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발생시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설령 코르티코스테론에 노출되어도 능력은 저하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스트레스에 익숙해지는 것은 일종의 기억의 작용이다. 현재의 환경을 스트레스로 느낄 필요가 없다고 뇌가 기억한 결과다. 
심리학자 헨케의 실험에 따르면 해마를 마비시킨 쥐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강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해마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자극하면 스트레스는 빠르게 감소한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것이 해마의 작용, 즉 기억이라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스트레스는 기억력의 천적이지만 기억력 역시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 소리에 대한 공포, 케이지에 대한 공포. 이 두가지 반응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뇌에서는 전혀 다른 부위로 작용하고 있다. 소리만으로 몸이 떨리는 공포기억은 편도체라는 부위와 관계가 있다. 하지만 전류가 흘렀던 케이지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부들부들 떠는 공포기억은 해마와 관계가 있다. 가령 교무실에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상처를 받은 뒤 멀리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긴장하는 것은 편도체와 관련이 있다. 반면 선생님이 없는 교무실에 들어간 것 만으로도 긴장하는 것은 해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 해마는 공포도 기억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능도 담당함. 해마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면서 발달. 결국 반복해서 스트레스를 극복하며 해마를 발달시키면 더 강한 스트레스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 

- 요가의 달인들을 보면 심박수를 낮추는 등 스스로 몸의 기능을 조절한다. 말하자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것인데 빨간색이나 녹색표시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바이오피드백은 쉽게 그런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과학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처럼 스슷로 뇌를 조절하고 이용하는 것은 멀지 않은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연구분야가 될 것임.

- 대자연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과 만났던 상황이나 적을 피할 수 있는 길을 기억해야 함. 인간의 뇌에도 그런 특성이 남아 있어서 위기를 느끼면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짐. 그래서 동물들은 겨울이 되면 먹이가 있는 곳을 잘 기억하기 위해 기억력이 좋아짐. 사람의 뇌도 마찬가지임. 기온이 낮아지면 뇌의 깊이에 자리한 동물적 본능이 발휘되어 기억력이 좋아지고 업무효율이 높아짐. 

- 공복은 생물에게 위기상황이다. 영양섭취는 생명과 직접 관련된 일이다. 미국 예일대 호바스 박사는 공복과 뇌의 관계를 결정짓는 실험결과를 발표. 그는 그렐린이라는 생체물질에 주목했다. 그렐린은 위장이 비었을 때 방출되는 소화관 호르몬이다. 배가 고프면 혈관을 따라 위장에서 뇌로 그렐린이 전달됨. 그렐린이 시상하부라는 뇌 부위에 작용하면 식욕이 증진된다. 배가 고프면 식욕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바스 박사는 학습에 필수적인 해마에도 그렐린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 그렐린이 해마에 도달하면 시냅스의 수가 30%나 늘어나고 활동도 활발해짐. 그 때문에 그렐린을 투여한 쥐는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능력도 좋아짐. 역으로 그렐린 유전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쥐는 공복신호가 해마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시냅스의 수가 25%쯤 줄어들면서 기억력도 저하됨. 이런 결과를 보면 영양은 몸에 필요하지만 지나친 과식은 뇌에 좋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그렐린을 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과식과 불필요한 간식을 삼가는 게 좋다. 결국 해마를 단련하려면 문자 그대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

