인들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면서 시민들에게 생색을 낸다. 사실 도로 건설비는 화폐 보유자 모두가 댄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
- "질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 가운데 하나지만, 부도덕과 불행의 가시를 품고 있다. 질투는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적이자 죄악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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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투자지도

경제 2023. 10. 11. 11:49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영끌족이란 말까지 생겨났고,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주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런데, 부동산은 목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작하기 어렵고, 개별주식시장은 주식별로 등락폭이 너무 커서 초심자가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예적금에 의존하자니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인 것 같고, 직장생활 열심히 하면서 들어놓은 퇴직연금에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민연금에 노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과거 자산운용사에 재직하다고 현재는 상장사 자산운용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창윤씨가 지은 책이다. 저자는 개인투자자에게 있어 가장 쉽고 효과적인 투자방법은 ETF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ETF는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대비 우수한 결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인 운용역이 ETF에 주식을 담을 때 여러 방면의 리스크를 점검하므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 워렌 버핏도 2013년 작성한 유언에서 "내가 죽으면 전 재산의 90%는 S&P5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10%는 채권에 투자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ETF는 상장지수펀드라 불리는데, 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펀드를 의미한다. 불과 3년전만 하더라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ETF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19년 국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ETF 규모는 3800억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급격히 성장하면서 21년 9.8조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불과 2년사이에 25배나 증가한 것이다.

ETF투자의 기본은 인덱스 ETF이고, 시장 국면에 따라서 계좌를 지킬 수 있는 전략적인 테마형 ETF를 곁들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최소한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칠만한 뉴스나 국제정세 정도는 좇아가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밖에 배당형ETF를 선택하면 마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로 매년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커버드콜ETF라는 상품이 출시되었는데, 안정적인 인컴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커버드콜ETF는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것으로, 파생상품을 활용한 ETF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옵션매도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책에서는 ETF 투자를 위한 기초적인 개념부터, 인덱스펀드 이외에 어떤 테마형 ETF를 사야하는지, 그리고 ETF를 매매하는 전략에 대해 초보자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ETF에 관심을 가지는 주식투자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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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교과서

