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중에 속한 개인은 생활환경과 직업, 지적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독립된 개인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느기고 생각하고 행동함. 따라서 군중은 구성원 개개인의 평균값이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유기체와 같음. 군중 속에서 개인이 상실되는 현상은 의식적 행위나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비롯됨
- 살아온 환경이나 교육의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지적수준이 다를 수는 있으나 인격적인 면에서는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음. 또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그들이 지적으로 열등한 사람들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님.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편적 성질을 공유하고 있으며, 인재들이 모였을 때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특출함이 아니라 누구나 가진 평범함이기 때문. 그런데도 군중을 이루었을 때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적 우세와 익명성으로 인해 도덕수준이 낮아지고, 무리 속에서는 어떤 메시지에 쉽게 동화될 뿐 아니라 그것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증폭하기 때문.
- 독립된 개인으로서는 교양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저급한 단계로 떨어져서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며 타인의 생각에 쉽게 동화하는 모습을 보임. 또 한편으로는 개인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도덕을 실천하기도 함. 충동에 사로잡히고 영광과 명예를 중시하는 이런 군중의 속성은 어쩌면 인류문명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름. 인류 역사의 업적 가운데 많은 것이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무의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 한가지 사실을 목격한 수많은 사람의 공통된 증언이 과연 진실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군중의 증언은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오류가 암시와 전파를 통해 힘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목격한 사건일수록 가장 의심스러운 법이다.
- 군중의 감정은 쉽게 극단으로 치닫기 때문에 어떤 의혹을 접하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군중이 이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감정을 마음껏 발산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익명성에서 비롯됨. 한편으로는 군중의 이러한 감정과잉은 수준높은 도덕적 행위를 유도하기도 함.
- 극단적 감정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군중은 편협하다. 그리고 수적 우위에 따른 힘을 믿기에 권위적이다. 때문에 군중은 자신들이 추종하는 신념에 대해 어떠한 반론도 허용하지 않음. 편협하고 권위적인 군중은 자시들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지도자를 선호. 그래서 군중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을 섬길지언정 어진 지도자에 충성하지 않는다.
- 군중에게 스며드는 사상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우연한 사건과 인물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일시적 사상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거나 사회 여건의 변화로 인해 형성된 근본적 사상이다. 오늘날 민족정신의 토대가 되는 근본사상은 흔들리고 있고, 일시적 사상이 명멸하며 짧은 시간 동안 사회를 뒤흔든다.
- 어떤 사상이 군중에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개념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체로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형태를 취함. 사상의 개념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그 사상에 담긴 고차원적인 내용이 삭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군중 사이에 통용되는 사상ㅇ들을 두고 비교우위를 따지는 것은 헛된 일이다.
- 비판능력을 상실한 군중에게 논리적 근거는 무의미하다
군중은 어떤 근그를 통해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요된 판단을 받아들인다. 서로 유사해보이는 사례를 결합하고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한다. 군중을 사로잡고 싶은 연설자라면 어떤 사안에 담긴 복잡하고 미세한 부분을 일일이 들먹여서는 안된다. 단 몇 마디의 경구와 구호로 이미지를 환기시켜야 한다.
- 군중이 만들어낸 영웅의 실체
군중은 어떤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경구와 구호에 쉽게 매료됨.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군중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군중은 어떤 메시지나 인물에 대한 평가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꺼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거기에 신화의 후광을 입힌다. 그래서 역사속 위대한 군주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니라 군중의 상상 속에 군림하는 영웅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 군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함. 우리는 거의 매일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를 겪으면서도 그 일들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는 비상할 정도로 집중하며 갖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지도자가 군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할 때도 같은 방식을 취해야 함. 응축된 이미지를 통해 사건 전체를 일시에 제시해서 군중이 스스로 이미지를 재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군중은 자신들이 따르는 신념과 지도자에게 맹목적인 순종을 바치고, 자신들의 믿음에 동조하지 않는 이를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임. 군중의 이러한 행위는 종교적 감성에서 비롯되기에 그들이 따르는 지도자는 신의 권위를 부여받는다
-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는 항상 종교적 감정에 들뜬 군주으이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군주와 지도자의 결정으로 보이는 그 모든 사건을 실제로 움직인 이들은 군중이었고, 종교적 열망이 아니고는 군중의 그 과격한 행위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 제도와 법령을 개선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혁명조차도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제도와 체제가 시대와 정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정신이 제도와 체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각 민족은 민족 고유의 기질에 어울리는 제도와 체제를 이미 누리고 있다. 때문에 급격한 체질개선을 통해 일시적변화를 이룰 수는 있지만, 곧 그 변화는 제자리로 돌아기기 마련. 결과에 변화를 준다고 원인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 명칭만 바꾸어도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은 어떤 단어와 경구에는 특정한 이미지를 불러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단어와 경구가 가진 실제적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권위를 획득한 단어와 경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군중은 스스로 이미지를 불러내고 상상력을 자극해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 군중은 언제나 진실보다 욕망을 중시한다
많은 철학자들이 과학과 자연의 힘을 드러내 보이며 군중의 케케묵은 환상을 깨뜨리려 하지만, 군중은 진실보다는 거짓과 오류로 점철된 환상을 좇는다. 환상속에서만이 꿈꿀 수 있고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군중을 각성시키려는 자는 실패하고 군중을 현혹하려는 자는 성공을 거두는 법이다.