- 기억과 항생물질의 기이한 관계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아니소마이신이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그 약효가 나타나는 동안에는 사물을 기억할 수 없다. 아니소마이신은 합성제가 아닌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선균이라는 세균에서 발견되었음. 방선균은 흙속에서 사는 흔한 균이다. 곤충의 사체가 분해될 대 방선균이 있으면 다른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워짐. 그래서 농장에서는 병원균을 제거하려 일부러 비료에 방선균을 섞기도 함. 다른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는 것은 방선균이 독소를 내뿜기 때문. 방선균은 그 독소로 주변의 세균을 모조리 죽이고 자신만이 생존한다.
우리 인간은 그 독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함. 독소는 병원균을 없애므로 감염증이나 화농 같은 나쁜 균이 몸에 번식할 경우 그 독소를 이용해 치료 가능. 우리는 그렇게 도움이 되는 독소를 항생물질이라 부르면서 독이 아닌 약으로 취급한다. 의약품 시장에는 다양한 항생물질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방선균에서 발견한 것이다. 아니소마이신 역시 방선균이 만들어낸 항생물질이다.
- 아니소마이신은 주로 해마에 작용. 실제로 해마를 전기로 자극하면 시냅스 전달효율이 높아지는데 이때 아니소마이신을 투여하면 해마의 시냅스가 증가하지 않음. 역으로 일단 기억이 고정되고 안정화되면 아니소마이신을 투여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음. 일단 고정기억으로 자리잡은 정보는 아니소마이신에 대해 내성이 있어 그 약을 투여해도 평소와 같이 떠올릴 수 있다. 그 실험결과를 보면 아니소마이신이 기억의 획득과 고정, 재생이라는 세 가지 과정 중에서 획득 과정만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아니소마이신 실험의 핵심은 일단 뇌에 저장된 기억을 약물투여로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위적 기억소거라 할 수 있다. 
PTSD환자의 기억은 지워버리는 게 좋은데 그 치료에 기억의 재고정화를 이요할 수 잇음. 그 밖에도 약물에 대한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워 약물중독을 치료할 수도 있음. 동물실험의 수준이지만 편도체나 측좌핵 등의 뇌부위에 기억을 불안정화하는 약물을 투여해 코카인 중독을 치료한 사례가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 쥐에게 전기충격과 같은 부정적 기억을 심고 알콜을 투여한 뒤 다음날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전기충격의 기억은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결과가 나타남. 다시 말해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리며 알콜을 마시면 그 기억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 마리화나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는 비만이 많다. 마리화나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이라는 긴 이름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것이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촉진하기 때문. 뇌에도 그 화학물질과 비슷한 물질이 존재한다. 그 뇌 호르몬은 체내에 있는 대마라는 의미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라 불림.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식욕을 자극해 과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몸의 세포에도 작용해 지방축적을 촉진한다. 그렇다면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작용을 억제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한 제약사에서 리모나반트라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억제제를 제조해 동물실험을 해보았다. 그러자 정말 감량효과가 나탔고, 곧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 그 보고서에 따르면 리모나반트를 1년간 복용하자 체중이 평균 8.8키로 줄어들고 혈중 콜레스테롤은 17.4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의 5%이상 감량한 사람이 전ㅊ의 62%, 10%이상 감량한 사람이 32%나 되는 결과를 얻었다.

- zif-268이라는 유전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동한다. 그런데 놀랍게 쥐에게 알콜을 주입하자 이 유전자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으로 나타남. 마치 알콜이 스트레스를 제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몸의 스트레스를 생성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의 zif-268은 알콜을 주입하기 전과 똑같이 활동하고 있었다. 요컨대 술을 마시는 행위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만 줄 뿐이지 몸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결론.

- 버튼을 누르는 실험에서 자신이 원할때 버튼을 누르라는 말을 듣고 바로 누르려고 생각한다면 그때 뇌는 1초쯤 전부터 이미 버튼을 누를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그리고 1초가 지난 뒤부터 버튼을 누르겠다는 의식이 생긴다. 뇌는 당장이라도 버튼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버튼을 누르라는 지령이 내려지기까지는 0.2-0.3초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것이 포인트나. 다시 말해 버튼을 누르겠다는 의지가 생겼더라도 그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0.2-0.3초의 시간이 존재한다. 버튼을 누르고 싶어졌어도 누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내게 타인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고 치자. 이것은 뇌에서 저절로 생겨난 의사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때리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지 않을 수는 있다. 상대와 싸우다 살의를 느꼈더라도 그 의지를 부정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없지만 자유부정은 가능하므로 모든 범죄에는 분명하게 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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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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