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역이 번성하면서 금융도 따라 번창했다. 베네치아와 제노바에서 상인은 재산을 안전한 환전상 금고에 보관. 당시 상인은 환전상에게 이 계좌에서 저 계좌로 돈을 옮기도록 시켜서 빚을 갚았다. 그뿐 아니라 환전상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이리하여 환전상은 자연스레 최초의 은행가가 되었다. 동시에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도 되었다. 한편 값비싼 화물을 싣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위험에 대비해 또 다른 분야가 발전했다. 상인이 보험을 개발한 것. 누군가에게 일정한 돈을 지불하면 그 대가로, 가령 태풍으로 배가 바다에 침몰한다던지 하는 불운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보상했다.
북적이는 도시로 인해 봉건제가 흔들렸다. 농노가 땅을 떠나 도시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기 때문. 와글거리는 소리에 묻혀 전통적인 교회 가르침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밀라노의 수호성인 암브로시우스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죽음을 선고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밀라노 도시민이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통해 부유해지는 상황을 결코 막을 수 없었다. 경제활동이 점점 돈이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전통은 더욱 뒷전으로 물러났다. 수도승조차 대금업이 경제활동에 꼭 필요하다고, 대금업자가 돈을 돌려받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사실 아퀴나스도 빌려준 돈에 이자를 붙이는 일도 때때로 용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자가 돈을 빌려줄 때 포기해야만 했던 이익을 벌충하기위해서라면 이자를 물려도 괜찮았다. 점차 성직자도 고리, 즉 채무자를 망가트릴 만큼 높게 매긴 이자율과 은행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만큼 합리적으로 붙인 이자율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
11세기가 시작할 무려 교황은 상인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선언했ㄷ. 12세기가 끝날 즈음 교황은 호모보노라는 상인을 성인으로 추대했다. 신에게 가까이 가려면 가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취를 감추었다. 예수는 제자에게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아퀴나스가 살던 시대의 상인은 그럴 수 있따고 믿었다.
1253년 한 이탈리아 회사에서 손으로 쓰는 통장을 개설. 거기에는 '하느님과 영리의 이름으로'라고 쓰여 있었다. 하느님의 섭리가 상업이라는 신세계와 손을 맞잡고 있었다.
- 피구가 쓴 저서는 얼마간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책을 쓰던 시기인 20년대와 30년대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가운데 어느 경제체게가 최선인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던 때였다. 그런데 피구는 더 협소한 문제를, 개개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었따.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나고 적어도 경제학자에게 커다란 문제가 하나씩 거의 정리되자, 상당수 경제학자는 자본주의가 최선의 경제체제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정부개입이라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 피구는 예를 들어 페인트나 어류나 석유 등 특정 시장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 몇가지를 글에서 제시. 오늘날에도 여러 경제학자가 피구의 이론을 이용해 정부가 세금이나 보조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연구하며 사회자원을 더욱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 피구의 스승은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로 시장에 관한 기초이론을 세운 인물. 이 시장이론은 오늘날에도 여러 경제학자가 즐겨 애용. 마셜은 이 제자를 천재라 불렀다.
피구는 스승이 전개한 이론에서 한단계 더 나아감. 특히 시장이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냄. 경제학자 대다수는, 심지어 자본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경제학자 조차 시장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음. 즉 이따금 시장이 경제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실패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커다란 재앙에 맞닥뜨리고 위기에 빠진다는 의미는 아님. 이따금 어류나 휘발유 같은 특정 시장이 실패할 때도 경제 전반이 무너지지 않았다. 피구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짚어내며 후생경제학이라 알려진 경제학의 한 분야를 개척. 후생경제학은 사회에 골고루 돌아가는 이익을 살피는데, 이 이익은 사람들이 사고 팔고 일하는 행위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나 기업이 생산과 고용에 대해 내리는 결정 등 모든 결정에서 비롯함. 이 내용이 규범경제학 일부를 이루며 경제학의 한 갈래가 되어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장이 제 기능을 잘 해내는지 아니면 잘못해내는지 가려낼 수 있다.
