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지는 모호함을 뜻하는 영어로, 스탠퍼드대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을,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며 인간적 맥락의 기술을 다루는 이들을 일컬음. 퍼지형 인재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세상과 깊이를 교감한다.
- 다양한 창의성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창의성은 경이감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경이감은 생각, 느낌, 감각, 상상력을 포함하는 온몸의 경험으로 이는 인간의 깊은 통찰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감정임. 경이감은 자연의 아름다움, 예술작품, 인간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서 느낄 수 있음. 이 감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큰 존재와 연결되었음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심리적 성장과 변화를 촉진함.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의 저자 카트린 레퀴예는 어린이들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상상에 빠지기도 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데 지루할 틈 없이 흥미를 느낀다. 레퀴예는 그것이 바로 교육의 본질이라고 주장함.
- 최근 인공지능 시대에 호모 프롬프트라는 용어가 키워드로 부상. 인간이 인공지능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면서 마치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명령어를 입력하듯, 필요한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호모 프롬프트는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능력을 확장하고, 지식과 정보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인간을 지칭하는 개념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지적 능력을 확장함. 데이터분석과 예측 모델링을 통해 복잡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 이는 호모 프롬프트 시대를 대표하는 특징임. 과거에는 검색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조합하는 역량이 주요했지만, 이제는 검색하지 않아도 지식을 엮어 의미를 만드는 작업을 챗GPT가 해준다. 따라서 이런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질이 달라짐.
-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가
저는 여러 다른 모델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 모델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실의 세계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하나의 학문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닙니다. (찰리 멍거)
-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만드는 이야기
지금은 의미를 찾고, 의미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의미가 담긴 스토리를 만들어 그 세계를 실제로 그려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지금부터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인재입니다. (야마구치 슈, 경영컨설턴트)
-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적 사회구조가 약해지면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함. 현대인은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해야 하고 나아가 지속적으로 재구성해야 함. 이를 자기반성적 프로젝트라 부르며 개인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행동을 평가하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조정하는 과정을 의미.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더 큰 불확실성과 혼란또한 뒤따른다.
- 서사적 통찰력은 단순히 이야기를 구성하는 기술을 넘어서 삶의 다양한 경험과 사건들을 통합하여 일관된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능력을 말함. 인간은 본래 이야기하는 존재.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해석하며, 미래를 예측함.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의 의미를 찾음. 서사적 통찰력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함.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퍼지들은 이 지혜를 잘 알고 있음. 좋은 이야기는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며, 복잡한 제품의 기능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움. 나아가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심리적 당위성을 제공.
- 차이를 만드는 인간다움
우리가 직면한 여러 막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코딩뿐만 아니라 인간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콧 하틀리)
- 러셀은 현대 인류가 과거보다 훨씬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루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루함을 현대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았으며, 나아가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과제가 지루함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 러셀에 다르면 지루함은 우리가 커다란 동기와 열정이 없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했을때 생기는 감정적 상태다.
쇼펜하우어에게도 권태는 중요한 탐구대상. 그는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말함. 인간은 원하는 것을 추구할 때는 고통을 느끼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권태를 느낀다고 주장. 그는 이 두 상태를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적인 특징으로 보았음. 쇼펜하우어는 권태를 '목표가 없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내적 공허함'으로 정의. 그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나 모든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권태를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많은 사람이 기술발전으로 인해 권태와 지루함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야 함. 이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만족과 성취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함을 의미.
- 하이데거는 지루함을 정교하게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
지루함은 세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지루함. 이는 버스나 지하털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또 다른 지루함은 특정활동이 우리에게 흥미르르 주지 못할 때 느끼는 지루함. 재미없는 강의나 ,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 느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의미를 느끼며 권태에 빠짐. 마지막으로 하이데거가 가장 중요하게 본 근본적 지루함임. 이는 인간이 일상적인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태임. 이는 철학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돌아보녀 성찰과 내적 성장을 촉진하는 시간이다. 근본적 지루함은 자신의 진정한 목표와 욕구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근본적 지루함은 인간이 비본래적 존재에서 본래적 존재로 나아가게 함
지루함과 권태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진 피터 투이는 지루함이 인간경험에서 보편적이며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주장함. 지루함은 모든 시대와 문화에서 존재해 왔으며, 이는 인간의 본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 따라서 이를 이해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투이는 지루함을, 자극과 흥미의 결여로 인해 발생하는 불쾌한 감정상태로 정의. 그는 지루함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상태임을 강조하며, 이를 단순히 부정적 감정이 아닌 중요한 심리적 경험으로 봄. 그에 따르면 지루함과 권태는 무기력과 우울증,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단순히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창의성과 자기성찰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상태이기도 함. 지루함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 투이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지루함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함. 창의적 활동, 취미,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
- 혼란스런 환경에서는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런 능력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인간의 사고는 비선형적이며, 그 덕분에 무질서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음. 이러한 사고방식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특히 중요하며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인지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함
이와 관련하여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활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받아들여 창의성과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을 보여줌. 스푸마토는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을 뜻하며, 그림에서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하여 더욱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다 빈치는 이 기법으로 작품에 깊이와 현실감을 부여했으며, 대표작인 모나리자와 성 안나와 성 모자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리더십컨설턴트 마이클 겔브는 스푸마토의 개념을 예술적 기법에만 국한하지않고, 삶과 사고의 철학으로 확장. 이는 불확실한 상황을 피하기보다 받아들이며, 명확하지 않은 문제나 상황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태도를 의미. 스푸마토는 한 가지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시각에서 문제를 분석하며, 논리와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과 직관을 활용하여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
- 21세기 르네상스
중세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관을 마련해야 했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정치인도 경제인도 모두 창작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
- 인공지능 시대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와 유사. 르네상스 시기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듯이, 현재도 마찬가지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자신의 길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기술혁신이 새로운 차원의 능력을 요구하며, 이는 오히려 인간 고유의 능력을 훈련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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