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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사회

사회 2025. 1. 1. 06:38

- 승자와 패자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님. 알프레드 마셜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아무리 교육을 잘 받아도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보통 수준의 유화가 이렇게 싸게 팔렸던 적도, 일류 화가의 그림이 이렇게 비싸게 팔린 적도 없었다"고 했다.
오늘날에는 이런 현상이 널리 퍼져 최고 실력자들이 받는 보상이 엄청난 금액이 됨. 이로 인해 현대산업경제는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아마도 이런 왜국 현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신호가 직업선택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당연. 그런데 자신의 성공가능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때조차도 많은 사람이 무리하게 이 시장에 뛰어든다. 이런 현상은 과도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비슷. 예를 들어 에어컨을 살지 말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은 에어컨을 사서 얻는 편익을 에어컨 운용 비용과 비교한다. 개별 소비자의 입장에서 에어컨 운용비용은 전기요금이다. 그러나 에어컨을 가동시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가비용을 부담시키게 됨. 에어컨을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는 더욱 오염됨. 정부의 규제가 없다면 개인은 추가비용을 무시할 수 있으며 대부분 그렇게 한다. 즉, 사람들이 경제적 동기로만 움직인다면 우리는 점차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게 될 것임.

- 작가들이 홍보여행에 나서고 운동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동기는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군비경쟁에 돌입하는 동기와 비슷. 만일 경쟁국은 가만히 있는데 어느 한 나라가 무기를 구입하면 두 나라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초래. 무기의 가격이 비싸므로 두 국가 모두 무기를 사들이면 사지 않았을 때보다 경제적 상황이 더 안 좋아짐. 승자독식 시장은 위치적 군비경쟁을 낳기 마련이며 이는 참가자의 과잉유입에서 생겨나는 손실을 더욱 크게 만듬.

- 옷에 대한 지출 증가가 낭비처럼 보이자만 성형수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성형수술은 비용도 많이 들고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까지있음. 그런데도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일반화됨. 캘리포니아 남주 지역의 장의사들은 턱과 가슴 그리고 엉덩이 확대수술에 사용된 불연성 실리콘팩 때문에 화장이 잘 안된다고 불평.
수술로 외모를 바꿈으로써 개인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효용이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일단 성형수술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외모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이 상승할 뿐이다. 한때는 체중이 조금 더 나가거나 머리숲이 다소 적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지방흡십술이나 모발이식술을 받아야 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다.

- 누구라도 가장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하려면 그만큼의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 사회의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변호사라는 직업에 뛰어들어 다른 직업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놀랄 일도 아니다. 만일 일종의 지적인 군축협정을 맺어 아이큐 100이상인 사람은 법률관련 직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합의를 이루어 내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가장 뛰어난 변홋를 고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가지 있는 지적자원은 많이 절약될 것이다. (케네스 볼딩)
볼딩은 언젠가 우리 사회가 소송천국이 되리라는 걸 예감하고 이런 허무맹랑한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 경제학자들은 대공황 초기에 선배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화폐공급을 줄일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ㄷ. 물론 지금은 그 처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십년 동안 연준에서는 경제가 조금만 침체될 기미가 보이면 통화공급량을 확대해 왔다. 그리고 이런 정책이 경제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십 년 후 경제학자들이 20세기 후반의 경제,사회정책의 기본방향을 알게 되면 우리만큼이나 놀랄 것이다. 우리 시대의 문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 재정적자의 확대, 성장의 둔화 등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중요한 정책처방인 중상위 소득계층의 조세감면 등으로는 대공황기의 통화감축 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조세감면을 옹호하는 사람들 역시 감세정책이 소득불평등과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낙수효과이론은 이미 승자독식이 장악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적용되지 않음.

- 애덤 스미스는 분업과 전문화가 시장의 규모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장이 크면 고도의 전문화가 가능하지만 소규모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처럼 황량한 지방에 인가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농부가 가족을 위해 직접 가축도 잡고 빵도 굽고 술도 빚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점진적인 도시화로 인해 노동은 더욱 세분화되었고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기계가 발달. 최근 기술변화는 이 과정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덕분에 시장도 확대되었으며 승자독식시장도 더욱 커지고 심화됨.