- 똑같은 기업만 무수히 존재하는 완전경쟁체제처럼 극단적 상황에 맞은 이론이나, 오로지 한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이 세우기는 더 쉽다.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까다로움. 시장이 완전경쟁으로 내몰리거나 아니면 독점이 될 때 그 양상은 하나다.하지만 시장이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면, 즉 불완전 경쟁 속에서 서로 각축을 벌이면 그 형태는 셀 수 없이 많음. 그래서 하나의 이론으로 온갖 가능성을 다 아우르기가 어렵다.
오늘날 경제학자는 게임이론 분야를 이용하는데 이 방법으로 다양한 상황에 처한 기업행동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다. 게임이론은 어떤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특정 결과를 낳는 여러 상황을 연구한다. 이 이론은 소수 독점 행동을 연구하는데 특히 유용. 그래서 경제학자는 이 게임이론을 적용해 시장 장악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는 기업 사이에서 복잡하게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탐색한다.
- 신흥부자는 이익배당금으로 살았으며 별다른 수고없이 재산을 물려받음. 폴리네시아 추장처럼 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여가를 즐긴다거나 명품을 산다거나 하면서 사회적 인정을 받음. 대저택을 구입하고 모피코트를 사고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행위를 베블런은 과시소비라 부름. 이것저것 사면서 자랑하는 셈이다. 이렇게 특권을 누리는 소수에게 베블런은 유한계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한계급에 속한 남자는 연미복을 입고 실크 스카프를 맴으로써 자신은 땅을 일구거나 버스를 모는 생산직 노동에 종사하지 않음을 강조. 그리하여 이런 옷차림이 농부가 입는 수수한 마 셔츠보다 더 아름답다고 여기게 됨. 하지만 베블런은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왜 부자의 에나멜 가죽 구두에서 반짝이는 광택이 빈자의 닳을대로 닳은 겉옷 소맷부리에서 반질거리는 윤기보다 더 아름다워야 하는지를.
여자는 옷찰미이 특히 비실용적이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은 손에 물을 묻혀 감자를 씻거나 창문을 닦지 않는다고 드러낼 수 있따. "우리가 끈질기게 치마에 집착하는 이유는 실제로 다음과 같다. 일단 치마가 비싸고 몸을 돌릴 때마다 거치적거려 쓸모있는 노력을 온전히 기울이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자남편을 둔 아내는 남편재력을 과시해야 했다. 극단으로 흐를 경우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 탓에 실크 드레스 가격이 오를 때조차 수요가 떨어지기는 커녕 도리어 올라갔다. 가격이 높으면 더 소수의 사람만이 살 수 있고, 이때 드레스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기 때문. 그래서 더 부유한 사람이 드레스를 사고 싶어한다.
- 자본주의가 지닌 활기에는 어둠의 씨앗이 숨어 있어 언제든 이 활기가 시들어버릴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슘페터는 경제학자로서 보기 드문 일을 했다.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학과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에 대한 논의를 전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미래가 왜 암울한지 경제학 용어로 설명. 자본가가 생산물 가운데 이윤으로 점점 더 챙겨가고 노동자 몫이 점점 더 줄어 체제가 송두리째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슘페터에게 자본주의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라면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태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특히 기업이 점점 커지는 경우에 그 영향력도 비례해서 세어진다.