경제 2023. 10. 7. 08:17

- 그렇다면 대관절 미국인들은 왜 팁을 내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의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Russell Roberts)를 비롯한 다른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생각을 내놓았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 를 맺을 때는 빈번하게 사회적 경험 규칙에 따른다'는 점이다. 그것 은 의식된 것은 아니지만 쾌적하게 생활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고 그 는 말한다.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대개 세차장에서 차례대로 줄 을 서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자기가 맨 앞에 서겠다고 범퍼를 박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 미국인들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데 있어 암묵적인 경험 규칙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외식을 하고 싶어 하고, 또 식사를 유쾌하게 즐기고자 한다(퉁명스럽게 내놓는 차가운 요리를 먹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에서 먹으면 된다). 레스토랑의 경영자보다는 손님 이 직접 서비스를 개선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종업원의 낮은 임금을 팁으로 메운다는 형태로 사회적 경험 규칙이 발전한 것이다." 이것으로 문제는 해결이다. 레스토랑 경영자가 '종업원 관리'라는 번거로 운 일을 손님들에게 떠넘겨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 르면 '팁(tip)'이라는 어원은 18세기에 영국의 커피숍에서 손님들에 게 '신속함을 보장하기 위해(To Insure Promptness)'라고 쓰여 있는 상 자에 동전을 넣도록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팁을 건넨다는 점에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의 질에 따라 팁을 건넨다고 응 답한 사람은 전체의 54%에 불과하고, 인정 때문에 팁을 건넨다는 사 람이 30%, 상대가 바라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약 10%였다고 한다. 이들 46% 때문에 서비스의 질에 따라 팁을 준 당신이 그 레스 토랑을 찾았을 때,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종업원을 비 판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가 나쁘면 팁을 주지 않는다는 사회적 계 약을 따르지 않은, 이전 손님들을 비난하는 것이다.
-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마음의 회계'로 인한 해악을 가장 손쉽게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번 돈과 공짜로 생긴 돈을 마치 전 혀 다른 종류의 돈처럼 다루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우리는 엄마 로부터 받거나 길에서 주운 50달러를 쓸 때는 스스로 일을 해서 번 50달러를 쓸 때만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 이지만, 사람들은 그 같은 구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또 특별한 해악도 없다고 여긴다. 결국 '카지노에서 딴 돈은 공짜로 생긴 것이며, 손에 들어오기 1초 전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지 않던 돈인데, 그것이 다시 사라진다 한들 무엇이 손해란 말이냐'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로 엄청난 손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특정한 '마음의 회계장부'에 속해야 할 돈을 다른 '마음의 회계장부'에 잘못 기입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금 환급금만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받 은 환급금을 공돈으로 분류하고 그게 걸맞게 사용한다. 하지만 사실 상환급금은 뒤늦게 지급된 급여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강제된 예금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이전 해에 월급에서 그만큼의 돈을 빼내 은행이나 투자신탁에 맡겼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이 돈으로 새로운 정장 한 벌을 사거나 온천욕을 즐기기까지에는 많은 고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급금으로 들어온 돈은 그동안 정부에 의해 관 리되었기 때문에 납세자의 '마음의 회계장부' 안에서는 그 돈에 다른 가치가 부여되고 만다.
- 리차드 탈러의 '마음의 회계' 라는 개념이 행동경제학 전체를 지지하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라면, 이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나머지 다른 한 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회계'와 마찬가지로 '전망 이론'은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한다. 다음에서 살펴보겠지 만, 종종 똑같은 결과가 한편에선 이익으로, 다른 한편에선 손실이라 고 언급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순된 무의식의 코드화는 그 영향력 이 꽤 크다.
- '전망 이론'과 그 이론에서 파생되는 개념을 모두 설명하는 논문을 쓴다면, 이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이 될지도 모르겠다. 카너먼과 트버 스키가 논한 문제는 그 정도의 영향력과 발전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우리는 '전망 이론'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두 개의 기본 주제로 나누었다.
첫째는 손실에 대한 감정(심리경제학 용어로 '손실 회피(loss aversion))과 이미 사용된 돈에 집착하는 심리('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로 인 해 얼마나 많은 손실이 증폭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둘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현상 유지 편향 [status quo bias)')과 소유하고 있는 것에 심취해버리는 경향('소유 효과[edowment effect]")이 어떻게 결부되어 변화를 막는가 하는 문제이다.
- 이 같은 태도의 차이는 19세기 독일의 심리학자 에른스트 베버 (Ernst Weber)의 이름을 딴 '베버의 법칙(Weber's law)'이라는 심리학 원 리로 설명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법칙을 들어본 적도 없 겠지만, 그 같은 현상 자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개략적으로 말하자 면, 자극의 강도가 변할 때 그 영향은 원래 자극의 절대적인 수준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예를 들어보면, 어떤 사람이 1월에 선탠 숍(suntan-shop) 을 다녔다면 바로 티가 나지만, 7월에 다니면 전혀 티가 나지 않는 것과 같다. 돈에 있어서는, 예컨대 근로에 대한 보수가 110달러에서 120달러가 되는 것보다 10달러에서 20달러가 되는 것이 만족도가 더 큰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베버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사람들이 왜 신중해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심리학적 으로 보면, 제로와 500달러의 차이는 500달러와 1000달러의 차이보 다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실한 500달러를 수중에 넣으 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손해를 볼 것 같을 때 왜 위험을 무 릅쓰려고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도 500달러를 잃는 것과 전 혀 잃지 않는 것의 차이는 500달러를 잃는 것과 1000달러를 잃는 것 의 차이보다 심리적으로 크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500달러의 손실 이 추가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전혀 잃지 않는 가능성을 추구하 려고 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전망 이론은 '베버의 법칙'을 방대한 심리학 원리와 결합시켜 사람들이 왜 그같이 행동하는지를 설명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의 임무는 사람들이 이익과 손실에 대처하는 여러 방식 으로 인해 어떻게 잘못된 투자와 소비가 이루어지는지를 해명하는 것이다.

- 이런 증상이 있으면,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당신은 '손실 회피' 또는 매몰비용 오 류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제까지 어느 정도의 돈을 들였는지에 따라 중요한 지출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한다.
*하락세인 주식보다 상승세인 주식을 쉽게 판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고 싶은 유혹에 강하게 휘말린다.