- 문명을 일으킨 것은 이성이 아니라 공상이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전을 짓게 하고 제국을 건설하며 신의 권능을 지닌 위대한 지도자를 탄생케 한 것은 감정과 공상이었다. 만약 군중이 하나하나 이성적으로 따졌다면, 역사속의 그 모든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갈릴리의 한 무지한 목수가 2000년 동안이나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가장 위대한 문명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몇몇 아랍 부족이 사막을 벗어나 고대 그리스-로마의 영토 대부분을 정복한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대제국보다 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는 것도, 또 무명의 한 포병대 중위가 수많은 민족과 군주들 위헤 군림했다는 사실도 모두 있을 법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성은 철학자들에게 맡기고, 사람들을 다스리는 데 그 이성이 지나치게 개입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명예와 희생, 신앙과 야망, 공명심과 조국애 같은 감정들, 그러니까 지금껏 모든 문명의 커다란 원동력이었던 그 감정들은 이성과 함께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에 반해 생겨난 것이었다.
- 군중은 항상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군중은 항상 지도자를 원한다. 하지만 군중을 등에 업은 지도자는 대개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그런 지도자에 군중이 환호하는 이유는 지도자가 가진 이상과 의지, 신념, 실천력에 매료되기 때문. 조직된 군중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지만, 지도자가 사라지는 순간 오합지졸이 된다.
- 지도자는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일시적 열정을 내뿜지만 강력한 의지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는 지도자가 있고, 지속적으로 의지를 유지하는 지도자가 있다. 첫번째는 강렬한 업적을 이루지만, 오래지 않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두번째는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일을 완성한다.
- 누구나 따를 수밖에 없을 만큼 위엄을 가진 지도자가 있다. 이런 지도자는 군중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군중으로 하여금 그 상황을 타개할 행동을 하도록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군중에게 어떤 신념과 사상을 심으려는 지도자는 확언과 반복, 전파라는 3가지 방식을 취해야 함. 확언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간결한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확언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군중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이다. 메시지가 반복되면 여론이 형성되고, 이후에는 군중 사이에 빠르게 전파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나의 주장을 반복하는 매체에 길들여지고 나면 다른 매체의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대개의 사상은 국가의 상위 지식인층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확산되는 지점은 평민계층이다. 선술집을 떠돌던 사상은 군중 사이에서 왜곡되고 편집된 뒤 다시 국가의 상위층에 영향을 미침. 그러면 지도자는 그 사상을 다시 왜곡해 파벌을 형성하고, 파벌은 다시 사상을 군중에 퍼뜨린다. 이런 순환구조 속에서 사상은 간결하고도 확고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 지도자의 가장 강력한 요건은 매력이다.
위신은 상대로 하여금 경이와 존경같은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모든 비판능력을 상실하게 만듬. 위신에는 후천적인 획득된 위신과 선천적인 타고난 위신이 있음. 획득된 위신은 어떤 존재가 가진 사회적 지위, 재산, 직함 등에 나도 모르게 짓눌리게 되는 그런 것. 위신은 사람뿐만 아니라 어떤 의견이나 작품에도 주어지는데, 위신을 가진 의견이나 작품은 다만 경탄의 대상이 될 뿐이지 옳고 그름의 판단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 일단 논란의 대상이 된 위신은 더 이상 위신이 아니다. 오랫동안 위신을 지켜낼 수 있었던 신과 인간이 결코 논쟁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 따라서 군중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함.
- 과거에는 일반적 신념이라는 굳건한 토대가 있었기에 군중의 견해가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과거의 신념이 힘을 잃어가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군중의 사상이 점점 자유로워지며, 상반된 견해를 실은 언론매체가 확산되면서 군중의 견해가 그 어느때보다 유동적임. 여론을 주도할 힘을 상실한 정부와 언론은 대중의 생각을 따라가기에 급급한데, 이유는 대중의 생각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해야 그나마 생존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오늘날 군중 사이에는 무신념이라는 신념이 확산하고 있어서 뿌리 내리지 갖가지 생각들이 바람에 흩날리듯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다.
- 어느 국가에서건 군중투표는 대개 민종의 무의식에 잠재된 열망과 욕구를 발산하며 모두 유사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당선자의 평균은 곧 각국 민족정신의 평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평균값은 세대가 바뀌어도 거의 변함이 없다.
- 많은 지식인들이 배심원 제도의 오류를 지적. 실제로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림에 있어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폐쇄집단의 일원인 사법관들이 저지르는 오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폐쇄집단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근거로 사안을 판단하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어떤 전문성의 영역에서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중이 가진 힘이 막강하다 하지만, 폐쇄집단이 가진 힘이야 말로 정말 두려운 것이다.
- 선거 후보자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조건은 위신이다. 타고난 위신이 없다면 재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 노동자 계급이 같은 노동자 출신의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후보자에게 위신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후보자는 확언과 반복, 전파를 통해 군중을 끌어들여야 함. 유권자 군중은 후보자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기에 후보자는 과도할만큼 공약을 남발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군중은 이성적 추론능력이 없기에 상대의 비방에 대해 논리로 맞서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행위다.
- 민족은 하나의 이상으로 뭉친 결합체이며, 문명은 그 이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들이 이룬 결과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면 문명은 성장을 멈추고 노쇠기에 접어듬. 이와 함께 민족도 분열. 각자의 이해와 열망에 따라 분열한 개개인들은 곧 사소한 행위조자 지도해 줄 어떤 존재를 기다리게 되고 이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등장. 하지만 이상이 힘을 잃는 순간 민족도 문명도 더는 존재하지 않음. 꿈을 좇아 야만에서 문명에 이르렀다가 그 꿈을 상실하면서 다시 야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민족과 문명의 흥망성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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