- 기업가가 성공하면 기업도 따라서 성장. 결국 거대기업이 출현한다. 이들은 한발 앞선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상품을 쏟아낸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종종 기업내 전문 연구부서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에는 다양한 연구팀이 있다. 어떤 연구팀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어떤 연구팀은 더 빠르고 가벼운 아이폰을 개발한다.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속에나 있던 물건이 이제 기업가에 의해 확실한 검증을 거쳐 현실로 탄생. 경제발전은 기업정책과 위원회 회의를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일이 바람직하다. 새 상품 개발은 미리 구상안을 마련하여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너무 따분하다는 점. 회사가 거대 조직이 되어 회색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으로 가득찬다. 슘페터가 그리던 기업가는 용감무쌍한 영웅으로 출발했더라도 도착할 즈음에는 학교를 싫어하고 숙제를 내팽개치는 싫증난 10대에 오히려 가까워짐. 넥타이를 매고 일터로 출근하고 지루한 회의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일상을 질색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삶이 무료하고 삭막하게 변하는 모습을 혐오한다. 이제 대개 사업이나 돈벌이를 불신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끝내 반자본주의 지식인이 되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자본주의 비판서를 펴낸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사업가로부터 경제권을 넘겨받아야 하며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슘페터 생각에 이런 경향이 30년대와 40년대부터 보이기 시작하는데, 상당수 지식인이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정부가 경제운용에 보다 중추적 역할을 맡기 시작한 시기였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고 예견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음. 자본주의는 정부개입을 상당히 허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쇠멸에 이르지 않았다. 이를 소위 혼합경제라 한다. 그럼에도 슘페터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경제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여기서 슘페터는 마르크스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마르크스처럼 사회주의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 슘페터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좌절한 사회 상류층, 불만 많은 지식인 때문에 최후를 맞는다. 반면 마르크스가 보기에 사회를 전복하는 힘은 불우한 노동자에게서 나온다. 마르크스가 그린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경제적으로 실패하기 때문에 도래한다. 그런데 이런 마르크스와 달리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였으며 떠밀리다시피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추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 슘페터는 또한 케인스가 제시한 새로운 이론에 반대했다. 케인스는 30년대불어닥친 유례없는 불황과 같은 파도에 경제가 휩쓸리지 않도록 정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 자본주의가 변화라면 종착점이란 없다. 이제 겨우 그 성과를 가늠하기 시작했을 뿐. 역사는 흐르기 마련이어서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던 전령은 어느덧 온데간데없고 대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지 않은가. 정부에게 경제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할 때의 문제는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근시안으로 바라보고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점. 하지만 슘페터 생각에 그런 해결책은 단지 기업가 정신을 옥죄고 자본주의에 생명유지장치를 달아 잠깐 목숨을 연장해 놓은 것뿐이지 결국 숨통을 끊어놓는 짓과 다름없었다.
- 죄수의 딜레마가 경제학에서는 늘 돌연히 일어난다.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터빈 발전기처럼 대형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60년대 미국 제조업을 진두지휘하던 두 회사, 제너럴일렉트릭과 웨스팅하우스는 발전기에 수지맞는 가격을 매기고 싶었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서로 뭉쳐 발전기를 더 적게 판매하고 가격을 더 높게 부과하자고 합의하면 된다. 이때 문제는 가격이 높으면 두 회사 모두 상대회사를 속여 조금 더 낮은 가격에 발전기를 더 팔아보고자 하는 유혹을 느낀다는 점. 하지만 그리하면 가격이 곤두박질쳐서 양측 모두 이윤이 급격히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들 회사 사이의 균형은 두 깡패가 자백하는 모양새와 같다. 똑같은 문제에 산유국도 부딪친다. 60년대 석유 판매량을 줄여 단가를 비싸게 매기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산유국은 석유를 더 많이 생산해 팔고 싶은 유혹을 다시 받았다.
사업에서도 정치에서도 인생에서도 사람들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한다. 게임이론은 그 얽히고 설킨 관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언제 서로 힘을 합치고 언제 물고 뜯고 싸울까?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력은 언제든 깨질 위험을 안고 있다.
- 어떤 게임에서는 유달리 복잡한 전략을 구사한다. 순서대로 결정을 내려야 할때, 즉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고나서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특히 더 그렇다. 만약 상대바잉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한다면 응징을 가할 수 있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70년대 미국 양대 커피회사격인 맥스웰하우스와 폴저스는 미국시장 점유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폴저스가 동부로 시장을 확대해서 사업체 인수를 꾀했는데, 이미 동부는 맥스웰하우스가 주 공급업체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ㄷ. 맥스웰하우스는 가격전쟁에 돌입했다. 가격을 대폭내려 폴저스를 시장에서 쫓아내려 했다. 일련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시장에 들어오려 하면 가격을 대폭 내릴 작정을 한다. 이 때문에 상대가 아예 처음부터 시장진입을 미적미적 망설이길 바라면서. 문제는 이런 으름장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런 협박을 실천에 옮기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여길 수 있다. 가격을 낮추면 그만큼 수익도 줄어들테니까. 그런데 맥스웰하우스와 폴저스의 경우는 이런 위협이 통했다. 맥스웰하우스가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두어 폴저스는 뉴욕시로 시장을 넓히려던 애초의 의욕을 접고 말았다.
- 빅셀은 정부가 완전히 이타적이며 오로지 공공선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시행에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낱낱이 해체했다.