- 우리가 너무 앞만 쳐다본다고 평가받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미래를 결정할 때 지나치게 과거의 행위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불만스런 직업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학교에 투자한 시간과 돈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서이지 업무에 보람을 느 낀다거나 미래에 희망을 걸기 때문이 아니다. 따분한 책을 끝까지 읽 는 것은 이미 중간까지 읽어버렸기 때문이지, 등장인물이 어떻게 살 아갈지 궁금해서가 아니다. 지루한 영화라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 는 것은 티켓을 사버렸기 때문이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동차 수리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 은 이미 그 자동차에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테니스 레슨을 계속 받는 것은 이미 많은 돈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오르지 않는 주 식을 계속 쥐고 있는 것은 얼마에 샀는지를 잊지 못해 차마 그 주식 에서 손을 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당신은 '결정 마비'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투자처를 선택하는 것이 괴롭다.
*직장 퇴직연금에 월부금을 붓지 않는다.
*결정이 실패로 끝나면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시험 사용 기간이 있는 것을 곧잘 사지만, 그 제도를 이용해 상품을 교환한 적은 거의없다.
*투자나 지출에 관한 결정을 뒤로 미룬다.

-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당신은 숫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돈을 잘못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년도에 인기가 높았던 뮤추얼펀드에 투자한다.
*공제 금액이 매우 낮은 보험에 들고 있다.
*인플레와 구매력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할 때 수수료나 운용 비용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복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복리의 영향을 무시하고 신용카드 대금이 넘어가도록 내버려둔다.