- 미국기업이 외부인사를 CEO로 고용한다는 것은 CEO를 회사에 붙들어 두었던 보류조항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의미. 아직도 새로 임명되는 CEO의 절반 이상은 내부승진을 통해 발탁되기는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바뀜. 미국에서는 업무실적이 좋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됨. 유능한 중역을 잡아두기 위해 이사회는 충분한 연봉을 지불해야 함. 프로야구에서 보류조항이 삭제되면서 일류선수들의 연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듯 뛰어난 중역에게는 직장을 옮기는 것이 그와 비슷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개방적 경쟁체제가 CEO의 연봉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더욱 심화됨. 수백만불의 보수를 지급해 본 적이 없는 환경이라면 CEO가 그 정도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어도 이사회에서 함부로 많은 연봉을 결정하지 못할 것임. 그러나 다른 회사가 그 경영자를 더 많은 연봉을 주고 데려가면 회사는 연봉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자신들의 CEO를 잃기보다는 수백만불의 연봉을 지불하고자 한다. 이렇게 한번 선례가 생기면 이후 수백만불의 연봉을 정당화하기는 쉽다.

-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던 시대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부분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음. 2차대전이 끝난 뒤 시작된 생산성과 임금의 지속적 성장이 이 시기에 하나의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상승해 많은 사람이 교외의 단독주택, 자동차 2대, 자녀들의 대학교육을 상징되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함정에 빠져들었다.
74년 이슬람 국가들이 석유수출을 제한하면서 이 모든 것이 끝났다. 그 이후 봉급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했고, 이런 경향은 중간정도의 교육과 기술을 갖고 있는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해짐. 우리 대부분은 생활수준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임금수준이 절정을 이루었던 20년 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뒤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남성 노동자들의 손실을 만회해 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구당 평균수입은 70년대 초와 비교해서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중산층이 소득수준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동안에도 부자는 점점 더 부유해졌다. 가구당 소득의 양극화는 중산층의 소득정체 만큼이나 골치아픈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77년부터 89년 사이 발생한 개인소득 증가분의 70%가 소득 상위 1%의 부유층 가구에 돌아갔다고 주장. 레이건 행정부 말기에 이 엘리트 집단의 평균소득은 중산층 가정보다 20배나 더 많았다.

- 어떤 경제든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능이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근로자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상적인 인력배치란 재화와 용역의 총가치가 극대화되도록 하는 것. 또한 이런 인력배치는 모든 취업자가 벌어들이는 총소득을 극대화한다. 따라서 승자독식시장이 너무 많은 경쟁자를 끌어들인다는 주장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면 사회의 총소득이 증가할 것이라는 뜻.
이런 주장에 오해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승자독식시장이 완전히 해로운 경제적 재난이거나 부정적 요소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고자 한다. 결국 매우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할 때 처음에 누가 가장 잘할지 모르겠으면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장치가 필요한데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그 역할을 승자독식 시장이 하고 있다. 승자독식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기능의 시장이 없었다면 자본주의 경제는 지난 200년간 엄청난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읻. 우리가 승자독식시장이 지나치게 많은 경쟁자를 끌어들인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로 뛰어나지 못한 재능을 가진 지망생들이 다른 직업을 택하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
그런데 이런 제한적 주장조차 결코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 아님. 90% 이상의 배우들이 자신의 재능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배우 지망생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을 입증하지는 않기 때문. 배우가 되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들의 공연을 즐길 기회가 많아짐. 배우 지망생이 아주 적은 사회가 있다면 그곳에는 딱 배역에 필요한 만큼의 배우 지망생만 있으므로 우리는 형편없는 연기에 만족해야 할 것임.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더 나은 오락물을 찾을 것임.