뷰캐넌은 빅셀의 이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학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음. 경제학자는 정부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가정. 그런데 정부는 실제로 무엇일까? 뷰캐넌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관리나 고문이나 장관 등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이전까지의 경제학이 지닌 문제는 이들 인격이 둘로 나뉘어 있다고 여겼다는 점이다. 품질 좋은 신발을 한 켤레 구하거나 자동차를 얼마에 팔지 계산할 때 정부관리는 합리적 경제인간처럼 행동. 즉 확고하게 자기 이익을 좇으며 득은 최대한으로 늘리고 실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하지만 관공서로 들어서는 순간 오로지 머릿속은 국익만을 생각하고 사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기존의 경제학은 가정했다. 한 점 의혹 없이 올바르게 정책을 집행하고 책상에서 잠깐 눈 붙이는 일도 없으며 점심 한 끼 먹는데도 세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마치 이기심으로 똘똘 뭋인 경제적 인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정치적 인간이 들어선다. 이 인간은 철저하게 이타적인 인간으로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 그대로 행동한다.
이는 모순이라고 뷰캐넌은 주장했음.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애쓸 때와 똑같은 태도로 정부활동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정치인도 정부관리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좇는 사람이다. 뷰캐넌이 새로 개척한 경제학 분야를 공공선택이라고 함. 그리고 이를 가리켜 뷰캐넌은 낭만없는 정치라고 표현. 정치인은 이타적 영웅이 아니었다. 뷰캐넌에게 이는 어리석고 감상적인 생각이었다. 실제로 정치인은 지위를 지키는 데 더 혈안이 되어 있고 경제학자가 생각한 이상으로 몹시 추잡하고 매우 이기적이며 못 믿을 족속이었다.
미정부는 60년 내내 흥청망청 써댔고 뷰캐넌은 이론을 통해 이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 비대한 정무는시장이 더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정치인이나 관료와 더 관계가 깊다고 주장. 정부문제는 빅 빌 톰슨 시장이 저지른 황당하고 무분별한 행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색양복을 차려입은 공무원이나 워싱턴의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도 못지 않게 썩었다.
- 지대추구는 소비자에게 해를 끼침. 자동차 시장이나 우산시장이 외국경쟁으로부터 보호받는다면 사람들이 자동차나 우산을 살 때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도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이런 보호조치를 막기 위해 소비자단체를 조직하는 일에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 개개인은 결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생산자는 종종 규모가 크고 눈에 띄지 않는다. 힘이 있어 정부에 압력을 넣어 특혜를 얻는다. 하지만 기업가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뷰캐넌이 말했다. 문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 이 힘을 이용해 경제에 개입해서 재선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는 정부에 있다.
뷰캐넌은 케인스 주의 경제학자에게도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들은 경기가 침체한 시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지출을 늘려 경제를 부양해야한다고 주장했음. 이 부양책을 시행하느라 정부예산이 적자로 기운다. 정부가 거두어들이는 세금보다 더 많기 때문. 하지만 케인스주의자에 따르면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부양정책을 실시해 경제가 다시 원만하게 돌아가면 지출을 삭감해서 적자를 없앨 수 있기 때문.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정부지출이 유권자의 환심을 산다는 점. 정치인은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 물불 안가리고 지출삭감을 피해서 유권자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지출은 늘고 또 늘어 정부적자 역시 계속 증가해 간다. 이것이바로 60년대에 일어난 일이다.
-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봤자 문제만 낳는다는 프리드먼의 기본적인 철학은 대처와 레이건 속에, 그 계승자들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케인스가 보기에 경제가 불안정하면 정부가 개입하여 통화량을 투입해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제 체제 내에서 지출이 충분한지, 다시 말해 수요가 충분한지 꼭 확인하라고 충고. 프리드먼은 경제를 그냥 내버려 두면 오히려 더 안정된다고 확신. 불안적, 즉 70년대 고삐풀린 물가상승과 30년대 불경기는 정부가 간섭한 결과. 시장을 그냥 숨쉬게 놔두자. 그러면 경제가 건강해지고 안정을 이룬다. 여기에 이르는 길은 경제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을 제고하면 된다. 경제학자가 생각하기에 정부가 법인세를 없애고 시장규제를 풀면 기업이 자극받아 생산을 늘리고 노동자를 더 고용한다. 이런 이론을 공급중시 경제학이라 한다. 그리고 불만의 겨울에 뒤이어 수십년 동안 바로 이런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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