-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확증 편향'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어떤 문 제에 대해 일단 어떤 감정을(설령 무의식으로라도) 품게 되면, 그러한 편 향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러한 편향은 특정 인물이나 상품, 투자에 대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받은 인상 때문에 무언가를 싫어하게 되었다든지, 그 후에 좋은 점을 보더라도 그러한 감정이 변하지 않았 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선거 입후보자를 봤다거나 상사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상대에 대해 일단 어떤 감정을 갖게 된 뒤에는 새로운 정보 를 첫 인상과 끼워 맞추려 들지 않았나!
"첫인상이 중요한 것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옛말은 보 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남으면, 결국 고착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엄청난 해머가 필요하다.
- 실제로 '확증 편향'은 소매업자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법칙과 깊 은 관계가 있다. 손님이 가게를 나설 때 결국 맨 처음에 봤던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는 확 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예컨대 처음에 보았 던 바지가 마음에 들면 가게 안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다른 물건들 에는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혹은 두 번째로 본 바지는 처음에 본 것과 색상은 같아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처음에 보았던 바지보다 좋은 것은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지만 그 때문에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결과적 으로 돈을 낭비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객 관적으로 선택지를 평가할 수 있다면 좀 더 절약할 수 있을지도 모 른다.
- '앵커링'은 거의 모든 금전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루는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닻'이 되는 가격이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변함없다. 익숙하지 않은 바다를 헤엄칠 때 특정 숫 자에 닻을 내리는 경향이 특히 강해진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 나치지 않다. 그 바다에서의 경험이 적으면 적을수록 구명보트에 철 석같이 매달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분야에서 금전상의 결정을 하게 될 경우, 이러한 '닻'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거래의 어느 측에 서더라도 실패하고 만다. 구매자 측(예컨대,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측)에 있으면 상대가 보여주는 통상적인 수준의 보상 범위와 납입금에 좌우되기 쉽다. 능 수능란한 보험설계사는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된다. "손님의 연령이 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상 범위 200만 달러, 월 불입금 300달러 의 보험에 가입되어있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그것이 교섭의 출 발점이 되는 것이다. 당신은 보상 범위를 100만 달러로 낮추고 월 불 입금을 150달러로 내리는 것은 너무 인색하게(혹은 앞뒤 생각이 없는) 보 이지 않을까 염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 연령과 건강 상태를 생 각한다면 그것도 너무 많은 것인지 모른다.
-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당신은 '확증 편향' 또는 '앵커링'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교섭이나 거래 솜씨에 능하다고 확신한다.
*특별한 조사 없이 금전적인 결단이나 투자처를 결정한다. 마땅한 이유도 없이 특정 브랜드에 강한 집착을 자기고 있다.
*구입했을 때보다 싼 가격으로는 주식을 팔고 싶지 않다.
*스스로 값을 어림하기보다 판매원이 붙인 가격에 의존해버린다.
-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당신은 '자기 과신'으로 인해 돈을 손해볼 수도 있다.
*충분한 조사도 없이 거액을 쓰기로 결정해버린다.
*투자에 성공하면 자신감을 얻지만 실패하면 변명을 늘어놓는다.
*자신은 언제나 시장의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중개 수수료 할인이나 온라인 거래로 주식을 자주 매도한다.
*부동산 업자를 끼지 않고 집을 파는 것이 현명하고도 쉽다고 생각한다.
*각각 따로 가격이 책정된 것보다 일괄 거래 상품과 연간 회원제를 더 선호한다.
*자기가 투자하는 곳의 수익률을 모른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투자하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는다.
-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당신은 군중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번히 투자 결정을 내린다.
*인기주 또는 소문난 투자처에 투자한다.
*주식을 파는 것은 갑자기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인 것이지, 그 주식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변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려갈 때 파는 경우가 많다.
*돈을 쓰는 방법이나 투자처를 결정할 때는 친구·동료·재무 컨설턴트 등의 의견에 따른다.
*무엇을 살지,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갈지, 어디로 여행을 갈지를 결정할 때 그곳이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 경영학 교수 마이클 바엘리가 이끄는 연구진은 286개의 패널티 킥 (공격수와 골키퍼의 1:1 대결)을 분석한 결과, 94%의 경우, 중앙에 되도록 오래 서 있는 것이 공을 막을 가능성이 제일 높 음에도 불구하고 골키퍼가 빠르게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것을 알아냈다. 보통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택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유추해내 는 과정에서, 학자들은 골키퍼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무언가를 하 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의지를 느낀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말 은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싫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사고방식은 금융 위기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이론 을 제시했다. CEO부터 주주까지, 모두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배가 가라앉을 때 가만히 있는 대신 구멍을 막고, 물을 빼내고, 구명보트를 준비해야 하듯,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 어찌 보면 골키퍼가 중앙을 지키는 대신 옆으로 몸을 날리려고 결정한 것이 단순히 예측을 하여 행동한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골에 성공한 이후 느낄 감정은 더욱이 그럴 것 이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자기 자신에 게, "내가 몸을 날렸을 때 골이 성공하면 기분이 나쁘겠지. 하지만 내 가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득점을 한다면 난 기분도 나쁘고 보기에 도 좋지 않았을 테니, 두 배로 나빠 보이겠지." 하고 말하곤 한다. 이 러한 사고의 흐름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들릴 것이다. 결국 '가만히 서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해'와 같은 관용어구는 그 생각이 하도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한 접근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여태껏 우리에게 도움이 되 었고, 특히나 위기나 긴급 상황일 때 더욱 그러했다. '싸우거나 도망 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행동을 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미래의 감정을 예측하며 행동 을 할 때에 발생한다. 간혹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미래의 감정 예측을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니얼 카너먼과 데이비드 샤케이드 가 1998년에 발표한 '캘리포니아의 잔디는 언제나 더 푸르게 보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이라는 논문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실제로 이 논문에는 '캘리포니아에서의 삶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까? 삶의 만족도에 대한 판단의 착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 두 심리학자는 연구 결과, 미국 중서부의 대학생들은 캘리포니 아에 있으면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음을 밝혀냈고, 캘리포니아의 대학생들은 중서부에 살면 덜 행복할 것으로 믿는다는 점을 발견했 다. 하지만 사실상 자기 자신의 행복을 평가하는 수치는 두 지역 모 두에서 차이가 없었다.
-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금전적 결정에 있어 반사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충동적 격발로 소비를 한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쇼핑을 한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연장된 품질 보증서를 구매하거나 추가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한 돈이 당장 필요하지 않음에도 주가가 떨어지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 번 성공한 투자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가격을 넘어서까지 잡고 있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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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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