- 경제학에서 자주 연구대상이 되는 직원들의 업무기피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전통적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일하기를 싫어하므로 그들을 감시하거나 물질적 보상을 주어야만 열심히 일한다고 함. 그러므로 감시비용이 부담돼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이 경우 승자독식적인 보수체계는 개개인의 노력을 부추겨 효율성이 증가할 것임.
실제로 기업에서는 순전히 승자독식적인 보수체계가 지니는 이런 장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토너먼트식 보상체계를 구성하기도 함. 분기마다 판매실적이 가장 뛰어난 대리점에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경제에서 이런 토너먼트식 급여체계가 개개인의 노력을 부추기는 인위적 장치가 아니라 자연스런 장치라고 생각함. 이 경우 가장 우수한 노동자의 보수가 극단적으로 높다해도 업무기피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음.

- 올림픽 체조선수 크리스티 필립스가 손목이 부러진채로 연습을 하기 위해 진통제를 삼키게 만든 것과 같은 승자독식체계가 건재하다면 이런 사례는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 과도한 보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만 세계경제의 관점에서는 과잉투자지만 개별국가로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컨대 식량과 건강관리에 더 많은 돈을 쓰고 HDTV의 화질개선에는 적은 돈을 쓴다면 전 세계 인류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지만 HDTV기술을 개발한 국가의 시민에게는 상황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텔레비전 기술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면 거기에 들인 연구개발비를 뽑고도 남기 때문.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개별 국가는 군비축소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 대학 서열화로 인해 학문적 잠재력이 대학에 들어간 후에야 드러나는 대기만성형 학생은 기회를 잃게 된다. 앨런 그레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성장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연은 인간에게 그 기간동안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준다. 그런데 대다수 학생이 여섯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열일곱살 6개월부터 열아홉살 사이에 대학에 들어가도록 제도를 만들어놓고 조숙함에 따라 보상을 줌으로써 이런 자연의 혜택을 던져버린다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일단 학생들의 연령대가 같으면 학문적 보상은... 나이에 비해 유난히 똑똑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다시 말해 조숙함을 포상해주는 셈인데 이 조숙함이 커서 재능을 보일 전조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므로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으뜸가는 교육적 자본인, 성장하면서 성숙할 시간을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 70년대에는 상업적 성공을 포기하고 예술적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는 70년대 초와 오늘날의 창작 분위기를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71년에 마지막 영화관으로 명성을 얻었짐나 최근 리버 피닉스 주연의 콜잇러브가 극장 개봉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자 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피터 보그다노빛가 오늘날처럼 냉혹하고 수익지향적 분위기에서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을지 자문한다면 그 답은 아마도 아니다, 일 것이다.

- 승자독식의 원리가 언론과 문화에 미친 영향보다 심각한 영향은 우리 사회의 폭력수준이 상승했다는 점. 이는 언론과 문화 시장에서도 처음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은 탓이다. 폭력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왔지만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한 가지 변함이 없는 것은 우리의 관심을 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텔레비전 시청자, 영화관객, 독자를 끌어오는 데 오직 섹스만이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 채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살인장면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하게 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에게는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은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문과 잡지도 폭력적인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 더 많은 부수가 판매된다. 또한 주인공이 악의 세력으로부터 무자비한 도발을 당한 후 마침내 폭력으로 복수하는 영화에는 항상 관객이 많다.

- 변화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현재 등장하고 있는 승자독식시장의 영향을 분명히 파악한다면 그에 맞서는 조치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임. 전통적 통념에 다르면 세상은 하나를 얻으면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하나를 잃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비관적 결론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의 최대승자에게 더 큰 세금부담을 지우는 것은 우리 금융시스템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시민이 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 만약 조세부담이 누진세 형태를 띤다면 절실히 필요한 저축과 투자도 촉진될 것임. 그러므로 승자독식사회의 결점을 보완하는 정책들은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도 촉진한다. 이는 공짜점심은 아니지만 저렴한 점심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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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Quote of the day 2025. 1. 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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